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다스슝 지음, 오하나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살면서 장례식장을 찾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대부분 조문객의 신분으로 찾는다. 독자 역시 조문을 위해 찾은 장례식장은 대한민국 전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다. 어느 곳이든 장례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으로 찾아오는 삶의 마무리 의식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경건하고 엄숙하다.

그러나 죽음이 비극이고, 슬픈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어둡다. 다만 장례를 치르는 예식 분야 담당자는 슬퍼만 할 수 없는 일이고 가끔은 너무 무겁지 않게 분위기를 유도하려 엄숙함을 가장하기도 한다. 독자도 부모님을 최근 10여년 내 모두 여의었다. 마지막 모습을 직접 보고 장레를 치렀지만 슬픔과 두려움에 장례 절차 따위는 주위에서 하는 대로 방관했다. 그래서 장례식을 치르는 시신부터 장지에 묻힐 때까지의 과정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의 분위기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 이 책을 접하면서 그때 그 분들이 왜 그랬나 하는 생각을 추슬려봤을 뿐이다. 다시 한 번 장례식을 도와준 그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책을 읽어 나갔다.

제목마저 무척 가볍게 다뤘지만 글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폭로성 글로 읽히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저자가 너무 무겁지 않게 쓰려는 흔적이 보일 뿐 내용은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는 출간 즉시 종합 베스트셀러 TOP10에 진입하며 대만에서 돌풍을 일으킨 에세이집이라고 한다.

장례식장에서 실제로 근무하는 20대 청년의 자전적 일화 모음집으로, 장례식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을 블랙 유머 넘치는 코믹하고 감동적인 스토리로 풀어냈다. 저자 다스슝은 매일 시체를 다루는 일을 하면서도 명랑하고 낙천적인 인생관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을 ‘아무 생각 없는 뚱보 오타쿠’라고 칭하면서도, 자기 일을 좋아하고 현재의 삶에서 기쁨을 찾는다.

이런 저자의 태도는 총 57편에 달하는 짧고 유머러스한 경험담 속에 강렬한 철학으로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며 보고 들은 죽은 자들의 갖가지 사연과, 시신 복원사나 장의사, 시신 운반사, 안치실 경비원 등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면면들, 그리고 이 세계에서만 겪을 수 있는 기이하고 으스스한 괴담 등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이 흥미로운 소재를 풀어내는 저자의 재기 넘치는 발랄한 문체, 탁월한 글 솜씨가 인상적이다. 이미 이 책을 읽은 독자의 평대로, 한 번 펼치면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글의 매력이 느껴질 것이다.





장례식장이라 하면 흔히 어둡고 무겁고 슬픈 장소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다스슝의 시선을 통과하는 순간 이곳은 가볍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따뜻하고 흐믓한 세계로 변모한다. 이를테면 저자는 장례식장에서도 손님들에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가 “내 가족이 죽었는데 넌 반갑냐?”라는 타박을 받고, 어두운 새벽녘 순찰을 돌다가 “나 좀 도와줘”라고 붙드는 여자의 손을 무서워 뿌리치고 도망쳤다가 다음 날 쓰레기 치우는 할머니로부터 버르장머리 없는 청년으로 꾸지람을 듣는 등, 어딘가 허술한 20대 청년이다. 그는 가난하고 못 배웠고 부자가 되겠다는 꿈도 없으며 스스로를 ‘아무 생각 없는 뚱보 오타쿠’라고 칭하는 사내다. 그러나 그는 자기 일을 좋아하고 일하면서 만나는 모든 사연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 낙천적이고 소탈한 사람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장례식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오싹한 일조차 저자의 시선을 통과하면 기이하면서도 우습고 이상하면서도 따뜻한 일들로 바뀐다는 것이다.





장례식장은 매일 시체를 나르거나 꿰매거나 안치실에 보관하거나 경을 읽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 에세이에서 그들은 냉정하고 과묵한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하면서도 귀엽고 명랑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인물들로 등장한다.

시신 복원사인 여자는 머리의 반쪽이 없는 시체에 충전재를 넣어 봉합하는 일을 하면서도 바퀴벌레는 무서워하는 만화 같은 인물이고, 24시간 대기조로 살며 시체 운반 차량을 모는 기사들은 힘든 일을 하면서도 언젠가 경험담을 모아 책을 낼 꿈을 꾼다.

가슴팍에 용머리를 문신한 미남 기사는 “전에는 칼로 사람을 이쪽으로 보내는 일을 했다면, 지금은 시신 운반 차량으로 사람을 이쪽으로 보내는 일을 한다”며, 직업을 돈벌이 수단이 아닌 젊은 날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는 기회로 삼는다.

독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으스스한 괴담들도 들려준다. 죽은 시신의 장례를 정성 들여 치러줬더니 보답처럼 위패 앞에 세 개의 숫자가 쓰인 종이가 놓여 있었는데 그게 로또 3등 번호였다든지, 편의점 창가에 스친 여자애의 얼굴이 낯익어서 떠올려 보니 안치실 관속에 누워 있던 그 얼굴이었다든지. 여름밤 더위를 한순간 서늘하게 만들 실화들로 가득하다.





시신의 생김새에 따라 별칭을 부르는 것이 불편할 사람도 있다. 인간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평생에 한두 번도 시신을 접할 일이 없는 사람과 매일 몇 차례씩 시신을 처리하는 사람들의 감정상태가 같을 수 없으며, 직업적으로도 그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장례식장’은 사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장례식장 직원’이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각자의 선입견과 신비를 가질 수 있다.

이 책은 이 특수한 공간에서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생생히 묘사하면서, 현장의 실태라든가 죽음을 처리하는 이 시대의 방식을 간접적인 형태로나마 알게 해주는 매개가 된다.





그렇다고 르포 에세이처럼 고발성 짙은 글은 아니다. 오히려 블랙 유머와 인생 교훈이 교차하는 코믹한 철학 에세이에 가깝다.

킥킥거리며 빠르게 독서를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저자의 재기 넘치는 문체와 탁월한 글 솜씨에 있다.

