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 - 시간이 지나도 다시 만나고 싶은 당신으로
사이토 시게타 지음, 김슬 옮김 / 다른상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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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대인의 삶은 누구나 바쁘고 힘들다. 바쁘지 않으면 늘 뒤처지고 경쟁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 속에 살아간다. 또 여기에 탐욕마저 점점 커져 남보다 빠르게,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욕망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늘 타인과의 경쟁 속에 던져진 자신의 마음과 몸을 거두어들일 새도 없이 경쟁 사회를 살아간다. 기껏해야 휴일날 취미 생활을 하거나 경쟁심 없이 편안하게 쉰다 할지라도 100% 휴식을 취할 수 없다. 그것은 다시 내일부터 자신에게 쏟아져 들어올 많은 일, 특히 어려운 일, 뛰어난 타인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현실을 인식하면 진정한 휴식마저 사라진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높이는 시간으로 바뀌고 말 것이다.

현대인은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하면서 살아간다. 이래서 같이 있으면 편안해지는 사람들이 곁에 있는 사람은 한마디로 '복 받은 사람'이다. 순간순간 많은 에너지를 주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자신도 누군가 타인에게 함께 있으면 즐겁고 편안해지는 사람이 되고 싶댜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나 함께 있으면 편안해지는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저자는 '좋은 마음으로 편안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법' 중의 하나로 '시간이 지나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임을 꼽고 있다. 이 책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비결을 담은 책이다.

 


 

저자 사이토 시게타는 책의 앞 부분 「들어가며」를 통해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에 대해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사람, 말할수록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다. 기분이 우울할 때나 마음이 어지러울 때일수록 이런 사람의 존재는 삶의 활력소가 되어준다. 만약 내 곁에 이렇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된다면 일, 관계, 인생에 긍정적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이 되는 비결을 통해 감정을 잘 다스리고,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으며,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를 지닌다면, 일상이 여유와 행복으로 가득 차고 그것이 자연스레 말과 행동에 배어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 또한 열어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에게 타인에게 긍정 에너지를 전해주는 사람이 되기를 시작해볼 것을 권유한다. 저자는 이어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스트레스와 무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많은 사람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어떻게든 노력하지 않으면···'이라는 막연한 초조함을 느끼는 게 오늘의 현실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쌓이면 그 여파로 여러 가지 마음의 병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에 따라 스트레스에 짓눌ㄹ리지 않고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자신만의 속도로 걷고, 때로는 곁길로 벗어나보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나뉜다. 1장 「태도가 사람의 마음을 연다」, 2장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들이 지닌 공통적인 매력」, 3장 「좋은 생각이 좋은 관계를 만든다」, 4장 「감정이 풀려야 관계도 풀린다」. 5장 「나와 관계를 위한 마음의 균형 찾기」, 6장 「답답했던 관계가 홀가분해지는 인생 처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 취미가 없고 관계가 적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 남 탓을 하는 사람,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 극도의 긴장이나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함께 있으면 마음 편해지는 사람과는 반대라고 볼 수 있고 그렇기에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이 편의상 6장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전편을 통해 흐름은 어쩌면 하나의 주장으로 귀결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자신만의 속도로 사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만의 속도와 페이스를 유지하란 말이다. 그럴 수 있으면 타인을 따라 분주하게 갈 필요 없이 양보를 하며 길을 내줄 수도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쉽지 않은 일이다. 어찌 보면 삶을 포기한 사람으로 생각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즉 어깨에 힘을 풀고 100% 완벽의 요구에서 벗어나 80%만 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여유를 가지라는 것이다. 여유를 가지고 늘 반복되는 일상을 지루해하기보다 가보지 않은 길, 호기심을 갖고 새롭게 도전과 시도를 하며 몰랐던 자잘한 발견들로 인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되찾는 것 등을 권유하고 있다.

