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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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읽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빠져들고 빠른 전개와 흥미로운 추리로 좀처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일본 출판계와 문학 비평가들에게 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대한 평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이 같은 평가에 곧바로 수긍한다.

『숙명』은 일본에서1993년에 출간된 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5월 재번역되어서 새로 나왔다.

그는 이미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추리소설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독자도 그의 이번 소설이 처음은 아니다. 가깝게는 『아들 도키오』부터 『비밀』, 그리고 『나미야잡화점의 기억』이 있다.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추리소설 분야에서 특히 인정받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능력을 가진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그의 작품은 치밀한 구성과 대담한 상상력,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로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 독자를 잠시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히가시노 게이고는 첫 작품 발표 이후 20년이 조금 넘는 작가 생활 동안 35편이라는 많은 작품들을 써냈음에도 불구하고 늘 새로운 소재, 치밀한 구성과 날카로운 문장으로 매 작품마다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책표지도 예쁘다. 저택을 어두컴컴한 모습으로 추리소설다운 채색을 했다. 얼른 집어들게 만든다. 겉지를 펼치면 전체가 한 장의 만화그림같이 보이는 사진에 챕터 명을 적어넣었다. 출판사의 세심한 배려가 아닌가싶다. 책 자체를 고급스럽게 포장해 작품의 내용까지 높이는 보완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 같다.





“중요한 건 내게 어떤 숙명이 주어졌는가야.”

유명 대기업 UR전산의 대표이사가 살해당했다. 장소는 묘지, 흉기는 이전 대표였던 우류 나오아키의 유품인 석궁. 해당 사건을 조사하게 된 형사 와쿠라 유사쿠는 우류 나오아키의 아들이자 의사인 우류 아키히코와 다시 마주치며 기묘한 운명을 느낀다. 어린 시절부터 경쟁의식을 느껴왔지만 끝까지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바로 그 상대가 살인 사건에 연루된 것이다. 또한 아키히코의 아내이자 유사쿠의 옛 연인이며, 자신의 운명이 ‘실’에 조종당하고 있다고 믿는 미사코의 존재까지. 그들 세 사람 사이에 얽힌 끈질긴 숙명, 그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유명 대기업 사장이 화살로 살해된 충격적인 사건. 그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이 궁금증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지속된다.

긴장과 스릴만 넘치듯 가득차 있어서 오히려 피곤해지는 미스테리 추리소설이 아니라 긴장과 이완을 반복해가며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전개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하고 숨가쁘게 전개되는 사이 사이에도 여유를 느끼고 미소 지을 수 있는 인간적인 따뜻함이 느껴지는 서사라 흥미롭고도 편안하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전혀 루즈해지지는 않아서 일단 펼치면 손에서 놓기가 어렵다. 이 책 보고나니까 작가의 다른 책들도 계속 이어서 보고 싶다.





요즘 미사코는 새삼스럽게 궁금한 게 있다. 아키히코는 어째서 자기를 아내로 선택했을까, 하는 것이다. 그라면 어떤 여성이든 아내로 맞을 수 있었을 터다. 아무런 장점도 없는 평범한 자신을 고를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어쩌면, 하고 미사코는 생각한다.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실이 아닐까. 그 실이 아직 존재하고 있어서 지금도 내 인생을 조종하는 게 아닐까…….

- p.36


“난요, 유언장 쓸 때 아빠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아요.”

소노코는 백팔십도 달라진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남편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다른 남자와 불륜에 빠진 아내한테 법대로 유산을 물려줄 수 없다. 내 자식은 역시 아키히코뿐이다, 아빠는 이렇게 생각한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는 무시당했다고 소노코는 말했다. 그를 배신한 여자의 자식이다. 그 여자의 피가 흐르는 자식들은 나오아키에게 증오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 pp.48-49





사체는 묘비를 껴안는 듯한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이마가 깨져 붉은 피가 흘렀지만, 쓰러지다 부딪친 것으로 추측된다. 복장은 묘지에 어울리지 않게 파란색 트레이닝복이었다.

묘 앞에 공양한 하얀 꽃이 떨어져서 꽃잎이 사체 발밑에 날리고 있었다.

- p.75


유사쿠는 가슴이 쓰렸다. 위(胃)에 납을 채워 넣은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권총을 대신한 손가락을 ‘우류’ 두 글자에 맞추고 유사쿠는 가공의 방아쇠를 당겼다.

- p.80





자기하고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이상하게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 그 인물에게 매력을 느낀 것도 아니고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째선지 그 얼굴을 보면 마음이 어수선해진다.

유사쿠에게 그 소년은 그런 존재였다.

