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소담 클래식 3
제인 오스틴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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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상당한 재력을 갖춘 미혼의 남자라면 틀림없이 결혼을 원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나 다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p.8)

이 소설 작품 『오만과 편견』의 첫 문장이다. 번역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 문장은 위대한 첫 문장으로 꼽히고 있다. 소설의 첫 문장은 전개 방향과 당대의 사회적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나 평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또 위대한 첫 문장으로 꼽히는 소설은 독자의 일천한 지식으로는 다 알지 못하지만, 톨스토이의 꽤 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이다. 많은 독자들이 들어봤을 법한 문장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들은 첫 문장이 좋다는 것은 그 책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게 한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오만과 편견』과 『안나 카레니나』는 모두 굉장히 긴 소설이긴 하지만 짧은 첫 문장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역할에 가장 탁월한 작품들로 손꼽힌다.

『오만과 편견』의 다음 문장으로 곧바로 눈길을 안내한다. "이런 조건의 남자가 이웃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 그의 성격이나 생각이 어떻든 간에, 이런 고정관념에 젖어 있는 이웃 사람들은 자기 딸들 중 누구와 잘 어울릴지, 천생베필은 누구일지 떠들썩해지기 마련이다." 『오만과 편견』은 서양의 리전시 시대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이 1813년에 발표했다. 리전시 시대란 서양의 19세기 실내장식 경향으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뒤 나폴레옹이 고대 로마 양식에 고대 이집트의 장식을 가미한 호쾌하고도 단순한 앙피르 양식(Empire style)을 채택했고, 영국에서 리전시 양식(regency style), 독일에서는 비더마이어 양식(Biedermeierstil)이라고 불리면서 각국에서 유행했다. 이 시기는 서양 각국이 세계의 거의 모든 대륙에 걸쳐 식민지를 개척(?)해 졸지에 나라의 부와 번영을 누리기 시작하는 예고된 시대다. 이 소설의 배경인 영국은 조지 3세 말년, 병든 아버지를 대신해 황태자였던 조지 4세가 섭정을 하던 때다.



식민지 미국에서는 독립 전쟁이 일어나고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이 등장해 영국에 선전포고를 하는 등 유럽은 한창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혼란스러운 시대의 물결은 민병대가 도시 곳곳에 주둔하는 등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소설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소재는 바로 ‘결혼’이다.

영국 교외에 거주하는 베넷가는 시골 지주로, 이들은 젠트리 계급(영국에서 중세 후기에 생긴 중산적 토지소유자층)이며 상류층은 아니지만 여유롭게 사교계 생활을 할 정도로 넉넉한 재산을 지닌 가문이다. 그러나 아들이 없는 관계로 아버지인 베넷 씨가 사망하면 모든 재산은 가까운 남자 친척인 사촌 콜린스에게 돌아가고 딸들은 거주할 곳을 잃게 된다. 어머니인 베넷 부인은 다섯 딸의 불투명한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딸들의 결혼 문제에 매달린다. 이 시대엔 결혼은 교양은 있지만 재산은 없는 젊은 여성에게는 품위를 잃지 않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생계준비고, 그 행복은 장담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상의 대비책이었다고 출판사 측은 작품 소개글에서 밝히고 있다.

작품 속에서도 콕 집어서 말하듯 당시 여성은 결혼을 통해서만 안락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은 형제나 친척들을 전전하며 불안정하게 생계를 이어가야만 했기에, 여성들에게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합이라는 의미보다는 불안정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단이었다. 우리의 조선 시대와 비슷한 모양으로 생각하면 거의 틀림이 없을 듯하다. 조선 시대 역시 양반 사대부 집안에서 비슷한 관습이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출판사 측은 이러한 배경을 인식하고 『오만과 편견』을 읽는다면,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모욕적으로 굴었다는 이유로 다아시의 청혼을 거절한 엘리자베스가 재해석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베넷 가의 옆으로 이사오는 다아시는 영지의 주인인 데다 연수입도 베넷가의 몇 배나 되는 상류층 계급이다. 이보다 더 좋은 신랑감이 나타날까 싶을 정도로 신분으로도, 재산으로도 완벽한 사람이었지만 엘리자베스는 자신과 가족들을 존중하지 않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을 수 없다며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는 메리턴 무도회에서 처음 만난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이웃들은 너무나 서로의 가정에 대해 잘 안다. 다아시가 이사오는 걸 기념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인 파티가 벌어진다. 책에 따르면 이 무도회에서 다아시는 엘리자베스가 별로 예쁘지 않으므로 같이 춤을 출 마음이 없다고 함으로써, 그녀의 자존심에 손상을 입히며 시작된다. 그 후부터 그녀는 다아시에 대해 편견을 갖고 적대감을 키우게 된다. 반면 다아시는 그녀에 대해 차츰 감탄하게 되고, 그녀의 재치와 기지에 매혹당해 그녀를 마침내 사랑하게 된다. 다아시의 청혼과 그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거절은 두 사람이 서로 길러 온 오만과 편견을 절정에 다다르게 한다. 그 후 다아시는 겸허한 태도를 보이고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없앰으로써, 그들은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게 된다.

역자 임병윤은 〈작품 줄거리 및 해설〉에서 두 사람의 마음의 변화의 포인트를 '편지'에 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엘리자베스의 마음이 달라진 건 다아시의 편지를 받으면서이다. 엘리자베스는 오만하다고만 생각했던 다아시를 자신 또한 편견에 가득찬 눈으로 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다아시의 청혼과 엘리자베스의 거절은 두 사람이 길러온 오만과 편견이 절정에 다다르는 동시에 해소되는 역할을 한다.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거절에 자신이 오만했으며, 자신의 신분이 오히려 그러한 오만을 인정하고 부추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태도를 고친다. 엘리자베스는 그간 자신이 다아시에 대한 편견으로 눈을 가려 그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서로의 단점이자 약점이 사라진 후 그들은 이상적인 한 쌍으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게 된다.

"전 어떤 위선도 증오합니다. 그래서 전 제가 솔직하게고백한 감정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옳은 일이니까요. 그럼, 당신 집안의 지위가 낮다고 해서 제가 즐거워해야 하는 겁니까? 생활 여건이 저보다는 형편없이 낮은 집안과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제 자신을 자축이라도 하라는 말씀입니까?"(p.283)



주인공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외에도 이 소설 『오만과 편견』에는 여러 유형의 부부와 사랑의 유형이 등장한다. 사랑보다는 정으로 함께 사는 베넷 부부(엘리자베스 부모), 선량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마지막에 극적으로 결합한 빙리와 제인(엘리자베스 언니), 아내감을 원했던 콜린스와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인 샬럿 루카스. 이 여러 쌍의 부부는 영국 사회에서 결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떤 결혼이 이상적인지를 독자에게 묻는다.