출판사에 따르면 원래 이 책은 대만 유명 사이트에 인기리에 연재되던 <장례식장 직원의 별별 사건>을 모아서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웹상에서 연재될 때부터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저자의 글은, 내용이 추가되고 정리되어 출간된 이후에도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삶에 대한 낙관적 태도와 유머, 타인에 대한 호의를 잃지 않는 저자의 인생관은 에피소드마다 진하게 배어 있어 독자의 마음도 덩달아 행복하고 즐겁게 해줄 것이다.





유가족들이 자리를 뜨자 장례업자는 슬쩍 몸을 돌리더니 할머니 손에서 반지를 빼 곧장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신기하지 않은가? 화장터에 가지도 않은 내가 이 일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사실은 화장터 동료가 그날의 일을 말해줬다.

반지를 몰래 가져가는 일이 아주 없진 않은데, 특히 이 할머니는 화장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잘 타지도 않았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난감했을 것이다. 장례식에 들인 비용도 엄청나고 할머니가 가장 아끼던 물건도 챙겨드렸는데 어째서 가시는 길이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

그때 장례업자가 튀어나와 말했다. “할머니가 이 세상에 미련이 남으셨나 보네요. 우리 할머니 가시는 길 평안하시라고 불사(佛事)라도 지내드리는 게 어떨까요?” 그렇게 들인 돈에는 0이 다섯 개나 붙었다는 사실까지만 말하겠다.

- 「금반지의 행방은?」중에서


하지만 아기의 아빠는 줄곧 이 아기가 자신의 아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대로 보살피지 않았고, 결국 예감은 적중했다. 아기의 진짜 아빠는 바로 아기의 할아버지였던 것이다……. 부자관계여야 하는 둘은 형제관계가 되고 말았다.

그러다 아기가 병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도망간 엄마는 당연히 책임지지 않았고, 아빠인 줄 알았던 형 역시 책임질 생각이 없었으며, 할아버지인 줄 알았던 친부는 더욱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냉동고에서 2년을 보낸 뒤에야 결국 누군가 나타나 서명을 해줬다. 그러지 않았다면 우리 쪽에서 그 사람들을 시신 유기로 고소했을 것이다. 그렇게 아기의 시신은 마침내 이곳을 졸업하여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었다.

- 「아무도 찾지 않는 시신」중에서





엄마 품에 안긴 아이는 마치 깊은 잠에 빠진 듯 평화로워 보였다. 아마 손이 차갑게 식어 있다는 걸 몰랐다면 곧 깨어 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난처한 표정으로 장의사를 쳐다봤다. 장의사는 내 표정의 의미를 눈치 채고 유가족들을 향해 말했다.

“죄송합니다. 규정상 냉동고 하나에 한 구의 시신만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자 사망한 남자의 형제로 보이는 가족이 나섰다.

“사고 현장에서부터 제수씨가 아이를 안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검시가 끝나면 원래 상태로 돌려놓을 테니 지금은 이대로 냉동고에 넣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 돈이 문제라면 세 명 분의 냉동고 이용료를 지불하겠습다. 그냥 같이만 있게 해주세요. 떨어뜨려놓고 싶지 않아요.”

이번에는 장의사가 나를 향해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규정은 규정이었다.

만약 같이 보관했다가 나중에 두 시신이 달라붙거나 손상이라도 입으면 뒷일은 책임질 수 없었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으니 안타깝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 「엄마 품속의 아기」중에서





나는 보디 백을 열어 이름표를 채우면서 시신 상태를 훑어봤다. 기사님이 가족들의 눈길을 피해 내게 말했다.

“피터팬이야.” 이렇게만 말하면 여러분은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목매달아 죽은 시신을 ‘그네 타기’, 투신자살한 시신을 ‘피터팬’, 부패가 심한 시신을 ‘헐크’, 번개탄을 피우고 죽은 시신을 ‘검둥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끔찍한 시신들을 어울리지 않는 별명으로 부르는 이유는, 무겁고 심각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동안 유가족들과 같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유가족들 앞에서 함부로 말을 꺼내지는 않는다. 이는 존중의 유무와는 관련이 없다. 어디까지나 일은 일이고, 해야 할 일은 조금도 소홀하지 않는다.

-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죽음」중에서


다만 궁금한 것은 왜 다들 목매는 방법을 선택했는가인데, 할머니 역시 젊은 시절 목을 매려고 했단다. 밧줄을 동그랗게 매달면 그 동그라미 너머의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했다. 마치 그쪽에서 누가 손짓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이다.

“이 동그라미 바깥에선 고생할 필요 없어. 매 끼니 걱정 안 해도 되고, 병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돼.”

남편이 자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도 따라가려고 밧줄을 묶었는데, 밧줄 너머로 남편이 손짓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그 동그라미는 할머니를 한 발 한 발 동그라미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 순간, 어떤 큰 힘이 할머니를 다시 바깥으로 끌어당겼다. 돌아보니 어린 딸이었다. 그와 동시에 동그라미 밖의 세상은 사라져버렸다. 남은 건 자신 앞에 놓인 잔인한 현실뿐이었다.

- 「동그라미 밖의 세상」중에서





사람이란, 에어컨 켠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하는 게 존엄성을 지키는 일일까? 아니면 기저귀를 차고 호흡기를 단 상태로 우유만 받아먹다 어느 날 가래가 목에 걸려 사망하면 존엄성이 있는 걸까. 나는 요양보호사 일과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맞이하는 일 둘 다 할 수 있었기에 기쁘다. 덕분에 나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됐다. 때론 내가 정말 잘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다음 생에는 도박도 하지 않고 엄마도 때리지 않는 아빠를 만날 수도 있겠지.

어쩌면 다음 생에는 오랫동안 병수발을 들지 않아도 되는 건강한 아빠를 만날 수도 있겠지.

어쩌면 다음 생에는 스물여덟 살 때 만났던 그녀와 용감하게 결혼이란 걸 해볼 수도 있겠지.

어쩌면 다음 생에는 ‘있다’와 ‘이따’를 확실히 구분할 줄 아는 내가 될 수 있겠지…….

