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학을 위하여 - 오에 겐자부로 소설론의 결정판! 오에 컬렉션 1
오에 겐자부로 지음, 이민희 옮김, 남휘정 해설 / 21세기문화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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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의 저자 오에 겐자부로는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가와바타 야스나리 이후 일본의 두 번째 수상자가 됐다. 1935년 일본 유서 깊은 무사 집안에서 태어난 오에는 전후 일본의 폐색된 상황에서 젊은이들의 갈 곳 없는 울분과 방황, 절망감 등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표현하며 이시하라 신타로, 가이코 다케시와 함께 전후 신세대 작가로 주목받았다고 한다. 독자로서는 그의 작품이나 그의 문학 사상을 접하지 못했기에 이름만 알고 있을 정도다. 전후 일본의 침체된 분위기가 아직 걷히지 않았을 1954년에 도쿄 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여 와타나베 가즈오 교수의 가르침 밑에서 단테, 라블레, 발자크, 포, 예이츠 등을 비롯하여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와 반영웅주의에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1960년 평생의 친구이자 동지였던 사회파 영화 감독 이타미 주조의 여동생 이타미 유카리와 결혼했다. 일본 문단의 가장 주목 받는 작가로서 문학평론가로서 명성을 쌓았고, 노벨상 수상 이후 일본의 대표적 문학가로 자리 잡았다. 

해외 문학을 폭넓게 접하면서 독특한 시적 문체를 정립한 그는 장애를 가진 큰아들과의 공존을 통해서 반전과 평화, 민주주의 등 인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관찰과 천착을 거듭하여 자신만의 개성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천황제와 국가주의, 핵무기, 우익의 협박과 테러를 포함한 모든 폭력에 맞서며, 일본 평화헌법 9조의 개정을 반대하는 ‘9조 모임’과 자위대의 해외 파병 반대, 김지하 시인의 구명을 위한 단식 투쟁 등 다양한 사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그는 오로지 문학 활동에 전념했을 뿐 사회 사상이나 정치 이념에 좌우되지 않은 문필가로 세계의 명성을 얻었다. 아마 노벨문학상 수상의 이유가 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오에는 한국에서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반대하는 다양한 활동 때문에 '행동하는 지식인'의 이미지가 강렬해, '소설가의 소설가'로 불리는 그의 소설에 대한 열정과 지식이 똑바로 부각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 책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는 평소 오에를 연구해 오던 〈오에 간행위원회〉가 소설 읽기와 쓰기의 궁극적 단계에 이른 그를 한국의 독자들에게 충실히 알리고자 작품 컬렉션을 간행하기로 의견을 모아 추진한 '시리즈 5권' 중 첫 번째 책이다. 오에 컬렉션은 평론 4권, 소설 1권의 전 5권으로 구성됐고, 한국의 독자들에게 '읽기와 쓰기' 이론의 정수를 경험하고, 그 이론이 실제 소설에서는 어떤 양상으로 표출되는지를 제 5권을 통해 확인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첫 책의 「오에 컬렉션을 발간하며」란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간행 위원회는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논집)에서 오에 겐자부로는 단테·톨스토이·도스토옙스키 등의 작품들을 러시아 포멀리즘의 '낯설게 하기'라는 방식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간행위원회는 오에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은 어떻게 만드는가, 문학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등과 같은 질문을 파고든다고 설명하며, 문학을 적극적으로 읽고 쓰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그의 경험과 방식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이와나미신서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배치될 만큼 대표적인 문학 입문서로 평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모두 3부 1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새로운 소설 방법론〉, 2부 〈새로운 문학의 원리〉, 3부 〈새로운 문학의 미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이 새로운 문학의 원리와 방법론적인 문제를 다룸으로써 미래 문학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풀이로 읽힌다. 세 개의 부는 각각 5~6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는 「‘소설의 목소리’를 듣다」, 「다양한 레벨에서 관계 맺기」, 「기본적 수법 ‘낯설게 하기’ (1)」, 「기본적 수법 ‘낯설게 하기’ (2)」, 「‘낯설게 하기’에서 전략화·문체화로」, 2부 「상상력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1)」, 「상상력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2)」, 「문학, 세상의 모델을 만들다」, 「읽기와 쓰기의 전환 장치 (1)」, 「읽기와 쓰기의 전환 장치 (2)」와, 3부에는 「익살꾼 = 트릭스터」, 「신화적 여성 (1)」, 「신화적 여성 (2)」, 「카니발과 그로테스크 리얼리즘」, 「새로운 글쓴이에게 (1)」, 「새로운 글쓴이에게 (2)」 등이다. 




책의 뒷 부분에 성신여대 일문학과 남휘정 교수가 「지금, 새롭게 읽고 쓰려는 자들에게 전하는 오에 겐자부로의 진심」이란 제목의 〈해설〉을 쓰고 있다. 남휘정 교수는 "이 책은 하나의 형식을 갖춘 문예 평론이기 전에 작가 개인의 고백서이자 새로운 독자에게 전하는 희망의 편지"라고 전제하고, "어떻게 쓸 것인가, 어떻게 읽을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여 새로운 독자를 찾아가는 소설가와의 창조적 관계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남 교수는 "쇠퇴는 회복해야만 하고 원래 상태로 돌아가리라 믿는다. 하지만 착실하게 되돌아갈 길을 만들 당사자 역시 앞으로 소설이나 시를 적극적으로 쓰고 읽을 젊은이들이다. 젊은 사람에게 희망을 거는 나는, 내 생각을 문학의 원리와 방법론으로 풀어놓으면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본문 p.22)를 인용하고, 저자가 고백을 시작으로 그들에게 문학적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독자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작가로서의 현실적 숙명을, 오에가 누구보다 민감하게 인지하고 있었을 터라고 덧붙인다. 이 책이 오에 겐자부로의 타계 1주기를 앞둔 시점에서 새롭게 태어날 독자들을 위해 매우 중요한 메시지로 인식되도록 돕고 있다는 말이다. 

남 교수는 이와 함께 "이전 발표된 오에의 평론 『소설의 방법』에서도 '낯설게 하기'와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지만, 이 책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문자로 전달되는 '목소리의 힘'이라고 역설한다. 이에 따라 오에는 단지 홀로 이룩한 방법론과 성과를 앞세우지 않고, 인류 문명과 역사에 자각적인 지식인들로부터 수용한 사상을 전달하는 매개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해설하고 있다.

또 오에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저자 밀란 쿤데라(1929~2023)가 현대사회에서 '소설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한 것을 인용하며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는 남 교수는 책의 마지막 부분을 주목할 것을 권한다. "경제 대국 일본 사회에서 기도하는 목소리가 잘 들리던가?"(-본문 p.271)



남 교수는 일본의 전후 경제 부흥과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의 급속도의 성장률을 거듭하면서 황금기 일본 신화와 한국의 산업화를 연결시켜 이 책이 번역돼 그의 문학 사상이 우리의 현실에 일종의 경계심을 준다고 말한다. "독서를 통한 능동적 행위가 상상력을 증폭시키고, 이렇게 얻어진 문학적 이미지는 이 책에서 언급한 가스통 바슐라르의 말처럼 쓰는 이와 읽는 이를 구별하지 않고 실제적인 힘을 발휘한다. 오에는 문학에 현실과 연결된 실제적인 힘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현재 모두가 알듯이 황금기 일본 신화는 붕괴했다. '잃어버린 30년'으로 상징되는 일본은 긴 침체기를 겪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리에게 서서히 그림자를 드리우는 저성장·저출산·고령화 사회라는 악몽을 일본 사회는 일찍이 경험한 것이다. 이 시기에 오에는 물질 만능 시대의 '종말'을 예견이라도 하듯이 '낡은' 것들을 넘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자 노력했다. 일본의 가장 화려한 시대에 발표된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가 현재를 되짚어 보게 한다. 더 이상 사회 변화를 향해 어떤 능동적 태도를 취하지 않는 군상은 일본에서 만연한 현상이었고 지금도 다를 바 없다. 여기서 1980년대 일본의 '수동적 인간상'과 우리의 '제5공화국' 그것에 나타난 격차의 문제를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으리라. 정치와 경제 모든 면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던 두 나라의 시대상은 변화했지만 동시에 각각 또 다른 궁지로 몰린 것도 사실이다.

남 교수는 오에가 과거 역사로서 경험한 사실을 현재에 다시 생각하고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미래를 예측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본의 1980년대는 현재의 한국과 가까운 듯하다. 그는 문학의 가능성에 대해 지적한 부분을 인용한다.

