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권력 - 권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스탠퍼드 명강의
데버라 그룬펠드 지음, 김효정 옮김 / 센시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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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수평적 권력』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권력'(權力, power)과는 관점이 다른 설명을 한다. 권력은 타인 또는 조직단위의 행태를 좌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즉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일컫는다는 것이 사전적 의미다. 프렌치(J. French)와 레이븐(B. Raven)은 권력의 원천에 따라 권력을 합법적 권력(legitimate power)·보상적 권력(reward power)·강압적 권력·전문적 권력(expert power)·준거적 권력(reference power)의 다섯 가지로 나누었다. 타인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화된 힘을 권력이라 한다. 좁은 뜻으로는 국가가 갖는 강제력인 정치권력·국가권력과 같은 뜻으로 쓰이고, 넓은 뜻으로는 다른 사람을 부종시킬 수 있는 사회적인 힘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행정학사전에서도 권력의 개념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우나 대체로, 개인 또는 집단이 다른 개인 또는 집단을 자기의 의사에 따라 행동하게 하는 힘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힘이 정치적 기능을 하기 위하여 형성된 경우를 정치권력이라 하고, 법학 부문에서는 공권력 또는 국가권력이라 부른다고 구분한다. 이런 의미의 권력은 사실상 수직적 관계, 종속적 관계로 이해된다.

이 책의 저자 데버라 그룬펠드(Deborah Gruenfeld)는 권력을 다른 관점으로 살펴본다. 권력이라 하면 흔히 우리들은 앞서 말한 권력, 즉 수직적 권력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권력의 속성 또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어 권력자는 지배자이고, 권력이 없는 사람은 피지배자의 위치에 놓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권력이란 수평적 관계에서 획득하는 자신의 노력에 의해 따라오는 것이며, 이 권력은 속한 집단에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권력은 개인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능력에 관련 없이 다른 사람들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권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권력을 잘 쓰려면 권력을 지금과는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는 대체로 권력은 나와는 상관없는 사회적 힘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은 나쁜 것이며, 부패하기 쉽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권력을 누리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이며, 심지어 잠재적인 악당이라고 생각한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은 권력에 대한 우리의 이러한 편견에 과감하게 반기를 든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표제어에서 보여주듯이 ‘권력의 수평성’이다. '수평적'이라는 말은 우리 모두가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존재하며,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시 말해, 권력은 인간 간의 사회적 역할 안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는 권력자이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평적 권력』은 권력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권력을 재정의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불어 우리가 생각보다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력은 뛰어난 한 명의 개인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역할과 관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자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가진 권력에 따르는 책임을 인식하고 잘 사용할 때 권력은 민주적이고 선하게 발현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권력을 특별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우리는 권력의 주인공이 될 수 없으며, 권력은 일방적이고 위계적인 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스탠퍼드대학교에서 25년 연속 최고 명강의로 뽑힌 데버라 그룬펠드 석좌교수는 이 책 『수평적 권력』을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권력에 대한 상식을 뒤엎으며 권력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먼저 권력에 대한 흔한 오해를 바로잡는다. 권력은 사회적 지위가 아니고 권한도, 권위도 아니라고 말한다. 영향력과도 다르며, 부, 명예, 카리스마, 야망, 매력과도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권력을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자원이라고 말한다. 권력은 모든 사회적 역할과 모든 관계에 존재하며,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는 권력자이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권력을 제대로 쓰려면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다른 이가 당신을 필요로 하는 한 당신은 권력을 가졌고, 따라서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권력자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권력의 양보다도 그 사용 방법이라며, 권력은 우리가 남들로부터 얼마나 필요한 사람이 되는지, 그리고 남을 얼마나 잘 보살피는지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한다. 저자의 주장은 우리가 가진 권력에 따르는 책임을 수용해야 한다는 뜻의 다른 표현이다. 권력의 역할과 책임을 지금보다 더 진지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권력을 배우가 연기(Acting)하는 것에 비유해 설명한다. 배우가 역할을 맞게 연기하듯이 우리가 사회와 직장에서 주어진 역할에 맞게 권력을 사용하면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역할에는 다른 역할보다 큰 권력이 주어지는데 이 역할에 맞게 권력을 사용하는 법을 익히면 온갖 사회제도를 유해하게 만드는 권력 남용을 예방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권력의 핵심으로 접근하는 데 수많은 심리학 이론과 실험을 동원하지만, 결코 지루한 논리로 다가서지 않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정치인, 연예인, 기업가 등의 실제 사례를 통해 권력을 잘 활용하는 인물과 부정하게 활용하는 인물들을 대비하여 보여주고,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정치적 비화, 평범한 인물들이 직장에서 겪은 수많은 사례 등을 통해 이해를 돕는다.

 


 

권력을 다룬 기존의 책들이 어떻게 해야 권력자가 되는가, 혹은 위대한 권력자들은 어떻게 권력을 획득했고 행사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 『수평적 권력』은 우리가 이미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그 권력을 드러내고 숨기는 법, 오용된 권력에 저항하는 법, 권력에 따른 불안을 다스리는 법, 부패한 권력에 맞서는 법, 권력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 법 등 우리가 권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기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권력자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권력자의 세 가지 기준은 첫째,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달성하는 데 힘을 쏟는 ‘성취 지향’의 권력자. 둘째, 유능하면서도 배려와 헌신을 다하는 ‘헌신 지향’의 권력자. 셋째, 한 집단의 성공과 번영을 위해서 필요에 따라 권력을 공격적으로 발휘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하는 ‘집단 지향’의 권력자다. 즉 새로운 권력은 개인의 명예와 파워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권력, 집단을 위한 권력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때 권력의 오남용과 부패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리더십을 자신이 맡은 배역이나 역할로 보면, 조직에서 가장 주목 받는 배우들은 조직에서 가장 신성한 가치를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력한 리더는 결과만 이끌어내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의 역할은 “조직의 목적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길러주며, 희망과 신뢰를 가꿔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리더는 그럴 의도가 있든 없든 무언가를 상징한다. 그들이 그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소통은 신뢰를 높이고 전략적 협력을 유도한다. 서로에게 헌신하고, 역할을 분담하고, 전략을 구사할 기회를 준다.:(p.293~294)

 


 

