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개정판)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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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저자 공지영의 '연애 소설'이라는 점에 독자는 방점을 찍었다. 공지영은 독자의 빈약한 소설 독서임에도 '여성주의 소설' '여성주의 문학'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 공지영은 1988년 〈창작과 비평〉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등단이라 떠들썩했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소설가다. 이어 1989년 첫 장편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고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작가다.

이후 그는 독자가 다 읽기에는 무리일 정도로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데뷔 때의 여성주의 문학이라는 작품 발표 때마다 뒤를 따랐기에 그의 소설 쓰기는 사회 운동, 여성 운동의 일환으로 독자에게는 인식됐다. 실제 그의 작품은 이번 소설을 읽기 전에 확인한 바로는 1963년 서울 태생으로 연세대 영문학과 졸업했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하였고, 졸업 후에는 노동운동에 가담하다가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 이후로 저자 공지영은 자신이 겪어온 사회 체험을 소재로 소설적 작업에 집중하면서 그 체험의 일부를 독자들과 나누는 과정에서 일종의 연대감을 형성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는 1990년대 문학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3), 『고등어』(1994), 『착한 여자』(1997), 『봉순이 언니』(1998) 등을 보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주로 20~30대의 젊은이다. 이들은 결코 자신들에게 호의적이라고 할 수 없는 사회적 조건을 감당하고 돌파하려는 용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인물을 통해 작가는 사회적 불평등을 폭로하기도 하고, 남녀의 성차별을 문제 삼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시대적 아픔들을 형상화함으로써, 부조리한 상황을 비판하고 이를 개혁하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특히 여성 삶의 문제가 작품 중심에 놓여 계급운동의 시각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인간다운 삶의 의미에 대해 천착하는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다. 

한동안 침묵하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 쓴 작품 중 『도가니』는 청각장애인 학생들을 교장과 교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성폭행했지만 솜방망이 처벌로 판결이 완료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소재로 그 부당성을 고발함으로써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소설뿐만 아니라 산문집도 출간한 바 있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는 독자가 유일하게 읽은 그의 산문집이다. 이 산문집에서 저자의 이야기는 경북의 왜관 수도원에서 시작되어 미국의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으로 이어졌다. 이 산문집도 작가의 발길을 이끈 것은 우연인 듯 운명처럼 찾아온 사건이었다고 한다.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를 쓰기 위해 왜관 수도원을 찾아갔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한국전쟁 당시 1만4,000여 명의 피난민을 구조한 미국인 선장 레너드 라루의 이야기에서 작품의 모티프를 얻었다. 그리고 그의 흔적을 더듬는 과정에서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에 이르게 됐다. 그곳에서 레너드 라루 선장이 마리너스 수사로서 여생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는 숨을 거두기 전 한국의 왜관 수도원에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의 인수를 요청했다. 60여년 전 그가 이룬 기적이 저자로 하여금 『높고 푸른 사다리』를 낳게 했고, 저자는 이끌리듯 다시 수도원  안으로 들어섰다.

길은 그곳에서 끝나지 않았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걸음을 옮기며 수도원을 찾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작가가 수행과도 같은 떠남을 계속한 이유, 그리고 그 이야기를 『수도원 2』에서 들려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가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에서 만난 'K'의 한 마디가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해준다. 신앙생활을 계속하면서도 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없었던 K에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하느님을 만나고 그 분의 뜨거운 사랑을 깨닫게 되었던 순간들을 듣고 깊은 위로를 받은 K는 작가에게 묻는다. “공 작가님, 왜 이런 이야기를 책에 쓰지 않으세요?”라고.    

사실 2001년 출간된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통해 저자는 신과 재회한 경험을 들려준 바 있다. 삶의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이름’을 부르짖었고 그분은 “나 여기 있다. 얘야, 난 단 한 번도 너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는 다독임으로 응답하셨다. 그렇게 저자는 먼 길을 돌아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왔다.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신의 존재와 사랑에 대한 의심은 길 위의 돌부리가 되어 발목을 붙잡았다. 그때마다 신은 저자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말을 건넸다. 운명처럼 다가온 그 순간들을 작가는 『수도원 2』에 기록해 놓았다.



이처럼 부조리한 사회와 어린이, 여성 등 약자 계층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듯 글을 쓰던 저자가 왜 신(神)에게 귀의하듯 수도원에 천착했을까? 『수도원 2』에서 그의 시선이 예전과 다름없음을 한 인터뷰 기사를 통해 확인하게 해준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집필을 시작했거든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모두에게 ‘나처럼 힘든 사람도 희망을 갖고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절대자의 따뜻한 시선을 믿고 꽉 붙들고 있다면 세파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거든요. 내적인 준비가 되어있는 거죠.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는 몸을 따뜻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겨울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시기를 잘 넘기도록 준비할 수는 있잖아요.”라는 답변이다. 그는 신에 귀의한 게 아니라 자신의 문학을 되짚어 올라가다, 또 향후 소설의 지향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신이 거기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했던 것으로 독자는 추정해본다. 

『~수도원 2』에서 저자는 우리의 아이들을 곁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슬픈 시간들을 견디면서 ‘소피아 언니’를 떠올렸다고 했다. 순례에 함께 참가하며 저자와 인연을 맺게 된 소피아는 두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고통을 맞았다. 그러나 비틀거리는 자신을 붙들어주시는 소피아에게 기대어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밝힌다. 저자가 “세월호 엄마들을 위해”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유다. 작가는 자신의 딸에게 전하는 말을 빌려 위로를 건넨다.

“위녕, 엄마가 생각해 봤는데, 할머니가 엄마 낳을 때 엄청 난산이셨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죽을 뻔하셨대. 그런데 거꾸로 말이야, 아기였던 엄마도 얼마나 힘들었겠니. 편안한 자궁을 나와 좁은 산도 안에서 몇 시간을 고통스러웠을 거 아니야. 그렇게 오래 고통을 겪고 태어나면 사람들이 기뻐하잖아. 난산의 시간을 생각하며 울지는 않잖아. 만일 하늘나라도 그렇게 가는 거라면 순산이 있고 난산이 있겠지. 그 친구들 난산 끝에 하늘나라에 태어났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냥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야.”(『~수도원 2』 p. 178)



이처럼 부조리와 사회적 폭력, 여성 인권 등에 천착하던 저자가 이번에 낸 소설은 전혀 장르가 다르다. 이 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연애 소설이다. 그것도 일본 남자와 한국 여자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다. 이 점이 저자의 지난 소설과 차이가 있어 독자의 시선을 끌었다. 이 책은 한국과 일본에서 각자의 소설가들이 표제어에 맞는 작품을 쓰기로 한 것이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원작소설'의 한 작품이다. 이 시리즈에 우리의 공지영과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가 각각 작품을 쓰고 두 권을 토대로 영화(드라마)로 만드는 기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 두 작품을 6부작 12회분 드라마로 만들었고 이미 촬영을 끝내고 오는 9월 27일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이세영, 사카구치 켄타로, 홍종현, 나카무라 안 등 한일 양국의 배우들이 모두 참여했다. 이 드라마의 줄거리는 일본 유학 중이던 ‘홍(이세영)’이 ‘준고(사카구치 켄타로)’를 만나 애절한 사랑과 이별을 겪은 후 5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재회하면서 펼쳐지는 ‘운명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출판사 소담의 소개글에 따르면 각자의 길을 가던 두 인생이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듯 한 점으로 겹쳐지는 순간을 우리는 기적이라 일컫는다. 벚꽃 잎이 흩날리던 공원 호숫가 옆에서 한국과 일본, 가깝지만 먼 나라의 두 남녀의 실이 겹쳐졌다. 서로에게서 본인이 지닌 외로움을 엿본 두 사람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들었으나 결국 쌓인 오해로 인해 헤어지고 만다. 헤어진 이후로는 결코 겹쳐질 일이 없을 것 같던 두 실은 7년 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시 겹쳐졌다.