- 「존엄성을 지킨다는 것」중에서


나는 청소를 시작했고, 그녀는 부족한 잠을 보충하러 침대로 들어갔다. 바닥을 쓸며 나는 생각했다. 남들은 남녀가 만나서 촛불 켜놓고 로맨틱한 식사도 잘만 하는데, 나는 핏자국 가운데서 점심식사라니. 남들은 남녀가 만나서 콘돔을 끼는데 나는 장갑이나 끼고 걸레질이나 하다니.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갑자기 바닥이 수월하게 닦였다. 뭐지?

바로 내 눈물 때문이었다. 20분쯤 지나자 더 이상 쓸 수 있는 걸레가 없어서 그녀에게 말했다.

“옷 좀 줄 수 있어? 두 벌 정도만 있으면 청소를 깨끗이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녀는 한사코 거부했다.

여자란 다 그런가 보다. 죽으려고 마음먹은 날에도 옷은 포기를 못한다. 그날 나는 깨달음을 얻었다.

죽은 사람 집을 청소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는지 말이다. 산 사람의 집을 청소하다 보니 여기를 닦고 저기를 정리하라는 둥 참견하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 「자살 미수자와의 하룻밤」중에서





저자 다스슝의 레터


저는 장례식장의 직원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주로 가난한 사람들의 시신을 냉동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혹은 연고자가 없는 무명인들의 시신을요. 제가 장례식장에서 일하니 괴이한 일을 흔히 겪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많지 않고요. 오히려 시신을 자주 보다 보니 죽음 앞에 놓인 인간의 본성을 더 많이 알게 됐습니다. 아, ‘인간’이란 이런 동물이구나! 라는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장례식장에서 좋은 동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뚱보 경비아저씨는 제가 좋은 일이 있으면 같이 기뻐해주고 슬픈 일이 있으면 극복하도록 같이 노력해주는 분입니다.

제 꿈은 돈을 모아 흉가를 사는 것이고 가장 숨기고 싶은 사실은 저의 어마어마하게 뚱뚱한 몸이죠.

가장 후회되는 일은 스물여덟 살 때 땅에 떨어진 돈 봉투를 줍지 못한 일일 정도로 저는 그냥 평범한 소시민이에요. 장례식장은 모두들 아시다시피 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가족, 친구, 그리고 세상과 작별하는 곳이에요. 그리고 제 직장이기도 하지요. 저는 그전에 계속 서비스업에 종사하다가 이 업계에 오게 된 거라 고객을 미소와 친절로 대해야 한다는 직업정신이 몸에 배어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실수를 좀 했죠. 전화를 받을 때 밝고 높은 톤으로 “반갑습니다!”라고 했다가 “내 가족이 죽었는데 넌 반갑냐?”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고요.

장례식장에서 일하지만 기본적으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딱히 집이나 차를 사고 싶지도 않고 여자 친구나 큰돈이 있었으면 하지도 않아요. 저는 제 일을 좋아한답니다. 일을 하면서 겪는 일이나 이야기들은 인생의 교훈이 됩니다. 그것이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상관없이 다 의미가 있어요. 지금은 밥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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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가 쉬워지는 제주여행 교과서 여행 시리즈
정은주 지음, 김도형 사진 / 길벗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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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누가 가장 먼저 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요즘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여행의 정석'이라 할 만큼 자리잡은 말이다.

독자도 첫 유럽 여행 때 계획 없이 그저 '외국 관광', 사진으로만 보던 문화 유적(주로 로마시대)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관광도 제대로 못했다.

관광도 제대로 못했으니 여행이 제대로 됐을 리 없다. 되돌아오는 길에 막심한 후회를 하면서 제대로 준비해 다시 와야지 했는데 십수 년이 지났는데도 그 다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버킷리스트에 올려놓고 느긋하게 생각하고 미뤄뒀지만...

그래서 여행은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에 반박할 수 없다. 외국 여행뿐만 아니라 제주 여행도 마찬가지리라.

제주 여행도 못 간 지가 10년이 다 돼 간다. 국내인 데다 까다로운 절차도 필요 없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갔다올 수 있는데도 쉽지 않다.

물론 지금은 가급적 여행을 삼가는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이라 제주 여행 갈 꿈도 못 꾸었지만. 그러나 이 책이 손에 들어온 순간 제주 역시 10년도 안 된 상황에 이렇게 많이 변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별자치도 이후 굉장한 관심으로 '제주 발전'에 힘을 쏟은 이유리라.





정은주 작가가 쓴 『교과서가 쉬워지는 제주여행』을 펼쳐들면 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 워싱턴야자나무가 보이며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라 생각이 들지만(물론 10년 전에도 그랬다) 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휴양지로, 대한민국 관광자원뿐만 아니라 세계의 자연유산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 잘 가꾸고 다듬어진 흔적이 역력하다.

제주 전역이 그렇게 세계적 관광지, 문화유산, 그리고 휴양지로서의 참모습을 하나하나 갖췄다. 그 모습은 앞으로도 더욱 아름답고 즐기는 여행을 위해 변해가리라 확신한다. 이 책은 그렇게 제주 구석구석을 하나로 빠뜨리지 않을 기세로 만들어졌다. 사진도 가장 최근 것으로 수록해 곧 다시 재개될 제주 여행의 최고의 길잡이가 될 것으로 독자는 확신한다. 우선 이 책으로 '눈으로 보는 제주'를 마칠 정도로 잘 편집된 책이다.

책 제목에 '교과서'란 단어가 들어간 이유도 책을 펼쳐보니 쉽게 이해됐다. '제주 여행의 정석'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잘 만들어진 제주 안내다.

제주를 5개 권역별, 테마를 잡아 소개한다. 하나하나 빠짐없이 수록하겠다는 것은 책 제작의 취지일 터. 책 아무데나 펼쳐도 보인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충실한 제주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편집됐다. 사진만 봐도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아름다운 사진의 연속이다.

책 제작진이 들인 시간과 정성이 한누에 보인다. 우리 아이들에게 언제나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대한민국 어린이들에게 제주의 의미를 전하기 위해서.





