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
애덤 바일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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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중학교 다닐 때 미술 선생님이 생각난다. 미술 수업에 들어오신 선생님이 교실 안에 있는 달력을 그려보라고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저마다 준비해온 연필과 색칠 도구로 열심히 그리고 완성했다. 학생들이 그리는 그림을 하나씩 돌아다니며 도움말도 주고, 평가도 하면서 수업이 진행됐다. 그때 독자는 미술 선생님의 칭찬을 받았다. "나날이 발전하는구나"라는 짧은 한마디였다. 초등학교 때도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을 들었는데 중학교에서 또 그런 평가를 받으니 기분이 좋을 뿐 아니라 화가가 될까? 하는 생각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집안에서는 반대였다. 예술가들은 배고프기 때문에 결코 권유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그림에 대한 꿈은 쉽게 가시지 않아 결국 미술부 특별활동을 하던 친구에게 부탁해서 방과 후 한 시간씩 들러 연습을 하는 특별활동 미술실에 간 적이 있다. 물론 미술 선생님의 허가도 받았다.

그때 화가가 되기 위한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 가본 미술실은 흔히 데생 연습을 하는 조각상(흉상)을 하나 탁자 위에 올려 놓고 학생들이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누구 하나 떠드는 사람 없이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살금살금 돌면서 그들이 그린 그림을 살폈다. 놀라울 정도로 빨리 그럴 듯하게 그리는 학생이 있었고, 어떤 학생은 아직 크기와 분할에만 치우쳐 스케치 북에 연필 선 몇 개만 그려져 있는 학생도 있었다. 

이후 집에 와 조각상이 없기에 교과서에 나오는 사진 한 장을 대상으로 삼아 미술 시간에 그리듯 열심히 그렸다.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그렸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사용하지 않은 지우개로 지웠다 다시 그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꽤 오랜 시간 그렸지만 도무지 완성할 수가 없었다. 명암은커녕 얼굴 부위의 크기도 맞지 않고 비례마저 제대로 맞추지 못해 결국 낙서에서나 보는 흉칙스러운 모습에서 그치고 말았다. 후에 미술반 친구에게 물어보니 학기 초부터 몇 개월간 연습을 해왔다고 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말 그대로 수없이 반복함으로써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훌륭한 화가는 선 긋기만 오만 번 이상 연습한다고 들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이후로 그림 그리는 일은 점점 멀어졌고, 그냥 즐기는 것은 좋은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도움의 말도 들었다.

독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데생, 스케치, 드로잉, 크로키, 소묘 등 그림의 기초 과정에서 배우고 반복하는 일이라는 점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어서다. 이 책 『티노씨 핫플레이스 드로잉』의 주제는 세계 여행지 드로잉이다. 이 책은 세계 유명 여행지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장소를 그림(드로잉)으로 남기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드로잉 기법을 가르치는 입문서에서 실전까지 겸한 취지로 발간됐다. 이를 위해 저자 티노씨는 드로잉에는 모두 8가지 재료(연필, 샤프펜슬, 색연필, 콩테, 마카펜, 라이너펜, 오일파스텔, 수채물감)를 사용한다고 밝힌다. 일반적으로 드로잉을 하는 사람들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재료들이다. 흔히 사용하는 4B연필 외에 색채가 가능한 마카펜, 색연필, 오일파스텔, 수채물감 등의 사용법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책에는 단풍나무 풍경 드로잉에서 붉은색 안료를 사용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 드로잉 기본기를 다지는 사례도 실었다.

드로잉의 사전적 의미는 '선묘(線描)'라고 한다. 연필, 펜, 목탄, 크레용 등으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또는 제도 도면. 워터칼라 드로잉(water-colour drawing, 수채화)과 같이 명암, 채색 등 격식에 박힌 표현도 드로잉의 범주에 속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유채기법에 의한 페인팅에 대치되어 사용되는 예도 있다고 덧붙인다. 요즘은 영어로 쓰이는 말을 발음 그대로 쓰지만 옛날에는 우리 미술계에서는 '소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사전은 밝히고 있다. 앞서 독자가 언급한 '데생'이란 말은 프랑스말로 영어로는 드로잉을 말한다고 한다. 드로잉은 프랑스어 데생의 번역어이며 데생은 '그린다'는 뜻의 프랑스어 '데시네(dessiner)'에서 나온 말이다. 즉 드로잉이나 소묘는 같은 의미의 단어라는 뜻이다. 

세계미술사전은 더욱 자세하게 드로잉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표현이나 형태를 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선을 사용해 이미지를 그려내는 기술로서, 건축, 조각, 회화, 공예 등 모든 예술의 기초를 형성한다. 밑그림이라고도 하며, 프랑스어로는 건축의 도면, 도안 등의 뜻도 포함한다. 제작의 목적이나 동기에 따라 크로키, 스케치, 에스키스, 바탕그림, 에보슈, 카르통, 에튀드 등의 명칭이 쓰이기도 한다.

미술대사전은 드로잉의 역사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 공예가들은 질그릇 조각 위에 붓으로 독자적인 스케치를 했다. 그러나 고대와 중세에는 스케치를 단순히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겼고 또 당시의 엄격한 관습이 예비 창조의 범위를 제한하였기 때문에 거의 그려지지 않아, 중세에 소묘의 기능은 주로 공방용의 패턴들에 한정되었다. 지오토Giotto(1266~1337) 이후 자연주의의 발생은 좀더 복잡한 밑그림 기술을 요하게 되었고, 14세기 이후 출현한 최초의 독립적인 소묘는 흰색으로 강조점을 둔 에칭으로, 섬세한 모델링을 위해 바탕칠이 된 종이 위에 그려졌다. 당시 사용되었던 다양한 소묘 기법은 첸니니Cennino Cennini(c.1360~1440)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는 도제 훈련에 있어서 소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소묘를 회화에 입문하는 ‘개선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소묘가 예술의 표현수단으로써 최초로 독자적인 위치를 확립한 것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1452~1519)의 작품에서였다. 그의 수많은 소묘들은 예술적이고 과학적인 창조물들을 광범위하고 풍부하게 보여준다. 예비 스케치를 새로운 실험 분야로 본 그의 개념은 라파엘로Raffaello(1483~1520)에게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소묘의 발전은 18세기에 들어와 거장들의 위조품 드로잉들이 나돌 만큼 수장가들의 수집 대상이 되었다. 19세기에는 앵그르Jean-Auguste Dominique Ingres(1780~1867)를 비롯한 신고전주의자가 소묘의 중요성과 기능을 강조한 것에 비하여 색채를 강조한 낭만주의자들과 인상주의자들은 비교적 소묘를 부수적인 것으로 이용하였다. 반 고흐Vicent van Gogh(1853~1890)는 큰 갈대펜을 사용하여 선의 표현적 특질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으며, 로댕Auguste Rodin(1840~1917)은 20세기 소묘의 개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대담한 소묘에서부터 모델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한 자유로운 기법을 보여주었다. 이때부터 데스피오Charles Despiau(1874~1946), 마이욜Aristide Maillol(1861~1944) 등과 같은 많은 조각가들도 훌륭한 소묘를 제작하였다. 마티스Henri Matisse(1869~1954),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 클레Paul Klee(1879~1940) 등을 비롯한 근현대 미술의 거장들도 독창적인 소묘들을 통해 드로잉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였다. 20세기의 소묘는 추상화의 경향에 따라 점차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성격이 강조되었다.

이 밖에도 회화 기법의 하나로 스케치와 크로키도 설명한다. 스케치(sketch)는 프랑스어의 크로키(croquis)와 같은 것이다. 사생화·약도·초벌그림 등 즉사적(卽寫的) 데생의 일종으로서 목적에 따라 정밀하게 사생하는 경우도 있고 대략을 그리는 경우도 있다. 화고(畵稿, 그림의 원고)로써 외워서 그리는 경우도 있는데, 대략 그리는 경우 임시 스케치의 수법을 사용한다. 스케치 재료는 옛날에는 피엘 노아르(黑石)나 실버 포인트(銀筆)를 사용했으나, 현재는 연필·색연필·목탄·콘테·파스텔 등의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으며, 단색으로 대상의 형태나 특징을 선묘(線描)하기도 하고, 명암을 그려넣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 수채화물감을 칠하면 연필을 정착시키는 효과가 있어 담채를 칠하는 경우도 많다.