문하긍ㄹ 기대하는 지평이 역사적 삶의 실천에서 기대되는 지평보다 훌륭한 것은, 그것이 실제 경험을 보존하는 것뿐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을 앞서 예견하고, 사회적 행동에 있어 한정된 활동 범위를 새로운 원망·요구·목표를 향해 넓힘으로써 미래에 겪게 될 경험의 길을 열어 주기 때문이다.(-본문 p.133)



독자가 이 책에서 발견한 생경한 단어는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낯설게 하기'와 또 하나의 단어는 '트릭스타(trickster)'이다. 종교대사전에 따르면 트릭스타(trickster)는 책략이나 사기술을 구사해서 활약하는 '장난꾸러기'가 주인공으로서 등장하는 신화나 민화는 세계 각지에서 보이는데 그런 등장인물 말한다. 트릭스타는 책략을 이용하는 교활함·현명함이 상찬되는 한편,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어리석음으로 비웃음을 당하는 자이며, 또한 인간에게 불이나 문명을 가져온 문화영웅적인 신인 동시에, 단순히 장난을 좋아하는 반사회적인 파괴자이기도 하다. 거기에는 선한 문화영웅과 악학 파괴자, 또는 현자와 우자라는, 법과 질서상에서 보면 일관성이 결여된 모순된 역할이 주인공의 속성으로 이야기된다. 북아메리카의 인디언족의 트릭스타 설화는 코요테, 큰 까마귀, 들토끼나 마나보죠 등의 이름의 문화영웅=트릭스타가, 각각 주인공으로서 활약하는, 공통의 형을 포함하는 많은 설화군을 이루고 있다는 풀이로만 봐도 이해 가능하다. 

그러나 '낯설게 하기'는 책의 여러 곳에서 등장하며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단어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어원을 따라 풀이까지 덧붙일 정도로 비중을 두고 다루고 있다. 

저자 오에 겐자부로에 따르면 '낯설게 하기'라는 말은 본디 러이사어 아스트라녜니예(остранение)의 번역어에서 나왔다. 혁명 전후 러시아 예술의 다양한 분야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앞서서 새롭고 활기찬 빛을 발했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낯설게 하기'는 문학을 과학으로 진전시키 러시아 형식주의 그룹이 만들어 낸 용어이다. 이들 학자는 문학이-새롭게 만들어진 것뿐 아니라 전승된 민담이나 민요를 포함한 넓은 의미로서의 문학-표현하고 있는 내용·형태를 통해 연구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중략) '낯설게 하기'는 포멀리스트들이 만들어 낸 문예론의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잘 정제된 이론으로 단순하리만치 명쾌하며 깊이가 있어 일상·실용의 말이 어떻게 문학 표현의 말과 다른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한다.



상상력이란 실제로 자신에게 주어진 이미지, 고정된 이미지를 근본부터 다시 만드는 능력이다.(p.269)


저자 : 오에 겐자부로(おおえ けんざぶろう, 大江 健三郞)

일본 소설가.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 1935년 일본 에히메현의 유서 깊은 무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1954년 도쿄대학 불문과에 입학했고, 논문 「사르트르 소설의 이미지에 관하여」로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발표한 단편소설 「기묘한 아르바이트」(1957)가 [마이니치신문]에 언급되면서 주목받고 평론가들의 좋은 평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듬해에 단편 「사육」으로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최연소 수상하면서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등단 초기에는 전후 일본의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청년들의 방황과 좌절을 그려냈고 60년대에는 미일안보조약 재개정 반대 시위와 학생운동 등 민주주의로 향하는 진보적인 흐름을 작품 속에 그려냈다. 훗날 노벨문학상 수상식에서 대표작으로 언급된 『만엔 원년의 풋볼』(1967)에서는 이러한 주제를 100년 전의 농민 봉기와 연결하기도 했고, 『홍수는 나의 영혼에 이르러』(1973)에서는 일본의 급진 좌파가 몰락하게 되는 ‘아사마 산장 사건’을 다루었다. 1960년 평생의 친구이자 동지였던 사회파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의 여동생 이타미 유카리와 결혼했다. 1963년 장남 오에 히카리가 뇌 이상으로 지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를 계기로 『개인적인 체험』, 『허공의 괴물 아구이』, 『핀치러너 조서』 등 지적 장애아와 아버지와의 관계를 모색하는 여러 작품을 집필했다. 폭력 앞에 놓인 인간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국경을 넘어 사회적인 약자,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연대를 작품 속에 그려 냈다. 대표작인 『개인적인 체험』(1964)은 실제 오에 히카리가 태어났을 때의 상황을 기반으로 해서 쓴 소설이다.

이후 소설뿐만 아니라 르포르타주인 『히로시마 노트』, 『오키나와 노트』 등을 발표하면서 전후 일본 민주주의의 주요 과제들을 주목했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가와바타 야스나리 이후 일본의 두 번째 수상자가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작가 스스로 마지막 소설 3부작이라고 명한 『체인지링』, 『우울한 얼굴의 아이』, 『책이여 안녕!』을 발표했고 근래까지 장편소설 『익사』(2009), 단편집 『오에 겐자부로 자선 단편』(2014) 등을 발표하였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일본 전후 세대 대표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2023년 3월 향년 88세로 별세하였다.


역자 : 이민희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고려대와 한림대에서 연구원과 강사로 활동하였다. 지은 책으로 『일본 대중문학 형성기와 아쿠타가와문학: 야스키치 시리즈·사소설·메타픽션』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일본 프로문학지의 식민지 조선인 자료 선집』 『일본인, 경성을 보고 듣고 느끼다』 『처음 읽는 로마사』 『카프카답지 않은 카프카』 『프로만 알고 있는 소설 쓰는 법』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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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윤석열 - 한동훈에서 김관영까지
황형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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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포스트 윤석열』은 윤석열 대통령 후의 대권 도전 가능성이 있는 정치 인사에 대한 소개글이다. 당연히 여권과 야권 인사가 두루 망라돼 있으며, 지금까지 정치 경력과 현재의 활동 상황을 중심으로 '포스트 윤석열' 시대에 대한 탐색이다. 이 책의 글들은 저자 황형준이 온라인에서 55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독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온 〈황형준의 법정모독〉에서 발췌된 것으로 이번에 증보, 출간됐다. 이 책은 「한동훈에서 김관영까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 온라인에 공개하기에 민감한 비화들까지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 역시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2024년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2027년 대통령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유력 인사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이낙연 전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모두 14명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온라인에 연재한 〈황형준의 법정모독〉의 골격을 유지하되 약 30퍼센트 가량 새로 쓰고 보완했으며, 2023년 연말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를 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한국인은 모두가 교육 전문가이고, 정치 전문가들이다"는 명제를 독자들에게 주목할 것을 주문한다. 전자의 경우 한국전쟁 이후 새로운 사회 질서를 확립해 가는 과정에서 신분 상승의 방법은 '많이 배워야 한다'는 의식이 굳어짐으로써 확립된 이야기이다. 후자는 우리 민족이 수천 년 동안 전쟁과 통일, 외세 침략과 독립, 전쟁과 분단, 고도 경제성장과 민주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정치에 대한 아픔과 한(恨)이 DNA에 박혀 그만큼 정치 민도(民度)가 높다는 뜻으로 저자는 풀이하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포스트 윤석열 시대 어떤 인물이 가장 떠오르는지, 그 인물이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쳐서 어떤 계기로 정치를 시작했는지, 정치 입문 뒤엔 어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거쳤는지, 그리고 최종적인 정치적 지향점은 무엇인지 등이 담겨 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한국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등장인물들과의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객관적, 합리적 관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들이 보완하고 시정해야 할 지점에 대해 조언과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성향의 기자 출신이다.



책에 따르면 어느 순간부터인가 정치는 점점 더 외면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양극단의 정치가 세계적인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한국 정치도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이라 할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한쪽은 반대쪽을 악마화하고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며 터무니없는 주장과 저주를 퍼부어댄다. 그럴수록 정치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국민은 "정치는 원래 그런 거야"라며 아예 포기한다. 천덕꾸러기 문제아가 된 것이다. 정치인이 되면 사람이 나쁘게 변하고 근묵자흑(近墨者黑)이 디는게 상식적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배우자와 가족부터 말리는 현실이다. 그럴수록 정치에 진출하려던 우수 인재들은 그 뜻을 접고 다른 분야로 진출하게 된다. 저자가 명제로 내세운 '한국인들은 정치 전문가이고, 정치 이야기를 즐긴다'는 이야기와 맥락이 다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정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드러나기도 한다. 한국 정치인은 정치의 본질을 상실하고 이해 관계에만 밝고, 국민들은 이들의 험담과 정치 혐오의식이 매우높다는 사실을 기자의 시각으로 지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의 정치, 즉 'K정치'가 이렇게 평가절하되고 홀대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시선이 작동한다. 윗세대가 겪은 참혹한 전쟁을 다시는 겪지 않도록 평화와 국민 안전을 지키는 일도, 국민 세금을 어디에 쓸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한국의 청사진을 그리는 곳도 결국 정치임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정치를 포기하지 말아야 할 절대 이유이다. 저자는 2007년 기자가 된 뒤 국회와 청와대, 검찰과 법원 등을 주로 맡아 정치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사람들이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힌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대부분 2024년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2027년 대통령 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유력 인사들이다. 약 10년 전부터 옆에서 지켜보았던 이들의 언행과 주변의 평가를 꼼꼼하게 기록해둔 '취재 메모'가 큰 힘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간 꼭꼭 숨겨놓았던 팩트들을 탈탈 털어서 비장의 무기처럼 여러 개 꺼낸 측면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에 독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작동된 것으로 독자의 눈에는 읽힌다.



