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지 않는 마음 - 더 강한 나를 만드는 마음 혁명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이진원 옮김, 박용철 감수 / 유노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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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약해지지 않는 마음』은 「더 강한 나를 만드는 마음 혁명」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부제에 쓰인 문구 가운데 '강한 나', '마음 혁명'이란 단어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가리킨다. 현대 사회는 디지털 사회로 변화하면서 더욱 빨라지고 훨씬 복잡해졌다. 이같은 사회 현상은 결코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 최근 우리 사회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난제 중의 하나가 대학을 마쳐도 일자리가 없어 이른바 '백수' 생활을 피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들 청년 세대 대부분은 대학 졸업자들이다. 이들은 힘든 일 하기를 꺼려한다. 대학까지 나와서 막노동을 한다는 것은 체면을 구기는 일이거니와 안 해본 일이라서 잘할 것 같지도 않다. 예전 우리 산업화 시대 우리 부모님 세대는 돈이 없어 자식을 대학까지 보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은 힘든 일을 하지만 자녀에게 힘든 일까지 물려줄 수는 없다는 일념으로 헐벗고, 굶어가며 대학을 보냈다. 이른바 사회에서 말하는 화이트 칼라로 자식을 키우는 것이 사명이자 목표였다. 그렇게 대학 가서 어렵게 졸업한 세대는 자식들을 "최소한 대학은 보내야 사람 노릇 한다"는 게 신념처럼 굳어졌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이 지금 청년 세대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힘든 일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대학을 나왔는데 지금 막일을 하라고?" 말이 안 되는 일을 사회가 자신에게 강요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사회가 이들의 일자리를 다 마련해준다면 문제는 없을 터, "일자리 마련을 못한 사회나 국가가 문제다"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사회는 큰 변화 속에 있다. 디지털화 되면서 청년들이 바라는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 뿐이다. 더욱이 사회가 예전처럼 초고속 성장을 이룬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단계로 우리나라는 이미 들어섰다. 고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나라는 저개발국가들 외에는 없다. 사회나 국가가 나서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말이다. 우린 이미 선진국으로 진입한 상태이고, 실업률이 높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산업화 때처럼 한 기업에서 매년 수천 명씩 일자리를 마련할 수 없다. 오히려 해가 갈수록 선발 숫자는 큰 폭으로 줄어들기만 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생길 가능성은 없다. 

우리 청년들은 이에 따라 취업 재수, 삼수를 거쳐 점점 '취업 포기'로 가닥을 잡고 있다. 군대, 대학원 진학 등도 뜻이 있어 간다기보다 오히려 '백수' 생활을 우선 면하고자 해서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적체 현상은 일자리가 대폭 늘어나기 전에는 해결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취업 포기는 연애 포기, 결혼 포기, 집 포기 등 '삼포' '오포'를 지나 이젠 'N포 시대'라고 한다.



청년들의 앞날이 이렇다면 당연히 나라의 장래도 암운이 드리운다. 정규 직장을 얻지 못하니 당장 자신의 용돈을 벌어 쓰는 사람은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몰린다. 시간이 갈수록 취업의 문은 점점 좁아진다. 시간제 아르바이트는 원하는 우선 백수 생활 면하고 기회를 봐서 좋은 직장으로 옮겨야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인구 절벽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우리나라 장래를 위해서는 장기 정책, 중단기 정책을 마련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지금의 정치나 정책으로 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독자는 판단한다. 독자가 최근 우리나라 상황을 빗대어 청년 문제, 인구 문제 등 우려할 만한 일이 많아 서두에 썼다. 

이 책 『약해지지 않는 마음』은 직접적으로 우리나라 청년 문제나 인구 문제 등에 대해 개인적인 변화로 맞서 나갈 것을 다루는 자기계발서다. 우리가 흔히 듣는 부정적 마음을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으로 바꾸는 방법을 다뤘다. 일본인 저자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운송 관련 대기업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그렇듯 지쳐 갔고,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자 심리학을 공부했다. 그 계기로 뒤늦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심리 상담사가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 스스로 경험하고 체험한 이야기를 담았다.(p.6) 저자의 경력에 관한 이 문장은 책의 서두에 〈감수 및 추천의 글〉을 쓴 박용철 정신과 전문의가 쓴 내용이다. 

박용철 전문의는 사실 저자가 쓴 책의 내용을 자신의 선배 의사 이야기로 비유해서 썼다. "별로 깊이가 없어 보이는 이야기였는데, 그 선배에게 듣고 있으니 어느덧 묘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느껴졌다. 나부터 선배의 말대로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서야 알았다. 중요한 것은 단순하고 가벼워 보이는 것 안에도 있다.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핵심이다!" 

저자 고코로야 진노스케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힘이 있다고 정신과 전문의 박용철은 말한다. 마음이 점점 치치고 마모되어 갈 때, 약해지지 않는 마음을 만들기 위해 그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책을 통해 읽었다. 자신이 어떻게 했었는지, 어떤 면이 문제가 있었는지, 어떤 해결책을 찾았는지 등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고 전한다. 이 책에는 진노스케라는 개인의 마음고생을 들여다보는 진솔함이 있다. 그리고 그가 겪은 어려움들은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만한, 우리의 것들이다.



'어떤 일을 할 것인가?'

'회사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지낼 것인가?'

'싫은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신과 전문의 박용철은 이 책에서 우리 사회, 우리 청년들이 닥친 문제에 대해 개인적 해결의 단초를 제공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왜 하필 일본인 저자가 쓴 것이어야 하느냐는 반문을 하는 독자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저자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지금 우리 사회가 처했던, 우리 청년들이 당면하고 있는 상황을 20년 전에 일본 사회에서 보고 겪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어쩔 수 없이 운수직을 택했고, 그곳에서 20년을 성실하게 일했다.(아마 성격이 꼼꼼하고 성실한 분인 것 같다) 그리고 결국 몸과 마음이 망가진 후 직업을 바꾸었다. 20년을 해온 직업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자신이 하려던 일은 아니었고, 때마침 건강상의 문제도 겹친 듯하다. 과감하게 전환하는 선택은 힘든 과정을 거쳤다. 저자는 이를 '혁명'적 마음의 변화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과 상황의 반전을 했다는 말이다. 