저자는 리더십을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을 이 책에 적어 놓았다. 영화 많은 조직이 〈매드 맥스 3〉은 종말 이후의 미래를 다룬 4부작 시리즈의 제 3편의 내용을 예로 든다. 이 영화는 세상이 끝나고 미성숙한 사람들만 남아서 새 세상을 건설한다면 어떤 일이 벌이질지를 그리고 있다고 한다. 영화 속 바터타운의 주민들은 순진하고 옹졸하고 미숙하며, 세상에 대한 유치한 믿음을 품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들이 세우는 새 세상은 사회 질서도 없고, 누구도 안전하지도 않으며 무엇이든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문화가 만연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때 새 리더가 필요하다며 「리더십을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① 성취 지향성 ② 헌신 지향성 ③ 집단에 대한 헌신 등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 리더의 자격을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에 대해 저자는 책에 설명을 하고 있다. ① 성취 지향성 : 권력을 잘 쓰는 비결은 집단적 요구에 주목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런 행동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기자 샘 워커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유능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에 속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조차 원하지 않았다. 당이 원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출마했다는 것이다. 권력을 가치 있는 자원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라기보다 의무로 여기는 리더들은 지위, 인정, 평판에 대한 자신의 욕구보다는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달성하는 데 힘을 쏟는다.

② 헌신 지향성 : 불행히도 카리스마나 호감도를 기준으로 권력자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지만 이 기준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자신이 관리하는 집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데 신경 쓰는 관리자들은 대체로 권력자로서 성과가 좋지 못하다고 셜명한다. 카리스마는 특정 인물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많이 발산하는 매력을 가리키는데, 대인관계에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이 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카리스마는 실제로 집단과 조직의 성공과 생존에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③ 집단에 대한 헌신 : 선행은 발달 성숙의 증거다. 하지만 권력자를 캐스팅할 때 이 자질을 거론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문화와 심리적 이론 전반에서 성숙이란 이기적 충동을 통제하고 타인들에게 혜택을 줄 만한 행동을 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매클렐런드도 권력에 대한 성숙한 접근을 비슷하게 정의한다.

 


 

이 책 『수평적 권력』은 권력에 대한 우리의 상식과, 권력을 다루는 방법을 완전히 뒤바꿔줄 책이다. 가진 줄도 몰랐던 권력을 직시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권력을 적절히 사용하고 때로는 멈추는 방법을 말해주는 책이다. 큰 역할에 발을 들여놓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과, 더 작은 역할에 갇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조금 더 존중받기 위해 한 단계 올라서고 싶은 사람들, 공격성을 내려놓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권력을 요구하는 이 시대를 위한 책이다.

 

저자 : 데버라 그룬펠드(Deborah Gruenfeld)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조지프 맥도널드 석좌교수.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심리학 박사이자 사회심리학의 권위자. 권력의 심리학과 집단행동에 관한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으며 ‘개개인은 조직과 사회 구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주제로 수많은 연구와 강의를 진행했다. 스탠퍼드대학교에 개설된 ‘권력의 본질과 역할’에 관한 그의 강좌는, 20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밖에도 노스웨스턴대학교의 J.L. 켈로그 경영대학원 등에서 경영학 석사 학생들과 임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요커] [오프라 매거진] [워싱턴 포스트] [시카고 트리뷴] 등의 주요 일간지와 다수의 학술지에 기고했으며, 여성 지도자를 위한 스탠퍼드 최고경영자 프로그램과 여성 리더십 발전센터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역자 : 김효정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영문학을 전공했다.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당신의 감정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상황의 심리학』, 『최고의 교육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어떻게 변화를 끌어낼 것인가』, 『야생이 인생에 주는 서바이벌 지혜 75』, 『철학하는 십대가 세상을 바꾼다』 등이 있고 계간지 『우먼카인드』와 『스켑틱』 한국어판 번역에 참여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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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 - 남겨진 것과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기억록 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
김시덕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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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는 순간 독자의 머릿속엔 〈대동여지도〉를 그린 조선시대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떠올랐다. 교통이나 먹을 것도 부족하던 시대에 일일이 우리나라의 산수를 걸어다니며 지도를 만들었던 분이다. 조선시대 지도는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국가가 관장하는 국책사업이었다고 한다. 국방이나 교통을 위해 지도를 만들었던 시대라서 그럴 것이다. 이 책 『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는 1, 2권으로 출판됐다. 이 책에는 김정호의 지도 못지 않게 저자 김시덕이 일일이 걸어서 찾아다니며 기록한 소중한 우리의 근현대사가 담겨 있다. 근대화되면서 변하고 사라진 옛 모습도 일부 남은 것을 토대로 자료나 사료 등을 보충해, 될 수 있는 한 우리의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그의 노력이 책 전편에 흐르고 있어 감동까지 준다. 요즘 흔한 말로 영혼을 바쳐 답사한 기록물이다. 답사기록은 역사학자로서의 사명감도 있어야 하고,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야 시작할 엄두가 날 일인데 문헌학자가 왜 이런 힘든 답사 기록을 위한 출발선에 섰을까. 체력도 만만찮게 필요한 일인데 말이다.