베넷 가문의 안주인 베넷 부인은 5자매를 부유층 집안에 시집보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 당시 상속법에 따라 여자는 집안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휴양을 위해 롱본으로 이사한 찰스 빙리는 연간 5,000 파운드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를 사윗감으로 점찍어 둔 베넷 부인은 무도회를 개최해 이웃에 사는 빙리 일가를 초대한다. 베넷 가문의 첫째 딸 제인은 유머러스한 빙리에게 호감을 보이고, 아름답고 온화한 제인을 보고 빙리는 사랑에 빠진다.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솔직하고 거침없는 성품으로 진정한 사랑에 대한 낭만을 품고 있다. 그녀는 빙리의 친구로 함께 무도회에 참석했던 다아시가 베넷 집안을 무시하는 발언을 듣게 된다. 다아시는 연간 1만 파운드의 재산을 소유한 귀족 출신의 가문이지만, 재력이나 신분이 아닌 사람 자체를 보고 평가하는 엘리자베스는 그를 '오만'한 인물로 여기고 반감을 가진다. 다아시의 집안에서 일꾼으로 자랐던 바람둥이 장교 위컴이 엘리자베스에게 접근해 다아시를 악독한 지주로 모함하고, 위컴의 거짓말은 엘리자베스의 다아시에 대한 '편견'에 일조하게 된다.

무도회 이후로 제인과 빙리는 교제를 시작하지만 제인은 조신한 여성상을 지키며 빙리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고, 소심한 성격의 빙리는 그런 제인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결혼을 서두르는 속물적인 베넷 부인의 태도와 달리 소극적인 제인의 모습으로 인해, 다아시는 그녀가 빙리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 빙리가 일방적으로 제인을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게 한다.



결국 빙리와 제인의 사이가 소원해지게 만든 다아시를 더욱 증오하는 엘리자베스. 하지만 다아시는 총명하고 자유분방한 엘리자베스에게 매력을 느끼고,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다아시는 고민 끝에 신분의 장벽을 뛰어넘어 그녀에게 청혼하지만, 이미 다아시에게 실망하고 상처받았던 엘리자베스는 신사답지 못한 그의 오만함을 비난하며 청혼을 거부한다.

저자 제인 오스틴의 글은 거대한 시대의 흐름이 아닌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으로서 발견할 수 있는 작고 섬세한 부분을 조명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저자의 의도와 더불어 수없이 많은 프레임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이 명작은 250년 동안 사랑받아 왔으며 여전히 전 세계 독자들에게 필독서로 읽히고 있다. 번역본 출판사인 소담출판사도 '소담 클래식' 세 번째 책으로 『오만과 편견』이 선택했다. 전 세계에서 2,000만 부 이상 판매된 작품이자, BBC 조사 결과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책 2위에 선정된 이 소설은 현대 로맨스 소설 전개의 모태가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속된 욕망과 생활의 논리(짝짓기와 돈)를 건전하고 합리적인 시각에서 훌륭하게 묘파하면서 재기발랄한 위트와 유머, 경쾌한 현실 풍자와 비판까지 곁들인 빼어난 작품이다. 정작 저자 오스틴 제인은 평생 독신이었고, 당시로서는 아주 드물게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소설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런 그녀가 적지 않은 편수의 소설은 거의 다 구혼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우리나라도 이제 세계 경제대국 10위권으로 올라서면서 상류사회와 서민들의 간극은 점점 벌어지는 상황에 처해 있다. 『오만과 편견』은 결혼과 돈이라는 함수관계를 소설로 풀어낸 것처럼 우리 사회에도 적용될지 이 작품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이 소설의 유일한 흠이라면 문장이 길다는 것이다. 그 시기는 긴 문장을 좋아했는지 모르지만 현대인은 긴 문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역자 임병윤도 문장만큼이나 길게 돌고 돌아가면서, 자신의 지적인 내면을 한껏 즐기다시피 하는 오스틴의 그 '잘난' 문체의 묘사들은 원어로 음미하기에도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p.579)고 지적한다.



"결혼만이 교양은 있지만 재산이 없는 젊은 여성에게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생계 준비였고, 비록 행복을 장담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상의 대비책이었다. 그녀는 이제 그 대비책을 확보해 놓은 것이다."

저자 : 제인 오스틴(Jane Austen)

영국 근대 문학을 대표하며,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로 손꼽히는 작가다. 1775년 12월 16일 영국의 햄프셔 주 스티븐턴에서 교구 목사인 아버지 조지 오스틴과 어머니 커샌드라 사이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목사인 아버지로부터 폭넓은 독서 교육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습작을 하다가 열여섯 살 때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했고, 스물한 살 때 첫 장편 소설을 썼다. 1794년에 서간체 단편소설 『레이디 수전』을 집필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스무 살이 되던 1795년에는 『엘리너와 메리앤』이라는 첫 장편소설을 완성했는데, 1797년 이 소설은 개작되어 『이성과 감성』으로 재탄생한다.

1796년 남자 쪽 집안의 반대로 혼담이 깨지는 아픔을 겪는 와중에, 훗날 『오만과 편견』으로 개작된 소설 「첫인상」을 집필했다. 그러나 출판을 거절당하고 다시 꾸준히 작품을 개작했다. 그러다 1799년, 후에 『노생거 사원』으로 개제하여 출간된 「수전」을 탈고하고 1803년 출판 계약을 맺는다. 1805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어머니와 함께 형제, 친척, 친구 집을 전전하다가 1809년 아내를 잃은 셋째 오빠 에드워드의 권유로 햄프셔 주의 초턴이라는 곳에 정착했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이 기간에 『이성과 감성』(1811)을 익명으로 출판하였고, 『첫인상』을 개작한 『오만과 편견』(1813)을 출간하였으며, 『맨스필드 파크』(1814), 『에마』(1815) 등을 출판했다. 이 책들은 출간 즉시 큰 호응을 얻었고 그녀는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으나 1816년 『설득』을 집필하면서 건강이 나빠졌고, 1817년 『샌디턴』을 집필하던 중 병세가 깊어져 그해 7월, 42세로 생을 마감했다. 『노생거 사원』과 『설득』은 오스틴이 죽은 후 오빠인 헨리 오스틴이 작가 소개를 덧붙이며 1818년에 출판되었고, 후에 그녀의 습작과 편지 들, 교정 전 원고와 미완성 원고가 출판되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출간되고 영화화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삶의 미묘한 이면을 포착하고, 재치 넘치는 위트와 은은한 유머를 담아 젠트리 계층의 사교 생활과 결혼을 중심으로 당시의 사회상을 생생히 그려낸 그녀의 작품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더욱 높이 평가되었다. 또한 오스틴은 영국 BBC 선정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에 오르는 등 가장 사랑받는 여성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작으로는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 『맨스필드 파크』, 『엠마』, 『노생거 사원』, 『Sanditon』, 『설득』, 『맨스필드 파크』 등이 있다.