역자 이진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전쟁터 같은 현실을 꿈의 현장으로 만드는 법」이라는 제목의 〈옮긴이의 글〉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늘 초조하고 긴장된 환경에서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소진하며 힘겨워하는 현대인을 위해 마음이 쉽게 약해지는 원인과 개선 방법을 조목조목 소개한다. 그 조언들이 얼마나 구체적인지, 번역하는 동안 어느새 그가 제시하는 기적의 말과 실천 방법을 따라 하고 있는 내 모습에 놀랐다."고 밝힌다. 역자의 말처럼 이 책은 곳곳에 격언처럼 새겨들을 말이 수두룩하지만 역자에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꿈에 대한 말이라고 지목한다. "꿈을 찾아 해매는 사람 중에는 이미 꿈을 마주한 적이 있었음에도 그것을 외면하고 지나쳐 버리고는 다른 곳에서 꿈을 찾으며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저자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서문(시작하며)〉에서 자신의 마음이 무너졌는데도,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처해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은 그닥 호의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음이 약해지자 저자의 머릿속에는 "나는 이를 악물고 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요."라는 말만 떠올랐다고 회고한다. 그때 자기 마음을 돌보지 않고 무작정 내달리는 사람들은 '~했는데'라는 말을 곧잘 내뱉는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허무와 공허함을 느끼게 되고, 이런 심정으로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고갈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체험으로 깨달은 바를 고백하고 있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변명이나 넉두리가 아니다. 하지만 20년의 직장 생활에 대해 털어놓는 과정에서 성실히 혼자 많은 일을 도맡아 처리했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제 살을 깎아 먹으며 일했다는 것. 또 숫자에 대한 집착이 심했고,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지나치게 했다고 밝힌다. 당연히 늘 피로감을 떨치지 못했고, 인간관계로 애도 많이 먹었다는 점을 설명한다. 마음이 금방 약해지는 사람은 타인을 우선한 나머지 자신을 희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도 강조한다. 한마디로 노력가이자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자신을 돌아본 것이다. 이에 따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고갈되어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휴식을 취하고 수선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가장 좋은 것은 약해지지 않는 강한 마음을 갖추라는 조언을 빼놓지 않는다. 약해지지 않는 마음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방법은 마음이 약해져 소모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에서 마음이 소모되지 않는 구조를 갖추어야 하고, 만약 소모되었다면 다시 채워 나가는 세심한 작업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내 마음은 왜 쉽게 지칠까? /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법〉, 2장 〈나는 왜 사람들 대하기가 힘들까? / 인간관계가 편안해지는 법〉, 3장 〈나는 왜 자꾸만 화가 날까? / 내 감정을 소모하지 않는 법〉, 4장 〈내 성격은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 마모된 자존감을 회복하는 법〉, 5장 〈나는 왜 무엇을 해도 잘 안될까? / 깊은 좌절감에서 벗어나는 법〉, 6장 〈어떻게 지금 바로 상황을 바꿀까? / 내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법〉, 7장 〈어떻게 지치지 않고 행복하게 살까? / 언제나 빛나게 살아가는 법〉 등이다. 각 장에는 4~12개의 세부 항목을 두어 여러 가지 방법과 사례 과정을 세밀하게 정리했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더 강한 나를 만드는 마음 혁명」 7면을 따로 마련해 책의 내용을 다시 요약 정리해준다. 

1장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나?」에서 저자는 마음이 완전히 소모되고 약해지고 나서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다면 때는 이미 늦었다고 지적한다. 벌써 지쳐 버렸거나, 심한 경우에는 재기할 수조차 없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더 이상 손쓸 수조차 없는 상태가 되기 전에 웬만해서는 약해지지 않는 건강한 마음을 만드는 습관을 길러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독자는 일본인들의 화법(話法)이나 문장 기법(技法)은 우리와 비슷하다는 점을 자주 느낀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투 등을 그대로 문장으로 옮기는 기법이다. 이 책에서도 자주 눈에 띈다. 5장의 「왜 나는 모두 아는데도 바뀌지 않을까?」에서 "결과를 바꾸고 싶다면 '시시하다'거나 '당연하다', '그건 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든다 해도 오히려 자신의 사고방식 쪽을 부정해 보세요. 왜냐하면 '그' 사고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서 다양한 방법을 찾아 순례를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아무리 새로운 것을 배워도 그 '알고 있어 증후군'과 사고방식을 고치지 않는 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고 기술하고 있다. 독자의 느낌이니까 정확한 판단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독자의 생각이라는 점은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저자는 특히 6장 〈어떻게 지금 바로 상황을 바꿀까? / 내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법〉에서 “아, 그렇군요” “오, 그래?” “해도 괜찮아” “뭐, 어때” “나는 행복하다” 등 5가지 말을 잘 기억해 뒀다 적절하게 사용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테면 후배가 중요한 회의에 지각하더라도 '어제 과음한 탓도 있겠지. 일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도 생길 수 있는 법이지'라는 의미로 "아, 그렇군" 하고 한마디 해볼 것을 권유한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눈앞의 일과 사람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한다. 하지만 그 사람도 '그렇게' 할 때는 '그렇게' 할 만한 '사정'이 있다. 모두가 잘되라는 생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모든 의미를 하나로 뭉뚱그려서 "아, 그렇군요" 하고 받아들이면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앞서 언급한 책의 〈감수 및 추천의 글〉에서 박용철 정신과 전문의는 정신과 의사인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될 듯하다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으로 이 장(章)을 꼽고 있다. "단순하지만, 저자가 체험을 통해 알아낸 기적적인 말들은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을 발휘해 줄 것이다. 특히나 "아 그렇군요"는 정신과 의사들이 참 자주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정신과 의사의 영업 비밀인 이 말을 추임새처럼 자꾸만 사용해 보시라. 많은 것이 변화됨을 느낄 수 있다고 추천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지친 마음을 회복하고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고 빛나게 살 수 있을까? 저자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만 하면 된다고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남들의 잣대에 끼워 맞추려 애쓰지 않는 것,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고,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 무엇보다 자기다운 삶을 사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럴 때 스스로 빛이 나고, 그러면 그 자신이 주위를 비출 수 있다고 저자는 경험을 통해 깨달은 내용을 이 책에서 선보인다. 특히 단순한 심리 상담을 넘어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서게 한다는 점이 더욱 공감과 신뢰를 자아낸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기, 주변 분위기에 휩쓸린다면 자신의 불안부터 살펴보기, 손해를 봐도 좋다는 생각으로 행동하기, 남의 ‘정답’을 훔쳐보려 애쓰지 않기, 자신의 마음을 소중하게 다루기 등 이 책을 통해 마음이 건강해지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고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 : 고코로야 진노스케(こころや じんのすけ, 心屋 仁之助)

청년 심리 전문 카운슬러. 누계 판매 450만 부의 밀리언셀러 작가이며, 한 달에 1,000만 명이 방문하는 심리 상담 분야의 인기 블로거. ‘성격은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모토로 수많은 사람의 성격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것으로 유명해 ‘성격 리폼 카운슬러’라는 별명이 붙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에 대해 공감하며 진솔하게 조언해 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때 대기업에서 현장 영업과 영업 기획 업무를 했다. 꿈과 현실의 괴리, 매일같이 부딪히는 인간관계의 피곤함, 성과를 중시하는 과도한 업무 압박 등으로 마음이 지칠대로 지쳤다.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자 심리학을 공부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변해 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처럼 쉽게 지치고 마음이 약해지는 사람들을 위해 심리 상담사가 되었다.

