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입문을 위한 최소한의 동양 철학사 : 인물편 - 요즘 세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동양 대표 철학자 17인
신성권 지음 / 하늘아래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양철학'이라 하면 대체적으로 두 부분으로 나뉜다. 인도철학과 중국철학이다. 이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를 기준으로 나뉜 것으로 독자는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동양철학을 따로 배우지 못한 독자로서는 가끔씩 읽은 책이나 TV의 특별 강연 등을 통해서 부분 부분을 배운 조각 지식뿐이다. 이 책 『철학 입문을 위한 최소한의 동양 철학사』는 표제어에 나타난 것처럼 동양철학 입문자·초보자를 위해 쓰여졌다. 독자처럼 문외한 수준의 사람들에게 철학 입문서로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동양철학이 두 부분으로 크게 나뉨에 따라 인도철학사와 중국철학사가 따로 쓰이는 이유는 그리스·로마 철학처럼 한뿌리가 아님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불교처럼 인도에서 태동했지만 중국에서 꽃을 피운 철학도 있다. 

이 책에는 동양철학 가운데 주로 중국의 철학이 중심이 되어 있고 다만 인도에서 태동해 중국에서 번성한 불교만 다루고 있다. 저자 신성권이 이 책에서 다루는 동양철학사는 주로 우리 한국철학에 영향을 많이 미친 중국의 철학자와 한국의 대표 철학자 등 17명의 주요 인물이 대상이다. 불교의 고타마 싯타르타가 앞서 기술한 이유로 이 책에 선택됐다. 이에 따라 불교철학을 먼저 살펴본다. 17명의 인물 중 7번째로 기술된 고타마 싯타르타 장(章)은 「인간의 고통은 끝없는 욕망과 집착에서 비롯된다」라는 제목 아래 기술되고 있다. 싯타르타는 불교의 창시자이고, 불교는 사법인(四法印)을 근본 교리를 갖고 있다. 근본 교리란 부처님의 깨달음 가운데서 가장 근본적이며 당시의 다른 사상과 비교해 특별히 두드러진 사상이 이른바 삼법인설(三法印設)이다. '모든 존재는 변하고 있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과 '모든 사물은 실체가 없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 그리고 '열반의 세계만이 고통이 없는 진리의 세계이다'라는 열반적정(涅?寂靜)의 3가지를 삼법인이라고 하며, 여기에 일체개고(一切皆苦)가 더해지면서, 사법인이 되었다고 저자는 기술하고 있다. 불교는 '해탈'과 '열반', 그리고 인생의 모든 문제인 사성제(四聖諦)와 그 해결방법을 수행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 밖에도 '연기설'과 '12연기설''업보' 등에 관해 설명한다. 저자는 "석가는 생전에 스스로를 신(神)이라 칭하지 않았으며, 중생들의 괴로움을 해결하고자 괴로움의 근원과 해탈에 이르는 방법을 사색한 철학자"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해 "중국에서는 논리적 구성을 갖춘 철학이 부족했다"고 말한다. 막스 베버는 공자의 『논어』를 읽고 그 표현의 형식으로만 보면 아메리카 인디언의 추장이 말하는 형태와 닮았다고 한 바 있다. 이는 단편적이어서 논증적이지 못한 것을 지적한 말이라고 저자는 풀이한다. 저자는 그러나 중국인들의 사고력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 구조에 원인이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어는 태국이나 티벳의 언어와 함께 소위 고립어의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어미변화나 접사 등이 없고, 각 단어는 단지 관념을 표현할 뿐, 문장 중의 위치에 의해서 문법적 기능을 하는 성질의 언어이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전국시대 중국의 제자백가 사이에는 명가(名家)라 불리는 논리학파가 있었지만, 명가도 그리스의 논리학 수준에는 도저히 미칠 수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 명가의 흐름은 육조시대 초기 청담이 유행했을 때, 일시적으로 부활하였을 뿐, 그 후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버렸다는 것. 중국 철학을 거의 그대로 수입해 와서 철학을 하고 있었던 한국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전개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대신 동양에서는 체험적 직관을 중시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체험적 직관을 기본으로 한 비유에 의한 표현, 상정적인 표현이 발달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표현은 『논어』에서도 잘 나타나 있지만, 도가의 책에는 그러한 경향이 한층 두드러진다. 장자에 이르러서는 언어가 진리 표현에 장애가 된다고 하여 적극적으로 논리 자체를 부정하기조차 했다. 이 체험적 직관을 극도로 중시하는 것으로는 불교 중에 가장 중국적 색채가 강한 선종을 들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선종이 '이심전심', '불립문자'를 모토로 한다는 점이 이를 증거한다고 한다. 진리는 문자나 언어의 매개에 의하지 않는 것으로 마음과 마음의 통합에 의해서만 체득되는 것이란 주장이다. 즉 심중에 있는 본성을 직관하는 것에서 참된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것. 이것은 체험적 직관을 진리에의 유일한 통로로 하고 있다는 증명인 셈이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대로 철학을 처음 접하는 초심자들을 위한 입문서로서 이 책을 썼다. 독자도 마찬가지지만 초심자들은 철학을 고리타분하고 골치 아픈 학문,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이라 생각하기 쉽다고 저자는 책의 〈서문〉을 통해 밝힌다. 하지만 "철학은 몇몇 유별난 지식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인간의 정신적 생활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존재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살아 있는 한 인간은 생각하도록 운명 지어져 있고, 또 생각하는 한 철학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철학하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자연현상을 향해 항상 의문을 품는 존재였으며, 각 시대마다 무엇이 인간으로서 올바른 길인가에 대해 사유하고 참다운 앎을 추구했다. 또한 인간은 절망에 빠질 때 그 절망을 극복하고자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해내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처럼 철학이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근본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사유하는 것이며 언제나 우리의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은 춘추전국시대에 수많은 사상가를 잉태했다. 기원전 11세기경부터 시작된 주(周) 왕조는 약 800년간의 명맥을 유지해, 기원전 3세기 중엽에 진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지속됐다. 주나라의 지배제도는 왕이 중앙을 통치하고, 그 일족의 자제를 제후로 임명하여 각 지방을 다스리게 하는 봉건제도였는데, 제후들은 왕과 혈연관계에 있거나 왕실과 혼인관계를 맺고 있어 창립 초기에는 통치 질서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하지만, 세대가 흘러감에 따라 혈연 의식이 희박해져 가고 종전의 혈연의 원리보다 힘의 원리가 점차 우세해지기 시작하면서 대혼란이 시작되었다. 기원전 8세기 중엽 이후 주나라의 중앙권력이 약화되고 지방에 대한 통제력이 상실되면서 각 지방의 제후들은 서로 힘을 다투며 전쟁을 벌인다. 이 혼란의 시대를 춘추전국시대라고 한다. 