 


 

이 책은 각 장마다 소제목을 두어 따로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예를 들어 1장 「태도가 사람의 마음을 연다」에서 제시된 소제목을 한 번 읽어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가능한 대로 잘 정리돼 있다. '언제까지나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의 비결', '성실한 사람일수록 주의할 점', '누구나 의욕을 상실할 때가 있다', '힘내라는 말보다 힘이 나는 말', '바쁘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지는 않은가?', 손에 쥐고 있던 것을 한번쯤 놓아보자', '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 나타날 때', '남을 탓하는 습관', '"잘했어'라고 내가 나를 칭찬하는 기쁨', '한 번 실수로 인생 전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실패에 대처하는 자세', '속도들 조금 늦추면 무료한 일상이 달라진다' 등 제목만 보아도 무슨 내용이 써 있을지 짐작 가능하다.

그만큼 이 책은 제목과 내용이 명쾌하다. 독자들이 읽기에 편하다는 뜻이며 이해도 쉽게 가능하다는 말의 다른 표현으로 봐도 좋다. 이 가운데 하나 '바쁘다는 것에 기뻐자호 있지는 않은가?'를 예로 들어본다. 전체 양이 채 4페이지도 안 된다. 간결한 문체로 써내려가 단숨에 쫘악 읽을 수 있다. 내용은 독자들도 금세 짐작했던 대로 현대인의 일상을 300자 정도로 압축해 보여주고, "바쁜 생활 가운데 한숨을 돌리려고 무엇인가를 배우기 시작하면 이쪽에서도 역시 타고난 성격을 발휘하여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며 "무엇이든 한번 시작한 일은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해낸다라는 지나친 성실함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이것이 다시 스트레스가 되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어 이 소제목에 대한 결론과 이 책의 주제를 잊지 않고 마지막 부분에 다시 한번 짚어낸다.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은 결코 '바쁘지 않은 사람'이 아닙니다. 실은 '바쁘다, 바빠'라고 말하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사람들과 같은 양의 일 혹은 그 이상에 버금가는 용무를 해내고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과 다른 점은, 상황에 따라서 걷는 속도를 바꿀 줄 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숨 돌리기에 능숙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고 말한 뒤 "일상의 작은 즐거움들은 걷는 속도를 조금 줄이거나 걸음을 멈췄을 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좀 더 함께 있고 싶어지는 사람은 아무리 바쁜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숨을 돌리며 '즐기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고 결론 짓는다. 2장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들이 지닌 공통적인 매력」의 '전력질주는 모두를 피곤하게 한다' 역시 같은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완벽주의자'들에게 경고성 멘트를 줍니다. "완벽주의자들은 시험 점수로 말하자면 언제나 100점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100점 만점을 목표로 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 상태가 계속되기 때문에 주위의 공기까지도 흐려집니다." 이에 저자는 다음처럼 조언을 한다. "언제나 100점을 목표로 하면 전력질주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도 주위 사람들도 숨이 막힙니다. 그러니 80점이나 70점을 목표로 해보세요. 처음부터 20점이나 30점 정도는 빼놓는 것이 어깨의 힘을 빼고 인생을 즐기기 위한 포인트입니다."(p.91)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 싶은 말은 그리 많지 않다. 아주 간략하게 요점만 정리한다면 두어 가지일 뿐이다. 좀 자세하게 설명하고 이해가 쉽도록 풀어쓴 것이지 수많은 내용을 지식 자랑하듯이 풀어놓은 책이 아니다. 그러나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내용의 무게가 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의 삶에 대한, 편안한 삶에 관한 이야기인데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무게 없는 말을 책으로 펴냈을 리가 없다. 그의 이 책에서의 중심 의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본다. 만약 잘못된 부분은 독자의 능력 부족이다.

