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잠재력의 최고점에 오른 사람들 슈퍼휴먼
로완 후퍼 지음, 이현정 옮김 / 동아엠앤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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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잠재력에 대한 조명은 각계각층에서 이루어져왔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잠재력을 발휘해 놀라운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나타날 때마다 미디어와 각계에서는 그들의 노력 중심의 놀라운 업적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널리 알려 감동과 삶의 모델로 충분한 역할을 강조한다.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이세돌, 김연아, 우사인 볼트, 루치아노 파바로티… 우리는 이들을 그 분야의 천재라고 부른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몸담은 분야에서 보통 사람들을 훌쩍 뛰어넘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천재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우리들은 이러한 천재들의 소식을 들으면서 그들의 업적에 대해 감탄함과 동시에 그들이 평범한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그리고 그들의 능력은 타고난 것인지 학습된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리고 이 책 『인간 잠재력의 최고점에 오른 사람들 슈퍼 휴먼』과 함께 인간 잠재력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이 책의 저자인 로완 후퍼는 진화 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생물학자이자 『뉴 사이언티스트 NEW SCIENTIST』의 주필로, 다양한 범위의 인간 특성에서, 잠재력의 최고점에 오른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이 그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개인적 노력을 했는지 이해하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불어 이러한 슈퍼휴먼들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과학적 주장과 최신의 뇌과학적 지식을 덧붙인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이 학습되는 것인지 아니면 유전되는 것인지에 대한 오래된 논쟁에 대해 종지부를 찍고, ‘본성 대 양육’이라는 개념은 틀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두 요소가 대립되는 것이 아니며 함께 합동하며 작용한다는 것을 밝힌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인간이라는 종이 가진 가능성에 대해 감탄하며, 아직까지 그 끝을 알지 못하는 인간의 잠재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인류가 마주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비전을 보여준다. 독자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우리의 뇌는 이성, 감정, 습관(행동)을 담당하는 뇌로 구분될 수 있다.



이 책의 차례를 보면 독자가 느낀 점은 이성, 감정, 행동을 담당하는 뇌가 따로 있으며 특정 부분을 인간의 노력이 특별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뇌로 단련돼 간다.(뇌 부분은 독자가 임의로 구분해 넣음)


제1부 사고 (판단뇌, 이성 담당)

1장 지능ㆍ14

2장 기억력ㆍ58

3장 언어ㆍ102

4장 집중력ㆍ134


제2부 행동 (운동뇌, 습관 담당)

5장 용기ㆍ164

6장 가창력ㆍ202

7장 달리기ㆍ236


제3부 존재 (감정뇌, 감정 담당)

8장 장수ㆍ270

9장 회복력ㆍ318

10장 수면ㆍ348

11장 행복ㆍ390



지능을 탐구함에 있어 필자가 제일 먼저 만나기로 한 사람은 바로 한 체스 그랜드 마스터(chess grandmaster, 최고 수준의 체스 선수)였다. 체스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체스가 순수하게 지능적인 게임이거나, 적어도 매우 높은 지능을 요하는 게임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과학자들도 체스라는 분야를 광범위하게 연구해온 바 있다. 심지어 이런 말도 있을 정도다. 인지과학에서 체스란, 유전학에서의 초파리의 역할과도 같다고 말이다. 초파리는 아마도 지구상의 유기체 중 가장 널리 연구돼온 대상일 것이다.

우리가 만나볼 존 넌(John Nunn)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체스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전성기 때 전 세계 10위 안에 들 정도의 뛰어난 기량을 자랑했다.

한편, 그는 열다섯 살에 옥스퍼드 대학에 수학을 공부하기 위해 입학했는데, 그로써 1490년의 울지 추기경(Cardinal Wolsey) 이후 가장 어린 옥스퍼드 학부생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이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이 장에서 만나볼 다른 인물들과의 주제적 연결고리도 마련된 셈이다). 그 후, 존 넌은 대수적 위상 기하학(algebraic topology)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물론 이 분야에 대해서 필자는 아무런 아는 바가 없지만 말이다.

(pp.17~18, 「1장 지능」 중에서)



그럼 현재 파이 암송의 기네스북 보유자는 누굴까? 그는 인도의 라자스탄(Rajasthan) 내 사와이 마드호푸르(Sawau Madhopur) 구역 출신인 23세의 라즈비르 미나(Rajveer Meena)이다. 2015년 3월 21일, 타밀 나두(Tamil Nadu) 지역의 벨로어 공대(Vellore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7만 자리까지 파이를 암송하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그는 눈에 안대를 착용한 채였다. 이 업적에는 9시간 7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그는 내게 자신의 가장 큰 동기 중 하나는 바로 가정 형편이었다고 말했다. “가정 배경이 무척 소박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세계의 가장 까다로운 기억력 테스트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 이렇게 7만 자리의 숫자 전개를 외우는 데, 꼬박 6년 이상이 걸렸다고 미나는 말한다. 이 방법은 자신이 세계 최고라는 걸 보여줄 방법이자, “인내력과 자신감을 증진시킬 훌륭한 방법”이라고 그는 무척 진지하게 설명했다. 또 그의 도전이 공식적으로 승인을 받기 전의 7개월을 견디면서, 그는 자신의 인내력과 자신감을 충분히 시험했다고 한다.

“기네스북으로부터 내 도전이 성공이라는 이메일을 받았을 때, 그날 밤은 정말이지 잠을 이루기 힘들더군요. 몇 번이나 그 이메일을 다시 읽어봤다니까요.”

(pp.61~63, 「2장 기억력」 중에서)



처음으로 만나볼 인물은 알렉산더 아겔레스(Alexander Arguelles)이다… 누군가 내게 말하기를 아겔레스는 ‘세계 제일의 다중언어 사용자’라고 했다. 그는 60~70개의 언어를 공부했으며, 그중 적어도 오십 개의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는 그저 다중언어 사용자가 아니었다.

‘다중언어’라는 말은 그에게 너무 소박했다. 말하자면 그는, ‘하이퍼폴리글롯(hyperpolyglot)’, 즉 ‘초인적 다중언어 구사자’인 것이었다(하이퍼폴리글롯이라는 단어는 2008년 영국의 다중언어 구사자인 리처드 허드슨(Richard Hudson)에 의해 만들어졌다).