또 크로키(croquis)는 초안(草案), 스케치, 밑그림 등의 뜻이다. 화가가 본대로 느낀 대로 연필, 콘테, 펜 등으로 단시간에 그린 것으로서, 세부 묘사에 사로잡히지 않고 대상의 가장 중요한 성질이라든가, 톤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영어의 스케치가 이에 상당하는 말이지만, 일반적으로 크로키는 빠르게 그리는 것을, 스케치는 대상에 대한 더 정확한 묘사법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독자가 중학교 때 학생들이 스케치 북에다 그린 석고 흉상은 데생, 드로잉, 소묘이다. 이에 구별하여 움직이는 물체, 즉 말이 달리는 모습이라든지 운동 선수가 취한 한 동작의 특징을 빠르게 잡아내어 간략하게 그려내는 것을 크로키라고 한다는 뜻이다. 

이 책 『티노씨 핫플레이스 드로잉』에서 저자는 원근감과 입체감이 살아 있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스케치부터 완성까지 4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의 과정 그림과 함께 친절한 드로잉 가이드를 제시한다. 다양한 강의 경험과 드로잉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저자 티노씨의 친절하고 체계적인 가이드를 따라 그림을 그리다 보면 멀어져 가는 풍경이나 웅장한 건물을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

이 책의 모든 그림에는 티노씨Mr.Tino의 유튜브 강좌로 연결할 수 있는 큐알코드가 수록되어 있다. 실시간 생방송으로 시연한 티노씨의 드로잉 영상을 유튜브로 함께하며 소실점과 눈높이를 잡고 구도를 스케치하는 것부터 각 소재에 따른 표현과 기법, 보조도구를 사용하여 효과를 높이는 법까지 차근차근 따라 그려 멋진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세계 여행과 드로잉이라는 두 가지 테제를 결합시킨 미술 기본 입문서라고 보면 될 듯하다. 이 책은 세계 여행지로는 북아메리카부터 아프리카까지 누구나 한번쯤 가 보고픈 세계 각국의 여행 명소를 저자 티노씨의 가이드를 따라 직접 그려 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1부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한 기초 드로잉〉과 2부 〈대륙별 핫플레이스 드로잉〉으로 구성되었다. 2부에서는 1장 「북아메리카」, 2장 「아시아」, 3장 「유럽」, 4장 「오세아니아/아프리카」로 묶었다. 독자들은 세계인들이 자주 찾는 핫플레이스의 풍경과 건축물을 다양한 기법과 표현법으로 하나하나 그리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드로잉으로 지구촌 한 바퀴를 여행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산이나 폭포 같은 유려한 자연 풍경은 물론이고 골목, 카페, 광장, 사원 등 다양한 건축물과 공간이 등장한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나 이탈리아의 피렌체 대성당과 같은 유명한 랜드마크부터, 전라북도 남원의 서도역처럼 우리 주변의 소박한 여행지까지 고유한 특징과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각양각색 명소들을 눈에 담으면서 그림을 통해 문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맘껏 표현해 볼 수 있다. 특히 저자의 설명은 풍경이나 건축물을 드로잉 할 때는 구도와 비례, 원근법을 표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독자들의 이해와 실전을 돕고 있다. 이 책은 눈높이와 소실점의 이해는 물론 형태 잡는 법, 투시도법, 원근법 등을 포함한 드로잉 기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는 말이다.

책은 또한 4단계로 나누어 드로잉 진행 과정을 각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구도 잡기부터 디테일한 묘사까지 각 단계의 진행 그림과 설명을 보면서 핫플레이스 드로잉 방법을 쉽게 터득하고 구현해 볼 수 있다.

미국 국회의사당의 경우 '드로잉 포인트'를 제시한다. "미국 국회의사당 특유의 하얀색을 강조하기 위해 양옆의 나무들을 진하게 그려준다. 세로선만으로도 복잡한 건물의 구도를 그릴 수 있다."(p.46) 이어 단계별 드로잉 가이드를 ① 중앙의 케이크 형태 구조물 위치를 잡고, 양쪽 나무들의 외곽 형태만을 그린다. ② 하늘은 위쪽을 더 어둡게 하여 문지르고 건물의 외곽을 지우개로 선명하게 지운다. ③ 하얀 건물을 강조학 위해 나무들을 더욱 어둡게 그린다. ④ 건물의 많은 창문들은 연필을 두껍게 하여 세로선만으로 깔끔하게 표현한다. 

본격적으로 핫플레이스 드로잉을 시작하기 앞서 다양한 미술 재료들로 기본기를 훈련하는 코너도 마련해 두었다. 똑같은 단풍나무를 여덟 가지 재료(연필, 샤프펜슬, 색연필, 콩테, 마카펜, 라이너펜, 오일파스텔, 수채물감)를 사용해 그려 봄으로써 이후 본격적인 드로잉에서 훨씬 다채롭고 풍부한 텍스처와 깊이를 가진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재료를 활용한 기초 드로잉 후에는 본격적으로 대륙별로 핫플레이스를 소개한다. 핫플레이스 각각의 기본 정보와 함께 그림별로 '드로잉 포인트'와 4단계 드로잉 가이드가 주어지며, 실시간 생방송으로 시연한 티노씨의 드로잉 영상 유튜브 큐알코드도 제공된다. 이 책의 모든 그림을 저자가 직접 그려 가며 세세한 부분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유튜브 강좌이기 때문이다. 따라하는 것만으로 드로잉 초보라도 어렵지 않게 핫플레이스 드로잉을 완성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출판사 측의 이야기다.

해외 여행을 몇 차례 다녀온 독자로서도 가본 적 있는 명소가 나올 때는 눈길을 한 번 더 주지만, 못 가본 곳은 이색적으로 느낄 만큼 드로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유적지의 웅장한 건축물, 독특하고 이색적인 거리와 가옥 등을 대할 땐 새로운 해외 여행을 꿈꾸며 책에 몰입하고 그림의 능력도 키울 수 있어 다음 여행 때는 간단한 도구를 챙겨 드로잉에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을 갖게도 한다. 


이 책을 보면서 우선 점찍어 둔 한 곳을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며 그림 구상과 함께 돌아볼 여행지를 생각해 본다. 말레이시아 사바주의 주도인 코타키나발루이다. 이 도시는 말레이시아 동부 보르네오섬 최대의 도시이다. 이곳은 '황홀한 석양의 섬'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바닷가에서 보는 낙조는 그리스 산토리니, 남태평양 피지와 함께 세계 3대 해넘이로 꼽힌다. 적도가 가까운 곳이라 날씨가 변덕스럽지 않고 사시사철 깨끗한 하늘과 주홍빛 노을을 볼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드로잉 포인트'는 마카펜은 부드러운 색 변화 단계를 나타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러 번 겹쳐 칠하여 노을의 느낌을 표현할 것을 주문한다. 이 그림 역시 4단계 드로잉 포인트를 덧붙인다. ① 실루엣으로 표현될 배경의 나무와 섬, 사람들만을 스케치한다. ② 노랑색, 주황색, 분홍색 등 밝은 색 마카펜으로 바탕을 먼저 칠한다. ③ 갈색, 고동색, 붉은색 등 좀 더 어두운 색감들을 덧칠하여 구름 부분을 그린다. ④ 감정 색감의 마카펜, 붓펜을 이용하여 나무와 바탕의 넓은 부분을 그리고 라이너펜으로 얇은 나뭇가지를 그려 완성한다. 


