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잘데기 있는 사전 - 말끝마다 웃고 정드는 101가지 부산 사투리
양민호.최민경 지음 / 호밀밭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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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부끄러웠지만 사투리가 지금은 당당히 세계로 알릴 만큼 합리적이고 멋진 언어로 제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날것 그대로 K-컬처와 함께 세계로 나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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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기 있는 사전 - 말끝마다 웃고 정드는 101가지 부산 사투리
양민호.최민경 지음 / 호밀밭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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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사투리'는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이다. 이에 비해 ‘표준어’는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다. 의사소통의 불편을 덜기 위해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쓸 공용어의 자격을 부여받은 말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표준국어대사전』) 이 책 『쓰잘데기 있는 사전』은 '부산 사투리' 가운데 TBN 부산교통방송 〈달리는 라디오〉의 목요일 고정 코너 「배아봅시데이」에서 2년간 소개한 부산 사투리를 담았다. 토박이조차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일상의 단어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공동 저자(양민호 최민경, 이하 저자)는 사투리의 특성상 사전에 등재되지 않는 비표준어가 많고, 어원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고 말한다. 이 책 『쓰잘데기 있는 사전』은 활용 문구와 정의, 그리고 어원까지 최대한 유추해 풀었다.

저자는 부산에 거처를 잡은 외지인들이다. 부산 생활을 시작하고, 마음에 질문을 품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뜻이지?’ 계속 들으니 그 속의 정서와 리듬을 알게 되고, 거칠게 느껴지던 언어가 정감 있는 언어로 들리더라고 털어놓는다. 사투리는 심금을 울리고 온기를 전하는 말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방언', '지방어', '지역어'라고도 많이 썼다. 통상적으는 한 언어의 변종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라는 의미다. 한때는 사투리가 표준어에 비해 열등하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표준이 아닌 말'이나 '교양 없는 말'로 정의되기도 했으나, 언어 구조상으로 방언과 표준어 또는 방언들 사이의 우열 관계란 성립하지 않는다. 현재는 이러한 정의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투리의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저자는 "(사투리는) 촌스러운 옛날 말이 아니다. 브랜딩, 캠페인, 방송 매체에서 활발히 다루며 그 중심에 ‘부산 사투리’가 있다. 경제적 가치를 지닌 ‘돈이 되는 언어’면서, 타인으로부터 손쉽게 친근함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을 읽으면 새로운 홍보 카피나 사람 냄새 나는 문장이 떠오르고, 어릴 적 어른들과 나눈 대화를 추억한다. 또한, 부산 여행이 더욱 즐거워진다."라고 출간 후 소감을 남겼다. 더욱이 나라의 정책도 '지방화', '분권화'하고 있다. 지방문화 시대에 따른 것으로 사투리는 제 대접을 받는다고 봐야 할 듯하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출간 취지와 소감을 밝히고 있다. "말은 지나간 시간을 품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투리는 고향의 땅과 바다, 사람의 체온을 담고 있는 언어다. 단어 하나에 웃음이 들고, 말끝마다 정이 묻어난다. 이 책 『쓰잘데기 있는 사전』은 말끝마다 웃고 정드는, 101가지 부산 사투리에 관한 이야기다."(p.2) 이 책에서 저자는 '부산 사투리'라 부르는 것은 특정 지역 사투리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오늘날 부산에서 통용되거나, 부산 사람들의 말 속에서 살아 있는 표현을 중심으로 삼았다고 저자는 밝힌다. 정확한 어원이나 경계가 모호한 단어도 있지만, '부산답다'고 느끼는 말,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정서와 리듬을 담는 것으로 기준을 삼았다고 덧붙인다.

〈서문〉에 따르면 시인 안도현의 글을 통해서도 사투리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사투리는 흙냄새가 나고 고향의 일부를 느낄 수 있는 존재다. '괜찮으세요?'보다 '괘안심까?'라고 말하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부산 말도 그렇다. '단디'에는 부산 사람 특유의 성실함과 꼼꼼함이 묻어 있고, '은다'라는 한마디에 정서적인 거절과 거리 두기의 뉘앙스를 담는다. '내나'에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안다는 공감이 깃들어 있으며, '마!'라는 짧은 한마디엔 짜증과 다정함, 싸움과 웃음이 동시에 실려 있다. 이렇듯 사투리는 그 자체로 부산의 정서요, 부산의 풍경이다.

저자는 전작 『사투리, 부산의 마음을 전하다』에서 "부산 사투리는 긴말 대신 함축된 표현으로, 복잡한 감정을 단숨에 전한다."고 썼다. 항구와 시장, 골목과 사직구장에서 오고 간 이 말들은 짧지만 깊고, 거칠지만 따뜻하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품은 생동감과 굴곡, 그리고 사람 냄새는 이 사투리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부산 출신이 아닌 저자는 이사 와 부산에 터를 잡고 살며 점점 부산 말에 스며들었다고 밝힌다. 단지 말의 재미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투리라는 언어에는 그 지역의 시간과 정서, 생존과 유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101번째 단어까지 실은 것도 그런 마음에서였다고 털어놓는다. 부산 말은 딱 떨어지는 깔끔한보다, '한 줌 더'의 정서가 어울린다. 이 책에서 주저 없이 한 단어를 더한 이유다.


