경제지식이 돈이다
토리텔러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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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는 필수'라는 말이 나온 지 20년도 넘은 것 같다. 지난 1980년대 말 우리 증시의 폭발적인 상승으로 주가 1,000의 시대가 열렸다. 그때 지인 중 'OO투자신탁'이란 회사에 다니던 사람이 있었다. 알기는 하지만 친구나 친척은 아니라서 자주 만나지 못한 분이었다. 그분은 대학 공부를 하지 못한 입장이라서 고교 졸업 후 바로 그 회사에 입사했다. 물론 공개채용 시험을 거쳐서였다. 얼마 안 돼 지인으로부터 함께 만나서 식사하자는 말에 별 생각없이 전화로 말해준 집으로 찾아갔다. 그분이 다니던 회사가 본사가 아니라 강남 압구정에 있는 지점이었다. 본사는 여의도에 있었다. 강남에서 꽤 좋은 음식점으로 갔다.

그 자리에서 믿기지 않은 말을 들었다. 자기 회사 주식을 받아 폭등하는 바람에 두세 달 만에 5,000만원을 벌었다는 말을 했다. 워낙 경제 관념이 희박한 독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했고, 주의 깊게 듣지도 않았다. 나중에 안 말이지만 당시 국내 투자신탁 회사 3곳도 엄청난 수익을 올려서 모든 직원들에게 주식 배분을 일정량씩 해줬다고 한다. 당시 그 돈이면 서울에는 어렵겠지만 지방에서는 아파트 1채 값이라는 얘기도 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억이 나는데 '재테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분야의 업무상 이야기들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 당시에는 흘려 들었던 말이 10여년이 지나자 우리 사회에서 유행됐다. 재산 증식 방법 여러 가지 방식을 통틀어 재테크라고 한다. 우리가 말하는 재산(財産)의 '재'와 영어 테크놀로지의 '테크'의 합성어였다.

 


 

이 책 『경제지식이 돈이다』의 저자 토리텔러는 투자로 돈을 벌려면 경제공부는 필수인 시대라는 점을 강조한다.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누가 한 말인지 명언임이 확실하다. 고대 로마제정기의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가 한 말이라고 들은 바 있는데 아무튼 각 분야에서 두루 쓰이고 있는 말이다. 저자도 "그렇다면 경제공부, 어떻게 해야 할까?"란 질문을 던지고, 이 책은 길 잃은 경제 초보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경제상식을 알려준다고 말한다. 경제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돈을 ‘잘’ 불리고 싶은 분들과 이 책을 함께 공부하기를 독자는 기대한다.

독자가 알기로는 예전에는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그렇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아무래도 나라의 경제 규모와 주식시장의 규모가 비례하는 것 같다. 사실 우리 신문들도 예전에는 주가 소식도 많이 싣지 않았고, 일일 주식시세표도 싣지 않았었다. "돈 벌려면 직장 다니지 말고 주식에 투자해라"고 할 정도로 주식시장이 각광 받고 재산 증식의 주요 수단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지는 30~40년 됐다. 그때에 비하면 우리나라 경제 규모나 주식시장 크기가 엄청나게 커졌다. 그러나 우리는 처음부터 주식 투자의 위험을 인지하기 못한 채 운 좋게도 주식으로 돈 번 사람들이 많았다. 대호황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주가지수 1,000을 넘기자마자 몇 년 안 돼 '묻지마 투자'로 망했다는 사람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IMF, 2008년 금융 위기도 겪었다. 주식이 안전하다는 말은 잘못된 것 같다. '고위험 고수익'이 그 증거이다. 안전하면 수익이 없다는 반증 아닌가?

 


 

그러나 주식 시장이 붕괴됐다는 소식은 세계 어디서도 들려오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위기와 기회는 번갈아 온다는 법칙에 따르면 우리의 위기가 다른 나라의 호기로, 우리의 기회가 다른 나라의 악재로도 작용하는 것인가. 주식뿐만 아니라 경제 지식의 문외한인 독자가 주식 투자 개념과 원론을 공부하려 하니 무슨 가상화폐니, 블록체인이니, 암호화폐니 공포스러운 단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다고 주식 시장에 위기가 닥쳤다는 말은 나돌지 않은 것을 보면 주식 투자란 게 위험보다는 수익이 큰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도 주식은 어쨌든 규모를 키우고 있고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내성도 커졌는지 웬만한 국제 정세나 국내 시장 변화에도 주식 시장은 오르락내리락의 폭만 조금 커질 뿐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그래서 다시 이 책으로 공부를 시작해보려 한다.