이처럼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대. 윤리와 도덕이 상실되고 서로 죽고 죽이는 절망의 시대.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난세를 극복하고자 해결책을 제시한 수많은 사상가들이 나타났고, 우리는 이들을 제자백가라고 부른다. 제자백가는 중국 학문과 사상의 기본 골격이 되었으며,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각국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국의 철학은 오랫동안 국가 교학(敎學)으로 군림한 유교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여러 사조가 상호 항쟁하면서 전개되었다. 그 가운데 유물론적 세계관과 관념론적 세계관의 대립과 투쟁을 찾아볼 수 있다. 유교의 정치·도덕사상의 원천은 오랜 주대(周代)의 종교사상에 있다. 은 왕조를 타도한 주 왕조(B.C. 약 11세기 무렵부터)의 지배자들은 선왕이 상제로부터 명을 받았다는 확신 하에 상제신과 씨족 조상신을 함께 제사 지내는 천인합일의 종교사상을 형성했다. 이 경천과 숭조의 종교사상이 윤리화되고 '덕' '효'의 도덕관념이 생겨나자, 이것들을 인간의 자각적인 도덕, 그 정치사상으로 완성한 것이 춘추 중기(B.C. 6~5세기)에 나온 공자이다.

전국시대(B.C. 4~3세기)에는 제자백가가 나타났으며, 이 시기의 맹자는 도덕을 더욱더 발전시켜 성선설, 사단설을 주장하여 유가의 관념론적인 골격을 만들었다. 같은 시기에 몰락귀족층 속에서 무위자연을 주장하는 도가가 나타나 '도'와 '무'(無)를 '천'(天), '유'(有)보다 근원적이라고 하고, 관념론적 세계관을 체계화하고 내면화했다. 유물론적 세계관으로 묵자, 순자, 한비자 등의 이론이 전개되었고, 특히 천(天)·인(人)을 분리하여 인간의 천(자연)에 대한 능동성을 설명한 순자의 자연관과, 묵자의 제자들이 세운 논리학은 후세의 유물론 사상에 영향을 끼쳤다.

한대(漢代, B.C. 3세기~A.D. 3세기)는 무제 때 국가 학문으로서 유교 경학(經學)이 성립하여, 이것은 역(易) 사상이나 음양오행사상과의 결합에 의한 원시 유교의 비합리적 종교화 및 공자의 권위의 절대화를 초래했다. 이 경향에 대해 왕충이 공자, 맹자 등의 성현 및 참위설 등 한대의 관념론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위진남북조에 들어서면(3~6세기), 노장사상의 유행, 사후 세계의 실재를 설명하는 불교철학의 유입에 의해, 관념론이 힘을 얻었지만, 불교의 유신론을 부정하는 무신론의 조류도 형성되고 남조의 범진은 『신멸론』을 저술했다. 수당(6~10세기)에는 불교의 유식종이나 화엄종이 번성하고, 또한 한유와 이고가 관념론의 새로운 전개를 보여 송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유물론에는 유종원의 『천설』, 유우석의 『천론』이 있다. 당의 귀족층에 대신하여 신흥지주층이 송대(북송남송을 합하여 10~13세기)의 지배계급이 되면서 전호(농노) 지배의 철학으로서, 북송의 많은 학자를 거쳐 주자가 주자학을 수립하고, 이것은 봉건사상의 완성된 형태를 갖추어 이후 명·청 시대에까지 군림했다.



앞서 언급한 제자백가의 대표적인 사상이 바로 유가, 도가, 법가이다. 유가를 창시한 공자는 인(仁)과 의(義)로써 사회질서를 바로잡고자 했다. 도가의 노자와 장자는 인간의 인위적인 제도를 지양하고 무위로써 혼란을 바로잡고자 했다. 법가의 한비자는 강력한 법과 군주의 권력으로 사회질서를 안정시키고 부국강병을 도모하고자 했다. 이들은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배경으로 하여 이상적인 사회를 이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사상을 제시하고 전파하려 했다. 

이 책 『철학 입문을 위한 최소한의 동양 철학사』의 첫 철학자는 유교 창시자로 추앙된 공자는 BC 551년 노나라에서 태어났다. 서양철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소크라테스(BC 469 ~ BC 399)에 비하면 약 100년 가까이 앞선 사람이다. 소크라테스의 생몰연도가 정확한 기록이 아니라고 하지만 동시대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비교할 문제는 아니다. 공자 이전에도, 소크라테스 이전에도 철학은 있었으니까. 공자는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되어 있어 정확한 출생연도를 알 수 있다는 것뿐이다. 공자는 자신의 이상에 따라 정의로운 정치를 실현해보고자 14년 동안 여러 나라를 유세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제자들을 양성하고 유교의 경전을 정리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유교 사상가들은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경전으로 만들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4서5경'이다. 『역경』 『시경』 『서경』을 한데 묶어 '3경'이라 부른다. 여기에 『춘추』 『예기』를 더해 '5경'이라고 부른다. 그밖에 『논어』 『대학』 『중용』 『맹자』를 '4서'라고 한다. 

책에 따르면 공자는 예수, 석가모니, 소크라테스와 함께 4대 성인에 들어간다. 예수는 아가페적 사랑을, 석가모니는 자비를, 소크라테스는 진리를 역설했다. 공자가 가장 핵심으로 내세웠던 가치는 인(仁)이다. 인은 공자가 제시한 가장 핵심적인 정치·도덕 이념이다. 이 개념은 다분히 추상적이어서 한마디로 정의하려고 하면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인은 특정한 덕목을 지칭할 때뿐 아니라 모든 덕목을 포괄하는 개념으로도 사용됟다. 공자 역시 때와 장소, 사람에 따라 인은 제각각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인이란 사람다움이라고 풀이한다. 인이란 사람이 그것에 의하여 인간으로 규정될 수 있게 하는 인간의 본질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그래서 인자란 완전한 덕을 갖춘 인격자와 동의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밖에도 충(忠)과 서(恕)의 개념을 제시하고 확립했으며 이는 시대적 배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유가, 불교, 도가가 전파되어 문화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그 중에서도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코 유가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태극기는 『주역』에 입각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한글에는 유가의 음양오행 사상이 깃들어 있다고 말한다. 지폐에 등장하는 세종대왕, 이이, 이황은 모두 유학자이다. 한국 특유의 공동체 의식도 유가적 가치관이 우리 의식 속에 깊이 자리 잡은 결과라고 저자는 덧붙인다. 개인적 가치와 개성이 존중되는 21세기 현대사회에서도 유가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여전히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유가적 가치관은 현실보다도 이상적인 도덕을 중시하며 실용 학문과 기술을 천시하고 형이상학적 문제에 매달리게 만들어 국가의 근대화를 지연시키고 결과적으로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는 것이 저자의 논거로 작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17명의 인물들의 이름만 나열해본다. 이들이 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동시대의 사람들을 위해 어떤 생각으로 노력했는지를 잘 알 수 있도록 이 책에 정리되어 있다. 초심자나 입문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모두가 한 몸 되어 단기간 동안 경제적 급성장을 이뤄낸 한강의 기적 역시 유가의 긍정적 영향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흔히 유가의 이념과 가치관들은 자본주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높은 윤리적 동기와 가치 추구가 국가의 존엄과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과 자세를 낳고 강력한 협력을 이끌어 내어 '경제적 기적'을 가져올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모든 개인을 동일한 신념 아래 가두고 협력을 강요하기보다는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다.)(p.24) 