하이퍼폴리글롯의 영예는 주로 열한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때 얻을 수 있다. 물론 국제 하이퍼폴리글롯 연합(International Associationof HyperPolyglots)은 여섯 개 이상의 언어에 능통하면 멤버십 자격을 부여하지만 말이다. 하이퍼폴리글롯의 세계에서 아겔레스는 전설이었다. 다중언어 운동의 조부격인 인물이었으니까 말이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게 무리가 아니었다.

( pp.105~106, 「3장 언어」 중에서)



엘런 맥아더(Ellen MacArthur)는 2004년에서 2005년 동안 홀로 전 세계 27,000해리(nautical miles)를 항해했다. 자그마치 71일 하고도 14시간 18분 33초가 걸린 업적이었다. 이 항해로 그녀는 1인 세계 일주 항해의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당시 그녀 나이 29세였다. 많은 이들이 맥아더가 세계 신기록을 깰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전 세계 기록을 이십 일이나 앞당겼다. 게다가 그녀의 기록은 약 십 년간은 너끈히 유지될 거라는 평이 있었다. 맥아더의 항해 시도 전, 그녀가 여성이라는 것 때문에 상당한 회의의 목소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야말로 눈부신 승리를 거뒀다. 프랑스에서는 그녀를 잔다르크에 비교할 정도였다. 영국에서는 그녀를 ‘영국이 낳은 최고의 항해사’ 혹은 ‘21세기의 진정한 첫 히로인’으로 불렀다. 나는 그녀가 어떻게 그런 업적을 이룰 수 있었는지, 직접 만나 물어보기로 했다.

나는 그녀의 집요한 집중력의 비결이 뭔지, 그리고 두 달 반 동안 일주일에 칠 일, 하루에 24시간을 어떻게 집중력을 유지했는지 묻고 싶었다. 그것도 혈혈단신으로 아주 적은 휴식만 취해가며 말이다. 정말 슈퍼휴먼만이 해낼 일이 아닌가.

( pp.137~138, 「4장 집중력」 중에서)



캐나다 태생의 소프라노인 바바라 해니건(Babara Hannigan)은 가장 유명세를 타는 현대의 성악가들 중 한 명이다. …… 나는 해니건과 아침나절에 만났다. …… 그러더니 그녀는 한 음계를 허밍해 보였다. 갑자기 목 뒤의 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등골이 오싹하는 이 좋은 기분, 누군가 귀에 귓속말을 할 때도 느낄 수 있는 이 느낌은 ‘자율 감각 쾌락 반응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라 부른다. 이 느낌을 느끼려고 적극 노력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그저 그녀의 허밍만으로도 매혹되는 바람에, 그녀가 그 뒤에 한 몇 마디는 잊어버렸다. 대화를 녹음하고 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워밍업이라는 건 내 악기 전체를 깨우는 것이죠. 단지 흉곽(rib cage)이나 성대, 호흡 어느 하나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전체에 관한 것이에요. 나의 온 감정적, 감각적, 지적 그리고 신체적 존재 말이죠. 이렇게 모든 것을 깨워요. 단 한 번에 모든 걸 자극시키는 거죠.” 해니건이 말했다.

( pp.220~222, 「6장 가창력」 중에서)



“겨우 여섯 살 때부터 유치원에서 집까지 달리기를 하곤 했지요.” 딘 카르나제스(Dean Karnazes)가 말했다. “달리기란 제게 자유와도 같았어요. 해방이자 세상을 경험하는 한 방식이었지요.” …… 지금의 카르나제스는 남들과 확연히 다르다. 그의 달리기에 대한 열정은 둘째가라면 서러우니까 말이다.

그럼 그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한번 살펴보자. 2005년 10월 12일, 그는 북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러고는 350마일을 뛰고 난 삼 일 뒤 10월 15일에야 달리기를 멈췄다. 심지어 달리기를 하는 동안 『러너스 월드Runner’s World』의 한 저널리스트와 인터뷰도 했다. 이 인터뷰를 글로 옮긴 기록을 읽어보니, 몇 군데가 눈에 띈다. …… 토요일 새벽 2시 21분에는 자신이 자면서 달리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갑자기 깼는데, 그만 아직도 달리고 있는 걸 깨달았지 뭡니까. 정말 희한한 건, 적어도 짧은 토막잠을 잔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저녁 9시 7분, 카르나제스는 총 350마일에 도달하고 있었다. “이 마라톤의 완주는 마치 유체이탈 같은 경험이었어요. 평생 해본 적 없는. 이전에도 몸에 통증이 퍼지면 퍼뜩 정신이 차려지곤 했죠. 하지만 이 마라톤의 마지막 10마일을 뛰는 동안은 완전히 몸에서 정신이 분리되는 것 같았어요.” 그가 말했다.

( pp.237~238, 「7장 달리기」 중에서)



앞서 살펴본 대로 이 책은 인간 능력에 대한 내 관점을 바르게 되돌리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이를 위해 다양한 범위의 인간 특성에서, 잠재력의 최고점에 오른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즉, 지능, 음악적 능력, 용기, 인내심 같은, 우리가 감탄하는 특성들에서 세계 최고라 평가받는 이들을 말이다. 또한,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 즉 행복이나 장수에 있어 극한의 삶을 사는 사람들도 소개했다.

즉, 이 책은 인간이 도달 가능한 최고점에 대한 자축인 셈이다. 이들과의 만남으로, 우리는 인간이라는 종이 지닌 가능성과 다양함에 경탄했다. 또한 이들이 그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개인적 노력을 했는지를 이해하고, 이를 분석해봤다.

이런 이들은 초인까지는 아닐지라도, ‘슈퍼휴먼(superhuman)’이라고 불려 마땅하지 않을까. 나는 이 슈퍼휴먼들이 그들의 업적을 어떻게 쌓았는지를 이해하고 싶었다. 평범한 우리들이 좀 더 그들을 가까이 느끼도록 말이다. 이들이 내뿜는 천부적 재능의 마력이 우리에게 닿는다면, 인간의 미래를 엿보는 데 큰 도움이 될지 모른다.