그 사랑을 잊지 못할 것을 알기에 그를 사랑했던 나 자신을 잊기 위해 홍은 칠 년이라는 시간 동안 발버둥 쳤다. 오직 그녀와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준고는 그들의 상황과 당시의 감정, 갈등을 담은 소설을 썼다. 그렇게 칠 년 후, 그를 사랑했던 자신을 잊지 못한 홍과, 소설을 완성해 한국에 온 준고는 김포공항에서 출판사 직원과 작가로 우연히 재회한다. 헤어진 지 칠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들은 서로를 잊지 못했다. 칠 년이라는 시간은 두 사람에게 다르게 흘러갔으나 두 실이 한 점으로 겹친 순간부터, 두 사람의 인생은 한 곳을 향해 함께 흘러가기 시작한다. 사랑했던 사람으로 남을지,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을지는 그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 사랑 후에 오는 것은 무엇일까. 봄에 만나 여름과 같이 뜨겁게 사랑했고, 가을처럼 시들어 헤어진 이후 기나긴 겨울이 찾아들었다. 사랑 후에 오는 것이 겨울이라 해도, 결국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온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찾아올 새봄을 맞이할 두 남녀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남녀 주인공은 최홍과 윤오가 각각 맡았다. 한국 여자와 일본 남자이다. 최홍(베니, 배우: 이세영)은 5년 전,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무작정 일본으로 떠났던 첫날, 준고와 마주쳤다. 처음 본 순간부터 끌렸던 준고와의 계속되는 우연은 홍을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사랑이 커져가는 만큼 쌓이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던 홍은 결국 이별을 고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완전히 잊고 살았다고 생각한 어느 날, 우연히 준고를 다시 마주하게 되고 그 순간 홍은 직감한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준고를 만날 줄 알았더라면, 가지 않았을텐데"란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아오키 준고(윤오, ?木潤吾,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 역시 5년 전, 우연히 마주친 낯선 한국 여자는 준고를 운명 같은 사랑으로 이끌었다. 거듭되는 홍과의 인연은 준고의 평범했던 일상을 변하게 했고 홍이라면 어디든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운명 같은 사랑 앞에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현실에 치여 정신없이 바쁜 준고에게 홍은 지쳐갔고, 결국 그녀는 떠났다. 그리고 5년 후 한국을 찾은 그날,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기적처럼. 같은 의미로 "그 때 무슨 말이라도 했다면, 너를 잃지 않았을까"라는 명대사를 남긴다.

김민준(배우: 홍종현)은 어릴 적부터 한결같이 홍의 옆을 든든하고 묵묵하게 지켰지만, 차마 멀어질까 두려워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일본으로 떠났던 홍이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수척해진 그녀를 보며 고백을 결심했고 그토록 바랬던 홍의 옆에서 보낸 시간은 뜨겁지는 않았지만 잔잔하게 흘러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홍이 어딘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그가 나타나면서부터. 그는 "약속할게, 절대 외롭게 하지 않겠다고."라고 약속한다. 고바야시 칸나(배우 : 나카무라 안)은 대학시절 준고와는 잠깐 사귀다 먼저 이별을 고했다. 이후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긴 것을 알았고, 처음에는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자신과 헤어질 때는 덤덤했던 준고가 막상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자 왠지 모를 질투가 나기 시작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준고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랑이 의지대로 안된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어"라는 후회를 보인다.

 

나는 내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온 우주의 풍요로움이 나를 도와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 문제는 사랑이 사랑 자신을 배반하는 일 같은 것을 상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의 속성이었다. 우리는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게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이 가지고 있는 속임수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의 빛이 내 마음속에서 밝아질수록 외로움이라는 그림자가 그만큼 짙게 드리워진다는 건 세상천지가 다 아는 일이었지만, 나만은 다를 거라고, 우리의 사랑만은 다를 거라고 믿었다.(p.126)



저자 공지영은 책의 뒷 부분 「살아 있음의 징표인 사랑이 만든 아름다운 다리」란 제목의 〈지은이 후기〉를 통해 "한일 간의 관계를 남녀의 사랑이라는 코드로 풀어 가고 싶다다는 츠지 히토나리 씨의 제안은 매력적이었고 진지했지만 그런 마음 때문에 머뭇거린 것도 사실이었다"고 털어 놓는다. 2024년 한일 관계는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도 없이 우리 정부의 대폭적인 양보(?)로 '강제'란 말도 없이 군함도에 이어 사도광산도 일본의 의도대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예정이다. 위안부뿐만 아니라 강제 징용의 문제도 일본의 의도와 주장대로 흘러가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 책을 쓸 당시에는 훨씬 전이니 저자는 지금의 상황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가질지 사뭇 걱정되기도 한다. 〈지은이 후기〉에서 츠지 히토나리 씨의 제안으로 합의된 것에 대해 개인적인 이유로 마뜩찮은 심사를 이미 담고 있었다. "하필이면 이대, 이 나이에, 하는 생각이 실은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p.260) (중략) 희망처럼 조금은 귀찮고 구차하기까지 하나 사람이라면 놓을 수 없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싹 같은 것······. 나는 신선하게도 그 싹을 홍이에게 쏟아부을 수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가 사람이라는 이야기고 살아 있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상처 입고 살아 있기에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것도 말이죠."(p.261~262)

한일 관계가 이처럼 흘러가자 이젠 저자 공지영이 소설 속에서 홍이의 입을 통해 말했던 가시 돋친 말을 다시 한번 더듬어 본다. "꼭 그렇게 말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내 입은 마치 그와 헤어지던 그날처럼 가시 돋친 말들을 내뱉고 있었다. 

"너의 일본 사람들은······ 다 그러니?"

  

저자 : 공지영(孔枝泳)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창작과 비평》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89년 첫 장편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에는『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 1994년에는『고등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잇달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명실공히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한민국 대표 작가가 되었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봉순이 언니』 『착한 여자 1,2』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즐거운 나의 집』 『도가니』 『높고 푸른 사다리』 『해리 1,2』 『먼 바다』 등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2』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딸에게 주는 레시피』 『시인의 밥상』 『그럼에도 불구하고』등이 있다.

