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괜찮은 파랑 - 여전히 깊고 푸른 우리들을 위하여
진초록 지음 / 뜻밖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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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팔레트에 담긴 아름다운 사람과 기억, 그리고 치유의 색들. “아름다운 것들은 색과 함께 온다” 당신을 안아주었던 시간과 시절의 색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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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괜찮은 파랑 - 여전히 깊고 푸른 우리들을 위하여
진초록 지음 / 뜻밖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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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였다. 아마 대부분 그런 질문을 받으면서 각자 자신의 꿈을 키웠을 게다. 독자도 마찬가지로 어렸을 적 꿈은 그림책에서 봤던 비행기 조종사(파일럿)이었다. 비록 나중에 바뀌었지만···. 그리고 많이 받은 질문은 "넌 무슨 색을 좋아해?"였다. 독자는 늘 '노랑'이었다. 병아리색이라고도 했다. 병아리를 사다가 기른 적도 있다. 며칠 살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바람에 더 이상 병아리를 키우진 않았지만 좋아하는 색은 여전히 노란색이었다.

이 책 『그대로 괜찮은 파랑』의 저자 진초록은 필명처럼 파란색을 좋아하나 보다. 사실 파란색과 푸른색은 조금 다르다. 파란색은 바다나 하늘색을 말하는 것이고, 푸른색은 나무잎처럼 푸르름, 녹색을 이른다. 녹색은 어렸을 적 기억으로는 파란색과 노란색을 덧칠해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혼동해서 쓰기도 한다. 외국에서도 그런지, 독자는 외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배운 영어나 외국어로는 다른 단어이다. 저자는 연한 담청 혹은 얼어붙은 겨울 강의 얼음 빛깔을 닮은 하늘 색깔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다. 이유는 문학적 은유이겠지만 셀렘과 기다림의 시작처럼 느껴져서이란다.

 


 

저자는 이 책에서 보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늘색, 한 가지 색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연한 담청의 하늘은 오래 바라볼 수 있고, 오래 본다는 것은 오래도록 그것에 대해 생각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서 좋아한다. 또 지인이 선물로 준 보라색 장미꽃차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본다. 파리에서 온 그 꽃차의 원산지는 이란이다. 저자는 시공간을 넘어 낯선 땅의 보라색 장미 정원을 맨발로 걷는 상상 속에서 헤맨다.

소녀 시절,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발레를 포기한 동생은, 우연히 보러 간 발레 공연장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연분홍 토슈즈를 보며 작가는 꿈 하나를 잃어버린 동생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 꿈은 이루지 못했더라도 그것이 오늘의 너를 만들었노라고, 언젠가는 웃으며 그런 얘기를 나누고 싶다. 먼 도시에 취업이 되어 부모님 곁을 떠나는 날, 엄마는 아끼는 라벤더색 샤워 가운을 선뜻 작가에게 내준다. 그 무엇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허기를 감당할 때마다 작가는 엄마의 샤워 가운을 입는다. 세상에서 자신에게 가장 따뜻하고 편안한 사람, 그런 사람의 색을 붙들고 작가는 험난한 세상을 살아간다.

 


 

저자도 그렇지만 우리도 살면서 좋아하는 색깔은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좋은 인연으로 대체로 그 색을 좋아하게 된다. 그래서 좋아하는 색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하긴 고유의 색을 가진 세상 모든 것들이 인간이 의미를 부여해서 구별하는 것이다.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고유의 색깔을 가진 모든 것들이 태양의 빛을 받아 자신의 색을 내는 것이니까. 그러나 누구나 유독 싫어하는 색도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게 보통이다. 싫어하는 이유 또한 그 색을 대하는 인간에 의해 창조된다. 대체적으로는 우리의 감정 중 공포, 불안, 위협을 느끼게 하는 이미지의 색이다. 죽음의 메타포 검정, 음울한 콘크리트 도시의 상징 회색 등이 그렇다. 개인적 경험에 의한 것일 테지만 세상 사람의 눈에는 그런 색으로 인지되는 이유가 누군가 그 색에 부정적 감정을 투영시킨 것에 공감을 가졌기 때문일 터다. 그게 다른 곳에서 반복되며 색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투영된다.