저서로는 ‘약해지지 않는 마음’ 신드롬을 일으킨 이 책과 『돈이 따르는 엄마 돈에 쫓기는 엄마』, 『기다려주는 육아』 등이 있다.


역자 : 이진원

경희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졸업하고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모두를 위한 생물학 강의』, 『최강왕 공룡 배틀』, 『365일 앵무새 키우기』, 『공복 최고의 약(공역)』, 『도면이 친절한 리얼 종이접기(공룡과 고생물편)』, 『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 『최강왕 오싹한 요괴 대백과』, 『정원수 가지치기』, 『초강력! 세계 UMA 미확인 생물 대백과』, 『어디에서 왔을까? 시리즈 전4권』 등 다수가 있다.


감수 : 박용철

박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나의 행동은 내가 모르는 무의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이끌려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경희의료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과정을 마쳤다. 진료실에서 많은 환자를 만나며 마음을 위로하는 책도 좋지만 심리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알아야 할 보다 깊이 있는 내용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따라 하기 쉽게 책으로 엮어 보자 마음먹었고, 그 결과물이 《당신의 감정에는 당신만의 사연이 있다》이다. 그밖에 지은 책으로는 습관이 되어 버린 우울, 걱정, 불안, 슬픔을 벗어나는 감정 조절법을 담은 《감정은 습관이다》가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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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때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
히스이 고타로 지음, 이맑음 옮김 / 책들의정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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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때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는 긴 표제어지만 삶과 죽음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암시한다. 저자는 히스이 고타로, 일본 심리상담사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대체로 설명하지 않고 독자들에게 던진 질문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만약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당신이 지금 하려던 일을 계속할 것인가?" 저자는 말한다. 독자들이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아니라는 대답이 몇 번이고 이어진다면 삶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하고 싶지 않은 일만 하며 살아가는 삶에는 필연적으로 후회가 따라온다고 말을 꺼낸다. 이 질문이 시작되면 이미 답은 나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생은 유한하기에 언제까지나 삶의 질문에서 도망칠 수는 없다. 이제 답을 내리고 당신의 삶을 바꿔야 할 때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근 진행된 설문 조사 결과 90세 이상 노인의 90%가 죽음을 앞두고 ‘더 모험을 해봤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후회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무모하게 살아가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것이다. 어차피 저세상에는 돈도, 집도, 차도 가져갈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서 물질적인 자산을 잃는 건 진짜 불행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일은 바로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후회할 일투성이였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자는 〈서문(여는 말)〉에서 이처럼 미국의 한 설문조사 결과로 책의 말머리를 잡는다. 이 조사 결과는 저자의 평소 인생관이나 삶의 방식에 딱 들어맞아서 인용했을 것이다. 저자의 "죽기 전에 후회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불행"이라는 주장은 의미가 깊다. 그걸 피하는 단 하나의 방법, 책을 읽는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 순간을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죽음을 진지하게 마주하는 순간 누구나 자신의 '본심'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고, 삶의 진리다.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두려워서 피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시는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할 일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죽음을 생각하는 동안 차라리 일을 하라고 독려하기도 한다.



저자는 한 단계 질문을 올린다. 언젠가 우리 모두 어차피 죽는다면 이 삶의 의미는 대체 무엇인가? 눈을 가린 채 죽음 같은 건 잊어버리고 눈앞에 놓인 삶을 살아가면 안 될까? 이에 대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위대한 삶을 살다 간 위인들을 예로 들어 답한다. 그들은 죽음을 바라보면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빠지지 않았기에 열정적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찰스 다윈이나 스티브 잡스는 단호하고 열정적으로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죽음의 두려움에 빠지지 않았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언젠가 죽음이 닥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고 매일 고민했다고 설명한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 존재'라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찰스 다윈의 경우 진화론에 대해 이야기하며 죽음의 필연성에 대해 언급했고,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고 강연을 통해 밝혔다. 이처럼 이들은 죽음을 맹목적으로 두려워하는 대신 내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언젠가 자신이 죽는다는 걸 받아들인 사람들은 내면의 진정한 감정을 깨달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다시 한 번 더 조언한다. 

"삶의 마지막 날,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하십니까?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요? 

만약 불가능하다면 언제부터 삶을 바꿔야 할까요?

인생은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p.9)

자신이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면 이미 저자가 말하는 「죽음의 세계」로 초대된 것이다. 저자는 이에 따라 "그럼, 당신을 지금부터 '죽음의 세계'로 초대하겠습니다."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한다. 독자들과 함께 이 여정을 함께하며 '죽음의 세계'를 탐구하겠다는 다짐이다.



이 책은 모두 4부 2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죽음이 물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냐고〉, 2부 〈끝을 정하는 건 운명인 줄 알았는데, 모든 건 내 선택이었다〉, 3부 〈내 삶에 잠들어 있던 빛나는 모든 것〉, 4부 〈인생의 파도에 휩쓸렸다고 생각했을 때 저 멀리 등대가 보였다〉 등이다. 책은 이제 죽음의 세계(본문)로 들어간다. 첫 장(章)에는 「불현듯 다가온 생의 마지막 날」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첫 문장이 보인다. "생의 마지막 날,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오늘은 당신 인생의 마지막 날이며, 삶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여기서부터는 누워서, 등을 바닥에 대고 읽어주세요'란 말이 조그만 활자로 쓰여 있다) 이제 조금 더 상상의 시간을 갖는다. 당신은 잠옷을 입고, 지금 병원 침대 위에 누워 있습니다. 창문 밖으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병실에는 당신 혼자뿐입니다. 천장의 형광등 불빛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살을 살아왔습니까?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후회가 없습니까?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인생이었습니까? 

상상해 보십시오. 당신의 영혼은 이제 곧 육체를 떠날 겁니다. 30초 후, 몸이 마치 사라질 것처럼 가벼워집니다. 20초 후, 당신은 죽음을 직감합니다. 시야가 흐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몸의 모든 감각이 서서히 사라집니다. 공간에 녹아들어 나와 세상에 경계가 없어집니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심장 박동이 잦아들고 있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던 의식이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습니다.(여기까지는 독자들이 누워서 체험한다) 

이후 빛이 사라지고 깜깜한 암흑 속이다. 정신을 차린 독자가 깨알처럼 작은 흰 글씨를 발견한다. 글씨를 천천히 읽어본다. 

"정말 죽은 것처럼, 이제부터 5분 동안 움직이지 말고 눈을 감고 죽음을 느껴보십시오. 머릿속 5분이 지나면 다음 페이지를 펼쳐주십시오."



