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클래식 리이매진드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올림피아 자그놀리 그림, 윤영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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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오즈의 마법사』는 미국의 저자인 L. 프랭크 바움이 오로지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줄 생각으로 아픈 가슴과 악몽은 사라져버린 동화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특히 여자 어린이 도로시를 주인공으로 삼아 순수하고도 감성적인 스토리를 담아냈다. 이 환상적인 줄거리의 모험 동화는 당시 현대사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미국의 사회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당시 하와이주는 미국인을 중심으로 한 미국과의 합병운동이 지속되다가, 1897년에 매킨리 미국 대통령에 의해 합병조약이 체결되어 다음해에 미국의 주권하에 놓이게 되고, 1900년에 준주(準州)가 되었다. 미국령이 된 뒤 사탕수수와 파인애플의 재배가 한층 촉진되어 인구가 증가하고, 펄하버를 중심으로 한 기지의 강화도 추진되었다고 한다. 1941년 12월 8일에 일본군에 의해 펄하버(진주만)가 기습공격을 당했고, 그것을 계기로 태평양전쟁이 일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주(州) 승격운동이 성해지면서 1959년 8월 21일에 알래스카에 이어 미국의 50번째 주가 되었다.

이 책이 출간된 1900년 미국은 하와이 주를 합병하기로 확정하고 북아메리카 대륙뿐만 아니라 태평양의 제해권을 장악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위대한 비상을 꿈꾸던 시기다. 저자 바움은 1900년 4월에 쓴 〈서문〉을 통해 20세기가 시작한 원년에 맞춰 환상 동화 한 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적기라고 판단했음을 알린다. 모든 건강한 아이들이 환상적이고, 놀라우며, 명백히 비현실적인 것들에 대해 건전하고 본능적인 사랑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고 집필 취지를 밝히고 있다. 바움은 "그림 형제와 안데르센의 날개 달린 요정들은 다른 그 어떤 인간 창작물보다도 어린아이들의 마음에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고 전제하고, "세대를 이어 활약해온 옛날 동화들은 이제 어린이도서관에서 '역사'로 분류되어 있을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놀라운 이야기'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라고 미국의 패권시대가 다가왔음을 말하는 듯하다. 저자는 정형화된 정령, 난쟁이, 요정은 사라졌다고 말하며 새 시대(뉴밀레니엄, 현대)에 맞는 새로운 환상 동화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어린이들은 놀라운 이야기 속에서 단순히 즐거움만 추구할 뿐, 유쾌하지 못한 사건은 기꺼이 생략해 버린다. 이런 생각을 가슴에 품고, 오늘날의 어린이들을 오로지 즐겁게 해줄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썼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 책을 처음 볼 때 독자는 놀랐다. 이런 환상적인 이야기가 왜 독자가 어렸을 때 읽었던 〈세계명작전집〉에는 없었을까? 그리고 대한민국의 출판인쇄 기술의 발전에 또 한 번 놀랐다. 글과 그림은 물론 미국 작가와 이탈리아 화가가 그렸다. 특히 그림은 현대 미술 작품처럼 승화시켰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의 그림과 책의 환상적 줄거리도 좋지만 인쇄 능력도 뒤를 받치지 못하면 제대로 찍어낼 수 없었을 터, 이젠 우리 출판인쇄술도 세계적으로 자리를 잡은 느낌이어서 한층 기분이 좋다. 각자가 소망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오즈가 살고 있다는 '에메랄드 시'를 찾아가는 험난하고 위태로운 여정, 그리고 시시각각 일행이 맞닥뜨리는 여러 상황과 반전의 묘미가 어우러져 책은 줄거리 상 거의 완벽에 가까운 환상 동화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다. 꼭 소장해놓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책이다.

미국의 출판사항을 엿보기 위해 초판본 표지를 그대로 영인한 판본을 온라인 서점에서 찾아 여기에 참고 사진으로 게재한다. 지금 우리의 눈으로 보아도 매우 조잡하긴 하다. 하긴 그때는 컬러 표지만 해도 대단했을 때니까···. 『오즈의 마법사』는 초판 출간 후 한 세기가 넘도록 수많은 뮤지컬과 영화 등으로도 각색되어 여전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증명해준다. 이 책은 명작의 '컬렉터용 버전'으로 출간했다고 하니 출판사 측에서도 많은 애를 썼으리라고 짐작된다. 특히 이번 판본은 그동안 다채로운 컬러로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올림피아 자그놀리의 매력적인 이미지가 더해져 비밀이 가득한 환상의 세계로 데려다준다. 그림의 색이 녹색이 많은 것은 아마 동화 속에 등장하는 '에메랄드 시'의 에메랄드가 녹색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책의 첫 문장은 주인공 도로시가 사는 집과 집 주변의 묘사로부터 시작된다. "도로시는 농부인 헨리 삼촌, 엠 숙모와 함께 캔자스 대평원 한가운데에서 살았다. 그들의 집은 조그마했다. 집을 지으려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마차로 목재를 싣고 와야 했기 때문이다. 네 개의 벽에 바닥과 지붕을 더하여 한 칸짜리 방이 만들어졌다. 그 방에는 녹슨 요리용 스토브, 그릇을 보관하는 찬장, 탁자, 의자 서너 개, 그리고 침대가 있었다. 헨리 삼촌과 엠 숙모는 한쪽 구석에 있는 큰 침대를 썼고, 도로시는 다른 쪽 구석에 있는 작은 침대를 썼다. 다락방도 지하 저장실도 없었지만, 바닥에는 '회오리바람 대피소'라 불리는 작은 구덩이가 있었다.(p.13)

 


 

어느 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캔자스 대평원의 삼촌 집에서 살고 있는 도로시에게. 거센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집과 함께 통째로 날아간 그곳은 착한 북쪽 마녀와 먼치킨의 나라다. 그런데 이들은 도로시가 사악한 동쪽 마녀를 죽였다며 감사해한다. 뜻하지 않게 집에 깔려 죽은 마녀 때문에 마법이 숨겨진 은색 구두까지 얻게 된 도로시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이에 북쪽 마녀는 위대한 마법사 오즈가 다스리는 에메랄드 시로 가라고, 오즈가 집으로 가도록 도와줄 거라고 말해준다. 그렇게 해서 도로시의 기나긴 여행이 시작된다.

이후 노란 벽돌 길을 따라 에메랄드 시로 향하던 도로시는 지푸라기 대신 뇌를 갖고 싶어 하는 허수아비와 잃어버린 심장을 갖고 싶어 하는 양철 나무꾼, 용기를 갖고 싶어 하는 덩치 큰 사자를 만나 오즈를 만나러 가는 길에 동행하게 된다. 숲속을 지나고 강물을 건너고 양귀비 꽃밭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뒤 일행은 에메랄드빛 도시에 도착하지만,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며 일행을 만난 오즈는 사악한 서쪽 마녀를 죽여야 각자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답한다. 결국 그들은 서쪽에 있는 윙키의 나라로 향하고 수난을 겪은 뒤 사악한 마녀를 없애버린다. 그러고 나서 에메랄드 시로 향한 일행은 무시무시한 오즈의 정체에 놀라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도로시의 간절한 소망마저 오즈와 함께 날아가버린다. 이제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도로시는 초록 병사가 알려준 남쪽의 콰들링의 나라에 살고 있는 착한 마녀에게 도움을 청해보기로 한다. 또다시 함께 길을 떠난 일행은 나무들이 공격하는 숲과 신비한 도자기 나라, 괴물 때문에 동물들이 불안해하는 숲속을 지나 마침내 착한 마녀 글린다를 만나고 도로시는 은색 구두의 놀라운 힘을 빌려 그토록 애타게 바랐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작품은 애초에 어린이를 위해 쓴 만큼 얼기설기 복잡하거나 첨예한 갈등 구조, 추상적인 표현 등이 난무하지 않고 누구나 편안하게 도로시 일행의 여정을 따라가며 저자가 그려내는 순수한 상상의 세계 속으로 흠뻑 빠져들 수 있다. 또한 소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가 제각각 원하는 집, 뇌, 심장, 용기는 다양한 관점에서 변이되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모두가 원하는 걸 이루고 각자 다스릴 왕국까지 갖게 되는 해피 엔딩은 이 작품의 기저에 흐르는 순수한 우정과 따듯한 사랑의 소중함을 더욱더 호소력 넘치게 해준다.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았을, 신기한 마법의 힘이 작용하는 이야기 세계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미지로 표현한 올림피아 자그놀리는 특히 『오즈의 마법사』에서 깊은 영감을 받아, 촉망받는 젊은 아티스트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다고 출판사 측은 전한다. 사물과 인물을 유려한 선과 매혹적인 색채로 표현한 그녀의 작품은 전 세계의 여러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도록으로도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올림피아 자그놀리 특별전’, 2023년 ‘시크릿 오브 컬러 올림피아 자그놀리’ 전시 등이 열렸다.

