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법 - 관용, 인간관계의 고통을 없애줄 확실한 키워드
백강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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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타인과 크고 작은 부딪힘의 연속이다. 이런 부딪힘을 어떻게 서로 너그럽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관계가 끊어질 수도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갈 수도 있다.

독자는 관용이란 말을 이해하기 전부터 양보를 잘 하는 편이었다. 갈등이 생길 경우 그와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면 양보하고 말았으니까. 그래서 '사람이 순해 빠져 이 세상을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많다. 성격이 너그럽다기보다 모질지 못하다는 주위의 평이다.

이 때문인지 어떤 집단에 새로 가서도 미워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던 듯하다. 집으로 돌아오면 가족과 전쟁 같은 질책을 듣기 일쑤다. 순해빠져서 늘 손해보고 산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렇다. 그러나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한 걸 어찌하겠는가.

누군가가 이런 독자에게 '착한 사람 콤플렉스'란 말을 한 적이 있다. 착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덕분에 관련 책도 많이 구입해 읽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인지하고 자신이 손해라는 판단이라면 과감하게 거절하는 법부터 배우라는 내용이 많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잘 되지 않았다. 타인이 부탁하면 딱 잘라 거절하기가 어렵다. 그것이 돈 문제든, 심지어는 상 받는 일에도 한 사람이 양보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라면 서슴없이 내가 먼저 양보했다. 그가 끝까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거기다가 자기가 이번에 꼭 혜택을 받아야겠다고 사정을 얘기하면 내 상황을 생각지 않고 주저없이 양보한다.

관용, 배려, 용서 등을 성격상 잘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것이 일상화되면 나중에는 '못난 놈'이란 비판이 뒤따른다. 그렇지만 그게 더 만족스러운 느낌이 든다면 어찌하랴.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이 책에서 말하는 관용도 결국은 비슷하다.






"관용의 진정한 정의는 용서를 뛰어넘는 것이다. 관용은 나 자산을 용서하듯 다른 존재를 용서하는 것이다. 관용은 나 자신을 이해하듯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누구나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법』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p. 12)

저자는 이 책에서 '관용'의 자세가 우리에게 얼마나 이로운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깊게 살펴보면 타인에 대한 미움을 거둠으로써 내 마음을 지키라는 메시지인데 그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머리와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는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이유와 방법을 치열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 역시 관용을 베푸는 마음을 알아서인지 독자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책 읽기도 재밌고 잘 읽힌다. 저자가 관용을 말하는 자세와 독자로서 이미 경험하고 수용하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순간의 모멸감과 참담함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삶의 희로애락이 결정된다." (p. 39)




책에서 저자 백강이의 주장은 강력하다. 일탈을 경험한 사람만이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는다. 누군가를 미워해보고 그 때문에 고통을 겪은 사람이라면 ‘용서’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관용을 베푸는 것은 나와 타인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다. 삶의 질은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서 상당 부분 결정되는 법이다.

그렇다면 타인이란 누구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타인은 또 다른 나, 또 다른 우리이다.

우리가 완벽한 존재가 아니듯 그들 또한 때로는 실수하고 죄를 범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 그 때문에 우리를 화나게 하고 실망시킨다.

그럴 때마다 용서하지 못하고 증오한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은 고사하고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다른 이를 위한 증오의 칼날은 바로 나에게 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 『누구나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법』은 이 같은 갖가지 인간관계의 고통을 없애줄 확실한 비법을 제시해준다. 그것은 바로 ‘관용’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별 생각 없이 되뇌던 막연한 단어 ‘관용’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관용’의 힘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저자에 띠르면 아무리 미워도 관용을 베풀 줄 아는 사람만이 참 행복을 찾을 수 있다. 곰곰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그렇다. 관용은 인격적으로 어느 경지에 오른 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바로 평범한 사람들의 현명한 삶의 기술이다. 그러니 그 누구라도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다. 가진 것이 많고 적음이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는 뜻이다. 삶을 행복하게 꾸려가려면 인간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가 관건이다. 그 열쇠가 바로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책에 따르면 사람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만큼 중요하고도 필요한 일은 없다. 누구든 용서하고 사랑으로 이해하자. 그가 아무리 잘못했어도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다시 한번 주어야 한다. ‘관용’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미완의 존재이듯 타인도 역시 미완의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 관용이다. 사람은 누구나 용서받을 짓 한번쯤 저지르며 살지 않는가? 끊임없이 관용하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우리의 삶이 더욱 행복하고 평화로워진다. 그리고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왜 사람들과의 관계가 불편할까? 나는 왜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지 못할까? 다른 사람들이 날 좋아하게 만들 방법은 없는 걸까? 혹시라도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면? 여기 인간관계의 고통을 없애줄 확실한 방법이 있다. 바로 끊임없이 관용하는 것. 관용의 압도적 힘이 삶을 충만하게 한다. 이 책은 바로 이 같은 관용의 가치에 주목한 책이다.

