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 편협 - 우리는 필연적인 편협을 깨야 한다
라뮤나 지음 / 나비소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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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필연적 편협』의 표제어 중 '편협'이란 단어는 우리 일상에서 잘 쓰지는 않는다. 한자어로 '偏狹' 또는 '?狹'이란 우리말 독음이다. 여기서 '偏(?)'란 글자는 '치우치다' 혹은 '좁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狹(협-좁다)'과 합쳐 '편협'의 사전적 뜻은 ① 한쪽으로 치우쳐 도량이 좁고 너그럽지 못함. ② 땅 따위가 좁음이다. 편협이란 단어를 구어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대신 '편견(偏見)'이나 '편향적(偏向的)'이란 단어가 많이 쓰인다. 아마 발음상 편협이 편견이나 편향보다 더 어렵기 때문에 자연스레 편협이 덜 쓰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 라뮤나가 표제어에서 '편협'이란 어휘를 사용한 것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편협'을 쓰는 것이 가장 적절했기 때문이리라. 이를 유추할 수 있는 이유는 부제 「우리는 필연적인 편협을 깨야 한다」 때문이다. '편견'이나 '편향적'이란 말을 쓰는 것보다 주제어로 더 포괄적이고 사람이나 땅,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어서인 것으로 보인다.

저자 라뮤나는 이 책에서 우리가 극복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의 주제어로 '필연적 편협'을 내세웠다. 우리가 '세상을 다르게 혹은 폭 넓게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저자는 전제하는 말로 "인간은 필연의 연속 속에서 편협해지기 때문에, 세상을 알 수 있는 한계 내에서만 이해하고 보게 된다"고 썼다.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말을 책 표제어로 내세우면 사실 오히려 독자들의 관심을 끌 때가 많다. 아마 궁금증을 자극하기 때문일 듯싶다. 이 말을 전제로 표제어에 대입해보면, 편견이나 편향이란 말보다 훨씬 적절한 단어가 '편협'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책의 〈프롤로그〉에서 "우리는 정보와 소통의 확장에 대한 인식이 높은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다양한 네트워크는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세상이 글로벌화 되고 우리의 삶의 모습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전제한다. 이 디지털 시대에 중요한 것은 '트렌트'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트렌드를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마케팅과 광고가 아닐까?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필요한 것과 관심사를 무엇보다 빠르게 파악하여 이를 반영하는 광고를 만든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디지털 마케팅 역시 현대 사회의 트렌트를 파악하는 데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케팅과 광고의 변화 및 방향성을 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광고는 짧은 시간 안에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빠른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소비자들의 행동양식과 관심사를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 또 소비자들은 감성과 가치관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기법과 같은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소비자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광고 시스템의 변화다. 가장 널리 알려지고, 폭발적 사용자들의 증가를 불러온 유튜브는 '개인 맞춤형' 광고가 제공되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알고리즘 때문에 시청자들은 광고 시청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유료 멤버십으로 인해 광고를 시청하는 시간마저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광고는 더욱 자극적이고 주목받을 만한 소재를 이용하여 제작될 수밖에 없다. 저자가 장황한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설명하는 것은 '트렌드' 파악에 가장 민감하다는 광고가 정작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하게 제공되지 않고, 본래 목적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과거의 광고는 작품성과 독창성을 강조하며 시청자들에게 생각하는 시간을 주고 무언가를 상기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뇌가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고 효율성만을 중시하도록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 뇌는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고립되었으며 점점 쇠퇴하고 있다는 것. 저자의 주장이 의학자 등 뇌과학자들이 공감하는 내용인지는 독자로서 알 수 없다. 저자의 말은 계속된다. 따라들어가 본다. 이런 현상이 광고에만 적용될까? 우리 뇌가 점점 효율성을 추구하고 생각하는 데 에너지를 소비하기 싫어지는 경향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필연적 편협'을 깨뜨려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낱말 풀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이다. 인간의 뇌가 폭넓은 시각이나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좁은 범위에서 사고하거나 결정하도록 변화된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문제와 난관, 역경 등을 해결하고 창의성을 개발할 수 있는 힘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필연적으로 편협하게 되면 다양성이 무시되거나 오해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가장 밑바탕이 되는 것은 '나를 아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본연의 나를 깨달으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욱 수월할 것이며 설령 그 앞이 잘못되었다고 한들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필연적 편협을 깨뜨리는 방법은 '나를 아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재테크에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된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재테크의 기본인 '절약'이 근본이다. 자신의 본(本)을 깨닫고 나를 소중히 여긴다면 소비가 줄어든다는 말이다. 즉 자신감과 자존심을 키우면 소비는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어느 분야든 적용되는 기본 원리로 내세우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 행운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결과에 대한 필연의 연속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는 우연을 바라면 안 되며 결과에는 원인이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스를 수 없는 3가지의 우연은 '본인의 본질 찾기'의 시작점이 된다. 저자는 책의 본론에 들어가기 전 시작점이 되는 본인의 본질 찾기의 세 가지 행운을 제시한다. 첫 번째 행운은 내가 태어난 환경이다. 태어난 환경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가장 큰 틀이다. 따라서 내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고 어떤 영향을 받아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은 '나의 본질' 찾기의 첫 번째 발걸음이다.

 


 

세상을 바라보며 태어난 환경 속에서 나의 장점을 찾아 강화하라는 의미다. 본인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지 말고 우주 속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인간임을 깨달아 무엇이든 하면서 태어난 환경에서 장점과 반면교사 삼을 만한 것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두 번째 행운은 시대적 배경이다. 내가 어떤 시대에 살았는지 어떤 시대를 경험하는지를 인식하며 살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만약 마이클 잭슨이 흑인이 아닌 노예로 살았던 시대에 태어났다면, 자신만의 예술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반대로 흑인과 백인이 평등했던 시대에 태어났다면 자신만의 예술을 분출할 수 있었을까? 시대적 배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에 따라 내가 어떤 시대에 태어났는지,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지를 이해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관점을 통한 인문학적 공부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 번째 행운은 주변의 영향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행운이 우연이라고 한다면 세 번째 행운은 필연으로 어느 정도 우리의 노력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행운을 얻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가 불행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세 번째 행운에 주목하고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저자는 요청한다.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 행운을 놓치고, 두 번째 행운을 당연시 여기며 세 번째 행운을 깨닫기까지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저자는 "세 번째 행운은 우연 속에 탄생하지만 필연 속에서 성장한다. 주변을 한 번 봐라. 그게 곧 나다. 그리고 환경을 바꿔라. 그러면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이 책은 이로써 자기계발을 위한 책으로서 기능하게 된다. 다만 새로운 이야기가 꽤 있어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지 않았거나, 아직 읽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한 번에 무슨 이야기인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책은 다행히 분량이 다소 적은 편이다. 그렇다고 다루는 내용이 '나'에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동서고금 시공간을 초월해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인문학, 철학, 일상적인 것, 역사학, 전쟁, 산업혁명, 경제학, 인류학 등 수많은 분야-인간의 삶의 모습을 담았으니 당연하지만-가 망라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종교와 사회의 관계도 필요하다면 인용한다. 저자의 박학다식한 까닭이겠지만 자기계발서의 새로운 형태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2장 「누군가에게는」, 3장 「필연적 편협」, 4장 「우리가 사는 세상」, 5장 「시대적 배경-피, 땀, 눈물」, 6장 「종교의 중요성」, 7장 「필연적 편협-3가지의 행운」 등이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함께, 특이하게도 4개의 〈에필로그〉를 따로 썼다. 각각 「20대에게」, 「주식에 접근하기 전에」, 「부동산에 접근하기 전에」, 「부모들이 아이를 학대하는 방법」이다. 독자들은 자신의 관심분야가 아닐지라도 4개의 에필로그를 모두 읽어볼 것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권유한다. 책 내용과 모두 관계가 있는 부분들이다.

1장은 '책을 많이 읽는 게 좋다'는 평이한 내용이다. 물론 이 책의 표제어로 쓰인 '필연적 편협'과 관련된다. 저자 자신의 세 번째 행운이라고 말한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것을 말이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학과 외 '도서부'를 맡게 돼 책과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책의 중요성에 대해 역사적 사건이나 노력의 여러 에피소드가 함께 소개된다. 2장에서는 20대와 30대의 삶을 제시한다. '20대의 삶은 누구나 아름답지만 세상을 알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20대 상담자 이야기를 사례로 소개한다. '기로' '이것저것'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시작과 끝' '경험' 등 소제목만 보아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도록 절제되고 군더더기 없는 제목들이다. 이어 '30대는 돈 모으는 방법을 설명할 수 있다'는 소제목으로 '작가 이야기'라고 한다. 역시 '고정 수입의 중요성' '빠르게 몸값 올리기' '주변을 통해 자극받기' '1억이라는 시드의 가치' '여유로움의 가치' '뭐라도 할 수 있는 나이'란 단어들이 눈에 띈다. 다음 소제목이 과격하지만 설득력을 갖는다. '30대는 두 가지로 나눠지며 어느 정도 계급이 정해진다'. 이어 '공부하는 이유와 월급의 정의'가 파격적이다. 공부하는 이유와 월급의 정의를 독자들은 어떻게 내리는가. 한 번 정리해보고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과 맞는지 비교 분석해보는 것은 이 책을 재미 있게 읽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필연적 편협」, 「우리가 사는 세상」, 「시대적 배경-피, 땀, 눈물」, 「종교의 중요성」, 「필연적 편협-3가지의 행운」 등 3장부터 7장까지 5개 장은 역사적 변화, 국가와 전쟁, 영토의 지형과 지정학적 위치, 종교와 시대정신의 변화 등 광범위한 문제를 다룬다. 이 장의 이야기들은 시공을 초월해 전개된다. 그러나 한시도 우리 곁에서 떨어지지 않은, 우리와 내가 사는 모습을 오가며 고찰한다. 특히 종교의 특징과 성장 과정, 세계 종교로의 확장 등을 역사와 시대 정신과 발맞춰 성쇠의 과정을 보여준다. 또 나라와 민족의 특성을 분류해 살펴본 내용도 몹시 흥미롭다. 저자의 독서와 지식의 양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고 다분야적이며 심도마저 깊다. 꼭 읽고 이해해서 독자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은 머리와 가슴속에 깊이 새겨둔다면 필연적으로 남들에게 없는 행운이 닥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독재국가 형태의 국가 체제는 나라의 발전 과정 중에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성장통과 같은데, 즉 2차 성징과 유사하다. 하지만 나라가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 위해, 보다 진화한 형태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평범한 지도자로는 역부족한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다.(p.139)