저자 : 신성권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다양한 글을 쓰는 지식연구가며 작가다. 1989년생의 젊은 작가로 전북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동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에 있다. MENSA 정회원(IQ 156, Percentile 99%)이기도 한 그는 인간의 지능과 창조성을 다루는 다양한 인문교양서를 집필하고 있으며, 그의 책은 2021년, 2022년 두 번이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천재, 빛나거나 미쳤거나』(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2022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교양 개념어 사전』『나태해진 나를 깨우는 독설』『삶의지혜로 읽는 니체의 말』『서양 철학사』『동양 철학사』『영재, 똑똑한 아이가 위험하다』『사자성어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보통 사람들을 위한 창조성 수업』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경제학 - 개념부터 시장의 흐름까지 쏙쏙 이해되는 경제 공부 쓸모 있는 공부 1
석혜원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제를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책이 있다고? 의문을 품었지만 이 책을 금세 읽고서야 경제 전반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경제학 - 개념부터 시장의 흐름까지 쏙쏙 이해되는 경제 공부 쓸모 있는 공부 1
석혜원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제 문외한 입장에서 기초적인 경제 공부를 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반드시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경제학』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경제를 아직 배우지 못한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긴 하지만 과거 경제 공부를 따로 하지 않은 사람에겐 필수 책일 정도로 쉽고 이해가 잘 되도록 쓰였다. 독자 역시 과거 경제를 알 필요도 없이 돈도, 재산도 없었기에 경제 공부는 쓸데없는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경제와는 친할 이유가 없었다. 흔히 말하는 '재테크'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열심히 일한 덕에 이젠 집과 조금이지만 저축도 갖고 있다. 그러나 재테크를 공부할 정도는 아니어서 여전히 경제 공부는 뒷전인 채 급여에 의존해서 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와 국민들은 재테크란 단어가 자주 언급된 때는 90년대 이후이다. 먹고 살기 위한 최소한의 돈보다 급여가 조금씩 많아진 탓이다. 국가 경제도 엄청나게 늘었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공식 말할 만큼 됐으니 말 그대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나라가 됐다. 이젠 필수적인 의식주에도 경제적인 소비, 재테크 차원의 대체 소비 등이 필요할 때다. 

그러나 투자는 뭘 알아야 가능하지 무조건 타인의 말만 듣고 무리한 투자를 하다가는 평생 쌓아올린 적은 재산이나마 일시에 날릴 수 있다는 경제 관련자들의 말이나 주의에 귓속에 담겨 있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쉽게 번 사람들의 소개가 많아도 쉽게 투자에 뛰어들 수도 없다. 경제 문외한이라면 당연히 겁부터 날 것이다. 이런 분들은 이 책으로 경제의 기초나 원리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독자도 경제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던 문제들이 하나씩 구체화되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덕분이다. 부피로 본다면 어린이들에게나 어울릴 만한 책이지만 책의 내용은 경제 전문가들이 보아도 얻을 것이 있을 정도로 충실하다. 다만 이해하기 쉽게 쓰기 위해 세부적인 지식은 생략됐지만 어려운 용어로 많은 공부를 한 사람이라고 주식이나 투자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에 방점을 찍고 보면 이 책의 중요성이 한층 돋보일 것이다. 이 책은 거시경제, 미시경제부터 경제학, 경제사 등을 모두 다루고 있다.


대학에서 경제를 하지 않은 독자라면 이 책을 지금 읽어도 얻을 것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이 경제 흐름이나 경제가 사회의 미친 영향으로 변혁의 변곡점이 되는 지점을 짚어서 설명을 해주기에 이 책에서 얻을 것이 많다는 독자의 소감이다. 즉 투자나 부동산 경제, 또 저축이나 투자와의 관계 등에 매우 세밀하고 정확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수요와 공급, 시장과 가격, 국제거래와 환율, 물가와 금리, 통화량, 인플레이션, 한계효용, 세의 법칙, 행동경제학, 분산투자 등 이젠 꼭 알아야 할 경제 기초지식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매우 쉽게 이해하도록 쓰였다. 경제 용어들을 수업 시간에 들어 본 적은 있지만, 그리고 시험을 대비해 용어를 외워 본 적은 있지만, 일상과 연관해서 경제학을 이해해 본 적은 없는 사람에게는 최적의 책이다. 

이 책이 경제 초보나 투자 의향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이유는 뭘까? 독자가 경제 공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일상에서 만나는 대부분 사람들은 경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물론 적절한 투자로 돈을 번 분도 있고, 많은 부분 손실을 봐서 지금은 어렵게 사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대부분 신문(경제신문)으로부터 경제 지식이나 경제 정보를 얻었다고 한다. 책도 읽어보려 했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고 애매모호한 말로 오히려 혼란스러워 중도에 책장을 덮은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말도 직접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처럼 자세하고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행운처럼 다가온 책이다. 앞으로 투자를 하든, 재테크에 신경을 쓰든 이 책에서 배운 만큼만 실천한다면 결코 손실을 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저자 석혜원이 밝히듯이 일상과 연관해서 경제학을 이해하게 돕고, 삶에 필요한 ‘경제 문해력’을 키워 주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독자가 배운 것은 투자 자체가 아니라 "경제학은 아는 만큼 곧바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매우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곧 표제어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경제학'과 동의어임을 이 책을 읽은 독자분들이 모두 이해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자신이 경제학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분도 자녀나 주위 경제를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면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으로 독자는 확신한다. 이 책이 이처럼 '경제'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진 것은 저자 자신이 "쉽고 재미있게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경제 책이 없다"는 게 안타깝게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수십 권의 책을 출간한 저자가 청소년들을 위해서 쓴 가장 최신의 경제학 이론서가 이 책이라고 자신 있게 강조한다. 이 책에는 초·중·고 교과서에 수록된 경제학자들의 주요 경제 이론부터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경제 논쟁까지 요점만 콕콕 찍어내듯 쉽게 써 담아냈다. 학교 교과 수업과 토론 수업, 수능 사회탐구 지문 이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에게 매우 유익한 책으로 꼽는 까닭이다. 경제학자마다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한눈에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게끔 경제 이론을 삽화로 정리한 구성 역시 이 책의 특별한 장점이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독자는 경제 현상에 대한 몰이해와 경제학적 마인드 없이 그저 "쓰고 남은 것은 저축할 뿐"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깨달은 것은 사는 동안 경제와 경제 지식만큼 중요한 덕목이 없다는 점이다. 학교 다닐 때는 입시를 위해 영어와 수학 공부만 중시했고, 먹고사는 문제와 연관된 경제 공부는 뒷전이었다. 경제 공부를 하고 싶으면 대학 가서 하라는 논리는 학문을 더 하고 싶으면 대학을 가라는 이야기와 동일했기에 입시를 위한 학문만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아주 기초적인 경제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시험에 나오지 않을 것은 미리 알아서 교사들이 가르치지도 않았다. 어쩌면 독자가 학교 다닐 때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크지 않아서 당장 경제학을 공부할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사실 지금 와서야 생각한 것이지만. 