관용의 삶을 사는 사람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를 갖는다.

그러한 기대가 삶 자체에 그대로 적용되어 어떤 일이든 의욕적으로 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관용하는 사람은 풀어야 할 문제가 생기면 당황하지 않고 최대한 침착하고 현명하게 그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 그것이 관용의 잠재된 힘이다.



어차피 죽을 때는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 더 많이 움켜쥐고 악착같이 모아도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 관용을 가지고 베풀어라. 그러면 꿈을 실현하는 기적을 선물 받을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아무리 미워도 관용을 베풀 줄 아는 사람만이 참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끊임없이 용서하는 것, 이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현명한 기술임을 기억하라.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른다. 이제 이 책을 통해 ‘누구나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최고의 비법’인 관용을 익힌다면 누구라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무슨 이 시대에 공자나 예수, 부처님 같은 소리냐 할지 모른다. 그러나 바꿔 생각해보면 '사람'으로서의 삶이 그래야 한다. 삶의 원칙이다. 나와 타인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가장 밑바탕이 되는 원칙이고 힘이다. 여기서 독자의 생각과 저자의 마음이 일치한다. 다만 저자가 제시한 대로 좀 더 기술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법은 배워야 할 것이다.




관용이라는건 우리에게 긍정적인 시각이라는 선물을 준다고 작가는 표현한다. 관용의 마음으로 지금까지 못마땅하게 여겼던 사람들을 새롭게 바라보면 그가 한 행동이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나의 의도와 맞지 않는 행동이라 할지라도 관용적 시선이 필요하다는 뜻 아닐까.

타인의 비상식적인 행위도 관용을 지닌 사람은 긍정적으로 이해함으로써 그를 관대하게 대하게 되고 그리하면 그 사람은 관대함으로 인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는 내용도 있다.

사실 죄질이라든가 사람에 따라서는 개과천선이 가능한 사람이 있고, 불가능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내 몫이 아니다. 죄를 지었다면 재판에서 판사의 관용을 받아야 하고, 도덕적 윤리적 죄를 지었으면 사람들에게 벌을 받을 것이다. 거기에 관여하거나 판단할 몫은 내 것이 아니다.




저자 : 백강이


치열하게 사색하는 생각여행자. 10년차 작가이자 사색가. 네티즌이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 따스한 문체의 글로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문체를 소유한 백강이는 사물과 현상에 대한 특별한 통찰력을 지녔다. 삶에 대한 깊은 이해의 시선을 지닌 저자는 2010년 가을에 『긍정의 생각이 데려온 일곱 손님』으로 작가로 데뷔했다. 그 이후 상처를 치유하는 힐링도서를 꾸준히 출간하면서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특히 베스트셀러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는 국방부에서 '진중문고'로 선정되는 등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순수한 삶에 관한 책 『너도 많이 힘들구나』는 교보문고와 영풍문고에서 ‘오늘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이들을 위한 책 『죽고 싶을 때 읽는 책』은 ‘세종나눔도서’에 선정되었다.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늘 긍정적인 자세로 살아가는 작가는 글을 쓰는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독자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작가는 오늘도 힘겨운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 『사랑하는 나야, 그동안 수고했어』 『긍정의 생각이 데려온 일곱 손님』 『서른 살에 꿈꾸면 좋은 것들』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 『그대를 포함한 나에 대한 사색』 『미치도록 아프거든 사랑으로 치유하라』 『너도 많이 힘들구나』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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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클라마칸 - 바람과 빛과 모래의 고향
김규만 지음 / 푸른영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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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이라면 불현듯 떠오르는 게 생텍쥐페리다. 그가 『어린 왕자』와 『야간비행』에서 묘사한 사막 때문이리라.

사실 사막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책 속에서 그 모습을 보거나 TV 등을 통한 영상을 본 것이 전부다. 저자마다 책의 주제에 따라 다른 표현을 쏟아내는 사막은 그래서 막연한 환상과 동경의 대상이다. 타클라마칸 사막 기행인 이 책이 눈에 확 띈 이유일 것이다. 모래, 오아시스, 낙타, 그리고 어린왕자. 그리고 사막의 밤은 어떨까라는 궁금증. 거기에는 어떤 별이 떠 있을까 등등...

『바람과 빛과 모래의 고향 타클라마칸』은 그곳을 찾은 저자가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도 궁금하다.

'혹시 어린왕자라도 만났을까' 하는 동화적 상상력은 아니더라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무척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러나 저자가 들려준 얘기는 환상이 아니고 그들의 '삶의 투쟁'이다. 그래서 1부 첫 소제목을 '메카를 향한 기도, 베이징을 향한 저주'라고 썼을까.

사막이라는 환경에의 적응보다는 외부 세력의 침입과 정복에 맞서야 했던 처절한 사막에서의 삶을 직접 보면서 저자는 깨달았다고 밝힌다.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고 인간이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야 하는 곳이라고. 인간이라는 존재는 결코 우월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라고.






