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에 묻다
이주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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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소설 쓰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만났다.

한때 소설 쓰기에 열중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라 말 그대로 '그냥 쓰고 싶어서' 썼다.

지금 생각하면 소설을 무협지 정도로 생각했던 문학에의 졸렬한 접근이 창피해 깊숙이 숨겨놓은 비밀이다.

단편소설 한 편 제대로 써보지도, 문예지에 응모해본 적도 없이 '그냥 쓰였다 사라진' 소설에의 갈급한 마음은 스러졌다.

그때 소설에의 무한한 동경과 멋진 작품을 써보겠다는 의욕만큼은 사라진 소설 속에서도 가슴에 남겨졌다.

이주숙 작가의 『무등산에 묻다』는 굳이 장르를 분류하자면 미스테리 소설이다.

'장애'가 주는 한 사람의 의식 속에서 어떻게 변모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꿔가는가를 바로 옆에서 들여다보는 듯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그런 경험도 없는데 바로 내 옆에서 일어나는 듯한 느낌을 갖는 것은 작가의 문체가 흡인력이 있어 그럴 것이라고 추측한다.





사실 제목부터 끌림이 있었다. 한라산, 설악산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산이 아닌 '무등산'은 어쩌면 5.18 광주민중항쟁 때문에 널리 알려진 산이다.

거기에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5월'은 상징성이 충분해 독자로서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모른다.

아무튼 이 소설은 도입부부터 강력한 흡인력을 준다.

그러나 이 소설은 지금처럼 꽃잎이 흩날리는 5월에도 어울리지만 가을의 스산한 바람에 더 어울릴 것 같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이야기와는 좀 다르다.

어딘가 외롭고 특이하다. 약간은 스산하고 차가운 기운도 느낄 수 있다.

코로나로 자꾸 헛헛해지는 마음에도 뭔가 묵직한 것이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는 밝지 않다. 그렇지만 삶의 무게를 견디려는 치열한 의지가 보인다.

이 소설을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읽게 하는 작가의 필력 외의 힘에 흥미도 있다.

책장을 쉽게 덮을 수 없는 묘한 힘에 이끌리는 데다 삶에의 의지가 곳곳에 스며나와 쉽게 책장을 덮을 수가 없다.





『무등산에 묻다』은 큰 범죄를 조사하고 터뜨리는 데 협조하면 나의 뒤에 도사린 더 큰 어둠이 가려지고, 사랑하는 그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소설은 굉장히 미스터리하다.

무등산 한 자락에서 펼쳐지는 그 어느 날의 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연주'라는 주인공이 아버지가 고모의 집에 주인공을 맡기게 되고 어렸을 때 고모의 집에서 지내면서 거의 20년 이상을 지내게 된다.

어렸을 때 말을 못하면서 정신병원에 갔지만 그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자라다 고등학교, 대학교에 가면서 자신의 말을 서서히 할 수 있게 된다.

고등학교에서는 절친한 친구를 사귀게 되고 대학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여태까지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에 알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고모에게 사정을 말해달라고 하지만 고모는 아버지라는 말을 꺼낼 때마다 좋지 않은 표정을 가져서 아버지의 말을 꺼내지 못한다.

대학교에 진학해 비로소 자신의 부모에 대해서 알게 되는데 아버지는 군사정권에 대항해서 민주운동을 한 사람이라고 알게 된다.

점점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반전이 계속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찌보면 다소 불편한 사람들 간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무등산에 묻다』란 소설이 독자를 끌어들인 이유는 '간결한 문제'가 첫번째 요인이다.

간결하고 짧지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문체. 이러한 문체로 탄생한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

소설이 추구하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셈이다. 여기에 강력한 상상력의 세계로 이끄는 스토리의 전개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소설 캐릭터를 담는 분위기도 탁월하다. 약간은 몽롱하고 비현실적이며 아스라한 느낌.

흔하게 볼 수 없는 사람들 간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작가의 문체는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쉽게 흘러가는 단서들이 산발해지며 증발하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빠르게 중심으로 모여들며, 주제로 설명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형준'에 대한 비밀이 처음 밝혀지는 장면이다. 작가는 이에 대한 특별한 설명이 없다.

다만 이에 관해 처음 듣게된 주인공의 심리 변화에 따라 작가도 충분히 추론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작가의 사고력에 맡기고 진행시킨다.





무등산(해발 1186m)은 광주광역시 북구뿐만 아니라, 광주 동구와 화순군 이서면, 담양군 남면에 걸쳐 있는 큰 산이다.

때문에 광주 전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산이다. 책의 제목은 '무등산에 묻다'이다.

무등산 외에 소설에 나오는 대부분의 실제 배경이 존재한다. 스릴러라는 정보 하나만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표지에는 삽이 땅 속에 꽂혀 있는게 보인다. 의심할 여지 없이 땅에 '묻다'라는 표현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무등산'이 주는 의미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면 아마도 나는 '묻다'가 주는 중의적인 표현에 집중한다.

한자로는 '無等'이다. 이는 '평등'이 크게 이루어져 '평등'이란 말조차 사라진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무등산은 5.18 광주민중항쟁과 시민들의 처절한 투쟁,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한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어쩌면 이 소설이 담고자 하는 내용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한 점도 있다고 본다.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민주'이다.

너무나도 평범한 여자 아이의 이름이지만 무등산이라는 배경과 민주라는 이름으로 더 추론할 수 있지 않을까.

'민주'의 아버지가 그녀의 이름을 이렇게 지은 것은 아버지가 갖고 있는 시대적 배경이 있어서였다. 5.18 광주민중항쟁.

그러나 작가는 명확히 그 연장선을 일치시키지 않은 채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는다.



<이 사진은 책 속의 사진이 아니라 독자들의 읽기를 위해 무등산 홍보책자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깨끗한 싱크대 보울 안에서 산골의 집과는 달리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에서 씻어 내는 느낌이 좋았다. 그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가 한 손으로 나의 허리를 감쌌다. 처음에는 나의 귓볼을 간지럽히더니기나긴 키스를 했다. 나는 온몸으로 그의 키스를 받았다."