 

초록은 여러모로 생의 감각을 닮은 색이다. 구급차의 초록, 비상탈출구의 초록색 안내등, 세상 모든 결실의 시작인 새싹 한 포기부터 인간의 죽어가는 마음을 살리고 우울을 다독이는 드넓고 푸른 초원까지 전부 그렇다. 이 세상에 색을 하나만 남기고 모두 잃어야 한다면, 그런데 내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아마도 선택은 초록이겠다.(p.276)

 


 

저자의 색에 대한 관심은 다양하다.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보았던 짙은 주황빛 노을을 잊지 못한다. 그리움이 짙어 다시 그 언덕에 서는 날, 저자는 "그간 네게 많은 빚을 졌다고, 그래서 다행히 기운차게 살았다"고 말해주려 한다. 또 작가는 고양이를 기른다. 둥글고 하얀 고양이의 발이 마룻바닥에 닿을 때 나는 소리를 특히 좋아한다. 언제부터인가 거실부터 부엌, 부엌부터 현관까지 고양이와 걸으며 작가는 자신이 고양이의 우주에 초대받았다고 깨닫는다. 그 시간은 새벽 기도 같기도 일요일 아침 미사 같기도 하다.

작가에게 장면 속의 색을 읽어내는 일, 언어 속의 색을 읽어내는 일은 너무나 충만하고 아름다워 발을 동동 구르게 되는 행복한 취미다. 작가는 자신의 즐거움만큼이나 독자들의 즐거운 순간을 궁금해한다. 들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들으러 가겠다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함께 나누기에 가장 아름다운 무엇일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생각한다.

 


 

책에 따르면 열 살 무렵 막연하게 죽음이라는 추상의 개념을 인식하게 된 저자는 밤마다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울었다. 그러다 어느 날, 늘 제자리에서 자신을 비추어주는 환한 달을 보며 더는 무섭지 않게 되었다. 달빛 아래에서 작가는 달과 신호를 주고받는 기분으로 이젠 괜찮다고, 덜 힘들고 무섭지 않다고 느낀다. 작가는 처음 두 발 자전거를 타게 되었을 때 용기를 배웠다. 무서워서 제대로 흐름과 균형을 타지 못한 게 패인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는 순간 그것을 돌파할 줄도 알게 되었다.

빛나는 형광색 사물을 보면 바퀴에 형광색 구슬을 줄줄이 매단 어린 날의 자전거가 떠오른다. 그 색처럼 빛나는 무언가가 되어야 할 것 같고 더 씩씩해져야 할 것 같다. 한번은 떨어지지 않는 열을 안고 병원에서 받은 약 봉투를 챙겨 더운 나라로 여행을 갔다. 도망치듯 잔인한 도시를 떠나자 열은 씻은 듯 내렸다. 그곳에서 한밤중에 쪽배를 타고 청량한 금빛을 내뿜는 반딧불이를 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아주 작은 빛을 보았다. 다시 돌아온 도시에서 일상의 고통은 그대로였지만 작가는 세상 어딘가에서 반딧불이가 반짝이고 고요와 적막이 흐르는, 그런 질서가 있다는 것만으로 숨 쉴 틈을 얻는다.

 


 

이렇듯 색은 저마다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사람마다 사는 게 다르고, 주위 환경도 다르고, 고유 풍습이나 문화도 다르다. 당연히 좋아하는 색깔도 다양하고 세상의 모든 색깔은 세상의 모든 물건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선다. 어떤 색이 좋고, 어떤 색을 싫어하는 것은 온전히 그 색깔을 보는 사람의 경험이나 인연에 따른다. 독자는 어렸을 적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면서 덧칠을 좋아했다. 색을 혼합해 어떤 색이 나오는지 알기 위해서였지만, 나만의 색깔, 한 번도 보지 못한 색깔이 나오는 게 신기해서였다. 그러나 그런 혼합색이 많이 사용되는 경우 선생님의 칭찬은 없었다. 그림은 꽤 잘 그린다고 칭찬을 받았는데 혼합색을 많이 사용하면 이상하게(?) 칭찬이 거의 없었다. 선생님은 이유를 설명해 주시지 않아 그냥 독자 스스로 잘못 그렸나 하고 다시 그 색을 안 쓰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수십 년이 지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기억을 문득 "혹시 색깔이 특이해서 선생님이 공감을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꼭 전하고 싶은 말을 쓴다. "우리의 삶에서 누군가 빛을 거두어 가더라도 그 빛이 정말 사라지는 건 아니라, 여전히 모든 것은 푸르고 빛나고 더 짙어진 채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눈을 들어 사위를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고. 그러리라는 것을 믿고 우리 영영 푸른 하늘처럼, 붉은 노을처럼, 한여름의 초목처럼 살아가자고요."(p.298)