- pp.82-83


“중증 뇌전증 환자 치료법으로 좌우 뇌를 잇는 뇌량을 절단하는 수술이 있죠. 그런 사람들을 분리 뇌 환자라고 합니다. 이 사람들은 평소에는 보통 사람과 다름없는 생활을 합니다. 그렇다면, 수술할 때 자른 그 뇌량은 왜 머리에 존재하는 걸까요. 그래서 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우뇌와 좌뇌에 다른 의식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 거죠.”

- p.285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1958년 2월 4일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곧바로 일본 전자회사인 '덴소사'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활동하며 틈틈이 소설을 쓴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1985년 『방과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했고 이를 계기로 전업작가가 되었다. 이공계 출신이라는 그의 특이한 이력은 『게임의 이름은 유괴』에서도 인터넷의 무료메일, 게시판, 불법 휴대전화, FAX, 비디오 카메라 등 하이테크 장비를 이용해 무사히 몸값을 받아내고 유괴를 성공해내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과적 지식을 바탕으로 기발한 트릭과 반전이 빛나는 본격 추리소설부터 서스펜스, 미스터리 색채가 강한 판타지 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이 중 상당수의 작품이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비밀』로 1999년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 초에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과 제6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소설부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제7회 중앙공론문예상, 2013년 『몽환화』로 제26회 시바타렌자부로상, 2014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제48회 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제까지 나오키 상에 『비밀』, 『백야행』, 『짝사랑』(片想い), 『편지』(手紙), 『환야』(幻夜)등 다섯 작품이 후보로 추천받은 바 있으나 전부 낙선하여, 나오키 상과는 인연이 없는 남자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여섯 번째 추천작 『용의자 X의 헌신』으로 결국 상을 거머쥐게 되었다.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중앙공론 문예상을, 2013년 『몽환화』로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기도의 막이 내릴 때』 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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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는 당신 - 한국가요 100년, 주옥같은 명곡들에 얽힌 이야기
주현미 글, 이반석 정리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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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란 장르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누구나 나이는 먹잖아요. 젊어선 클래식만 들었다던 분들도 나이 먹으니까 트로트가 좋아진다고..."

가수 주현미가 최근 모 신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독자는 트로트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최근의 트로트 열풍은 갈등을 겪던 신구세대간 화합이라고 그 의미를 확대하고 싶다.

트로트는 옛날 세대, 아이돌음악은 신세대의 전유물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아이돌세대가 트로트에 손을 내밀었다.

이에 화답하듯 트로트세대와 가수 등 종사자들은 우리 전통정서에 자신들의 노래 실력으로 합을 맞춰다는 의미 부여를 한다.

그 점이 트로트 애호가로서만 아닌 2020년 대한민국 현재를 살아가는 보통 정서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트로트 열풍을 평가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도 『추억으로 가는 당신』을 펴낸 주현미의 역할은 매우 크다.

2018년 유튜브 채널 '주현미 TV'를 개설, 한국 트로트사(史)의 아카이브를 구축해온 그가 유튜브 콘텐트와 자신의 음악인생을 정리해 에세이를 펴냈다.

가수 주현미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친다. “사연 속 노래를 ‘트롯신’ 주현미의 목소리로 들려드립니다.”

대한민국 가요계의 살아 있는 역사 주현미. 그녀는 최근 ‘SBS 트롯신이 떴다’, ‘TV조선 미스터트롯’을 통해 트로트의 여왕임을 입증했으며, 유튜브 채널 ‘주현미TV’에 올린 전통가요 영상들이 조회 수가 2,000만을 돌파해 현재 트로트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추억으로 가는 당신』은 가수 주현미가 한국가요 100년 사를 노래하고 자신의 음악 인생을 들려주는 첫 에세이다.

음악 오디오와 글이 결합된 최초의 책으로, 책 속 QR코드를 찍으면 책을 읽으면서 명곡들을 감상할 수 있다.





"요즘처럼 스포트라이트를 안 받았을 뿐, 그동안도 늘 트로트 공연을 찾아오고 응원해주신 팬들이 많았다"고 주현미는 말한다.

최근의 트로트 열풍이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는 믿음과 자부심을 내보인다.

1985년 '비 내리는 영동교'로 데뷔, '신사동 그 사람' '짝사랑' '잠깐만' 등의 히트곡을 내며 '트로트의 여왕'으로 35년 노래 인생을 이어온 그답다.

첫사랑이 떠오르는 노래, 청춘이 생각나는 노래, 어머니가 젊은 시절에 흥얼거리던 노래…. 옛 노래는 지난 세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추억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부르지 않으면 잊히는 옛 노래들을 지켜보며 안타까웠던 사람. 대한민국 가요계의 산증인이자 살아 있는 역사인 주현미는 정통 트로트의 계보를 이어오며 전통가요를 보전하기로 결심한다.