1900년에 출간된 『오즈의 마법사』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논평가들에게 너무나 다양한 해석과 평가의 대상이 되어왔다. 물론 이 이야기의 배경과 등장 캐릭터는 작가인 L. 프랭크 바움의 굴곡 많은 삶과 경험에서 나왔을 테지만, 19세기 후반의 미국 사회를 상징적으로 그려냈다는 주장도 일견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즈(OZ)’는 금의 무게 단위인 온스의 영어식 줄임말이고 노란 벽돌 길은 미국의 금본위제를, 에메랄드 시는 워싱턴 DC를,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과 사자는 각각 순박한 농민 계급과 체계에 갇혀 비인간화된 공장 노동자와 당시의 정치인을 빗대어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의인화와 판타지 요소가 가득한 이야기로 당시의 미국 사회를 은근히 풍자했다는 점에서는 분명 색다른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가 상징과 비평의 덤불 속에 겹겹이 갇혀서는 안 될 것이다.

나무꾼이 넓은 알현실에 들어섰을 때 본 것은 머리도 여인도 아니었다. 오즈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짐승의 형상이었다. 덩치가 코끼리만큼 커서 초록 왕좌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할 정도로 보였다. 짐승의 머리는 코뿔소와 닮았고 얼굴에는 눈이 다섯 개였다. 몸에는 기다란 팔이 다섯 개나 자라나 있고, 길고 마른 다리도 다섯 개였다. 굵고 무성한 털이 온몸을 뒤덮은 것이, 그보다 더 끔찍하게 생긴 괴물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그 순간만큼은 양철 나무꾼에게 심장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공포심에 심장이 마구 뛰었을 테니까. 나무꾼은 오로지 양철로만 이루어졌기에, 크게 실망했지만 전혀 무섭진 않았다.(p.156) - 「11 오즈의 에메랄드빛 도시」 중에서

 


 

저자 : L. 프랭크 바움(Lyman Frank Baum)

 

아동과 청소년에게 널리 읽히는 고전, 『오즈의 마법사』를 쓴 작가이다. 1856년 미국 뉴욕 주에서 태어났다. 극작가, 극장 경영자, 신문기자, 영업사원, 심지어 닭을 기르는 일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지만, 아내의 격려로 좌절하지 않은 그는 밤마다 아이들을 위해 이야기를 지었으며 장모 마틸다 게이지의 권유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프랭크 바움의 첫 책은 흥미롭게도 『함부르크 양육법』이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으나 결혼 후 한 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마더 구즈' 책들을 출간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잡지사의 편집장으로서의 자리도 탄탄히 하게 되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바움은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기로 마음먹었다.

1899년 W. W. 덴슬로우와 함게 작업한 『파더 구즈 : 그의 책』은 출판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듬해인 1900년, 평범한 시골 소녀의 독특한 모험담을 담은 『오즈의 마법사』를 출간하면서 잊혀지지 않을 작가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이후에 작가는 어른들을 위한 책도 여러 편 썼으나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오즈의 마법사』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의 편지에 파 묻혀 모두 14권에 이르는 '오즈' 시리즈 『오즈의 마법사 The Wonderful Wizard of Oz』, 『환상의 나라 오즈 The Marvelous Land of Oz 』, 『오즈의 오즈마 공주 Ozma of Oz』, 『도로시와 오즈의 마법사 Dorothy and the Wizard in Oz』, 『오즈로 가는 길 The Road to Oz』, 『오즈의 에메랄드 시 The Emerald City of Oz』, 『오즈의 누더기 소녀 The Patchwork Girl of Oz』, 『오즈의 작은 마법사 이야기 Little Wizard Stories of Oz』, 『오즈의 틱톡 Tik-Tok of Oz』, 『오즈의 허수아비 The Scarecrow of Oz』, 『오즈의 링키팅크 Rinkitink in Oz』, 『오즈의 사라진 공주 The Lost Princess of Oz』, 『오즈의 양철 나무꾼 The Tin Woodman of Oz』, 『오즈의 마법 The Magic of Oz』, 『오즈의 글린다 Glinda of Oz』 를 출간했다. 이 중 마지막 14권을 쓸 때 바움은 병원에서 그의 마지막 생을 보내고 있었고 끝내 그 책의 출간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말았다.

 

그림 : 올림피아 자그놀리

 

이탈리아의 예술가.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유럽디자인학교(IED)를 졸업했고 줄곧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뉴욕 타임스], [뉴요커], [마리끌레르], 프라다, 디올 등 저명한 미디어 및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2011년 뉴욕의 아트디렉터스클럽이 수여하는 ‘젊은 작가상(Young Guns)’을 받았으며, 2012년에는 프린트매거진이 선정하는 ‘올해의 뉴비주얼아티스트’로 뽑혔다. 유려한 선과 매혹적인 색으로 사물과 인물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 세계의 여러 갤러리에서 전시되었으며, 2022년과 2023년에는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역자 : 윤영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고고미술사학과를 수료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그림 그리기 는 즐겁죠 : 밥 로스의 참 쉬운 그림 수업』, 『밥 로스 컬러링 북』, 『아이디어가 고갈된 디 자이너를 위한 책 : 로고 디자인 편』, 『아이디어가 고갈된 디자이너를 위한 책 : 일러스 트레이션 편』, 『아이디어가 고갈된 디자이너를 위한 책 : 타이포그래피 편』, 『The Art of 인크레더블 2 : 디즈니 픽사 인크레더블 2 아트북』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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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 철학자의 삶에서 배우는 유쾌한 철학 이야기
김헌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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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는 독자가 그동안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 대한 일침을 가하고 있다. 고대 특히 서양 도시국가 시대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시대다. 아테네 등 몇 곳에서 찬란한 문명을 이루었지만 모두 주변 국가와의 수없이 전쟁을 치르면서 국가를 지켜냈고, 승리한 강대국들이 문명도 훨씬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인물 중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참여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왜 아테네 문명의 많은 학자들에게서 배제했을까? 당시 귀족 등 학문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시민으로서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기 위해 17세 이상의 남자일 경우 모두 군대에 가야 한다는 의무로서의 법이 있었고, 아테네 남자들 역시 대부분 군에 입대해 전쟁에 참여했을 것이다. 당시는 학교라는 것이 없었기에 선생이나 교육자에게 대한 징집 면제 혜택도 없었으니 당연히 그리스 모든 시민은 병역 문제를 스스로 군에 가서 해결해야 진정한 시민으로서의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로마 역시 남자는 그리스처럼 17세 이상의 남자는 군대에 가야 하고 등급에 따라 전쟁에서 주요 역할을 해야 했다고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로마군이 강했던 것은 용병 제도를 운용했거나, 무기 개발에 특별히 힘썼다는 점도 이유가 되겠지만 무엇보다 로마 제국 초창기에는 로마 시민만이 로마군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로마의 시민이 10만 명 안팎이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군단제로 운영할 때 25만 안팎의 병력을 소유했다고 알려져 있다) 병력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인근의 부족들을 하나씩 점령해 나갈 때도 지휘관이나 주요 요직은 로마 시민으로 못박았다고도 한다. 당연히 로마 시민은 전쟁에 이기면 전리품까지 나누어 받으니 호화생활(정복자로서)을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전쟁을 벌여 나가야 했던 것이다. 그럴 때도 지금의 프랑스, 스페인, 독일, 영국 등을 군단을 파견해 정복 전쟁을 계속했다니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도 언급이 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로마군은 정복국에 대한 신뢰는 전혀 보여주지도, 바라지도 않았다고 한다. 피재배국에서 스스로 입대한 사람을 제외하고서는 전혀 로마군에 강제 동원하지도 않았다니 그들의 군대 문화는 가히 철저한 자주 의식에서 강한 면모를 가졌나보다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철학 인문서다. 철학이 사람과 사람의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 책은 철학자들을 다룬다. 그의 학자로서의 면모보다는 많이 듣지 못한 그의 주변 사람들과 철학자들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저자 김헌은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철학자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소크라테스가 전쟁에 참여했다는 말도 독자는 이 책에서 처음 들었고, 사실 생각마저도 해본 적이 없었다. 군대와 철학자는 잘 어울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누구도 전쟁터에 철학자들이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철학자들은 없었기에 더욱 생소한 조합이다. 이 책은 이에 따라 철학책의 클리셰를 과감히 벗어 던졌다. 저자는 그 의도를 「무엇을 사랑하며 살 것인가?」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명백히 밝힌다. 무려 21페이지에 달하는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하이데거의 예처럼 철학자의 삶 자체와 그 속에서 이루어진 철학적 사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고 밝히고, 저자는 ‘철학 하는 것’이란 생각하고, 공부하고, 개념을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에 따라 행동하는 일상적 삶이라 강조한다.