 


 

저자 : 진초록

 

로스쿨에 다니며 글을 쓴다. 대학에서는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잡지를 펴낸 적이 있고 방송국에서 비정규직으로 짧게 일했다. 서울 생활이 답답해 못 견딜 때쯤 훌쩍 바닷가로 이주했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 아버지는 진초록에게 공주가 아니라 여왕이 되기를 꿈꾸라고 가르쳤다. 그런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으며 자랐지만 성인이 되어 홀로 세상에 나왔을 때 비로소 알았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굴레가 얼마나 잔인하고 버거운지를. 『우리는 살아남는 중이다』는 우리의 일상에서 여성혐오가 얼마나 여전히 생생히 살아 숨 쉬는지, 가부장제가 또 얼마나 완고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기록했다. 함께 험지를 헤쳐 나가는 모든 여성을 위해 썼다.

방송물은 한 모금. 여행자처럼 헤매었고 먼바다와 무등의 도시를 건너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그 모든 모험을 함께한 고양이와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내 삶의 팔레트를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는 영영 생각하기를 멈출 수 없었다. 내 생을 스치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기억과 추억에 대해서. 그것들에 물든 온갖 색체들에 대해서. 그로부터 얻어진 마음들에 대해서. 『그대로 괜찮은 파랑』은 어느 푸르고 쨍한 밤, 사람은 색에서 위로를 얻고 색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힘을 가졌다는 걸 느꼈던 그 밤 이후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하나씩 되짚어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써나간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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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는 죄가 없다 - 우리가 오해한 신화 속 여성들을 다시 만나는 순간
나탈리 헤인즈 지음, 이현숙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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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예전에 읽고 알고 있는 '판도라(Pandora)'는 이 책 『판도라는 죄가 없다』에 나오는 판도라와 같은 인물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완전히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었고(극히 일부 발췌본)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초의 여성이다. 제우스가 프로메테우스로부터 불을 얻은 인간을 벌하기 위해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진흙을 빚어서 만들게 한 여성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판도라가 온갖 불행을 가두어 둔 상자를 호기심에 못 이겨 여는 바람에 인류의 모든 불행이 시작되었다고 책을 통해 알고 있다. 이쯤 되면 생각 나는 여인이 한 명 더 있다. 성경 속 에덴동산의 '이브'이다. 이브 역시 선악과를 따 먹지 말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우리 인간은 그 벌을 대신해 '일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독자는 어렸을 때 그리스·로마 신화를 수많은 버전으로 여러 번 읽었다. 그러나 발췌본(그때는 발췌본인지도 모르고 읽었다)이고 발음도 달라 아직도 신과 영웅, 여신과 왕비 등의 이름을 정확히 아는 것은 몇 안 된다. 그만큼 다양한 이름들이 등장하고 또 다양하게 해석돼 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 들어 배운 바로는 특히 그리스어가 로마의 라틴어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이 모든 이름들을 그래도 몇몇은 알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사실 로마의 실존 인물인 율리우스 캐사르도 영어로 처음 접했기 때문에 '줄리어스 시저'라고 알고 있었다. 로마는 그리스의 문화를 그대로 이어받아 계승 발전시킨 문명이다. 제국이 멸망하고 화려한 흔적은 많이 사라졌지만 유럽의 각국, 심지어는 미국까지도 로마의 문명이 지금까지 인류 문명의 모태로 삼고 있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판도라] 1896년경(위) 및 쥘 조제프 르페브르 [판도라] 1882. 출처 : 그리스로마신화 인물백과

 

그리스 문명의 위대함은 별도로 역사나 문학, 철학, 사상 등 각 분야별로 배웠지만 제대로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와는 먼 문명이었다. 중국의 문명을 받아들인 우리로서는 중국의 문화가 훨씬 가깝고 더 친근했다. 지금의 중국 문화는 옛날 중국 문화와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중국 문명도 서양에서 만든 공산주의 이론에 의해 다시 세워진 나라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러나 중국 문명이 어쨌든 우리는 지금 서양 문화와 더 가깝고 더 친근함을 느낀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의미에서 더욱 그렇다. 이 책의 서평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는 여기서 그친다. 다만 우리가 그리스 문화를 어떻게 읽을 것인지에 대해 저변의 생각을 말한 것일 뿐이니까.