독자는 재물과는 참 인연이 없는 듯하다. 정직하게 표현하자면 인연이 없는 게 아니고 평소에 관심이 없었다. 우리집이 부자라는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어봤는데 왜 부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을까? 오히려 자문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를 못 찾았다. 원래 관심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듯싶다. 그러니 평생 직장 생활만 했으니 노년 생활마저 모른 척하기엔 요즘 노후 대책이 국가 입장에서도 개인적인 입장에서도 모두 근심거리라고 하니 '재테크'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한 가지 독자 나름의 원칙을 가져야 한다는 결심은 굳다. "모르는 분야엔 투자 없다"이다.

 

 

은퇴하면 얼마간의 퇴직금(정확히는 모르지만)과 국민연금 정도의 수익이 에상된다. 어림직작으로 셈해봐도 먹고 사는 데만 들여도 모자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재테크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러 다시 경제 책을 잡는다. 재테크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이런 걸 유행이라고 해야 하나, 진화라 해야 하나. 만일 끊임없이 진화한다면 독자는 결국 투자로서는, 재테크로서는 돈을 벌기 힘들 것이라는 절박감도 든다. 최소한 대학 수험생 시절만큼만 공부한다면 가능할까? 불확실 속에서도 이 책은 "공부해야 재테크도 성공 가능하다"는 저자에게 신뢰를 보내며 읽었다. 정직하게 표현하자면 원론적인 이야기인 것 같지만 조금 더 생각하면 저자의 집필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생각이라고 다시 다잡는다.

이 책은 재테크용 책이 아니다. 재테크의 방법과 재테크를 위한 지식, 자신의 지식이 얼마마큼 갖춰져야 투자에 안전할지 등 여러 가지를 균형 있게 설명해주는 책이라는 점을 잊고 돈 벌기 위해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이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안 보일 수도 있을 것이리란 게 독자의 생각이다.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개념도 모르면서 투자에 뛰어든 것과 원론을 알고 뛰어드는 것은 어느 게 본인에게 유리할까로 바꿔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이 책이 재테크 방법만 열거해놓았다는 생각이 들면 독자들은 반드시 한 종목만 다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때서야 얻는 게 생길 것이다. 개념을 알고 원론을 이해하고 투자를 위한 태도를 정비하는 것이 준비 작업에 해당되는 것들이다. 쉽게 이해되지 않은 부분은 한 번만 더 읽으면 분명히 뭔가를 깨달을 수 있다고 독자는 믿는다. 그것이 투자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확신도 선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1장 「경제를 알려면 무엇을 보아야 할까」에서는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기본 원칙인 수요·공급을 중심으로 중요한 원론적 이야기를 다룬다. 2장 「금리는 경제상황을 알려주는 신호등」에서는 경제파악의 지표인 금리의 개념과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실생활에 영향을 주는지를 설명한다. 3장 「시장경제의 꽃밭, 주식시장」에서는 계좌개설부터 주가 차트와 재무제표 보는 법, 각종 지수 개념, 주식의 분류, ETF 개념 등 주식투자의 기본적인 측면들을 두루 살핀다. 4장 「국민의 쌈짓돈, 부동산」에서는 주거지를 넘어 자산으로도 의미가 있는 부동산에 대해 알아본다. 5장 ‘우리 경제를 움직이는 세계 경제’에서는 우리나라 경제에 특히 영향을 많이 미치는 나라와 경제 요소를 탐구한다. 6장 「우리나라 수출 주력업종과 내수기업」에서는 국내 경제의 심장 역할을 하는 업종과 회사를 알아본다.

