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의 탄생 - 내 옆자리의 악인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도키와 에이스케 지음, 일본콘텐츠전문번역팀 옮김 / 드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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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평소에 '악인'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선인'을 생각하기에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에게 악인은 그저 뉴스에나 나오는 몇몇 사람일 뿐이다는 생각일 뿐이다. 특히 뉴스의 크기가 큰 사람들부터 기억되는 게 일반적이다. 뉴스에 나오는 그들은 대부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다. 한 번 보고 "저런 X은 사형시켜 버려야 해." "어떻게 생겨 먹은 X이기에 저런 짓을?"라며 한동안 분노를 표시하지만 뉴스의 크기에 따라 빠르게 잊어간다. 범죄자들은 상식적으로 용인되지 못할 끔찍한 성격의 소유자(사이코패스)이거나 '돈'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그리고 그들은 죄를 뉘우치기보다는 더 적극적인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악인일수록 분노를 스스로 제어하기 힘든 사람들인 것처럼 보인다.

악인은 보통 악행을 일삼는 사람을 말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악인(惡人)을 '악한 사람'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간단한 풀이가 최선이라고 말할 만큼 악인과 선인(善人, 착한 사람)의 구별은 명확하다. 뜻풀이만큼 경계가 명확하지는 않은 것 같다.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악인과 선인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오랫동안 법에 규정해왔다. 그러나 이 사형제도는 폐지론자들의 주장에 떠밀려 없어질 운명이다. 사람을 죽인 자는 다시 공권력으로 그 사람을 죽인다는 게 인간에게 주어진 권리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즉 재판관은 신(神)이 아닌데도 사람을 합법적으로 죽이는 게 모순이라는 논리다. 일견 설득력을 가진다. 또 전쟁이 나면 적을 죽이는 게 악행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웅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악'에 대한 규정이 애매모호한데 악인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가?

 


 

선악을 구별하는 것은 종교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쓰인다. 성경이나 각종 종교의 경전에는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는 불교의 경우 동물을 죽이는 것도 악행으로 규정한다. 선과 악은 구별이 모호한데도 일부 종교에서는 엄격하게 구분하여 직접 벌을 주기도 하고, 죄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불문에 붙이기도 한다. 종교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이고 인간을 위한 것인데도 그렇다. 특히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종교에서는 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이단이라고 하여 한때 처형하기도 했다. 악마라는 말도 종교에서 비롯된 말이다. 악마는 악의 화신(化身)이다. 굳이 표현한다면 인간에게 악행을 저지를 것을 교사하는 역할을 맡은 신의 대리인이다.

이에 반대편에 있는 신의 대리인은 천사(天使)가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이 악과 선을 개인에게 국한하여 적용한다면 어떤 것이 선이고 어떤 것이 악일까? 두말 할 것도 없이 나를 괴롭히는, 내가 하려는 것을 방해하는, 또 나에게 소중한 것을 억지로 빼앗으려 하는 모든 사람은 악인이 된다. 악을 판단하는 사람이 달라지면 악인의 기준도 변해서 악인이 선인이 될 수 있고, 선인이 악인이 되기도 한다. 이 불합리한 선과 악의 애매모호함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인류는 태어나서부터 선과 악을 구별할 줄 안다. 물론 법처럼 자세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행위가 선한 행동인지, 악한 행동인지를 구별할 줄 안다. 인간만이 가진 '양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 『악인의 탄생』은 악인은 늘 있어 왔고, 우리 곁에 있는데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여태까지 끌려온 문제라고 주장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저자 도키와 에에스케는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일러스트를 이용해 친근하게 풀이한다.

 


 