2017년 여름부터 ‘도시 답사’를 결심한 저자는 그렇게 엄청난 일일 줄은 미처 물랐다고 털어놓는다. "답사 기행을 결심할 무렵 농촌 마을 어귀의 이장(里長) 공덕비를 읽고, 간척지의 제방 위를 걷고, 산길을 헤치며 화전민의 흔적을 찾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고백한다. 답사 시작했을 때는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실천에 옮겨 시작하다 보니 사명감도 생기고 우리 삶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욕심도 생겼다는 설명이다. 거기에는 중간 중간 저자의 계획에 응원을 보내고 힘을 보태준 많은 사람이 있었다고 책을 내면서 겨우 감사의 말을 전하게 된다고도 밝힌다. 여담이지만 운전면허도 없는 분이라는 데 현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조금은 특이한 분이라는 느낌이다.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답사를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저자는 책의 앞 부분에 「대서울의 경계를 넘어 한국으로」란 제목의 〈들어가며〉를 통해 "전국 답사 이야기는 물론 자신만의 답사 방법론도 담았다. 답사는 각 개인마다 방법이 다르다. 자신은 답사를 통해 얻은 것과 사전 계획에서 마주한 것은 대략 50 대 50의 비율로 어느 한쪽에 치우칠 수 없어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한다"고 밝힌다. 서울과 경기도라는 도시지역에 관심을 두고 출발한 저자의 답사는 어느덧 전국 곳곳의 도시는 물론 농촌, 산촌, 어촌 지역에까지 이르러 일종의 ‘문명론 탐구’라는 성격을 띠게 되었다고 한다. 급변하는 21세기 초 한국의 모습, 오늘날까지 이 땅에 발 딛고 살아온 시민들의 다채로운 삶을 김시덕은 생생히 포착해 낸다. 오롯이 두 발로 뚜벅뚜벅 걸으며, 이 책을 완성하기까지 모든 곳을 샅샅이 누비고 깨닫고, 배우고 느낀 모든 것을 담았다. 이 책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저자 김시덕은 문헌학자다. 답사 기행을 위해서는 세밀한 계획과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문헌과 역사자료는 물론 지도 애플리케이션의 위성사진과 로드 뷰 등 도움이 되는 최근의 자료도 이용한다. 국토 답사 여행이나 국토대장정처럼 기간을 정해놓고 어디서 어디까지 걸어서 종주한다는 의미와 또 다르다. 산을 넘어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골목을 돌고 돌아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위성사진으로 실시간 상황의 지도를 언제든지 원하면 살펴볼 수 있는 시대에 걸어서 우리 국토 곳곳을 찾아다닌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호가 떠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저자 김시덕은 문헌학의 방법론을 적용해 현대 한국의 ‘현재사’를 들여다본다. 거의 눈여겨보는 사람 없는 고문헌 뭉치 속에서 역사의 흔적을 발굴하듯, 전국 곳곳의 골목을 걸으며 집과 비석 등에 숨은 시민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풀어낸다. 도시문헌학자가 바라보는 현대 한국의 모습은 어떨까? 가난하지만 허술하게 살아가지 않겠다는, 어떻게든 아름다운 삶을 꾸려 보겠다는 의지가 낳은 동네 여기저기의 포인트가 빛이 나는 이유는 그것을 발견하고 깨닫는 저자의 영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리라.

 


 

곳곳에서 문명 충돌이 일어나며 남겨지고 사라진 것들이 전하는 이야기. 『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은 우리 앞에 살아온 존재들을 되짚고, 우리 뒤에 살아갈 존재들을 호명하며 지금 우리가 선 자리를 비춘다. 이 책은 1, 2권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1권 1부 〈산책하며 발견하는 현대 한국〉에는 답사 방법론에 대한 설명이다. 대부분 내용은 2022년 한 해 동안 『고교독서평설』에 실은 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정기 간행물인 그 책에 〈문헌학자의 도시 산책〉이라는 코너의 연재물이다. '고교생'들을 위한 책이기에 비교적 평이하게 기술했다고 한다. 2부 〈현대 한국에서 일어난 문명 충돌〉부터 2권의 1, 2부는 본격 답사 기행물이다. 특히 저자가 전국을 누비며 직접 찍은 풍부한 사진 자료가 돋보인다. 각 장의 도입부에는 주요 답사지를 구글 지도에서 볼 수 있는 QR 코드를 배치해, 가까운 곳부터 하나하나 걸어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책을 들고 동네 곳곳을 답사해 보면 어떨까? 혼자서도 좋고, 여럿이면 더 좋다. 그리고 저자처럼 내 지역의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기록한다면 금상첨화다. 다음에 올 ‘미래 한국’의 독자를 위해.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수원, 울산, 용인, 고양…. 대한민국 어디든지 살고 있다면 그곳에 저자는 반드시 한 번 이상 간 곳이다. 울릉, 영양, 장수, 양구, 진안, 무주, 구례, 청송, 화천, 양양…. 독자들이 태어난 곳이 아니면 한 번도 가보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곳이 이 책에 상세히 담겨 있다. 전자는 대한민국의 군 단위 이상 지방자치단체 중 인구수 상위 10개 도시이고, 후자는 하위 10개 지역(2022년 11월 인구 기준)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어디에 살든 어디를 가든, 현대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별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출퇴근과 등하교, 돈벌이와 살림살이의 고단함 가운데 눈 돌릴 틈도 없이 하루하루 바삐 ‘목적지’를 향해 가기 일쑤니까.

 


 

그렇다면 독자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아파트’로 상징되는 안락한 보금자리인가? 또는 ‘인스타’를 도배하는 꿈의 휴양지인가? 꼭 시간을 내어 멀리 떠나야만, 돈을 많이 들여야만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몸소 증명한다. 문헌학자의 시선으로 도시 곳곳을 들여다보는 저자는 우리에게 ‘답사’를 즐길 거리의 하나로 제안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그는 일상을 바꿔 놓을 '탐험의 비법'을 속속들이 알려 준다. 답사라니, 어디 유적지라도 가서 안내판 읽고 기념사진 찍고는 주변 맛집을 찾아 주린 배를 채운 뒤 막힌 길을 되돌아오는 여행과 다르다.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유적은 바로 내 곁에, 우리 동네에 있다.

1부에서 저자는 크게 12가지 답사 포인트를 제시한다. 간판, 문화주택, 화분과 장독대, 민가, 공동주택, 아파트, 상업 시설과 공공시설, 철도, 버스 정류장 등이다. 이것들은 우리가 길을 오가며 매번 접하면서도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풍경으로 여기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잠시 걸음을 늦추고 거기에 눈길을 던져 보면 '다름'이 보인다. 전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전국 곳곳의 사물과 동네가 독자들에게 말을 걸어온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1장 「간판 : 일상에서 도시 읽기」, 2장 「문화주택 : 중심에서 주변으로, 한 세기를 풍미하다」, 3장 「시민 예술 : 아름다운 삶을 꾸려 가려는 주체적 태도」, 4장 「화분과 장독대 : 불굴의 텃밭 정신을 찾아서」, 5장 「냉면과 청요리와 누룩 : 한식의 어제, 오늘, 내일」, 6장 「민가 : 한반도 주거의 다양한 세계」, 7장 「개량 기와집 : ‘한옥’을 둘러싼 모순」, 8장 「공동주택 : 느슨하게 함께 사는 모습」, 9장 「아파트 : 베고 짓고 기억하다」, 10장 「상업 시설과 공공시설 : 우리 곁의 문화유산」, 11장 「철도 : 서울에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12장 「버스 정류장 : 붙은 이름, 남은 이름」 등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역사 상 시대별 구분과 잘 맞지 않는다. 세계와 문 닫고 귀 막고 산 탓이다. 세계의 흐름에 뒤처졌다. 이로 인해 일제 강점기를 거쳤다. 식민지 시대 일본이 먼저 개화한 탓에 무력을 앞세워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아 더 큰 야욕을 드러내는 사이 우리의 '근대'는 지나갔다.

