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럭이는 세계사 - 인간이 깃발 아래 모이는 이유
드미트로 두빌레트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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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의 국기인 태극기에 관한 상징성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는 초등학교 다닐 때 한국 역사 시간에 배운 정도로 알고 있다. 나라를 대표해 가는 곳에는 어김없이 태극기가 걸려 있고, 국가 수반의 해외 방문 때도 방문국의 국기와 함께 나란히 걸릴 때마다 애국심은 물론 국가에 의한 자긍심도 자극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어려운 여건 하에서 짧은 시간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세계에서 '기적 같은 나라'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가 해외에서 대접 받는 일이 1990년대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이른바 해외 여행 붐이 일어났을 때 독자로서 첫 해외 여행을 갔을 때 절실히 느꼈다. 물론 '어디서 오셨나?'라고 물을 때 'Korea'라는 답변 앞에 'South'를 붙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조금만 설명을 더하면 적잖은 사람들이 아는 척해 주었다. 

태극기도 이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알아볼 정도로 충분히 잘 알려져 있다. 태극기가 상징하는 것에 대해 완전히 설명하기에는 지금도 무리가 있다. 또 초등학교 때 태극기 그리기 시간에 4귀에 있는 건·곤·감·리를 제대로 그리지 못해 쩔쩔맸던 기억을 제외한다면 그렇게 그리기 어려운 점은 없었다. 그러나 아직도 정확하게 상징하는 것을 완전하게 기억되지 않아 제대로 설명할지는 스스로도 부끄러운 점이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이란 나라도 자신들의 국기를 그리는 일이 쉽지 않아 어렸을 때 제대로 그려내는 일이 많지 않다고 한다. 사실 국기에 대해 정확하고 온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어느 나라든 못 그릴 국기는 없다. 상대적으로 굉장히 쉬운 일본 국기나 삼색기는 무척 쉬워 보이기는 하지만 문장이 들어가거나 특별한 의미가 추가돼 바뀐 국기를 그려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많은 국기를 한자리에서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올림픽 같은, 나라를 대표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체육대회일 것 같다. 거기서도 상위 입상자에게는 메달과 함께 국기가 게양되고 우승국은 국기와 함께 국가(國歌)까지 울려퍼진다. 선수나 참가한 관객들은 감격스러운 장면이다. 올림픽이 국가 대항전이기 때문에 개인의 영광은 물론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힘을 보탠 '영웅'들에게는 걸맞는 상을 별도로 국가 이름으로 주기도 한다.



이 책 『펄럭이는 세계사』는 “상징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이라는 설명적 상징성을 덧붙이고 있다. 고대 이후 인류가 국가를 세우고 자신들의 공동체에 대한 특별한 애착을 갖게 된 데에는 아마도 국기의 역할이 컸을 것 같다. 나라의 번영과 멸망을 가르는 전쟁에서도 깃발은 굉장한 상징성이 있고, 그 상징성에 따라 병사들의 단결을 꾀한다. 전쟁터에는 대체로 국기보다는 국기를 변형한 상징성을 갖는 깃발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아무튼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이고,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를 명확하게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 책의 저자 드미트로 두빌레트도 “깃발에는 꿈과 의지, 역사와 미래가 깃들어 있다. 깃발은 역사의 미니어처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지만 사실은 국기와 깃발에는 인류 수천 년의 역사가 얽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 변천사를 따라가며 세계를 보는 방식을 뒤바꿀 책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이 책에 200가지가 넘게 수록된 다양한 국기와 상징 속에는 과거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와 변화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1994년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는 텔레비전 화면에서 우연히 보게 된 국기에 대한 특별한 인상 때문에 국기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고 밝힌다. 당시 소년이었던 저자는 수십 년 후 우크라이나의 내각 장관이 된다. 정치인이자 기업가가 된 그가 무한한 지식과 사랑을 담아 이제는 깃발 아래에서 소란스럽고 치열하게 벌어졌던 인류의 여정을 책으로 엮어냈다. 깃발의 역사, 그리고 정치와 문화적 상징을 탐구하기 시작한 저자는 전 세계 국기에 자주 등장하는 상징체계를 찾아 그 패턴의 기원과 전파 과정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흥미롭게 이 책에서 풀어낸다.

혁명가의 이성과 마음에 불을 지피며 세계지도를 재편한 삼색기, 제국주의의 물결을 타고 지구 반대편에도 가닿은 영국의 유니언잭, 거대한 공산주의 블록을 견고하게 쌓은 오각별. 역사 속 수많은 장면을 완벽히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색과 무늬의 의미를 알아두면 처음 보는 국기에서도 그 나라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의 저자 드미트로 두빌레트는 우리나라와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서도 책의 앞 부분에서 언급한다. "나와 한국을 깊이 연결해준 것은 다름 아닌 태극기였다. 태극기는 미학적으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철학과 역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볼수록 빠져들게 된다. 더구나 점령군에 맞서 저항했던 한국의 지난날은 우크라이나인인 나로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한복판에서 휘날렸던 태극기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까닭도 바로 그 때문이다."(p.11) 

저자는 최근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부연 설명한다. "최근 비상계엄 선포의 여파로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열렸다는 뉴스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분노한 젊은이들이 태극기가 아니라 인터넷 밈과 가상 단체의 상징이 담긴 깃발을 들고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만두 노총', '화난 고양이 집사 연맹', '일정이 밀린 사람 연합'(집회 나오느라 약속을 다 취소했다는 뜻)처럼 이색적인 깃발들이 인파 속에서 저마다 유쾌하게 개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국의 집회는 목숨을 걸고 일장기 위로 태극기를 덧칠한 스님부터 인터넷 밈이 그려진 깃발과 케이팝 댄스로 무장한 풍경에 이르기까지, 지난 세기 동안 한국 사회가 얼마나 크게 변화하고 발전해왔는지 선명히 보여준다."고 기술하고 있다.

저자가 깃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일은 앞서 언급한 대로 월드컵 중계를 시청하면서부터이다. 텔레비전 한구석에 자리한 스코어 옆의 알록달록한 사각형이 어째서 자신에게 그런 따뜻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는지 지금도 설명할 길이 없고, 당시에는 그 깃발 뒤에 숨은 또 다른 세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심오한 뜻을 갖고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지만 미국과 경기를 펼친 스위스의 국기가 직사각형이 아니라 정사각형의 모양이라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또 이탈리아와 아일랜드가 만난 그다음 경기에서는 이 두 나라가 국기가 몹시 유사하다는 점에 놀라기도 했다. 

물론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면서 불거졌던 놀라움과 의외적 발견을 가슴에 안은 채 자라면서 국가의 장관 자리도 맡고, 기자로 글도 썼으며 여러 사업을 벌이며 바쁘게 움직이는 바람에 잊고 있다가 최근 다시 그때의 충격에 대한 오랜 숙원 해소에 나서서 이 책을 집필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은 세계의 국기를 크게 구별하는 방법으로 따로 분류하지 않고, 세계의 국기를 비슷한 상징과 정체성 별로 모두 17장(章)에 걸쳐 각 국의 국기에 대해 펼쳐보인다. 국기의 상징, 제작 원리, 그리고 나라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색과 선, 면으로 구성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문의 문장을 사용하기도 한다. 지금의 각 나라 국기는 대개 근대 이후 확정된 국기들이다. 나라의 상징이 될 요소들을 강렬한 이미지를 표현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기초하는 듯하다. 

우리는 많이 접하지 못했지만 저자는 특이한 예로 태평양의 아름답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비키니 환초를 먼저 끄집어낸다. 1954년 미국은 이곳에서 최초의 수소폭탄 실험을 실행했다. 이때 일어난 폭발로 섬들이 그대로 증발했고 인근 원주민은 방사능에 피폭되면서 미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바로 이곳, 비키니 환초의 깃발은 미국 국기와 닮아 있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오른쪽 상단에 그려진 검은 별 3개는 폭탄이 터지며 날아간 섬들을 은유한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하단에 마셜어로 “모든 것은 신의 손에 달렸다”라고 적힌 문구다. 이것은 미국이 폭탄 실험을 위해 원주민 167명이 이주하도록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하자, 비키니 환초의 지도자가 내놓았던 대답이라고 한다. 수십 년 전 원주민이 겪어야 했던 아픈 역사와 미국이 저지른 과오가 깃발에 박제되어 있는 것이다.

