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칸타타
김병종.최재천 지음 / 너와숲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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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어에 쓰인 '칸타타(cantata)'는 17~18세기 바로크시대에 가장 성행했던 서양 성악곡의 한 형식이다. 이탈리아어의 'cantare(노래하다)'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주로 왕후 ·귀족들의 연희용으로 사용했으며, 프랑스의 칸타타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오페라풍의 양식을 따랐다고 전해진다. 칸타타의 가장 전형적인 형식은 처음에 기악의 서주를 지닌 규모가 큰 합창곡을 두고 거기에 몇 개의 아리아·레치타티보·중창이 이어지며 단순한 합창이 전곡(全曲)을 맺는 형식을 취한다. 칸타타 대표적인 음악가는 바흐를 꼽는다. 바흐는 약 200곡에 이르는 작품을 발표해 독일 교회칸타타의 절정을 이뤘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후에도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등에 의해 작곡되었으나 칸타타의 전성기는 바흐와 더불어 막을 내렸다고 두산백과는 기록하고 있다.

이 책 『생명 칸타타』는 '생명'을 주제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와 과학자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책의 제목에 칸타타가 들어간 것은 화가 김병종과 생물학자 최재천이 그동안의 인연을 밑거름으로 대담을 나눈 내용이 생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저자 김병종은 〈바보 예수〉, 〈생명의 노래〉 연작을 통해 끊임없이 생명을 화두로 작품 세계를 펼쳐온 대표적 한국화가이다. 김병종은 알제리, 튀니지, 쿠바, 페루, 칠레 등의 여행지에서 또 다른 ‘생명력’을 발견하고 '화첩'으로 남겼다. 초록색의 나무와 꽃이 영기를 뿜어대는 마조렐의 정원, 옥빛 바닷물에 아이가 뛰어드는 카리브 해변, 쿠바 여인네들의 현란한 몸짓을 길 위에서 만나고, 감격하고, 그림으로 그렸다. “모든 생명은 서로 바라보다가 마음이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그는 전한다. 또 최재천은 동물과 곤충들의 행동 연구를 통해 인간의 삶, 나아가 생명의 과학적 진리를 찾아 나서고 과학의 대중화를 주창해 왔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소년이 동물학과를 선택한 사연, 누구보다 아름다운 방황을 즐겼던 대학 시절, 그리고 천사 스승, 에드먼즈 교수와의 인연, 그리고 국립생태원장이라는 새로운 도전까지… 자연, 인간, 사회를 관통하는 최재천의 특별한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이 책에 담겨 있다.

 


 

두 저자는 대담을 통해 어린 시절과 생명을 주제로 한 학문적인 발전을 이뤄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들이 생명에 천착하며 사랑을 바탕으로 자신의 탐구, 사유의 결과를 이 책에서 하나씩 풀어낸다. 책 속에 있는 그림은 모두 김병종의 책 『화첩 기행』 등에 실린 것들 중에서 생명을 예찬하는 그림이 주로 실렸다. 그의 그림은 담백한 색의 표현 속에 늘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을 갖고 있어서 보는 이에게 마음을 치유하는 기운을 줄 정도로 의미가 깊다. 특히 이 책에 있는 ‘생명’ 연작 그림은 생물학자 최재천의 추임새로 독자들에게 한층 생생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책은 편집됐다. 김병종과 최재천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이 책의 내용 중 읽어본 것도 있을 것이지만, 김병종 화가의 그림이 더해져 더 큰 감동을 맛볼 수 있도록 책은 제작됐다. 책 편집진의 기획으로 이해된다.

특히 두 저자는 디지털 시대를 고되게 달리는 우리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생명이 충만한 이 세상을 만끽하라는 조언으로 가득차 있다. 두 분이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지만 서로의 연구하고 사유하는 시선과 방향이 같다는 점에서 이들의 공식적인 만남이 서로에 대한 칭송으로 이어져도 훈훈한 분위기를 더할 뿐 지나침이 전혀 없다. 책의 앞뒤에 〈최재천이 바라보는 김병종〉과 〈김병종이 바라보는 최재천〉을 각각 실어 두 사람 사이에 허물이 없을 정도로 만나지 않고서도 교감이 있을 정도로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보인다.

"누가 이 세상을 공평하다 했는가? 나는 김병종 선생을 글쟁이로 먼저 만났다. 『김병종의 화첩기행』을 펼쳐 들고 때론 장터국수 같은 담백함에, 때론 삼겹살에 막걸리 같은 걸쭉함에, 또 때론 바지락 된장찌개 같은 농익음에 취해 읽고 또 읽었다. 그야말로 말을 가지고 채를 썰고 버무리고 지지는 언어요리의 마술사다. 환쟁이 김병종은 좀 뒤늦게 만났다. '생명의 노래' 시리즈를 접하며 세상천지에 어쩌면 이렇게 화하게 대담한 환쟁이가 있나 싶었다. 죽다 살아나 가까스로 만난 눈 속의 꽃이니 오죽했으랴." 최재천의 추켜세움의 백미를 선사한다. "김병종은 그림처럼 글을 그리고, 글처럼 그림을 쓴다."(p.11)'

 


 

이 같은 칭송에 가만히 듣고만 있을 김병종이 아니다. 역시 그답게 생명력 있는 글과 그림으로 화답한다. "글 잘 쓰는 과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과학자의 눈과 시인의 감성을 함께 가진 분이다. 그 위에다 황성한 지식의 탐식자다. 방계 인접 분야는 물롤ㄴ, 심지어 내가 몸담은 색계(色界)에까지 곁눈질한다. 그래서 통섭(統攝)이라는 영역에 이르고 그 이름의 명패 하나를 얻게 된다. 이른바 '통섭의 과학자'다. 수년 전 최 교수가 각 분야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이색적인 공개강좌를 연 적이 있는데, 초대 받아 가보니 쟁쟁한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그는 그날 우리들에게 마음껏 떠들며 방담하도록 유도한 후, 총괄 편집 책임자가 되어 종횡으로 쏟아놓은 언어들을 책으로 묶어냈다. 이름하여 『감히, 아름다움』(이음, 2022년). 돌이켜보면 그 자리가 그가 내세운 '통섭'의 최초 실험실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p.266)

이 책은 두 저자의 대담이 주 무대이지만 대담의 내용 앞뒤로 두 저자가 각각 써왔던 글, 그림 등을 배치시켜 편집의 묘를 살린 점이 독자들의 눈을 잡기에 좋았다고 독자는 판단한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두 저자는 전공하는 과만 달랐지 나이나 출신학교는 같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뉜다. 1부 〈김병종〉, 2부 〈최재천+김병종〉, 3부 〈최재천〉이다. 앞서 말한 대로 2부가 두 저자의 대담 내용이다. 1부에서는 주로 저자 김병종이 그동안 써왔던 책 『화첩 기행』, 『바보 예수』, 『생명의 노래』 등에서 발췌한 글들이다. 「생명은 움직임이다」「그리고 싶구나. 너희들의 순백 생명의 색」「먼 별나라로부터 진이가 왔다」「설렘」「운자 크레보의 사과나무」「치유하는 사하라」「가나자와, 눈의 나그네」「쿠바? 음악이 약이다」「몽환의 구름, 송화분분」「어떤 농부는 비바람 속에서도 씨를 뿌린다」「희말라야의 소년」「나의 안코라 임파로」「생명, 길을 묻다」「밤중에 온 하얀 꽃」「어느 날, 바보 예수」「어머니, 이제는 내 나라로 가야 할 시간입니다」「꼬마 김씨」「연자 누나」 등이 실렸다.