요즘에는 여행으로 체험학습을 떠나는 것이 교육의 트렌드이다. 하지만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뭐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부모에게 제주여행을 추천하는 책이 새로 나왔다. 사교육 없이도 교과서에 소개되거나 연관된 여행지를 여행함으로써 아이가 스스로 배우고 교과서와 친해질 수 있다. 더불어 여행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통해 부모와 아이가 서로를 알아가며 가족의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으로 출판사는 바라고 있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책은 대략 네 가지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첫째, 제주 여행이 신나게 놀며 배우는 자기 주도 여행이 되도록 한다.

어렵고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자기주도학습’을 여행을 통해 실천해 보도록 구성됐다. 가만히 앉아 보고 듣는 수동적, 주입식 학습이 아닌 아이가 스스로 주도하고 행동하는 능동적 학습이 되도록 도와주면 된다. ‘엄마, 아빠가 알아서 준비할 테니 넌 따라만 와!’ 하는 식의 마음은 잠시 접어두기를 바란다. 아이를 동등한 여행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여행 계획부터 마무리까지 전 과정에 아이가 참여해 주도적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주면 된다.





둘째, 사회, 과학, 언어, 예체능 등 교과서 전 영역별 여행지를 소개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만 달달 외우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이제는 체험을 통해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 것이 교육의 큰 방향이다.

책으로 본 것을 억지로 머리에 기억하려는 아이와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해본 아이는 분명 다르다.

그래서 이 책은 자연, 과학, 문화, 예술, 예체능 등 영역별 관련 여행지를 통해 아이가 직접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소개한다.

셋째, 고민 없이 떠날 수 있는 제주 교과서 여행지 120곳을 담았다.

블로그와 SNS, 교과서를 뒤져 여행 계획을 짜느라 고생할 필요 없이 이 책만 있으면 제주 120개 여행지를 완벽하게 즐길 수 있다. 머리 아프게 고민하지 않아도 베스트 관광지는 물론 각 여행지에서 꼭 즐겨야 할 것과 주변 볼거리까지 소개해 편리한 여행을 유도한다.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제주만의 독특한 체험 여행지도 소개한다.

넷째,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공부하는 사전 조사가 될 수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아이와 함께 공부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서, 영화 등의 관련 자료도 소개한다.

이러한 사전 조사를 통해 아이는 여행지의 역사, 스토리, 관련 인물 등을 더 제대로 깊게 공부할 수 있으며, 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제주도 하면 독특한 자연환경이 먼저 생각난다. 그런데 현무암이나 주상절리 등 검은 돌에 대해서만 알았지, 그 외에는 알아볼 생각도 궁금해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이젠 제주에 가서 자연을 볼 때 왜 이런 지형이 생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배워야 할 것들이 아이들의 입장에서 쓰였다.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은 여행 초보들에게도 필요한 코스도 짜주었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좋을 정도로 잘 구성됐다. 게다가 중간에 들러볼 음식점까지 친절하게 들어 있다.

역사 문제도 담았다. '제주 4.3 사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평화공원 코스다. 또 민속자연사박물관도 코스에 들어가 있다. 이 책 한 권이면 제주도 홈페이지나 관광공사 안내 페이지를 별도로 찿지 않아도 거의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해설사 유무, 물품보관함, 식사 해결까지 보고 즐기고 편안한 제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제주도는 이와 함께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을 3개나 품은 보물섬이다.

한라산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 3곳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었는데 이곳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세계자연유산센터이다.

제주 해양 생태계나 용암동굴계 탐험, 한라산의 탄생과 식생 등을 알 수 있다. 또 오름이나 생태 공원, 숲길, 휴양림 등이 많아 자연을 직접 즐길 수도 있다.

제주도에는 각종 박물관과 미술관도 많다. 컴퓨터 박물관이나 번개 과학관, 식물원, 항공 우주 박물관, 공룡 랜다,

돌 문화 공원, 테마파크, 민속 자연사 박물관, 조랑말 박물관, 감귤 박물관, 기념관 등 아이들의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곳들이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가는 여행이라면 여행의 목적이나 관심거리에 맞게 여행 계획을 세워 제주도를 즐길 수 있다.





저자 : 정은주


우연한 기회에 여행 기자가 되었다. 여행 신문과 여행 잡지 〈트래비〉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니다 돌연 사표를 내고 1년간 캐나다와 미국을 홀로 여행했다. 지금도 언제든 기회만 되면 집 밖을 떠돌 궁리를 하고 있다. 취재차 들른 제주도에 반해 지금까지 눌러 살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캠핑카를 집 삼아 전국을 여행하는 게 꿈이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가볼 만한 곳’ 여행 작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매체에 글과 사진을 기고하고 있다. 틈틈이 여행 강의를 한다.

저서로 『대한민국 커플여행 바이블』, 『제주가자』, 『대한민국 주말여행의 모든 곳』, 『차 없이 떠나는 제주여행 코스북』 등이 있다.


사진 : 김도형


오랜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제주도 시골 마을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틈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섬을 누비며 사진을 찍기 시작하다 어느새 여행 사진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제주도를 떠난 후엔 10년마다 거주지를 바꿔 전 세계 곳곳을 집 삼아 유랑하며 보내는 게 꿈이다. 그보다 먼저 국내 구석구석을 돌며 ‘살아보는 여행’에 나설 계획이다. 여행 작가인 아내가 펴낸 『차 없이 떠나는 제주여행 코스북』과 이 책의 사진 작업을 전담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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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기 쉬운 마음을 위해서
오수영 지음 / 별빛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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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착하고 여린 사람은 세상의 모든 일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혼자서 몰래 앓는다. 그렇게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며 서서히 마음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급기야 깨져버린다. 한 번 깨져버린 마음을 한 조각씩 주어 담아 다시 이어붙여 볼 수는 있겠지만 한 번 깨졌던 흔적은 끈질지게 살아남아 그 사람의 여생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2020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심성을 잘 표현해내고 있는 말이다. 작가가 서문 첫머리에 이 글을 둔 의도는 소시민의 삶을 사는 보통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상처받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집약된 말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이렇게 시작한 산문집이라 사적인 글 위주의 책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 가족이 있고, 그의 삶이 있고, 특히 독자의 삶도 있었다.