저자 : 티노씨(김명섭)


일러스트를 전공하고 다양한 화풍의 그림을 그렸다. 현재 보타니컬아트 작가 활동과 연필 드로잉 강의를 하고 있다. YouTube로 연필 드로잉 온라인 실시간 강의를 하고 있으며, “친절한티노씨”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여 그림을 배우고 즐기시는 분들과 소통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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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테레지아 - 오스트리아 최초의 여왕 서양근대사총서 6
김장수 지음 / 푸른사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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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테레지아는 약육강식의 서양 근대사에서 오스트리아가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그녀는 재위 40년 간 끊임없는 전쟁과 가톨릭의 억압 속에서도 법, 군제, 교육 등의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 오늘날 ‘오스트리아의 국모‘로 칭송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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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테레지아 - 오스트리아 최초의 여왕 서양근대사총서 6
김장수 지음 / 푸른사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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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유럽의 여러 국가 중 오스트리아만큼 부침을 거듭한 나라는 드물다. 오스트리아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불릴 만큼 독일의 일부 영토까지 아우르며 강대국으로서 존재했다. 유럽에서 힘깨나 썼다는 의미다. 독일과 함께 일으킨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과 함께 합스부르크 가문이 멸문에 이르면서 오스트리아 제국 역시 산산조각 났다. 오스트리아는 1921년 오늘날의 국경선을 형성하게 된다. 더욱이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 히틀러의 나치에 강제 병합된 채 침략국의 일원으로 참전했다가 다시 패전함으로써 국세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울어 1945년 독일이 항복한 후 독립국가로서 인정을 받았고, 1955년 영세중립을 선언하고 국제적인 승인을 얻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서로마 제국 멸망 후 500년이 지난 즈음 996년 「오스타리치(Ostarrichi)」라는 이름으로 최초로 유럽 역사에 언급되었다. 처음에는 바이에른 공국의 국경지구에 속했다가 1156년부터 1806년까지 (대)공국으로서 신성 로마 제국의 독립적 구성국가였다. 〈오스트리아 왕가"(Haus Osterreich〉라 불리며 광대한 꿈의 지배권을 얻었던 합스부르크 왕가 아래서, 수 세기 동안 오스트리아는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와 오스트리아 제국의 왕을 배출하며 합스부르크 가문의 중심이었다. 1804년 선언된 오스트리아 제국(당시 헝가리와 보헤미아까지 포괄)은 제국의 서쪽 부분이 1815년부터 1866년까지 독일 연방의 일부였고, 1867년부터는 그때부터 독립국가가 된 헝가리 왕국과 함께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 왕조를 구성했다. 

이 책 『오스트리아 최초의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에 소개된 마리아 테레지아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일원으로서 부제(父帝) 카를 6세의 장녀이며, 토스카나 대공(大公) 프란츠 슈테판과 결혼(1736)했지만, 부제(父帝)가 갑자기 사망(1740)함으로써 합스부르크가의 모든 영토를 상속받았다. 그러나 엄청난 영토 이익을 노린 유럽 각국이 이의를 제기하여 오스트리아 계승전쟁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아헨조약에서 프라그마티셰 장크치온에 대한 각국의 승인을 얻어냈다. 정치적 능력이 뛰어났으며 부역의 경감, 수도원영지의 몰수, 교육제도의 개혁 등에 성과를 거둔 여제(女帝)로 오스트리아에서 칭송받고 있다.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은 카를 6세의 생존 당시의 상속법인 프라그마티셰 장크치온, 즉 '국본조칙(國本詔勅)'이 이미 각국의 승인을 받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각국이 그 상속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여 오스트리아 제국 영토를 둘러싸고 벌인 3차례의 계승전쟁(1740∼1748)이 일어났다. 이 전쟁으로 프로이센(독일)에 슐레지엔 지역을 넘겨주었으나, 숙적 프랑스와 대립하는 영국과 손을 잡아 교묘하게 일을 처리함으로써 아헨조약(1748)에서 프라그마티셰 장크치온에 대한 각국의 승인을 얻어냈다. 전쟁 중에 남편을 황제(프란츠 1세)로 세워 공동통치자가 되었으나, 남편에게는 정치적 능력이 없어 그녀가 모든 국정을 담당했다고 한다. 그 후 재정(財政)의 재건과 군사력 증강에 주력하여 슐레지엔 수복을 목표로 프로이센과 7년전쟁(1756∼1763)을 일으켰으나, 프랑스와의 동맹을 맺은 영국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강화조약을 맺었다. 테레이자 여왕은 남편의 사망(1765) 후로는 아들 요제프 2세와의 공동통치로 바꾸었다.

내정 개혁에는 친독일의 급진주의적인 요제프 2세를 견제하면서 부역의 경감, 수도원 영지의 몰수, 교육제도의 개혁 등에 성과를 거두었다. 원래 아들의 탄생을 기대하여 딸의 제위 상속은 생각하지 않았던 카를 6세는,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가정적인 교육만 베풀어 얌전한 여성으로 자라게 했으나, 마리아는 정치적 국면에서 비상한 재능을 발휘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자녀를 16명이나 두었으며, 프랑스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도 그녀의 딸이이다.(두산백과)

특히 테레지아는 오스트리아의 계몽절대주의 체제를 처음으로 도입한 군주였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오스트리아 최초로 의무교육 제도를 실시하여 계몽절대주의 체제를 견고히 다지고 중앙집권체제의 강화뿐만 아니라 문화적 단일화를 구축했다. 아울러 행정, 재정, 외교 분야에서 개혁정책을 강력히 추진했고, 군제 개혁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카를 6세와 국사조칙〉, 2장 〈마리아 테레지아의 성장과 결혼〉, 3장 〈오스트리아 왕위계승전쟁〉, 4장 〈계몽절대왕정체제 구축〉, 5장 〈말년의 활동〉 등이다.

1장은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왕위계승권을 부여한 국사조칙의 제정 원인과 그 진행 과정을 다루었다. 아버지 카를 6세의 부친(테레지아의 조부) 레오폴트 1세는 우울한 눈빛과 돌출된 아랫입술이라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특징을 가진 군주였다. 그는 1640년 오스트리아 왕국의 통치자 겸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페르디난트 3세와 그의 첫 번째 부인인 마리아 안나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후 그는 성직자, 즉 파사우 주교가 될 목적으로 교육을 받았짐반 그의 형 페르디난트 4세가 1654년 갑자기 사망했다. 이에 따라 레오폴트는 1658년 오스트리아 국왕 및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등극했다. 

레오폴트는 플루트를 잘 부는 전문가적인 솜씨의 음악에 취미가 있어 국사보다는 음악에 더 몰두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오스트리아와 경쟁국인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 증대에 관심이 컸고 그것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방법 강구에도 능독적인 자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루이 14세(부르봉 왕조)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것과 그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영토 획득을 대외정책의 근간으로 설정했고 그것을 실천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실제로 루이 14세는 라인 강을 넘어 신성로마제국의 영역을 자주 침범했고 이교도 국가인 오스만튀르크와 협력하여 합스부르크 가문을 괴롭히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유럽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오스만튀르크의 150년 간 4차례에 걸친 오스트리아 침범으로 결국 옛 헝가리 왕국 영토 대부분을 넘겨주었다. 오스만튀르크는 마지막 관문인 오스트리아 빈의 점령을 위해 원정에 나섰지만 국정에 관심이 별로 없어 보였던 레오폴트 1세는 뛰어난 외교와 훌륭한 장군을 발탁, 전세를 뒤집고 옛 헝가리 왕국의 수도 부다페스트까지 빼앗아오며 옛 영화를 지속시켰다. 장군 오이겐과 가톨릭 국가들을 끌어들여 위기를 넘긴 레오폴트는 이후 국가개혁에도 적극적이었고 종교적인 관용 자세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와 에스파냐의 국왕을 배출한 합스부르크는 가문의 영광을 지속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근친결혼을 이어왔기 때문에 선천적 장애를 가진 후손이 많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왕위 계승에 오히려 큰 장애가 되기도 했는데 유럽의 많은 나라가 합스부르크 영향력을 피해갈 수 없기에 얽히고설킨 혈연 관계는 왕위 계승에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결혼 문제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서구 각 나라의 국왕이 조약으로 맺은 왕위 계승과 상속권, 영토 분할 및 상속자 선정 등이 시간이 흐르면서 나라 간의 이해관계로 달라지고, 또 불리한 조약서는 감춰지는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결국 현재의 이해 관계에 맞아 떨어지지 않을 경우 십중팔구 전쟁으로 이어졌기에 오히려 족보 관계는 더욱 혼란을 낳게 됐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별도의 3장에서 3차에 이르는 왕위계승전쟁을 조명하며 프랑스, 영국, 프로이센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살펴본다. 