 

유대인들은 예로부터 항상 신변의 위험을 염두에 두며 재산을 현금과 가벼운 귀중품인 보석과 채권으로 분산하여 보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안정적인 재산 관리 방식은 포트폴리오의 유래가 되기도 한다.(p.210)

 

저자 : 라뮤나

 

작가는 어릴 때부터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의심과 경제, 재테크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자랐다. 책임감 때문에...전교생이 30명이 안 되는 학생들이 있는 작은 시골 학교에서 자라면서 시골의 보수적인 영향을 보면서 자라왔다. 편협이 존재하고 있는 그런 옛 시골말이다. 성인이 돼서는 여행과 여럿 경험들을 바탕으로 인생을 조율하기 시작하였고 책을 통하여 다양한 생각을 흡수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을 하며 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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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전부 - 펩시 CEO 인드라 누이의 일, 가정 그리고 우리의 미래
인드라 누이 지음, 신솔잎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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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인생의 전부』는 인도 출신의 여성이 미국으로 가 '아메리칸 드림'을 성공한 한 기업인의 이야기다. 저자이자 이 책의 주인공인 안드라 누이는 아직도 사회 신분제가 유지되고 있는 인도의 최상위급 신분인 '브라만' 계급 출신이다. 인도는 독자들도 다 알다시피 힌두교의 나라다. 힌두교 신화에 따르면 신(神)의 몸에서 네 개의 카스트가 태어났다고 한다. 입에서 나온 브라만은 최상층 계층으로서 사제와 학자가 될 수 있다. 팔에서 나온 크샤트리아는 무사나 왕족 같은 통치자가 되었다. 넓적 다리에서 나온 바이샤는 생산 활동을 맡았으며 하층민인 슈드라는 신의 다리에서 태어났으니 다른 카스트를 섬겨야 하고 불가촉 천민은 네 개의 카스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최하층 천민이다. 이 카스트 제도는 수천 년간 이어져 온 배경에는 "진리요,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는 종교적 가르침에 의해서라고 한다. 인도에 아직도 카스트 제도가 남아 있는 것은 이처럼 힌두교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법치국가인 현재 상황에서도 카스트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사회 발전에 장애요인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인도 사회에서 브라만 출신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퍼져 있는 말 '수저론'에 비유한다면 '금수저'인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인 안드라 누이는 브라만 출신으로 미국으로 공부하러 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후의 삶은 그렇게 평탄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인권이 존중되고 평등을 부르짖는 민주주의 상징적 국가이자, 모든 길이 열려 있다는 미국 사회에서도 인종 차별이나 남녀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현재 가장 큰 사회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브라만 계급이긴 하지만 인도 내에서의 일이고, 미국에서는 특혜는커녕 차별이 아직 남아 있는 나라이기에 넘어야 할 벽이 굉장히 많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아마 저자가 책에서 굳이 언급한 이유는 개선되어야 할 미국의 의식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자신의 집안 역시 브라만 계급이어서 대를 이어온 신분 제도 때문이지, 돈이 최고의 가치로 되어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몰락한 가문에 다를 바 없었다고 한다. 저자가 미국에서 새 출발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군데군데 저자가 정착하는 데까지 묘사된 이야기들이 꽤 힘든 생활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저자가 회고록을 쓴 데는 어려운 환경을 딛고 미국에서 회사에 입사해 성공 가도를 달렸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 기업이 바로 '만년 2위 기업'으로 치부됐던 음료 기업 '펩시'에서의 활약 때문이다. 그가 입사해 CEO를 맡은 이후 회사 시스템을 개혁하고 제품 생산과 경영 혁신을 통해 그 유명한 미국의 음료 1위 기업인 '코카콜라'를 제치고 1위에 올려놓았다. 인드라 누이는 1994년 펩시코에 입사한 후 12년 만에 2006년 CEO로 승진한다. 물론 각고의 노력을 하고, 결혼해 자녀를 갖고, 달콤한 이직의 특혜를 제안받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드라 누이는 자신만의 신념으로 한 길로 매진, 성공의 열매를 딸 수 있었다. 그러나 한길로 매진한 인드라 누이에게 미국 사회도 드디어 ‘만년 2위 펩시를 1위로 만든 기업인’, ‘포춘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5년 연속)’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세계를 움직인 재계의 여성’ ‘타임이 꼽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등 화려한 수식어를 아낌없이 붙이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기업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포브스는 그녀를 최고의 자수성가형 부자 여성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제 인드라 누이는 자타공인 세계적 권력의 전당에서 유일한 여성 리더로 평가받는다.

인드라 누이의 이야기에서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 중 하나는 ‘인도 출신의 작은 여자아이가 어떻게 세계적인 미국 기업을 정복할 수 있었을까?’일 것이다. 더욱이 그녀가 직장생활을 하던 당시에는 여성 상사도 멘토도 하나 없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기업인으로서 인드라 누이는 어떻게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성공적인 기업인의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지금의 그녀를 만든 사람과 사건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아직 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모든 가족들을 위해 돌봄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데 내 힘을 보탤 것이다. 이것이 나의 약속이다.” 인드라 누이는 자신의 성공을 자신 혼자의 힘으로 이뤘다고 자랑을 늘어놓거나 과시하지 않는다. 어쩌면 동양인, 그중에서도 인도 특유의 겸손함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의 겸손함이 오늘날 그녀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그녀와 일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칭송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성공을 복권 당첨에 빗대는 것도 저자 특유의 겸손이란다. '우연'이라는 다른 표현이다. 책에 따르면 인드라 누이는 세 가지 정규직을 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자신이 해낼 수 없는 일에서는 타인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지혜도 발휘했다. 여성 상사조차 드문 시절이었기에 그녀는 선구자적 걸음을 내디딜 수밖에 없었고, 끊임없이 앞을 내다보며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 내용은 이 책의 4부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인드라 누이가 최초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쓴다고 밝혔을 때 그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이 책 『인생의 전부』는 해외에서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이 선정한 최고의 책, 아마존 회고록 분야 1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등에 오르며 전 세계 수십 만 독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을 처음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와 막상 쓰고 책으로 낼 때까지는 책의 내용이 많이 달라졌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이에 따르면 2018년 퇴직을 몇 달 앞두고 미래 세대를 위해 변화를 이끌 여러 여성 리더 중 한 사람으로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서전은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험한 것들과 배운 것들을 모두 쏟아 부어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를 바로잡을 안내서를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먼저 일과 가정 문제에 대한 연구는 이미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부터 유아 교육, 다세대 가족 형태까지 가정을 지원하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담론이 전 세계 곳곳에서 훌륭한 지성인들에 의해 꼼꼼하게 수집, 분석, 평가, 논의되었다. 저자는 자신이 굳이 이를 반복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한다.

또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사안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결국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삶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힌다. 이 책을 쓰게 된 까닭이다. 연대기적으로 쓰인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로즈우드 그네를 타던 소녀〉, 2부 〈두려움과 희망 사이에서〉, 3부 〈펩시코에서의 시간〉, 4부 〈일과 삶, 우리의 미래에 대해〉 등이다. 여느 회고록이나 자서전이 그렇듯 1부에서는 인도에서 나고 자란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드라 누이는 외할아버지가 지은 마드라스의 큰 집에서 부모와 언니, 남동생과 함께 지내며, 삶에 대한 여러 가르침을 받았다. 그녀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가족에 대한 믿음은 절제와 온기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 덕분인 듯하다.

 

 

총명했던 그녀는 마드라스대학교를 나와 인도 캘커타에서 예일경영대학원을 다녔다. 1부에서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인도의 엘리트들이 어떻게 육성되는지도 엿볼 수 있다. 또 엘리트들의 학교 생활이나 도시 환경, 주변 분위기 등도 세심하고 자세하게 기술돼 있어 인도 사회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을 읽은 작은 보람이다.