역자 : 임병윤

부산가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했다. 2007년 국내의 소장 영미문학학자들이 주도한 좋은 번역을 찾아서 2차 프로젝트에서는 번역서인 『동물농장』(소담출판사)이 최고 추천 등급의 번역본으로 선정되었다. 그동안 출간한 책으로 『영어로부터의 자유』, 『전치사 혼내주기』 등이 있으며, 주요 영미문학 및 인문학 번역서로는 『동물농장』, 『오만과 편견』, 『더블린 사람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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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행복을 부르는 풍수지리
이재원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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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풍수지리는 단순한 미신이 아니다." 이 책 『건강과 행복을 부르는 풍수지리』를 출간한 출판사 측의 소개글 첫 문장이다. 오랜 세월 동안 자연과 인간의 조화 속에서 형성된 지혜이며, 터와 사람의 운명을 연결하는 고귀한 학문이란 설명이 뒤따른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풍수지리를 학문으로 생각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미신이 아님"을 강조한 것일까? 현대를 사는 우리 국민들은 조선시대와 달리 대체적으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들을 발전시키거나 연구하는 것을 '학문'이라고 믿는다. 서양문물이 들어와서일 것이다. 서양문명은 근대 이후 과학의 영향을 받으며 급격히 인간 중심의 학문이 부상한다. 인간 중심의 학문과 예술이 부각된 이유는 중세 신(神) 중심의 사회에서 억압 받고 짓눌린 부작용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동양에서도 마찬가지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인류 문명의 시작과 발전이 지역적으로 독립된 상태에서 발전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오늘날 '풍수지리(風水地理)'라고 말하는 것도 학문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 같다. 자연 현상을 연구하고 발전해온 학문임을 거부할 이유는 별로 없는 듯하다. 풍수지리에 대한 백과사전 풀이는 분명 학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풍수지리는 지형·날씨 등을 토대로 인간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학문이다. 자연현상을 인간의 생활과 연결시킨 것으로 우리나라에는 신라 말기 승려 도선이 중국으로부터 들여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집·무덤·건물·도시 등을 지을 때 풍수지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려의 수도 개경, 조선의 수도 한양도 모두 이 설에 토대를 두고 선택된 곳이다. 또한 묘청 등은 풍수지리를 이용해 서경 천도를 주장하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는 『정감록』이라는 책에서 계룡산이 새로운 수도가 된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Basic 중학생을 위한 국사 용어사전』, 2006)

『대단한 지구여행』(2011)에서는 "풍수는 중국의 서북 지방에서 유입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며, 중국 사람 곽박이 쓴 『장경(葬經)』에 나오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준말이라고 한다. 이는 땅 밑을 흐르는 생기(生氣)를 잘 보존하고 이용하기 위한 술법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풍수지리는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유교적 문화권에서 이용되는 일종의 지상학(地相學)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과학은 사실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전해온 학문이다. 고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농사나 무역할 때 항로, 전쟁 때 기후나 계절 등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연과학이 먼저 발달하기 시작했다. 천문과 바다, 기후, 지리 등의 학문이다. 특히 서양에서 과학은 19세기 들어 급격한 발전을 이루며 불과 100년 동안 인류의 삶의 방식이나 삶의 형태 등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특히 의학은 인류의 원초적 본능인 평균 50세 미만이었던 인간 수명을 85세까지로 끌어올리는 데 100년이 걸리지 않았다. 또 전쟁 형태도 엄청나게 변화시켰으며 탈것의 발달은 옛날 몇 년 걸려 움직이는 먼 길을 불과 몇 시간이면 갈 수 있게 됐다. 먼 데 소식을 전하는 데도 마찬가지 발전을 이루었다. 한 달도 더 걸리던 편지는 빠르게 동시에 말을 전할 수 있는 전화에서 이제는 지구 어디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한마디로 과학은 인류의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이 책 『건강과 행복을 부르는 풍수지리』는 풍수지리의 기본 원리부터 시작해서 실제로 좋은 터를 찾는 방법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단순히 집의 외형이나 가격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땅의 기운과 주변 형국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은 풍수지리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되었으며, 잠자리를 비롯해 집 안의 각 공간을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 어떤 아파트 단지가 명당인지, 그리고 좋은 기운이 가득한 사찰과 학교는 어디인지까지 세심하게 담아냈다. 이 책의 집필 취지가 드러나 있다.

저자 이재원은 「잠을 자는 곳이 운명을 결정한다」란 제목의 〈서문〉에서 풍수지리의 중요성을 한층 강조한다. "집을 옮긴다는 것은 단순한 거주의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며 집안의 흥망성쇠가 걸려 있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왜 풍수지리가 중요한가'란 답변에는 "이사를 준비하는 이들은 흔히 집값, 교통, 학군, 상권만을 고려하지만, 삶의 질을 결정짓는 더 근본적인 요소가 있다. 바로 땅의 기운, 즉 풍수지리다. 풍수는 미신이 아니며 오랜 세월 동안 자연과 인간의 조화 속에서 형성된 지혜이자, 터와 사람의 운명을 연결하는 고귀한 학문이다. 단순히 집의 외형이나 가격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땅의 기운고 주변 형국이 인생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p.5)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을 볼 때 단기적인 조건에만 집중한다. '저렴한 가격', '좋은 학군', '교통 편의성'만으로 집을 고르다 보니, 정작 피해야 할 흉지를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풍수의 기초적인 지식만 알아도 막을 수 있는데도, 터를 보는 눈이 없기에 삶의 기회를 잃고 고생하는 이들이 많은 현실이 참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풍수지리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되었으며, 잠을 자는 잠자리에 따라 발복(發福)*하는 명당터를 소개한다. 또 전국의 명당, 좋은 기운은 아파트 단지, 명당 기운이 스며든 사찰, 풍수지리적으로 뛰어난 학교들까지 세심하게 담아냈다.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실전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풍수의 길잡이로서, 명당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여러분에게 소중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으로 저자 이재원은 믿는다.

