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기다리는 여행
이동진 지음 / 트래블코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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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여행을 갈 땐 미리 계획을 세우고, 스케줄도 짠다. 특히 처음 가는 곳일 경우 제한된 기간에 원하는 것을 얻고 보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이는 여행의 효율성에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여행의 효율성이 좋다고 해서 여행의 성과나 재미를 만끽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은 우리가 업무를 통해서도 이미 경험한 바다. 그렇다면 여행의 묘미를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계획한 일정을 숙제하듯 소화할 때가 아니라, 뜻밖의 상황을 느닷없이 마주칠 때라고 이 책의 저자 트래블러 이동진은 주장한다.

예정에 없었던 대화, 있는 지도 몰랐던 공간,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 경험하기 어려웠던 현상, 기대하지 않았던 디테일 등이 여행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강조한다. .

그래서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선물해 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자, 계획할 수 없었기에 더 소중한 여행의 발견이다.





여행 에세이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는 여행 문화를 선도했던 베스트셀러 『퇴사준비생의 도쿄』, 『퇴사준비생의 런던』,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등의 대표 저자 이동진이 도쿄, 타이베이, 발리, 런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를 취재하면서 우연히 마주친, 혹은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해외 도시에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저자가 여행을 하는 관점을 따라가다 보면 내일이 기다리는 일상을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저녁노을에 물드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여행도 이 장면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알려 주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면 여행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겠지만, 누가 여행지에 푯말을 꽂아두는 건 아니니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그렇다고 저녁노을이 있는 계단처럼 푯말이 세워져 있기를 기대하는 것도 욕심입니다. 누구에게도 푯말을 세워둘 의무는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여행에서 중요한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스스로가 푯말을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여행을 여행답게 만드는 건 우연이 끼어든 순간이다." 트래블러 이동진의 여행 철학이다.

여행은 계획으로 시작해서 우연으로 완성된다. 여행을 떠날 때 계획을 완벽하게 세울 필요가 없는 이유다.

빈틈 없는 계획대로 다녀온 여행은 실행이지, 여행의 묘미가 담겨 있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두어야 여행이 여행다워진다. 동선을 짤 때 찾을 수 없던 공간, 평소에는 만날 수 없는 사람과의 조우, 눈으로 보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장면 등 계획할 수 없던 여행의 발견이 여행의 가치를 결정한다.

이처럼 여행을 여행답게 만드는 건 우연이 끼어든 순간이다. 하지만 우연은 느닷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그 순간을 발견해 여행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건 쉽지 않다. 여행지 곳곳에 아름답고 의미 있는 순간들이 아무리 많이 숨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발견할 수 없다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될 뿐이다. 그렇다면 우연이 끼어드는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도쿄 여행 중에 어느 동네의 계단에서 힌트를 얻었다. 계단 앞에 '저녁노을이 있는 계단'이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는데, 계단을 오르기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가 계단을 오른 후에 비로소 그 푯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계단을 오른 사람들이 갈 길을 멈추고 노을을 바라보거나,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풍경이겠지만, 저녁노을이 있다는 푯말 덕분에 사람들이 노을이 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자 스스로는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이라는 푯말을 마음 속에 세우고 여행을 떠난다. 서울에서는 본 적 없었던 혹은 떠올릴 수 없었던 생각이 여행지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로 여행을 떠나면, 어김없이 숨어 있던 새로운 생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기대를 가지고 보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 우연이 끼어들어 선물해 주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저자가 여행에서 발견한 건 무엇일까? 도쿄에서는 과거를 감각 있게 재해석하는 방법을, 타이베이에서는 의도된 비효율의 미덕을, 발리에서는 흔한 것에서 흥할 것을 찾은 역발상을, 런던에서는 작품을 베끼고도 떳떳할 수 있는 이유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혁신쟁이들의 관찰하는 습관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기술을 마주쳤다. 이를 포함해 33가지의 여행의 발견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을 읽다 보면 해외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로 떠나기가 여의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을 다시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 역시 비행기를 타야만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생각이 기다릴 거라는 기대로 일상을 들여다보면, 반복되는 것만 같은 일상에서도 새로운 생각을 마주칠 수 있습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이라는 푯말 덕분에

도쿄, 타이베이, 발리, 런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무심코 지나쳤을 수도 있었던 생각을 만났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떻게 보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저자의 말처럼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의 가치를 높이는 데 필요한 푯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상의 가치를 높이는 주문이기도 하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를 읽으며 해외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어느새 일상을 여행하는 눈을 갖게 된 혹은 갖고 싶은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저자는 해외 도시를 갈 때면 어김없이 서점을 찾는다고 한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책은 기획이 한눈에 보이는 제품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 부제, 표지만 둘러봐도 새로운 기획의 산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기획이 선명한 책들은 표지 디자인이 책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어 쑥 둘러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감이 잡힌다고.

둘째, 지식 콘텐츠의 글로벌 동향을 어렴풋이나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영역을 살펴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비즈니스 섹션을 둘러보면 공통점과 차이점이 보인다고 한다.

셋째,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정보를 찾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들로 찾은 대만의 서점에서, 작가는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만나기도 한다.

네번째 이유, 마음을 달래주는 뜻밖의 영감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이유야 어쨌든 오랜 여행의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일 것이다.