제 2장에서는 마리아 테레지아의 탄생 및 성장, 프란츠 슈테판과의 결혼 및 자녀 양육, 남편 프란츠 1세의 갑작스러운 서거 이후 아들 요제프 2세와 15년간 왕국을 통치하며 겪는 갈등을 역사에 기록된 바를 바탕으로 서술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여성이 왕으로 추대된 것은 오스트리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적지 않은 반대와 이에 따른 주변 각국의 갈등 관계로 쉽지 않았다. 그러나 카를 6세의 급서로 국왕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의 겸하는 막중한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는 탓에 누군가의 조력 없이 왕의 자리에 저절로 앉을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마리아 테레지아는 요제프 1세의 미망인인 태후 빌헬미네 아말리에 폰 브라운슈바이크-뤼네부르크를 자주 방문했고 거기서 두 사람은 매우 친밀하고 격의 없는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고 전한다. 아말리에는 테레지아를 자신의 친손녀와 같이 귀여워했고 특히 테레지아가 홍역과 천연두에 걸렸을 때 정성을 다해 보살폈다고 한다. 이 점에 대해 카를 6세는 아말리에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고 저자는 이 책에 기록하고 있다. 

아말리에는 테레지아가 여왕으로 등극한 이후 벌어진 상속전쟁에도 자신의 사위인 바이에른 제후 카를 알브레흐트가 지향하던 친프로이센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고 그것의 수정도 강력히 요구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테레지아에 대한 애정과 강력한 지지자였던 것 같다. 또 테레지아 교육을 전담한 폭스-몰라드 백작부인은 그녀의 천부적 재능을 확인하고 그것의 효율적인 확산에 신경을 썼다고 알려져 있다.

어머니 엘리자베스 크리스티네 황후는 1736년 백작부인을 테레지아의 궁내부장관으로 임명했고, 로다운에 위치한 작은 성도 선물했다고 한다. 테레지아는 그녀를 '자유분방한 암여우' 또는 '사랑하는 어머니'라 칭하기도 했다는 말도 저자는 이 책에 쓰고 있다. 이는 테레지아가 친모 엘리자베스 크리스티네 황후보다 더 믿고 따랐다는 말로 독자에게는 읽히는 부분이다. 실제로 테레지아는 크리스티네 황후가 1750년 사망했을 때 특별한 슬픈 감정을 보이지 않았고 상투적인 미사여구로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한데 반해 4년 후 백작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극도의 슬픔을 경험하고 극복하기까지 상당 기간 필요했다는 데서 증명되는 일화다. 

40년 동안 오스트리아의 내정과 군제 개혁을 추진하고 오스트리아 최초로 의무교육제 실시 등 계몽군주로서 강력한 오스트리아를 재건해 오늘날까지 '오스트리아의 국모'로 일컬어지는 그녀의 국정 운영과 제도 개선은 계몽군주로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그녀의 국왕으로서의 업적은 제4장 〈계몽절대왕정체제 구축〉과 제5장 〈말년의 활동〉에 자세히 기록되고 있다. 왕위 계승 전쟁에서 오스트리아의 군주로서 확실히 입지를 다진 테레지아는 정책적 효율성을 갖춘 정부 및 강력한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정례적인 징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이에 따라 일반 조세제도의 도입도 강력히 추진하고 귀족계층과 가톨릭교회의 교회령 및 성직자들은 더 이상 면제 대상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일반 조세제도의 도입에 따라 귀족 및 성직자 계층은 그들 수입의 18.75%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국가는 징집, 군대 무장 및 유지비를 부담하기로 한데서 국정 운영을 원활하게 한다. 이러한 세금 제도는 경제적으로 활성화된 오스트리아와 보헤미아 지방에서 집중적으로 시행되었다고 역사 기록에서 찾아낼 수 있다. 이처럼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은 신(神)의 뜻을 따른다는 자세로 자신이 신으로부터 합스부르크 가문의 영토를 보존하는 의무를 위임받았기 때문에 그것을 지키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정국 운영의 확신도 가지고 있었다고 후의 사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신앙심이 돈독하던 여왕은 평소부터 로마 교황을 비롯해 빈의 대주교를 존중하며 미사나 성채배령 등의 가톨릭 의식에도 예를 다했다고 한다. 그녀의 가톨릭교에 대한 신앙심은 의심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가톨릭 국가인 오스트리아에는 수도원을 비롯한 교회 관련 영지가 지나치게 많았던 때다. 게다가 교회는 면세 대상이었기 때문에 국가권력의 징세권 행사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테레지아는 가톨릭 교회에 대한 개혁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주도하던 국가개혁 역시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해 가톨릭 세력은 '교회의 면세특권'을 부각시키면서 마리아 테레지아의 개혁안에 동조하지 않았다. 가톨릭 세력의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테레지아는 예수회의 활동을 제안하고 금전과 시간의 낭비에 불과한 성지순례도 중지시킬 정도로 강력한 추진력도 갖춘 군주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교회 내부의 화려한 의식을 폐지시키자 로마 교황청은 여왕의 개혁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인간의 이성을 강조하던 계몽사상의 확대로 상황은 이미 테레지아의 편이었다. 가톨릭교회에 의해 유지되던 국가 운영 체계나 법 제도 개선을 합리적 이성을 갖고 판단해 추진했으며, 이에 따른 각종 법률도 통과시켜 법제를 확립시켜 나갔다. 이를 위해 1766년 『테레지아 법전』 간행을 통해 집대성했고 이를 토대로 법률의 일원화도 시도되었다. 당시 테레지아는 사법제도의 운영 과정에서 이우스티티아와 클레멘티아를 적절한 안배하려고 했다는 점이 뒤늦게 평가되고 있는 대목이다. 

이우스티티아는 법률의 엄격성과 동등성을 지칭하고, 클레멘티아는 감형을 통해 이런 엄격성을 다소나마 완화시키고 거기서 예외 규정도 인정한다는 것이는데 테레지아 형법전은 중세의 중죄인을 다루는 행사재판소법에 불과하다는 당대 법학자들은 부정적 평가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테레지아는 이미 시대를 앞서 법의 미래까지 내다보고 개혁을 추진했다는 데서 오스트리아의 근대화와 국가 체제의 안정을 꾀했으니 개혁군주의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었다고 독자는 이해된다. 

재위 말년에 시행한 의무교육 제도는 오스트리아로선 처음이었다. 재임 초기부터 교육에 관심이 컸지만 여러 가지 현안에 밀려 재위 말년에 들어서서야 대부분을 아들 요제프 2세에게 위임하고 직접 교육 개혁을 시도했다. 외교나 영토 등 국정 전반에서 갈등을 보이던 요제프 2세도 의무교육 제도 실시에 대해서는 찬성을 했다고 저자는 책에서 적고 있다. 가톨릭 국가이고 신자인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은 신교 국가인 프로이센의 교육 개혁에 관심을 더 보였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학생들이 단순히 가톨릭 교리문답서를 읽고 암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창의성 계발을 위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해 듣고 교육 개혁의 내용과 오스트리아의 현재의 상황을 접목시킨 교육 개혁을 모색했고, 그 과제를 프로이센에서 유명한 교육자 펠비거에게 맡겼다고 한다. 이렇듯 개혁을 추진하는 테레지아는 혁명적인 방법보다 점진적 개선을 택했을 정도로 말년의 개혁 정신의 원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자는 이를 두고 40년 동안 오스트리아를 통치하며 강한 결단력과 여성성을 겸비한, 위정자로서의 마리아 테레지아의 모습을 재평가하게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 : 김장수(金長壽)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베를린 자유대학교 역사학부에서 석사 및 철학박사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Die politische Tatigkeit F. Palackys(팔라츠키의 정치활동)』 『Korea und der ‘Westen’ von 1860 bis 1900(1860년부터 1900년까지의 조선과 서방 세계)』 『Die Beziehungen Koreas zu den europaischen Großmachten, mitbesonderer Berucksichtigung der Beziehungen zum Deutschen Reich(한국과 유럽 강대국들과의 관계, 특히 독일 제국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프란티셰크 팔라츠키의 정치활동』 『독일의 대학생 활동 및 그 영향』 『서양의 제 혁명』 『비스마르크』 『중유럽 민족문제』(공저) 『유럽의 절대왕정시대』 『주제별로 들여다본 체코의 역사』 『주제별로 살펴본 서양 근대사』 『체코 역사와 민족의 정체성』 『슬라브 정치가들이 제시한 오스트리아 제국의 존속 방안』 『후스로부터 시작된 종교적 격동기(1412~1648)』 『19세기 독일 통합과 제국의 탄생』 『메테르니히』 『오스트리아 최초의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 『독일 통합의 비전을 제시한 프리드리히 2세』 등이 있다. 프란티셰크 팔라츠키의 친오스트리아슬라브주의와 19세기 오스트리아 제국의 민족 문제를 다룬 많은 논문도 있다. 현재 가톨릭관동대학교 역사교육과 명예교수이며 한국세계문화사학회(구 한국서양문화사학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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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 치유할 수 없는 질병
슬라보예 지젝 지음, 노윤기 옮김 / 현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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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랑'과 '자유'는 다소 이질적 느낌을 주는 말이지만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 이유가 되기도 한다. '사랑'은 생존과 번영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까지의 번영은 물론 생존마저 가능했을지 의심해야 할 정도로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감정, 또는 '그 무엇'으로 존재해 왔다. 이에 비해 '자유'는 인류 모두에게 주어지는 신(神)의 선물이지 실제 모든 인간이 '자유'를 가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처럼 인류에게 고귀한 가치이자 존재의 이유로도 설명되지만 명확한 의미를 설명한 명제는 아직 확립하지 못한 것 같다. 유사 이래 인류는 '사랑'에 대해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문자가 발명된 이후 기록된 것만 따져도 학문적으로 정의를 내리지도, 예술적으로 표현하기도 어렵다는 사실만 남겼을 뿐 실체에 접근하지 못한 채 결국 종교의 몫으로 넘어간 것으로 독자는 이해하고 있다. 예수 탄생 이후 '사랑'은 인류 문명의 핵심 키워드의 자리잡았다. 서양 문명의 근원이고 시발점이라는 그리스(아테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수많은 학자들이 사랑의 정의 대신 '종류'로 분류해 남겼다. 서양 문명뿐 아니다. 동양에서도 중국, 인도 문명은 사랑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렸지만 완전한 '사랑'에 대한 이해로는 판단되지 않는다. 