독자는 이 책을 도대체 풍수가 지금의 우리에게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왜 의학이나 사회학 등 관련될 수 있는 학문에서는 집터, 명당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는 풍수지리를 폄훼하거나 혹은 불신한다는 의미에서 의심을 품는 것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대로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모든 예상이나, 과학적 근거없이 논리만으로 이룩한 이론은 믿기 어렵다는 과학적 교육의 영향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것을 믿는 사람들은 미신에 현혹된 것인가?라는 반문에도 거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종교는 어떤가? 철학은? 문학은? 과학과 다른 입장에서 출발한 오랜 학문들은 받아들여지는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반문 말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오랜 인류의 삶 속에서 해결된 것들이고, 무조건 믿음을 강요한 것들은 오늘날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서양 중세에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세상에서 일종의 강요된 믿음에 의존하도록 교회의 억압이 일방적이었고, 교리에 반하는 주장이나 믿음은 대부분 그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형되었다. 이 시기 동양에서는 종교적 압박은 없었으나, 정치적 이유로 유교가 받아들여진 이후 공자의 학문을 계승한 후학들이 더욱 학문을 발전시켜 인정되었다. 이로써 공자의 학문은 정치의 근본이 되었고, 심지어는 종교의 위치까지 적용되기도 했다.

풍수지리는 공자로부터 비롯된 학문은 아니다. 공자 이전부터 있었던 주역(周易)은 유교의 경전의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주역은 공자가 공부한 것들 중 하나다. 우리 현대인들은 '운(運)' '점(占)' 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으레 '무당', '무속' 등의 단어도 떠올린다. 당연히 거기서 나오는 예언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는 속임말이라고 일축해 버린다. 앞서 말한 서양 과학이 이유가 된다. 그러나 옛날 동양 철학과 사상의 근본에는 운이나 점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이는 세상의 일을 미리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이에 대해 '일부 사실이고, 일부 거짓이다'고 학자들도 정확한 의견을 말하기 어려워한다. 왜 학자들마저도 "거짓이다"고 말하지 못하는가? 분명 이유가 있을 터다. 사실 우리나라를 비롯 동아시아 사람들은 고대 중국의 학문과 사상 체계를 대부분 그대로 수용했다. 당시 중국 문명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문명보다도 앞서 있었고 심오했다. 위대한 왕도 많았고, 성인이라 부를 정도로 사상과 철학에 깊은 조예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주만물에 대한 이치에 대해서도 깊은 연구를 거듭해 서양에 견주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한자는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중국에서 가장 먼저 발명되고 발전해 왔다. 주변국들은 모두 말은 달라도 문자(한자)는 빌려 쓰고 있었다. 나중에 불교가 동아시아에 많이 퍼져 국교로 받아들이는 등 번성한 것도 중국을 거쳐 한자를 통해 전래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라면 '사서삼경', '사서오경'이란 단어를 자주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 책 이름과 내용은 전부 모르더라도 누구나 많이 들었다. 그 사서삼경 중의 하나가 『주역』이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주역은 주(周)나라시대의 '역(易)'이다. '역'은 본래 도마뱀의 일종을 그린 상형문자이다. 도마뱀(카멜레온)은 주위의 상황에 따라 색깔이 수시로 바뀐다. 여기에서부터 '바뀌다', 즉 '변화'라는 의미가 도출되었다. '역'을 키워드로 하여 성립된 『주역』이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근본 양상을 변화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문화와 사상, 삶의 곳곳에 역(易)의 사유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최근 발간된 주역 관련 책 중의 하나에는 우선 우리나라의 상징 태극기, 우리글 훈민정음은 그 안에 역의 이치를 담아 제작되었다고 밝힌다. 훈민정음의 원리는 역리(易理) 그 자체이라고 설명한다. 주역 연구에 30년 동안 매달린 이 주역학자의 주장에는 자연의 리듬을 따라 사는 삶의 지혜, 상생과 평화의 논리, 더불어 살아가는 주체로서 인간의 존엄성이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연구 결과도 100% 사회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깊다.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사례를 들어도 과학적으로 해석되지 못하고 막연한 과거의 믿음으로는 현대인을 감동시키거나 믿게 하기는 무척 어렵다. 과학에 의해 너무 많은 풍요를 선물받고, 실제로 경험하거나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현대 과학을 보고 배우고, 실제 혜택을 받았기에 과거 비과학의 시대에 동양에서 주장한 학문은 '시대착오'로 매도되기 쉽다. 책의 저자 같은 연구와 실제 사례를 탐구 적용한 이 책의 내용들이 얼마나 독자, 그리고 현대인들의 가슴에 박힐지는 미지수다.



이 책은 풍수지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풍수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하고자 집필됐다. 이런 이유로 성공한 터전을 선택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전국의 용맥, 명당, 형국 좋은 아파트, 그리고 삶을 안정시키는 사찰과 학교까지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이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눈으로 독자들이 더는 나쁜 집, 나쁜 터를 고르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집필 취지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에는 테마에 맞는 작은 질문과 필요한 지식, 또 알아두면 좋은 풍수지리 지식도 얻을 수 있도록 배치했다. 1부 〈풍수지리란 무엇인가?〉에서는 풍수지리의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서 현관, 거실, 주방, 안방, 화장실 등 집 안의 다양한 공간에 적용할 수 있는 풍수 인테리어 팁을 제공한다. 풍수의 중요한 요소인 좌청룡, 우백호, 사신사 등의 개념을 설명하며, 이를 현대 아파트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상세히 다루고 있다. 2부 〈지역별 풍수지리 소개〉에서는 서울, 경기, 인천, 강원, 경남, 경북 등 전국 주요 지역의 풍수지리를 상세히 소개해, 각 지역에 맞는 주거 선택 및 배치에 도움을 준다. 또 3부 〈지역별 학교 풍수 소개〉에는 각 지역의 풍수 좋은 학교를 알려줌으로써 학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지막 4부 〈명당 사찰 여행〉은 전국의 명당에 자리 잡은 사찰들을 소개하며, 각 사찰의 풍수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탐구한다. 이 책은 풍수지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이나 사업, 주거 선택에 풍수를 적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풍수의 지혜를 통해 더 나은 삶의 터전을 찾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배워볼 것을 추천하고 권유한다.