우리는 많은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휴식을 위해, 출장으로,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우리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신선한 자극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여행을 좋아하는 본성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미지의 곳을 탐험하고 알기를 원하는 본성.

2020년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슬픈 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국가 간의 이동이 쉽지 않고, 안전상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불문율이다.

올초부터 가끔 생각날 때 우리나라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이라는 카테고리에 접속하여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올해 여행 계획이 세웠던 사람들이 코로나19 상황이 언제쯤 풀리나 하는 기대와 여행할 곳의 출입 상황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는 곳은 문화관광부 관광공사 홈페이지에도 마련돼 있다.

이들 사이트엔 거의 빨간색+빗금으로 채워진 지도가 있다. 이 표시는 바로 '특별여행주의보'를 의미한다. 그나마 특별여행주의보가 아닌 일부 지역은 검정색으로 표시되었는데, 이 곳은 분쟁이 심한 여행금지국이라고.

여행을 못가는 것에 아쉬운 마음과 허전한 마음도 분명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이번을 기회로 삼아서 평소 활동하는 익숙하고 뻔한 지역부터 새로운 관점으로 새로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보는 것도 일상에 원동력을 넣어주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다싶다.





저자 : 이동진


사회 생활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철 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래도 분위기 파악은 할 줄 알아 남들을 귀찮게 하지는 않고,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기를 즐깁니다.

질문의 중심엔 왜?가 있습니다. 물론 눈 앞에 펼쳐진 현상에 대한 이유를 안다고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데 없어 보이는 '왜?'를 묻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상의 뒷모습을 알아야 고민의 과정을 디코딩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집한 생각의 재료를 바탕으로 세상에 새로운 기획을 선보이는 일을 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여행의 이유를 만드는 트래블코드에서 여행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퇴사준비생의 도쿄, 퇴사준비생의 런던,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등이 대표적인 콘텐츠입니다.

여행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행에 대해 고민하고 여행을 갈 일이 많습니다. 큰 마음 먹고 떠나는 일이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 여행인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하는 일을 좋아하고, 계속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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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 연약한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내는 셀프 심리학 자기탐구 인문학 2
김혜령 지음 / 가나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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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을 잘 살피지 못하거나 감정에 휩싸이면 일상에서도 문제가 생기기 일쑤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대인관계까지 피해버리면서 혼자 상처만 받는 사람들 많다. 이 경우 자신감도 떨어지고 자존감마저 잃게 될 우려가 커진다. 스스로만 계속 생각하고 판단하고 집착하게 되면 고립되어 자칫 우울증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도 우울증을 쉽게 이겨내고 하루하루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마음챙김'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의 김혜령 저자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할까봐 두려워하면서 정작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면 오늘부터 힘든 공굴리기를 멈출 것을 권유한다.

내 모습, 내가 하는 행위, 내 감정을 그대로 존중해주라고 주문한다. 그렇게 되면 공은 스스로 굴러가고, 내 마음은 차분한 자리로 돌아간다.

우리가 무엇을 보든 그건 진짜가 아니라 내 마음의 반영일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언제든 타인을 통해 스스로를 비춰볼 수 있다. 그리고 함부로 타인에게 내 욕구를 강요하지 않게 된다. 나의 잘못된 기대 때문에 타인에게 쉽게 실망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내 인생에서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다. 많은 이들이 주인처럼 살지 못하고 있다지만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안녕하지 못한 현대인에게 필요한 ‘마음 돌봄의 기술’을 전하는 책이다. 많은 사람이 마음의 문제로 고민한다. 타인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말고 무시하라고 하지만 SNS로 인해 우리는 눈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수많은 사람의 삶을 매일매일 접하며 지낸다. 비교가 일상이 되었고,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만큼 사람들은 마음의 여유를 잃은 채 쫓기듯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타인을 할퀴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해대는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기도 하고, 나보다 잘 나가는 듯 보이는 타인의 모습에 주눅 들어 자신을 비난하기도 한다. 힘을 내보자 다짐해도 내 의지와 달리 자꾸만 흔들리고 쪼그라드는 마음 때문에 괴로워진다. 그리곤 이런 말을 한다. “내 마음대로 제일 안 되는 게 내 마음인 거 같다”라고.





걸핏하면 주저앉는 마음 때문에 고민하며 ‘왜 내 것인데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걸까?’ 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는 김혜령 저자는 이런 문제가 모두 마음의 통제권을 빼앗긴 데서 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 마음 사용설명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진화론과 뇌과학을 통해 현대인의 마음이 산만하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먼저 설명하고, 뇌를 조련하는 방식으로써 마음챙김의 태도를 삶에 적용하여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고, 자아를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알려주는 대로 한 걸음 물러서서 감정과 생각의 흐름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그 무엇보다 소중한 내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겪으며 모두가 불안하고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서로 접촉하는 대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괜찮냐고, 잘 지내냐고, 아픈 데는 없느냐고.

많은 사람이 타인의 안부를 묻는 데는 익숙하지만, 자기 마음의 안부를 묻는 데는 서투르고 낯설어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과 넘쳐나는 생각이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도 그런 마음을 돌보는 데에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그러다 한순간, 너무 많은 생각에 짓눌리거나 격한 감정에 휩싸이면서 일상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나아가 직장, 가정, 가까운 대인관계에서도 문제가 커진다. 그렇게 되는 걸 알아채지도 못한 채로.