저자는 ‘경제학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생각한 것 같다. 경제를 공부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유명한 경제학자들(애덤 스미스, 장 바티스트 세, 앨프리드 마셜, 어빙 피셔,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경제학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우리 삶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 같기도 하다. 경제학자들이 왜 중요할까?란 말이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이해하게 됐지만 독자는 이젠 이해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의 중요한 이론은 늘 사회 변곡점에서 나타났다는 결과론적 이야기를 역산해보면 경제학자의 경제 이론이 사회의 경제를 이끈 원동력으로 작동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가장 먼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애덤 스미스다. 그는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경제학의 창시자라고 해도 결코 과장되지 않은 말이다. 경제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과 늘 자유경쟁의 시장은 수요와 공급을 가격으로 맞춰나간다는 사실이다. 그의 책 『국부론』에서 잠깐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다. 이 말과 이론은 지금도 시장 경제 사회에서는 원리로 작동하고 있다. 200~300년간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경제학'이 학문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이 무렵부터이지만 원래 철학의 범주에 섞여 있었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도 경제학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사실 철학이 '인간의 삶'을 깊은 사색과 지식인들의 대화, 토론으로 발전하는 학문이라는 사실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그때 경제학이 있었다고? 그럼 누가 경제학을 했는데? 답은 '철학자'다. 철학자가 인간의 삶을 연구하고 지혜를 찾아가는 자체가 경제학이라 담겨 있다는 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경제학은 ‘살아서 움직이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 이처럼 좋은 책이 없다. 

이 책에는 세계를 움직인 경제학자 22명의 주요 이론, 기억해야 할 논쟁과 경제 사건이 각 장(章)마다 삽화와 함께 정리되어 있다. 독자들은 마치 경제학자들에게 아주 특별한 과외 수업을 받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이유가 그림만 봐도 단번에 머릿속에 각각의 경제학자와 이론이 매칭 되는 놀라운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경제 공부를 이렇게 시각적으로도 할 수도 있구나’를 깨닫게 되는, 순간을 경험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는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재미있는 이유는 같은 문제 상황을 두고 학자마다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해도 양쪽 모두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해석되지만, 각각의 상황과 흐름 속에서 둘 다 모두 옳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좋은 경제 공부란 ‘다양한 시각’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쉬지 않고 변하는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완벽한 단 하나의 경제 이론이란 없기 때문에 ‘다양한 지식’을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 책은 이 모든 요구를 만족시키는 정말 좋은 경제 교육서로 꼽히는 이유이다.



저자는 책 속의 여러 경제학자들의 논리를 따라가며 다양한 경제 시나리오를 그려 보는 연습을 해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다각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활에 써먹을 수 있는 경제 지식을 갖추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그 누구보다 ‘예리하고 성능 좋은 삶의 무기’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왜 경제를 알아야 할까요?」란 제목의 책의 〈서문(시작하며)〉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위한 좋은 선택을 하려면 경제를 잘 알아야 한다"고 전제한 뒤, "쉬지 않고 변하는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완벽한 경제 이론은 없기에 다양한 경제 지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저자는 "이 책에 나오는 경제학자들과 친구가 되어 그들의 경제 이론을 배워 보라"고 주문한다. "어느 순간 외계인의 언어 같았던 경제 용어가 들리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경제 현상이 쏙쏙 이해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랑해도 돼요. '난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경제학을 아는 사람이야!'라고." 저자의 말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다.


저자 : 석혜원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소비자아동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메트로은행 서울지점장 겸 한국 대표를 지냈다. 자녀들이 어렸을 때 쉽고 재미있게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경제 책이 없는 것이 안타까워 글을 쓰기 시작했다.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의 경제가 만드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꿈꾸면서 지금까지 『시장과 가격 쫌 아는 10대』, 『국제거래와 환율 쫌 아는 10대』, 『돈과 금융 쫌 아는 10대』, 『엎치락뒤치락 세계경제 이야기』, 『주식회사 6학년 2반』, 『잘사는 나라 못사는 나라』, 『용돈 좀 올려주세요』, 『둥글둥글 지구촌 경제 이야기』, 『질문하는 경제 사전』, 『대한민국 경제의 역사』, 『말하는 자전거와 똑똑한 경제 여행』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그림 : 신병근


디자인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림을 그리면서 디자인을 계속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는 도봉산과 수락산 언저리에서 마음 맞는 친구인 혜원, 주리와 디자인하고 그림 그리는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한 책으로는 『시장과 가격 쫌 아는 10대』, 『모두 다 문화야』, 『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 『나는 내 편이니까』, 『어서 오세요! 수학가게입니다』, 『멍 서방과 똑 서방』, 『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다』,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더 나은 삶을 향한 여행, 공동체』 등의 그림을 작업했으며, 현재 생각비행 1318 청소년 사상사 시리즈 도서의 전체 디자인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무 살의 마음 연습 - 숨과 함께하는 온전함으로의 여행
에릭 B. 룩스 지음, 김완두 외 옮김 / 불광출판사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상'은 고대 동양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마음챙김'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불교 수행 전통에서 시작한 명상은 오늘날 심리학적 구성 개념으로 "현재 순간을 있는 그대로 수용적인 태도로 자각하는 것"을 의미하는 '마음챙김'으로 발전했다. 용어 역시 순우리말을 사용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는 명상이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또 치료나 단련의 일환으로 실천해 온 것이다. 영어로는 두 단어가 조금 다른 의미를 포함한다. 명상은 'meditation'으로, 마음챙김은 'mindfulness'로 표기한다. 전자는 치유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고, 후자는 훈련이나 수행의 의미가 배어 있다.

불교 명상의 핵심적인 가르침인 마음챙김은 빨리(Pali)어 ‘sati’의 번역어라고 한다. 이는 자각(awareness), 주의(attention), 기억하기(remembering) 등의 의미를 내포한다고 알려져 있다. Sati는 영어권에서 mindfulness로 번역되며, 우리말로는 마음챙김이 가장 적당한 번역어로 사용되고 있다. 마음챙김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마음챙김의 네 가지 기반으로 해석되는 'satipatthana'의 어원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심리학용어사전〉은 설명하고 있다. Satipatthana의 sati는 위에 언급된 바와 같이 ‘기억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동사 어근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그러나 sati는 과거를 기억하는 기능이라기보다는 현재에 대한 주의 집중과 알아차림, 깨어 있음 등의 의미를 내포한다고 한다. 반면 patthana는 긴밀하고 확고하며 흔들리지 않는 확립을 의미한다. 즉 satipatthana는 ‘관찰 대상에 대한 긴밀하고 확고하며 흔들리지 않는 알아차림의 확립’을 의미한다.