2001년 21세기문학상, 2002년 한국소설문학상, 2004년 오영수문학상, 2007년 한국가톨릭문학상(장편소설 부문), 2006년에는 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단편「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2018년『해리 1,2』가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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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기 연습 - ‘자신의 속도’를 확실히 지키기 위한 50가지 힌트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이진아 옮김 / 꿈의지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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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인데 이 책에서 해결책의 단초를 찾았다. “타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고, 가능하면 원만하게 지내고 싶다.”는 내 바람은 이뤄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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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기 연습 - ‘자신의 속도’를 확실히 지키기 위한 50가지 힌트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이진아 옮김 / 꿈의지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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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이 책 『휘둘리지 않기 연습』의 저자 나이토 요시히토는 지난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선보인 『신경 끄기 연습』이 일약 자기계발, 심리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뛰어오르면서 특별한 인상을 주었다. 이 책 『휘둘리지 않기 연습』은 자기계발서로 출판되었지만 『신경 끄기 연습』은 61가지의 심리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심리 기술의 책이라면 저자는 2017년에도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란 책을 출간해 국내 독자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심어준 바 있다. 

『휘둘리지 않기 연습』에서 저자는 쉽게 남의 말에 휘둘리고, 경쟁에 휘둘리는 현대인들의 불안정한 삶을 단호하게 나를 지킴으로써 바꿔놓을 심리적 기술 50가지를 제안한다. 현대인들은 무한한 욕망과 무례한 타인들로부터 휘둘리며 괴로워하는 일들이 마치 일상인 것처럼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들로부터 멀어지거나 단호하게 대함으로써 나를 지키고 싶지만 대인 관계로 얽매이고 그 안에서 일상을 사는 우리들에게는 자신을 지킨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점점 나르시시스트가 넘쳐나고,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을 흔하게 사용할 만큼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세상에서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고 꼿꼿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 나이토 요시히토는 불편하고 제멋대로인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50가지 현실 조언을 이 책에 담았다.

주변과 원만하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은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타인의 마음을 민감하게 감지하여 세심하게 배려하는 사람일수록 남에게 휘둘리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미국의 한 대학에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심리 테스트를 한 결과, 과거 20~30년 전보다 학생들의 나르시시스트(자기애적 성격장애) 점수는 약 30%나 높아졌다는 심리테스트 결과를 제시한다. 현대인들은 옛날 사람들보다 훨씬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타인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조정하기도 하며, 점점 더 자기 멋대로 행동하려는 경향도 보인다고 심리테스트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이들은 착하고 세심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들을 잘 이용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왜 착하고 세심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들이 남에게 잘 이용당하고, 쉽게 상황에 휘둘리며, 자기 불안과 자기 비하에 빠지는 걸까? 착한 사람들은 마음이 여리기 때문에 남들과 갈등 상황을 만들어 대립하기보다는 되도록 원만하게 지내기를 원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기 쉽고, 상대가 그 마음을 이용할 경우 의사표현을 확실하게 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는 상황이 되어버린다고 밝힌다. 또 자신이 원치 않는 상황으로 흘러가더라도 단호하게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단호하게 의사표현을 했다가 괜히 상대와의 관계를 망치게 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이 커질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나는 왜 줏대 없이 휘둘릴까?’라는 자책감도 커진다. 결국 자신감과 자기 확신이 약해질수록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 오히려 커지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모두 50가지의 심리 기술이 제시되어 있다. 앞서 말한 대로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한 심리적 태도와 방어 기술이다. 모두 5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 〈휘둘리는 게 당연〉, 2장 〈자신의 속도 되찾기〉, 3장 〈불편한 타인 피하는 법〉, 4장 〈행동을 바꾸면 마음도 바뀐다〉, 5장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키우자〉 등이다. 저자는 첫 장부터 ‘휘둘리는 게 당연’하다는 말로써 시작한다. ‘남들도 다 휘둘려. 대단한 프로들도 압박감에 휘둘리고, 변화되는 환경에 대부분 적응하지 못하고, 매일 출근하고 싶다는 사람은 겨우 3.8%밖에 안 돼.’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스스로 자책하지 말라고, 휘둘리는 않기 위한 연습을 시작하는 첫 발은 휘둘리는 게 당연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이 과정에서 '어중간한 결과를 추구하라'든지 '경쟁하지 말라'는 등 사회 생활의 기본적 목표를 모든 것을 바쳐 이루는 데서 한 발 물러설 것을 주문한다. 실제로 적응하는 데는 오히려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저자는 늘 1등을 노리지 않고 적당한 포지션을 유지해야 한다고 귀띔한다. 경쟁심을 갖고 자신의 동기 부여를 높이면 모든 일에 남을 의식하며 경쟁심을 갖게 되고 쉴 틈이 없어진다는 논리다. 이는 신경이 예민하거나 자신의 속도 조절이 불가능하게 이르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사회에서 적당히 일하는 사람을 적당히 보아주는 시스템을 기대할 수 있을까? 현대처럼 무한 경쟁의 시대 자칫 자신의 지위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데도 적당히 살 수 있을까? 이 점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탁월한 수준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스트레스로 괴로워하고 누적되면 우울증 등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일이 예상되는 경우 저자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저자는 이미 전작 『신경 끄기 연습』에서 우리는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면서 산다고 지적했다. 이 시선에 스트레스를 받아 괴로워하고, 창피함을 느끼면서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인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사실 남들은 내게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먹을 꽉 쥐는 것만으로도 의욕이 샘솟는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따뜻한 가사의 노래를 들으면 좋은 사람이 된다는 사실은 어떤가?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나이토 요시히토는 우리가 조금만 신경을 끄고 힘을 뺀다면 걱정, 초조, 두려움을 하나도 느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아무리 사회생활에 배려가 중요하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만 너무 신경 쓰면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을 첫 번째로 소중히 여기고 상대방은 두 번째로 소중히 여기는 정도면 괜찮다는 것이 『신경 끄기 연습』의 주제로 다룬 바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린 알든은 발표하는 사람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은 뒤 주위 사람들과 발표자 스스로 그 모습을 평가하게 했다. 이때 자신이 의견을 잘 말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발표자는 스스로에 대해 “손이 떨리고 목소리도 떨려서 엄청나게 한심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영상을 본 주위 사람들의 평가는 180도 달랐다. “이 사람은 자기주장을 정확하게 하고 유창하게 말하며 불안함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평가한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엄격하게 평가하고, 내가 생각보다 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남이 나를 한심하게 생각할 거라는 편견과 착각을 버리고 거기에 집착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타인의 경계심을 쉽게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주 불안한 사람은 차라리 ‘설렌다’고 타일러 보자. 나를 괴롭히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작은 점 하나만 응시하면 되고, 긴장이 풀리지 않을 때는 손을 씻으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신경 끄기 연습』을 통해 61가지 심리 기술을 따라 하고 연습해 보면 편견이 사라지고 인생이 180도 바뀌게 될 것이란 주장을 담았다.