"나는 고급수학 강의를 따라가느라 고전했는데, 11년제 학교를 졸업한 뒤 1년간 대학 예비 과정을 듣고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케임브리지 시험을 친 나는 예비 과정을 건너뛰고 곧장 대학으로 온 경우였다. 다른 강의는 괜찮았지만 수학만큼은 뒤처져 있었다. 해석기하학, 미분방정식, 라플라스 변환, 푸리에 급수 문제가 어렵다고 앓는 소리를 하는 나를 보고 부모님은 일주일에 몇 차례 집에서 과외를 해줄 교수를 한 명 섭외했다. 유일하게 부모님이 개입한 순간이었다. 또 한 번 기대에 어긋난 모습을 보이는 나에게 암마로서는 크게 양보한 셈이었다. 암마는 내가 과외를 받은 것이 내게, 더 나아가 부모에게 문제가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여겼다. 보충수업은 내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따로 배우지 못했다면 대학 과정을 무사히 이수하지 못했을 테고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p.49)

2부에서는 시카고의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일한 후 모토로라에서 기업전략 및 기획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기까지, 직장인으로서 한 단계씩 성장해가는 인드라 누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시기에는 결혼을 하고 두 딸도 낳으며 하루에 5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을 정도로 치열하고 바쁜 삶을 산다. 더없이 솔직하게 고백한 이 이야기 속에서 훗날 인드라 누이가 왜 기업과 정부의 돌봄 생태계와 유급 휴가, 유연 근무 등을 강조하게 되는지,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3부와 4부는 ‘펩시코 시대’에 대한 이야기다. 인드라 누이가 CEO로 있는 동안 매출을 80% 넘게 성장시켰고 코카콜라를 제치고 만년 2위 기업을 1위로 올려놓았다. CEO로 있는 동안 주주수익률은 149%로, 128%인 S&P 500지수를 크게 웃돌았고 펩시코 주주들에게 79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지급했다. 이뿐만 아니라 배당금도 10%씩 증가했다고 한다. 2018년 순 매출은 80% 상승한 640억 달러였고 2006년 17개였던 브랜드는 2018년에 22개로 늘었다고 한다.

 


 

그녀가 펩시코의 사장으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 그녀의 어머니가 먼저 우유부터 사오라고 말하며 “펩시코인지 뭔지 사장이 됐을지 몰라도 집에 오면 넌 아내이자 엄마이자 딸일 뿐이야. 누구도 네 역할을 대신 해줄 수 없어. 그러니 사장이란 왕관은 차고에 두고 집에 들어오렴”(p.213)이라고 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인드라 누이의 어머니는 딸이 꿈을 추구하도록 격려하면서도 엄마로서의 의무를 잊지 말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3~4부는 독자들에게 펩시코의 내부를 제법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드라 누이는 ‘목적 있는 성과(PwP)’라는 경영 이념 아래, 펩시코를 보다 건강한 기업, 환경 친화적인 기업으로 바꾸기 위한 계획을 실행해나간다. 트로피카나, 게토레이, 퀘이커 오츠 등을 인수했으며, 이는 코카콜라를 이기고 매출을 큰 폭으로 증대시키는 발판이 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반대와 장애가 있었지만, 인드라 누이는 식음료 제품도 더 건강하게 환경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 이때 그녀가 발휘한 ‘부드러운 리더십’은 수많은 경영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회자될 만큼 파격적이었다.

"PwP를 통해 나는 펩시코를 미래로 이끌 단순하지만 세심한 전략을 만들었다. 앞서 프리토레이 경영진이 내 뜻에 동의를 해주고 펩시코의 글로벌 리더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속으로 짜릿함을 느꼈다. 이사회 앞에서 새로운 비전을 자세히 설명했을 때 네 사람이 내게 큰 지지를 보냈다. JP모건 체이스의 전 CFO 디나 더블론, 자선가이자 워싱턴 D.C.의 공영 TV 방송국 WETA의 CEO인 샤론 퍼시 록펠러, 당시 두크메디컬센터장이었던 빅터 자우, 나이트재단의 CEO 알베르토 이바르겐, 이렇게 네 명이었다. 알베르토는 펩시코가 나아가야 할 가장 합리적인 방향이라는 말로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무엇보다 연령대가 낮은 직원들이 PwP에 공감해주어 큰 기쁨을 느꼈다. (중략) 나는 멈추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PwP가 향후 10년 넘게 내 모든 결정의 기반이 되었다."(p.272~273)

 


 

특히 4부는 아내이자 엄마이자 딸로서 일과 가정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밥상 메뉴, 건강식에 대해, 오트밀, 그래놀라 바, 팬케이크, 시리얼, 트로피카나가 놓인 아침식사 테이블에 관심이 컸다는 것. 그러나 회사에서는 승진할 때마다 사무실이 바뀌었다. 재미 있는 표현은 그럴 때마다 창문의 숫자가 늘어났는데 창문이 많다는 건 그만큼 사무실이 넓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많은 성과 중에서 가장 만족하는 성과는 PwP였다고 한다. PwP(Performance with Purpose)는 '목적 있는 성과'를 뜻한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제품은 물론 환경에 대한 기여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고 2006년 매출의 36%를 차지했던 굿포유와 베터포유 제품군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고 밝힌다. 펩시 한 병을 만드는 데 2.5리터의 물이 필요했던 것을 1.5리터로 줄이는 방법을 고안해냈다고도 말한다.

펩시코가 보유한 트럭 대다수를 하이브리드로 교체했고 주요 제조 시설이 있는 지역은 태양열에너지를 사용토록 했으며 또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였고 퇴화가 가능한 스낵 포장 재질을 개발하는 등 미래 비전을 하나씩 실천해 가며, 이런 저런 성과들이 나타나자 저자가 CEO로 있는 동안 '가장 윤리적인 기업' 명단에 늘 올랐다고도 말하며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한 것을 가장 자랑거리로 생각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그녀의 무엇보다 인재 개발 능력은 미국 산업의 부러움을 받기도 했다는 말은 직접적 언급을 피하지만 미국 기업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4부는 자신의 펩시코 시절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CEO가 되기 직전 한 만남에서 힐러리 클린턴과의 만남을 에피소드로 슬쩍 꺼낸다. "힐러리를 배웅하며 단 둘이서만 잠시 걸을 기회가 있었다. "몇 주 후면 CEO 자리에 오른다고 알고 있어요." 힐러리가 말했다. "제 번호를 드릴게요. 대화 상대가 필요하면 전화하세요. 저랑 연결이 안 되면 제 스태프에게 전화하면 그쪽에서 저한테 연락을 줄 거예요. 당신에게는 항상 시간을 낼게요. 쉽지 않은 역할을 맡고 있잖아요." 상원의원인 클린턴이 펩시코 CEO와 알고 지내는 거야 이상할 일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날 오후 나는 힐러리에게서 그 이상의 진심을 느꼈고, CEO가 된 첫 주에 가장 먼저 내게 인사를 보낸 사람 또한 그녀였다.*p.356)

 


 

저자 : 인드라 누이

 

이 시대 가장 대표적인 비즈니스 리더 중 한 사람으로, 세계적인 식음료 기업인 펩시코(PepsiCo)의 엄청난 성장과 변화를 20년 넘게 이끌어왔다. 기업의 최고경영자 중에서도 독특한 인물이며, 권력의 전당에서 유일한 여성 리더로 평가받는다. 선견지명 있는 전략적 사고, 소비자 행동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 방대한 조직을 포용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치이자 강연가이기도 하다. 하버드대학교와 예일대학교, 인시아드(INSEAD) 등에서 정기적으로 강연을 펼쳐왔으며, 오랫동안 여성과 이민자에게 영감을 주는 멘토이자 롤모델로도 존경받아왔다. 포브스와 타임,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이기도 한 그녀는, 펩시코에서 CEO로 12년간 일하면서 매출을 80% 넘게 성장시켰고, 코카콜라를 제치고 만년 2위 펩시를 1위로 올려놓았다. ‘목적 있는 성과(Performance with purpose)’라는 경영 이념 아래, 제품의 환경물질 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건강한 제품 개발을 추구했으며, 이러한 방향성은 기업이 성장하는 데 큰 몫을 차지했다. 엄마이자 아내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펩시코에서 물러난 이후, 인드라 누이는 아마존닷컴과 세계 최대 유전개발회사인 슐륨베르거의 이사로 재직했다. 인도 마드라스대학교에서 화학과 물리화학을 전공했고, 캘커타 인도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으며,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공공 및 민간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라즈 누이와 결혼하여 두 딸 프리타와 타라를 두고 있다.

 

역자 : 신솔잎

 

프랑스에서 국제대학을 졸업한 후 프랑스, 중국, 국내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번역 에이전시에서 근무했고 숙명여대에서 테솔 수료 후, 현재 프리랜서 영어강사로 활동하며 외서 기획 및 번역을 병행하고 있다. 다양한 외국어를 접하며 느꼈던 언어의 섬세함을 글로 옮기기 위해 늘 노력한다.