불후의 명곡들을 골라 가사를 복원하고, 그것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대중으로부터 신청곡과 사연들을 받기도 했다.

기타와 아코디언으로 꾸민 단출한 반주에 주현미의 청아한 음색이 더해지니 다시 불린 옛 노래들은 반응이 뜨거웠다.

유튜브 ‘주현미TV’에 일주일에 2번씩, 1년 반 넘도록 꾸준하게 올린 가창 영상은 작품마다 댓글이 1,000개 가까이 달리고 전체 조회 수가 2,000만을 넘었다. 그렇게 수집한 노래들이 어느덧 100여 곡, 그 자체로 하나의 ‘아카이브’가 되었다.

이 책의 특장점은 주현미가 데뷔 35주년을 맞이해 ‘비 내리는 영동교’, ‘신사동 그 사람’, ‘짝사랑’, ‘추억으로 가는 당신’ 등 히트곡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최초로 공개한다는 것이다. 그녀가 중학생이던 시절 청계6가에 위치한 오아시스레코드에서 노래 연습한 이야기, 남대문시장의 리어카 사장님에게 ‘쌍쌍파티’ 수록곡을 불러준 사연, 고운봉, 한복남, 최숙자, 백설희 선생님과 무대 뒤편에서 있었던 일화, 데뷔 후 10년간 첫 휴식기를 가지면서 했던 고민들, 오늘날 가수 주현미가 있도록 도와준 남편과 백봉, 김영광, 정주희 선생님들과의 추억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전통가요는 개인의 추억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6.25전쟁, 8.15광복 등 대한민국의 굵직한 역사를 담아내며 오랜 시간 발전해왔다.

주현미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옛 노래와 그에 얽힌 사연을 읽고 더 단단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한다.

“이제 ‘주현미’의 노래가 아니라 ‘여러분’의 노래가 되어 함께 감상하고 따라 불렀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대로 책에는 원곡 가사 전문과 노래 50곡이 수록되어 있다. 소중한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 주현미의 노래 50곡이 수록된 QR코드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노래도 감상할 수 있다.

주현미라는 음색 독특하고 개성있는 가수가 1920년부터 2020년까지 100년이 지나도 우리 한국 사람들의 정서와 한이 서린 애환 속에서 즐겨 듣고 불후의 명곡 50곡을 엄선했다. 사연 속에 노래와 글을 읽고 나면 QR코드를 통해 생생하게 주현미TV 영상으로 다시 듣을 수 있다. 책과 노래를 한꺼번에 생생하게 읽고 즐길 수 있는 도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첫 순서로 누구나 첫사랑의 아련함과 젊은 청춘처럼 '청춘은 봄 맞더이다'

첫 곡으로 1953년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는 노랫말처럼 책에 소개된 주현미TV 구독자의 사연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과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떠 오른다"는 내용이다. 어린 시절 장터에 나가신 어머님을 기다리면서 부르던 노래로 오래 전 고국을 떠나 멀리 호주에서 살면서 한소절 한소절 고향을 그리워하며 위로를 받고 불렀던 노래라는 사연과 함께.

노래의 모티브가 된 유래는 가사를 쓴 손로원의 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사별하고 아들의 방랑을 이해하면서도 아들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결국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유언을 남긴 말이 모티브가 되었다는데 "로원이 장가 드는 날 나도 연분홍 치마와 저고리를 장롱에서 꺼내서 입을 거야. 내가 열아홉 시집 오면서 입었던 그 연분홍치마와 저고리를..." 눈물이 핑 돈다. 그렇게 쓰여진 가사라는 점을 알고 들으니 더욱 애가 끓는다. 아프고 한이 승화된 노래말이 구슬픈 음색의 주현미가 들려주는 노래에 몰입도도 높아지고 종내 독자도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 정도다.





루마니아 작곡가인 이오시프 이바노비치의 작곡인 '사의 찬미'. 원곡은 제목이 '도나우강의 잔물결'로 힘찬 행진곡과 팡파르 곡으로 작곡됐다고 한다. 1880년도 4분의3 박자의 왈츠 행진곡을 1926년도 윤심덕에 의해 느린 템포의 비극적인 느낌으로 바뀌었다. 일제 강점기 아래 우리 민족의 심정으로 암울했던 감정과 딱 맞아 떨어져 지독하고 치명적인 사랑의 아픔을 가슴 먹먹하게 전했다. 독자도 한때 이 노래를 많이도 불렀음을 고백한다.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곳 그 어디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절망적인 일제 강점기에 흙먼지 휘날리는 망망대해 드넓은 들판에 거칠게 달려가는 인생살이. 그 시절 목적도 희망도 없이 고통 속에 살아가는 심정 표현이 그대로 전해온다. 마음 둘 데 없는 외롭고 허전하고 험악한 삶을 살아낸 우리 민족이 표정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바다처럼 과연 사람들이 그리고 찾으려고 애태우던 대상은 무엇이었을까.