저자 : 로완 후퍼


로완 후퍼는 과학 및 기술에 대한 모든 측면을 다루는 잡지 『뉴 사이언티스트 NEW SCIENTIST』의 주필로, 십 년 이상 과학의 여러 분야에 대한 글을 써왔다. 그는 진화 생물학의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일본에서 5년간 생물학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 뒤, 『재팬 타임스 JAPAN TIMES』에서 활동하기도 했는데 여기에 기고한 칼럼들은 두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또, 그는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TRINITY COLLEGE DUBLIN)에서 펠로우십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의 글은 『이코노미스트 THE ECONOMIST』, 『가디언 THE GUARDIAN』, 『와이어드 WIRED』, 『워싱턴 포스트 THE WASHINGTON POST』 등과 같은 유수의 잡지에 실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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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나간 일기도둑 - 미취업 어른이의 세계 사람들 만난 이야기
박모카 지음 / 새벽감성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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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세계가 문을 닫았다. 올 겨울부터 시작해 가을 문턱에 들어선 지금까지 그 기세가 전혀 꺾이지 않는다. '여행', '세계여행'이란 말은 금기어가 되어 가고 있고, 여행이 취미이거나 삶을 위한 수단인 사람들은 하릴 없이 예전에 사둔 여행책을 읽고 마음을 달래는 실정이다.

그래도 백신만 나온다면 우리는 딛고 일어나 예전 같진 않아도 일상을 회복할 거라는 희망의 끈을 놓치 않고 삶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다행이다. 방역의 성공적인 나라로 꼽힐 만큼 온 국민의 참여 속에 비교적 희생자나 '코로나 확진자'도 적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천만다행이라고 서로를 위로 격려하는 가운데 예전의 일상을 되찾으면 '뭘 가장 먼저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여행'을 꼽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 책 『세계로 나간 일기도둑』도 많이 읽히는 여행책이라고 한다. 세상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있어 코로나 이전의 세상 사는 사람들의 얘기로 향수에 젖어 볼 수도 있고, 코로나 이후 예행 계획에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이 많다.



이 책의 화자는 대한민국 '미취업 어른이'다. 일정한 직업이 없지만 여행이 좋아 세계여행을 할 정도로 그쪽엔 숙달된 여행가임에 틀림없다.

독자로서는 저자의 글솜씨보다 세계여행을 겁 없이 떠나는 '객기'가 부럽다. 더욱이 본인 말대로 어른이면 자신의 일로 가족들의 생계도 책임져야 할 텐데 어떤 배짱으로 무모한 세계여행을 다녔을까. 배짱, 수완 모두 부럽기만 하다. 책 표지 안쪽에 이런 글을 써놓았다.

"아마존은 예뻤다. 내가 방문한 기간은 우기가 끝난 바로 다음날부터 시작했기에 강의 수위가 가장 높을 때였다. 해가 쨍쨍한 낮에도, 하늘이 붉게 물든 후 보라색으로 물들 때쯤에도 아름다웠다. 아쉽게도 밤에는 사진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찍히지 않았다."



예상을 벗어나는 여행을 즐기는 저자가 만난 사람도 참 특이한 사람이 많다. 오스트리아 전 대통령을 돈 많은 할아버지로 착각한 일, 미국 건물주와 3주 같이 살아보기, 바하마 시골 촌놈들과 자전거 타기, 강아지 넬리와 트러플 버섯 사냥하기, 세계 아이스하키 랭킹 선수 아이 돌봐주기, 작은 마을에서 투어가이드 채용 제안 받기, 축구선수 네이마르 볼 생각에 붕붕 떠있기, 위험순위 10위 도시에서 새벽에 길 잃기, 옥상에서 노숙한 이야기, 정글에서 한가운데 모기장 치고 원숭이 우는 소리 들으며 자버리기, 매일 장미꽃과 함께 점심 먹은 3주 등 보통사람들이 해외여행이랍시고 가서 할 일이 아니다. 특이한 만남이어서 더 기억에 남기야 하겠지만 대부분 직접 겪기는 꺼려지는 일들이다.



저자는 고등학생 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럭저럭 만족하는 대학교에 진학을 하였고, 이후 대학원에도 입학을 하여 무사히 졸업을 마쳤다.

그러던 중,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눈 앞에 제시된, 편하고 적당한 길만 골라 살았는데, 이게 정말 자신이 원하는 삶인지 궁금해졌다. 석사 졸업 이후, '백수인생선언'을 했다. 주위 사람들은 당연히 걱정을 했다. 적당한 직업을 찾고, 최대한 어릴 때 인생의 공백기 없이 꽉 채워 사는게 좋다고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저자는 청개구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직장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그래서 만난 사람들과 한 일이 특이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저자가 자신 있게 안내하는 길로 따라가 본다. 저자가 임의로 8개의 챕터로 나눠 소개한다.

1. 바다 소년 니겔 몰타

2. 인스타 2만 팔로워 마누엘 브라질

3. 늙은 축구선수 모하메드 모로코

4. 도시로 온 시골 소녀 리디 브라질

5. 투어버스 인솔자 루이스 미국

6. 음악가와 사업가 알프레도 바하마

7. 60대 IT 전문가 헬리오 브라질

8. 아프리카에서 백인 여성 사진작가로 르네이 모로코



이 책은 여행 에세이다. 하지만 저자가 다니며 얻은 소소한 여행팁이나 정보도 쓸 만한 것들이 많다. 크루즈 여행에 대해 설명한 부분은 좀 의아하지만 인상적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크루즈 여행이 많다고 한다. 크루즈 여행은 이동하는 동안에도 배 안에서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게 강점이다. 우리도 여행을 좋아하고 웬만한 여행을 해봤으면 크루즈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비용이 많이 들고 기간이 길어 여행으로서는 무척 매력적이지만 실현하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다. 독자도 버킷리스트에 크루즈 여행을 간직하고 있다. 장소와 시기만 아직 정하지 않은 채. 이외에도 이 책에는 여행지에서 누군가의 집에서 무료로 잘 수 있는 카우치 서핑, 다른 사람과 집을 교환해 숙박하는 홈 익스체인지, 단기간 동안 일을 하고 그 대가로 숙박을 하는 워크어웨이 방법 등에 관심이 간다. 여행책을 많이 읽었지만 돈 없을 때 하는 방법으로서는 알짜 정보인 셈이다.