저자가 전한 사막의 이미지는 몹시 인상적이다.

"사막은 태고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사막은 모든 생명체를 말라 죽게 할 것 같지만 죽어있는 것이 아니고 성주괴공을 계속하면서 끊임없이 신진대사를 계속하고 있다. 그 자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도 할아버지가 살던 곳을 손자가 이어서 살다 할아버지가 되면 다시 그 손자가 삶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옛날부터 삶을 엮고 짜고 꿰매고 매듭 지으며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은 아무 곳에서나 쉽사리 찾을 수 없지만 오랜 세월 마모되고 부서진 흙과 모래가 켜켜이 쌓인 완만한 지평선 아래에 나이테가 되어 남아 있다. 사막에서 과거와의 대화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과 대화일 수밖에 없다." <- pp. 35~36 >

모든 것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막. 때문에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 사막의 모습을 전해 듣고 난 후 비로소 하나 둘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책에 따르면 이 사막은 '실크로드'와 관련이 있다. 수천 년 전부터 물물교류와 문화전파의 소통로이다. 그 길 가운데 오랜 세월 거친 자연과 문명과 사람들의 삶이 때로는 쏟아지는 별빛 아래서, 때로는 모래바람 속에서, 때로는 한없이 푸른 하늘과 거칠고 황량한 대지 위에서 이어지고 있다.





메마르고 거친 환경만 있다면 얼마나 더 가슴을 쓸어내고 삭막해질까? 그러나 그런 곳에는 반드시 운명처럼 판타지와 신기루(mirage)가 존재한다. 사막은 단순하지만 오히려 느껴지는 것이 더 많은 것은 판타지와 신기루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탐험을 동경해서 1989년 동계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거대한 사하라 사막이나 아라비아 사막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저자는 가깝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모래바람을 헤치고 서역남로와 타클라마칸의 사막공로(沙漠公路) 정도는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글은 자전거를 타고 ‘사람의 무늬’(人文)를 찾아가는 미완성의 여행이었다. 물론 미완성인 나의 사색도 함께했다. 사막의 신기루처럼 몽환스러운 그 공간을 뚫고 모래바람이 부는 곳을 향해서 페달을 밟고 나아가고 싶었다. (Prologue -사막은 환상과 동경의 대상인가? 중에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자전거를 타고 종단한 김규만 저자는 다양한 사람(人)들의 삶의 흔적(文)인 인문(人文)의 현장을 찾아갔다. 모래바람을 가르며 “나는 달린다. 고로 존재한다”는 실천을 해보고자 하였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말에서 따온 “나는 달린다. 고로 존재한다”를 모토로 삼아 실천하고자 했다고 술회한다.

대유사(大流沙)에 의해 수시로 묻히고 드러나는 서역남로의 옛 실크로드의 흔적에서 보이지 않는 것과의 대화를 오가는 작가의 상상력이 두드러진다.





봄이 오고 바람이 불면서 고요한 사막을 뒤집어 놓기 시작한다. 온 세상에 모래먼지가 날리고 고산의 만년설에도 모래가 앉는다. 그리고 여름이 가까워지면 높은 산 위에 빙설(氷雪)이 조금씩 녹기 시작하여 산 아래로 물길을 만들어 흘러내린다.

이 물이 대지를 적셔서 나무와 식물, 곡식과 채소를 자라게 한다. 타클라마칸 사막에 오면 타산지석(他山之石)이 아니라 타산지수(他山之水)의 공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대상(隊商)들이 갈증과 모래바람 속에서 작열하는 태양과 싸우며 하루의 고단한 노정을 끝낼 무렵이면 멀리서 신기루처럼 나타나는 대상들의 숙소(宿所)가 있었다. 그 숙소를 Caravan sarai 또는 Caravansary라고 한다. 이곳은 식당, 숙소, 마구간(馬廐間) 시설은 물론 각자 필요에 의해 수요와 공급을 만족시켜줄 소규모 상업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낙타는 보통 발을 묶어두고 물과 건초를 먹이지만 식량과 물 운반이 어려운 오지 카라반사라이에서는 사람 먹을 물조차 부족한 곳이 많았다. 아침이면 일용할 물과 양식을 챙겨서 길을 떠나는 것으로부터 카라반들의 하루 노정이 시작된다.

(1부 '사막- 보이지 않는 것과의 대화!' 중에서)





사람들은 신발 바닥에 작은 모래 알갱이, 피부 어딘가에 미세한 자극, 스치는 바람, 치아 사이에 낀 아주 작은 이물질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때로는 불편해한다. 뭔가 막힌 길이 있다면 본능적으로 뚫고 가려고 몸부림을 친다. 그런 심정으로 실사구시적인 사막의 오아시스를 연결하면서 길을 개척한 것이리라.