저자의 부산 사투리 사랑은 작지 않은 듯하다. 저자는 이 책이 단어를 정리한 사전이 아니라고 밝힌다. 말의 체온을 기억하기 위한, 마음을 전하는 사투리 스케치북이라고도 말한다. 어쩌면 언젠가 잊힐지 모를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기억을 불러일으키길 바람과 기대가 크다. 이 책에는 한 글자부터 다섯 글자 이상까지 모두 101개의 사투리가 담겨 있다. 한 글자 사투리로 역시 '마!'가 첫 번째 등장한다. 저자는 이 말을 "짧지만 강렬하고 한 글자로도 충분한 부산의 말맛"이라고 귀띔한다. "마, 니 지금 뭐 하는 기고?"란 예문을 보여 준다. 이 단어의 정의와 특성으로는 ① 응원 구호, 강조 또는 친구를 부르는 말 ② "마!" 한 글자에 담긴 부산의 힘과 리듬이란 표현으로 규정한다. 

"마!"가 처음 사용된 것은 롯데 자이언츠의 성적이 부진하던 2002년이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단장이 상대편의 에이스급 투수가 등판했을 때 견제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점차 다른 투수들의 견제구에도 사용되면서 정착했다. 응원가에 맞춰서 "마!"를 반복하여 상대 투수의 혼을 빼놓는 것이다.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함성의 심장부인 1루에서 "마!"를 집중해서 외칠 때의 소리는 107데시벨에 이르러 비행기 이착륙 소음과 맞먹는다고 한다. 이 대목을 읽을 때 독자는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 경기에서 처음 나왔다는 말을 믿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마치 독자의 마음을 알기라는 듯하다. 저자는 바로 다음 문장에서 바로 잡는다. "사직구장에서 사용하는 "마!"는 뒤에 느낌표가 붙는 느낌이다. 이때는 짧고 굵게 한마디를 던지는 응원 구호기 때문에 뜻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마'에서 파생되었다고 불 수 있다. 친한 사이에서 상대방을 부를 때 사용하는 "마!"에서 나왔을 수 있다. 이때 동년배가 아랫사람에게 사용한다. "야!", "이놈아!", "인마!" 정도의 의미다. 또는 '하지 마'가 줄어든 것으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저자는 구별한다.

저자는 또 물론 '마'는 다른 의미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냥'이라는 뜻이다. '마' 뒤에 물결 부호가 붙는 느낌이란다. 이때 문장의 제일 앞이나 중간, 또는 맨 마지막에 붙는다고 설명한다. "마~ 그대로 해 주이소", "그대로 마~ 해 주이소", "그대로 해 주이소 마~" 이런 식이다.


독자도 대학 다닐 때 경상도 사투리를 충분히 들은 기억이 있다. 물론 나중에는 TV나 인터넷에서 사용될 때 더 많이 듣긴 했지만.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대부분 서울 말을 쓰는 친구들과 함께 지내다 대학에서는 지방에서 올라온 사투리를 그대로 쓰는 친구들이 대거 입성(?)했다. 독자가 학교 다닐 때 서울 지역 고등학교는 이런 분위기가 상댱했다. 일반적인 추세라고 봐야 할 것도 같다. 대학 때 4년 동안 함께 지내며 친구가 된 학우들도 부산과 대구의 사투리가 조금은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쌀'을 '살'로 발음하는 것은 공통적이었는데, '은지예' '어데예'는 각기 다른 지방에서 사용된다는 말도 들었다. 서울 말을 쓰는 독자 입장에서 왜 경상도 말이 조금 다르지? 하는 정도의 궁금증은 있었지만 "원래 아래 해변(남해안) 쪽으로 갈수록 억양이 드세다고 한다. 그것은 전라도 쪽도 마찬가지여서 쉽게 이해가 됐다. 서남해안 쪽이 전주, 광주에 비해 훨씬 강한 억양과 단어 발음도 거칠었다. 당시 '난 긍께 전라도랑께.'처럼 말 끝에 '께'를 붙이는 습관이 있고, 경상도 사람은 '반갑데이, 내는 마~.' 처럼 '마'를 붙이는 습관이 있었다고 독자는 판단했다. 사실 언어 자체가 다르지는 않은데 대체로 억양이 강하다는 점은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 게재된 수많은 말 중에 독자에게도 예전 대학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도 있고, 이것은 일본 말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스러운 단어도 있다. 저자가 잘 알아서 설명하지만 혹시 모를 오류가 있다면 언어를 전공한 독자들이 의문점을 서평에 더해주길 바란다. 언어 연구, 더욱이 사투리 연구는 처음 들어본 말들의 향연인 듯하다. 그러나 저자의 풀이만으로도 읽는 즐거움은 물론 우리말에 대한 애착이 점점 커진다. 

독자가 학교 다닐 때는 ‘사투리’ 하면 드세거나 알아듣기 힘들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또 서울에서 취직해 살기를 원하는 친구들은 될수록 사투리를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사투리로 쓰는 독특한 말은 비교적 쉽게 바뀌지만 억양은 고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특히 경상도 지방의 강한 억양이 훨씬 오래동안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전라도 지방의 사투리는 경상도 사투리에 비해 억양이 비교적 서울 말에 접근하기 쉬웠다. 이들의 표준어 사용에는 대체로 경상도가 뒤늦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그런데 지역 갈등은 언어적 변신에도 관여됐다. 전라도 사람들에 근거 없는 편견이 서울에 와 있는 전라도 사람들은 전라도 말투를 고치려 애썼다는 점도 안다. 산업화 시대 농업에 치중했던 전라도는 경상도에 비해 서울로 삶터를 옮기는 사람들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그러나 말투만 들어도 어디 출신인지 알고, 판단하던 시절이었다. 전라도 사람들은 애써 서울 말에 일찍 마스터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억양 차이가 비교적 적어서 쉽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삶과 사회 생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한 상경인들의 숨은 노력도 한몫 했으려니 생각하니 조금은 씁쓸하다. 