첫째, '자신만의 리듬으로 삶을 살아간다'이다. 열심히 전력질주하는 태도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까지 피곤하게 만든다. 잠시도 쉬지 않고 안달복달하는 사람 옆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상대는 없다. 잘 웃는 사람 옆에 있으면 어느새 웃게 되듯이 여유로운 사람 옆에 있으면 여유를 전달받는다. 이런 사람이 지니고 있는 삶의 태도를 살펴보면, 열심히 몰두할 시간과 재충전할 시간을 잘 분배하여 활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리듬으로 세상을 여유롭게 살아가는 사람 옆에는 그 태도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둘째, '기분 스위치를 바꿀 줄 안다'이다. 우리는 기분이 나빠지면 그것을 전환하지 못하고 잠자리까지 안고 가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몰라 종일 기분이 나쁜 채로 지내면서 주위 사람들에게도 가시 돋친 말투와 분위기를 내뿜는다. 함께 있으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은 기분이 다운되면 스위치를 바꿀 줄 안다. 평소 일과를 마친 후에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이나 휴식으로 숨 돌릴 시간을 마련하여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덕분에, 좋지 않은 상황이 찾아와도 금방 평온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셋째, '100퍼센트 완벽주의에서 벗어날 줄 안다'이다.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는 것은 분명 좋은 태도지만 무엇이든지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옥죌 뿐만 아니라 주위에 숨 막히는 공기를 발산한다.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은 완벽주의가 자신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꼭 100퍼센트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는 인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주위의 공기도 평온하게 할 수 있다. 결국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은 먼저 나 자신을 편안하게 해줄 줄 아는 사람이다. 스스로를 편안한 상태로 만드는 생각과 태도로 살아가며 좋은 관계를 일궈낸다. 이 책을 계기로 이와 같은 태도를 익혀서 삶에 적용해보고 일, 관계, 마음이 모두 편안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저자 : 사이토 시게타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 오랜 세월 동안 가족, 부부, 육아, 정신질환 및 스트레스 등을 연구하며 ‘마음의 명의’로 두터운 신뢰를 받으며 왕성한 집필과 강연 활동을 해왔다. 특히 현대인이 끌어안고 있는 다양한 고민과 불안을 따뜻하게 위로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힌트를 담은 저서들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정신과병원협회 명예회장, 일본여행작가협회 회장, 알코올건강의학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다》 《행복 심리술》 《즐거운 인생에 꼭 필요한 100가지 스피치》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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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리처드 파워스 지음, 이수현 옮김, 해도연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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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랫동안 별들을 올려다보기만 했다. 볼 수 있는 모든 별과, 볼 수 없는 별들의 절반을. ˝아빠. 난 깨어나는 기분이야. 모든 것의 안에 내가 있는 것 같아.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좀 봐! 저 나무. 이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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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리처드 파워스 지음, 이수현 옮김, 해도연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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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이 책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과 저자 리처드 파워스를 모두 처음 만난다. 사실 외국 번역 소설을 우리 소설에 비해 덜 좋아하기도 하지만 관심이 조금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작가들이 '생명'에 대해 다룬다면 감성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모두 들어가지만 외국 소설은 감성적인 것보다는 이성적인 측면에서 소설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조금은 생뚱맞은 표현이지만 글로 나타나는 감성이 한국적인 것과 한국적이지 않아서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한국의 작가들의 글에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정서가 포함되어 있다. 단어 사용도 그렇고 전체적인 글의 내용도 곰곰 생각해보면 매우 한국적 정서가 잘 배어나온다.

이에 비해 외국 번역물에는 신비스럽지만 정서적이지 않고, 이성적이지만 감성이 배제돼 있다. 굳이 두 부류를 비교한다면 독자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적 정서가 잘 배어 있는 우리 작가의 소설이 좋다는 뜻이다. 더욱이 이런 이유로 외국 소설에 거리를 두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익숙하지 않은 글을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해서였다. 물론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실례가 되는 이야기일 줄 모르겠다. 자신의 정서에 안 맞는다고 작품을 멀리하면서 내놓은 궤변이라고 말이다. 자문자답하다 보니 독자도 은연 중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고백하는 느낌이다. 이 소설의 아름다움은 느낄 수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조금씩 차이가 벌어져 나중에는 '그렇구나' 정도의 작품인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한 가지 번역의 힘에 의존했지만 배경 표현이나 상황 설명 등은 아주 베테랑 작가의 느낌이 물씬 난다. 아름다운 글이다.

 


 

출판사 측의 설명대로 이 소설은 우주생물학자와 동물권 활동가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슬프고 특별하며 갓 아홉 살이 된, 이 세상과 잘 맞지 않는 아들"에 관한 이야기다. 외계 생명체를 찾는 우주생물학자 시오는 아내 얼리사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아홉 살 아들을 혼자 키우게 된 '싱글대디'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를 가진 아들 로빈은 사랑했던 엄마와 반려견을 차례로 잃은 후 그 증세가 더 심해졌다. 가족의 추억이 깃든 스모키산맥으로 야영을 다녀온 직후, 로빈은 학교에서 친구의 얼굴을 보온병으로 때려 다치게 한 일로 정학을 당한다.