『휘둘리지 않기 연습』도 마찬가지다. 학교든 직장에서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사소해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여러 가지 고민을 할 때가 많다. 주위에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고, 입으로 꺼내 놓기에는 또 쑥스럽고 하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어려움들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해 준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는 너무 회사 가기 싫어. 일이 하나도 재미없어.”라고 털어놓았다고 치자. “너가 지금 그런 생각할 때냐? 더 열심히 배우고 일해라.”라는 꼰대력 과시부터 “너만 힘든 거 아니다. 다들 하기 싫어도 꾹 참고 산다.” 혹은 “때려치우고 뭐 할래? 제정신이냐?”라는 핀잔과 꾸지람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 결국 말 한마디 솔직하게 했다가 본전도 못 찾고 해결 방법도 못 찾은 채 감정만 상하기 일쑤다. 그러니, 도움 안 되는 사람들에게 털어놓기보다 책을 통해 길을 찾고 답을 찾는 게 더 낫다.

이 책에서 저자는 “네가 일이 재미 없는 건 어쩌면 너무 잘하려는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 아닐까?”라고 묻는다. 경쟁심이 커질수록 일에 대한 흥미는 떨어진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좋은 성적을 내는 사람일수록 남하고 경쟁하지 않아. 경쟁은 자기 자신과 하는 거야.” “3등 정도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꼭 1등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휘둘리면 오히려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 이런 현실 조언들은 설득력도 있지만 묘하게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위로를 주기까지 한다. 물론 부작용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휘둘리는 사람에게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해준다. 이 세상을 살면서 ‘30%의 사람에게 호감을 얻으면 성공적’이라고. 특히 이 책에서는 ‘남’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하는 방법을 잘 알려준다. ‘나’의 속도를 되찾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나’를 단단하게 채우고 조이는 연습이야말로 곧 ‘휘둘리지 않기 연습’의 기본이다.

"미움받는 것에 과민 반응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미움받는 것은 매우 일상적으로 일어나는것이라 여겨야 해요. 만약 미움받더라도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거죠. 타인에게 미움받더라도, 거절당하더라도 '흐음, 그래서 뭐? 하고 태연한 얼굴로 지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미움받는 일은 종종 있으므로 일일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입니다."(p.45)



2장 〈자신의 속도 되찾기〉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으면 생각할 것」, 「대부분의 상사는 솔직한 의견을 바라지 않는다」, 「무난한 행동이 당신을 지킨다」, 「마음에 여유를 갖기 위해 최악을 예상해 두자」, 「착실하게 일을 진행하기 위해 추천하는 체크 리스트」, 「 ‘리스트 업’이 당신의 답답함을 해소해 준다」, 「불안이 많은 사람일수록 위기관리 능력이 높다」, 「마음이 크게 흔들릴 때 일주일 묵혀두면 자연히 진정된다」, 「자신을 휘두르는 성가신 ‘욕구’를 쉽게 멀리하는 방법」 등 9가지 항목과 두 번째 칼럼 「조금한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면」이 실려 있다.

저자는 일을 시작할 때는 먼저 마음을 정돈하라고 말한다.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힌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꿀 것을 주문하는 것이다. 억지로라도 기분을 끌어올리면 생산성도 따라서 올라간다는 사실이 심리학 실험에서 이미 밝혀졌다고 말한다.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낸시 로스바드는 대형 생명보험회사의 콜센트 담당, 고객 서비스 담당, 클레임 처리 담당자들을 모아서 약 3주 동안 조사를 실시했다. 뭐냐 하면, 매일 아침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할 때의 기분이다. 신나는 기분인지, 불쾌한 기분인지 알아보았다. 또 회사의 기록으로 그날의 생산성도 확인했다. 생산성은 통화 시간, 컴퓨터에 로그인한 시간, 한 시간당 전화를 건 횟수 등으로 측정했다. 

이 결과 매우 재미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일을 시작할 때의 기분이 긍정적이면 그날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일을 시작할 때 기분이 부정적이면 생산성은 별로 높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처음이 중요하다'라고 하는데 업무 역시 그렇다는 것이다. 즐거운 기분으로 시작하면 지겹다고 짜증내면서 시작할 때보다 훨씬 부드럽게 자신의 속도로 일을 잘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이를 토대로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을 책에 적었다. "아침밥으로 노란색 음식을 먹는 것이에요. 노란색 음식은 도파민 같은 행복 호르몬을 분비해 줘서 누구나 빠르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심리 기술은 자신이 주체적이고, 자신을 중심으로 자신에게 이로운 방법을 알려주지만 마지막 한 가지 당부도 잊지 않는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중심적으로 제멋대로 남을 휘둘러도 안 된다.’는 저자의 충심어린 조언이다. 남들이 다 바다에 가자고 말하고 있는데 남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혼자만 부득부득 산으로 가겠다고 우기는 게 ‘휘둘리지 않기 연습’은 아니라는 뜻이다. 나의 소신이 중요한 만큼 남의 생각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하고, 나의 속도가 중요한 만큼 남의 속도도 인정해야 하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소신인 듯하다. 이 책이 지향하는 세상은 어쩌면 남의 속도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나의 속도를 지켜내어, 모두가 쾌적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그러려면 결국 모두가 각자 ‘연습’해야 한다. 나 스스로 ‘휘둘리지 않기 연습’이 단단하게 잘 되어 있을 때, 비로소 남을 휘두르려는 욕심도 내려놓을 수 있고, 나를 지배하는 억압과 불안과 욕망에서도 놓여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나이토 요시히토(ないとう よしひと, 內藤 誼人)


심리학자. 현재 일본 릿쇼대학의 객원교수이며 유한회사 앙길드의 대표 이사를 맡고 있다. 사회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심리학 응용에 힘을 쏟으며, 특히 실천적인 심리 기술을 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저서로는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 『신경 끄기 연습』 『말하기의 기본은 90프로가 심리학이다』 『생각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의욕을 일으켜 세우는 심리학』 등이 있다.


역자 : 이진아


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마친 후 일본어 출판번역 과정과 그림책 번역 과정을 수료했다. 독서토론 논술 강사를 거쳐 현재 다양한 분야의 일본 도서를 리뷰, 번역하며 일본어 번역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밤이와 밤』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오싹 살벌 서바이벌』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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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감각 - 21세기 지성인들을 위한 영어 글쓰기의 정석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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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전문 작가이든 일반인이든 사회 생활을 한다면 누구에게나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다. 글쓰기는 능력의 유무를 막론하고 소통의 기본이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다음의 문제다. 가까운 사람과는 직접 대화로 말하고, 또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는 전화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시간의 제약을 피할 수 없다. 시공간의 거리로 말미암아 말로써 제대로 의사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문자가 생겨났다. 문자는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전할 수도 있고, 뒷 세대 혹은 미래의 사람들에게도 의사를 전할 수 있다. 이 문자가 인쇄술과 더불어 세상을 바꾸어놓았다. 학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글이다. '가, 갸, 거, 겨', 'a, b, c, d' 등이다. 낱자들이 모여 음절을 이루고 단어를 만든다. 단어는 일정한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소리를 문자로 표현하는 것은 소리글자(한글, 영어)라 하고, 뜻을 문자로 표현하면 뜻글자(한자)다. 