저자에 따르면 당신을 괴롭히는 악인은 나쁘다. 그래서 그를 비난한다면, 아니 심지어는 처단한다면 문제는 해결될까? 그렇다면 당신 옆자리에 앉은 또 다른 악인은 어쩔 것인가. 이 책의 초점은 사례를 나열해 비방하거나 르포 형식으로 풀어내는 데 있지 않다. 또 감성에 호소하거나 선처를 구하지도 않는다. 악인의 피해자였으나 글로벌 기업가로 성장한 저자는 근거 자료를 토대로 담담하게 ‘악인’이 생겨나는 구조와 그 개선방법을 제언한다. ‘왕따 가해자’와 ‘학대 부모’, ‘사이코패스’는 그 본성부터 사악한가. ‘경찰’과 ‘엘리트’는 옳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가. ‘선거’는 조작되지 않는가. ‘기본소득(복지)’과 ‘봉사단체’, ‘국가 간의 협약’은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가. ‘다양성’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는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는 옳은 선택인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악인 탄생의 악순환을 끊어낼 혁신적인 실마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악인’이란 우리 삶과 밀접한 ‘왕따, 학교 폭력, 학대, 가정 폭력, 갑질, 세금체납’을 비롯해 넓게는 ‘빈곤, 인종 차별, 전쟁 범죄, 성차별, 감시국가’ 등을 행하는 주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바로 그 악인의 손에 자란 피해자로서, 경제적·인륜적 어려움을 딛고 사회 기업가로 성장한 인물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 본인이 겪은 일화를 중심으로 타인을 비방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저자의 초점은 감성을 자극하는 데 있지 않고, 사회 구성원인 ‘우리’가 수많은 사회문제로부터 더 이상 피해받지 않도록 악인이 발생하는 ‘원인’과 그 ‘구조’를 분석하는 데 있다.

 


 

이 책은 악인은 ‘태어날 때부터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분명 ‘악인 유전자’는 세대를 거쳐 유전되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이 ‘의사, 기업인’과 같은 직군에서 발견되듯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생리적 특징도 중요하지만, 경험에 의한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악인이 아니었음에도 악인에게 피해받아 악인이 된 피해자처럼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데 주목하고 있다.

논지는 곧 우리 개개인의 ‘이성이 가진 한계’와 악인들이 탄생하는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이성적인 성취를 대표하며, 사회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엘리트’조차 스스로 가진 한계, 즉 같은 사람이기에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을 토대로 악인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사회 구조 역시 많은 희생을 치르며 만들어졌음에도,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처럼 실패하거나 적당히 타협하며 악인이 발생하는 악순환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라도 모든 인간이 가진 이성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금보다 나은 사회 구조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또 오늘날에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 간의 조약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나, ‘비영리민간단체(NPO) 및 자원봉사단체’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또 혁신 기업이 나타나 ‘AI’ 등의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인간은 행복해지지 않고 오히려 불행해질 것으로 본다.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악순환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터넷’, ‘전파 시스템’ 그리고 ‘디자인 씽킹’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를 개선함으로써, 악인이 발생하지 않는 ‘전원 기본적 행복’에 다다를 수 있다고 밝힌다.

이 책의 근거는 저자 개인의 ‘주관적인 인식’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인 인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논문, 리서치, 연구, 도서 등을 통해 자료를 취합하고 이를 현실에 나타나는 다양한 악인과 교차 검증하면서 악인이 발생하는 원인을 심층적으로 통찰하고 있다. 이는 어떤 이념적인 목적이나 정치 체제를 옹호하기 위한 연구가 아닌, 인류애를 토대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감성의 영역과 이성의 영역이 적절히 조합된 만큼, 우리 사회가 더 많은 이들을 포용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고려할 만한 의견의 하나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이 책은 5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악인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2장 「악인이 만들어지는 구조가 존재한다」, 3장 「지난 300년간, 우리는 잘못된 방식으로 악인을 물리쳐 왔다」, 4장 「지금도 엘리트들은 무지함 속에서 계속 잘못을 저지른다」, 5장 「악인도 행복해지는 사회로 나아가자」이다. 각 장마다 10개의 소제목으로 각 1건씩 모두 50건의 악인 태어난 원인, 결과, 악인에 대한 재인식, 악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악인의 재규정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에 앞서 「프롤로그」를 통해 "지난 10년 동안 나는 '악인은 왜 악인이 되는가'에 대해 철저히 분석했다.

이는 독서와 검색, 조사에 그치지 않았다. 국제 조약이나 일본법에 대한 정책 제언을 하거나,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온라인 매체에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투자자로부터 10억 원 이상을 투자받아 저가형 스마트폰을 개발해 신흥국에 판매(소셜 비즈니스)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고 밝힌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저자가 도달한 결론은 "사회 구조가 악인을 만들어 낸다."라고 말한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듯 말이다. 악인도 악인이 된 이유가 있다. 유전이나 건강상태로 악인이 되는 경우도 있고, 낡은 가치관과 새로운 시대의 부조화로 악인이 되기도 한다. 또 왕따나 학대 등으로 인한 정신적인 문제나 타인의 명령에 의해 악인이 되는 등 악인도 피해자가 되는 이유 등을 열거한다. 이에 따라 악인의 발생에 악인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나 결함을 떠나 설득력을 갖는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도 아닌데 '악인도 피해자일 수 있다'는 주장에 묘한 공감이 간다. 물론 악을 행한 자가 이런 주장을 했다면 일고의 가치도 없었을 것이다. 범죄자의 자기 변명으로 들렸을 텐데, 실제 피해자였던 저자의 주장은 선뜻 동조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는 생각거리를 준다. 특히 사회적 구조 탓으로 돌리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혹시 자신의 것을 지키기에 급급해 우리는 악인의 범위를 너무 넓혀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저자 : 도키와 에이스케

