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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 도전과 모험을 앞둔 당신에게
김재철 지음 / 콜라주 / 2025년 4월
평점 :

<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돌아보면 내 삶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호기심에서 시작해 실행하고 탐구하고 실행하다보니, 도전이 도전을 낳고 습관이 됐을 뿐이다. 그 습관을 남들은 열정이라고 불렀다.”(p.23)
이 책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은 동원그룹 김재철 명예회장의 자서전이다. 동시에 에세이로도, 자기계발서로도, 또 경영 서적으로 활용되어도 좋다. 이 책엔 그가 살아온 이력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특히 가난했기에 돈을 벌기 위해 주저없이 돈을 버는 산업 현장으로 직접 뛰어들어간 적극적인 모습에서는 목적이 있으면 적극적인 추진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본받아야 할 위인전으로 참고할 만하다. 집안이 어려워 선택한 대학도 진리 탐구보다는 하루빨리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자신의 사명감으로 수산대를 택했고, 계획대로 원양어선을 탔다. 큰 배를 타고 바다 위를 가른다는 것은 낭만적으로도 보이기도 하다. 실제 마도로스는 많은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일 때가 있었다. 독자는 한 번도 원양어선을 타본 적이 없지만 몇달 간 바다 위를 떠다닌다는 것은 낭만의 수준을 벗어난 일이다. 거칠고 변화무쌍한 바다를 수개월씩 타고 이동한다는 것은 강인한 체력과 자신을 이겨내는 정신력, 일에 대한 열정 등 많은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은 동원그룹·한국투자금융지주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이다. 원양어선 무급 실습 항해사로 시작해 그룹 총수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은 그야말로 도전과 응전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그의 도전이 특별한 이유는 ‘지속가능성’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날로 급변하는 환경을 내다보며 도전의 방식과 태도를 변화에 발빠르게 맞춰갔다. 경영인으로서도 남다른 자질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파도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파도에 맞서는 것뿐이다.” 저자는 파도에 맞서 이겨냈기 때문에 오늘날 그룹 회장이 되었고, 90이 넘은 나이임에도 일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은 '천상 일꾼'의 모습이 엿보인다.

“동원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온 결과, 현재 원양어업과 수산물 가공 외에 물류 컨테이너 터미널, 축산, 가정 간편식 등의 사업, 나아가 2차전지 소재 부품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특히 포장재는 동원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다. 전혀 다른 업종인 증권업도 한국투자증권이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는 ‘기업은 환경적응업’이라는 나름의 정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뭐든 시도하고 도전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성장할 수 있는 다이내믹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게 우리의 목표다.”(p.75)
그는 끊임없이 도전했지만, 한 번도 ‘같은 도전’을 한 적이 없다. 그리하여 그의 도전은 21세기 경영뿐 아니라 사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덕목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며, 나이 아흔이 넘은 지금도 그 자신을 통해, 직접 설립한 기업들을 통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는 개인으로서나 경영자로서나, 늘 도전을 꿈꾸고 행하고 마침내 이루어내는 ‘드리머(Dreamer)’의 길을 걸어왔다.
김 회장은 ‘왜 편한 길을 놔두고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험한 길을 걸어갔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충분히 의문이 들 만했을 것 같다. 그의 삶에서 선택은 진학도, 취업도 무엇 하나 일반적 선택이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김 회장의 답은 늘 한결같았다고 밝힌다. "어려운 길만 선택한 것이 아니라 편한 길로 갈 힘이 없었다. 편한 길에는 이미 머리 좋고, 집안 좋은 사람이 많았다. 그 길에는 들어서기도 어렵고, 설사 어렵사리 들어간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도 쉽지 않고, 두각을 나타내기란 더더욱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남들이 안 가는 곳에 가면 새로운 성취를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나만의 길을 찾았다고도 할 수 있다.”(p.105) 대단한 배짱이다.