자유 역시 주로 정치적 의미로 많이 사용돼 왔지만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일은 근대 이후부터이다. 이 책 표제어는 단 한 단어, 바로 『FREEDOM(자유)』이다. 대체 자유란 무엇일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란 별칭을 얻은 동유럽의 세계적 석학 슬라보예 지젝은 이 책에서 말하는 자유는 뭘까? 우선 자유를 수식하는 어떤 낱말이 붙는지에 따라 자유의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누군가는 인간의 자유, 사랑의 자유를 위해 평생을 바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편에 있는 이들은 권력의 자유, 자본의 자유를 외치며 사람들을 억압하고 선동한다. 그만큼 자유는 매혹적이고 숭고하면서도 때로는 위험한 개념이라고 이해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저자 지젝은 이 책에서 프로이트와 구조 심리학, 근현대 철학을 망라한 이론으로 신(神)과 자유의지와 욕망의 문제를 분석하여 자유의 가치와 개념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자각과 시민 공동체의 연대를 강력히 촉구한다.

최근 대한민국은 정치적 이유로 '자유'라는 단어가 부쩍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 권력에서 자유는 그닥 반갑지 않은 단어일까? 지첵의 이 책이 한국에서 출간을 준비하는 동안 ‘자유’라는 단어는 한국 언론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이었다. 얼마 전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과 언론을 분석한 기사를 보면 그가 가장 많이 쓴 단어가 '자유'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였다고 한다. 지난 12월 3일 느닷없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적 집단을 처단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계엄령일지라도국회나 선관위 등의 헌법기관의 침탈을 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과 관련 법률에 명시돼 있는데도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 의결을 방해하려 했고, 부정선거를 방관한 선관위에 증거 수집차 계엄군을 보내 위협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지금은 그날 즉각 계엄해제를 의결한 국회에서의 계엄군을 투입하고도 목적 달성에 실패해 오히려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했다. 이를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일정 기간 탄핵심판을 위한 재판을 속행해 이번 달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그는 계엄령 선포 이유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있어서 계엄을 선포했다고 변론하고 있다. 잠시 잠잠했던 보수와 진보의 극단의 진영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생각하는 자유란 무엇일까? 국민으로서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고도의 정치 행위란 주장에는 나름의 논리로 변호인단을 통해 정당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계엄 선포 당일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계엄의 필요성에는 크게 공감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류는 언제나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의 참상 속에서 가장 큰 자유를 실행해 왔다."는 전제들 두고 있다. 상식과 제도와 자유(리버티)가 무너진 사회에서 우리는 자유의 최저치(프리덤)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총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이 각성하여 투표장에 들어서는 때는 이미 민주주의가 허물어진 뒤고, 그제야 우리는 투표를 통해 유의미한 자유를 실현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하지 않을 수 없을 때 정말로 자율적이다. 혹은, 이미 결정된 사실을 알면서도 무엇을 할지 결정해야 하는 공포스러운 상황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는 운명과 일치한다고 저자 지젝은 말한다.

독자는 『아노크라시』의 제목으로 쓰인 책을 얼마 전에 읽은 적이 있다. 낯선 단어이다. 이 표제어는 민주주의 체제의 나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노크라시(Anocracy)'는 독자들이 쉽게 접하지 못한 단어라는 점을 인지해서인지 책 본문을 시작하기도 전 가장 앞자리에 단어의 뜻을 새겨넣었다. "아노크라시는 민주주의(데모크라시, Democracy)와 독재(아토크라시, Atutocracy)가 혼합된 상태"를 말한다고 적었다. 인터넷을 통해 이 단어의 쓰임새를 찾아냈다. 2021년 12월 22일자 서울신문 칼럼이다. "옛 소련의 몰락을 학술적으로 예측해낸 것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정치학자 요한 갈퉁은 2016년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출이 미국의 쇠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후 5년이 지난 요즘 미국의 후퇴를 확인시켜주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1월 스웨덴 싱크탱크 IDEA는 미국을 ‘퇴보한 민주주의국가’ 목록에 올렸고 바버라 월터 미국 UC샌디에이고 정치학과 교수는 내년 초 출간하는 책 ‘어떻게 내전이 시작하나’에서 미국 민주주의가 ‘아노크라시(anocracy)’ 수준으로 후퇴했다고 진단했다." 

이 칼럼에서도 아노크라시는 민주주의(democracy)와 독재(autocracy)의 중간쯤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우간다·캄보디아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적시했다. 1946년 유태계 독일 철학자 마르틴 부버가 쓴 ‘유토피아의 협로’를 영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아노크라시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우리말로는 부분적 민주주의, 혼합제, 중간 상태 등으로 번역된다. 시리아·레바논 등 내전국을 연구해온 월터 교수는 아노크라시로 접어든 미국에 내전 발발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트럼프 이후의 미국이 ‘초기 충돌’ 단계를 지나 위험 상황으로 진입했다고 분석했다."고 용어 풀이를 덧붙였다. 놀랍게도 오늘날 대한민국의 상황과 재선의 트럼프 행정부를 예견하는 글이 이 칼럼에 올라 있다. 

모든 인간에게 자유가 실현될 때는 근대 이후라고 말했지만 사실 자유란 개념은 인류가 학문을 가질 때부터 존재해 온 개념이기도 하다. 로마제국 시대에도 자유는 있었고, 춘추전국시대에서도 자유는 존재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을 뿐이다.

민주주의(Democracy)는 고대 그리스 어의 민중을 뜻하는 '데모스(demos)'와 지배 또는 권력을 뜻하는 '크라토스(kratos)'의 합성어로서, 민주주의란 곧 '민중에 의한 지배'를 말한다. 즉,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 또는 그러한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을 말한다고 고등학교 다닐 때 배웠다. 이를 토대로 '카키스토'의 뜻만 알면 어떤 단어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다. 신조어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답답하다. 제목 밑에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란 부제를 달았으니 어떤 뜻인지 윤곽이 잡힌다. 다행히 출판사 측에서 책에 끼워넣은 책 안내서에 친절하게 설명이 돼 있다. 또 '카키스토크라시'란 단어도 있다. 이는 부패한 기업가들과 지도자들이 기울어진 사회의 지형을 형성한 것을 지칭하는 단어다. 아마 도널드 트럼프의 출현이 예견된 것이라고 말하기 위해 생겨난 신조어일지도 모르겠다. 한 저자는 『카키스토크라시』란 책을 썼다. 이미 '잡놈'형 인간이 번창할 환경이 마련되어 있던 미국 사회를 고찰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또 대한민국 사회가 이러한 미국 사회의 병폐를 빼닮았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우리 '정상인'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카키스토크라시 시대를 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건전한 시민들이 어떻게 해야 '잡놈'들의 지배에 저항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지배하는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지 비전과 논거를 제시하려 한다. 가치 체계가 무너진 세상에서 자유인이고 주권자인 국민이 나서야 한다는 지젝의 주장과 자연스럽게 일치는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이미 결정된 사실을 알면서도 무엇을 할지 결정해야 하는 공포스러운 상황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는 운명과 일치한다고 저자 지젝은 말한다."