엄마의 죽음이 단순 사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친구의 말에 격분한 탓이다. 시오는 도로 위로 뛰어든 주머니쥐를 피하다 생긴 사고였다고 아들에게 설명해 주지만, 당시 아내가 로빈의 여동생을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은 숨긴다. 그러던 어느 날, 조류학자가 꿈인 로빈은 동물권활동가였던 엄마가 생전에 하고자 했던 일을 돕겠다며 파머스 마켓에 나가 판매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지구상에서 멸종된 생명체들이 아이의 손끝에서 마법처럼 정교하게 되살아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로빈은 점점 그림에 몰두하며 학업에 관심을 잃어간다. 학교에서는 로빈에게 향정신성 약물치료를 권하지만 아빠 시오는 거부한다. 아홉 살 어린아이에게 약물이 어떤 효과를 미칠지 두렵고, 그게 해결책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으며, 아들의 별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만일 내가 아빠였다면···'이란 생각에 독자와 완전 다른 정서이다. 즉 독자와 아빠 시오의 정서가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의 작가 리처드 파워스에게 퓰리처상을 안긴 소설 『오버스토리』가 얼마 남지 않은 원시림을 구하기 위해 모여든 아홉 명의 삶을 뿌리부터 가지 끝까지 펼쳐내며 인간 본성과 자연의 세계를 탐구한 대서사시였다면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은 “힘없는 개인을 통해서 아득한 우주로까지 확장되는 이야기”(p.398)다. 독자가 쉽게 이입할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여정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어 지구 생태계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를 한층 호소력 있게 전한다. “남극에서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떨어져 나왔다. 나라의 수장들은 대중이 어디까지 속는지 시험했다. 사방에서 작은 전쟁들이 터졌다.”(p.41), “상하이에서는 200만 명이 집을 잃었다. 피닉스에는 물이 없어졌다. 바이러스성 광우병이 소에서 사람으로 옮겨 갔다.”(p.387)와 같은 뉴스를 통해 강자가 약자를 희생시켜 번영한 세계는 끝내 멸망을 향해 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은 아니다. 어쩌면 현재가 디스토피아이고 여기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등장인물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디스토피아로부터의 해방'과 살 만한 세상으로의 회귀일 수도 있다. 주제와 스토리의 전개, 글의 결말을 생각해보면 예사의 작가는 아니다. "굉장하다. 통찰력 넘치고 시적인 파워스의 산문은 우리를 무한대의 상상력으로 힘차게 끌어당긴다."는 《뉴욕타임스》의 격찬도 마땅하게 들린다. 《이코노미스트》는 "독자들의 머리와 가슴을 모두 사로잡는 소설"이라고 평했으며,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는 "과학과 인간성, 희망과 절망을 정교하게 녹여낸 이야기"라고 찬사를 쏟아냈다.

 


 

역자 이수현은 「옮긴이의 말」을 통해 "소설 초반에 시오와 로빈은 그레이트 스모키산맥에서 집으로 돌아가면서 오디오북으로 『엘저넌에게 꽃을』이란 소설을 듣는데, 이 책의 내용을 아는 독자는 이 대목에서 로빈의 결말을 예감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고 말한다. 역자는 지적장애인 주인공 찰리가 실험적인 수술을 받아 천재가 되지만, 다시 퇴행하고 마는 이야기'라면서 어쩐지 비슷한 느낌의 결말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직접 그림을 그려 만든 배너를 들고 무너져 가는 세상 앞에 나선 아홉 살 소년, 로빈이 꿈꾸었을 미래를 향해 시선을 옮겨 보자. 파괴된 숲과 사라진 새들을 외면하지 않는 세상, 연약한 존재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살피는 이들의 세상, 그리하여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불필요한 고통에서 해방되는 세상···. 이야기에 흠뻑 빠져든 독자라면 소용돌이 같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이제까지 만나 보지 못한 특별한 감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결말을 절망으로 읽을지 희망으로 읽을지는 독자에게 달려 있다. 나는 그래도 희망에 걸어 보고 싶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해탈의 상태가 정확히 로빈의 어머니가 순간순간 피워냈던 마음이자, 로빈이 잠시나마 도달했던 마음 상태이며, 로빈의 아버지가 찾을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도 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곳. 소설 속에서와 달리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무사히 우주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으며, 아직은 신종 광우병이 세상을 휩쓸지 않았으니까. 바라건대,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까.”(p.397)