7장 「기술과 환경이 바꾸는 미래 산업」에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4차산업, 젊은 세대 필수품이 된 OTT와 구독경제,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기반의 NFT 관련 시장 등 미래 경제를 이끌 기술과 산업에 대해 알아보고, 정부와 기업의 미래 성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될 세계적 정책인 ESG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8장 「움직일 수 없는 지표, 통계 정책」에서는 경기를 정확히 체크할 수 있는 공식적인 지표와 세금 및 정부 정책을 다룬다. 9장 「나와 관련 있는 상품과 지식」에서는 예/적금 상품, 펀드, 보험, 연금, P2P와 암호화폐 등 개인과 관련 있는 금융지식 및 투자상품에 대해 알아본다. 10장 「재테크에서 필요한 기초 테크닉」에서는 사회초년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돈을 관리하는 법, 즉 기초적인 재테크 테크닉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일반 이용자의 수용도를 같이 살펴야 합니다.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사람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사장되거나 한참 뒤로 밀립니다. 반면 일반 이용자가 사용한다면 일부 기술적인 위험이 보이더라도 시장은 커지게 됩니다. 시장이 커진다는 의미는 검증된 유력한 사업자가 생기기 전까지 수많은 후보기업이 등장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투자자로서는 수많은 후보자 중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지 판단해야 합니다. 남보다 한 발 빨리 옳은 판단을 하면 큰 성과를 얻겠지만 틀린 판단을 하면 고스란히 손해를 봅니다. 판단의 주체는 결국 본인이 되어야 하고, 판단 근거는 꾸준한 정보 습득에서 비롯합니다.(p.212)

 

저자 : 토리텔러

 

2002년부터 국내 최고의 미디어 그룹에서 콘텐츠 기획자로서 뉴스와 콘텐츠 유통 업무를 담당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기업과의 비즈니스 모델 발굴 업무를 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회초년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제 콘텐츠를 찾기 위한 실험과 연구를 목적으로 7년째 ‘카카오 브런치’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1만 5,000여 명이 구독중이다. 독자들에게 필요한 콘텐츠가 무엇이고, 어떤 형식으로 전달해야 적합할지 항상 고민하며 답을 내놓기 위해 노력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경제뉴스를 어려워하는 사회초년생을 위한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한 『잘 쓰기 위한 재테크』, 아이들의 경제교육을 고민중인 부모를 위한 『재테크는 모르지만 부자로 키우고 싶어』가 있다. 현대캐피탈, 한국경영자총협회, 한화생명, 푸본현대생명 등 다양한 곳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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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행성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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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행성』은 1, 2권 두 권으로 이루어진 전체 3막으로 이루어져 연극처럼 '막(幕)'으로 구성하고 있다. 독립적으로 읽어도 전혀 지장이 없는 작품이지만 원래 『고양이』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고양이』에서 시작해 『문명』으로 이어진 모험은 『행성』에서 대단원을 맞는 구조다. 그렇다고 연작소설은 아니다.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개미나 고양이 같은 동물, 신이나 천사 같은 초월적 존재를 내세워 새로운 시각으로 인간 세상을 그려 왔다. 인간은 조연에 불과하고 주연은 모두 동물이 차지한 이 3부작에서 작가는 〈이 세상은 인간의 것만이 아니다〉라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고양이』에서 『문명』, 『행성』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중심적인 사상이 인간은 '신의 대리인'으로 지구 행성의 주인 노릇을 하는 것도 안 되고, 잘 다스려 지구 생물 모두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사는 것이 존속의 선결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처럼 독자의 눈에는 비친다.

『행성』은 앞서 발표한 두 소설에 비해 인간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정치인, 군인, 과학자, 종교인 등 다양한 인간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살아남은 인류의 총회를 이끄는 의장 힐러리 클린턴, 로봇 공장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창립자 마크 레이버트 등 실존 인물에서 따온 캐릭터들도 재미를 더한다. 이러한 인간 캐릭터들은 때로는 동물 캐릭터들과 비교되어 현재 인간 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기도 하고,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해결책을 생각해 보게 하기도 한다. 특히 핵폭탄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호전성, 소통보다는 무력으로 갈등을 해결하려는 인간 캐릭터들의 모습은 현재를 돌아보게 만든다. 『고양이』와 『문명』이 작품 발표 이후 벌어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연결되는 것처럼, 『행성』을 읽다 보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전쟁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맹위를 떨치던 2020년 프랑스에서 발표된 이 작품에는 그 영향이 짙게 깔려 있다. 『고양이』는 2016년, 『문명』은 2019년 각각 프랑스에서 처음 발간되었다. 전작(고양이, 문명)들에 비해 『행성』은 디스토피아 성격이 강하다. 같은 해 봄 발표한 초단편소설 「호모 콘피누스」에서 지하에 격리된 신인류를 묘사했던 베르베르는 『행성』에서는 땅에 발을 딛지 않고 고층 빌딩에 숨어 사는 신인류를 등장시킨다. 전쟁과 테러, 감염병 때문에 인구가 8분의 1로 줄어들고 황폐해진 세계. 시스템이 마비된 도시는 쓰레기와 쥐들로 뒤덮였다.