이런 편견에 가려져 발견하지 못한 사투리의 쓰임새가 많다. 사투리는 지역이 가진 역사와 지형, 정서에 따라 발전하는 언어의 범주가 다른데, 유독 부산에서 발전한 언어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특정 단어는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으로 ‘박상’, ‘빼다지’, ‘개우지’, ‘양분식’, ‘오찻물’, ‘홍큐공’, ‘바보축구온달’ 등이 있다. 사투리는 브랜드나 캠페인의 카피로 쓰이거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종 언급되며 유머 코드로 활용된다. ‘라면 끼리는 남자’를 줄인, 일명 〈라끼남〉의 ‘끼리다’(끓이다)도 역시 책에서 소개하는 사투리다.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끓이다가 끼리다로 변형된 이유는 알 수 없다. 모음 조화 및 발음의 편의성 측면에서 지역 사투리는 발음을 쉽게 하기 위해 음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상도 사투리는 발음을 간략하게 하거나 쉬운 발음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어간과 어미의 변화에서 '끓이다'에 'ㅎ'이 탈락해 '끌이다'로 바뀌고, 연음 법칙 현상이 일어나 '끄리다'의 모음 'ㅡ'보다 편한 'ㅣ'로 변화해 '끼리다'가 되었다고 추측한다.(p.159)

이밖에도 부산 사투리의 특징 중 함축성을 지닌다는 점이 있는데, “마!”라는 짧은 단어의 용도가 다양하다. 친구를 부르거나 야구장에서 응원 구호로도 쓰인다. 또한, 부산의 사직구장에서 펼쳐지는 ‘봉다리’ 응원은 매력적이다. 사실 함축성도 있고, 연음 등 쉬운 발음을 그대로 옮겨 적는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단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 표준말보다 제주 사투리가 음절 면에서 훨씬 줄어든 상태라고 주장한 연구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단어의 수나 음절의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진보적 변화다.


사투리에 대한 연구 저서나 기록이 별로 없어서, 유래를 마음껏 상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억지로 문법이 언어를 장악하면 결국 언어는 모순에 빠져 자칫 후퇴시킬 수도 있다. 역사 속 사람이 사는 삶 속에서 역사가 변하듯이 언어도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화한다. 그것을 표준말이라고 한데 묶은 것은 어린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한 것일 텐데 정확한 어원이나 시대적 변화 등을 파악하지 않고 표준어를 등재시켜 놓고 사투리는 제외하려는 것은 그닥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언어의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 사투리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국의 사투리 정책에 대해서도 잘 살펴야 한다. 비교하고 열등하다고 억압하면 언어 침략에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 그것은 한글을 창제하고도 정작 관료나 공식 문서에 사용하지 못했기에 조선 시대 우리말은 엄청나게 사라져 버렸고, 한자 우대로 한자 문화에 예속되는 것은 심화되었다. 

사투리를 보존한다는 건 여러 단어를 조합하며,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행위다. 이것은 과거와 공생하려는 노력이자 앞으로의 생활에 보다 편리함을 위해서다. K-컬처와 함께 사투리의 세계화가 가속화되길 바란다.


저자 : 양민호(梁敏鎬)


1972년 출생. 전주대학교 일어교육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대학원 석사, 도쿄(東京)외국어대학 석사과정을 거쳐 도호쿠(東北)대학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졸업하였다. 저서로는 일본에서 출판된 『일본어 변이론의 현재』(공저, 2024), 『일본어 어휘로의 어프로치』(공저, 2015), 『외래어 연구의 신전개』(공저, 2012)가 있다. 국내에서는 『바다를 건넌 물건들 I, II』(공저, 2022, 2023), 『바다를 건넌 사람들 I』(공저, 2021), 『동북아해역과 인문학』(공저, 2020), 『동북아해역과 인문네트워크』(공저, 2019), 『소통과 불통의 한일 간 커뮤니케이션』(공저, 2018) 등이 있다. 그리고 역서로는 『경제언어학-언어, 방언, 경어』(공역, 2015)이 있다. 현재 국립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HK조교수(일본어학, 사회언어학, 언어지리학 전공)로 재직 중이고, 국립국어원 공공용어 번역 표준화 위원회 일본어 자문위원, 한국방언학회 연구이사이며, 부산교통방송(TBN) 부산사투리 ‘배아봅시데이’ 코너에도 출연하고 있다.