 


 

첫 에세이 「생명은 움직임이다」에서 저자는 생명의 정의를 '살라(生)'는 '명령(命)'이라고 내린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숨 쉬는 일이고 움직이는 일이다. 그림도 살아 있는 생물(生物)이다. 내 그림은 모두 숨 쉬고 움직이며 이동한다. 멈춰선 순간처럼 보이는 그 속에도 정중동의 미묘한 움직임이 있다."고 잘라 말한다. 노래는 그 움직임들이 서로 만나고 흐트러지면서 순간순간 만들어내는 가락이라는 지론을 펴며 자신의 그림 속에 진정한 의미의 스틸 라이프(Still Life)는 없다는 것. (중략) 저자가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고 "나는 오브제가 이동하는 움직임의 순간을 색채와 형태로 낚아 채려 한다. '마음의 색채(心彩)'로."라고 말한다.

독자는 그의 책 『화첩 기행』을 읽은 적이 있다. 여러 권 같은 이름의 책을 냈기에 독자는 몇 권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프랑스 이야기가 나오는 '기행'이었다. 그가 서울대 미학과 출신이라는 것도 그때 처음으로 알았고, 미학은 철학의 한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의 그림에는 앞서 표현한 그의 말대로 '움직임이 살아 있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입을 통해 직접 그 말을 들으니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출판사는 그의 책을 소개할 때 "인문정신과 예술혼이 씨줄과 날줄로 아름답게 수놓인 예술기행"이란 수식어를 잘 쓴다.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화첩기행』 뿐만 아니라 그의 기행 책에는 어느 나라든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예술가들이라고 해서 화가만이 아니다. 특히 그는 예술가들의 흔적만 살피는 게 아니라 그들이 재능을 키워간 도시에도 초점을 맞춰 공간과 예술가의 유기성을 섬세하게 사유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파리 기행기를 시작으로 로마, 뉴욕, 더블린 등에서도 그의 이 같은 탐구와 사유는 반복된다. 그는 화가로서만 아니라 시서화에도 일가견이 있는 듯하다. 글씨체가 독특하고-독자는 문외한이라 판단하기 어렵지만-신비한 느낌도 준다. 그의 철학 지식과 더불어 전방위적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데 한몫을 한다. 그의 책을 만난 독자들은 한결같이 '보는 복'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 책에 있는 글들 중에 익숙한 단어도 있지만 전혀 처음 본 문구도 있다. 「나의 안코라 임파로」란 글에서다. 이 글은 우리가 잘 아는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정화 〈천지창조〉를 그린 미켈란젤로의 이야기다. 프레스코 기법으로 4년 만에 완성한 미켈란젤로의 나이가 당시 87세였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 높은 천장화를 사다리나 비계(건축 재목으로 가설치한 지지대)를 이용해 천정에 그리려면 누워 있는 자세가 될 텐데 노구에 4년 간 어떻게 그 작업을 했을까 놀랍기만 하다. 저자는 그 자체도 대단하지만 마지막으로 비계를 내려오던 날, 그는 안코라 임파로(Ancora Imparo,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라고 썼다고 한다. 아마 중얼거렸겠지만. "유레카" 같은 환호가 아니라 비탄, 신음에 가까웠다고 한다. 완성한 후에도,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거장의 말에 대해 저자는 '겸손한 메모'라고 추정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인코라 임파로'의 사연을 소개한 이유는 저자가 어렸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익히는 것을 싫어했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공부에 별로 취미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림이라고 다를 리 없다. 예컨대 석고, 소묘, 사군자 그리기같이 '배우는 그림'을 끔찍이 싫어했다.

그렇다면 미술사? "이크, 뛰자"였다고 고백한다. 따라서 저자의 안코라 임파로는 이제라도 배워야겠다는 각오이자 탄식일 수도 있겠다. 이 나이에 무엇을 배우는가. 우선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면서 '나'를 배우고 싶다고 강조한다. 누구로부터도 아닌 '나'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함부로 쏜 화살' 같은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부터 바라보며 배우고 싶다는 역설하고 있다. 이후부터는 독자의 고민이 깊어진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것인가? 아니면 정상에 올라본 사람이 모두 그런 느낌을 갖는 것인가. 한 번도 정상에 올랐다고 생각해보지 못한 독자는 자신의 마음을 배운다는 생각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배울 건 배워야겠다. 사는 날까지.

 


 

대담 내용은 독자들의 독서에 맡기고 독자로서 저자 최재천은 꽤 익숙한 인물이다. 책도 몇 권 읽었고, 가끔 TV에서도 보았기 때문이다. 어떤 분인지 직접 뵙지는 못했으니 인물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하는 일, 지금까지 해왔던 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책을 통해 이해하고 있다. 독자는 그가 '대한민국의 다윈'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진화론을 신뢰하는 학자이자 교수라고도 알고 있다. 그가 글을 잘 쓰는 점에 대한 노골적 찬사는 앞서 김병종 저자의 말을 빌어 이미 독자들이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책 속에는 그의 시가 한 편 실려 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오래 전에 써놓고도 스스러워 숨겨두었던 〈목련〉이란 시다. 이 시를 통해 목련이 북쪽을 향해 꽃잎을 펼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옛 사람들은 이를 두고 임금을 향한 충절을 떠올렸다고도 전한다. 저자는 생물학적으로 남쪽의 꽃덮개 세포들이 북쪽의 세포들보다 햇빛을 많이 받아 더 빨리 자라기 때문에 자연히 꽃봉오리가 북쪽으로 기우는 것이란 설명이다.