- p. 83

"서둘러야 했다. 내게 늘 꽂히는 혐오의 눈길은 그냥 참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 전날, 내게 등만 보였던 남자가 산으로 흭 사라지자 아버지라는 것을 확신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를 아버지라고 확신한 이유는 경멸에 찬 고모부의 그를 향한 책망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 소리는 혐오를 담고 있어 흡사 내게 하는 욕 같았다. 그의 등이 깜깜한 산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목도하고 나도 모르게 그에 대해 연민이 생겼다. 동질감이었다. (중략) 곧 분노의 대상이 엎드려 밭일하는 고모부에게 옮겨 갔다." - p. 166




"결론적으로 그녀는 타인뿐만 아니라 가장 친한 친구의 감정조차 읽지 못했다. 읽었다면 질투가 동경으로 변할 수도 있었는데, 이것도 역시 인간의 한계인 것 같아 절망했다. 타인이 멀리서 보는 무등산이 한없이 찬란하게 보이는 것처럼 그녀가 나를 보는 방식도 결국은 그와 같은 것이었다. 그녀도 결국은 타인이었다."

- p. 200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낳고 또 다른 상처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깊은 상처를 주며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다는 진리를 이미 깨달았지만 나는 아직도 상처 속에서 살고 있다."

- p. 207

작가 : 이주숙

책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에 집 벽장 속에 책들이 한가득한 분위기에서 자람. 어릴 때부터 스릴러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경희대를 졸업한 후 바쁜 생활인으로 살다 보니 그런 꿈이 있었는지조차 잊혀져 갈 무렵 우연히 떠오른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 첫 소설 『바이올린 켜는 소녀』에서 조금이지만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했다. 저서로는 『바이올린 켜는 소녀』, 『시선끝의 검은덩이』, 『무등산에 묻다』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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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쾌락의 삶
윤형묵 지음 / 아우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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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그 기간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는다.

진급하면, 성공하면, 결혼하면, 유명해지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초기화된다.

고통과 쾌락의 반복된 생활이 되고, 반복되어야 삶이 가능하게 된다.(중략) 재벌집 며느리가 되는 것과 그 집안 며느리로 사는 것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과 같다. 재벌집 며느리가 되는 것에는 순간의 행복을 느끼지만, 재벌집 며느리로 사는 것은 또한 고통과 쾌락이 반복되는 삶, 즉 생존이다.

그래서 행복은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활용하여 이타적 행동을 하느냐와 더 깊은 관련이 있다. 또한 초기화의 기능 때문에 한번의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즉 강도가 아닌 빈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잦은 친사회적 행동과 이타적 행동으로 행복을

느껴야 한다.

- p. 82~83





살아가면서 어려움에 부닥쳐 더 이상 피할 생각 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인간은 어떤 느낌을 가질까.

이 책은 저자가 '삶과 인간 생활'의 느낌을 저자 자신의 경험과 지혜, 사색과 통찰력으로 적어내려갔다.

여러 사람의 생각을 나름대로 흡수하여 썼고, 때로는 삶의 지혜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자신들의

행복을 위한 지혜로 받아들여 사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제목 『고통과 쾌락의 삶』은 철학책 같기도 하고, 종교서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 윤형묵은 이 책을 통해 '쾌락의 본질'은 인간의 본능이고 모든 사람이 추구하지만 평생 쾌락의 삶은 살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쾌락과 행복은 순간적이며 이 순간을 일생 연이어 일어나게 할 수 없다는 것.

이 때문에 고통 속에서 일생을 살 수 없지만 쾌락 속에서도 평생 살 수 없다는 나름의 사색의 결과를 내놓는다.





쾌락이란 우리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

쾌락을 추구하면 쾌락을 얻지 못하는 그 모든 시간에 불행해진다는 당연한 결과를 도출해낸다.

마약, 알코올, 도박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예로 봐도 그 사실은 명확히 드러난다.

약물이나 쾌락적 행동에 의한 도파민 분비로 느끼는 행복감, 쾌락은 일시적이며 결국은 거기에 길들여져 불행과 고통 속의 삶으로 들어간다.

저자는 비록 길지 않은 책이지만 대략 다섯 장으로 나눠 나름대로의 '고통과 쾌락의 삶'을 정리해 독자 앞에 내놨다.

1장은 나름대로 이해한 삶에 대한 느낌,

2장에서는 인간의 생존방식에 대한 이해를 통해 사회 생활에 적용시키기를 바라는 마음,

3장에서는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는 감정의 변화를 극복하여 살아가는 방법,

4장에서는 허구를 벗어나 사람과 사람이 슬기롭게 살아가는 방법,

5장에서는 가장 중요하고 힘든 이성과의 생활 특성과 삶에 대해 다시 한번 고찰한 내용을 담았다.





“다니기엔 힘들지 않고?”

“일이야 힘들긴 하지만 진짜 힘든 건 사람들이지 뭐...”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흔하게 하는 질문들이고 쉽게 받을 수 있는 대답들이다.

이런 생활들이 지속되다 보면 일부 사람들은 정말로 생활을 포기하고 마음의 병까지 얻기도 한다.

저자는 삼성중공업 상무라는 직책을 수행해왔던 분이다. 그도 사회에 처음 나왔을 땐 회사 막내라는 위치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거치고, 상무라는 직책을 수행하며 많은 사람을 관리도 했을 것이다.

직장 상사와의 관계, 직장 후배와의 관계, 가족 관계, 친구 관계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며 지켜봤을 것이다.

'고통'과 '쾌락'. 두 단어만 놓고 보면 굉장히 자극적인 단어다.

저자는 두 단어를 통해 관계 속의 자신,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자신, 결국 '사람 자체가 삶이다'란 점으 깨달은 것으로 이해된다.

책의 마지막 즈음에 '평행상태'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독자는 평행상태가 왜 중요한지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리더는 '노를 젓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타고 있는 배가 맞게 가고 있는지 살피고 이끄는 위치'란 걸 깨달았다.

'리더의의 직무는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다'는 어느 책에서 본 것을 기억하게 한다.

뱃머리에 가장 앞에서 배의 방향을 정하고, 노를 젓는 이들에게 속도와 위치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이 리더이다.

그런 리더가 솔선수범한다고, 노를 더 열심히 젓는다면 그 배는 다른 방향으로 떠내려 갈 수 있다.