『판도라는 죄가 없다』의 저자 나탈리 헤인에 따르면 우리가 읽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여성들은 사실 우리의 관심 밖이었다. 이는 어찌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다. 소포클레스의 희곡 〈오이디푸스 티라노스〉에서 이오카스테의 대사 분량은 10%도 되지 않고, 오이디푸스의 대사 분량은 다른 인물들보다 5배 이상 많다. 우리는 이오카스테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조차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오카스테의 남아 있는 이미지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왜일까? 저자는 고대의 그림 작가들은 나이가 많은 여성이 주인공인 그림을 그리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고대의 화가들은 대부분 10대나 20대의 여성을 그리는 것에 집중하고 그들을 그릴 때는 지치는 법이 없었다. 이오카스테와 같은 40대 이상의 여성들의 그림을 남기는 데에는 남은 열정이 없었다.

 


판도라 인물관계도. 출처 : 그리스로마신화 인물백과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 저자의 해석의 관점은 약간 다르지만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온 예술·철학·과학 분야에서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판도라와 아마존 등을 제외한 여덟 인물에 간단한 설명을 독자가 임의로 덧붙인다. 저자와 관점이 다른 『그리스·로마신화 인물백과』에 따른 것임을 미리 밝힌다.

이오카스테(Iocaste) 왕비

테바이의 왕 라이오스와 결혼하여 오이디푸스를 낳은 이오카스테는 아들이 아비를 죽이고 어미와 살을 섞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고 아들을 산 속에 버리게 한다. 성장한 오이디푸스는 아버지 라이오스를 알아보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그를 죽이고,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아들인 줄 모르고 그와 결혼한 이오카스테는 2남 2녀를 낳지만 뒤늦게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고 목을 매 목숨을 끊는다.

헬레네(Helene) 왕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절세의 미녀이다.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였지만 트로이 왕자 파리스의 유혹에 넘어가 함께 트로이로 도주하는 바람에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게 만든다. 트로이 전쟁이 그리스군의 승리로 끝난 뒤 다시 메넬라오스의 아내가 되어 함께 스파르타로 돌아왔다.

메두사(Medusa) 괴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녀 혹은 괴물로, 고르고네스 3자매 중 하나이다. 메두사의 얼굴은 너무나 무시무시해 사람들이 그 얼굴을 보기만 해도 돌로 변해버린다. 세 자매 중 유일하게 불사신이 아닌 메두사는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려 죽는다.

클리타임네스트라(Clytemnestra) 왕비

그리스 신화에서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의 왕비이다. 정부 아이기스토스와 함께 남편 아가멤논을 살해한 뒤,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찾아온 아들 오레스테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에우리디케(Eurydike) 인명이 2명 이상 존재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물의 님페이자 전설적인 리라의 명수 오르페우스의 아내이다. 뱀에 물려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오르페우스는 저승으로 내려간다. 그 밖에도 여러 명의 에우리디케가 있다.

파이드라(Phaedra) 왕비

영웅 테세우스의 후처이다. 전 부인의 소생 히폴리토스에 대한 사랑이 거절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메데이아(Medea, Medeia) 신화 속 인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녀이다. 아르고호 원정대를 이끌고 도착한 이아손에게 반해서 아버지인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를 배신하고 이아손이 황금양털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도와준 뒤 그와 결혼하였다. 하지만 나중에 이아손이 자신을 배신하고 코린토스 왕 크레온의 딸 글라우케와 결혼하려 하자 글라우케와 크레온을 독살하고 이아손과 사이에서 낳은 자신의 두 아들마저 제 손으로 죽여 이아손에게 복수하였다.

페넬로페(Penelope) 왕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는 남편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사이에 수많은 구혼자들로부터 결혼을 요구받으며 시달렸지만 끝까지 지조를 버리지 않고 남편을 기다렸다. 마침내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구혼자들을 모두 죽이고 페넬로페를 구해주었다.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인물 관계도와 사진 2장을 싣는다. 이 관계도 및 사진은 각 해당 자료 하단에 설명에서 밝힌다.

 


 

책의 제목은 '판도라'에 관한 것이지만 실제 10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판도라를 제목으로 선택한 것은 저자가 연구해온 여성 문제를 대표할 만한 인물로 적합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저자는 제 1장 「판도라」에서 "수 세기 동안 판도라의 이야기에서 강조된 부분은 인간의 타락에서 그녀가 혼자 도맡은 역할이다."고 말한다. 역사에 처음 등장하는 여성이기 때문에 인간 타락의 '주범'이라고 몰아세웠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브'보다 비교해도 지독하게 푸대접을 받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판도라는 호기심에서든, 혹은 악의로든 상자를 열지 않았다. 실제로 그 상자는 헤시오도스가 그리스어로 시(詩)를 쓰고 난 지 2,000년이 훨씬 지난 16세기에 이르러서야 등장한다고 말한다.