우리는 내 것이기에 자기 마음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마음의 운전대를 타인에게, 생각에게, 감정에게 내어주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타인의 말과 행동에 욱하고 상처받기도 하고, 꼬리를 무는 생각에 올라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고,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것이다. 마음의 운전대를 잘 잡고 있다면, 마음의 주인으로 살고 있다면,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든 지금 여기에 머물며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다.

자기 마음의 안부를 묻는 건 소중한 타인의 안부를 묻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이 책은 자신의 안부를 묻는 데 서툴고,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법을 배우지 못한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어렵지 않게 ‘마음을 데리고 살 수 있을지’ 알려준다.





원시인의 삶과 현대인의 삶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해온 결과로 인간은 지금의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생존을 위해 발달시킨 원시인의 뇌의 기능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를 괴롭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저자는 현대인을 힘들게 하는 우리 뇌의 세 가지 특성으로 ‘주의산만함, 불안감, 부정적인 경향성’을 뽑으며 이 세 가지 특성만 없었어도 살기가 훨씬 수월했을 거라고 말한다. 쓸데없는 걱정거리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불안해하지도 않고,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기분 좋은 정보를 민감하게 알아차린다면 괴로울 틈도 없을 거라고 말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 특성과 반대되는 기능을 강화시킨다면 마음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즉, 내게 좋은 것에 주의를 집중하고, 나를 위한 긍정적인 감정을 ‘선택’하고, 괴로운 것을 흘려보내고 좋은 생각을 강화할 수만 있다면 마음이란 녀석이 우울과 불안에서 헤엄치거나 분노와 한 몸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저자는 마음이 제멋대로 작동하도록 내버려둘 게 아니라 운전대를 꽉 사수해야 한다고 말하며, 마음의 자율주행모드를 끄는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마음챙김’을 소개한다.

마음챙김은 과거나 미래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대신에 그 생각을 하는 ‘현재의 나’를 바라보게 한다.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오롯이 경험하지 못하고 상념에 빠져 있기만 하다면, 또 그게 지속된다면 마음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마음의 운전대를 놓는 순간, 우리는 위태로워진다.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에 따라 생각과 감정에 끌려가지 않는 연습을 한다면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1장에서는 사는 게 왜 이렇게 괴로울 수밖에 없는지, 마음의 작동 원리를 통해 그 이유를 알아본다.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 마음의 특성을 살펴보고 나만 특별히 이상한 게 아니라 마음의 작동 방식이 원래 이런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2장과 3장에서는 마음챙김의 태도를 일상에 활용해 괴로움을 덜고 마음의 평온함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4장과 5장에서는 우리의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여러 요인을 현대사회의 특징과 외부환경 속에서 찾아보고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다루었다. 핸드폰과 미디어,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 대인관계의 문제로부터 쉽게 위협받는 우리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담았다.

삶은 완벽하지 않지만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면 충분히 살만해진다. 이 책을 통해 마음과 삶이 나아지게 할 힘을 자신이 가지고 있음을 믿게 될 것이며, 그 시작은 자기 마음을 살피고 안부를 묻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명상과 호흡법이 감정을 다독여 주고 내 안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다고 한다.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리라고 충고하고 있다. 연연해 하지 말라는 것. 어찌 보면 책이 옆에 꼭 앉아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구어체로 쓰여져 있어서 그런가 싶다.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다면, 마음의 운전대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다면, 나를 힘들게 하는 마음의 반응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통해 마음의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찬찬히 읽으며 곱씹는 동안만큼은 내 마음에 안부를 물으며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책에 나온 개념들 중 '자기 자비(self-compassion)'라는 개념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자기 자비'는 내가 나에게 너그럽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으로 '자기 비난'과 대조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나에게조차 비난받는 내 마음은 힘을 내기 어렵다. 또 내가 나와의 관계에서 습관적으로 하는 지적과 비난은 타인을 대할 때에도 확장된다. 나에게 들이댔던 깐깐한 기준과 날카로움이 타인을 향할 때 너그러워질 리 만무하다. 또 내 안에서 충분히 공감 받고 수용되지 못한 감정과 욕망의 응어리들은,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불건강한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것 같다. 그 반대로 자기 자신을 너그럽게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은 타인과 세상에 대해서도 더 폭넓은 이해가 가능하다.

주의할 점은 '자기 자비'는 '자기중심성'이나 '미성숙함'과는 구분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기 비난을 멈추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 타인에 대한 포용력도 넓어지기에 '내 기준만 옳다'는 프로크루테스 침대(Procrutean bed) 식의 편협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우리가 왜 불안과 우울을 겪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 인류는 생존을 위해 불안과 경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남았다고 한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타인의 저의를 무시하고 상황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미리 대비하는 습관을 가졌던 과거의 독자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쉽게 버리긴 어렵다. 인류가 비로소 안전을 되찾은 시간은 역사에서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처지의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돌봐야하는지에 대해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마음은 가변성이 있기에 연습하고 노력하면 된다라며 그 해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저자 : 김혜령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자신과 주위 사람이 가진 마음의 어려움을 이해해보려고 심리학 공부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심리상담 일을 하게 되었고, 어느덧 세 번째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우울, 불안과 같은 감정의 문제와 관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글을 쓰는 일도, 상담을 하는 일도 결국엔 나를 더 성장시키는 일이라 믿는다. 2016년부터 카카오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 중이며, 제3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은상을, 제7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제7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인 〈HOW ARE YOU? 내 마음〉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한국일보에서 〈2030 세상보기〉라는 칼럼을 연재 중이며, 다양한 월간지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출간된 저서로는 『불안이라는 위안』,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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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배신 스토리콜렉터 84
로렌 노스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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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목은 소설의 내용을 대체적으로 압축적으로 표현한 키워드로 이루어진다. 작가 입장에서는 제목 정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터다.