저자는 몇 가지 조언을 곁들여 질문한다. "해야 할 일이나 이루고 싶었던 꿈이 남아 있습니까? 후회하거나 아쉬운 일은 없으십니까? 이대로 삶을 마감한다니 아쉽지 않으십니까? 단 한 번뿐인 인생이 이대로 끝난다니······. 소리쳐 울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리고 저자는 독자들에게 5분의 시간을 더 준다. 5분 동안 후회되는 일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크게 소리내 울어도 좋다. 후회는 독자들을 구석까지 몰아붙일 것이라고 예고한다. 하지만 후회는 새로운 삶의 세계로 향하는 입구이다. 후회하는 마음을 날개로 만들어 하늘로 날아오르면 된다. 저자의 조언은 마치 패러글라이딩을 입문하는 동승자에게 조언하듯 조심과 집중을 주문한다. 이제 날아오름으로써 독자들은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아직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p.23) 

3장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다면」에서는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곁들인다. 도스토옙스키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방황한 적이 있다고 한다. 빚은 빚대로 늘어나고, 사람들에게는 따돌림당하고 무시를 당하기까지 했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살아가던 어느 날, 도스토옙스키는 농노 해방 운동에 참여했다가 러시아 황제의 군데에게 체포된다. 8개월의 감옥 생활 끝에 총살형을 선고받는다. 형 집행 직전, 도스토옙스키가 생각한 내용을 저자가 전한다. 

"만약 내가 죽지 않는다면, 계속 살아갈 수만 있다면 나의 삶은 끝없는 영원처럼 느껴지며 1분이 100년 같으리라. 만약 내가 살 수만 있다면 인생의 1초도 소홀히 흘려보내지 않으리라······."

사형 집행 직전 도착한 황제 특사로 감형된 도스토옙스키는 이후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고 저자는 기록하고 있다. 마음을 고쳐먹고 방황하지 않게 된 그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문학 작품으로 꼽히는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썼다. 그의 삶에서 대체 무엇이 달라졌던 걸까? 저자는 말한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마주보고, 후회에 사로잡혔다. 정말 죽음이 눈앞까지 찾아오고서야 도스토옙스키는 온전히 '죽음'의 존재를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았고, 덕분에 삶의 소중함을 받아들였다. 만약 이런 사건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고, 써지는 대로 글을 썼다면 우리는 그의 이름을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p.38~39)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삶에는 수많은 역경과 좌절이 있다. 그것들은 당신의 노력 여부와 무관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그런 순간이 모이고 모여 값진 깨달음을 주는 순간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순간들을 포착해, 그럼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쓰나미에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었지만 오늘도 바다로 나가는 어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다 보니 방글라데시의 교육 혁명을 일으키게 된 일본의 낙제생, 하룻밤 사이에 10억 원의 빚을 지고 목숨을 위협당했지만 과감한 도전으로 위기를 극복한 혁명가 등 수많은 사례를 통해 당신이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정말 잘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다만 우리가 그걸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죽음 앞에 서고서야 비로소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독자들에게 이 책 『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때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는 말한다. 너무 늦게 깨닫지 말고, 너무 늦게 후회하지 말라고.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로 이미 수많은 독자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히스이 고타로가 던지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다 보면 자신만의 찬란한 삶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27개 장(章)은 각각 1개의 질문이 들어 있다. 삶과 죽음에 관한 저자의 질문이다. 이 질문은 독자들 스스로 답해야 할 것들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독자들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숙고해본 경험이 없을 터, 이를 위해 저자가 직접 「죽음의 초대」에 들어온 독자들에게 생각과 삶의 경계에 이르는 체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중요한 것들을 숙지해 희망하는 것부터 실천한다면 남은 생을 헛되이 살지 않을 거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 독자들이라도 저자의 질문을 읽고 답하기에는 쉽지 않다. 저자는 죽음 앞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이 책에 실은 이유가 그때서야 제대로 후회가 되고, 남은 삶이 있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사유하고 실제 실천해 남은 삶을 위대한 업적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장 「담담하게 흐르는 평범한 일상의 행복」에서 저자는 "담담하게 흐르는 평범한 일상이 행복의 본질이다"고 말한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말하는 것, 걷는 것, 친구가 있는 것, 오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것····· 이미 우리는 행복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 저자는 이어 "인생의 목적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시작점이다. 행복에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다."고 말한다.



23장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적게 느낀다」에서는 쓸데없는 생각만 하다 보면 이 순간, 나를 스쳐지나가는 바람을 놓치게 된다고 경계한다. 인생은 이곳에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불교 수행법 중 하나인 선(禪) 또한 동일한 발상에서 시작된다고 밝힌다. 의식을 흩트리지 않고 '지금, 여기에' 온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선의 극치란 설명이다. 독자도 이와 관련, 들은 바가 있다.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수행(修行)'이라고 한다. 스님들이 식당에 모여 밥을 먹으러 갈 때 신발을 벗고 차례차례 가지런히 거꾸로 놓아두고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다. 이때 역시 수행중이라는 것이다. 만일 배가 고프다고 밥을 빨리 먹으려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빨리 들어간다면, 밥을 먹고 나올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같은 색, 같은 모양의 신발들이 어지러히 흩어져 있다면 자신이 신던 신발을 제대로 찾아들고 올 수 있을까. 신발 벗고 가지런히 되돌려 놓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수행이라는 것이다. 부처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꿈꾸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라."

25장 「복잡하지만 단순한 인생의 진리」에서는 살아가는 동안 왜 내가 지금 꾸고 있는 꿈을 이루고 싶은 건지, 무엇을 위해서 이루고 싶은 건지 다시 한 번 목적과 동기를 되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말한다. 같은 일을 하더라고 목적에 따라 눈앞의 현실이 변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제 남의 시선에 휘둘리는 대신 본인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질문을 제시한다. 

"만약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정말로 쫒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p.217)

가슴 깊숙이 있는 나 자신에게 부드럽게 물어볼 것을 조언한다. 당장 답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진정한 자기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자신이 마음을 깨달으면 그 후에는 마음의 목소리를 따라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만 하면 된다. 삶은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어떤 부분에서는 간단하고, 간단하지만 그 안에 깊은 의미가 있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강조한다.