사전에 따르면 아시아뿐 아니라 서구의 여러 나라를 다니며 위파사나 수행을 지도하고 있는 미얀마의 승려 유 판디타(U Pandita)는 마음챙김에서 가장 중요한 본질을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해서 마음을 챙기고 관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마음 챙김의 특성을 흔들리지 않는 것(들뜨지 않음)으로 보았고, 그 기능은 대상을 항상 관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야구 선수가 항상 공을 시야에 넣어 두고 있는 것처럼 마음챙김의 대상을 놓쳐 버리지 않고 관찰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또한 마음챙김은 대상과 일대일로 직면하거나 번뇌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때의 마음챙김은 여섯 가지 감각 기관의 문을 지키는 문지기에 비유된다. 마음챙김을 발생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은 관찰 대상에 대한 강하고 분명한 알아차림 및 몸, 마음, 느낌, 법에 대한 마음챙김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최근 마음챙김은 종교적 의미를 벗어나 심리학적 구성 개념으로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고 사전은 밝히고 있다. 이 분야의 대표적 선구자인 카밧진(Kabat-Zinn)은 마음챙김을 ‘순간 순간 주의의 장에서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 및 감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비판단적이고 현재 중심적으로 또렷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했다. 마틴(Martin)은 주의가 특정한 견해에 집착함 없이 조용하고 유연할 때 일어나는 심리적 자유의 상태를 마음챙김으로 정의했다. 배어(Baer)는 마음챙김을 내적·외적 자극의 흐름이 일어나는 대로 비판단적으로 관찰하는 것으로 보았다. 티즈데일(Teasdale) 등은 생각과 감정을 현실의 반영이 아닌 내적인 정신적 사건으로 자각하는 능력 혹은 자기 자신을 생각과 감정에서 분리하여 거리를 두는 능력을 마음 챙김으로 개념화했다.

이 책 『스무 살의 마음 연습』은 「숨과 함께하는 온전함으로의 여행」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명상과 호흡은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불교 문화권인 동양에서는 잘 아는 사실이다. 저자 에릭 B. 룩스는 미국 브라운대학교 명상과학연구팀이 개발한 대표적인 명상 프로그램인 〈마음챙김에 기반한 대학 생활(Mindfulness-Based College, MBC)〉을 이 책을 통해 소개한다. 수년간의 임상 시험과 실제 학생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MBC 프로그램은 막 성인이 된 청년들,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과 걱정 속에서 치열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대학생들을 위한 인생 설계 가이드이자 내면 성장 지침서이다. 책 표제어에 '스무 살'이란 단어가 들어간 이유다. 카이스트 명상과학연구소의 마음챙김 입문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매일 고군분투하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위해 심사숙고하여 고르고 우리말로 옮긴 보물 같은 책이다. 4명의 역자로 참여한 분들이 모두 저자와 마음챙김 관련한 일을 하고, 추진하고 있다.

20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성인이 되어 앞으로의 자기 인생을 계획하고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전체 인생의 향방이 달라진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세계 어느 나라 청년들보다 치열하고 부지런하게 이 시기를 살아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학점 관리는 물론 취업을 위해 각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등록금을 내기 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노력하고 애쓴 결과가 그만큼의 행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자기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저자와 역자들의 공통된 해명이다. 자기가 바라는 삶을 살아가려면 진정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길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 자신과 만나고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생들은(미국의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지만) 눈앞에 놓인 길을 따라가느라 바쁘다. 남들이 하는 것 중에 하나라도 놓치면 뒤처지기라도 하는 듯 앞뒤 재지 않고 쫓아간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없다. 그렇게 10년 20년 앞만 보고 달리다가 문득 뒤돌아보면 ‘내 인생은 왜 이런 걸까?’ 하는 의문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책의 저자 역시 미국의 명문 아이비리그 브라운대학교 학생들이 한국의 대학생들과 비슷한 길을 걸어가는 것을 지켜봐 왔다. 무엇이 총명하고 생동감 넘치는 젊은이들의 삶을 점점 더 웰빙에서 멀어지게 만드는지, 왜 갈수록 삶이 힘겹다고 느끼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앞서 언급한 〈마음챙김에 기반한 대학 생활(Mindfulness-Based College, 이하 MBC)〉이다. 이 책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연구와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대학생들이 신체적 · 심리적 ·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고, 자기 인식을 증진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와 함께 더 나은 진로 선택, 학업 및 업무 성과 향상, 건강한 사회적 교류, 일상생활의 질을 높여 주는 실용적인 마음챙김 명상법으로 MBC를 소개한다. 2015년부터 이미 수많은 브라운대학교 학생들이 직접 실천하고 인정한, 명실상부 대학생을 위한 최고의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이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명상이 유행하고 유망한 콘텐츠 산업이 되면서 수많은 명상법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는 본질에서 동떨어진 이른바 짝퉁 명상법도 섞여 있어서, 과연 어떤 명상법이 올바른 것인지 쉽사리 판단하기가 어렵다. 좋은 명상법을 골라내는 한 가지 방법은 그것이 무엇을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어떠한 검증 과정을 거쳤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저자 에릭 B. 룩스는 책의 서문인 〈들어가며〉를 통해 이 책에서 소개하는 MBC 프로그램은 약 2,500년 전 붓다가 개발한 16단계 호흡법을 기초로 한다고 밝힌다. 『호흡마음챙김경』 혹은 『아나빠나사띠 숫따』로 알려진 고대 빠알리어 경전의 내용을 일반화·보편화·과학화해서 그 핵심 기법들을 반영해 놓았다. 저자는 20여 년간 경전을 연구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MBC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10여 년간 대학생과 일반 청년들을 대상으로 MBC 프로그램을 검증한 다음 구체적인 실천법과 그 혜택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MBC 프로그램은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은 몸(신체적 감각)·가슴(정서)·마음(생각·의식)·온전함(실재의 본질)을 알아차리고 열기이다. 인간 경험을 이루는 전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이 네 영역을 열어젖히면, 마치 숙련된 자전거 정비사가 자전거의 모든 부분과 최고 성능을 위한 조립법을 알듯이 내 안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자연스러운 욕망을 직시하게 되어 나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해야 할 일을 분명하게 알게 된다. 이로써 세상이 말하는 대로가 아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명상 혹은 마음챙김 하면 ‘종교’를 떠올리거나 ‘깨달음’이라는 거대한 개념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 책은 종교에 관한 것도 종교적 성취에 관한 것도 아니다.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명상의 이로움, 즉 주의 집중·알아차림·감정 조절의 힘을 기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마음챙김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마음챙김을 정기적으로 실천하면 뇌 생리기능이 변화하고, 매 순간 깨어 있게 되고, 뇌의 다른 영역을 더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타고난 고유한 능력이다. 이 사실을 알고 인생을 설계하는 20대에 마음챙김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많은 실패와 좌절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흔들림 없이 자기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집필된 까닭이다.



