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려치는 안녕
전우진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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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우리 일상에 만연한 사회 부조리를 응징하는 방법으로 ‘뺨 후려치기‘를 통해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가슴 묵직한 휴머니티가 담겨 있어 감동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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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려치는 안녕
전우진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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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후려치는 안녕』은 사회 풍자 소설이다. 불법이나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기묘한 능력의 소유자가 죄를 짓는 사람, 부조리한 사회에 편승해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향해 회초리를 휘두르는 모습이 연출된다. 회초리는 '뺨을 후려치는' 행위로 상징된다. 표제어 '후려치는 안녕'이란 단어 조합이 조금은 어색하지만 '후려친다'는 의미에 방점을 찍으면 상징적 의미로서 부조리한 인간에게 휘두르는 회초리 역할로 알맞은 어휘이다. 보통 사람들은 뺨을 맞게 되면 아픔보다는 자존심에 상처나 분노하기 쉽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병삼에게 뺨을 맞는 사람은 즉시 뉘우치는 마음으로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왜 뺨을 맞고 화를 내지 않고 뉘우치게 되는지는 우리 삶의 모습에서 지워진 이야기다. 독자도 중학교 때까지는 선생님들의 구타(폭력)를 무서워했다. 중학교 때 영어선생님이 생각난다. 그 분은 학생들에게 〈오늘의 단어〉라고 매일 아침 등교 시간 전에 칠판 한 귀퉁이에 적어 놓으셨다. 학생들은 모두 외워야 했다. 다음날 아침이나, 혹은 영어 수업 시간 전에 외우지 못한 학생들은 호되게 뺨을 맞았다.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80년대까지는 선생님들의 폭력은 '사랑의 회초리'라고 용인되는 시대였다.

뺨을 맞는 일을 무척이나 무서워했지만 반발하거나 안 맞으려고 도망 가는 학생은 없었다. 학습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뺨을 때리거나 심지어는 군대에서처럼 몽둥이로 엉덩이를 맞는 것은 다반사였다. 매맞는 학생이 그때는 '공부 못하는 학생'이었다. 공부 못해서 선생님이 매를 때리는 일이 선생님의 의무 사항이라고 할 정도로 선생님들의 구타는 일상적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뺨을 후려치면 잘못을 뉘우치고 순종하는 모습을 보이는 부분을 읽다보면 그때 생각이 난다. 독자도 몇 번 맞은 적이 있다. 꼭 감은 눈앞에 별이 반짝이는 느낌을 처음으로 알았던 때이다. 분노보다는 잘못했다는 생각이 학생들에게는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게 하려는 선생님의 '사랑의 매'로 인식되었다.

 


 

이 책의 사회적 배경은 2023년 대한민국 서울이 주 무대다. 오늘날 뺨을 때린다면 어쩌면 선생님은 더 이상 선생님으로 교단에 서지 못할지도 모른다. 좀 심한 경우 폭행죄로 다스려질지도 모른다. 사회가 변한 것이다. 어떤 것이 더 좋냐고 물어본다면 학생 입장에서는 당연히 선생님의 회초리는 '만행'이 될 것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병삼이 사회를 발전적으로 이끌려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가졌을까. 성인도 아니고, 신(神)은 더구나 아닌데도 말이다. 병삼은 어릴 적 가정 환경이 매우 불우했다. 어머니가 자신을 낳은 직후 사망했고, 아버지는 매일 술 마시고 아들 병삼에게 술 심부름 시키고, 폭행은 물론 폭언을 일삼는, 주인공 병삼으로서는 차라리 죽기를 바라는 아버지다. 그렇다고 병삼이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도 아니다. 불우한 환경으로 자라나면서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일하는 평범한 극빈층에 해당되는 신분일 따름이다.

그런데도 그가 뺨을 후려치면 맞은 사람은 왜 잘못을 뉘우치게 될까? 책에서는 그의 능력이 발휘되는 부분만 있지, 그가 어떻게 능력을 획득했는지는 알 수 없다. 저자가 일부러 능력 획득 과정을 빼먹었을 것은 아닐 텐데... 우리 사회 모습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이 소설이 왜 주인공의 능력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지 않을까. 독자로서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전작에 기대어 본다. 저자 전우진은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2020년) 당시 수상작은 『관통하는 마음』이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대사와 지문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듯 녹아 있는 구성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읽을수록 흡인력이 떨어지기는커녕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한국판 코니 윌리스’ ‘페이지 터너’라는 찬사와 함께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도 알려졌다. 당시 출판을 맡았던 출판사 측은 "50대 아줌마의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이렇게나 몰입할 만한 이야깃거리인가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독자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빠지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스토리가 지닌 힘을 보여주는 소설이다."라고 책을 소개했다.

