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의 정신과 의사 - 치료와 형벌 사이에서 생각한 것들
노무라 도시아키 지음, 송경원 옮김 / 지금이책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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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닿지 않는 담장 너머의 세상, 교도소 내 정신과 의사가 그려낸 또 하나의 의료현장이다. 그곳에서 한 정신과 의사는 범죄와 정신질환과의 관계에 대한 진료와 숙고를 거듭한다. 이 의사는 경험과 통계 분석을 통해 사회적 책임의식을 강조하며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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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의 정신과 의사 - 치료와 형벌 사이에서 생각한 것들
노무라 도시아키 지음, 송경원 옮김 / 지금이책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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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사는 우리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갖춘 대한민국 국민으로 산다. 민주주의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국가의 권력을 선거로써 뽑은 사람에게 맡기는 제도다. 또 자본주의는 시장 경제와 자유 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것을 이르는 경제적 제도다. 우리는 이 체제를 시작한 지 100년도 안 된 나라다. 그러나 두 개의 분야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치열한 싸움을 통해 가장 빠른 속도로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룬 나라로 지칭되고 있다. 지금은 선진국 대열에도 들어섰다고 평가받고 있다. 수백 년 동안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싸워온 나라들의 수준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자긍심은 갖고 있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만큼 과정 상의 부작용도 많았고, 또 결과적으로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현상도 일부 벌어지고 있다. 법이란 게 결국 공동선,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에게는 일정 기간 사회와 격리한다는 '법의 정신'에 기초하고 있다. 이런 법을 집행하는 곳이 교도소다. 과거에는 감옥, 형무소(일본식 명칭)란 명칭을 썼지만, 대한민국은 1961년부터 죄 지은 사람들을 재판에 의해 일정 기간 격리하고 사회로 복귀시키는 교정 기관이라는 의미의 교도소(矯導所)로 지칭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교도소를 법무부장관 소속 하에 설치·운용하며 법무부에는 그 주관 기구로 교정본부가 있다. 각 교도소는 소장 1인(큰 교도소에는 부소장도 있음) 아래 수 개의 과(課)를 둔다. 과의 명칭은 총무과·보안관리과·작업훈련과·교화교육과·보건의료과·복지지원과 등이다.(두산백과) 법의 정확한 명칭은 모르지만 '교정시설에 관한 법'을 따로 두어 이 같은 시설이나 업무를 전담하는 공무원을 배치하는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재소자들의 최소한의 편의와 건강 등 기본적 권리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 일본도 거의 비슷한 법과 시설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이상은 이 책 『교도소의 정신과 의사』의 저자가 일본인 의사이기 때문에 일본의 교정 시설에 대한 기초적 지식을 갖추기 위해 일부 백과사전의 풀이를 더했다. 교도소에 전문의가 배치된다는 사실은 흔히 알려진 사실은 아닐 것이다. 독자 역시 의무 시설은 있지만 전문의가 배치될 정도로 교도소가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 들었다.



저자 노무라 도시아키는 책의 앞 부분의 〈서문(시작하며)〉을 통해 "이 책을 교정시설에서 오랫동안 정신과 의사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말한다. 이곳(교도소)에서 저자가 경험한 여러 일 중 일부를 글로 옮겨 엮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교정시설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그 후로 이따금 부딪치게 됐던 몇 가지 문제를 두고 생각했던 것들과, 중간중간 이와 관련해 의료기관에서 겪은 일들도 책에 담았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가 이 같은 한계를 미리 밝히는 것은 아마 일본 전체 교도소의 상황이 모두 이렇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해두는 것이라고 독자에게는 읽힌다. 뒤에 있을지도 모를 부작용을 예단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예컨대 저자가 겪은 교도소의 경험은 특정 교도소에 국한된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독자 등 이 책을 읽은 사람들 중에 "일본의 모든 교도소가 상황이 이렇다"고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경우 자칫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일 것으로 독자에게는 이해한다. 

저자는 상근과 비상근을 합쳐 20년 이상을 교정시설에서 정신과 의사로 근무했다고 말한다. 비상근과 의료공조(상근의사가 다른 시설에서 진료하는 것)을 합하면 열 곳이 넘는 시설에서 진료를 보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저자보다 더 오랜 세월 동안 교정의료에 몸담아온 의사들이 많기에 『교도소의 정신과 의사』라는 제목을 붙이려니 약간 주저되기도 했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이중적인 의미도 포함하고 싶어 굳이 이대로 세상에 내놓기로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가급적 많은 사례를 들어 좀 더 생생하게 사실을 전달하고자 했으며, 그 과정에서 각 사례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성장배경이나 생활환경, 범죄이력 등 몇몇 사항을 크게 수정했다고 밝힌다.

"교도소에 수용되는 이들은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한마디로 범죄라고 해도 그 유형과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 낯선 행인을 폭행한 사람, 각성제를 팔아넘기려다 체포된 사람, 먹을 게 없어 편의점에서 주먹밥을 훔친 사람, 가족을 간병하다 지쳐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가 본인만 실패하고 살아남아 결국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등등. 이처럼 교도소에는 온갖 인생이 다 있다. 소년원에는 비행이나 범죄를 저질러 가정법원에서 수용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만 14세 이상부터 만 20세 미만까지의 청소년이 들어온다.* 소년원에도 또한 다양한 삶이 있다. 마찬가지로 구치소나 소년감별소에도 다양한 삶이 있다.(p.8) 

* 한국의 경우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수용된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한, 모두 11개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교도소 의사로서의 첫발〉, 〈학대가 빼앗아간 것〉, 〈교정시설에서 바라본 가족의 형태〉, 〈보호실에서 들었던 제야의 종소리〉, 〈정신감정은 정신의학의 꽃인가〉, 〈부주의성과 산만함과 관용〉, 〈발달장애는 무엇을 가져왔는가〉, 〈노인의 병과 죄〉, 〈핀란드의 교도소〉, 〈왕진이 가르쳐준 것〉, 〈교정시설에서의 심리치료〉 등이다. 

저자에 따르면 교도소나 구치소, 소년원 등의 교정시설 수감자 중에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법을 어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감시설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주는 불안으로 인해 정신질환을 얻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이미 ‘몸의 구속’과 함께 ‘마음의 감옥’에 갇힌 자들이다. 그러나 법의 현실은 이들의 치료를 가로막아왔다. 극한의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섭식장애가 절도로까지 이어진 소녀, 의지할 곳 없어 좀도둑질을 반복하며 교도소와 바깥세상을 오가는 노인, 심한 정신질환으로 제대로 된 대화가 불가능해 재판조차 받지 못한 채 구치소에 계속 구금된 남성 등이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 각각은 각기 다른 인격과 환경을 가진 사람들이고, 앞으로의 미래도 모두 다를 것이다. 정신과 의사로서 교정시설에서 온갖 인생을 만나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로부터 격리된, 담장 너머 또 하나의 의료현장을 생생하게 증언하며 우리가 그동안 애써 외면해온 우리 사회의 그늘진 이면에 한 발짝 다가가게 해준다.

두 번째 장 〈학대가 빼앗아간 것〉에는 한 소녀의 길지 않은 인생이 너무 쉽게 망가진 예가 적혀 있다. 출소를 코앞에 두고 극도의 불안과 흥분으로 발작을 보이는 소녀가 있었다. 어린 나이 때부터 유흥업소를 출입하며 온갖 비행을 일삼아 소년원에까지 왔지만, 소녀에게는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이 있었다. 오빠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가족으로부터의 학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소녀는 출소 후 집이 아닌 보호시설로 보내졌다. 하지만 마음이 충분하게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소년원을 나간 소녀는 결국 보호시설에서 도망쳤다.



