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와 유대인 1 - 세상을 이기는 위대한 지혜편 탈무드와 유대인 1
임유진 편저 / 미래문화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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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리 국민들에게 '탈무드'에 대해 물으면 대체로 '유대교 경전'이라는 답변이 쉽게 나온다. 탈무드에 대해 잘 알려진 셈이다. 과거에는 달랐다. 어린이들이 읽는 〈세계명작전집〉에 탈무드는 없었다. 〈그리스·로마 신화〉 〈이솝우화〉 〈안데르센 동화집〉은 있었지만 〈탈무드〉는 없었다. 어쩌면 우리가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이나 한국전쟁 당시 서양(미국)의 힘을 빌렸기 때문에 서양문화 중심으로 수용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독자도 탈무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자랐다. 대학에 들어가서야 겨우 '탈무드'란 이름만 들었을 뿐이다. 교양 필독서에 들어 있지도 않았고, 번역한 책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독자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탈무드란 어떤 책인지?에 대해서는 90년대 이후 우리의 첫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나와서야 알게 되었다. 노벨상 수상자 중 유대인이 가장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다. 물론 이들의 국적은 현재 살고 있는 나라의 이름으로 명기했다. 그렇다 보니 역시 미국 국적자가 가장 많았다. 탈무드와 노벨상은 어떤 관계일까? 2000년대 들어서야 탈무드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탈무드(Talmud)는 유대인 율법학자들이 사회의 모든 사상(事象)에 대하여 구전·해설한 것을 집대성한 책이라는 사전의 풀이로 정의되어 있다. 그렇다면 유대인들이 우리 삶의 각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것은 탈무드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태어나서부터 유대인들은 '토라'(구약성서 중 ‘모세의 5경’)와 탈무드를 모두 읽고 배운다는 것이다. 탈무드가 뭐가 적혀 있기에 그런가? 하는 의문을 가진 것도 이때쯤이다. 대체적으로 탈무드의 내용 중 일부를 뽑아 번역하고 해석해주는 책이 대다수였다.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유대교의 율법, 전통적 습관, 축제·민간전승·해설 등을 총망라한 유대인의 정신적·문화적인 유산으로 유대교에서는 〈토라(Torah)〉라고 하는 ‘모세의 5경’ 다음으로 중요시된다. 팔레스타인에서 나온 것(4세기 말경에 편찬)과 메소포타미아에서 나온 것(6세기경까지의 편찬)의 두 종류가 있는데, 전자는 ‘팔레스타인 탈무드’ 혹은 ‘예루살렘 탈무드‘라 부르며, 후자는 ‘바빌로니아 탈무드’라고 한다.



「세상을 이기는 가장 위대한 지혜편」이란 부제를 갖고 있는 이 책 『탈무드와 유대인 1』은 편저자 임유진(이하 저자)이 번역·해석을 달아 책으로 펴냈다. 저자 임유진은 〈서문〉을 통해 "유대인들은 〈탈무드〉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라.'고 적고 있다고 말한다. 또 나날을 '오늘이 최초의 날이자 최후의 날'이라고 명시하면서 책을 정원으로 삼고 즐기되 죽음의 바다, 사해(死海)처럼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문〉에 따르면 탈무드는 유대인의 정신적 유산이다. 탈무드는 유대인에게는 소중한 삶의 지침서이자 경전이고 지혜서다. 불교와 유교가 한국 사람들의 정신문화의 뿌리이듯이 〈구약성서〉 중 '모세 5경'(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과 '탈무드'는 유대인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지혜의 바다이다. 〈탈무드 유머〉(이 책 시리즈의 2권)는 그 망망대해에서 떠올린 한 컵의 물일 뿐이다. 하지만 그 한 컵의 물속에 영롱하게 서려 있는 〈탈무드〉를 피력해 보고 시나고그(Synagogue)가 모태가 된 초대교회의 맥도 짚어 본다고 책 출간 취지를 밝힌다. 

출판사 소개글에 유대인은 세계적인 철학자와 예술가, 정치가와 상인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민족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로 노벨상이 제정된 1901년부터 최근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살펴보면 유대인이 무려 20~3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미국의 100대 부호 중에서 20%,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의 20%를 유대인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유대인들의 성취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이들은 하나같이 탈무드를 옆에 두고 생활의 지침서로, 또한 이들이 오늘날까지도 민족성을 잃지 않고 단결할 수 있었던 것도 이 탈무드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탈무드는 250만 단어의 방대한 어휘로 이루어져 있으며 5,000년 동안 유대인들이 쌓아온 지적, 민족적, 종교적인 유산이 집대성되어 있다고 한다. 유대인들은 이 책을 어려서부터 배움으로써 사물의 이치를 배우고, 문제를 다루는 방식과 짜 맞추고 꿰뚫어 보는 힘을 기른다. 그래서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두뇌를 날카롭게 해주어 사물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갖게 만든다.


저자는 탈무드의 내용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탈무드라는 지혜서를 통해 유대인들에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삶의 등식을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유대인이 어떠한 역사의 질곡을 거쳐 왔으며, 그 속에서 탈무드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어떻게 시련을 극복하고 지금의 성공을 이루었는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기술한다. 탈무드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또 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무에서 유를 창출한 유대인들의 성공비결, 성공의 원리, 그 생존법 등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 역설한다. 뿐만 아니라 긍정적 사고방식을 확립하는 데도 매우 유용하다고 안내한다. 탈무드의 가르침은 현재까지도 유대인의 일상에서 삶의 일부로서 실제적인 문제들에 적용되고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탈무드를 읽다 보면 여호와로부터 지음받은 인간의 입장과 지으신 여호와 신의 입장을 오가며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독자는 비종인이어서 저자의 주장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지만, 저자는 〈신약성서〉는 여호와 하나님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하여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냈다고 책에 서술하고 있다. 다소 과격한 주장도 이어진다. 그런데 인간들은 그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다. 신 여호와 입장에서 보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죽인 인간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웠겠는가? 이에 대한 유대인들의 생각은 다르다고 저자는 전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선지자 중의 한 사람으로 전도 활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분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왜 유대인들은 예수 그리스도 사후 2,000년 동안이나 유리방황하는 민족이 되었을까? 600만 명이라는 유대인들이 학살을 당하였는데(제2차 세계대전을 가르킨다) 이성이 지배하는 20세기 문명인들이 저지른 과오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진다. 저자의 해석은 이렇다. "유대인들은 이런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이는 유대인들의 정신적인 지주 〈토라〉의 가르침과 〈탈무드〉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또 유일신 여호와에 대한 명칭이 천주(하느님, 천주교), 하나님(개신교), 한울님(천도교), 대종교(한얼님)으로 각각 달리 부른다고 지적한다. 유일신 여호와에 대한 명명이 다른 것만큼 교회 간의 이질성 또한 심각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이라는 토양에 떨어진 기독교라는 씨앗은 확장일로에 있다고 말(비판)한다. 타 종교에 대해 교회간 이질적이란 단어와 기독교가 확장일로에 있다는 비판은 저자의 주장이지만 선뜻 공감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독자의 솔직한 심정이니(비종교인으로서) 양해 바란다.



탈무드를 배우려는 독자의 입장에서, 저자의 탈무드 사랑은 충분히 공감한다. 또 유대교에 대한 경의, 그리고 유대인의 핍박의 역사를 헤쳐나온 강인한 신념 등을 높이 평가한 점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솔로몬 왕이 세웠다는 '통곡의 벽'과 우리의 고구려 시대 광개토대왕을 오버랩시키는 점, 유대 민족의 선민(選民) 의식과 우리 민족의 백의(白衣)와 비슷한 자부심으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공감력이 떨어진다. 이 역시 독자가 종교에 대해 무지한 이유라고 너그러운 포용심으로 양해해 주시기를 바란다. 선민 의식은 자칫 편견이 되어 사람과의 화합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악한 독자의 단견(短見)이길 바란다는 의미다. 그러나 옥에 티가 있다고 그 옥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밝혀 알려주는 수많은 내용이 오늘날의 유대인의 기초가 되었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탁월한 견해라고 생각된다. 

"유대인들의 〈탈무드〉를 읽다 보면 사물에 대한 사고방식을 확립시켜 주고, 그 뜻을 속 시원히 이해시켜 주기 때문에 흡족함을 느끼게 된다. 두뇌 회전이나 정신을 단련시키는 데 이보다 더 훌륭한 책이 없다. 그래서 〈탈무드〉는 유대인의 혼과 같은 것이다. 원래 〈탈무드〉는 '위대한 학문' '위대한 연구'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탈무드〉는 흩어져 있는 유대 민족을 단단히 결속해 주고 유대민족을 포근히 감싸는 어머니의 품속처럼 위안을 준다. 〈탈무드〉에는 생활 규범이 있고 그 규범은 할아버지에서 아버지에게로, 그리고 자신에게로 전승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생각할 때 유대 민족이 〈탈무드〉를 지켜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탈무드〉가 유대 민족을 지켜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p.8)

저자는 이 주장에 대한 굴뚝 청소부에게 2명에 랍비의 질문 에피소드를 이 책에서 소개한다.(탈무드 관련한 책을 한 번쯤 읽어본 독자라면 대부분 알 것이다.) 이처럼 〈탈무드〉는 상식적이면서 마음속의 맹점을 찌르는 머리 회전을 요구한다. 그래서 흔히 〈탈무드〉는 법을 논하지만 법전이 아니고, 역사를 논하지만 역사책이 아니며,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인명사전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백과사전도 아니며, 그저 유대인들의 삶을 지탱해 주는 지혜서의 구실을 할 뿐이다는 저자의 정의(定義) 올바르다고 독자는 믿는다.