이 책은 『호흡마음챙김경』을 바탕으로 혹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경전을 주석하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다라고 저자는 못 박는다. 이 책은 청년들에 대한 임상연구와 경전에 기초한 마음챙김 훈련을 제공함으로써 성공과 웰빙을 증진하도록 한다. 또한 독자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증거에 기반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두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7개의 장을 첫 번째 단계(1~4장)에서는 4단계 명상을 기술한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이론서가 아니라 실천 안내서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에 따라 1장은 마음챙김과 호흡을 사용해 몸을 여는 것, 2장은 가슴을 여는 것(감정), 3장엔 마음을 여는 것, 4장은 온전함에 깨어있는 것(자연이나 진리의 실체를 분명히 보기)에 관한 내용이 실천법과 함께 서술되어 있다. 

두 번째 단계(5장과 6장)에서는 방석에 앉아서 명상하는 행복한 순간뿐만 아니라 명상을 진로, 삶의 과정, 관심 분야(예술·운동·학업 등)에서의 성과, 소셜 미디어 및 스크린 사용, 사회적 환경(친구·가족·연인·직장 또는 학교 동료)과의 관계, 정치적 환경, 물리적 환경(특히 집과 자연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마음챙김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마음챙김을 정기적으로 수행하면 뇌 생리기능이 변화하고, 좀 더 깨어 있고, 뇌의 다른 영역을 더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이 '깨달음'이나 '깨어남'이라는 개념에 겁을 먹고 그것을 마치 다른 생애에서나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여기지만, 이 책은 독자들이 실제로 타고난 권리로서 명상의 이익을 지혜, 판단하지 않음, 기쁨, 번여오가 같은 고상한 개념들과 함께 선물할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하고 있다. 

마지막 7장은 독자들의 능력과 관심 분야를 세상과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들과 일치시키도록 도와준다. 또한 그러한 통찰력을 스스로 찾아볼 수 있도록 마음챙김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다. 저자는 "마음챙김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이 책을 통해 마음챙김과 관련된 논쟁 중 일부를 제거함으로써 비판적인 생각을 유도한다고 강조한다. 한발짝 물러서기보다 열린 마음과 호기심으로 논쟁에 다가섬으로써 우리는 진실과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 : 에릭 B. 룩스(Eric B. Loucks)

마음의 평화와 건강 연구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교수, 연구원, 강연가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 기관이자 교육 중심지 중 하나인 브라운대학교의 ‘마음챙김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마음챙김 기반 프로그램을 가르치면서, 마음챙김의 과학적 근거와 그것이 건강과 웰빙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방법론적으로 엄격한 고품질 연구를 이끌고 있다. 또한 그는 나이 듦과 관련한 연구 전문가로서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특정 연령층에 최적화하고 있다. ‘마음챙김에 기반한 대학 생활(Mindfulness-Based College, MBC)’의 주요 개발자이며, 국립보건원으로부터 MBC 및 MB-BP를 비롯한 마음챙김 기반 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연구 보조금을 받았다. 하버드대학교·맥길대학교·브라운대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해 왔으며, 20년 이상 마음챙김을 수행하며 틱낫한 스님의 베트남 선 전통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역자 : 김완두(미산)

KAIST 명상과학연구소 소장이자 상도선원 선원장, 하트스마일명상연구회 회장. 1972년 백양사로 출가한 이래 봉암사와 백양사 운문선원 등에서 간화선 수행을 했으며, 인도와 미얀마에서 초기불교 명상 수행을 했다. 동국대학교 선학과를 졸업했으며, 팔리어와 산스크리트어 문헌을 연구하여 인도 뿌나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옥스퍼드 대학교 동양학부에서 〈남방불교의 찰나설의 연구〉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하버드 대학교 세계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 중앙승가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현대인을 위한 자비 명상 프로그램인 하트스마일명상을 계발하여 누구나 일상에서 자비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저서로 《미산스님의 초기경전 강의》, 공저로는 《행복, 채움으로 얻는가 비움으로 얻는가》 《자비, 깨달음의 씨앗인가 열매인가》 《마음, 어떻게 움직이는가》 《인생교과서 부처》가 있으며, 역서로는 래리 로젠버그의 《일상에서의 호흡명상, 숨》 《호흡이 주는 선물》(공역) 등이 있다.


역자 : 박용표

대전 마음챙김명상센터 대표. 30여 년 동안 동북아 및 고대 인도의 다양한 명상 전통을 연구하고 수행해 오면서 대덕연구단지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중심으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현재 (사)고요한소리 이사, 대전 마음챙김명상센터 대표이며, KAIST 명상과학연구소 명상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 중이다.


역자 : 김경희

도서관에서 우연히 알렉산더 테크닉 책을 발견해, 우리나라에 처음 알렉산더 테크닉을 소개한 백희숙 선생님께 2005년부터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다양한 삶의 변화를 경험했고 국내에 교사 과정이 열리자 첫해 입학해 3년 1,600시간을 마쳤다. 졸업 후 2014년 AT 포스처 앤 무브먼트 연구소를 공동 설립해 일반인과 연주자, 연기자 등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해 왔고, 2016년부터 알렉산더 테크닉 국제교사과정(ATIS)을, 2018년부터는 서울 강남에 스쿨 오브 알렉산더 테크닉(School of Alexander Technique)을 설립,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 ATI 공인 티칭 멤버이며 바마움 창립 멤버이다. 삼성 최고과정 명상 코칭, KIST 명상과학연구소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러쉬 스파에서도 정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역자 : 김윤희

KAIST 명상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KAIST 구성원의 마음건강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을 기획·운영 및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정보경영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충북대학교 대학원 산림치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MBSR Level 1 지도자, Trained Heartsmiler, MBCT-L 지도자, MSCteen, 산림치유지도사 1급, 중등2급 정교사(생물),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서울대, 한국산림복지진흥원, HDC호텔파크로쉬, 힐리언스선마을 등에서 명상과 산림치유 프로그램 강의를 진행해 왔으며 ACT Matrix 기반 자연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힘쓰고 있다. 역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스트레스 관리 안내서 스트레스 시대에 의미 있는 일 실천하기』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리얼 씽 - 문학 형식에 대한 성찰
테리 이글턴 지음, 이강선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더 리얼 씽』은 「문학 형식에 대한 성찰」이란 부제를 갖고 있다. 원제 'The Real Thing'이 무슨 말인지 얼핏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을 읽어보면 서서히 책의 주제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사실주의는 각각 다른 여러 가지 예술 형식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므로 이 책에서 나의 초점은 오직 문학에만 있음을 말해 두고자 한다. 그러나 내가 말해야 하는 것 중 일부는 더 널리 적용되기를 바란다." 문장의 마지막에 'T.E.'란 저자 이름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의 머리문자가 씌어 있다. 독자가 이 책을 접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이유는 '문학 형식'으로서의 사실주의(realism)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사실 직시하기〉, 2장 〈사실주의란 무엇인가?(1)〉, 3장 〈사실주의란 무엇인가?(2)〉, 4장 〈사실주의의 정치학〉, 5장 〈사실주의와 평범한 삶〉 등이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 측은 「문학이론 입문의 최종 확장본」, 「문학 형식에 대한 궁극의 성찰」, 「포스트모던 시대에 리얼리즘의 운명을 개척한다」 등으로 이 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만 이는 사실주의 문학에 정통한 문학평론가들에게 어필하는 수준의 책임을 드러낼 뿐이다. 일반 대중 독자를 위한 책이라는 말은 '문학이론 입문의 확장본'이란 표현뿐이다. 문학이론에 문외한인 독자에게는 버거움을 느끼게 한다. 이 조그만 책자에 이렇게 고급의 문학이론을 담았다고 하니 더욱 경계심을 갖게 한다. 더욱이 마르크스에 대해 우리나라 독자들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는 넘어서야 할 문학이론 책자임을 분명히 인식하게 한다. 바로 '포스트모던 시대에 리얼리즘의 운명을 개척한다'는 문구 때문이다. 리얼리즘의 시대가 저물었나 싶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문구라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독자는 우리나라의 산업화 시대에 태어나 학교를 다니고 산업화가 끝나고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판단이 선 20세기 말 무렵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학교를 다녔기에 산업화 시대 이면의 이야기는 대부분 책을 통해, 특히 소설 등을 통해 읽었거나 배운 셈이다. 산업화 시대 우리 사회에는 '리얼리즘 문학'이 대세를 이루었다. 소설 작품에는 '분단'과 '산업화' 이면의 한국인과 노동자들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많았다. 