비키니 환초의 국기를 둘러싼 이 인상적인 이야기만이 아니라, 세계의 국기에 담긴 기상천외한 역사는 무궁무진하다고 저자는 밝힌다. 캐나다는 국기에서 대영 제국의 흔적을 지우고 완전한 주권국으로 거듭나고자 단풍잎 국기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여야 간 극심한 대립을 겪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아프가니스탄은 오랜 내전으로 20세기 들어 열아홉 번이나 국기를 바꿔야 할 만큼 격변의 시기를 거쳐야 했다. 이와 함께 적도기니에서는 광기에 휩싸인 독재자가 나라를 쥐락펴락하며 기이한 국기를 만들어내는 사건도 있었다고 밝혀낸다. "깃발은 한 나라의 정치, 지리, 역사를 보여주는 미니어처"라고 저자가 강조한 까닭이다. 저자는 국기의 변화는 그 나라가 평화로웠는지 혹은 굴곡 많았는지 말해준다고 지적한다. 격동 속에서도 살아남은 깃발 한 장은 수백 년의 역사를 묵묵히 증언한다는 것이 저자가 국기를 살펴보며 탐구한 결론이다.


앞서 저자가 한국 독자들에게 쓰는 인삿말을 책 앞 부분에 썼던 것 중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에 갑작스런 계엄령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이때의 상황을 저자와 함께 다른 시선으로 기술한 내용이 출판사 소개글에 나온다.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은 국기 대신 직접 만든 깃발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이유는 다양했다. 특정 정치 세력으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 우리 같은 사람도 여기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함께하는 이들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아니면 그저 재미있게 즐기고 싶어서. 시위가 확산되면서 그 의미는 더욱 깊어졌다. 각기 다른 깃발이 하나둘 모여 거대한 물결을 이루었고, 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정부를 향한 민주적 분노이자 연대의 상징이 되었다.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이색적이고 웃음을 자아내는 깃발을 촬영해 공유하는 문화가 생겨났고, 날이 갈수록 정교하고 일사불란해지는 기수들의 움직임이 탄식과 함께 경탄을 불러일으켰다."

깃발이 지닌 힘을 증명하는 사례로 저자와 출판사는 수없이 보고 들었다. 역사적으로는 더 많은 사실을 알아냈을 터이다. 저자는 시리아 이야기도 꺼낸다. 13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이 반군의 승리로 끝났을 때,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국기를 교체하는 것이었다. 또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러시아 국민은 국기의 붉은색 줄무늬를 흰색으로 바꾼 깃발을 들고 시위에 나섰는데, 전쟁을 지지하는 세력은 나치 깃발을 연상시키는 Z 표식을 사용하여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불의와 핍박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마다 깃발 아래 모여 저항하고 연대하며 새로운 시대를 선언해왔다. 바람 잘 날 없는 격동의 시기에 출간된 이 책은 전 세계 국기에 수놓인 인류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돋보기 같은 책이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부의 내각 장관을 역임했으며 30년 넘게 국기와 깃발을 연구해온 저자 드미트로 두빌레트가 중요한 역사의 한 장면들을 세심히 골라 인류의 뜨거웠던 지난날을 펼쳐 보인다. 혁명과 함께 탄생한 삼색기부터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유니언잭,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룬 태극기를 비롯해 백합이나 독수리처럼 익숙한 상징에 깃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역사를 해석하는 힘을 얻게 된다. 길거리 어디서든 마주치는 깃발의 화려한 색과 무늬 속에서 역사적 순간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인간은 정보가 시각적일수록 더 쉽게 인지하고, 더 오래 기억한다고 한다. 이 책 『펄럭이는 세계사』는 역사서라면 으레 그렇듯 기념비적인 사건을 연대순으로 설명하지 않고, 각 장을 대표하는 디자인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전 세계 국기에 자주 등장하는 상징체계를 찾아 그 패턴의 기원과 전파 과정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흥미롭게 풀어내는 것이다. 프랑스 삼색기는 혁명가의 이성과 마음에 불을 지피며 세계지도를 다시 그렸고, 영국 유니언잭은 제국주의의 물결을 타고 지구 반대편에도 가닿았으며, 오각별은 거대한 공산주의 블록을 견고하게 쌓았다. 역사 속 수많은 장면을 완벽히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색과 무늬의 의미를 알아두면 처음 보는 국기에서도 그 나라의 역사를 엿볼 수 있게 된다.

특히 이 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국기는 물론이고 해학과 풍자를 섞어 만든 깃발까지 200개 이상의 이미지를 수록해 세계사의 흐름을 한눈에 펼쳐 보인다. “깃발에는 꿈과 의지, 역사와 미래가 깃들어 있다”고 이다혜 기자가 보탠 추천의 말처럼, 거리 곳곳에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깃발 하나에도 수천 년의 역사가 얽혀 있다. 그 속에 깃든 과거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와 변화를 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며, 세계를 보는 방식을 뒤바꿀 책이기에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저자 : 드미트로 두빌레트(Dmytro Dubilet)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 태어나 키예프 대학교와 런던 비즈니스 스쿨에서 공부했다. 기자와 은행가로도 일했고, 2017년 IT 회사인 핀테크 밴드를 공동 설립한 후 모노 뱅크를 출시하였으며, 2019년부터는 젤렌스키 정부의 내각 장관을 지냈다. 구글과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뉴 유럽 100인(The New Europe 100 list)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였다. 오랫동안 세계 곳곳의 국기와 깃발을 연구하며 알게 된 역사를 재치 있게 풀어낸 『펄럭이는 세계사』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이 일어나기 6개월 전에 처음 출간되었다.


역자 : 한지원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텍사스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좋은 책을 읽고 발굴하고 번역하며 살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코카인 블루스』, 『테스토스테론 렉스』,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멘탈의 거장들』, 『편집 만세』, 『책을 먹는 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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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꿀 수 없는 것에 인생을 소모하지 마라 - 세네카 인생 학교
    알베르트 키츨러 지음, 최지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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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바꿀 수 없는 것에 인생을 소모하지 마라』는 「세네카의 인생 학교」란 부제를 갖고 있다. 왜 세계가 전쟁에 휩싸여 있는 이 시점에서 세네카를 등장시키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저자 알베르트 키츨러는 현재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경쟁의 대상이 '나 이외의 모든 사람'이라는 극한 대립의 상태라고 인지하는 것 같다. 디지털 시대로 바뀌고 AI 등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모든 것이 너무 빠르고 정신없고 복잡하고 시끄럽다. 또 소비적인 일상 속에서 우리의 내면은 점점 마모된다. 예전과 달리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요동치는 세상에 참을 수 없이 불안해지는 순간이 온다. 