저자 : 최민경


1983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석사과정, 일본 히도쓰바시대학(一橋大學) 사회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전공은 역사사회학·일본지역연구로, 특히 국제 이주, 디아스포라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 국립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HK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주요 저역서와 논문으로는 『동북아해역과 글로벌리즘: 컬처, 로컬, 모빌리티』(공동 저자, 2024), 『바다를 건넌 물건들 Ⅱ』(공동 저자, 2023), 『해항의 정치사』(단독 번역, 2023), 「해역도시는 이민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일본 요코하마를 중심으로」(2024), 「어업이민을 통한 해방 후 해외이주정책의 이해」(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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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람들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와대를 받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강승지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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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정권을 지나고, 스물다섯 번 계절이 바뀌었다. 이 책은 한 사람이 기억하는 청와대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곳에는 권력의 심장부로 대한민국의 영광과 오욕의 세월을 함께한 사람들이 있다. 직원들의 하루는 어떻게 보냈을까.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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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람들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와대를 받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강승지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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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청와대 사람들』은 특별한 공간에서 보낸, 아주 보통의 날들에 대한 기록이다. 청와대는 보안상 인터넷과 카메라가 없는 2G 업무 폰을 써야 한다거나, 대통령 이름으로 된 연하장을 받는 것처럼 특별한 일기도 하다. 저자 강승지는 눈치 싸움와 조용한 동료애, 그리고 위로가 되는 점심시간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청와대에서 7년 넘게 근무했다고 한다. 정권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자리를 지키며, ‘무대 뒤의 사람들’을 매일 마주했다. 그리고 그 일상의 단면들을 기록해 두었다. 이 책 『청와대 사람들』은 정치의 무게 대신, ‘사람 냄새 나는 청와대’의 하루를 담은 따뜻하고 생생한 이야기다.

청와대는 단순한 ‘국가의 상징’이 아니다. 정치, 외교, 경호, 의전, 기록, 조경, 행사, 보안, 통신 등 수많은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거대한 시스템이며, 그 안에는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를 대신 빛나게 하고, 누군가의 뒤에서 균형을 맞추고,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청와대를 만드는 사람들. 이 책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국정을 살피고 휴식과 잠을 자는 것도 청와대 안에서 모두 해결한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청와대 밖으로 나다니는 것이 극도로 제한된다. 우선 보안 문제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움직이는 일은 수많은 경호원들이 따라 붙여서 경호 업무를 해야 하도록 법으로도 규정돼 있다. 자칫 경호가 시민들의 삶에 불편을 주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만, 보안 문제가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아무튼 청와대는 독자가 아직 한 번도 못 가본 곳이다. 과거에는 들어갈 일도, 들어갈 수도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방된 이후에는 청와대 내부가 궁금했다면 언제든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국정을 담당하고 그를 돕는 사람들이 없는 청와대는 독자에게 그다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산책 겸이라면 근처에 그보다 좋은 공원도 많다.


이 책은 청와대 개방 이전의 시간을 담은 1부와 개방 이후의 변화를 기록한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 2부 합쳐 여섯 개 장(章)으로 나뉘어 있다. 1장 「청와대로 출근합니다」, 2장 「청와대 사람들」, 3장 「점심이 온다, 청와대에도」, 4장 「청와대 직장인의 기쁨과 슬픔」, 5장 「개방된 청와대, 남겨진 사람들」, 6장 「청와대를 지켜온 것들」 등이다. 대통령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이야기, 아름다운 샹들리에와 요리책이 있는 도서관, 온실과 잉어 연못 등 청와대 내부 공간의 디테일, 그리고 출입증을 벗고 마주한 개방 이후의 청와대까지. 각 장마다 청와대의 일상과 풍경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저자는 세 번의 정권이 바뀌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청와대에 있었다. 그는 자신을 ‘대통령이 바뀌어도 남아 있는 가구 같은 존재’라 표현한다. 꽤 재밌는 표현이다. 수많은 사임과 임명이 반복되는 동안, 문고리와 의자처럼 청와대 안에 있는 바뀌지 않은 가구들처럼, 그는 많은 사람이 머물다 떠난 청와대 안에 마지막까지 남아 그동안 본 것을 기록했다.

청와대라는 배경 속에서 일상의 풍경이 조금 다른 결로 펼쳐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특별한 곳이라 보안 문제가 가장 중요 임무인 직원들이 가장 많겠지만 일상의 삶을 위한 사람들도 필요할 것 같다. 그들의 일상은 일반 시민들의 생활과는 다소 다를 것이란 짐작을 하기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저자는 시민들의 일상처럼 이루어지는 청와대 직원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딱딱하고 권위 있는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청와대가 조금 덜 멀게 느껴질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을 읽기로 하고서는 그동안 무관심했던 청와대의 역사와 구조, 그리고 대부분의 대통령이 청와대를 상주를 싫어한 것 같아 "왜 그랬을까?"에 대한 호기심을 위해서라도 독자가 개인적으로 공부를 했다. 아무래도 인터넷에 있는 백과사전을 중심으로 조금 익힐 수 있었다.

역사적 사실과 대통령의 근무 상황 등을 중심으로 기술한 사전(백과사전)을 찾아 사전(事前) 공부를 조금 했다. 다만 한 권의 백과사전으로는 혹시 잘못 기재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 권 이상의 백과사전에서 공통적으로 게재한 부분을 중심으로 한두 개의 사실들을 소개한다.


1993년 2월 25일에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로 그 해 10월 구 본관이 전부 철거됐다. 현재는 '청와대 구 본관 터'라는 표식만 남아있다. 일제강점기에 북악산의 정기가 이어지는 능선을 끊기 위해 해당 건물이 지어졌다는 풍수적 해석에 따라, 벽돌과 기와는 기존 능선의 복원에 사용하고 가구와 집기는 보존하는 한편, 샹들리에와 승강기는 대통령이 사용하던 물건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도록 분해 후 재사용을 전제로 경매에 내놨다. 

