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삶을 사랑할 수 있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한상원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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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철학을 공부하지 못한 이유로 철학자의 이름도 제대로 모른다. 그러나 대학 공부 이전에 배웠던 교과서에 나온 이름은 어느 정도 알고는 있다. 그렇다고 이름이 그의 철학을 이야기해주지 않기 때문에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그가 철학자로서 남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니체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기억이 있다. 이름과 저서명은 아는 셈이다. 그리고 최근,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나온 각종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 '니체'란 것은 독자만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닐 것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는 말을 남겨 대단한 독설가이자 기독교 사회인 유럽에서 그다지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가 왜 전 세계가 팬데믹의 공포에 휩싸인 시점부터 그의 이름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것일까?

니체가 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자주 언급되어 왔다고 니체를 연구하는 학자나 후배 철학자들은 말한다. 니체의 철학은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 책의 저자 한상원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 철학이 던진 근본적인 물음은 “지금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라고 말한다. 니체의 철학적 주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말년의 저작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문제의식은, 서구 정신이 천착해온 과정을 전복하고 해체하는 일이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는 곧 서양철학의 정수라고 하는 형이상학을 극복하는 작업이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런데, 이 형이상학은 기독교의 신 개념과 접목돼 있었고, 형이상학과 신학은 모두 현존을 부정하는 관점이라는 점에서 우리 자신의 현재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니체와 그의 철학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저자는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구 형이상학 및 신학과 대결해 온 점에 니체는 주목했다고 밝힌다. 이 대결은 결국 곧 “현재 나의 삶을 사랑할 수 있는가” “지금보다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다름아니다. 니체 철학의 정곡을 찌르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니체의 주저이자 고전문학에 반열에 오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소개·해석하면서, 철학함이란 구체적으로 특정 사상가의 철학 내용을 내 삶의 구체적 현실 속에 적용해 봄으로써 나의 삶을 반추해볼 수 있는 계기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고 집필 취지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책의 〈서문〉을 통해 니체의 저서와 철학을 ‘기독교냐 아니냐’ ‘반철학이냐 아니냐’라는 해석에서 그치지 않고, ‘나의 삶에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방향의 질문을 제기하고자 한다고 강조한다. 그 점이 우리가 니체를 수용하는 더 바람직한 길이 아닐까라며 의문부호로 말을 맺지만 독자에게는 살아 있는 철학에 이르는 길이라고 읽힌다. 독자는 니체에 문외한이라고 밝힌 점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금 이 책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는 태도라고 믿고 싶어서다. 사전 편견이나 오해 등 잘못된 믿음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물론 니체에 대해 사실 아는 것이 없기도 하다. 표제어 중 '차라투스트라'가 고대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의 독일 이름이란 사실도 이제서야 알았다. 고등학교 때 '조로아스터교' '배화교' 등으로 배운 종교 말이다. 그런데 막상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종교와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산 속에 숨어 살던 차라투스트라가 "신은 죽었다"고 하는 깨달음을 얻고 산을 내려와 여행하면서 가르침을 전하는 모습을 그린 철학적 서사시이다. 이 가운데서 니체는 초인(超人)·권력에의 의지·영겁회귀 등 그의 중심적인 사상을 전개하고, 창조적인 삶의 긍정과 충실을 설명했다. 비유와 상징을 사용하고 아름다운 어구, 시적 표현을 아로새겨서 이러한 사상을 구상화해 이후 사상가뿐만 아니라, 많은 시인과 문학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저자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철학서이면서, 동시에 반철학의 요소들을 전개한다고 본다. 니체의 서술에서 핵심이 되는 인물은 (그리스도에 대립하는) 예언자 차라투스트라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의 행보에 대한 니체의 서술은 동시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서술한 복음사가들을 닮아 있다. 묘하게 니체는 '안티크리스트'를 내세우면서도, 기독교인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하나의 전복적 신학이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저자는 니체가 택한 철학적 전복의 길을 우리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상상력의 힘으로 전환하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이것은 결코 우리 모두가 '니체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다. 앞서 언급한 〈서문〉을 통해 저자는 "철학이 이 시대와의 대결이라면, 우리는 니체 철학을 통해서 '현존의 부정'을 낳는 현시대의 야만을 고발하고, 어떻게 자신을 초극한 자로서 '위버멘쉬'*를 향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낙타는 사자가 되어야 하고, 사자는 자신의 힘을 극복함으로써 아이의 순수 긍정을 얻는다. 그런데 우리는 미처 사자가 되어 보기도 전에 낙타의 삶을 살아가다가 같은 낙타끼리 서로 혐오하면서 이 사막에서 고립되어 죽어가는 것은 아닐까?"(p.7)라며 제언하고 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원한 감정이나 복수심이 어째서 우리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데 해악적인가에 관한 서술에서 오늘날에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문제가 된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혐오 감정을 배출하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니체를 통해 말할 수 있는 것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사회적 상황이 자신의 삶을 긍정하지 못하고, 니체가 말하는 자기에 대한 자긍심을 갖지 못한 개인이 자신을 비참하고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면서 그러한 비참함의 원인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위버멘쉬(Ubermensch , overman) :

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존재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터득시키고자 한다. 그것은 위버멘쉬요, 사람이라는 먹구름을 뚫고 내리치는 번갯불이다.(Za Ⅰ 머리말 7, 한글판 29:23-30:1 / 독일어판 17:5-17:6 / 영어판 20:32-20:34)

위버멘쉬 사유는 산에서 10년 간의 고독한 명상생활을 한 차라투스트라가,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인간에게 전해준 그의 첫 철학적 사유다. 여기서 위버멘쉬는 인간 자신과 세계를 긍정할 수 있는 존재로 제시되며, 지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완성시키는 주인의 역할을 하는 존재로 기획된다. 이런 특징을 갖고 있는 위버멘쉬는 『차라투스트라』에서 힘에의 의지와 허무주의 그리고 영원회귀 사유와의 정합적 구도를 완성시키는 매개개념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이렇게 구성된 사유복합체만이 비로소 인간과 세계에 대한 디오니소스적 긍정이라는 니체 철학의 목표를 달성시킨다.(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제〉, 2004, 백승영)

 

 

이 책은 모두 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근대의 차라투스트라, 니체〉, 2장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읽기〉, 3장 〈철학의 이정표〉 등이다. 1장은 「니체의 생애」, 「니체는 어떤 사상가였는가?」, 「우리의 니체」로 나뉘어 있다. 2장엔 「우리의 세계에 대한 가르침」, 「낡은 도덕과 새로운 도덕」, 「새로운 서판을 위하여」, 「새로운 삶을 향하여」가, 3장엔 「뤼디커 자프란스키, 『니체』」, 「마르틴 하이데거, 『니체』」, 「질 들뢰즈, 『니체의 철학』」, 「알랭 바디우, 『알랭 바디우 세미나: 프리드리히 니체』」, 「작곡가로서의 니체와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음악화」 등 6권의 니체와 관련된 서적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 「생애 연보」와 「참고 문헌」도 첨부돼 있으니 니체의 삶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니체는 쇼펜하우어를 통해 철학적 사유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니체와 니첼 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꼽히고 있다. 또 니체는 음악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저자 한상원은 책 뒤에 「작곡가로서의 니체와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음악화」를 통해 별도의 '니체와 음악을' 소개하기 위한 글을 마련해 썼지만 책 1장 앞머리에 음악가 이름을 거론한 것은 니체 철학에도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것들도 있지 않나 싶다. 독자의 철학적 지식이 낮아서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음악가들과 교류하고, 또 그의 철학서 내용을 후에 음악가들이 사용해 작곡하기도 했다.

저자는 니체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 음악가로선 리하르트 바그너를 꼽고 있다. 동시대 인물이라 직접 바그너를 만나기도 했으며,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깊은 교류가 이어지기도 했다고 저자는 책에서 밝힌다. 그러나 니체는 바그너의 게르만 정신 예찬과 국가주의로부터 서서히 거리를 두면서, 오롯이 철학으로만 나아갔다고 한다. 특히 당시 독일 지성계와 사교계를 대표하는 여성 '루 살로메'에게 가깝게 지냈으나 포로포즈를 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이때의 상처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어머니와 여동생의 사이가 나빠져 니체는 가정적으로 불안정했던 것이 그의 건강을 더욱 나빠지게 한 요인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이후 니체는 교수직을 그만두고 요양 생활을 하면서 철학에 더 시간을 많이 갖게 된 시점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니체는 기독교의 선과 악, 본질과 현상, 실체와 속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체계에 반대하면서,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을 긍정하는 철학을 제시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는 이러한 니체의 철학적 관점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 차라투스트라를 화자로 빌려온다. 차라투스트라는 그리스도를 대신해 자신의 복음을 전파하고 군중들에게 삶의 새로운 가치를 천명하는 새로운 예언자이며, 이런 의미에서는 ‘안티크리스트’라고 불릴 수 있다. 이처럼 니체의 철학은 그리스도교에 대적했던 동방의 예언가 차라투스트라를 모델로 차용하여, 형이상학과 기독교 신학이 부정했던 우리의 현존을 긍정하고, 기존에 부정된 새로운 가치들의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니체를 ‘근대의 차라투스트라’라고 명명해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1장의 제목이 〈근대의 차라투스트라, 니체〉가 된 이유다.