특히 〈탈무드〉의 중요한 가르침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요구하고 있다는 말은 독자에게도 감명 깊다. 5,000년을 이어온 지혜서라면 마땅히 추앙되어야 할 말들이고 기록들일 터다. 그 지혜는 지식의 동화 작용을 거쳐야 자양분이 되고, 그 자양분이 나무를 성장하게 한다는 저자의 비유적 표현은 독자들을 즐겁게 하는 글이 된다.



이 책은 모두 2부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탈무드와 유대인〉, 2부 〈탈무드의 지혜〉이다. 1부에는 「유대인과 탈무드」「유대인의 상술」 등 2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2부엔 「탈무드의 지혜·눈」「탈무드의 감성·귀」「탈무드의 이성·머리」「탈무드의 오감·손」「탈무드의 전통·발」 등 5개의 장으로 눈, 이성, 감성, 손과 발 등으로 나뉘어 '탈무드의 지혜'의 원천과 지혜의 얻을 수 있는 에피소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 탈무드의 지혜와 상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수난의 역사보다 지혜의 축적 과정이 훨씬 오래됐다. 유대인은 수난의 과정에서 지혜를 축적해음을 알 수 있다. 이집트의 노예에서 모세가 지금의 팔레스타인으로 함께 왔다. '모세 5경'을 경전 삼아 유대인이 그들의 종교를 유대교(시오니즘)라고 했고, 자신들이 일군 땅에서 자신들의 힘으로 나라를 세웠다. 그리고 이곳에서이스라엘 유대인이 살았다. 수난의 역사 후에 영광된 땅에서 잘 살았으나, 수난은 다시 찾아온다. 

대제국을 건설한 로마 제국이 이스라엘 유대인의 나라를 멸망시키고 로마 제국에 복속된다. 이때 살아 남은 유대인들은 세계 각지(당시 세계관으로는 유럽이나 아프리카 일대)로 흩어져 살았다. 이 땅 없는 민족은 2,000년을 떠돌다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600만 명이 희생되고서야 승전국인 영국에 의해 지금의 이스라엘의 땅을 마련해 살게 된다. A.D.70년부터 1948년까지 유대인 수난사를 여기에 적을 수는 없을 터, 제정 러시아가 볼셰비키 공산혁명에 의한 로마노프 왕조의 멸망 직전 유대인들은 직업이나 토지 소유를 철저하게 탄압받고 억눌려 살았다. 황제마다 돌아가며 유대인을 학살했고, 주거나 직업도 제한했다. 포그롬(19세기부터 20세기 초에 걸쳐서 제정러시아에서 경찰이나 그 앞잡이들의 선동에 의하여 행하여진 조직적 약탈과 학살)으로 7만여 명이 죽었다. 직후 공산혁명이 일어났다. 이때 당 중앙위원 7명 중 트로츠키, 카메니프, 지노비에프, 스베르트로프 등 4명이 러시아 공산혁명을 주도했던 인물들이다. 공산당원도 전체의 70%가 유대인이었다고 한다. 독자로서는 처음 들은 말이어서 유대인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한다. 마르크스 공산사회주의 이념의 창시자가 유대인(엄격하게 이야기하면 아버지의 아들)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20세기에 들어와서도 가슴에 유대인이라는 기장을 달고 다니게 하는 차별이 행해졌다. 로마 교황은 유럽의 모든 유대인드에게 황색 모자를 쓰도록 명하고 배지를 달고 다니도록 했다.



유대인들의 상술이 뛰어났다는 점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상술이 뛰어나다'라고 하면 '거짓말에 능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유대인들은 정직과 신뢰를 상행위에 적용했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유대인들은 물건값을 깎는 것을 싫어한다. 상품값을 깎는 것은 자기의 위신에 관계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이 세계에서 제일 먼저 정가판매(定價販賣)를 실시했던 곳이 디파트먼트 스토어(백화점)이다. 티파트먼트 스토아란 미국에 와 있는 유대인들이 맨 처음 설치한 백화정밍다. 즉 상품을 정가대로 팔고 많은 물품을 다양하게 갖춘 상점이다. 컴블이니, 메이신, 니만마가스티 하는 디파트먼트 스토어는 모두가 유대인들이 경영한 곳들이다. 유대인들은 미국에 이민 와서 처음에는 손수레를 끌고 이 골목 저 골목 다니며 물건을 팔았다. 수레 한 대에 물건을 싣고 다니며 팔던 것을 나중에는 건물 안에다 가지런히 진열해 놓고 팔았다. 

유대인들이 장사꾼이 된 것은 살아나갈 방도가 그 길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허용된 비즈니스에도 한계는 많았다. 상류사회와 교제가 허용되지 않았고, 클럽에도 가입할 수 없었으며, 골프클럽의 회원도 될 수 없었다. 그런 입장에서 유대인들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상거래였다. 


2부에 있는 5개 장 중에서 독자의 관심을 끌었던 글의 제목을 여기에 적어 본다. 탈무드나 유대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읽으면 이해를 더하고 그들의 지혜를 가려 발췌해 갖고 있다면 역경에 부닥칠 때 참고 삼는다면 도움이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제목만 열거하면 쉽게 알아보기 어려운 문구들도 있으니 작은꺾쇠(「」)를 사용해서 각 소제목을 묶는다. 「‘7’이라는 숫자」「유대인들의 술에 대한 생각」「진정한 비즈니스」「유대인들의 맹세」「지도자의 자질」「부부 화해법」「불공정 거래」「소유권」「탈무드의 상도덕」「벌금의 규칙」「섹스에 대하여」「가장 안전한 재산」「상거래의 윤리」「선과 악」「혀의 좋은 때와 나쁜 때」.


저자 : 임유진


역사와 철학을 전공했으며, 동양의 역사와 고전에 담긴 지혜를 꾸준히 책으로 엮어냈다. 저서로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가려 뽑은 『고사성어』, 고전에 담긴 옛사람들의 해학을 담은 『중국 역사 이야기』, 『36계 병법』 등이 있다. 인도와 중국의 선(禪)사상에 대하여 연구하며 집필 중이다. 한국청소년도서출판협회 회장을 지내는 동안 청소년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이사 및 감사,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를 역임했으며 국가원로회의 지도위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회원, 중앙노동경제연구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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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의 실존의 미학, 내 삶의 예술가 되기 - 천경의 미셸 푸코 읽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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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긴 표제어를 갖고 있는 이 책 『미셸 푸코의 실존의 미학, 내 삶의 예술가 되기』는 '나는 나를 어떤 존재로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탐구이다. '실존주의 철학' 하면 혀를 내두르는 독자로서는 표제어 중에서 '내 삶의 예술가 되기'란 표현에 매료돼 선택했다. 또 저자가 천경이라는 점도 독자의 선택에 힘을 보탰다. 독자가 저자 천경을 처음 접한 것은 전작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을 통해서다. 『니체의~』도 독자가 니체를 잘 알거나 좋아해서가 아니라, 표제어 중 '옆길'이란 단어 때문이었다. 니체에 대해 독자 스스로 본격 해석은 못해도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 등이 적혀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옆길이 '아름답다'고 저자 천경이 표현한 것도 삶에 연결할 수 있는 길이기에 가능한 단어가 아닌가?라고 기대했다. 예상대로 저자가 니체 철학의 여러 가지 개념들을 생활의 이야기와 연결해서 재미있게 풀어 썼다. 저자 천경은 〈서문〉에서 '옆길'이란 표현도 '오류'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면서 니체에 대한 존경심과 우리 일상의 연결 지점에 난 길이라는 의미라고 분명히 서술하고 있다. 가벼운 스케치로 시작되는 『니체의~』의 이야기들은 매 편마다 매우 쉽게 읽히지만, 니체 철학의 깊이를 땀 흘려 담아낸 흔적이 돋보였다. 특히 비유와 상징의 문체로 쓰인 난해한 니체의 저서를, 일상생활에 적용해서 한 편 한 편 담아낸 이야기들이라 설득력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저자가 저자 천경을 좋아하고 믿는 마음이 이때 확인됐다. 이때 독자는 저자의 삶의 통찰과 오래 닦아온 문장의 힘이 있어 깊이 매료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니체의~』의 문장 중에는 유머 코드가 행간마다 숨어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쉽고 평이한 문장들과 일상생활에서 길어올린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각 장마다 영원회귀 사유, 힘에의 의지, 주인도덕과 노예도덕, 위버멘쉬(초인)와 인간 말종, 신의 죽음과 보편진리의 유무, 그리스도교의 폐해와 가치의 전도, 아모르파티(운명애) 등 니체 철학의 핵심 개념들이 상세하게 소개함으로써 니체 철학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독자가 책 한 권 읽고 니체를 알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저자 천경이 니체에게 가는 길 옆에 난 또 다른 옆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직접 알려준 책이었다고 기억한다. "철학하는 사람들은 철학자에게 다가가는 자신만의 길이 있구나···"라는 생각도 당시 처음으로 해봤다.



저자 천경은 2019년 미셸 푸코의 책 『주체의 해석학』을 접하고, 며칠 간 두문불출 이 책을 단숨에 읽고 매료됐다고 말한다. 이 책이 재밌어서라기보다 자신을 구원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독자로서는 희망과 용기가 되는 말이다. 저자가 이번엔 미셸 푸코까지 소개해 준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저자는 먼저 이 책 『미셸 푸코의 실존의 미학, 내 삶의 예술가 되기』 〈머리글〉에서 로고스(언어)는 지식의 방대한 축적이나 과시, 시쳇말로 잘난척하기 위한 매체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로고스는 인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장비(파라스케우에)였다고 털어놓는다. 로고스의 물질성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저자 자신의 삶에 실험했다고 말한다. 대안연구공동체에서 세미나를 진행한 점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또 『주체의 해석학』에 나오는 세네카, 에피쿠로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헬레니즘·로마 시대 영적 스승들의 '자기배려'를 위한 구도의 삶에도 매혹되었다고 밝힌다.