이 소설 『완벽한 배신』도 제목을 보며 독자들이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완벽한 배신'? '배신'이란 단어는 '복수'로 바로 연결된다. 아, 누군가에 배신 당하고 보복을 하는 범죄 추적 스릴러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이 같은 등식의 소설이 아니다. 심리 스릴러'라는 말이 딱 어울리게 '사건'보다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두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추리 요소를 무한하게 넣어 독자에게 끊임없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소설로 이끌었다는 사실은 작품이 '웰 메이드' 여성 심리 스릴러라고 평가되는 이유다. 이런 능력은 심리학을 공부한 작가 로렌 노스였기에 가능하다는 점을 수긍케 한다. 그리고 제목에 대한 필요 이상 상상함으로써 한 수 접힌 상태로 작가와의 수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물론 이 점이 독자의 몰입도를 높이고 작품의 질을 높이는 데 톡톡히 한몫을 할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사고로 잃은 한 여성의 슬픔과 상실감을 전면에 내세워 독특한 스토리의 미궁으로 완성해낸 『완벽한 배신』은 영국 심리 서스펜스 문단에 혜성같이 등장한 여성 작가 로렌 노스(LAUREN NORTH)의 첫 장편 스릴러이다. 2019년 출간되자마자 영국 아마존 여성 심리 스릴러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소설에 대해 독자들은 ‘올해 내가 읽은 최고의 책’,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한번 손에 들면 결코 내려놓을 수 없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후 한동안 충격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라고 감상을 전했다.

탁월한 심리 묘사, 치밀하게 짜인 스토리 구성, 숨을 멎게 하는 마지막 반전, 슬픔과 애도에 대해 진지한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완벽한 배신』은 유수한 언론과 작가들에게서도 호평과 찬사가 쏟아져 명실상부한 웰메이드 여성 심리 스릴러로 주목받았다.

“완벽한 여름 스릴러. 증폭되는 불안을 창조하는 작가의 놀라운 능력이야말로 가장 주목할 성취다. 마지막 반전은 대박.” - [콜럼버스 디스패치]

“모든 감정에 파동을 일으키는 데뷔작. 슬픔, 피해망상, 가스라이팅, 모성의 보호본능, 깊은 동정의 내밀하고도 불안정한 조합.” - [퍼블리셔스 위클리]





존재를 뒤흔들고 일상을 산산조각 내버린 깊은 슬픔으로 가족도 친구도 멀리한 채 낡은 저택에서 어린 아들과 살아남기 위해 고투하는 삼십 대 여성 테스. 그녀가 죽은 남편을 상대로 이어가는 ‘상상적 대화-독백’으로 이뤄진 『완벽한 배신』은 사별 상담사로 다가온 한 여성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가운데 삶을 재구축하려는 몸부림의 과정을 그려낸다. 잔혹한 사건들이 다층적으로 이어지는 스릴러와 달리, 모든 사건이 한 인물의 심리 안에 반영되어 기술됨으로써, 슬픔과 상실의 끝에 선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게 하는 본격 여성 심리물을 이 소설로 만나볼 수 있다. 『완벽한 배신』은 공포와 혼란, 불안과 분노 등 인간 심리의 어두운 측면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의혹을 스스로 해결해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여성-모성 캐릭터를 새로이 부각시키는, 탄탄하고도 매혹적인 여성 소설이며, 생산적 독해가 가능한 스릴러 텍스트이다.





남편 마크가 독일 출장을 위해 탑승했던 비행기가 추락하여 전원 사망한 소식이 전국을 휩쓴 지 한 달, 테스는 여전히 슬픔에 젖어 있다.

커다란 옛 저택 안에서 그녀에게 남은 식구는 일곱 살짜리 아들 제이미뿐. 테스는 제이미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그러나 남편을 잃은 슬픔은 너무도 크고 스스로 감당하기가 벅찰 정도이다. 마크의 형 이안은 테스를 찾아와 마크가 생전에 자신에게 빌린 돈이 있다며 유산 집행을 서두르라고 재촉한다. 테스는 마크의 서재에 산더미를 이룬 서류와 박스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할뿐더러 손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제이미가 학교에 가져가야 할 소지품과 옷가지들을 어디에 두었는지 그녀는 자꾸 잊어버리고 그런 빈틈이 보일 때마다 누구를 향한 것인지 분명치 않은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제이미는 점점 말이 줄고 테스는 마크를 상대로 한 끊임없는 머릿속 대화로 일상을 간신히 이어간다.

아, 마크. 당신은 작고 사소한 것들로 우리 삶을 특별하게, 웃음과 사랑으로 가득하게 만들었어. 이제 내가 혼자 처리해야 하는 그 모든 일들에 더해 당신 몫까지 떠맡을 만큼 강해질 수 있을까? 그럼, 테스, 사랑해. 당신은 해낼 수 있어.