저자가 부임한 의료소년원에는 이처럼 가족에게 성적 학대를 받고 불안증에 시달리는 소녀도 있고, 아버지의 잦은 폭력으로 인해 자신도 또래 아이들에게 폭행을 가하다 소년원에 들어온 소년도 있었다. 각성제 남용 후유증으로 시설에 들어온 아이들도 많다. 불량 청소년들에 의해 억지로 환각물질을 들이마시고 억울하게 들어온 소년에서부터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고 일찍부터 각성제에 손을 댄 소녀까지 저자는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이들을 숱하게 목격해왔다. 하지만 경찰에 붙잡혀 이곳에 오는 아이들의 경우 ‘증상’보다 어쩌다 환각제에 손을 대게 되었는지 ‘사건’에 주로 초점이 맞춰지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솔직히 소년원에 들어오는 것만으로 약을 끊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종종 좌절감이 들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학대받은 이이들에 대한 치료 여부를 떠나 아이들이 비행을 저지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교도소나 소년원에 근무했던 의사들은 대체적으로 이런 의문을 갖게 된다. 저자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물론 치료 가능 여부를 생각하기 위해서다. 저자에 따르면 학대가 곧 비행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세 가지 견해가 있다고 말한다. 다만, 영유아기에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안정감이나 신뢰감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 안정된 인격을 만들어가지 못하고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심한 불안, 공포, 긴장 등을 느낄 경우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의 반응을 나타낸다. 첫 번째는 불안이나 긴장 등을 모두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불안이 심하거나, 장기간 지속되거나, 또는 그 사람에게 어떤 취약성이 있을 경우 기질이나 체질과 관련되어 우울, 공포, 불안, 긴장, 강박 등 여러 정신증상을 보이게 된다. 두 번째는 불안이나 긴장 등이 신체증상으로 전환되어 나타나는 것(신체화)이다. 두근거림, 발한, 변비나 설사, 어지럼증 등 자율신경증 증상에서부터 일어서고, 걷고, 말하기가 불가능해지는 등의 다양한 신체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과거 흔히 히스테리라고 불리던 전환장애**나 신체화장애***가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불안이나 긴장 등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행동화)으로, 이는 한층 더 어떠한 부적응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은둔 형태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다. 전자는 도박 중독, 알코올 의존, 섭식장애, 다양한 일탈 행동 등으로 나타난다. 

** 전환장애 : 심리적 갈등에 의해 주로 운동이나 감각기능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 신체화장애 : 심리적 원인이나 갈등이 여러 가지 만성적이고 복합적인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한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부모와 가정의 문제만으로 청소년 비행과 범죄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대체로 소년원 내 아이들의 많은 가족이 가난하고 갈등으로 가득 차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고립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저자는 이들에게 필요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복지적 배려와 꾸준한 지지”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런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은 소년원뿐만 아니다. 일반 재소자들이 있는 교도소의 노인 문제도 심각하다. 여덟 번째 장 〈노인의 병과 죄〉에서 한 노인의 사례를 든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의 남성이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던 아내를 살해한 죄로 수감되었다. 수년간의 간병 생활이 불러온 비극이다. 이 남성 역시 경증이기는 해도 치매를 앓고 있었다. 그러니까 치매를 앓는 아내를 보살피던 남편 역시 치매에 걸렸고, 이에 앞날을 비관하여 소위 ‘동반 자살’을 꾀했으나 자신만 살아남아 살인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이 노인은 자기 행위를 반성하기는커녕 자신이 교도소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될 것이다. 과연 이 형벌이 의미가 있을까. “노인 수감자 중에는 절도나 무전취식 같은 경범죄뿐만 아니라 살인, 살인미수, 상해치사 등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평생을 범법행위와는 거리를 두고 살다가 나이 들어 처음으로 그런 중대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관심이 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 가족을 상대로 한 범죄였고, 간병 끝에 벌어진 범죄였다.”

인구 감소로 인해 수감자의 절대 수는 점점 줄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젊은 세대의 범죄율은 감소 추세다. 이에 관한 많은 분석이 있지만, “학교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과거에는 폭주족이 되어 거리로 몰려나왔다면, 요즘은 대체로 집에만 틀어박혀”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다는 견해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교도소가 교도소 밖의 현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고령 인구의 범죄율은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 빈곤’, ‘고령자의 사회적 고립’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가령, 해고로 일자리를 잃고 노숙자가 되어 도둑질을 일삼다 붙잡혀 들어온 사람, 아픈 배우자나 자식을 수십 년간 돌보다가 더는 여력이 없어 이들을 죽이고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람, 치매를 앓고 인지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까지···.



저자는 일본의 법률에서 정신장애가 의심되는 피의자에 대한 처우는 교도소로 보내지느냐 의료기관으로 보내지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이케다 초등학교 사건을 계기로 2003년 '의료관찰법'이 제정되어 정신장애가 있는 범죄자가 특별한 시설에서 치료를 받는 구조가 마련됐다. 다만 이 법률의 대상은 심신상실(책임무능력)로 인정된 사람이나, 한정책임능력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사람, 즉 교도소로 보내지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밝힌다. 일단 교도소에 들어가면 아무리 정신장애가 악화되어도 교도소를 나와 의료시설로 옮겨지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현실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런 사실은 우리나라 법률과 사법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교도소로 보내지는 이들은 어떤 유무형의 도움과 지원이 없다면 평범한 일상이 어려운 우리 이웃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들을 교도소에 수감하기보다는 복지제도나 의료제도를 개선하는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저자는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사회에 시급한 화두를 던진다. 우리로서도 인구 감소, 노령화에 따른 소년원의 미성년자 범죄 유형 조사와 노인 범죄율 증감, 빈곤 노인층에 대한 복지·의료 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저자 : 노무라 도시아키(野村俊明)


니혼의과대학 명예교수. 정신과 전문의. 1954년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나 1978년 도쿄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교육학연구과 교육심리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전공을 바꿔 니혼의과대학 의학부에 입학, 정신과 수련의를 거쳐 니혼의과대학 부속 제1병원과 다수의 교정시설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일했다. 이후 니혼의과대학 의료심리학교실 교수로 재직하다 2020년에 정년퇴임을 했다. 주요 저서로 《비행정신의학非行精神??》(공저), 《비행과 범죄의 정신과 임상非行と犯罪の精神科臨床》(편저), 《심리치료의 기본精神療法の基本》(공저), 《생명윤리의 교과서生命倫理の?科書》(편저), 《심리치료의 실천精神療法の??》(공저) 등이 있다. 2022년 1월 25일, 향년 67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역자 : 송경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교육대학원에서 일어교육을 전공했다. 재미가 일이 되고 일이 재미가 되는 삶을 꿈꾸며, 재미있고 의미 있는 작품을 기획, 검토 및 소개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현재 소통인(人)공감 에이전시에서도 번역가로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종교의 흑역사』,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물리 편』, 『같은 소재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는 글쓰기 매뉴얼』, 『마지막 산책』, 『대중을 사로잡는 장르별 플롯』, 『100세까지의 독서술』,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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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인생론 - 삶이 너의 꿈을 속일지라도
헤르만 헤세 지음, 송동윤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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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것 같다. 글의 내용에 동양적 관념이 가미되어서일까? 혹자는 그가 불교나 붓다를 공부할 정도로 동양의 심상에 관해 깊이 알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를 한다. 그러나 독자는 그가 우리 청소년 혹은 청년들에게 강조하는 희망과 사랑이란 주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거의 모든 글에는 삶과 사랑이 담겨 있다. 그리고 젊은이들의 방황과 좌절, 역경 극복과 열정으로 세상을 끌어가는 희망을 준다. 이 같은 신념은 헤세가 살던 시대적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다. 헤세가 서른일곱이 되던 1914년 8월, 독일이 러시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다. 이로써 전 세계가 전쟁의 포화에 휩싸였으며, 민족주의, 군국주의가 독일을 휩쓸었다. 인도주의자, 평화주의자였던 헤세로서는 이런 식의 극단적인 애국주의에 동조할 수 없었고, 독일 국민에게 평화를 호소하는 글을 발표하자, 이 글로 인하여 독일인들에게 매국노, 반역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헤세는 전쟁 기간에 독일에서 글을 발표할 통로가 막혀 할 수 없이 스위스로 건너가 전쟁포로 구호소에서 일을 도왔다. 이 시기에 아버지의 죽음과 아들의 투병, 그리고 아내가 정신병을 앓는 등 고난이 이어졌다. 그때 헤세는 신경쇠약에 걸려 카를 융의 제자 J. B. 랑 박사에게 정신분석을 받았다. 이때의 경험은 그의 작풍에도 많은 변화를 주었고, 그 변화는 1919년 대표작 『데미안』으로 나타난다. 청소년의 고뇌와 자기 인식을 탐구하는 과정을 그린 이 성장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 후 혼란과 우울증에 빠진 독일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치며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 『헤르만 헤세 인생론』은 독일에서 연극영화TV학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교수를 지낸 송동윤 감독이 헤세의 글 가운데 '인생'이라는 태마로 삶의 중요한 주제가 담긴 글들을 엄선해서 정리했다. 해세는 톨스토이처럼 『인생론』이라는 제목의 책을 따로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글에는 늘 인생이 담겼고 사랑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세월이 지나도 세대와 문화를 초월해 사랑받는 헤세의 작품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젊은이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방황하고, 아파하면서도 식지 않는 열정으로 도전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삶은 저마다 충분히 빛나고 아름답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편역자가 ‘인생론’이라고 붙인 것이다.