결국 아무리 노를 잘 젓는 사람이 하나 더 늘었다고 하더라도 그 배는 표류되기 쉽다.

책의 중반부에 실제적으로 직장생활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요소들이 많이 담겨 있다.

책장을 넘기다가 메모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부분들이 있어 읽다가 멈추게 하기도 한다.

인간 관계, 사회 생활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천천히 끝까지 읽음으로써 충분히 보상받을 내용이 많다.





이 책에서 리더십에 관련한 부분은 그런 생각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책은 좋은 예시와 역사적 사실을 적절히 배합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하게 한다. 많은 사람을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알아야하는 심리, 리더십, 감정, 철학 등이 순차적으로 담겨 있다.

사람을 관리하는 사람이 사람에 대해 적어둔 이 책은 두껍지 않다. 읽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루에 짧은 짜투리 시간을 사용하여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인간과 삶과 심리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경혐이 담담하게 쓰여 있다.

책의 중반부에 실제적으로 직장생활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요소들이 많이 담겨 있다.

책장을 넘기다가 메모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부분들이 있어 읽다가 멈추게 하기도 한다.

인간 관계, 사회 생활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천천히 끝까지 읽음으로써 충분히 보상받을 내용이 많다.

기업의 임원을 역임해서 '리더의 역할'과 '리더의 특성' 등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실질적인 조언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다른 생명체의 에너지를 흡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중략...) 고통과 쾌락을 통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다.

-「생존의 메커니즘」중에서

자기희생이 전혀 없으며 자신을 칭찬할 착취대상자를 항상 옆에 두고 있다. 이용가치가 없으면 즉시 냉정하게 관계를 끊어 버린다. 작은 실수나 결점, 사소한 악평과 조그마한 질책과 비난에 대하여 과도한 화부터 내어 자신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성격장애 - 자기애성 성격」중에서

저자 : 윤형묵

1966년생.

동래고등학교 졸업.

한양대학원 금속공학 졸업.

삼성중공업 상무 퇴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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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오늘은 처음이니까
김은주 지음 / SISO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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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누구에게나 오늘은 처음이니까』는 일상을 짧은 시로 표현한 글들을 엮었다. 다른 책과 다른 점은 중간중간 작가의 손글씨가 들어가 있다.

수상 경력이 있다는데 정말 예쁘고 아름답다. 독자도 옆에 있는 볼펜으로 한 번 따라 써본다. 그리곤 피식 웃는다.

책은 크게 네 장으로 나뉘어 있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빛 희망 이야기

둘. 알록달록 하루를 살아가는, 무지갯빛 일상 이야기

셋. 열심히 걸어온, 보석빛 인생 이야기

넷. 떨어져도 아름다운, 노을빛 지혜 이야기

편의상 나뉘었을 뿐 모두 일상에서의 느낌이나 지혜 등 소소한 즐거움이나 아픔, 아름다움 등을 노래한다.





각 장의 제목이 운이 맞춰져 있고, 각 장마다 바탕색의 통일, 디자인 등은 출판사 편집진의 배려로 보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좋고, 자신이 보고 싶은 걸 수시로 꺼내 읽어도 좋다.

각 장의 제목 밑에 소제목이 열거돼 있어 처음 읽을 때 소제목에 밑줄을 그어놓으면 다시 볼 때 찾기 쉽다.

우리 옆에서 늘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책으로 엮어내는 건 작가의 노려과 글솜씨 때문이겠지만 책에 대한 열정이

보통의 우리보다 훨씬 큰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작가의 일상에서의 시선이 따뜻하다는 점이다.

소소한 일도 따뜻한 시선으로 보면 훨씬 정감 있고, 사랑스럽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고 지내는 독자는 반성할 뿐이다.





이 책은 울적한날, 괜찮다고 토닥토닥해주는 책, 누구에게나 오늘은 처음이니까 실수해도 괜찮다고, 잠시 한눈팔아도 상관없다고,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기운 복돋아 주는 책 한 권쯤 곁에 두고 읽는 여유는 삶의 지혜이지 결코 사치는 아니다.

누구에게나 '오늘은 처음이니까'는 사랑과 용서, 여유를 담고 있는 한마디가 된다.





일상 생활 중 메마른 감정으로 가슴이 퍽퍽해질 때, 열심히 사는데 왜 이리 힘들까.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왜 힘들까.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을 하고 사는데 왜 힘들까.

이런 생각이 날 때 바다를 보러 가고 싶거나, 높은 산에 올라 전경을 내려다보고 싶거나, 혹은 주체 못하는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아니면 몸을 격하게 움직여 운동을 하거나, 뭔가 탈출구를 찾는다.

마음에 위로가 되고 감정을 추스리는 데 도움이 될 책이나 음악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럴 때 이 책을 곁에 둔다면 적지만 강렬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오늘은 처음이니까』는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당신에게, 인생의 찬란한 길을 걷고 있는 청춘에게, 나이 듦의 힘겨움과 함께 기쁨을 느끼고 있는 중년에게 작은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삶의 소소한 글과 마음을 작가의 손글씨와 함께 담았다.

알록달록 펼쳐지는 우리 삶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조금은 위로받고, 가끔은 미소 지을 수 있으며, 때때로 눈물 흘릴 수 있는 작은 공감을 나누길 바란다.