여리기도 하고, 힘이 있는 글은 전적으로 작가의 경험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깨지기 쉬운 마음들에게 전하는 오수영 작가의 글은 평온한 마음으로 읽기 좋다.





우연히 눈에 띈 책 안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나를 만날 때의 기분이다. 공감이 그렇게 쉽게 형성되는지 독자는 이 책을 보며 느꼈다.

그 묘한 동질감과 위로가 참 오래 남았다. 『깨지기 쉬운 마음을 위해서』는 그 제목처럼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다뤄야만 할 것 같은 책이다. 공들여 읽었다. 마음에 닿은 부분은 다시 읽고 두 번, 세 번 보기도 했다. 깨지기 쉬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건 얼마나 힘겨울까. 또 한편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품고 있는 걸까. 예민한 성격의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독자도 담이 작고 소심한 덕에 마음을 졸이면서 살아가는 날들이 많다.

상황과 말들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옥죄이는 성격이다. 그런 점이 싫을 때도 많지만 성격이라 그리 쉽게 바뀌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기에 어쩌다 만난 작가의 글에 동질감을 느끼며 독자에게는 큰 위로와 격려가 됐다. 연대감이라 표현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수년 전부터 에세이 읽는 것을 좋아한다. 에세이는 쓴 사람의 세계로 초대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단절되었던 전혀 다른 세계로의 초대. 낯설고 두렵고 기대되는 마음이 모두 겹치면서 글 속으로 빠져든다. 대부분 감정이입이 쉬워 이해하기에도 도움이 된다.

몇 페이지를 넘기지 않아 제목과 잘 어울리는 글들이다. 표지마저 잘 고민한 흔적이 있다. 사람의 얼굴이면서도 깨진 마음 같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커버의 재질이 마음에 들어서 만지작 만지작 하게 된다. 책도 일반적인 크기보다는 작아서 독자의 작은 손에 쏙 들어온다.

미리 밝히지만 오수영 작가는 남성 작가다. 이름도 그렇고, 문장이 여린 느낌이 날 때마다 여성 작가로 오해할 수 있어 독자들에게 미리 말해둔다. 그도 그럴 것이, 남성 작가라고 생각할 만큼의 필체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읽어보면 남성 작가들만의 우직하면서도 힘 있는 문장들도 눈에 띈다. 이전에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했다는데 그와 관련한 이야기들도 있다.





『깨지기 쉬운 마음을 위해서』는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문학 활동을 하는 오수영 작가의 2년 만의 신작이자, 그의 세계를 대변할 오롯한 증거다. 이 책은 작가 오수영이 오랫동안 ‘깨지기 쉬운 마음’과 함께 하면서 지나 온 작은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생활과 문학, 장면과 시가 있는 정직하고 아름다운 기록이다. 그는 제목처럼 깨지기 쉬운 사람이지만 그렇기에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누군가를, 무엇을 위한다는 말은 달가워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부끄러움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용기를 내어 말한다. 그에게 있어 가장 깨지기 쉬운 마음에게. 그만의 방법으로. 이 책은 정말 제목처럼 깨지기 쉬운 누군가를 위한 선물이 될 것이다.





"날마다 다른 일상을 보낸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같은 모습의 밤의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분명 많은 것들이 변해가고 있지만 이 풍경 앞에서는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바깥의 소란에 휩쓸렸던 날도, 내면의 고독에 잠겼던 날도, 여기서 밤의 거리를 내려다보면 잠시나마 일었던 파문이 잠잠해진다. 어디에도 없는 어디서도 없는 이곳이 바로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장소이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콧날이 시큰해졌다. 독자에게 참 필요한 말이었고 위로의 말처럼 귓가를 스쳐 마음이 따스해졌다. 문제가 생기면 남 탓보다는 내 탓을 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고 따박따박 논리 있게 말을 하기보다는 돌아서 눈물을 머금으며 감정에 묻어버렸던 시간들도 떠오른다. 그 시간들 속에 불안했던 마음까지도.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초연해질까 싶었던 순간들이 쌓여 벌써 50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웅크리고 나약하기만 하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독자를 제일 괴롭히는 내게 주문처럼 다가왔던 글이었다.

마치 독자를 위로하기 위해 쓰인 듯한 글을 볼 때의 유대감은 절실하다. 특히 독자에게 그렇다. 성별도 나이도 모르는 작가에게 품는 고마움이 번진다. 좋은 작가를 만났다는 기쁨도 함께 번져간다.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말은 슬픔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닌 행복에도 공평하게 적용되는 말인데 우리는 제멋대로 그것을 받아들인다.

마치 슬픈 일만 모두 지나갈 것이고, 행복한 일들은 영원히 우리에게 머물게 될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모든 것들이 결국은 소멸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부터 다 부질없다는 회의적인 말이 아니다.

영원히 지속되는 순간은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는 지금의 이 순간을 최대한 붙잡아둬야 한다는 것이다. (p. 77)


말은 과정이고 행동은 결과이다. 혹시나 결과만을 원하는 사람일지라도 과정이 따뜻하고 아름답다면 더욱 충만한 감정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가끔씩 말로 인해 마음이 소란스러운 날들이 찾아온다면, 말을 상대방에게 건네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처럼 세심한 마음으로, 상대방이 이 선물을 받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궁금해하면서, 그렇게 단어를 고르고, 말투를 골라서, 정성껏 건넨다면, 우리의 말에서 향기로운 꽃이 만개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p. 135)





사랑에 대한 소문들이 사람들 주위를 배회한다. 사랑은 할수록 손해라는 말이, 설렘의 달콤함에 취하지 말라는 말이,

그 사람의 전부를 믿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불변의 진리가 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안전벨트를 조금 더 움켜쥐게 만들곤 한다. 사랑에 대한 무수한 소문들 중에서 우리는 어떻게 진짜의 말을 가려낼 수 있을까. (p. 22)