김영삼 대통령은 철통같이 막힌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PC통신 하이텔에 '청와대 큰마당'을 개설했다고 한다. 1995년에는 CI를 도입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도 열었다.

대한민국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22년 3월 2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집무실 및 비서실을 서울 용산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여 2022년 5월 10일 0시를 기해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 기능이 해제됐다. 이날부터 청와대는 대통령실에 집무실 기능을 대한민국 대통령 관저에 관저 기능을 넘겨주고 개방되었다. 청와대는 미술관이자 역대 대통령들의 청와대 거주 역사를 다루는 박물관 같은 건물이 되었다. 그러나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후 일단은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을 임시로 쓰다가 청와대 보수공사가 끝나는 대로 청와대로 복귀하는 것으로 결정해 임기도 채 지나지 못해 다시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로 쓰이게 되었다.

개방된 후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청와대는 중심에 위치한 본관, 영빈관, 춘추관, 녹지원, 무궁화동산, 칠궁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목할 것은 각 건물의 모습이 각기 독특하다는 것으로 특히 한국을 대표하기 위해 한국 전통양식으로 지어 아름답다. 우선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본관은 청기와 지붕에 청와대를 대표하는 곳으로 푸른 색의 기와와 지붕 곡선이 아름답다. 청와대를 상징하는 청기와는 약 15만장을 한 개씩 구워서 100년 이상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 눈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춘추관이 보인다. 춘추관은 토기와로 만든 지붕이 전통적이다. 반면 본관 왼쪽에는 영빈관이 보인다. 영빈관은 외국 국빈들을 위한 장소로 18개의 돌기둥이 건물을 받치고 있어 웅장하다. 산책하기에 좋은 곳으로는 녹지원과 무궁화 동산있다. 녹지원은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식수가 있는 곳으로 그 중에서도 약 310년 된 소나무가 유명하다. 무궁화 동산은 무궁화꽃을 비롯해 분수대, 봉황상이 있어 관광객들의 기념촬영 장소로 애용된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때 경무대란 이름의 현재의 청와대가 대통령 관저로 쓰였다. 이승만 정부에서는 6·25 전쟁으로 관저의 보안 이외의 일엔 별 개조나 개축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4·19 혁명으로 이승만이 하야한 후 윤보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경무대라는 이름을 바꾸는 것을 두고 논의가 이루어졌다. 자유당 정권에 대한 반감의식 때문에 경무대라는 이름은 원성의 대상이 되었고, 당시 서울시사 편찬위원이던 김영상이 윤보선 대통령에게 경무대라는 이름을 바꾸지 말 것을 건의했지만, 윤보선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해 김영상이 '화령대'와 '청와대'의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윤보선 대통령은 본관의 청기와 지붕에서 의미를 딴 '청와대'를 선택한 것이다. 그때 바뀐 이름이 65년 정도 지속되었다. '청와대(靑瓦臺)'란 명칭은 말 그대로 '푸른 기와집'을 의미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 청와대라는 명칭을 '황와대'로 바꾸자는 의견이 제기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청색보다는 황색이 대통령에 걸맞은 의미의 색이라며 논란이 일었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이름을 또 바꿀 수는 없다"며 기존 이름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청와대를 'Blue House'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 영부인 육영수가 불쾌감을 표하여 청와대를 한국어의 발음대로, 'Chong Wa Dae'로 표기하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대통령 측근을 비롯한 청와대 직원들은 Blue House, 약칭 BH로 부르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를 'BH의 하명'이라고 부르기도 한 사실은 지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때 그렇게 호칭한다는 사실을 독자는 처음 알았다. 

전두환 시절에 청와대 구 본관을 다시 리모델링했다. 이후 노태우 시절이 되어서야 본관과 관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을 신축해 2년 2개월간의 공사 끝에 1991년 9월 4일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공사는 당시 이명박이 대표이사로 있던 현대건설이 맡았는데, 경복궁, 창덕궁 등 궁궐을 많이 참고했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 회장이 외국 유명 호텔들과도 비교해가며 직접 문고리 모양까지 고를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백과사전은 일치된 기록을 보인다. 청와대 관저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150년 전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라고 쓰인 표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관광공사는 무궁화가 피는 7-10월까지가 특히 아름답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관람 코스로 칠궁을 꼽고 있다. 칠궁은 조선시대 7개의 궁으로 전통가옥과 아담한 뜰이 볼만하다고 기록을 남겼다. 저자 강승지는 김장하 선생의 “이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는 거야.”라는 말을 인용해 자신의 청와대 사람들의 기록에 힘이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매일 아침, 누군가 가장 먼저 불을 켜고, 회의실을 정리하고, 식물을 돌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청와대도 그렇다.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국기를 다리고, 구내식당에서 요리를 하고, 매일 아침 연못 안 잉어의 수를 세는 사람들. 이 책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스포트라이트 뒤에 있는 그들의 얼굴을 차분히 비추며, 당연하게 여겨졌던 존재들의 무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날 처음으로, 국기를 다리고 있던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얼룩 없는 국기, 반듯하게 꽂힌 깃대, 우호적인 이미지. 이 모든 ‘당연한 모습’은 국기를 다리는 직원의 손끝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잘 준비된 국빈 환영 행사는 반듯하게 다려진 국기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아닐까.