저자는 니체의 사상으로부터 우리 자신에게 눈을 돌려보기를 독자들에게 조언한다. 우리는 오늘날 신이 경멸받는 시대에, 오히려 신을 대체하는 새로운 우상에 빠져 살아갔던 것은 아닐까? 돈, 권력 또는 허울뿐이고 맹목적인 탐욕을 낳는 모든 것. 우리는 자기 극복의 삶, 창조적인 삶이 아니라 우상에 눈이 멀어 나와 주변 사람을 모두 슬프게 만드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저자의 질문은 평범하지만 니체 철학의 정수에 다가가기 위한 많은 질문들을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많은 사람은 그렇게 살아가고, 자본주의는 우리를 그러한 존재로, 니체의 용어대로라면 잘 길들여진 가축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2장의 제목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읽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니체는 강요된 낙타의 삶을 떨치고 사자가 되어보자고 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 자신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는 포효하는 사자가 되어보자는 것이다. 저항하는 삶, 노예이길 거부하는 삶 속에서 비로소 어린아이의 순수 긍정을 통해 위버멘쉬를 향해 이행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구체적인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보도록 하자고 했다는 점을 독자들은 깨달을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낙타-사자-어린아이의 이행 과정은 니체 자신의 의도를 넘어서는, 새롭고 적극적인 해석이 가미된 것이다. 니체에게서는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어린아이로의 이행이 사회적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의식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사유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랭 바디우의 말을 빌려, 니체의 철학이 혁명적 사건의 철학이 되려면, 우리는 어떠한 존재가 되어야 할까. 저자는 OECD 국가 중 가장 긴 노동시간 속에서 산업재해와 정리 해고의 불안 속에서 낙타처럼 땀흘리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사자의 함성을 내지르고 동시에 어린아이의 긍정 속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우리는 니체를 넘어서는 니체의 독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철학은 그러한 방식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 : 한상원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에서 마르크스의 물신주의와 이데올로기 개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아도르노의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아우구스티누스, 맑스, 벤야민. 역사철학과 세속화에 관한 성찰』과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가 있으며, 역서로 『공동체의 이론들』(공역) 『아도르노, 사유의 모티브들』 『역사와 자유의식: 헤겔과 맑스의 자유의 변증법』이 있다. 『현대 정치철학의 네 가지 흐름』 『근대 사회정치철학의 테제들』 『아도르노와의 만남』 『왜 지금 다시 마르크스인가』 『팬데믹 이후의 시민권을 상상하다』 등 여러 책을 공저했다. 현대 사회?정치철학의 여러 주제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충북대학교 철학과에 재직 중이다.

 

기획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기 성찰과 실천적 모색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철학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1989년에 창립했다. ‘이념’과 ‘세대’를 아우르는 진보적 철학의 문제를 고민하며, 좁은 아카데미즘에 빠지지 않고 현실과 결합된 의미 있는 문제들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자 한다.

펴낸 책으로『아주 오래된 질문들』 『처음 읽는 한국 현대철학』 『망각과 기억의 변증법』 『세상의 붕괴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다시 쓰는 서양 근대철학사』 『다시 쓰는 맑스주의 사상사』 『철학자의 서재』 『청춘의 고전』 『철학, 문화를 읽다』 『철학, 삶을 묻다』 『철학 대사전』 등 다수가 있으며, 매년 네 차례에 걸쳐 학술지 『시대와 철학』을 발간하며 대중 웹진인 《ⓔ시대와 철학》을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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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파라다이스 1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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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작품 『투 파라다이스』는 "진정한 파라다이스는 존엄과 존재를 고민하는 사람만이 찾아낼 수 있다"는 주제를 가진 문제적 대서사시로 주목받고 있다. 저자 한야 야나기하라가 이 소설을 구상하고 쓰기 시작한 시점은 팬데믹이 시작되기 훨씬 전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고 이 소설 작품은 디스토피아와 팬데믹 이야기를 잘 버무렸다는 평가를 받으면 세계의 출판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은 저자의 전작 『리틀 라이프』와 주제면에서 일맥상통해 시리즈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대체 역사소설과 사실주의, 디스토피아를 넘나드는 스토리로 저자의 집필 의도가 한층 더 야심만만하고 확대된 느낌을 준다. 이 책이 미국에서 처음 발표된 후에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보그〉, 〈에스콰이어〉, 〈NPR〉, 〈굿리즈〉가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았다. 출판사 측은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 작품을 추전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소설 작품은 조지오웰의 『동물 농장』, 『1984』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에 팬데믹, 차별과 혐오, 성정체성, 국가의 규제와 개인의 자유 대립 등 전 세계를 뜨겁게 만든 이슈를 녹였다. 저자 한야 야나기하라는 등장인물들의 갈망과 그들이 놓인 상황을 통해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권력과 규율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더불어 앞으로 인류에게 닥칠 재앙은 어떤 형태일지, 우리는 우리를 무엇으로 정의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한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막연하게 가슴에 품고 그리워했을 낙원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으며, 삶에 대해서도 깊게 고찰할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투 파라다이스』는 주로 뉴욕을 배경으로 한 게이 남성들의 이야기다. 전작과 주제가 비슷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저자 한야 야나기하라는 현재 미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제적 젊은 거장이라고 칭송되고 있으며 아시아계 미국 소설가이다. 저자는 이 소설을 3부작으로 구상해 집필했다고 알려졌다. 그 중 제1권으로서 『투 파라다이스1』에는 1부 〈워싱턴 스퀘어〉와 2부 〈리포-와오-나헬레〉로 나뉘어 담았다. 1부는 19세기 후반 가상의 미국 내 '독립국'인 '자유주'를 배경으로 헨리 제임스의 〈워싱턴 스퀘어〉*를 게이 남성 상속자 버전으로 다시 쓴 대체 역사소설이다. 2부는 그저 “그 병”이라고만 지칭되지만 에이즈(AIDS)가 분명한 신종병의 창궐로 인해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뉴욕 게이 남성들과 몰락한 하와이 왕조 후손의 비극적 삶을 그렸다. 이 소설은 책의 서두에 "이 이야기는 허구이며, 여기에 등장하는 이름, 인물, 장소, 사건들은 작가의 상상의 산물 또는 허구다. 생존 여부를 막론한 실제 인물이나 사건, 장소와 유사성이 있다면 전적으로 우연의 일치다"고 밝힘으로써 오히려 사실을 소설화한 듯한 느낌을 준다. 20세기 후반의 미국의 현실 역사를 반영했다고 독자 입장에서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1권에 등장하는 두 곳의 세상은 시간 연속선상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모든 이야기에서 뉴욕 워싱턴 스퀘어의 저택이 주된 배경을 이룬다. 데이비드 빙엄, 찰스 그리피스, 에드워드 비숍 등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들이 마치 거듭 환생이라도 하듯이 100년 후 세상에 거듭해서 등장한다. 이 등장인물들은 이름만 동일한 게 아니라, 손주에게 헌신적인 애정을 쏟는 권력자 할아버지, 무능하고 무책임한 아버지, 세상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부유하는 젊은이처럼 유형 또한 비슷하게 반복된다. 1부의 이야기가 2부에서 다시 언급되기도 하고, 같은 장면과 대사가 되풀이되기도 한다. 그리고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동일 구절 “To Paradise(낙원을 향하여)”로 마무리된다.

 

*헨리 제임스(Henry James, 1843~1916)와 〈워싱턴 스퀘어〉 : 미국 소설가 겸 비평가로서 영어로 쓴 가장 뛰어난 소설 중의 하나로 평가받은 장편 『어떤 부인의 초상』등 그의 작품 대부분은 국제 문제를 다뤘다. 〈워싱턴 스퀘어〉도 그의 작품 중 하나로 1880년에 발표했다. 그밖에 자신의 작품 해설을 모은 『소설의 기교』는 소설 이론의 명저로 알려졌다.(두산백과)

 


 

제1부 〈워싱턴 스퀘어〉는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 1893년을 배경으로 한다. 노예 해방의 주역으로 칭송받던 링컨 대통령의 사후 약 30년쯤 된 미국 뉴욕에서 벌어지는 일이 소설의 중심 줄거리다. 주인공 데이비드 빙엄은 자유 미국의 창립자인 너대니얼 빙엄 손자다. 자유 주에서는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백인 여성에게는 교육받을 권리와 투표권이 있지만 자유 주에서는 흑인의 시민권을 거부한다. 데이비드는 상인 찰스 그리피스를 소개받고 그와 결혼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비드는 자원 봉사를 다니는 곳에서 피아노 교사 에드워드 비숍을 알게 된다. 단박에 서로에게 매력을 느낀 두 사람은 빠르게 연애를 시작하지만 에드워드가 집으로 돌아가자 연애는 중단된다. 에드워드가 부재하는 동안 데이비드는 찰스의 구애를 받아 그와 성적인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에드워드가 돌아와 데이비드에게 신분 차이를 넘어선 우리 둘의 사랑을 인정해줄 캘리포니아로 도망가자고 제안한다. 데이비드는 할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고백한다. 그의 할아버지 너대니얼 빙엄은 에드워드가 부유한 남자를 유혹하는 사기꾼이자 도둑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는 가족에게 등을 돌리기로 결심하고 낙원을 향하겠다고 결심한다.