저자 : 이재원

• 도원풍수지리 네이버 카페 운영

• 전)경주서라벌대학 외래교수

• 전)울산춘해보건대학 외래교수

• 전)역리사자격검정관리협회 울산지부장

세상에 이런 책은 없었다! 잠을 자는 곳이 운명을 결정한다! 이사를 앞두고 어떤 아파트 단지, 집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할 때, 어떤 학교를 보내야 할지 답답할 때, 기운이 빠져서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길을 밝혀줄 터의 기운이다. 이 책에는 전국의 풍수 좋은 명당 터, 살기 좋은 아파트, 풍수 좋은 학교, 몸과 마음이 살아나는 여행지가 담겨 있으니 책을 고대하고 기다리던 분들께는 좋은 길잡이가 될 책이 되시리라 본다. 이사를 앞둔 사람도, 아이 학교를 고민하는 부모도, 기왕 떠나는 여행이라면 풍수 좋은 곳을 찾고 싶은 사람도, 이 책을 펼치는 순간 터가 가진 힘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느끼게 될 것이다. 터는 그냥 땅이 아니라 사람의 운을 담는 그릇이다.

유튜브 : www.youtube.com/@도원풍수지리

네이버 카페 : https://cafe.naver.com/saju8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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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 오심과 권력, 그리고 인간을 심판한 법의 역사
김웅 지음 / 지베르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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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비효율성과 복잡성이야말로 무고한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인류의 고심이자 최선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법과 권력, 대중과 본성의 충돌 속에서, 4,000년 법의 역사를 펼치며 ‘우리는 왜 자꾸 틀리는가’라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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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 오심과 권력, 그리고 인간을 심판한 법의 역사
김웅 지음 / 지베르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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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는 인간, 정의, 권력, 공동체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인문학적 성찰을 소개한다. 고대 아테네에서 소크라테스를 사형으로 이끈 재판에서 시작해 수천 년에 걸친 형사사법제도의 역사와 진화를 서술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재판을 둘러싼 역사적 맥락, 정치적 배경, 대중 감정의 동학, 인간의 심리가 판결을 좌우했던 역사를 통해 법과 권력, 정의와 본성 사이의 충돌을 밝힌다. 저자 김웅은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창원지검 진주지청,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광주지검 순천지청 등에서 18년 동안 검사로 재직했으며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부부장검사를 역임했다. 현재 법무법인 남당 대표 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검사내전』(2018)을 출간했다.

『검사내전』은 독자들의 적잖은 호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로 주목받기도 했다. 『검사내전』에서 일반 국민들은 검사가 사회에서 권력의 중심에 있는 힘 있는 자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불식시키기 위해 『검사내전』을 쓴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검사란 권력과는 상관없이 그저 직업으로서 밥벌이하며 살아가는 직장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일반 국민들은 평범한 직장인이 되기 위해 고시 공부해 검사가 됐다는 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을까?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검사란 '거악의 근원'이거나 반대로 불의를 일거에 해소하는 '정의로운' 존재로 설정된다. 저서에서의 주장은 일반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 같지만 의외로 호응이 좋았던 것 같다. 저자는 송파구(국민의힘)에서 제21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됐다. 저자가 『검사내전』에서 검찰도 일반 회사와 거의 같고, 그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보통의 직장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말에 흠집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이 책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는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쓴 것이라면 『검사내전』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 쓴 책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독자는 '정치검찰'로 권력의 하수인이란 비판을 받는 일부 검사에 불과하지, 전체 검사가 그렇지는 않다는 저자의 기술엔 동의할 수 있다. 법과는 무관한 일을 하고 있는 독자는 법을 공부해 본 적도 없고, 검사나 판사를 꿈꾼 적도 없다. 한마디로 법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검사의 숫자가 2,000~3,000명이라는 사실도 새 정부 들어 추진하는 '내란 특검' 숫자가 유례 없이 큰 규모라고 해서 뉴스를 통해 처음 알았다.



이 책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는 인류가 법 체계를 세우고 명문화하고 법에 의해 통치하기 시작한 지 4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축적된 지혜와 희생의 결정체인 형사사법제도가 어떻게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펼쳐준다. 저자 김웅은 〈서문〉을 통해 '망치론'을 제시한다. 작은 곳이 고장 나 뾰족 튀어나온 못을 다시 박을 땐 작은 망치를 사용해야 보다 효율적이다. 그러나 작은 망치가 안 보이면 뭉툭한 큰 망치를 사용해 오히려 완전히 고장나게 하는 힘을 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사용자의 비효율적인 힘의 사용으로 오히려 완전히 망가진 경우를 예로 든다. 망치는 분명 굉장히 효율적인 공구임이 틀림없다는 논리의 전제다. 그러나 모든 게 망치처럼 효율적인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한다. 의외로 복잡한 것이 많다는 말이다. 그중 하나가 권력에 관한 제도라고 저자 김웅은 말한다. 이때 적절한 단어가 '정치공학'이다. 엔지니어링이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예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특히 비효율의 최고봉은 역시 형사사법제도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범인을 잡고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을 통해 죗값을 치르게 하는 절차 말이다. 그것은 그 어떤 제도보다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다. 어렵고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든다. 죄를 지었다고 실토해도 마찬가지다. 죄인이 자기 죄를 인정하는데도 그 자백만으로는 죄인을 처벌할 수 없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찬찬히 뜯어보면 도대체 이해 안 되는 내용이 많다. (중략) 형사사법제도는 인간의 본성, 본능까지 고려해야 한다. 망치와 달리 형사사법제도는 부정확하게 사용될 때도 대비해야 한다.(p.8) 형사소송제도에는 "4,000년이 넘는 사람들의 역사가 쌓여 있다. 오래되었다고 다 낡은것은 아니다. 자연이 오래되었지만, 낡은 것이 아닌 것처럼." 〈서문〉의 마지막 문장은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망치는 빗나가도 고작 수전을 깨뜨리지만 빗나간 형사사법은 사람의 운명을 깨뜨린다. 형사사법이라는 망치는 운명적인 파괴를 낳을 수도 있다. 그래서 뉴턴의 운동 법칙만을 고려하면 되는 망치와 달리 형사사법제도는 인간의 본성, 본능까지 고려해야 한다. 망치와 달리 형사사법제도는 부정확하게 사용될 때도 대비해야 한다. 그게 바로 인류가 깨달은 효율성이다. … 다른 것들과 달리 형사사법제도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죽음 위에 쌓아 올려졌다.”(p.8~9)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4,000년 법의 역사에서 정의는 항상 옳은가? 대중은 늘 현명한가?란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먼저 이 책은 그런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고대 법전에서부터 현대의 사법 원칙까지, 인간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심각하게 실수해 왔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소크라테스 재판을 통해 ‘무엇이 법인가’라는 철학적 질문뿐만 아니라, ‘법이 어떻게 권력과 대중에 의해 왜곡되는가’를 역사적 사례로 풀어낸다. 단순한 대중 법학서를 넘어, 인간 본성과 제도의 충돌을 꿰뚫는 인문학적 통찰이 담겨 있다. 『검사내전』 이후, 저자의 문제의식은 한층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고 평가받는다. 출판사 측 소개글도 저자의 이러한 노력을 한마디로 정의한다. "고전의 언어로 오늘을 말하고, 과거의 망치를 들어 현재를 두드린다."