독자로선 낯선 용어 '자기배려(자기돌봄)'란 스스로 만든 '명령적 정언'을 실천하는 것이란 해석도 덧붙인다. 외부의 가치기준에 기대지 않고, 개체의 고유성과 특이성을 발명하여 역량을 펼쳐내는 삶을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자기와의 관계가 중요해지며, 타자와의 관계 또한 동시적으로 문제시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새로운 주체가 된다는 것은 내가, 나 또는 타잗와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내가 변화된다는 것은 관계성의 변화와 동시적인 사태인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푸코에게 관계들이란 힘의 관계들이고, 힘 관계란 권력관계에 다름이 아니다. 삶이란 끊임없이 새로운 주체가 되는 이행 과정이며, 이는 권력관계의 새로운 양태를 발명해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저자의 해석은 확대된다. 요가,명상, 공부, 생태학적 연대, 공동체의 실험, 귀농활동 등 다양한 실천이 요즘 많이 눈에 띈다고 지적한다. 이들 행위는 무한경쟁과 무한증식이라는 전 지구화된 신자유주의적 주체화 방식을 거부하고, 자기의 품행을 스스로 인도하는 실천들이다. 이 실천들이 임계치를 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 시대에 힐링 산업이 번성하고 심리치료나 정신분석이 성행한다는 것은 지금 우리의 삶의 방식이 우리를 번아웃과 정신병으로 내몰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비판적 시선을 드러낸다. 『주체의 해석학』을 읽으면서 스스로 터득한 의례(리추얼ritual)들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몸은 익숙한 감정과 행동습관으로 자주 돌아가고는 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써야 했다'고 말한다. 말로만 해서는 몸에 새겨넣을 수 없어 써야만 가능하다고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주체의 해석학』을 기본 교재로 〈천경의 미셸 푸코 읽기〉라는 연재를 내외뉴스통신에 시작했다. 로고스는 '인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장비'임을 실천한 것이다. 저자의 이 같은 실천 정신도 미셸 푸코의 실존의 철학, 실존의 미학에 영향 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



책에 따르면 푸코의 철학은 전기와 중기, 후기 등 세 시기로 구분된다. 전기는 1960년대로 지식의 고고학 시기, 중기는 1970년대로 권력의 계보학 시기, 후기는 1980년대로 주체와 윤리학 시기로 나뉜다. 그러나 이 세 시기는 불연속적이지 않다. 서로 증폭되면서 연결된다. 푸코는 프랑스 출신으로 1926년에 출생해서 1984년 58세에 병(AIDS)으로 사망했다. 『광기의 역사』(1961), 『임상의학의 탄생』(1963), 『말과 사물』(1966), 『지식의 고고학』(1969), 『감시와 처벌』(1975), 『성의 역사 1,2,3,4』(1976~1984) 등 많은 저서와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1975~1976), 『안전, 영토, 인구』(1977~1978), 『생명관리정치의 탄생』(1978~1979), 『주체의 해석학』(1981~1982) 등 수많은 강의록을 남겼다. 그의 저작들은 '권력-지식'에 대한 획기적이고 새로운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생전에는 물론 현재까지도 매우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영향력과 인기는 대단하다. 거의 모든 저서와 강의록이 번역되어 있는데, 이는 미셸 푸코라는 철학자의 위상과 관심을 반영한다. 니체의 계보를 잇는 푸코의 철학과 방법론은 현재에도 여러 인접 학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범죄자, 광인, 동성애자, 정치범 등사회적 소수자의 편에 서서 철학적 정신을 삶으로 연결하고 실천한 학자였다. 예를 들면 감옥정보그룹(G.J.P.)을 결성하여 수감된 죄수들의 열악한 인권과 처우 개선 활동을 벌이는 등 앎과 삶의 일치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대표적인 저서로 알려진 『감시와 처벌』은 국내에도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범죄자를 다루는 처벌권력의 방식과 근대적 개인에게 교묘히 가해지는 규율권력의 전략전술의 상관관계를 밝힌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8세기 이후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형성된 이 근대 권력은 폭력적이지 않으며, 비가시적이고 자동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근대의 개인은 '순종기계'로 자기의 품행을 정립하게 된다. 또 하나의 걸작 『말과 사물』은 간단히 말해 무의식적인 에피스테미(인식틀)에 따라 특정 시기마다 각각의 특정 '지식-진리'가 구성된다는 것이 주요 논점이다. 이외에 『안전, 영토, 인구』와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은 콜레주드프랑스에서 행한 강의녹취록으로 통치성에 대해 다룬다. 이 책 제1부의 통치성 관련 논의는 대부분 이 두 권의 강의록에 기초해서 작성됐음을 저자는 미리 밝힌다.



중기를 거쳐 후기의 푸코는 '권력-지식론'에서 '주체의 윤리학' 쪽으로 이동한다. 후기에 몰두한 푸코의 작업은 역사상의 지식이 어떻게 성립했는가를 비판적으로 탐구하는 작업에 제한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삶을 어떻게 꾸며나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이 작업을 바로 ‘실존 미학(Esthetique de L’existence)’이라 부른다. 르네상스에서 근대에 이르는 역사적 시기를 전문으로 했던 푸코는 이 실존미학을 완성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헌들로 무대를 옮긴다. 타계하기 얼마 전 빛을 본 『성의 역사 2,3』과 이 책을 쓰던 무렵의 강의록인 『주체의 해석학』이 실존 미학에 몰두했던 푸코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의 '권력론'을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게 연구하기 위함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푸코 철학의 세 시기는 서로 연결되면서 증폭된다. 

독자도 조금 어렵게 생각해 많은 페이지에서 사전을 찾아 의미를 꼼꼼히 해석하기 시작했으나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독자가 워낙 철학을 모르기 때문에) 우선 저자의 안내대로 흐름을 읽히고 깊은 생각 없이 '흐름대로 읽으면 훨씬 나아진다'는 저자의 주문대로 실천했다. 쉽게 생각해 보면, 늘 우리 삶을 규정하는 규칙들이 있다. 국가의 법률, 교칙, 사내 규정, 종교적 교리 등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규칙들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 우리 삶을 꾸미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저런 규칙들을 떠나 늘 우리 삶을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 고민한다. 역사상 이런 고민의 모범은 바로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의 삶에서 발견된다.(저자가 앞서 헬레니즘·로마 시대를 언급한 부분이 있었다.) 그리스와 로마인들에겐 획일적으로 규칙에 종속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자유인으로서 삶의 따라야 할 바를 독자적으로 창조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렇게 실존의 방식을 창조하는 일은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일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미친다. 그래서 여기에 '실존미학'이라는 명칭이 붙는다고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진다. "주체가 자신의 실존 방식을 창안"해 내는 이 방식은 획일화될 수 없기에 푸코는 성윤리, 자기수양, 명상 등 삶의 세세한 영역에서 그것을 탐색해 나갔다고 저자 천경을 해석한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미셸 푸코 철학 총론, ‘통치성과 주체성’〉, 2부 〈‘실존의 미학’: 『주체의 해석학』 읽기〉, 3부 〈주체화의 기술들: ‘자기돌봄 실천의 방법들’〉 등이다. 각 부에는 여러 장(章)들로 이루어져 각 부의 의미에 맞게 기술되는 등 잘 짜인 구성을 갖고 있다. 1부에는 「실존의 미학, 내 삶의 예술가 되기」「통치성과 주체의 ‘자기배려’」「정치가와 경제학자, 그리고 근대 영혼의 탄생」「이렇게 통치당하지 않을 기술」「푸코의 권력론과 주체의 윤리학」 등이 있다. 2부에는 「『주체의 해석학』이라는 책」「제2부 프롤로그: 존재를 변화시키는 글쓰기」「내 삶을 예술작품으로 만들기」「자기배려와 자기인식」「스님과 철학자와 아버지와 아들」「인간의 죽음, 그 이후」「양생, 가정, 연애 그리고 쾌락의 활용」「영화 〈거짓말〉, 사도마조히즘과 성적 쾌락」「돼지와 동길이는 어디로 간 걸까?」「세 가지 종류의 시간 이야기」「당신에게는 숨기고 싶은 우주의 진리」「자기배려와 자기계발」「인간도, 세상도 변하지 않을 거야!」「사유할 수 없는 것을 사유하기」「공감, 자기의 감옥에서 풀려나는 마법」「공부한다는 것: ‘줏대 없음’을 찬양함」「꼰대들과 전향들과 개종들」「오래전 그 사람」 등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주체의 해석학』의 내용을 잘 풀어 설명해준다. 3부에는 「너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휘폼네마타」「파르헤지아와 웅변술」「파라스케우에, 지금 이 순간 나를 돌보는 장비」「분노 다스리기」「시련과 고통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지금 당장 행복해지기」「여가시간 갖기와 공부하기」「기억 훈련과 습관을 혁명하기」「모욕 권하는 자에게 대처하는 방법」「삶을 길게 사는 방법」「죽음 명상하기」「당신, 잘살고 계신가?」「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야」「영성, 당신의 창조성과 접속하라」「에필로그: 뱀 이야기 그리고 붓다 되기」 등 재밌고도 기대되는 제목들이 줄지어 등장한다. 모두 '푸코 철학', '실존미학', '자기돌봄 실천'에 대해 기술되어 있다.