 

1991년생.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하다가, 어머니와 생활하며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었다. 그 이후 자신과 같은 가정환경을 없애기 위해 2016년 회사를 설립하고 1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받아, 오래 쓸 수 있는 저가형 스마트폰을 개발해 판매했다. 주 고객층은 인도나 아프리카 등지의 빈곤층으로, 인도의 교육기관 NGO 단체와 함께 아동들에게 스마트폰을 지원함으로써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외에 1가구당 1대의 스마트폰만 있으면 농업지원, 원격 의료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 소셜 임팩트를 일으키는 한편, ‘전원 기본적 행복(UNIVERSAL BASIC HAPPINESS)’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연구 기관을 설립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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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아니라 몸이다 -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몸의 지식력
사이먼 로버츠 지음, 조은경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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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생각하기 전에 몸은 알고 있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인류학자가 직접 경험한 사례와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 몸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과 그 실용적 가치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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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아니라 몸이다 -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몸의 지식력
사이먼 로버츠 지음, 조은경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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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뇌가 아니라 몸이다』는 굉장히 긴 「서문」을 갖고 있다. 무려 20페이지가 넘는 서문을 통해 저자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표제어로 쓰인 '뇌가 아니라 몸이다'는, 약간은 애매한 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몸의 움직임, 감정의 표현 등 모든 행위의 주체가 뇌가 인지해 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뇌가 중요한 기능을 하는 건 맞지만 꼭 뇌가 인지하고 뇌의 지시에 따라 우리 몸이 움직이는 걸까?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긴 서문을 쓰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운전'을 예로 든다. 운전자는 길의 환경 및 사람의 움직임, 그 움직임에 대한 예측, 뇌에서 시키지 않아도 모든 감각 기관에서 순간적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판단해 스스로 몸이 반응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은 거의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동승자가 있는 경우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눈이 오거나 빙판길인 경우라도 당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익숙하지 않는 도로나 새로운 교통 상황에 맞닥뜨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꼭 내 차가 아니더라도 익숙하지 않는 도로를 얼마든지 수월하게 운전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인간인 운전자는 이렇게 물 흐르듯 유려하고 직관적이며 상황에 맞춰 즉각적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요즘 한참 개발 중이고 시험운행도 마친 자율주행의 경우 인간과 달리 모든 상황의 알고리즘을 입력시키지 않은 상태에서는 돌발상황에 인간만큼의 대처 능력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은 어떻게 학습하고, 우리는 왜 그것을 믿어야 할까? 누군가에게 그들의 지능을 책임지는 몸의 부분을 가리켜달라고 부탁하면 그들은 그들의 머리를 가리킬 가능성이 높다. 이 가정은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라틴어)'에서부터 컴퓨터 시대에 이르기까지 수세기 동안 생각이라는 개념에 대해 들은 것들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 모두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길 데 없는 힘에 관한 공통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손가락을 내밀고 손으로 정확하게 타이핑하기 위해서 핀 번호를 기억하려고 애쓰거나, 정확한 음표를 기억하는데 집중하지 않고 피아노를 치거나, 큰 결정의 압박을 받을 때 직감적인 느낌 등을 예로 들며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이 모든 예는 우리의 지식 습득에서 신체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고 독특한 인간의 지성으로 보기 위해 뇌와 몸이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탐구할 때라는 것을 증명한다. 우리 몸은 절대 자전거 타는 법을 잊을 수 없지 않은가? 이 독특한 신간에서 사회 기업 인류학자인 사이먼 로버츠는 우리 몸이 어떻게 학습하는지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살펴보고, 왜 우리 몸이 학습한 지식을 더 자주 들어야 하는지를 상기시킨다.