에라스뮈스가 헤시오도스의 운문 〈일과 날〉을 라틴어로 번역할 때까지는 그녀의 이야기에 상자는 없었다고 한다. 에라스뮈스는 '항아리'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피토스'를 옮길 만한 단어를 찾고 있었다. 고전학자이자 번역가인 M.L. 웨스트의 설명을 인용한다. 이에 따르면 헤시오도스가 쓴 말은 1m 정도 높이의 저장용 도자기 항아리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리스 항아리는 바닥 면은 좁고 너른 입구까지 벌어지는 구조다. 무엇보다도 안정적이지 않다. 고대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 어디든 좋으니 한 번 둘러보자. 고대 유물 항아리들의 수많은 균열과 수리된 상태를 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고대 항아리들의 부서지기 쉬운 본질적인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웨스트는 에라스뮈스가 판도라와 프쉬케(psyche, 그리스 신화에서 puxos(폭소스), 더 일반적으로는 pyxis(픽시스)로 발음되며, 지하세계를 탐험할 때 상자를 운반함)의 이야기를 혼동했다고 추측한다. 저자의 주장도 '혼동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저자는 에라스뮈스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기 전에 판도라가 예술적으로 재현된 모습을 살펴보는 것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비록 화가가 판도라를 악당으로 등장시키고, 그림의 이미지가 그 모습을 반영하더라도 그녀는 항아리와 함께 나타난다. 장 쿠쟁은 1550년 경 그녀를 판도라와 이브가 혼합된 〈에바 프리마 판도라〉로 그렸다. 그림 속에서 그녀는 다리 사이에 감긴 얇은 천을 제외하면 알몸인 상태로 누워 한 손은 항아리에, 다른 한 손은 인간의 두개골 위에 얹어 놓은 모습이다. 이후에도 그녀가 항아리와 함께 있는 모습을 화폭에 담은 그림들은 더 있다. 헨리 하워드의 1834년 그림 〈판도라의 꽃병 열기〉가 그 예다. 그러나 그녀의 가장 유명한 이미지는 그로부터 약 40년 후쯤 나타날 것이다.

그 무렵 에라스뮈스의 정정본은 집단예술의식에 내면화된 듯이 보인다. 저자는 이처럼 시공을 초월한 예술 공간을 넘나들고, 역사적 사실을 파고 들어 판도라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잘못된 것으로 주장한다. 판도라가 상자를 연 것도 아니고, 이후 예술가나 역사가, 혹은 그 이외 학자들도 도덕적으로 타락한 '판도라'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말이다. 이브의 서사 전개 과정에서 아담과 뱀이 많은 비난을 피해갔듯이 제우스, 헤르메스, 에피메테우스 역시 이후 거의 모든 판도라와 관련된 서사에서 책임을 면제 받았다고 기술한다. 저자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역사 문헌적으로도 설득력을 얻고 따라서 역사에서 모든 잘못된 일의 원인을 찾을 때면 항상 지침이 되는 원칙은 지나치리만치 '여자를 조심하라((cherchez Is femme)'였다고 강조한다.

 


 