눈 뜨며 맞이하는 하루에 대해 조금은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해준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빛 희망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고 다행이다 | 외로움, 여유다 | 가볍게 사는 방법에 대하여 | 삶은 높이가 아니라 부피다 | 봄의 풍경이 언제나 봄날은 아니다 | 이제껏 쌓아놓은 내 것에 만족하기 | 조금 쓸쓸해지기로 하자 | 그냥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는 것 | 위로받고 싶을 때 | 발걸음을 내디디면 출발이다 | 충분히 괜찮다고, 충분히 행복하다고 | 내 걸음에 맞는 행복 | 멋진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 힐링이 필요할 때 | 우리는 모두 빛나고 있다 | 지금부터라도 해 보지 뭐 | 표지판이 없어도 괜찮다 | 어느 길로 갈 것인가 | 아직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한참 남았어요 | 토끼와 거북이 | 가끔 비는 위로가 된다 | 살아가는 것은 행복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 평범한 선 어디쯤 있다면 괜찮다 | 그림자, 또 다른 나를 만나다 | 다시 돌아오면 되지 | 겨울밤에 만난 눈, 어느 계절의 밤보다 환하다 | 삶을 바라보는 방향 | 여행의 주인은 나 | 삶의 교집합 | 늘 전성기일 수는 없다 | 인생에도 환해지는 순간이 있겠죠? | 참 고단한 삶을 사는구나 | 오늘 하루도 열심히 걸어온 우리에게 | 외로우면 떠나보자





둘. 알록달록 하루를 살아가는, 무지갯빛 일상 이야기

작고 사소한 것들을 좋아하는 삶 | 편안한 시간이 필요한 이유 | 작은 다이어리 하나면 충분하다 | 하루의 마지막엔 웃음을 그려 넣자 |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기 | 하루의 작은 행복으로 살아가기 | 나에게 가끔 여유로움을 선물하자 | 나의 행복은 전자저울로 측정하자 | 당신의 아침은 어떤가요? | 오늘 아침엔 어떤 풍경을 만나셨나요? | 소심한 일탈을 해 보자 | 여유는 만들어지는 걸까, 주어지는 걸까? | 지나치게 좋으면 행복이 무거워진다 | 소중함은 가까운 곳에 있다 | 수다 회동 어때? | 웃음은 사람을 이끈다 | 행복도 저축이 필요하다 | 추억 끄집어내기 | 일할까? 놀까? 쉴까? | 눈을 감고 찍은 나라로 무작정 여행 갈 수 있을까? | 조금은 낯선 골목길로 돌아 가 보자 | 소리 내어 나에게 칭찬해 보기 | 행복의 방과 슬픔의 방 | 인생은 겉만 보면 알 수가 없다 | 조금만 천천히, 느리게 걸으면 | 어느 방향으로 향해 있나요? | 행복을 버무리는 양념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 운동화 끈을 묶어보자 | 걷기는 나를 찾게 해 준다 | 일상에서 소소하게 행복 찾기 |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졌을까?





셋. 열심히 걸어온, 보석빛 인생 이야기

버킷리스트를 적어보세요 | 인생에게 줄 사소한 선물 | 그리움은 설렘이다 | 무채색에서 시작하는 삶 |“보고 싶었다”라고 말해 주세요 | 시간의 속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 느린 스크린에 삶을 담아보려는 노력 | 쑥스럽더라도 따뜻한 한마디 건네보자 |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하려면 | 일상은 테트리스 게임 | 착하다는 것은 칭찬일까? | 조금 다른 것이 특별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 띄엄띄엄 울적한 날을 만나기도 한다 | 그저 긴 인생 중 지나갈 하루란다 | 열심히 하고 있구나 | 걱정 비우기 | 역할의 무게 줄이기 | 어떻게든 되겠지 | 나쁜 일 다음에 좋은 일 | 매일 우는 여자 | 마음이 가벼워지고 싶은 날 | 인생, 정말 평범하다 | 인생은 사다리 타기 게임 | 어려운 숙제가 툭 던져졌을 때 | 마음 밝히기 | 하루를 살아낸다 | 지금 걱정이 있나요? | 그저 인생을 조금 가볍게 보기 | 어두운 터널 속이라면 멈추지 말자 | 삶, 밝음과 어둠의 반복 | 인생의 방향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 때 | 우산 없이 겨울비를 맞고 있나요? | 헤어지기가 아쉬워 | 오늘도 조금 버려보자





넷. 떨어져도 아름다운, 노을빛 지혜 이야기

어떤 어른이 되어 있을까? | 청춘을 만끽하고 채워나가자 | 나이도 충분히 인생의 점수다 | 두렵지만 해 보아야 하는 이유 | 빗방울처럼 살아가자 | 짐 내려놓는 연습 | 늙는 것과 나이 드는 것 | 내 나이를 사랑하자 | 시간은 공평하다 | 나이와 상관없이 사랑은 필요하다 | 시끌벅적 챙기며 살자 | 눈이 내리면 | 지금 내 삶의 만족도를 측정해 보세요 | 타인의 삶 엿듣기 | 좀 더 천천히, 내리막 주위를 둘러보며 | 몇 살로 웃고 있나요? | 우리 인생에도 간절기가 필요하다 | 자란다는 것은 | 삶은 한 편의 시나리오 | 마라톤 같은 인생 | 태풍이 지나가면 환한 햇살이 온다 |

부모와 자식은 어떤 관계가 정답일까? | 그게 인생인 거지 | 인생의 늦은 오후에 서서 | 노을이 더 아름다워 보일 때 | 인생의 저녁은 이랬으면 좋겠다 | 내 삶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 나이 듦의 기쁨 | 사는 것이 나이 들수록 녹록지가 않지만 | 살아보니 그렇더라






저자 : 김은주


학창시절부터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소녀가 살아오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일상과 인생 이야기를 조용하고 담당하게 들려주고 있다.

쳇바퀴 도는 생활 속에서도 기쁨과 슬픔이 공존함을 알게 되었고, 나이와 함께 인생을 조금 멀찍이 바라볼 여유도 생겼다.

하루가 늘 같은 모습으로 지나가고 있는 것 같지만 그 반복적인 하루들의 빛깔은 조금씩 다르며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글로 쓰고 싶었다. 글을 통해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위로와 힐링을 전하고 싶어 오늘도 읽고 쓰고 있다.

2017년 교보문고 주최 손글씨 대회 ‘버금상’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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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키스 링컨 라임 시리즈 12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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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놀랄 만한 발전을 이룬 IT 산업 등으로 이제 본격적으로 4차산업 시대로 접어든 느낌이다.

20세기 중반부터 발달한 컴퓨터는 불과 반세기가 지나지 않아 AI로 진화하는 등 상상을 초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미래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인간이 기계에 의존하는 지구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컴퓨터 과학의 발전은 문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은 눈에 보이는 현실에 집중했다.

설령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라 할지라도 영혼, 천국, 지옥 등 대체로 종교적 범주까지였다.