 

 

그의 두 번째 이야기가 이 책 『후려치는 안녕』이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고, 대화나 연극의 지문에 해당하는 동작 설명, 배경에 대한 세세한 묘사는 생략했다. 스토리 중심의 작품이기에 일반 소설처럼 풀어 쓴다면 500페이지도 훨씬 넘을 것이다. 그래도 막힘 없이 술술 읽힌다면 소설 전개가 독자들의 막힌 마음을 풀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전우진이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장점들을 극대화해서 이 책 『후려치는 안녕』을 썼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사회를 향한 시선이 더 날카로워진 것처럼 독자의 눈에는 비친다. 사회 부조리와 부조리한 사회를 만들어낸 인간 군상에 대한 회초리로서 역할을 하는 작품이기에 독자들은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후려치다’란 말에는 정신이 들 정도로 세게 뺨 따위를 때리는 듯한 뉘앙스가 배어 있다. 따귀를 맞은 상대가 진실을 토해내는 능력을 지닌 한 남자를 주인공의 성격을 창조한 것으로 작품을 대할 수 있다. 교훈적이고 단순한 내용이라면 사실 이 소설이, 스토리가 우리에게 주는 카타르시스는 별로 크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를 구성 능력으로 대치시킨다.

주인공 병삼의 능력에 의해 개과천선한 또 한 명의 남자, 현재의 부와 권력을 안겨준 근본을 사실 그 누구보다 경멸하고 우습게 보는 남자를 등장시켜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사건 사고가 이어지게 한 것이다. 독자들은 읽을수록 인연인지 악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게 얽히고설킨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 인물들이 맞이하는 결말은 타인이나 보이지 않는 힘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결국 자신이 깨달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죄의 속성과 심판의 이유를 우리 내면에 배치시킴으로써 '신통한 능력' 역시 내면에서 생겨난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 특히 바로 내 옆에서 수다를 떠는 듯 입에 착 붙는 대사(인용부호 없이 단어 선택만으로 나열하다시피 전개해 나간다), 동네 편의점에서 볼 법한 리얼리티 넘치는 인물들이 현장감이 살려준다. 저자가 영화 시나리오를 써서인지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현장감이 넘친다.

 


 

주인공 병삼은 이 소설 무대에 어렸을 적 환경과 중간 성장 과정, 먹고 살기 위한 일에 대한 집착, 그러나 상류층이라고는 옆에 가보지도 못한 환경에서 걸직한 입담을 가진 극히 약하고 소외된 인간이지만, 이야기는 중년의 병삼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병삼은 친구 바울이 목사로 있는 작은 교회에서 셔틀버스 운전사로 일한다. 이렇다 할 꿈도 즐거움도, 옥신각신할 가족도 없이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인물이지만 사실 그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에게 따귀를 맞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속내를 줄줄 털어놓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거역할 수 없는 절대자 앞에 선 죄 많은 인간처럼. 돈이 되는 능력도 아니고, 난동을 부리는 주취자를 조용히 시킬 때 가끔 쓸 만하긴 하지만 어쨌든 초능력입네 떠들고 다닐 정도조차 못 되는 그저 그런 능력이다. 그러던 어느 날 병삼은 한 남녀의 다툼에 휘말리고, 보다 못해 여자의 따귀를 후려치고 만다. 밑도 끝도 없는 손찌검으로 모두가 경악한 와중에 여자는 느닷없이 자신의 과거를 참회하고 남자에게 사과한다.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한 상대 남자는 강남 대형교회의 담임목사 재일이다. 그는 병삼의 능력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깨닫고 그를 자신의 교회로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초능력이라 불릴 정도로 비범한 능력을 지녔지만, 당사자인 병삼과 그의 친구 바울은 유의미하게 사용할 방법을 모른다. 그 능력이 잔재주가 아닌 진짜 초능력, 돈이 되는 능력임을 알아본 사람은 누구보다 계산적이고 비범한 재일이다. 혈혈단신 병삼에게 믿음, 소망, 사랑 무엇 하나 없다고 판단한 재일은 그 능력을 손에 넣기 위해 한번 마셔보면 다시는 믹스커피로 돌아갈 수 없는 ‘파나마 게이샤 커피’로 병삼을 유혹한다. 또 곁에 붙잡아 두기 위해 그가 돌아갈 곳을 짓밟아 버린다. 그러나 재일에게는 없지만 병삼에게는 있는 것, 평생 재일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어떤 것 때문에 완벽했던 계획은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속도감 있는 전개로 단 한 순간도 눈을 돌릴 수 없는 페이지터너로서의 『후려치는 안녕』은 읽는 즐거움만큼이나 읽은 후 여운이 강하다.

 


 

이 소설은 중요 등장인물이 그리 많지 않다. 주인공 손병삼은 한마음 교회 운전사이다. 잘못한 사람의 뺨을 후려쳐서,

후회하고 뉘우치게 하는 기묘한 능력의 소유자다. 한마음 교회 목사, 바울은 그의 친구이다. 피트니스 트레이너 '서보라'는 '트리메탈아민뇨증' 환자이기도 하다. 트리메탈아민뇨증은 생선 냄새 증후군이라는 유전적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이 질환은 소변, 땀 및 입에서 악취가 발생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희귀난치성 질환이라 아직 근본적인 치료약은 없는 병으로 알려졌다. 또 신사동 재일교회 담임목사 전재일은 병삼을 이용가치가 많은 사람임을 알고 그를 곁에 두기 위해 그의 거주지마저 없애버릴 정도로 집착이 강하다. 중부경찰서 방 소장, 교회 인물 한 장로, 우 권사 등이 나온다.