이후 2~9장의 내용은 이처럼 저자의 집요한 연구와 여성들의 희생에 매몰된 이유 연구에 천착해 이 책에 적힌 나머지 9명의 인물들에 대한 여성 비하가 원인이고, 또 결과를 더욱 확실하게 못 박아 남성 중심의 남성 추축 사회에 기여해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뒷 부분에 논저처럼 별도의 〈결론〉을 마련한다. 책에 다르면 판도라의 항아리에 담긴 것들이 세상 밖으로 빠져 나올 때 우리는 이것을 자꾸 나쁜 쪽으로 생각하려 한다. 1장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고대 작가의 경우 항아리의 내용물이 항상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다. 신화의 일부 버전에서는 좋다. 그러나 그 버전은 선호하는 서사로 널리 퍼지지 못했다. 아마도 상황이 예전만큼 좋지 않다고 믿기가 더 쉽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종류의 쇠퇴론, 즉 상황은 항상 약간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믿고 싶은 유혹이 더크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가 항아리를 여는 것이 문제인가? 아니면 그냥 여자 자체가 문제인가? 판도라는 첫 번째 여성이다. 남성들의 희생양이 됐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은 이렇다. "판도라는 변화의 주체며, 제우스의 의지로 실현한 화신이다. 그녀는 순전히 악마가 아니다. 그녀의 놀라운 평판이 여러분을 믿게 할 것이다. 판도라는 이중적이다. kalon kakon, 아름답고 추악하며, 선이자 재앙(악)이다. 판도라가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것은 복잡한 특성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책에 있는 모든 여성에게 해당한다. 어떤 이들은 악당으로 그려지고(클리타임네스트, 메데이아), 어떤 이들은 희생자로 그려지고(에우리디케, 페넬로페), 또 어떤 이들은 문자 그대로 괴무처럼 그려진다(메두사). (중략) 우리는 더 이상 영웅과 악당의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믿는다면 진심으로 상황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지 않앗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질문이 생길 때 - 왜 우리는 여성을 중심에 놓는 그리스 신화를 다시 이야기해야 할까? - 그것은 항상 이상한 가정으로 가득 차 있다. 기본적인 믿음이 여성은 이야기의 주변에 있고, 항상 그래왔다는 것이다. 신화는 언제나 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여성은 작은 역할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장소에서 여러 저자에 의해 쓰인 신화에 ‘진짜’ 혹은 ‘진정한’ 버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굳어진 믿음 역시 포함된다.(p.357)

 

저자 : 나탈리 헤인즈(NATALIE HAYNES)

작가이자 방송인인 나탈리 헤인즈는 BBC 라디오 4 프로그램 〈나탈리 헤인즈 스탠드 업 포 더 클래식NATALIE HAYNES STANDS UP FOR THE CLASSICS〉의 시리즈 두 편을 직접 쓰고 진행했다. 2015년 고전을 더 많은 청중에게 전해준 공로로 고전학회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이오카스테의 아이들THE CHILDREN OF JOCASTA》, 올해의 스코틀랜드 범죄 도서 후보에 오른 《앰버 퓨리THE AMBER FURY》, 그리고 2020년 여성상2020 WOMEN'S PRIZE FOR FICTION 최종후보작인 《천 척의 배A THOUSAND SHIPS》가 있다.

 

역자 : 이현숙

호주 매쿼리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으로 인터내셔널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였으며 영어 잡지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했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루이스 헤이의 치유 수업: 나를 위로해주는 마법의 긍정 확언》, 《조금 멀리서 마음의 안부를 묻다》, 《스토리텔링 불변의 법칙》, 《디즈니 픽사 소울 아트북》, 《세계 문화 여행: 러시아》, 《노엘의 다이어리》, 《스타를 찾아서》, 《신데렐라 프로젝트》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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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의 기묘한 조선환담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괴담실록 지음 / 북스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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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쓰인 '전설의 고향' 같은 느낌의 책이다. 지금 시대에 쓰였다고 해서 현 시대의 괴담을 쓴 것은 아니지만 옛날, 특히 조선시대의 '환담(幻談)'을 말한다. 1970년대쯤 우리의 흑백 TV에서 무척 인기를 끌었다던 그 이야기들을 독자는 이 책에서 연상한다. 당시 굉장한 인기를 끌어 웬만한 분들은 다 기억하고 있던 드라마다. 지금도 중년 이상의 세대들은 무섭고, 괴기스런 이야기를 들으면 곧잘 "전설의 고향 같은 얘기네"라고 말한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굉장히 오랫동안 방영된 당시 최고 인기 드라마라는 것이다.

어쩌면 산업화 시대에 '안방 극장'이라고 TV 제조·판매 업체들이 선전하던 흑백 TV 시대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 이야기들은 얼마 전까지도 컬러로 다시 제작해 방영된 것을 본 적이 있다. 특히 여름밤이면 더위 식히기에 이른바 '귀신 이야기'처럼 좋은 것을 없을 터다. 이런 소재들을 21세기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차가 오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독자들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아무리 과학이 우리 삶의 전반을 파고들어 괴기스러운 이야기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런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뻔한 이야기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장르의 이야기다. 그것은 호러 영화의 인기를 보면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 책 『괴담실록』은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 저자 괴담실록(필명이고 제목과 같은 '괴담실록'이다)은 출전이 있는 경우 출전을 모두 뒤지고 확인해 이 책에 적용했다. 물론 출전이 없이 구술로 전해져 온 이야기들도 약간의 각색을 더했다고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밝히고 있다. 우리가 전해들은 괴담은 대부분 알고 있는 대로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고 있다. 즉 '착하게 살아야 복 받는다' '나쁜 짓을 하다 죽으면 지옥 간다'는 등의 속담처럼 사필귀정의 이야기가 많다. 뻔한 주제에다 조금은 황당하지만 굉장히 그럴 듯한 괴담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늘 흥미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이야기다.