저자 : 히스이 고타로(ひすい こたろう)


출간 도서 누적 판매 200만 부를 넘긴 일본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 카피라이터이자 심리 상담사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매일 3만 명이 메일을 통해 그의 테라피 매거진을 받아보고 있다. 히스이 고타로의 첫 출간작인 ?명언 테라피? 시리즈는 60만 부 이상 판매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때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는 일본 출간 이후 40만 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저서로는 《마음이 꺾일 때 나를 구한 한마디》(공저), 《10% 행복 사과》, 《하루 한 줄 행복》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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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지적인 산책 -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끝없는 놀라움에 관하여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라이온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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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see)'와 '알다(know)'는 우리 일상에서 어느 정도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 영어도 혼용해 이를 혼용해 쓰기도 한다. 다만 영어에서는 처음 보고 이제 '앎'(see)과 기존에 '알고 있음'(know)으로 구별하는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인간은 모두 다섯 가지 감각 기관을 통해 주변을 파악하고 식별하는 것을 수행한다. 육감이란 인체에 구체적 감각 기관이 없이 분위기나 관련 상황을 인지하면서 받는 '느낌'이란 뜻이다. 이 감각 기관은 신체적 안전과 지능 발달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정보나 지식을 습득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 가운데에서도 눈으로 보는 일은 가장 먼저 주위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신체 안전을 위한 방어에 가장 유용한 감각기관이다. 뿐만 아니라 대뇌에 확실한 정보를 가장 빨리 전달한다. 인간은 직립하면서 눈은 더 멀리 볼 수 있게 됐고,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발달되어 왔다. 우리의 인지 능력을 담당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대뇌의 전두엽이 눈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일상에서도 시각 정보에 대한 말이나 관용어 등이 많이 쓰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주마간산'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 책 『이토록 지적인 산책』은 '집중력'의 놀라운 힘과 '관찰력'의 차이에 대해 정교하고 위트 있는 언어로 설명한다. 저자 알렉산드라 호로비츠는 이 책에서 우리가 지식과 정보를 오감을 활용해 얻고 쌓아감으로써 얼마나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산책'을 함으로써 그들이 보는 것과 저자 자신이 본 것을 비교함으로써 지식의 차이가 어떻게 벌어지는지에 대해 비교 설명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자신의 집 근처의 자신이 수십 년 간 살면서 봐왔던 주변에서 이들 전문가들과 함께 산책해 그들에게 보이는 지식을 알려줌으로써 자신과의 차이를 드러내 보인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산책'을 택한다. 

저자가 산책을 수단으로 선택한 것도 이유가 있다. 걷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걷기란 단순히 이곳에서 저곳으로 물리적 공간을 옮기는 행위만은 아니다. 생소한 두 사람이 함께 걷다가 친밀함과 호감을 갖게 되기도 하고, 풀리지 않는 답답한 일이 있을 때 산책을 통한 명상으로 해답을 얻는 경우도 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누구나 두 다리가 있다면 걸을 수 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걷기란 곧 그 사람 자체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맨해튼의 활기 넘치는 생활방식에 매료된 저자는, 평범한 동네 길을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걸으며 ‘주목받지 못한 것들’에 주목해 보기로 한다. 저자는 그 첫 번째 대상으로 스스로를 선정하고 혼자 걷기에 나선다. 충분히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꼈다고 생각했지만, 11명의 ‘관찰 전문가’들과 함께 걷고 난 후에야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질학자, 일러스트레이터, 의사, 시각장애인, 아기, 음향 엔지니어, 곤충 박사, 타이포그라퍼, 야생동물 연구가, 도시사회학자, 반려견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전혀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낯익은 일상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아기와 함께 나선 길은 호기심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군중들은 모두 잠재적 환자들이었으며, 시각장애인과 걷는 일은 오감을 열어주었다. 음향 엔지니어와 함께 한 산책은 한 편의 교향악과 같았고, 타이포그라퍼의 시선은 흔해빠진 간판 속에서 정교한 미학을 발견해낸다.

책에 따르면 시각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의사라는 직업처럼 교육을 통해 단련된 시각이 있고, 곤충을 찾아다니거나 글씨체를 연구하는 등 취미와 개인적인 열정으로 예민하게 다듬어진 시각도 있다. 또 어린아이와 시각장애인, 개처럼 존재 자체의 특성에서 비롯된 독특한 시각도 있다.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어째서 우리 대부분이 그들과 같은 것을 보지 못하는지 호로비츠 박사는 묻고 또 묻는다. 저자의 풍부한 유머와 놀라운 통찰력은 가벼운 변화에서 시작해 삶에 대한 고찰로 이어진다. 발터 벤야민은 눈으로 관찰하고 머리로 사고하는 사람을 가리켜 ‘산책자’라 칭했다. 저자 역시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 일상적인 풍경 뒤의 새로운 깨달음을 발견한다.

길에서 마주친 낯선 사람들이 각자의 루트로 전진하고, 앞을 보지 못해도 소리만으로 그늘의 위치를 찾고, 자세만 바꿔도 지나가는 이의 겸손함을 알아챌 수 있고, 나뭇잎 뒷면에 소인국의 우주가 펼쳐지는 세계. 세상 안에 또 다른 세상이 있고 그 안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우리는 그것을 ‘관찰’이라 부른다.



이 책은 맨해튼의 특별할 것 없는 동네, 저자가 사는 동네 주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저자의 디테일한 묘사 속 도시 풍경은 뉴욕이지만 서울 같기도 하고, 낯설지만 친근하기도 하다. ‘동네’란 모든 역사와 건축과 자연과 생활이 한데 뒤섞인 마법 같은 공간이다. 하나의 환경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대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눈으로 자신이 사는 동네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비교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해부학자들이 뼈 하나를 보고도 어떤 동물의 것인지 맞추고, 심지어는 그 동물을 복원해 내는 것처럼 도시라는 동물도 작은 단서 하나만 있으면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저자는 평범한 동네를 관찰한다는 것은, 보이는 모든 것의 역사를 깨닫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누군가 깎거나 벼려서, 또는 손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어서 언젠가 지금의 그 위치에 놓았을지 모른다. 눈앞의 모든 것은 한때 누군가에게 발견되었고 지금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을지 모른다. 그것이 바로 도시의 단서다. 저자는 이 단서들을 모아서 하나의 동네 역사를 지구 전체의 동식물, 생명체, 인간의 활동뿐만 아니라 지질과 지형의 변화까지도 역추적해 들어감으로써 2024년 오늘의 뉴욕 맨해튼의 한 지역의 역사를 고스란히 되살려 낸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읽기 전과 눈의 활용에 있어 많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변은 물론, 동네, 나라, 세계, 지구 등으로 범위를 확대시켜 자신이 원하는 부분까지 살려낼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관찰력과 집중력을 높인다면 말이다. 이유 없이 답답하고 우울할 때, 해결이 필요한 고민거리가 있을 때, 생활에 크고 작은 변화가 필요할 때, 거창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일단 동네부터 산책해 보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된다는 사실을 저자는 말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저자는 "산책 후에 바라본 세상은, 그전과 분명 달라져 있을 것이다. 선택하고 집중하여 생각하고 관찰하며 걷는다는 것 자체가 성찰의 행위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는 말에 독자의 추정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풀어내는 정교하고 지적인 모험의 세계는, 가상의 것들에 쉴 새 없이 몰두해 있는 현대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과제를 남긴다. "혼자 걸으며 나 자신과 대화할 것. 누군가와 함께 걸으며 서로가 ‘관찰’한 세상을 공유할 것."이라 선언이다.