옮긴 책으로는 『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 수업』, 『반대의 놀라운 힘』, 『죽음을 생각하는 시간』, 『최강의 인생』, 『유튜브 레볼루션』, 『내 마음의 균형을 찾아가는 연습』 『나는 직원 없이도 10억 번다』, 『직장인의 말연습』,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기다리는 마음』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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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 - ‘행복의 조건’을 찾는 하버드의 연구는 지금도 계속된다
로버트 월딩거.마크 슐츠 지음, 박선령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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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는 표제어대로 '행복'에 관한 연구 결과서이다. 우리 삶의 목적은 '행복'이고, 가장 잘 살았다는 증거가 되는 것의 비밀을 밝히는 게 조사연구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탐구 기간도 인간의 수명이라 할 수 있는 80년이 넘는 85년이라는 기간 실시됐다. 인류 연구 프로젝트로 가장 긴 기간이란 수식어도 붙었다. 당초 조사 대상자가 사망할 즈음부터는 대상자의 2세, 3세의 삶과 그들의 답변도 동의하에 받기도 했다. 조사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서일 것이다. 실험 조사연구팀은 당초 목표했던 행복의 비밀을 밝혀냈을까? 이 책의 공동 저자 로버트 월딩거와 마크 슐츠는 「진정 행복하고 좋은 삶은 어떻게 만들어질까?」라는 제목의 책 〈서문〉에서 1938년 하버드 의대 성인 발달 연구소가 하버드대 2학년 재학생 268명과 보스턴 최빈곤층 10대 후반 456명을 두 그룹으로 분류하여 85년간 그들의 삶을 추적 조사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로 밝혀진 행복의 비밀은 무엇일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책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연구의 중간 발표 성격의 책이기에 행복의 비밀을 밝히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조사연구 기간을 설정하지 않았기에 결과 발표도 할 수 없었을 수 있다. 조사 시작한 후 10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밝혀지지 않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추정을 할 수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2007년에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가장 중요한 삶의 목표를 물어보는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76%는 부자가 되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했고 50%는 유명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나 성인으로 보낸 시간이 늘어난 밀레니얼 세대에게 비슷한 질문을 다시 했다. 그들의 대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명성에 대한 욕구는 우선순위가 낮아졌다. 하지만, 돈 많이 벌기, 성공적인 경력 쌓기, 빚 없이 살기 같은 것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목표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들은 세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계속 확산되고 있는 공통적이고 실용적인 목표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가 답변한 목표만으로 행복한 삶이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행복에 대한 언급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에 의하더라도 이미 2,000~3,0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그 당시에 밝혀내지 못한 비밀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 등에 국한되지는 않다는 사실 등을 밝히는 데 그쳤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행복을 느끼는 기준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행복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원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들로서는 이룰 수 없는 이상적 목표이기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지금도 전 세계에서는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연구 중이다. 당연히 하버드 행복 연구팀도 계속 조사연구 중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하버드 연구는 온갖 역경 속에서도 굳건히 현재까지 진행 중인 연구로 85년 동안 84%의 참가자들이 연구에 지속적으로 참여했고, 이 가운데 60명은 90세를 넘겼으며, 이들의 자녀 1,305명도 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히고 있다. 이렇게 평생에 걸쳐 진행되는 전향적 연구는 매우 드물다. 참가자들이 그만두거나 연구진에게 알리지 않은 채 이름을 바꾸고 이사하는 경우도 있고, 연구 자금이 고갈되거나 연구진이 흥미를 잃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계속 진화하면서 확장 중인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는 인간의 생애에 대한 가장 길고 심층적인 종단 연구임은 분명하다. 많은 행복 전문가들이 이 진귀한 연구에 주목하고 있고, 이 연구 결과가 책으로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은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의 4번째 책임자인 로버트 월딩거와 마크 슐츠가 행복에 대한 세상에서 가장 긴 연구인 하버드대 성인 발달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85년간 축적된 풍부한 사례와 과학적 연구 성과를 통해 독자들에게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알려준다. 하버드 연구를 직접적인 토대로 삼고 전 세계 수천 명이 참여한 다른 수백 가지 과학 연구 결과로 내용을 뒷받침했다. 이 연구에서 밝혀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결정적 요인은 재산도, 명예도, 학벌도 아니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음을 방대한 사례와 과학적 통찰로 알려준다.

 

 

사실 ‘행복이란 무엇인가?’처럼 인류 역사상 오랫동안 해온 질문이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삶의 목표를 '행복'이라고 답변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고의 관심을 쏟는 질문이고, 이는 삶의 근원적 질문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책이 이 책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라면 결론은 책을 읽지 않고서도 뻔히 아는 것일 터다. 우리가 생각해본, 아니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는 답변일 터이기에 그렇다. 이 책『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의 영어 원제는 『The Good Life』이다. 행복의 비밀을 말하는 책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단순하게 보자면 ‘행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놓은 책이라는 생각이다. 이 책에 「불멸의 행복 연구」라는 〈추천의 글〉을 쓴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센터장)는 "'행복에 관해 읽어야 할 단 한 권의 책'이란 수식어가 부담스럽지 않은 책은 없다. 아무리 많은 찬사를 받은 책이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단 하나의 책이라는 타이틀을 부여받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최인철 교수는 행복에 관한 백과사전식 지식을 담은 책에서는 선명한 주제를 발견하기 어렵고, 감성을 자극하는 에세이에서는 과학적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또 어떤 책은 진화론에 경도되어 있어서 인간이라는 종(種)의 행복에 대해서는 배울 수 있지만, 행복한 삶을 위한 실천적 메시지가 빈약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 난제 앞에서 무모한 용기를 내게 하는 책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라고 밝힌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이 책이 'The Good Life'를 제목으로 택한 점이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확실한 책이다. 탐구가 끝난 것도 아닌데 '행복의 비밀'을 찾아냈다고 독자들이 혼동할 수 있는 제목을 회피했다는 점에서 책임감과 학문적 신념이 배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고 내용이 단순하지는 않다. 출세하고, 부자가 되고, 명예를 얻는 게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쯤은 예상이 되지만. 최 교수는 오랜 연구 기간과 학문적 신념에 덧붙여 '행복' 대신 '무엇이 좋은 삶인가?'라는 질문에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답 하나를 선명하게 제시하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행복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들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친밀한 인간관계가 그 중 으뜸이라는 점을 집요할 정도로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최 교수는 이어 인간관계를 가족과 친구로만 국한하지 않고 약한 유대관계와 일터의 동료에까지 확장하고, 학술적이고 실용적 측면에서 기술함으로써 실천적인 가이드라인으로 풀어내고 있어 깊이와 대중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강조한다. 하버드팀의 조사연구는 풍부한 사례를 담고 있어 ‘과학적’이라고 저자들은 자신한다. 인터뷰나 설문조사뿐만 아니라 이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의 뇌 스캔, 스트레스 호르몬 측정, 혈액검사 등 다양한 렌즈를 통해 웰빙 상태를 확인했다고 책에서 풀어쓰고 있다. 말로만 번듯하게 전하는 '행복론'이 아니라 인간 성장에 대한 독보적이고도 전례 없는 연구의 결과물이라는 주장이다. 이 책의 가치를 높이는 연구라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돈'이 많으면 행복해지기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실은 하버드 연구팀이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 결과 행복의 조건으로 '돈'이 빠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신하게 해준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여타 조사에서도,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조사 결과 늘 나오는 요인이 '돈'이라는 데서 특별한 요인은 아니고, 지극히 상식적이다. 책에 등장하는 하버드대 졸업생들이자 1975년 55세가 된 변호사 존과 고교 교사 레오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존은 연 5만 2000달러를, 레오는 연 1만 8000달러를 벌고 있었다. 직업적으로 성공한 존은 가장 행복하지 않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고, 반면 레오는 자신을 가장 행복하다고 평가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 배경에는 각자의 복잡한 스토리들이 얽혀 있지만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인간관계였다. 이 책은 행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가족·친구·직장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찾고 있다. 좋은 관계야말로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등장하는 행복의 반대편에 있는 요인은 '외로움'이다. 사람은 외로워지면 몸이 아프게 마련이다. 외로운 사람은 남들보다 훨씬 피곤하고 짜증도 잘 낸다. 특히나 노인의 고독은 비만보다 건강에 두 배나 해롭고 만성적인 고독은 사망 확률을 26%나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사랑과 연결, 소속감이 필요하다. 관계활성화가 중요한 이유다. 이처럼 하버드의 행복 조사연구는 인류가 살아온 과정에서 연구되는 각 분야의 학문이나 예술적 이론도 넘나든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횟수로 등장하는 단어가 '관계'이다. 물론 '행복 탐구 보고서'이니 만큼 가장 많은 횟수는 '행복'이 차지한다. 행복 다음으로 많이 등장한다는 의미다. 독자가 일일이 헤아려 보진 않았지만 한 번 읽은 느낌으로 여기에 적은 것이다. 그만큼 이 책에서 '행복'을 위해서는 '관계', 특히 '좋은 관계'를 강조한다. 이 말은 앞서 최 교수의 강조에도 나왔던 부분이다. 책에 따르면 좋은 관계의 관대함은 긍정의 선순환을 불러일으킨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 도움을 받는 사람뿐 아니라 돕는 사람에게도 이익이 된다. 관대한 태도를 취하면 뇌가 좋은 감정을 느낄 준비를 하고 그런 좋은 감정 때문에 미래에 다른 사람을 도울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한다.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친밀감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 소속감, 인간관계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 등은 노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친밀감은 보다 긍정적인 관계와 건강으로 이어진다. 상대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식사할 때만이라도 휴대폰을 잠시 꺼두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직장에서 동료들과 ‘같은 참호 안’에 있는 관계를 맺는 일도 중요하다. 영국의 평균적인 개인은 80세가 될 때까지 친구 교제에 8800시간, 친밀한 파트너와의 활동에 9500시간, 직장에서 11만2000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직장 동료를 직접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지 않으면 행복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직업적으로, 또는 가정을 이루면서 이미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성인기에 친구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친구는 우리 건강과 웰빙에 생각보다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친구들은 우울할 때 기운을 북돋워 주고 우리를 웃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줄 거야’라며 우정 쌓기를 무작정 미룰수록 행복계정에 손해가 커질 것이다. 정말로 행복해지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행복의 비밀을 품고 있는 이 책 속을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단, 이 말을 먼저 앞에다 붙여야겠다. "행복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리고 "행복하기엔 너무 늦은 때란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장 중요한 발견 대부분은 참가자들이 이미 자기 삶의 많은 부분을 산 후에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본인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을 순간에 우리 연구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그것이 우리가 이 책을 쓴 이유다. 그들과 공유할 수 없었던 것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다. 인간의 번영에 대한 많은 연구(우리의 종단 연구와 수십 개의 다른 연구)는 나이가 몇 살인지, 인생 주기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에 상관없이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에서 긍정적인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p.434)