 


 

역자는 이어 "『엘저넌에게 꽃을』은 의학의 힘으로는 인간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많이 읽힌다. 『새들이 모두 사라진다면』에서 로빈의 고통을 덜어 준 실험도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실험도 어떤 면에서는 대상자의 지능을 높인다. 다만 그 지능은 IQ가 아니라 EQ에 가깝다. 실험을 통해 로빈에게 주어진 것은 감정을 제대로 느끼는 능력, 공감 능력, 그리고 흔들림 없이 자신을 다스리는 능력이다. 지능이 높아지면서 불행해졌던 찰리와 반대로, 로빈은 고통에서 벗어나서 행복해진다. 다른 생명체들에 대한 공감은 더 높아지지만, 그 고통에 잡아먹히지 않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이렇게 말한 역자의 머릿속에는 딜라이 라마의 말이 떠오른다. "내면에 평화를 얻고 나면, 외부의 문제들은 마음속의 평온에 어떤 영향도 미지치 못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그 마음은 무관심이 아니다. 외면이 아니다. 고통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적극적으로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해하면서도 그 무게에 눌리지 않고 자신을 온존할 수 있은 마음 상태다. 절망하거나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며, 아예 튕겨내거나 심하게는 적극적으로 그 상황을 공격하기도 한다. "기후 위기는 가짜다." 같은 현상은 때로 그래서 생겨나며, 누구보다 열렬하게 신념을 갖고 싸우던 사람이 180도 돌아선 전향자가 되는 일도 때로 그렇게 일어난다고 생각을 확장시킨다. 역자의 주장은 이유가 있고 설득력이 있다. "문제는 지능이 아니라 인간성이라는 『엘저넌에게 꽃을』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에서도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성이다."라는 주장이다.

 


 

아빠 시오는 소설 중간에 로빈의 치료와 관,련 아내의 친구였던 신경과학자 ‘마틴 커리어’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는 로빈에게 실험 단계에 있는 ‘디코디드 뉴로피드백’ 치료를 받아보길 권한다. AI를 이용해 타인의 감정 지문을 그대로 경험하도록 훈련하는 이 기술은 실제로 나와 있다고 한다. 이에 소설은 한 발자국을 더 나아가 상상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이 기술이 사람을 고통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질문으로. 로빈은 이 훈련을 통해 어머니의 생전 두뇌 활동 패턴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차츰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진다. 이 점이 독자가 외국 소설에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하는 이유다. 역자가 지적했듯이 『엘저넌에게 꽃을』을 인용 비교했듯이 이 소설은 최악의 결말이 오고야 만다. 상당수의 독자들은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원제가 '비윌더먼트(Bewilderment)'이다. 이 단어의 첫 번째 의미는 '당혹'이라고 역자는 설명한다. 책을 덮은 독자가 느낄 감정이 딱 그것이다. 당혹하고,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럽다. 그러나 동시에 이 단어의 유래를 따라가 보면, 그 당혹감은 자연에 푹 빠져서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가 집을 잃고 해매는 모습에서 현상되는 감정이라고 풀이한다. 이 결말을 절망으로 읽을지 희망으로 읽을지는 독자에게 달려 있다고 역자는 말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해탈의 상태가 정확히 로빈의 어머니가 순간순간 피워냇던 마음이자, 로빈이 잠시나마 도달했던 마음 상태이며, 로빈의 아버지가 찾을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도 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곳."으로. 독자는 이 부분에서 소설을 다시 읽어볼 참이다. 전혀 아무 생각 없이 읽어온 느낌이다. 한마디로 '멍'한 느낌이다. 이 소설은 이렇게 모든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재미, 상상력의 영감까지 많은 것을 선사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리처드 파워스(RICHARD POWERS)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특유의 시적인 문체로 녹여낸 작품들을 발표하며 현대 영미 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가다. 1957년 미국 일리노이주 에번스턴에서 태어났다. 교육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방콕으로 이주해 음악과 문학에 심취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미국으로 돌아온 뒤 일리노이 대학에서 물리학과 영문학을 공부했다. 1980년 보스턴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중, 미술관에 전시된 독일 사진가 아우구스트 잔더의 「젊은 농부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이틀 후 직장을 그만두고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85년 발표한 첫 소설 『춤추러 가는 세 농부들』, 1995년 인공 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 『갈라테아 2.2』, 2006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에코메이커』 등 지금까지 열세 편의 소설을 출간했다. 특히 2018년 “독창적인 서사 구조가 인간의 경이와 유기성을 환기시키는 작품”이라는 평과 함께 퓰리처상을 수상한 『오버스토리』는 인간과 숲에 관한 기념비적 소설로, 파워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주었다. 2021년 신작 장편소설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BEWILDERMENT)』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파괴된 행성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불안과 공존의 철학을 담은 이 소설은 평단과 언론의 극찬은 물론, 대중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현재 파워스는 작품의 배경이 된 그레이트 스모키산맥 기슭에 살며 일리노이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역자 : 이수현