예술작품이란 땀의 흔적이며 고통의 기록이다. 규정에 갇히지 않으려는 해방의 몸짓이다. 예술가란 감각의 다른 문을 열기 위해 끝없이 도전하고 연습하는 자들이다. 지금과 다른 지각의 펼침을 모색하고 그것을 몸에, 목소리에, 화폭에, 문장에 기입하는 자들. 일상성과 동일성에 머물지 않기 위해 예술가는 몰입한다. 그것은 낡은 ‘보편’을 깨기 위한 작업이다. 몰입은 일순간 자기의 기존 감각 방식이나 신경회로 밖으로 나가는 고행이다. 그 숱한 고행은 지금 이 오감의 세계에 매몰된 자기를 구원하려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기존의 감각 회로나 신경 체계를 고장 내고 변형시킬 정도로 수련해서 다른 문을 열고 다른 리듬을 만들어 그것을 대상에 구현하려는 것이다.(p.37)



저자는 현재 우리의 욕망은 모두 단 한 지점을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성장과 부의 증식, 돈이 최고의 목표이며 가치가 된 시대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 지점이 누구도 강요한 적이 없는, 나의 자율적인 선택이라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강조한다. 원망하거나 물리쳐야 할 적도 없고, 이런 삶을 강제한 가시적인 폭력도 없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강제의 시스템' 안으로 우리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현실을 이 책에서 꼬집고 있다. 푸코의 시선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실존의 미학이란 “외부의 가치기준에 기대지 않고, 개체의 고유성과 특이성을 발명하고 역량을 펼쳐내는 삶”을 사는 것이다. 때문에 ‘자기와의 관계’가 중요하며, 타자와의 관계 또한 동시적으로 중요하다. 실존의 미학이란 자기배려, 즉 자기 돌봄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주체가 되는 과정이며, 이는 권력관계의 새로운 양태를 발명해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것만이 지금과 다른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고타마는 사성제와 팔정도, 12연기를 깨닫고 붓다가 된다. 이 순간 붓다는 반얀나무에서 7일 동안 선정에 들어 기쁨을 느낀다. 그 기쁨이 얼마나 컸던 걸까? 붓다는 자리를 옮겨 다시 7일 동안 해탈의 기쁨을 누리며 선정에 든다. 이렇게 7일씩 총 일곱 번 49일간 해탈의 기쁨을 누리며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복습한다. 여기서 깨달음이란 고타마가 붓다가 되는 사태다. 이전의 내 이름을 버리고 다른 이름의 존재 되기다. 이전에 방치했던 실존을 예술작품으로 만들기가 고통과 위험으로 인지될 수 있다. 이름을 바꾸고 존재를 바꾸고 다른 역량을 증득하는 것이니. 고타마처럼 일시적으로 완벽하게 변신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사소한 변화도 사소한 것이 아니다. 그것이 나와 세상을 바꾼다.(p.337)


저자 : 천경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그동안 기자 및 편집장으로 일했다. “피로 써라. 그러면 피가 곧 넋임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니체의 문장을 좋아한다. 현재 서울 홍대 인근에 위치한 대안연구공동체에서 미셀 푸코, 질 들뢰즈, 프리드리히 니체, 레비스트로스 등의 저서를 읽고 공부하는 <잡종의 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 브런치 사이트의 니체 철학 추천작가이기도 하다.

저서로 《고독 혹은 빨강색에 대하여》(시집)와 《키스해도 돼요?》(산문집), 《내 안에는 작은 아이가 산다》(산문집), 《주부 재취업 처방전: 내 안의 천재와 접속하기》(산문집)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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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철학 - 삶의 순간에서 당신을 지탱해 줄 열세 가지 철학
양현길 지음 / 진성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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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SNS는 더욱 각광받았고,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실시간에 서로의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얼핏 보면 지금 세상은 소통의 수단이 잘 발달해 외로움은 사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세상이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 주변에선 '외롭다'는 사람이 차고 넘친다. 외로움은 혼자 있기에 느끼는 감정이 아닌가? 이렇게 다양한 소통 창구를 갖고 있는데도 외로운 사람은 많다. SNS를 통해 소통을 하는 사람 가운데 오히려 더 많은 것 같다. 이 책 『홀로서기 철학』의 저자 양현길은 외로움의 이유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사람과 소통할 수 있지만, 온통 밖을 향해 있는 관심은 나에게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연결된 이들과의 관계에 더욱 매달리면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더욱 거세게 다가올 뿐이다. 우리는 SNS에서 타인의 관심을 갈구한다.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그들의 말과 행동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 더 초점을 맞추느라 자기의 삶과 점점 더 멀어지고 만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했던 행위들이 도리어 나를 더 옥죄어 온다. 

저자는 책의 〈프롤로그〉를 통해 외로움이라는 것은 사람들과 소통해야 해소되는 감정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내 생각과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온통 외부로 향해 있는 시선은 남들에게 의존하여 외로움을 달래기 때문에 더욱더 외로워진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의존하기에 외로워진다는 말이다. 이는 외로움이 의존성과 연결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자신의 삶에서 '의존'이라는 단어를 떨쳐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 나만의 세상을 여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아갈수록 단단한 내가 만들어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 끝에 '홀로서기'가 있다. 역사적으로 홀로서기에 가장 성공한 이들인 ‘철학자’의 생각과 그들의 인생을 통해, 우리는 자신만의 철학을 세울 수 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할 시간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외로움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의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 책에는 열세 가지 철학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저자는 기대한다. 이 책의 집필 취지이기도 하다.

철학자들은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저마다의 고뇌를 안고 삶과 마주했다.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나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물 흘러가듯 편안하게 살아가는 삶을 위해,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해 왔다. 열세 명의 철학자들이 마주한 ‘홀로서기’의 비결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책을 펴낸 후 한 인터뷰를 통해 '홀로서기 철학'이란 말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명료한 답변을 내놓았다. "우리는 사람들과 이어져 있지만, 이와 동시에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1인 가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비혼율은 높아지는데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혼자서 밥먹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의 또는 타의로 혼자 지내야 하는 순간들을 더 자주 맞이하게 됩니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홀로서기'라고 생각합니다. 홀로선다는 건 곧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삶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의존하지 않는 삶이란 인생을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나 자신을 지키고, 설사 혼자가 되더라도 흔들림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말합니다. 홀로선다는 건 결국 남들로부터 영향을 덜 받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SNS나 유튜브에서 보여지는 부자들과 엄청난 능력자들과 내 삶을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게 됩니다. 홀로설 수 있다면 내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행복할 수 있고, 사람이 없더라도, 자기 자신과의 시간을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홀로서기란 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질문과도 연결이 됩니다. 그리고 인생에 대한 고민을 제일 많이 한 사람들 그리고 고독을 즐기면서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나만의 생각을 제일 많이 한 사람들이 철학자들입니다. 그래서 홀로서기를 할 때 철학자들의 삶과 생각들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철학자들과 홀로서기라는 주제를 엮어서 『홀로서기 철학』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4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 〈온전한 자신이 되기 위한 삶에 대하여〉, 2장 〈나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에 대하여〉, 3장 〈물 흘러가듯 사는 삶에 대하여〉, 4장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삶에 대하여〉 등이다. 1장에서는 몽테뉴, 쇼펜하우어, 랄프 왈도 에머슨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실었다. 또 2장에는 카뮈, 빅터 프랭클, 헨리 데이비스 소로가 등장해 독자들에게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 '홀로서기'의 길을 제시한다. 3장은 장자, 노자, 에피테토스의 삶의 태도를 살펴보며 4장에서는 세네카, 사르트르, 니체 그리고 아들러가 삶과 홀로서기에 대해 함께가는 길에 동참하라고 주문한다.



저자는 「자기 자신이 먼저다」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홀로서기'에 몽테뉴를 올린다. 먼저 몽테뉴의 저서 『수상록』의 일부를 인용한다. "아무도 자기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친구나 지인들에게 권세와 명예를 위해 애정을 베푼다면, 나는 모든 애정을 내 영혼과 나 자신에게 쏟는다. 새어나가는 애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내 의지가 아니다. 자신의 존재를 충분하게 느끼는 것은 매우 숭고한 일이다. 타인을 위한 삶은 충분히 살았다. 이제 남아 있는 인생만큼은 자신을 위해 살아가자."(p.15) 

저자는 외로움은 쉽지 않은 감정이라고 전제한 뒤, 세상에 혼자 있다는 외로움을 느낄수록 불안한 마음이 올라온다고 말한다. 이럴 때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신경 쓰여 선뜻 마음먹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에 따라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혼자가 되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몽테뉴의 철학을 설명하면서 "때로는 주변에 사람이 많아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스스로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을 해석해 주고 있다. 철학자 몽테뉴는 "나라는 존재을 아끼고 스스로 소중하게 여기는 건 성스럽고 숭고한 일"이라고 표현한 데 대한 설명이다. 주변에 사람이 많더라도, 갑자기 혼자가 되더라도 상관없이 우리는 나를 향해서 숭고한 일을 행해야 한다는 몽테뉴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몽테뉴는 38세가 될 무렵 가족과 주변 친구들의 죽음을 많이 겪었던 것 같다. 이때 몽테뉴는 15년 동안 맡았던 판사의 직위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몽테뉴 성에서 높고 단단한 탑 건물 하나를 찾아냈다. '치타델레(Zitadelle)'라고 불리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몽테뉴는 홀로 책을 읽고 생각하며, 자신만의 일을 시작했다.

책에 따르면 몽테뉴는 결혼 생활을 비롯해 사회 속 시민으로서의 모든 삶을 내려놓고 고독한 자신만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몽테뉴는 10년이라는 세월을 탑에서 보냈다. 그리고 이 10년이라는 고독의 시간 동안 몽테뉴의 『수상록』 초판이 출간됐다. 자신을 향한 긴 시간 끝에 이르렀던 사유가 책으로 엮인 것이다. 