동양에서도 '자유로운 삶'의 가치를 이미 2,500년 전부터 설파한 사람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장자이다. 그는 올바른 삶에는 절대적·객관적·사회적 기준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는 혹은 적용되어야 하는 기준이다. 하지만 좋은 삶에는 애초에 그런 기준이 없다.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상대적·주관적·개인적 기준일 뿐이다. 또 올바른 삶은 자신의 가치와 기준을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하려고 한다. 그래서 올바른 삶의 가치와 기준을 자기에게는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강요하고 또한 무한히 확대 복제하려고 한다. 반면 좋은 삶은 자신의 가치와 기준이 고유하듯이 다른 사람의 가치와 기준 역시 고유하다고 여긴다. 어떤 삶을 원하는가?

앞서 언급한 올바른 삶과 자기 삶의 가치와 기준은 다르다. 올바른 삶은 세상(천하)의 올바른 가치와 기준을 위해 개인의 개별적 가치와 기준은 희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사회의 관습과 도덕 또는 규범과 규칙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자유와 생명은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삶은 세상의 올바른 가치와 기준을 위해 개인의 개별적인 가치와 기준이 희생당하는 것을 거부한다. 세상을 위해 희생당해도 괜찮은 개인의 살과 생명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을 위하는 삶이 '올바른 삶'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세상을 위해 개인의 삶과 생명을 희생하는 것을 큰 명예이자 영광으로 여긴다. 장자에게는 공자나 묵자처럼 세상 사람들이 숭배하는 이른바 성인군자 혹은 도덕군자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것은 장자가 유가나 묵가의 철학을 비판하는가장 큰 이유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장자가 공자의 유가에서 말하는 인의 도덕과 삼강오륜 같은 관습, 도덕, 윤리, 규범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비판하는 이유다.

도덕적이고 관습적인 올바른 삶은 소외층 피지배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희생을 강요하는 지배계층의 논리고 힘있는 자의 기준에서 내세운 사상이고 철학이라고 장자는 꼬집는다. 일반 백성, 여성, 가난한 사람 등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좋은 삶'이란 자신이 원하는 삶, 즉 다시 자신의 행복과 사랑을 찾는 삶이다. 도덕이나 규범 또는 그 밖의 어떤 것에 종속된 삶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고 바라고 갈망하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좋은 삶이란 장자의 철학은 설득력을 갖게 된다. 이처럼 올바른 삶이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할 보편적·절대적·객관적·사회적 가치와 기준이라면, 좋은 삶이란 자기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개별적·상대적·주관적·개인적 가치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장자 연구가들은 강조한다. 장자는 올바른 삶의 가치가 지배하던 시대 좋은 삶의 가치를 역설한 거의 유일한 철학자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민주주의에 해를 끼치는 단어 중 우리가 잘 아는 '독선'과 '편견'이 있다. 두 단어는 정반대의 개념처럼 보이지만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다. 잘못 인식된 개념, 즉 편견 자신의 의식에 들어가 고착화되면 그 개념 이외의 어떤 주장이나 의견도 자신보다 못하다고 인식하게 된다. 독선이다. 독선은 독재로 가는 지름길이다.

지젝은 언제나 그래왔듯 권력자들을 통렬히 비판한다. 이 책에서도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트럼프 재선이나 대한민국 최근 정치 상황은 최근 일어난 일이어서 칼럼니스트나 시사평론가들이 비판을 위해 낸 의견이지만, 이 책은 이런 현상이 미국과 대한민국이란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리라고 상상도 못한 시기에 쓰여졌다. 지젝에 따르면 독재자들은 강박 신경증 환자와도 같아서 자신이 하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발각되지 않도록, 혹은 중요한 질문이 제기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사건과 구설수를 만든다. 그들은 무언가를 타파해야 한다며 ‘거세’를 자신의 공적 이미지로 활용하는데,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 뒤에 숨어 정말로 중요한 행정 절차들을 진행시킨다. 지젝은 또한 이 책에서 불평등의 문제도 지적한다. 돈이 많을수록 사회가 빈곤해지는 부의 역설이 생기는 이유는 인간이 더 많이 가질수록 더 큰 결핍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것은 슈퍼에고의 역설과도 같아서, 사람들은 타인의 명령을 더 많이 따를수록 더 큰 죄책감을 느낀다. 결국 부패 권력은 부를 확대하여 시민을 가난하게 하고, 명령의 범위를 넓혀서 시민을 죄인으로 만든다.

현대사회의 가장 큰 논쟁인 차별의 문제도 현대 심리학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성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으면 과도한 쾌락이 그녀들을 앗아갈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비롯된다고 지젝은 지적한다. 인종차별도 마찬가지로 타자의 즐거움에 대한 일종의 질투인데, 타자가 우리 삶의 일부 즐거움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철학과 사회학, 대중문화를 넘나들며 우리 사회의 현상들을 분석하는 지젝답게 영화 〈매트릭스〉를 이야기하며 묻는다. 당신은 매트릭스의 살아있는 배터리로 계속 머물 것인가? 그는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 진정한 자아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매트릭스〉의 주인공이 그러했듯 아이러니하게도 각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아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말초적인 욕망 대신 자유의 객관적인 도구가 되어야 한다. 혁명도 마찬가지다. 혁명을 주도하는 운명적인 주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각자가 스스로 혁명 주체이자 도구가 되어야 한다. 지젝이 통렬하게 비판하는 부분을 우리 일반 시민들은 물론 비판의 대상자들도 읽어 실천하기를 독자로서 희망한다. 

자유는 때로 먼 길을 우회하기도 한다. 자유와 죽음, 멸망을 오가는 이 논리가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도 멀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지젝의 문장은 칸트와 헤겔은 물론 정신분석학, 마르크스주의, 구조주의, 해체주의 등의 토대 위에 얹혀있기 때문에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독자로서 번역번을 처음 읽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다. 아직도 많은 부분은 이해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내는 과정에서 느끼는 점은 우리의 현실과 미국의 현재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일을 위한 자유의 의미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철학, 예술, 현실을 넘나드는 문화의 향연에 참여한 느낌이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할 분명한 해법은 이것이다. 어떤 형태의 권위도 국민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 국민 각자가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포퓰리즘 정치인들은 대중을 이야기하며 음침한 외설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들이 지칭하는 ‘대중’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포퓰리즘이란 본질적으로 권력의 가면이다. 이 새로운 양상의 지배자들은 스스로를 ‘대중의 하인’으로 포장하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가상의 존재를 불러온다. 이를 통해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을 ‘대중의적’으로 매도할 수도 있게 된다. 포퓰리즘이 처음 등장한 것은 여러 세기 전이었고, 전통적인 권위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왕이 스스로를 하인이라고 선언하며 권위를 공고히 한 것인데, 프리드리히 대제의 경우 자신을 “왕국의 첫 번째 하인”이라고 선언했다. 이처럼 주인들은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스스로를 하인으로 포장했다.(p.431~432) - 「마치는 말」 중에서


저자 :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


오늘날 가장 논쟁적인 철학자이자 ‘동유럽의 기적’이라 불리는 세계적 석학.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태어나 류블랴나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파리8대학교에서 정신분석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컬럼비아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 파리8대학교, 런던대학교 등 대서양을 넘나들며 세계 주요 대학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냐대학교 사회학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 버크벡연구소 인류학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1989년 국제적 명성을 안긴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을 세상에 내놓은 이후, 급진적 정치이론, 정신분석학, 현대철학에서의 독창적 통찰을 바탕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대중문화를 자유롭게 꿰어내며 전방위적 지평의 사유를 전개하는 독보적인 철학자로 자리매김했다.

저서로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새로운 계급투쟁』 등이 있고, 공저로 『거대한 후퇴』, 『지속 가능한 미래』, 『나의 타자』 등이 있다.