가끔 너무나 당연해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 ‘당연’을 만드는 사람들. 주름 없는 외교는 다림질에서부터 시작됐다.(p.44)

권위도 점심시간 앞에서는 잠시 멈춘다. 식당에 들어서면 직급과 관계없이 누구나 식판을 든다. 그때만큼은 비서관도, 보좌관도, 경호관도 그저 ‘배고파서 점심을 기다리는 사람’이었다.(p.81)

2022년 5월 9일, 떠나는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집무실에 머물렀다. 하루 뒤, 5월 10일 오전 7시. 1호 청와대 관람객이 입장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가 붙은 포토존이 생겼고, 출입 금지였던 초소문이 활짝 열렸다. 단 하루 만에 청와대는 전혀 다른 성격의 공간이 되었다.(p.151)


저자 : 강승지


미술을 전공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일하다 청와대에 들어갔다. 그림을 보던 눈으로 청와대의 풍경을 읽고, 몸이 먼저 반응한 순간들을 기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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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 : 흔들리는 세계의 질서 편 - 시대의 지성, 노엄 촘스키에게 묻다
노암 촘스키.C. J. 폴리크로니우 지음, 최유경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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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는 세계 패권국의 위치를 다른 누구에게도 내주기를 원하지 않는 미국의 정책 평가서처럼 읽힌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패권국의 위치에 올랐다. 6,000만~1억 명의 인구가 희생된 전쟁에 미국이 마침내 참전을 결정함으로써 독일과 일본이 일으킨 전쟁은 미국과 연합국의 승리로 끝났다. 종전 후 미국은 자연스럽게 세계 패권국의 위치로 올라섰지만, 너무 빨리 구 소련이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제조, 성공함으로써 미·소의 이른바 냉전 시대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세계는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진영으로 갈려 40년 간 두 체제는 반목과 경쟁 체제를 유지해 간다. 

이 책은 노암 촘스키와 C. J. 폴리크로니우의 대담 형식으로 엮었다. 정치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폴리크로니우의 질문에 대해 세계의 석학 촘스키의 답변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재 세계는 지구 위기, 러-우 전쟁, 중동 분쟁의 격화 등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인식에 두 사람은 공감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크게 2개 부(part)로 나뉜다. 1부 〈시대의 경고/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와 2부 〈전쟁의 구조/ 전장과 세계 질서의 균열〉이다. 1부는 5개의 장(章)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는 「지금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인 이유」, 「인류의 운명을 가르는 두 위협, 침묵 속에 묻히다」,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지금 행동한다면」, 「기후 위기 외면한 미국, 반복되는 무대응의 역사」, 「살 만한 세상은 여전히 가능한가」 등 주로 기후 위기의 세계를 짚어낸다. 또 2부는 「격화되는 전쟁, 위태로워지는 외교적 타협의 가능성」「우크라이나, 평화로 가는 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 「교착의 전장, 그 뒤에 있는 미국의 첨단 무기들」, 「전쟁 장기화 속 나토 강화, 최악의 대응인가」, 「역사적 나토 정상회담, 미 군사 패권 더욱 강화」, 「미국, 전 세계 협상 촉구에 나서야 할 때」 등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과 전망 등을 다루고 있다. 

대담 진행자 폴리크로니우는 책의 〈서문〉에서 "기후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충격, 고조되는 핵전쟁의 위협 등 오늘날 가장 시급한 글로벌 문제들이 중심 주제임을 밝힌다. 이와 함께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세계 질서 흐름과 그 안에서 부상하는 위험 지역을 다각도로 살펴본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인류가 마주한 위기를 ‘서로 얽힌 복합 재난’으로 바라보며, 핵무기·기후·불평등이 어떻게 하나의 시스템 위기에 수렴하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촘스키는 지금 이 순간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라 말하며, 침묵 속에 묻히고 있는 기후 위기와 핵전쟁의 현실을 직시하라고 촉구한다. 하지만 그는 절망이 아닌, 행동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술적 해법은 준비되어 있으며, 필요한 것은 정치적 의지와 시민의 압력이다. 2부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구조적 위기로 바라본다. 나토의 확장과 미국의 패권 전략이 외교의 문을 닫았으며, 전장은 첨단 무기로 고착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촘스키는 외교적 해법이 여전히 가능하며, 국제 사회가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는 단순한 위기의 나열이 아니라, 그 구조를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이 시대의 지성적 좌표다.

폴리크로니우는 '절망을 넘어선 낙관'은 늘 노엄 촘스키 사상의 핵심에 있다고 말한다. 촘스키는 지금이 인류 역사상 가징 위험한 시기에는 공감하지만, 여전히 인류가 기후 재앙과 핵전쟁의 위기를 피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한다. 95세의 촘스키가 일생 동안 흔들림 없이 지켜온 이 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인류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행동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하고 있음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을 것으로 폴리크로니우는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후 문제에 있어서 촘스키는 경제학자 로버트 폴린의 공헌을 높이 평가한다고 귀띔한다. 이 책에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촘스키와 폴린의 대담도 수록되어 있다.