이때 독자가 배운 리얼리즘 문학이란 우리 시대 현실을 문학에 담아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 그런 문학이야말로 예술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참여문학론'이다. 우리는 서양 예술사조에 관한 이론을 일본 제국주의를 통해 받아들였다. 일본은 일찍부터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우리와는 다른 길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을 이끌어간 정치·관료들도 대부분 서양 문명을 받고 성장하거나 직접 대영 제국으로 유학 갔다온 사람들이다. 우리가 잘 아는 이토 히로부미도 영국 유학생이라고 들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나라 발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대영제국처럼 식민지 확보가 가장 빠르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던 것 같다. 조선은 물론 중국, 심지어는 아시아 전역을 식민지화 나갔다. 그들의 계획은 군대의 힘을 앞세워 어느 정도 성사되어 갔다. 빠른 속도였고, 드디어 동양에 식민지를 갖고 있던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강국들과 이해 관계에 얽혀 들어간다. 1차 세계대전에도 군대를 파견했던 일본은 2차 대전에는 독일·이탈리아 독재자들과 함께 동맹을 맺고 세계를 분할 점령하겠다는 야욕을 키웠다. 이 기간 점령 당한 일본의 식민지들이 입은 피해는 당사국인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동남아 국가들로부터 낱낱이 드러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지식인은 일본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대다수 예술인들은 그저 일본이 전해준 예술사조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짧은 기간에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기에 사실주의나 낭만주의, 계몽주의와 자연주의, 그리고 모더니즘 등이 혼재된 양상을 보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실주의는 일본을 통해 'realism'이 번역된 것으로 생각된다. 단어의 번역이기에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긴 했지만 지금은 '리얼리즘'이란 원어 그대로의 한글 표기가 주류를 이룬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주의란 말보다는 리얼리즘이란 말이 더 자연스러운 이유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의 문학평론가이자 마르크스주의 문화 비평가로 유명한 테리 이글턴이다. 출판사 측이 소개한 바에 따르면 테리 이글턴은 영국 신좌파의 대부이자 문화 연구의 창시자인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제자로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했다. 옥스퍼드대학교와 맨체스터대학교 영문학 교수를 거쳐 현재 랭커스터대학교 영문학 석좌 교수로 있다. 19세기 이후 영미 문학을 주로 연구하며, 문학사상론, 포스트모더니즘, 정치·이념·종교 등의 분야에서 『미학 사상』 등 5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특히 저자는 미학 이데올로기(Aesthetic Ideology)에 관한 이론을 완벽하게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세계 유명의 문학평론가이기도 하다. 테리 이글턴의 미학 이데올로기는 '일반 이데올로기(general ideology)' 가운데에서 예술과 관계된 영역에 존재한다고 한다. 미학 이데올로기는 일반 이데올로기에 의해 최종적으로는 지배와 종속의 관계로 결정되지만, 윤리적·종교적 영역과는 구분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르면 미학 이데올로기는 복잡한 내부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문학을 비롯해서 다양한 하부구조를 포함한다. 이 문학의 하부구조도 복잡해서 문학이론, 문학평론, 문학전통, 장르, 문학적 관습, 기법, 문체 등 다양한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 미학 이데올로기에는 어떤 사회체제에서 미적인 것이 지닌 기능, 의미, 가치를 나타내는 미의 이데올로기가 포함되는데, 그것은 일반 이데올로기에 포함되는 문화 이데올로기의 일부를 이룬다.

테리 이글턴은 '미'라는 것이 계몽주의 시대에 등장한 부르주아적 개념이라고 강조한다. 이 '미'의 범주가 현대 유럽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예술이 부르주아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위한 투쟁의 핵심에 놓이게 되면서부터이다. 초기 부르주아 사회에서 사회적인 삶의 현상은 사물화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전통적인 철학의 개념인 정체성 개념은 더 이상 가치에 관한 담론들의 적절한 출발점이 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그러한 담론은 관념주의적인 것이 되고 만다. 가치라는 것은 그 자체에 기초를 두거나 직관에 의거해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미'의 개념은 그 두 가지 방식에 중요한 모델이 된다.