학교에 다니면서 말과 글을 통해 지식을 배운다. 또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등에 대해서도 교육 받는다. 거기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문자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문자 사용이 많아진다. 글쓰기는 학교에서 배울 때 제대로 배우면 사회에 나가서도 아무 지장 없이 글쓰기, 말하기를 잘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 또한 글쓰기고 말하기다. 일정 학년이 되면 말로 자신이 배운 바를 발표하는 것보다 글로써 답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진다. 이는 사회에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말로 하는 것은 기록으로 남길 수 없지만 글로 쓰는 것은 기록의 의미가 덧대여져서 그렇다. 즉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문자라는 것이 당연한 알게 된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문자는 일부 계층에게만 허용되었다. 지배층의 전유물이었다. 지배층은 피지배 계층이 지식을 얻고, 생각을 분별하게 해주는 글자를 익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생산직에 종사하는 피지배 계층이 책만 읽고 있다면 세상이 멈추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들이 지배하는 시스템 자체가 뒤집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을 많이 읽어 세상의 이치나 정보의 취득이 자유로워지면 누구든 지금의 자신이 속해 있는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피지배 계층이 현재 세상에 불만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지 지배층은 너무나 잘 알기에 그들이 문자를 알기를 원치 않았다.



이 책 『글쓰기의 감각』은 「21세기 지성인들을 위한 영어 글쓰기의 정석」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독자처럼 책을 좋아하지만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지 않는 사람도 '글쓰기의 정석', '글쓰기 수업'이란 제목만 발견해도 눈을 번쩍 뜬다. 책 읽는 사람은 글쓰기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일반 사람들이 그럴진대 전업 작가나 전문 학자들은 오죽하겠는가? 특히 그들은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남이 보지 않은 곳에서 피나는 노력을 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늘 자신의 글쓰기에는 후회를 남긴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들은 겸손한 말에는 다음에는 이번 글보다 더 잘 쓸 것이라는 다짐과 각오도 담겨 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바람은 누구나 간절하다. 일단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관한 좋은 규칙과 습관을 길들인다면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글쓰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란 후회로부터 비롯된 일이지만 대체로 이 말은 참이다. 보통 사람들은 모국어를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데 크게 뒤떨어질 우려는 없다. 그 시간에 다른 지식 획득에 더 관심이 많을 뿐이다. 이를 테면 대학 시험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스티븐 핑커는 "세상에는 왜 이렇게 못 쓴 글이 많을까?"라는 폭로적인 질문으로 말머리를 꺼낸다. 우리가 좀 더 나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어는 문자 메시지와 소셜 미디어 때문에 타락하고 있을까? 요즘 아이들이 글쓰기를 신경이나 쓸까? 아이가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왜 글쓰기에 신경을 써야 할까? 이런 질문들을 거침없이, 끊임없이 쏟아내고 그것들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그것을 순리대로 이어붙인 것이 이 한 권의 책에 쓰여 있다. 인지 과학자이자 언어학자인 저자 스티븐 핑거는 언어에 대해, 자국어인 영어에 대한 많은 물음을 이 책에 담았다. 영어의 미래에 대한 예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방면에서 오늘날 영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더 좋은 영어로 가꾸고 다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해서인지 저자의 문체는 쉽고 명료하다. 때로는 임계선을 넘을 듯 말 듯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그의 글쓰기 솜씨는 흥미진진하면서도 교훈적이서 이 책에서 유감없이 흡인력을 발휘한다. 핑거는 21세기에 맞는 어법 지침서란 어떻게 진화해 나가야 할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의미로 이 책을 집필했다.



글쓰기 지침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이 출판돼 나온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우리는 대학 입시를 위한 논술고사 실시로 글쓰기가 다시 비판대에 올랐고, 글을 잘 쓰기 위한 지침서 등이 때맞춰 쏟아져 나왔다. 입시 제도 자체가 우리와 다른 서양은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글쓰기 지침서가 꾸준히 출판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 전 세계로 확대돼 전자 메일과 SNS 사용이 전 세계적 추세고, 이에 따른 신조어와 논리적으로 앞뒤가 연결되지 않은 나열식 문장 등이 난무하면서 젊은 세대의 글쓰기 실력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런 책들은 대체로 갑자기 빠른 시간 내 급조된 듯한 글쓰기 지침서라서 내용도 비슷하다. 그러나 이 책 『글쓰기의 감각』은 저자가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히 조사·연구해 온 문제들이라 다른 지침서와 차별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영어의 퇴락을 한탄하거나, 사사로운 불평을 늘어놓거나, 100년 전 지침서들에 실린 진위가 의심스러운 규칙을 재활용하는 대신, 언어와 인간 정신을 연구하는 과학 분야들로부터 얻은 통찰을 끌어들여 어떻게 하면 더 명료하고, 일관되고, 근사한 문장을 쓸 수 있을지 알아본다. 특히 인터넷 탓이나 요즘 아이들 탓을 하지는 말라고 핑커는 말한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늘 어려운 문제였다고 잘라 말한다. 

저자는 좋은 글을 쓰려면 먼저 남들의 좋은 글을 음미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상력도 있어야 한다. 우리가 독자의 시선을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구체적인 대상으로 이끈다는 환상을 머릿속으로 그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면서 맞닥뜨리는 '지식의 저주', 즉 우리가 아는 지식을 모르는 사람의 입장을 좀처럼 헤아릴 줄 모르는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 능숙한 작가가 되려면, 구문이라는 것이 어떻게 복잡하게 뒤엉킨 생각들의 그물망을 단정하게 한 줄로 이어진 단어들의 열로 바꿔 주는가 하는 원리도 세심하게 알아야 한다. 또한 한 문장이 매끄럽게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도록 잘 엮음으로써, 글 전체가 일관성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올바른 어법을 규정한 수많은 규칙 중에서도 명료함과 우아함을 드높여 주는 진짜 규칙들과 그저 전설이나 미신에 지나지 않는 가짜 규칙들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영어와 우리는 구문 체계가 다르고, 생활 습관이나 언어 습관이 다르지만 언어 생활을 하는 인간이란 점에서 본다면 영어의 문제가 우리 한글의 문제와 완전 다르다고 말할 수 없다. 핑커의 지적처럼 상당 부분 우리말과 글의 사용이 언어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이 책에는 훌륭한 예문과 끔찍한 예문이 가득 실려 있고, 옛 지침서들의 훈계조 말투나 검박한 문체만을 최고로 치는(고전적이라는 명분으로) 단순한 취향은 없는 이 책에서, 핑커는 글쓰기가 그 자체로 즐겁게 익히는 기술이자 재미난 지적 주제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고전적 글쓰기 지침서에서 불만을 느끼게 된 나머지, 저자는 21세기에 맞는 글쓰기 지침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저자가 야심만만하게도 윌리엄 스트렁크 주니어와 앨윈 브룩스 화이트의 『영어 글쓰기의 기본』을 대체할 책을 쓰고 싶다는 말은 아니고, 그럴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말은 더욱더 아니다. 어차피 독자들이 글쓰기 지침서를 딱 한 권만이 아니라 더 많이 읽는다면 더 좋을 테고, 스트렁크와 화이트(보통 두 사람을 공저자로 여겨서 이렇게 함께 부른다)의 조언은 여전히 매력적인 만큼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유효한 것도 많다. 때문에 그 책의 지침에 따르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될 것이고, 저자처럼 다소 불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것이란 뉘앙스로 〈서문〉을 통해 집필 취지를 밝힌다.