윤심덕과 유복한 가정의 김우진이 일본 시모노세키를 떠나서 부산항으로 오는 배 위에서 망망대해 현해탄으로 몸을 던져서 자살했다는 비극적인 사실이 두 사람의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시대적 아픔이 겹치면서 슬픔과 분노가 가슴에 쌓이기도 한다. 이 노래의 히트는 역설적으로 그 시절 콜롬비아 레코드사와 빅터 레코드사가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음반 산업을 이끌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주옥 같은 노래말 속에 우리가 몰랐던 사연과 눈물과 사랑과 이별이, 그리움과 추억과 원망 속에서도 전해졌다는 사실은 우리 가슴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 그런 시절을 견디며 버티고 살아낸 우리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삶에 대한 태도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되고 앞날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자신은 아니더라도 좀 더 좋은 세상이 와서 자식들이, 후손들이 잘살 수 있다면 지금 자신들이 겪는 고통은 고통이 아니고 보람 있는 삶이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스며들어가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함께 부르며 격동의 세월을 살아낸 노래들이 얼마나 우리 삶에 보탬이 됐나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주현미의 책 펴낸 동기도 트로트 정리와 그런 정신을 밝히고 남겨야 한다는 가수로서의 사명감이 발단이 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트로트의 여왕'이라는 칭호가 노래만 잘 부른다고 붙여지는 게 아니구나 하는 느낌도 강하게 든다. 이 책은 좋아하는 트로트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자 더 좋아하게 되고 '그렇게 깊은 뜻이 담겨 있구나' 하는 인식을 하게 돼 큰 보람이다. 앞으로 트로트를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저자 : 주현미


어렸을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듣고 곧잘 따라 불렀다. 11살에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MBC 이미자 모창대회에 출연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1975년 중학교 2학년 때 작곡가 정종택에게 노래 레슨을 받으며 가수를 꿈꿨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학업에 집중한다. 중앙대 약대를 졸업하고 약국을 개업해 운영하던 중 흘러간 히트곡을 녹음한 앨범 ‘쌍쌍파티’를 내며 가수로 데뷔한다. 당시 하루 평균 1만 장이 넘게 팔리며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다. ‘비 내리는 영동교’(1985)와 ‘신사동 그 사람’(1988), ‘짝사랑’(1989), ‘잠깐만’(1990)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당대 연말 가요시상식 대상 을 휩쓴다. 1980년대 대한민국 가요계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며 정통 트로트의 계보를 잇고 있다. 데뷔하고 35년 간 정규앨범 19집을 낸 그녀는 명실상부 한국가요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전설이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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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화 DNA - 제자 삼는 제자가 되기 위한 실제적 지침서
로비 갤러티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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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는 독자는 종교인이 아니다. 신앙을 가져본 적도 없다. 흔히 말하는 무신론자인가. 그러나 무신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은 계시되 인간을 간섭하지 않는다.

바르게 살도록 두뇌도, 손도 주신 이후 인간 삶에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간섭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신앙에 무지해서 그럴 거라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삶에 정직하고, 될수록 남에게 피해 입히지 않게 살려고 노력한다.

스스로 자화자찬하기 위해 꺼낸 말이 결코 아니다. 최소한 사람이 만든 종교, 그것도 수백~수천 년 이어온 종교는 모두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예수, 석가, 마호메트 등이 이에 속한다. 또 종교는 아니라지만 공자도 성인으로 존경한다. 모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수천 년간 지속돼온 명쾌한 답을 주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성경, 불경, 코란(일부)도 읽어봤다. 신자처럼은 아니지만 번역된 것 부분 부분씩. 그러나 모두 옳은 말씀을 적어놓은 책들이라 특정 종교, 특정 경전만 믿고 따른 것이 아니다. 그래서 신앙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약간 독특하다. 그리스도의 제자란 열두 제자만 아는 독자로는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모든 이들은 제자가 될 수 있다.

'제자화'란 말도 처음 들었다. 거기에 『제자화 DNA』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난감했다.

책을 읽은 동기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제자의 말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좀 힘들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저자의 이력이나 책에 써놓은 얘기들에 신뢰가 가면서 마지막까지 읽는 데 힘이 됐다.





책에 따르면 예수님의 첫 사역은 열두 명의 제자를 찾아 부르신 것에서 시작한다. 부활하신 후 지상에서의 마지막 순간까지 제자들을 찾아가 양육하심으로 복음이 세상에 흘러갈 수 있도록 사명을 주셨다.

예수님의 첫 제자들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까지 복음이 전해진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복음이 우리에게 온 것은 또 다른 이에게 전해지기 위함이다.