이 책이 딱딱한 철학서가 아니라 '유쾌한 철학 이야기'로, 철학자의 삶을 풀어낸 점을 뚜렷이 밝힌다. 한마디로 '흥미롭고 유쾌한 철학 이야기'라는 것이다. 인문학자인 저자는 ‘인문학’은 ‘인간다움을 탐구하는 학문’이라 정의하며, 그 역할은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문학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그 대안으로 철학에 대한 재검토를 제시한다. 그는 철학을 “인간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학문으로 정의하며 그 구체적 탐구와 사유의 모델로 하이데거의 예를 든다.

저자는 문(文)·사(史)·철(哲)로 불리우는 인문학의 올바른 의미와 차이점을 먼저 제시하고 독자들의 올바른 이해를 바란다. 세 분야는 모두 인문학으로 구분되는데 명확히 구분되는 다른 점을 탐구한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는 사실에 입각하여 실증적인 탐구를 해 나간다. 지금까지 인간이 이 세상에 무엇을 남겼느가를 정확하게 밝혀내려고 한다. 오직 사실만은 밝혀내겠다는 의지가 남다른 분야이다. 실증적인 증거가 없다면 아무것도 단언하려고 하지 않고,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증거 자료를 찾아 사실이 아닌 것은 엄격히 제거하고 제한한다. 반면 문학은 기본적으로 사실에 충실하고 세상과 인간에 관한 진실을 지향하지만, 역사처럼 실증의 덕목에 묶여 있으려 하지 않는다. 인간이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를 탐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런 인간이라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즉 인간의 가능성을 마음껏 상상하는 가운데 인간이 무엇이며 무엇일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역사와 문학을 비교하며,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인용한다. "시인의 작업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 아니라 일어날 수 있었던 일, 즉 개연성이나 필연성에 따라 가능한 일을 말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따라서 "역사가와 시인의 차이점은 한 사람은 일어났던 일들을 말하는 반면, 한 사람은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말한다는 데 있다."

 


 

저자는 인간이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은 분명 인간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하고, 이로 인해 역사와 문학이 인문학의 중요한 두 축이 된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들 사이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들을 고찰하고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즉,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문제이며, 당위성을 따지는 것이다. 인간과 세상의 실상을 파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을 넘어서는 곳에서 철학이 그 고유한 빛을 찬란하게 발한다고 역설한다.

독자는 지금까지 문·사·철, 인문학에 대해 이렇게 명료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책도 읽은 적이 없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명료하게 철학·역사·문학을 이해시킬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철학은 '인간은 이렇게 했다. 그리고 인간은 이런 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야 도리가 아닌가?라는 당위의 문제를 다루며, 사람들이 가야 할 길을 환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철학도 역사처럼 인간과 세상의 실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무엇을 해야만 하고, 그렇게 했을 때, 인간과 세상은 어떤 행복을 누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히 논리적인 탐구만이 아니라 문학에서와 같은 모종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철학은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당위성을 제안하는 가운데 인간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서 최종적인 결실을 맺으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의 윤리적 문제를 다루었던 소크라테스를 철학의 본격적인 시작점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소크라테스 이전에도 많은 철학자들이 있었지만, 진정 인간의 윤리적인 문제를 다룬 철학자는 소크라테스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로마의 철학자인 키케로의 『투스쿨룸 대화』라는 책을 인용한다.

"그 옛날의 철학으로부터 아낙사고라스의 제자인 아르켈라오스에게서 강의를 들었던 소크라테스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은 숫자들과 운동들을 다루어 왔고, 모든 것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별들의 크기, 간격, 궤적과 천체에 관해 아주 진지한 연구를 해왔다.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처음으로 철학을 하늘에서 도시들과 인간들 안으로 불러들여 자리 잡도록 했고 집 안으로 끌어들였으며, 삶과 죽음, 선한 것들과 악한 것들에 관해 탐구하도록 만들었다."(p.13~14)

 


 

이 책은 철학자의 삶을 통해서 그가 문제를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답을 찾아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분화구 속으로 뛰어들다〉, 2부 〈정의는 강자의 이익〉, 3부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4부 〈독주 한잔〉 등이다. 각 부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우리 삶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전쟁' '정의' '지혜' '쾌락' 등에 관한 사유이다. 이 책에는 서양 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부터 이후 로마시대 이전까지의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1부에서 그리스 이전의 철학자들이 주로 등장한다. 물, 불 등 세상에 널리 산재해 있는 만물에 대한 사유를 끌어냈던 철학자들이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오늘날 자연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이 시대에 등장하는 인물은 퓌타고라스, 탈레스, 헤라클레이토스, 파르메니데스, 엠페도클레서, 아낙사고라스, 데모크리토스 등의 철학과 그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을 오늘날 그리스 철학과 다른 명칭인 '자연주의 철학자'라고 칭한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철학과는 크게 달라 보입니다”라고 하며 “우리의 일상생활의 현장에 가까이 있는 느낌”이라고 당시의 분위기를 설명한다. ‘철학자’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퓌타고라스,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관해 철저하게 알고 싶어한 탈레스는 삶 속에서 철학을 실천하려 한 최초의 철학자들이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자신의 철학적 신념에 따라 죽음을 불사하기조차 했다.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한 엠페도클레스는 에트나산의 꼭대기로 올라가 스스로 분화구 속으로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학 안으로 들어가 ‘철학 하는 것’을 보여준 철학자들의 생생한 모습에 대한 이야기가 독자들을 흥미롭게 한다.

2부는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소피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김헌은 ‘궤변론자’라고 알려진 소피스트가 “객관적이고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왜 그렇게 불리게 되었는지를 먼저 살핀다. 저자는 당시 소피스트들은 강연이나 교육을 통해 수업료를 받으면서 ‘지식 장사꾼’이라는 비난을 받았다고 말한다. 소피스트 이전의 철학자들 누구도 자신의 철학으로 대가를 받지 않았으며, 당시 사람들은 지식이 상품처럼 팔고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소피스트가 수사학, 즉 연설의 기술, 설득의 기술을 가르치고 수업료를 받는 것이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인다”며 소피스트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만을 가르치려 한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소피스트에 대한 오래된 비난과 프레임을 넘어 그들의 철학적 내용을 소피스트의 삶과 궤적을 통해 다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프로타고라스는 소피스트로 알려져 있다. 프로타고라스는 아테네의 최고 권력자 페리클레스에 의해 입법책임자를 맡았는데, 현대 철학자들은 프로타고라스를 ‘현상론자’라고 한다.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의 감각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 사람의 감각에 드러나는 현상만 ‘있다’고 말할 수 있고, 감각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프로타고라스는 ‘어떤 것이 아름답고 추한가, 좋은가? 나쁜가, 옳은가? 그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다는 의미에서 “인간(또는 개인)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했다. 프로타고라스는 상대주의의 철학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회의주의 철학자 고르기아스는 “있는 것은 없다. 있다고 해도 알 수 없다. 안다 해도 말할 수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트라쉬마코스는 소크라테스와 ‘정의란 무엇인가’로 논쟁을 벌였다. 트라쉬마코스는 “정의는 강자의 이익입니다”라고 주장하며, “도대체 누가 법을 만드는가”라며 사회적 강자를 문제 삼았다. 트라쉬마코스의 논리에 따르면, 약자들은 법을 지킬수록 손해를 보고, 그 법을 만든 사람들의 이익을 크게 하는 데 일조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약자의 이익을 돌보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법과 제도에 편승해서 부를 축적하고 특권을 누리는 것은 사회적 강자들이다.