 


 

도시 안에 숨은 답사 포인트를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도시의 경계를 성큼 넘을 차례다. 해방 후부터가 우리나라 역사로는 '현대'에 해당한다. 거기에 민족상잔의 전쟁도 겪었다. 이어지는 권력자들의 독재 시대를 맞았다. 쿠데타로 집권했지만 '잘사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실천에 옮겼다. 국민들의 엄청난 노력과 희생을 밑바탕으로 산업화를 불과 반 세기도 안 돼 이뤄냈다. 개발독재 시대에 맞춰 반정부, 즉 민주화 운동도 엄청난 희생을 딛고 결실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 지금은 경제 대국이라 불리울 만큼 세계 경제 10위권의 살 만한 나라라고 칭송 받고 있다. 그러나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겪은 아픈 희생들이 국토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그 흔적 곳곳에 우리의 '의식주', 삶의 모습에 그대로 배어 있다. 그것을 찾아내는 저자의 눈은 더 날카롭게 빛났을 것이다. 그 결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2부 8개 장(章)으로 나뉘어 남겼다. 1장 「농민과 어민 : 바다에 논을 만들다」, 2장 「화전민과 농민 : 울창한 산림의 뒷면」, 3장 「도시와 공장에 흡수된 농촌 : 지워진 길, 토막 난 마을」, 4장 「공업 도시 울산의 탄생 : 망향비를 따라 걷다」, 5장 「제주 탑동로 : 제주도의 과거, 현재, 미래」, 6장 「조치원 : 도농 복합 도시 세종의 정체성」, 7장 「부천 역곡동 고택 : 알 박기 혹은 ‘이곳만은 꼭 지키자!’」, 8장 「영남대로 : 사라져 가는 길을 발로 잇다」 등이다. 농민 대 어민, 화전민, 도시 대 농촌 등 이 땅에서 치열히 부딪친 두 집단 혹은 세력을 들여다본다. 공업 도시 울산의 망향비들, 열차가 달리던 섬 제주도, 세종시를 둘러싼 지역민의 정체성 문제, 택지 개발과 전통 마을, 옛길의 흔적을 따라 걷는 도시 안팎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사는 지역의 기억을 기록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한다.

독자는 이젠 중년의 나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사건이나 흔적들을 직접 부딪쳤던 것도 있다. 버스 정류장의 풍경도 어렴풋이 기억나고, 아파트 시대의 '알박기'라는 말도 당시 처음 들어서 이제까지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저자의 지적대로 개발 시대 이해 집단간의 충돌이 잦았다. 시위가 일상이고, 민주화 시위와 함께 대한민국은 시위가 일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정부에서도 시위대 막는 경찰 이외에 전담 무술 경찰로 이루어진 부대를 따로 창설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던 때다.

 


 

지금 생각하면 아련한 추억처럼 생각되지만 그때로 돌아간다면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화전민'에 관한 기억과 아파트 투기 기억은 뚜렷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화전민을 직접 보거나 사는 모습을 보진 못했지만 70년대 산업화가 한참일 때 화전민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화전민들이 농민들의 농사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들이 자주 보도됐다. 식량이 모자랄 시기지만 산지녹화 사업은 박정희 정부의 '조국 근대화' 슬로건의 하나였다. 화전민들은 화재에 늘 노출되어 있기에 산을 태우기 십상이라고 했다. 이 책 2부 2장 「화전민과 농민 : 울창한 산림의 뒷면」에 자세히 나와 있다. 독자가 기억하던 바와는 다소 다른 점이 있다. 아마 독자는 당시 보도 등으로만 접했기에 화전민의 어려움을 몰랐기 때문이리라. 그들은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 "농사 지을 땅도 없고, 집도 없는 유랑민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라는 이 책의 내용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그런 가여운 상태의 사라들을 농민들의 농사를 방해한다는 주장은 어디서 나왔을까.

이 책의 내용이 아련한 것은 다같이 가난했던 시절 악다구니 쓰고 더 가지려고 싸우고 했던 시절엔 그나마 사람 사이에는 온정(溫情)이란 게 있었는데 더 잘살고 먹을 것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세상인데 왜 온정은 점점 식어가는 것일까. 그런 흔적은 분명히 남겨져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 동네부터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다.

 

저자 : 김시덕

 

일주일에 서너 번은 동네 근처에서 먼 지방까지 다니며 도시 곳곳을 촬영하고 기록하는 도시 답사가이자, 도시에 남아 있는 지나간 시대의 흔적과 자취를 추적하며 도시의 역사와 현재를 탐구하고 예측하는 도시문헌학자다.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학부와 석사과정을 거쳐, 일본의 국립 문헌학 연구소인 국문학연구자료관(총합연구대학원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일본연구센터 HK연구교수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교수를 역임했다.

주류의 이야기가 아닌 서민들의 삶에 초점을 맞춰 서울이라는 도시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한 ‘서울 선언’ 시리즈 『서울 선언』(2018 세종도서 선정), 『갈등 도시』(2020 세종도서 선정), 『대서울의 길』을 통해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관악구의 과거와 현재를 여러 각도에서 조망한 『관악구 문화 예술 기초 자료집: 관악 동네 역사』를 출간하며 지역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2021년 제70회 서울특별시 문화상(학술 부문)을 수상했다. 그 밖의 주요 저서로는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2015 세종도서 선정), 『일본인 이야기 1·2』, 『양천 동네 이야기』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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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1부 : 공중에 떠 있는 집 1~2 세트 - 전2권 스토리 D
E. S. 호버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평점 :
절판