이 책은 모두 14명의 정치 인사가 등장한다. 각 1명 당 1장(章)씩 모두 14장으로 이루어졌다. 마치 드라마 대본집처럼 장의 명칭 대신 화(話, 畵)란 명칭을 사용했다. 일정한 순서는 없이 각 장이 독립된 하나의 이야기이면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을 때 주로 '화'로 쓰는 사례에 따른 듯 보인다. 아니, 어쩌면 몇 화가 총선에서, 또 대선에서 승리의 월계관을 쓸지 모른다는 의미에서 독립된 장으로서의 역할에 치중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색다른 구성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름과 주제를 제목에 넣어 제목만 읽어도 누구의 무슨 이야기인지 짐작이 간다. 1화 「 ‘황태자’ 한동훈, ‘조선제일검’에서 ‘여권의 얼굴’로」, 2화 「 ‘신림동 신선’ 윤석열의 ‘A long long time ago’」, 3화 「 ‘츤데레’ 이낙연은 ‘총리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4화 「10년 와신상담 끝에 ‘약자 동행’에 승부 건 오세훈」, 5화 「‘국민 금쪽이’ 안철수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6화 「여성 신화 써온 ‘눈물 많은 센 언니’ 박영선」, 7화 「20년째 비상 못하는 ‘완전연소남’ 원희룡龍」, 8화 「중도실용의 새 정치 꿈꾸던 ‘원 웨이ONE WAY’ 김한길」, 9화 「박지원, ‘산소 같은 남자’에서 ‘한국의 바이든’까지」, 10화 「‘이유 있는 반항아’ 금태섭의 ‘잘못된 만남’」, 11화 「‘청년 반란’ 일으켰던 여의도 ‘옴파탈’ 이준석」, 12화 「‘미움받을 용기’ 가진 자유인 양정철」, 13화 「‘AI 검찰총장’ 이원석의 법과 정치 사이」, 14화 「‘비인간적 스펙’ 김관영의 대학 때 별명은 ‘스트립’」 등이다. 

독자들이 이름만 들어도 대부분 아는 정치 인사들이다. 물론 여권 인사도 있고, 야권 인사도 있다. 여야는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갈리기에 언제든 여가 야로, 야가 여로 바뀔 수 있어서 이 책에서 여야 구별은 무의미한다. 단지 우리의 정치가 정당정치이고, 유력 인사는 대부분 정당에 몸을 담고 있어서 활동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또 우리는 거대 양당이 의석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사실상 '양당제'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여당과 야당의 구별이 있다. 늘 참신한 정치 신인이나 유능한 정치인 발굴에는 '다당제'가 유리하지만 대통령제와 다당제가 잘 어울릴지는 일반 국민들이 알기 어렵다. 다만 이로 인해 정치 신인이나 유능한 인물 발굴이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소설가 장강명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정치 논의는 어쩔 수 없이 일정 부분 인물 이야기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깊이 있고 균형 잡힌 인물 분석을 접하기 어렵다. 먼저 정치판의 당사자들이 자기 이야기를 왜곡해서 퍼뜨린다. 지지자들은 그런 이야기들을 과장해서 옮긴다"고 적었다. 이 책은 기자 출신이 써서 객관적이라는 점을 돋보이게 하는 추천사이다.



독자의 정치 성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가끔씩 받는다.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면 무작위로 전화나 휴대폰으로 조사하는 경우이다. 독자는 늘 '중도'임을 강조한다.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원래 정치에 뜻이 없고, 따라서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기에 굳이 한쪽 편을 들 이유가 없어서이다. 선거 때도 정당 보고 투표하지 않는다. 인물과 정책에 따라 독자의 마음에 드는 투표를 한다. 일부 사람은 "정책을 본다는 것은 정당을 고려한다는 의미 아니냐"고 되묻기도 한다. 그렇다고 대답하지만 더 이상 말하기 싫어서다. 아니라고, 다르다고 말한다면 분명 따지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국인들은 정치보다는 정치인들에 관심이 많다는 반증으로 생각되는 부분이다. 

독자들이 진보·보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면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정치는 뒷전이고, 나에게 걸린 이해 관계를 먼저 따져 선택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책의 부제에서부터 이름을 드러내고, 맨 앞장에 선보인 인사는 한동훈이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있고,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검찰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법무부 장관을 지냈고 지금은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당(국민의힘)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법무부 장관직을 버리고(?),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도일 것이다. 그는 1973년 생으로 지금 만 50세이다. 정치인으로서는 신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동훈을 "호랑이 등에 올라탄 '정치인 한동훈'"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출범 초기부터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었다. 한동훈의 거취를 둘러싸고 2024년에서의 서울 종로 출마설과 총리 기용설 등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당초 여권 안팎에선 그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왔다.(실제로 그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중략) 한동훈 입장에서도 총선 불출마는 정치인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측면도 있었다. 이미 처음으로 윤 대통령이 '0선 의원' 출신 대통령이 된 만큼 총선 출마는 한동훈에게 필수 코스가 아닐 수 있다. 정치를 한다면 여의도에서 여러 사람에게 물어뜯기지 않고 '대선 직행'을 하는 게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선에 출마할지 말지는 결국 흐름을 판단해야 하는데, 대선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황을 지켜볼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p.31~32)



총선·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0'인 인물 중 한 사람이 이 책에서 한 장(章)을 차지하고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저자가 왜 『포스트 윤석열』이란 제목에서 '윤석열'이란 인물에게 한 장을 할애했을까? 그것은 남은 임기가 많은 만큼 지금까지 해온 부분에서 결핍됐거나 부정적 판단을 받은 일을 처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끼워넣은 것으로 독자에게 읽힌다. 그의 이력이나 경력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통령 이후의 행보도 공식으로 밝혀진 것처럼 거의 미스터리 부분도 없다. 그래서 저자는 앞으로의 윤석열 정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꺼내들 타임을 선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윤석열의 국민의힘 정당과 정부가 차기 집권 전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썼을지도 모른다. 

책에 따르면 한동안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법무부, 검찰만 보였다. 그나마 최근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이라는 과제를 강조하면서 성과를 내려 하고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3대 개혁 추진을 밝히자 검찰과 공안당국이 개혁을 위한 집행기관이라도 된 것인 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연계 간첩 사건, 노조 사건 등이 잇따라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는 등 이분법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도 위험 징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른바 진보와 보수도 아닌 극좌와 극우의 시각에서 한쪽을 '때려잡아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마이 웨이'를 걷는 외골수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예전과는 달이 주변의 직언을 안 받아들이고 쓴소리를 하면 서운해 한다는 것. 

비선 논란도 계속 제기된다.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며 잠시 숨 죽이던 김건희 여사도 다시 공식 무대로 올라오며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김 여사의) 오빠가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후보 시절부터 천공 등 무속 논란까지 빚어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던 그야말로 '비선 실세' 논란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관련 보고를 받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보를 하려 했지만 이를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경험이 있는 윤 대통령이 실제 직언을 받아들이지 않는지,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직언을 하는 참모가 없는지 궁금하다. 선출된 권력은 국민 앞에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항명'해서는 안 된다.