역자 : 노윤기


건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공기업에서 국제관계와 기업 홍보 업무를 보았으나 좋은 책을 읽고 소개하는 번역가의 업에 매료되어 바른번역글밥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번역가가 되었다. 옮긴 책으로는 『군중의 망상』 『이 진리가 당신에게 닿기를』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옥스퍼드 튜토리얼』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 『남자의 미래』 『단순한 삶의 철학』 『커피의 모든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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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노씨 핫플레이스 드로잉
티노씨(김명섭)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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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독자가 중학교 다닐 때 미술 선생님이 생각난다. 미술 수업에 들어오신 선생님이 교실 안에 있는 달력을 그려보라고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저마다 준비해온 연필과 색칠 도구로 열심히 그리고 완성했다. 학생들이 그리는 그림을 하나씩 돌아다니며 도움말도 주고, 평가도 하면서 수업이 진행됐다. 그때 독자는 미술 선생님의 칭찬을 받았다. "나날이 발전하는구나"라는 짧은 한마디였다. 초등학교 때도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을 들었는데 중학교에서 또 그런 평가를 받으니 기분이 좋을 뿐 아니라 화가가 될까? 하는 생각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집안에서는 반대였다. 예술가들은 배고프기 때문에 결코 권유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그림에 대한 꿈은 쉽게 가시지 않아 결국 미술부 특별활동을 하던 친구에게 부탁해서 방과 후 한 시간씩 들러 연습을 하는 특별활동 미술실에 간 적이 있다. 물론 미술 선생님의 허가도 받았다.

그때 화가가 되기 위한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 가본 미술실은 흔히 데생 연습을 하는 조각상(흉상)을 하나 탁자 위에 올려 놓고 학생들이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누구 하나 떠드는 사람 없이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살금살금 돌면서 그들이 그린 그림을 살폈다. 놀라울 정도로 빨리 그럴 듯하게 그리는 학생이 있었고, 어떤 학생은 아직 크기와 분할에만 치우쳐 스케치 북에 연필 선 몇 개만 그려져 있는 학생도 있었다. 

이후 집에 와 조각상이 없기에 교과서에 나오는 사진 한 장을 대상으로 삼아 미술 시간에 그리듯 열심히 그렸다.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그렸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사용하지 않은 지우개로 지웠다 다시 그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꽤 오랜 시간 그렸지만 도무지 완성할 수가 없었다. 명암은커녕 얼굴 부위의 크기도 맞지 않고 비례마저 제대로 맞추지 못해 결국 낙서에서나 보는 흉칙스러운 모습에서 그치고 말았다. 후에 미술반 친구에게 물어보니 학기 초부터 몇 개월간 연습을 해왔다고 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말 그대로 수없이 반복함으로써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훌륭한 화가는 선 긋기만 오만 번 이상 연습한다고 들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이후로 그림 그리는 일은 점점 멀어졌고, 그냥 즐기는 것은 좋은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도움의 말도 들었다.

독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데생, 스케치, 드로잉, 크로키, 소묘 등 그림의 기초 과정에서 배우고 반복하는 일이라는 점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어서다. 이 책 『티노씨 핫플레이스 드로잉』의 주제는 세계 여행지 드로잉이다. 이 책은 세계 유명 여행지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장소를 그림(드로잉)으로 남기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드로잉 기법을 가르치는 입문서에서 실전까지 겸한 취지로 발간됐다. 이를 위해 저자 티노씨는 드로잉에는 모두 8가지 재료(연필, 샤프펜슬, 색연필, 콩테, 마카펜, 라이너펜, 오일파스텔, 수채물감)를 사용한다고 밝힌다. 일반적으로 드로잉을 하는 사람들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재료들이다. 흔히 사용하는 4B연필 외에 색채가 가능한 마카펜, 색연필, 오일파스텔, 수채물감 등의 사용법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책에는 단풍나무 풍경 드로잉에서 붉은색 안료를 사용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 드로잉 기본기를 다지는 사례도 실었다.

드로잉의 사전적 의미는 '선묘(線描)'라고 한다. 연필, 펜, 목탄, 크레용 등으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또는 제도 도면. 워터칼라 드로잉(water-colour drawing, 수채화)과 같이 명암, 채색 등 격식에 박힌 표현도 드로잉의 범주에 속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유채기법에 의한 페인팅에 대치되어 사용되는 예도 있다고 덧붙인다. 요즘은 영어로 쓰이는 말을 발음 그대로 쓰지만 옛날에는 우리 미술계에서는 '소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사전은 밝히고 있다. 앞서 독자가 언급한 '데생'이란 말은 프랑스말로 영어로는 드로잉을 말한다고 한다. 드로잉은 프랑스어 데생의 번역어이며 데생은 '그린다'는 뜻의 프랑스어 '데시네(dessiner)'에서 나온 말이다. 즉 드로잉이나 소묘는 같은 의미의 단어라는 뜻이다. 

세계미술사전은 더욱 자세하게 드로잉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표현이나 형태를 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선을 사용해 이미지를 그려내는 기술로서, 건축, 조각, 회화, 공예 등 모든 예술의 기초를 형성한다. 밑그림이라고도 하며, 프랑스어로는 건축의 도면, 도안 등의 뜻도 포함한다. 제작의 목적이나 동기에 따라 크로키, 스케치, 에스키스, 바탕그림, 에보슈, 카르통, 에튀드 등의 명칭이 쓰이기도 한다.

미술대사전은 드로잉의 역사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 공예가들은 질그릇 조각 위에 붓으로 독자적인 스케치를 했다. 그러나 고대와 중세에는 스케치를 단순히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겼고 또 당시의 엄격한 관습이 예비 창조의 범위를 제한하였기 때문에 거의 그려지지 않아, 중세에 소묘의 기능은 주로 공방용의 패턴들에 한정되었다. 지오토Giotto(1266~1337) 이후 자연주의의 발생은 좀더 복잡한 밑그림 기술을 요하게 되었고, 14세기 이후 출현한 최초의 독립적인 소묘는 흰색으로 강조점을 둔 에칭으로, 섬세한 모델링을 위해 바탕칠이 된 종이 위에 그려졌다. 당시 사용되었던 다양한 소묘 기법은 첸니니Cennino Cennini(c.1360~1440)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는 도제 훈련에 있어서 소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소묘를 회화에 입문하는 ‘개선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소묘가 예술의 표현수단으로써 최초로 독자적인 위치를 확립한 것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1452~1519)의 작품에서였다. 그의 수많은 소묘들은 예술적이고 과학적인 창조물들을 광범위하고 풍부하게 보여준다. 예비 스케치를 새로운 실험 분야로 본 그의 개념은 라파엘로Raffaello(1483~1520)에게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소묘의 발전은 18세기에 들어와 거장들의 위조품 드로잉들이 나돌 만큼 수장가들의 수집 대상이 되었다. 19세기에는 앵그르Jean-Auguste Dominique Ingres(1780~1867)를 비롯한 신고전주의자가 소묘의 중요성과 기능을 강조한 것에 비하여 색채를 강조한 낭만주의자들과 인상주의자들은 비교적 소묘를 부수적인 것으로 이용하였다. 반 고흐Vicent van Gogh(1853~1890)는 큰 갈대펜을 사용하여 선의 표현적 특질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으며, 로댕Auguste Rodin(1840~1917)은 20세기 소묘의 개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대담한 소묘에서부터 모델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한 자유로운 기법을 보여주었다. 이때부터 데스피오Charles Despiau(1874~1946), 마이욜Aristide Maillol(1861~1944) 등과 같은 많은 조각가들도 훌륭한 소묘를 제작하였다. 마티스Henri Matisse(1869~1954),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 클레Paul Klee(1879~1940) 등을 비롯한 근현대 미술의 거장들도 독창적인 소묘들을 통해 드로잉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였다. 20세기의 소묘는 추상화의 경향에 따라 점차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성격이 강조되었다.