실재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가상의 도시는 늘 새롭고, 신선하다. 퍼머루트라는 도시 이름을 들었을 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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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1부 : 공중에 떠 있는 집 1~2 세트 - 전2권 스토리 D
E. S. 호버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이하 『퍼머루트』)는 SF소설로서, 미래 과학의 발전을 근간으로 인류의 운명 등의 예상이 담겨 있다. 물론 인간이 중심이긴 하지만 인간의 힘과 능력보다 더 우월한 '라이톤'이 등장한다. 시대도 지금보다 멀지 않은 미래의 내용이긴 하지만 오히려 '시간'을 초월한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쓰였다. 내용만으로 구분하자면 언젠가 읽었던 듯한 기시감도 든다. 독자는 SF소설을 즐겨 읽지 않았지만 최근 쏟아져 나오는 책들이 독자로 하여금 SF소설 책으로 손이 가게 만들었다. 현재 SF소설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큰 서점 어디를 가나 베스트셀러에 끼어 있고, 서점 책꽂이에는 어마어마한 책이 계속해서 출판·판매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추세가 아니라고 출판계는 말하고 있다. 오히려 외국의 추세에 따라 우리 독자들이 늘었고, 당연하게 작가들도 엄청 많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독자의 기시감도 서점에 가서 이리저리 책을 찾다가 책꽂이에 꽂힌 SF 책을 많이 봤기에 생긴 것일 수도 있다. 독자는 그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도 읽지 않았다.

그러나 SF 소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해리포터 시리즈〉 때문이다. 워낙 유명하게 알려진 내용이라 그냥 '해리포터'라고 말하면 독자들은 모두 알아듣는다. 해리포터 신드롬(Harry Potter Syndrome)이란 용어가 생길 정도이니 이젠 놀랍지도 않다. 독자는 매스컴이 '해리포터' 이야기로 온통 이야기되고 있을 때가 한참 지난 영화로 제작되기 시작할 무렵에서야 내용을 알게 됐다. 독서의 폭이 좁았던 독자였음이 분명하다. 영화로 보기 전에는 〈해리포터〉에 관련된 신문 기사도 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이처럼 SF 소설에 대한 인기는 해리포터 직후에 못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이어오며 지금은 많은 작가들이 SF소설에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해리포터 신드롬(Harry Potter Syndrome)이란 영국의 작가 조앤 K.롤링(Joan K. Rowling)의 아동소설인 〈해리포터 시리즈〉와 이를 소재로 한 영화, 캐릭터 상품 등에서 일고 있는 세계적인 열풍을 의미한다. 작가 롤링이 1997년 발표한 제1권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시작으로, 제2권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1998), 제3권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1999), 제4권 『해리포터와 불의 잔』(2000), 제5권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2003), 제6권 『해리포터와 혼혈왕자』(2005), 제7권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007)이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이 해리포터 시리즈와 관련해 일기 시작한 각종 열풍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두산백과)

해리포터 신드롬은 어쩌면 마법이 사용되는 미래라기보다 오히려 중세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판타지적인 면이 많아 '판타지 문학'으로 분류되면서 과학 소설(science fiction)과 혼용되면서 쓰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독자만의 생각이라서 맞는지는 모르겠다. 독자가 SF 소설을 읽지 않았던 것은 SF 소설을 '과학 소설'로만 인식했기 때문이다. 과학을 유난히 어려워했던 독자 개인적 이유였다. 우선 어려웠고, 관심이 멀어서인지 학교 다닐 때부터 높은 점수를 기대하지 못하는 과목이 과학 점수였다. 즉 예전에 달에 사는 이야기가 동화나 소설에 등장할 때처럼 먼 미래의 이야기를 작가가 상상으로 그리는 세계라고 알고 있어서, 독자 나름대로 '과학'이라기보다 '공상(空想)'의 의미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 『퍼머루트』는 표제어에 나와 있듯이 '보이지 않는 도시'이고, 시리즈 중 첫 번째로 보인다. 「공중에 떠 있는 집」이란 부제로 ①, ②권이 출간됐다. 번역자 이름도 빠져 있고 저자 E. S. 호버트도 독자로서는 처음 듣는다. 독자는 SF 소설 문외한에 가까워서 그렇지만 우리 출판사 〈팩토리나인〉에 대한 신뢰감은 갖고 있다. 독자가 읽은 책 중에 팩토리나인이 출판한 책도 꽤 여럿이다.

 

 

표제어 '퍼머루트'는 도시 이름이다. 이 책의 사건의 발단은 어느 마을에서 아이들이 모두 사라진다. 한날 한시는 아니지만 피해 아이들의 생일은 모두 2012년 12월 5일이다. 며칠 전 이웃 마을에서 '어린이 실종 사건'이 발생할 때만 하더라도 주인공 이안이 사는 마을은 잠잠했고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사건이 확대되었는지 온 마을에 사라진 아이들의 사진이 붙기 시작한다. 수사 상황도 텔리비전을 통해 계속 뉴스로 보도된다. 어제는 남자아이, 오늘은 여자아이... 말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남자아이는 엄마와 장을 보고 집앞의 공원에 들러서 스케이트보드를 탔다. 엄마는 벤치에서 아들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화장실에 들어간 아들이 십여 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확인을 했으나 감쪽같이 사라졌다. 경찰에 신고한 후 공원 구석구석을 더 찾아보았지만 사라졌다. 여자아이도 비슷했다. 그것도 집에서... 아빠는 거실에서 어린 동생과 놀아주고, 엄마는 부엌에서 간식을 준비하는 사이, 이 층 방으로 올라간 여자아이가 온데간데 없다. 역시 경찰에 신고했으나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경찰이 CCTV를 확인한 결과 남자아이나 여자아이 모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화장실로 들어간 이후, 방으로 올라간 이후 각각 사라져 버린 것이다.

12월 5일은은 바로 10살 소녀 이안(주인공)의 생일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사라진 이유는 인간과 달리 특별한 마법 능력을 가진 '라이톤'들의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예언 때문이다. “라이톤의 모든 능력을 가질 수 있는 단 한 명의 ‘룩스’. 그가 11살 생일이 지날 때까지 폴로(인간) 세상에서 무사히 살아남아 퍼머루트로 돌아온다면 라이톤과 폴로(인간)가 평화롭게 공존하게 되는 시대를 열 것이다”란 예언이 있다고 저자는 장치를 만들어 둔다. 이 예언이 실현되는 것을 막으려는 악당 '블락'들은 예언의 주인 ‘룩스’를 찾기 위해 온갖 음모와 계략을 꾸미기 시작한다.