편역자는 「꿈꾸며 아파하는 삶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대체로 고뇌하고 방황하며 아파하는 청춘에게 깊은 위안을 주는 것들이 많다. 그는 자신을 시인이자 괴로워하는 자, 탐색자, 고백자로 정의하며, 이러한 자기 인식을 통해 인생의 본질을 탐구했다"고 설명한다. 또 "그의 작품과 생애는 상처와 위기,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간직하면서도 놀랄 만큼 일관된 주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정신에 의해 다스려지는 존재 형식의 가능성, 문화 위기 속에서 인간이 직면하는 도전과 실패, 사랑과 이별과 같은 우리가 살면서 눈앞에 늘 직면하는 현실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고 말한다. 

편역자는 헤세에게 영혼이란 '사랑이며 미래'라고 역설한다. 편역자에 따르면 영혼은 우리에게 위대한 모습을 이루도록 하는 원천으로, 사랑이란 모든 것을 자신의 중심으로 끌어들여 시간을 극복하고, 비평, 교양과 지성이 할 수 없는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다. 헤세는 인간이 사랑을 통해 현실을 초월하고 영원한 신의 미소 속에서 웃음을 되찾는 순간을 행복으로 보았다. 이러한 철학은 그의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며, 여전히 흔들리며 방황과 고뇌를 거듭하고 있는 청춘들을 어루만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헤세의 사랑에 대한 관점은 예술을 통해 더욱 빛난다고 편역자는 강조한다. "사랑이 예술 속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될 때, 청춘은 그 빛을 더한다. 헤세의 문학은 여전히 흔들리는 청춘들에게 위로와 영감을 주며, 삶의 여정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그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진정한 자아와 조화를 이루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p.6~7)

편역자 송동윤의 집필 취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이 책은 헤세의 작품 중에서 청춘이라는 태마로 삶의 중요한 세 가지 주제인 인생, 사랑, 예술 분야의 글들을 엄선해서 옮겼다. 세월이 지나도 세대와 문화를 초월해 사랑받는 헤세 문학작품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헤세는 당시의 혼탁한 분위기 속에서 절망하고 고뇌하는 이들에게 맑은 공기와도 같은 위안과 희망이 되어주었기다고 편역자는 평가한다. 요즘처럼 우리 젊은이들이 진로의 고민과 막연한 미래 때문에 힘들어하고 인생의 덧없음과 각박한 현실에 마음이 혼란스러워질 때 읽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낼 수 있도록 청년들을 안내하고자 이 책을 펴냈다고 밝힌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내 작은 인생론〉, 2장 〈젊은 날을 위하여〉, 3장 〈자라투스트라의 부활〉, 4장 〈도스토옙스키에 대하여〉, 5장 〈행복을 위하여〉 등이다. 각 장은 2~10개의 소항목으로 나눠 헤세의 「생애」, 「영혼」, 「언어」, 「시(詩)」, 「독서」, 「전쟁」, 「운명」, 「고뇌」, 「고독」, 「조국」, 「독일 사람」, 「신앙」, 「행복」 등에 대해 쓴 많은 글들을 발췌해 유형별로 묶었다. 각 장의 제목에는 이렇게 묶인 항목들의 소주제에 따라 정해졌다. 다만 4장 〈도스토옙스키에 대하여〉에서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통해 '유럽의 몰락'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백치』에 대한 수상(隨想)을 게재했으며, 「도스토옙스키의 불가사의」란 소주제에서 러시아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성과 작가로서의 위대성 등을 극찬하는 내용도 볼 수 있다. 단순한 작품론을 뛰어넘어 그 작품에 갖는 유럽 문명의 종말을 선언하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요청하는 헤세의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를 함유하고 있다는 점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다. 

1장 「내 삶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헤세는 "스무 살에 이르기까지 나는 내 눈에 띈 모든 문학 서적들을 반 이상 읽었으며, 철학과 예술사와 언어학 등에도 끈질기게 집념을 보이면서 수많은 습작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 서점의 점원으로 취직을 했다. 그리고 책 속에 묻혀서 처음에는 새로 나온 것들에만 집착하여 읽었는데, 점차 오래된 책과의 관계를 통해 보다 더 정신적인 위안을 받으며 지혜를 터득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스물여섯 살 때 최초로 문학상이라는 것을 수상하면서 나는 그동안 호구지책으로써의 책과의 씨름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털어놓는다. 

헤세는 1905년 독일 황제 빌헬름 2세의 전제적 통치에 반대해 망명 등 험난한 삶의 길로 들어선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가 암으로 죽자 29세의 나이로 독일제국 황제가 되었다. 젊은 황제는 제국을 보다 강력한 황제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비스마르크를 내쫒는 등 강력한 나라의 기틀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정책을 실시한다. 결국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이 전쟁에서 패함으로써 독일은 전쟁의 배상금을 물어줘야 할 상황에 빠진다. 사실상 독일 제국의 종언이다.