이밖에도 박영선 전 중소기업부 장관 이야기도 실려 있다. 그는 '부드러운 직선'이라는 자신의 시를 따라 도종환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박영선 전 장관에게 붙여준 별명이라고 한다.(p.141) 저자는 박영선에 대해 '엘레강스'한 공주파인 듯하면서도 억척스러운 무수리파다고 썼다. 마키아벨리가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군주의 자질로 언급한 여우의 지혜와 사자의 용맹함이 있다. 둘 다 가지기 어려운, 양립불가능한 품성이 동시에 내재된 듯한 미묘하고 복합적인 '멋'과 '맛'이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023년 2월경 언급한 이야기다. “이낙연은 미국 간 것부터 잘못됐어. 미국 간다길래 내가 ‘당신이 DJ야? 가지 마’라고 했다. DJ는 낙선을 해도 민주당과 호남에서 ‘우리 대통령 후보다’라는 생각이 항상 있었기 때문에 재기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낙연은 당의 대선 후보가 아니었다. 대통령 후보로 낙선한 게 아니라 경선에서 패한 것이다. 대선 후보 코스프레하는 꼴이 됐다. 그러기 때문에 미국에 안 가고 지금 현장에서 이재명과 함께 투쟁을 해나갔어야 된다. 지금이라도 이낙연이 사는 길은 확실하게 이재명을 도와야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라도) 관련 메시지를 내야 한다.”(p.86-87)('취재 메모' 중) 


저자 : 황형준


2007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뒤 사회부와 경제부, 정치부 등에서 근무했다. 경찰, 검찰, 법원, 정당, 청와대, 기획재정부 등 주요 출입처를 담당했다. 청와대팀장과 법조팀장 등을 맡아 일했다. 2010년 삼성언론상, 2018년 336회 이달의 기자상, 2022년 대한민국언론대상 최우수상, 2023년 한국신문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중학생 때 『삼국지』에 푹 빠진 뒤 정치학과 철학, 문학 등 분야로 관심이 넓어졌다. 독서와 글쓰기가 좋아져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현재를 살고 싶어서, 현장을 지키는 기자가 됐다’고 스스로 외쳤지만 오늘만 사는 하루살이처럼 산 것 아닌지 가끔 회의(懷疑)한다. 정치, 사회 제도와 법 등 세상을 바꾸는 특종도 중요하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웃게 만들 수 있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펜이 누군가를 해치기보다 누군가를 살리는 데 쓰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게 불 구경과 싸움 구경이듯 언론에는 미담보다 사건·사고가, 칭찬보다 비판이 많은 게 현실이다.

『포스트 윤석열 : 한동훈에서 김관영까지』는 이에 대한 반성이자 탈출구이다. 언젠가는 사람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쓰겠다고 다짐하고는 했다. 이 책은 10년가량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만난 유력 인사들에 대해 적어둔 방대한 분량의 ‘취재 메모’가 골자가 됐다. ‘기억이 곧 존재이고, 기록만이 존재를 증명한다’는 소신 덕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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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입문을 위한 최소한의 서양 철학사 : 인물편 - 요즘 세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서양 대표 철학자 32인
신성권 지음 / 하늘아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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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대부분의 학문이 그렇듯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더 깊고 더 큰 지식의 세계에 접근하기 어렵다. 철학도 그런 것 같다. 독자는 철학에 대해 정식으로 배운 바도 없고, 특별히 관심을 갖고 철학책을 열심히 탐독한 적도 없다. 한마디로 문외한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철학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이었음을 고백한다. 당시 소통 부재로 '우울증' 문제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생길 정도로 우리에게 큰 충격과 공포감을 준 팬데믹이었다. 세계의 모두가 처음 맞는 팬데믹이어서 더욱 그럴 것이다.(이전 팬데믹은 1919년 이른바 '스페인 독감'이라고 알려진 것으로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100년 만에 다시 맞는 코로나 팬데믹을 누가 경험해 봤을까. 코로나는 제멋대로 세상을 오가며 지구촌 인간을 일시에 중세시대로 돌려놓는 듯했다. 더욱이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으니 더욱 공포스러웠다. 약 2년 만에 조금 수그러지면 3년 후에는 마스크를 벗어도 될 만큼 진정되긴 했다. 이 무렵 대한민국 출판계를 장악한 학자들은 의학·심리학의 전문가는 융과 아들러 등이었다. 철학자로는 니체의 철학을 다룬 책이 대세였다. 

최근에는 철학자로서는 쇼펜하우어인 것 같다. 대형 서점에는 언제부턴가 쇼펜하우어 책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독자는 쇼펜하우어에 대한 지식은 고등학교 때 배운 염세주의 철학자란 사실만 유일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당시 선생님으로부터 "쇼펜하우어는 염세적 세계관을 책으로 쓰고, 유럽의 수많은 청년들이 자살을 하는 소동을 일으켰으나 정작 90세까지 삶을 누렸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다른 철학자들과도 친해지지 못했지만 이 말을 들은 이후 독자의 뇌리에는 쇼펜하우어가 남아 있지 않았다. 어쩌면 일부러 지우려 노력했지 않았나 싶다. 이처럼 독자는 철학과 철학자들과의 친분이 철저하게 없는 편이다. 이 때문에 철학자들이 세상을 바꾸겠다는 논리는 깊은 사유를 통해 확립한 철학적 이론이지만 이해할 수 없었고, 언어나 논리의 남용이라고 생각했다. 생각만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단 말인가?라는 게 독자의 생각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살다 보니 철학이 왜 필요한지, 왜 철학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곳 저곳에서 듣고 본 인간과 삶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 철학이라는 말을 공통적으로 들은 무렵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려고 큰 맘 먹고 서점에서 한 권의 책을 사와서 읽다가는 미처 다 읽지 못하고 책꽂이에 꽂힌 채로 먼지만 쌓이는 신세로 전락한다. 어떤 책은 방구석 모퉁이에 옆으로 뉘어 제목도 제대로 보이지 않은 채 잊혀져 가기도 한다. 독자가 이 책 『철학 입문을 위한 최소한의 서양 철학사』에 시선이 꽂힌 것은 아마도 '철학 입문서'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 기회에 각 인물들의 사상에 깊숙이 들어가는 것보다 전체적인 철학의 흐름이나 철학자들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돼 왔나?를 일러주는 책이라는 출판사의 책 소개글을 읽고서다. 

"이 책은 철학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부담 없는 접근을 목표로 하는 청소년과 입문자들을 위해 쓰였다. 필자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큰 영향을 준 주요 서양 철학자들을 선정하여 그들의 핵심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또한 그것을 철학사의 전체적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탈레스를 시작으로 소크라테스, 플라톤, 쇼펜하우어, 아리스토텔레스, 미셸 푸코 등 중세와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대표 철학자 32인의 삶과 철학 사상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하였다"고 출판사 측은 소개하고 있다.

철학자들의 삶과 당대에 남긴 유명한 말들, 그리고 시대의 배경과 주변 인물들을 역사책 읽듯이 읽어 나가다 보면, 각기 다른 철학자들의 다양한 사상을 접함으로써 하나의 신념에 갇히지 않고 열린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현상에 대해 총체적이고 입체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경험을 하도록 구성돼 있다. 연대순으로 대표 철학자들의 생각과 이론·사상을 먼저 취하고 다음 세부적으로 한 철학자의 사유의 결과에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었다. 이 책은 철학을 씨줄과 날줄로 구분하여 얽어짬으로써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돼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철학자들은 고대-중세-근대-현대에 이르는 연대기로 본 시대의 흐름에서 서양 철학사를 구분한다. 큰 조각들을 손에 쥐고서, 이 조각들을 모아 철학사의 큰 틀을 완성해 나갈 수 있도록, 철학 입문자들을 위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다루었다. 철학자들을 다루는 순서는 그들의 출생 연도보다는 철학사조의 흐름에 비중을 두어 정했음을 저자 신성권도 밝히고 있다.

저자 신성권은 〈들어가는 말〉을 통해 "철학을 학문으로서 처음 접하는 초심자들은 철학을 고리타분하고 골치 아픈 학문,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생각하기가 쉽지만, 철학은 몇몇 유별난 지식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인간의 정신적 생활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존재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살아 있는 한 인간은 생각하도록 운명 지어져 있고, 또 생각하는 한 철학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철학하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이어 인간은 자연현상을 향해 항상 의문을 품는 존재였으며, 각 시대마다 무엇이 인간으로서 올바른 길인가에 대해 사유하고 참다운 앎을 추구해왔다. 또 인간은 절망에 빠질 때 그 절망을 극복하고자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해내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처럼 철학이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사유하는 것이며 언제나 우리의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p.4)고 저자는 강조한다.

철학은 직접적인 지식이나 분명한 답을 찾기보다는 질문을 여는 것에 가깝다"는 저자는 철학은 논리학,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의 네 분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이 책에서 다루는 각 철학자들의 사상 역시 이 4가지 범주 안에서 전개된다) 철학의 분야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합의는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4가지 분류가 가장 일반적인 분류라고 덧붙인다. 입문서로 쓰였기에 가급적 쉬운 말로 쓰려다보니 아마 〈들어가는 말〉에서 4가지 분류에 대한 간단한 풀이도 곁들인다. 