 


 

저자는 이어 매우 광범위한 첨단 과학, 실생활의 예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로버츠는 인간이 매일 수행하는 가장 단순한 업무의 복잡성을 탐구하고 계속해서 어떻게 하면 일을 하는 과정에 대한 더 큰 인식을 가지고, 우리의 모든 잠재력과 삶의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의 제안은 빅데이터, 냉철한 합리주의, 환원주의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구체화된 지식이 우리의 참여와 주변 세계와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듯이, 저자는 지능이 우리의 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하나의 실제적인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세계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는 자원으로서의 육체의 역할에 더 많은 점수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성적인 분리가 아니라 학습의 참여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근대 서양철학의 문을 연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이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 표현은 사고가 우리와 동물을 구별하는 결정적 특징이 된다. 데카르트는 인간을 구성하는 본질로 정신과 몸을 구분했다. 이러한 정신-몸 이원론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뇌를 신성시하고 지능의 핵심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이 일반화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심리학자와 첨단 과학자들은 이전의 기계론적 접근에서 벗어나 체화된 지식 이론, 즉 몸의 학습 능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지식 습득에서 몸이 어떤 역할을 하고 지능은 뇌뿐 아니라 몸에도 있다는 것을 다채로운 사례로 실증한다. 데이터가 전부이고 인공지능이 미래라고 믿는 시대에 뇌에 중점을 둔 지식의 한계를 짚어보고, 불확실한 세상과 소통하면서 더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내리는 데 ‘체화된 지식’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여러 관점에서 조명한다. 저자가 데카르트를 말하고 있는 것은 데카르트의 주장이나 학설이 틀렸다는 것보다는 우리의 인지 판단 능력이 뇌의 일방적 기능이라는 보는 것은 일부만 맞다는 주장을 펴기 위한 것으로 독자는 이 책을 해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데카르트가 남긴 유산 중 또 다른 면은 뇌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활동을 지식의 습득이라고 여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능을 인지적 관점으로 보도록 유도했다. 다시 말해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데이터를 모아서 처리·계산하고 분석하는 작업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지능이 일련의 정신적 표현(명제, 이미지, 사실 또는 수학 기호)과 그런 것들을 작동시키는 일련의 합리적 과정에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견해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지식에 관한 이후의 이론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정신의 인지적 처리 과정을 기계적으로 재생하려는 시도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기계가 마들어지면서 인간의 지능이 무엇에 기반을 두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증폭되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몸인가, 정신인가〉, 2부 〈몸의 학습법〉, 3부 〈몸의 지식력 활용〉으로 나뉘어 있다. 이 모든 구성은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학습에서 몸의 역할'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Power of Not Thingking』이다. '생각하지 않아서 얻는 힘'이라고 역자 조은경은 해석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갖고 있는 학습에 대한 뇌의 능력에만 바탕을 두고 연구하고 이론을 발전시켜 왔다. 인간은 뇌는 물론 몸을 이용해 학습을 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치중해 왔다.

저자는 그러나 이는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미친 영향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몸은 뇌와 동등하게 지식 습득에도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명제를 확인시키고자 한다. 역자도 「옮긴이의 말」을 통해 이 책을 번역하며 느낀 점 3가지를 조심스레 꺼내놓는다. 첫째, 몸을 이용해 지식 습득하기는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기계가 따라하기는 극도로 힘들다. 둘째, 몸으로 하는 공감이 글로 읽거나 화면으로 하는 공감보다 훨씬 더 힘이 세다. 21세기는 그런 공감의 힘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 셋째, 인간이 가진 능력을 두고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과 굳이 경쟁할 필요가 없다. AI의 엄청난 발전에 놀라고 충격을 받았지만, 여전히 기계는 따라하기 힘든, 인간만이 의식하지 않고 해낼 수 있는 영역이 많으니 그런 활동을 즐기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 1부는 정신과 몸에 대한 개념을 소개한다. 저자는 어떻게 정신이 지능과 지식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시도가 펼쳐진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으로 시작해 뇌를 중시하게 된 연원을 알아보고 첨단 기술과 빅데이터의 세상에서 세상을 경험하는 데 수치 이상의 것이 필수적임을 설명한다. 2부에서는 몸으로 익힌 '체화된' 지식을 발전시키고 즐기는 방법을 알아본다. 체화된 지식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시도한다. 저자는 5개 항목을 직접 설명을 달아 한 챕터씩 주석을 달고 설명해 나간다. 각 항목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① 관찰 : 우리는 몰입과 모방을 통해 지식을 얻는다. ② 연습 : 몸은 반복된 행위를 통해 기술을 습득한다. ③ 즉흥성 : 체화된 지식은 실용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이용해 익숙하지 못한 것을 다룰 수 있게 된다. ④ 공감 : 몸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의도, 감정, 느낌 등을 이해한다. ⑤ 보유 : 우리 몸은 지식을 보유하고 다시 불러낼 수 있다.