    바로 그때,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는 세네카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평정심의 철학자’ 혹은 ‘삶의 철학자’로 불리는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스토아학파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권력의 정점에 올랐던 정치가였던 그는 공포와 광기로 가득했던 고대 로마에서 역동 그 자체인 삶을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높은 지위를 누리다 황제로부터 자결 명령을 받아 생을 마감하기까지, 끊임없는 시험과도 같았던 인생에서 세네카가 제1의 목표로 두었던 것은 다름 아닌 내면의 평온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세네카는 걱정이 없고 마음의 평온이 지속되는 상태가 행복이라고 보았다. 그에게 있어 평온은 단순히 고요한 상태가 아니라 옳다고 여기는 것을 지켜내는 행동에서 오는 선물이었다. 세네카는 내면의 평온을 이루는 데 있어 무엇보다 실천성을 강조했다는 말이다. 무언가를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를 삶 속에서 행동으로 옮겨야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철학을 앎의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실행 자체를 철학의 독립적인 부분으로 격상시킨 선구적인 철학자였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로 인해 그의 가르침은 2,000년을 뛰어넘어 오늘날 다시 부흥하고 있다. 세네카가 남긴 지혜가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빛나는 지침이 될 뿐 아니라, 강인한 내면의 가치를 발견하게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세네카를 인생의 스승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 『바꿀 수 없는 것에 인생을 소모하지 마라』는 종이와 잉크로 지어진 ‘인생 학교’다. 세네카의 철학과 삶을 깊이 파고들어 그 안에 담긴 지혜를 톺아 올린 이 책은 평정심을 찾는 길로 독자를 이끈다. 요동치는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오롯이 ‘나’의 삶을 살아가길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지혜는 단지 쌓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라는 세네카의 가르침에 저자 독일의 철학자 알베르트 키츨러는 큰 깨달음을 얻고, 세네카의 철학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이 책 『바꿀 수 없는 것에 인생을 소모하지 마라』를 집필한 것도 그러한 실천의 결정체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종이와 잉크로 지어진 ‘인생 학교’라는 비유적 표현이 걸맞다. 이 책은 인생의 문제들에 관한 세네카의 이야기를 세 차례의 수업으로 나누어 담았다. 그의 말과 글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그 속뜻을 다듬어 독자에게 전한다. 세네카의 삶 또한 깊이 파고드는 이 책은 요동치는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오롯이 ‘나’의 삶을 살아가길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세네카의 가르침을 총 네 개의 장을 통해 전한다. 첫 번째 장은 '예비 학교'로 철학이 무엇이며 우리 삶에 왜 철학이 필요한가를 살핀다. 세네카는 “산다는 것은 신의 선물이며, 잘 산다는 것은 철학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그저 살아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학이 필요하다. 철학은 영혼을 가르치고 삶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은 '세상과 운명'을 다룬다. 세상, 운명, 상황은 우리에게 예고 없이 들이닥치며 우리를 좌절에 빠뜨린다. 세네카는 욕망의 광란을 가라앉히고 공포의 엄습을 막아낼 이성에 관해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기만의 중심과 정체성을 지켜낸다면 외부 사건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의연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다. 세 번째 장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다룬다. 세네카는 “내가 어디에 있든 나는 나의 것”이라며 주체성을 강조한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통제하고 삶을 주도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아무런 선택지 없이 그저 떠내려가는 삶을 살게 된다고 경고한다. 이 장에서는 세네카의 철학을 통해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합치되는 방법을 배운다. 마지막 장은 '타인과의 관계'를 다룬다. 우리는 관계없이 살아갈 수 없다. 타인과의 연결은 실존적 문제다. 세네카는 인간의 불완전함에 관대해질 것을 주문한다. 결함은 모두에게 존재하며, 타인에게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은 곧 자기 모습이기 때문이다.

    세네카의 예리한 통찰과 견고한 지혜는 2,0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묵직한 교훈을 준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인생의 덧없음, 진정한 자유, 연결과 갈등, 균형과 조화…. 삶의 문제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세네카의 가르침은 명료한 길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도전 과제들을 맞닥뜨린다. 그중에는 어찌할 수 없는 외부 환경으로 인한 것도 있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관련한 것도 있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비롯한 것도 있다고 저자 키츨러는 설명한다. ‘잘 산다’라는 것은 결국 이 문제들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바꿀 수 없는 것에 인생을 소모하지 마라』는 2,000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가르침이자 세네카의 말과 글에 담긴 철학과 지혜를 독자들에게 키츨러는 제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세네카는 철학이 삶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개념에 천착하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과 변화를 이끄는 탁월한 말과 글을 남겼다. 격동의 시대 속에서 삶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한 세네카의 말과 글 속에는 삶에 관한 예리한 통찰이 빛난다.

    저자 키츨러는 이 책을 첫 번째 수업 〈나를 괴롭게 하는 세상과 운명〉, 두 번째 수업 〈나를 가장 흔들리게 하는 ‘나’〉, 세 번째 수업 〈나를 결핍되게 만드는 사람과의 관계〉 등이다. 책의 첫머리 '예비 학교'에서는 「철학, 지혜를 향한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철학 일반과 세네카 철학을 설명한다. 마지막 '나오며'는 「그대,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하라!」는 제목으로 에필로그를 대신하고 있다. 철저히 계산되고 잘 맞추어진 '인생 학교'란 느낌이다.

    세네카는 대(大)수사학자를 아버지로 하여 스페인의 코르도바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로마로 옮겨 철학·수사학을 닦아, 법정에서는 뛰어난 변론의 재주를 보였다. 일시 황제의 노여움을 사서 추방당하는 신세가 되었으나 후에 다시 소환되어 젊은 네로의 교육을 맡았다. 네로는 황제가 된 처음 5년간은 선정을 베풀었는 바, 이는 순전히 세네카의 보좌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네로가 어머니를 죽인 후로는 폭정이 쌓여 세네카는 반란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황제로부터 죽음을 받아 조용히 자기의 혈관을 잘랐다.(세계문학사 작은사전, 2002)

    세네카의 빛나는 말과 글에서 키츨러는 철학의 지혜를 건져 올린다. 어떤 상황에도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내면을 쌓아올리고, 타인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며, 자기 자신을 잘 알고 합치된 삶을 살아가고 싶은 오늘날 독자들에게 세네카의 말과 글은 2,000년을 뛰어넘어 빛나는 이정표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왜 철학, 그것도 2'000년 전 세네카의 철학이 지금 우리들이 사는 세상에 필요한가에 대해 책의 〈서문(들어가며)〉에 적고 있다. "평온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다. 전쟁, 팬데믹, 위태로운 세계정세, 다가오는 기후 재앙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기술의 최신화, 디지털화, 세계화,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과 전 세계적 네트워킹은 삶의 리듬을 급격히 가속화한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고 정신없고 복잡하고 시끄럽고 소비적이다. 우리는 일상의 모든 것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요하고 안정적인 상태는 드물어졌다. 그래서인지 행복한 삶에 무엇보다 평온함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p.15)

    저자는 행복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자기 안의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그리고 자신, 타인, 세상과의 사이가 모두 좋을 때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기 안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기다운 자기가 되려면, 스스로의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의지를 발휘하려면, 먼저 내면을 정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나에게 맞지 않는 모든 것, 내 안의 낯선 것, 나를 힘들게 하고 다양한 고통을 생성해 내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극복하고, 방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면서 평소에 생각하고 느끼고 원하고 행동할 때의 습관들을,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살 수 있을 때까지 부단히 점검하고 바꾸고 계발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버리기도 해야 한다. 이 과정을 잘해나갈 때 비로소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에 '인생 처세술'이라든가 '실전 인생 철학' 같은 과목은 없다. 종종 종교나 '윤리' 수업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일상을 극복해 나가는 방법, 일상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기쁨과 평안의 원천을 얻는 방법을 배울 곳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책 『바꿀 수 없는 것에 인생을 소모하지 마라』는 그 비어 있는 틈을 메우고자 쓰였다. 삶의 다양한 도전 과제를 잘 극복할 방법을 알려주고, 그럼으로써 계속해서 '밝은 평정심'을 인생의 기본적인 기조로 유지하고 운명적 시련에 맞닥뜨리더라도 적절한 시기에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가 되고자 했다는 저자의 집필 이유이다. 따라서 이 목적을 위해 로마 제정시대의 철학자이자 정치가로 멋진 삶의 교훈을 남긴, 인류 역사상 위대한 현자 중 한 명인 세네카가 소환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해서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일은 별 의미가 없을 듯하다. 왜냐하면 책이나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배운 지식으로는 현재 닥친 어떤 문제도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철학, 그중에서도 '세네카의 철학'이 빛나는 이유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세네카는 평온(삶의 행복)은 단순히 고요한 상태가 아니라 옳다고 여기는 것을 지켜내는 행동에서 오는 선물이라고 보았다. 또 세네카는 내면의 평온을 이루는 데 있어 무엇보다 실천성을 강조했다. 세네카는 무언가를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를 삶 속에서 행동으로 옮겨야만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로마의 철학자이다. 저자 키츨러는 첫 번째 수업 〈나를 괴롭게 하는 세상과 운명〉에서 세네카의 가르침을 얻기 위해 세네카의 저서 『과학적 탐구』를 인용한다. 이 책 『과학적~』은 자연현상을 설명함으로써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없애주고자 한 목적으로 쓴 책이다. 이는 현대의 우리가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 왜, 어떻게 그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이 책에서 세네카는 삶의 극복이라는 과업을 수행해 나가는 데 이론과 실천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세네카가 구체적으로 삶을 헤쳐나가는 방법에 대해 말한 명제와 설명으로 미루어볼 때, 그의 결론 중 하나는 우리가 인내하고 포기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불행이 주는 압박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피할 수 없음을 인내하고 적응하는 것이다."