저자 로비 갤러티는 도둑질과 마약을 판매하고 온갖 세상의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녔다. 그 누구도 그가 변화되어 그리스도의 참 제자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가 변화된다면 기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 같은 책을 쓸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삶을 그대로 내보인다.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바뀔 수 없었던 삶이 예수를 만나, 복음을 받아들여 완전히 새로워졌다. 그 인생의 변화를 도와준 것이 ‘제자 삼는 제자화’였다. 이 책에는 저자가 경험한 제자화가 모두 담겨 있다.



이 사진은 책에 있는 사진이 아니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서평 작성자가 임의로 선택 게재한 것입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앞서 말한 저자의 기적과 같은 삶에 대한 이야기다. 그의 삶에 전해진 복음의 초대장. 그에게 전해졌던 제자가 되는 초대장이 이제 당신의 손에 들렸다.

2부는 제자 훈련의 정의, 필요성과 예수님이 보여 주신 제자화, 영적 훈련을 간과하기 쉬운 이들에게 경각심을 울리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3부는 제자화를 위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C.L.O.S.E.R라는 방법을 사용해 제자 삼는 제자화를 실천 방법을 알려 준다.

3부를 읽고 잘 따라하는 것이 제자화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제자화를 돕는 여러 자료들을 포함하고 있다. 저자의 세심하고 사려 깊은 마음과 열정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많은 부록을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 몸속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복음에 대한 열정과 사명 전파의 피가 흐르고 있다.(이 부분은 독자 생각과 약간 부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기적인 기독교, 나만의 기독교에 갇혀 있지 말고 세상을 향해 첫걸음을 떼어 볼 수 있길 기대한다. 크리스천으로서 제자로 성장하고 다른 제자들을 키우는 일에 사용되기 위해 창조되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 일은 그 어떤 일보다 귀하고 생명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스도가 주신 사명을 잘 완수하고 밝게 웃으며 예수님과 마주하는 그날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한 번 읽고서 책장에만 꽂아 둘 것이 아니다. 제자들을 키우기 위한 지침서로서 두고두고 활용해야 한다.

밑줄을 긋고, 여백에 메모를 하고, 수시로 꺼내서 보고 묵상하라. 이 책을 공부하는 것은 당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물론 당신에게도 유익이지만 나중에 당신이 제자로 훈련시킬 사람들에게도 유익이다.

훗날 당신을 통해 흘러나온 복음을 받아들일 사람들을 위해서 이 내용을 배워야 한다.

꼭 메모를 하면서 읽기 바란다. 사람은 들은 것을 20분 내에 40퍼센트를 잊어버리고, 일주일 뒤면 겨우 20퍼센트 정도밖에 머리에 남지 않는다고 한다. 적지 않으면 쉽게 잊어버린다. 그렇게 잊어버리면 어떻게 배운 것을 남들에게 전해 줄 수 있겠는가!

사도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적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우리가 그것을 읽을 수 있겠는가.

- 본문 중에서





저자 : 로비 갤러티


테네시 주 헨더슨빌에 있는 롱할로우침례교회(LONG HOLLOW BAPTIST CHURCH)의 담임목사이며, 제자 삼는 사역을 위한 ‘리플리케이트 미니스트리’(REPLICATE MINISTRIES)의 회장이다.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 교외의 섈멧(CHALMETTE)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도둑질과 마약 판매를 일삼으며 방황하던 그는 데이비드 플랫 목사를 비롯한 복음 전도자들 덕분에 예수의 제자가 되었다. 예수님과 함께하는 삶에 감격하며 다른 이들에게 복된 소식을 전하려는 열망을 품었다. 이런 열망으로 뉴올리언스침례신학교(NEW ORLEANS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M.DIV, TH.M, PH.D)에서 공부했고 졸업 후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서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제자 삼는 제자’로 이끌었다.

테네시 주 채터누가 브레이너드침례교회(BRAINERD BAPTIST CHURCH)에서 담임목사로 사역할 때(2008-2015) 전교인들에게 ‘제자 삼으라’는 예수님의 거룩한 부르심에 동참할 것을 독려했고, 이를 위한 전략을 계발하고 소그룹을 만드는 ‘그로잉업’(GROWING UP)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로 인해 2008년 100개였던 제자 그룹이 2015년에는 1,100개까지 늘어나는 부흥을 경험했고, 그 열매가 바로 이 책 《제자화 DNA》(GROWING UP)이다. 이 캠페인은 현재 담임하고 있는 롱할로우침례교회에도 이어지고 있다. 저서로는 《한눈에 읽는 본문이 이끄는 본문이 이끄는 설교》(아가페북스)와 REDISCOVERING DISCIPLESHIP(제자화 재발견)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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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 - 독립적인 인생을 위한 용기
미하엘 보르트 지음, 최대환 옮김 / 파람북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멋진 부모, 좋은 자녀가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어떻게 할까. 책을 찾아 읽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책을 읽고 좀 더 나은 부모, 좋은 자녀가 될 수 있도록 쓴 책이 나왔다.