그러나 이젠 물리적 공간이 우주뿐만 아니라 시공을 초월하는 4차원의 세계로까지 넘나들고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우주공간도 불과 수십 년만에 4차원까지 확대된 것이다.

SF 문학이라 일컬어지는 소설이나 각종 추리물, 심리적 인간의 공간이 시공을 넘나들 정도로 확장돼간다.

이 소설 『스틸 키스』는 이 같은 우리 현실에 발을 딛고 작가의 과학적 상상력이 총동원된 작품이다.





링컨 라임 시리즈 열두 번째 작품으로 사이코패스 악당이 스마트 컨트롤러를 통해 사물인터넷(IOT) 서버를 해킹하여

사람을 죽이는 이야기다. 잘 타고 다니던 에스컬레이터에서 패널 뚜껑이 갑자기 열리자 승객이 기계 밑으로 떨어져 피투성이가 되어 죽는다.

이유도 모른 채 잔혹하게 숨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경찰들은 문제 원인으로 헛다리만 짚는데....

사물인터넷 냉장고, 자동차, 오븐 등의 온갖 스마트 제품이 어느 날 살인 무기로 돌변한다면?

모든 게 편리하게 연결된 스마트 네트워크 시대에 한 번쯤 떠올려 보는 아찔한 상상이 소설에서 대담하게 펼쳐진다.





뉴욕 시내, 형사 아멜리아 색스는 몽타주에서 본 범인 얼굴을 길에서 단번에 알아본다. 뒤를 쫓던 도중, 갑자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린다. 에스컬레이터의 열린 패널 속으로 몸이 떨어져 허리가 절반으로 잘리고 피투성이가 되어가는 승객. 색스 형사는 그 사람을 돕기 위해 급하게 총을 쏴서 에스컬레이터 가동을 멈춘다.

하지만 어느샌가 색스 형사가 쫓아다니던 범인은 사라지고 없다. 범인은 어디로 간 것일까.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과연 우연히 일어난 일일까?

『스틸 키스』는 처음부터 범인이 누군지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용의자는 185센티미터가 넘는 큰 키에 60킬로그램 정도로 깡마른 체구를 지녔지만 식당에서 한꺼번에 햄버거를 열다섯 개나 먹어 치울 정도로 괴이한 식성을 자랑한다.

그놈에겐 손가락만 까딱해도 누구든 죽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다. 사물인터넷(IoT) 서버를 해킹하여 사람을 원격으로 죽이는 것. 스마트 컨트롤러를 손에 쥔 사이코패스 범인은, 사물인터넷 냉장고, 자동차, 오븐처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전자 제품들을 살인 무기처럼 쓸 수 있다.





범인은 왜 이런 잔혹한 범죄에 빠지게 됐을까. 폐쇄적이고 음산한 사이코패스 범인의 자기만의 방, ‘장난감 방’에 모든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이제 그 어둡고 침침한 방에 들어가야 한다.

컴퓨터는 내 인생을 구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스포츠가 아닌 뭔가에서 남보다 뛰어날 수 있었다(키가 크면 농구에 유리하지만, 꺽다리는 그렇지 않다).

나는 내가 원하는 누구든지 될 수 있었다. 아바타와 포토샵 덕분에 원하는 어떤 외모로든 변신할 수 있었다.

- 본문에서





“도와줘! 안 돼! 제발, 제발, 제발!” 남자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다시 뭉개져서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으로 이어졌다.

손님들과 직원들은 숨을 들이쉬고 비명을 질렀다. 고장 난 채로 계속 위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얼른 뛰어내리거나 뒤로 재빨리 물러났다. 옆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던 사람들도 구멍에 빠질 거라고 생각했는지 얼른 뛰어내렸다. 몇 명은 바닥에 한데 엉켜 쓰러졌다.

색스는 커피숍을 돌아보았다.

범인 40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이쪽을 돌아보다가 벨트에 찬 경찰 배지나 무기를 본 게 아닐까.

- pp.16-17





그녀가 마땅치 않은 것은 링컨 라임의 타운하우스가 아니라 이곳에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젠장.

라임이 경찰 자문 업무에서 손을 뗐다는 사실이 불만이었다. 아주. 개인적으로 색스는 서로 주고받는 자극, 자아의 부딪힘, 그런 상태에서 흘러나오는 창조력이 그리웠다. 그가 일을 그만둔 뒤로 색스의 생활은 마치 온라인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 같았다.

정보는 같지만, 그 정보를 두뇌 안에 집적하는 과정이 대폭 축소되었다.

- pp.84-85





컴퓨터는 내 인생을 구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등학교 시절, 나는 스포츠가 아닌 뭔가에서 남보다 뛰어날 수 있었다.(키가 크면 농구에 유리하지만, 꺽다리는 그렇지 않다). 컴퓨터 클럽, 수학 클럽, 게임, 롤플레이 온라인? 나는 내가 원하는 누구든지 될 수 있었다.

아바타와 포토샵 덕분에 원하는 어떤 외모로든 변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컴퓨터는 내 경력을 가능하게 해준다. 사실이다. 나는 거리의 많은 사람들과 대단히 다른 외모는 아니다.

그러나 약간 다른 것 정도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차이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쳐다보고 비웃고 자신감을 얻고 싶을 때나 그럴까.

그러니 자궁 같은 첼시의 집에서 온라인으로 사업하는 것이야말로 내겐 완벽하다.

사람들을 볼 필요도 없고, 직접 이야기할 필요도 없고, 얼굴에 미소를 띤 채 힐끔거리는 시선을 견딜 필요도 없다.

- pp.203-204





샘은 나와 신디의 사진을 폴라로이드로 찍고 있었다. 전부 다?약에 취해 잠든 그녀의 얼굴, 내 말라깽이 몸, 그리고 내 물건. 다른 사람들도 거기 있었다. 배를 붙잡고 웃으면서.

나는 옷가지를 집어 들고 다시 걸치며 울었다. “뭐하는 거야? 뭐하는 거야? 뭐하는 거야?”

프랭크와 샘은 사진을 들여다보며 어느 때보다 떠나가라 웃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말했다. 이봐, 넌 타고난 포르노 배우야, 이 말라깽이!