    "운명이 유일하게 싦어하는 것은 태연함이다."

    "무엇을 견디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견디는지가 중요하다."

    저자는 이런 교휸이 진부하다고 반박할 수도 있고, 이런 교훈을 설명하기 위해 굳이 자연과 운명의 본질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느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고 전제한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을 견뎌내야 한다고만 생각하는 것과 삶의 본질과 사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 뒤에 이를 수용하는 것은 마음의 평안에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러한 성찰이 더 일찍 수행되고 내면화되어 마음 상태로 자리 잡았다면, 불운이나 사고에 대한 감정적 반응은 달라질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마음이 자잘한 걱정에서 벗어나 불행이나 사고를 자연의 법칙에 따른 필연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수준이 되면, 우리는 항상 평점심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수업에서 '운명' '죽음' '소유' '자유' 등에 관한 세네카의 철학의 깊은 뜻을 살펴본 저자는 두 번째 수업에서 '나를 가장 흔들리게 하는' 사람은 바로 '나'임을 직시하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내면을 정돈하라」「마음의 평온을 얻는 방법」「나의 삶과 내면 돌보기」「더 나은 삶을 위한 자기수양」「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의 힘」「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진정성 있는 삶」 등의 제목으로 하나씩 풀어간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법을 배우고 삶을 주도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마치 인생이라는 강물에 흘러가는 한 조각의 나무처럼 아무런 선택지 없이 그저 떠내려가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고대 철학자들의 인식과 세네카의 철학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것에 맞서 싸워 이겨내야 한다는 명제는 이렇게 굳세게 바로 선다. 그러니 이 장이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저자 키츨러는 말한다. 

    책에 따르면 세네카가 전하는 교훈 대부분이 인간과 인간의 정신적 삶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세네카는 자기 관리에 대해 언급한 수많은 기본 진술에 체계를 부여하기 위해, 우리의 자아를 이햐하는 데 도움이 되는 특정한 반복 주제들을 선별했다. 그는 명제의 논리-개념적 또는 체계적 도출에 회의적이었다. 아마 그런 작업을 통해 인생의 다면성을 완벽히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자 : 알베르트 키츨러(Albert Kitzler)


    독일의 철학자·변호사·영화 제작자.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법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라이부르크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서른한 살 되던 해인 1986년, 남미로 1년간의 도보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영화 제작에 대한 열망을 되찾고, 방향을 틀어 12년간 영화 제작자의 길을 걸었다. 그가 제작한 20여 편의 영화는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2000년, 코르시카섬으로 떠난 도보 여행에서 그는 삶의 행로를 한 번 더 바꿔 다시금 철학의 길을 걷기로 한다. 특히 고대 그리스, 중국, 인도의 실천 철학 연구에 천착하여 2010년에는 대중을 대상으로 고대의 지혜를 널리 전파하는 학교인 MASS UND MITTE(절도와 중용)를 세웠다. 그리고 이곳에서 주로 고대 실천 철학을 바탕으로 한 상담, 강연 등을 진행하고 있다.

    『나를 살리는 철학』 이후 국내에 두 번째로 소개되는 『철학자의 걷기 수업』은 걷기 및 도보 여행에서 얻은 경험과,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이르는 마음의 평온, 균형에 대한 수많은 철학자들의 지혜를 직조해낸 ‘걷기 철학’의 결정체다.


    역자 : 최지수


    전문 통번역사이자 박사학위 후 독어학과 통번역학을 연구하며 출판번역 에이전시 글로하나에서 독일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불안사회』, 『나를 살리는 철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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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길입니다 - 친절한 화두 명상 지침서
    김준영 지음 / 민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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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당신이 길입니다』는 부제 「친절한 화두 명상 지침서」를 읽어야 비로소 주제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출판사 민족사는 이 책을 "선(禪) 수행의 정수를 담은 화두 명상 실천 안내서"로 소개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다닐 때 이미 '선(禪)'의 개념을 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선에 대한 생각도, 관계되는 일도 별로 접할 일이 없고, 화제에 오른 일도 없어 점차 잊혀져 갔을 뿐이다. 지금도 머릿속 기억의 한끝에 불교 승려들은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선 혹은 참선을 하는 것으로 새겨져 있다. 이 책이 '선'에 관한 내용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출판사 소개글에 있는 내용으로 보아도 '선'과 '명상'은 거의 같은 개념인 것으로 판단된다. 

    저자 김준영은 〈머리말〉을 통해 "선은 지금 '나에게 없는 행복'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지금 있는 그 자리, 지금 경험하는 괴로움, '지금 존재하는 그대로가 행복'임을 깨닫고 확인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선의 행복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삶의 매 순간에 실재하는 지복(至福)이다. 선에서의 깨달음은 목표이기도 하지만 철저한 과정의 결과이기도 하다. 설령 깨달음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해도 과정 과정마다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보람과 가치를 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저자는 "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냥 선택하면 된다. 선은 어렵지 않다. 어려워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아서 못하는 것이다. 선에는 옛날과 지금이 없다. 늘 지금이다. 선의 전통은 2,000넌이 넘지만, 그 가르침은 '지금 이 순간'을 가르키고 있다."고 선의 개념에 세밀한 설명을 내놓는다. 

    저자는 이 책의 성격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이 책은 선의 이론서가 아니다. 실천 안내서이다. 이론은 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만큼만 썼다. 반면 실제 수행 부분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만 썼다. 처음 선을 수행할 때부터 화두를 해결할 때까지의 과정을 총 6단계로 나누었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수행의 포인트, 마음의 상태와 의미,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수행 방법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밝힌다. 이 책은 명상과 수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오늘날, 간화선(看話禪)의 핵심을 친절하고 깊이 있게 안내하는 입문서이자, 저자가 자신의 깊은 수행 체험과 오랜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 실천적 수행 지침서이기도 하다.


    또 이 책은 처음 선 수행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궁금증, “선이 무엇인가요?”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하여, 독자들의 궁금증에 차근차근 답해 나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아!’ 하는 탄성과 함께, 본래 자기 안에 있던 ‘길’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화두 명상을 중심에 두되, 위빠사나와 티베트 명상의 핵심 원리까지 아우르며, 다양한 수행자들에게 도움이 될 통합적인 접근법을 제시한다. 초심자부터 오랜 수행자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자신만의 수행 여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인 셈이다. 이 책은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선불교의 본류, 간화선을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도 접근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명료하게 안내한다. 부제 「친절한 화두 명상 지침서」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초심자도 무리없이 따라올 수 있도록 실제 수행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구성되어 있으며, 각 수행 단계별 핵심 포인트를 짚어주어 독자가 책을 읽으며 직접 수행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이 책은 수행의 전반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며, 예비수행부터 간화선의 핵심 원리를 다룬 뒤 본 수행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안내한다. 불교 수행의 핵심인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즉, 마음을 바로 보고 본성을 깨달아 부처가 되다는 가르침을 중심에 두고 선 수행의 문을 여는 여섯 단계, 공안(화두)을 통한 실천, 그리고 깨달음 이후의 삶까지 조목조목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대부분의 내용이 질의응답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수행자들이 실제로 궁금해할 법한 질문들에 대해 생생하고 현실적인 답변을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여기에 달마대사부터 혜가, 승찬 등 역대 선지식들의 일화를 곁들여 독자가 선의 깊이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오랜 시간 선지식 곁에서 선 수행과 대중불교 활동을 함께해 온 분으로, 간화선의 원리를 일상과 수행 사이에서 풀어내는 글쓰기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오랜 수행자의 깊은 내공으로 초심자의 호기심과 수행자들 사이에 궁금증을 두루 아우르며, “진정한 깨달음을 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될 책”이 될 것으로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선을 "특별한 누군가가 따로 닦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나 자신의 삶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금 이 자리에서 괴로움조차도 수행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바로 선의 시작이자 완성임을 역설한다. 아울러 이번 생의 내가 다음 생의 나에게 주는 궁극의 선물이 선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명상에 관심 있는 누구나, 삶에 방향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지금 여기’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조용하고도 강력한 수행의 지침이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책의 뒷 부분에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간화선 수행자 축서사 금곡 무여 스님의 간절한 화두 법문이 함께 실려 있어 화두 명상이야말로 우리 인생을 빛나게 해주는 참으로 믿고 의지할 길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우리는 참으로 귀중한 보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보물인 줄 모르고 있어요. (중략) 참으로 애쓰라고 해서 되게 하고 지나치게 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화두 자체만 놓치지 마세요. 그걸 (좌선)할 때만 하지 마시고, 새벽에 눈 딱 떠서부터 주무실 때까지 늘 화두를 하세요. 단전에서 가슴까지 꽉 차는 느낌이 듭니다. 그게 이제 의심덩어리(의단疑團)가 되는 거예요.”(p.294) -경북 봉화 축서사(鷲棲寺) 금곡무여金谷無如 스님 소참법문 중에서