"반항하는 인간이란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살아내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자유를 만끽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반항하는 인간' 카뮈의 말이다. 그는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라는, 허무와 공허함의 인간을 창조했다. 뫼르소는 카뮈의 분신처럼 여겨진다. 저자는 카뮈와 뫼르소는 닮아 있다고 한다. 소설 속 뫼르소의 캐릭터는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그가 느끼는 무관심과 무의미, 무가치한 태도들은 언뜻 보면 현실감과는 동떨어져 낯설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다가 나이가 들수록 느껴지는 씁쓸함과 공허해지는 우리의 모습은, 뫼르소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저자에 따르면 뫼르소는 의도하지 않게 아랍인을 살인하게 되어 구치소에 수용되지만, 자신을 도와주려는 변호사와 재판관에게조차 귀찮다는 듯한 그의 태도는 결국 주변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뫼르소의 행적을 보면 마치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와 세상, 나와 나 자신, 나와 가족, 그리고 나와 연인 등, 마치 이 세상 전부와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이처럼 뫼르소에게 자기 자신을 포함한 세상은 너무나도 낯설고 어색한 곳이었다. 뫼르소만큼은 아닐지라도 우리도 삶의 어느 지점에서 관심 있던 것들로부터 무가치함을 느끼는 권태로움을 경험한다. 삶이 지루해지고 지독한 무기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기계처럼 반복적으로 일하고, 사람을 만나며, 먹고 자고 생활하는 삶을 살아가며 허망함에 허우적대는 것이다. 

이에 카뮈는 말했다. "삶은 무의미하다. 무의미한 이유는 부조리함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뫼르소의 마음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고, 목적도, 결과도, 변화도, 희망도 없었기 때문에 절망조차 없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뫼르소의 이야기는 오늘날 평범한 사람의 직장생활을 떠올리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독자가 임의로 조금 건너뛴 저자의 해석 저쪽 끝에는 우리 삶의 의미가 없음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란 질문이 있다. 끝에서 우리는 답을 얻는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자유를 얻게 된다. 우리가 가치 있다고 판단했던 것들,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던 세상의 온갖 것들이 사소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볼 것을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우리가 그렇게 소중하게 여겼던 부와 명예는 가치를 잃는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 내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순간부터 우리는 진정 원하는 것들에만 집중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



「지금 당장 마음의 평온을 얻는 방법」에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등장한다. 후기 스토아 철학자들 중에서, 세네카와 에픽테토스는 대조를 이룬다. 에픽테토스는 외적인 부의 축적이나 성공에는 초연해서 다만 가르치는 일에만 헌신함으로써 명성을 얻었지만, 세네카는 로마의 사회적인 맥락에서 엘리트들이 걷는 길을 통해 명성을 얻고, 엄청난 부와 높은 지위를 누렸다. 에픽테토스는 "행복의 시작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면서 시작된다"는 말로 유명하다. 이 시기 로마 제국 초창기에는 후기 스토아 학파 세 명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정치인이자 시인인 세네카, 노예출신인 에픽테토스,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이다. 

저자는 3장에서 에픽테토스에 주목한다.(세네카도 4장에 있다) 저자는 에픽테토스를 설명하기 전에 '행복'에 대해 먼저 언급한다. 이에 따르면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해질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교육의 유무와 관계없이, 내가 원하기만 하면 행복은 언제든지 얻을 수 있다. 행복은 내가 무엇을 가졌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행복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가에 따라 좌우된다. 에픽테토스의 삶 역시 그랬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평온함 삶을 위해 노력했다. 노예 출신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며, 그 재능을 알아본 매우 관대한 주인 에파프로티토스는 그를 로마 유학까지 보내줬다. 에파프로티토스는 네로 황제의 행정 비서관이었다. 그때 스토아 철학을 배웠고, 로마 철학 교사가 되었다. 노예 신분을 벗어난 것은 물론이다. 도미티아누스 황제 재위 시대 철학자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위협을 느껴 많은 철학자를 추방했다. 에픽테토스 역시 그리스의 서부 해안 도시 니코폴리스에서 철학 학교를 세우고 사람들에게 평정한 마음으로 위엄있게 사는 방법을 가르쳤다. 이때 뛰어난 제자들 중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있었다. 그는 매우 검소하게 살았으며 재산, 권력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니코폴리스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에픽테토스는 '평온함에 이르는 다섯 가지 방법'을 남겼다. 자세한 설명이 20페이지에 걸쳐 실려 있다. 

①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라

②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라

③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만든다

④ 행복은 오직 내부에서만 찾을 수 있다

⑤ 홀로 설 수 있어야 진정 행복해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4장엔 세네카가 실려 있다. 「죽음을 마주하고 삶을 가꾼다」 제목의 글이다. 세네카는 워낙 유명한 철학자이자 정치가여서 철학 책을 한 번이라도 읽은 독자들은 대체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귀족 출신이다. 저서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에서 "일평생 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뜻밖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평생 잘 죽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 양현길은 위 문장을 인용하며, 세네카는 '잘 죽는 법을 모르는 이는 잘 살지 못한다'로 풀이한다. 세네카는 항상 죽음을 탐구하고 연습해야 한다고 주장한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이다. 그는 '삶을 바라볼 때 인생은 죽음으로 가는 여정일 뿐이며, 인간은 태어나는 나부터 매일 죽어가기에 항상 죽음을 연습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저자는 세네카에게서 '좋은 삶'의 철학을 뽑아 독자들에게 알린다. "사람에게는 원하는 것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수십 억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싶고, 해외여행을 마음껏 떠나고 싶기도 하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싶기도 하고, 좋은 차와 집을 갖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하여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 매일 퇴사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면서 열심히 출근한다. 책을 읽고 공부도 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기른다. 이 모두는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이다. 이 모든 게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원하는 마음이 집착하는 마음으로 변질될 때 문제가 생신다. 집착으로 인해 우리는 사물이나 사람에게 과도하게 마음을 쏟고 매달리게 된다. 결국 삶은 고통으로 가득해진다. 저자 양현길이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 사상에서도 보이는 욕망, 집착, 고통 등을 연결하는 풀이를 이 대목에서 하는 이유는 굳이 철학을 하지 않아도, 철학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독자 모두가 좋은 삶, 행복한 삶, 아름다운 삶을 바라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의 사상과 삶에 대한 관점은 저자의 그것과 닮아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출간 취지와도 같다. 


저자 : 양현길


‘회사는 무엇이고 나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왔다. 대학교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단어에 꽂혀 영국에서 대학원까지 다녔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내내 ‘대체 회사란 무엇인가? 그리고 회사에 다니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푹 빠져 살았다. 사회적 기업, 스타트업 투자사, 기술 스타트업을 전전하고, 현재는 마음을 케어하는 스타트업 직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처음 들어간 사회적 기업에 출근한 지 3개월 만에 대표가 미국행 비행기 표를 끊어, 졸지에 대표 역할을 1년 가까이 하게 되었다. 그 이후 온갖 종류의 대표들 옆에 머무르며 회사와 나의 관계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 왔다. 스타트업의 특성인 불확실성을 한가득 안고 1년, 2년 다니다 어느새 8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 아직도 주말만 되면 회사 생각들이 떠오르지만, 회사와 나의 관계에 대한 글들을 하나하나 써 내려가면서 치유의 시간을 갖곤 한다. 회사와 너무 멀어져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딱 달라붙어 있어도 안 되는 적당한 관계를 꿈꾸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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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 - 불완전한 진화 아래 숨겨진 놀라운 자연의 질서
앤디 돕슨 지음, 정미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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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는 '진화론'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진화론을 배우는 때는 고등하교 생물 시간을 통해서다. 독자가 진화론을 배우던 시기는 우리나라가 산업화에 매진하던 시대였다. 찰스 다윈(Darwin, Charles, 1809-1882)은 영국 해군 측량선 비글호에 동승, 지질 및 동식물을 조사하여 '생물진화론'과 '자연도태설'을 발표(1831~1836)했다고 배운 기억이 있다. 사실 체계적인 진화론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프랑스의 동물학자 라마르크(1744~1829)라고 한다. 라마르크는 다윈에 앞서 진화론을 전개하고(1801), 이것을 최초로 체계화된 학문으로서 제기했다(1809)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그러나 학계로부터 외면당하며 또 무신론자라고 비난받는 등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빈곤과 가정적 불행이 계속되어 드디어는 실명하고 고독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라마르크의 이론의 주된 내용은 "생물은 진화하는 내적인 '경향'을 갖고 있고, 환경이 변화하면 그것이 일으키는 '요구'에 의해 습성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기관의 사용·불사용은 기관의 발달과 퇴화를 초래하고, 그것이 유전되어 생물이 변화(진화)한다. 이른바 용불용설이다. 그 '경향' 및 '요구'의 사고에는 목적론적인 색채가 농후했지만, 진화를 생물의 생활 변화를 기초로 하여 연구한 방법은 다윈의 진화론에 계승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다윈은 영국의 생물학자로 진화론을 연구하고 책으로 내 학계에서 인정한 학자인 셈이다. 

다윈은 유명한 저서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에서 자연선택설을 근간으로 하여 새로운 종이 생기는 메커니즘을 설명하였는데, 변이의 원인 중의 한 가지로 라마르크의 용불용설도 채용했다. 그러나 다윈은 라마르크의 ‘전진적 발달’을 배격하였다. 다윈은 자연선택설을 제창했을 뿐만 아니라 진화의 증명이 될 수 있는 생물학상의 사실적인 예도 많이 들어 생물 진화를 사람들에게 확신시키는 데 결정적 공헌한 학자로 남을 수 있었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영국의 산업자본주의 발전을 반영한 것이며, 자유경쟁에 의한 번영의 이념을 생물계에 도입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종의 기원』이 종교적인 반감을 일으키면서도 급속히 보급된 원인 중의 하나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학의 각 분야에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사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를테면 H.스펜서가 제창한 사회다윈주의는 생존경쟁설에 따라 인종차별이나 약육강식을 합리화하여 강대국의 식민정책을 합리화하는 데 이용되었다고 백과사전 등에 기록으로 남아 있다.