테스의 서른여덟 번째 생일, 마크 없이 보낸 다섯 번째 월요일, 사별 전문 상담사 셸리가 저택의 문을 두드리고,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한다.

셸리는 아름답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으로, 4년 전에 네 살 된 아들을 희귀 백혈병으로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 경험이 있다.

그녀는 테스가 바깥세상과 마주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대신 나서서 모든 일을 해결해주고, 곧 테스의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리고 공감할 줄 아는 유일한 친구가 된다. 이윽고 테스의 주변에 이상한 일들이 하나둘씩 일어난다. 한밤중에 집으로 걸려와 말없이 끊어지는 전화, 마크가 남긴 예기치 못한 어마어마한 재산, 집 주위에서 혹은 거리에서 자신을 미행하는 의문의 사내…….

“내가 지어낸 거라고 생각해요?”

셸리가 고개를 젓자 금발이 양옆으로 찰랑거렸어.

“일부러 지어내진 않았겠죠. 하지만 우리 머리는 우리를 속이곤 하거든요. 테스는 너무 많은 일을 겪었잖아요. 혼자 있을 때 겁을 먹고 걱정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테스는 제이미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이상한 일들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스스로 진실과 맞닥뜨리겠다고 결심하고, 예전에 셸리에게서 선물받은 공책에 떨리는 손으로 모든 일을 하나하나 적기 시작한다.

그것들의 연관성을 그려보면서. 아 마크, 도대체 나한테 알리지 않고 무슨 일들을 벌였던 거야? 걱정하지 마, 테스.

마침내 공책에 쌓여가는 사실들은 의혹의 정체를 테스의 눈앞에 서서히 밝혀 보이는데……. 설마, 이 공책을 건넨 친구가? 그럴 리가!

만일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의도로……?

뭔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 예감이 아니라 끝이, 답이. 내 공책의 페이지들이 채워지고 있어. 내 손으로 적은 암호 같은 실마리들.

그것들이 어디로 이어질까? 마치 혀끝에 맴도는 어떤 단어처럼, 난 그 답을 알지는 못해도 느낄 수 있어. [……]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날 슬픔의 낭떠러지에서 끌어올려준, 제이미와 내 곁에 아무도 없을 때 우릴 구해주러 온 내 친구였어.

셸리의 우정 없이 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은인이자 친구를 의심하는 데 대한 가책, 그러나 다음 순간 의외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진실, 믿기 어려운 연관성…….

그 옛날 웃기 좋아하던 나는 어디로 사라져버렸지? 만일 내가 더 이상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라면, 난 도대체 누구지?

“잠자리에 들 시간이야.”

난 간신히 지어낸 노래하는 투로 그렇게 말하고 텔레비전을 껐어. 제이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위층으로 사라졌어.

“사랑해.”

난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그 애를 향해 외쳤어.

“저도 사랑해요.”

그 애가 대답했어.





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스토리를 여기에 다 적는 것은 어느 독자도, 예비 독자도 원치 않을 것이다. 이해와 작품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한 마디만 덧붙인다.

작품의 챕터 중간 중간 인터뷰 형식의 대화가 실려 있다.

이야기는 제이미의 생일을 기점으로 55일 전부터 전개되고 첫번째 챕터와 인터뷰 내용을 통해 제이미는 실종되었다.

셀리가 범인이라고 테시는 생각하지만 과연 누가 진짜 범인일지는 알 수 없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이 범인일 수도 있고 아니 어쩌면 제이미는 실종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의식이 몽롱한 현재 시점에서 테시의 진술과 울부짖음은 독자조차 100% 동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테시의 머리속에 흘러 다니는 생각과 행동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알 수 있다. 따라서 테시의 생각이 정상은 아니겠다는 느낌을 갖고 책장을 넘겨가기에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는 반전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우리가 추리하는 이야기 전개 방향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자 : 로렌 노스(LAUREN NORTH)


영국 심리 서스펜스 문단에 혜성같이 등장한 작가인 로렌 노스는,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어두운 상황을 상상하며 스릴러 작가로서의 자질을 키웠다. 문장을 통해, 서사를 통해 불안을 창조해내고 이를 증폭시키며, 인간관계의 어두운 면들을 파헤치는 탁월한 능력은 그녀가 런던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심리학을 공부한 것에 힘입은 바 크다. 한 여성의 슬픔과 상실감을 전면에 내세워 독특한 스토리의 미궁으로 완성해낸 『완벽한 배신』은 로렌 노스의 이름으로 낸 첫 장편 스릴러이고, 출간되자마자 영국 아마존 여성 심리 스릴러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탄탄하고도 매혹적인 여성 소설, 생산적 독해가 가능한 촘촘한 텍스트를 써내는 여성 작가로서의 역량은 다음 장편 『ONE STEP BEHIND』로 다시 입증되고 있다. 현재 가족과 함께 영국 남동부 서퍽의 시골에 살고 있다.


역자 : 김지선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 편집자로 근무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널 지켜보고 있어』, 『내 것이었던 소녀』, 『라이프 오어 데스』, 『괴물이라 불린 남자』, 『반대자의 초상』, 『사랑의 탄생』,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오만과 편견』, 『엠마』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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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리커버)
이계영 지음 / SISO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무엇이 행복을 느끼게 할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다른 사람과 비슷하게 사는 것 같은데 왜 난 그들처럼 행복하지 못할까. 정신없이 직장에 매달리고, 끝나면 동료나 친구와 회식하는 게 다반사던 시절. 독자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고, 독자도 동의한 내용이다.