『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은 독일의 예수외 신부이자 고대철학 윤리학의 거성인 미하엘 보르트갸 썼다.

도발적인 제목이 먼저 눈에 띈다. 제목 위에 '독립적인 인생을 위한 용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수년 전 국내에도 돌풍을 일으켰던 『미움받을 용기』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부모를 왜 실망시켜야 하며, 어떻게 건설적인 방식으로 실망시킬 수 있는지를 다룬다.

우리는 왜 부모를 실망시켜야 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부모에게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인격체로서 자신에게 어울리며,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일반적으로 부모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자녀의 인생에 디딤돌이 아닌 걸림돌로 작용할 때가 많다. 자녀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기대와 주장은 부모 자신이 늘 분명하게 의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요구와 갈망, 필요와 두려움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를 '잘 실망시키기' 위해 저자는 두 가지 개념어를 빌려 온다. 하나는 영국 시인 데이비드 화이트가 표현한 "씩씩하게 상처받을 수 있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대해 선을 그을 때 따라오는 갈등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내면의 태도를 말한다.

또 하나는 로제 슈츠 수사(修士)가 말한 "화해한 마음으로 싸운다"이다. 갈등에 뛰어들 때

화와 분노, 내 안의 폭력성을 주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갈등을 감수하는 것이 옳다는 확신에 근거해야 한다는 뜻이다. 화해한 마음으로 싸운다는 것은 자신과 화해한 사람이되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입힌 상처들을 나의 내적 실재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다른 사람을 피해갈 필요가 없다.

저자는 총 11장에 걸쳐 어떻게 부모를 건설적으로 실망시키고 고유한 삶을 살 수 있을지에대해 철학자의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

실망이란 무엇이며, 우리 삶에 어떻게 작용하고, 타인과의 관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피력하고, 독자 스스로 자신에게 걸맞은 방법을 찾아 나가도록 이끌어 나간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평화를 발견하는 사람만이 내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자유롭다는 것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 부모에게 종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로부터 독립적인 존재가 되면 부모의 생각에 구애받지 않으며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스스로 행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최상의 경우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고유한 인생을 사는 것은 언제나 경계를 긋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더욱 잘 어울리는 인생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부모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삶이란, 사실 나 자신에겐 괜찮지 않은 삶일 수도 있다.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향한 애정과 사랑을 거두어들일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안고 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 관계가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우리는 상대방을 실망시킬 위험을 감수하기를 주저한다.

특히 끈끈한 유대 관계로 맺어진 부모와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저자는 다른 사람을, 특히 자신의 부모를 건설적으로 실망시킬 수 있는 능력은 장인의 기예로 표현하며 ‘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을 익히고 어떻게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통찰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어려운 학술서나 난해한 철학책이 아니다. 제목이 알려주듯 일상과 삶의 태도에 관한 유익하고 실용적인 안내서이다. 치밀한 논증과 문헌적 전거, 혹은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서 독자에게 과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친절하게 초대하는 책이다.

저자 미하엘 보르트는 인생의 본질을 바라보려 애쓰고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길을 차분히 생각하도록 초대한다.

일상을 관찰하는 눈을 밝게 하고 내면의 감정이 말하는 것을 더 잘 경청하며,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좀 더 깊이 숙고할 수 있기를 권하고 있다.





『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은 제목이 알려주듯 일상과 삶의 태도에 관한 유익하고 실용적인 안내서입니다. 치밀한 논증과 문헌적 전거, 혹은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서 독자에게 과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친절하게 초대하는 미덕을 가진 책입니다.

그렇다고 달달한 위로나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경구들을 모아놓은 책은 아닙니다.

자신의 주관적 경험을 달변으로 담아놓은 책도 아닙니다. 저자 미하엘 보르트 교수는 인생의 본질을 바라보려 애쓰고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길을 차분히 생각하도록 초대합니다. 일상을 관찰하는 눈을 밝게 하고 내면의 감정이 말하는 것을 더 잘 경청하며,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좀 더 깊이 숙고할 수 있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옮긴이의 말 ― 자신만의 ‘삶의 기술’을 들여다보는 시작점」 중에서





부모와 화해하는 것은 실제로 부모와 무난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로 의존적인 관계이므로, 자녀는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자신의 주체성은 매우 제한된 정도만 영향력을 미친다.