저자는 위에서 밝힌 것처럼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브라질 아마존 정글에서 7박8일 머물기도 했다. 여행사를 통해 아마존에서 생활하는(독자는 이런 프로그램도 처음 들었다) 프로그램 예약을 했는데, 요즘에는 온수도 에어컨도 잘 나오고 저자가 방문했을 때 벼락 때문에 인터넷이 끊겼지만 원래는 인터넷 선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마존에 가서 무슨 인터넷 쓸 일이 있겠는가, 아마 숙소 직원들이 사용하기 위해 설치했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자연 경관은 아름답고, 사람들은 느긋하고, 요리는 자연에서 그때그때 구한 재료로 만든다는 사실은 변함없이 매력적이다. 이곳 사람들은 투어 가이드가 지도나 시계, 나침반을 쓰지 않고 나무나 강의 흐름을 보고 길을 찾아간다는 얘기에선 이해하기 어렵지만 아마존 원주민들의 생활방식인가 보다.

낚시를 하고 싶으면 그 물고기가 사는 곳으로 가고, 동물이 보고 싶으면 그 동물이 사는 곳으로 가 부르면 된다는 부분에선 실감이 난다. 아마존이라는 사실이.

"투어의 대부분이 환경은 내버려두고 이를 관찰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오래 남는다. 브라질에서 경험은 저자에게 천천히 즐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항상 무언가에 쫒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익숙한 사람들은 깨닫기 어려운 즐거움이리라.



이 책은 취업은 하기 싫지만 일은 하고 싶은 당신에게 묻는다. 어쩌면 진짜 원하는 곳을 찾지 못해 정착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나를. 여행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지만 여행하며 만난 세계 사람들을 통해 세상이 더 넓어질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상살이를 만나보자.

그리고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만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저자 : 박모카


학부 광고홍보학, 화학나노과학전공.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석사. 강아지를 좋아하며 사람과 동물이 상생하는 문화를 꿈꾼다. 관심사가 많고 복잡해서 웬만한 모든 것에 궁금증과 호감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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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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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기호의 첫 번째 연애소설이라고 한다. 소설가가 굳이 연애소설을 처음 쓴다고 말하는 건 좀 쑥스러운 이야기일 텐데 스스럼없이 밝힌다. 그것이 이기호 작가의 매력이기도 하다. 자신의 속내를 글을 통해 진솔하게 쓰는 것 말이다. 아마 작정하고 쓴 건가 보다. 꽤 오래 소설을 쓰고 문단에서도 인정 받은 만큼 많은 소설을 썼을 텐데 왜 굳이 일상의, 별로 감동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연애소설'이라고 썼을까. 중견작가의 첫 연애소설이라고 해서 예전에 슬프도록 아름다운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던 '꼰대 독자'에게는 탐탁치 않은 생활 현실의 에피소드를 발표했을까. 다 읽고 나서야 이유를 알 것 같다. 꼰대 독자들은 현실적 이야기에 감동 받고, 지금 청춘 세대는 자신의 일 같은 소설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런 점에서 작가는 '계산된 연애소설'을 쓴 것이다. 코로나19로 일상을 잃어버린 지금 모두에게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일상으로의 회귀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격려성 소설로 보이는 것이 많아서다.



이 소설들은 연애라면 한 세대 앞서 해본 독자가 봐도 20대의 감성이 충만한 평범한 독자나 이웃 같은 연애 이야기이다.

30편의 짧은 소설이 실렸는데 하나하나 모두 스토리가 재밌고 작가의 애정과 글터치가 그대로 느껴지는 글솜씨에 연신 감탄하면서 단숨에 읽을 정도다.

일상의 에피소드를 삶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재미 있게 살려냈다. 우리 일상과 하나도 다름이 없어 친근하고 진솔한 느낌도 만족할 만하게 받는다. 그게 작가의 독특한 글솜씨이고 쉽게 많이 읽히는 이유일 것이다.

세상 모든 소설은 다 연애소설이라고 하던데, 나에게 그건 ‘연애’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힌 말이라기보단 ‘소설’을 쓰는 마음에 대한 가르침으로 들린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아끼는 마음이 절반이니까.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쓴다는 사람을 본 적 없거니와 누군가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야기를 짓는다는 사람도 만나본 적 없다. 그런 마음으로 소설을 쓰다 보면 다 망해버리고 마니까. 그건 그냥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니까. 장소든 시간이든 단어든, 아끼는 사람이 글을 쓴다. 매일 글로 쓰다 보면 아끼는 마음이 들게 된다.

어쩌다 보니 짧은 소설만 벌써 세 권째다. 5년째 한 달에 두세 편씩 꼬박꼬박 짧은 소설을 쓰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매번 무슨 백일장을 치르는 느낌이다.

백일장은 쓴 사람 이름을 가린 채 오직 글로만 평가를 받는 법. 그 마음으로 계속 근육을 단련하고 있다. 이름은 지워지고 이야기만 오래오래 살아남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기호 작가 글은 재미 있다. 짧아서 호흡이 잘 맞는다. "소설 문장은 짧게 써야 한다"는 고(故) 황순원 작가의 말대로 써서 '황순원문학상'도 수상했나보다.

이번 책에도 읽다 혼자 슬며시 웃고, 화내다 다시 박장대소하게 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글솜씨가 좋다는 얘기다. 적어도 독자가 볼 때는.

요즘 독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매우 직설적이고 은유나 상징을 덕지덕지 감고서 독자에게 상상하라는 식의 글이 아니라 작가의 속내를 확 터놓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독자의 속마음을 파고드는 글솜씨가 이기호 작가에게서는 수없이 발견된다. 그래서 솔직한 작가라고 하는 건가.

이 소설들도 모두 우리 가족이기도 하고, 가끔은 친구이고, 동료이기도 해서 공감이 간다. 특히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모두 '착하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토록 유쾌하게 풀어내다니! 궁상맞고 지질한, 어딘가 좀 모자라고 어리숙해 보이는 소외된 사람들, 그 어수룩함이 만들어낸 우여곡절들이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가슴 짠하게 펼쳐진다. 이기호 작가는 누가 봐도 별 볼 일 없는 비루한 존재들의 삶에서 기어코 사랑을 건져 올리고 만다. 그게 무슨 사랑이냐고, 그냥 이용당하는 거라고, 사기라고, 멍청하게 속지 말라고 말하는 세상을 향해 “자신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것조차 모르는” ‘연애무식자’들은 당당하게 외친다. “사기라도 좋고 속아도 좋다고”,

“아, 씨발, 내가 사랑한다구! 내가 사랑해서 이러는 거라구! 씨발, 내가 사랑해서 식혜를 팔든 수정과를 팔든, 뭐가 문제냐구!”