    이 책은 마지막 〈부록〉 포함, 모두 1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선(禪)〉, 2장 〈괴로움〉, 3장 〈수행(修行)의 문〉, 4장 〈선(禪)의 문〉, 5장 〈공안(公案)의 세계〉, 6장 〈수행의 로드맵〉, 7장 〈준비할 것들〉, 8장 〈예비수행〉, 9장 〈간화선(看話禪), 그 깨달음의 원리〉, 10장 〈본수행〉, 11장 〈깨달음 이후, 중도(中道)의 삶〉, 12장 〈당부의 말씀〉, 13장 〈맺는 말씀〉, 14장 〈부록 : 참선의 자세〉 등이다. 


    입문서이자 지침서이니만큼 책의 앞 부분에는 용어 해설에 집중한다. 대부분의 입문자들이 낯선 용어에 당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독자 역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용어가 대부분이고, 한 번쯤 듣거나 책을 통해 익힌 용어일지라도 정확한 기억은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용어 해설에 좀 더 많은 시간을 두었다. 이를 테면 이 책의 핵심어 중의 하나인 선(禪)에 대한 말이다. 저자는 한 개의 장을 이용해 선을 설명하고 있다. "선이 무엇인가요?"란 질문에 답변으로 사전적 설명이 간략하게 나온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선이란 "누구나 본래부터 갖춰져 있는 완전성(完全性)을 뜻한다"고 말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가지고 있는 완전성을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뜻이다. 생명이 가지고 있는 궁극의 '청정한 마음'이라고 풀이한다. 

    저자는 다음으로 "모든 생명이 본래 완전하다는 말인가요?"란 질문을 두고 "그렇다. 모든 생명은 그 성품이 본질적으로 완전하다.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든 짐승이나 벌레의 모양을 하고 있든 신(神)의 모양을 하고 있든 모든 존재의 참다운 본성은 완전성이다. 그래서 모든 생명의 가치는 평등하다. 이 생명의 완전성을 불성(佛性), 신(神性)이라고도 부른다"고 풀이한다. 이어 "선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순수한 선의 입장에서는 당신이 '본래부터 깨달아져 있는 완전한 존재'라는 것 하나만을 이야기한다. 이것이 모든 존재에게 선이 전하는 제일의 비전이다. 또한 모든 존재에게 전하는 궁극의 선물이다. 당신은 이미 깨달아져 있는 존재이다. 당신은 본래부터 완전한 존재이다. 당신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그렇다. 가장 궁극의 차원에서 완전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라고 저자는 기술한다.

    다시 저자는 "완전하다는 의미가 무엇인가?"라 묻고, "당신은 본래 완전한 만족의 존재라는 뜻이다"고 밝힌다. 모든 결핍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임을 강조한다. 또 모든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한다. 모든 고통으로부터, 가지고 있는 모든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임을 역설한다. 이처럼 불교의 교리에 맞는 "본래 완전한 지혜의 존재"임을 확실하게 부각시킨다. 저자는 이 장의 마지막 질문을 추가한다. "참선(參禪)은 무엇인가?" 저자의 답변은 확고하다. "참선은 당신이 모든 마음의 장애, 번뇌, 기쁨이나 슬픔, 즐거움이나 괴로움, 교만, 어리석음, 탐욕과 분노, 무기력함 등에서 벗어나 당신의 본래 모습인 완전성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고 독자들의 머릿속에 새긴다.


    이처럼 이 책의 모든 장(章)은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소크라테스의 대화, 공자의 문답, 석가의 문답 형식임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이 방식이 독자들에게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방식이고, 왜 현인들이 문답식의 대화를 통해서 가르쳤는지도 어렴풋이나마 독자는 이해하게 된다. 2장 〈괴로움〉에도 질문과 답변의 형식으로 내용을 완성시키고 있다. 1장 〈선(禪)〉과 2장 〈괴로움〉과의 관계도 연결되어 있다. 장이 다르고 주어진 단어나 문구가 다르지만 독자들은 죽 읽어나가며 각 장에도 계속해서 이어져 있다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다. 2장의 첫 문장이 1장의 마지막 문장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2장은 〈괴로움〉이지만 첫 질문은 '완전성'과 연계된 질문이 된다. "당신이 나에게 완전한 존재라고 말하지만, 나는 매 순간 갖가지 고통과 걱정 속에 있다. 나에게 완전한 존재라고 이야기하지만 내가 완전하다는 것을 전혀 알 수도 느낄 수도 없다. 그런데 어째서 나에게 완전한 존재라고 하는 것인가?"(p.20)

    답변에 따르면 지금 당신이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 있다고 해도, 바다와 같은 슬픔이 있다고 해도, 온산을 태우는 불길 같은 분노 속에 있다고 해도, 그서이 당신의 온전함, 완전함을 부정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당신의 완전성을 부정하는 것은 비구름이 가득한 하늘에는 태양이 없다고 하는 것과 같다. 진정, 비가 내리는 하늘에는 태양도 없는 것인가? 비 오는 날에도 비구름 너머에서 태양이 빛나듯 고통, 슬픔, 분노에 당신이 일그러져 가는 순간에도 그 너머에서 당신의 완전성은 빛나고 있다. 그 너머에서 완전한 고요함으로 괴로워할 수 있게, 슬퍼할 수 있게, 분노할 수 있게 비춰주고 있다. 문답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답변 역시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앞 답변에 이어진 내용의 뒷 질문이 따른다. 마치 하나의 시나리오가 짜여진 대로 배우들이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다. 2장에서 하나의 질문과 답변을 여기에 기술해본다. 

    "괴로움은 왜 일어나는 것인가?" "당신의 본질은 온전하고 완전하지만, 현재 당신이 인식하는 자기의 모습은 완전하지 못하다. 둘 사이에는 매우 큰 격차가 있다. 그 격차의 크기만큼 당신은 갖가지 괴로움을 겪어야 한다. 현재의 당신이 완전성에서 멀어질수록 당신은 더 많은 괴로움, 더 깊은 고통, 더 큰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당신의 완전성과 현재의 당신 사이에는 애석하게도 두터운 어리석음이 자리하고 있다. (중략) 괴로움은 당신이 당신의 완전성을 보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괴로움만 괴로움이 아니고 즐거움도 괴로움이고, 기쁨도 괴로움이고, 사랑도 괴로움이고, 행복도 괴로움이된다. 보는 대로, 듣는 대로, 맛보는 대로 괴로움이 된다. 살면서 경험하는 모든 게 그대로 괴로움이 된다. 