바로 이러한 '미'의 범주가 등장하게 된 것은 부르주아 사회 초기 단계에서 문화적 생산이 자율적인 것이 되도록 하는 물질적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테리 이글턴의 생각이다. 물론 '미'의 범주는 전통적으로 문화적 생산이 담당해 온 여러 사회적 기능들로부터 자율적인 것이다. 일단 문화적 생산물들이 시장의 상품이 되면, 그것들은 특정한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으로 합리화된다. '미학'이라는 새로운 담론이 주된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바로 그러한 자율성 또는 자기준거성의 개념이다. 문화적 생산물이 스스로를 규제하고 결정하는 존재양식을 지니고 있다는 자율성의 개념은, 부르주아에게 물질적 활동들에 필요한 주체성의 이데올로기적 모델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그는 주장하는 자율성의 개념은 칼 마르크스나 다른 사상가의 저작들에서 알 수 있듯이, 부르주아적인 공리성에 대한 혁명적 저항의 인간학적 토대가 되는, 인간의 힘과 능력에 내재된 자결적 본성 또한 강조한다. 테리 이글턴은 바로 이러한 '미학'의 양가성이야말로 미학 이데올로기라고 본다. 그는 미적인 것은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 주체성의 내밀한 원형이자, 동시에 인간의 에너지들을 근본적으로 그 자체가 목적인 것으로, 모든 헤게모니적이고 도구주의적인 사고의 적수로 보는 비전이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구체적 특수성에 대한 해방적인 관심, 다른 한편으로는 보편주의의 사이비 형태를 대변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미학 이데올로기하고 한다. 테리 이글턴은 마르크스주의 비평의 과제 중의 하나는 미학 이데올로기를 분석하고, 그 이데올로기의 기능과, 미학 이데올로기를 일부 포함하는 일반 이데올로기와 관련하여 분석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제롬 J. 맥간은 현재 우세한 미학 이데올로기가 낭만주의에서 파생되었다는 논의를 펼치고 있다는 점도 〈문학비평용어사전〉은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 『더 리얼 씽』에서 몇 가지 리얼리즘의 핵심어를 짚어내고 설명한다. 「공감과 합리성」 「인지적 사실주의와 도덕적 사실주의」 「현실」 「묘사」 「허구」 「반영」 「가상」 「사실주의와 이데올로기」 「예술과 환상」 「필연성과 우연성」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아우어바흐」 「사실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책의 가장 앞 부분에서 "리얼리즘은 왜곡이나 환상 없이,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고 단정한다. 「공감과 합리성」을 설명하기 위해 19세기 영국 소설가 조지 앨리엇의 소설 『아담 비드』와 『미들마치』를 인용한다. 『아담 비드』는 19세기 초 잉글랜드 중부를 배경으로, 목수인 아담 비드는 경박하고 변덕스럽고 허영심 많은 헤티 소렐을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헤티는 매력적이지만 무책임한 마을 지주 아더 도니손과 사랑에 빠지고, 그녀가 임신한 직후 도니손은 마을을 떠난다. 저자는 이 소설의 주요 사건이 떠나버린 애인을 찾기 위한 헤티의 외로운 여행과 좌절, 영아 살해, 그리고 사촌인 다이나 모리스에게 털어놓는 그녀의 고백이라고 지적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과 공감의 감동적인 순간에 이루어지는 마음을 울리는 고백은 이 소설의 상징적, 도덕적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담 비드』가 나오기 약 1세기 전 수많은 영국의 평민들이 철저한 정치 개혁을 너무나 호전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에 귀족들은 끊임없이 혁명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었다"고 저자는 기술하고 있다. 앨리엇 자신의 작품이 이 평민을 이상화했을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의 역자 이강선은 「마르크스주의자 테리 이글턴, 사실주의를 옹호하다」란 제목의 〈옮긴이의 말〉을 통해 그의 문학이론은 여러 대학 교수직을 거치면서 오늘날 학문 영역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서 있지만 처음부터 동료들로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마르크스주의 관점과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옥스퍼드의 벽 안에서 학문 동료들과 대립하고 했다고 말한다. 특히 그의 유명한 저서 『문학이론 입문』의 소개편에 실린 내용의 일부가 확장, 이 책이 되었다고 덧붙인다. 또 이글턴은 그의 학문 성향으로 인해 마르크스주의자로 여겨지고 있는 한편, 가톨릭교도로 다양한 학문 영역을 넘나든다고 저자는 밝힌다. 이에 따르면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해서 사실주의에 대한 옹호라고 보아도 좋다. 사실주의는 18세기에 중간계급의 부상과 더불어 태어나 19세기에 절정을 이룬, 오래전의 사조로서 이미 낡았다고 여기는 이론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다양성을 논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왜 이 케케묵은 사실주의를 들고 나왔을까가 당연히 의아해진다. 포스트모던 시대와 사실주의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책 머리에서 이글턴은 사실주의와 포스트모던을 대조시켜 이 책을 쓴 이유부터 짚어 나간다. 사실주의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고자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아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본다는 것은 진실과 통한다. 그러므로 사실주의에는 진실을 보는 일단의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포스트모던에는 아예 그 방법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 점을 말하기 위해 책은 사실주의가 진실을 직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진실이란 무엇인지를 논하고 이어 사실주의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에서 시작해 사실주의의 정치학에 이르고 마침내 사실주의와 보통의 삶, 즉 평범한 삶이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논한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오늘날의 포스트모던에 대해 거의 공격이라 할 만한 어조가 느껴진다고 역자는 강조한다. 그는 포스트모던 문화가 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사실주의가 우리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의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인지 지도'를 제공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스트의 진실을 이야기한다. 이 사실들이 그는 사실주의 옹호자는 점을 증거한다고 역설한다.


출판사 측은 이 책의 성격을 담아 소개글을 내놓는다. "포스트모던 시대는 사실을 경계한다. 모든 것을 동등하게 여기며 절대적 진리에 대해 회의를 품는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실제 삶을 그려 낸 사실적 드라마를 선호한다. 저명한 마르크스 비평가 테리 이글턴은 최근작 『더 리얼 씽The Real Thing』에서 그 이유를 유쾌한 필치로 탐구한다. 그는 부르주아의 작품인 사실주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사실주의의 가치를 뿌리부터 더듬어 간다. 사실주의가 실제로는 시간 및 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나 존재해 왔음을 밝히며, 18세기 사실주의 소설의 탄생부터 시작해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를 차례차례 분석하는 것이다. 그는 문학에서 낭만·신·감상을 벗겨 내고 계급 구조의 물질 세계에 대한 벌거벗은 진실과 독자들을 대면하게 하는 이 중간계급의 작품인 사실주의 소설을 경멸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감탄한다. 그것은 사실주의 소설이 있는 그대로 사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비판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자 :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문화 비평가이자 문학 평론가. 1943년 영국 샐포드에서 태어났다. 영국 신좌파의 대부이자 문화 연구의 창시자인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제자로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했다. 옥스퍼드대학교와 맨체스터대학교 영문학 교수를 거쳐 현재 랭커스터대학교 영문학 석좌 교수로 있다. 19세기 이후 영미 문학을 주로 연구하며, 문학사상론, 포스트모더니즘, 정치·이념·종교 등의 분야에서 5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그중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 『미학 사상』 『문학이론 입문』 『비평과 이데올로기』 『마르크스주의와 문학비평』 『우리 시대의 비극론』 『성자와 학자』 『포스트모더니즘의 환상』 『문화란 무엇인가』 『비극』 『더 리얼 씽』 『마르크스가 옳았던 이유』(근간) 등 30여 권이 있다.


역자 : 이강선


성균관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토니 모리슨의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로 미국 소설을 대상으로 정체성과 치유 관련 연구를 해 왔다. 논문으로 「인종적 수치심의 전승 과정에 관한 고찰」(2009), 「정체성 리터러시로 소녀 드래곤 서사 읽기」(2021) 등이 있고, 리터러시와 치유를 주제로 한 학술서를 2권(공저) 썼다. 옮긴 책으로 『미래 생활 사전』(공역, 2003), 『새들백』(2006), 『풍성한 삶을 위한 문학의 역사』(2016), 『문화란 무엇인가』(2021) 등 10권의 영한 번역서와 Arirang(2021), Weaving of Mosi(2023) 등 4권의 한영 번역서가 있다. 성균관대 대우교수, 호남대 조교수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