저자인 김재철 회장은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가슴 뛰는 도전’의 메시지를 이 땅의 청년들과 직장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집필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세상에 무엇이 필요한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늘 궁금했고, 질문했고, 시도했고, 도전했다. 이 책은 그가 품어온 호기심과 도전의 질문들이자 열정과 성장의 답변들이다. 꿈을 품고 있거나 그 꿈을 이루고픈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기를’ 원하는 요즘의 청년들에게, ‘열심히 일하는 것을 바보 같다’고 여기는 지금의 직장인들에게, 김재철 회장이 몸으로, 또 삶으로 증명해낸 도전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 귀하고 값진 이정표이자 가르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 회장의 인생은 늘 위기의 연속이었다. 이후 사업을 시작하고, 회사를 경영하면서도 ‘철판 한 장 밑에 지옥을 깐 생활’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패의 순간마다, 포기의 순간마다, 위기의 순간마다, 그는 바다 위에서의 결심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그를 지탱한 키워드는 세 가지, ‘도전’과 ‘열정’, 그리고 ‘호기심’이었다고 스스로 다짐한 좌우명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오늘날 서양 문명이 세계의 지배자가 된 것은 신대륙을 발견해서가 아니다.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배를 직접 만들고 목숨을 담보로 바다로 뛰어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의 모험은 신대륙이나 다른 피지배자들에게는 '재앙'이지만 그들에게는 잘살기 위해 돈 버는 일이었다. 신대륙의 엄청난 자원, 아프리카의 노예사업 등을 노리고 그것으로 부를 창출해 낸 것은 문명인으로 할 짓은 아니지만 신대륙의 자원과 물자에 대한 욕망은 그들의 야만을 눈가리게 했다. 거친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뱃사람들의 모험심과 약탈한 자원은 결과적으로 그들의 부를 더욱 강화시켜 주었고, 세계를 아우르는 강대국의 면모를 갖추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뱃사람들의 모험심은 비판받지 않는다. 남들이 두려워하는 망망대해로 나아가 거친 파도를 극복하고 시선을 바다 너머로 갖게 하는 인간의 본능적 호기심과 탐험심은 인류 문명을 발달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저자가 스스로를 지탱한 세 가지 ‘도전’과 ‘열정’, 그리고 ‘호기심’으로 꼽는 것도 바다를 향한 그의 시선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독자는 이해한다. 대업을 완성한 그룹 총수로서 회고록이나 자서전이 짧을 수 없지만, 이 책은 무척 짧다. 자신의 행적을 전부 풀어놓지 않고 청년들을 위한 책을 썼기 때문이다. 저자는 「작은 불씨를 꿈꾸며」란 제목의 〈서문〉을 통해 늦은 나이에 정중하게 거절해 왔던 책(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등)을 끝까지 고집하지 못하고 책을 낸 것은 분명 '청년들에게 남길 말'에 설득당해서였다. 저자 스스로는 자신을 내세우는 것도, 누가 자신을 추켜세우는 것도 생리적으로 싫어했다는 말도 분명히 한다. 심지어는 저명한 작가들도 저자에 관한 책을 쓰겠다고 여러 번 제의해 왔으나 한사코 거절했던 그였다. 다만 회사나 대학교, 대학원 특강 등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일은 보람 있고 필요하다는 생각에 여전히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상황도 이야기한다. 김 회장은 이번 책을 내면서 〈서문〉의 마지막 부분에 한마디 덧붙인다.