주인공 고양이 바스테트는 쥐들이 없는 세상을 찾아 〈마지막 희망〉호를 타고 파리를 떠나 뉴욕으로, 신세계로 향한다. 그러나 뉴욕에 도착한 바스테트 일행을 맞이한 것은 알 카포네라는 우두머리가 이끄는 쥐 군단의 공격. 겨우 목숨을 부지한 바스테트의 눈에 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반짝이는 불빛이 보이고, 드론 한 대가 날아온다. 놀랍게도 뉴욕에는 약 4만 명의 인간이 쥐를 피해 2백여 개의 고층 빌딩에 숨어 살고 있었다. 그리고 프리덤 타워에는 102개 인간 집단을 대표하는 총회가 존재한다. 총회에서는 쥐를 없애기 위해 핵폭탄을 사용하자는 강경파가 대두하며 갈등이 심해진다. 바스테트는 103번째 대표 자격을 요구하지만 인간들은 고양이의 의견이라며 무시할 뿐이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쥐 군단의 위협, 무작정 핵폭탄을 쏘려는 인간들, 로봇 고양이 카츠의 등장…… 과연 바스테트는 상상력을 동원해 위기를 돌파하고 이 행성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역시 베르베르의 전작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자주 등장한다. 제목은 같지만 실재하지 않은 '제 14권'이라는 백과사전 권수를 추가했다. 이는 역사적 장소나 인물, 사건 명이 실명으로 등장하는데 이에 사실감을 주기 위해 백과사전을 인용한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파리에서 떠난 범선이 뉴욕에 도착한다. 대형 범선 〈마지막 희망〉호를 타고 35일 동안 죽을 고생을 하며 대서양을 건너온 프랑스 고양이들 앞에 뉴욕의 모습은 이미 '아메리칸드림'을 실현시킬 만한 신대륙이 아니다. 쥐들을 피해 찾아온 뉴욕에는 파리보다 더 많은 수의 쥐들이 '고양이 직관으로 백 배는 훨씬 넘는' 쥐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인간은 쥐를 피해 맨해튼의 고층으로 올라가 피신한 상태. 책은 시작하면서 세 고양이에 대해 친절한 소개를 먼저 한다. 독자 편의를 위한 배려이리라. 소설 속 화자인 '나' 바스테트와 '나를 따르는 자들, 즉 대서양을 횡단하는 모험을 함께한 인간과 동물들이다. 그 중에 내 사랑의 파트너인 샴고양이 피타고라스는 나를 인간 지식에 입문하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 '평화주의자'라고 자신을 포장하지만 실은 겁쟁이에 불과하다. 내 아들인 안젤로, 침착하지 못하고 오만방자한 데다가 폭력적인 어린 녀석이라서 자립성이 희박하다. 또 검을 털에 샛노란 눈을 가진 암고양이 에스메랄다. 꼴도 보기 싫은 경쟁 상대다. 내 짐작이지만, 아니 학신하건대 피타고라스와 그렇고 그런 짓을 했을 게 분명하다.

인간들 중 첫 번째로는 내 집사인 나탈리. 나한테 헌신적이지만 우유부단한 성격이다. 다음은 내 집사의 수컷인 로망 웰즈 교수. 내 정수리에 제3의 눈을 이식하는 수술을 해줘 자신이 집대성한 백과사전에 접속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고마운 존재다. 인간치고는 지능이 꽤 높은 편에 속한다. 기타 여러 동행들이 소개된다. 이렇게 희망호에는 고양이 144마리에 인간 112명, 돼지 65마리, 개 52마리, 앵무새 1마리까지 총 274명의 승객이 타고 있다.