3부에서 저자는 진정한 철학의 시대로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사유를 그들의 삶과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서 서술한다. 소크라테스는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며,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꼽힌다. 서양철학이 그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크라테스는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받아 석공이나 조각가로 평생을 살아가는 대신, 사람들의 정신을 일깨우고 사람다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 정신의 산파로서, 정신의 조각가로서 철학자의 길을 걸어갔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구름 위에 있는 철학자가 아니었다. 포티다이아 전투에 중무장 보병으로 참가하기도 했고, 혹한의 겨울 날씨에 평상복 차림으로 군영 밖으로 나가 활보했다고 한다. 크산티페와 결혼한 소크라테스는 천하의 백수로 살았던 사람이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고라 장터에 나가 사람들과 철학을 한답시고 노닥거리기 일쑤였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로 알려졌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던 유명한 격언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그때부터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아폴론 신전의 격언을 가장 잘 실천한 사람이었다. 그의 삶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그가 고발당하고 재판정에 서서 사형선고를 받고, 그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 최후의 장면이다.

 


 

무지를 들킨 아테네 사람들이 소크라테스를 괘씸하게 여겨 없애려고 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이 요구한 탈옥을 거부했다. 자신은 죽음을 기다려 왔고, 또 죽음을 연습했다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이란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자신이 아테네의 법에 따라 진행된 재판의 결과까지 거부하면서 죽음을 피한다면 자신의 삶은 모순일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철학의 절정, 철학의 완성이 바로 죽음이다.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서양철학의 가장 중요한 틀을 만든 사람은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스무 살에 만나, 불과 9년 동안 제자로 지냈다. 플라톤은 기록에 따르면, 적어도 세 번은 전쟁에 나갔다. 플라톤은 인간의 본성은 이성이고, 그 이성에 의해 인간은 도덕과 행복을 추구해 나갈 수 있다고 보았다. 플라톤은 철학이 개념을 다듬고, 그 개념을 논리적으로 잘 짜 맞춰서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학문이라면, 논리적인 구조를 갖춘 기하학이나 수학을 공부하는 것은 철학적 사유를 하는 데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플라톤은『국가』에서 철학자가 왕이 되거나, 왕이 철학자가 되어 국가를 다스리는 철인정치를 주장했다. 플라톤은 아카데미아를 세우고 20년 동안 학문에 매진하고 결사적으로 많은 작품을 써 내려갔다. 특히 이상적인 정치를 그려낸 『국가』가 현실에서는 무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학문적 반성을 토대로 좀 더 현실적인 국가의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플라톤과 같은 시대에 활동한 이소크라테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사상과 교육, 구체적으로 학교 운영까지도 플라톤과 치열한 경쟁 관계였다. 이소크라테스는 심지어 “나야말로 진짜 철학을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저자 : 김헌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서양고대철학, 플라톤), 서양고전학 협동과정에서 석사학위(서양고전학, 호메로스)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한 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박사학위(서양고전학, 아리스토텔레스)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부교수(HK교원)로 재직 중이다. 서양 고대 그리스의 문학과 신화, 고전기 아테네의 수사학과 철학이 주요 관심 분야이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들』, 『인문학의 뿌리를 읽다』, 『그리스 문학의 신화적 상상력』,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의 저서가 있고, 역서로는 『두 정치연설가의 생애』, 『그리스 지도자들에게 고함』, 『‘어떤 철학’의 변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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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 헤르만 헤세 시 필사집 쓰는 기쁨
헤르만 헤세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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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는 한국에서도 어떤 작가 못지않게 유명세를 누린다. 그는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하면서 작가로서의 명성의 정점에 올랐다. 독일 국적의 시인이자 작가이지만 1923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함으로써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는 않은 듯하다. 그의 유명세는 이미 1904년 장편 소설 『페터 카멘친트』가 발표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의 발표 전 이미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하여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을 1899년 출간했다. 그는 시와 소설, 산문 등을 넘나들며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을 연이어 발표했다. 독일 문단에서도 국적 변경에 개의치 않고 그를 독일의 자랑스러운 대문호로 떠받들 정도였으니 그의 문학적 업적과 명성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삶의 이정표로서의 역할도 했다. 특히 그의 시는 낭만적 사조를 띠고 있음에도 도덕적, 윤리적 타락을 느낄 수 없이 밝고 명랑하다. 그의 정서는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지만 선동적이지 않고 오히려 삶의 길이 혼탁할 때 이정표로 삼을 만큼 깊은 깨달음과 위로, 안식이 담겨 있다. 1877년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 출신이지만 아홉 살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했으나 1923년 이혼했다. 스위스 국적은 이때 취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시는 당시 독일 문단의 라이너 마리아 릴케로부터 대단한 칭송을 받았다고 알려진다. 정해진 목적지도, 반듯하게 뻗은 길도 없는 곳들을 떠돌면서 헤세 또한 무수히 많은 번민과 방황을 했으며, 죽는 날까지 실존적 고민을 결코 멈추지 않은 흔적이 그의 시와 글 많은 곳에서 발견된다. 그런 흔적은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는 데도 큰몫을 했다는 것이 문학평론가들의 일관된 평이다.

헤세는 바람 한가운데서 얼어붙은 보리수나무의 딱딱한 줄기를 베고 누워서도 부드러운 꿈을 꾸었다고 말하고, 수백 번 가지가 잘려나가도 참을성 있게 새잎을 내는 떡갈나무처럼 ‘이 미친 세상’을 누구보다 사랑했다고 고백한다. 헤르만 헤세만큼 삶을 치열하게 살고 사랑한 사람이 또 있을까? 헤르만 헤세처럼 신의 섭리에 순종하면서도 진리에 대한 탐구적 자세를 견지한 사람이 또 있을까? 그가 타계(1962)한 지 62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문학적 향기는 고고하게 전 세계에 울려퍼지며 그를 느끼게 해준다. 이 시집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는 그의 삶에 대한 애정과 존재적 고민이 오롯이 담긴 그의 시 100편을 골라 실은 필사집으로 출간됐다.

 


 

이 필사집의 〈추천사〉를 쓴 시인 장석주는 "중학교 때 국어 부교재로 구입한 『문장의 기쁨』(반 세기도 지난 일이라 제목이 정확한지 모를 정도지만)에서 헤세의 글을 처음 읽었다"고 말하고, 그 책에 실린 단편 「나비」를 몇 번이나 되풀이해 읽었다고 털어놓는다. 정석주 시인은 나비 수집에 몰입한 한 소년이 실수를 저지른 뒤 느낀 죄책감과 회한을 토로하는 그 단편 소설에 감응해서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는 것. 이후 헤세 전집을 구해 밤새워 탐독한 건 한참 뒤의 일이라고 말머리를 꺼낸다.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100편을 단숨에 다 읽었다. 헤세의 시들이 청춘과 행복의 덧없음, 계절의 순환이 우리 감각에 일으키는 작은 파문, 아름다움과 멜랑콜리에 반응하는 마음의 결을 하나로 아우른다는 점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밝혔다. 시인은 이어 헤세의 시들은 "이성과 감성의 균형, 자연과 인생에 대한 관조, 자연스러운 운율, 언어의 조탁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고향, 정원, 집, 나무를 노래하는 헤세의 시들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고, 사물과 조응하는 천진한 소년의 정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말한다.