시대적 상황에서 헤세는 독일에서 스위스로 옮겨 글을 쓰기 시작한다. 결혼도 하고 정착하려고 마음을 정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헤세는 전쟁이 끝난 1919년 봄, 스위스의 한적한 시골에 들어가 은둔자가 된다. 그곳에서도 헤세는 가업이기도 한 인도와 중국의 지혜에 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새로운 체험이 때로는 동방의 비유로 가득 찬 말로써 표현되었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헤세를 '불교도'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한 인간이 개인적으로 종교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면 헤세는 마음속으로부터의 동경 때문에 틀림없이 너무나 오래되었지만, 신비에 가득 찬 공자의 말씀을 따랐을지도 모른다고 털어놓는다. 소소한 개인사를 털어놓던 이 책에서 헤세의 소년 시절 아버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시인으로서 등단하고 책을 쓰고 전업 작가가 되기까지의 개인 신상 문제를 아주 건조하지만 깔끔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아버지는 괴테의 시를 읽어줄 정도로 다정다감한 한편 잘못에 대해서는 추상 같은 벌을 주었다고 헤세는 회고한다. 어머니는 걱정과 애정으로 소년 헤세를 지켜보았으며, 아버지는 도덕적인 면을 강조하는 엄한 성격이었던 것 같다. 헤세가 3학년 때의 에피소드와 아버지가 준 편지를 소개하고 있다. 한 가난한 한 직공의 집에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깬 일이 있는데 화가 난 직공이 달려와 아버지에게 일러 바치면서 헤세를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며 다니는 악동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헤세를 불러 추궁했으나 과장 왜곡한 직공의 말을 수긍할 수 없어 결코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아버지는 추궁했지만 굽히지 않고 침묵으로 반항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처럼 무거운 집안 분위기에서 지내면서도 아버지는 더 이상 아무 추궁도, 윽박지르지도 않았으며 어느날 예정된 1주일 간의 여행을 떠나면서 헤세에게 남긴 편지가 있어서 이 글에서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 

"나는 네가 고백하지 않은 잘못 때문에 너를 벌주었다. 그러나 만약 네가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내게 거짓말을 했다면 앞으로 나는 너와 더불어 말을 할 순 없을 것이다. 만일 그 받래라면 내가 너를 매질한 것은 잘못이다. 1주일 후 내가 돌아왔을 때 우리 중 어느 쪽이 상대편을 용서할 수 있기를 바란다."(p.54)

아버지와의 기억을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헤세는 많은 부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 라틴어를 좋아했고, 라틴어 학교에 입학할 자격을 인정받은 헤세는 수도원 부속 상급학교에 입학하기까지 1개월의 휴가 기간에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함께 보낼 때 처음으로 괴테의 시를 낭독해주었다는 사실도 밝힌다. 「모든 봉우리에」라는 시로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시였다고 한다. 봉우리마다 / 안식은 깃들고, / 가지마다 / 바람의 / 숨결은 멎고 / 새들은 숲에서 잠잠하다. / 기다리라! 이윽고 / 너에게도 안식은 오리니(p.62)



독자가 '맑은 영혼의 소유자'로 알고 있는 헤세가 쓴 「영혼에 대하여」란 제목의 글이 이 책에 있다. 맑은 영혼 헤세는 영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헤세는 말한다. 영혼이란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어디에나 준비되어 있고, 어디에서나 느낄 수도 있고, 요구되고 있다고. 그러나 우리가 돌이 아닌 동물을 운동의 소유자이며 표현이라고 느끼고 있듯이 (돌에도 운동, 생명, 구성과 해체, 진동이 있겠지만) 우리는 무엇보다도 인간에게서 영혼을 찾고 있다. 우리는 영혼이 가장 분명히 나타나 있고, 괴로워하고, 행동하고 있는 곳에서 영혼을 찾고 있다. 그리고 인간은 전에는 두 다리로 걷게 되는 것, 동물의 모피를 벗기는 것, 도구를 연구하고, 불을 만들어 내는 것을 과제로 하고 있었던 것처럼 현재는 영혼을 발전시키는 것을 과제로 하는 세계의 일부분, 즉 특별한 분야기 되어 있다고 헤세는 쓰고 있다. 즉 우리에게 있어서 인간의 세계 전체가 영혼의 현현이 되는 것이다. (중략) 우리가 유물론적으로 생각하거나, 또는 이상주의적으로, 또는 그 어떤 다른 방법으로 생각하거나, '영혼'을 신적(神的)인 것으로 생각하거나, 불타버리는 물질로 생각하거나 마찬기지이며, 우리는 모두 영혼을 알고 있고, 높이 평가하고 있어 영혼이 깃들어 있는 인간의 눈초리, 예술, 영혼의 구체화는 일체의 유기적인 생명의 가장 높고, 가장 신선하고, 가장 가치 높은 단계이며 물마루(波頭)로 상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같은 인간들이 우리에게 있어 가장 고귀하고 가장 높고, 가장 가치 있는 관찰의 대상이 된다는 주장이다. 헤세는 이런 문제는, 쉽게 답을 내기 어려운 질문에는 영혼에 물어볼 것을 제안한다. 이성이나 역사에 묻지 말 것을 조언한다. 

이 책에는 「유럽의 몰락」이라고 쓴 독후감이 게재돼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헤세가 읽고 독후감을 썼다. 헤세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카라마조프적인 악덕을 엄벌해야 할 당위성에 열변을 토한다. 그 열변에 감추어진 진짜 의미는 시민들의 조소를 이끌어내려는 '러시아적 인간'의 표상으로 묘사된다. 러시아적 인간은 위험하고, 가련하고, 무책임하고, 그러면서도 상냥하고, 유순하고, 몽상적이고, 잔인하고, 지극히 어린이 같은 인간이다. 헤세는 그런 인간은 오늘날에도 흔히 그렇게 부르고 있지만, 그런 러시아적 인간은 벌써 오래전부터 유럽적인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고 헤세는 지적한다. 바로 이것이 '유럽의 몰락'을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이 러시아적 인간은 도스토옙스키가 그것을 결정적인 모습으로, 그 무서운 의미를 남김없이 파악하여 세계에 드러내 놓은 것이라는 게 헤세의 의견이다. 러시아적 인간은 카라마조프다. 표도르 파브로비치이며, 드리트리이며, 이반이며, 알료사이라고 비유한다. 이 네 사람은 외관이 아무리 달라 보일지라도 필연적으로 연결 지워져 있으며 모두 함께 카라마조프라고 헤세는 강조한다. 



이 대목에서 헤세는 꼭 주목해야 할 하나의 사실을 다시 인식하도록 주장한다. 이반이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문명인으로부터 일개의 카라마조프인 것으로, 유럽인으로부터 러시아인으로, 형태가 갖추어진 역사적 타입으로부터 무형성(無形成)의 미래의 소재로 되어간다는 점을 다시 각인할 것을 주문한다. '러시아적 인간'(이런 인간은 훨씬 오래전부터 독일에도 있다)은 히스테리 환자라고도 할 수 없고, 술주정뱅이라고도 할 수 없다. 또한, 시인이라고도, 성자라고도 할 수 없다. 모든 그러한 성질의 병존동거(竝存同居)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러시아적 인간인 카라마조프는 살인자이며 동시에 재판관이다. 야인이며 동시에 가장 섬세한 영혼이다. 완전무결한 이기주의자인 동시에 완전무결한 헌신적인 영웅이다. 유럽적인 고정된, 도덕적, 윤리적, 교리적 입장에서는 이 인간의 참모습을 구명할 수가 없다. 이 인간 속에는 밖과 안, 선과 악, 신과 악마가 함께 존재하고 있다.(p.255)


저자 :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년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태어나 목사인 아버지와 신학계 집안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890년 신학교 시험 준비를 위해 괴핑엔의 라틴어 학교에 다니며 뷔르템베르크 국가시험에 합격했다. 1892년 마울브론 수도원 학교에 입학했으나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인이 되기 위해 도망쳐 나왔다. 1899년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하여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을 출간했다.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정을 받았고 문단에서도 헤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1904년 장편 소설 《페터 카멘친트》를 통해 유명세를 떨치면서 문학적 지위도 확고해졌다. 같은 해 아홉 살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했으나 1923년 이혼하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했다. 1906년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를 출간했고, 1919년에는 자기 인식 과정을 고찰한 《데미안》과 《동화》, 《차라투스트라의 귀환》을 출간했다. 인도 여행을 통한 체험은 1922년 출간된 《싯다르타》에 투영되었으며,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1962년 8월 9일 뇌출혈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기실현을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꾸준히 노력했다.