특유의 재기 넘치는 문체, 매력적인 캐릭터, 능청스러운 유머, 애잔한 페이소스까지, 『누가 봐도 연애소설』은 이기호밖에 쓸 수 없는, 작가 이기호만이 쓸 수 있는 누가 봐도 ‘진짜’ 연애소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누가 봐도 평범한 사람들이다. ‘카라멜콘땅콩’의 땅콩 개수가 줄었다고 분개하거나 편의점에서 1+1 물품에 집착하는, 그냥 우리 옆집에 살 것 같은 사람들이다. 게다가 하나같이 어딘가 아픈 사람들이다. 암에 걸렸거나 치매에 걸렸거나 애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거나 시험에 떨어졌거나 이혼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보다 더 아픈 사람을 바라보며 “자꾸만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어쩔 수 없어” 한다.

“거기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친구도 한 명 없는”, “형제도 없고, 말을 거는 사람도 거의 없는” 사람들이 자기보다 더 아픈 사람의 “상처를 보고 나서” 사랑에 빠져든다.

매일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을 먹는 편의점 알바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따뜻한 김밥을 가져다주는 김밥집 청년,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은 후 좋아하던 대학 동기를 만나 큰맘 먹고 돼지갈비를 사주고는 안절부절못하는 남자, 이혼하고 고향에 도망치듯 내려온 첫사랑을 도와주는 시골 노총각, 독감에 걸린 여자친구와 같이 아프고 싶어서 마스크를 빌려 간 초등학생……. 도무지 사랑할 구석도, 사랑할 여유도 없어 보이는, 모두가 어쩐지 짠해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각자의 삶 속에서 각자의 최선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이 책에는 귀에서 종소리가 들리는 듯한 아름다운 로맨스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사랑 표현도 없다. 얼핏 보면 이게 무슨 사랑이냐고 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기호는 말한다.

그것이 삶이라고. 누가 뭐래도 사랑이라고.



그는 오늘 죽기로 결심했다.

그냥 여기서 툭 뛰어내리면 끝인 거지. 그는 난간 밖으로 고개를 삐죽 내밀어보았다. 고시원은 5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쓰고 있었다.

잘못 떨어지면 에어컨 실외기에 먼저 부닥뜨리겠는걸. 그는 난간을 잡고 조심조심 옆으로 몇 걸음 이동했다. 그리고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여긴 차가 있네. 그는 그 차의 주인을 잘 알고 있었다. 고시원 같은 층 302호에 사는 40대 초반의 남자였다. 새벽 배송 일을 하고 있어서 늘 새벽 1시 반에 출근하는 남자, 그 남자는 새벽 배송을 마치면 다시 편의점 알바를 뛴다고 했다. 몇 번 고시원 공용 식당에서 그 남자가 건네는 오징어 젓갈 반찬을 얻어먹은 적도 있었다. 남한테 폐를 끼치면 안 되지. 이런 건 보험 처리도 안 될 텐데……. 그는 다시 몇 걸음 옆으로 이동했다.

고시원 정문도 좀 그렇고, 여긴 옆 건물과 너무 가깝고……. 그는 옥상을 한 바퀴 삥 돌아 다시 맨 처음 자리로 돌아왔다. 신경 쓰지 말자,

죽는 마당에 그깟 실외기가 뭔 대수라고. 그는 난간 위로 조심조심 올라갔다. 한차례 세찬 바람이 불어와 그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춰 난간 쇠기둥을 움켜잡았다. 그는 다시 느릿느릿 아래로 내려왔다.

미연이는 전화 한 통 없구나…….

<pp.37~39 「뭘 잘 모르는 남자」 중에서>



진만 성희 씨…… 오늘도 연락이 잘 안 되네요……. 연락이 안 돼도 그냥 여기에 계속 말할 게요. 사실 성희 씨…… 지금 제 마음이 많이 흔들려요.

같이 사는 친구는 그거 다 사기다, 멍청하게 속지 말라고 말하는데…… 저는 계속 그 말을 믿지 않고 있어요. 그러면서 한편으론 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사기라도 좋고 속아도 좋다구요. 그래도 꼭 한번 다시 성희 씨 만나서 카페에서 얼굴 보고 커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처음 만났을 때처럼요……. 저는 내일 미자 씨 만나서 제례를 드리러 가요. 원래는 70만 원인데, 특별히 성희 씨 생각해서 50만 원에 해주겠다고 하셨어요. 그거 드리면 그분 말처럼 마가 사라진다고 하니까, 그땐 성희 씨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마가 사라지든 사라지지 않든, 제 마음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거든요. 성희 씨가 이런 제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게 전부예요. 기다릴게요. 오전 2:47

<pp.206~207 「사랑과 상담 사이」 중에서>


저자 : 이기호


1972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추계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버니」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짧은소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 박사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목양면 방화사건 전말기』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학생들과 함께 소설을 공부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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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뇌과학 -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쓸모 많은 뇌과학
알베르트 코스타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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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뇌는 신의 영역이다"는 말을 TV에 나온 어떤 의사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뇌신경의 이상으로 판단하는 치매(알츠하이머), 파킨슨씨병과 외부 충격으로 인한 뇌신경 손상으로 운동감각이나 언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를 설명하던 자리였다. 아마 의술로 완전히 파헤치지도, 장악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 주위에서 많이 발생하는 치매도 완전한 치료제는 아직 없고, 병세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정도의 약만 개발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는 노력과 인간의 능력으로 머잖아 치료법이나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것이다는 예상도 잊지 않았다. 이 정도의 의학 발전을 이룬다면 아마 인간은 이 세상 창조주과도 맞서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흔히 뇌 과학으로 불리는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는 수백 년 전부터 이미 시작돼 왔다. 정신분석학, 심리분석학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프로이트, 칼 융 등의 의사부터 제약회사 연구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노력을 계속해왔다. 의학계의 노력과 능력으로 결국 뇌신경 이상의 병은 치료제를 얻겠지만 지금은 그간의 노력으로 얻은 약이나 치료 방법 외에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태다.