역자의 설명에 따르면 체화된 지식을 얻으려면 먼저 '관찰'을 통해 배우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연습'을 통해 몸이 지시과 기술을 습득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인간은 체화된 지식을 통해 낯선 것에 반응하는데, 이때 '즉흥성'이 힘을 발한다. 또한 타인의 의도와 감정을 이해하는 데 몸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해서 얻은 체화된 지식을 '보유'함으로써 우리 몸이 경험한 것을 기억하는 방식을 알아본다. 3부는 앞선 방법으로 습득하고 보유한 체화된 지식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비즈니스, 정책 입안, 정치 분야에서 체화 작업이 활용되는 사례, 예술과 창의성 및 디자인 분야에 적용된 체화된 지식을 소개하는데 매우 흥미롭다.

 


 

저자가 이 책을 끝내면서 남긴 마지막 단락의 문장은 독자의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다. "기계와 인공지능이 세상을 영원히 바꿀 것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인간의 체화 능력이 우리의 지능을 복제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데 위안을 얻어야 한다. 몸을 무시하기보다는 기뻐하고 축하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초능력이니 마음껏 즐기고 기뻐하자."(p.294)

 

저자 : 사이먼 로버츠(SIMON ROBERTS)

선도적인 비즈니스 인류학자. 영국 런던을 거점으로 삼은 스트라이프 파트너스(STRIPE PARTNERS)를 통해 인텔,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구글을 포함한 포춘 500대 기업에 비즈니스 자문을 한다. 〈파이낸셜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BBC 라디오 4를 통해 자신의 다양한 활동이 소개되었다. 현재 아내, 그리고 세 자녀와 함께 이스트서섹스에서 살고 있다.

 

역자 : 조은경

성균관대학교 번역/TESOL 대학원 번역학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문, 철학, 문학, 예술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 관심이 지대하며 언제나 책과 함께하는 삶의 즐거움을 느끼며 산다. 좋은 책을 발굴, 기획하는 일 역시 관심을 집중하는 일 중 하나다. 정기적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해 관심 분야의 책을 읽고 토론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경이의 땅」, 「생명전쟁」, 「뜨는 도시 지는 국가」, 「위스키의 지구사」, 「신의 죽음 그리고 문화」, 「엄마는 누가 돌보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 「당신 개는 살쪘어요!」, 「빅니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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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서지 않는 마음 - 26명의 대표 철학자에게 배우는 삶을 지탱하는 태도
이준형 지음 / 빅피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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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나와 세상을 온전히 들여다보기 위해 26명의 철학자들이 제시하는 삶에 대한 26개의 키워드들을 하나씩하나씩 사색하고 고민한다. 저자는 흔들릴 때마다 철학자들이 삶을 지탱하는 방법을 그의 철학으로 삼았다고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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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서지 않는 마음 - 26명의 대표 철학자에게 배우는 삶을 지탱하는 태도
이준형 지음 / 빅피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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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미움받을 용기』란 책이 서점가를 휩쓴 적이 있다. 독자는 나중에 읽었지만 이 책은 알프레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대해 일본의 철학자와 작가 두 분의 대화로 엮어 설명했다. 아들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살지 않기 위해서는 '미움'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제안했다. 일본의 두 분은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들러의 이론을 빌려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 대화 내용을 책에 그대로 담은 것이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없는 게 인간이다.

이런 현실에서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기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누구에겐가 휘둘려 살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진리 앞에서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들의 시기 질투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어쩌면 살면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루기 어려운 바람, 과한 욕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주 상황에 따라 선택을 망설이고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추스른 마음이 무너지곤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 『물러서지 않는 마음』은 여기에 대한 해답을 담고 있다. 세상에서 지치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나를 단단히 잡아주는 26명의 철학자들의 말을 저자 이준형이 설명하고 주석을 단 것이다.