비록 '괴담'이라고 표현을 하였지만, 대부분 옛 기록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전설이나 신화, 야사 등으로 재가공 되어 생생한 재미와 교훈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만큼 괴담은 시대의 반영이라고 할 만큼 우리의 생활을 투영하며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시대의 ‘희노애락’을 담은 사회 현상이자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의지일 수도 있다. 책의 제목 앞에 붙인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이란 말은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저자가 괴담실록인데 제목마저 괴담실록이라고 붙이기에는 적절치 않아서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의미는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확인할 몫이다.

 


 

사실 『괴담실록』은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의 괴담 모음집이자 현대판 '청구야담'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조선과 고려 등 옛 기록과 야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괴담, 기담, 전설 등을 ‘괴담실록 버전’으로 각색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는 것.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 인물들의 기이한 이야기부터 믿기 힘들만큼 두렵고 신비로운 괴수, 귀신, 운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호러물이나 시체들이 일어나 살아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옛 중국의 '강시'나 요즘 유행하는 서양의 '좀비'와 같은 존재들이 등장해 서늘함과 긴장감, 재미를 더해준다.

또한 이 책에는 역사 속에 남지 못한 패자와 권력 다툼에서 밀려난 이들, 그저 삶을 살아가던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와 함께 담아내고 있다.이 책은 영상이 익숙한 우리에게 글자로 전달되는 이야기의 재미와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책은 괴이하고 기묘한 이야기를 저자 나름의 유형별로 묶었다. 모두 4부로 정리한 것이다. 1부 「기이한 역사 속 비범한 인물들의 이야기」에서는 고려말 충신 정몽주와 관련된 이야기 등 조선의 역사에 등장하는 비범한 인물들과 얽힌 기이한 이야기를 모았다. 정몽주 외에 신립, 한명회 등이 등장해 꿈이나 기이한 현상, 죽음에 이르는 애통함 등이 섞여 이야기의 줄거리를 이룬다. 어쩌면 소문으로 난 이야기를 누군가가 만들어 전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내용이다.

 


 

2부는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기묘한 이야기」들이다. 귀신을 점호한다는 얘기, 길몽을 꿔서 오히려 목숨을 잃은 사람들, 목 잘린 과부, 용의 아내를 둔 아전 등의 이야기가 나와 말 그대로 믿을 수 없지만 안 믿기에는 너무나 그럴 듯해 못 들은 척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어 이야기도 있고, 한라산에 내린 핏빛 비(혈우, 血雨)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특히 '인어의 저주'는 조선 선조 때 이야기로 인어의 모습을 아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당시 김외천이라는 무관이 전라도 영광 땅에 군수로 부임해 일어났던 내용이다. 한 연못에서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들이 잡혀 어부들이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아전을 통해 들은 군수는 그 연못의 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로 잡고, 독초를 풀어 잡고, 마지막에 물고기를 모두 잡으라고 명령하자 어부들이 모두 나서 잡아 올렸는데 마지막 잡힌 물고기의 형상을 묘사해 놓았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고기의 생김새가 다른 것들과 달리 기이했다. 그것은 눈처럼 하얀 피부에 검은 머리털을 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벌거벗은 여자와도 같았다."(p.171) 이후 며칠간 폭우가 쏟아지고 불길한 느낌에 군수 김외천은 두문불출하다 결국 집에 틀어박혀 죽은 채로 발견된다. 비는 수십 일이 지난 뒤에야 멈추었고 아들은 그제야 아버지 김외천의 시신을 고향으로 옮기기 위해 관을 가지고 영남의 땅으로 향했다. 그런데 영광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천둥이 치더니 거센 비바람이 몰아쳐서 김외천의 식솔들은 갖은 고생 끝에 겨우 개령 땅에 이를 수 있었다. 그러나 관에 있던 아버지의 시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역시 인간의 무한한 욕심의 결과를 알려주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인어의 저주는 저자가 「외전」을 밝히고 외전에 적혀 있는 내용을 상세히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저자가 쓴 김외천의 이야기가 이미 조선시대 야담집 『어우야담(於于野譚)』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말한다. 조선 중기 김빙령이라는 현령이 인어를 보았다는 이야기다. 보통 인어라 하면 대부분 서양의 인어를 떠올리지만 인어에 대한 이야기는 예로부터 동아시아에서도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저자가 '인어의 저주'에 이어붙인 「외전」에 따르면 중국의 고서 『태평광기』에 바다 사람들은 인어의 모습이 사람과 흡사한 것을 보고 못에 가두어 기르고 더불어 교접하였다고 하며, 일본에는 619년 인어를 잡아 왕에게 바쳤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인어에 대한 묘사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기이하게도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앞서 소개한 이야기에도 나왔듯 인어에게서 얻는 기름이 매우 귀하다는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에도 진시황릉 안에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촛불이 있는데 그것이 인어의 기름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쓰여 있다. 우리나라의 기록에 등장하는 인어는 사람과 거의 유사한 것으로 묘사되는데 생김새가 비슷할 뿐더러 서로 소통도 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고 저자는 이 책에 썼다. 사마천의 『사기』 「진시황본기」의 일부분을 여기에 실었다. "궁궐과 여러 관리, 진기한 보물들을 매장하고 수은으로 여러 개울과 강 그리고 바다를 만들었으며 인어의 기름으로 초를 만들어서 영구히 꺼지지 않게 했다."(p.176)