주체적 삶을 살지 못하면 부모와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연결되고,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살아가기 힘들게 하는 내적 역동성이 생기는 것이다. 별 탈 없이 부모와 무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해서 이러한 역동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p.18)

「부모를 실망시키고 자유로 가는 길」 중에서


이상향을 추구하는 것은 언제나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을 간과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좋은 결심들이 데려가는 ‘지옥’은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할 때 스스로에 대해 내리게 되는 판단, 자기 자신 안에서 만나는 부정적 자아상 등을 의미한다. 결국에는 이제 좋아지기는 결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기분만 쌓여갈 뿐이고, 자신은 결심한 바를 해낼 수 없는 사람이라는 자괴감만 커진다. (p.37)

「자기 자신 알아가기」 중에서





“화해한 마음으로 싸운다.” 정말 그렇다. 인생에 있어 싸울 줄 아는 것은 중요하다. 달리 말하자면, 갈등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압박과 화와 분노, 또는 내 안의 폭력성을 주체하지 못해서, 갈등을 통해 이러한 부정적 에너지를 표출하고 후련해지고 싶어서 갈등 상황에 발을 들이는 것이 아니다. 갈등에 뛰어드는 것은 사실에 근거해볼 때 이러한 갈등을 감수하는 것이 옳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에게 중요한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갈등을 화해한 마음으로 견지해간다. (p.91)

「씩씩하게 상처받을 수 있는 힘」 중에서


나는 자신이 자녀들의 좋은 친구라고 자부심에 차서 말하는 부모들을 종종 보았지만, 부모가 좋은 친구 역할을 하는 것을 편안해하는 자녀들은 본 적이 없다. 이러한 역할 부여는 사실 자녀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심지어 자녀를 통제하고 관계의 안정성을 지키기를 원하는 부모의 필요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자녀와 부모 사이의 관계가 좋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좋은 친구 같은 관계는 아니다. (p.110)

「사과는 너무에서 먼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 중에서





“사과는 나무에서 먼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자녀들이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긴 하지만, 그들은 때때로 자신에게서 결코 좋아할 수 없었던 부모의 특징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한 번쯤은 부모의 걱정과 약점을 거울로 삼아 자신이 거절하고 심지어 싸우기까지 했던 부모들의 특징들이 자신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또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 꼭 필요하다. (p.112~113)

「사과는 너무에서 먼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 중에서


진정 어린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우리의 힘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있는 것을 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 자신과 고유하고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을 자신의 잠재력과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아마도 여러분은 자신과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들에서 화해를 이루어낸 사람들을 알 것이다. (p.141)

「새로운 관계의 시작」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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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칵, 보고 싶은 네가 쏟아지는 시간
정예원 지음 / SISO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책의 첫 머리부터 마지막까지 관통하는 단어는 '사랑 이별 삶'이다.

누구든 살아 있는 동안 경험하는 것들이다. 편의상 3개 부분으로 나뉘었을 뿐 모두 살면서 겪는 일이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살아가고'를 경험하는 동안 느끼는 감정을 그때그때 적었다.

저자의 시선은 시종일관 '그'를 향해 있다. 혼잣말 같기도 하고, 차분한 감정으로 쓴 것 같기도 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감정 표현이 굉장히 솔직하다는 점이다. 독자도 쉽게 공감했다. 같은 경험이 있어서가 아니라 진솔한 표현 때문이다.

늦은 밤 여기에 있는 글을 읽다 보면 제목처럼 『왈칵, 보고 싶은 네가 쏟아지는 시간』으로 수렴된다.





“보고 싶어...”

때로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진심으로 와 닿는 말이다.

제목만 봐도 무슨 감정인지 괜히 울컥하며 뭔가가 올라오는 느낌이다. 『왈칵, 보고 싶은 네가 쏟아지는 시간』.

SNS를 통해 매일 한두 편씩 인연과의 사랑, 이별, 삶을 주제로 글을 써온 정예원 작가의 첫 에세이다.

누군가 내 마음에 쏟아져 내리는 그때, 사람과 사랑에게 상처받았을 때, 문득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워질 만큼 좌절감이 밀려올 때 한 편 한 편 적어 내려간 글이 모여 『왈칵, 보고 싶은 네가 쏟아지는 시간』으로 엮였다.




표지 안쪽에 작가는 프로필란에 다음 글을 적었다.


여름보단 겨울을 좋아하고,

봄 가을의 한강을 연모합니다.

세상 모든 것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게 취미이며

인연과 운명을 믿지 않을 자신이 없습니다.

이성보단 감성과 아주 친밀하고 취향이 강합니다.

누군가 한 사람을 이다지도 좋아하고 사랑했으며

그들로 인해 적고 또 적었습니다.

또, 앞으로도 그러한 삶을 살아갈 것 같습니다.