(1부 '사주리로(絲周之路, Silk Road)의 개척자들' 중에서)


나일 강의 흉포한 홍수(洪水)가 텔타(Delta)삼각주를 범람하게 하여 ‘비옥’하게 만들 듯이 이 타클라마칸 하늘의 검은 바람도 쿤룬 산맥 빙설을 녹여 오아시스를 ‘비옥’하게 만든다. 해마다 5월이 되면 하늘을 시커멓게 뒤덮은 모래바람이 남쪽 쿤룬 산맥의 빙하위로도 분다.

그러면 순백(純白)의 순결(純潔)한 설과 빙은 더럽혀진 자신 몸의 때를 씻어 내려고 세례(洗禮)하기 시작한다.

(1부 '타클라마칸의 카라 보란(Kara Boran)' 중에서)




술술 읽다보니 안타까운 일들도 있다. 지금의 오아시스 북도, 오아시스 남도를 보면 끊임 없이 사막에 침식당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서역남로는 남쪽으로, 텐산남로는 북쪽으로 많이 밀려나 있다고 한다. 지금 이들은 사막의 외연이 확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데 이것은 개인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하기에 너무 어려운 일이다. 오아시스와 오아시스 사이의 황무지 또한 사막이다.

사막은 도시화로 인구가 늘고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과 화석연료의 과다사용으로 인한 기상이변이 가장 큰 주범이라고 생각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늘날 이들 문명도 먼 훗날 모래 속에 묻혀서 화석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또다시 느끼게 된 인간에 의한 자연 파괴. 다시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전했다는 그 말이 떠오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보인다."

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 사이로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는 것 같다.




사막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생각되지만 그 곳에서도 삶의 활기가 돈다. 사막 중간중간에는 오아시스 도시가 있고, 낙타는 도시들을 서로 연결해 주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실크로드의 역할이 줄어든 오늘날에도 둔황, 호탄, 신장 자치구, 카슈가르 등 옛 영화를 간직한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요즘은 비행기를 타면 우리나라에서 유럽까지 한나절이면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중국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교역길은 한번 가면 몇 년 뒤에나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 위험한 길이었다. 척박한 사막과 높은 산을 지나면서 길 위에 있는 도시들은 서로 문화를 교류하고 상업 활동도 활발히 하면서 융성하기도 했다.



바이크는 달빛만 뿌연 고요한 공간을 파문을 일으키며 지나가고 있다.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Slow 셔터로 찍으면 한 개의 줄을 그리며 달리는 자전거 선단이 찍혀질 것 같다. 부딪히는 바람은 습기가 없어서인지 쓸쓸하고 호젓하게 와 닿는다.

(2부 '사막의 인공혈관, 사막공로' 중에서)


좌충우돌 부딪히면서 튀어나오는 자유로운 영감(Inspiration)을 위해서는 달콤한 안일은 과감히 벗어버리고 포기해야 한다. 때로는 거칠고 맛없는 음식, 과도한 노력(勞力)과 노동(勞動)이 함께 하는 라이딩, 몸을 오그라들게 하는 추위 속에서라도 달게 자야 한다. 힘든 라이딩을 한 다음 젖산으로 빵빵한 근육, 춥고 불편한 잠자리, 타는 갈증도 훗날 세월이 가면 강렬한 느낌과 뿌듯함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이렇게 온전하지 않은 현실을 관대하고 여유롭게 포장을 했다.

(2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면 느껴야 한다!' 중에서)



누워서 꿈을 꾸고 앉아서 기도하다 보면 신은 분명히 바람을 멈추고 카라보란을 잠재우는 평화의 계시(啓示)를 내려 준다. 이것은 알라신이 622년 헤지라(Hegira, 聖遷)부터 사막과 태양의 땅을 지배하면서 수 세기 동안 확인되고 증명된 진리이다. 밤은 언제나 밝아오고, 낮은 언제나 어두워진다. 폭풍이 불면 언젠가 잦아들고, 평화로운 하늘도 언젠가는 폭풍이 몰아친다. 그러한 자연을 주재하는 신은 정녕 위대하지 않는가?

(2부 '완벽한 고독과 고요가 지배하는 사막의 아침' 중에서)


사막은 평화와 광기가 공존한다. 빛과 그림자, 명과 암, 추위와 더위, 생성과 소멸 등 콘트라스트가 분명한 곳이다. 지금처럼 깨끗한 때가 있는 반면 한치 앞을 가릴 수 없는 카라보란(검은 폭풍)으로 온 세상이 시커멓게 될 때도 있다. 사막은 평면 같으면서도 사실 아주 입체적인 육감이 풍성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2부 '세월이 켜켜이 쌓인 사막의 나이테' 중에서)