 


 

저자는 물론 그 철학자들이라고 해서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실수하고 후회하고 아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 생애를 바쳐 삶의 질문과 답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꼭 필요한 순간 ‘물러서지 않는 마음’을 가지려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지금 이 순간 그들의 철학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고, 저자가 바로 그들의 철학을 자신의 일상 가까이 곁에 두고 수시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자로서도 '나의 삶'을 살아가는 해법이라고 생각해 이 책을 읽는다.

흔히 철학은 삶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기계발서나 심리에세이가 주지 못하는, 근본적인 깨달음은 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거센 바람 앞에서도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디딜 수 있게, 물러서지 않게 해주는 힘은 ‘스스로 자신과 세상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을 때’ 생기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은 단순히 삶의 어려운 질문들에 대해 하나의 정답표를 제시해주지 않는다. 그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자신만의 답을 찾는 법을 알려준다. 그래서 뿌리 깊은 튼튼한 기둥이 내 안에 생기게 한다. 그 어떤 다정한 말들보다도 말이다. 이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대표 철학자 26인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26개의 키워드들에 대해 각각 어떤 조언을 했는지 26개의 핵심 문장을 통해 보여준다. 즉 하나의 철학자, 하나의 키워드, 하나의 문장을 특징으로 하는 한 개의 꼭지를 읽으면 그 철학자의 대략적인 생애와 사상의 핵심, 오늘날 유의미한 메시지들을 한번에 살펴볼 수 있다. 그동안 이름은 알아도 정확히는 모를 정도로 쉽게 휘발되던 철학 지식이 머릿속에 제대로 기억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이 같은 구성으로 돼 있어서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오늘 하루의 고민이 무엇인지에 따라 궁금한 주제부터 찾아 읽어도 무방하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지난 몇 년간 배운 일의 대부분은 '물러서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나오고, 여러 의미로 독립을 하게 되고, 말로 설명하기도 버거운 여러 문제를 겪는 동안 늘 고민해야 했던 건 '어떻게 잘 물러설 수 있는가' 하는 것 뿐이었다고 토로한다. 물러섬의 주제는 '실패한 프로젝트에서 빠지는 법, 날 세우는 상대와의 다툼을 피하는 법, 누군가의 욕'망'을 인정하고 그 욕망과 충돌하는 내 욕'심'을 순순히 접는 법 등이라고 한다. 그러나 뒤늦게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라는 점을 알아챘다.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문제를 마음대로 규정하고 그 답까지 알려줄 사람들이 주변에 널리고 또 널렸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란 점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타협하는’ 마음으로 잘 살다가도 울컥울컥 다른 감정, 다른 마음이 밀려온다는 데 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욕심,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선택할 용기, 모두가 아니라고 말해도 고집스럽게 밀고 나아가려는 열의 같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다시 주장한다. 그 마음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말하자면, 자신의 인생에서 그런 마음을 지켜낸 사람들의 삶과 사상을 만나기 위해 쓰인 책이다.

우리는 흔히 그들을 ‘철학자’라고 부른다. 사실 철학자라는, 꽤 거창해 보이는 단어의 이면에는 불완전한 인간이 있다. 이들 역시 인생을 사는 동안 우리와 똑같이 실수하고, 불안해하며, 후회하고, 아파했다. 다만 꼭 필요한 순간, 그들은 우리와 달리 용기를 발휘하여 물러서지 않았을 뿐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꼭 필요한 순간, 그들은 우리와 달리 용기를 발휘하여 물러서지 않았다는 것. 물론 그들 역시 그 용기를 매번 발휘하지는 못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대단한 철학자들조차 매번 훌륭하지 못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당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거나 평생 남과 다른 선택을 하기에 충분한 용기를 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위기가 찾아온 순간 전보다 조금은 더 넓은 시야와 냉정한 자세로 그 문제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읽는 충분한 이유와 근거를 마련해주는 이야기다.

 


 

독자는 저자의 주장을 간단한 문장으로 정리할 정도로 철학이나 문해력의 능력이 없다. 때문에 1장 네 번째 에피쿠로스에 대한 설명 부분을 하나의 예로 든다. 저자는 에피쿠로스가 '쾌락'을 추구한 철학자라고 잘못 알고 있는 독자에게 준엄한 비판을 가한다. 저자는 핵심어를 '쾌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독자와는 완전히 다른 해석이다. 에피쿠로스의 말 한마디로 지적한다. "오랫동안 고통을 인내함으로써 지극한 행복이 찾아온다면 이런 고통은 쾌락보다 낫다." 책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에피쿠로스는 아타락시아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섯 가지가 있다고 믿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나. 인간과 멀리 떨어져 있는 신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라.