이 작품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부의 구별은 소설을 끌어가는 주체가 달리해 나뉘었다. 1부는 병삼, 2부는 바울의 관점에서 소설이 전개된다. 1부에 10개의 장(章)이 있고 2부에 12개의 장이 있어 모두 22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특이한 점은 마지막 장을 제외하고 21개 모든 장의 제목이 두 글자로 돼 있다. 저자의 의도에 대해선 알 수 없다. 소설을 즐기는 독자라면 놓쳐서는 안 될 책이다.

 

할 만하니까 한 것이구나. 해도 되니까 한 거였어. 그래. 아버지가 아무 생각도 없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은 거잖아. 내가 왜 혜주 누나네 집 앞에서 뛰어내렸는지 묻지도 않으시는 것 보니까. 어머니도 자초지종을 아시는 것 같은데 가출도 안 하시고 이혼도 안 하시네. 하긴 어머니는 원래 그런 성격이니까. 그러니까 아버지랑 결혼도 한 거겠지.(p.304)

 

저자 : 전우진

 

시나리오를 쓰고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쓴 첫 장편소설 『관통하는 마음』으로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하였다. 동화 『예언의 고야』로 제29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며 동화작가로도 영역을 확장하였다. 『관통하는 마음』, 『후려치는 안녕』에 이어 초능력을 지녔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그린 3부작의 마지막 권을 집필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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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8가지 법칙 - 너와 나, 우리를 사랑하는 이유
제이 셰티 지음, 이지연 옮김 / 다산초당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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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매일 조금씩 완성해 가는 행복이다.” 곁에 오래도록 머물며 내 삶을 성장시켜 줄 단단하고 성숙한 사랑을 만들어가는 법을 5,000년의 지혜 〈베다〉와 함께 영혼의 스승 제이 셰티가 우리에게 내민 처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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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8가지 법칙 - 너와 나, 우리를 사랑하는 이유
제이 셰티 지음, 이지연 옮김 / 다산초당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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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인류와 함께하면서 생존과 번영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까지의 번영은 물론 생존마저 가능했을지 의심해야 할 정도로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감정, 또는 '그 무엇'으로 존재해 왔다. 그러나 사랑은 감정이라고 단언하기에도 선뜻 내키지 않는 점도 있다. 유사 이래 인류는 '사랑'에 대해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문자가 발명된 이후 기록된 것만 따져도 학문적으로 정의를 내리지도, 예술적으로 표현하기도 어렵다는 사실만 남겼을 뿐 실체에 접근하지 못한 채 결국 종교의 몫으로 넘어갔다. 예수 탄생 이후 '사랑'은 인류 문명의 핵심 키워드의 자리잡았다. 서양 문명의 근원이고 시발점이라는 그리스(아테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수많은 학자들이 사랑의 정의 대신 종류로 분류해 남겼다. 서양 문명뿐 아니다. 동양에서도 중국, 인도 문명은 사랑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렸지만 완전한 '사랑'에 대한 이해로는 판단되지 않는다.

결국 인류는 수십만 년 동안 살아오면서 사랑에 대해 말한 것은 많지만 모두가 납득할 만한, 구체적 정의는 내리지 못했다. 이 책 『사랑의 8가지 법칙』은 인도의 수천 년 전 경전인 〈베다〉의 가르침을 빌어 '사랑'의 법칙을 8가지로 분류해 설명한다. ‘사랑’이 예나 지금이나 인류의 최고 관심사인데도 우리는 그 방법마저 제대로 터득하지 못했다. 끌리는 이성에 대해 어떻게 사랑을 말할지, 어떻게 해줄지도 모른 채 사랑에 뛰어드는 격이다. 저자 제이 세티는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하며 이 책을 시작한다. 저자는 「사랑은 매일 조금씩 완성해 가는 행복이다」란 제목의 〈들어가는 글〉을 통해 "꽃을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를 설명한다.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모두가 사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와중에도 사랑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어떻게 오랫동안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관계를 맺는지를 모른다. 그냥 적당히 상황에 맞춰서 임기응변 식으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랑의 실체에 접근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사랑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상처 주지 않고 수많은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며 함께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가 이 책에 고스란히 적혀 있다.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전작 『수도자처럼 생각하기』로 전 세계에 ‘수도자 열풍’을 몰고 왔던 제이 셰티가 쓴 책이 『사랑의 8가지 법칙』이다. 출간되자마자 바로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다고 알려진 책이다. 이 책은 우리 삶에서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는, 누구나 꿈꾸고 갈망하지만 수없이 실패하는 바로 그 ‘사랑’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사랑의 기술'들을 알려준다. 세상 만물에 사랑을 나누는 수도자의 통찰력으로 빚어낸 다양한 관계 지침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고대 경전 『베다』의 지혜에 자신이 상담한 수많은 이들에게서 효과를 본 방법, 직접 사랑을 하며 얻은 깨달음을 더해 정리한 ‘사랑의 법칙’ 8가지를 따르기를 주문한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에게 사랑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매일 사랑이 주는 행복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우리는 대부분 누군가를 만나 사랑한다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고, 오히려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를 사는 지구상 인류는 '사랑'을 인간이면 당연하게 가져야 하는 생물학적 특성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실제 '사랑'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파악해 보려는 뇌과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의 노력은 과학 기술이 더해져 인공지능(AI) 탑재 로봇이 인간보다 우수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물론 먼 미래 이야기이다.