저자의 설명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꽃의 진화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식물학자 피터 크레인 경(卿, 영국 왕실의 작위를 받았다고 한다, 현 예일대 산림환경대학장)이 목련 꽃은 고대 식물의 꽃들과 구조적으로 매우 흡사하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의 목련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1998년 디즈니 영화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뮬란(목련의 중국어)〉의 주인공은 중국 여인이지만, 목련 꽃을 보면 1930년대 얼음같이 차가운 아름다움으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스웨덴 출신의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가 떠오른다. 목련에서는 왠지 얼음 냄새가 난다. 셀제로 목련은 약 1억 년 전에는 북극 지방을 중심으로 북반구 전역에 걸쳐 널리 분포했다. 그 당시 북극 지방의 기후는 지금의 유럽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로부터 안전한 남쪽에 분포하던 목련들만 살아남아 오늘에 이른 것이다. 목련은 어쩌면 오늘도 고향이 그리워 북쪽을 바라보는지도 모르겠다."(p.252)

 


 

저자 : 김병종(金炳宗)

 

1953년에 태어나 서울대 미대와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서울, 파리, 시카고, 브뤼셀, 도쿄, 바젤 등지에서 수십 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제 아트페어와 광주 비엔날레, 베이징 비엔날레, 인디아 트리엔날레 등에 참여해왔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미술기자상, 선미술상, 대한민국 기독교미술상, 안견미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받았다. 대영박물관과 온타리오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저명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도 초기작 〈바보 예수〉부터 근작인 〈풍죽〉 〈송화분분〉까지 다수의 작품이 상설전시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 때는 그의 작품이 증정되기도 했다.

글 쓰는 화가 김병종은 대학 시절 동아일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함과 동시에 전국대학미전에서도 대통령상을 받는 등 일찍부터 글과 그림의 경계를 허무는 전방위적 예술가의 행보를 보여왔다. 동양철학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중국회화연구』를 통해 한국출판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 미대 학장, 서울대 미술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가천대 석좌교수로 있다. 대표작 『화첩기행』(전5권) 외에 『바보 예수』 『생명의 노래』 『오늘 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 『자스민, 어디로 가니?』 『나무 집 예찬』 『감히, 아름다움』(공저) 등을 썼다.

 

저자 : 최재천(崔在天)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한국생태학회장,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을 지냈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와 『과학자의 서재』를 비롯하여 수십여 권의 책을 쓰고 번역했다.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번역하여 국내외 학계의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1995년 이래로 시민단체, 학교, 연구소 등에서 강연을 하거나 방송출연, 언론기고를 통해 일반인에게 과학을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198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학위, 1990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하버드대 전임강사를 거쳐 1992년 미시간대의 조교수가 됐다. 한국생태학회장 등을 지냈고, 2006년 이화여대 자연과학대로 자리를 옮겨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소장과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고자 설립한 통섭원의 원장이며, 기후변화센터와 136환경포럼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하버드 시절 세계적 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로 있었으며, 그의 개념을 국내에 도입하였다. '통섭'이라는 학문용어를 만들어 학계 및 일반사회에 널리 알리고 있다. 1998년부터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과학기술부 과학교육발전위원회의 전문위원을 맡아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과학의 대중화를 실천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과학자의 서재』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비롯하여 30여 권의 책을 저술하거나 번역했다. 그가 한국어로 쓴 최초의 저서 『개미제국의 발견』은 2012년 봄에 영문판 The Secret Lives of Ants로 존스홉킨스대학출판부에서 출간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한 영문서적을 비롯하여 다수의 전문서적들과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인간의 그늘에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인간은 왜 늙는가』,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통섭』, 『알이 닭을 낳는다』,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알이 닭을 낳는다』, 『벌들의 화두』, 『상상 오디세이』,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21세기 다윈 혁명』, 『개미』, 『인문학 콘서트』, 『과학자의 서재』, 『통섭의 식탁』, 『호모심미우스』, 『다윈지능』,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등의 저 · 역서 외에도 여러 책에 감수자로 참여했다. 2019년 출간된 『동물행동학 백과사전(Encyclopedia of Animal Behavior)』의 총괄 편집장을 역임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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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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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에 빠진 것을 감지한 뤼크레스의 목숨 건 탈출이 무산되기 직전, 납치된 뤼크레스의 행적을 좇아 온 이지도르와 베르주라크의 기구가 도착하여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기구의 주인 베르주라크는 놀고먹는 억만장자였는데 갑자기 엄청난 모험에 큰 매력을 느끼고 행동이 열정적으로 변한다. 그 덕택에 기구는 추락의 위험을 벗어나 칸 항구에 무사히 도착한다.

'최후 비밀' 추적을 계속하던 마르탱은 그 비밀을 이용한 수술이 행해지는 곳을 찾는데 골몰한다. 결국 러시아의 뇌연구소 체르니엔코 박사라는 인물로 밝혀진다. 그로부터 최후 비밀인 쥐의 뇌 좌표를 얻어 인간의 신경망을 접속시킨 생쥐 실험을 지속하여 효과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었고 마침내 인간에게 적용하는 실험을 핀처 자신으로 삼아 체르니엔코 박사로부터 수술을 받기로 한다. 체르니엔코 박사는 1954년의 제임스올즈 실험의 협약을 깨고 최후 비밀을 열어 이미 수많은 인간들에 수술을 시행하였고 효과는 대만족이었다. 하지만 그 위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아 늘 살얼음을 걷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핀처 박사의 집요한 요구로 체르니엔코 박사로부터 최후 비밀 수술을 받고 최후 비밀 장소인 뇌부위에 전기전도체를 삽입했다. 그러나 그 위험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음을 알고 조절 리모콘을 그의 환자이자 친구인 마르탱에게 맡겼다. 마르탱은 인공지능인 아테나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핀처의 전기자극을 위험하지 않은 수준까지 아주 천천히 늘려갔다. 이로써 핀처의 지식에 대한 동기를 부여했고, 이에 따라 핀처는 엄청난 노력으로 뇌의 능력과 지식을 급격하게 확대한다. 마르탱과 아테나의 지식까지도 섭렵함으로써 자신의 체스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연마하게 된다.

핀처는 체스의 세계챔피언까지 이기고 1권에서 이미 컴퓨터 「디프 블루 IV」와 대결을 승리로 마감 하게 된다. 그리고 약속대로 마르탱은 이 승리에 대한 보상으로 최후 비밀에 자극을 주게 되었는데 불행하게도 연인 나타샤와의 정사에서 절정의 쾌감을 느끼는 시간과 겹치게 되었고 쾌감의 신호가 너무 커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중요 부분이 아니어서 잠시 미뤄뒀던 '자기 암시'가 이 책 1권에 등장한다. 자기 암시란 무엇인가. 이 책에서 최면술사가 한 군인을 상대로 최면술을 실행하는 실험을 하는 에페소드를 선보이면서 한 번 웃고 넘어갈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 베르베르는 핀처 박사가 연구하던 내용과 관련이 있다고 책에서 암시하고 있다. 최면술사가 뤼크레시에게 한 말에서 독자는 끄집어내고자 한다. "우리는 컴퓨터와 비슷합니다. 우리는 컴퓨터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어떤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그와 관련된 정보와 지시를 제공하기도 하고, 이미 제공했던 것을 지워버리기도 합니다. 우리 자신에게도 그와 비슷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된다, 된다' 하면서 미래의 성공 쪽으로 자신을 이끌어 갈 수도 있고, "난 안 돼, 난 안 돼' 하면서 실패하는 쪽으로 스스로를 몰아갈 수도 있습니다."