또한 이 심층 대담집에는 오늘날 가장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있는 인공지능(AI)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수십 년간 언어학의 거장으로서 인지과학, 심리학, 철학, 컴퓨터 과학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촘스키의 AI에 대한 통찰은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고 폴리크로니우는 풀이하고 있다. 이 책은 촘스키와의 네 번째 대담집이라고 덧붙인다. 한편 이 책에 담긴 대다수 대담은 미국의 진보 성향 비영리 언론 매체인 〈트루스아웃(Truthout)〉에 게재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책을 출판한 출판사 측 '소개글'에 따르면 ‘역사는 진보한다’라는 믿음은 여전히 유효할까?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인류의 삶은 과거보다 풍요로워졌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죄 없는 이들이 굶주리고 총탄에 쓰러진다. 인공지능은 가진 자들의 도구가 되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정치는 오히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며 권력을 휘두른다. 문명의 빛 아래 드리운 이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부조리의 본질과 해결책은 과연 무엇일까? 탁월한 통찰을 가진 현자에게서 그 해답을 들을 수 있다면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오늘의 세계를 뒤흔드는 핵심 문제들을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통찰로 분석하며 더 빠르고 더 강력하게 행동을 촉구하는 취지에서 출판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노엄 촘스키는 수십 년 동안 학자로서, 비판적 지성으로서 흔들림 없는 도덕적 명료성과 지적 용기의 대명사 역할을 해왔다. 그는 현존하는 학자 중 언론과 논문을 포함한 각종 매체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인물이자, 서구 사회에서 그 영향력을 실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한 목소리를 지닌 지성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 촘스키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세계를 바꾸려는 이들에게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알려 준다. 『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면서도,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인 고민을 촉구한다. 파괴로 향하는 문명 앞에서 멈춰 서 본 적 있는 이에게 이 책은 어둠 속에서도 길을 밝히는 지적 등불이자,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사유의 지도가 되어 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1부 첫 장 「지금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인 이유」의 인터뷰를 살펴본다.

먼저 책에서는 1장의 주된 내용을 〈편집자 주〉 형식으로 맨 앞에 배치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단순한 변화가 아닌 문명사적 전환의 신호다. 기후 위기, 전염병, 전쟁, 불평등은 모두 제각각이 아닌 하나로 연결된 복합 위기다. 그러나 진정한 위기는 이러한 현실을 더 이상 '이상한 일'로 여기지 않는 무감각이다. 이 장(章)은 바로 그 무감각에서 깨어나는 데서 출발한다."(p.14) 2023년 5월 27일 실시한 대담 내용을 압축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촘스키는 "기후 위기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문제이며, 그 심각성은 해마다 더 커지고 있다. 앞으로 수십 년 안에 근본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충분히 현실적이며, 그에 따른 경고는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현대 인류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서 있으며, 이미 그 위기의 한가운데 있다. 기후, 전염병, 전쟁, 불평등은 서로 얽혀 더 거대한 파도를 만들고 있으며, 이보다 더 큰 두려움은 이런 비극조차 ‘이제는 당연한 일’이라 여기는 무감각한 태도다. 핵무기는 여전히 인류를 위협하는 ‘다모클레스의 검*’이다. 조약 폐기와 군비 전략의 변화는 사회·정치·문화적 안전장치를 약화하고, 미국의 ‘패권주의’는 종말적 전쟁 가능성을 불러온다고 촘스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또 유럽과 미국 내 극우 세력의 부상을 서구 쇠퇴의 징후로 해석하지만, 극우 정치의 확산은 결코 서구만의 현상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인도, 브라질, 이스라엘, 파키스탄,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에서 극우 정치 세력이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하고 있다. 촘스키의 답변은 '매우 복잡하게 얽힌' 문제임을 전제한다. 특정 국가의 고유한 정치·사회적 맥락에 기인하기도 한다. 인도에서는 모디 총리가 엄격한 인종차별적 힌두교 중심의 국가를 구축하려고 하면서 세속적 민주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촘스키는 말한다. 더 광범위하고 구조적인 요인들로는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되어 여러 방식으로 확산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꼬집는다. 이로 인해 세계 많은 지역에서 불평등이 증가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촘스키는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된 수십 년 동안 소득 하위 90%의 노동자와 중산층이 벌어들였을 몫 중 약 50조 달러가 상위 1%에 재분배된 것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강조한다. 신자유주의가 생산적 투자가 줄어들고 불로소득 경제로 바뀌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 질서의 붕괴'로 이어졌음을 이야기한다. 신자유주의 공격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공격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로부터 방어 수단을 빼앗는 것이라는 촘스키의 주장은 독자가 단번에 이해하기는 무리지만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은 감지할 수 있다.

* 다모클레스의 검: 권력자들이 직면하는 절박한 위험을 상징(폴리크로니우 주)


2부 첫 장(章)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많은 대담 내용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한 국지 분쟁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패권 질서, 무기 산업, 외교 실패, 그리고 국제 언론의 편향된 시선이 있다. 이 장은 전쟁의 본질을 '누가 옳은가'가 아닌 '왜 이 전쟁이 가능했는가'라는 질문으로 접근한다. 전쟁을 읽는 방식이 곧 우리가 평화를 상징하는 분석이다."(p.140)

전쟁 초기,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빠르게 우크라이나를 장악할 것으로 예측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의 망명 계획까지 준비하고 있었다고 촘스키는 말한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예기치 못한 취약성 노출과 우크라이나의 예상 이상으로 강력한 방어력은 군사 전문가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또 주목할 점은 러시아가 미국과 과거 전쟁에서 활용했던 방식, 그리고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적용한 전술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전략은 통신망, 교통 체계, 에너지 공급 등 사회 핵심 인프라를 재래식 무기로 신속하게 파괴함으로써 적의 저항 능력을 조기에 무력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힌다. 즉, 사회 기반 시설을 집중적으로 타격하여 전투 지속 능력을 초기에 붕괴시키는 방식이지만 러시아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이후 워싱턴은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러시아의 국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전쟁을 지속하도록 놓아두기로 한 것이라는 촘스키의 지적이다.(2022년 11월 16일 인터뷰 중에서)