우리가 직접 경험하거나 경험할 사랑만큼 삶에 큰 기쁨을 주는 것은 없다. 그러나 로봇이 감정을, 기쁨을 느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선 인간의 상상력일 뿐이지만, 상상력이 현실로 실현되어도, 되지 않아도 문제일 것이다. 지구상에서 오늘을 사는 사람은 해당되지 않은 일이다. 오늘도 우리는 사랑을 꿈꾼다. 곁에서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 줄 누군가를 원한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 오랫동안 사랑을 키워나가고 싶다. 사랑에 상처받아 다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지금 지구상에서 사는 우리들의 사랑을 위해 쓰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개인의 성향과 기호를 파악하는 법부터 상대방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대화하는 법,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점검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크리스트까지 다양한 도구들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찾고, 지키고, 성장시키는 법을 설명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고대 인도의 경전 〈베다〉*의 지혜가 현대 과학과 접점을 발견하고 이를 풀어 이 책을 쓴다고 밝힌다.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이 〈베다〉의 지침뿐만 아니라 현대와 고대, 양쪽 모두에 근거를 둔다고 말한다. 또 앞으로 〈베다〉의 메시지들을 그동안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목적에 사용될 것이란 귀띔도 한다. 저자의 연구 과제일 것으로 이해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랑에 대한 조언들은 보통 '나에게 딱 맞는 사람'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머물러 있다. 왜냐하면 많은 이가 자신에게 완벽한 사람, 소울메이트, 운명의 그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데이팅 앱들도 이런 생각을 부추긴다. 물론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일이 정말로 일어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책에는 "완벽한 사람이나 완벽한 관계를 찾아낸 다음 나머지는 운명에 맡기자"라는 말은 없다. 대신 사랑으로 가는 긴 여정에서 마주칠 여러 어려움과 불완전함을 수월히 감당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베다(Veda)란 ‘안다’라는 고대 산스크리트어 비드(vid-)에서 파생한 말이다. '지식' 또는 '지혜'를 뜻하며, 넓은 의미로는 '기록될 가치가 있는 지식 전체'를, 좁은 의미로는 '성스러운 지식이나 종교적 지식'을 뜻한다. 고대 인도의 종교 및 사상과 관련된 노래·시·기도문·공물 제의 방식·주문 등 방대한 지식을 담고 있으며 분량이 성경의 6배에 달한다. 4베다는 내용에 따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뉘는데 삼히타(Samhita), 브라마나(Brahmana), 아라냐카(Aranyaka), 우파니샤드(Upanishad)가 대표적인 베다 분류법이다. 만트라(Mantra)로도 불리는 삼히타는 찬가와 기도문을 담고 있는 본집이자 진언이다. 브라마나는 삼히타에 수록된 문헌으로 기도, 주문, 공물을 바칠 때의 법식을 담은 비디(vidihi)와 그에 대한 교육적인 내용, 즉 제례의 유래와 의의를 담은 아르타 바다(artha-vada)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라냐카는 마을에서 떨어져 숲에서 따로 수련하는 은자들을 위해 작성된 것으로, 아라냐(aranya)는 그 자체가 숲을 의미하는 말이다. 우파니샤드는 우주의 원리에 대한 심오한 사상과 베다 해석 방식을 담은 것으로 철학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며 베다의 궁극이란 뜻의 베단타(Vedanta)로 불린다.(두산백과, 독자 주)

 


 

저자는 '베다'는 삶의 네 가지 단계를 가르친다고 한다. 이 네 단계를 사랑에 적용해 이 글을 쓴다고 밝힌다. 각 단계는 사랑의 법칙들을 공부하는 교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저자는 책에 이렇게 쓰고 있다. "〈베다〉는 사랑을 천상의 것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일련의 단계이자 경험으로 묘사한다. 그래서 순서가 명확하다. 한 단계에서 교훈을 다 배우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교훈을 배우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어느 단계를 완수하지 못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면 필요한 교훈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삶은 우리를 그렇게 뒤로 물려놓을 것이다. 그 네 개의 교실이란 "「브라마차리아 아슈람」, 「그리하스타 아수람」, 「바나프라스타 아슈람」, 「산야사 아슈람」이다."(p.14~15)

연인이나 부부 관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하는 고민들이 있다. 한쪽이 ‘을’이 되어 상대방의 기준이나 가치관에 전부 맞추게 된다든가, 소위 ‘똥차’만 골라 만나 괴로운 연애를 하게 된다는 고민들이다. 대부분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인정하고 배려하는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경우다. 항상 더 나은 관계를 바라는데 왜 이런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는 걸까? 저자 제이 세티는 답한다. ‘나’를 잘 알지 못한 채로 사랑하는 게 원인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나? 과거의 경험들은 지금 나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스스로 이런 질문들을 해보지 않은 채로 순간의 끌림을 따라 무작정 사람을 만나고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 때문에 나에게 상처를 줄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나와 내 삶에 정말로 도움이 될 사랑을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문제를 깨닫지 않으면 사랑의 상처는 계속해서 덧나기만 할 뿐 아물지 않는다고 경계한다.