 

저자 : 로버트 월딩거(Robert Waldinger)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 책임자 그리고 수명연구재단의 공동 설립자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정신과 의사 겸 정신 분석가로 활동 중이며 하버드 정신과 레지던트들을 위한 심리치료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에 진학해 평소 관심 있던 정신 의학 분야를 연구하게 된 그는 1938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하버드 대학교의 최장기 연구 프로젝트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The 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의 4번째 총책임자로 2005년부터 행복에 대한 연구를 20년 가까이 이끌고 있다. 이 책은 85년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비결을 방대한 사례와 과학적 연구 결과로 증명했다. 그가 2015년 11월에 강연한 TED 토크 <무엇이 좋은 삶을 만드는가>(What makes a good life)는 현재까지 4,500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저자 : 마크 슐츠(Marc Schulz)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 부책임자이자 브린 모어 대학 심리학과 수 카르다스(Sue Kardas PhD 1971) 석좌 교수다. 데이터 사이언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이전에 브린 모어에서 심리학과 및 임상 발달 심리학 박사 과정 책임자를 역임했다. 애머스트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에서 임상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의대에서 건강 및 임상 심리학 분야의 박사 후 과정 훈련을 받은 현직 심리 치료사다.

 

역자 : 박선령

세종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MBC방송문화원 영상번역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타이탄의 도구들(리커버 에디션)》, 《인생을 바꾸는 90초》, 《일터의 현자 : 왜 세계 최고의 핫한 기업들은 시니어를 모셔오는가?》, 《나는 이제 설득이 어렵지 않다》, 《성실함의 배신 : 목적 없는 성실함이 당신을 망치고 있다》, 《어떻게 인생 목표를 이룰까: 와튼스쿨의 베스트 인생 만들기 프로그램》, 《북유럽 신화》 등 다수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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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
장석주 지음 / 나무생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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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어렵다고 한다. 현대를 사는 오늘날 독자들에게 시가 왜 어려워졌을까? 시가 어려워진 것은 시인이 시를 어렵게 쓴 탓일까, 아니면 현대인들이 시를 읽지 않아 어렵게 느끼는 것일까? 혹시 모두 다 이유가 되는 것인가? 정확한 이유는 시를 잘 읽지 않는 독자가 알 수 없지만, 느낌은 확실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시를 잘 읽지 않는 독자의 얄팍한 상식으로는 시가 시인의 상상력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형상화되기 이전의 날것 그대로의 언어를 통해 나오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추측은 해본다. 같은 예술인 미술도 예전엔 실재 형상을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것을 미술이란 예술로 이해했고, 그것을 보는 사람도 그렇게 판단했다. 그러나 미술이 시대를 거쳐 오면서 표현 방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있는 그대로 잘, 그리고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에서 대상을 속을 들여다보는 화가가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것은 문예부흥을 거치며 근대에 들어오며 추상적인 모습으로 변해 갔다.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표현해주는 것이 '예술'이다는 생각이 싹 트기 시작할 때부터 관람자들의 눈에 비친 형상이 무엇을 표현하는 것을 읽어내지 못할 정도여서 외면하고 어렵다고 판단해 버린 이유가 아니었을까? 같은 논리를 적용한다면 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시인의 마음을 형상화해 글로 썼다. 그 과정엔 '은유'와 '상징'이라는 비유로 형상화되면서,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시는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은 아닐까?

위의 내용은 독자 개인의 단견에 불과하지만,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장석주가 이 책 『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에서 보여준 '시론'과 맥락은 통하는 데가 있다. 저자 장석주가 「시는 미래의 언어다」란 부제를 갖고 있는 이 책을 펴내면서 29편의 시를 선정해 시의 아름다움과 시대정신을 담은 날카로움 등을 분석하면서 오늘날 시의 역할과 기능을 설명하면서 드러난다. "무의식과 충동들, 시작도 끝도 없는 모호함들 속에 우리의 길이 있을까? 시에는 전복적 상상력으로 시대를 가로지르고, 공중을 떠도는 유언(流言)과 비어(蜚語)를 채집하며, 시대정신을 꿰뚫어 보고 표상을 찾는 숭고한 소명이 있다." 저자는 한 시대의 삭막함과 불행에 맞서며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는 힘과 용기를 주는 시편들을 뽑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삭막하고 절망으로 둘러싸인 시대, 시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불행했을 것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시의 숭고한 사명을 되새기며 자기의 길을 용기 있게 걸어가는 스물아홉 편의 시, 시인과 함께 삶의 깊이와 방향을 다시 묻는다. "시가 어렵다"는 오늘날 시를 대하는 독자들의 태도에 변화를 줄 만한 이야기를 저자가 한 적이 있다. 전작 『은유의 힘』을 출간한 후 온라인 서점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서다. "시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시의 비밀을 좀 알려주고 싶었던 거예요. 시의 비밀을 은유라고 봤고요. 그 은유를 보면 시라는 수수께끼를 다 풀 수 있다고 힌트를 준 거죠. 사실 시는 은유의 덩어리거든요. 왜 은유를 쓰는지, 어떤 은유가 좋은 은유인지, 이런 것들을 정말 자유롭게 펼쳐놓았으니까요. 시를 어렵다고 느끼는 독자들이 시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주면 좋겠어요."(2017년 9월 〈예스24〉와의 인터뷰 중에서)

저자는 문학평론가로서 기회가 될 때마다 "시를 읽어야 우리 삶을 더 풍요로워지고 미래 발전적인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 온 저자는 시인이자 비평가이기도 하다. 그는 독자들의 시 읽기를 권유하고, 한편으로는 시가 그렇게 씌여야 한다고 자신의 시론을 일관성 있게 펴왔다.

이 책도 그의 시론과 독자들의 시 읽기를 권장하는 차원에서 집필된 것으로 이해된다. "시대가 삭막할수록, 그리고 미래가 암울할수록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좋은 시는 외롭고 허기진 우리를 살게 하면서 삶의 의미와 방향을 가르쳐주는 이정표와 같다. 시는 먹을 수도 쓸 수도 없는 것이라지만, 그 어떤 것보다 집요한 관찰과 무수한 고뇌, 통찰로 한 글자 한 글자가 빚어지기에 지층을 뚫고 올라와 찰나를 증언한다. 우리가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이 멋진 안내자는 우리에게 해갈할 물을 주고, 여행의 목적과 방향을 알려준다."

 


 

이 책은 자본주의에 밀려 시의 효용을 불신하는 시대를 비판하며 다시 우리의 시 정신을 가다듬어 사회 변화에 발맞춰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본주의에 의한 황금만능주의에 따라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데도 우리의 정신은 더 가난해지고 심지어 퇴보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시와 관계없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 대부분이 느끼는 그대로다. 저자는 물질 만능주의가 지난 세기 인류 문명을 이룩하고 발전시켜 온 시를 외면한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시 평론집 『지금은 시가 필요할 때』는 시의 효용을 다시 전면에 들고 나와 시가 이 시대와 개인을 어떻게 보살피고 새로운 길을 안내하는지 말하기 위해 출간됐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은 상상하고, 숙고하고, 꿈꾸는 능력으로 얻은 상징 능력으로 이전에는 알지 못하던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지의 지평으로 들어선다. 상징의 이해와 세계의 심연을 여는 키를 갖게 된 인간은 그만큼 더 유능해졌다.”라고 말하며 시의 유용함을 거듭 역설한다.

세계의 심연을 여는 키를 가진 인간이 얼마나 유능했는지는 역사가 증언해 주고 있다. 시는 하나에서 하나를 얻는 산수식이 아니다. 상징과 은유를 총동원해 인간의 정신을 깨우고 하나에서 열을 만들어내는 상상으로 세상을 확장하고 생동하는 기운을 가득 불어넣는다.

시의 능력을 설명하는 저자는 시의 '독창성'을 가장 우선으로 꼽는다. 문명의 기반은 상상력, 그중에서도 독창적인 상상력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메리 올리버 『마음 산책』을 인용한다. "인간은 독창성으로 이름을 떨친다. 독창성이야말로 우리 종(인간 호모사피엔스를 말하는 듯하다)의 트레이드마크다. 시의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다. 낯선 것에서 낯선 것을 보는 능력, 의외성을 가진 이미지들, 무의식에서 솟는 돌연한 감정들, 다양한 울림을 가진 목소리들, 이제까지 없던 음악, 어디서 오는지 모를 에너지, 순진무구한 주문(呪文), 기다림과 숙고와 완전한 몰입, 이런 것이 없이는 시도 없다.