제2부〈리포-와오-나헬레〉는 1부의 100년 뒤 1993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등장 인물의 이름이 겹치기는 하지만 제1부와는 전혀 다른 존재인 데이비드 빙엄은 하와이 왕족의 후손인 25세 법률 보조원이다. 자신의 유산을 버리고 부유한 나이든 변호사인 찰스 그리피스와 함께 뉴욕에 살고 있다. 두 사람은 HIV/AIDS 전염병에 크게 영향 받았으며 찰스는 휴면 보균자이고 그의 친구들 중 많은 수가 사망했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유산을 찰스에게 비밀로 한다. 또한, 요양원에 갇힌 데이비드의 아버지는 무너진 왕조의 상속자다. 그는 외로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의 친구 에드워드가 하와이 독립 운동에 참여하도록 그를 격려했던 방법을 회상한다. 에드워드의 격려를 받은 나이든 데이비드는 결국 할아버지를 통해 소유한 쓸모없는 땅인 리포-와오-나헬레로 거주지를 옮긴다. 하지만 그들은 땅을 개발할 수도 없고 추종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도 없다.

 


 

가상의 유토피아 국가 자유주에서 현실의 1990년대를 거쳐 미래의 디스토피아로 불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세계들이 그 자체로 역사의 퇴보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100년이라는 시간적 간격과 명백히 다른 사회적 체제에도 불구하고 유사하게 반복되는 상황과 설정들을 통해 저자 야나기하라는 "현실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자유는 환영 같은 희망일 뿐"이라는 어두운 암시를 던진다. 그리고 그 암시 속에서 각 이야기를 끝맺는 “낙원”을 향한 결의는 역사적 진보의 함의를 벗어던지고 미망, 모순, 아이러니로 점철된 소망으로 그려진다.

1부의 주인공 데이비드는 자신을 감출 필요 없이 살 수 있는 안전한 유토피아를 버리고 신뢰할 수 없는 연인과 함께 알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는 “서부(낙원)”으로 가서 자유와 독립을 찾겠다고 다짐한다. 2부 후반의 주인공 데이비드는 하와이 왕국을 복원해 ‘타락(식민주의) 이전의 낙원’으로 돌아가겠다는 실체 없는 꿈을 좇아 인생을 허비한 끝에 죽음의 침상에서야 “뉴욕(낙원)”으로 가서 아들 데이비드와 화해하려는 환상에 빠진다.

낙원을 향한 그들의 여정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상의 유토피아에서 위험한 현실로, 식민지 하와이에서 제국인 미국으로, 신세계 미국에서 구세계 영국으로 향하는 뒤집힌 여정이라는 것 또한 현실 진보의 방향을 거스른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 같은 세 개의 이야기 줄거리가 모두 열린 결말로 끝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독자들이 결말 이후 주인공들의 운명을 어떤 쪽으로 상상하건 간에, 그 대답은 현실 속 낙원과 자유에 대한 각각의 견해와 무관할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늘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오늘 밤, 어두워지고 이곳이 온통 조용해지면 나는 일어나 정원을 다시 찾아 나갈 거고, 이번에는 뒷문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갈 거야.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새카만 나무들이 벌써 보여. 주위에 가득한 생강 냄새가 벌써 나는 것 같아. 저들의 생각은 틀렸어. 아직 너무 늦지 않았어, 늦지 않았어, 결국 늦지 않았어. 그리고 나는 걷기 시작할 거야. 어머니 집이 아니라, 리포-와오-나헬레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네가 가 있길 바라는 그곳을 향해서. 난 멈추지 않을 테고, 쉴 필요도 없을 거야. 거기, 네가 있는 곳에 다다를 때까지, 낙원을 향하여."(p.529)

 


 

하와이는 미국의 50번째 주로 인구 약 150만 명(2013년 현재)의 제도(諸島)이다. 이 소설에는 뉴욕과 미국의 서부, 하와이 등 3곳의 구체적 명칭이 나온다. 모두 신세계-구세계, 유토피아-디스토피아, 번영-타락의 상징이 되는 곳이다. 이 영욕의 결과를 시대적으로 열거한다면 반대의 개념에 더 합당할지도 모르는, 짧은 시간(특히 소설 속 100년)에 큰 변화를 겪은 곳이다. 뉴욕은 모두가 아다시피 신세계 미국이 태동하고 번영을 지속해온 곳이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되기까지 독립 이후 100년 동안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수많은 역경에 부딪치고 극복하는 동안 많은 타락(부패와 욕망)를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미국의 서부는 미국이 동부 13개 주를 발판으로 독립 이후 수많은 외적과 맞서 싸우면서 북아메리카 전역을 차지하려는 욕망이 실현된 곳이 '서부' 개척이다. 당시 미국인들에게는 신세계이고 돈과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유토피아이기도 했던 곳이다. 미국의 개척 정신을 포론티어십으로 묶어 역사적 헌신의 결과로 정부가 미화한 점을 뺀다면 말이다. 선주민(원주민)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 멕시코인들의 피난 등으로 점철된 개척의 역사가 오늘의 미국을 만드는 데 짙게 배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서 오늘날 가장 아프게 겪고 있는 사회문제인 '총기 소지'도 이때 개척자들에게 자위권 차원에서 허가된 무기여서 이로 말미암은 오늘날 미국이 겪는 사회적 고통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와이 역시 미국의 마지막 50번째 주로 편입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폴리네시아계 민족이 하와이에 이주한 것은 5세기경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 뒤 오랫동안 부족간의 싸움이 뒤를 이었으나 1782년에 카메하메하 1세(1739∼89)가 섬 전체의 통일에 성공한 후 1893년까지 왕조가 지속되었다. 그 후 하와이는 미국과 극동을 잇는 태평양상의 통상·포경(捕鯨) 기류지가 되었으며, 그 동안에 미국인을 주로 한 외국인 거류자도 점차 늘고, 1840년에는 뉴잉글랜드 선교사들의 포교와 그 영향에 의해 최초의 헌법이 발포되었다. 1840년대에 영국·프랑스 및 현지 미국인과의 사이에 그 귀속권을 둘러싼 분쟁이 있었으나 결국 독립이 유지되었으며, 1887년에는 미국과의 호혜통상조약에 의해 펄하버(진주만)의 미국 해군기지 사용권을 인정하였다. 19세기 후반에 사탕수수·파인애플 재배에 성공하여 제당업이 번창하자 아시아인을 포함한 외국이민이 증가하였다. 1897년에 매킨리 미국 대통령에 의해 합병조약이 체결되어 다음해에 미국의 주권하에 놓이게 되고, 1900년에 준주(準州)가 되었다. 미국령이 된 뒤 사탕수수와 파인애플의 재배가 한층 촉진되어 인구가 증가하고, 펄하버를 중심으로 한 기지의 강화도 추진되었다. 1941년 12월 8일에 일본군에 의해 펄하버가 기습공격을 당했고, 그것을 계기로 태평양전쟁이 일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주(州) 승격운동이 성해지면서 1959년 8월 21일에 알래스카에 이어 미국의 50번째 주가 되었다.(두산백과)

 

 

"그가 떠나온 곳이 천국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건 다른 사람의 천국이지, 그의 천국은 아니었다. 그의 천국은 다른 곳에 있지만, 그의 눈앞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곳은 그가 찾아야 한다. 사실 그게 바로 그가 평생 배웠던 바, 희망하라고 배운 바 아닌가? 이제 찾을 때가 되었다. 이제 용감해질 때가 되었다. 이제 그는 혼자서 가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무거운 가방을 손에 든 채 이곳에 잠시 서 있다가 심호흡을 한 뒤 첫발을 내디딜 것이다. 그의 첫 발걸음을. 새로운 인생을 향하여, 낙원을 향하여."(p.267)

 

저자 : 한야 야나기하라(Hanya Yanagihara)

 

미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제적 젊은 거장. 아시아계 미국 소설가로, 1975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스미스칼리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뉴욕으로 건너와 ‘빈티지북스’ 출판사와 유명 여행 잡지 《콘데나스트 트래블러》와 《T: 뉴욕타임스 스타일 매거진》에서 일하면서 소설을 썼다. 첫 장편 《숲 속의 사람들(People in the Trees)》(2013)로 뛰어난 데뷔소설에 주어지는 ‘펜/로버트 W. 빙햄’ 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2015년 두 번째 장편 《리틀 라이프(A Little Life)》로 독자와 평단 모두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1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예측할 수 없는 서사와 무서운 흡인력으로 독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다, 부커상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까지 올라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작품도 화제가 되었다. 부커상 후보작 중 유례없는 독자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으며,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소설의 힘과 소재의 선정성으로 인해 뜨거운 논쟁작이 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NPR 등 25개 언론사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걸작’이라는 단어는 이 소설을 위한 것이다”라는 극찬을 받으며 커커스 문학상을 받았다.