이런 이들을 위해 〈제1부 고독 - 나를 이해하며 사랑을 준비한다〉에서는 혼자서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법을 알려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수록 발전적인 관계를 맺을 사람을 더 잘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치관을 알아보고,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법을 배우며, 과거에 부모, 미디어, 그리고 첫사랑 등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돌아보며 내 안에서 사랑이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었는지 살펴본다. 특히 과거의 경험에서 어떤 선물 같은 사랑을 받았고, 어떤 마음의 빈자리가 생겼는지 알아봄으로써 앞으로 어떻게 사랑을 해나가야 할지 스스로 점검해 볼 수 있다.

 


 

우리는 때로 외로움에 휘둘려 성급하게 사람을 만나곤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채로 말이다. 그래서 다른 관계를 맺으면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 책에서 ‘혼자 있어도 괜찮은 법’과 ‘혼자서 나 자신을 충분히 알아보는 법’을 이 책에서 설명해 준다. 독자들이 원하던 사랑을 만나는 길로 안내한다.

이 책의 〈제2부 공존 - 너를 이해하며 사랑을 실천한다〉, 〈제3부 치유 - 부딪치고 보듬으며 사랑을 지킨다〉에서는 본격적으로 서로를 성장시키며 오래 지속되는 사랑을 만들어가는 법을 소개한다. 지금껏 상대방과 다르게 표현해 왔던 사랑의 의미를 공유하고, 실제 사랑이 어떤 단계로 발전하는지 알아보며 배우자(파트너)가 서로에게 스승과 제자로서 어떻게 좋은 영향을 주어야 하는지 배운다. 또한 상대방에게 의존하지 않고 나만의 목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법을 살펴본다. 누군가를 만나면 그의 삶에 자신의 삶을 맞춰가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내 인생은 나의 것이지, 상대방의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만약 상대방의 삶과 목적에 휘둘리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내용들이다.

갈등도 관계의 한 요소다. 상대방과 잘 싸우고, 잘 헤어지는 방법을 알아야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지혜롭게 풀어갈 때 관계는 더욱 견고해진다. 물론 이런 노력을 했음에도 회복되지 않는 관계도 있다. 이별 또한 사랑의 과정이다. 어떻게 잘 이별하는지, 또 어떻게 이별 뒤에도 무너지지 않고 내 삶을 꾸려갈 수 있는지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꽃을 오래 보기 위해서 매일 물을 주고 돌보듯 사랑은 노력하고 연습해야만 한다." 이 책은 살면서 맞닥뜨리는 갈등을 현명하게 극복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성숙한 사랑’으로 향하는 여정에 필요한 구체적인 실천 도구들을 갖게 해준다. 독자들의 삶에 오랫동안 활짝 피어 있을 꽃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우리들이 하는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사랑이 단 둘만의 관계에 국한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사랑은 무한으로 확장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연인, 배우자, 가족 그리고 내 주변을 넘어서 이 세상 전체를 사랑하게 될 때 삶은 비로소 충만해진다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하나, 사실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타인을 사랑한다는 건 곧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고, 타인에게 봉사하는 일 또한 나에게 봉사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제4부 - 내 곁의 모두를 아끼며 사랑을 완성한다〉에서 내 안에 존재하는 사랑을 나눠주는 법을 배운다면 바로 그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부에서는 연인이나 배우자를 넘어서 더 넓은 인간관계의 여러 측면과 문제를 다루는 지혜를 준다.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나 가족 등 가까워서 더 힘든 사람, 매일 보는 직장 동료, 지역 단체 등의 공동체, 스치듯 지나가는 낯선 이, 깊게 공감하는 대의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지구까지 점점 더 넓은 범위로 사랑을 확장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를 따라 사랑을 키워나갈 때,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만족과 풍요가 삶에 깃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 : 제이 셰티(JAY SHETTY)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첫 저서 『수도자처럼 생각하기』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아시안 미디어 어워드(Asian Media Awards), 스트리미 어워드(Streamy Awards) 등에서 수상한 탁월한 스토리텔러이기도 하다. 의사나 변호사가 되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엘리트 집안에서 나고 자랐으나 돌연 모든 것을 버리고 인도에서 수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3년 뒤 사람들에게 경험과 지혜를 나누라는 스승의 조언을 따라 런던으로 돌아와 2019년 세계 최고의 행복 및 건강 분야 팟캐스트 ‘온 퍼포스(On Purpose)’를 운영하며 사람들이 스스로 마음을 훈련해 평화와 목적을 되찾도록 돕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그는 ‘소셜 미디어로 지혜를 전하세요(Making Wisdom Go Viral)’라는 영상 시리즈로 100억 뷰를 기록, 5000만 명의 열렬한 팬을 보유하게 되었다. 기조 연설자로도 활동하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정부 기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현재 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그의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수천 명의 회원들이 행복과 건강 증진 프로그램인 ‘지니어스 코칭 커뮤니티(Genius Coaching Community)’에 참여한다. 아내와 유기농 기능성 차 브랜드 ‘조이오 JOYO’를 공동 설립, 최고 목적 책임자(Chief Purpose Officer)로서 일하고 있다.