흐드러진 꽃들은 지고, 청춘은 빨리 쇠락한다. 만물은 낡고, 시들고, 바스라지고, 부서진다. 거기에는 단 하나의 예외도 없다. 지혜와 미덕은 물론이거니와 가장 아름다운 것조차 조락과 소멸의 운명을 피할 도리는 없다. 남는 것은 만물이 변화한다는 진실과 한 줌의 무상뿐!이란 시평을 남긴다. 「시든 잎」의 일부를 소개하면서···.

 

모든 꽃은 열매가 되고 모든 아침은 저녁이 되려 한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건

변화와 무상뿐!

- 「시든 잎」 중에서

 


 

시를 읽는 독자들의 마음은 시처럼 아름답게 변한다. 대체로 그렇다. 감명 받은 시에서도,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시를 읽는 마음은 순수함을 돌아간다. 그래서 시에서 받은 감동은 오래 지속되나보다. 이 책의 표제어가 된 「방랑을 하며」란 시에 쓴 싯구다. 싯구가 그대로 시집의 제목이 된 예다. 이는 아름다운 싯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동하고,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지 충분히 추정할 만하다.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다. 이에 대해서도 장석주 시인은 한 줄의 평을 남긴다. "인생이란 영원한 원무(圓舞)! 우리는 사는 동안 쉬지 않고 춤을 춘다. 또한 인생이란 빈약한 기쁨과 가혹한 슬픔, 그리고 기도와 구애와 비탄으로 짜인 피륙이다. 가을 지나면 한파가 몰아치고 빙점 이하의 기온에서 물은 결빙한다. 삭풍에 어린 나뭇가지는 꺾이고 시든 잎들은 우수수 떨어진다. 봄의 훈풍을 그리워하며 방랑하는 자여, 세상이 삭막해도 실존의 불안에 꺾이지는 말자. 결국 이 모든

사태는 지나가고, 밤이 이것들을 삼켜 평정하리라.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밤이 오면 우리는 빛바랜 땅 위로

서늘한 달님이 살포시 웃어주는 것을 바라보며

서로 손을 잡고 쉴 거예요

 

슬퍼하지 말아요, 곧 때가 옵니다

때가 오면 쉬게 될 거예요

우리의 작은 십자가 두 개가 나란히

밝은 길가에 서 있을 거예요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오갈 거예요

- 「방랑을 하며」 - 크놀프를 생각하며, 전문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시집은 필사용 시집이다. 장석주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이 점에 대해서도 한마디 거든다. "헤세의 시들이 시대를 넘어서서 운명에 대한 깊은 통찰로 우리 생의 감각을 쇄신하는 까닭이다. 꼼꼼하게 읽어보니, 헤세는 생명과 봄과 소년의 시인, 재에서 불꽃이 솟구치듯 신생하는 시인이다. 봄의 푸른 공기와 새들의 노랫소리를 찬양할 때 헤세의 시적 감성은 더욱 영롱하게 반짝인다. 자, 「봄이 하는 말」을 읽어보자.

 

아이들은 모두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

살아라, 자라라, 피어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틔워라

너 자신을 내어주어라

그리고 삶을 두려워하지 마라

- 「봄이 하는 말」 중에서

 

시인은 “실패와 좌절로 우울이 깊어질 때마다 저녁의 문설주에 근심 많은 이마를 대고 이 시를 읊조리면 위안과 힘을 얻으리라. 불안이 찾아올 때 머리를 수그리고 가만히 생각하자. 별이 지면 그 빈자리에 세로운 별이 떠오른다는 것을! 인생에서 단 하나 숭고한 의무는 우리에게 주어진 별의 순간을 꽉 붙잡아야 한다는 것을!"이라며 말을 맺는다.

 


 

시집을 번역하는 일은 소설이나 산문을 번역하는 것과 또다른 어려움이 있다고 이 시집의 역자 유영미는 말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시를 번역한다는 것은 보통의 텍스트를 번역하는 것과 사뭇 다른 작업이다. 보통은 한 번 문장을 만들고 나면 그다지 손볼 일이 없지만 시는 낱말을 자꾸 이리저리 교체해 본다"고 밝힌다. 왜 이런 단어를 여기에 넣었을까? 왜 이렇게 노래했을까? 저자의 시상을 내 것으로 느끼려 하면서 시상에 가장 맞는 단어를 떠올리기 위해서다. 때문에 산책을 하면서도 시를 읊조리는 경우가 많다고도 말한다. 특히 헤세를 번역하고 있다는 역자의 말에 많은 지인들이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인다고도 털어놓는다. 어떤 친구는 「시든 잎」을 줄줄 외워 보이기도 해서 저으기 놀란 적도 있다고 회고한다. 사실 역자는 대학 때 도서관에서 헤세 시 전집을 빌여온 날, 헤세가 남긴 수많은 시들을 보면서 헤세의 부지런함에 혀를 내둘렀다고 고백한다. 소설과 산문을 그렇게 많이 쓰고, 시도 이토록 많이 썼단 말인가.

고요히 테이블에 앉아 헤세의 시를 필사한다는 건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는 고백도 한다. 그러나 시 필사는 소요 시간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 자신의 결론에 이른다. 시대를 거슬러 느림과 주의 깊음, 마음 챙김으로 나아가는 행위일 것이라 믿는 이유다. 헤세의 시에 몸을 푹 담그고 헤세의 마음과 공명하는 귀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또 "그렇게 위로받고, 헤세처럼, 또 헤세의 시를 좋아했던 많은 독자들처럼 다시 기운을 내서 일상을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을 맺는다.

이 필사 시집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뜰 안의 바이올린〉, 2부 〈시집을 손에 든 친구에게〉, 3부 〈그는 어둑한 곳을 걸었다〉, 4부 〈저녁 무렵의 집들〉 등이다. 각 부의 제목은 그 파트 안에 들어 있는 시의 제목에서 뽑아왔다. 새해 첫 선물처럼 받은 헤세의 필사시집이 오랜만에 독자의 방에도 문학적 향기를 듬뿍 전해 준다. 이 책의 향기가 농익은 과일향처럼 짙어 매우 오래 갈 것이란 예감에 기분이 들뜨기도 한다. 멋진 필사시집이다.

 


 

저자 :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년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태어나 목사인 아버지와 신학계 집안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890년 신학교 시험 준비를 위해 괴핑엔의 라틴어 학교에 다니며 뷔르템베르크 국가시험에 합격했다. 1892년 마울브론 수도원 학교에 입학했으나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인이 되기 위해 도망쳐 나왔다. 1899년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하여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을 출간했다.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정을 받았고 문단에서도 헤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1904년 장편 소설 《페터 카멘친트》를 통해 유명세를 떨치면서 문학적 지위도 확고해졌다. 같은 해 아홉 살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했으나 1923년 이혼하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했다. 1906년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를 출간했고, 1919년에는 자기 인식 과정을 고찰한 《데미안》과 《동화》, 《차라투스트라의 귀환》을 출간했다. 인도 여행을 통한 체험은 1922년 출간된 《싯다르타》에 투영되었으며,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1962년 8월 9일 뇌출혈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기실현을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꾸준히 노력했다.

 

역자 : 유영미

 