 

역자 : 권진아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근대 유토피아 픽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조지 오웰의 『1984년』, 『동물농장』,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어라』, 『헤밍웨이의 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 요법』, 『한스 팔의 전대미문의 모험』, 『에드거 앨런 포 전집』,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공역)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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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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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를 읽으며 독자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생각했다. 많은 부분이 닮았지만 많은 부분이 다르다는 생각도 했다. 두 저자 모두 자연을 예찬하고 그 속에서의 삶을 찬양한 미국인이다. 『월든』의 소로(1817~1862)가 130년 가량 앞선 시대의 사람이고 배리 로페즈(1945~2020)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해 태어났다. 다른 점이라면 소로의 시대엔 미국이 아직 세계사의 중심에 서 있지 못한 시절이고, 로페즈는 그야말로 미국이 세계 최강국의 위치를 굳힐 무렵 출생했다. 독자가 두 저자의 책을 모두 읽었지만 자연을 예찬하고 사랑하는 모습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소로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자연주의자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맑고 명징하다. 로페즈는 자연과 장소, 인간과 풍경에 대한 탁월한 글쓰기로 “우리 시대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우리 시대 최고의 자연 작가”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평생을 자연을 찾아다니며 보냈다. 자연을 찾아다니며 즐겼다는 의미가 아니다. 거의 탐험과 모험에 가까운 자연을 찾아다니며 자연과 대화를 하면서 평생을 보냈다. 다른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그가 자연을 만나는 장소다.

로페즈는 이 장소에서 자연과의 대화한 내용을 글로써 표현해 냈다. 이 책이 그가 남긴 마지막 에세이 모음집이다. 이 책은 로페즈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편집했던 문학적 유산으로, 그가 세상을 떠난 뒤인 2022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출간되기 전부터 영어권의 여러 문학잡지에서 기대작으로 손꼽혔으며, 출간 직후에는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 베스트 1위에 올랐고, 같은 해 〈뉴욕 타임스〉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책에는 여행 중 마주한 다양한 풍광에 대한 경이로운 기록을 비롯해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에 대한 담담한 회고록, 부서져가는 세상에 보내는 간곡한 전언 등 에세이라는 장르로 아우를 수 있는 스물여섯 편의 글이 유려하게 편집되어 담겼다. 특히 리베카 솔닛의 〈서문〉은 로페즈가 얼마나 섬세하고 묵묵한 시선으로 세상을 관찰하며 깊고 지혜로운 글을 썼는지 전해준다. 솔닛의 안내를 받아 이 책에 실린 한 편 한 편의 글들을 읽어나가는 사이, 우리는 삶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온전히 받아들여 더 넓고 그윽한 시선으로 자연과 인간의 세계를 바라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리베카 솔닛은 「성배를 찾는 여정」이라는 제목의 〈서문〉을 통해 "자연 세계에 관해 글을 쓰는 사람들은 장소와 그 안의 생물들로부터 영양과 돌봄과 보호를 받은 기억, 신체적·윤리적·정서적·창의적·정신적 측면에서 중요한 비인간 세계와 교감했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런 이유로 우리는 그 세계가 객관적으로-기후 재앙과 멸종과 착취로-위협받는 동시에 인간의 서식지가 도심의 실내로 옮겨갈수록 우리 의식에서 사라져가는 상황을 자주 이야기해왔고, 그 일이 과연 무엇의 상실인지도 이야기하려고 노력해왔다."(p.12)고 밝힌다. 이에 따라 솔닛은 자연과 글을 대하는 로페즈의 태도를 설명한다. “그는 마치 신에게 다가가는 사제처럼 사라져가는 진귀하고 머나먼 현상과 접촉하고 그것을 나누고자 노력했으며, 이 현상들과 나눈 교감을 작가로서 우리를 위한 교감이자 우리와 나누는 교감으로 옮기고자 했다. 그의 글 안에서 고독은 연결로 바뀌고 깨져나간 조각은 다시 하나로 붙는다.” 솔닛의 문장은 로페즈가 인간과 자연이 연결되어 있음을 부단히 의식하며 글을 써나갔음을, 독자들로 하여금 연결의 의식을 일깨워 각자의 고독을 걷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음을 환기한다. 그의 문장들이 멋 부리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것은 바로 이런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와 연대에 대한 신념에서 배어나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솔닛은 이어 로페즈가 청중 앞에서 강연할 때 의도적으로 성직자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을 더러 느꼈다고 말한다. 솔닛은 그런 태도는 공식 석상에서 내보이게 되는 일종의 격식이겠지만, 한편으로 회중을 어떤 초월성이나 내재성으로 인도하는 사제처럼 우리를 인도하려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고 회고한다. 책에 따르면 로페즈는 윤리적 입장을 견지하며 원칙을 언명하기를 서슴지 않았고, 허다한 미국 백인 작가들을 미혹했던 중립성이라는 허상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이런 독실한 태도는 그의 글에서도 나타난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뉴욕으로 이주해 학대범에게서 벗어나게 된 시기에 예수회 사립학교에 다니게 된 로페즈에게는 예수회의 분위기랄지 사제의 느낌이 짙게 남아 있었다. 결국 그 길을 가진 않았고 가톨릭교회에서 차츰 멀어졌다. 솔닛은 로페즈의 기도하는 삶에 관한 말을 전한다. "가톨릭의 관습과 멀어진 지 오래지만 여행자로 살면서도 나는 여하튼 기도하는 삶이라는 중심축에 계속 의지했다. 신의 존재 앞에 부단히 경건하게 임하는 것을 나는 넓은 의미의 기도로 받아들였다. 그 정수 안에 깃들고자 매일 노력하는 것이 기도였다."

 

 

솔닛은 저자 로페즈가 평소 뜻을 함께하는 동지이자,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의 태도에 많은 영향을 받은 듯하다. 로페즈의 에세이 모음집을 발간하며 책의 〈서문〉을 쓴 것도 그와의 평소 관계를 말해 주는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솔닛은 "그의 (이런 진지한 태도에서 나오는) 글은 사후에 가는 천국이 아니라 현세의 여러 장소와 현상에서 신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음을 기쁘게 선포한다. 어떤 의미에서 이 에세이는 사막에서 남극에 이르는 풍요로움에 대한 예찬이자 그것의 훼손에 대한 경고다."고 솔닛은 주장한다. 이와 함께 로페즈의 삶은 평생 성배를 찾아다니는 여정이었으며 찾는 일 자체가 성배인 삶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로페즈에게는 무언가를 찾아 길을 나서는 여행이 곧 성배이고, 그 무언가는 자신의 바깥에 놓인 어떤 것이다"라는 설명이다.

솔닛은 로페즈가 평생 여행하며 찾아낸 것을 하나씩 언급하기도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로페즈가 간구했던 것은 '성배'이자 자연'이라는 주장이다. 눈보라 속의 사향소, 남극 빙하 밑에서 물결치는 해조류, 또는 백인이 발 들이기 훨씬 이전에 사막에 그려진 종마의 형상이거나 그의 집 앞 매켄지 강변으로 매해 가을 산란하러 오는 연어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의 글과 이 우주론 안에서 성배를 찾아 나서는 여정이란 이런 장소로의 여행일 뿐 아니라 도착 이후의 정적과 인내이기도 하다는 말은 독자에게는 신선하면서도 신비로운, 여정이라고 이해된다.

또 그의 글은 서두르지 않는, 옛 방식의 느릿한 속도를 간직한 순전한 유유함이라고 솔닛은 강조한다. 동물이 나타나기를 몇 시간씩 기다릴 때나 한 장소를 여러 상황에서 알고자 되풀이해 찾아갈 때나, 이 느림은 무언가를 알아가는 데 드는 품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채근하고 몰아치며 산란한 우리 시대를 거스르는 저항의 행위라고 솔닛은 설명한다. 이렇게 로페즈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아낌없이 스스로 갑을 치르고, 자기가 배운 것들을 기록해나갔다. 그가 타인들에게도 주의를 기울이라고 강권한 이유는 우리를 둘러싼 거대하고 복잡한 생명의 그물망에 빚진 처지인 우리가 이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은 아니엇다. 그보다는 주의를 기울일 때 돌아오는 각성과 방향감과 유대감과 통찰 때문이었다는 솔닛의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다.