 

작가이자 번역가로 인류학을 공부했다. 어슐러 르 귄의 『빼앗긴 자들』로 번역을 시작하여 SF와 판타지를 비롯한 상상 문학을 많이 옮겼다. 번역서로 『로캐넌의 세계』, 『유배 행성』, 『환영의 도시』, 서부 해안 연대기 시리즈, 에세이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세상 끝에서 춤추다』를 비롯해 『피버 드림』,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 『체체파리의 비법』,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 『킨』, 『블러드차일드』, 『살인해드립니다』, 『멋진 징조들』, 『노인의 전쟁』, 『꿈꾸는 앵거스』, 『대우주시대』, 『유리 속의 소녀』,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 샌드맨 시리즈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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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을 진단해 드립니다 - 감정을 조절하는 마인드 솔루션
김상준 지음 / 보아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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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치유는 마음의 속성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육체적 질병을 치료할 때 의사의 진단이 필요한 것과 같다. 또 치료를 위해서는 자신이 스스로 극복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것을 치유 가능한 영역에서 의사로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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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을 진단해 드립니다 - 감정을 조절하는 마인드 솔루션
김상준 지음 / 보아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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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生老病死)는 우리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오늘날 의학은 발전을 거듭해 많은 병을 정복하고 인간을 치료해 왔다. 특히 인간의 수명이 500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각종 질병에 노출되는 인간의 병을 치료하는 데서 비롯된 것임을 볼 때 인간 삶에 엄청난 기여를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아직 정복하지 못한 분야가 더 많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직'이란 말에 '결국 정복'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인간은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은 지나친 과장이다. 그것은 어쩌면 '뇌'에 대한 정복의 불가능성, 사회가 발전할수록 새로운 질병이 새로 나타나는 불가지론과 맥을 같이하면서 영원히 질병의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게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생노병사도 원래는 의학에서 많이 쓰였다기보다는 종교에서 더 많이 쓰이는 말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불교에서는 생노병사의 고통을 벗어나는 것이 부처의 가르침이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생노병사를 겪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이전의 선조는 물론 우리 후손도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데 이견을 쉽사리 보이지 못하는 지금이다.

 


 