저자에 따르면 논리학흥 인간의 이성적 탐구활동과 관련된 특정 종류의 원리와 법칙들이 무엇인지를 탐구하고 이를 체계화하는 학문이다. 형이상학은 과학적 사실에 의존하기보다는 실제 물질세계를 넘어 우리가 보거나 듣거나 냄새를 맡거나 만질 수 없는 가상의 영역을 다룬다. 형이상학적 질문은 다음과 같다. '진실이란 무엇인가?' '사람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마음은 무엇인가?' '신은 존재하는가?' 인식론은 앎 또는 지식의 본성과 범위, 그리고 그 한계를 연구하는 철학의 분과 학문이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안다고 하는 게 어떤 것이지, 또 무엇인가를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참과 거짓을 어떻게 분별하는지 등을 연구한다. 윤리학은 어떤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에 대해 탐구한다. 무엇이 좋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인지, 그리고 우리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 사회를 더 공정하고 더 정의로운 방향으로 인도하는 도덕적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이 4가지 분과 학문이 우리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거나, 학습과 일의 효율을 높여 승승장구하게 만들어 준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설명함으로써 사실상 철학의 본질과 궁극적 목표는 "우리 삶의 더 윤택하게 만든다"고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철학을 통해 무엇인가를 반드시 얻어야 하고, 실용적이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처럼 여기는 순간, 철학은 오히려 술(術)의 개념으로 격하되고, 다른 학문과 예술, 더 나아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줄어들게 때문이라고 말한다. 철학은 특유의 추상성을 가지고 있으며, 확실한 답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뜬구름 잡는 학문이라는 비판을 종종 받지만(철학이론에서 직접적으로 빵이나 떡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실용적이 지식이나 기술, 감동적인 예술작품 등 인간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이 그 정신적 양식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예를 들어, 현대민주주의는 홉스, 로크, 루소의 사회계약설에 바탕을 두고 발전해 온 것이며, 벤담의 공리주의는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모두 32개 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서양 철학사 가운데 대표적 인물 32명을 선정해 철학과 그 철학자에 대한 입문자를 위한, 알맞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주장한 탈레스, 수(數)로 본 피타고라스, 인간으로 설명한 프로타고라스는 우리가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은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라는 말로 유명한 소크라테스도 나온다(피타고라스, 프로타고라스도 그리스 철학자이다). 여기서 잠깐 고백하자면 독자는 소크라테스가 '철학의 아버지'인 줄 알았지만 이 책에는 탈레스를 꼽고 있다. 탈레스는 밀레토스 출신으로 과학적 사고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고 한 최초의 철학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탈레스 이전의 사람들은 모든 만물이 신에 의해 만들어지고 바뀌어 왔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치면 사람들은 신(神)이 노했다고 생각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자연 현상들을 모두 신에 의존하여 설명한 것. 그러나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신에 의존하여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자연현상을 나름대로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아리스토텔레스는 탈레스를 '철학의 아버지'라고 추앙했던 것이다.

이 책은 〈들어가는 말〉 외에 「철학과 종교, 그리고 과학」이라는 제목의 질의·응답 형식의 글이 이어진다. 철학과 종교의 차이점, 철학과 과학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설명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을 문제 삼기보다는, 궁극적이며 근원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철학은 과학과 구분되는데, 철학의 이러한 성격은 종교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대해 답변으로 버트런드 러셀의 "철학을 과학과 종교의 중간지대"란 말을 덧붙인다.

"철학흔 신학과 마찬가지로 명확한 지식으로 단정을 내릴 수 없는 여러가지 문제를 다루지만, 과학처럼 인간의 이성에 호소하지 권위에 호소하진 않는다. 명확한 지식은 다 과학에 속하고, 명확한 지식을 초월한 모든 주장은 신학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학과 과학 사이에 양쪽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중간지대가 존재하는데, 이 지대가 바로 철학이다."

종교와 철학은 과학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분야에 속한다. 그렇다고 과학과 철학이 같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과학 자체에는 선과 악이 없다. 단지 그러한 사실만이 존재할 뿐이다.(가치 중립적) 반면 철학은 여기에 어느 목적을 선택함이 옳은가, 무엇이 더 가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하고 해답을 제시한다.(가치 지향적)



철학 초심자로서 32개 장에 모두 집중해 읽고 이해해야 하지만, 독자의 개인적 입장으로서는 「인류 전체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라고 주창한 칼 마르크스 장이다. 독자가 학교 대학을 다닐 무렵 칼 마르크스는 공산주의 이론가로서, 공산주의·사회주의 건국에 밑바탕이 되었다. 특히 마르크스의 이론은 당시 서양에 공통적으로 실시되고 있던 왕정과 자본주의 체제의 폐해,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바탕에서 시작됐다. 공산주의 이론에 입각해 왕정을 몰아내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해 공산주의 정치체제를 만든 소련·중국이 적대국이었다. 이는 당초 경제·사회적 이론으로 성립되었으나 인민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레닌과 마오쩌둥에 의해 정치체제로 공식 자리 잡았다. 특히 한반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당분간 분할통치한다는 밀약에 의해 분단된 후 80년이 다 되도록 이념적 갈등을 벗어나지 못하고 갈등이 고착화되고 있다. 

70~80년대 군사정권 시대에는 마르크스 등 공산주의 이론과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쓴 저서들은 국내 판매 금지됐다. 책 이름을 듣고 찾아다녀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칼 마르크스와 그의 저서는 이름만 들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거기다가 1990년 소련의 붕괴로 공산주의 실험은 100년도 못 가 실패로 막을 내렸다고 많은 학자와 언론들이 단언했다. 당연히 이 시대 대한민국 사람들은 칼 마르크스의 한물 간 저서나 그의 이름을 들먹일 필요마저 없었다. 학술적 연구기관이 학자들을 제외하고는 칼 마르크스가 읽힐 리 없다. 대한민국은 해방 후 미 군정과 한국전쟁을 겪으며 철저히 미국식 자본주의와 민주정으로 운영돼 왔다. 특히 20세기 말엔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기틀을 잡고, 지나친 낙관으로 IMF로 최대 위기를 맞았으나 단합된 국민들의 힘으로 이를 극복해 냄으로써 세상에 대한 자신감도 넘쳤다. 그리고 드디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것이다. 급성장의 여파와 국제정세 급변으로 불안하지만 국민들에게 깊이 각인된 선진국민으로서의 자존감과 번영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흔들지는 못할 것이다. 이제 마르크스 환영에 갇힌 국민들도 없으며, 북한의 위협도 70년 간 이어져 온 것인데다 그들의 전쟁 수행 능력도 의심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불안감을 주지는 못한다.



이 책에는 독자가 지난 수십 년 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공산주의 이론의 근거와 마르크스의 이론 실재 등에 대해 짧지만 임팩트 있게 설명되어 있다. 책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헤겔의 관념적 변증법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포이에르바흐의 유물론에 영향을 받아 세계변화를 설명하는 자신만의 사상을 정립했다. 마르크스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사회의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로 규정했다. 즉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 착취하는 자와 착취당하는 자,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대립과 투쟁의 역사로 파악했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대립 결과 변증법적 발전을 거쳐 가장 궁극적으로 인류는 계급 없는 평등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고 마르크스는 주장했다. 다만 학문, 종교, 예술, 정치, 교육, 법 등의 상부구조는 물질적 생산양식에 의해 좌우될 뿐이므로 생산양식을 빼앗는 혁명을 통해서만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마르크스는 역사 발전을 5단계로 나눠, 마지막 5단계에는 계급이 없는 평등사회인 '미래 공산주의'가 놓여 있다.

칼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라는 문제를 통해, 인간 소외 현상을 철학적으로 접근했다. 『자본론』은 분량이 매우 방대한 저작으로 총 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량과 당시 상황에 따라 나뉘어서 출간됐다. 4권은 마르크스가 남긴 여러 초고를 취합, '잉여가치 학설사'라는 제목으로 1990년대 초 카우츠키가 편집해 간행했다고 알려준다. 애덤 스미스를 비롯한 서양 정치 경제학자들의 견해는 노동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수단이며, 소유권의 정당한 원천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활동하던 시절의 노동자들에게 있어 노동은 부의 원천이 아니라 생존의 함정이었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의 식량과 비교될 정도로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 당시의 현실이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당시 영국에서는 공장 주인들이 8살, 심지어는 그보다 더 어린 아일들을 고용해 하루 평균 14~16시간 일을 시켰다. 어린 아이들의 노동 상황에 비춰볼 때, 성인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 심각했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해진다. 마르크스는 이런 현상을 보고 세상은 왜 부자와 빈자로 나뉘게 되는 것일까를 고민했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난해지는 원인을 학문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이율배반적 현실을 파악하고 개혁하고자 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책이 바로 『자본론』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자본론』의 내용을 쭉 이어가던 저자가 마지막에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여전히 유효한가?" 저자는 마르크스주의는 현실에서 힘을 잃고 말았지만, 자본주의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될 문제와 모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마르크스 이론은 철학적으로 논할 가치가 많다고 역설한다. 