이를 테면 고전이나 계몽적 글에는 유효하지 않은 것도 많다. 『영어 글쓰기의 기본』 공저자 스트렁크는 1869년에 태어났다. 오늘날의 작가들이 전화가 발명되기 전(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다), 현대 언어학과 인지 과학이 탄생하기 전, 20세기 후반 세계를 휩쓴 탈격식화(informalization)의 물결을 경험하기 전에 글쓰기 감각을 발달시켰던 사람의 조언에만 의지하여 기술을 닦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핑커는 전제한다. 또한 21세기의 글쓰기 지침서는 옛 지침서들처럼 무턱대고 강권하는 태도를 취할 수가 없다. 요즘 작가들은 과학적 회의주의 정신과 권위를 의심하는 정서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작가들은 “죽 그렇게 해 왔으니까.”, “내가 그렇다고 말하면 그런 거야.” 하는 말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고, 나이가 아무리 어린들 조언자에게 얕잡아 보일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이들은 남들이 자신에게 떠안기는 모든 조언에 마땅히 합당한 이유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핑커는 설명한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그 이유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제 우리는 라틴어와의 엉성한 비유에 의존했던 전통 분류학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문법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사람이 독서를 할 때 그 머릿속이 어떻게 활동하는가에 관한 연구 결과를 많이 갖고 있다는 까닭이다.

이 책은 저자의 말마따나 어법에 관한 교조적 원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규칙의 근거를 알려줌으로써 그것을 적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명시하고 있다. 명료함과 일관성을 최우선으로 중시하는 논픽션 장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픽션을 쓰는 작가들에게도 유용한 원칙들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파커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열성적인 독자가 되어 탁월한 저자들의 공통된 습관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뛰어난 저술들을 풍부하게 인용해 하나하나 본받을 점을 소개한다. 우선 고전적 글쓰기 스타일에 정통해야 하며 필자들이 자주 범할 수 있는 ‘지식의 저주’를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 주거나 나중에 자신이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 보고 독자들이 이해 못 할 부분을 찾아내 잘 설명해 주기를 권고한다. 정확한 영문법 사용에 관한 다양한 용례를 소개하며 연속성, 일관성 있는 글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에 관해서도 많은 예문을 들어 설명한다.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를 맞아 글쓰기 실력이 형편없이 떨어졌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요즘엔 챗GPT가 대신 글을 써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시대에도 여전히 명쾌하고 아름다운 글들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글쓰기에 진심인 독자들이라면 스티븐 핑커가 들려주는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책에서 보석 같은 글쓰기 팁들을 여러 개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의 번역자 김명남도 뒷 부분 말을 보탠다. "번역가들이 가끔 푸념처럼 서로 하는 말이 있다. 어떤 글이 정말 잘 쓰였는지 아닌지는 그냥 읽어서는 잘 모르고, 번역해 보아야 비로소 알게 된다는 것이다. 책을 술술 읽어 내려갈 때는 참 잘 쓴 글인 것 같았는데 막상 번역하려고 하면 여기저기 불명확하거나 부정확한 문장에 턱턱 걸리는 경험을 나도 종종 한다. 왜 그럴까? 아마도 번역이 엄청나게 깊은 수준의 읽기라서 그럴 것이다. 글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문장도 구성도, 그 글을 한 줄도 빼놓지 않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다른 언어로 옮겨야 하는 번역가만큼 면밀하게 파고들어 감상하는 독자는 또 없다."(p.629)



"『글쓰기의 감각』에서 스티븐 핑커가 알려주는 것은 논픽션 글쓰기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스타일이다. 핑커는 글의 거시적 구성부터 미시적 문법 문제까지 두루 다룬다. 이 책의 2~3장(章)은 언어를 불문하고 세상의 모든 작가에게 강제로라도 읽히고 싶은 내용이다." 번역자 김명남은 핑커를 '수동태를 쓰지 마라'는 조언 같은 것을 절대적 진리로 주장하는 교조주의자가 아니고(이 대목에서 한국어 번역가인 나 또한 얼마나 속이 후련했는지!), 오히려 규칙과 관습에 얽매이는 원칙주의자가 좋은 글을 망친다고 보는 실용주의자라고 한마디로 규정하고 있다.


저자 :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1954년 캐나다 몬트리올의 유태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맥길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가 1979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실험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MIT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은 후에는 하버드 대학교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조교수를 지냈으며, 1982년부터 2003년까지 MIT 교수를 역임했고,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하버드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과 언어, 본성과 관련한 심도 깊은 연구와 대중 저술 활동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이자 인지 과학자로 꼽히고 있다. 주요 연구 주제인 시각 인지와 언어 심리학 연구로 미국 심리학 협회(1984, 1986년), 미국 국립 과학 학술원(1993년)과 영국 왕립 연구소(2004년), 인지 뇌 과학 협회(2010년), 국제 신경 정신병 학회(2013년) 등이 주는 상을 받았으며, ‘올해의 인문주의자’, [프로스펙트 매거진] ‘세계 100대 사상가’, [타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포린폴리시] ‘세계 100대 지식인’에 선정되었다.

일반 대중을 위해 펴낸 책들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핑커는 자신의 대중적 저술 기획을 크게 언어 3부작과 마음 3부작이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 ‘언어는 생물학적 적응’이라는 아이디어에 기반해 언어의 모든 측면을 개괄한 『언어 본능』(1994년)이 언어 3부작의 첫 번째 책이라면, 상상과 추론에서 감성과 유머와 재능까지 마음의 (언어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 나타나는 논리 구조를 분석한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1997년)가 마음 3부작의 첫 책이다. 그리고 특수한 현상 하나를 선택,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각도에서 조사함으로써 언어와 마음의 본질을 조명한 『단어와 규칙』(1999년), 인간 본성에 관한 아이디어와 그것의 도덕적, 감정적, 정치적 색채를 탐구한 『빈 서판』(2002년)에 이어, 단어로 생각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들여다본 『생각거리』(2006년)로 언어 3부작과 마음 3부작을 동시에 마무리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2012년)는 그가 평생 탐구해 온 인간 본성의 과학을 집대성해 인류사에서 폭력의 감소를 분석한 책이다. 『지금 다시 계몽』은 전작의 문제 의식을 발전시켜, 현대 과학의 성과에 근거해 계몽주의를 재구성한다. 이 책은 2018년 아마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역자 : 김명남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을 지냈고,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제2회 롯데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상 수상,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로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경험 수집가의 여행』 『비커밍』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면역에 관하여』 『틀리지 않는 법』 『지상 최대의 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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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리학 필독서 30 - 뉴턴부터 오펜하이머까지, 세계를 뒤흔든 물리학자들의 명저 3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22
이종필 지음 / 센시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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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운 학문 중의 하나로 알려진 물리학은 어떤 과정을 거쳐 현대 물리학에 이르렀을까? 물리학을 처음 배웠을 때를 돌이켜보면, 그리스 시대의 자연과학에서 연유한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물리학은 처음 배웠을 때의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을 벗어나지 못한 채 고등학교 때 배운 기초 물리학의 기억으로만 독자와의 인연을 끝냈다. 독자가 학교 다닐 때는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 대입을 준비했는데 문과 대학의 일부에서는 수학과 물리학을 본 고사에서 치르지 않는 대학도 있었다. 대신 문과 계통의 공부는 더 해야 했다. 물리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독자로서는 결국 문과로 진학했고, 대신 물리학과 수학으로부터는 아주 멀어지게 됐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별도로 물리학이나 수학을 배우지 않았고, 취업 시험에서도 수학과 물리학은 별 필요없었다. 당시 고등학교 교과목(커리큘럼)도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 아래 구성되었다. 그러나 정작 직장 생활하면서 왜 고등학교 교과목에 물리나 수학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여러 번 필요성을 느꼈다. 실제 기업체에서는 물리학과 수학이 훨씬 사용도가 높았다. 경제학 책을 읽어야 할 때도 수학과 물리학 이론이 밑받침된 것들이 많았다. 직장 생활 중 동료들과의 잡담에서도 물리학과 수학에 관한 이야기가 훨씬 많았다. 실물 경제에 대한 이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말하는 물리는 우주나 천문학에만 소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수학 역시 복잡한 공식이나 고등 수학이 아닌 한, 기초 기초는 수시로 쓸모가 있었다. 그러나 문과에서 열심히 배웠던 철학적 사고나 글쓰기 등은 별로 화제가 된 적도 없고,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한 적도 없었다. 굳이 비유해 표현하자면 우리의 일상에서는 '이과적 머리'가 '문과적 머리'보다 훨씬 효용성이 높았다.