역자 : 송동윤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독일 보훔대학교에서 연극영화TV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일장신대학교 연극영화학 교수를 지냈다. 〈서울이 보이냐〉 〈바다 위의 피아노〉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HID 북파 공작원〉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영웅의 부활』은 지금까지의 작품들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그의 네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소설 『흔들리면서, 그래도 사랑한다』는 우리의 내면에 조용히 존재하고 있는 삶의 원형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이 첨단의 시대에 놓치고 있는 진정성을 깨닫기 위해서는 사랑, 믿음, 깨달음의 의미를 체화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말하고 있다. 두 번째 작품 『블랙 아이돌스』는 출구를 잃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가두어 버리는 사회 시스템과 주류의 시선에 반항하면서도 주류의 시선에 갇혀 스스로를 잉여인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학교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세 번째 작품 『5월 18일생』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몸소 겪었던 독재 타도 투쟁 및 봉사활동의 기억을 바탕으로 40년 세월을 관통하는 미움과 고통과 증오를 용서와 화해와 사랑으로 마무리하는 절절한 저자의 독백이다. 영화 관련 저서로 『송동윤의 영화 이야기』 『영화로 치유하기』가 있으며, 영화 〈리틀 션샤인〉이 2021년 3월에 촬영을 끝내고 개봉을 준비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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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독서 - 수고스러운 삶에 희망을 주는 책 이야기
김수현 지음 / 머메이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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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교양 독서』는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현대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고, 보편적인 교양을 함양하는 데 목적을 둔 독서 권장 에세이다. 저자 김수현은 일상과 자아, 건강, 가족, 여성이라는 테마로 책 142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가운데 32권은 책 읽는 데 일상의 거의 모든 시간을 쓸 정도로 엄청난 독서량을 가졌다. 저자가 이 책에서 선별한 책은 주제별로 나뉘어 각 장(章)의 주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관련한 도서 110권은 각 테마에 맞게 「같이 읽으면 좋은 책」으로 별도 소개되고 있다. 「같이 읽으면~」은 에피소드 별 주제와 세계관을 확장해주는 책들이다. ‘독서’가 인생의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삶에서 맞딱뜨리는 어려움에 한줄기 희망이 되었던 저자의 독서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 김수현은 「수고스러운 삶에, 조그만 희망의 힌트」란 제목의 〈들어가며〉를 통해 자신의 독서 성향 및 경험, 그리고 독서로부터 얻은 것들을 겸허하게 내보인다. 모두 독서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초첨을 맞춘 자신의 '독서관'을 피력하고 있다. 저자는 새로운 사람 만나기를 좋아한다고 선언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은 누구나 쉽지 않다. 인간의 낯섦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독서가들은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낯선 사람과 섞여서 대화 나누기를 즐겨하지 않는다고 한다. 낯선 만남과 낯선 이와의 대화가 혼자 조용히 책 읽는 즐거움을 뛰어넘지 못하기 때문이란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성격을 내성적으로 분류한 사람은 카를 구스타프 융이다. 저자는 낯선 사람과 대화를 잘 나눌 수 있는 이유는 독서를 통한 '견식' 덕분임을 밝히고 있다. 이런 주장은 이창현의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2018)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저자는 『익명의~』를 인용한다. "독서 중독자들은 남아도는 독서력으로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럭저럭, 아니 심도 있는 수준까지 대화가 가능하다."

저자도 책을 읽음으로써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대화할 수 있게 되고, 스무 살 차이 나는 학생과도 소통이 가능하며, 자식과도 싸우지 않고 대화를 이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세월이 흐를수록 딴딴해지는 아집과 편견이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다시 말랑해지는 것을 느낀다고도 밝힌다. 겪어보지 못한 일들도 책을 통해 접해봄으로써 타인과 세상에 대한 수용성이 커지고 넓어진다 것이다. 일상에서도 책은 매우 유용하다. 저자의 경우 약속 시간이 어중간하게 뜰 때, 병원 같은 데서 기한 없이 오래 대기해야 할 때 독서는 훌륭한 소일거리임을 분명히 한다. 독자 역시 거창한 이유 같은 것을 대지 않아도 독서는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저자의 독서 예찬은 〈들어가며〉 내내 이어진다. 책은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어디로든 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책장만 펼칠 수 있다면, 아무리 좁은 공간에 있어도 전연 다른 세계로 점프할 수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벼랑 끝에 몰렸던 영혼을 여러 차례 건져올렸다고 말한다. 냉혹한 현실에서 마음을 이동시키는 단호한 수단으로써. 독자는 아직 독서 수준이 거기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넷플릭스 드라마에도, 음악에도, 영화에도, 그림에도, 스포츠에도, 주식이나 코인에도 조예가 얕은 나로선 책을 통해 세상 사는 법을 배운다는 저자의 말은 달콤한 유혹을 넘어 책에 대한 아날로그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책을 읽음으로써 값없이 얻은 재료들이 무거운 삶을 살아가는 데 품을 덜어 준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고 겸손한 태도를 취하지만 독자가 느끼기에는 당당함이 엿보인다. 책을 통해 삶의 중압감을 벗어나는 데 도움을 받았고, 결정적 문제 해결의 포인트도 찾아냈다는 표현과 다름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활자로 만들어진 무언가를 찾아 읽는 근원적인 이유는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 데에 가까이 닿아있을 것이다. 끝까지 읽지 못해도, 심지어 읽고도 그 뜻을 끝내 깨닫지 못해도 책 안에서 무엇이든 주워갈 수 있다. 건조한 하루를 견딜 반들반들한 것들을.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사는 일, 특히 여자로서 사는 일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고 한다. 사는 게 어둡고 축축할 때, 앞날이 막막해서 뭘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아득할 때마다 박완서의 책을, 최은영의 책을, 김금희의 책을 꺼내 읽었다고 털어놓는다. 여자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새 희망의 물을 길어 올려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여자들이 남자에게 오랜 세월 길들여져 삶의 즐거움과 기쁨은 남자들의 차지였고, 늘 여자들은 남자들의 '보호 명목'의 그늘에서 어둡고 힘든 일만을 감당하며 살아 왔다. 이 땅(사실은 인간 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마찬가지다)에서 여자로 사는 게 두렵고 힘이 빠질 때, 손에 익어 책이 반질반질해진 책을 무작정 뽑아 읽다 보면 세상의 고통이 한 걸음 물러나고 조그만 위안과 고요가 꾸깃꾸깃해진 마음을 편평하게 다려 주었다고 설명한다.

어디로 문 : 〈도라에몽〉 만화에 나오는 방문 모양의 도구.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하고 문을 열면 단숨에 이동이 가능하다.(저자 주)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마음 둘 곳을 찾는 당신에게〉, 2장 〈몸이 아프고 무거운 당신에게〉, 3장 〈가족으로 뒤척이는 당신에게〉, 4장 〈여자들의 진짜 세계를 알고 싶은 당신에게〉 등이다. 1장에서는 김금희의 『식물적 낙관』(2023)을 살펴본다. 이 장의 제목으로 「당신의 발코니에 무엇이 있나요」이다. 단어를 조합해 발코니에 화분의 식물(반려 식물) 키우기에 관한 소재인 듯하다. 독자가 이 책을 읽지 않았기에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지만 저자가 간단한 설명으로 도와준다. "『식물적 낙관』은 작가가 '반려 식물' 돌보는 순간들을 기록한 산문집이다. 나는 식물을 돌보면서 그 어떤 가드닝북보다 이 책의 덕을 가장 많이 보았다. 살아있는 것을 돌보는 일, 생명이 피어나고 시들고 죽는 것까지 감당하는 일에 대해 기록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메마른 마음이 함빡 물을 머금는다."(p.13)

식물이 시드는 걸 보는 것에 대해 저자는 김금희의 『식물적~』에서 "누군가가 손을 거칠게 뿌리친 것이 아니라 너무 붐비는 거리에서 잠시 손을 놓친 것에 가까운 기분"이라는 표현이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옮겨 둔 듯하다고 썼다. 자신의 느낌을 정확하게 다른 사람이 지적하는 것을 보는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한다. 지금 독자가 느끼는 마음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저자는 결혼 축하 선물로 받은 커다란 고무나무와 석부작 분재, 해피트리 대품이 차례로 죽어나가면서 마음에 생채기가 났던 모양이다. 죽은 식물이 든 화분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음울해졌고, 생명을 책임지지 못하는 내 능력 부족에 자꾸 생각이 닿았다는 표현에 독자도 침울한 느낌으로 공감한다. 