인간 세상에서 엄마와 외롭게 숨어 살던 이안은 11살 생일을 앞두고 의문의 검은 그림자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이안은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자신이 라이톤이자 예언의 주인 룩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시 이름은 퍼머루트. 이안은 여자아이지만, 엄마가 이를 숨기기 위해 남자아이처럼 머리를 꾸미고... 쉽게 표현하면 정체를 숨기고 있다는 의미다. 왜 엄마와 이안은 숨어 지내야만 할까? 독자들의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몇 권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책 첫째 권에서 이유는 드러난다. 불행하게도 엄마는 이얀에게 펜던트를 주면서 "위험한 순간에는 가장 안전한 곳을 떠올려라"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그곳은 어디일까? 엄마가 마지막 목숨을 다하면서 이안에게 가르친 말은 '바람의 소리'다.

"바람의 소리." 엄마가 살랑이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바람의 소리?" 이안이 엄마를 보며 물었다.

"힘들 때는 바람의 소리를 들어 봐. 조용히 바람의 소리를 듣다 보면 슬픔이나 안 좋은 감정들이 바람에 흘러가 버리고, 따뜻함, 사랑 같은 좋은 감정들이 찾아온단다."

엄마가 이안과 눈높이를 맞춰 앉으며 말했다.(p.38~39)

엄마가 목숨을 잃은 이후부터 이안을 도와주는 테오도라라는 백발 할머니가 등장한다. 또 모든 이안과 여정을 함께하면서 삼총사로 굳게 믿음을 나누는 진과 비비스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안을 도와주는 인물 말고 당연히 이안을 없애려고 하는 악당들 '블락'이 있다. 이안은 블락들의 방해를 뚫고 퍼머루트로 들어갈 수 있을까? 우선 「공중에 떠 있는 집」(1, 2권)의 목표다. 물론 이안에게 숨겨진 마법 능력들을 발견해 진정한 룩스로 성장하는 일도 중요하다. 블락들과 맞서 인간과 라이톤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 이안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 쉽지 않은 목표와 여정에 각종 험난한 일들이 펼쳐질 것은 훤하다. 현실 세계와 완전히 분리돼 있는, 특별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은 시리즈로 이어질 것을 예고하려는 듯 책의 맨 앞에 등장인물에 대한 짤막한 소개가 곁들여진다. 이는 대체적으로 대하소설처럼 스토리가 긴 책들에 대해 저자가 독자들이 중심을 잃지 않도록 미리 공유하기 위해 쓰인다는 점을 미루어 이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의 긴 여정을 암시하는 것 같다.

 


 

이안 켄튼 : 외롭고 소외된 삶을 사는 열 살 소녀 폴로(인간).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죽게 되고, 자신이 폴로 세상과 퍼머루트에 평화를 가져다줄 '예언 속 룩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총 다섯 종류의 라이톤(보석)의 능력이 생기게 되는 예언 속 룩스.

테오도라 대번포트 : 폴로들 세상과 퍼머루트를 이어주는 안내자이고 위대한 코리도란. 백발의 구름머리에 천부적 실력, 지혜로움과 신비로움, 작은 일탈을 눈 감아주는 센스 덕에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블락들이 두려워하는 유일한 라이톤이다. 이안에게는 영원히 부모이자 스승 같은 존재이다.

비비스 위버 : 노란빛을 보석을 지닌 스스로의 천재성을 모르는 아키테림. 이안의 감정과 고통을 이해하고, 비비스다운 장난으로 위로를 건네며 곁에서 늘 힘이 되어 주는 친구다.

진 호킨스 : 푸른빛의 보석을 지닌 빨간 머리의 코리도란. 이안의 곁에서 늘 밝고 당찬 에너지를 주는 친구다.

클로드 : 퍼머루트의 치료사이자 유일무이한 실력을 갖춘 페어도움. 테오도라가 이안을 지켜주는 것에 질투심을 느껴 이안이 죽기를 바란다.

클레어 켄튼 : 이안의 엄마. 뒤어난 실력을 지닌 브레익트.

휴버튼 켄튼 : 이안의 아빠. 플로지만 죽을 때 브레익트가 된다.

피터 : 어린 시절 겪은 어떤 사건 때문에 플로에 대한 증오심이 깊다. 이안의 엄마를 죽인 검은 정체로 절대악의 존재이며 블락의 우두머리이다.

맥스웰 : 현존하는 룩스이자 아키데릴. 자기 소멸 후에, 예언 속 룩스 이안을 돕기 위해 이안이 룩스가 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단서를 숨겨둔다.

죠 헤프너 : 스키샤인 수장이자 악명 높은 블락. 예언 속 룩스인 이안을 없애고, 블락들만 존재하는 세상을 꿈꾼다.

릴리 헤프너 : 죠 헤프너의 부인이고 능력이 뛰어난 스키샤인. 아름다움 뒤에 사악함을 숨긴, 뼛속까지 철저하게 블락인 진짜 악당이다.

맥 키스 : 코리도란 수장 집안의 아들이자 블락. 세상 모든 일에 무관심하지만, 플로들 세상에 흥미를 느끼고 폴로들 물건을 모으는 것이 취미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만큼 자신감도 크다.

 


 

이 책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는 모두 5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이야기는 이안이 라이톤의 마법 능력을 하나씩 얻으며 악당 블락으로부터 인간과 라이톤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성장하는 특별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테오도라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이안에게는 '동화 같은 그림'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주 먼 옛날, 폴로들 중에는 '특별한 존재'가 있었단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를 소중하게 믿었고, 흔히 '초능력'이라고 말하는 능력이 있엇지. 우리는 그들을 '라이톤'이라고 물었단다."(p.26~27)

테오도라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보면 폴로와 라이톤은 각각 다른 인간이 아닌 한 인간에 내재한 다른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 읽어봐야겠지만...