현직 의사가 쓴 이 책 『당신의 마음을 진단해 드립니다』는 우리의 삶이 생로병사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저자 김상준은 이 책의 「머리말」을 통해 생로병사의 과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는 이에 따라 "우리는 기쁨, 즐거움, 행복보다는 수많은 슬픔, 분노, 외로움, 좌절, 고통, 절망, 상실감 등을 겪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마음은 내 것임에도 내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고 우리를 좌지우지합니다. 그래서 마음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의 속성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태어나서 부모님의 전적인 돌봄을 받다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입학하면서 혼자 서기 시작해야 하고, 학교를 졸업하면 사회에 뛰어들어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배우자를 만나 한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노후를 대비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육체가 노쇠해져 죽음을 맞이한다. 이러한 고통은 어느 누구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생로병사의 삶을 건너가야 하는 우리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더욱이 과거에 비해 어릴 때부터 무한경쟁이 시작되고, 인간의 수명은 갈수록 길어짐에 따라 각자가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는 더욱더 무거워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는 저자인 김상준 정신과 전문의가 30여 년이 넘게 진료실에서 만나온 수많은 우리 마음들의 사례가 실려 있다. 그것은 우리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마음이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곧 우리 인생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책은 1부 「복잡하고 오묘한 우리 마음에 대하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없는 우리 마음을 진단해 본다. 또 2부 「내 맘대로 안 되는 내 마음 관리하기」에서는 감정에 대처하는 마인드 솔루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의사의 일처럼 '진단 후 처방'의 과정으로 책을 구성했다.

각각의 파트에는 저자의 경험, 치료 사례 또는 문학이나 영화, 철학자의 말과 인류 역사에서 드러난 사례들을 하나씩 하나씩 짚어나가는 식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냥 이론적, 학문적인 설명보다는 훨씬 설득력이 높다. 저자는 첫 장에서 '마음 감옥'이란 표현을 쓴다. 슬픔 분노 고통 등 많은 부정적 감옥을 통칭한 은유적 표현이다. 이 감정에 휩싸인 사람은 마음 감옥에 갇혀 우리 삶이 행복으로부터 점점 멀어진다고 말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두려움의 감옥', '편견의 감옥', '욕망의 감옥' 등은 모두 스스로가 쌓아놓은 감옥이고 그 안에 갇혀 지내게 된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 장(章)에서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하를 사례로 들고 있다. 억울한 살인죄 누명으로 교도소에 들어간 앤디 듀프레인이 세상을 탓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한다. 이렇게 앤디 듀프레인이 감옥을 빠져나오는 데 20년이 걸렸다. 그러나 저자는 마음 감옥이 더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말한다. 감옥에 갇힌 사실을 수용하고, 스스로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비로소 마음 감옥을 벗어나 제 삶을 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에는 슬쩍 묵상이나 명상을 권하기도 한다.

 


 

저자는 「머릿말」 마지막 부분에서 영화 〈굿 윌 헌팅〉의 내용을 설명하며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치유해가는 과정에 대한 적절한 비유를 해준다. 윌 헌팅이라는 청년은 천재적인 기억력과 수리능력을 갖고 있지만 불우한 집안 환경으로 대학 청소부로 일한다. 그는 일하는 대학의 수학과 교수의 눈에 띄어 공부할 기회를 갖게 되고, 수학과 교수의 친구이자 정신과 의사인 션 교수의 치료를 받게 된다. 치료가 막바지에 이를 때쯤 윌의 고통스런 과거가 드러난다. 그는 어린 시절 양아버지에게 잔인한 신체적인 학대를 당해서 그 영향으로 마음을 닫아버리고 순간적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게 된 것이다.

션이 윌에게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반복해서 해주자 윌은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터뜨리고, 그때까지 꼭꼭 닫아두었던 마음의 감옥의 문을 열고 나와서 타인과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장애물을 걷어버린다. 우리 각자는 아름다운 무지개 너머 행복한 세상에서 꿈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로병사,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인생의 고해(苦海)를 건너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마음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굿 윌 헌팅〉에서 션이 윌에게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자 윌의 마음이 치유받듯이 이 책에 담긴 많은 사람의 마음앓이를 보면서 독자들은 그러한 감정들이 인간으로서 누구나 겪는 감정임을 확인하며 위로와 치유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우리 마음은 마치 갈대와도 같다는 표현을 인용한다. 내 의지보다는 조건과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자신이 마음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있으며, 조건과 환경에 따라 움직일 뿐이기에 내 마음임에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 발짝 떨어져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제1부 <복잡하고 오묘한 우리 마음에 대하여-알 수 없는 내 마음 진단해 보기>에서 영화와 사례를 통해 우리 마음이 어떤 존재인지를 다각도로 보여주며 자신의 마음을 진단해보도록 이끌어준다. 욕망, 시기심, 질투, 집착, 의존심, 우울감, 자기 회의, 피해의식, 분노, 이중성, 자부심, 자기애, 외로움, 본능, 혐오감, 상실감, 죄책감, 강박관념, 경쟁심, 직감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우리 내면의 수많은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스토리와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제2부 <내 맘대로 안 되는 내 마음 관리하기-감정에 대처하는 마인드 솔루션>에서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조절해 좀 더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신의 가치를 찾아보기를 시작으로 현재를 잘 살아가는 법까지 19가지의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잘 살펴보고, 객관화하며, 훈련을 통해 마음에 휘둘리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의 꼬리를 자르고, 외부와 내면의 비난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나눔을 생활화하고, 뇌와 마음에 휴식을 제공하고,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잘 살아가는 방법 등을 통해 내 마음임에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감정을 조금씩 조절해가도록 이끌어준다. 또한 우리 누구나 언젠가는 겪게 되는 질병에 걸렸을 때 대처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솔루션도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그것에 맞는 최선의 해결법을 찾게 될 것이다.