 


 

자연 세계의 독보적인 관찰자였던 저자 로페즈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들, 즉 자연을 대하는 행동과 자연에 대한 묘사는 한없이 깊다. 가령 「지리적 친밀감」이나 「서부에서」, 「경계에서」, 「남반구 항해」, 「냉철하게 바라본 우리 연약한 행성」 등의 글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그는 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떠나서 발로 땅을 딛고 심해에 몸을 담그고 눈구덩이를 파며 '장소'에 머무른다. 장소에 쌓인 자연의 시간을 탐구하고, 그 장소에 생명을 부여하는 동물과 식물의 움직임에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고, 장소에 뿌리내린 사람들의 경험을 경청한다. 머무른 시간 동안 보고 듣고 느끼고 질문하고 배우고 의심한 것을 글로 적는다. 그렇게 나온 글들은 젠체하는 거리감이나 중립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장소에 온전히 포개어져 장소와 대상의 시선으로 독자인 우리를 바라본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자연 작가로서의 배리 로페즈를 충분히 만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작가 자신의 내밀한 상처를 고백한 회고록의 성격을 띠고 있는 글들도 마주할 수 있다. 로페즈는 말년에 이르러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더 정확하게는 어린 시절에 50대 성인 남성에게 당했던 성적 학대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성적 학대를 겪은 사람과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연대하기 위해서, 마음을 터놓기 위해서였다.” 책의 〈서문〉을 쓴 솔닛과의 관계가 이때쯤 형성된 것이 아닐까? 하는 게 독자의 추정이다. 독자로서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 만한 어떤 단서도 알지 못하기에 막연한 추정이기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리베카 솔닛이 평생 역사가로서, 여권운동가로서, 비평가로서 환경, 반핵, 인권 방면으로 다양한 현장운동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추측한 말이다. 또 이 책에 실린 「하늘 한 조각」에서처럼 그는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글로 쓰면서 개인적인 경험을 함께 사유해야 할 문제로 바꾸어내고, 우리를 타인의 악몽을 이해하는 길로 안내한다는 솔닛의 〈서문〉을 쓴 일도 관련돼 있을 것이란 독자의 짐작이다. 솔닛은 자연 예찬이나 장소에 대한 에세이뿐만 아니라 책 중간중간에 끼여 있는 회고록 성격의 글에서도 자연의 역할은 휘발되지 않는다. 「무섭도록 풍부한 물」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는 안식처도 없고 기댈 곳도 없는 절망적인 처지였을 때 자연 세계만이 자신의 안식처이자 기댈 곳이 되어주었다고 밝히며, 빛과 공간과 물의 세계를 하나하나 온몸 가득히 담는다.

 


 

이 책에서 로페즈는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보낸 감동적이고 때때로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 이야기, 육지 동물과 해양 생물을 연구하기 위해 떠났던 탐험의 후기, 남극을 비롯해 지구상의 여러 특별한 장소를 찾아갔던 여행에 대한 추억, 광활하고 극적인 풍경 속에서 자신을 돌이켜보았던 명상의 시간 등 개인적이면서도 정치적인 기억들을 눈부신 문장들로 풀어놓았다. 자연을 바라보는 눈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몸소 가르쳐준 선주민 원로들과 과학자들, 작가들에 대해 놓치지 않고 돌아본다. 나아가 저자는 불타는 듯한 솔직한 문장들로 살아 있는 모두가 저마다 얼마나 큰 상처를 겪었는지, 그런 모두의 삶이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공감 어린 목소리의 글들은 독자들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내기에도 충분하다.

80여개국을 돌아다니며 얻은 깨달음을 독자들과 나누는 일을 이 책에서도 잊지 않는다. 「위기의 시대가 닥친 지금, 우리는」이나 「서부에서」 등의 글에서는 “우리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라고 분명하게 질문하며, “진보의 결실”이라고 말해지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단호하게 평가한다. 그러나 그는 이 우려스러운 사태를 비평가의 어조로 날카롭게 고발하지도, 가차 없이 비판하지도, 섣부르게 평가하지도 않는다. 자연을 사랑하고 예찬하는 작가로서의 탄탄한 몸과 마음의 수행 탓이 아닐까 생각되는 대목이다. 로페즈는 주의 깊고 서정적인 목소리로 우리의 고통은 우리가 사랑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권력을 쥐는 것보다 사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멸종과 인종 청소와 해수면 상승의 시대에 순응하기보다 윌슨의 생명 사랑을 일상의 대화로 가져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절망 속에서 죽기보다 앞에 놓인 가능성을 위해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p.254) 그러므로 그의 글들은 인간과 지구가 생존하기 위해 당장 고민과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호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랑을 길러나가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회고록이자 탐험에 대한 보고서이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이 책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는 세계를 조금은 다른 방식, 사랑과 연대의 방식으로 볼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준다. 그가 자연에서 마지막 생을 살고, 자연으로 떠나면서 우리에게 남긴 선물이다. 경쟁과 파괴가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세계에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자연과 아직 남아 있는 사랑을 가슴 깊이 의식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오후 태양을 받은 강의 수면이 빙글빙글 회전하는 금속판처럼 반짝일 때, 나는 그 눈부심에 두 눈을 감고 생각한다. 언젠가 나도 저 한복판으로 들어가 돌아오지 않으리라.(p.367)

 

저자 : 배리 로페즈(Barry Lopez)

 

1945년 미국 뉴욕주 포트체스터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주 샌퍼낸도밸리와 뉴욕시 맨해튼에서 성장했다. 1966년 노터데임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1968년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60년대부터 땅과 인간의 관계, 인간의 정체성 등의 문제를 다룬 픽션 및 논픽션 작품들을 발표하는 한편, 다른 작가들이나 사진작가, 화가, 음악가, 극작가, 환경 운동가, 과학자 등과의 공동 작업을 왕성하게 모색했다. 1970년 매킨지강과 숲의 풍광에 반해 오리건주 핀록 지역에 정착했다. 1978년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한 『늑대와 인간에 대하여』로 미국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1986년에는 역시 오랜 현장 조사를 거쳐 쓴 『북극을 꿈꾸다』로 미국도서상을 수상했다. 55년이 넘는 세월 동안 80여 개 나라를 여행하면서 스무 권이 넘는 책을 펴낸 그는 2020년 75세의 나이에 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배리 로페즈의 원고와 메모, 현장 기록 등은 텍사스 공과대학교에 보관되어 있다. 저서로 이 책 이외에 『북극을 꿈꾸다』 『호라이즌』 『늑대와 인간에 대하여』 『황야 건너기』 『북아메리카의 재발견』 『강의 기록』 『사막의 기록』 『저항』 『울버린의 교훈』 『현장 기록』 『까마귀와 족제비』 『변명』 『이번 생에 대하여』 등이 있다.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는 배리 로페즈 사후에 출간된 그의 마지막 에세이 모음집으로, 그가 다녀왔던 장소들과 스스로 실천해온 사랑의 정신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보여준다. 더불어 로페즈 자신이 ‘공포시대’라고 부르는 우리 시대에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명료한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

 