연세대학교 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아동 도서에서부터 인문, 교양과학, 사회과학, 에세이, 기독교 도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더 클럽』, 『삶이라는 동물원』, 『안녕히 주무셨어요?』, 『부분과 전체』, 『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감정 사용 설명서』,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내 몸에 이로운 식사를 하고 있습니까?』,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여자와 책』, 『평정심, 나를 지켜내는 힘』, 『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 등이 있다. 2001년 『스파게티에서 발견한 수학의 세계』 로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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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사람을 죽이지 않고 없애는 법
안드레아 바이드리히 지음, 김지현 옮김 / 온워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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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어느 집단엔가 속하게 된다. 어렸을 때는 가족의 테두리에 머물지만 걷고 뛰는 것이 가능해지면 학교에 다닌다.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직장에 다니든 자신의 일을 하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사회 구성원이 되면 같은 회사 동료, 또는 업무차 다른 사람과의 대인 관계가 중요하다. 사람은 사는 동안 대인 관계를 잘하는 임무가 주어지는 것이다. 사회가 그렇게 구성되고 가장 큰 단위인 국가라는 집단의 일원으로 살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 삶에서 대인 관계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인 관계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말하는 데 말처럼 쉽지 않다. 자신이 아무리 잘해도 상대가 제대로 받아주지 못한 경우도 있고, 자신의 문제로 대인 관계가 원만치 못할 때도 있다. 자신만 잘해서는 사회에서의 일이 생각처럼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책 『지긋지긋한 사람을 죽이지 않고 없애는 법』은 대인 관계를 다룬 책이다. 자신이 대인 관계로 고민하는 사람 곁엔 늘 주변에 세상의 온갖 불만을 털어놓기만 하는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또 연애할 때 연락도 잘 되지 않고 언제나 불안감만 안겨주는 애인이 있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된다. 그리고 당신에게 기대면서 분노와 짜증을 퍼붓는 부모도 간혹 회사 일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직장 상사가 희롱과 모욕을 일삼아도 원만한 회사 생활, 능력을 최대한 회사 생활을 해나가기 쉽지 않다. 이 책은 주변의 사람 가운데 '지긋지긋하게 싫은'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책이다. 즉 대인 관계를 잘하는 사회 생활 방법론에 가깝다. 그렇다고 '처세술'에 관한 부분을 다루지는 않는다. 자신의 일에 방해만 되는 일부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저자 안드레아 바이드리히의 '인간 관계론'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누구나 회사 생활은 대인 관계를 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믿는다. 회사 동료들과의 관계, 상사 부하 직원들 간의 문제, 회사원으로서 만나야 할 사람과의 인간 관계 등이 쉽지 않다는 결론을 저자는 하는 것 같다. 직장 내 사람이나, 직장 외 만나는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마음대로 안 볼 수 있고, 또 상대도 안 할 수 없다.

 


 

우리는 맞지 않는 옷은 잘만 버리면서 우리를 옭아매는 관계는 좀처럼 버리지 못한다. 이때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의 문제이든, 상대의 문제이든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거나 또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만나지 않고 할 수 없는 생활이 사회 생활이기에 그렇다. 저자는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책에서 여덟 명의 인물을 등장시킨다. 이들은 모두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해로운 관계를 떨쳐내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마침내 살인을 저지르지 않고도 지긋지긋한 사람을 인생에서 없앨 방법을 발견한다. 이 여덟 사람의 사례를 중심으로 저자는 인간 관계론을 풀어낸다. 제목이 다소 살벌하고 비속한 단어도 들어가 있지만 그것은 저자의 뜻이 얼마나 강한지에 관한 문제라고 접어둘 것을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이 책의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다.

저자 안드레이 바이드리히는 「그게 내 알 바야?」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괴롭게 만드는 사람을 없애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죽일 생각은 없을 것이다. 일단 좋은 해결 방법이라고 볼 수 없고, 개인적으로도 반대다."고 전제하고, 이 일로 자책한다면 당장 자책을 집어치울 것을 주문한다. 이유는 "자책은 다른 사람을 자신보다 더 위하고, 그들을 너무 중요하게 여기느라 스스로를 잃기" 때문이다. 이 마음가짐을 바꾸기 위한 결정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와 함께 여덟 사람의 이야기 여행을 떠난다면 무례하고도 지긋지긋한 사람들의 행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개자식'을 왜 마음에 담아두고 없애지 못해 쩔쩔매느냐는 저자의 반문에 반문할 명분은 없다.

"그게 내 알 바야?" 언젠가 당신에게는 이런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한결 가뿐해졌음을 느끼고, 더 이상 그들을 신경 쓰지 않는 경지에 도달하고, 마침내 자유로워질 것이다. 모든 것을 던지고, 스스로를 찾게 될 당신을 기다린다. 마침내 당신 앞에 모든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p.7)

 

 

이 책은 파트 구분 없이 37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여덟 사람이 등장한다면 8개의 장으로 나눌 법하지만 저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유는 여덟 사람이 각각 다른 인물이지만 그들에게는 공통된 면이 있고, 완전히 다른 면이 함께 있는 등 사람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란 사실은 책을 읽어보면서 느낄 수 있다. 책의 내용이 끝난 후 저자는 「마음의 자유를 위한 33개의 메시지」를 직설적 표현의 경구나 격언처럼 간결하게 정리해 적었다.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읽는다면 사람 정리뿐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말도 잘 정리하는 저자의 성격을 내비친다. 책을 펴낸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몇 번의 기회를 주는 동안 나 자신에게는 기회를 준 적이 있던가?” 누구나 한 명쯤 죽이고 싶을 만큼 짜증 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여덟 명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호숫가 호텔로 여행을 떠났다. 이 책의 주인공 안드레아와 절친 루카스도 이 여행에 초대받았다. 여행이라고는 하지안드레아의 또 다른 친구 찰리와 그의 상담사 폴과 준비한 실험에 가까웠다. 아드리안, 마리, 다니엘, 이사도 여기에 함께했다.

이들은 폴이 준비한 프로그램에 따라 몇 가지 상징물을 고르고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불안감만 안겨주다가 ‘잠수를 타버린’ 애인, 평생 완벽하기를 요구해 왔던 어머니,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영화계에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직장 상사···. 좀처럼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 이들은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았다. 그건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내가 부족한 건 아닐까, 내가 상대를 질리게 한 건 아닐까 하는 ‘자기 의심’이었다. 그들은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을 드러내고 고백하면서 때로 분노를 표출하고 눈물을 쏟는다. 서로를 헐뜯기도, 다독거리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자기 의심 아래에 두려움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들은 타인으로부터 상처받을까 봐, 홀로 남겨질까 봐, 자신이 하찮은 사람일까 봐 두려워했다. 그렇게 솔직한 고백과 대화 끝에 마침내 자유로운 삶의 실마리를 찾는다.

저자가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한 글의 서술 방법은 이들이 모여(여행)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여덟 사람의 입을 통해 직접 말하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경험담과 '없애버리고 싶을' 만큼 지긋지긋한 사람들에 대한 심정을 토로한다. 그들로부터 한결같이 삶에 큰 피해를 당했다고 넌더리를 친다. 문제 해결의 시초다.

 


 

저자는 37개의 장을 통해 여덟 사람의 문제를 모두 내보이지만 해결은 함께하도록 한다. 이들이 지긋지긋하게 싫어하는 인간 군상은 대개 완벽에 대한 강박관념 등 정서적 결함을 가장 많이 지적한다. 인간관계에서 완벽에 대한 강박은 인생 난이도를 극악으로 만든다고 저자는 생각한 까닭이다. 여기 모인 피해자 군(群)은 다른 사람만을 위해 애쓰다가 해로운 관계의 굴레에 빠지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식이 저자의 인간 관계론의 정곡인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게다가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잊는다면 자기 마음을 홀대하게 되고, 결국 스스로를 잃게 된다. 남는 것은 ‘피해자’가 된 자신뿐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슬며시 해결 방법을 귀띔한다.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거절하고 선을 긋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그저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지 못할 때, 우리는 당당한 척 거절해 놓고도 마음에 무거운 짐이 남는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 책에 등장하는 이사는 완고하고 고압적인 어머니에게 억눌려 살아오면서 그의 말들을 내면화했다. 자기가 형편없는 사람은 아닐까 늘 불안해하면서도 남편인 다니엘에게는 집안일이 완벽하지 않다며 불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불평은 예정된 것이었다. 처음부터 만족하는 법도, 칭찬해 주는 법도 몰랐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타인을 완벽하게 만족시켜 줄 수 없으며, 만족은 오로지 각자가 초점을 어디에 맞추는지에 달린 것임을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우선 많은 사람은 자기 자신조차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게다가 그들은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맞출 수도 없는 과녁에 활을 쏘는 건 힘이 빠지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지금 해결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은 '도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자기를 괴롭게 만드는 사람을 차단하고, 자기가 있는 곳을 떠나라고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망치는 것은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것만큼이나 외롭다고 말한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해로운 관계에서 벗어나기는 도망치기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깊은 상처를 준 과거나, 길을 가다가 나를 불쾌하게 만든 일조차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하지만 거기에 얽매인다면 그 무게를 계속 지고 다니는 셈이 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어디에서 누구와 있든, 눈앞에 무엇을 두고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러니 지긋지긋한 사람을 없애는 방법은 나 자신에게 집중함으로써 마침내 주변의 나쁜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저자는 쫓거나 도망쳐서는 그 어디에도 도착할 수 없다며,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스스로의 곁에 머물러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다음 말은 저자의 속뜻이 강하게 전달된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엮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맺어진 관계는 좋을 수도 있지만, 숨통을 조이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다시 숨을 쉬기 위해 매듭을 쥔 손을 풀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당기면 매듭은 풀어지지 않을 테니까. 때로는 기억을 더듬어 매듭진 부분을 섬세하게 찾아봐야 할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매듭으로부터 도망가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도망치려고 애쓸수록, 매듭은 더 우리를 조여 올 것이다. 매듭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매듭은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 매듭의 존재를 인정하고, 엉킨 감정의 실타래 속에서 스스로를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p.109)