"돌아보면 내 삶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호기심에서 시작해 실행하고 탐구하고 실행하다보니, 도전이 도전을 낳고 습관이 됐을 뿐이다. 그 습관을 남들은 열정이라고 불렀다."(p.23)
이 책은 길지 않은 분량으로 3부(stage)로 이뤄져 있다. 1부 〈도전의 태도 : 지금, 나의 가슴은 정말 뛰고 있는가〉, 2부 〈호기심의 바다 : 창조는 ‘머리’가 아니라 ‘몸’에서 시작된다〉, 3부 〈열정의 온도 : 풍랑이 일 때, 진짜 항해가 시작된다〉 등이다. 각 부는 각각 3~4개의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엔 「플러스 스토리」를 추가해 미처 못다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각 부는 저자가 스스로를 지탱해오던 힘이라고 말한 ‘도전’ ‘열정’ ‘호기심’이다. 1부에는 「선택」「목표」「변화」「실패」란 키워드로 4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도전의 증인, 희망의 증거」란 플러스 스토리가 실려 있다. 2부엔 「호기심」「현장」「융합」「독서」가 핵심어로 자리 잡고 김 회장의 삶에 등장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열정」「각오」「정의」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담담하게 쓰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 「미완의 꿈」이란 제목의 〈에필로그〉와 「열정이 묻고, 경험이 답하다」란 제목의 문답식 〈부록〉이 책을 보충한다. 이 책을 정리한 「삶과 꿈, 호기심과 도전」이란 제목의 〈정리자의 글〉도 눈길을 끈다.

책의 시작 부분에서는 책 속 글의 내용을 강조해서 쓴 부분 가운데 중요한 문장을 발췌해 따로 지면을 12면을 할애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적힌 문장 몇 개를 옮겨 적는다.
지난 삶을 돌아보며 생각했다. '나는 제대로 살아왔는가.', '내 선택들은 옳았는가.', '다른 삶을 살 수는 없었나.'
바다 위의 생할은 언제 죽음과 마주할지 모르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그때마다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비단 바다에서뿐만이 아니었다. 내 인생은 늘 위기의 연속이었다. 이후 사업을 시작하고, 회사를 경영하면서도 '철판 한 장 밑에 지옥을 깐 생활'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패의 순간마다, 포기의 순간마다, 위기의 순간마다, 바다 위에서의 결심을 떠올렸다. '덤으로 한번 더 사는 인생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다 가자. 구질구질하지 않게 사는 거야.'
지금까지 나를 지탱한 키워드는 세 가지. '도전'과 '열정', 그리고 '호기심'이다.
나는 세상에 무엇이 필요한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늘 궁금했고 질문했고 시도했고 도전했다. 이 책은 내가 품어온 호기심과 도전의 질문들이자 열정과 성장의 답변들이다. 꿈을 품고 있거나 그 꿈을 이루고픈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 : 김재철
동원그룹 · 한국투자금융지주 창업주. 주변의 만류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따놓은 당상이었던 서울대를 포기하고 수산대로 진학을 결정하며 ‘바다 인생’이 시작되었다. 실습차 동해, 서해, 남해를 다니며 어족 자원이 거의 절멸상태임을 확인하고 좌절했으나, 국내에서 첫 원양어선이 출항한다는 기사를 보고 새로운 꿈을 품게 되었다. 수산대를 졸업하면 ‘갑종 2등 항해사’ 자격이 주어지지만, ‘이론’보다 ‘실습’, ‘학위’보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판단, ‘무급 실습 항해사’로 참치잡이 국내 원양어선 1호인 ‘지남호’에 올랐다. 고기를 잡으면 배를 갈라보고, 어디서 어떤 크기의 참치가 잡히는지 연구하며 훗날 ‘참치를 잘 잡는 선장, 캡틴 킴’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후 1969년 동원산업을 설립했고,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하며 오늘날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초석을 다졌다. 특히 김재철 비즈니스의 하이라이트는 2008년 미국 최대, 세계 최대의 참치캔 회사 스타키스트 인수였다. 스타키스트는 동원산업 창업 초기 원양에서 물고기를 잡아 납품하던 회사 중 하나였는데, 그 회사를 인수하며 동원은 세계 참치캔 1위 업체가 됐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았다. ‘기업은 환경적응업’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온 결과, 현재 동원은 원양어업과 수산물 가공 외에 물류 컨테이너 터미널, 축산, 가정 간편식 등의 사업, 나아가 2차전지 소재 부품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특히 포장재는 동원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다.
그는 공적 영역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피하지 않았다. 2006년에는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을 맡았는데 유치전을 승리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앞서 1986년 수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탑산업 훈장을 받았던 그는 무궁화장과 금탑산업 훈장을 받은 거의 유일한 기업인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