둘. 죽은 뒤를 걱정하지 말아라.

셋. 사랑하고 믿을 수 있는 친구와 함께해라.

넷. 정치를 멀리해라. 그리고 행복을 위해서 인간이 가져야 할 물질적인 것들은 매우 적음을 깨달아라.

다섯. 고통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라.

여섯. 사람들이 믿을 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라.

 

어떤가. 시대의 변화가 무색할 정도로 지금 우리에게 와닿는 내용이 많지 않나? 에피쿠로스와 그의 학파는 철학이 단순히 이론을 만들고 사유하는 과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철학이 사람들에게 ‘실천적 지혜’로 활용되기를 바랐다. 현재를 긍정했으며, 타인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했고, 두려움을 멀리했다.(p.33~34) - 「행복의 시점-에피쿠로스」 중에서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26명의 철학자를 독자들의 필요에 따라 5개의 장(章)으로 나누어 분류했다. 1장 「힘을 주는 말이 필요한 순간」, 2장 「좋아했던 열정을 되찾고 싶다면」, 3장 「멀리 높이 나아가도 싶은 마음」, 4장 「우리 안의 기준이 흔들릴 때」, 5장 「나를 온전히 아끼는 태도」로 구성됐다. 26명의 철학자들에게는 각각 1개씩 모두 26개의 단어가 주어진다. 모두 2음절의 단어로 철학에서 흔히 많이 쓰이는 용어도 있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대부분이어서 단어의 뜻을 별도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단어들이 아무 상관없이 나열된 것은 물론 아니다. 대체적으로 그 철학자의 이론이나 연구가 집중됐던 일종의 핵심어이다. 즉 그의 철학 사상을 알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단어들이다.

예를 들면 1장 니체에 대한 대목(소제목은 '고통을 건너는 순간 빛나는 것')에서 핵심어는 '불안'이 제시된다. 이 불안이 니체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독자도 잘 모른다. 그러나 니체와 관련된 내용(9~10페이지)을 읽고 나면 뭔지 모를 불안한 기분으로부터 빠져나오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저자는 니체의 철학을 설명하기 위 이 문장으로부터 시작한다. "누구나 살면서 꿈 하나쯤 품고 산다." 꿈과 희망(삶의 목적)에 대해 설명을 곁들인다. 또 니체가 철학자가 되기 전부터 철학자가 된 이후의 삶과 학문적 탐구, 그의 철학 이론을 정립하고 그것이 니체의 삶의 이유로 정착되는 과정에 대한 간략한 해석도 덧붙인다. 이후 그의 철학 사상에 대한 간단하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설명해준다. 이 니체에 대한 부분의 마지막 문장은 "당신은 지금 별을 품고 사는 중이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반짝이는 별"이다.

 


 

독자의 식견이나 지식으로는 니체를 한 단락으로 설명하기도 힘들고, 저자의 해석에 의존한 점을 독자들이 양해해 주길 바란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저자가 왜 한 단어를 핵심어로 제시했는지, 철학자의 생애를 간략하게나마 알려주는지, 그리고 그의 철학이론이나 사상의 개요에 대해 설명해주는 이유를 각 항목을 읽고 나면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 책은 서두에 언급한 『미움받을 용기』처럼 재미있게 대화체로 엮은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어에 대한 설명을 위한 백과사전도 아니다. 그러나 제시한 단어나 철학자의 사상이나 이론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철학에 문외한인 독자가 읽어도 어려운 단어가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의미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점이다. 이 책이 잘 쓰였다는 증거라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이준형

 

콘텐츠 파는 서비스 기획자. 고려대학교에서 철학과 환경생태공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지식콘텐츠 분야의 서비스를 만드는 IT 기업의 기획자 겸 PM으로 활동 중이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믹리뷰〉에서 ‘숨은 철학 찾기’라는 칼럼을 2년간 연재했고, ‘카카오 프로젝트 100’의 인기 프로젝트를 책으로 엮은 《하루 10분 인문학》과 브런치북 오디오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인 《첫술에 맛있는 철학》을 썼다. 유튜브 채널 ‘인문학 유치원’과 인문독서 서비스인 ‘언리드북’을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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