저자 : 김규만


한의학 박사이자 시인이며, 굿모닝한의원 원장이다. 대학원에서 티베트의학(Tibetan Medicin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문인〉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KOMSTA) 초대 단장을 지냈고, 1993년 네팔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다양한 의료봉사 활동을 펼쳐왔다. 마라톤, 산악트레일런, 철인3종경기, 울트라마라톤 등에 수차례 참가했고, 1988년 프랑스 샤모니의 에귀디미디와 마타호른의 훼른리 리지 등반, 1991년 동계 에베레스트 등반, 2007년 700Yacht Club Opening day Races 우승, 독도 왕복 요트 세일링, 인도 라다크 MTB원정, 티베트고원 MTB종단, 카라코람하이웨이 MTB원정, 타클라마칸 사막 MTB 종단, 스페인의 ‘까미노 데 산띠아고’MTB원정, 유럽 최북단 North Cape Bike원정 등 왕성한 스포츠 이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히말라얀클럽부회장, 올리브요트클럽회장, 올리브바이크회장,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 서울지부장 등을 역임했다.〈스포츠조선〉, 〈민족의학신문〉, 〈산〉, 〈사람과 산〉, 〈더바이크〉, 〈세계일보〉 등 여러 매체에 글을 연재했다.

저서로는 『티베트고원을 지나 히말라야를 넘어』, 『올댓 MTB』, 『그리운 카라코람 하이웨이』, 『산띠아고에 태양은 떠오르고』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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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이 들려주는 윤동주 동시집
나태주 엮음 / 북치는마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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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는 일제 강점기 아래 여린 지식인의 고뇌와 심정의 부끄러움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나타냈다. 독립 투쟁에 직접 나서지 못한 자신을 꾸짖고 죄의식을 담은 아름답고 맑고, 슬픈 시를 우리에게 남겼다. 일제 하 지식인의 연약한 처지에 대해 죄의식을 표출함으로써 시로 승화시킨 것이다. 시인 자신이 승화시킨 게 아니라 시인 스스로가 시로 승화된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이 저항 정신이 된 것이다.

이처럼 맑고 순수한 마음이 조국의 현실을 누구보다도 아파하면서 아무것도 못한다는 죄의식이 된 것이고, 영혼을 담아 시로 쓴 것이다.

이 때문에 '시대의 희생자'로 훗날 평자들의 뇌리에 남게 된다. 시인이 짧지만 견디고 지나온 세월과 시를 쓰게 된 배경에 대해 훗날 평자들이 풀어낼 수 있었다. 시인의 시 한 수 한 수는 영원히 죽지 않고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는 그의 시 세계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한없이 맑고 순수한 그의 영혼과 시심(詩心)은 지금도 우리 가슴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금 우리는 시인의 숨결을 조국의 어디에서나(물론 분단 상황이어서 남한 쪽에 국한될 것이지만) 느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

특히 시인의 쉽고 아름다운 시어들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한 자, 한 자에 담아 표출해냄으로써 어린이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안겨 준다. 이번 『윤동주 동시집』은 나태주 시인이 선별해 해설을 곁들여 실었다. 소중하고 영원히 되뇌일수록 행복감이 드는 시집이 된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자신을 할아버지로 분장시켜 어린 손자에게 도란도란 얘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어린 친구들에게 주는 선물'을 쓴다.

"두고두고 윤동주 선생의 시는 우리의 자랑이고 자존심이야. 우리 자신을 높이는 자랑스런 마음이란 뜻이지. 우리에게 윤동주 선생의 시가 없었다면 어쨌을까 싶은 때가 있단다. 그래서 할아버지도 어려서부터 윤동주 선생의 시를 읽어 왔단다. 어떤 시를 읽든지 반듯한 그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그분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맑아지고 어떻게 하든지 바르게 살고 맑게 살겠다는 결심이 생기지.

지원아. 이 책은 윤동주 선생의 시 가운데에서 어린 친구들이 읽어서 좋을 시들만 골라서 엮고 거기에 설명을 단 책이란다. 어린 친구들이 읽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느낌을 갖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작가의 말 중에서





‘서시’란 시집의 맨 앞에 쓰는 시를 말한다. 머리글이나 마찬가지인 글이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랑하는 시인이 윤동주 시인이고 또 윤동주 시인의 시 가운데서 가장 많이 사랑하는 작품이 바로 이 시란다.

읽으면 무슨 느낌이 들까? 나 자신이 반성이 되고 무엇인가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맑은느낌이 들고 어둡던 우리의 마음까지 환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그렇구나. 이 작품은 우리의 마음에 환한 등불 하나를 밝혀주는 글이란다. 우울한 날 읽으면 마음이 좋아지고 쓸쓸한 날 읽으면 마음에 용기가 생기는 글이란다. 누구나 많이, 아주 여러 번 읽어서 외워두었으면 하는 글이란다. 지원아. 그래서 할아버지도 외우는 글이란다.