우리 뇌는 워낙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는 데다 다른 장기와 달리 예민하기도 해서 연구가 더딘 이유 중의 하나이다. 우리 삶의 전부를 관여하는 뇌는 학자들의 연구로 “어떻게 하나의 뇌에 두 언어가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됐다.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이 이 책의 저자 알베르트 코스타다.

저자는 사람은 어떻게 말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이미 연구된 토대), 또 일상에서 2개 국어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 뇌가 어떻게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할까를 알아내는 데 몰두했다. 저자는 말의 생산성과 이중언어 사용에 대해 20여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이끌고, 저명한 과학 저널에 150편 이상의 글을 기고해왔다.

그 결과를 집대성해 그리 어렵지 않은 표현으로 『언어의 뇌과학』을 썼다. 널리 알리고 더 많은 관심과 열정으로 연구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기 바라는 취지에서다.

이 책은 우선 언어 사용과정에서 주의력과 학습능력, 감정, 의사결정 등과 같은 인지 영역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최신 연구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저자 본인이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태어나 동일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험한 생생한 깨달음이 뇌과학과 심리학, 사회학적인 지식과 어우러져 시종일관 신선하고 즐거운 지식 여행으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책에 따르면 아기들을 보면 그저 먹고 자는 일이 전부인 것 같지만 수많은 연구는 생후 몇 개월이 안 된 아기들도 언어에 관해 매우 정교한 지식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심지어 생후 5일도 안 된 신생아들도 정상적인 언어와 비정상적인 소음을 확실히 구분한다고 밝힌 연구도 있다. 그리고 두 언어 사용 가정에서 태어난 아기(4~6개월)는 말하는 사람의 영상만 보고도 그들이 무슨 언어로 말하는지 구별할 수 있다.

아이가 비록 말을 시작하기 전이라도 그들의 뇌는 주변에서 흡수하는 정보를 계속 처리하는 중인 것이다. 이렇듯 아주 어릴 적부터 뇌와 언어는 상호 작용을 통해 서로에게 긴밀하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또 감정에 치우친 상황에서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아야 함을 우리는 안다. 감정 부담이 큰 상황에서는 이성보다는 직관을(즉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퉁치는’) 따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중하고 이성적인 판단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외국어를 사용하면 감정으로 발생하는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일견 의사소통이 훨씬 제한된 외국어를 사용하여 중요한 결정을 시도한다면 치밀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계적인 학자들의 여러 연구를 통해 이것은 사실임을 입증했다.

외국어는 의사결정에서 ‘감정’의 역할을 최소화함으로써 이성적 판단이 제 역할을 발휘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넬슨 만델라는 40년간 차별 정책으로 자기 민족을 괴롭힌 식민국 언어인 아프리칸스어를 배우면서 이런 말을 했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한다면 그 대화는 상대방의 머리로 간다. 상대방의 언어로 말한다면 그 대화는 상대방의 가슴으로 간다.” 만델라도 모국어를 고집하며 그들을 상대해서는 그들의 가슴에 호소하는 말을 꺼낼 수 없음을 안 것이다.

이 책은 과학적 도구와 연구의 발전으로, 그저 ‘블랙박스’의 영역이었던 뇌와 언어활동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단순히 뇌의 특정 영역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언어 사용과정에서 주의력과 학습능력, 의사결정, 감정 등의 인지 능력과 어떤 관계를 갖고 상호작용하는지를 일상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중언어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인 저자는 2개 국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을 저글링하는 곡예사에 비유한다. 대화하면서 한 언어에 집중하면서 다른 언어와 섞이는 것을 통제하려면 신경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저절로,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아니다.

학자들은 이중언어자들은 두 개의 언어가 ‘동시에’ 활성화되어 언어 사용을 서로 방해한다고 말한다. 스위치 끄듯이 하나를 끄고 하나만 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두 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는 많은 혼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 언어 발달이 늦거나 심지어 둘 다 제대로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하지만 안심해도 좋다. 연구에 따르면 아무 문제도 없다. 시작이 조금 늦을 수는 있지만 둘을 모두 잘 해낼 것이다.



1장은 아주 어린 아이들이 둘 이상의 언어가 쓰이는 환경에 처하게 되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부분이다.

생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의 이야기도 듬뿍 들어있어 신선하기도 했고, 그때부터 언어에 관한 습득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에 놀라울 뿐이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도 아빠랑 엄마가 다른 언어를 사용할 경우 그것을 구분한다고 한다. 음성을 통해 전달되는 구어체 언어의 경우 각 언어마다 특색이 분명한데, 이러한 특색들을 아이들은 생각보다 빨리 알아채고 습득한다니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귀중한 존재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심지어 엄마가 임신 중일 때도 듣는 소리를 태아는 구분한다는 데 놀라움을 넘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아가들이 언어를 습득할 때 사람과 사회적 접촉이 일어나면서 습득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게 되면 사회적 접촉이 있을 때 훨씬 잘 습득한다고 하는 점은 쉽게 설득력이 있다. 그냥 전자기기들을 이용해 소리만 나오거나 할 경우는 생각보다 학습이 일어나지 않고, 교사나 부모와 사회적 접촉이 있을 때 유의미한 정도로 높은 습득률을 보인다고 한다. 뇌 과학에 관한 책을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신기하기만 하다.




2장에서는 이중언어자의 뇌와 단일언어 사용자의 뇌가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몇가지 항목으로 나눠 비교해준다. 신문 기사나 컬럼들을 보면 이중언어의 장단점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읽는 내용마다 다 옳은 것 같은데 주장이 다를 때는 혼란스럽기도 하다.

명확한 연구 결과도 없이 한두 개의 논문이나 자료만 가지고 하는 주장에서 비롯된 오류였나 보다. 흔히 말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그 칼럼에서 범한 것 같다. 그것도 이 연구를 평생 해온 저자의 책을 읽고 겨우 알아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싶다.