이 책은 법과 제도가 중요하고, 변곡점이 되는 사건이나 환경 변화, 정치적 판단 등에 의해 변화해 온 지점을 하나씩 풀어낸다. 4,000년 동안 27개 지점, 사건, 환경 등에 의한 법이 변화, 발전해온 내용을 더듬는다. 모두 2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고대법과 약자 보호」 2장 「세상을 바꾼 오심」 3장 「로마시대와 대중의 법 감정」 4장 「게르만족의 대이동」 5장 「봉건제와 신판」 6장 「교회재판과 신판」 7장 「직권주의의 탄생과 고문」 8장 「영미법계의 당사자주의와 배심제」 9장 「신의 뜻을 찾는 잔 다르크 재판」 10장 「마녀재판과 대중의 본능」 11장 「마녀재판은 진행형」 12장 「종교개혁과 인문주의 부흥」 13장 「종교재판과 근대국가의 형성」 14장 「대항해시대와 자연법」 15장 「국민국가의 형성과 규문주의」 16장 「식민지 미국의 법제」 17장 「적법절차의 시작」 18장 「프랑스 대혁명과 규문주의 극복」 19장 「규문주의 타파」 20장 「미란다 원칙」 21장 「인터넷 시대의 적법절차」 22장 「할 일」 23장 「검찰개혁」 24장 「사법통제」 25장 「검찰 직접수사」 26장 「수사권조정」 27장 「한국형 FBI」 등이다.



저자는 고대 아테네에서 소크라테스를 사형으로 이끈 ‘오심(誤審)’이라는 재판의 순간에서 시작해, 수천 년에 걸친 형사사법제도의 역사와 그 진화를 흥미롭게 추적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성문법부터 중세의 마녀재판, 근대국가 형성과 함께 변모해 온 직권주의와 당사자주의, 그리고 현대의 미란다 원칙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정의’를 구현하려 애쓰며 동시에 얼마나 자주 틀려왔는지를 되짚는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재판을 둘러싼 역사적 맥락과 정치적 배경, 대중 감정의 동학, 그리고 법이 아닌 ‘인간의 심리’가 판결을 좌우했던 비극의 역사를 통해, 법과 권력, 정의와 본성 사이의 오래된 충돌을 조명한다.

책의 초반부는 우르남무 법전, 함무라비 법전, 로마 12표법 등 인류 최초의 법 제도를 통해 법의 탄생 목적이 단지 질서 유지가 아니라 '약자 보호'였음을 강조한다. 이후 저자는 소크라테스가 어떤 시대적 상황에서 재판을 받았는지를 세밀히 그려낸다. 전쟁의 패배, 참주정의 상처, 민주정의 회복 이후 분노에 가득 찬 대중의 심리가 어떻게 판결에 작용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제자들이 독재에 협력했다는 사실과 소크라테스가 가진 대중적 비호감도, 법적으로 무리한 죄목에도 불구하고 유죄가 선고된 배경을 통해, ‘재판’이라는 제도가 어떻게 인간 사회와 그 심리에 휘둘리는지를 예리하게 분석한다.

이후 근대 형사소송법의 근간이 되는 당사자주의와 직권주의의 기원과 차이를 설명하고, 프랑스 대혁명, 미국 독립, 미란다 원칙 등 제도의 진화 속에 숨은 인간 본성의 문제를 파고든다. 특히 ‘형사사법은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 비효율성이야말로 억울한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인류가 치러온 대가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강조한다. 저자는 형사사법제도의 복잡성과 경직성이 결코 미흡함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 본성과 대중의 오판으로부터 무고한 이들을 지켜내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진화’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한 대중적 법사학 개론서가 아니라, 인간과 권력, 대중과 정의의 관계를 천착하는 인문학적 성찰이다. 그리하여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우리는 왜 계속해서 틀리는가’라는 질문에 이르게 만든다.


1장 「고대법과 약자 보호」에서 저자는 먼저 질문 하나를 세운다. 법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책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성문법이라 불리는 우르남무 법전(기원전 2100년경)은 수메르 도시국가 우르에서 등장했다. 이 법전은 ‘신의 명령’이라는 형식으로 주어졌지만, 그 실질은 당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통치권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만약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을 멀게 하면, 그 사람도 눈을 멀게 하라”는 함무라비 법전의 조항(196조)은 보복법의 전형이며, 신의 뜻이라기보다 평등한 처벌을 통한 질서유지가 목적이었다. 신의 이름으로 내려졌지만, 그 기저에는 인간 사회의 갈등을 통제하려는 정치적 욕망이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전들은 신화와 정치를 결합시켰다. 함무라비는 법전 서문에서 자신이 태양신 샤마쉬로부터 직접 법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함으로써, 법을 신성불가침한 영역으로 만들었다. 법은 인간이 만든 제도가 아니라, 신의 계시로 포장됨으로써 비판을 초월하고 영속성을 확보했다. 고대인들에게 법은 단지 질서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권력의 상징이자 신적 권위의 구현이었다.

법의 기원은 종종 신화 속 이야기와 얽혀 있다. 예컨대 이집트에서는 마아트(Maat)라는 신이 정의와 질서를 관장했으며, 죽은 자의 영혼은 마아트의 깃털과 저울질되어야 했다. 이는 단지 종교적 상징에 그치지 않고, 생전의 도덕적 삶이 법적 판단의 근거가 되는 세계관을 형성했다. 고대 사회에서 법은 신화와 도덕, 정치가 하나로 융합된 ‘신성한 장치’였다. 법조문의 내용도 당시 사회의 현실을 반영했다. 히타이트 법전은 가축 절도에 대해 세세한 배상을 명시하고 있었고, 함무라비 법전은 사회 계층에 따라 처벌이 달라지는 차별적 조항이 많았다. 예를 들어 귀족이 상인을 다치게 한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는 형량이 달랐다. 법은 이상적 정의가 아니라, 철저히 권력구조를 반영하는 현실적 장치였다.