사랑한다는 말은 연애에 있어서 커다란 동력이 된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매끄러운 연애를 위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무기로 사용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 말에 담긴 의미를 포착하지 못하고 사랑과 사랑의 언어에 대한 허무에 빠지게 될 것이다. (p. 53)


말은 과정이고 행동은 결과이다. 혹시나 결과만을 원하는 사람일지라도 과정이 따뜻하고 아름답다면 더욱 충만한 감정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가끔씩 말로 인해 마음이 소란스러운 날들이 찾아온다면, 말을 상대방에게 건네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처럼 세심한 마음으로, 상대방이 이 선물을 받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궁금해하면서, 그렇게 단어를 고르고, 말투를 골라서, 정성껏 건넨다면, 우리의 말에서 향기로운 꽃이 만개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p. 135)





저자 : 오수영


연약한 마음은 나약함의 상징이 아닌 남들보다 섬세하게 세상을 관통할 수 있는 선물이라고 믿으며 살아간다.그 믿음이 바로 깨지기 쉬우면서도 결코 깨지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하며.


시인 오은


오수영은 신중하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을 슬로 모션으로 바라볼 줄 안다. 거기에서 마주하는 삶의 이면을 그는 외면하지 않는다.

거울에서 유리 조각의 날카로움을, 눈부신 추억 속에서 돌아갈 수 없는 회한을, 이사 갈 집을 둘러보면서도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찾을 생면부지의 누군가를 떠올린다. 엄마와의 마지막 산책이 될지도 모를 상황에서조차 엄마의 손을 처음 잡는 것처럼 꼭 잡는다. 깨질까 걱정되는 마음을 하나둘 헤아리며 그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깨지기 쉬운 마음을 위해서』에 실린 많은 글들이 사랑 끝에서, 이별 앞에서 쓰였지만 그것이 어떤 시작처럼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깨지기 쉬운 마음 앞에서 나는 잊기 어려운 표정을 마주한다. ‘진짜의 마음’으로 내일을 향해 이륙하는 사람의 당찬 얼굴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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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말을 쏘았다
호레이스 맥코이 지음, 송예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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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호레이스 맥코이가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대 실제 체험한 경험적 사실을 모티브로 쓴 『그들은 말을 쏘았다』는 출간 초기 대중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1940년대 중반 장 폴 사르트르, 앙드레 지드, 앙드레 말로 등 프랑스 작가들을 중심으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 소설을 가리켜 “미국에서 탄생한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이라고 극찬했다. 유럽에서 맥코이는 윌리엄 포크너, 존 스타인벡,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 작가로 주목받았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무명 배우 글로리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라톤 댄스 대회에 참가하지만, 정작 그곳에서 만난 삶은 끝없이 견뎌야만 하는 악몽이었다. 마침내 그것이 자신의 삶에 내려진 형벌임을 깨달은 글로리아는 자신의 파트너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이 지점에서 소설은 삶의 의미와 공허함을 보여준다.

서정적이면서 음울한 이 소설은 섬세하고도 적나라하게 삶의 아이러니와 공포를 그려내 맥코이 작품 세계의 정점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학적이리만치 적나라한 이 작품은 그 시절 사람들의 시대 인식이 진지하지 못했다는 오해를 바로잡아줄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오락거리처럼 구경하는 이 작품의 플롯은 토머스 홉스와 찰스 다윈의 머리에서 나왔을 법한 설정으로 서바이벌 ‘리얼리티쇼’를 연상시키며, 맥코이는 여기에 살인, 성폭력, 낙태와 같은 주제를 과감히 덧붙인다.

인물들의 삶은 실로 끔찍하고 혹독하며 허무하다.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가의 열정과 힘은 찬사받아 마땅하다. 이 소설은 작가가 샌타모니카에서 벌어진 마라톤 댄스 대회의 경비원으로 일할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1시간 50분 동안 춤을 추고 단 10분만 쉴 수 있는 마라톤 댄스가 실제로 있었던 행사라니 쉽게 믿기지 않는다. 지금 TV 리얼리티 쇼처럼 PPL(영화나 드라마에서 특정 제품을 노출시켜 광고 효과를 노리는 간접광고)이 그때 이미 있었단 것도 흥미롭다. 당시 마라톤 댄스 대회에 참가한 커플들이 후원사 이름이 크게 적힌 스웨터를 입고 춤을 췄다니 당시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롭다. 미국의 가장 어두운 구석으로 독자들을 데리고 가는 이 소설은 현대 사회에도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글로리아와의 인연은 조금 우습게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그때 그녀도 나처럼 어떻게든 영화판에 들어가려 애쓰는 신세였다. 그 만남이 아니었다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나는 지금도 그때 그녀를 보러 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혼과 근친 성폭력 등 비참한 삶을 살아온 글로리아. 우연히 놓친 버스의 정류장에서 로버트를 만나게 되고 둘의 운명은 시작된다.

대공황 시절이라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도 힘겨운 암울한 시기. 배경이 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들이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곤 삶의 단조로움과 무료함, 그리고 죽음뿐이다. 그곳에서 댄스 마라톤이라는 명목하에 참가자들이 수개월 동안 마지막 커플이 남을 때까지 원형 경기장을 끝없이 도는 행사가 열린다. 이 대회에 참가하면 숙식이 제공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글로리아는 로버트에게 한팀이 되어 출전할 것을 제안한다.





글로리아의 제안으로 로버트는 그녀와 함께 댄스 마라톤 대회에 커플로 참가하게 된다. 쉬지도 않고 끊임없이 춤을 추고, 대회 중간중간 마라톤 경주도 한다. 남녀 한 조가 커플이 되어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춰야 한다.

잘 수도 없고, 쉴 수도 없고, 오로지 10분의 휴식 시간에 세면과 식사, 수면을 해결해야 하는 광란의 대회. 심신이 피폐해진 버려진 영혼 같은 젊은이들의 무표정한 얼굴들. 삶의 목적이나 꿈도 상실한 채 오로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 그들을 이용하여 온갖 쇼와 볼거리를 제공하려는 흥행업자. 동물원처럼 우리에 갇힌 비참한 동물들을 구경하고 즐기기 위해 입장한 관객들. 이 모두가 한데 어우러진 총체적인 비극은 끝을 알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실제 일어났던 일이라고 믿을 수 없는 이 기괴한 댄스 마라톤 대회는 인생의 무작위와 불합리, 그리고 무의미를 완벽히 보여주는 삶의 축소판이다.