홈페이지 jayshetty.me

유튜브 youtube.com/@jayshetty

 

역자 : 이지연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 후 삼성전자 기획팀, 마케팅팀에서 일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시작의 기술』, 『인간 본성의 법칙』, 『위험한 과학책』, 『볼드』, 『제로 투 원』, 『빅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기하급수 시대가 온다』, 『빈곤을 착취하다』, 『룬샷』, 『만들어진 진실』,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인문학 이펙트』, 『토킹 투 크레이지』, 『행복의 신화』, 『평온』, 『매달리지 않는 삶의 즐거움』, 『다크 사이드』, 『포제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아웃퍼포머』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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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역의 맛있는 우리말 200
박재역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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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language, 言語)란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거나 전달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음성·문자·몸짓 등의 수단 또는 그 사회관습적 체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언어는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여 주는 특징의 하나이다. 지구상 모든 인류는 언어를 가지지 않은 경우가 없고, 아무리 고등한 유인원일지라도 인류와 같은 언어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침팬지의 새끼를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같은 환경에서 길러 보았으나 인간과는 달리 침팬지는 언어를 습득할 수 없었다 한다. 이에 따라 인간은 다른 동물이 가지고 있지 않은 언어습득의 선천적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비교적 기능이 발달하지 않은 유아기에, 그리고 비교적 짧은 시일 내에, 정식 언어교육도 없이, 또한 지능의 차이에도 관계 없이 언어를 습득하는 보편적 사실로 보아 선천적인 언어능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 많은 언어학자·동물학자·심리학자들이 과연 인간만이 언어를 가진 것인가, 동물도 교육에 의하여 언어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 아래 동물언어 실험을 실시한 적도 있었다. 이 실험에서 반복적인 집중학습에 의해 몇몇 단어, 많이는 400여 단어를 습득했으며, 이를 구사하여 간단한 문장(sentence)을 사용할 수도 있게 되었으나, 정밀히 재조사한 결과 이러한 문장의 사용은 단지 자극에 대한 반응 그리고 보상에 의한 재강화 또는 단순한 모방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무리 고등한 동물이라도 인간과 같은 언어는 가질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언어는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것이라 단정할 수 있게 됐다.(두산백과)

인간은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물건의 이름, 물건의 상태나 이동,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정도로 언어는 발달하게 된다. 모두 다른 표현을 써서 전달할 수 있었으니 이는 지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진화'를 거듭해온 언어는 필요에 따라 어휘가 늘어나는 만큼 헷갈리기 쉬운 표현들도 많다.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쓰고 있던 말이 틀린 경우도 있다. 어느 언어나 그러하듯 가장 과학적으로 제작되었다는 우리말 한글에도 이런 현상은 나타난다. ‘유감과 사과는 같은 의미일까?’, ‘쭈꾸미샤브샤브인가, 주꾸미샤부샤부인가?’, ‘본보기와 타산지석의 차이점은?’ 이 책 『박재역의 맛있는 우리말 200』은 이 같은 궁금증을 풀어줄 것이다.

 


 

언어의 세 가지 수단 중 몸짓이 가장 먼저이고, 음성, 문자의 순으로 발전한 것으로 판단한다. 당연한 수순이다.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몸짓을 사용하다, 생각한 것을 발성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말로 의사 소통을 하게 되었으며, 결국 시공을 초월해 전달하는 문자로 발전시켜 왔다는 것은 굳이 연구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이다. 지구상 인간의 수가 늘어나면서 소통은 더 많이 필요해졌으며, 문명의 발달과 함께 전달할 내용도 훨씬 많아졌을 것이다. 이에 물건에 붙이는 이름뿐만 아니라 같은 동작도 다르게 표현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해의 밝기만 하더라도 시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에 다르게 표현해야 할 필요성도 있었을 터, 인간은 언어를 이용해 이를 구별해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언어는 다양해진다.

이 책은 표제어 중에 ‘맛있는 우리말’이라는 문구에 따라 달콤한 맛, 얼큰한 맛, 새콤한 맛, 쌉쌀한 맛, 칼칼한 맛, 매콤한 맛, 씁쓸한 맛까지 모두 8장(章)으로 나뉘어졌다. 얼핏 음식 이야기로 헛갈릴 수 있으나 저자 박재열의 뜻은 이 책으로 매일 우리말과 글을 정확하게 사용하도록 음식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말에 담긴 말맛을 망라해 정리한 것이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헷갈리는 표현, 동음이의어, 띄어쓰기의 함정, 사자성어, 꼭 알아야 할 맞춤법 등 다양한 우리말을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담았고, 한 페이지에 약 500자 내외의 글로 담아 어느 쪽을 펼쳐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어문교열 기자로서 ‘교열’이라는 일을 천직으로 삼고 살아온 분이라고 한다. 이 책도 그동안 경험한 다채로운 우리말이 잘못 쓰이거나 오류를 지닌 채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경우 안타까움과 직업적 사명감이 겹치며 집필하게 된 이유다. 누구나 읽기 쉽게 정리했다. 일상의 언어를 주제 삼아 어법을 넘나드는 이 책을 통해 "마음을 담아 열심히 쓴 글이라 해도 기본 어법에 맞지 않다면 결코 잘 쓴 글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글에도 품격인 ‘문격(文格)’이 있다"며 우리말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한글 어법의 길잡이가 되어기를 기대한다.