이중언어자와 단일언어 사용자의 뇌를 촬영해 보면, 그 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이중언어자가 모국어를 사용할 때와 단일언어 사용자가 모국어를 사용할 때 활성화되는 부분이 비슷하다는 게 증거로 제시된다. 이중언어자가 이중언어를 말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는 모국어 때와 겹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지만, 여튼 그들이 이중언어를 구사한다고 해서 단일언어 사용자의 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물론 반응속도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보이긴 하지만 그것이 유의미한 차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의 중론이다.




3장은 이중언어를 하면 뇌가 어떻게 변할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장을 읽기 전에 먼저 기억해두어야 할 것은 아직 뇌와 언어를 관련지어 진행되는 연구의 경우 기술의 한계로 인해 결론짓지 못한 문제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도 최신의 연구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이 지극히 논리적이고 실증적이어서 믿음과 재미가 더해진다. 이중언어는 뇌에 변화를 주느냐에 대한 결론은 잠정적이지만 '아직 모른다'다.

물론 이중언어자의 뇌 구조가 단일언어 사용자의 구조와 다른 경우도 많고, 유의미한 구조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논문들도 있지만 여전히 저자는 결과가 들쭉날쭉해 일관적인 결론을 내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이중언어 사용이 어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 쪽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

물론 이중언어자가 단일언어자에 비해 설단현상을 더 자주 겪는다던가, 모국어의 어휘수를 비교해 보았을 때 조금 적은 단어 수준을 보여준다든가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중언어자의 뇌의 변화를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중언어자가 단일언어자에 비해 상대방의 관점을 파악하는 능력이 높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이야기다.

뒷부분은 생략해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이중언어자의 뇌의 변화는 관측되지 않고 상대방 관점을 파악하는 능력이 훨씬 높다는 점이다.

『언어의 뇌과학』은 과학기술의 발전 등으로 저자의 경험과 논리적 추론 능력 등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책임에 틀림없다. 독자처럼 문외한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단 한 권의 책으로 이중언어와 뇌의 관계 전부를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한 흥미와 지식을 얻고 영감마저 얻었다면 더 보람된 독서가 있을까싶다.




저자 : 알베르트 코스타


바르셀로나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를 마치고 하버드대학교와 MIT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뒤 이탈리아의 국제고등연구소(SCUOLA INTERNAZIONALE SUPERIORE DI STUDI AVANZATI)를 거쳐 바르셀로나대학교로 돌아와 교수로 일했다.

“이중언어 사용이 뇌 모양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주제로 저명한 국제 과학 저널에 150편 이상의 글을 기고했고 20개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었으며,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신경언어학 저널』(JOURNAL OF NEUROLINGUISTICS), 『인지』(COGNITION) 그리고『신경과학』(NEUROSCIENCE)의 편집인을 지내기도 했다. 폼페우 파브라대학교(UPF)의 인지 및 뇌 센터(COGNITION AND BRAIN CENTER)에서 ICREA 연구 교수로 “말의 생산성과 이중언어 사용”이라는 연구 그룹을 이끌다가 2018년 12월, 48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역자 : 김유경


멕시코 ITESM대학교와 스페인 카밀로호세셀라대학교에서 조직심리학을 공부했다. 인사 관련 업무를 하다가 지금은 통·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스페인어권 작품과 독자들이 더욱 자주 만났으면 하는 꿈을 갖고 있다. 번역한 작품으로는 『행복의 편지』, 『세상을 버리기로 한 날 밤』, 『여기 용이 있다』, 『경이감을 느끼는 아이로 키우기』, 『카를로스 슬림』, 『가끔은, 상상』, 『공주는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꿈꾸는 교사, 세사르 보나의 교실 혁명』, 『동물들의 인간 심판』, 『어느 칠레 선생님의 물리학 산책』, 『엄마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일까』, 『여자의 역사는 모두의 역사다』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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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줄 알면서 또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 타로마스터가 이야기하는 연애관찰기록
김희원 지음 / 책과강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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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타로 같은 걸 봐요?”

누군가 묻는다면, 자신의 ‘지금’을 알기 위해서라고 대답해줄 것이다. 인생의 주제는 스스로 써야 하지만 상대의 삶까지 함부로 해석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 쪽이 관계에 불안을 느끼게 되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의 행동까지도 합리화하고 강요하려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평평하던 두 사람의 관계를 무너뜨리고 그 순간 한 쪽이 맹목적으로 감정을 휘두르게 되는 것이다. 감정이 지나치게 고양된 이러한 상태를 사랑이란 언어로 포장해버리고 말 때,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위태로운 시한폭탄을 안고 시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최선을 다해 사랑한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배신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만일 당신의 최선이 상대에게 집착으로 읽혔다면 상대의 배신은 배신이 아니라, 집착을 이겨내지 못한 정당한 ‘돌아섬’이라 해야 옳은 것은 아닐까. 아닌 줄 알면서 또 사랑에 빠지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는 타로마스터 김희원 저자의 진심 어린 조언을 통해 내담자의 상처와 뼈아픈 진실을 마주하고, 그 아픔을 통해 '나' 자신과 행복을 찾아가는 내담자들이 조금 더 성숙해지는 바람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






위 내용은 저자가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저자가 타로마스터란 직업을 갖고 약 10년간 만나온 상담자 중 대표적으로 골라 총 2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이 책 『아닌 줄 알면서 또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는 이때 만난 상담자들 중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관찰한 기록이다. ‘타로마스터’ 혹은 ‘심리타로사’라고 불리는 저자. 지친 관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에게 현실을 정면으로 비춰주는 직업이다.

위험한 사랑에 빠져 고개를 돌려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 왜곡된 자아를 받아들이려 애쓰는 사람, 타인에 의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 다양한 심리 상태의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그녀를 찾은 사람들과 나눈 위태위태한 연애 이야기. 그들의 심리와 불안정한 행동을 면밀히 관찰한 기록이다.

준비되지 않은 만남과 이별은 누군가에게 메우지 못할 상처로 남는다. 지금 사람을 만나는 것에 아픔을 느끼고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사랑에 빠지면 판단이 흐려지고 시각이 좁아지곤 합니다. 이때 크고 작은 실수들을 저지르고 결국 수습되지 못한 상황에 마음 아파합니다. 이 책에 나온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지금 나의 연애는 안녕한지에 대해 살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고 충언한다.