이 책 『세계 물리학 필독서 30』은 세상의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부터 광대한 우주와 시간의 비밀까지, 생명과 우주의 이치를 담은 물리학 책 가운데 독자들이 꼭 알아야 할 텍스트 30권을 저자 이종필이 선정, 소개한다. 저자는 「우리 시대에 반드시 읽어야 할 물리학 고전들을 추천하며」이란 제목의 〈서문〉을 통해 "물리학은 상당히 매력적인 학문이지만 누구나 선뜻 다가가기는 힘들다. 설령 관심이 생겨 책을 읽어보려 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만큼 깊고 넓은 학문"이라고 전제한다. 저자는 이 책 『세계 물리학 필독서 30』이 물리학에 대한 이런 막연한 갈증과 낯섦을 해결하기 위한 책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물리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여러 권의 대중 과학서를 집필하고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발히 활동해온 물리학자 이종필 교수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다. ‘교양으로서 과학을 어떻게 알려줄 것인가’라는 저자의 오랜 고민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저자는 〈서문〉에서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바뀌어도 ‘과학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언제나 ‘고전 명작’일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그 ‘고전 명작’을 선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과학의 원초성(originality)을 담은 책’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기준에 따라 물리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거나 그런 역할을 했던 과학자가 쓴 책을 위주로 서른 권의 책을 선별했다고 한다. 과학적 사고의 기원이 된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와 서구의 2,000여 년 정신세계를 지배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 인류가 어떻게 수학의 언어로 자연을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책의 서두에 배치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처럼 초기 과학적 사고와 이론의 본질을 보여주는 학문적 여정을 지나면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파인만, 스티븐 호킹처럼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역사적으로 위대한 과학자들의 저서를 친절한 설명과 함께 '쉽게' 풀어낸다. '쉽게'란 표현은 독자가 붙인 수식어지만, 특별한 물리학 지식이 없어도 이 책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대중적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물론 대중적 문장이란 일반 독자들이 읽어도 이해할 정도의 수준이란 뜻이다. 소개된 원전이 쉽게 쓰여진 것일 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저자의 손을 거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기술되었다는 독자의 판단 때문이다. 또 기존 고전적 과학자뿐만 아니라 킵 손이나 안톤 차일링거처럼 최근에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 현 시대 가장 촉망받는 과학자와 이미 세계적인 일가를 이룬 인물들의 책까지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나 『코스모스』 『시간의 역사』처럼 구매한 사람은 많지만 끝까지 읽은 사람은 별로 없는 명작들에 대한 소개와 해설도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이다. 왜 끝까지 읽지 못했을까?란 이유를 생각해보면 흥미 있고, 이유 있는 책의 내용을 발견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독자처럼 고등학교 기초 물리학 수준에서 이론과 개념을 넘어 교양으로서의 물리학, 거대한 지식의 맥락 가운데 하나로서의 물리학을 알고 싶다면 이 책 『세계 물리학 필독서 30』을 추천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란 게 독자의 기대이다.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짜릿하고 놀라운 지적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뉴턴의 『프린키피아』에 대한 책 선정 이유는 당연하다. 뉴턴이 과학사 특히 물리학의 역사에 끼친 영향은 가히 혁명적이다. 그의 저서가 소개되지 않는다면 어쩌면 '필독서'로서 가치를 잃을지도 모른다. 뉴턴의 '만유인력 발견'은 과학사를 뒤집을 대단한 사건이다. 물리학을 몰라도 뉴턴은 아는 사람도 많을 정도로 그의 물리학에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그러나 그가 『프린키피아』란 책을 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독자도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었다. 이유는 복잡한 기하학으로 쓴 책이라 물리학 전공자들도 일일이 모든 것을 따라가면서 읽기 쉽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수학을 모르는 인문계열 출신이 책을 따라가면서 그 모든 증명을 다 이해하고 어떤 지식을 얻기를 바라서가 아니라고 한다.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저자에 따르면 뉴턴 이래도 인류는 수많은 훌륭한 물리학 교과서를 엄청나게 많이 출간해 왔다. 지식을 얻기 위해서라면 현대의 잘 정리된 교과서가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프린키피아』는 말 그대로 물리학의 '고전 명작'이다. 그래서 문장 하나하나를 일일이 다 따라가면서 탐독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17세기의 과학혁명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수학의 언어로 어떻게 자연을 이해하게 되었는지 일단 '구경'이라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대학에 가지 않았거나 이미 졸업한 독자들이라도 대학 신입생의 마음으로 이 책의 목록을 들여다본다면 새로운 독서의 욕구가 생기지 않을까, 저자는 기대한다고 밝힌다. 또한 『세계 물리학 필독서 30』에 적힌 책의 목록만으로도 대략적으로 물리학 발전의 역사를 엿볼 수도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만 저자는 자신의 기준 때문에 최근 급증하고 있는 국내 저자들의 저서를 아직은 포함하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세월이 좀 더 흐르면 국내 저작들도 원초성을 갖는 고전의 반열에 충분히 오를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힌다. 저자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추가로 읽을 만한 추천도서에 국내 저작들을 많이 반영했다고 덧붙인다. 비전문적 독자로서 훨씬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별도의 구분 없이 30권의 책에 각 한 장(章) 할애해 모두 30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의 맨 마지막엔 앞서 언급한 국내 저작물을 포함한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참고도서〉를 소개한다. 이 책은 대체적으로 연대기 순으로 정리돼 있다. 1장에는 「신은 언제나 기하학을 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플라톤의 『티마이오스』를 소개한다. 같은 순서로 30장에는 「SF와 과학의 경계 사이, 다중우주를 향한 담대하고도 놀라운 가설」이란 제목의 맥스 테그마크의 『맥스 테그마크의 유니버스』가 올라 있다. 책 앞 부분에 〈목차〉는 독자들이 필요한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도록 잘 정리돼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찾아 읽을 때도 〈목차〉에 정리된 '과학자', '책 이름' 그리고 '제목'을 한 번 쭈욱 훑어볼 것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권유한다. 과학의 흐름도 짐작할 수 있고,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 누구의 어떤 이론이 성과를 이뤘는가에 대해 추정케 하기 때문이다. 