저자 : 신성권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다양한 글을 쓰는 지식연구가며 작가다. 1989년생의 젊은 작가로 전북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동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에 있다. MENSA 정회원(IQ 156, Percentile 99%)이기도 한 그는 인간의 지능과 창조성을 다루는 다양한 인문교양서를 집필하고 있으며, 그의 책은 2021년, 2022년 두 번이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천재, 빛나거나 미쳤거나』(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2022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교양 개념어 사전』『나태해진 나를 깨우는 독설』『삶의지혜로 읽는 니체의 말』『서양 철학사』『동양 철학사』『영재, 똑똑한 아이가 위험하다』『사자성어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보통 사람들을 위한 창조성 수업』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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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 우주, 지구, 생명의 기원에 관한 경이로운 이야기
귀도 토넬리 지음, 김정훈 옮김, 남순건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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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네시스』는 우리말로 '기원(genesis)'이라는 뜻을 지닌다. 이 단어는 머리문자를 대문자로 바꿔 'Genesis'로 표시하면 구약성서의 〈창세기, 創世記〉를 의미한다. 『구약성서』란 아다시피 〈모세 5경〉이 Genesis, Exodus, Leviticus, Numbers, Deuteronomy 등으로 돼 있다. 첫 번째 나오는 '창세기'를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세계적인 실험 물리학자 귀도 토넬리의 저서다. 이 책 『제네시스』는 저자 토넬리가 물리학에서 최근 발견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우주 탄생의 중요한 일곱 가지 순간을 이야기한다. 우주 탄생의 첫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려면, 우리는 현재 물질의 작은 조각을 아기 우주 때의 매우 높은 온도로 되돌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종의 시간 여행을 시도하는 것이다.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 실험을 통해 동면 중이던 입자들이 한순간 다시 나타났고, 이로써 138억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입자 한 줌이 깨어났다. 토넬리가 발견한 ‘힉스 보손’이 바로 그것이다. 『물리학백과』에 따르면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standard model)에 의하면 힉스 입자(Higgs particle, Higgs boson)는 우리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입자의 하나로서 스핀이 0인 보손이다. 힉스 보손 (Higgs boson), BEH(Brout-Englert-Higgs) 입자, 혹은 BEH 보손이라고도 한다. 표준모형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 중에서 힉스 입자가 2012년에 세른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발견됨으로써 표준모형의 실험적 검증이 완료되었다. 힉스 입자는 다른 기본 입자가 힉스 메커니즘을 통해 질량을 갖게 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입자로서 표준모형의 이론적 구조를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책 『제네시스』는 우주 전체이자 시작인 이 입자에서 출발하여, 시공간의 탄생, 진공 상태로부터 어떻게 우주 전체가 만들어졌는지, 현재와 같은 광활하고 다양한 모습의 우주로 진화하는 과정, 오늘날의 다중우주 이론과 외계 은하에 이르기까지 '우주'와 ‘시공간의 기원’에 대한 답을 찾는 7일간의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자는 “이 여정에서 우리는 ‘모든 것의 시작’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영원히 바꾸어놓게 될 것이다.”라고 밝힌다.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보손 발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토넬리는 인간이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알아내고 싶어 하는 우주의 시작, 그러니까 시공간의 탄생은 어떻게 관측할 수 있을까?를 연구해왔다. 이에 대한 실험은 서로 완전히 독립적인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무한히 작은 것을 탐구하는 입자 물리학으로의 접근과 초거대 망원경을 사용해 무한히 큰 우주를 탐사하고 우주 전체까지 관측하는 시도다. 놀라운 점은 무한히 작은 입자의 세계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천문학적 규모의 먼 거리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동일한 이야기로 수렴한다는 점이다. 토넬리의 첫 책 『제네시스』는 우주의 전체이자 시작을 품은 채 138억 년 동안 잠들어 있던 한 줌의 작은 입자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출발점에는 물질, 즉 암석과 행성, 꽃과 별 등 우리를 포함한 모든 것을 형성하는 물질이 특별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 이는 우주가 매우 오래되었고 현재 엄청나게 차가운 구조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우리 집’ 지구에 고립된 우리로서는 모든 것이 따뜻하고 편안해 보이지만, 대기의 보호막을 벗어나자마자 온도는 급락한다. 희박하고 매우 오래되었으며 차가운 현재 우주의 물질은, 엄청나게 높은 밀도로 작열하는 물체였던 '아기 우주' 때의 물질과 완전히 다르게 행동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우주 탄생의 첫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려면, 우리는 현재 물질의 작은 조각을 원래 조건의 매우 높은 온도로 되돌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종의 시간 여행을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럽 입자 물리연구소(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 기계로부터 원시우주와 비슷한 온도로 가열하여 멸종된 입자를 다시 살려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저자 토넬리는 유럽 입자 물리연구소(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의 실체를 먼저 안내한다. 저자에 따르면 “여기(LHC)에서 공간의 작은 부분을 원시우주와 비슷한 온도로 가열하여 멸종된 입자를 다시 살려낼 수 있습니다. 태초의 작열하는 물체를 채우고 있다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극대 입자들을 되살리는 것입니다. 가속기 덕분에 입자들이 마치 얼음 석관에서 동면 중이다가 깨어난 것처럼 한순간 다시 나타나 우리가 이를 자세히 조사할 수 있게 됩니다. 힉스 보손도 이런 식으로 발견한 것이었습니다.”(p.35)



토넬리는 바로 이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보손(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입자) 발견의 중심에 있었다. 저자는 이 발견을 통해 현대 물리학으로 우주를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토넬리는 힉스 보손의 발견으로부터 우주의 시작과 시공간의 탄생, 진공 상태로부터 어떻게 우주 전체가 만들어졌는지, 현재와 같은 광활하고 다양한 모습의 우주로 진화하는 과정 등을 구약성서의 〈창세기〉처럼 7일로 나누어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우주 초기부터 최근까지 인간이 밝혀낸 것들 중 거의 모든 것들, 또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것들과 알아내고 있는 것들, 우주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다양한 인문학적 비유로 7일간의 여정을 이끈다.

이 책에는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세 개의 글이 있다. 저자는 「우리의 관점을 영원히 바꾸어놓는 세상」이라는 제목의 두 번째 프롤로그를 통해 "우주의 기원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매우 위험한 여정을 기꺼이 마주해야 합니다. 그 위험은, 익숙한 환경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일반적인 범주가 전혀 통하지 않는 곳으로 우리의 정신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을 묘사하며 정신의 한계를 시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라고 전제한다. 이유는 우리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의 정신은 지구를 탐험하고 식민지를 개척하는 데 매우 강력한 도구였지만, 그토록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몹시 부적합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방식(입자 물리학과 초거대 망원경을 사용한 무한히 큰 우주를 탐사하는 일)이 모두 사용되며, 특히 빛의 속도가 초속 약 30만km로 고정되어 있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활용한다고 말한다. 이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무한한 속도는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아주 멀리 있는 물체를 관측할 때 우리로부터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는 은하들은 지금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수십억 년 전의 모습으로 보인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도달한 빛을 처음 방출했던 그때의 모습이다.



저자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물질이 뒤틀리고 분해되어 고에너지의 제트와 감마선을 방출해 감지기에서 식별된다고 설명한다. 이 이상한 천체들인 중성자별과 블랙홀은 '코스모스'의 전역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엄청난 재앙의 원인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천체들은 매우 정밀하게 연구할 수 있어서, 그것들이 서로 충돌하여 시공간을 비틀고 수십억 광년 떨어진 우리에게까지 도달하는 중력파를 생성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코스모스'의 겉모습 아래에 '카오스'가 숨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그렇게까지 멀리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태양의 표면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된다는 것. 