 


 

이 소설의 내용은 전작들을 유심히 읽은 독자라면 저자의 유려하고 간결한 문체로 그냥 읽기만 하면 특별한 문해력이 없어도 쉽게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다만 저자의 집필 의도를 더 정확하게 알기 위한다면 먼저 출판된 세 종의 책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 『고양이』는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의 미래를 그린 책이다. 파리에서 살고 있는 암고양이 바스테트의 시각으로 전개되는 장편소설로 1, 2권으로 구성됐다.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타자의 시각을 도입하여, 인간 중심주의를 해체하고 지구에서 인간이 차지해야 할 적절한 위치를 끊임없이 고민해 온 저자의 문제의식이 그동안 좀 더 성숙해지고 발전해 왔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작품이다. 테러가 일상화되고 내전의 조짐이 보이는 파리. 몽마르트르에서 집사인 나탈리와 함께 사는 암고양이 바스테트는 어느 날 옆집에 사는 천재 샴 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난다. 한때 실험동물이었던 피타고라스는 머리에 USB 단자가 꽂혀 있어 인터넷을 통해 방대한 지식을 갖춘 지적인 고양이다. 피타고라스에게서 인류와 고양이의 역사를 배우며 점차 가까워지는 사이, 파리 시내는 테러가 빈발하는 불안한 상황이 되고 결국 내전이 일어난다. 내전으로 황폐화된 도시에는 페스트가 창궐하고 사람들은 사나운 쥐 떼들을 피해 도시를 떠난다. 쥐 떼에 점령당한 도시에서 도망친 고양이들이 불로뉴 숲에 모여, 고양이 군대를 만들어 뺏긴 도시를 탈환하기로 한다. 페스트의 확산과 쥐 떼들을 피하기 위해서 센강의 시뉴섬으로 향하는 고양이 군대. 하지만 쥐 떼의 접근을 차단하려면 섬으로 통하는 다리를 폭파해야 한다.

 


 

또 소설 『문명』의 배경은 전염병으로 수십억 명이 사망하고, 테러와 전쟁으로 황폐해진 세계다. 이 소설이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2019년에만 해도 흔히 사용되는 디스토피아적 배경에 불과했겠지만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는 더욱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설정이다. 『문명』은 인류 문명이 벼랑 끝에 다다른 세상을 무대로 『고양이』의 주인공이었던 고양이 바스테트가 모험을 펼치는 소설이다.

고양이들의 일차 목표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쥐 떼의 공격을 물리치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이지만, 최종 목표는 인류 문명을 대신할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만난 돼지, 소, 개, 비둘기 등 다양한 동물들은 고양이의 아군이 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한다. 과연 바스테트는 서로 다른 동물종의 소통과 협력을 이끌어 내고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암고양이 바스테트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베르베르 작품의 그 어떤 주인공보다도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우며 장점도 단점도 확실한 그녀. 문명을 세우겠다는 당찬 바스테트의 도전을 함께 지켜보자.

 


 

다음으로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다. 독자도 깜짝 놀랐다. 작가의 해박한 지식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지만 이 백과사전을 집필할 정도의 자료를 읽고 차근차근 준비했는지 놀랄 만했다. 이 책은 과학, 역사, 문학, 신화, 연금술, 처세와 게임까지 온갖 분야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써 때로는 독자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가 하면 때로는 본질을 꼬집는 깨달음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했던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순수하게 새로운 지식을 얻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어려지는 신기한 해파리(「작은보호탑해파리」), 인간은 왜 자신을 도와준 사람보다 자신이 도와준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지(「페리숑 씨의 콤플렉스」), 죽은 후에 제2의 커리어를 시작한 경우(「미라가 된 강도」), 검투사들은 왜 날렵하기보다는 대개 뚱보였는지(「검투사」), 돌고래가 어떻게 물속에서 잠자고 꿈을 꾸는지(「돌고래의 꿈」) 등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항목들이 가득하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북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아프리카, 폴리네시아 부족들의 놀라운 풍습과 오래된 지혜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 주기도 한다. 또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사건들도 자주 등장하는데 베르베르는 신화에 자신의 해석을 가미해 원전과는 미세하게 다른, 하지만 더 생생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되살려 놓는다. 어느 페이지를 보더라도 흥미진진하고 놀랄 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더위와 함께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코로나도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는데 불쾌지수란 말이 다시 등장할 때다. 어쨌거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믿는다. 문제는 이 시기를 어떻게 현명하게 넘기느냐다. 위 소설이 해답이 될 수도 있고, 최소한 영감이라도 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방대한 지식의 소유자지만 그 지식을 펼치기 위해 책을 쓰는 게 아니라, 책을 쓰기 위해 지식을 쌓아온 작가니까 독자들은 그저 흡수하면 될 일이다. 쉽게 읽힌다. 소설은 좋지만 과학은 싫다는 분도 읽으면 과학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흥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독자는 베르베르와 동시대 같은 하늘을 보며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다.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며,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소설가이다.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별들의 전쟁」세대에 속하기도 하는 그는 고등학교 때는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을 발행하였고, 이후 올더스 헉슬리와 H.G. 웰즈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