 

 

저자의 시론에는 분명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 '참여문학론'에 가까이 다가간다. 앞서 열거한 시의 기능, 시의 능력은 시인의 독창적인 상상력 없이는 분출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다. 시인이 현실을 외면하거나 힘에 부친다고 도피한다면, 시는 앞서 열거한 여러가지를 시를 통해 얻을 수 없게 될 것이란 시에 대한 사랑과 순기능을 말하고 있다. 이런 성분 없이 나왔다면 시는 언어의 무덤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독설처럼 내뱉는다. 우리가 기다리는 시는 불행과 격투를 마다하지 않는 시, 낡은 사물이나 생각을 바꾸는 상상력으로 가득 찬 시, 청춘의 착란 속에서 빛나는 미래 비전을 담은 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저자 장석주는 「시가 나를 찾아왔다」란 제목의 〈들어가기〉를 통해 "놀랍도록 독창적인 상상에서 시작하는 시는 대체로 저 혼자 온다. 가늠할 수 없는 먼 곳에서 부재의 빛으로 오는 시는 스스로 발광체처럼 빛난다."고 썼다. 시를 쓰는 일은 개를 목욕시키는 일, 운동장을 가로질러 질주하는 일, 심심함에 못 견뎌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지는 일과 다르다고 못박는다. 그렇건만 시는 무위에 헌신하는 일, 아무 쓸모가 없는 아름다움을 구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한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진리를 훤히 밝히는 기투의 한 방식"(하이데거, 『숲길』)이라고 단언한다. 시는 자아 바깥으로 송출하는 말의 한 방식, 즉 나에게서 너에게로 건너가는 말이라는 점에서 세계와 대지를 비은폐 차원으로 "언어 속에서 스스로 생기"(하이데거, 앞의 책)한다. 시를 쓰는 이들은 자신과 제 경험을 탈취하여 언어 속으로 밀어넣는다. 그렇다고 언어 자체가 시는 아니다. 시는 언어를 넘어서서 이미지가 이끄는 대로 미지로 나아간다. 물론 이것은 누구의 강압도 없는 자발적인 행위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는 시편들은 대체로 한국 현대시로 분류되는 시들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원류를 밝히듯이 우리가 잘 아는 시인들과 시를 설명하는 일을 〈들어가기〉에서 살펴본다. 김소월 〈진달래꽃〉이나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현대시인 이성복의 〈남해금산〉으로 이어지는 우리 서정시의 흐름 안에는 늘 '당신'이나 '님'이 있다고 말한다. '나'의 안에서 '님'은 늘 결핍과 부재의 흔적으로 생생하다. 그 결핍과 부재의 결과로 '나'는 삶의 보람을 거두는 일에 실패하면서 필연적으로 늘 슬픔과 허무로 주저앉는다. 사실을 말하자면 '당신'은 '나'의 바깥에 있는 존재이면서 '나'의 안에 들어와 있다. '나'는 '당신'을 품고, '당신'은 '나'를 품는다. '당신'과 '나'는 연동되어 움직인다. 이처럼 시와 시어를 살핀 저자는 참여시인으로 일컬어지는 김수영에 주목한다.

김수영은 시를 “세계의 개진”이라고 말하였다. 시가 세계를 쪼개고 그 안을 펼쳐 보여주는 것이란 뜻이다. 지금 이 시대, 길을 잃은 우리에게 시가 왜 필요한지를, 그리고 시인의 소명이 무엇인지 다시 일깨워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물질세계에서 물질로 이루어진 몸을 갖고 사물의 생리, 사물의 수량과 한도에 의지해 사는 삶을 비은폐의 차원으로 끄집어내는 펼쳐냄이다. 세계를 이루는 물성의 토대 위에 제 삶을 세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세계의 물질성과 그 있음을 의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물질세계와 상호 교섭하며 그것의 자장 안에서 존재한다. 김수영이 문제 삼은 것은 물질세계의 다양한 맥락들이다. 그가 열망한 것은 세계를 더 나은 세계로 바꾸는 일이다. 김수영이 자주 '결의하는 비애'와 '변혁하는 비애'를 노래한 것은 그 때문이다. 김수영에 이은 이승훈도 저자는 소개할 만한 한국 시단을 한 단계 끌어올린 시인의 대열로 올려놓는다. 이승훈은 '언어의 무의식'을 제 시의 영역으로 개척했다. 언어는 항상 의식에 앞선다. 우리는 언어 속에서 나타나고 언어를 통해서만 존재의 의미를 얻는다.

 


 

이 책에 들어 있는 스물아홉 편의 시를 일일이 소개하기는 어렵다. 시 한 편과 저자의 해석을 여기에 적는다. 독자들이 시를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참고 사항이지만 독자도 시를 잘 모르기 때문에 무작위 선정이라는 점을 미리 밝히고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사실 어느 시,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저자의 시론과 시 이해 방법에는 차이가 없을 터이니 독자가 자격지심에 괜한 우려를 하고 있겠지만. 시인 정진규의 〈옛날 국수 가게〉란 시다.

 

햇볕 좋은 가을날 한 골목길에서 옛날 국수 가게를 만났다 남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정겹다 왜 간판도 없느냐 했더니 빨래널듯 국수만 하얗게 널어놓은 게 그게 간판이라고 했다 백합꽃 같다고 했다 주인은 편하게 웃었다 꽃 피우고 있었다 꽃밭은 공짜라고 했다

 

마치 한국 모더니즘 시의 시대를 연 이상의 시 같다. 일체의 문장부호를 쓰지 않았다. 연과 연 사이를 가를 필요도 없이 짧다. 아름다움을 말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했다. 우선 저자의 지적대로 상징과 은유가 있는지 찾아본다. 햇볕, 가을날, 골목길, 국수 가게, 백합꽃, 꽃밭, 공짜 등 낯선 단어도 없다. 저자의 시 해석으로 눈길을 옮긴다. "만일 골목길이 없었다면 내 감정의 정원은 폐허나 다름없었을 테다. 우리 모두는 골목길의 돌봄 속에서 자라난 골목길의 수혜자다. "골목길은 느림과 온정과 공동체와 유년과 놀이와 아늑함과 따스함으로 구성된 일련의 의미 계열"에 속하고, "속도, 계산, 계약적 관계, 성인 세계, 사회적 생활, 황량함, 차가움으로 구성된 대립적 의미 계열"에 맞선다."(김흥중, 『사회학적 파상력』, 저자 주)고 인용을 덧대 설명한다.

서울의 많은 골목길은 도시 개발이라는 미명 속에서 덧없이 사라졌다. 골목길이 소멸한 뒤 그것은 추억의 공간이 되고 말았다. 나는 오래전 골목길을 떠났고, 새로 도착한 장소는 암흑이 펼쳐지고, 모래바람이 쉬지 않고 부는 곳이었다. 분명한 것은 골목길을 떠나면서 인생의 황금시대가 끝났다는 사실이다. (이 시를 읽는 동안 독자는) 옛날과 골목길은 시간과 공간의 공간의 통합체로 우리의 기억에서 망각의 질료로 불꽃처럼 타오른다.(p.79~81)

 


 

시인은 상상한다, 불과 거품들, 물방울과 뱀, 바다와 소금, 행성과 별자리들, 흙의 향기, 과일의 진실을. 또 단맛과 쾌락을 상상하고, 그보다 더 많은 불가능과 전생과 영원 따위를 상상한다. 시인은 온갖 식물에 이름을 붙여 호명하며, “여름에 죽은 사람을” 생각한다. 야만의 도시에 살든, 기후 위기 시대에 살든 “마음껏 타오르는 색들, 오로라, 죽은 개”가 잠긴 물속 수도원을 상상한다. 내일이라는 추상을 처음 인지한 이도 시인이었을 테다. “언덕 너머에 진짜 언덕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란 세계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를 꿈꾸는 사람이다. 시인은 커다란 나무와 그 나뭇가지 위에서 수천 마리의 새들이 날아오르는 상상을 펼친다.(p.243~244)

 

시인은 세계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를 꿈꾸는 사람이다. 움직임이 없는 것들에 움직임을 부여하고 소멸하고 굳어가는 세상에 생명의 활기를 불어넣으며, 볼품없는 것들에 노래와 향기를 심는 존재가 바로 그들이다. 『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에 수록된 김승희, 이기성, 이병일, 유진목, 이원, 유계영, 오은 등 스물아홉 분의 시편에서도 우리는 시인들의 상상과 고뇌, 그리고 창조자와 같은 놀라운 헌신과 능력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는 가벼운 평론이라 해도 좋고, 시담, 시 에세이라 불러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이 다양한 목소리에서 우리 독자들이 다시 한번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 ‘열린 세계’로 용기 있게 나아가기를 저자는 기대한다.

 

저자 : 장석주(張錫周)

 

날마다 읽고 쓰는 사람. 시인, 에세이스트, 인문학 저술가. 그밖에 출판 편집자, 대학 강사, 방송 진행자, 강연 활동으로 밥벌이를 했다. 현재 아내와 반려묘 두 마리와 함께 파주에서 살고 있다. 1955년 1월 8일(음력),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였다. 나이 스무 살이던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시가 당선하고, 스물 넷이 되던 1979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문학평론이 입상하면서 등단 절차를 마친다. ‘고려원’ 편집장을 거쳐 ‘청하’출판사를 직접 경영하는 동안 15년간을 출판 편집발행인으로 일한다.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명지전문대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3년여 동안 [문화사랑방], [행복한 문학] 등의 진행자로도 활동한다. 2000년 여름에 서른여섯 해 동안의 서울생활을 접고 경기도 안성의 한적한 시골에 집을 짓고 전업작가의 삶을 꾸리고 있다. 한 잡지는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소장한 책만 2만 3,000여 권에 달하는 독서광 장석주는 대한민국 독서광들의 우상이다. 하지만 많이 읽고 많이 쓴다고 해서 안으로만 침잠하는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니다. 스무 살에 시인으로 등단한 후 15년을 출판기획자로 살았지만 더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되자 업을 접고 문학비평가와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다. 급변하는 세상과 거리를 둠으로써 보다 잘 소통하고 교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성에 있는 호숫가 옆 ‘수졸재’에 2만 권의 책을 모셔두고 닷새는 서울에 기거하며 방송 진행과 원고 집필에 몰두하고, 주말이면 안식을 취하는 그는 다양성의 시대에 만개하기 시작한 ‘마이너리티’들의 롤모델이다.”