"죽음을 갈망하면서도 신의 뜻을 어길 수 없기에 자살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그렇다! 소크라테스는 무신론자가 아닏. 결국, 이 재판은 오심이다. 내가 변호인이었다면 소크라테스를 살려냈을 텐데, 아쉽다."(p.30)


2장 「세상을 바꾼 오심」에서는 기원전 399년, 아테네 광장에서 재판이 벌어졌다. 법정에 선 소크라테스는 신을 믿지 않고 청년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고발당했다. 그러나 이 재판의 본질은 단순히 종교적 혹은 교육적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패배로 인해 큰 혼란과 상실을 겪고 있었고, 그 속에서 소크라테스는 ‘불온한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의 제자였던 알키비아데스와 크리티아스는 모두 전쟁과 참주정의 핵심 인물이었고, 소크라테스는 그들과 사적 인연을 공유한 자로서, 정치적 책임을 간접적으로 묻는 대상이 되었다. 더군다나 그는 신화적 세계관 대신 이성의 힘을 강조했고, 신들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의심하는 발언으로 시민들의 전통적 신념을 도전했다. 이러한 점들이 당시 보수적 정서와 충돌하며, 대중의 감정은 철학자에게 적의를 품게 되었다. 재판정은 단지 법률적 판단이 내려지는 공간이 아니라, 대중의 불안과 분노가 표출되는 극장이 되었다.

당시 아테네의 재판은 시민 배심원 500명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투표를 통해 유죄 여부와 형벌을 결정했다. 소크라테스는 변론 과정에서 자신을 방어하기보다, 오히려 아테네의 무지를 지적하고, 덕과 진리를 강조하는 강연에 가까운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변론의 기회를 활용해 오히려 아테네 민주정의 허점을 지적하고, 자신의 철학이 공동체를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재판에서 무죄를 호소하기보다는, 철학자로서의 사명을 변호했고, 결국 배심원의 과반은 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가 제안한 형벌은 벌금형이었지만, 고소인은 사형을 주장했고, 다시 투표한 결과 다수는 사형을 선택했다.

저자 : 김웅

1970년 전라남도 여천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인천지검에서 첫 경력을 시작한 이래 창원지검 진주지청,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평검사 생활을 했으며, 광주지검 순천지청을 시작으로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에서 부부장검사 시절을 보냈다. 이후 광주지검 해남지청장과 법무부 법무연수원 대외연수과장, 인천지검 공안부장,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을 지냈고, 법무연수원의 부장검사이자 검사 교수로 일하다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 국회 통과에 반대하여 사표를 제출한 뒤 유승민 전 의원의 권유로 새로운보수당에 입당하며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서울시 송파구갑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고, 첫 국정감사에서는 초선 의원이지만 ‘팩트로 무장한 공격수’라는 평을 들으며 국정감사 종합평가에서 출입 기자들로부터 최고 평점을 받았다.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 검사법〉이 상정되었을 때, 국민의힘이 반대표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그따위 당론은 따를 수 없다”라며 소속당에서 혼자 본회의장에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에 법인격을 부여하여 전자인 제도를 활성화하고 전자인의 주식을 거래하는 전자인거래소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인법〉을 발의했고, 정보경찰 폐지를 담은 〈국가안전정보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되었고, 22대 총선에는 불출마를 선언한 뒤 법조인으로 돌아왔다.

현재 법무법인 남당 대표 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검사내전》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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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시간 2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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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 존 그리샴은 이 소설 『자비의 시간』을 통해 가정 폭력이 발생하는 배경과 그러한 문제가 왜 밖으로 드러나기 어려운지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이나 일본 등 우리나라에서 사회 문제로 드러난 가정 폭력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미국은 세계 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는 나라의 가정에서 다양화하고, 극단적으로 확대되고, 가정이라는 은밀한 장소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조사나 예방이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개인의 거주지를 경찰도 강제로 들어갈 때에는 분명한 이유와 고발 등이 있어야 들어가 확인해야 하는 사항이다. '사생활 보호'라는 까다로운 법적 뒷받침 때문에 사실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부각된 지 수십 년 동안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가정 폭력 근절은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듯하다. 이런 문제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문제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가정 폭력은 대상이 가족이지만 주로 가장인 남편, 혹은 아버지가 아내나 자녀들에게 가해지는 일이어서 피해 신고도 어려운 데다, 증거도 확보하기 어렵다. 때문에 확실한 물적 증거나 피해 가족 진술이 없으면 조사를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가정 폭력은 자녀에게는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아 사회로의 자연스러운 진출이 어렵다는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국가나 사회가 책임을 함께 떠맡아야 한다는 심각한 실정에 이르렀다. 존 그리샴은 『자비의 시간』에서 전적으로 이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어머니가 학대 받다 사망한 것으로 착각한 열여섯 살 아들 드루를 중심으로 피해자에게 드리워진 각종 부정적 시선을 배제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저자는 이에 따라 드루의 범행 동기와 다른 가족들의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보다 그저 하루빨리 사형선고를 내리길 바라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드루와 조시, 키이라를 지역 사회로부터 배제시킨다. 이로써 저자는 제이크와 드루의 재판 과정을 보여주면서 폭력의 악순환을 지적할 수 있게 된다. 실제 드루를 비롯한 세 사람은 코퍼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났으나 지역 사회와 검찰로 대변되는 공권력으로부터 또 다른 폭력을 당하게 된다. 드루의 재판을 통해 그들이 당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피해를 호소하려 하지만 그 시작부터도 쉽지 않다.


‘이미 사형선고라는 결과를 예단하고 진행하는 재판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저자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 제이크 브리건스를 통해 그 불합리함을 깨뜨리고자 한다. 법의 이름으로 열여섯 살 소년에게 무조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사회정의를 지키는 것일까?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드루는 코퍼를 죽인 살인범인가, 아니면 끔찍한 폭력의 피해자인가?’ 우리 모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볼 때이기도 하다.

『자비의 시간』은 하나의 사건이 두 권으로 구성된 긴 소설 작품이지만 사건의 원인과 조사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하는 경찰과 일부 법조계의 인사들이 있다. 그러나 역시 사건의 핵심을 파고들어 해결하려는 노력엔 미흡하다. 중대한 살인 사건이고, 피해자가 경찰이고, 유력한 백인 지역 유산자라는 의미에서다. 1권에서 미국 앨라배마주의 작은 도시 클랜턴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제이크 브리건스가 휴일 이른 아침 동료의 전화를 받으며 스토리가 시작된다. 이 지역의 보안관보 스튜어트 코퍼가 자기 집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으며, 동거하던 여자친구의 아들이 범인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열여섯 살 소년 드루 갬블은 어머니 조시와 함께 보안관보 스튜어트 코퍼의 집에서 살고 있었다. 살해된 스튜어트는 평소 조시와 그녀의 자녀들인 드루와 딸 키이라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했다. 그날 밤도 예외가 아니었다. 잔뜩 술에 취한 스튜어트가 조시에게 폭력을 가해 그녀가 정신을 잃었다. 이때 드루는 자신과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스튜어트를 향해 권총을 쏘고 만다.