- p.529





문제는 사회다. 그들은 소비하고, 소비하고, 소비하려고 하지만,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물건을 수집하고, 물건을 수집하는 데 집중한다. 달리 말해 저녁식사는 사람을 위한 것이 ‘되어야만’ 하고, 가족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모여서 소통하는 자리여야 한다. 최고의 오븐, 최고의 만능 조리기구, 최고의 블렌더, 최고의 커피메이커를 뽐내는 자리가 아니다. 우리는 이런 물건들에 집중한다,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 아니라.

- p.560





저자 : 제프리 디버


흥미진진한 캐릭터, 철저한 자료 조사, 탄탄한 플롯, 무엇보다 “사람들은 중간이 아니라 결말을 보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호언할 만큼 충격적인 반전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는 작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범죄스릴러 작가로, 전 세계 35개국, 2000만 명 이상의 열성팬을 거느린 스릴러 계의 거장이다.

1950년 시카고 출생으로, 11살 때 첫 작품을 완성할 만큼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에 소질을 보였다. 미주리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후 잡지 기자로 일했고, [뉴욕 타임스]나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신문의 법률 기자로 일하고 싶어

법대에 들어갔지만, 정작 졸업 후에는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월스트리트의 법률 회사에서 변호사로서 일하면서, 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좋아하는 서스펜스 소설을 읽고 글을 썼다. 마흔한 살 되던 1990년, 그는 전업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1997년 디버는 『본 컬렉터』를 발표하며 세계적인 유명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채 오로지 두뇌만으로 희대의 범죄자들과 대결하는 링컨 라임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등장시킨 이 작품으로 디버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었다. 1999년, 안젤리나 졸리 주연으로 동명의 영화가 만들어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출간 하는 작품마다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1위에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한 제프리 디버는, ‘링컨 라임’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 『콜드 문』에서는 거짓말을 간파하는 심문의 달인 캐트린 댄스를 출연시켜 새로운 시리즈의 탄생을 알린다.

21세기의 출발선에서 테크놀로지가 가져다줄 공포에 대한 경고와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블루 노웨어』는

낯설고도 현실적인 컴퓨터 해킹을 소재로 한 테크노스릴러 작품이다. 소셜 네트워킹의 시대에 사회공학의 위협을 다룬 이 작품은 영리한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으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작가는 독자가 지불하는 돈에 책임을 져야 한다.” 평소 제프리 디버는 대중소설 작가로서의 소명을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그는 8개월 동안 플롯을 구성하고 다시 열 번 이상을 퇴고한 후 작품을 발표할 만큼, 한 권 한 권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특유의 성실함을 발휘해 ‘링컨 라임’ 시리즈와 ‘캐트린 댄스’ 시리즈를 1년마다 번갈아 집필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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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리랑 1
정찬주 지음 / 다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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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운동'이 5.18의 공식 명칭이다. 그러나 직접 참가한 사람이나 '남겨진 자'들은 명예 회복을 위한 행진을 멈출 수 없다.

남겨진 자들은 같이 싸웠고, 죽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지난 40년간 혼신의 힘을 다해 불러왔다. 오로지 남겨진 자로서 죽은 이들을 위해서다.

1980년 5월 광주 일원에서 일어난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잔인한 방법으로 진압하면서 엄청난 희생자를 낸 5.18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책임자는 증언을 거부하거나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하고, 일부 동조세력은 '남겨진 자'에게 위로는커녕 "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 국민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매도하니 아직도 남겨진 자의 의무를 다하기에는 머나먼 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젠 그래도 우리 국민들은 시위대를 향한 과잉진압, 수많은 희생자, 발포 책임자는 누구일까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귀 막고 눈 막아도 알 건 알게 된다. 민주사회에서는...

특히 시민들의 삶에의 뜨거운 열정과 의지가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는 것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확실하게 스스로 체험해온 지난 역사를 아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 책 《광주 아리랑》은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14일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룬 다큐소설이다.

그때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들과 그 안에 얽힌 수많은 인물을 40년이 지난 지금 사실적으로 느끼기에는 쉽지 않다. 특히 피해 당사자나, 가족, 시민들이 아닌 정권을 노린 가해자들은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폭도, 괴물집단이라고 하니...

공식 문서(그것도 조작된 것이 많지만)도 당시의 상황을 실감나게 전달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럴 때 작가들의 상상력에 의존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글 쓰는 사람들은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당시의 진실을 찾아내 리얼리티를 더할 수 있으니까.

작가 정찬주는 이 소설을 통해 당시 항쟁 참가자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부활한 듯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할 정도로 되살려낸다.





작가는 지금까지 제대로 조명하지 않은 광주시민 개개인을 집중적으로 다룬 이 작품을 통해 그들이 계엄당국 측에서 줄곧 몰아간 폭도가 아니었음을, 그저 안식을 찾지 못한 채 고달프게 살아간, 그러나 따뜻한 가슴을 가진 민초일 뿐이었음을 새삼 깨닫고 재발견하게 해준다. 당시 사실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더 절절한 한이 느껴지기도 한다.

광주는 특별한 도시가 아니라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보통의 도시였음을 느낄 수 있다.

1980년 5월, 광주에는 따뜻한 가슴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2020년 우리들은 따뜻한 가슴을 통해 그들이 자신을 희생해가며 얻어내려 한 것이 무엇인지를 전해받는다.

40년이 지났지만 희생자들과 남겨진 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울컥하게 전해진다.





앞서 밝혔듯 《광주 아리랑》은 광주민중항쟁 40주년 회심작이다.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14일간을 다뤘다.

이 작품은 정찬주 작가의 세 가지 관점이 유기적으로 이어진 대작으로, 이른바 ‘5월 광주 소설’의 최종 완성판이라 글쓴이도 출판사도 자부한다.

첫째, 메타포아(은유)를 버리고 콜로세움의 검투사처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작가는 실화를 소재로 삼더라도 소설이라는 사실을 기록하는 보고서가 아닌, 진실을 탐구하는 묵시록에 가깝다고 말한다.

작가가 많은 사실을 바탕으로 많은 고민과 사색을 한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논픽션의 다큐와 픽션의 소설을 오가는 다큐소설이다.