 


 

저자는 「두서없이 떠난 우리말 산책」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앞서 언급한 '문격'에 대해 자신의 뜻을 덧댄다. "누구에게나 마음이 있다. 생각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글 또한 누구나 쓸 수 있다"고 전제한다. 더불어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글이지만 누구나 다 잘 쓸 수는 없는 게 또한 글이다. 잘 쓴 글은 읽는 이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다. 그래서 글은 마음으로 쓴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마음으로 써서 감동을 주는 글이라 해도 기본 어법에 따라 쓴 글이 아니라면 결코 잘 쓴 글이라고 박수를 보낼 수는 없다. 글에도 품격인 '문격'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아하!', '그렇구나!', '이거였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글들이 많다. 자신이 잘못 알고 썼던 글이나 말을 바로잡는 기회가 되었을 때다. 또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이 바뀌었기에 그런 감탄사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어휘를 발견할 수도 있다. 가끔은 어원이나 역사적 사실, 혹은 신화가 인용될 때도 있다. 모두 말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감탄에 그칠 뿐 아니라 올바른 글과 말을 사용하기에 더욱 노력을 해야 할 기회라고 생각할 때다.

1장 첫머리는 '가물'과 '가뭄'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아는 단어이고 비가 오지 않아 밭작물이 타들어가는 것을 가뭄이라고 한다. 저자는 '가물다'의 '가'와 '물'은 모두 '해(태양)'의 뜻을 지녔다는 것이 서정범의 어원 분석이다고 적었다. 여기서 서정범은 이젠 고인이 되신 경희대학교 교수를 지낸 국어학자다. 그 분의 어원분석에 따랐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여기서 생소한 단어가 튀어나온다. '가묾'이다. '가물'과 '가뭄'은 두 가지가 복수표준어로 쓰인다. 그런데 '가묾'은? 명사가 아니라 명사형으로 쓰일 때 사용한다. 예를 들면 "올해는 날이 많이 가묾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라는 문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가묾은 표준어이다. 저자는 비슷한 예를 추가한다. '웃음'의 기본형 '웃다'의 어근 '웃~'이 접미사 '~음'과 결합하면 "그는 웃음으로써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처럼 명사형으로 쓰인다.

 

 

개인적으로 독자가 꽤 재밌게 읽었던 부분도 있다. '및' '대'. '겸', '내지'의 사용에 대해서다. 이에 따르면 너무도 못생긴 한 여자가 세상 모든 남자에게 따돌림을 당하자 이를 비관해 자살을 결심한다. 그 여자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빌었던 소원은 "세상 모든 남자와 키스하고 싶다."였다. 그 여자가 묻힌 자리에서 풀이 한 포기 돋았는데 그게 바로 '담배'였다고 한다. 멕시코 원주민의 전설로 소개되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로 끌어올린 독자의 관심은 과거 우리나라 군대 이야기로 이어진다. 군인들에게 공급했던 필터 없는 '화랑' 담배를 전차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다. 그 옛날 앞뒤 없이 다니던 전차에 빗대 표현한 것이라 생각했다. 저자의 기억과는 다르게 독자는 '화랑' 담배를 '양담배'로 칭했다는 것이다. 필터가 없기에 양쪽 어느 쪽을 입에 물어도 마찬가지여서 '양담배'란 이름이 붙었다고 들었던 기억이다. 당시에는 양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많은 벌금을 물리던 시절이었으니 '양담배'란 담배에 대한 느낌이 묘한 여운을 준다.

저자에게는 앞뒤 어디에도 붙은 것이 없는 형태소 몇 가지를 소개하기 위해서란다. 그 몇 가지가 '및' '대'. '겸', '내지'이다. 이 네 가지는 앞뒤에 붙여 쓰이는 다른 형태소가 없다는 것이다. '수입 및 수출', '한국 팀 대 미국 팀', '이사장 겸 총장', '등록금 내지 생활비'처럼 네 가지 모두 앞뒤로 띄어 쓴다. 여기서 '및'과 '내지'는 부사이고, '대'와 '겸은' 의존명사이다. 또 내지는 '17세 내지 19세는 하이틴'처럼 구간을 나타낼 때도 쓰인다. 독자가 한마디만 덧붙인다면 '및'은 한글이고, '대(對)'와 '겸(兼)' '내지(乃至)'는 한자어이다. 우리가 장기에서 자주 쓰이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이 '양수겹장'으로 잘못 쓰이는 예를 본 적이 있다.