역자 : 이승민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뉴욕대에서 영화와 문학 학제간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자기의 ‘고유한 자아’를 너무도 잘 인식하는 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다. 덕분에 유아기부터 아동기까지 양육의 갖가지 문제를 다루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방대하고 다양한 육아서적을 섭렵했다. 그러나 언제나 가장 큰 배움은 아이를 가만히 지켜보는 순간에 얻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직설법과 상상력이 교차하는 에세이를 즐겁게 읽고 힘들게 옮긴다. 옮긴 책으로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지킬의 정원』,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STORY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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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배불리 먹지 말 것 - 성공과 행복을 이루고 싶다면! 세기의 책들 20선, 천년의 지혜 시리즈 4
미즈노 남보쿠 지음, 서진 엮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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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 『결코, 배불리 먹지 말 것』이란 표제어는 독자들을 혼란 속으로 밀어넣을 듯한 느낌의 파격적인 표현이다. 출판사 스노우폭스북스가 야심차게 기획 출간하는 〈천년의 지혜 시리즈〉 20권 가운데 「경제경영편」의 한 책이다. 과연 '배불리 먹지 말 것'을 요구하는 책이 천년의 지혜 출간 취지에 맞는 책인지 의심부터 해야 했다. 건강이나 혹은 인문학 시리즈에 들어간다면 꿰맞춰서라도 수긍이 될 텐데 왜 이 책을 「경제경영편」에 포함시켰을까?란 의문을 먼저 풀어야 했다. 결코 많은 책을 읽는다고 말할 수 없는 독자로서는 먹는 것과 부자되는 지혜가 무슨 상관이 있을지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책의 성격이나 저자 등은 출판사 측이 제공하는 시리즈 홍보물에 나와 있어 쉽게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서양인이 아니라 일본의 저자에 의해 쓰여진 자기계발서 성격이 강하다. 210년 전(1812년) 일본인 관상가 미즈노 남보쿠가 썼다. 당시 일본은 메이지 유신 전이어서 선진국 대열에는 아직 끼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저자 미즈노 남보쿠가 쓴 이 책은 오늘날까지도 세계 55개국에서 번역돼 읽혀지고 있다는 에디터 서진의 주장이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일본인이 쓴 책 중에서 가장 오래된 책을 읽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일본 문화를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일본의 현재 저작 능력이나 다양한 분야의 작가는 어쩌면 우리보다 한 수 위임을 인정하게 하는 책들이 많다. 오랜 감정으로 명백하게 인정되는 사실을 일본인이라고 격하시키고 싶은 생각은 독자에게는 없다. 지금까지 읽어본 일본 자기계발서처럼 이 책은 분량이 많지 않아도 일본 저자들의 표현대로 '엑기스(농축액)'만 쏘옥 뽑아 써놓은 느낌이다. 에디터 서진은 이 책을 〈천년의 지혜 시리즈〉로 선정한 이유를 책의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식(食)을 가려 먹는 것과, 절제해서 먹는 일이 어떻게 인생 전체를 다스리고 인간의 행복과 성공을 결정짓는가를 철저하게 깨닫게 한다."고 썼다. 서진 에디터는 책의 저자인 미즈노 남보쿠가 관상가로서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렸지만 중년 이후로는 음식의 절제를 강조하고 가르치는 것으로 성공과 부의 철학을 가르치는 스승으로 생을 마쳤다고 말한다. 서진 에디터는 이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씩 곱씹고 깨달으며 책에 담긴 가르침이나 지혜를 가장 먼저 얻게 된 일에 감사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분량으로도 110페이지 정도로 적은데다, 시적 표현인지 당시의 책의 문법인지 모르겠지만 '장시'처럼 쓰여 있다. 호흡을 맞춰 읽으면 시를 읽는 듯한 느낌도 나쁘지 않다. 특히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강렬해 독자로 하여금 읽을수록 빠져들게 한다. 표현도 직설적인 면과 에둘러 표현해야 할 것을 가려 썼으며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따라 잘 분포돼 있다는 느낌이다. 왜 오랫동안 세계 여러 곳에서 읽혔는지 이유가 명백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음식을 먹는 방식, 즉 절제를 통하여 사람의 성공과 수명, 행복이 결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책을 쓴 이후에는 이 중요한 핵심 메시지를 전파하고 가르치는 데 전 생애를 바쳤다고 하니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쓴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그의 주장대로 소식을 해서인지 당시 사람의 평균 수명이 40대 중반이었다는데 78세까지 장수했다고 한다. 현대 일본은 장수국으로 분류되고 있고, 실제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지도 수십 년이 된 일본은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의 한 켠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독자로서는 일본인들이 소식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소식이 장수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고, 성공하고 싶으면 음식을 본능대로 먹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즈노에사루'란 이름으로 쓴 〈서문〉에서 비교적 성공한 중년의 친구가 술과 고기 등에 빠져 절제하지 못하고 먹다가 생긴 불행한 일에 대해 말하고 "절대 절제하고 배불리 먹지 말 것"을 경고하고 그가 이 말에 따라 절제된 생활로 오랫동안 건강을 회복하고 잘 살았다는 흔한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싣고 있다. 왜 저자 미즈노 남보쿠는 흔한 에피소드를 책의 서문에 썼을까? 관상가로서 저자 자신은 식생활을 자세히 살핌으로써 한 사람의 운명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살펴 깨달았다고 한다. 그가 관상가로 널리 알려진 것도 사실은 식생활과 관련되어 있다고 털어놓고 있는 셈이다. 건강을 위해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소식(小食, 책에서는 절제라고 표현)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이 책이 최초 출간된 해인 문화9년(임진년, 1812년)은 올바르게 적혀 있지만 〈서문〉을 쓴 저자의 이름은 '미즈노에사루'로 되어 있다. 동일 인물의 필명인지는 독자로서는 알 수 없다.

 


 

이 책의 구성은 앞서 언급한 대로 단순하다. 〈서문〉 외에 단지 4개의 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 「음식 먹는 것으로 그대의 가난과 역경, 성공을 알 수 있다」, 2장 「음식과 지금 내가 처한 삶의 이치들」, 3장 「음식과 사람됨의 운은 한곳으로 닿아 있다」, 4장 「그러므로 어려움에 관한 해답은」 등이다. 저자는 1장에서 몸을 혹사하지 않는 정도의 음식을 먹는 것을 기본 테마로 잡는다. 생명은 음식에 달린 것이고 음식은 생명의 원천이며 평생의 행운과 불운이 모두 음식에서 비롯돼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타고난 기질과 자신이 필요로 하는 음식의 양보다 적은 양을 먹는 것이 바로 운명을 갈고 닦는 일이란 점을 강조한다. 사람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더라도 음식을 '절제'하지 않으면 여러 면에서 부족함이 계속되고 생로병사가 끊이지 않으며 늙어서까지 불행해진다는 설명한다. 과학적인 근거보다 음식의 기능과 먹는 양이 몸의 건강을 좌우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현대 의학에서 추출해낸 의학적 접근이지만 저자는 이미 이의 과학적 근거에 확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규칙적 식사를 강조하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라고 판단된다. 지나친 음식에 대한 욕심(탐식)이 죄악의 근본이 된다는 것을 저자는 경험으로부터 터득한 것 같다. 불교나 기독교도 이미 탐욕(탐식)을 죄의 원인으로 설파하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이에 더하여 음식을 절제함으로써 자신의 생명과 덕을 연장해 후손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태어나면서 할당된 음식의 양이 있다고 전제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도출해낸 결과가 아닐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이 같은 음식에 대한 사유는 과식과 탐식을 스스로 절제해야 하는 귀중한 덕목이란 사회적 평가가 내려진 사회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보통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복음과도 같은 말이 될지로 모를 일이다. 탐식이나 과식이 결국 자신의 건강에 해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음식에 대한 철학적 사유에 의해 도출해냈다면 관상가라기보다 철학자나 의사로 널리 이름을 날릴 만하다. 저자는 이 장에서 외모가 정갈하고 잘 갖춰져 보여도 식습관이 엉망인 사람은 그 정갈함이 오래가지 못하거나 잠시 잠깐 그 용모를 유지하는 것일 뿐 마음이 엄격하지 못한 사람일 뿐 아니라 반드시 허세꾼이며 겉치레만 하는 사람이니 멀리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2장은 음식의 절제에서 실패한다면 이는 생명의 순리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생명을 살리는 음식이 완전히 반대되는 역할을 해 인명을 해치기도 한다고 절제 의식이 확대된다. 저자는 알맞은 비료를 줄 때 풀과 나무와 곡식이 잘 자라는 것처럼 사람도 알맞고 적당하게 먹을 때 자연히 장수하게 된다고 생명의 이치를 풀어낸다. 이런 하늘의 이치를 알고서도 폭식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선하고 맑은 생명을 표적 삼아 불화살을 쏘는 것과 같다는 논리다. 따라서 스스로 절제하지 않고 지속해서 받아온 안일한 행동, 불평과 불만 감사함 없는 말이 모여 나이들수록 가난하게 되고 곁에 깊이 있는 좋은 사람이 떠난다고 경고하며 말년의 불행을 예견하듯 주장한다. 폭식의 결과는 생명 단축과 절제 부족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마저도 곁을 떠나 외롭고 비참한 상태의 죽음을 기다리는 것으로 비유해 절제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비참한 결과를 예견하는 것이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연구하고 탐색한 폭식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근거가 신체의 이상 증상을 가져온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생명에 관한 연구가 꽤 깊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즉 저자는 관상을 보는 일에서 음식을 절제해서 먹어야 한다는 논리를 생명과 의식의 모두에 깃드는 탐식의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소식을 권장하고 음식을 절제해야 하는 이유로 풀어낸 것으로 보아 역시 과학적 지식이 상당했으리란 추측도 가능케 한다. 성공을 돕는 '운'이라는 것이 결국은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데 왕도가 있는데, 심신을 기르는 음식을 엄격하게 절제할 수 있어야 심신 또한 통제할 수 있다는 논리가 현대 의학에서 얼마나 증명되는지 알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으론 현대 의학 지식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의사들이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말이 치료의 일부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로서는 그 시대 관상가가 사유를 거듭해서 끌어낸 지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모든 학문은 하나로 통한다"는 격언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3장에서는 「음식과 사람의 운은 하나로 연결된다」란 제목의 글을 짧은 분량에 담아냈다. 절제된 식생활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을 가진 이들에게 실제 만났던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절제와 절약의 필요성, 진정한 절약과 절제를 통해 마주할수 있는 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4장에서는 실천과 겸손의 태도를 강조한다. 마지막 장이니만큼 앞에서 한 이야기와 맥을 같이 하면서 좀더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진정으로 사람을 탁하게 하는 것은 육식이니 고기를 먹고 나면 마음이 깨끗해지지 않는 것입니다. 땅에서 나온 것, 거친 음식과 채소를 먹고 나면 마음은 자연스레 맑아집니다. 이렇게 식사하면 마음도 함께 안정이 됩니다. 그래서 불교 수행자들이 세속에 물든 이를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돕고자 하여 자신이 먼저 육식을 금하고 수행 정진을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말하고 강조해도 오직 많이 먹지 않음으로써 마음은 흐트러지지 않습니다."(p.105~106)

동양문화권에서 육식을 피하는 이유가 불교의 살생 금지 교리와 서양 의학에서 모든 약은 우리가 먹는 식물에서 구할 수 있다는 히포크레테스의 의학적 사유가 같음을 알게 되면 놀랍기만 하다. 이 책의 저자도 같은 이유로 육식보다는 초식을 권장하며 가급적 날 것 상태가 좋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저자의 의학적 지식도 상당한 수준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또 그를 이유로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냄으로써 78세까지 장수함으로써 세상에 널리 알리는 그의 정신은 본받아야 할 사표로 삼아도 될 정도로 오랫동안 수행을 한 고승의 면모도 엿보인다.