당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었고, 삶보다 일이 먼저라는 생각을 가졌다. 열심히 일하다보면 어느 덧 행복은 곁에 와 있고, 독자도 그것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건강 문제는 갑자기 찾아왔고, 좋아하던 일도, 가정의 행복도 나락으로 떨어져 내렸다.

『삶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은 많은 것을 잃은 독자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 위로일까, 삶의 이유일까, 아니면 삶의 대안일까.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기대반 우려반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체 이탈'이란 건강상 위험한 상태의 저자가 극복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내고 있는 내용 자체만이라도 위안을 받았다. 더욱이 '살아내는' 저자의 모습은 감동적이고 독자 스스로 삶에 대한 태도가 잘못됐구나 하는 점을 느끼고 성찰할 정도로 힘을 주었다.





저자 이계영은 책을 통해 말한다. 하루를 보내고 나면 언제나 ‘오늘 하루도 겨우 버텼구나’ 하며 매일 같이 숨을 쉬는 것조차 힘겨웠던 어느 날 밤, 극심한 위경련을 겪었다. 얼마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휩싸는 듯한 고통이 이어지더니 어느 순간 지극한 자유로움을 느끼며 '유체이탈'을 경험하게 된다. 아이의 공개 입양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과 말에 지쳐 있었던 저자는 그날 이후로 새로운 삶에 눈을 뜨게 되었다.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지만 쉽사리 관계를 끊지 못했던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과감히 삭제하고 더 이상 사람들의 시선과 말에 휘둘리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주변 사람이 아니며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인생은 ‘나의 선택’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이 책에 담았다. 하루하루 버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은 내 뜻대로 살아갈 수 있으며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삶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을 펴냈다.





우리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살아온 것 같다.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도 어찌 보면 얼마든지 선택 가능했던 일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며 살아가는 힘은 선택의 힘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사업이 실패했다고, 취업이 안 된다고, 건강을 잃었다고 우리는 너무 쉽게 포기하는 삶을 선택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든지 재기할 수 있고 회복될 수 있다. 자신이 가졌다고 생각하는 부족하고 약한 점을 바로 보고, 소망을 향해 달려보자. 자신을 파괴할 한 치의 여지를 주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된 저자가 비로소 깨닫게 된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우리의 인생을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내어주며 그 안에서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남의 평가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우리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다.

『삶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은 저자가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면서 겪은 긍정적인 변화들, 그리고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들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 책으로 인해 독자의 삶 역시 사랑과 행복,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책에는 독자가 개인적으로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다. 건강 문제로 가장 힘든 상황에 맞닥뜨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동병상련의 심정에서.

"집착하지 마세요. 집착하면 그 부분이 자꾸 커진답니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픕니다. 나를 위해서라도, 나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을 물 흐르듯 흘려보내세요."

너무 흔한 말이지만 독자는 그렇게 잘 되지 않았다. 삶의 가치에 지나치게 '행복'을 두지 않았을까 되돌아본다.

사실 몸이 크게 아프면 진정한 행복이 내 주위에 있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대부분 그럴 것이다.

가족에서부터 친구, 동료, 그리고 이웃... 집안에 있는 물건들도 다시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아끼던 물건이나 소품은 물론 유행 지났다고 구석에 처박아놓았던 옷까지도.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하고 지내지만 크게 아프고나니 사소한 것까지 그처럼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없다.

생각해보면 곳곳에 감사할 것들이 정말 많다. 하다못해 누구나 혜택을 받고 있는 햇볕이나 공기마저도 고맙고 소중한 것들이라는 자각이 생긴다. 그 순간 삶에의 의욕과 에너지가 생긴다는 점을 공감한다.

그 바탕에서 행복을 위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어진 조건을 받아들이고 나빠진 건강 상태를 돌보며 살아가야 함에도 감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에게 착한 것이 먼저'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이 책은 독자처럼 건강상 큰 불행을 안은 사람들이 공감을 느끼는 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나친 정보와 필요 이상의 지식에의 갈구, 일에서의 스트레스 등으로 대인 관계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불안과 함께 사는 셈이다. 오늘의 우리를 완벽하게 포착한 우울하거나 불안해 하는 사람들은 이 책과 함께 부정적 감정을 줄이고, 긍정적이고 생산적 감정으로 대체하는 능력이 생길 것으로 믿는다.

불안이 엄습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무언가로 인해 우울과 불안의 여러 모습들을 보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서서히 마음을 바꿔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약간의 긴장, 반복되는 당황스러움, 해롱해롱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은 상태, 완전히 넋이 나간 듯한 기분. 이런 것들도 불안일까? 정답일지 모르지만 불안으로 느낀다면 '불안과 더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은 뭘까를 고민하면 된다. 저자의 숨은 의도라는 생각이 드는 건 독자의 개인적 공감의 일반화일까.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되면 불안, 걱정, 초조... 나를 흔드는 감정에 대해 하나씩 접근해가면서 실체를 파악하면 된다.