독자는 우리가 사는 현대로 구분되는 시점, 즉 제2차 세계대전 종전에 기여한 가장 큰 무기인 '원자폭탄'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알고 싶었다. '맨해튼 프로젝트'로 당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 때 시작해 갑작스런 그의 죽음으로 부통령이었던 트루만 대통령 때 완성했던 원자폭탄 이야기다. 저자는 「우주의 근본적인 에너지로 인류의 역사를 바꾼 드라마」란 제목으로 리처드 로즈의 『원자폭탄 만들기』를 15장에 배치했다. 리처드 로즈는 이 책으로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1988)을 수상했으며 세계적 저술가 반열에 올랐다. 리처드 로즈는 1986년 과학자, 정치가, 군인, 심지어 피폭자까지 600건의 문헌과 수백 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원자폭탄의 개발의 역사를 재구성했다. 

20세기를 특정짓는 단 하나의 장면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피어오른 버섯구름을 선택한다고 저자 이종필은 말한다. 그 이전과 이후 세상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거기에 함축돼 있기 때문이란다. 무엇보다 우리 인류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에너지를 손에 넣게 되었다. 원자핵 속에 감춰졌던 그 에너지는 이전에 인류가 사용하던 에너지보다 최소 수백만 배나 더 큰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다. 그렇게 큰 에너지가 일시에 분출하도록 만든 핵무기는 도시 하나를 완전히 절멸시킬 위력을 가졌으며, 그 때문에 오랜 세월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던 전쟁의 개념조차도 바뀌어버렸다는 게 원자폭탄의 의의를 규정한다.



또한 핵무기의 등장과 일본의 패망으로 형성된 전후 질서는 21세기인 지금까지도 큰 틀에서 유지되고 있다.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물리학자들이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원자폭탄 역사를 재구성한 이후 저자 이종필은 책의 내용에 집중한다. 이에 따르면 '원자폭탄(atomic bomb)'은 말 그대로 원자 속의 에너지를 이용한 폭탄이다. 따라서 그 원리를 이해하려면 우선 원자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 책(『원자폭탄 만들기』)은 바로 그 지점, 즉 우리가 원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한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여정의 끝으로 1945년 핵무기 실전 투하와 종전, 그리고 그 이후 후기까지 다루고 있다. 사실 이 정도 방대한 양을 다루려면 이 정도 분량(번역서 2권)으로는 도저히 불충분할 것 같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로즈는 그리 많지 않은 분량 속에 정말로 방대한 이야기를 깔끔하면서도 균형감 있게 녹여냈다고 평가한다. 또 『원자폭탄 만들기』의 놀라운 점은 단지 과학이나 과학자들 이야기만 다루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중요한 정치사회적인 사건들, 심지어 군사적인 상황과 전선의 전황까지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여기에는 연합국뿐 아니라 독일과 일본도 포함된다. 그래서 책 한 권이 여러 권의 책을 대신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 이종필은 강조한다.

이후 온전히 과학적인 진전에 따라 원자폭탄의 원리와 제조 과정, 관여한 인물들의 과학적 공적들을 일일이 열거한다. 원자폭탄이라는 어마어마한 에너지 방출은 어느 날 갑자기 한 사람의 천재성에 의해 제시됐지만 그 과학적 입증 과정은 수많은 과학자와 사람들의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여기서 마지막에 이름을 올린 과학자는 놀랍게도 독일인이다. 독일의 화학자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은 1938년 우라늄에 중성자를 때리는 실험 와중에 이상한 결과를 발견했다. 반응 후에 생긴 물질이 우라늄보다 더 무거운 초우라늄이 아니라 널리 알려진 바륨과 비슷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주 큰 에너지가 방출되었다고 한다. 오토 한의 동료였던 리제 마이트너와 그의 조카 오토 프리슈는 중성자가 우라늄을 보다 가벼운 바륨으로 쪼갰으며, 그 과정에서 반응 전후의 질량 차이만큼 아인슈타인의 E=mC2 공식에 따라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한다고 올바르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들은 나치를 피해 독일을 떠나 스웨덴으로 피신해 있었다. 프리슈는 생물학의 세포 분열에서 이름을 따 이 현상을 '핵분열'이라 불렀다는 점을 책에서 인용해 확인해 준다.



이로부터 얼마 뒤 일본이 항복하면서 전쟁은 끝났다. 핵무기는 지금까지도 국제정세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 또한 북한 핵무기가 현안이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도 전술핵 사용 여부가 큰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21세기 현재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핵무기가 어떤 국제정세 속에서 개발되었는지, 그와 관련된 과학기술적인 원리가 무엇인지, 이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 이종필은 리처드 로즈의 『원자폭탄 만들기』의 이야기를 인용해 역설하고 있다. 물론 책에 과학자들의 천재성과 엄청난 노력 등이 녹아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젠 핵무기를 문명 발전에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에 대해 인류에게 새로운 숙제를 남긴 셈이다. 이로써 과학, 특히 물리학 발전의 새로운 방향과 과제로 부상한다.


오펜하이머의 기구한 일생은 과학과 사회의 관계, 과학자의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 등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에 관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특히 맨해튼 프로젝트는 20세기 과학의 대표적인 특성인 이른바 빅사이언스의 본격적인 시작이어서, 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방식이 극적으로 전환되고 있었고, 그 속에서 과학자들의 역할과 책임 또한 예전처럼 간단하지 않게 되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프로메테우스적인 삶을 살았던 한 영웅의 복잡 다면한 모습을 층층이 파헤쳐 과학이란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묻고 있다.(p.175)


저자 : 이종필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물리학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입자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고등과학원KIAS, 연세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고려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상허교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샐러리맨, 아인슈타인 되기 프로젝트』 『우리의 태도가 과학적일 때』 『신의 입자를 찾아서』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물리학 클래식』 등이 있고, 번역서로 『물리의 정석』 시리즈, 『그림으로 보는 모든 순간의 과학』 『블랙홀 전쟁』 『최종 이론의 꿈』 등이 있다.

최근 출간한 『물리학, 쿼크에서 우주까지』 책에는 가장 작은 입자에서 가장 큰 우주까지, 세상이 작동하는 근본 원리를 추구하는 물리학의 결정적 장면들이 담겨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힘과 운동의 법칙부터 인간의 직관을 뛰어넘어 미시세계를 지배하는 양자역학까지, 만물의 근원이 되는 입자의 발견에서 우주의 탄생과 미래에 대한 비밀까지. 비밀이 풀리는 물리학 여행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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