"진화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경쟁에서 각 세대에게 유용한 유전적 돌연변이가 선호되는 ‘자연선택’을 통해 진행된다"는 진화론를 믿는 학자들에 의해 진화의 이해에 공헌할 생물학의 여러 분과, 특히 유전학의 연구는 계속 진행되었다. 얼마 안 가서 유전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돌연변이의 본질이 밝혀졌고, 생물학의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성과가 집적됨으로써 진화의 경로 및 요인에 관한 연구가 비약적으로 진행되었다. 돌연변이·교잡·격리·자연선택 등을 진화의 요인으로 종합적으로 생각하는 '현대적 종합설'의 시대로 발전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출신의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T. 도브잔스키(1900-1975)의 『유전학과 종의 기원』(1937)에서 처음으로 잘 나타났다.

이 책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는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확장하고 진전된 진화론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저자 앤디 돕슨은 영국의 생물학자로, 생태학 및 고생물학에서 성선택 및 유전학을 넘나들며 자연에서 일어난 기이한 진화적 결점을 유쾌하고도 흥미로운 전개로 펼쳐낸다. 꼭 '이기적 유전자'와 '경쟁적 유전자'에 의해 생물의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조심스러운 제시이기도 하다. 

저자가 파악한 생물의 세계에서는 새, 박쥐, 잠자리는 날게 되었고, 뱀은 팔다리를 포기했으며, 전기뱀장어는 강력한 전기를 만들었고, 개미는 곰팡이와 진디를 키우는 농부가 되었다. 진화로 인한 생명의 다양성과 독창성, 또 그것이 만들어낸 장관은 굉장히 경이로우며 위대하다. 그러나 이는 진화의 모든 것은 아니다. 자연 속에는 굉장히 비합리적이고 비경제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들이 무수히 존재한다고 확언한다. 이는 물속에서 살지만 늘 익사 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고래, 뻐꾸기의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고 대신 키워내는 박새, 여섯 번째 이빨이 닳으면 이빨이 나지 않아 굶어 죽는 코끼리, 암컷을 유혹하려고 목숨을 위협하는 긴 꼬리를 달고 사는 수컷 소드테일, 자신의 딸을 물어뜯어 불임으로 만드는 일개미, 포식자를 발견하면 가장 먼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소리부터 지르는 들다람쥐까지. 수많은 생물이 완벽은커녕 어딘가 불완전한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기존 학자들의 관찰과 연구의 결과를 제시한다. "이 모든 것은 진화이다. 그러나 위대한 성공작은 아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들이 지금껏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목에서 저자는 새로운 의문을 갖는다. 포식자와 먹잇감, 탁란하는 뻐꾸기와 탁란당하는 새, 기생충과 숙주 등 종 간의 싸움과 부모와 자식 간의 잔인한 타협, 암컷과 수컷 사이의 확률 게임까지 생물의 완벽한 진화를 가로막는 갈등과 그로 인해 벌어진 놀라운 사건들은 차례차례 우리를 거대한 지적 충격 속에 빠트린다. 그리고 이 기나긴 이야기의 끝에서 우리는 ‘살아남는 것’과 ‘승리하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커다란 질문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화를 일반적으로 표현하자면 '시간에 따른 생물학적 유기체의 변화로, 자연 선택을 통해 진행된다'이다. 자연선택이란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경쟁에서 각 세대에게 유용한 유전적 돌연변이가 선호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앞서 언급한 날개도 생기고, 팔다리를 포기한 뱀도 나오고, 강력한 전기를 만드는 전기뱀장어도 탄생한다. 이런 사실은 자연 선택설에 의해 뒷받침된다. 놀랍고 경이로울 뿐이다. 진화의 예술성은 끝이 없어 보이지만, 화려한 모습에 눈이 멀어 덜 인상적이고 덜 유용한 것을 간과하기 쉽다. 실제로 종을 조각하는 자연 선택의 힘은 매혹적일 정도로 경이롭지만 무한하지는 않다는 게 저자의 집필 취지다. 저자는 정말로 진화를 완전히 속속들이 이해하고 싶다면, 자연 선택이 할 수 없는 것을 알아봐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진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그 과정에 어떠한 목적도 중요한 방향도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저자는 추정한다. 뿐만 아니라 자연 선택은 사전에 어떤 고려도 하지 않기 때문에 동물의 몸에는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명백한 '설계상의' 결함(기린의 목에 있는 5미터 길이의 신경처럼)이 일부 있다는 것도 알아차릴 것이다. 하지만 진화의 기이함은 그보다 훨씬 깊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책의 〈서문〉에 쓴 '곰치'의 인두턱을 세밀하게 관찰한 여러 학자들에 의해 곰치의 제2의 턱은 진화가 부린 마법 같은 것이 아니라 차선책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처럼 자연 선택으로 선정되고 유지되는 유리한 형질의 점진적이고 가혹한 축적이 반드시 개체나 종에게 이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강조한다. 어떤 합당한 사유가 있다 해도 개선은 이루기 어려우며 오히려 모든 것은 정확히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곰치의 튀어나오는 턱처럼 대부분의 진화적 변화는 남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그 '남'이 누구냐에 따라 실제로는 따라잡는 것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종 사이의 상호 작용은 대개 진화적 '군비 경쟁'으로 발전하지만, 비용과 이득의 상대적 불평등은 이 경쟁이 누군가에게 유리하게, 또 영구적으로 조작될 수 있음을 뜻한다는 것. 이러한 경쟁의 역학은 왜 어떤 동물이 자연 선택으로 고칠 수 없는 문제를 가졌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뻐꾸기, 코끼리, 공작새 등에 관해 우리가 잘못 적용한 진화론에 의해 오해되는 많은 사실의 일부일 뿐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같은 현상은 진화의 별난 성질을 시사하며, 이 현상들을 설명하면서 진화 과정 자쳋의 작동 원리를 밝힐 수 있다고 이 책에서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통해 진화를 살펴보는 데 있다고 집필 취지를 못박고 있다. 이 책에는 진화의 함정, 커다란 장벽, 사각지대, 절충안, 타협, 실패작에 관한 이야기임을 명백하게 밝히는 데 목적을 두고 있음을 전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동물이 늘 약간 뒤처지는 이유, 시간이 지나면서 대체로 효율이 떨어지는 이유, 포식자가 흔히 패배하는 이유, 기생자가 흔히 승리하는 이유를 배울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은 진화이지만, 위대한 성공작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이 책은 모두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죽거나 배고프거나」, 2장 「뻐꾸기 둥지에서 날아간 것」, 3장 「무임승차자」, 4장 「아름답고도 저주받은 자」, 5장 「일곱 번째 이빨의 행방」, 6장 「극단적 이타주의」, 7장 「잔인한 타협」, 8장 「함정에 빠진 진화」, 9장 「썩 괜찮은 약점」, 10장 「인간이 향하는 곳」 등이다. 

10장으로 이루어졌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대표적으로 다섯 가지의 갈등을 다룬다. 풍부한 사례와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자연과 인간의 협력과 배반, 삶과 죽음, 도전과 응전 등의 대서사시를 아름다운 문장과 적절한 단어를 구사해 최고의 표현으로 독자들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한 평자는 이 책을 "눈에 보이는 것 너머로 생명을 바라보게 하는 매혹적인 현미경"으로 표현했다.

책에서 다루는 첫 번째로 다루는 갈등은 종 간 및 개체 간의 갈등이다. 여기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개념은 ‘선택 압력’이다. 예를 들어, 치타와 가젤의 경주에서 가젤이 승리하는 이유는 이 싸움에서 치타는 ‘먹이’를 걸었지만, 가젤은 ‘목숨’을 걸었으므로, 가젤에게 주어진 ‘더 나은 진화를 향한 선택 압력’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포식자는 대체로 사냥에 실패할 수밖에 없고 늘 뒤처진다. 이 논리는 뒤에 이어진 뻐꾸기와 숙주, 기생충과 숙주 간의 갈등에서도 적용이 된다(1장 죽거나 배고프거나, 2장 뻐꾸기 둥지에서 날아간 것, 3장 무임승차자).

로렌슨은 새끼 치타가 17개월(대략 독립할 수 있는 개월 수) 동안 생존할 확률을 4.8%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이제 이 수치를 현재 기대 수명이 가장 낮은 나라인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의 인간과 비교해보자. 이곳에서는 아이들의 91%가 첫 번째 생일까지 살아남고, 88%가 다섯 번째 생일까지 살아남는다. 따라서 어린 치타의 삶은 지구상에서 가장 궁핍한 나라에 사는 어린이보다 훨씬 더 불안정하다. 그렇다면 치타가 완벽한 포식자일까? 정반대이다. 치타 대부분은 어느 것 하나 죽이지 못한다.(p.33) - 「1장 죽거나 배고프거나」 중에서



두 번째로 다루는 갈등은 성적 파트너 간에 발생하는 갈등이다. 몇몇 종들은 짝을 유혹하기 위해 목숨과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한 장식을 진화시킨다. 가장 매력적인 수컷은 가장 일찍 죽기 쉽지만, 그만큼 가장 많은 자손을 남기기 때문이다. 매력 없이 살아있는 것과 매력적으로 죽는 것 사이에 위태롭게 놓여 불안한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종들의 아이러니한 파멸을 살펴보며(4장 아름답고도 저주받은 자) 확률 게임을 하는 암컷과 숫자 게임을 하는 수컷 사이의 갈등 역시 첨예하게 다룬다(7장 잔인한 타협). 로맨틱과는 거리가 먼 잔인한 갈등은 인간 사회에 빗대어 바라볼 수 있는 흥미로운 지점이 존재한다.