저서로는 『몽해항로』 『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일요일과 나쁜 날씨』,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이상과 모던뽀이들』,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일요일의 인문학』,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고독의 권유』, 『철학자의 사물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시간의 호젓한 만에서』,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공저) 등이 있다. 애지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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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재탄생 - 인류학, 사회과학, 심리학, 신경과학, 뇌과학까지 감정 연구의 역사와 미래
얀 플럼퍼 지음, 양윤희 옮김, 경희대학교 비폭력연구소 기획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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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감정의 재탄생』은 우리 인간의 '감정'이 변해온 과정을 탐구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감정을 연구해온 연구자와 학자들이 감정을 어떻게 해석했느냐의 변천사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탐구를 위해 책의 부제로 사용한 학문 분야가 나열돼 인류가 오랫동안 '감정'을 연구해 왔다는 사실이 명쾌하게 드러난다. 감정 연구에 관해 인류학, 사회과학, 심리학, 신경과학, 그리고 최근의 뇌과학까지 동원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자 얀 플럼퍼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연구 과정과 자신이 밝혀낸 감정의 정의(定義)를 정립하고 있다. 저자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직책이 말해주듯 저자는 역사학자이다. 그렇다면 왜 책의 제목을 '감정의 역사'나 '감정사(感情史)라고 쓰지 않고 '재탄생'이라고 썼을까? 독자의 의문을 푸는 데는 이 책의 처음 몇 페이지를 읽으면 해결된다. 저자 얀 플럼퍼는 감정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재정립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역사 연구도 그렇듯 이 논저도 〈감정이란 무엇인가?〉란 의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즉 감정의 본질을 밝히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 〈들어가는 말〉을 통해 '편도체'의 실체와 기능을 설명한다. 역사학자인 저자가 실제 편도체를 처음 보았는지, 아니면 '감정의 재탄생'을 쓰기에 단서 역할을 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 책을 쓸 수 있는 결정적 뇌속의 물체임은 분명한 듯하다.

"건포도만 한 어두침침한 타원형 반구가 약간 더 밝은 빛의 뇌 물질 속에 스며든 것이 편도체이다. 이것을 보자마자 편도체만 따로 떼어 내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간이나 신장 같은 기관이 아니었다. 간이나 신장 같으면 몸통에서 자유자재로 떼어 내거나 붙이거나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눈엔 마치 누군가 양배추를 가르듯 뇌를 절단한 후 그 속에 편도체를 박아 놓은 것처럼 보였다. 한 학생이 폼알데하이드가 담긴 여러 개의 통 안에 잠겨 있는 수많은 뇌의 단면 중 유독 편도체가 잘 보이는 것을 찾아내어 조심스레 내게 들고 왔다. 2009년 12월 어느 날 이른 아침, 유럽에서 가장 큰 베를린 샤리테 해부학 연구소의 루돌프 연구실에서 일어났던 일이다."(p.15)

 


 

이 책을 쓰는 데, 뇌를 연구하는 데, 감정을 연구하는 데 '편도체'의 기능과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저자는 암시하고 있다. 편도체는 1819년 독일 해부학자 칼 프리디리히 부르다흐에 의해 명명되었고, 아몬드 형태의 모양 때문에, 그리스어 알몬드를 본떠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저자는 편도체의 중요성에 대해 대중적 지식을 알린 사람과 기능을 연구 발표한 수많은 학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저자가 굳이 언급한 것은 저자와 편도체의 관계, 즉 편도체가 자신이 연구하던 '군인들 사이 공포'에 관한 연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와 편도체의 역할이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일 터다. 저자는 이 편도체에 대한 연구 결과 "오늘날에는 신경생물학적 용어라는 옷을 차려 입지 않고서는 군인들이 느꼈던 공포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적용할 인류학적 상수란 없다."고 단언한다. 이 사유의 기저에는 시간이나 문화를 망라해서, 호모사피엔스부터 실험실의 쥐까지, 모든 동물이 느끼는 공포감의 중심에는 확실한 신경생물학적 단초가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19세기 이후 문화적 보편성과 시간을 초월하여 모든 종의 생물학과 심리학의 심층에 기본적으로 굳게 연결된 감정 연구의 한 기둥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제 편도체의 실체에 접근한다. 편도체란 무엇인가? 뇌에서 특별한 작용을 하는 활성화된 신경세포의 덩어리다. 그러나 즉각적으로 드는 의문이 있다. 도대체 어떤 신경세포가 편도체에 속한단 말인가? 저자가 편도체를 처음 보았을 때 당황했던 기억도 끄집어낸다. 뇌 단면의 어두운 부분과 그것을 둘러싼 조금 엷은 빛깔 사이의 점진적인 침착으로 인해 명확한 구분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자들 사이에는 편도체의 기능에 대한 의견 불일치도 있었다. 편도체가 부정적인 감정에만 책임이 있다는 생각은 점점 소용없어졌다. 오늘날 실험실에서 밝혀진 바로는 편도체는 후각이라든가, 시각적 인지 작용, 재즈 음악가가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지 즉흥 연주를 하는지 알 수 있는 능력 등을 담당한다. 이와 함께 편도체의 신경세포 조직과의 연결은, 실험체인 설치류와 인간 사이에서 다르게 도출된다.(〈감정에 대한 연구에서 범해진 일곱 가지 실수〉 참조, Richard J. Davidson, 저자 주) 엄밀히 말해, 편도체에 대해서는 아직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것이 뇌의 각 반구에 한 개씩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들이 연결되는지, 별개의작업을 수행하는지는 통상적으로 신경생물학자들에게 열렬한 토론 주제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기존 연구자의 주장을 덧대어 강조한다.

 


 

이후 저자는 연구소를 떠날 때쯤 모든 생각이 편도체에 빠져 있음을 인정한다. 베를린의 옅은 겨울 태양 아래 서게 되자 그제야 어떤 직관이 찾아왔다고 저자는 표현한다.(p.18) 공포에 관한 인류학 연구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완전히 색다른 문제와 우연히 맞닥뜨렸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학은 어떤 특별한 신경해부학적 부위를 가진 일반적이고 독특한 공포의 매커니즘을 찾아온 것이 아니다. 다른 세대 혹은 다른 문화에서 공포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그 차이에만 주목했다. 한 가지 예로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19세기 중반 영국의 침입을 받기 전까지 자기들끼리 종종 전쟁을 치렀는데, 만약 어떤 마오리족 전사가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몸을 떠는 육체적 징후의 공포심을 보이면 사회적 규약인 타푸(tapu)를 어겨서 아투아(atua)라는 영신에 들려 그런 것으로 여겨졌다. 이렇게 판단된 전사는 그런 신들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마오리족 중 사회적 위상이 가장 높은 여성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 나가야 했다. 여성의 성기인 질은 전사가 아투아에서 자유로워지도록 하는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만약 그가 떨지 않고 가랑이 사이를 통과할 수 있다면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져 전장에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전사가 여전히 떤다면, 정화의식은 실패로 돌아간 것이기에 처벌받지 않는 대신 집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분명한 것은 어떤 전사도 아투아에 들린 상태로는 전쟁터에 나가지 않기에 마우리족 병사들은 공포를 느끼지 않고 전쟁을 치렀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로써 마오리족 전사의 군인 공포의 원형은 신체 바깥에 있다는 것이 판명된다. 공포는 그의 '영혼', 그의 '정신', 그의 '뇌'가 아니라 타푸라는 이름의 초월 공간과 더 높은 존재에 기인한 것이다.

19세기 중반 이래로, 감정에 관한 학문적 논의는 상극인 특성들 주위를 선회했다. 즉 강함과 유연함, 본질주의와 비본질주의, 결정론과 비결정론, 보편적 혹은 문화적이라는 두 가지 양극을 중심으로 논의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그들 서로 간의 관계는 무엇인가? 저자의 의문과 질문은 이어진다. 어떻게, 언제, 어디서 그런 것들이 창출되었을까? 그들 간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 어떤 것도 명확하지 않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연구가 그저 초기 단계일 뿐이라는 자신의 결론을 이끌어낸다. 서기 2000년의 첫 10년 동안 신경과학자와 인문학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다학제적 회의에 참가했던 사람이라면 이러한 양극화가 얼마나 민감한지, 그리고 주위가 얼마나 빨리 잔인한 적으로 둘러싸이는지 알 것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감정의 역사는 이처럼 21세기에 접어들어서도 아직 새로운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그동안 확립되어 온 보편주의와 사회구성주의 사이의 양극화는 종종 주목되었다고 한다. 어떤 학자는 감정을 타고난 것으로 보는 반면 다른 학자는 감정을 사회적 구성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또 거기에 덧붙여 한 학자는 보편과 변수 사이 어느 곳에 경계를 긋느냐고 반론한다. 이제는 그동안 주장해온 다양한 감정에 대한 이론이 얽히고설킨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피터와 캐롤 스턴스 등 두 학자는 "문화에 기인한 일시성으로부터 동물의 향상성을 분류하는 도전을 이야기한다고 저자는 밝히며 뤼디거 슈넬의 말을 인용한다. 슈넬에 따르,면 "오늘날 감정에 대한 역사 연구는 기본적인 것과 상반된 두 가지 입장을 가진다. 하나는, 인간의 감정이 단지 표현 양식만 달랐을 뿐 수천 년 동안 서로 같은 상태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감정은 일반적으로 역사적 변화로 결정되는 각각의 고유한 역사가 있다는 것이다. 슈넬은 또한 보편주의자와 진화론자가 한 진영에 있고, 구성주의자가 다른 진영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어 많은 질문들이 이어진다. 아르민 귄터는 "감정이 역사를 가졌는지, 아니면 인류학적 상수인지" 질문한다. 캐서린 루츠와 제프리 화이트는 "다수의 고전 이론 혹은 문학 속 가정에서 인식론적 긴장감이 발견된다"라고 결론 짓는다. 이들이 바로 보편주의와 상대주의에 포함되는 것이다. 사회구성주의와 보편주의라는 이항 대립이 발생하지 않는 곳조차 이러한 대립을 은연중에 명시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가 수많은 감정에 관한 연구나 연구자들의 이론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결국은 감정의 역사에 포함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런 수많은 이론이 새로운 이론으로 재정립(재탄생)되는 과정이라는 말을 증명하려는 듯이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일반적으로 보편주의와 사회구성주의 사이의 이러한 구분은 우리의 사유를 발전시키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슬쩍 말머리를 돌린다. 18세기나 19세기의 저술들은 얼핏 보기만 해도 이러한 구분이 신에 의해 주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증거로 내세운다. 그것은 자연 대 문화라는 또 다른 이분법에서 비롯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모든 것은 또 계몽주의와 더불어 변화했다.