독자가 갑자기 '자기 암시' 이야기를 꺼낸 것은 프랑스에시 20세기 초 '자기 암시 치료'의 창시자인 '에밀 쿠에' 자기 암시 치료'를 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이 말은 베르베르가 최면이나 자기 암시가 비과학적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전개 과정에서 집어넣은 것으로 읽힌다. 환자 자신의 치료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가꿔나갈 수 있다는 데서 자기 암시 치료법은 자주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에밀 쿠에는 자신의 책 『자기 암시』를 통해 자신이든 타인이든 갈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마음을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의식적 자기암시뿐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책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의지로써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과 다르게 저자 에밀 쿠에는 의지와 상상의 싸움에선 항상 상상이 이긴다"고 말했다. 의지를 더하면 더할수록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며, 오히려 원하는 바와는 정확히 반대의 결과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잠을 자려고 노력하면(의지를 다하면)할수록 더 잠을 들 수가 없다. 하지만 자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또 어떤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입안에서 맴돌 뿐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생각나겠지 하고 마음먹으면 어느새 기억이 난다. 이것은 우리의 '무의식'이 우리 몸 각 부분의 기능을 지배함은 물론 우리의 모든 행동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 무의식의 작용이 상상이며, 의식적인 노력이나 의지를 통해서 생각을 바꾸지 말고, 무의식을 길들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라는 것이다. 무의식이 의식을 상상이 의지를 이기기 때문이라고 에밀 쿠에는 이 책에서 역설했다.

다시 『뇌』 2권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2권에서 핀처 박사가 마르탱의 치료를 성공하면서 되찾은 마르탱의 뇌는 이미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상태였기에 그의 지식 수준이나 뇌 활동은 최고조로 달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나눈 대화가 오랫동안 독자의 뇌속에 남아 있다.

그날 저녁부터 마르탱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그 이야기에 〈내면의 세계〉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는 이 원고에서, 생각하고 명상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됨으로써 생각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깨달았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이 세 가지밖에 없다. 행위와 말과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내가 보기에 말은 행위보다 강하고 생각은 말보다 강하다. 무엇을 짓거나 허무는 것은 행위이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의 광대함 속에서 그것은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인류의 역사는 환호성 속에서 건설되었다가 눈물 속에서 폐허가 된 기념물들의 연속일 뿐이다. 그에 반해서 생각이란 건설적인 것이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무한히 퍼져 나가면서 무수한 기념물들과 폐허들을 낳는다.〉(1권, p.210)

 


 

저자 베르베르는 앞선 문장에 이어 "마르탱의 뇌가 육신의 감옥 속에서 춤추고 달리고 펄쩍펄쩍 뛰는 듯했다."고 적는다. 그리고 '관념'에 대한 속엣말을 내놓는다. 〈관념은 자율성을 지닌 살아 있는 존재와 같다. 관념은 태어나서 자라고 번식하며 다른 관념과 대결하다 마침내 죽음을 맞는다. 그렇다면 관념은 동물처럼 진화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다원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장 약한 것을 제거하고 가장 강한 것을 번식시키기 위해 관념들 사이에서도 선별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텔레비전을 보고 안 것이지만, 리처드 도킨스 교수는 '관념권(觀念圈)'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럴듯한 개념이다. 생물권이 생물의 세계이듯이 관념권은 관념의 세계이다. 신이라는 관념을 예로 들어 보자. 이 관념은 어느 날 태어난 뒤로 끊임없이 진화해 오고 전파되어 왔으며, 복음과 경전, 음악과 미술 등을 통해 중계되고 확대되었다.

또 이 관념은 각 종교의 사제들을 통해 재생산되어 왔다. 그런데, 관념은 생성하고 발전하고 소멸하는 속도가 생물보다 더 빠를 수 있다. 예컨대 마르크스의 정신에서 나온 공산주의라는 관념은 아주 짧은 기간에 퍼져 나가 공간적으로 지구의 반에 영향을 미쳤다. 이 관념은 진화하고 변화하다가 결국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종처럼 쇠퇴하여 갈수록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공산주의라는 관념은 그렇게 변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라는 관념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관념권에서 벌어지는 관념들 간의 투쟁에서 우리의 말과 행위가 나타나고 결국엔 우리의 문명이 생겨난다.〉

읽어갈수록 많은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독자들에게 놀라움을 주지만 '최후 비밀'이란 무엇일까?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시간은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신경 생리학자 제임스 올즈는 전기 자극을 주면 뇌에 쾌감을 느끼는 부위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걱정해 숨긴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연구를 함께했던 체르니엔코 박사가 마약에 중독된 딸을 구하기 위해 숨겨진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리고, 이 일이 현재 핀처 박사의 죽음까지도 연결되면서 사건이 점점 얽혀 간다.

 


 

제임스의 뇌 연구와 리스 환자 마르탱, 그리고 사망한 핀처는 무슨 관계가 있던 걸까? 뤼크레스와 이지도르는 핀처가 죽은 진짜 이유를 알아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여기서 답할 성질의 질문이 되지 않는다. 다만 독자들을 위해 책 속 뤼크레스와 한때 신경외과 의사였던 옴베르트와의 대화에서 단초를 제공한다. 베르베르의 능력은 소설 구성에서도 빛난다.

"그보다 훨씬 대단한 거죠. 모두가 말은 안 해도 다 그것을 갈망합니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강렬하고, 가장 경이롭고, 가장 위대한 것이니까요. 돈이나 섹스나 마약보다 대단한 것이죠."

뤼크레스는 그게 무엇일까 하고 상상해 보지만, 도무지 짐작되는 바가 없다.

"그 최후 비밀은 누가 주는 거죠?"

"아무도요."(1권, p.285)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며,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소설가이다.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별들의 전쟁」세대에 속하기도 하는 그는 고등학교 때는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을 발행하였고, 이후 올더스 헉슬리와 H.G. 웰즈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

1979년 툴루주 제1대학에 입학하여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해 오다 드디어 1991년 1백 20번에 가까운 개작을 거친 『개미(Les Fourmis)』를 발표,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개미』는 베르베르가 개미를 관찰하기 시작한 열두 살 무렵부터 시작된 소설로 무려 20여 년의 연구와 관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가는 개미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12년 동안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수없이 고쳐썼다. 그는 직접 집안에 개미집을 들여다 놓고 개미를 기르며 그들의 생태를 관찰한 것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마냥개미를 탐구하러 갔다가 개미떼의 공격을 받고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베르나르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눈높이, 예를 들면 개미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을 바라보도록 함으로써 현실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300만 년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오만함을 1억만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아남아온 개미들의 눈에 빗대 경고하고 있다.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우리의 상식을 깨는 『나무』, 희망을 찾아 거대한 우주 범선을 타고 우주로 떠나는 14만 4천 명의 이야기 『파피용』, 웃음의 의미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웃음』, 새로운 시각과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단편집 『나무』, 사고를 전복시키는 놀라운 지식의 향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등 30여 권의 책을 냈다. 그의 작품들은 이미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1천 5백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다.