    이 책의 구성에 대해 독자들도 거의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용어 해설과 내용의 전개 방식, 심지어 단계별 심화 과정까지 모두 문답식으로 이루어진 이유를 2장이 지나지 않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초심자들에게 친절하게 가르치는 최선의 방법이고, 이 방법으로 선을 수행하고 실제 목적하는 바로 나아가는 방식을 옆에서 지켜봐주는 듯한 느낌이 연속으로 들게 한다. 이 같은 책의 구성은 독자들이 현장에서 스승 승려에게 배우고 실천하며 깨달아가는 과정과 흡사한 느낌마저 갖게 한다. 이것이 이 책을 문답식으로 구성한 이유인 듯하다. 
    마지막으로 3장 〈수행(修行)의 문〉에 나오는 하나의 문답을 추가해 독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어떻게 해야 지금 이대로의 내가 완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부처님은 우리에게 네 가지 특별하고 분명한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누군든 네 가지 방법 중 하나를 꾸준하게 실천한다면 스스로의 완전성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 부처님이 더없이 감사하고 위대한 점은 우리가 본래 완전한 존재라는 가르침과 실제로 그 완전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전해 주신 것이다. 양굿따라 니까야의 『쌍경』이라는 경전에는 깨달아 완전성을 회복하는 네 가지의 수행법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첫 번째는, 사마타를 수행해서 그 힘으로 위빠사나를 닦는 방법
    두 번째는, 위빠사나를 수행해서 그 힘으로 사마타를 닦는 방법
    세 번째는,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동시에 닦는 방법
    네 번째는, 진리와 수행에 대한 바른 가르침을 통해 수행자의 마음이 순간적으로 고양되어 번뇌가 멈추고 삼매에 들어가는 것. 
    만약 수행자가 궁극의 진리를 성취했다면 그는 이 네 가지 또는 네 가지 중 하나의 방법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p.30~31)
      
    저자 : 김준영(달마 김준영)

    1960년생. 간화선을 기반으로 티벳의 족첸과 포와, 마하시, 술륜, 쉐우민 전통의 위빠사나를 섭렵. 현재, 필요에 따라 간화선, 위빠사나, 티벳명상 등을 융합해서 수행을 안내하고 있다. 20대 중반 무렵 송광사의 일각 스님을 만나 마음을 내어놓으라는 한마디에 가슴의 울분이 급속히 녹아내리는 경험을 통해 선(禪)에 입문. 1991년 무렵, 일반인들에게 참선 인연을 만들어 주겠다는 열망으로 서울에서 요가와 참선 수행 안내를 시작. 1992년부터 화두 명상과 함께 위빠사나와 티벳 명상을 하면서 수행에 대한 새로운 안목이 열렸다. 1997년 PC통신 유니텔의 불교동호회 활동을 시작, 매주 한 번씩 오프라인 참선 소모임 진행. 2000년 무렵부터 3년 동안 동호회 도반들과 함께 선지식 초청 대법회를 10차례 개최하고, 2005년부터 화두 외의 방편까지 폭넓게 쓰시는 축서사 무여 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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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광저우에서 만난 순간들 : 여행자의 스케치북』은 에세이집이다. 중국 광저우(廣州)에 체류하며 여행하듯 구석구석을 찾아 살펴본 도시의 모든 것을 스케치북에 담았다. 저자 이병수는 대형 TV 패널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따라 광저우에 엔지니어로 파견돼 약 2년 동안 체류했다. 그는 휴일이면 스케치북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저자가 만난 광저우는 그저 낯선 도시가 아니라, 역사와 현대, 전통과 젊음,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역동의 공간이었다고 회고한다. 이 책은 건축공학을 전공한 저자가 2년간의 체류 생활 속에서 보고 느낀 광저우의 도시 풍경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여행기이자 도시 인문 에세이다. 

    광저우는 중국 광둥성의 성도로서, 인구와 면적 측면으로 볼 때 중국에서도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광저우는 우리나라 경기도 광주군(廣州郡)과 이름이 같은 데다 특히 2010년 제16회 아시안게임을 개최했던 도시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당시 광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서 발표한 광저우 소개글을 우리 경향신문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광저우는 베이징, 상하이, 선전과 함께 중국에서 가장 발전한 1선도시(一線城市) 중 하나이자, 홍콩, 마카오, 광둥을 통합 발전시키고자 하는 웨강아오대만구(粵港澳大灣區)의 중심 도시 중 하나이다. 특히 오랜 역사와 전통, 문화를 갖춘 화남지방을 대표하는 도시로서, 대외무역항으로서 무역·상업의 중심도시로서 오랜기간 발전해왔다. 청(淸)대에 해금정책을 벗어난 유일한 무역항으로서 '광둥체제'의 거점으로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고, 중국의 근대화 과정에서는 중대한 혁명적 사건의 발상지이자 북벌의 거점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에도 홍콩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의 대외무역항 역할을 지속했고, 해마다 봄, 가을에는 광저우교역회를 열어왔다. 광저우와 그 주변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대도시 지역으로, 주강삼각주 경제구역의 중심도시이다. 개혁개방 이후 홍콩과 인접한 선전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최근 경제적 성과에서는 선전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중국의 화남지방의 최대 정치, 경제, 과학기술, 교육, 문화 중심지로서, 22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대 해상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일찍이 널리 알려진 도시이다. 전통적으로 직물 관련 산업이 발달해왔고 현재는 첨단 IT산업들이 대규모로 입주해있으며, 상업, 제조업, 서비스업의 중심지로서 자동차, 석유화학, IT산업 등이 주요 산업을 구성하고 있다.


    저자 이병수는 회사에서 파견된 건설 엔지니어로 체류 기간에 광저우 이곳저곳을 여행했다. 워낙 크고 역사가 깊은 도시이기에 볼 것도 많았겠지만 40여 곳의 주요 명소와 숨은 여행지를 발품 팔아 직접 방문하고, 그 풍경을 정성껏 그림으로 담아냈다. 단순한 여행자라기보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 따뜻한 시선을 갖고 살펴보고 스케치북에 풍경과 풍습, 사람들의 정(情)까지도 담아냈다. 이로 인해 저자의 스케치에는 여행지 정보뿐만 아니라 따뜻한 시선이 깃든 경험과 감정들이 책장을 넘길수록 잔잔한 울림을 전해준다. 독자로서는 수많은 사진이 현란하게 담겨져 있는 풍경보다는 차분하고 유서 깊은 이야기를 곁들인 따뜻한 정서를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인 여행기로 읽을 수 있었다. 한 도시를 2년 동안 돌아다니며 그림으로 남겼다는 말은 그곳 시민의 한 사람으로 따뜻한 시선이었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저자는 이 같은 감성으로 현지인이 알려준 광저우의 랜드마크와 숨은 명소 40여 곳을 스케치에 담아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광저우 타워, 오페라하우스, 짠시루, 사몐다오, 백운산 등 현지인과 직접 소통하며 찾은 여행지와 도시의 다양한 면모를 수록하였다. 특히 건축 엔지니어의 시선이 더해진 도시 스케치 구조물과 공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보이는 독특한 감성을 기록해 독자로서는 신선한 정보로 다가온다. 특히 저자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중국 현대사의 흐름과 광저우 사람들의 삶까지 조명하였다.

    저자는 책의 서문인 〈들어가며〉를 통해 "휴일이면 배낭을 메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망중한(忙中閑)의 시간을 활용하여 무작정 떠났다.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싫고,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보내기도 싫어 무작정 여행하며 시야에 들어온 모든 것을 느낌 그대로 스케치했다."고 진솔하게 적고 있다. 저자는 언어장벽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처럼 지하철·버스·택시·고속철도를 타고, 때로는 걸으면서 여행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과 직접 부딪으며 여행하는 방식은 많은 경험과 성장, 새로운 관점과 인간관계를 만들어 주었다고 설명한다. 독자의 머리에는 조선조 후기 실학자들 중의 한 분인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떠오른다. 광저우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사람으로 어떤 목적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싶은 저자의 생각이 더해진 것 아닌가 싶다.