둘째, 지금까지 잘 조명되지 않은 광주시민들을 중심에 두고 있다. 등장인물은 주방장, 상인, 운전수, 페인트공, 용접공, 가구공, 선반공, 공장 여공, 예비군, 예비군 소대장, 대학교 교직원과 수위, 비운동권 학생, 영업사원, 재수생, 구두닦이, 농사꾼 등등이다.





이들 역시 80년 5월에 계엄군과 맞서 싸웠던 엄연한 실존이자 최대 피해자로서, 한 사람 한 사람 ‘광주 5.18 역사로서의 소설’에 주인공이자 증인으로 생생히 조명되고 있다.

셋째, 등장인물들을 통해 광주시민이 계엄당국에서 줄곧 주장한 폭도가 아님을 온전히 증언한다.

그저 안식을 찾지 못한 채 고달픈 사람들이었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진 민초들이었을 뿐이다.

이를 작품 전반에 드러내며 80년 5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왜 울분을 토했고 계엄군과 맞서 싸웠는지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또한 꼭 항쟁에 가담한 사람들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끝내 총을 들지 못하고 양심의 소리에 괴로워하는 '남겨진 자'들의 고통도 같은 무게로 다루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의 보편적인 본성과 행동을 이심전심으로 무겁게 교감시켜준다.

작가는 말한다. 이 소설을 읽는 모든 이가 《광주 아리랑》을 통해서 80년 5월의 광주를 실상 그대로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고.

정말 광주는 특별한 도시가 아니라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보통의 도시였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시위 중에 들었던 횃불이 밤하늘의 별이 된 도시라고. 작가는 40년 전 5월의 광주를 향해 따뜻한 눈물을 흘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어제는 부활절이었다. 무슨 인연에선지 부활절 새벽에 80년 5월 광주 이야기 《광주 아리랑》을 200자 원고지 2400여매 분량으로 탈고했다.

나는 불교 신자지만 ‘예수의 부활’이 오월광주 영령들에게도 영원한 생명의 꽃으로 뿌려지는 듯하다.

《광주 아리랑》에 등장하는 인물은 식당 주방장, 요리사, 시장 상인, 운전수, 페인트공, 용접공, 가구공, 선반공, 방직공장 여공, 예비군, 예비군 소대장, 대학교 교직원과 수위, 비운동권 학생, 영업사원, 재수생, 구두닦이, 농사꾼 등등이다.

이들도 80년 5월에 계엄군과 맞서 싸웠던 엄연한 실존이자 최대 피해자였던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나는 이분들을 한 분 한 분 ‘광주 5.18 역사로서의 소설’에 주인공이자 증인으로 영원히 기리고 싶었다.

화강암 같은 개결한 역사의 비석에 이름을 깊이깊이 새기듯."

- 「작가의 말」 중에서






선도차 지대 팀장은 문득 머리끝이 쭈뼛했다. 광주로 내려오면서 잠깐 꾼 꿈이 생각나서였다.

자신이 피바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김 중위는 전남대 정문을 빠져나오면서 참지 못하고 또다시 욕지거리를 뱉었다.

“쌍놈의 새끼들! 잡기만 해보래이. 부랄 한쪽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끼다.”

자신의 군홧발로 시위하는 학생들의 사타구니를 짓이기겠다는 욕설이었다.

지금까지 시위진압 훈련을 해온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고 싶다는 듯 험악한 말을 뱉어냈다. 달도 없는 칠흑 같은 밤이었다.

- 「지형정찰」 중에서





마지막으로 이승룡을 불러 세웠다. 그에게도 안경을 겨냥해 주먹을 휘둘렀다. 인정사정없이 잔인했다.

공수부대원들은 학생이 실명을 하건 말건 관심이 없었다. 이승룡은 공포가 엄습해 반항할 생각조차 못한 채 부들부들 떨었다.

그래도 가죽 장갑이 안경을 향해 날아오자 본능적으로 얼굴을 돌렸다. 공수부대원이 피식 웃었다.

그러더니 얼굴을 다시 돌려놓고 안경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순간 안경이 깨지면서 양미간의 살이 깊게 찢어졌다.

이승룡 일행이 구타를 당한 지 40여 분쯤 지난 뒤였다. 본부로 끌려가서 보니 이미 머리가 깨지고 얼굴이 퉁퉁 부은 학생 30여 명이 붙잡혀 와 있었다. 그중에는 시위와 상관없는 학생이 많았다. 시험공부 중인 학생도 있고 건축 작품을 준비하던 학생도 있었다.

- 「야만의 밤」 중에서





공수부대원들이 지나가는 행인을 아무나 붙들고 진압봉을 휘둘렀다. 청바지에 긴팔 티를 입은 여학생을 잡아당기더니 길바닥에 내팽개쳤다.

여학생의 티가 벗겨져 가슴이 보일 만큼 난폭하게 질질 끌고 갔다. 그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오십으로 보이는 남자를 붙잡은 뒤 진압봉으로 두들겨 팼다. 시민들 보란 듯이 자전거는 길바닥에 사정없이 던져 망가뜨렸다.

지켜보는 시민들은 두려움 때문에 아무도 항변을 못했다. 문장우 역시도 처음에는 말을 못하다가 꾸역꾸역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야, 개새끼들아. 니들이 대한민국 군인이냐? 죄읎는 사람들까지 왜 때려!”

그제야 상가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공수부대원들에게 욕을 퍼부었다.

“광주 사람 죽이러 왔냐, 나쁜 놈들아!”

박효선도 한마디 큰 소리로 말했다. 연극으로 다져진 목소리였으므로 발음이 정확했다.

“군인 후배들, 내 말 쫌 들어보소. 광주 사람들은 당신들의 적이 아니요. 당신들이 보호해야 할 시민들이요.

부당한 명을 받았으면 거부하시오. 그런 명령불복종은 죄가 안 돼요.”

- 「깨지는 꿈」 중에서





두 번이나 ‘호소문’을 읽은 박금희는 그래도 공수부대원들이 광주시민을 총칼로 찔러 죽인다는 부분에 수긍하지 못했다.

도청에서 벌어진 일도 공수부대원이 대검으로 여대생의 유방을 건들이며 희롱했지 찔렀다고는 믿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저녁을 막 먹고 나서였다. 벽시계가 8시를 가리켰다. 남광주시장 부근에 사는 학교 선도부 부원인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남광주시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공수부대원들이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전화였다.