 

"누군가가 우리를 해치려고 하면 언제든 차단봉을 내리거나 문을 닫아버리면 돼. 그래야만 하고. 하지만 얼어붙은 채로 갑옷에 숨어 모든 것을 잠그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 돼. 아까 안드레아의 말로 돌아가서, 상처 입은 사람은 남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이야. 그러니까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해야 하는 거 아닐까? 정말로 닫아야 하는 건 자기 자신도, 상처도 아니야.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해."(p.290)

 


 

앞서 언급한 「마음의 자유를 위한 33개의 메시지」 중 독자가 가장 강하게 머릿속에 남은 것 중 몇 개를 여기에 소개한다.

① 다른 사람의 고통과 증오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②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고, 다른 사람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져라.

③ 과거에 묶이지 마라. 이는 현재의 당신을 무겁게 만들 뿐이다.

④ 매 순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것이 옳은가? 지금의 결정은 장기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가?

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당신을 옭아맬 뿐이다. 당신이 아닌 그 누구도 당신을 가둘 수 없다. 어떤 공간에 발을 들이고, 누구와 시간을 보낼지 결정하는 것은 당신이다.

 

저자 : 안드레아 바이드리히(Andrea Weidlich)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잘 알려진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다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개념을 개발하고 경영 컨설턴트로서 활동했다. 현재는 작가이자 카피라이터,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팟캐스트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2월부터 사촌과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거쉬, 베이비gusch, baby〉는 첫 주에 아이튠즈 차트에서 사회 및 문화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어렸을 때부터 희곡을 비롯한 글을 써왔다. 무엇이 사람들을 움직이고, 그들을 행복하게 하며, 어떻게 하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2019년 출간한 첫 책 『행복에 대한 개소리』는 출간 즉시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독이 되는 사람과 자기 의심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부정적인 사고 패턴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을 회복하고 자기 행복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흥미로운 대화를 통해 보여준다.

 

역자 : 김지현

2019년부터 독일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독일에 위치한 브라운슈바이크 공과대학교에서 공부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사계절 천체 관측』,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지?』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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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후 사후세계의 비밀 - 환생하기 전, 영혼은 무엇을 할까?
김도사(김태광)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가 상황이나 사물에 대한 문학적 표현을 좋아해서이기도 하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어떻게 매듭지어지나 궁금해서이기도 하다. 물론 독자에 따라서는 또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소설 독자의 상당수는 두 가지 중 하나의 이유로 읽을 것으로 독자는 생각하고 있다. 특히 소설은 '허구'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데도 마치 현실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처럼 독자들은 '의도적(?) 착각'을 즐긴다. 그것은 저자가 의도하는 소설 창작의 기본에 독자로서 충실히 호응하고 있는 셈이다.

설령 소설이 과거나, 미래 또는 시공을 초월한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해도 독자들은 마치 현실의 일인 양 작가의 상상력을 따라가며 기꺼이 즐긴다. 이런 시공을 초월한 세계에 대한 작가들의 묘사는 어찌 그리 생생한지 현실과 상상을 분간하지 못한 채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한 채 읽는 재미를 맛본다. 그리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 소설은 많은 사람들이 두세 번씩, 혹은 그 이상 읽으면서 즐긴다. 두세 번 읽어도 재미를 느끼는 것은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설재인의 소설 『우리의 질량』이 그렇다. 이 작품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만이 가는 사후세계가 그려지고 있다.

사후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이제 상상에 의한 소설만의 특권에 해당되지 않는다. 누구나 살기 위한 본능이 있지만, 죽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먹고 살기 힘들어서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극단적 선택' 행위는 법에서도, 종교에서도 범죄 행위로 취급한다. 이른바 자살은 신이 준 생명을 스스로 버리는 선택을 한 것이 신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라는 점에서 종교에서도 '자살자는 지옥에 간다'는 말이 이미 널리 퍼져 있다. 이 말이 종교에서 나왔는지 아니면 민간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지만 극단적 선택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말인 것은 분명한 이상 막연한 음모론적 유언비어인 것만은 아닐 것으로 독자는 추정할 뿐이다.

 


 

이 책 『죽음 이후 사후세계의 비밀』은 집필 동기가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의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점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많은 문제이다. 저자 김태광(김도사)은 전문 작가이긴 하지만 문학 작품이나 다른 학문적 서적을 내는 분이 아니라 자기계발 서적을 주로 내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진 분이다. 선진국에 이미 진입했는데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가장 많이 한다는 말은 아무래도 아이러니하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한다. 죽고 사는 문제 아니면 넘어가자는 말도 흔히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죽고 사는 문제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먼저 죽는 문제를 보면, 우리나라는 자살률(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부동의 1위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 측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6.0명이고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3,332명이다.(2021년 현재) 사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2023년 12월 초, 통계청에서 발표한 10월 출생아 수는 1만 명대에 그치며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웃돌면서 인구는 2019년 11월부터 48개월째 자연 감소했다고 한다. 왜 출산을 꺼리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수가 이렇게 많은 것일까? 이것은 죽고 사는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풀이하고 있다.

이어 이 책은 죽음 이후 사후세계의 비밀을 다룬다. 많은 이들은 죽고 사는 문제로 힘들어하면서도 사후세계를 직면하지 않으려고 한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회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죽고 사는 문제는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의 문제라는 것이 저자 김태광의 시각이다. 수차례 전생과 사후세계에 대한 영적인 체험을 하고 관련 정보를 두루 섭렵했다는 저자는 사후세계의 비밀을 풀어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죽음의 문제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현생 인류가 태어난 이후 사는 동안 줄곧 머리를 어지럽히고 풀지 못한 숙제이다. 죽음은 태어난, 모든 생명체의 숙명이다. "태어나는 한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진리다. 태양이 떠서 지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중국 천하를 통일하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진시황도 죽음을 회피하고 싶어했지만 결국은 죽었다. 많은 걸 누리는 사람은 죽음에 임박하면 사실 죽기 싫어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두렵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거의 전부다. 죽음 이후가 어떤 세상인지, 천국과 지옥이 따로 있어 종교에서 설파한 대로 남을 위해 사는 착한 사람은 천국, 나쁜 사람은 지옥으로 가는 걸까? 아무도 경험한 자가 있을 수 없지만 간혹 사후 세계를 경험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와 증언한 것이 진실인지, 허위인지 알 길도 없다. 역사적 기록으로는 고대 이집트에서 작성한 〈사자의 서〉가 최초라고도 말한다.

〈사자의 서〉는 고대 이집트 신왕조 시대 이후, 미라와 함께 묻은 지하 세계의 안내서라고 할 수 있는 두루마리이다. 죽은 이들이 안전하게 다음 세상에 도착하길 기원하는 기도문과 여러 가지 사건에 부딪칠 때 외우는 마법의 주문, 또 신들에 대한 서약에 대하여 적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죽은 자의 심판이다. 죽은 자를 심판하는 재판관 오시리스는 배심원을 거느리고 검사인 호루스 신, 서기관인 토트 신, 안내자이자 저울을 다는 아누비스 신과 죽은 이가 죄를 범했다고 판명될 경우 벌을 주는 아뮤트 신(악어의 머리, 사자의 갈기와 하마의 다리를 하고 있음)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자가 내세로 들어갈 수 있는가를 재판한다. 양심을 상징하는 죽은 이의 심장 무게를 저울에 다는데, 깃털보다 심장이 무거운 사람은 죄가 많은 것으로 판단되어 아뮤트에게 심장을 먹히나, 착한 사람은 오시리스의 왕국에 들어가 영원한 삶을 살게 된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사후 세계를 경험했고, 경험한 바를 토대로 자료 수집과 많은 증언들을 보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저자는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사후세계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그동안 나는 전생과 사후세계에 대한 영적인 체험을 했다."고 전제하고 "몇 년 전에는 꿈을 통해 100년 전의 내 전생을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미국 뉴올리언스의 한 흑인으로 살고 있었다. 나를 낳아준 흑인 아버지와 어머니도 보았는데 너무나 익숙한 얼굴들이었다고."고 말한다.