 

역자 : 이세욱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오를레앙대학교에서 불문학을 공부한 뒤, 프랑스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미셸 투르니에, 르 클레지오, 미셸 우엘벡, 마르셀 에메, 에릭 오르세나,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등 세계적인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또한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에 심취하여 이탈리아어를 착실하게 공부한 뒤, 에코의 소설과 에세이를 옮겨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역서로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개미』 『타나토노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아버지들의 아버지』 『천사들의 제국』 『뇌』 『나무』 『신』 『웃음』을 비롯하여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소립자』 『밑줄 긋는 남자』 『두 해 여름』 『오래 오래』 『검은 선』 『미세레레』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등이 있다. 이탈리아 작품으로는 에코의 『프라하의 묘지』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알레산드로 바리코의 『이런 이야기』 등이 있다. 특이한 건, 데뷔작이 프랑스 문학도, 이탈리아 문학도 아닌 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라는 점이다. 당시 한국에 처음으로 번역된 이 작품은 환상 문학의 진수를 맛보게 했다는 평을 받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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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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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베르베르에 '입문'한 것은 대략 2010년쯤이다. 학교 졸업 후 사회 생활을 시작한 후 꽤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았던 탓에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베르에 대해 전혀 몰랐다. 당시 처음 읽었던 책은 『개미』였다. 그리고 단박에 그의 팬이 되었다. 그의 해박한 지식과 놀라운 관찰력에 빠져들었다. 이후 많은 책에서 그의 책은 독자에게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가 작가로서, 소설로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내용이 단순히 문학적 즐거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 과학 발전, 국제 정치 등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내용으로 꽉차 있었다. 그는 소설을 통해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담았고, 살아내기 위해 고민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영감을 담은 문장들이 책 속에 가득 차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우리 나라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에 베르베르가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은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미 독자의 머릿속에 삶의 방향을 설명해주는 철학자로 자리 잡았다.

2010년 이후에 번역 출간된 책을 읽다 보니 부끄럽게도 이 책 『뇌』도 최근에 나온 책인 줄 알았다. 그리고 출판사 소개글을 통해 1, 2권 모두 '개정판'임을 알게 됐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이다. 첫 장면에서 이 책은 한 남자와 컴퓨터 〈디프 블루 IV〉와 체스 세계챔피언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 책이 최근에 쓰였다면 우리나라 바둑 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2016년) 장면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 책이 쓰일 당시에는 알파고도 없었고, 인공지능(AI)란 말도 흔하게 쓰이지 않는 시대다. 독자도 컴퓨터를 잘 다루는 세대가 아니지만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여러 가지 이유로 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이벤트이니만큼 알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라는 칭호를 받고 있던 이세돌은 결국 패하고 말았지만 "이세돌 개인이 졌을 뿐이지, AI에 진 것은 아니다"란 말이 기억에 남아 있다. 이미 체스는 인공 지능 이전 컴퓨터가 세계 챔피언 자리를 차지했다고 뉴스를 통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지난 세기의 일이다.

 


 

이 책 『뇌』 소개글에는 "기념비적 걸작으로 과학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 머릿속의 작은 우주인 〈뇌〉의 세계를 신비롭고 매혹적으로 묘사했다"고 말하고 있다. 컴퓨터와의 대결에서 이긴 체스 챔피언은 연인의 품 안에서 황홀경을 경험한 표정으로 사망한다. 이에 체스 챔피언이자 신경정신 의학자인 '핀처' 박사의 사인을 추적하던 여기자 '뤼크레스'와 전직 경찰 '이지도르'는 마약이나 섹스를 넘어서는 인간 쾌락의 절정, 그 '비밀의 문'을 향해 한발한발 접근해 들어가는 스토리로 구성됐다. 한마디로 베르베르의 목적은 인간에게 최상의 기쁨을 선사한다는 뇌 속 '최후 비밀'에 서서히 다가가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뤼크레스와 이지도르, 두 사람은 인간을 움직이는 궁극적 동기가 무엇인지 밝히고,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한다. 서스펜스와 과학 지식과 모험담이 한데 엮인 이 소설은 추리적 기법이 사용되어 마지막 페이지까지도 눈을 뗄 수 없는 흥미로움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워낙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인 베르베르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여정을 함께할지 걱정되지만 궁금증을 이길 수는 없다. 베르베르는 첫 문장에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을 통해 우리 인간이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지, 우리가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기로 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뇌라는 미지의 대륙을 탐사해 밝혀내는 여정으로 독자를 이끈다. 동기와 쾌락의 관계라는 추상적이고 까다로운 소재를 추리적 기법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파고들며 소설적 재미를 한껏 맛볼 수 있게 해주는 뛰어난 작품이다. 이번 개정판은 한국에 출간된 지 20년이 된 점을 계기로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읽기 좋은 판형과 가벼운 장정으로 모습을 바꾸었다고 출판사 측은 밝힌다. 또 달라진 맞춤법을 반영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주석 역시 현재를 기준으로 내용을 수정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번역자 이세욱의 해박한 지식과 번역의 충실성을 더했고 독자들이 누리는 즐거움은 훨씬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저명한 신경 정신 의학자인 사뮈엘 핀처는 컴퓨터 「디프 블루 IV」를 꺾고 세계 체스 챔피언 자리에 오른다. 컴퓨터와의 두뇌 대결에서 '다시' 인간이 승리를 거두게 된 것이다. 그날 밤, 그는 톱모델인 약혼녀 나타샤 아네르센과 사랑을 나누던 도중 황홀경에 이른 표정으로 돌연 죽음을 맞이한다. 경찰의 수사 결과 그는 복상사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과학부의 셜록 홈스」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기자 출신 이지도르 카첸버그는 직감적으로 수사 결과에 의문을 품는다. 『르 게퇴르 모데른』지의 기자인 뤼크레스 넴로드와 함께 조사를 시작한다. 이지도르가 '뇌'가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면서 뤼크레스 기자에게 합동 조사를 제의한 것이다. 그 이유로 핀처가 컴퓨터를 이긴 세계 최고의 두뇌라는 점과 체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이 승리는 어떤 은밀한 동기 덕분에 이루어졌습니다"라고 말하며 무언가를 밝히려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는 점을 든다.