깊은 산사의 조그만 암자에서 묵언과 좌불선을 행하는 고승의 면모를 이 책의 저자에서 느낀다면 과장된 말일까? 사람이 살기 위해 먹는 음식을 취하는 것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행위인데 다른 생명을 죽여서 그 고기를 취한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체 모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이 책을 썼다면 200년이 지난 현재까지 절판되지 않고 계속 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데에는 부족하다. 이 책에는 음식과 사람 삶의 원칙, 음식에 대한 양의 기본 등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過猶不及)'는 공자의 가르침과도 연계돼, 한층 힘을 얻고 논리가 정연해지는 것을 볼 때 과연 과학적 지식 없이도 의학이 가능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책의 내용은 현대를 사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도 주옥 같은 명언이 많아 독서가 더욱 즐겁다. 지금은 건강과 미용, 자기 실현을 위해 살을 빼는 '다이어트 열풍' 시대가 아닌가?

 


 

두 그릇을 먹어야 배가 부른 사람이라면

그 양에 8등분을 먹는 것입니다.

절제하지 않는 사람은 이런 기준 없이 먹기 때문에

음식이 배에 고이게 됩니다.

이것은 고스란히 숙변이 되겠지요.

이런 음식 찌꺼기는 언제나 만병의 근원이요,

비운의 근원입니다.(P.87)

 

저자 : 미즈노 남보쿠(水野南北)

 

에도 시대 이름을 떨친 관상가다. 이 책은 미즈노 남보쿠가 1812년에 쓴 『남북상법극의수신록 최초 구어역 판』이며 문화 9년 임진년의 기록이다. 1800년~1814년 성공과 장수가 음식의 절제에 있음을 가르치며 3,000명의 제자를 두었다. 사람의 성공과 수명이 타고난 운명에 있지 않고 다만, 음식을 먹는 방식에 따라 좌우된다는 이 오래된 지혜는 200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고아로 태어나 매우 어려서 부터 술을 마시며 한량으로 떠돌다 감옥에 갔을 때 범죄자의 얼굴과 생김새에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한다. 출소 후 사람의 얼굴을 더 깊게 관찰하려는 목적으로 목욕탕에서 3년, 이발소에서 3년, 화장터에서 3년을 일했으며 이때 사람의 두상과 얼굴, 전신의 생김새와, 뼈, 골격을 공부했다.

‘1년 동안 보리와 콩만으로 식사를 계속하고 오면 절에 입문을 허락하겠다’는 어느 주지스님의 조언을 따라 실천하게 되며 이때부터 본격적인 관상가로서의 길을 걷는다. 이후 단식과 어려운 고행으로 깨달음에 이르렀는데 사람의 운명은 관상이 아니라 먹는 음식에 달렸음을 깨닫는다.

관상은 변하고 바뀌는 것이지만 식(食)의 절제로 빚어진 지복은 지속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외모는 키도 작고 눈은 움푹 들어갔으며 코는 낮고 광대는 튀어나와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한마디로 좋은 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매일 보리 한 홉과 채소 한 가지를 먹는 것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꿨으며 황실의 인정으로 받아 벼슬도 받았다. 말년에는 매우 큰 부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음식을 절제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당시 평균 남자 수명이 40~45세였지만 미즈노남보쿠는 78세까지 장수하다 세상을 떠났다.(책날개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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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기본기 세기의 책들 20선, 천년의 지혜 시리즈 3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 지음, 서진 엮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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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부의 기본기』는 초판본이 19세기 후반(1880년)이다. 무려 150년 전의 책이다. 이 책이 『세기의 책들 20선 천년의 지혜 시리즈』에 선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출판사와 에디터의 냉정한 선정 과정을 거쳤다. 이 책은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영국, 힌디, 일본, 한국 등 7개 나라 736번의 개정판이 출간됐다. 1880년 최초 출간된 이 책 『부의 기본기技』는 144년 동안 7개 나라에서 736번의 개정판으로 출간되며 1,000만부 이상 판매됐다. 100만부도 쉽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기록적으로 판매된 이 책은 영화 〈위대한 쇼맨〉으로 잘 알려진 피어니스 테일러 바넘의 대표작이다. 실제 저자의 생애는 정치가이자 자선가, 지역주민을 위한 의료봉사와 댐 건설, 매춘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온 힘을 쏟은 이력의 소유자다. 단행본 최초로 시도된 『세기의 책들 20선 - 천년의 지혜 시리즈』 중 세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지금도 세계 어디선가 개정판으로 재출간되고 있다고 할 정도로 독자들의 찬사를 받는 책 중 하나다.

이 책은 지난 2007년 『부의 황금률』이라는 표제어로 출간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스노우폭스북스에서 기획한 『세기의 책들 20선 - 천년의 지혜 시리즈』 프로젝트에서 재출간됐다. 저자 바넘은 어릴 때 부터 돈을 모으는 데 천재성을 드러냈다고 한다. 모은 것은 버는 것과 다르다는 점에서 보면 바넘은 60대에 이르러서야 서커스사업을 시작하여 큰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저자의 돈에 대한 철학이 담긴 책으로, 성인이 돼서 경제적 자립을 꿈꾸고 자신의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따라야 할 부의 기본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된 부를 얻기 위해 쌓아야 할 총 11가지의 덕목을 살펴본다. 부를 얻기 위한 바넘의 11가지 조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50페이지도 채 안 되는 얇은 분량이지만 부의 창출을 위한 조언들은 묵직하다. 그의 경험과 사유, 지식과 사색을 통해 그가 제시한 조언들은 묵직한 울림이 되어 독자들 가슴속에 자리 잡으면 부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조언은 150년 전에 작성됐지만 지금까지 그 목록의 내용들은 변치 않았다. 때문에 지속적인 베스트셀러, 스태디셀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자신의 생애를 바탕으로 완성된 「비즈니스의 원초적 근본」을 담은 책이라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세기의 책들 20선 - 천년의 지혜 시리즈』를 기획하고 편집자 역할까지 도맡은 서진 에디터는 책 앞 부분에 있는 〈편저자의 말〉을 통해 "기록적인 판매가 이뤄진 이 책의 명성에 걸맞게 부푼 기대를 안고 원서 번역본을 기다렸지만, 정작 번역본이 도착했을 때는 약간(?)의 실망이 먼저였다"고 털어놓는다. 책의 본문 양도 적었고 뭔가 획기적인 부에 관한 통찰을 기대한 에디터로서는 밍밍한 글이 아닌가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독자들의 반응과 최근까지 등록된 다수의 해외 리뷰를 보며 책이 가진 힘을 다시 느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저자 바넘에 관한 프로필을 이리저리 찾아가며 오히려 존경의 마음으로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어려서부터 천부적인 비즈니스 재능을 스스로 발현하며 갈고 닦은 바넘의 의지를 이 책에서 느꼈다는 말이다.

바넘을 대단한 부자로 만들어 준 인생의 황금기가 서커스단을 설립한 이후였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쇼맨으로 기억하기 쉽지만 그의 전 생애를 살펴보면 그 인물의 삶 전체가 황금기 같다고 서진 에디터는 밝힌다. 그의 사회 생활은 진보적인 면이 강하고 늘 진취적이고 긍정의 마음으로 일을 대했던 것 같다. 이후 정치가로, 출판업자, 자선가로 활동하면서 개인이 쉽게 하지 못할 일을 몇 개를 번갈아 수행했으니 일에 대한 열정은 가히 '넘사벽'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특히 그는 노예제도 폐지를 적극 지지했으며 코네티컷 주의 시장이었고 최초의 비영리법인인 브리지포트 병원을 세웠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더하여 여러 교육기관을 설립했고 대학설립재단과 자연사 박물관 단체에 여러 차례 막대한 기부를 실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땅 전체를 코네티컷 주에 기증하기도 했다.

서진 에디터는 책을 통해 받은 그에 대한 평가를 독자들 앞에 내놓는다. "저자는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많은 원칙들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부를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당차게 쏘아 붙입니다. 책에서는 '공부에는 왕도가 없듯, 부를 이루는 것에도 왕도가 없다'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부를 이루는 것에도 언제나 기본기를 충실하게 지키고 따르면 저절로 열리는 열매로써 부를 얻게 될 뿐이라고 조언합니다."(p.9~10)

 

 

이 책은 본문 자체가 '부의 기본기'에 대한 설명이다. 모두 '벽돌 쌓기'로 표현되어 있으며 밑에 달린 부제가 설명을 겸한다. 벽돌 하나 쌓기에는 5페이지 안팎의 간결한 글들이 이해를 위해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 모두 11개의 '벽돌 쌓기'가 제시되며 금언이나 격언 수준의 기본 원칙들이 담겼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구체적으로 예를 들기도 하고, 설명을 하기도 하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독자들은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비해 책의 '서문' 격인 「벽돌처럼 단단한 부의 기본기를 익히기 전에 읽어야 할 글」이란 제목의 글이 독자들이 맞이하는 바넘의 첫 글이다. 이 글은 무려 18페이지에 이르며 돈, 부, 부의 지혜 등에 대해 개괄적인 내용을 담았다.