 

 

온 가족이 기독교를 믿는 '기독교 집안'인 저자는 꿈을 통해 사후세계가 아닌 자신의 사전(死前) 세계를 보고 왔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성당에서 말하는 '연옥'(단테의 책 『신곡』에 등장한다)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보고 왔다고 주장한다. "이 외에도 죽은 사람들이 저승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건물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온 적도 있다. 나와 오랫동안 함께했던 사람들은 신기해하면서도 놀라기도 한다."고 자신이 어떤 꿈을 꾸고 나면 그 일이 다음날 아니면 며칠 후 그대로 현실에서 일어난다면서. 저자에 따르면 영혼의 세계에선 우리가 사는 행성 지구를 '훈련소'로 여긴다. 이곳에서 사는 모든 영혼은 생도이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지혜와 깨달음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영혼의 성장과 영적 진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번 생이 주어진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사후세계에 있을 때 우리 스스로가 이번 삶을 살 것이라 선택했기 때문이이다."(p.8)

최근 사후세계라는 단어가 자주 책에 등장한다. 대부분 자살 방지 차원의 인문학적 접근, 과학(의학)적 접근이다. 이 책 『죽음 이후 사후세계의 비밀』을 읽기 얼마 전 『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란 제목의 인문학 서적을 읽은 적이 있다. 저자 켄 제닝스는 "지역과 풍습, 시대와 자연환경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어왔다고 전제하고, 수천 년 동안 전 세계의 신화, 종교, 책, 영화, 텔레비전, 음악과 연극 등에 그려진 사후 세계를 모두 100곳으로 간추려, 일곱 파트의 각 주제별 출처들이 정의한 '사후 세계관'을 자세히 다룬다. 즉 학자나 종교, 혹은 과학에서 말하는 사후 세계를 살펴본 것이다.

저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신자를 갖고 있다는 기독교에서도 예수가 신(神)의 아들이냐, 사람의 아들이냐로 한때 논란이 있었다고도 한다. 아마 '부활'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아무 종교도 없는 독자로서 무지한 탓인지, 교계에서도 예수는 사람의 아들이라고 인정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 죽었다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오래 전부터 이 사실에 주목하고 그들의 사례를 찾아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등 한 과학자의 연구와 노력으로 '사후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이 책은 씌어졌다고 밝힌다. 종교인도 아닌, 과학자가 이런 연구를 한다는 사실이 중세라면 마땅히 처형감이 아닐까 하며 독자는 책을 읽었다.

 


 

뿐만 아니라 의사(과학자)가 쓴 사후 세계에 대해 쓴 책도 있다. 한 과학자의 연구와 노력으로 '사후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쓴 책이다. 『애프터 라이프』이다. 저자인 브루스 그레이슨은 50년 전 의과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응급실에서 자기가 진료한 환자가 말한 임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 이야기에 충격을 받고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40여 년간 1,000건 이상의 임사체험 사례를 모아,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경험과 대조하면서 세계 최초로 임사체험의 다양한 주제와 의미를 통합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특히, 개인의 독특하고 신비한 체험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의미, 그리고 임사체험을 경험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적용될 만한 여러 인사이트는 죽음 이후의 삶, 과학과 영성, 삶의 의미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큰 충격과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독자는 기대할 수 있었다. 어쩌면 한 번도 사후 세계를 경험한 적이 없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영역에서의 관심을 갖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지구상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생물체는 인간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종종 '죽었다 살아난' 사람은 있다고 한다. 전설이나 허풍으로 들리는 이야기 같지만 실제 있기는 한 듯하다. 어떻게 죽고 난 후에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철학적 질문인 듯한 이런 의문은 어쩌면 삶의 의지의 표현일까? 『죽음 이후 사후세계의 비밀』의 저자 김태광은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전생의 카르마를 소멸하고 영적인 성장과 영혼의 진보를 이루기 위해서라고 책에서 말한다. 사후세계를 알고 삶에서 겪는 시련이 태어난 목적을 위한 ‘장애물 넘기’라는 것을 기억하기를 독자들에게 주문한다. 이렇게 삶의 목적을 알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면, 살면서 자신이 꼭 성취해야 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는 것. 사후세계의 비밀을 풀고, 죽고 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볼 것을 독자는 권유한다.

이 책은 모두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담겨 있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 귀신에 빙의된 사람들의 특징,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증상, 죽음 이후 영혼은 어떻게 되는지를 다루었다. 2장은 사후세계에 대한 비밀스러운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사후세계를 체험한 사람들의 공통된 증언과 자살한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죽은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 반려동물의 사후세계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3장은 환생하기 전에 영혼이 무엇을 하는지가 주제다. 먼저 카르마는 무엇인지 설명하며, 환생을 결정짓는 카르마의 법칙을 소개한다. 사후세계에서 삶을 계획하고 태어난다는 사실과 수명도 정해져 있으며, 부모, 형제, 육신도 스스로 선택한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준다. 저자는 생과 사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제대로 삶을 누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책 속에 담은 사후세계에 대한 지식과 경험, 깨달음과 노하우가 사후세계를 이해하고 온전한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영계에 있을 때 영혼들은 이승이 얼마나 힘든 곳인지 잘 안다. 그래서 환생하는 걸 극도로 두려워한다. 전생에 겪은 것과 같은 고통을 다시 겪는 힘든 경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면서 신성과 의식의 성장에 힘쓰고 많은 지혜를 배운다면 천천히 이승에 환생하게 된다.(p.82)

 

저자 : 김태광(김도사)

 

“성공해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써야 성공한다!” 무자본 창업가를 양성하는 코치로 유명해진 저자는 과거 흙수저이자 신용불량자로 자살을 수천 번 생각할 만큼 힘겨운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7년간 고군분투했음에도 출판사들로부터 500번 이상 거절을 당했다. 그는 35세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100권 출간한 후 자신에게 어떤 ‘달란트’가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창조주로부터 인생 2막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 깨달음은 책을 쓰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 퍼스널 브랜딩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책 쓰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교육 회사 ‘한국책쓰기강사양성협회(이하 한책협)’의 창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항상 ‘재미’, ‘행복’, ‘성장’을 1순위로 삼고 있으며,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한 경제적 자유인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한국책쓰기강사양성협회], [라엘-영성 마음 성장], [미라클사이언스], [천기누썰] 등의 채널을 운영하면서 인생의 깨달음과 지혜를 전하며 많은 사람의 성공 멘토가 되어주고 있다. 그동안 1,100명의 작가를 배출했고, 이들 중에 코치, 상담가, 강연가,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크게 성공한 이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주이슬, 단희쌤, 안대장, 갓주아(이정은), 김새해, 최헌, 유세미, 권민창, 김우창 작가 등이 있다. 작가, 코치들 가운데 최초로 책 출판 관련 특허를 취득한 저자는 평범한 사람들이 단기간에 책을 펴내고, 퍼스널 브랜딩을 통한 눈부신 인생 2막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책 쓰기 코치들 가운데 최초로 미국 뉴욕에 진출했으며, 연 매출 100억 원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만큼 고 속 성장을 이루었다. 매해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혁신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25년 차 작가이자 책 쓰기 코치로 활동하면서 1,500권의 책을 기획하고 300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 초·중·고등학교 교과서 16권에 글이 수록되었으며, 중국, 대만, 태국에 저작권이 수출되어 책이 출간되었다.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책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출판 가이드 시스템] 특허를 출원했다. 흙수저, 무스펙에서 현재 부동산 40개를 가진 200억 자수성가 부자로 거듭난 저자는 과거의 자신처럼 힘든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인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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