“금희냐?”

“응.”

“골목에서 언니 친구 미자 언니가…….”

친구는 더 말을 잊지 못하고 울었다. 선도부 부장인 박금희보다도 더 당찬 친구인데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뒷말을 꺼내지 못하고 흐느꼈다.

박금희는 놀란 채 다독였다.

“차분허게 얘기해봐.”

“공수가 칼로 미자 언니 가슴을 찔렀어.”

- 「호소문」 중에서





한일은행 저쪽에서도 공수부대원들이 나타났다. 이른바 앞뒤 쪽에서 공격진압하는 협공작전이었다. 이제는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 아니었다.

시위대는 금남로 이면도로나 골목으로 피했다. 진각도 일고여덟 명의 젊은 청년과 힘껏 뛰어서 전남체육사로 들어가 셔터를 내렸다.

공수부대원들이 금남로의 시위대를 제압했는지 확성기 소리가 들렸다.

“폭도들은 자수하라! 폭도들은 자수하라!”

전남체육사 안으로 피신하고 있던 청년이 욕을 했다.

“니들이 폭도제 우리가 폭도냐? 씨발 놈들아!”

진각은 오랜만에 들어보는 욕이라서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밖은 한동안 정적이 흘렀으나 다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시위 학생이나 시민을 붙잡아 진압봉으로 두들겨 패는 듯했다. 그리고 상가 셔터를 군홧발로 차는 우당탕 소리가 났다.

M16소총 개머리판으로 찍는 둔탁한 소리도 연달아 들려왔다. 진각이 숨어든 전남체육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셔터를 군홧발로 차는 소리가 났다.

“개자식들아, 빨리 나와! 부수고 들어간다.”

- 「우리가 폭도냐?」 중에서





한 청년은 도망치다 붙잡혔는지 허리띠로 손발이 함께 묶인 채 신발을 입에 물고 있었다.

일부 공수부대원은 공원 앞 식당에서 국밥을 먹고 있었다. 팀장인 듯한 중사는 엎드린 청년들을 보고 히죽히죽 웃으면서 낮술을 마셨다.

나상옥이 그 앞을 지나가려고 하자, 한 아주머니가 달려와 붙잡았다.

“젊은 사람덜을 무조건 잡아다가 족치고 있응께 가지 마씨요.”

순간, 나상옥은 ‘젊은 사람들을 잡아다가 족친다’는 아주머니 말에 부아가 치밀었다. 지나칠까, 말까 망설였다.

그러는 사이에 한 공수부대원이 나상옥에게 말했다.

“빨리 꺼져!”

그래도 나상옥이 버티고 있자, 공수부대원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M16소총을 멘 공수부대원은 1미터짜리 긴 박달나무 진압봉을 들고 있었다.

나상옥은 맨손으로는 버겁겠다 싶어 슬그머니 피해버렸다. 월산동 집으로 돌아온 나상옥은 분을 삭였다.

그런데 한 번 치민 분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적개심 같은 것이 막연히 솟구쳤다.

- 「2차 차량 시위」 중에서





《광주 아리랑》에서는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다 주인공이다. 죽었든 살았든, 필연이든 운명이든, 옳든 그르든 극한 상황에서 나름의 선택을 했던 주인공들이다.

그런 인물들과 행위들을 모자이크해 14일간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눈앞에 펼쳐놓은 거대한 벽화가 《광주 아리랑》이다.

작가를 드러내지 않으려 몰인정한 가슴으로 그린 그 벽화에서는 되레 따뜻한 가슴들의 이야기가 직접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저러한 주제와 기법으로 가지를 쳐가고 있는 5월문학 40년. 무엇보다 당시의 실상이 전설화, 풍문화, 관념화돼가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광주 아리랑》은 5월문학의 원본이 될 것이다.

아리랑 민요가 수없이 편곡, 개사되며 오늘도 불리고 감상되듯 『광주 아리랑』 인물들 각자가 다 주인공이 돼 제 세상 펼칠 작품들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서 그날 광주의 따뜻한 가슴들의 진실을 영원히, 감동적으로 전할 것이다.

- 「서평 (이경철 문학평론가 · 전 중앙일보 문화부장)」 중에서





작가 : 정찬주

자기다운 삶으로 자기만의 꽃을 피워낸 역사적 인물과 수행자들의 정신세계를 탐구해온 작가 정찬주는 1983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작가가 된 이래, 자신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변함없이 천착하고 있다.

호는 벽록(檗綠).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고, 상명여대부속여고 국어교사로 교단에 섰다가 십수 년간 샘터사 편집자로 법정스님 책들을 만들면서 스님의 각별한 재가제자가 되었다.

법정스님에게서 받은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무염(無染)이라는 법명을 마음에 품고서, 전남 화순 계당산 산자락에 산방 이불재(耳佛齋)를 짓고 2002년부터 자연을 스승 삼아 벗 삼아 집필에만 전념 중이다.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 『소설 무소유』, 『암자로 가는 길』(전 3권)을 비롯하여, 이 땅에 수행자가 존재하는 의미와 우리 정신문화의 뿌리를 일깨우는 수십 권의 저서를 펴냈다.

장편소설로는 인간 이순신을 그린 대하소설 『이순신의 7년』(전 7권), 『천강에 비친 달』, 『다산의 사랑』, 『칼과 술』, 『못다 부른 명량의 노래』, 『니르바나의 미소』, 『다불』, 『가야산 정진불』(전 2권), 조광조가 꿈꾼 나라를 다룬 『나는 조선의 선비다』(전 3권) 등이 있고, 산문집 『법정스님 인생응원가』, 『법정스님의 뒷모습』, 『불국기행』, 『자기를 속이지 말라』, 『공부하다 죽어라』, 『정찬주의 다인기행』, 중국 선(禪)유적지를 답사한 여행기 『뜰 앞의 잣나무』와 『행복한 중국 선여행』 등이 있고, 동화 『마음을 담는 그릇』, 『바보동자』 등이 있다. 행원문학상, 동국문학상, 화쟁문화대상,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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