이 책은 11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말한 열한 명(강아지 포함)의 전문가들과 함께했다.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끝없는 놀라움에 관하여」란 부제를 갖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우리는 보지만, 제대로 보지 못한다"라고 〈프롤로그〉의 제목으로 썼다. 자신의 감각을 깨우고자 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로 인해 동네를 걷는다는, 누구나 매일같이 하는 흔한 행위를 열두 번이나 되풀이했다.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전문적 시각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각각 다르게 걸어봄으로써 우리가 평소에 쉽게 놓치고 사는 일상적인 요소들을 포착하려 했다고 말한다. 동네 골목 골목과 그 안의 모든 것을 살아 움직이는 관찰 대상으로 삼아 일상의 세계를 탐사했다고 강조한다.

이런 탐사에서 익숙했던 것들은 낯선 면을 드러내고, 지겨웠던 것들은 신선하게 다시 다가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두 가지 요소를 활용해 탐사에 나섰다고 밝히고 있다. 첫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타고난 것으로, 바로 앞에 있는 것을 보는 능력이다. 예컨대 이사를 한다면 처음에는 누구나 새 동네가 전에 살던 곳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려고 눈을 크게 뜨고 모든 감각을 열어둔다. 나무 그늘이 더 넓게 퍼진다거나, 차가 더 많이 지나다닌다거나 하는 사실들이다. 두 번째 요소는 개개인의 전문 분야를 활용한 것이다. 모든 사람의 시간에는 프랑스인들이 '직업적 왜곡'이라고 이름 붙인 특정한 편향성이 존재한다. 바로 모든 상황을 자신의 직업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다. 정신과 의사는 슈퍼마켓 계산대 점원에서부터 배우자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서 병적 질환으로 진단할 수 있는 증상들을 읽어낸다. 경제학자는 커피 한 잔을 사는 단순한 행위에서도 거시경제 현상의 한 사례로 본다.



저자는 대도시 뉴욕에서 살고 근무하며 자연스레 도시의 활기 넘치는 생활방식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뉴욕을 비롯한 몇몇 도시의 평범한 동네 길을 탐사 지역으로 선택했다. 이 산책의 동반자들은 자신만의 분명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다. 시각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령 의사라는 직업처럼 교육을 통해 단련된 시각이 있고, 곤충을 찾아다니거나 글씨체를 연구하는 등 취미와 개인적인 열정으로 예민하게 다듬어진 시각도 있다. 마지막으로 어린아이와 시각장애인, 개처럼 존재 자체의 특성에서 비롯된 독특한 시각도 있다. 이들이 이번 산책에 동반한 전문가들이다. '관찰 전문가'라고 저자는 표현한다. 이들이 산책에서 보고 들려준 이야기를 자신이 함께 걸으면서 기록했다가 독자들에게 들려준다는 계획이다.

'가장 전형적인 동네 산책'을 하겠다는 목표를 의식한 나머지 평소보다 자의식이 충만한 상태로 현관을 나선 저자는 스스로 몰랐던 신비로운 관찰력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천진난만하게 들떴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에게 그리고 이번 산책에 퍽 만족했다고 한다. 그러나 "알고 보니 나는 거의모든 것을 놓치고 있었다. 다른 열한 명과의 산책들을 마친 뒤 나는 기분 좋은 탄성을 지르는 한편, 나의 평범한 시각의 한계를 깨닫고 코가 납작해지고 말았다. 그나마 위안거리가 있다면 나의 이런 부족함이 지극히 인간적인 특성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보지만, 제대로 보지 못한다. 우리는 눈을 사용하지만, 시선이 닿는 대상을 경박하게 판단하고 스쳐 지나간다. 우리는 기호를 보지만 그 의미는 보지 못한다. 남이 우리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즉, 내게 부족한 것은 집중력이었다. 그저 충분히 집중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그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아이들이라면 모두 선생님 또는 부모님으로부터 집중하라는 타이름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집중하는지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p.19~20)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독자들에게 '집중력'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또 집중력 향상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학자들이 제시하는 많은 방법이 대체로 효과가 없다는 점을 우선 인식해야 한다. 또 집중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겠지만, 심리학자들도 이런 궁금증에 정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 채 '선택적 집중'이란 말을 사용한다고 귀띔한다. "지각에서 어떤 분야를 강화시키고 나머지를 억누르는" 방법이다.



이 책에는 열한 번의 산책, 열한 명의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이들 전문가와 함께 동행해 그들의 시각으로 보고, 알아내고, 찾아낸 것을 저자가 기록해 글로 설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1장 「아들 오그던과 함께-새로운 것을 사랑하는 병」, 2장 「지질학자 시드니 호렌슈타인과 함께-아주 오래된 낙서」, 3장 「타이포그라퍼 폴 쇼와 함께-완벽한 글자가 주는 희열」, 4장 「일러스트레이터 마이라 칼만과 함께-시선, 조용한 눈맞춤의 의미」, 5장 「곤충 박사 찰리 아이즈먼과 함께-섬세하고 유혹적인 벌레들」, 6장 「야생동물 연구가 존 해디디언과 함께-그 녀석의 은밀한 도시 살이」, 7장 「도시사회학자 프레드 켄트와 함께-느릿느릿 춤추며 걷기」, 8장 「의사 베넷 로버 & 물리치료사 에번 존슨과 함께-몹시 효율적인 걸음걸이」, 9장 「시각장애인 알렌 고든과 함께-우리가 듣지 못하는 주파수의 진동들」, 10장 「음향 엔지니어 스콧 레러와 함께-콘크리트 위의 교향악」, 11장 「」「반려견 피니건과 함께-촉촉한 코로 탐색하는 세상」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진정으로, 본다는 것」에 대해 썼다. 