 

 

18세기를 거치면서 감정 이론에 말을 보탠 사람들 중에 드디어 우리가 아는 샤람들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한다. 토머스 홉스, 존 로크와 장자크 루소 등이다. 이들은 '자연'을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명명되는 학자들이다. 그들에게 자연이란 사회가 존재하기 전 기간으로 정의된다. 또 자연은 멀리 떨어져 있어 유럽 민족이 아닌 자들을 묘사하는 '원시적인'이란 말로도 한정되었다. 계몽사상가들은 자연을 인간의 신체와 동일시하여 본질적이고 변하지 않는 본능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다. 마직막으로 자연의 의미는 환경과 융합되었다. 그 결과 식물군과 동물군이 자연이 되었다. 자연을 몸으로 보는 것과 환경으로 보는 마지막 두 견해는 무엇보다도 종교 이전의 정당한 형태가 되었다. 그리고 나서 단순화 경로를 따라, 일말의 여지 없이, 우리가 '세속화'라 부르는 독특하고 절대적인 정당화 사례가 되었다. 자연은 단단한 기반을 이룬 절대물로 주조되어 새로운 궁극의 확실성이 된 것이다. 현대 자연과학이 전문화되고 제도화된 것과 마찬가지로 우생학으로의 풍속화가 이루어졌다. 자연과 문화의 대비는 과학적 방법의 토론으로 각인되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쓴 두 가지 목적을 밝히고 있다. 첫째는 무엇보다도 감정 역사에 관한 개론서이기에 그로 인해 역사에 관한 통상적인 지식의 총합이 될 거라는 점이다. 이런 종류의 개론서가 쓰기에 쉽지 않은 것은 역사란 모든 방면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은유적으로 말하면, 발사대에서 발사되는 로켓의 가속을 순간사진으로 포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감정을 심리학, 민족학, 철학을 통해 살피는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역사로 보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너무나 먼 곳에서 출판되어 우리가 지식으로 흡수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더라도 감정 역사의 파편들은 여전히 그러모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가 저자는 설명한다. 향후 이러한 재조사 작업을 통해서, 이 책은 최근 연구와 관련된 신화들을 말끔히 요약하고 정렬할 것이며, 방대한 인용문을 삽입하여, 자신만의 역사를 쓰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감정에 관한 연대기를 연구하기에 좋은 기초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 책은 "단순한 개요서기보다는 빠르게 발전하는 연구 분야에 대한 일종의 개입"이라고 말한다. 각각의 장(章)들은 평이할 것인데 자료들의 요약에서 중립을 지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무론 동시에 저자의 견해는 가능한 투명하게 개진할 것임을 내비친다. 문학과 이미지 연구와 관련하여 인문학과 사회과학 일부에 저자의 비판이 할당되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책은 오늘날 만연되어 있는 시경과하긍ㄹ 이용한 정치과학까지 다룬다. 다소의 반대 위험이 있고, 거부감도 있을지라도 중요한 혁신을 위해 거침없이 개입할 의지를 내비친다.

이 책은 4장(章)으로 나누어진다. 1장 「감정의 메타역사」, 2장 「인류학: 사회구성주의」, 3장 「생명과학: 보편주의」, 4장 「감정 연구의 역사적 전망」 등이다. 1장은 19세기 후반 감정사의 시작부터 감정에 대한 역사 연대기를 제시한다. 이러한 발달 과정은 감정의 역사에 영향을 미친 다른 과학 분야와 함께 사회적, 정치적 사건의 맥락에 놓일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감정의 역사조차도 어떤 메타역사를 가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2장은 감정 논의의 목적을 사회구성주의자로 돌려 타문화 속에서는 다르게 취급되는 감정에 관한 우리의 이해, 즉 인류학을 다룬다. 3장에서는 감정 스펙트럼의 다른 끝인 보편주의자로 관심을 돌려 감정 연구에 관한 전반적 개괄을 제공한다. 19세기 말에 일어난 실험심리학, 특히 신경과학에 관한 최근 연구에 초점을 두고 풀어낸다. 여기서 저자는 심리학, 생리학, 의학, 신경과학 연관 분야에 '생명과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용어는 '생물학'이라는 제한된 의미를 좀 더 확장시키기 위해 1980년대 나온, 인지심리학, 뇌 연구, 컴퓨터를 기반으로 살아 있는 유기체를 다루는 신경학 연구를 소개한다. '생명과학'은 별개의 학문 사이에 존재하는 유동성을 나타낸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따라 4장은 감정 역사 연구에서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관점을 열어놓는다. 이 책에서 2장의 사회구성주의와 3장의 보편주의는 뚜렷한 이원 구조를 이룬다. 이 둘의 대조는 느낌과 감정에 대한 기록된 모든 것에 너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저자는 언급하고 있다. 적어도 부분적으로나마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이 둘의 통합을 보여주는 것이 이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책 『감정의 재탄생』이 양자관계에 의문을 일으켜 궁극적으로 두 진여의 화해를 모색하는 것이 저자의 속마음일 것이다.

 


 

이 책에 대한 번역자와 출판 편집자들의 소감을 이 책에 대한 내용을 짧고 명쾌하게 소개한 내용을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감정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나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질문에 바로 명쾌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면 다음의 질문을 살펴보자. 감정은 타고나는가 아니면 양육이나 삶의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가? 심장과 뇌 가운데 어느 쪽이 감정에 더 중요한가?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는가? 이 책 『감정의 재탄생』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프로이트, 다윈, 에크먼, 레디, 르두, 다마지오와 같이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사상가와 학자들의 ‘감정’ 개념 및 연구를 비판적으로 추적해 나간다. 이 내용은 철학, 인류학, 사회학, 언어학, 예술사, 정치학부터 19세기 실험심리학에서 최신 신경과학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 다루는 감정의 역사는 ‘메타역사’이며, ‘감정’ 개념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폭넓고 집요한 연구의 결과로 이 책은 국제 인문학상을 수상했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감정에 관한 다학제 자료를 헤쳐나가는 연구자들에게 생명줄을 던진” 최고의 입문서로 평가되고 있다.

 

저자 : 얀 플럼퍼(Jan Plamper)

독일의 역사학자이며, 아일랜드 리머릭 대학교의 역사학과 교수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감정의 역사, 감각의 역사, 러시아 역사, 이주의 역사 등이다.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튀빙겐 대학교에서 강의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베를린 막스 플랑크 연구소 감정사 센터 연구원,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골드스미스 런던 대학교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했다. 『감정의 재탄생』과 『스탈린 컬트』는 여러 상을 받았고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 외 저서로 『우리는 모두 이주자: 다문화 독일의 역사』 『공포』 등이 있다.

 

역자 : 양윤희

포스트모더니즘 소설 분석으로 학위를 받고 20년간 문학 강의를 했다. 삶은 이야기들의 향연이라고 일깨워 주신 외조모와 그것을 생생하게 만드는 것이 작가의 일이라고 일러준 프루스트에게 사랑을 보낸다. 시간은 모든 것을 앗아가고 황폐하게 하지만 거기에 틈을 내고 영원의 환상과 사유를 집어넣을 수 있는 보석보다 휘황한 문학이 있음을 기뻐한다.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반복충동과 포스트모던 소설』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번역서로는 『천 에이커의 땅에서Ⅰ, Ⅱ』(민음사), 『요술 부지깽이』(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1) 등이 있다. 2013년 단편소설 「순수와 오염」으로 문예감성 신인 문학상 수상하였고, 논문으로는 「롤리타: 나보코프의 서사욕망」, 「정신분석, 그 또 하나의 서사」 등이 있다. 평론으로 「사랑의 세 가지 진화 유형」, 「여성과 문학」, 「‘벌레 이야기’로 본 서사 욕망의 전복」 등이 있고, 수필 「도깨비와 인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방랑자들을 읽고」, 단편소설 「은총」을 썼다. 첫 장편소설 『두 달 뜨는 밤』을 썼다.

 

기획 : 경희대학교 비폭력연구소

2007년 설립된 경희대학교 부설 연구소이다. 현재까지 꾸준히 비폭력 주제 연구를 이어오고 있으며, 특히 집단감정?감정교육 연구 및 세미나 개최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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