- 「서시」 해설 중에서



아름답고 맑고 슬픈 이름 윤동주. 시인이 견디고 지나온 세월과 시를 쓰게 된 배경에 대해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낸 해설들에서는 영원히 죽지 않고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윤동주의 시 세계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살아숨쉬는 윤동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바다도 끝없고 하늘도 끝없다는 것도 마찬가지야. 이런 말을 통해 우리들 마음이 넓어지고 환해질 거야. 시인이 장난기가 생겼나 봐.

바다에 돌을 던지고 하늘에 침 뱉고. ‘하늘에 침 뱉기’란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제가 한 일이 저한테 돌아온다는 뜻이지. 마치 부메랑처럼 말이야.

그러나 이 시에서는 그런 침 뱉기와는 다른 침 뱉기야. 돌을 던지니까 바다가 벙글 웃는 것처럼 자욱이 생기는데 하늘은 아무런 소리도 없고 변화도 없다는 거야. 이것이 또 하나의 발견이야. 하늘도 넓고 바다도 넓어. 이런 상상을 하면서 사람의 마음도 하늘을 닮고 바다를 닮아가는 것이란다.

- 「둘 다」 해설 중에서




꿈이고 소망이다. 희망이라고도 말한다. 사람은 희망 없이는 살지를 못한다. 오늘은 이만큼이지만 내일은 저만이겠지 믿는 마음이 희망이다.

내일엔 분명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는 마음이 바로 희망이다. 할아버지는 이 작품을 중학교 다닐 때 읽은 적이 있다.

시를 읽으면서 나도 기분이 새로워지고 가벼워지는 마음을 느꼈단다. 너도 이 시를 읽으면서 너의 앞날에 분명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꿈꾸고 마음속으로 간직해 보았으면 좋겠다.

- 「새로운 길」 해설 중에서




누나가 어디 먼 나라로 살러 갔나 보다. 아니면 아예 세상을 뜬 사람인가 보다. 눈을 보니 누나가 그리운 마음이 생겼다.

누나와 함께 눈을 맞던 일이 떠오른 것이다. 누나에게 편지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났던 거야.

그런데 이 편지는 참 특별한 편지야. 편지지에다가 글자로 쓰는 편지가 아니고 편지 봉투에 눈만 한 줌 넣어서 우표도 붙이지 않고 보내는 편지야.

어쩐지 슬픈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그 누나는 이 세상에 사는 누나가 아닌가 보다. 그리움. 이렇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바로 시를 쓰게 하는 바탕이 되는 마음이란다.

- 「편지」 해설 중에서



시인은 반딧불을 부서진 ‘달 조각’이라고 했네. 아름답고 재미있는 생각이지. 이런 것을 ‘상상’이라고 한단다. ‘그믐밤’은 깜깜한 밤을 말하지.

그런 그믐밤에 반딧불, 그러니까 부서진 ‘달 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고 말하고 있네. 친구에게 그렇게 말하고 동생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이지.

이런 마음이 사람의 생각을 자꾸만 부드럽게 착하게 정답게 만드는 마음이란다. 실지로는 깜깜한 밤에 반딧불을 잡으러 숲으로 가지 않더라도 이런 상상을 하면서 우리는 깨끗한 마음, 좋은 마음이 되기도 하는 것이란다. 시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 주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것이란다.

- 「반딧불」 해설 중에서




이 책의 1부는 26개의 시, 2부는 22개의 시, 앞쪽에 서시까지 포함하면 윤동주 시인의 동시 50편 정도를 읽어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나태주 시인의 해설도 50개 정도 읽어볼 수 있다. 설명을 읽으면서 매우 감명 깊다. 윤동주 시인의 마음뿐만 아니라 나태주 시인의 마음도 독자 마음을 흠뻑 적신다.

'이 시는 이런 걸 포함하고 있구나.'

'이 시는 반복, 병치, 변용 등을 생각할 수 있구나.'

'병치는 비슷한 말을 나란히 놓는 것이고, 변용은 모습을 확 바꾸는 것이구나...'

시의 표현과 시적 기법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준다.

특히 책의 뒤쪽 해설에서는 30쪽 가량의 '윤동주 동시의 형태미학적 특성'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실었다. 이 부분에서 윤동주 시인의 삶, 정형동시, 변형동시 등 형식적인 부분에서 보여지는 시의 아름다움을 깊이있게 설명해 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편저자 :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군 시초면 초현리 111번지 그의 외가에서 출생하였다. 공주 장기 초등학교 교장으 로 근무했다. 1971년 『서울신문(현,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흙의문학상, 충남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향토문학상, 편운문학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1973년에는 첫 시집 『대숲 아래서』 펴냈고,

이후 1981년 산문집 『대숲에 어리는 별빛』, 1988년 선시집 『빈손의 노래』, 1999년 시화집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2001년 이성선, 송수권과의 3인 시집 『별 아래 잠든 시인』, 2004년 동화집 『외톨이』, 2006년 『나태주 시선집』, 『울지 마라 아내여』, 『지상에서의 며칠』 다양한 분야의 많은 문학작품을 출간하였다.