세 번째 갈등은 가족 및 집단 간의 갈등이다. 대표적인 진사회성(eusociality) 종으로 알려진 개미, 말벌의 사례를 주로 살펴보며 이들이 보여주는 ‘하나된 사고’에 대해 두 가지 시선으로 접근한다. 하나는 자신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적인 전술이라는 시선, 또 하나는 극도로 발달한 이타주의라는 시선이다(6장 극단적 이타주의). 그리고 이는 마지막 갈등인 개체와 유전자 사이의 갈등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세대를 걸쳐 궁극적으로 생존하는 것은 유전자이며, 개체는 그들을 그곳으로 데려가기 위한 그릇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이는 생물이 왜 불멸을 향해 진화하지 않았는지, 왜 노화를 피할 수 없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한다(5장 일곱 번째 이빨의 행방).


가장 매력적인 수컷이 가장 일찍 죽고 성숙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수컷 자손을 낳을 확률이 가장 낮다. 그러나 이 명백한 핸디캡은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화려하게 장식된 수컷이 가장 많은 자손을 남기기 때문이다.(p.134~136) (중략)

백만 년 전 눈 폭이 가장 넓은 수컷은 지금 눈 폭이 가장 넓은 수컷이 암컷에게 매력적인 것처럼 그 세대의 암컷에게 매력적이었지만, 눈자루를 키우고 유지하거나 비행 중 공기 저항을 보완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생 상태는 더 좋았을 것이다. 이것은 백만 년 전에 가장 적합했던 수컷과 오늘날 가장 적합한 수컷에 대한 비교이다. 요컨대, 이 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엉망이 됐다. 이는 자연선택의 진화적 산물이다.(p.145) - 「4장 아름답고도 저주받은 자」 중에서



이 책은 생명의 다양성과 진화의 단점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진화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성선택, 간접 적응도 등 어려운 개념들을 저자 앤디 돕슨만의 창의적이고 유쾌한 비유로 풀어낸다. 다윈과 리처드 도킨스가 어려웠던 독자라면 이 책으로 진화의 세계에 입문해도 좋을 것이다. 과학책으로서의 전문성과 교양서로서의 대중성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바도 있다. 독자는 빈약한 생물학 지식으로 이해가 쉽지 않았지만 저자의 유머와 속도감 있는 필치에 반해 끝까지 읽어냈다. 마치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저자는 “왜 그렇게 진화했는가”, “왜 그들이 살아남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는 첫 번째 의문을 던졌다. 기존 학자들의 연구와 저자의 집념의 관찰, 철저한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분석한 사건들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 불완전해 보이는 진화가 자연의 실수도 실패도 아닌 그들에게 있어서 완벽했던 생존의 한 형태임을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 장에 도착해서는 구경꾼처럼 생물의 세계를 바라보던 것을 멈추고 인간에게 주어진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그래서 인간이 자연을 거슬러 나아가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란 질문을 위해서다. 


저자 : 앤디 돕슨

학술 문헌에 1000번 이상 인용될 만큼 인상적이고 탁월한 연구를 발표해온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이다. 진드기, 숙주와 병원체, 물벼룩과 박테리아, 야생 동물의 복잡한 생태 시스템을 설명하는 시뮬레이션 모델 구축이 그의 주요 관심 분야이다. 노팅엄대학교에서 암탉 해리어의 다양한 생태학적 측면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마치고 옥스퍼드대학교 동물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수학적 모델링을 사용하여 라임병 및 기타 진드기 매개 감염 위험 변화를 예측했으며, 숙주-기생충의 진화 역학을 추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밀렵 방지를 위해 데이터 과학 기술을 적용하는 등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Flaws of Nature)』는 고래를 비롯하여 코끼리, 꿀벌, 뻐꾸기, 박테리아 등 다양한 생물 종의 진화와 성선택 및 유전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그의 첫 저서로 “생명의 다양성과 진화의 단점에 대한 유쾌한 탐구”라는 호평을 받으며 런던 동물학회의 클래리베이트 상 후보에 올랐다.


역자 : 정미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과 영어학을 전공했다. 휴대폰을 만드는 국내 대기업에서 십여 년간 일하다가 좋은 외서를 국내에 소개하는 일에 매료되어 번역을 시작했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 『일인분의 안락함』『코인 좀 아는 사람』『뇌가 행복해지는 습관』『볼륨을 낮춰라』『진화가 뭐예요?』『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원 디바이스』『내일은 못 먹을지도 몰라』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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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 애호가가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한 미술관 수업
김찬용 지음 / 땡스B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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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그림 감상을 위해 전시회를 수십 차례 찾아 다녔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하기 전의 일이다. 자의라기보다 타의가 많았다. 그래도 자주 가다 보니 익숙해지고, 익숙하다보니 하나씩하나씩 그림 지식이 쌓이긴 했다. 미술 전공자도 아닌 독자가 그림을 좋아하는 애호가를 따라다니며 하나둘 씩 주워듣고 가끔은 생각도 해보며 적잖게 지식을 쌓았다. 그러나 전시회를 자주 간다고 해서 따로 공부하지 않은 탓에 그림의 흐름이나 역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머릿속엔 각 작품의 특징만 기억됐지, 서양 미술의 흐름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다행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시회가 열리지 않아 내심 안타까웠지만 때를 맞춰 그림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읽기 시작했다. 시험 공부하듯 매달리지 않았지만 읽은 만큼 미술의 흐름이나 역사 등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감상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림을 좋아한다는 게 그림 감상법을 잘 안다는 말과 동의어일 텐데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이때 눈에 띄었던 책이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이다. 지금 서평하려는 책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의 저자다. 저자 김찬용은 『아트 내비게이션』을 쓸 때(2021) 이미 도슨트 14년차라고 했다. 지금은 17년차 도슨트인 셈이다. 『아트 내비게이션』은 독자 같은 '초보 감상자'나 입문자에게 안성맞춤 미술 길 안내서였다. '내비게이션'이란 표현을 쓴 것도 이해가 갔다. 저자는 그 책에서 독자들에게 “좋아하는 시대, 좋아하는 그림부터 함께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림을 배우고 감상하는데 꼭 알타미라 동굴부터 보고 배울 필요는 없다는 논리였다. 『아트 내비게이션』이 탄생한 이유이다. 그 책은 도슨트 김찬용의 노하우로 설계된 '최단 거리 미술사 여행'이란 말을 들을 정도였다. 팬데믹 훨씬 이전의 일이지만 클림트 전시회, 샤갈 전시회가 예술의 전당에 있는 미술관에서 열린 적이 있다. 먼저 그림 크기가 커서 놀랐다. 그리고 그림과 관객 사이가 매우 가까워 오히려 전체 그림을 감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보았을 때의 느낌과 정반대였다. 〈모나리자〉는 파리까지 직접(물론 여행 중이었지만) 기대를 안고 갔는데 사람이 많고, 크기도 작아 멀리서 그림이 걸려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는 정도로 보고 말았다. 크게 실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클림트나 샤갈 전시회 때는 반대의 느낌을 받으며 '모나리자 트라우마'는 해소됐다. 이 책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는 그의 책이어서 더욱 관심이 갔다.



출판사의 책 소개글에는 "우리는 왜 미술관에 갈까? 아마 일상에서 찾을 수 없는 새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운을 뗀 뒤 "미술 작품을 온라인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직접 전시회장을 걸으며 한 작품 한 작품 마주하는 감동에 비할 수 없다"고 책 출간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 가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전시를 찾아 감동을 느끼러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 것이라고 책의 내용을 귀띔한다. 독자로서도 이 책은 미술관에 방문하는 감상자들에게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충실하게 쓰였다는 데 동의한다. 저자 김찬용은 〈서문〉을 통해 "그저 인증샷을 찍기 위해 미술관에 방문해봐도 좋다"고 다독이고, "좋은 전시를 발견하는 방법을 세세하게 설명하고, 작품이 많다고 좋은 전시가 아님"을 말한다. 

전시회 주최 측은 미술을 즐기려는 애호가에게 선택지 많도록 다양하고 좋은 작품을 전시하는 목표로 하지만 여건 상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국내 미술계는 분단 국가라는 특성상 해외의 국보급 미술품을 들여오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독자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아마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야기일 것 같다. 쉽게 표현하면 분실, 훼손 등의 위험 부담률이 크다는 의미인 것 같다. 당연히 유치 관계자들의 노력과 더 많은 대여료 등이 든다는 말이다. 지금은 팬데믹을 통해 대한민국의 방역 수준이나 의료 체계 등이 잘 알려져 그런 부담이 많이 줄였다고 저자는 밝힌다. 차츰 위험성이 줄었다고 판단되면 좋은 작품을 많이 유치하는 데 전시 주최측이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섹션 0〉부터 〈섹션 5〉까지 6개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섹션0 〈미술관이 뜨고 있다〉, 섹션1 〈좋은 전시를 고르는 안목〉, 섹션2 〈전시를 200% 즐기려면〉, 섹션3 〈작품별 감상법〉, 섹션4 〈해외 미술관 사용법〉, 섹션5 〈국내 미술관 사용법〉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해외 미술관 사용법〉과 〈국내 미술관 사용법〉은 다른 책에서 못 보던 독창적인 내용이어서 눈길을 끈다. 각 섹션에는 한 가지씩 〈Pick〉을 두어 전시해설가 김찬용의 인생작가, 인생 전시, 인생 작품을 소개해 독자들도 자신만의 인생작가, 인생 전시, 인생 작품을 찾아보도록 독려한다. 이에 앞서 책의 중반부에는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추상화, 조각, 판화, 개념미술까지 작품별 감상법을 도슨트의 시각으로 설명해준다.