이 산책들이 내 머릿속에 미친 영향은 손에 잡힐 정도로 또렷하다. 내 시야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내 머리는 나뭇잎에서 벌레혹을 찾아보고, 에어컨이 윙윙대는 소리를 듣고, 도시 골목에 버려진 쓰레기의 역겹도록 달콤한 냄새 또는 내 얼굴에 남은 비누 냄새를 맡을 수 있게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나는 이제 나 자신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고, 심장고동을 느낄 수 있고, 길을 걷다가 보도의 다른 행인들과 공간을 협상할 때 몸무게가 어느 쪽으로 쏠리는지 감지할 수 있다. 나는 걸을 때마다 팔이 다리의 박자에 맞춰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앞뒤에 있는 행인들이나 지나가는 차 안의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 소리, 내 옆에서 걷는 피니건의 개 목걸이가 짤랑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제 내게 있어 걷기는 단지 육체를 수송하는 수단이 아니라 정신적인 고양을 가능케 하는 도구이자 몹시 매력적인 행위다. 유감이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 때나 걸음을 늦추고 사방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산책의 동반자로 삼기에는 껄끄러운 사람이 된 듯하다. 원한다면 이런 습관을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새롭게 얻은 이 습관이 몹시 마음에 든다. 나는 우리 모두가 한때 지녔으나 느끼는 법을 잊고 있었던 것, 바로 경이감을 되찾았다.(p.371~372)


저자 : 알렉산드라 호로비츠(Alexandra Horowitz)

UC샌디에이고에서 인지과학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바너드 칼리지의 심리학 부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개의 인지능력’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다양한 연구를 하는 중이다. 『Being a Dog』, 『Our Dogs, Ourselves』 등 개의 행동을 분석하는 책을 꾸준히 집필했고, 특히 이 책의 원저인 『Inside of a Dog』은 ‘흠잡을 데 없는 개 행동학의 바이블’로 평가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냄새 맡기를 좋아하는 큰 개 두 마리, 고양이 한 마리, 강아지 한 마리와 뉴욕에 살고 있다


역자 : 박다솜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했다. 책 『멍든 아동기, 평생건강을 결정한다』, 『만만찮은 여자들』, 『불안에 대하여』,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관찰의 인문학』, 『죽은 숙녀들의 사회』, 『여자다운 게 어딨어』, 『스피닝』 등을 번역했다. 배우자와 아이, 고양이와 함께 행복해지는 길을 부지런히 찾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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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넘어지면 사랑 - 썸머 짧은 소설집
썸머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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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가가도 마음이 ‘쿵‘ 하고 부딪치면 사랑은 시작된다. 한 발만 더 내디디면 좋은 게 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이 순간이 사랑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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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넘어지면 사랑 - 썸머 짧은 소설집
썸머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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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길을 걷다가 넘어지면 사랑』의 표제어는 소설 제목이라기보다는 싯구처럼 보인다. 저자는 여름을 좋아해서인지 필명도 '썸머'다. 저자는 작가뿐만 아니라 이미 에세시를 출간한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또 배우와 영화, 영상의 연출가이다. "하나의 직업도 깆기 힘든 시대라는데 여러 개의 직업을 갖고 있다"면 부러워서 하는 말일까? 아무튼 그는 자신이 맡은 영역에서 열정을 가지고 여름의 태양처럼 자신을 이글이글 불태운다. 이 책은 저자의 첫 소설집이다. 지난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5일 동안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공개된 작품집이다. 소설책 치고는 작고 얇은 이 책에 소설 7편을 담았다. 얼핏 제목만 보아도 '여름'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 

소설은 길이에 따라 중·장편, 단편 등으로 나뉜다. 학교 국어 시간에 배우듯 장·중·단편 소설은 그 특성도 다르다. 쓰는 일은 작가의 일이고, 작가의 자유이어서 어느 길이로 쓸지에 대해서는 오롯이 작가의 자유 재량이다. 그러나 이 원고가 출판할 때에는 출판사와 협의를 해야 한다. 검열의 의미가 아니라 출판 책의 모양과 판형, 글자 크기, 페이지 수 등을 협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의도가 파악되면 출판사는 편집을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원고 길이를 알아야 한다. 책의 페이지 수는 편집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다. 지금은 컴퓨터 자판을 이용해 글을 쓰지만 이전 세대는 대부분 200자 원고지에 펜으로 직접 한 자 한 자 메꿨다. 그래서 아날로그 세대 작가들은 컴퓨터로 치면 글이 더 안 써진다며 펜으로 200자 원고지에 쓴 경우가 최근에도 있다는 사실을 독자도 들은 바 있다. 

아무튼 이 책 이야기에 소설의 길이에 대해 한마다 하지 않을 수 없어 꺼낸 이야기다. 소설의 길이는 작가와 편집 출판사와의 문제이지 독자들은 전혀 관여할 바는 없는 문제이다. 다만 학교에서 배운 대로 장편의 경우 일생이나 시대를 가로지르는 시공간, 인물들이 일생 혹은 몇 세대를 이어져 내려온 이야기를 쓸 때 적절하다. 단편은 하나의 사건을 집중 조명하며 성격이 분명한 인물이 등장하며, 오랜 시간에 걸친 이야기라면 압축적으로 써야 한다. 또 구성 역시 소설 형식이 있기 때문에 따라 맞춰야 한다.



길이에 따라 소설이 구분되긴 하지만 분야별 구분은 여기에 적용하지 않는다. 어떤 소설이든 중·단편의 구별은 소설 길이에 따라 나뉜다. 따라서 장편 소설이 소설의 원형이라든지, 글을 잘 쓰는 작가가 장편 소설을 쓴다든지 하는 점도 적용되지 않는다. 소설의 길이는 작가의 문장력이나 소설 기법의 문제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단편이 소설의 길이가 짧아서 붙여진 이름이듯이 장편은 소설의 길이가 길어서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이 소설집 『길을 걷다가 넘어지면 사랑』 역시 작가의 소설 쓰는 능력과는 무관하다는 뜻에서 써본 말이다. 

출판사 측은 이 소설집을 '여름을 닮은 경쾌한 짧은 소설집', '단편 영화를 보는 듯이 선명한 이야기'들이라고 말한다. 출판사 리뷰에 따르면 이 소설집은 어디서든 만나고 헤어졌을 이름들과 ‘얼음물, 담요, 물감, 볼링공, ASMR, 수박, 그리고 수영장…’을 생각하게 한다. 엉뚱하게만 보이는 여름의 준비물이 빚어내는 뜻밖의 다정과 진득한 응원을 발견하게 되고, 독자들은 이 소설들을 읽는 또 하나의 기쁨을 맛볼 것이라고 밝힌다. 저자 썸머가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뜻밖의 충돌과 기울어진 마음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이 소설은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싱그러운 여름의 물기를 머금은 일곱 편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를 통해 두근거리는 사랑과 정성스러운 일상을 기대하게 한다"는 추천평을 쓴 작가 가랑비메이커는 독자들이 삶과 사랑의 의지를 다지는 가장 빠르고 안전하고 다정한 방법을 알고 싶다면 썸머의 소설 속 주인공이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어느 인물에든 자신의 삶을 대입해 볼 것을 조언한다. 조금의 이질감도 없이 우리는 곧장 주인공이 되어 데굴데굴, 어디론가 굴러가게 될 것이라면서 말이다. 