 


 

독자는 가끔 '외롭다'는 마음의 정체성이 무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주로 혼자서 명상할 때다. 책들은 외로움이 우리 감정을 해치기 쉬운 것이라고 말한다. 독자는 그런 느낌을 받아본 기억이 없어서 대략 책에서 표현되는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이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주변에 아무도 없는 느낌", "나 혼자만 덩글러니 놓여 있는 느낌", "누구도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은 느낌" "내가 속한 사회적 집단에서 떨어져 홀로 있는 느낌" 등을 이르는 감정이라고 이 책에서 지적한다. 독자로서는 외로움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느껴지진 않지만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 본다.

그러나 외로움을 느껴본 독자라면 이 장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우신가요?」를 촘촘히 읽어볼 것을 권유한다. 대여섯 페이지에 불과하니 큰 부담도 없다.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느낄 경우 극복해야 할 감정임은 분명한 것 같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외로움을 느낄 때 자신 안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외로움을 느낄 수 없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매몰되어 지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회적인 관계가 너무 많고 그것에 집중하다 보니 자신을 잊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은 타이틀이나 직위 등 외부적인 조건에 의해 규정될 때가 많습니다."

저자는 자신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들은 오직 외로움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절히 이용하라는 말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저자는 이어 우리에게는 외로움의 시간이 인간관계를 맺는 시간만큼 중요하다고 말한다. 혼자 산책을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카페에 혼자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거나 혼자 영화를 보는 것 등을 통해 외로움과 친구가 될 것을 조언한다.

 


 

영사기의 빛이 꺼지고 나면 눈앞에 펼쳐졌던 영상은 모두 사라지고 하얀 스크린이 드러날 뿐입니다. 그 스크린은 수많은 영상이 투사되었지만 아무런 흠집이나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현란했던 영상이 그 빛을 반사하고 나서는 원래의 스크린의 하얀색만 남듯이, 우리의 생각도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질 뿐입니다. 마치 우리가 영화를 현실인 것처럼 여기며 영화의 내용에 빠져들어서 울고 웃고 놀라고 마음 아파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에 속지 말고 생각과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p.239)

 

저자 : 김상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김상준 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우리나라 최초로 영화를 정신과적인 시각으로 해석해 영화 읽기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저자는 영화 심리분석 전문가로 꼽힌다. MBC FM과 SBS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에서 영화 길라잡이로, KBS TV ‘파워 인터뷰’, EBS TV ‘삼색토크 여자’, ‘책과 함께하는 세상’에 고정패널로 출현했다. 2012년 8월부터 유튜브(www.youtube.com/user/motiluck) 〈세상을 절대 못 바꾸는 15분〉이란 정신 치유 강의를 시작해 현재 많은 구독자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 강의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수많은 사람이 실생활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저자가 그리스 신화와 심리학을 결합해 저술한 《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는 심리학 분야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대형학원 등에서 논술 및 독서토론 교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독서모임의 인기도서로 꼽힌다. 이 밖에 《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 등의 저서가 있다. 이 책 《당신의 마음을 진단해드립니다》는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로서 3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료실에서 만나온 수많은 복잡하고 오묘한 우리 마음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내 마음임에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우리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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