미술은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즐겨온 것이고, 꽤 오랜 시간 예술적 소양을 갖춘 일부 부유층이 향유하는 문화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젠 미술 전시가 대중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형 미술관뿐 아니라 갤러리, 카페 등 여러 공간에서 전시가 기획되면서 다양한 전시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전시장은 엄숙하고 고상해야 한다는 인식이, 젊은 관람객이 늘면서 인스타그래머블하고 개성 있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하지만 앞서 독자가 언급한 대로 미술에 대한 지식 없이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면 ‘제대로 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17년째 현장에서 도슨트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 김찬용은 전시를 좀 더 잘 즐기고 싶은 관람객들을 위해 자신의 전시 취향을 발견하는 법부터 국내외 미술관 추천까지 이 책을 통해 친절하게 안내한다. 저자는 국내에서 수많은 관람객을 미술관으로 이끌었던 「야수파 걸작전」 「라울 뒤피전」 「에드워드 호퍼전」 등 수백여 전시에서 도슨트로 활약했다. 이 책은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해설하는 그대로 원고를 정리했기에 더 실감나고 살아 있는 생생한 설명이 이어진다.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이라면 확신으로 바뀌고, 몰랐던 것은 새롭게 얻으면 미술 지식이나 감상에 대해서는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의 전작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과 이 책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을 모두 읽은 독자의 기대이기도 하다. 그만한 상식과 감상법, 미술 정보 등이 자세하게도 설득력 있게 잘 정리돼 실려 있다. 특히 해외 미술관 방문이 낯선 독자들을 위해 파리, 로마, 마드리드, 런던, 베를린, 암스테르담, 브뤼셀, 빈, 뉴욕, 도쿄에서 총 71개 미술관, 국내 미술관에 방문할 독자들을 위해 전국에서 106개 미술관을 특징별로 정리 및 추천하고 있다. 그가 공부하는 도슨트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다. 

책의 가장 앞 자리에는 어떤 글이 실려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미술관」에 대한 설명이다. 자신의 경험에 따라 답변은 다를 수 있겠지만 먼저 정답을 밝힌다. 답은 〈모나리자〉를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이다. 2018년 한 해 평균 1,0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절정기에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2020, 2021년 팬데믹의 영향으로 방문객의 70~80%를 잃어 한 해 평균 270만 명이 방문했으나,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한 2022년 773만 명, 2023년 890만 명이 방문해 완전 회복에 곧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만날 수 있는 미국 뉴욕의 MoMA(뉴욕현대미술관), 인기 있는 인상파 거장들의 대표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수많은 역사적 유물로 가득 차 있는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1,000만을 넘긴 곳은 루브르 박물관밖에 없는 모양이다. 루브르 박물관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술관으로 손에 꼽힌다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루브르는 평상시에도 3만5,000여 점의 작품을 전시실에 선보이고, 수장고에 보관 중인 소장품이 50만 점이 넘어 질릴 만큼 수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박물관이다. 저자는 감춰둔 이야기 하나를 이 지점에서 꺼낸다.

"여기서 놀라운 기록은 2022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방문한 미술관 5위에 대한민국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이 그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508만 명이 방문해 2위에 랭크된 바티칸 박물관, 409만 명이 방문해 3위를 한 영국박물관, 388만 명이 방문해 4위에 자리 잡은 테이트 모던에 이어 한 해 341만 명이 방문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관람객이 찾은 미술관으로 기록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어떻게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인기 미술관이 될 수 있었을까?"(p.25~26)

저자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의 방문객은 단 하나의 이유가 아닌, 여러 가지 내외부의 요인에 의해 증가했을 것이다. 아마도 현재 시점에서 예상해 볼 수 있는 가장 크게 작용한 외부 요인 중 하나는 팬데믹의 영향이다. 지난 2년 여의 팬데믹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밀폐된 공간에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하는 문화생활을 거리는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의 제한이나 걱정 없이 편히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술관은 영화관이나 공연장을 방문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람들에게 대안이 되어준 측면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미술관은 한창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심했던 2020, 2021년에도 관람객이 밀집되는 도슨트 서비스 운영의 취소나 형태 변형이 있었을 뿐, 미술관 방문과 관람 자체에는 큰 제한이나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코로나에 대한 초기 방역과 대응을 잘해낸 국가로 손에 꼽히기에,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고, 최초에는 영화관 데이트나 공연 관람의 대체제로 즐기기 시작한 미술관 관람이란 문화생활이 많은 이들의 일상에 자리 잡은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앞서 책의 내용을 말할 때 각 섹션 마지막에 〈Pick〉를 하나씩 게재했다고 언급했다. 첫 섹션이 끝난 후 저자가 채택한 'Pick'은 '전시해설가 김찬용이 주목한 작가'로 반 고흐를 꼽았다. 「감상을 시작하기에 좋은 화가, 반 고흐」란 제목이다. 워낙 유명한 화가이기에 웬만한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화가다. 그런데 왜 저자가 주목했을까? 아마 저자의 미술 감상법의 첫 번째 항목이 아닐까? 독자는 생각한다. 모르는 것을 붙잡고 씨름하지 말고, 아는 것부터 하나하나 착실히 배우는 것이 지루함을 버리고, 관심을 붙잡아 두기에 적절한 감상법이란 주장 말이다. 이 이야기는 전작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에서도 같은 취지의 소개를 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독자는 기억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색채 화가 중 한 명이다고 운을 뗀 뒤 저자는 국내 미술계 내부에서는 반 고흐에 대한 콘텐츠를 준비할 땐 '빈센트 반 또흐'라고 농담할 정도로 국내에서 사골처럼 많이 소개되고 선보인 예술가라고 부드럽게 소개한다. 반 고흐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

책에 따르면 세간에 알려진 그의 슬픈 인생과 그에 부합되는 표현력을 가진 작품들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는 말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집에 구매해 두었던 명화집을 통해 우연히 마주하게 된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왠지 모르게 빠져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작품에 얽힌 사연을 알고 나니 작품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반 고흐는 당시 가장 의지했던 애증의 동료 폴 고갱과의 충돌로 귀를 절단한 후 마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피해 정신병원에 들어갔다. 홀로 병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새벽녘 풍경을 그린 화가의 상황을 상상하며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전혀 사실적이지 않음에도 불타는 듯 보이는 나무와 휘몰아치는 저 밤 풍경이 오히려 더 진실되게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미술에 빠져들었다.

물론 지금은 반 고흐가 단순히 인생의 드라마에 매몰되어 평가되어야 할 화가가 아닌, 특유의 색감과 탁월한 표현력에서 그 진가를 찾을 수 있는 위대한 예술가라고 저자는 생각한다고 덧붙인다. 그럼에도 입문자 입장에서 반 고흐만큼 쉽게 공감하며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다면 반 고흐로부터 시작할 것을 저자는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섹션3 〈작품별 감상법〉은 독자에게 조각품의 감상법에 각별한 감흥을 안겨준다. 조각의 역사와 발전에 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현대의 조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이해하는 것이 좋다는 저자의 설명이다. 나름 공부 좀 했다고 독자도 '르네상스 조각' 하면 미켈란젤로가 떠오르지만 실제 작품 배경이나 작품 제작 과정, 뒷 이야기에 대해서는 완전 문외한이다. 대부분 회화 위주의 책을 읽었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위대한 조각가의 조각을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독자들의 사정을 안다는 듯이 설명을 이어간다. 저자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조각가로 추앙받는 미켈란제로 부오나로티의 〈피에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한다. 

우선 이 작품을 마주하면 숭고한 종교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저자는 밝힌다. 어쩌면 더 생생하게 예수의 죽음을 마주한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목격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기존에 제작된어온 다른 〈피에타〉들에 비해 너무 젊은 성모 마리아의 모습과 사후 경직이 일어나지 않고 잠든 듯 늘어져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 때문에 오히려 사실성이 결여되었다고 하는 의견도 있으나, 〈피에타〉는 그런 지적을 초월할 정도로 아름다운 표현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작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예수가 주인공이 아니라 성모 마리아가 주인공처럼 보인다고 지적하는 당시 비판자들에게 미켈란젤로의 정곡을 찌르는 답변을 확인하고는 비판을 잠재울 만하다고 충분한 작품이다며 저자는 말한다. 미켈란젤로의 당시 답변은 "이 조각은 신에게 바치는 것이니 감히 인간의 시선으로 평가하지 마라."이다. 실제로 피에타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오히려 성모 마리아는 조형적 배경이 되어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다고 한다.<책 사진 참조>


저자 : 김찬용


17년째 미술 현장에서 활동 중인 전업 도슨트.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전시 해설에 관심을 갖게 되어, 2007년부터 많은 미술관을 다니며 자원봉사로 전시 안내를 시작했다. 10여 년간 현장에서 버티며 당시에는 전무했던 전업 도슨트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했다. 2015년부터 도슨트가 미술관과 관람객 사이에서 훌륭한 매개자의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도슨트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 늘어났다.

국내외 100여 개 이상의 전시에서 해설하며 수백만 관람객을 미술 애호가의 길로 안내한 그는, 예술의 대중화가 아닌 누구나 예술을 통해 일상에 자극을 느낄 수 있는 ‘대중의 예술화’를 추구하며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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