그러나, 문제는 지역 사회에서 스튜어트는 보안관으로서 좋은 평판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가 다른 사람도 아닌 의붓아들에게 살해당하자, 자연스럽게 드루에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된다. 검찰은 드루의 사형을 주장하지만, 이에 맞서 제이크는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고 맞선다. 드루가 가정폭력에서 가족을 지키려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는 점을 입증하려 노력한다.



소설의 초반부는 이러한 사건의 발단, 그리고 제이크가 사건을 맡게 되는 과정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저자는 초반부터 등장인물들의 배경과 심리를 세심하게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다. 특히 드루의 복잡성을 부각시킨다. 권위적인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가정폭력이 은폐되기 쉬운 구조적 문제를 들춰낸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은 자주 등장하는 사회적 이슈다. 드루는 단순히 피해자나 가해자로 규정할 수 없는 애매한 위치이고, 이는 현실의 복잡성을 잘 반영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법정 장면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미 그의 작품을 접했다면 어색하지 않은 장면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배심원제도라는 우리와는 다른 형태의 재판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공방에 흥미를 돋군다. 법적 논리와 인간적 감정 사이의 긴장감은 법정을 가득 채우며, 정의를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은 동일하다는 묘한 동질감도 느낄 수 있었다. 변호사였던 저자 존 그리샴이 이 점을 놓칠 리 없다.

다이어는 8×10 크기로 확대한 컬러 사진 하나를 오지에게 건네고 말했다. “월스 보안관, 이 사진은 검찰의 증거 제2호입니다. 무슨 사진인지 알아보겠습니까?”

오지는 사진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곤 말했다. “이건 스튜어트 코퍼 사진으로 그의 침실 입구에서 찍은 것입니다.”

“증인이 본 장면을 정확하게 나타내고 있습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오지는 사진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다이어가 말했다. “재판장님, 같은 사진의 사본 세 장을 배심원들에게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리고 스크린에도 보일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러세요.”

제이크는 커다란 스크린에 피투성이 사진을 비추는 데 이의를 제기했다. 누스가 그의 이의를 기각했다. 갑자기 침대에 누워 다리를 매트리스 너머로 뻗은 스튜어트의 모습이 나타났다. 머리 옆에는 권총이 놓여 있고, 흘러내려 고인 검붉은 피가 시트와 매트리스를 적시고 있었다.

방청객들이 신음을 내고 숨을 몰아쉬었다. 제이크가 슬쩍 배심원들을 훔쳐봤는데, 몇 명은 사진과 스크린에서 고개를 돌렸다. 몇몇 다른 배심원들은 강한 경멸을 담아 드루를 바라보았다.(2권, p.216~217)



『자비의 시간』은 존 그리샴이의 성장과 변화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초기 작품들이 보여준 그 압도적인 스릴과 몰입감은 약간 무른 느낌도 들지만, 세월의 흐름은 저자의 경륜으로 고스란히 흡수돼 깊이 있는 인간 탐구와 사회적 성찰로 담아낸다. 단순한 장르 소설을 넘어서 진정한 문학적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받을 위치에 우뚝 선 느낌이다. 『자비의 시간』은 오락성과 문학성, 현실성과 이상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한 작품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성숙한 작가의 깊이 있는 성찰이 담긴 잘 빚어진 도자기를 감상하는 느낌을 독자에게 안긴다. 소설의 결말부로 가면서 저자는 백인, 교회, 이웃 주민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 한 소년의 살인 사건이 가정 폭력으로부터 일어났음을 상기시키며 이들과 화해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사형제를 좋아하는 백인들이 왜 그렇게 많은 거죠?"

"그냥 지역이 그런 거야. 우린 그런 세상에서 자랐어. 집에서 교회에서 학교에서 친구 사이에서 그런 얘기를 듣고 자라지. 이곳은 바이블 벨트야. 눈에는 눈, 뭐 그런 거지."

"신약성경과 예수님이 하신 용서에 대한 설교는 다 어떻게 된 거죠?"

"그건 받아들이기 불편하잖아. 예수님은 사랑이 먼저라고 하셨고 인내, 포용, 평등도 가르치셨지. 그렇지만 내가 아는 기독교인 대부분은 성경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내는 데 아주 솜씨가 좋아."

"그건 백인 기독교인들만 그런 건 아니에요."(2권, p.346-347)


우리나라 재판 과정과 전혀 다른 배심원제가 눈에 띄이기도 했다. 배심원들이 논의를 거쳐 만장일치 판결을 해야 한다는 배심원제는 우리나라에 도입해 일부 재판에서 이용된 적이 있지만 자주 등장하는 제도가 아니라서 독자 입장에서는 신기하기도 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배심원들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재판은 다시 시작된다는 점도 이채로웠다. 특히 이 소설의 주인공이 제이크 혼자라면 재판 결과가 나왔을 때 이야기는 끝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이크가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인 드루의 미래를 계획하면서 감동적이기도 했다. 이 책의 표지어에 쓰인 '자비'란 단어의 의미가 다시 한 번 가슴에 와 담기는 느낌이다.

저자 : 존 그리샴(John Grisham)

전 세계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법정 스릴러의 대가인 존 그리샴은 불공정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러 캐릭터를 창조한 전문 스토리텔러다. 미국 주 의회 하원의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던 그는 변호사 생활을 하며 구상하고 집필한 첫 장편소설인 《타임 투 킬》 출간 이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언론과 평론가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존 그리샴의 책은 50권 연속으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으며, 50여 개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전 세계적으로 3억 부 이상 판매되었다. 수많은 작품이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했으며, 제이크 브리건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자비의 시간》도 매슈 매코너헤이 주연의 HBO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다. 하퍼 리 상을 두 차례 수상하고 미국 의회 도서관 평생 공로상을 받은 그는 작품 집필 외에 부당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돕는 활동도 하고 있다.

페이스북 @JohnGrisham | 트위터 @JohnGrisham | 인스타그램 @JohnGrishamAuthor | www.jgrisham.com

역자 : 남명성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PD와 IT 기획자로 일했으며 현재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수호자들》, 《카미노 아일랜드》, 《육질은 부드러워》, 《마지막 거짓말》, 《메이든스》, 《스노 크래시》(전 2권), 《경계선》, 《사일런트 페이션트》, 《셜록 홈즈: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바스커빌 가문의 개》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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