베르나르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눈높이, 예를 들면 개미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을 바라보도록 함으로써 현실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300만 년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오만함을 1억만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아남아온 개미들의 눈에 빗대 경고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열네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거대한 잡동사니의 창고이면서 그의 보물 상자이기도 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는 책은 개미들의 문명에서 영감을 받고 만들어진 것으로, 박물학과 형이상학, 공학과 마술, 수학과 신비 신학, 현대의 서사시와 고대의 의례가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 형식을 선보인다.

2008년 11월에 출간된 독특한 개성으로 세계를 빚어내는 신들의 이야기 『신』은 집필 기간 9년에 달하는 베르베르 생애 최고의 대작으로, 베르베르가 작품 활동 초기부터 끊임없이 천착해 온 '영혼의 진화'라는 주제가 마침내 그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기록된 승리자의 역사이며, 진정한 역사의 증인이 있다면 그 답은 단 하나 '신'일 것이란 가정에서 출발한다. 한국에서는 『우리는 신』,『신들의 숨결』,『신들의 신비』를 묶어서 6권으로 출간하고 있다. 베르베르는 현재 파리에서 살며 왕성한 창작력으로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08년 10월 프랑스에서 출간된 소설집 『파라다이스 Paradis sur mesure』와『카산드라의 거울』등의 작품으로 꾸준히 한국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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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원칙은 흔들리는가 - 윤리성, 공정, 정의의 회복을 위한 책
민재형 지음 / 월요일의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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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충돌, 도덕 면허, 이중 잣대, 자기합리화… 채 깨닫기도 전에 개인과 조직의 미래를 무너뜨리는 조용한 파괴자, ‘제한된 윤리성’의 함정에 채 깨닫기도 전에 개인과 조직의 미래가 무너진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 있는 제안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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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원칙은 흔들리는가 - 윤리성, 공정, 정의의 회복을 위한 책
민재형 지음 / 월요일의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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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왜 원칙은 흔들리는가』는 서점 분류상 경제·경영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탐구하고 논의하는 내용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경제(經濟)와는 조금은 결이 다른 느낌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경제의 정의(正義)와 윤리(倫理)에 관한 이야기다. 경제에는 큰 테두리에서 정의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류가 별 문제는 되지 않을 터 기대감을 갖고 읽었다. 먼저 독후감을 말하라면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잘 쓰여진 책, 잘 읽었다"는 말이 떠오른다. 큰 만족감으로 기분도 좋다.

우리 사회에선 약 5년 전부터 부쩍 정의, 공정, 평등이라는 개념이 사회 전반에 퍼졌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식에서의 연설에서 비롯된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의, 공정, 평등'의 기치를 내세워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의 민주주의 실현으로 국민들에게 '살 만한 나라', '살고 싶은 나라'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약속을 한 데서 무르익은 것 같다. 5년이 지나 취임 연설에서 밝혔던 정책이 얼마나 제대로 실현됐는지의 문제는 이 책에서의 논의 사항이 아니다. 평가는 국민 각자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며, 저자 민재형은 이 책에서 경제정책에서의 윤리성 문제를 다루려 한다. 여기서의 논의와 탐구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저자 역시 거기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다만 독자가 느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저자가 이 책의 프롤로그 「원칙이 바로 서야 하는 윤리성의 시대 앞에서」란 글에서 이 책의 주제가 '제한된 윤리성(Bouned Ethicality)'이란 말을 꺼냈기 때문에 독자의 상상과 추정을 통해 독자 나름의 독서법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사실 저자는 정부의 정책을 분석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개인의 윤리성에 관한 문제를 대상으로 연구하고 경험한 부분을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 주제에 맞춰 저자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의 윤리적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자 이 책을 쓴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독자는 '제한된 윤리성'이란 어구도 처음 들어봤고, 저자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다. 때문에 그의 설명에 의존해 읽어나가고 독후감 차원의 글을 여기에 적는다. 윤리성, 공정, 정의, 원칙. 이런 단어들이 우리 시대의 화두임은 분명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공정성 시비와 관련한 기사와 논쟁을 다루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한 듯 기업, 공공 기관, 대학 등 수많은 조직에서도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오고 있다. 기업에서의 윤리경영은 이미 지난 세기 말 무렵에 이미 나온 이야기로 독자는 기억하고 있다. 성공적인 기업도 있을 것이고 목적과 달리 실패한 업체도 있을 것이다. 이에 저자의 '제한된 윤리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가 뒤늦게 알고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한 부분에 대해 감사드린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제로 내세운 제한된 윤리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비윤리적 판단이나 행동을 말한다. 무심코 걸려드는 비윤리의 덫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이나 조직이 자신들도 인지하지 못한 채 비윤리적 판단이나 행동을 하게 되는 열여덟 가지 이유를 국내외의 연구 결과, 실제 사례 등을 통해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까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에 따라 제한된 윤리성이라는 주제를 공부하면서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좋은 의사결정을 위한 아홉 가지 팁'도 함께 제안한다. 무척 의미가 크다.