그 과정은 분명 우울과 불안을 활력과 자신감 등의 긍정적 에너지가 저장될 테니까. 즉, 정식으로 맞서라는 것이다. 피할수록 집요하게 따라붙는 것이 부정적 감정이니까. 그래서 불교에서는 원한이나 분노를 놓아버리라고 하는 것 같다.





저자 : 이계영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장애인 재활을 수료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둘째의 공개 입양으로 호주로 떠나온 지 11년 차가 된 이민자다. 좁은 한인 사회에서 공개 입양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상처받고 지쳐버린 어느 날, 위경련의 통증으로 소위 말하는 유체이탈을 경험한 후 인생 2막을 다시 살기로 결심한다.

다른 이의 시선과 사회적 시각, 부정적인 관점을 뒤로하고, 마음속의 울림과 주변을 새롭게 바라보며 긍정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직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 MINDFULNESS PRACTITIONER MASTER 과정을 이수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마음의 시선을 바꾸는 마음챙김 상담을 하며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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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 개정증보 3판
서중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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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독자로서 큰 행운이다.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대한민국 현대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 책이기 때문이다. 역사 공부라고는 고등학교 때까지가 전부이고, 이후 대학이나 사회에 발을 들인 후 우리 현대사에 대해 따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

역사를 모른다고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었고, 또 알려고 해도 어떤 게 정확하고 객관성 있게 기술한 것인지도 모르니 애써 배우려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산발적으로 읽고 본 것은 있어서 개괄적으로 조리 있게 설명하지 못해도 대화에서 '무식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다.

때로는 대한민국 당당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직접 겪은 것을 굳이 책을 통해 또 배울 필요가 있겠어 하는 오만이 작용한 것을 이 시점에서 고백한다. 많이 아는 척해도 반론을 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오만은 결국 '무지'가 되고 말았지만...

그렇게 한국현대사는 파편 박히듯 몸에 밴 것과 부분적으로 독자의 머릿속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누구 앞에서 직접 겪은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도, 책으로 배운 것보다 더 생생하게 머릿속에 살아 있다는 오만한 자의식 속에 감춰졌다. 이런 오만과 무지를 한순간에 바로잡게 해준 책이 바로 이 책 저자 서중석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다.





한국 현대사 분야 최초의 박사학위 수여자이자, 관련 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온 성균관대 서중석 교수가 집필한 한국 현대사. 강단과 연구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시민을 위한 한국 현대사'를 펴낸다는 기획 아래, 역사문제연구소와 함께 한 '역사 대중화' 작업의 결실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해방 이후 반세기 동안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해서 나아가는 과정을 살피면서, 그간 우리 사회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었고, 그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데 방향을 두었다. 정치사를 중심으로 서술하면서도 경제,교육, 문화 등의 각 분야를 종합적으로 아우르고자 한 점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반공, 냉전 이데올로기에 짓눌린 역사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한 일관된 시각이다.

해방 공간의 역사서술에서는 좌우의 대결, 중도파의 활동을 고르게 반영하였고, 1960년대 이후 역사에서는 민주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의 역동적 힘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자학사관에 빠지지 않고, 오늘의 현대사가 여러 고비를 넘기면서도 쉼 없이 발전해왔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반가움이 크다. 250여 컷의 관련 사진과, 지도와 다이어그램을 풍부하게 수록해 이해를 돕는다. 책을 보면서 사진과 그림, 지도, 다이아그램만 모아 전시해도 한국현대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하고 객관적인 자료로 가득 차 있다.





"옛날 왕조시대 임금도 늙은 신하가 호랑이 같이 준엄하게 간하면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박정희는 거칠 게 없는 독재자이자 총통으로 군림했다. 국회나 법원은 장식품이었고 헌법은 왕이 백성에게 내리는 서릿발 같은 칙서에 불과했다. 유신으로 박정희는 사실상 박씨 왕조를 세웠다."

한때 박정희의 5.16 군사반란 동지로서 박 정권 시대 중앙정보부장 등의 요직을 역임하다 외국으로 도피한 김형욱이 그의 회고록에서 밝힌 박정희와 유신에 대한 평가이다. 독재자에게 버림받은 인물이 내뱉은 독설이긴 하지만, 박정희 체제의 통치방식을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세 독재자의 통치수단은 무엇이었을까?





이승만은 경찰과 관료, 폭력배 등을 동원해 독재체제를 유지했으나 박정희는 철저하게 중앙정보부를 정치 통제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 사용한다.

정보부는 박정희 체제를 유지 강화시키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거의 모든 문제에 개입했다. 이 때문에 박정희 체제를 '정보정치', '공작정치'라고 부른다.

정보부는 야당과 저항세력에 대한 통제와 감시뿐만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과 고급 관료 등 친박정희 세력 내에서도 정치적 야심있는 인물에 대해서 늘상 감시하고 통제했다. 박정희는 국회나 행정부를 통한 정치운영과 같은 일체의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했다.

그는 민주적인 토론과 협의절차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는 일인독재를 유지시키기 위해서 권력 내부의 경쟁을 유도하여 특정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2인자의 도전이나 저항을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김종필과 그 지지세력들이 공화당 내에서 제거된 것이나 윤필용 사건 등이 이를 잘 말해준다.





상호견제의 원칙은 육영수 저격사건 이후 차지철이 경호실장으로 취임하면서 무너졌다. 경호실은 중앙정보부를 누르고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한다. 차지철은 국회, 행정부, 군 인사 등을 좌지우지했고 국정에도 깊숙이 개입한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과도한 정치개입이 유신시대이 종말을 재촉하는 도화선이 된다.