 


 

이어 3부 「괴이하고 요사하며 그리고 신기한 조선의 귀신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에도 재미있는 얘기가 많다. '비오는 날의 외다리 귀신, 독각귀' '낮에 나타나는 귀신, 그슨새' '아들의 목숨을 건 귀신과의 도박' '악취를 사람을 죽이는 귀신, 취생' '머리를 깨서 죽이는 귀신, 두억사니' '조광조 입속으로 들어간 가뭄귀신' 등 독자는 듣도 보도 못한 귀신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4부 「예나 지금이나 무섭고 잔인한 인간의 욕심」에서는 역시 인간의 욕심은 종말을 죽음으로 갚는다는 교훈적이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가운데 '얼굴에 못 박혀 죽은 여종의 저주'는 꽤 긴 이야기로, 최씨 성을 가진 진사의 큰아들이 여종을 인간으로 성 노리개로 희롱하다가 여종을 죽음으로 몰아갔고, 결국 아들들이 차례로 죽은 뒤 멸문의 화를 당했다고 한다.

여종의 원혼으로 세 아들을 잃고 뒤늦게 굿을 하는 등 아버지가 죄를 뉘우친 후에야 손자만 목숨을 건졌고 더 이상의 미간의 혹이 나 죽는 병이 후손들에게 미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이 글의 마지막에 다가올 화를 알고 있었음에도 여종의 원한을 멈출 수는 없었다고 말한다. 다만 멸문한 이후 고을에 이 같은 병이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고 적어놓은 것으로 보아 뒤늦게라도 아들의 죄를 대신 뉘우쳐 원혼을 달래줌으로써 더 큰 화는 면한 것으로 써놓은 것으로 독자들이 교훈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이야기에는 「외전」의 내용을 덧붙이지 않고, 최 진사의 가까운 친척인 승지 최한익이 『금계필담(조선 고종 때 서유영이 집필한 야담집)』을 쓴 서유영에게 전한 것이라는 말을 적시하고 있다.

 


 

저자는 이 괴담집의 출간에 부쳐 이렇게 썼다. "흔히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들 한다. 권력을 쥔 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에 유리하게 기록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야사와 전설은 패자들의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권력 다툼에서 패하고 중심에서 밀려난 그럼에도 살아가야 했던 이들. 애초에 그 다툼에조차 속하지 못했던 평범한 민초들. 전설과 야사에는 그들의 염원과 절망의 이야기가 기이한 사건과 상징물에 투영되어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괴이하고 터무니없지만 어쩌면 그들의 진짜 이야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 : 괴담실록

 

동아시아 야사와 전설, 괴담을 들려주는 유튜브 채널이다. 괴담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와 과하지 않은 효과음, 묵직하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역사적 인물들이 겪은 기이한 이야기부터 괴이하고 기묘한 이야기를 모두 들려준다. 유튜브 괴담실록. 인스타그램 @goedamsilok. 페이스북 괴담실록.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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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지만 한국에서 홀자 공부하면서는 다소 접하기 힘든 이디엄을 최대한 담았다. 그리고 해당 레슨에서 가르치는 이디엄이 들어간 이런저런 상황별 대화문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문맥 안에서 자연스럽게 그 이디엄과 친숙해지도록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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