"돈이란 언제나 버는 일보다 지키는 일이 몇 배 더 어렵습니다."(p.13)

독자들이 많은 들어본 말처럼 들릴 것이다. 맞다 비슷한 말을 여기 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다. 표현이 약간 다르더라도 부자가 되려면 돈을 벌고 그것을 지켜야 한다. 많이 벌되 지키지 않으면 부자가 아니고, 될 수도 없다. 또 지출을 최대한 줄여 남들로부터 구두쇠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아낀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사는 동안 기본적으로 사회의 경제 원리에 따른 경제 활동을 한다. 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고, 돈을 벌 수 없다면 부자는커녕 자신의 생계도 이을 수 없다. 돈을 환산해 받는 크기가 자신이 원하는 바에 비해 크든 작든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다. 이는 일을 하지 않으면 먹을 수도, 추워도 옷을 입을 수도 없다. 세상 삶의 원칙이다. 이 삶의 원칙은 모든 생명체에 적용되는 기본 원리다. 사람은 일을 하지 않아도 사회 복지를 통해 먹고 자는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이기에 국가나 사회에서 해결해 주는 것이다. 그 복지의 돈은 모두 돈을 더 버는 사람은 조금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적게 내는 사람은 적게 내는 세금 제도의 운용으로 해결해주는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성경에도 "일하지 않는 자 먹지 말라"고 쓰여 있다고 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똑같이 일을 하는데 어떤 이는 부자가 되고 어떤 이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이 책은 서문을 통해 설명한다. 저자는 당시 미국의 한 숙박업소에서의 일을 비유적으로 들고 있다. 이에 따르면 등유가 일반화 되기 전, 당신이 숙박을 겸하고 있는 어느 농가에서 머물게 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맛있는 저녁을 든든히 먹은 당신은 거실에서 책을 펼쳤니다. 하지만 촛불 하나만 밝힌 거실은 너무 어두워서 글을 읽을 수 없었죠. 그때 농가 주인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저녁 식사 후에 책을 읽는 게 무척 어려워요. 촛불을 한꺼번에 두 개를 켜려면 배 한 척 있는 부자여야 한다는 속담 들어 보셨죠? 저희는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여분의 초를 켜지 않습니다."(p.15)

저자는 설명을 해준다. "이 농가 주인이 말하는 특별한 일은 아마 일년에 한두 번이 채 안될 겁니다. 그러니 그의 말대로라면 1년에 5~6달러 정도의 돈을 아끼게 될 겁니다. 하지만 초 하나를 더 켜서 책을 읽고 그 안에서 얻는 정보는 양초 한 트럭보다 큰 가치가 아닐까요?"라고.

저자의 절약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상의 부를 얻은 그 어떤 사람도 이런 경제개념으로 성공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절약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얼마를 벌든, 번 돈보다 적게 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수입을 넘는 지출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새 옷을 사 입을 능력이 안된다면 낡은 옷을 수선해 입어야 하고 결코 무리하게 수입보다 큰 지출은 하지 않는 원칙을 평생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식탁의 음식을 줄여야 할 상황이라면 그것 역시 따라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절약'의 개념이다.

또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난다면 현실은 다르다는 말도 한다. 인간이 똑같은 부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만약 자신은 1천 달러를 버는데 아는 지인은 5만 달러를 번다고 부를 드러내고 으스대는 게 아니꼽다고 빚을 내 5만 달러를 버는 사람 흉내를 내고 능력 이외의 돈을 쓴다면 애처롭기 그지 없는 사람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의 애처로운 감정은 이 사람이 절대 부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는 말과 같다.

 


 

돈을 벌기 위해 빚을 내는 것은 삼가야 할 사안이다. 저자는 〈부를 얻기 위한 세 번째 벽돌 쌓기〉 - 「결코 빚지지 마십시오」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이나 물건을 먼저 가져다 판 다음 대금을 지불하는 상업적 형태는 제외한다면 어떤 일에서든 '빚지면 안 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옛날 퀘이커 교도(17세기 일체의 권위를 부정한, 무정부주의자와 거의 유사한 종파)들은 자기 자식들에게 "절대 외상을 지지 말라"고 가르쳤다고 말한다. 만약 외상으로 무언가를 샀다면 그 돈을 밑거름 삼아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해리엇 비처 스토(19세기 가장 인기 있던 베스트셀러 『톰 아저씨의 오두막』의 저자)는 "시골에서 땅을 살 때라면 어느 정도 빚을 지는 것이 좋다"라고 했다. 하지만 비처 역시 '먹고 마시고 입는 데'는 빚을 얻으면 안된다'라고 말했음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돈을 빌려준 사람은 결코 자신이 빌려준 돈의 행방을 잊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세상에 빚쟁이만큼 기억력 좋은 사람은 없다. 이제 돈을 갚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약속을 어긴 것이고 왜 돈을 갚지 못하게 됐는지 거짓말이라도 꾸며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변명을 하거나 다른 곳에서 빚을 내서 갚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 건 그럴수록 빚의 수렁은 점점 깊어질 뿐이라고 설명한다. 돈에 지배당하지 않는 길은 빚을 지지 않는 길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저자가 예로 든 말들이다. 빚은 빚진 시간이 길수록 사람을 노예로 전락시키는 프로그램화돼 있다는 주장이다. 빚지지 않는 것이야말로 어떤 연금술사도 찾아내시 못한 현자의 비밀이라고 귀띔한다.

이 책은 돈을 버는 일에 집중돼 있지만 번 돈을 어떻게 투자를 하거나(재투자), 어디에 쓸지를 생각해 두어야 한다는 말도 들어 있다. 그래서 부자가 되는 비밀이나 지혜라는 말 대신 '부의 기본기'라고 표제어를 정한 듯하다. 이 책은 11가지의 '부자가 되기 위해 가져야 할 기본기'에 대해 쓰고 있다.

 


 

1. 부를 얻기 위한 첫 번째 벽돌 쌓기 - 「태어날 때부터 내재된 나 자신의 천재성이 담긴 직업을 찾아서」

2. 부를 얻기 위한 두 번째 벽돌 쌓기 - 「자신의 재능이 가치 있게 사용될 곳을 찾기」

3. 부를 얻기 위한 세 번째 벽돌 쌓기 - 「결코 빚지지 마십시오」

4. 부를 얻기 위한 네 번째 벽돌 쌓기 - 「확신이 드는 일이면, 몰입하십시오」

5. 부를 얻기 위한 다섯 번째 벽돌 쌓기 - 「일을 완전히 파악하세요. 그리고 현명한 고용주가 되십시오」

6. 부를 얻기 위한 여섯 번째 벽돌 쌓기 - 「돈 버는 일에는 왕도가 있습니다」

7. 부를 얻기 위한 일곱 번째 벽돌 쌓기 - 「적게 일하고 두 배 혹은 그 이상 수익을 올려야 사업이 됩니다」

8. 부를 얻기 위한 여덟 번째 벽돌 쌓기 - 「돈을 가진 사람에게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

9. 부를 얻기 위한 아홉 번째 벽돌 쌓기 - 「신뢰 있는 사람과 보증의 관계는 어떨까요?」

10. 부를 얻기 위한 열 번째 벽돌 쌓기 - 「모자 상인 제닌의 예에서 홍보의 가치를 발견해 보세요」

11. 부를 얻기 위한 열한 번째 벽돌 쌓기 - 「그밖에 비즈니스 성공을 만드는 재료들」

 

저자 :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Phineas Taylor Barnum)

 

“바넘의 서커스는 경이로운 하나의 작품이다. 그러나 바넘 그 자체는 더 경이로운 작품이다.” 미국의 유머작가 마크 트웨인이 한 바넘에 대한 극찬이다. 바넘은 미국 최고의 쇼맨이자, 사업가, 정치가. 작가, 출판업자, 자선가다. 다섯 살 때부터 동전을 모았으며 그렇게 모은 동전을 외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은화로 바꾼 일이 바넘을 천재적인 비즈니스맨으로 성장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10대 미만부터 비즈니스에 천부적인 천재성을 드러내며 스스로 돈을 벌었다. 60대에 서커스사업을 시작해 링링 브라더스 앤드 바넘 & 베일리 서커스 서커스단을 설립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875년 시장으로 선출되어 도시의 수도 시설과 서리의 가스 등을 설치하고 주류와 매춘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최초의 비영리 병원인 브리지 병원의 초대 회장이다. 말년에 막대한 부지의 땅을 자신의 고향 코네티컷 주에 남김없이 기증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씨사이드파크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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