국민에게 공포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한 측면에서는 박정희와 전두환은 무척이나 닮았다. 전두환은 먼저 군대를 이용하여 쿠데타를 일으킨 뒤 광주학살을 자행하여 정권을 잡는다.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자신에 비판적인 공무원을 대거 짤라내는(숙정) 한편, 언론을 장악하여 무소불위의 칼자루를 쥔다. 이어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 명의로 '사회악 일소를 위한 특별조치'를 발표한다.

이것이 바로 그 무시무시한 삼청교육대의 시작이다. 깡패를 뿌리뽑는다는 명분하에 정권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들을 군대로 끌고가 개패듯이 패고 혹독한 훈련과 가혹행위를 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부상을 당했다. 당시 신군부의 위세가 워낙 막강하여 어느 누구도 억울함을 하소연할 수조차 없었다.





삼청교육대가 아니라도 전두환의 통치방식은 공포감을 주었다.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박종철이 고문으로 죽었듯이 곳곳에서 불법이 자행되고 정권에 걸림돌이 되는 자들은 탄압을 받았다. 부천경찰서에서는 성고문이 이루어지고, 김대중은 조작된 내란음모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으며, 이철, 유인태 등 젊은 민주인사들도 핍박을 받았다.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고상한 단어는 애초부터 고려되지 않았다.

<모레시계>를 비롯한 드라마와 소설, 영화로 당시 실상이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전두환은 오로지 힘에 의해 국민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믿었고, 그 힘으로 언론과 정부조직, 각급 기관을 장악하고 자신의 똘마니에게 차기 정권까지 넘겨주려 했다.

독재의 원천은 폭력에 의한 공포심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마오쩌뚱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말한 대목은 핵심을 꿰뚫고 있다.





이 책은 해방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한국 현대사를 한 권으로 기술한 책이다. 사진과 삽화, 그림, 다이어그램 등 풍부한 자료들을 이용해 소개하고 있어 매우 실감난다.

잘 알지 못했던 이승만~장면~박정희정권 시대가 가장 인상적이다. 기껏해야 5공화국 이후만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옛날 얘기'일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런 독자도 이 책을 보면 '옛날 얘기'가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어떤 어려움을 이겨내며 우리 사회 발전의 주축이 되었는가를 이해할 좋은 기회다. 이미 한국전쟁 후 지금의 자유민주주의 시대가 오기까지 매우 역동적인 민중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되어 왔던 것이다.

비록 박정희, 전두환 등 군부독재로 우리나라 민주주의 쟁취가 더 늦어진 점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그러한 독재 시대를 거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누가 가져다주는 민주주의는 없다. 우리보다 앞선 민주주의를 누리는 선진 외국들도 전부 시민의 피와 땀의 결실이다.

누군가 그랬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우리 아버지 세대들은 지금의 우리보다 순수했고 거룩했으며 생각의 품이 넓었다. 1990년 이후는 기껏해야 등록금 비싸다는 불만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독자들은 내가 알았던 민주주의 고속도로는 우리 부모의 피와 땀으로 기틀을 다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 과정이 없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아직도 독재체제 아래서 허덕여야 하고 있을지 모른다. 바로 위 북한처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들의 시작과 끝을 보면 독재로부터 오는 달콤함을 뿌리치지 못할 때의 결과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은 민주주의를 누리는 독자들에게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두 제시하고 있다.





오늘에서야 현대사를 바르게 쓴 역자학자를 만나게 되었다. 현대사의 개설서인 의 저자 서중석 교수는 현대사를 가장 열정적으로 연구해왔다. 이 책은 그동안의 연구 업적을 정리한 결정이다.

이 책은 대중 역사서의 서술방식으로 씌어졌다. 해방 공간을 시발로 하여 '국민의 정부' 시기까지의 사실을 담았다. 그러면서도 저자의 역사관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무엇보다 저자는 일제 잔재의 청산을 내걸고 민족 주체적 관점에서 서술하였다. 이어 극우반공 냉전 이데올로기에 짓눌린 역사 왜곡을 '진실의 빛', '사실의 빛'을 비춘다는 관점에서 바로잡으려 노력하였다. 따라서 좌우의 대결과 중도파의 활동을 고르게 반영하였다.

그리하여 여운형, 박헌영도 역사 인물로 살려냈다. 결코 내용을 한쪽으로 치우쳐 서술하지 않았음을 알려주려 했다는 뜻이다. 이를 통일사관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 이이화 (역사학자)





저자 : 서중석


서중석1948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했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1988년까지 동아일보사 기자로 재직했다. 역사문제연구소 소장, 일본교과서바로잡기운동본부 공동대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올바른 역사 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80년대 민중들의 삶과 투쟁』(1988), 『조봉암과 1950년대(상, 하)』(1999), 『신흥무관학교와 망명자들』(2001), 『배반당한 한국 민족주의』(2004), 『이승만의 정치 이데올로기』(2005) 등 다수가 있다.기획사단법인 역사문제연구소는 우리 역사의 여러 문제들을 공동 연구하고 그 성과를 일반에 보급함으로써 역사발전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통하여 사회의 민주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것을 기본목적으로 1986년 설립된 순수 민간 연구단체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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