    저자는 우선 일반적인 광저우의 기후 특징과 그곳 사람들의 독특한 문화, 역사와 사람들의 일상을 자세히 적는다. 개별적으로 찾아간 특징 있는 장소 40여곳을 방문했지만 변화한 도시 모습으로 보는 광저우 속에서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일상의 모습인지는 〈들어가며〉를 통해 먼저 기술한다. "광저우는 매우 무덥고 습도가 높은 지역이라고 익히 알고 있었다. 여름은 평균 기온 섭씨 30도로서 체감온도는 이보다 훨씬 높았다. 땀이 금방 솟고 끈적한 느낌이 하루 종일 지속되는 곳이다. 백운공항에 도착하여 공항 대기실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려고 밖으로 나왔을 때의 느낌은 잊을 수 없다. 숨이 '컥'하고 막히면서 호흡이 매우 불편하였다. 타는 듯하면서도 찌는 듯한 더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아열대기후에서 자라는 야자수 등의 열대식물이 반겨주었다."(p.4)

    첫 인상을 적는 저자의 마음에는 우리 나라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호흡이 불편할 정도로 무더운 날씨임을 강조한다. 근무를 하다 첫 여행을 시작했을 때에는 바이두(百度)라는 앱을 활용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하철을 이용하였고 잘 알려진 명소 위주로 갔다고 저자는 밝힌다. 처음 여행이니만큼 가깝고 비교적 잘 알려진 곳을 찾았던 모양이다. 처음 방문했던 여행지가 광저우역 근처에 있는, 카피 제품이 모여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모조품 시장 '짠시루(站西路)'였다고 한다. 말로만 들었던 이곳에 대한 첫 인상은 훨씬 크고 북잡해서 저자는 깜짝 놀랐던 모양이다. "예상했던 대로 없는 물건 빼고 전부 있었다"는 저자가 실제 놀란 것은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모방했는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진품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놀란 것은 이뿐만 아니었다. 우리 나라도 인구밀도가 세계 순위로 볼 때 최상위에 위치할 정도로 높다.(2015년 기준 약 509명/㎢) 더욱이 국토의 약 70%가 산지이며, 도시화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대도시 중심으로 인구가 매우 밀집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도시 인구 밀도는 세계 순위에서 세 손가락 안으로 꼽는다고 한다. 그러나 광저우의 인산인해를 보고 또 한번 놀랐다고 말한다. "광저우 지하철 노선은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청결하였다. 지하철을 타고 광저우역에 내려 짠시루로 이동하는 길은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인산인해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은 난생처음 보았다. 사람들의 행렬에 떠밀려서 이동하였다. 평상시에도 이렇게 사람들이 붐비는 광저우역인데 춘절 기간에는 말도 못할 정도로 인파로 가득하다고 한다."(p.5) 


    이 책은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광저우의 랜드마크와 도심 핫플레이스〉, 2부 〈광저우의 전통과 역사, 유적, 사찰, 민속〉, 3부 〈휴식, 젊음, 창작 그리고 낭만〉 등이다. 1부는 앞서 언급한 광저우역과 「광저우의 명물 오페라하우스」 「광저우의 움직이는 심장 광저우 타워」 「휴식과 쇼핑, 이벤트의 중심지 광저우 베이징루」 「중국의 작은 유럽 사몐다오」「동전 모양의 독특한 건물 광저우 위안 빌딩」「광저우의 코리아타운 웬징루」「중국 대규모 기업 완다그룹의 뤄강 완다광장」「새롭게 도약하는 개발구의 역동적인 건설 현장」「상아탑의 보금자리 대학성」 등 18곳의 건물과 기능 등을 화폭에 담고 설명을 덧붙였다. 또 2부에서는 「광저우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 영남인상원」「광저우의 옛 기록이 보관되어 있는 광저우박물관」「여섯 그루의 용(榕)나무가 있는 전통 사찰 육용사」「광저우의 국립 현충원 광저우기의열사능원」「대한민국 독립군이 군사 유학했던 곳 황포군관학교」「중국의 국부(?父)를 기리는 쑨원기념당」「역사상 가장 부도덕한 전쟁을 기념한 아편전쟁박물관」 등 역사적 건물과 현대에 새로 지은 기념관 등이 담겨 있다. 마지막 3부에는 「실개천이 흐르는 아기자기한 광저우의 옛 마을 소주촌」「창작이 살아 숨 쉬는 곳 동방홍창의원」「광저우의 전설, 오양석상이 있는 월수공원」「광동성 명산 중의 명산 백운산」「광저우 시민을 위한 휴식 공간 인민공원」「젊음이 살아 숨 쉬는 강변 주강파티맥주문화창의예술구」「광저우 도심의 힐링 포인트 톈허공원」「공부벌레들이 득실거리는 곳 황포도서관」「곡선미가 아름다운 아파트 향설국제아파트」「드넓은 백만 송이 해바라기밭 백만규원」「광저우에서 가장 큰 천후상이 있는 남사천후궁」「중국의 남해 산미 차랑 홍해만」「음양의 조화가 이곳에 있다 소관 단하산」 등 21개 건물과 랜드마크인 지역이 옛 모습을 그대로 지닌 채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광저우의 명물 오페라하우스」를 알아본다. 먼저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일반적인 개관을 설명한다. "1,800석 규모의 관람석을 가진 광저우 오페라하우스는 상하이 대극장, 베이징 국립공연예술센터와 함께 광저우에 위치한 중국 최고의 공연예술극장 중 하나이다. 광저우 남부 주강 옆 비즈니스 지구인 주강신성에 있다. 2개의 조약돌을 콘셉트로 유기적인 연결성을 보여주는 광저우 오페라하우스는 이라크 출신의 영국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다. 하디드는 건축계의 아카데미상이라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건축가다."(p.26)

    저자는 그림으로만 소개하기에 덧붙여 실감나는 영상을 QR코드를 활용해 감상할 수 있도록 책에 끼워놓는 배려도 놓치지 않았다. 아울러 이 건물을 지을 당시 어려움과 외관의 조형미를 살리기 위한 시행착오와 수많은 인력 동원 등 어렵게 세워진 건물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현대식 건물의 어려움과 함께 오랜 옛날 세워졌던 각종 대표적 건물도 놓치지 않는다. 정교한 고딕 양식의 성당인 「광저우 천주교의 성지 석실성심대교당」도 그렸고, 이 성당에 관한 에피소드도 끼워넣어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이 성당의 설명으로 "석실성당 한쪽에 있는 부속실 또한 이 건물의 거룩함과 온유함 그리고 오랜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석실성심대교당을 지을 당시 외방전교회의 질만(Guillmin) 주교가 1863년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이탈리아 로마에서 흙을 1kg씩 가져와 합토해 이 성당을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했다는 말도 들려준다. 그것을 상징하기 위해 동쪽 벽면에는 '1863 예루살렘', 서쪽 벽면에는 '1863 로마'라는 글자를 음각으로 새겨놓았다고 전한다. 

    광저우에는 일찍부터 무역항이었기에 '작은 유럽'으로 불리는 '사멘다오'가 있다. "19세기 영국과 프랑스가 주강을 매립하여 만든 인공섬이다. 청나라 때 난징조약과 텐진조약에 의해 조계지가 되어 외국인이 거주하던 치외법권 지역이었다. 현재는 유럽식 건축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광저우의 필수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 특히 웨딩 촬영, 화보 촬영 등을 위해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광저우의 핫플레이스"(p.58)란 소개글을 달았다. 또 광저우에는 「동전 모양의 독특한 건물 광저우 위안 빌딩」도 있다. "광저우시는 현대 건축 기술의 경연장 같다. 똑같은 모습의 빌딩은 볼 수가 없는데, 이는 그만큼 중국 정부의 노력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건축물 외관심사위원회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곳곳에 있는 건축물을 통해 볼 수 있다. 시내 중심부에 있는 이 동그란 건물의 이름은 '광저우 위안 빌딩'으로 옛날 동전 모양을 하고 있어 광저우에서도 독특한 건물로 손꼽힐 정도다.(p.68)

    이 건물은 중국의 에너지·화학 기업 '홍다싱예'의 사옥으로, 원반 모양의 황금 동전을 상징하고 있다. 이탈리아 건축가 조세프 디 파이스콸레가 설계하여 2013년 12월에 완공한 최고 높이 138m, 33층 규모의 건물이다. 이 건물을 건설하던 초기에는 '동전', '엽전'을 닮았다고 하여 '엽전빌딩'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다 준공에 임박하여 이름을 공모한 결과 '광저우 위안 빌딩'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저자는 이 건물 건축 당시 쓰였을 설계도의 일부에서 건축물이 올라가는 모습을 스케치로 남겨 당시의 에피소드도 덧붙이고 있다.