 

테오도라에 따르면 라이톤은 인간(폴로)과 달리 신비한 마법 능력을 가지며 자신의 라이톤 종류에 해당하는 한 가지 색깔의 보석을 이마와 목, 가슴(심장), 손목, 발목 등에 지니고 있다. 라이톤은 각각의 색에 해당하는 마법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초록빛은 '스키샤인'이라 불리는 라이톤으로 '우정'을 소중히 여긴다. 이어 노란빛 아키테림은 '지혜', 브레익트는 '용기', 마지막 페어도옴은 '사랑'을 소중히 여기며 보랏빛 보석을 지녔다. 이안은 특이하게 새로운 능력을 획득할 때마다 새로운 색깔의 보석이 추가된다. 이 때문에 예언을 막으려는 악당 블락은 이안이 바로 ‘예언의 주인 룩스’라고 확신하게 된다. 이안이 예언의 아이라는 테오도라 백발노인과 자신을 해치려 시시각각 위협을 가하는 사악한 블락. 이안은 아무런 보석도, 능력도 없이 엄마의 죽음으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엄마의 죽음을 밝혀내기 위해선 자신의 능력을 깨우쳐야만 한다. 과연 이안은 자신의 숨겨진 마법 능력을 발휘해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무사히 퍼머루트로 갈 수 있을 것인가.

 

저자 : E. S. 호버트(E. S. Hobart.)

 

누구에게나 보이지 않는 것을 믿었던 순간이 있다. 피터팬과 함께 네버랜드로 가고,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고, 9와 4분의 3 승강장을 지나 마법사가 되어보는 상상. 이런 상상들은 살다 보면 삶에 치여 자취를 감춰버린다. 하지만 이 상상들은 내 안의 의연함, 회복력, 용기, 아이디어, 지혜가 되어 삶을 지탱해 주는 뿌리가 된다. 이것이 바로 상상의 힘이라고 믿는다. 이야기란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지도라고 생각한다. 어른에게 상상의 즐거움을 되찾아 주고 아이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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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커플링과 공급망 전쟁 - 미중 전쟁과 뉴노멀 그리고 위기의 대한민국
이철 지음 / 처음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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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 2010년 G2로 올라서자 세계 경제 지형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구 소련 해체 후 유일 강대국이자 패권국임을 자타가 공인하고 미국은 세계의 경찰 국가임을 자처하며 지구촌을 손아귀에 쥔 듯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뤄낸 유일한 국가로서 지난 세기말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미국이 승리한 패권 쟁탈전에서 대한민국도 미국과 보조를 맞춤으로써 한몫 챙긴 듯한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IMF라는 교과서에서 말로만 듣던 채무국 신세로 전락해서 미국이 우리에게 특혜를 준다는 믿음은 근거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중국은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으로부터 경제 발전을 폭발적으로 이뤄내고 2010년엔 일본을 제치고 G2로 올라섰다. 역사적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G2 진입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2050년을 목표로 미국을 제치고 G1으로 올라설 계획임을 공공연히 밝혔다. 세계 경제계는 이때에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G1 진입을 목표로 중점 추진하는 경졔 정책이 차근차근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공언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직시하게 됐다. 일대일로, 세계 교통망 연결, 제 3세계 원조 등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추진해 나갔다.

이에 미국의 입장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나름대로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 듯한 제스처를 여러 번 취했다. 가장 강경한 대중 정책을 편 트럼프 대통령 시절엔 드디어 〈미중 무역전쟁〉을 선언할 정도로 급격한 중국의 추격에 대처해 나가고자 했다. 이처럼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은 글로벌 경제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 갈등은 단순한 정치적 충돌을 넘어 세계 경제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글로벌 공급망의 근본적인 구조 자체를 흔들 것이란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일촉즉발의 상태로 치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시작으로 에너지, 식량, 반도체, 베터리, 희토류와 같은 핵심 분야의 동향이 크게 흔들리고 있고, 이 변화의 파장은 각국의 산업과 경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까지 닿아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무역 문제를 넘어, 우리의 일상에서 필요한 기본 자원, 그 가격과 그 자원에 대한 접근성에도 깊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책 『디커플링과 공급망 전쟁』은 미중 분쟁의 시작점부터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시나리오까지 깊고 넓은 영향을 철저히 분석한다. 저자 이철은 이 책에서 주요 공급망의 변화와 우리 기업 및 국민이 직면하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루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미래 지향적인 대안과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국가 차원의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깊이 탐구하기 위해 쓰였다고 집필 취지를 밝힌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미중 갈등 속에서 어떻게 안정적인 위치를 찾을 수 있는지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독자들에게 국제 정세와 미래의 전략적 방향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먼저 독자는 이 책의 표제어로 쓰인 '디커플링(decoupling)'이란 단어에 대해 지식을 갖지 못해 이 용어의 개념을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물론 이 책에도 설명이 나와 있다. 그러나 너무 짧은 설명만 들어 있어 독자가 나름대로 찾아 먼저 정리해 본다. 디커플링이란 국가와 국가, 또는 한 국가와 세계의 경기 등이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 탈동조화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동조화(coupling)의 반대 개념이다. 한 나라 또는 일정 국가의 경제가 인접한 다른 국가나 보편적인 세계경제의 흐름과는 달리 독자적인 경제흐름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크게는 국가경제 전체에서, 작게는 주가나 금리 등 국가경제를 구성하는 일부 요소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수출과 소비, 주가하락과 환율상승 등과 같이 서로 관련있는 경제요소들이 탈동조화하는 현상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한민국 경제와 미국 경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때는 "미국에서 콧물을 흘리면 일본이 기침을 하고,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였다. 미국의 주가가 떨어지면 한국의 주가도 떨어지고, 반대로 미국의 주가가 오르면 한국의 주가도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와 같이 미국의 주가와 한국의 주가 움직임이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을 커플링이라고 한다. 반대로 미국의 주가가 오르는 데도 한국의 주가는 미국의 주가 흐름에 동조하지 않고 미국 주가의 영향에서 벗어나 하락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탈동조화 현상이 디커플링이다. 또 주가가 하락하면 환율은 상승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환율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이와 달리 주가가 하락하는 데도 환율이 상승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무르는 현상, 수출이 증가(감소)하는 데도 소비는 감소(증가)하는 현상, 서구의 증시는 상승(하락)하는데 아시아 증시는 전체적으로 하락(상승)하는 현상 등도 디커플링에 속한다.(두산백과)

이와 비교되는 '디리스킹(de-risking)'이란 단어도 요즘 많이 쓰인다. 책에 따르면 디리스킹이란 말은 2023년 3월 30일 우르줄라 게르트루트 폰 데어 라이엔(Ursula Gertrud von der Leyen)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한 연설에서 처음으로 언급되면서 주목받았다. 그는 "중국으로부터의 디커플링은 실행 가능하지도 않고 유럽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유럽연합(EU)은 물론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도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을 지지한다고 표명했고, 이어 2023년 5월 20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경제 안보를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으로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국제정치에서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위험 요인을 줄여 나가는 전략이다. 디리스킹은 사전적으로 '위험 경감'이라는 의미로, 원래는 금융기관이 위험 관리를 위해 문제 소지가 있는 특정 고객뿐만 아니라 유사한 특징을 갖는 고객집단에 대해서도 선제적이고 광범위하게 거래를 제한하는 방침을 일컫는 용어였다고 한다.