저자에 따르면 평온하게 우리의 하루를 비춰주는 고요한 별처럼 보이는 태양을 가까이서 보면, 무수한 열핵 폭발, 대류 운동, 엄청난 질량의 주기적 진동과 거대한 자기장에 의해 사방으로 뿜어져나가는 플라즈마의 흐름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혼돈의 체계가 드러난다. 이 별 안에서는 수많은 세월 동안 지속되어온 거대한 힘들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전투의 승자는 단 하나, 바로 중력이다. 그리고 수십억 년 후 핵연료가 고갈되면 중력은 마침내 내부층을 산산이 부수어 분쇄하는 데 성공하여 우리의 태양을 붕괴시킬 것으로 저자는 전망한다. 중심핵은 압축되고 외층은 팽창하기 시작하여 수성, 금성, 지구까지 도달해 그것들을 순식간에 증발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저자는 겉보기에 매끄럽고 광택이 나는 표면도 아주 자세히 보면, 물질의 기본 구성 요소들이 미친 듯이 요동치고 진동하며 상호작용하고 변화하는 혼돈의 춤을 우리는 곧바로 마주할 수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하는 '쿼크'와 '글루온'은 끊임없이 상태를 변화시키며 상호작용하고, 주변의 무수히 많은 가상 입자들과도 상호작용한다고 주장한다. 미시적 수준에서 물질은 우연과 불확정성 원리가 지배하는 양자역학의 법칙을 어김없이 따른다고 역설하고 있다. 우주의 탄생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도 질서에 대한 편견을 버릴 것을 저자는 주문한다. 우리는 오직 상상력의 안내를 따라 나아가는 여정을 시작할 것이며, 가장 환상적인 공상과학소설조차 진부하게 보일 정도로 대담한 개념에 의지하게 된다고 책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8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선 언급대로 '7일'과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란 하나의 장이 추가되었다. 7일 동안 각 1개씩 모두 7개의 장을 통해 우주·생명·인간의 기원에 접근한다. 7개의 장은 「첫째 날/ 터져 나오는 숨결이 첫 번째 경이로움을 낳다」, 「둘째 날/ 섬세한 손길이 모든 것을 변화시키다」, 「셋째 날/ 불멸자들의 탄생」, 「넷째 날/ 그리고 마침내 빛이 있었다」, 「다섯째 날/ 첫 번째 별에 불이 켜지다」, 「여섯째 날/ 혼돈이 질서로 위장하다」, 「일곱째 날/ 복잡한 형태의 무리」 등이다. 여기에 「우리의 가장 깊은 뿌리 그리고 미래」란 제목의 〈에필로그〉와 남순건 입자 물리학자이자 경희대 교수의 「우주 탄생, 그 7일간의 이야기」란 제목의 〈감수의 글〉로 이야기를 마친다. 

저자는 우리는 습관적으로 보고 경험하는 것들에 크게 좌우되며 살기 때문에, 우리 삶을 지배하는 법칙이 우주의 다른 모든 구석에 널리 펴져 있는 법칙과 같을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낮과 밤, 달이 뜨고 해가 지는 것, 하늘에 떠 있는 별과 구름,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는 것….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사는 혹은 착각하고 있는 우주에 대한 ‘실제’를 이해하기 위한 여정, 그 자체가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구름이 뜨겁고 계속 팽창하는 한, 이 거대한 구름을 응집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점차 냉각되고 속도가 감소함에 따라, 중력이 팽창력을 압도하고 물질 덩어리 주위에 더 크고 무거운 응집 중심을 형성합니다. 이제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커다란 원반이 형성되어 중심 주위를 돌고, 중심에서 질량의 대부분이, 특히수소가 밀집됩니다. 은하 내부에는 은하의 미니어처가 형성됩니다. 큰 구름의 일부가 자체 중력의 힘으로 붕괴되어 중심에서 별이 탄생하는 태양 성운이 형성되고, 그 주변에는 일종의 강착 원반이 형성되는데, 다양한 고리에 분포된 다른 더 작은 응집 중심들이 구분될 수 있는 형태로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른바 원시행성계 원반이죠. 갑자기 태양이 빛나기 시작하고 거대한 가스 행성들이 형성될 것입니다. 그런 다음 더 천천히 그리고 더 거친 경로를 따라 가장 안쪽 궤도의 암석 행성들이 모일 것입니다.(p.282~283) - 「일곱째 날 복잡한 형태의 무리」 중에서



저자 : 귀도 토넬리(guido tonelli)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보손 발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탈리아의 입자 물리학자. 현재 이탈리아 피사대학교의 일반 물리학과 교수이자,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CERN의 선임 연구원이다. 고에너지 물리학 분야에서 일하며 힉스 보손을 비롯한 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델, 초대칭 등 새로운 물리학 연구에 참여해왔다. 그는 2011년 CERN의 특별 세미나에서 힉스 보손의 존재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2012년 힉스 보손이 관찰되었음을 CMS 실험의 대변인으로서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발견 덕분에 ‘입자 질량의 기원에 대한 근본적 이론’을 제시한 프랑수아 앙글레르와 피터 힉스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귀도 토넬리 또한 이에 대한 공헌으로 이탈리아 공화국 공로 훈장을 받았으며, 세계적인 업적을 세운 과학자에게 수여되는 엔리코 페르미상을 수상했다. 또 새로운 힉스형 입자를 발견한 실험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공로로 특별 기초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획기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제네시스Genesis》와 《템포Tempo》(2022), 《물질Materia》(2023) 등을 출간하였고, 그의 책은 전 세계 30개 국가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역자 : 김정훈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서양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자아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희랍어와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무기력한 날엔 아리스토텔레스』 외 몇 권의 책을 번역하였다.


감수 : 남순건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과 홍콩에서 초ㆍ중ㆍ고등학교를 마치고, 1982년 서울대학교 자연대 물리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후 한국고등교육재단 유학장학생으로 미국 예일 대학 물리학과에서 1987년 입자물리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Virginia Tech, MIT, 서울대 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낸 후 1992년부터 경희대학교(서울캠퍼스)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0년에 하버드 대학 방문교수를 지냈다. 일본 유카와연구소, 독일 아인슈타인연구소, 프랑스 사클레이연구소, 하버드, 예일, 컬럼비아, 런던 대학 등에서 세미나를 했으며, 현재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 고등과학원(KIAS), 국제이론물리센터(ICTP)의 Associate Member이다. 그는 M-이론과 끈 이론, 블랙홀, 초대칭 양자장론 등 이론물리학 분야에서 50여 편의 국제논문을 발표하는 등 우주의 궁극 이론을 찾는 양자중력 이론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학자이다. 저서로는 『정확히 풀리는 양자계』(공저, 민음사, 1998)가 있고, 2005년 KBS 과학의 날 특집 프로그램 <웰컴, 아인슈타인>에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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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운이 좋아지는 잠재의식의 비밀
김문형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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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매일 운이 좋아지는 잠재의식의 비밀』이란 표제어 중 핵심어는 '잠재의식'이다. 이 단어는 유럽에서 18, 19세기에 자주 사용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학술용어로서 사용되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무의식(無意識)'이란 말과 혼용되고 있으나, 엄밀하게 말해서 무의식과는 다소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고 두산백과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의식이 접근할 수 없는 정신의 영역, 또는 우리들에게 자각되지 않은 채 활동하고 있는 정신세계를 의미한다. 뉘앙스의 차이는 잠재의식은 정신생활을 원심원으로 나타냈을 때, 안쪽의 작은 원은 어떤 순간 분명하게 의식되는 부분이고, 그 바깥쪽에 있는 커다란 원은 어렴풋이 의식되는 부분이며, 그보다 바깥쪽은 전혀 의식되지 않은 부분이다. 어렴풋한 의식이 잠재의식이고, 이것이 잠재의식에 대하여 가장 오래 전에 품었던 생각이다. 또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와 같은 이중인격을 생각할 때 하나의 인격이 차례로 교체됨을 알 수 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한쪽의 인격을 제1상태, 다른 쪽의 인격을 제2상태라고 하는데, 제1상태에서는 제2상태에서 일어난 사실을 전혀 기억할 수 없으나, 제2상태에서는 제1상태에서 일어난 일을 잘 기억한다. 이 제1상태의 의식을 주의식(主意識), 제2상태의 의식을 부의식(副意識), 또는 잠재의식이라고 한다.

잠재의식과 의식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으로서 최면술이 있다. 최면술을 걸어 "당신은 눈을 뜨면 곧 여차여차한 일을 하라"고 명령하고 최면상태에서 풀어주면 당사자는 명령받은 대로 하면서도 자기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유를 모른다. 이것을 '후최면암시'라고 하는데, 이와 같은 현상은 잠재의식이 의식에 작용을 미치는 증거라 생각된다.

19세기 프랑스의 심리학자 P.자네는 정신이 완전히 건강할 때는 의식의 통합력이 강해 모든 정신현상이 동일한 인격 안에서 통합되나,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면 통합능력이 없어지고 어떤 정신과정이 분리하여 잠재의식이 생겨, 그것이 활동한다고 생각했다. 즉 자아의 지배력이 약화되면 잠재의식이 생긴다. 이런 의미에서 잠재의식은 분리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S.프로이트는 의식에 있어 고통스러운 것, 허용될 수 없는 것, 온당치 못한 것은 억제되어 무의식(프로이트는 잠재의식이라는 말을 극히 초기에만 사용하였다)의 세계로 추방된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오늘날의 '무의식'의 개념이 생겼다.