뤼크레스는 회사의 아이디어회의에서 이 조사를 안건으로 통과시킨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함께 또 따로 조사를 시작한다. 이들은 살인의 원인을 추적하고자 시작했고,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는 강한 동기가 무엇인지 조사하는 지점에 다다른다. 인간 행동에는 '동기'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범죄를 수사하기 전에 '범행 동기'를 반드시 알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사실 범죄 동기는 나중 재판에 가서도 범행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이들이 조사 과정에서 밝히는 것들은 인간이 행동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지고, 어떤 경로를 통해 행위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들도 과학적 기법으로 조사해 들어가는 행위를 보여준다. '동기'와 함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의 과정에도 같은 방법으로 접근해 들어간다. 또 '고통을 멎게 하는 것'과 '생존을 위한 원초적인 욕구 충족' '안락함을 위한 부차적인 욕구 충족' '의무감' 등 매우 추상적이던 문제를 서서히 구상화시켜 간다. 어떻게 보변 매우 단순한 조사 과정에서 독자들이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저자 베르베르가 의학과 과학, 지리와 풍습, 문학과 신화, 인체 공학과 인간의 가치 등을 모두 동원하면서 광범위한 지식을 펼쳐나가는 데 있다.

 

 

이 소설의 전개 과정에서 한 명의 인물이 또 등장한다. 장루이 마르탱이다. 이 인물에 대해 저자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4월 어느 날,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의 도시 칸. 날씨가 화창하다. 갖가지 행사와 제전으로 일주일도 조용할 때가 없는 칸이지만, 체스 대회가 끝나고 영화제를 앞둔 시점에서 오랜만에 짧은 공백기의 휴식을 맞고 있다."(1권, p.47) 마르탱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지만 사실 그는 생트마르그리트병원에서 핀처 박사가 치료하던 환자 중 한 명이다. 그가 기이한 모습으로 부부인 양 빨간 외투를 걸친 젊은 여자와 자리를 함께한다. 둘 사이는 어색하지만 일행은 분명해 보인다. 살인이라는 말도 반신반의했지만 이 두 사람의 등장은 결과적으로 핀처 박사의 죽음과 관련 있는 인물들임이 나중에 밝혀진다. 기이한 옷차림의 마르탱을 핀처 박사가 치료에 성공하도록 도움을 준 것이고, 체스 게임의 승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장루이 마르탱은 대형 교통사고로 LIS(Locked -in Syndrome)란 심각한 상태에 처해짐으로써 신체의 거의 모든 기능을 쓰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만 한쪽 눈과 한쪽 귀만 정상으로 생명을 작동시키는 그야말로 '식물 인간'인 상태였다. 핀처박사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핀처 박사는 양선자방출단층촬영을 이용하여 마르탱의 뇌를 정밀 분석하고 그의 뇌가 모두 멀쩡함을 알아낸다. 이후 마르탱의 동의를 얻어 치료하기로 함으로써 핀처 박사 연구의 일환이 된다. 핀처 박사는 치료 기간 중 마르탱으로부터 인간의 뇌는 사물을 직접 볼 때와 생각만 할 때 동일하게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때부터 핀처 박사의 연구는 전환한다. 뇌의 생각만으로 컴퓨터로 나타하게 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처음에는 안구의 운동으로 컴퓨터의 자판을 입력하는 방법을 택했으나 마르탱은 뇌의 학습이 진행되면서 자신의 뇌에 인공지능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 된 전자칩을 이식한다.

 


 

생각만으로 컴퓨터에 정보를 입력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는 원하는 학습도 가능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마르탱은 순식간에 지식의 보고인 '아테나'로 변조(?)된다. 마르탱은 자신을 차로 친 사람이 상트마르그리트의 의사인 움베르토였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미 인본적인 윤리 도덕과 종교로 고도화된 마르탱은 불행의 나락에 빠져버린 움베르토를 구원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주며 자신의 자비에 만족감을 가진다.

한편 조사를 벌이던 뤼크레스가 찾아간 쾌락주의자들의 모임인 '씨엘'에서 괴한에게 납치된다. 뤼크레스가 정신을 잃은 채 납치됐다가 깨어난 장소는 생트마르그리트 정신병원이다. 뤼크레스는 이 병원에 감금되어 조사를 받는다. 뤼크레스는 조사를 하는 주체가 사람의 형제를 갖지 않은 〈누구〉라는 존재임을 알고는 핀처 박사를 살해한 자가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뤼크레스는 모진 고생 끝에 감금실을 빠져나와 탈출을 시도하다가 정신적 혼란을 겪고 있던 환자 '아리안'의 도움으로 환자들의 작업장인 경보장치 제조공장을 돌아본다.

경보장치 제조공장을 돌아보며 정신병 환자들이 지치지도 않고 싫증을 내지도 않으며 열정을 갖고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며 의아하게 느낀다. 결국 뤼크레스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상품이 '불량률 제로'인 점을 알게 된다. 느낌 상으로 그들의 뇌에 모종의 처리가 있었음을 감지한다. 그러나 뤼크레스의 탈출에 협조할 것 같던 환자들이 갑자기 '최후 비밀'의 강력한 유도에 따라 뤼크레스를 잡으려 마음을 바꾼다. 이에 쫒기던 그녀는 절벽 위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는 죽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구사일생으로 생트마르그리트섬을 탈출한다. 조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기는 하다. 옆에 있는 수도사들의 섬인 생토노라섬까지 헤엄쳐서 탈출한다. 이곳은 수도사들이 방해받지 않고 수도에 전념하기 위해 묵언을 모토로 수도하는 수도원이다. 뤼크레스라는 여자가 방해를 하므로 생트마그리트섬의 환자들에 비밀리에 연락하여 넘겨주려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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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트니크가 만든 아이 오늘의 청소년 문학 40
장경선 지음 / 다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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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에서 나를 낳은 엄마, 엄마가 숨기고 있는 진실이 뭘까? 20세기 마지막 전쟁��� 세상 가장 끔찍한 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이유 없이 죽었고, 죽어간다. 국가는 물론 종교와 인종, 모두가 피해를 입는 전쟁은 누구를 위하여 일으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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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트니크가 만든 아이 오늘의 청소년 문학 40
장경선 지음 / 다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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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는 동유럽 국가들이 위치한 발칸반도에서의 전쟁을 주무대로 다룬 소설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다루고, 전쟁보다 큰 가치인 사랑과 협력을 위한 '화해'를 주제로 한다. 이 지역은 구 소련 붕괴 이전에 대부분의 나라가 공산주의 체제로서 소련의 위성국이라고 불리웠던 나라들이 밀집해 있다. 요즘 발칸반도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해외 여행객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곳은 아니다. 독자에게도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이라는 나라가 당연히 낯선 곳이지만 그래도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준 곳이기도 하다. 1973년 이에리사, 정현숙, 박미라, 김순옥, 나인숙 등과 함께 나선 사라예보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에서 구기 종목 최초의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그때는 우리는 박정희 정권으로 북한과의 대치 상태였으니 이들의 금메달 획득은 나라의 이름을 떨친 공적으로 평가됐다. 아마 카퍼레이드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은 공산권 국가들이 많아 여전히 북한과의 수교 상태이고 우리와는 거리를 둔 상태였다.