 


 

사람들마다 우리말 이해가 다르고, 지식이나 생활 환경이 다른 만큼 어떤 말에는 남이 모른 것도 알고 있지만 어떤 말은 남들이 알고 있는데 자신만 잘 몰랐던 말이 있을 것이다. 독자의 경우 '톺다'란 단어다. 책에 따르면 김쌈에서 쓰이는 '톱'은 삼을 삼기 전에 물에 불린 삼(대마)을 펼쳐 놓고 겉껍질을 벗겨 내고 부드럽게 하는 데 쓰이는 도구를 가리킨다. '미음(ㅁ)' 자처럼 생겼는데 위족은 손잡이로 좀 길고 칼날은 아래쪽에 있어 손잡이로 잡고 비스듬히 반복해 훑어 밀면 삼 겉껍질이 벗겨지고 끝이 부드러워진다. 이 동작을 '톺다'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톺다'처럼 점점 사라져 가는 귀한 우리말이 참 많다고 밝힌다. 이 책에서만 5~6개의 사라져 가는 어휘의 용례를 보이고 풀어낸다. 옷이 기름에 '겯다'. 불이 너무 '괄다'. 잡초만 수북이 '깃다'. 나무가 곧지 못하고 '뒤다'. 이엉으로 지붕을 '이다'. 오래 둔 채소가 '솔다'. 무더위가 한풀 '숙다'. 뉘가 많은 쌀을 '쓿다'. 우리말은 정말 다채롭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생각도 든다. 한글의 숙명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태어난 말과 글인데 제대로 쓰이지도 못하고 사라져 이젠 우리말에서 없어졌으니 말이다. 언어는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되어 없어진다. 더 쉽게 표현하면 죽는 것이다. 생명체이기에 그렇다. 자주 쓰이면 그 말은 수명이 계속되며 늘어나지만, 쓰임새가 없으면 결국 사장된다. 우리말과 글에는 그런 것들이 많다고 한다. 한글을 발명하고서도 제대로 쓰이지 않은 한글의 태생부터 힘들었다. 발명 이후 정부의 공식 문서에서 한글은 철저히 배제됐다. 관료들은 모두 한자를 빌어다 나라의 문자로 쓰고, 한글을 철저히 무시했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도 어찌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에는 한자를 못 배운 여성, 일반 상민, 천민 등에게만 전해져 내려왔다. 무려 500년 동안 그랬다. 그러니 제대로 기록될 리 없고 기록되지 못하는 말은 결국 사라진다. 특히 신분제도가 사라지면서 상민, 천민 등도 성씨를 갖고 벼슬도 사던 시절부터 그나마 유지되던 한글은 상당수 자취를 감춘 것으로 추정된다. 한글을 사용하면 벼슬이 높아도 돈으로 산 것임을 금세 눈치채니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말 큰사전에 등재된 어휘 중 70% 가량이 한자어라고 한다.

 


 

이 책에는 200개의 어휘를 선정해 살펴보고 있지만 관련어나 비슷한 사례 등에 합친 것과 합치면 모두 1,000여개의 어휘가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표제어에 드러나듯이 '우리말'은 200개 정도이다. 물론 제목에 쓰이는 숫자를 말할 것이다. 그러나 본문에서 제기된 표제어만 보더라도 순우리말은 조사, 형용사, 동사, 접미사 등이 대다수이며 명사나 표기가 한자어인 것이 대부분이다. 안타깝고 아쉽다. 저자가 〈에필로그〉에 쓴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말과 관련한 책을 세 번째 낼 때까지 단 한 번도 개운하다거나 보람을 느낀다거나 뿌듯하다는 감정은 온데간데없고 뭔가 잃어버린 듯한 아쉬움만 마음 한편에 덩그러니 남아 있다."(p.236)

독자는 우리말에 있는 한자어도 문제이지만 앞으로는 우리말에 표준어로 등재될 영어가 적잖은 걱정거리로 생각한다. 한자를 직접 쓰지 않게 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이미 지난간 일이기에 치열한 연구와 우리말 발굴 작업으로 되살려내기를 바랄 뿐이지만 외래어 남용은 앞으로 닥쳐올 '재앙'일지 몰라 당혹스럽기만 하다. 사실 우리가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미군에 의해 해방을 맞이했고,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우리 측(대한민국)과 함께한 이후 미국 문화를 우리가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 일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외국어를 공부하고 잘하는 것에는 거리낌이 있을 리 없다. 지금은 우리말보다 영어가 주인 행세를 할 지경이다. 영어를 못해서는 변변한 직장엔 엄두도 못 내게 됐으니 말이다. 우리말 우리글은 말과 글로만 사랑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저자 : 박재역

 

중학교 교사를 접고 동아일보 교열기자로 입사했다. 동아일보에서 정년퇴직 후 중국해양대학교 한국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중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현재는 한국어문교열연구원을 운영하면서 문서 교열과 등록민간자격 ‘어문교열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경고유명사사전』(2008, 생명의말씀사), 『교열기자의 오답노트』(2017, 글로벌콘텐츠), 『다 쓴 글도 다시 보자』(2021, 글로벌콘텐츠)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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