책의 저자 김문형은 학창 시절 따돌림의 우울한 기억들과 인생의 힘든 순간을 자기 계발 서적들을 읽으며 이겨냈다고 한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그들이 잠재의식을 활용하는 방법을 깨닫고 많은 사람에게 성공의 비결을 알려주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에 따르면 처음부터 운이 좋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운은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소수의 사람은 자신만의 고집과 성공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한 믿음 역시 우리 내면의 잠재의식에서 기인한다. 잠재의식의 힘은 무궁무진하며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결정지을 수 있다. 이 책은 성공한 사람처럼 잠재의식을 세팅하고, 긍정 확언으로 마음의 부자를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독자들의 성공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것으로 기대된다. 성공을 끌어당기는 잠재의식의 힘을 믿고, 당신의 잠재의식을 성공 주파수에 맞추는 연습을 해보기를 저자는 권유한다.

우리는 대부분 '성공한 삶'을 원한다. '성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성공이 무엇인지, 즉 살면서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노력을 통해 꿈을 이루면 성공이라고 흔히 말한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로 쓰였다. 성공의 기준이나 무엇이 성공인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누구든 성공을 원하지만 왜 소수의 사람만 성공하는가?에 대해서 말하고자 저자는 책을 썼다. 만약 성공하고 싶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미 성공했다고 상상하며, 성공에 대한 집착이 성공을 부른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잠재의식을 성공 주파수에 맞추고, 성공을 끌어당기는 잠재의식의 힘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 잠재의식을 왜 바꾸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잠재의식을 바꾸면 성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 왜 소수의 사람만 성공하는지, 성공에 대한 집착이 왜 중요한지 등을 살펴본다. 2장에서는 행운을 부르는 잠재의식의 비밀을 들려준다. 운이 좋은 사람이 되려면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행운이 이미 내 안에 있다고 믿으라고 말한다. 3장에서는 잠재의식을 세팅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목표를 세우고 성공한 모습을 상상하며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을 배우는 방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4장에서는 매일 운이 좋아지는 마법의 공식을 배운다. 늘 환하게 웃고 행복한 상상을 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행운을 부르는 비결임을 알려 준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긍정 확언으로 마음의 부자가 되는 방법을 살펴본다.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해 주고 내면을 긍정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 내면을 긍정으로 가득 채우는 방법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잠재의식의 힘은 무궁무진하다!」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매일 운이 좋아지고, 궁극적으로는 성공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라고 말한다. 책에서 알려준 대로 자신의 잠재의식을 다시 세팅하고 긍정적인 생각과 확언을 실천한다면, 행운과 성공은 독자들에게 가깝게 다가올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당신의 확언이 미래를 창조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꿈을 포기하지 말자!"고 저자는 주문한다. 

1장에서 저자는 유대인의 성공법, 스티브 잡스의 성공 비밀을 이야기하면서, 이들의 공통점을 짚어낸다. 성공한 소수의 사람은 자신들만의 고집과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바탕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확고한 믿음이 바로 우리 내면의 소리인 '잠재의식'임을 역설한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좀 더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성공하고 싶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미 성공했다고 상상하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 뇌는 실제와 상상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뇌 과학자들이 밝힌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무언가를 상상할 때와 그 일을 실제로 할 때, 뇌의 유사한 부분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뇌가 현실과 생생하게 상상한 것을 구분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뇌가 성공했다고 착각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p.38) 저자에 따르면 '이미 성공했다고 상상하라' 이것은 허황한 개념이 아니라 이미 철학자, 사상가들이 오랜 세월 공감해 온 성공의 기본 원리다. 상상력은 당신의 미래를 그리는 도화지이며, 우리가 선택한 색깔은 당신이 품고 있는 생각, 신념, 감정이다. 성공이 실현되기 전에 성공을 시각화하는 것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다. 성공을 상상할 때 우리는 단순히 공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목표의 상세한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저자는 또 성공은 삶의 여정이고, 상상력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을 안내해 주는 나침반이라고 풀이한다. 상상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란 질문엔 "우리가 상상하는 것은 우주와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우리의 생각은 우주로 진동을 방출한다. 이러한 진동은 연못의 물결처럼 우주 내에서 비슷한 에너지와 공명을 일으킨다. 본질적으로 생각과 감정은 우리 삶으로 모든 것을 끌어들이는 자석이 된다. 게다가, 성공을 상상하는 것은 불변의 자신감을 부여한다. 상상력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실패를 견디는 데 필요한 자신감과 결의를 키운다. 성공을 상상할 때 우리는 긍정적인 감정, 탄력 및 동기부여의 원천을 만들어 낸다. 이 원천은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웅장한 에너지의 근원이다."(p.39) 

뇌과학이나 물리학은 종교와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독자의 생각으로는 공통점은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과학적 상식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을 풀어낸다는 점이다. 또 뇌과학과 물리학은 과학, 즉 증명 가능하고 결론도 거의 같은 곳에 이른다는 점이다. 그러나 종교는 보이지 않아 믿기 어려운 것을 신의 섭리나 인간의 믿음으로 풀어내는 차이점이 있다. 저자가 생각과 우주로 파동을 보내 에너지와 공명을 일으킨다는 주장에 독자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물론 독자의 과학 지식 부족과 비종교인으로 신(神)을 믿지 않는 결점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부정적 감정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입니까?"란 질문에 90% 이상은 "아니오"란 부정적 답변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부정적인 성향은 생존본능에서 비롯된 감정이라는 주장이다. 인간은 새처럼 하늘을 날 수도 없고, 물고기처럼 물속을 자유자재로 헤엄칠 수도 없다. 다른 맹수들처럼 달리기가 빠르거나, 적을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날카로운 이빨이나 힘을 가진 것도 아니다. 이런 나약한 육체를 가진 인간들은 맹수가 다가오면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것을 '부정편향성'이라고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다. 

운이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성공을 위해서는. 이에 저자는 운을 만드는 것은 모든 것이 개인의 통제하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에 직면하더라도 기회를 찾으려는 적극적인 선택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나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여러 가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일은 더 윤택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이끌어내 스스로의 안녕과 행복에 기여할 수 있기에 필수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 다섯 가지 긍정적 영향을 기술하고 있다.

① 긍정적인 인생 태도를 유발할 수 있다. 자신이 운이 좋다고 믿는다면 상황에 낙관적으로 접근하고 희망을 품게 되어 강력한 동기부여 요인이 될 수 있다. 

② 어려움에 직면할 때 인내력을 높일 수 있다. 실패를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행운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 

③ 단호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직관과 직접적인 결정을 믿게 되어 확신을 가지고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 

④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부정적인 결과를 걱정하기보다 긍정적인 가능성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진다. 

⑤ 여러 가지 기회에 대해 더 개방적일 수 있다. 새로운 경험에 민첩하게 대처하고,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려는 의지를 가릴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긍정적 영향은 긍정적인 태도와 행운에 대한 믿음은 유익할 수 있지만, 삶은 행운, 노력 및 환경의 결합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평범한 삶을 살아도, 치열한 삶을 살아도 누구나 살면서 시련에 닥친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은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차이에 있다. 평범한 사람은 회피하거나 소극적 대응으로 적당히 넘기려 한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은 시련은 극복하라고 닥쳐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말은 독자가 여러 자기계발 책을 읽고 가장 좋은 삶을 살기 위해 머릿속에 각인해 놓았다. 이런 내용이 이 책에도 등장한다. 미국 작가 애드거 앨런 포의 명언도 덧붙인다.


시련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고단해지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한다. 나는 그것은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슬기롭게 대처하면 성공과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시련을 두려워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언젠가는 시련이 행운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당신의 잠재의식 속에 시련은 회피가 아닌 극복하는 것이라고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잠재의식이 세팅된다면, 어떠한 시련이 찾아와도, 아무리 인생이 힘들어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우리는 모두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잠재의식의 힘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 앞으로 어떠한 시련이 찾아와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시련이 없다는 것은 축복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p.104)


저자 : 김문형


지은이는 학창 시절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인해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그 암울한 시기에 지은이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은 바로 자기 계발 서적이었다. 30대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제2의 인생과 꿈을 찾아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성공을 향한 그의 첫 번째 발돋움이다. ‘인간은 모두 이 세상에 놀라운 경험을 하러 왔다’는 믿음으로 그간 수많은 자기 계발 서적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이 책 속에 담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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