저자는 이어 반성의 글도 함께 쓰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해가 들지 않고 건조했던 환경, 물을 안 주고 굶기다가 가끔 흙 위로만 찔끔 주곤 했던 것이 문제였지만 그때는 신경 쓴다고 쓰는데도 왜 식물이 죽는지 괴롭기만 했다. 그 후로는 아이 둘을 낳아 키우느라 정신이 빠져 식물에 관심이 떨어졌다.(p.14)

저자가 이 글 뒤에 「같이 읽으면 좋은 책」으로는 마일로의 『크레이지 가드너』(2022), 임이랑의 『아무튼, 식물』(2019), 호프 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헤르만 헤세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2013)을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원에서~』는 헤르만 헤세가 직접 정원을 돌보며 쓴 글이다. 독자가 이 가운데 유일하게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소소한 기쁨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계대전과 망명 생활을 겪은 작가가 영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하는 가드닝 이야기다.



앞서 저자가 책을 통해 벼랑 끝에 몰렸던 영혼을 건져 올린 데 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이 설명에서 "넷플릭스 드라마도, 음악에도, 영화에도, 그림에도··· 조예가 얕은 나로선"이라는 표현을 했다. 수사적 겸손이란 말이 첫 장 6번째 글에서 드러난다. 「그림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이소영의 『그림은 위로다』에 대한 감상이다. 저자는 이 글의 첫 문장으로 "마음에 난 구멍이 영영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날이 있다. 인생에 남은 게 없는 것 같은 날. 허술하게 배우고 산 시간 사이로 찬바람이 휭휭 부는 것 같은 날. 유난히 한기가 느껴지는 날. 나만 문 바같에 서 있는 것 같은 날."로 썼다. 독자에겐 그런 날이 있었던가? 독자는 그런 느낌을 받은 날이 없었던 것인지, 너무 많아서인지 딱히 꼬집어 말할 그런 날은 기억되지 않는다. 그런 날은 책도, 영화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저자는 쓴다. 책의 글자들은 너무 반듯하고 단정해서,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내 마음 하나도 모를 것 같아서 괜히 더 서러워진다. 그런 날에 마음을 돌보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고 말한다. 

"그림 보는 일." 그림을 보는 일은 풍경을 보거나 사진을 보는 것과는 다른 행위이다. 그림을 보는 일은 고요하고 묵직하다.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매달려 온 작가의 삶과, 그림과 맞닿아 있는 시대와, 그림을 바라보는 나의 삶까지 모두 담기는 일이라고 저자는 언급한다. 그리고 나는 그림을 봄으로써 마음에 떠 있던 온갖 불순물들을 가라앉힌다고 쓴다. 그림의 무게로 부유하는 괴로움들을 눌러두고, 시끄럽고 번다한 일들을 멀리 밀친다고 마음을 묘사하고 있다. 그림 감상자의 마음이 이 정도면 훌륭하고 고급한 감상자가 아닐까 싶다. 기본 지식은 물론 그림 감상법까지 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저자의 앞선 표현 "넷플릭스 드라마도~"는 수사적 겸손이다.

다만 저자의 그림에 대한 표현을 폄훼하려는 뜻이 아니고, 부러움에 찬 질투심에 근거한다고 밝히며 너그러운 관대함을 구한다. 저자는 그림에 조예가 깊지 않다는 말은 갈수록 '독자 기만'으로 내달린다. "나는 혼자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보는 전시는 무엇에도 쫒기지 않고 느긋할 수 있어 더없이 흡족하다. 마음에 안 드는 그림은 아무리 유명한 것이라도 휙 지나친다.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마음에 드는 그림은 언제까지고 서서 본다. 작은 그림일수록 더 오래 본다.(p.79)

이 글에도 「같이 읽으면~」 세 권이 소개된다. 모두 저자 이소영이 집필했다. 『하루 한 장, 인생 그림』(2023), 『서랍에서 거낸 미술관』(2022), 『화가의 친구들』(2021) 등이다.



저자는 당초 이 책을 쓰기 위해 테마별 핵심어 가운데 '여성'을 중심에 두었다. 당연히 여성 작가가 여성 이야기를 할 때는 '여권'이나 '동일 대우' 등 기존 남성 중심의 문화를 바꾸려는 여성 해방 차원의 주장이 많이 담겼을 것으로 독자는 예상했다. 물론 그런 내용도 이 책에 담겼다. 또 그런 책을 선정해 글도 쓰고,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을 저자의 독서 경험을 토대로 신중하고 치밀한 분석을 통해 소개한다. 그런데 기존의 여성 작가에게서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 즉 여성들의 성에 관한 인식이나 성 농담 등을 거침없이 다룬 책을 소개하며 저자는 한마디 거든다. 저자의 솔직한 성격과 필체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책 4장은 〈여자들의 진짜 세계를 알고 싶은 당신에게〉란 제목을 달고 있다. 이 장에서 저자는 10편의 책과 관련한 에세이를 담았다. 10개 감상평의 제목만 살펴본다.

「털 많은 여자 클럽에 참가하세요」, 「메리가 얻어낸 네 바지」, 「당신을 향한 팬레터」, 「어디라도 아파야 글이 써집니다」, 「여자가 여자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대들과 함께 우리가 되는 시간들」, 「내가 보지 않았던 세상의 반쪽」, 「당신의 곁을 내어줄 수 있기를」, 「요즘 여자들은 화가 많아」, 「당신이 듣고 싶었던 여자 이야기」 등이다. 이 가운데는 네 번째 「어디라도 아파야 글이 써집니다」는 박경리의 『토지』 이야기다. 『토지』는 박경리가 26년 동안 써낸 대하소설이다.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근대로 나아가는 시대를 세세히 담아 완성한 대작이다. 그런 대작을 써낸 작가인 박경리는 놀랍게도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거듭했다고 한다. "나는 왜 작가가 되었는가." 이 작품은 한민족이 수천 년 동안 발딛고 농사 짓고 살아온 '땅'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여자들의 '한(恨)' 많은 정서를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러나 4장 첫 글 「털 많은 여자 클럽에 참가하세요」는 페넬로프 바지외의 『걸크러시』 1, 2권에 대한 글이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도 문화도 다양한 여성들의 일대기가 유머러스하고 섬세하게 소개된다. 30편의 만화 안에 30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걸크러시』는 위인들의 업적을 나열하고 그들의 성취만을 칭송하는 보통의 위인전과는 결이 다르다. 각각의 시대와 문화를 배경으로 성차별주의, 가부장제 등에 맞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간 여성들의 삶의 태도와 삶의 변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도 자신의 신체적 특징부터 부분적 불만족 등에 대해 거침없이 말한다. 제목에 비춰볼 때 '여성과 털'에 대한 문제인 것으로 금세 파악할 수 있다. 「같이 읽으면~」에 네 권의 책이 소개된다. 임치균의 『조선의 걸 크러시』(2023), 최기숙의 『이름 없는 여자들, 책갈피를 걸어나오다』((2022), 전혜진의 『규방의 미친 여자들』(2023), 리베카 홀의 『웨이크』 등이다.