 


 

올해 6월 19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미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이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미 양국이 올바르게 공존할 수 있느냐에 전 세계의 명운이 걸려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양국 관계가 ‘디커플링(미중 공급망 분리)’에서 ‘디리스킹(양국 갈등으로 인한 위험 줄이기)’으로 완화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저자 이철은 여기에는 서로의 국사를 존중하고 큰 싸움으로는 번지지 말자는 함의가 담겨 있지만, 과연 주변국들도 이 전쟁에서 무사할 수 있을까?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얼마 전, 기획재정부가 개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컨퍼런스에 경제 관련 장관들과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의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대한민국의 제일 위험 요소는 바로 ‘지정학적 불안정성’이었다. 미중의 분쟁과 이로 인한 공급망 분리, 각국의 보호무역정책, 양안 전쟁 문제 등에서 한국은 완전한 휘둘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즉 세계가 디커플링이 진행되건 디리스킹으로 변해가건, 중국과 가까운 대한민국은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반중 정서에는 익숙하지만, 국제 관계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 우리 기업과 국민이 모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우리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은 단지 반도체나 자동차 등의 수출길이 막히는 것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쓰는 물품과 식량의 부족, 에너지 고갈 그리고 전쟁 위협까지 모두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 『디커플링과 공급망 전쟁』을 통해 미중 충돌이 야기할 모든 공급망 문제를 시뮬레이션해 보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고래등 싸움에 새우" 꼴이 되는 대공황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질서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글로벌 경제를 뒤흔드는 디커플링」, 2장 「미중 대립으로 파편화된 공급망」, 3장 「하나의 시장은 무너졌다」, 4장 「두 개의 시장과 교차 시장」, 5장 「새로운 경제 질서의 시작, 탈달러화」, 6장 「전략 자원의 공급망 리스크가 밀려온다」, 7장 「대한민국의 선택, 새로운 세계 질서」 등이다. 이 책에서 다룬 디커플링과 공급망 문제, 그리고 디리스킹은 모두 미중 무역분쟁으로부터 촉발된 문제들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누가 선언했느냐를 따지는 것은 이제 아무 의미가 없다. 이젠 미중이 전면전으로 뛰어들었다고 판단되는 만큼 중국 시진핑이 말한 '각자도생' 전략을 세워 자력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미국도, 그렇다고 중국도 우리를 특혜 대상으로 생각지 않는 현실에서 확실한 의사 결정을 내리든지, 가능하다면 미국과 중국과의 교차점에서 경제 정책에 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 책에서 눈길을 끈다. 여러 가지 대안이나 기존 나온 대안 중 대한민국에 가장 이익이 될 현실적인 결정을 해야 하기에 더욱 새롭게 들린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지금이라도 능동적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을 잡고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겉으로 보기에는 이러한 노력이나 대안에 대한민국 정부가 무관심해 보인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현재 저자는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미디어 활동을 조금 하다 보니 중국에 진출한 여러 대한민국 기업들의 소식을 듣는 편인데, 이미 상당수의 중국 진출 대한민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났다는 소식을 직간접적으로 듣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현지에서의 상황은 매우 긴박하게 들리는데 정작 대한민국 정부의 경제 정책은 한미일 공조 외에는 아무 대안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안보 문제를 이유로 한미일 공조가 경제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안보는 안보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대안과 나름의 능동적인 정책 하에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가장 핵심적 내용이다.

 


 

이 책의 기점이 되는 디커플링과 디리스킹, 공급망 문제 등은 모두 미중 무역전쟁으로부터 도출된 해결책의 일환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의 원인과 진행 과정, 향후 예측과 전망에 대해 정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자칫 어렵게 일군 경제 대국 신화가 사상누각으로 끝나고 경제가 무너진다면 대한민국의 발전은커녕, 정체성, 안보 등 모든 것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물론 경제 문제에 문외한인 독자가 이 책의 중심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점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필자의 의도도 미중의 무역전쟁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의 의견은 대한민국 모든 구성원들의 바람이고 목표이라는 데는 공감하기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일반 경제 전문가는 물론,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읽기 편하게 경제 용어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비경제인이 읽어도 술술 읽힐 정도로 쉽게 기술되어 있는 특징을 잘 갖추고 있다. 이는 비경제적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모두 읽어야 할 책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 들어 있다고 독자는 판단한다. 특히 정책 부재와 정책의 잘못을 따지는 탓하는 국민들에게 볌우리의 경제 문제가 외부에서 온 영향 때문이라고 잘못이나 정책 부재를 탓하는 국민들에게 볌

 

저자 : 이철

 

1960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학생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무기정학도 당하는 등 곡절 있는 청소년기를 보낸 후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학사 및 석·박사를 취득하였다. 중화민국(타이완)인 아내와 결혼 후 20년 이상 중국에 머무르며 활동하고 있다. KT 기술협력부장, 삼성SDS 중국 법인장, 디지카이트 CEO, SK 전문위원, 플랜티넷 중국법인장, 중국 기업 TCL의 CIO를 역임했고 이스라엘의 카타센스에서 아시아 태평양 사업 개발을 담당했다. ‘중국 공유 자전거 한국 Localization’, ‘중국 상무부 CPC 코드 시스템’, ‘중국향 통신건설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 ‘산시성 유해사이트 차단 시스템’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한 바 있다. 저서로는 『중국의 선택』, 『중국 주식 투자 비결』, 『이미 시작된 전쟁』이 있다. 또한 현재 유튜브 채널 [이박사 중국 뉴스 해설]을 운영하며 여러 매체에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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