제 세상의 한 귀퉁이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누군가의 일상이 그득히 담긴 글을 읽다 보면 ‘결국 다른 이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며 자신의 세상을 적어 내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또 나와는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듯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게 되는 순간에는 그들과 다른 나의 머릿속을 끄적이고 싶게 된다.

그런 모든 순간에 적힌 글들이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과 함께 『왈칵, 보고 싶은 네가 쏟아지는 시간』에 담겨 있다.

무수히 쏟아지는 단어들 사이에서 ‘나도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또는 ‘이 사람은 이런 감정을 느끼며 사는구나.’ 하는

마음이 함께 일렁여 넘쳤으면 하는 마음으로 펴낸 작가의 첫 에세이다. 두고두고 꺼내 읽어도 좋을, 누군가가 유난히 그리워지는 날 함께하면 좋을 그런 책이다.





사랑의 다양한 감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감성이 넘치는 에세이다.

에세이의 표지가 새벽이 오기 직전의 밤 느낌, 그리고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오롯이 사랑에 빠져 있을 때의 다양한 감정을 여러 글에서 아낌없이 표현한다.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예술가가 된다고 하지만, 비유가 참 개성 넘치고 신비롭다. 작가의 글솜씨겠지만 타고난 감성 표현이 탁월한 것 같다.

이 책은 1부가 ‘사랑하고’ 이고 2부는 ‘헤어지고’이다. 달콤하고 설레던 사랑의 순간과 함께 가는 이별에 대한 다양한 감정의 슬픈 글들이 많다. 그냥 써 내려간 것이 아닌 저자의 실제 체험과 느낌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보인다.





삶은 곧 사랑이고 사랑은 곧 우리 삶이라고 생각한다. 단 하나도 양보할 수 없이 사랑으로 가득 찬 삶을 산다는 것은

그만큼 푹 젖어 삶을 진정 누리고 산다는 말이 될 것 같다. 오래 전부터 무심하게 지나갈 수 없을 만큼 절절하고 삶으로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찬 이야기를 전하던 작가다.

당연하게 인스타에서 많이 읽는 글이지만, 더욱 깊게 읽고 느끼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는 사랑만이 전부가 아닌 내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슬픔, 삶 등에 관한 이야기니까.

무엇을 시작하고 나아간다는 것은 그 두근거림이 이미 삶에 충만하고 보상이 되는 이야기 같다. 책을 읽으며 그 두근거림을 멈출 수가 없다.

아무렇지도 않던 단어가 설렘이 되고 행복이 되는 시간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더욱 사랑에 빠지고 혼자인 사람이 읽는다면 다음 사랑에 얼마나 많이 설레고 행복할지 기대하게 만드는 시간이 될 것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이, 그리고 그런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또 얼마나 인생을 깊게 만드는지 저절로 느껴진다.





사랑이란 게 이런 걸까?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느껴지는 "나도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가 솔직한 마음이다.

햇살 좋은 곳에서 두고두고 시간을 천천히 보내며 아껴 읽고 싶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사랑은 항상 밝은 것 같지만

그런 사랑을 하며 느끼게 되는 진실되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는 마음부터 힘들고 외로운 마음까지...

언제 이렇게 사랑이 그리움으로 가득했던가, 지난날을 생각해보게 되고, 추억이 떠오른다. 그땐 나도 이랬나. 그 사람의 마음도 이랬을까. 문득 아득히 멀어졌던 감정들이 떠오르며 그때의 생각에 빠져들게도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지난 사랑을 추억하며 사랑으로 가득했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감정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이토록 기분 좋은 일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또한 누군가와의 사랑이 전부가 아닌 나 자신을 사랑하고 더욱 생각하는 시간이 된 것 같아 좋다. 따뜻하고 다정한 시간이어서 참 좋다.





이미 제멋대로 너와 나를 함께 상상하고 그 피어오르는 애틋함에 그게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는데요.( p. 41)

매일 너에게 뒤척이게 만들면 어쩌나요. (p. 73)

딱히 잠에 오지 않는 밤엔 난데없이 너에게 봉변을 당한다. (p. 158)

있잖아,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 다르기도 하면서 또 그만큼 똑같기도 해. (p. 191)

“그래요. 저리 먼 곳에서 빛나는 것도 희미하게나마 내게로 도달하고 내가 완벽한 타이밍에 그곳을 올려다봐 내 눈에 들어온 이 찰나도 허락되는데, 그것보다 훨씬 가까운 당신이 나와 닿지 않을 법은 없습니다. 열심히 달려가는 중입니다. 내 글이 당신의 눈에 닿을 때까지. 그때 당신은 완벽한 타이밍에 이 글을 보러 눈을 들어줘요. 희미하게나마 우리가 닿을 그 순간을 위해, 난 지금도 당신을 떠올리는걸요.”

- 에필로그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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