1972년 「새여울시동인회」 동인, 1995년엔 「금강시마을」 회원,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충남문인협회 회장, 2002년부터 2003년까지 공주문인협회 회장, 2001년부터 2002년까지 공주녹색연합 대표 등을 역임하였으며, 공주문화원 이사, 계간 「불교문예」 편집주간, 격월간 시잡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주간, 지역문학인회 공동좌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장(부회장)을 지냈다. 지금은 공주에서 살면서 공주풀꽃문학관을 건립, 운영하고 있으며 풀꽃문학상과 해외풀꽃문학상을 제정, 시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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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걷다 - 르퓌 순례길에서 만난 생의 인문학
이재형 지음 / 문예출판사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프랑스에 간 적이 있다. 10년도 넘은 일이다. 파리에 들러 니스, 칸, 모나코 등 지중해안 유명 관광지다. 패키지 여행이라 일정이 빠듯하고 프랑스는 초행이라 다른 곳을 더 들러볼 수도 없는 여행이었다. 다시 꼭 오겠다고 아쉬움을 달래며 귀국 길에 홀로 약속했다. 파리가 무척 인상적이었고, 박물관이나 유명 관광지 위주여서 잠시 걸어본 곳도 몽마르트에 갔을 때뿐이었다. 다음 여행을 홀로 다짐하며 많이 걸어서 차근차근 될수록 많은 곳을 갈 심산이었다.

최근에 '외국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처럼 돼 파리를 다시 떠올리기도 했지만 파리에 국한된 혼자만의 계획이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프랑스에도 순례길이 있구나 할 정도로 저자가 이 책에 소개한 곳은 지명이나 유래도 낯설다. 그러나 무척 흥미롭고 많은 사전 지식을 챙기기에 충분했다.

저자의 자세한 설명은 경험과 지식에서 비롯된 것이니 신뢰감은 물론 저자와 같은 길을 한 번 가볼까? 하는 욕심도 난다. 문체도 좋아 표현해놓은 문장에서 향기가 난다. 파리 여행을 앞두고 계획을 바꿔볼 생각도 든다. 무척 의미 있는 길을 소개하며 그곳의 역사, 문화, 사람들의 삶까지 모두 담아냈으니 읽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 책 『프랑스를 걷다』는 순례길을 따라 걸은 저자 이재형의 기행문이다. 순례길이니 '순례기'가 맞을 것도 같다.

책에 따르면 예수 부활 이후 이베리아반도까지 기독교를 전도한 것으로 알려진 야고보 성인의 무덤을 810년경에 스페인의 한 은둔자가 ‘캄푸스 스텔라’(현재의 산티아고)에서 발견했다. 그곳으로 유럽의 기독교인들이 순례하러 가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겨났다.

수 세기가 지난 오늘날 순례는 종교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초월하는 경험을 하기 위한 체험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순례길’ 하면 제일 먼저 스페인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스페인의 접경인 프랑스에도 유명한 순례길이 있다. 이곳 '르퓌 순례길'이다.

이 길은 프랑스 남부 산간지방의 르퓌(Le Puy En Velay)에서 생장피에드포르(Saint-Jean-Pied-de-Port)로 이어지는 750킬로미터의 여정으로, 이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산티아고까지 순례길이 이어진다. 스페인에 비해 프랑스의 순례길은 산맥을 따라 언덕과 계곡이 반복되고, 고요한 숲속으로 길이 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연 풍경이 펼쳐지고 지역마다 살펴볼 문화유산이 많아 전 세계 순례자들을 조용히 불러 모으고 있다.






저자를 따라 르퓌 순례길에 올라본다. ‘프랑스’ 하면 바게트, 포도주, 프랑스혁명 등으로 상징되는 풍요로움과 자유로움이 먼저 떠오르지만, 르퓌 순례길에서 우리가 곱씹게 되는 풍경들은 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종교전쟁, 가난, 고립, 박해의 역사가 이 순례길 위에 새겨져 있다. 고요한 숲길이 안내하는 르퓌 순례길을 걷다 보면 『보물섬』을 쓴 루이스 스티븐슨이 당나귀와 함께 걸었던 고독한 순례길, 세벤 지역의 종교적 박해, 보호받지 못한 순례자를 돌보는 오브락 자선병원, 토켈 정신병원이 지키고자 애쓴 자유의 가치, 제보당에 괴물상으로 남아 있는 집단 공포, 훌륭한 보존 상태를 자랑하는 콩크 대수도원 성당의 〈최후의 심판〉 팀파눔과 이 부조가 전하는 종교적 교훈, 또 오방 광산에서 떠올리는 한국의 사북항쟁, 프랑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알제리 전쟁의 흔적 등이 역사의 단편들을 불러온다.