구 소련이 붕괴된 후 20세기가 다 지나가도록 발칸반도는 우리와 너무 먼 지리적 위치와 당시 공산주의 소련의 위성국들이 많은 지역이었다. 종교적으로도 이 지역은 카톨릭, 기독교, 이슬람교 등이 혼재해 있었다. 또 발칸반도를 통일 국가로 묶은 티토 대통령은 국호를 유고슬라비아로 정하고 독재정권을 이어갈 정도로 정치적으로도 혼란스웠다. 이곳에 치열한 전쟁이 터진 것은 구 소련 해체로 각 나라가 유고슬라비아 이전의 상태를 되찾아가는 과정에서였다.

이른바 '보스니아 분쟁'은 유고연방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1991년 보스니아계와 크로아티아계가 연대하여 유고연방으로부터 분리·독립할 것을 선언하고, 1992년 3월의 국민투표를 통해 이를 확정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에 보스니아 내에서 당시 35%의 인구비율을 차지하던 세르비아인들은 보스니아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 참가 자체를 거부하고, 보스니아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주장했다.

 


발칸반도 <자료출처 : 시사상식사전>

 

1992년 4월 6일 EU가 보스니아의 독립을 인정하자 보스니아는 본격적인 내전상태에 돌입하게 됐는데, 신유고연방군(세르비아가 중심이 됨)의 지원을 받는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는 내전 초기 보스니아 영토의 약 70%를 점령했었다. 보스니아 사태가 위험 수위를 넘자 유엔은 1992년 5월 세르비아 공화국에 대한 전면적인 금수조치, 항공봉쇄, 자산동결 등의 제재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는 휴전에 동의하지 않은 채 전쟁을 계속해 나가면서 소위 ‘인종청소’라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에 유엔도 1992년 8월 평화유지군 파견을 통하여 내전에 개입하였으나, 세르비아계의 무력도발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종청소'라는 어휘다. 이 소설이 이때 이 분쟁의 중심이었던 사라예보와 모스타르란 지명은 모두 옛 유고슬라비아의 명칭 그대로다. 유고 이전부터 같은 이름으로 존재했던 지명들이다. 특히 사라예보는 1차 세계대전의 발발 이유가 된 지역이기도 하다. 이 전쟁의 역사적 배경은 이 책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 〈작가의 말〉에도 잠깐 언급되지만 주요 내용은 본문에 수시로 등장한다. 이에 독자 역시 잘 알지 못하는 먼 나라 이야기여서 〈네이버 백과〉를 인용, 배경 설명을 하고 있는 점을 양해 바란다.

언급한 바와 같이 1991년 6월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공화국이 독립을 선포함으로써 제1차 유고 내전이 시작되었고, 9월에는 마케도니아까지 독립을 선언하여 구유고슬라비아 연방은 결국 해체되고 말았다. 이에 1992년 3월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신유고 연방을 창설했으나 이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국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포했으며, 이는 보스니아 내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독립을 주도한 것은 이슬람 정부의 지원을 받는 보스니아 내 이슬람교도들과 크로아티아인들로, 이들은 세르비아계가 주도권을 가지는 것을 우려해 독립을 주도했던 것이다. 이를 알고 있는 세르비아계는 민족별 분리를 이유로 국민투표에 불참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1992년 4월 유럽연합(EU)과 미국은 보스니아의 독립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에 보스니아의 독립을 반대해왔던 보스니아 세르비아계는 1992년 5월 25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수도인 사라예보에 포격을 감행, 보스니아 내 이슬람교도에 대한 인종청소를 자행한 제2차 유고 내전, 즉 보스니아 내전을 일으켰다. 보스니아 내전은 이슬람교도와 크로아티아계에 대한 세르비아계의 갈등의 구도로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는 유고 연방군과 함께 보스니아 영토의 70%를 장악하게 되었다.

 

 

이 낯선 곳의 낯선 전쟁에는 낯선 단어가 하나 더 눈에 띈다. 표제어로 사용되는 '체트니크(cetnik)'다. 체트니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유고슬라비아 망명정부의 전쟁장관이었던 미하일로비치가 세르비아 건설을 위해 조직한 군사조직이라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 유고슬라비아는 독일에 점령당하면서 영토가 분할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세르비아인들이 학살되었다. 이에 세르비아 민족주의에 고취된 유고슬라비아 정부는 영국에 망명정부를 수립한 후 독일에서 저항하던 미하일로비치를 망명정부의 전쟁장관으로 임명하였다. 미하일로비치는 일선 지휘관들을 소집하여 1941년 5월 체트니크를 창설하였다. 체트니크는 세르비아 건설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점령국인 독일뿐 아니라 크로아티아, 공산세력인 파르티잔까지 전투의 목적으로 삼았다. 세르비아 병력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한전만 벌이며 연합군의 지원만 기다리던 미하일로비치는 연합군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독일과 손을 잡고 공산세력에 저항한다.

연합군 측은 유고슬라비아 국민들의 지지를 받던 크로아티아 출신 티토가 이끄는 공산세력인 파르티잔을 지원했고, 영국정부는 유고슬라비아 망명정부와 티토와의 화해를 중재하였다. 그 조건은 유고슬라비아 정부가 체트니크와의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연합국 측이 승리함에 따라 유고슬라비아가 공산화되면서 체트니크는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결국 전쟁중에 일으키려던 세르비아 건설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미하일로비치는 저항하다가 1945년 티토의 게릴라들에게 잡혀 1946년 반역죄로 처형당했다.(두산백과 참조)

이처럼 낯선 것투성이인 발칸반도에서의 전쟁, 즉 보스니아 분쟁이 낳은 소설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는 체트니크, 모스타르, 스타리 모스트 등 우리에게는 낯선 지명과 낱말, 보스니아 내전이라는 낯선 역사를 다룬다. 그래서 선뜻 다가가기 어렵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소설의 배경이 된, 한 국가 안에서 전쟁을 벌여 서로 죽이고 여성들을 상대로 몹쓸 범죄를 저질러 원치 않은 아이를 낳게 한 사건은 물론 매우 충격적이다. 그러나 세계 지도를 펼쳐도 정확히 어디 있는지 짚어 내기 어려울 만큼 생경한 나라의 이야기를 대한민국의 저자가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또 그런 이야기가 무엇 때문에 이토록 마음을 울리는 것일까?