「그대들과 함께 우리가 되는 시간들」이란 글에서 저자는 "요즘, 신문 기사를 잘 읽을 수 없게 되었다"고 내뱉는다. 포털 사이트 폰 기사를 읽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불쑥불쑥 분노가 치밀어올라 숨이 가빠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취하는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제지하는 남자친구까지 살해하려 한 이야기, 초등학생 딸에게 피임약을 먹이며 수년간 성폭행한 이야기, 바다에 아내를 빠뜨린 뒤 돌을 던져 살해한 남편 이야기까지. 폭력의 형태는 천차만별인데도, 그 이야기들은 어딘가 닮아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혼자 누워 있는 어둡고 침울한 밤, 저자는 그들이 되어 버린다고 언급한다. 무슨 뜻인가? 둔감한 독자로서 선뜻 이해가 안 돼 문장을 한참 들여다본다. "잠을 청하려 눈을 감기만 하면 어느새 나는 뒤를 돌아보며 자취방으로 뛰어가는 여자가 되었다가, 함부로 뻗어오는 거친 손에 놀라 떠는 여학생이 되었다가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충격적인 뉴스 내용이 머리에 자꾸 떠오른다는 이야기다. 늘 그랬듯 괴로운 마음으로 기사를 읽던 어느 날, 저자는 '추적단 불꽃'이라는 2인조 활동가 단체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책으로 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책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가 발간됐다고 한다. '추적단 불꽃'을 구성하고 있는 2인, '불'과 '단'이 대학생이었던 당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취재하여 세상에 알리기까지의 과정을 쓴 것이다. 첫 장의 내용을 소개한다.

"책을 읽으시는 도중, 사건의 끔찍함에 마음이 힘드실 수 있습니다.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고 싶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1년 넘게 사건을 취재한 저의조차도 때로는 사건이 주는 괴로움에 눈을 가릴 때가 있는 걸요. 그럼에도 감히 부탁드립니다. 사건을 받아들이고, 문제를 인지해수세요. 저희가 이 사건을 계속 취재하는 이유는 계속되는 묵인이 불러일으킬 폐해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p.348)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거의 다 알게 된 사건이 'N번방 사건'이다. 텔레그램에서 주고 받은 대화나 영상이 기록에 남지 않는다고 하는 이야기도 독자는 이 당시에 처음 들었다. 그러나 이는 범죄를 키우는 도구가 되었고, 정작 사건이 터져 수사가 확대되고 집중돼도 범죄자들을 쉽게 잡을 수 없는 묘한 구조이다. 가해자들은 재밌는 놀이를 겸한 돈벌이로 생각할지 몰라도 피해자의 삶은 산산조각이 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생겨 났다. 심지어 가해자들을은 경찰이 검거에 나서도 국화꽃 이모티콘을 보내며 잡힌 이들을 위해 추모제를 여는 등, 공권력을 두려워하기는커녕 놀이로 삼았다고 한다. 우리 사회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저자 : 김수현


아줌마 세계에 입문하고 염세주의 병이 완치경상도 출신. 장녀. 1980년대생. 여성. 출신과 출신 너머의 것을 말하려 한다. 요가와 바다수영을 사랑하며, 현재 두 어린이를 돌보면서 함께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같이 볼래요?》(공저)와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가 있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아줌마를 위한 아줌마 사회학》을 연재 중이다.된 사람. 매일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요가를 한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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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이기는 심리학 - 불안이 삶을 지배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황양밍.장린린 지음, 권소현 옮김 / 이든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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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불안을 이기는 심리학』은 인간이 가진 감정 가운데 '불안'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과 분석을 담았다. 저자 황양밍과 장린린은 현대인이 생활 속에서 만나는 모든 불안의 유형을 각 부분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심리 처방을 제시한다. 불안의 유형별 분석에 따르면 사회가 발달할수록 더 많아지는 이런저런 선택에 따르는 불안이나,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성장해야 한다는 불안이 있다. 또 불안정한 일자리, 과도한 스트레스와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에서의 불안,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 따르는 불안까지 모든 불안의 원인을 유형에 따라 분석해 낸다. 이 분석을 통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불안으로부터 해방을 꾀하는 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집필했다. 독자들은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안정되고 자신감이 생긴다.

저자는 불안이라는 감정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선언한다. 불안은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해 살아오는 동안 가진 대표적 감정 중 하나다. 따라서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다. 다만 중요한 점은 자신이 가진 불안감의 근원을 이해하고, 이를 과도한 수준으로 치닫지 않게 조절할 수 있는가, 그리고 불안을 반대로 자기 성장의 동력으로 이용할 수 있는가?가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는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삶의 불안과 관련한 문제에 성실한 답을 제시한다. 필요한 경우 우수한 심리학 이론과 연구를 인용해 감정의 불안을 인식하게 한다. 또 실생활과 관련한 사례를 활용해 스스로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소개한다. 이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대부분의 삶의 문제가 그렇듯이 얼마나 항상심을 갖고 꾸준히 훈련하느냐에 달려 있고, 짧더라도 일상에 적용해 나가는 훈련도 곁들여야 원하는 목표에 다가설 수 있다. 이 책은 이에 따라 유형별 불안 5개를 선택해 각 장(章)에 하나씩 배치했다. 1장 〈불안과 감정은 전혀 다른 문제일까-감정의 불안〉, 2장 〈내가 원하는 걸 나는 확실히 알고 있는가-선택의 불안〉, 3장 〈나만의 속도로 사는 방법은 무엇인가-성장의 불안〉, 4장 〈직장에서의 불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직업의 불안〉, 5장 〈인간관계의 불안은 어디서 올까-관계의 불안〉 등이다. 각 장에는 4~6개의 소항목을 두어 각 장의 주제에 대해 세부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불안하지 않은 날들을 위해」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우리 사회는 수많은 규칙, 눈에 보이지 않는 관행이 있고, 규칙과 관행은 모두 얻는 것과 잃는 것에 관련되어 있다"고 전제한 뒤, "무언가를 얻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얻지 못했다고 해서 꼭 안 좋으리란 법도 없으니 얻음과 잃음에 너무 신경 쓰면 불안만 가중되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서 저자는 종종 찾아오는 시련이나 좌절을 과연 '어떤 태도로 마주하는가'란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무엇을 얻었는지,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에만 치중한다면 왜 좋은 기회를 놓쳤는지 답답해하면서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즉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일확천금의 기회에 매달리지 않으며, 본인의 인생에 깜짝 선물이 끊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운이 좋다고 여기게 된다고 역설한다. 마치 옛날 공자나 맹자 등의 현자들의 유학 공부를 하는 듯한 느낌이지만 과학인 심리학적 접근이라는 점을 독자들은 놓쳐서는 안 된다. 이는 자연의 법칙처럼 받아들여야 할 '원리'를 말하는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책의 〈프롤로그〉가 끝나는 부분에 영국의 비평가이자 사회사상가인 존 러스킨의 시 한 구절을 인용한다. 

햇빛은 달콤하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시원하며, 

눈은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다.(p.13)



저자는 1장에서 "불안과 맞서 싸울 때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난 안 돼', '난 부족해', '난 못 해' 등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란 질문을 던진다. 이를 '자기 의심'이라 말하고 이는 불안의 핵심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자기 의심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면 머릿속에 두려움이 가득 차고 불안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손발도 꽁꽁 묶여 결국에는 백기를 들고 항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자기 의심에서 벗어나고 불안을 떨쳐낼 수 있을까? 이 장의 주제다.