예상대로 푸틴은 전쟁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최근 수 주간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체계적으로 타격하고, 동부 지역에 대한 군사 작전도 한충 강화하고 있다. 푸틴이 이제 미국·영국·이스라엘이 과거 채택해 온 전술, 즉 사회 기반 시설을 타격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점은 분명히 규탄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과거 서구 국가들이 이 전략을 실행했을 때는 국제 커뮤니티는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과 서구권이 시도한 위험한 모험이 궁극적으로 러시아의 전쟁 확대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된 결과라는 사실을 촘스키는 밝히고 있다.


"미국은 이 상황에서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이득을 얻고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푸틴의 무모한 선택으로 인해 유럽이 워싱턴 쪽으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으며, 이는 실현 가능했던 전쟁 회피의 기회를 놓친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익의 수혜자는 일반 시민이 아닙니다. 실질적인 권력을 가진 집단들, 즉 석유·가스 산업, 이에 투자하는 금융 기관들, 방위 산업체, 농업 분야의 대기업, 그리고 전반적인 경제 시스템을 좌우하는 세력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급증하는 수익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그 결과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류 사회를 더욱 빠르게 파멸로 이끌 수 있는 ‘밝은 전망’에 들떠 있는 셈이죠."(p.195~196)


"미국에 평화란 곧 자국이 정한 규범 기반 국제 질서를 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국가들 역시 제각기 자국 중심의 평화 기준을 내세웁니다. 그리고 세계의 대부분 국가는 그 틈에서 힘센 코끼리들이 밟고 지나가는 풀처럼 존재할 뿐입니다."(p.258) 

독자는 촘스키의 이 말에서 약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운명이 비참하고 슬픈 현실에서 벗어나기는 요원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스스로 지킬 힘이 없는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서 설 자리는 없다는 독자의 신조를 깊은 한탄 속으로 밀어넣는다. 


저자 : 노암 촘스키(Avram Noam Chomsky)


유대계 미국 언어학자이자 철학자, 인지과학자. 사회비평가이자 정치운동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 2세로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 진학한 뒤 언어학자 젤리그 해리스를 만나면서 언어학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의 특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MIT에서 1958년(30세) 부교수, 1961년(33세) 종신교수, 1966년(38세) 석좌교수, 1976년(48세) ‘인스티튜트 프로페서Institute Professor(독립적인 학문기관으로 대우하는 교수)’가 된 그는 지금까지 논문 1,000여 편과 저서 100여 권을 발표했다. 현재는 MIT 언어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변형생성문법 이론의 창시자로서 20세기 언어학에 가장 중요한 공헌을 한 학자로 꼽힌다. 언어학뿐 아니라 철학, 사상사, 당대의 이슈, 국제문제와 미국의 외교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해 글을 쓰고 강의해왔다. 노엄 촘스키는 언어학자이자 인지과학 혁명의 주역으로서 명성을 누리는 데 머물지 않았다. 젊은 시절부터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1967년 〈지식인의 책무〉를 발표하면서 세계 지식인들의 양심에 경종을 울린 그는, 여든 살을 넘긴 오늘날까지도 시대의 양심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또한 세계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거대 다국적기업들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 질서와 미국의 제국주의, 자본의 언론 장악과 프로파간다를 신랄하게 파헤친다. 

주요 저서로는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외에도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비밀, 거짓말 그리고 민주주의》, 《공공선을 위하여》, 《촘스키, 知의 향연》, 《촘스키, 사상의 향연》, 《촘스키, 고뇌의 땅 레바논에 서다》, 《촘스키, 러셀을 말하다》,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숙명의 트라이앵글》, 《지식인의 책무》, 《여론조작》, 《통사 구조》, 《언어 이론의 논리적 구조》 등이 있다. 국내 번역된 저서로 『촘스키의 통사구조』『촘스키, 사상의 향연』『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불평등의 이유』『파멸 전야』등 다수가 있다.


저자 : C. J. 폴리크로니우(C.J. Polychroniou)


정치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이다. 그의 주요 연구 관심사는 미국의 정치경제, 유럽 경제 통합, 세계화, 기후 변화 및 환경 경제학,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프로젝트의 해체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매체인 《트루스아웃(Truthout)》의 주축멤버로 활동하며 다양한 저널, 잡지, 뉴스 웹사이트에 수많은 인터뷰를 기고하고 있다. 《촘스키,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말하다》(2017), 《기후 위기와 글로벌 그린 뉴딜》(노암 촘스키, 로버트 폴린 공저, 2020), 《벼랑 끝: 신자유주의, 팬데믹, 그리고 사회 변화의 절박한 필요성》(2021) 등 다수의 대담집과 인터뷰 모음집을 집필했다.


역자 : 최유경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아이의 영재성을 키우는 부모: 영재에게 보이는 뚜렷한 특징, 그리고 양육법》, 《마리메꼬: In Patterns Marimekko》, 《뉴욕 최고의 퍼스널 쇼퍼가 알려주는 패션 테라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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