 


 

이에 대해 출판사 측이 내놓은 이유는 간단하다. 언뜻 보기에는 멀어 보이는 이 이야기가 사실은 우리의 어제, 오늘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종교라는 명목하에 내전이 벌어졌던 보스니아처럼 우리나라도 이념이라는 허울 아래 전쟁을 치렀고, 갈라졌다. 이 닮음에 한 가지 차이를 더하면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가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이미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가 그리 많이 남지 않았기에, 우리는 분단이 아픈 것인지, 전쟁이 어떻게 왜 끔찍한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반면 소설의 주인공 나타샤와 같은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들은 아직 서른 살도 채 되지 않았다. 곧 나타샤의 주변 어른들은 모두 전쟁의 당사자라는 뜻이다. 책과 뉴스에서 접했던 전쟁과는 다른, 직접 겪은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 듣는 전쟁의 참상, 그 속의 인간들의 추악하고 끔찍한 모습이 주인공 나타샤의 눈과 귀를 통해 여지없이 드러난다. 또 이런 끔찍한 일을 반복하지 말자는 수많은 합의와 약속이 무색하게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는 전쟁의 포화 속에 있다. 소설 속 애나와 나타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특히 여성과 노약자가 반드시 있다.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는 그들에게 바치는 한 송이 꽃이자, 여전히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인류를 비추는 거울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는 전쟁의 참혹한 면, 인간의 잔인한 면 등을 순화시키기에는 종교의 힘도 막지 못한다는 것을 정면으로 부딪쳤다.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이 지역은 종교와 민족, 종족, 이념이 다른 사람들이 한데 어울렸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전쟁의 원인이 되는 종교나 민족, 종족이나 이념이 전쟁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전쟁은 인류가 지양해야 할 가장 큰 범죄요 악행이다. 전쟁의 피해자는 군인보다 훨씬 약자이고 소외자인 경우가 훨씬 많다. 이 보스니아 내전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성들은 적의 '씨를 말리기 위해' 여자와 마음대로 강간하게 내버려 둔다. 이 책에서는 '상부의 명령'으로 표현되지만 명백히 전쟁 당사자들의 명령이다. 어는 전쟁에서도 볼 수 없는 전쟁 범죄의 가장 악랄한 부분이 20세기 마지막 전쟁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 점은 21세기 오늘을 사는 인류 모두에게 던져진 질문이자 해답을 내놓아야 할 숙제가 되었다.

 


 

이 소설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는 전쟁을 다루지만 전쟁의 참혹성을 주제로 삼지는 않는다. 피해자이고 약자인 한 여성의 딸(딸도 피해자다)을 중심으로 한 ‘가족 성장 소설’이다. 소설은 전쟁과 범죄라는 무겁고도 큰 소재를 담고 있지만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루는 것은 주인공 '나타샤' 모녀의 갈등과 해소다. 둘 중 누구도 잘못하지는 않았지만 아픈 과거 속에서 공유한 두 사람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 갈 것을 예고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 모든 일은 나타샤가 여행 중에 만난 엄마의 고향 사람들, 끝까지 곁에서 힘이 되어준 친구 사라, 엄마와 같은 입장이었던 사비나 이모 덕분에 이루어졌다. 사실 모녀에게 상처를 입힌 가해자는 전쟁이었고 국가였다. 가해자의 위로가 고작 한 달에 밥 한 끼 사 먹을 보상금이 고작이었던 데 비해 나타샤 모녀는 주변 사람들의 사랑 속에서 위안을 받고 자기 상처에 당당히 맞설 용기까지 얻는다. 이는 피해자가 가해자에 비해 훨씬 작은 약자일 때의 씁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줌과 동시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아름다운 연대의 모습을 제안한다.

이 소설은 저자 장경선의 시대 의식과 우리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북한과의 휴전중)을 감안해 소재로 삼아 썼다고 이해된다. 저자는 사실 소설보다는 동화를 많이 쓴 작가다. 다만 동화라도 역사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쓴 동화의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제암리를 아십니까』, 『검은 태양』, 『언제나 3월 1일』, 『터널』 등이 대표적이다. 이 소설이 결말 부분에 이르러 가능성만 열어놓고 끝내는 부분은 현재 이 지역의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채 주변국과 UN 차원의 지원을 기반으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뿌리는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자의 역사의식과 국제적 감각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UN 기구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내전과 분쟁으로 사실상 유럽의 최빈국으로 꼽히는 보스니아는 2010~12년 동안 국제사회의 재정적 도움을 받았는데 2010년의 국내총생산(GDP)은 1%가 증가했으며, 2011년의 경제성장률은 2.4%였다. 또한, 2012년 9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보스니아에 5억 달러 규모의 대기성(Stand-by) 차관 지원을 최종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2010년 2.1%에서 2011년에 3.7%로 증가했고5) 2011년에 실업률은 27.6%였으며6), 전체 경제에서 음성적인 지하경제가 약 20∼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보스니아에서 일어나는 최근 시위의 초점은 높은 실업률과 빈곤률에 대한 항의에 맞춰지고 있는 추세이며, 실례로 2013년 7월 2일에는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서 1,500여 명의 중산층 시민이 정부 당국에 경제·정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외신이 전한 바 있다. 2013년 현재 보스니아 내 380만 명 국민 중 40%가 실업상태이며, 보스니아 내 아동들은 인신매매·가정폭력·방임 등에 노출된 실정이다.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또 2015년은 보스니아에 있어 절반의 희망과 절반의 절망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희망이란, 드디어 EU 가입을 위한 예비협상이 결정되고 EU 안정제휴협정(SAA) 발표로 인해 EU 가입에 탄력이 붙게 된 것이다. 이 협정이 발효됨으로써 보스니아는 EU 기준에 맞는 사회 제도 정비에 나섰고, 이에 대한 혜택으로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절망적인 것은 보스니아 내전의 상흔이 남았다는 것과 주변국과의 갈등 상황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책에서도 잠깐 언급되지만 스레브레니차 학살은 20주년은 맞았지만, 여전히 이를 학살로 인정할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게다가 UN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를 학살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자 했으나 평소 이와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던 러시아의 거부로 채택에 실패하게 되었다. 세르비아-보스니아 합동 검찰 수사팀이 과거 스레브레니차 학살 용의자 7명을 검거하기도 했으나, 학살 20주년 추모식에 참석했던 세르비아 총리가 군중이 던진 돌을 맞는 등 스레브레니차 사건은 여전히 아픔을 남기고 있다. 상처는 아물어가지만 이 지역은 여전히 전쟁 포화 속을 헤매고 있는 형국이다. 이 시점에서 저자의 높은 역사 의식과 국제적 감각으로 '낯선 전쟁'의 비극을 우리에게 전해준 저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아울러 독자들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많은 일들이 있는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저자 : 장경선

 

1968년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났다. 1997년 봄 [자유문학]에 청소년소설이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제1회 ‘아이세상 창작동화상’을 받았다. 현재는 아이들에게 독서교육을 하며 동화를 쓰고 있다. 그동안 듣고 본 것을 엮은 이야기로는 『제암리를 아십니까』, 『김금이 우리 누나』, 『검은 태양』, 『언제나 3월 1일』, 『안녕, 명자』, 『꼬마』, 『나무새』, 『소년과 늑대』 등 근현대사를 다룬 이야기가 많다. 먼 나라의 아픈 역사에도 귀를 기울여 아르메니아의 아픔을 그린 『두둑의 노래』와 보스니아의 내전을 그린 『터널』과 청소년 소설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를 썼다. 이밖에도 『쇠똥 굴러가는 날』, 『황금박쥐부대』, 『장난감이 아니야』, 『우리 반 윤동주』, 『우리 반 방정환』도 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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