비판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의사결정 능력 제고를 위해 연구를 시작했고, 제한된 윤리성이 어떤 원인 때문에 발생해, 어떻게 우리의 의사결정 원칙을 흔들리게 하는가로 나아가고 있다. 아홉 가지 팁은 저자가 연구한 결과를 가지고 도출한 의견이기 때문에 매우 귀중하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은 3장(章)으로 이루어졌다. 1장 「제한된 윤리성, 좋은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덫」, 2장 「왜 원칙은 쉽게 흔들리는가: 제한된 윤리성의 18가지 원인」, 3장 「원칙이 바로 서는 좋은 의사결정의 기술 9」이다.

 


 

1장 「제한된 윤리성, 좋은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덫」에서 저자는 '의사결정', '인지 편향', '윤리적 행동'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먼저 의사결정은 어떤 일을 하겠다는 추상적인 의지라깁모다는 자원의 배분을 통한 실질적인 행동의 추구이며, 개인과 조직의 자원 배분 활동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행동 지향적 사고이다. 그래서 되돌리기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매우 큰 비용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독자처럼 이 어구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설명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여럿 가운데 하나늘 고르는 개념으로서의 선택이 후속적인 행동자 자원 배분을 수반하는 경우, 이를 의사결정이라 한다로 바꾸어 읽어도 아직 완전 이해는 어렵다. 조금 더 쉬운 개념을 동원한다.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의사결정이라는 말을 선택, 판단 등의 동의어로 사용하지만, 의사결정이란 단순한 선택이나 판단의 범주를 넘어서는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선택'이란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고름을 의미하고, '판단'은 '옳고 그름을 가리다'로 해석된다. 하지만 의사결정은 '이것을 고르겠다', '이렇게 행동하겠다'라는 정신적인 의지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의지에 따라 내가 가진 희소한 자원을 돌이킬 수 없게 실제로 배분하는 일까지 포함한다고 정의 내린다.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의미는 독자들이 다 아는 얘기로서 기원전 49년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끄는 로마군이 마침내 갈리아를 정복하고 로마로 귀환할 때 일화를 말한다. 카이사르의 인기를 두려워한 원로원 귀족들은 카이사르의 군대가 로마로 귀환할 때 로마 북동쪽에 있는 루비콘강을 무장해제하고 건너도록 요구했다. 무장한 채로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로 입성하는 것을 반역이라고 규정하면서. 카이사르가 이때 내린 의사결정을 '루비콘을 건넜다'는 의미로 저자가 해설해준다.

 


 

또 의사결정은 사려 깊고, 법적으로 타당하며,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사려 깊은 의사결정이란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의사결정을 말한다. 이는 교육과 훈련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 법적으로 타당한 의사결정이란 현실 세계의 법과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의사결정으로, 이는 법과 규칙에 명시된 바에 의해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윤리적인 의사결정은 그 기준이 매우 불분명하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윤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의나 공정성처럼 주관적이면서도 추상적인 개념이다.

나는 정의롭게 행동한다고 하지만 남이 보기에는 정의롭지 않고, '공정'과 윤리성도 같다는 주장이다. 더 쉽게 표현해 요즘 말로 '내로남불'이라고 설명해준다. 이처럼 비윤리적 행위에 무감각하고 부지불식간에 비윤리적 판단이나 행동에 동참하는 이유는 인간의 인지 편향*과 관련이 있다. 인간의 인지 편향은 자신도 모르게 윤리적 의사결정을 희석하고, 시들게 하고, 왜곡한다. 즉 사람들은 종종 자신들이 비윤리적으로 행동한다고 인식하지 못한 채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 인지 편향: 인간 두뇌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고의성이 없는 판단 착오를 말한다.