대회가 막바지에 이를수록 글로리아는 끝없는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그런 그녀를 애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로버트도 함께 절망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고 긴 암울한 현실의 터널 끝에서 작고 소박했던 그들의 꿈은 점점 사치로 변질한다. 소망하는 작은 평범한 삶조차도 버거운 그들에게 희망이 피어날까? 아니 헛된 꿈이라도 품어 보기는 한 걸까?

“나는 가만히 바다를 내다보며 할리우드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그곳을 가본 적이 있기는 했던가. 혹시 이 모든 게 꿈이어서, 곧 아칸소 집에서 깨어나 배달할 신문 더미를 안고 허겁지겁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건 아닌가.”





대회가 진행될수록 극도의 피로감에 꿈과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 추악한 인간의 욕망이 치부를 드러내며 처절하게 이어지던 대회는 몇 발의 총성으로 또다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죽어야만 끝날 것 같은 이 대회는 역설적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황망하게 끝이 난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우리의 삶처럼 이 대회는 막을 내리게 되고, 더는 삶의 의미가 없다고 얘기하는 글로리아. 그녀는 로버트에게 총을 건네고 마지막 부탁을 한다.


판사가 내 앞에 앉아 안경 너머로 날 바라보며 뭔가를 말하고 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안경을 관통하는 그의 시선처럼, 그의 말도 나오는 족족 내 몸을 관통해버린다. 판사의 안경이 그의 시선을 잡아두지도 가둬두지도 못하는 것처럼, 내 귀와 머리는 그의 말을 좀처럼 담아두지 못한다. (p. 176)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안개가 자욱한 바깥공기는 축축했지만 상쾌했다. 마치 내 폐가 맑고 묵직한 공기 덩어리를 한 입 베어 무는 느낌이 들었다. (p. 197)





마라톤 댄스 대회는 한때 해상 유원지의 무도회장으로 쓰인 대형 건물에서 열렸다. 바다에 말뚝을 박고 세운 다리 위에 지어진 건물이었다. 건물 아래로는 파도가 밤낮으로 철썩였다. 청진기로 심장 소리를 듣는 것처럼. 나의 두 발이 파도의 솟구침을 느낄 수 있었다. (p. 30)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었고 손님들은 신이 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라톤 댄스 대회에서는 언제라도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겨난다. 뭔가 일이 벌어지면 장내는 순식간에 들썩거린다. 이런 점에서 마라톤 댄스는 투우 경기와 비슷하다. (p. 51)


마리오가 살인죄로 체포되었을 때는 참 많이 놀랐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말 착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착한 사람이 살인자일 수도 있다는 게 이제는 이해가 간다. 나는 누구보다 글로리아에게 친절했다. 결국엔 그런 내가 총을 쏴 글로리아를 죽이고 말았지만. 그러니 착하다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p. 58)





바닥에 드리운 삼각형의 햇살 조각이 점점 쪼그라들었다. 마침내 삼각형이 작은 덩어리로 뭉개져 내 다리에 달라붙었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내 몸을 타고 위로 올라왔다. 그 작은 덩어리가 턱까지 올라왔을 때, 나는 그것이 내 얼굴에 최대한 오래 머무를 수 있게 발뒤꿈치를 들었다. 눈을 부릅뜨고 창밖 태양을 똑바로 응시했다. 하나도 눈부시지 않았다. 순식간에, 햇빛은 자취를 감췄다. (p. 64)


새로운 경험이란 건 없다. 어떤 일을 겪어본 적 없다거나 생전 처음 겪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에 불과하다. 무언가를 보거나 냄새를 맡고, 듣거나 느끼는 순간, 처음인 줄로만 알았던 그 경험을 과거에 이미 겪어보았음을 깨닫게 된다. (p. 80)





저자 : 호레이스 맥코이


미국 테네시주 인근의 가난한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열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주 방위 공군에 입대하여 프랑스에 파병되었다. 소설가가 되려고 신문사에 들어가 스포츠, 범죄 취재기자로 일했으나 부유층과 교류하면서 지나친 소비와 방탕한 삶을 보내며 가산을 거의 탕진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후 맥코이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마라톤 댄스 대회의 경비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한 소설 〈그들은 말을 쏘았다〉를 완성해 출간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 소설을 가리켜 “미국에서 탄생한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이라고 극찬했다. 유럽에서 맥코이는 포크너, 헤밍웨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 작가로 주목받았다. 새 소설을 집필하던 중 1955년 12월 쉰여덟 살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그의 아내는 그가 모아둔 책과 재즈 앨범을 팔아 겨우 장례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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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과 역설 - 본질을 알면 모순이 보인다
천공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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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과 역설』이라는 이 책의 제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통찰'과 '역설'의 뜻을 미리 숙지해야 한다.

통찰이 담고 있는 철학적, 이념적 뜻은 '역설'이라는 문학적 용어와 잘 어울릴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책 전체의 의미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사전적 의미라도 정확히 해두는 게 좋다는 의미에서 여기에 적어둔다.