저자 썸머는 「"길을 걷다가 넘어지면 사랑, 마음이 한 쪽으로 쏠리거든요."」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소설 제목은 실제로 어느 영화에서 했던 대사"였다고 말한다. 대사가 아주 많은 영화였는데 감사하게도 감독이 직접 대사를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그때 떠올린 문장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사랑이 뭘까"라는 물음에 대한 자신의 대답이었다고 회고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소설집에는 짧은 소설 7편이 담겨 있다. 길이로만 판단하자면 단편 소설 1~2편의 분량에 불과하다. 글재주가 뛰어나 간결한 문장으로 7편의 스토리를 이 작은 책에 담았다고? 선뜻 믿기지 않지만 분명 7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먼저 소설의 제목만 열거해 본다. 「얼음이 녹으면」, 「정아」, 「수족냉증」, 「데굴데굴」, 「양호실」, 「점점」, 「그녀의 여름방학」 등이다. 모두 신비스럽거나 판타지적인 요소도 없고 평범한 단어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여름과 소설을 사랑하던' 자신이 여름 소설을 내게 된 것만 해도 아마도 세게 넘어진 듯하다고 말한다. 여기 '짧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평범하지만 어딘가 기운 마음의 방향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기어코 그들을 넘어뜨리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썼다. 여름이 오면 얼음이 녹듯 어딘가 꽁꽁 얼었던 마음이 녹아내리고, 단단히 붙잡았던 마음의 벽이 와르르 무너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마음의 벽을 먼저 무너뜨리고 가슴을 열어 사랑하는 마음을 온몸에 가득 채우고 싶다는 마음이다. 저자의 이 같은 마음이 첫 번째 소설 제목으로 등장한다.

「얼음이 녹으면」 첫 문장은 "되게 초록이네."다. 국어 어법에 안 맞는 듯한 표현이지만 요즘 이런 표현을 많이 쓴다고 들었다. 특히 젊은 층에서 이 정도의 어법은 흔히 쓰인다고 하니, 첫 문장으로 채택한 국적 불명(?)의 문장으로부터 저자는 시대의 흐름에 적극 참여하는 젊은 세대일 것도 같다. 그렇지 않다면 예술적이며 독자들 누구나 머릿속에 쉽게 각인되도록 하는 말일 터다. 소설 속 여주인공인 연우는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내심 한가득 초록빛을 내뿜는 창밖 풍경이 꽤나 마음에 들어한다. 그런 연우의 마음이 들켰는지 은수는 아무 말 없이 연우가 앉은 조수석 창문을 내렸다. 그러자 한가득 초록빛을 내뿜던 풍경들이 차 안으로 쏟아지듯 밀려들어온다. 가득 풍기는 눅진한 숲 냄새, 따듯한 햇빛 냄새에 한결 더 기분이 좋아진 연우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이마를 간지럽혔다. 소설 속 풍경이 '여름'을 짙게 암시하고 있다. 연인 사이인 두 사람은 여행을 떠나는 중이다. 연우는 다음 문장으로 은수와의 여행이 '호캉스'이기를 바랐지만 은수의 희망대로 여행지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애매한 어느 작은 마을로 가는 중이다. 호텔은커녕 숙소 하나 찾기도 어려운 산골 동네다.



두 사람은 영화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연우는 배우 겸 연출자로서 이 모임에 가서 시나리오를 쓰는 은수를 처음 대면한다. 첫 만남 때 은수는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말했던 것 같다. 목도리를 칭칭 감고 있는(겨울이어서) 은수가 했던 말은 연우에게 아주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우연히 정류장까지 함께 걷게 되고, 두 사람은 꽤 만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별한 관계도 아닌 터에 중요하지 않은 대화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독자들도 다 느꼈겠지만 친밀감 이상의 감정이 발동된다면 으레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구 던지게 된다. 두 사람 사이에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은근히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느껴진다. 

"··· 전에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잖아."

은수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연우를 휙 하고 올려다보고는 말없이 끄덕였다.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여름이야?"

"응, 난 여름이 좋아."

아직은 쌀쌀한 날씨였지만 짧은 순간 은수의 얼굴에 여름이 스쳐 지나가는 걸 연우는 느꼈다.

"여름이 왜 좋아?"

가늘게 다문 입속으로 신중히 답을 고르는 게 느껴졌다.

"음··· 차가운 물을 마실 수 있어서."

(중략)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연우는 그 순간 은수와 함께 여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p.16~17)



두 사람은 그리고 첫 번째 여행을 여름의 절정 7월에 함께 오게 된다. 중간에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굳이 저자는 표현하지 않는다. '시골이라 그런지 6시 반만 돼도 불그스럼한 노을이 지더니 얼마 안 가 하늘엔 푸른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연우는 밀 장을 봐온 재료들로 서둘러 저녁을 만들기 시작한다. 얼마 전 영화 현장에서 스탭들끼리 만들어 먹었던 해물파전고 비빔면을 꼭 은수에게 해주리라 마음먹었다. 지글지글, 프라이팬에서는 식용유가 반죽을 기다리며 소리를 냈고 마당에서는 하나둘 풀벌레가 울기 시작한다. 마루에서 잠에 든 은수가 깨지 않도록, 달궈진 프라이팬 위로 조심스레 반죽을 얇게 퍼올렸다. 

마루에 놓인 유리잔을 치우다 말고 잔에 남은 작은 얼음과 물을 삼켰다. 차가운 기운이 퍼지는 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제야 조금 은수를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은 이렇게 끝나지만 많은 생략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계절도 겨울 이른봄, 그리고 본격 여름인 7월로 바뀌는 동안 사건은 별 것도 없다. 다만 두 주인공의 마음속 변화를 대화나 여행 등을 통해 느낄 뿐이다. 소설을 짧게 쓰기 위해 생략한 것이 아니라 의식의 변화를 통해 사람의 변화를 독자들이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표현되지 않은 것을 독자들에게 살짝 귀띔만 해주며 소설이 끝을 맺는다. 

잠에 든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연우는 이제 자신도 여름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고, 속으로 고백한다. 


저자 : 썸머


여름과 소설 그리고 영화를 좋아합니다. 수영과 풋살에 푹 빠져 지냅니다.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여전히 설렙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가 가장 짜릿!하고 행복합니다. 글을 쓰는 이유는 사랑과 용기를 얻어 추진력을 얻기 위함입니다.

“영화보다 먼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로 했다.” 낮에는 카메라 안팎을, 밤에는 키보드 위를 달리는 배우이자 글 쓰는 사람 고아라. 때로는 주인공 때로는 스쳐 지나가는 인물의 자리를 오가는 그녀의 진짜 이야기는 카메라 밖에서 시작된다. 영화가 끝나도 끝나지 않는 인생이라는 러닝타임 속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감정과 서사를 작은 노트와 유튜브 [여름비누]에서 짧은 필름으로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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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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