이에 반해 어떤 동기적 요인에 의해 고의로 일으키는 판단 착오는 '동기적 판단 착오'라고 한다. 저자 주) 마지막으로 '윤리적 행동'은 '비윤리적 행동'을 설명하면서 가장 가까운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관찰되는 많은 비윤리적 행동은 의식적으로 또는 고의적으로 행해지는 경우보다는 인간의 인지 편향에 의해 부지불식간에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이를 위해 저자는 나이키의 기업 윤리강령을 표로 정리해 보여준다.) 이렇게 우리의 윤리교육은 '비윤리적 행동의 의식적 금지'에만 국한되어 왔다고 말한다. 설교조의 가르침은 별 효과가 없으며 "너나 잘하세요"라는 반응만 불러일으킬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2장 「왜 원칙은 쉽게 흔들리는가: 제한된 윤리성의 18가지 원인」와 3장 「원칙이 바로 서는 좋은 의사결정의 기술 9」은 본론과 결론에 해당된다. 18가지를 독자가 단어만 간추려 여기에 적는다. 어구만 봐도 저자가 무슨 지적을 할 수 있는 항목도 있고, 도저히 어구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모두 자세하게 여기에 적을 수 없기 때문에 제목 형태로 나열한다. 먼저 '자기 기여의 과대평가'와 '위비곤 호수 효과', '연고주의의 유혹' 등 3가지를 내놓는다. 이 가운데 "우리 애는 안 그래요.", "우리 강아지는 안 물어요." 등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신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미국 라디오 버라이어티 쇼에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내세운 가상의 마을이 유행되면서 상징적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이는 한 설문조사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1,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유명 인사 중 천국에 갈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을 묻는 질문에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사람이 마더 테레사로 79%, 다음이 오프라 윈프리가 66%, 마이클 조던 60%,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 60%, 당시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은 52%를 얻었다. 다음 설문에 "당신은 천국에 갈 수 있을까?"란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은 87%였다고 한다. 자신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신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지역연고는 지역갈등이 극심했지만 이젠 조금 가라앉았나 싶은데 이번엔 진영논리로 편이 갈라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과 함께 최근의 진영논리까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연고주의'에 대한 지적이다.

미국 사회라고 예외가 없다. 유색인종보다 백인에게 은행 대출이 수월한 경향이 있다는 말을 전한다. 이유는 은행 대출을 맡는 직원이 백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니 이래저래 사회 문제로 비화될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 뿌리 박힌 차별화, 자기 우월, 무비판적 맹신, 합리적인고 깊은 사유 없는 판단 등 18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이어 이와 같은 부조리 현상을 대처하는 좋은 의사결정의 기술 9가지가 3장에 나온다.

 


 

각종 연구 내용과 결과, 대안을 차례로 언급한 저자는 책의 뒷 부분에 "참으로 아는 사람은 말이 없는 법이다"는 성철 스님의 말로 「에필로그」를 대신하고 있다. "인간이 부지불식간에 저지를 수 있는 비윤리적 판단이나 행동이 어떠한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교정할 수 있는 처방전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이 책을 펴냈다"며 "자기 기여의 과대평가부터 도덕 면허에 이르기까지 열여덟 가지로 언급한 제한된 윤리성의 원인은 우리가 사회에서 목격하거나 경험해온 것임을 독자들이 잘 알게 돼 각각의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제한된 윤리성의 크기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처방전을 일부러라도 실천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더 윤리적인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부록」으로 '후회 없는 의사결정을 위한 잠언 101'을 실었다.

 

저자 : 민재형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이며, 의사결정 전문가. 서강대학교 경영대학과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의사결정론, 경영과학, 애널리틱스(ANALYTICS)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의사결정학(DECISION SCIENCES)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서강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래 경영대학장과 경영전문대학원장, (사)한국경영과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현재까지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좀 더 스마트한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자 전략적 의사결정, 과학적 경영, 비즈니스 애널리틱스(BUSINESS ANALYTICS) 등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쉬운 언어로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생각을 경영하라》(세종도서 선정)를 비롯한 《스마트 경영과학》 《몬테칼로 시뮬레이션: 불확실한 미래의 비즈니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통계학의 이해》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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