저자는 자기 의심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겸손'이라는 태도라고 말한다. 다소 놀라운 지적이다. 동양 문화에서는 개인의 성장을 유도할 때 '억압'이나 '비난' 등의 방법으로 불안 심리를 유발해서 독려하는 경우가 많다. 타인 앞에서 자녀를 칭찬하기는커녕 결점을 들추며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부정적으로 독려받는 시간이 길어지면 아이는 자신이 훌륭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즉, 외재적인 평가 방식은 내재적인 평가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서양은 '격려'와 '칭찬'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살아가면서 자신을 객관적이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면 누가 나를 칭찬해도 그저 인사치레나 비웃음이라고 여기며 자신에게 한계를 설정해 수많은 가능성과 훌륭한 경험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런 행위를 망치로 자신을 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표현한다. 

살면서 불행히도 망치의 타격을 자주 받는다면 '가면 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1978년 미국 심리학자 폴린 로즈 클랜스와 수잔 임스는 '이뤄낸 성취, 처한 상황, 타인의 인정과 관심을 소유할 자격이 없다'라고 여기는 현상을 '가면 증후군'이라고 정의했다. 이 증상이 있는 사람은 자기 의심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물론 서양 심리학 이론을 동양 문화에 적용한다는 것이 적절한지는 독자로선 판단하지 못한다. 다만 저자의 주장에 과학적 근거가 있고, 또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어 충분히 주목해 살펴야겠다는 생각이다. 

저자가 어렸을 적 〈스파이더 맨〉이 한참 인기가 있었고, 자신도 무척 좋아하는 캐릭터였음을 털어놓는다. 미국으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말이 통하지 않아 친구를 사귈 수 없어 힘들고 무료한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스파이더 맨〉에 자신을 투영하는 것이 작은 즐거움이었다고 한다. "Yes, you can."은 그때 습관처럼 상상하던 말이었고, 그것은 이후 내 생활에 힘이 되었다고 밝힌다. 상상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1장에서는 자기 의심에서 벗어나는 두 가지 방식이 소개된다. 하나는 '5초의 법칙'이고 다른 또 하나는 '미래의 나 상상하기'다. 전자는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멜 로빈스가 제안한 방법으로 TED 강연에서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을 봤다면 바로 다가가서 인사하세요. 어떤 방식으로 말을 걸지, 상대가 거절하면 어떻게 할지 따위는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라고 장려했다고 한다. 후자의 경우 5년 또는 10년 후 내가 맞은편에 서 있다고 상상한다.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내가 직면한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행동을 할까? 실력을 갈고닦아 한층 성장한 미래의 나는 자신감과 에너지가 넘칠 것이다. 이처럼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와 함께 곤경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어보자고 주문한다.

이젠 불안감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으로 나누어 생각해본다. 불안은 인류를 보호하는 안전 기제로서 인류가 진화하는 수백만 년 동안 인류와 공존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불안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철학자 마틴 하이데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 우리는 불안해야 한다." 하이데거는 '함락'이라는 단어를 통해 심리학적 '안전지대'를 표현했다. 계속 안전지대에 머무른다면 우린 발전할 수 없다. 그런데 불안은 이런 안전지대를 뛰쳐나갈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1908년 심리학자 로버트 여키스는 '자극과 성취도'에 관련한 유명한 실험을 통해 불안과 성취도의 밀접한 관계를 입증했다. 불안의 정도가 낮으면 성취도도 낮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이 불안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스트레스가 과도하여 성취도가 낮아진다는 점도 알아냈다. 이로 인해 연구자들은 최고의 성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수준의 불안을 '적정 불안'이라고 정의해 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쓸모없는 불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감정의 재해석'과 '생각의 전환'이라는 두 방법이 이 책에서 소개된다. 먼저 감정의 재해석은 쓸데없는 불안은 출구를 찾을 수 없는 거대한 감옥과 같다. 맹목적인 불안 상태를 벗어나고 싶다면 불안 너머에 있는 정보를 해석하고 현재의 문제를 구체화하여 무엇에 갇혀 있는지 정확히 알아서 해결에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상황을 정리하고 나면 목적 없는 번뇌와 근심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게 된다는 것이다. 맹목적인 불안은 어느새 행동을 유도하는 압박감으로 문제를 구체화하고 계획을 세우게 한다.



책에 따르면 불안 자체는 새로운 불안을 불러올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쩌면 다른 일 때문에 불안한 감정에 빠졌고, 불안해하는 자신을 보며 더 불안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이럴 때는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불안의 배후에 숨어 있는 정보를 재해석하고 현재의 감정에서 벗어나 '어떻게 해야 하지?'를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바꿔야 한다. 오래 생각해도 소용없다. 행동하라. 그래야 자신을 도울 수 있다.

이 책은 이처럼 불안을 적정하게 관리해 내 삶의 동력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다섯 가지 불안 유형, 즉 감정, 관계, 직업, 선택, 자아 성장 등 삶에서 자주 직면하는 여러 불안을 다루면서 심리학 지식에 따라 하나하나 해결법을 제시한다. 단원별로 생각해 볼 문제와 심리학 지식이 포함된 짤막한 칼럼이 있어 심리학 관련 지식과 실험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진정한 자아를 인식하여 불안의 근원을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는 점이 이 책을 가진 독창적 매력이다.

앞서 살핀 대로 책의 저자는 불안의 근원은 자기 의심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적정 불안’ 상태를 유지하면서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생활 속에서 불청객처럼 다양하게 찾아오는 불안의 유형을 소개하고 이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60가지 심리 처방'을 소개한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불안을 관리하는 처방이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리사 펠드먼 배럿(Lisa Feldman Barrett) 교수의 ‘감정의 입자도’ 개념을 소개하며 자신의 구체적인 느낌을 구분하고 식별하는 능력에 대해 설명한다. 감정을 세분화해 인지하고 이름을 붙일 수 있으면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 있다면 자신을 연출자로 생각하고 주인공을 바꿔보라고도 제안한다. 크고 작은 선택을 하고 나서 후회를 하는 사람에게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머릿속에 ‘렛츠 토크(Let’s talk)’를 열어 찬성팀과 반대팀의 토론을 진행하면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감정 입자도가 높을수록 모든 감정을 더 정확하게 분석하고 대응하는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어 더 많은 ‘무기’를 보유한 것과 같다. 감정 입자도가 낮은 사람은 감정 분석이 어려워서 자신이 처한 감정에 대한 대처 방식이 좁을 수밖에 없다.(p.55)



중심을 단계적으로 조정해서 동태적 균형을 잡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자신의 단계별 인생 목표에 따라 일과 삶이 번갈아 가며 양보하면 된다. 어떤 단계에서는 가정 중심적으로 선택하고 또 다른 단계에서는 일을 중심에 놓는 것이다.(p.200~201)


저자 : 황양밍(黃揚名)


영국 요크대학교 심리학 박사, 푸런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 오랜 시간 사람들이 심리학을 배우고 도움을 얻도록 힘써 왔으며, 현재 ‘생활 속 심리학 박사’, ‘은발의 마음 쉼터’, ‘심리학 박사가 당신의 육아를 도와줍니다’ 등 인터넷 플랫폼을 운영한다. 심리학 관련 지식을 보급하는 것 외에 ‘강아지 독심술’, ‘예지의 농장’ 등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참여하여 생활 속에서 심리학을 활용하도록 돕고 있다. 저서로는 『마음의 나이, 당신이 정한다』, 『심리학자 아빠가 증명하는 주의력 교육법』, 『아이가 공부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 등이 있다.

생활 속 심리학 박사 페이스북 팬페이지 https://www.facebook.com/psylifephd


저자 : 장린린(張琳琳)


과학 상식 작가로 교직에 다년간 종사하였으며, 중국과학원 심리학 석사생이다.


역자 : 권소현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한중 전문통번역학과를 졸업 후 현대자동차 통번역사로 근무했다. 현재는 정부기관 및 다수 기업의 통번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심리학이 불안에 답하다』, 『까망이와 하양이』, 『세계의 리더들이 논리학을 배우는 이유』, 『가장 친절한 색연필 세밀화 수업: 동물편』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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