차례에서 소제목들만 읽으면 대부분 불륜, 사랑해선 안 될 사람, 잘못된 만남, 정신적 외도, 과거를 숨긴 배우자, 제자와 여교수, 장모와 사위의 비밀 등 매우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인 만남이다. 이 가운데 사랑해선 안 될 사람, 잘못된 만남 등은 비교적 사회 윤리적으로도 이해 가능한 수준이지만 대부분은 시작해서는 안 될 사랑으로 고민하다 저자를 찾아와 상담한 내용들이다.

이 책에서 풀어놓은 주인공들은 일상의 외로움과 형용하기 힘든 허무로부터 자신을 구원해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 대안이 연애였다. 그들은 서서히 약물에 중독되듯 그들은 자신의 삶을 그릇된 관계의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맹목적인 사랑, 이기적인 사랑, 사랑이라 말하지만 실은 변질 되어버린 집착, 그녀에게는 사랑, 남자에게는 육체적 재미였을 뿐인 어긋난 사랑, 삶 자체를 파괴할 수도 있는 사랑, 그것이 사랑인지 욕망인지 구별도 못하는 불나방 같은 사랑...

“전 뭐가 문제인 거죠?”

이 이야기는 이 한 문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책을 통해 잃어버렸던 순수를 회복하고 이제는 온전하고 건강한 사랑만 할 수 있게 되기를. 꼭 그렇게 되기를.

“아닌 줄 알면서 또 같은 사랑에 빠지지 않기를"

저자가 상담사로서 책 쓴 사람으로서 내린 결론이고 권유다.





“어떤 게 말이 안 되죠?”

“계속 반복된다는 건 이혼을 안 한다는 거잖아요.”

“네,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이혼을 안 하고 만나는 사이라면 전 뭐죠? 그냥 즐기기 위한 상대일 뿐인가요?”

“글쎄요. 이혼을 한다 해도 반드시 결혼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에요. 상담하면서 남자들이 상대를 대할 때 말과 달리 진지하지 못한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설령 진심으로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이혼이 쉬운 일은 아니죠. 자기 뜻대로 되기가 쉽지 않아요.”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이게 끝은 아니라는 타로 결과에 희망을 걸고 돌아갔다. 그로부터 2개월 동안 이틀에 한 번 꼴로 전화를 걸어와 남자에게서 연락이 올지 확인하기를 반복하는 그녀는 심히 불안해 보였다. 그녀는 일에 집중을 할 수 없어서 퇴사를 고민할 정도로 그와의 문제에 빠져 있었다.

- 「유부남에게만 끌리는 그녀」 중에서





40대 후반의 나이, 지방에 있는 모 대학의 교수였던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하게 모델을 꿈꾸었던 20대 초반의 제자에게 뜻밖의 사랑고백을 받게 된다. 교수님을 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다고 밝힌, 호리호리한 체격에 선한 얼굴을 한 제자를 보며 그녀의 가슴이 심하게 요동쳤다.

사실은 그녀도 그 학생이 너무나 마음이 들었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혹시 교수님도 저를 괜찮게 생각하시면 톡으로 답변 주세요.”

자신의 의사를 당돌하게 밝힌 제자에게 곧바로 연애 감정을 느낀 교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다. 남편과 이혼을 앞두고 있고, 자녀가 있는 상태였던 그녀는 앞도 옆도 보지 않은 채 제자와의 연애에 뛰어들었고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 「제자를 포기할 수 없는 여교수」 중에서




참 오랜 상담이었다. 그녀는 상담 때마다 수십 번씩 그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내 눈치를 보며 질문했었다. 그와 아내의 사이가 어떤지, 현재 누굴 더 사랑하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궁금해 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그의 행동이었는데 말이다. 그의 연락만을 애타게 기다렸던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를 생각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그녀는 내게 상담을 받지도 그의 연락을 고통스럽게 기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 「회피 로맨티스트를 기다리는 여인」 중에서


“대체 남자들은 하나같이 왜 그럴까요?”

표면적으로는 어디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데 연애가 잘 되지 않아 매번 좌절하는 여성들이 있다. 그들이 연애에 소극적인 것도 아니다. 남자가 다가오면 적극적으로 상대를 알아볼 의지가 강하다. 나에게 한 달에 몇 차례씩 찾아오던 그녀도 그랬다.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예쁘장한 얼굴에 세련된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그녀는 한눈에 봐도 인기가 많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새침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호탕하게 잘 웃고 성격은 시원시원했다. 그런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성들도 많지만 늘 그 순간뿐이라고 했다.

- 「히스테리 미녀의 고민」 중에서




상담을 하면서 동거하는 연인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과거에 동거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중간 입장이었다.

어쩌면 동거는,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이기 이전에 상대와 같은 공간에서 얼마나 잘 지낼 수 있는지 체험해볼 만한 쪽으로 더 기울었던 것 같다.

얼마 전 이혼한 지 얼마 안 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평소 연락을 잘 안 하는 친구라서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그녀는 새 애인이 생겼다고 했다.

“축하해. 어디서 알게 된 사람이야? 집은 어디 살아?”

“아는 언니한테 소개 받았어. 본가는 수원인데 나랑 사귀고 부터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아.”

(중략) 그녀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동거 사실을 밝혔다. (중략) 듣고 보니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친구의 말은 현실적이었다. 매일 누군가와 함께 지내다가 어느 순간부터 모든 걸 혼자서 해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 점은 이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녀가 중요시하는 부분보다 더 감내할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그게 맘에 걸렸다.

- 「동거는 괴로워」 중에서




저자 : 김희원


서울에서 태어났다. 타로카드로 심리를 분석하는 일을 9년째 하고 있다. 평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 남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얻은 결론이나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을 즐긴다. 특히 연애 문제를 다룰 땐 프로파일러의 정신으로 돌변한다. 무엇이든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어딜 가든 ‘사람’의 말과 행동을 관찰한다. 그것이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다. 마음 맞는 사람과 커피숍에 앉아 차와 케이크를 먹으며 이야기 하는 일이 제일 즐겁다.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산책하는 것도 좋아한다. 현재 천안에서 타로 상담실을 운영하며 글쓰고 놀고 일하기를 반복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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