이 밖에도 회화 기법의 하나로 스케치와 크로키도 설명한다. 스케치(sketch)는 프랑스어의 크로키(croquis)와 같은 것이다. 사생화·약도·초벌그림 등 즉사적(卽寫的) 데생의 일종으로서 목적에 따라 정밀하게 사생하는 경우도 있고 대략을 그리는 경우도 있다. 화고(畵稿, 그림의 원고)로써 외워서 그리는 경우도 있는데, 대략 그리는 경우 임시 스케치의 수법을 사용한다. 스케치 재료는 옛날에는 피엘 노아르(黑石)나 실버 포인트(銀筆)를 사용했으나, 현재는 연필·색연필·목탄·콘테·파스텔 등의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으며, 단색으로 대상의 형태나 특징을 선묘(線描)하기도 하고, 명암을 그려넣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 수채화물감을 칠하면 연필을 정착시키는 효과가 있어 담채를 칠하는 경우도 많다.

또 크로키(croquis)는 초안(草案), 스케치, 밑그림 등의 뜻이다. 화가가 본대로 느낀 대로 연필, 콘테, 펜 등으로 단시간에 그린 것으로서, 세부 묘사에 사로잡히지 않고 대상의 가장 중요한 성질이라든가, 톤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영어의 스케치가 이에 상당하는 말이지만, 일반적으로 크로키는 빠르게 그리는 것을, 스케치는 대상에 대한 더 정확한 묘사법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독자가 중학교 때 학생들이 스케치 북에다 그린 석고 흉상은 데생, 드로잉, 소묘이다. 이에 구별하여 움직이는 물체, 즉 말이 달리는 모습이라든지 운동 선수가 취한 한 동작의 특징을 빠르게 잡아내어 간략하게 그려내는 것을 크로키라고 한다는 뜻이다. 

이 책 『티노씨 핫플레이스 드로잉』에서 저자는 원근감과 입체감이 살아 있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스케치부터 완성까지 4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의 과정 그림과 함께 친절한 드로잉 가이드를 제시한다. 다양한 강의 경험과 드로잉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저자 티노씨의 친절하고 체계적인 가이드를 따라 그림을 그리다 보면 멀어져 가는 풍경이나 웅장한 건물을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

이 책의 모든 그림에는 티노씨Mr.Tino의 유튜브 강좌로 연결할 수 있는 큐알코드가 수록되어 있다. 실시간 생방송으로 시연한 티노씨의 드로잉 영상을 유튜브로 함께하며 소실점과 눈높이를 잡고 구도를 스케치하는 것부터 각 소재에 따른 표현과 기법, 보조도구를 사용하여 효과를 높이는 법까지 차근차근 따라 그려 멋진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세계 여행과 드로잉이라는 두 가지 테제를 결합시킨 미술 기본 입문서라고 보면 될 듯하다. 이 책은 세계 여행지로는 북아메리카부터 아프리카까지 누구나 한번쯤 가 보고픈 세계 각국의 여행 명소를 저자 티노씨의 가이드를 따라 직접 그려 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1부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한 기초 드로잉〉과 2부 〈대륙별 핫플레이스 드로잉〉으로 구성되었다. 2부에서는 1장 「북아메리카」, 2장 「아시아」, 3장 「유럽」, 4장 「오세아니아/아프리카」로 묶었다. 독자들은 세계인들이 자주 찾는 핫플레이스의 풍경과 건축물을 다양한 기법과 표현법으로 하나하나 그리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드로잉으로 지구촌 한 바퀴를 여행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산이나 폭포 같은 유려한 자연 풍경은 물론이고 골목, 카페, 광장, 사원 등 다양한 건축물과 공간이 등장한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나 이탈리아의 피렌체 대성당과 같은 유명한 랜드마크부터, 전라북도 남원의 서도역처럼 우리 주변의 소박한 여행지까지 고유한 특징과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각양각색 명소들을 눈에 담으면서 그림을 통해 문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맘껏 표현해 볼 수 있다. 특히 저자의 설명은 풍경이나 건축물을 드로잉 할 때는 구도와 비례, 원근법을 표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독자들의 이해와 실전을 돕고 있다. 이 책은 눈높이와 소실점의 이해는 물론 형태 잡는 법, 투시도법, 원근법 등을 포함한 드로잉 기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는 말이다.

책은 또한 4단계로 나누어 드로잉 진행 과정을 각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구도 잡기부터 디테일한 묘사까지 각 단계의 진행 그림과 설명을 보면서 핫플레이스 드로잉 방법을 쉽게 터득하고 구현해 볼 수 있다.

미국 국회의사당의 경우 '드로잉 포인트'를 제시한다. "미국 국회의사당 특유의 하얀색을 강조하기 위해 양옆의 나무들을 진하게 그려준다. 세로선만으로도 복잡한 건물의 구도를 그릴 수 있다."(p.46) 이어 단계별 드로잉 가이드를 ① 중앙의 케이크 형태 구조물 위치를 잡고, 양쪽 나무들의 외곽 형태만을 그린다. ② 하늘은 위쪽을 더 어둡게 하여 문지르고 건물의 외곽을 지우개로 선명하게 지운다. ③ 하얀 건물을 강조학 위해 나무들을 더욱 어둡게 그린다. ④ 건물의 많은 창문들은 연필을 두껍게 하여 세로선만으로 깔끔하게 표현한다. 

본격적으로 핫플레이스 드로잉을 시작하기 앞서 다양한 미술 재료들로 기본기를 훈련하는 코너도 마련해 두었다. 똑같은 단풍나무를 여덟 가지 재료(연필, 샤프펜슬, 색연필, 콩테, 마카펜, 라이너펜, 오일파스텔, 수채물감)를 사용해 그려 봄으로써 이후 본격적인 드로잉에서 훨씬 다채롭고 풍부한 텍스처와 깊이를 가진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재료를 활용한 기초 드로잉 후에는 본격적으로 대륙별로 핫플레이스를 소개한다. 핫플레이스 각각의 기본 정보와 함께 그림별로 '드로잉 포인트'와 4단계 드로잉 가이드가 주어지며, 실시간 생방송으로 시연한 티노씨의 드로잉 영상 유튜브 큐알코드도 제공된다. 이 책의 모든 그림을 저자가 직접 그려 가며 세세한 부분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유튜브 강좌이기 때문이다. 따라하는 것만으로 드로잉 초보라도 어렵지 않게 핫플레이스 드로잉을 완성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출판사 측의 이야기다.

해외 여행을 몇 차례 다녀온 독자로서도 가본 적 있는 명소가 나올 때는 눈길을 한 번 더 주지만, 못 가본 곳은 이색적으로 느낄 만큼 드로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유적지의 웅장한 건축물, 독특하고 이색적인 거리와 가옥 등을 대할 땐 새로운 해외 여행을 꿈꾸며 책에 몰입하고 그림의 능력도 키울 수 있어 다음 여행 때는 간단한 도구를 챙겨 드로잉에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을 갖게도 한다. 


이 책을 보면서 우선 점찍어 둔 한 곳을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며 그림 구상과 함께 돌아볼 여행지를 생각해 본다. 말레이시아 사바주의 주도인 코타키나발루이다. 이 도시는 말레이시아 동부 보르네오섬 최대의 도시이다. 이곳은 '황홀한 석양의 섬'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바닷가에서 보는 낙조는 그리스 산토리니, 남태평양 피지와 함께 세계 3대 해넘이로 꼽힌다. 적도가 가까운 곳이라 날씨가 변덕스럽지 않고 사시사철 깨끗한 하늘과 주홍빛 노을을 볼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드로잉 포인트'는 마카펜은 부드러운 색 변화 단계를 나타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러 번 겹쳐 칠하여 노을의 느낌을 표현할 것을 주문한다. 이 그림 역시 4단계 드로잉 포인트를 덧붙인다. ① 실루엣으로 표현될 배경의 나무와 섬, 사람들만을 스케치한다. ② 노랑색, 주황색, 분홍색 등 밝은 색 마카펜으로 바탕을 먼저 칠한다. ③ 갈색, 고동색, 붉은색 등 좀 더 어두운 색감들을 덧칠하여 구름 부분을 그린다. ④ 감정 색감의 마카펜, 붓펜을 이용하여 나무와 바탕의 넓은 부분을 그리고 라이너펜으로 얇은 나뭇가지를 그려 완성한다. 


저자 : 티노씨(김명섭)


일러스트를 전공하고 다양한 화풍의 그림을 그렸다. 현재 보타니컬아트 작가 활동과 연필 드로잉 강의를 하고 있다. YouTube로 연필 드로잉 온라인 실시간 강의를 하고 있으며, “친절한티노씨”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여 그림을 배우고 즐기시는 분들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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