하지만 역시 프랑스는 예술과 문화의 도시라는 점도 이 순례 여행에서 느낄 수 있다. 이재형은 르퓌 길 위에서 얀 페르메이르, 오귀스트 로댕, 장 바티스트 피갈, 에두아르 마네, 폴 엘뤼아르, 에밀 졸라, 프랑수아즈 사강, 프랑시스 잠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러 예술가의 자취를 발견하고, 그들이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프랑스의 일상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또, 순례자의 마음을 채우는 렌틸콩 수프, 추위를 달래주는 오베르뉴 대표 음식 알리고, 척박한 환경에서 밀가루를 대신해 주식이 되어준 밤가루 요리, 한국의 찌개를 연상시키는 카술레와 푸짐한 인심을 담은 쿠스쿠스, 프랑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치즈 등 고된 여행에 지친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주는 소박한 프랑스 음식을 소개한다.



우리는 왜 순례 여행을 떠나는 걸까? 이재형은 순례길을 걷는 데는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길이 꼭 순례길일 필요는 없다고도 한다. 익숙한 집을 나서, 길 위에 올라,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가 ‘요나’의 비유를 들어 말하길 “나, 나 순례자는 고래 배 속에 갇혀 있다가 또 다른 나, 새로운 나가 되어 그곳에서 나와 더 넓은 곳으로, 더 높은 세계로 걸어 나간다.” 그렇게 ‘또 다른 나’가 되는 과정은 순례자의 태도와 유사하다.

국적과 출신지,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남성과 여성을 가르는 차별과 배제가 없는 순례자들, 공존과 연대의 가치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실험하는 소바주 영지, 자동차가 없는 길, 이름 모를 순례자를 위해 마을 사람들이 마련한 먹거리 등. 르퓌 순례길 위에서 만나는 평등, 연대, 나눔, 공존, 소통, 배려의 순간을 통해 소유와 집착의 삶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에 마음을 여는 삶을 상상할 수 있다.

꼭 멀리 이국땅을 밟지 않아도 좋다. 저자의 무한한 호기심이 프랑스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한 것처럼, 우리도 어느 길 위에서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이재형의 르퓌 순례길 여행은 그러한 생의 진리를 발견하는 인문학적 여정이다.




지금까지 르퓌에서 출발해 생장피에드포르에서 끝나는 750킬로미터를 걸었다. 프랑스를 가로지르는 네 개의 순례길 중 하나인 르퓌 순례길은 그 역사성과 정취로 전 세계 순례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저자 이재형은 25년간 프랑스에 거주하며 번역가로서 프랑스의 문화를 한국에 소개해왔다. 2010년 처음 순례 여행을 한 이후 여러 차례 순례길에 오른 그는 순례를 ‘새롭게 태어남’이라고 정의한다. 길에서 몸을 움직이고, 걷고, 생각하고,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있게 한 야고보 성인의 일화에서부터 프랑스-영국 간 백년전쟁의 자취, 프란츠 리스트와 카롤린의 사랑, 현재까지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알제리 전쟁의 흔적까지, 이재형이 들려주는 프랑스 역사ㆍ정치ㆍ문화 이야기와 함께 낯선 그 길을 걸어왔다.

그는 2010년에 불현듯 '떠나라고 등을 떠미는 알 수 없는 힘'으로 니콜라 부비에의 책 한 권과 함께 길을 나섰다. 준비되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그 길에서 정신적인 변화를 느낀다. 그것을 종교적인 체험으로 받아들인 그는, 종교인으로서 한 번, 그 후에는 여러 이유로 르퓌 순례길을 걸었다.

이재형은 프랑스 전문 번역가답게 프랑스 역사, 정치, 문화 전반에 걸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의 구석구석을 소개하고자 했고, 또한 그가 느낀 프랑스의 아름다운 정취를 사진으로 포착하려고 했다. 그렇게 쌓인 이야기와 이미지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저자 : 이재형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원대학교, 상명여자대학교 강사를 지냈다. 우리에게 생소했던 프랑스 소설의 세계를 소개해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많은 작품들을 번역했으며, 지금은 프랑스에 머물면서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세상의 용도』 『부엔 까미노』 『어느 하녀의 일기』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꾸뻬 씨의 시간 여행』 『꾸뻬 씨의 사랑 여행』 『마르셀의 여름 1, 2』 『사막의 정원사 무싸』 『카트린 드 메디치』 『장미와 에델바이스』 『이중설계』 『시티 오브 조이』 『조르주 바타유의 눈 이야기』 『레이스 뜨는 여자』 『정원으로 가는 길』 『프로이트: 그의 생애와 사상』 『사회계약론』 『법의 정신』 『군중심리』 『사회계약론』 『패자의 기억』 『최후의 성 말빌』 『세월의 거품』 『밤의 노예』 『지구는 우리의 조국』 『마법의 백과사전』 『말빌』 『신혼여행』 『어느 나무의 일기』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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