두 단어 사이의 뜻에 혼란이 올 경우 책의 취지를 오해하는 우를 범해 저자 집필 취지에 반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통찰(洞察, insight) : 생활체가 자기를 둘러싼 내적·외적 전체 구조를 새로운 시점(視點)에서 파악하는 일. 문제 해결이나 학습의 한 원리이다. 시행착오와 대비되는 단어다. 통찰이 가능하려면 주위의 상황을 새로운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고쳐보는 것(知覺的 再體制化)이 필요하다고 한다.(두산백과사전)

역설(逆說, Paradox)참된 명제와 모순되는 결론을 낳는 추론. 표면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즉 자기 모순적이고 부조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해석의 과정을 거쳤을 때 그 의미가 올바르게 전달될 수 있는 진술, 곧 진실을 담고 있는 진술을 말한다.(문학비평용어사전)





이 책의 저자 천공의 이력이 사뭇 서먹해 미리 밝혀둔다. 어릴 때 고아원에서 자랐다. 33세 때 경남의 신불산으로 들어가서 무려 17년 동안 수행하다가 50세에 비로소 세상에 나왔다. 이후 정법시대문화재단을 설립하여 사회 전반에 걸친 부조리와 잘못된 관습을 무너뜨리기 위해 유튜브 강연을 시작, 6년 동안 무려 1억 8,000만 뷰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그의 강연은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 미국, 호주, 이탈리아 등 한인사회에 깊은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이 책 『통찰과 역설』은 상식에 갇혀서 삶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딜레마에 빠져 있는 국가와 사회, 개인에게 선견과 지혜를 던져준다.

테크노 사이언스가 발달한 산업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외롭고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 속에서 인간은 마음의 안식과 행복을 찾으려고 하지만 멀게만 느껴진다. 과연, 내가 찾고자 하는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바로 그 삶의 해법을 풀어주는 현자(賢者)가 마침내 우리 앞에 나타났다.

누구나 그렇듯이 인간은 시련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한다. 그런 과정에서 어떻게 나를 계발하고 성장시킬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다.

이 책에는 어려움에 빠진 지금의 나를 극복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 알차게 제시되어 있다.





도대체 그의 강의에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그가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내뱉는 말 속에는 일반적인 상식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의 생각의 오류를 바로잡는 날카로운 통찰과 비판적인 힘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나름대로의 해법을 찾을 것이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그의 강의는 주로 인간관계, 부부관계, 좋은 인연을 맺는 법, 운과 복을 부르는 행동, 그리고 사회와 국가가 행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잘못을 꼬집는 통렬한 비판이 핵심이다. 하지만 그의 강의는 결코 거창하지 않으며 또한 공허하지도 않다, 다만, 그 울림이 매우 강하고 독특해서 하루 종일 그의 유튜브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엄청나다. 그만큼 그의 강의 주제들은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매우 매력적이다.





책에 따르면 누구나 사회적인 증오, 혹은 대인관계의 갈등이나 원한을 풀 수 있는 것은 개인이 아닌 공적인 관계로 풀어보려 한다. '법대로 하자'가 바로 그것이다. 개인간 갈등이 심해지면 화해 에너지가 사라지고, 정신과 마음이 현실과 따로 노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를 모으면 작은 볼록 렌즈도 불꽃을 일으킬 수 있고, 모든 일은 사람의 에너지가 모여서 좋은 기운을 이뤄 성공의 핵심이 된다. 가족과 사람들, 조직간에도 에너지 흐름은 있다고 본다. 사실 우리는 매일을 인사하면 좋은 하루를 보내자고 하지 않는가.

좋은 운이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부단한 시간과 노력이 투영된 것이란 저자의 주장도 설득력 있다. '운이 좋아 성공했다'는 겸손하기 위해 축하에 대한 답례일 뿐이다.

"본질을 알면 모순이 보인다"는 저자의 주장처럼, 우리는 본질을 보려 하지만 주변의 아우라에 휩쓸리거나 자신의 선입견 때문에 시야가 가려 그 본질을 못 볼 때가 많다.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면 어떤 노력과 환경에 처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를 '대자연의 7가지 법칙'이라 칭한다.

1,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사람에게만 집중한다.

2. 타인에게 칭찬을 아끼지 말라.

3. 타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버려라.

4. 일등보다 중혀한건 좋은 인연을 만드는 것이다.

5. 지금 이 순간 곁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 해라.

6 사기꾼과 도둑이라도 배울 것은 배워라.

7. 자신의 진짜 얼굴은 오십부터 드러난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약속했다면 그에 대한 과거의 정보를 깨끗이 지워버리고 만나라. 그래야만 그에게 집중할 수 있다.

"과거가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며, 한 사람의 과거는 때론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근거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줄 수도 있으며 보통 우리는 사람에 대해 판단할 때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에 더 끌리기 마련이라 항상 이점을 명심해야 하겠다. 그래서 먼저 누군가와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될 때는 일단 선입견 없이 만나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올바른 기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지성껏 기도하면서 거기에 상응하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오직 기도만 해서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하는 건 진실한 종교가 아니라 거의 사이비 종교에 가깝다.

- p.229

가장 헛된 말이 ‘남을 용서한다.’는 말이다. ‘용서’의 반대말은 ‘복수’인데 원래 이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대자연만이 할 수 있다.

어리석은 인간의 지혜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분별력으로 누군가를 용서하거나 복수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 p.263





‘인복’이 진짜 많은 사람은 자신이 삶의 중심을 잃고 헤맬 때 바른 길을 가라고 귀싸대기를 올려서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그런 이가 곁에 많은 사람이다.

술을 잘 사주거나 선물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스스로 인복이 많다고 착각하지 마라.

- p.268

교수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선생님, 여여함은 어떤 상태를 말하고 깨달음은 무얼 말하는지요?”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저녁에 잠드는 것이 여여함이요, 이게 인생임을 느끼는 것이 깨달음입니다.”

교수는 갑자기 무릎을 탁 쳤다.

“선생님은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입니다.”

- p.286





사람은 기억의 동물이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뉘우치지 않는다는 건, 자신의 미래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이와 달리 자신이 한 실수나 잘못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사람은 성장할 수 있다. 불교의 참회나 기독교의 회개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가르침이다.

- p.320

진정한 깨달음은 무속이나 점이나 신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진정한 깨달음을 얻으려면 먼저 마음의 지혜가 열려야 하는데 진정한 수행자는 마음을 스스로 정화시켜서 지식을 통해 지혜를 증득한다. 따라서 진정한 깨달음은 신통이 아니라 청정(淸淨)한 마음에서 오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 p.326

스님에게 삼배를 하지 마라.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사람은 바로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이다. 그러므로 삼배는 자신의 부모님에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 p.32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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