    「광저우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 영남인상원」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곳은 광저우 대학성 단지의 남쪽에 있는 영남인상원(링난인샹위안)은 일종의 민속촌이다. 영남이라는 지명은 중국 남방 5개영의 남쪽 지역, 즉 광동·광서·해남 지역을 지칭하는데, 중국 남부 남령산맥 아래의 지방을 말한다. 영남인상원은 영남의 특색 있는 거리, 전통 건축, 주민들의 일상생활 등을 볼 수 있는 곳으로서 이곳에서 관광, 휴식, 오락, 쇼핑, 음식 등을 즐기며 영남 지역의 전통 민속 문화를 알 수 있다.

    "영남인상원은 광동 지방의 전통 마을을 재현한 민속 마을이다. 민속 문화를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 특색 있는 거리이며, 광동 무형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곳이다. 옛날 그대로의 은행, 영화관, 신문사 등 추억의 장소들과 광동의 전통 음식점들이 있어, 사람들에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복합 문화 체험지이다. 각종 행사용 사진을 촬영하기에도 적합한 장소다.(p.116)

    「중국의 국부(?父)를 기리는 쑨원기념당」은 물론 「대한민국 독립군이 군사 유학했던 곳 황포군관학교」도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감회가 새롭고 일제 강점기 우리 독립군이 군사훈련을 받았던 곳이라 새삼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이밖에도 옛날 당나라 때 유명한 양귀비가 즐겨 먹었다고 알려진 '리치'의 본고장 '리즈완'의 소개도 인상적이다. 리즈완은 리치가 많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광저우시가 물의 도시인 것처럼 이곳에는 물가를 따라 리치나무가 울창하게 심겨져 있다. 리치의 계절이 다가오면 온 동네가 붉은 리치로 넘쳐난다고 한다. 이곳은 또한 "아름다운 수변 구역으로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장소이다. 유람선 관광이 가능한데, 각종 명승고적과 문화유산이 많아 배를 타고 감상하기 좋다.(p.238)


    저자 : 이병수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건축공학과 졸업

    · 건설안전기술사

    · 국토교통부 건설기술교육원 교육심의위원

    · 서울주택도시공사 건설안전위원

    · 한국철도공사 사외강사

    · GS건설㈜ 현장소장 역임

    · 현, 경기대학교 창의공과대학 건축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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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법정 지음, 김인중 그림 / 열림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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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는 우리에게 큰 깨우침을 주고 가신 법정 스님의 글 중에서 여전히 깊은 울림을 전하는 일부를 엄선해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우리에게 〈무소유〉의 가르침을 주신 법정 스님의 저서는 자신의 유언에 따라 일체 발간할 수 없기 때문에 출판사 측에서는 일부를 발췌해 그림이나 인터뷰 등과의 콜라보로 가르침을 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은 이번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화가인 김인중 신부의 그림과의 서화집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은 말의 과잉과 소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건네기 위해 '침묵'의 키워드로 법정의 깨달음을 담아내고 있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법정이 말하는 ‘침묵’은 단순히 말수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선다. 법정 스님은 “침묵은 인간이 자기 자신이 되는 길”이라고 말하며, 침묵을 통해 말의 무게를 되새기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법정 스님은 이러한 침묵의 태도와 맞닿아 있는 삶의 자세로 ‘단순함’을 강조하며, 비움과 절제를 통해 진정한 풍요를 일구는 길이라 말한다. 그리고 자연은 말없이 존재함으로써, 인간에게 삶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고요한 스승이라 여긴다.

    이번 책에는 ‘빛의 화가’로 불리는 세계적인 예술가 김인중 신부의 미공개 작품 30여 점이 실려 있다. 그는 법정 스님의 정신에 깊이 공감하며, 그 뜻을 담아 정성껏 작품을 선별하고 작업에 참여했다. 작품마다 물질문명 속에 감춰진 고요와 생명의 흐름, 내면의 빛이 담겨 있어, 법정 스님의 글과 깊은 공명을 이룬다. 예술과 명상이 만나는 이 책은 우리에게 단순한 독서를 넘어, 영혼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시간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단순한 명상서에 그치지 않는다. 진정성과 소박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깊은 통찰을 건네며, ‘말없이 정진하는 태도’를 통해 정신적인 가치와 참된 행복을 되찾도록 이끈다. 영성을 회복하고 진실한 삶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 속에서, 법정 스님의 메시지와 김인중 신부의 작품은 우리의 깊은 내면을 은은히 비춰줄 것이라는 편집진의 설명이 유난히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책은 표제어부터 강렬하다. '침묵'을 말하는 법정 스님의 글에는 강렬한 웅변의 힘이 배어 있다. 이 책을 펼쳐든 순간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깊은 사유를 시작하는 셈이다. 다소 역설적인 문구로 표제어가 된 이 책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는 말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말 이전의 고요함과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라고 권한다.

    이 책은 단순히 침묵의 미덕만을 말하지 않는다. 법정 스님은 침묵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단순한 삶을 실천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통해 인간 본연의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스님은 침묵을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길”이라 정의한다. 

    침묵은 삶의 소음을 잠재우고, 내면을 향해 나아가는 수행의 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불교에서 수행자들이 행하는 '묵언수행'과 같다. SNS, 유튜브, 뉴스, 광고 등 과잉된 말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극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많은 말들이 과연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에 대한 질문은 드물다. 법정 스님은 “말을 안 해서 후회되는 일보다, 말을 해서 후회되는 일이 훨씬 많다”고 말하며, 침묵의 가치를 일깨운다. 말이 많아질수록 진정한 소통은 사라지고, 마음은 오히려 공허해진다.

    침묵은 사색을 가능하게 하고, 진실한 말이 자라나는 공간이 된다. 법정 스님은 “침묵은 말의 뿌리이며, 진정한 말은 침묵 속에서 여문다”고 강조한다. 침묵 속에서 태어난 말은 소음이 아닌 메아리로 남는다.

    침묵은 외부로 향한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고, 마음속 불필요한 소음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그 고요 속에서 새로운 생각과 감정이 여물고, 말은 줄어들되 더욱 깊어진다. 침묵은 우리에게 조용히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삶의 속도를 늦추고 진실한 존재로 살아가는 길을 안내한다. 이 책은 ‘어떻게 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책이며, 그 질문에 대한 법정 스님의 깊고도 조용한 응답이다.


    법정 스님은 ‘침묵’과 더불어, 우리에게 단순한 삶의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법정 스님은 우리가 집착하는 많은 것들이 오히려 삶을 얽매는 사슬이 될 수 있으며, 진정한 자유는 ‘덜어냄’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보다 적은 것이 보다 풍요한 것”이라는 그의 말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려는 오늘날의 삶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현대인은 복잡한 인간관계, 넘쳐나는 소유물, 끊임없는 정보와 자극 속에서 분주한 하루를 살아간다. 법정 스님은 이를 ‘타성의 늪’이라 부르며, 무의식적인 습관과 욕망에 이끌리는 삶을 경계한다. 스님은 오히려 “적게 보고, 적게 듣고, 적게 읽고, 적게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삶을 단순화할수록 마음은 맑아지고, 본질적인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 단순함은 결국 자족으로 이어진다.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스님의 말은, 더 많은 것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는 더 높은 지위, 더 나은 환경을 꿈꾸며 미래를 향해 쉼 없이 달려가지만, 법정 스님은 진정한 행복은 얻음이 아니라 ‘덜어냄과 비움’ 속에 있다고 말한다. 단순한 집, 소박한 식사,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우리는 충만한 기쁨과 고요한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삶의 마지막 순간 역시 단순함 속에 있어야 한다고 스님은 강조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라는 그의 말처럼, 삶의 끝도 욕심과 집착이 아닌 비움으로써 완성되어야 한다. 복잡한 삶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욕망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본질과 마주할 수 있다.

    이러한 단순함의 철학은 단순한 금욕주의나 현실 도피가 아니다. 오히려 삶의 중심을 되찾기 위한 의식적인 선택이다. 나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문하고,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며 삶을 가볍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렇게 하나씩 덜어내고 정리해갈 때, 인간은 비로소 본질과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 책은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마음이 피어나는 순간〉, 2부 〈고요 속에서 들리는 소리〉, 3부 〈마음에 꽃을 심는 일〉, 4부 〈가볍게 떠나는 연습〉 등이다. 1부는 「물의 덕」「행복의 조건」「차별이 없는 사랑」「나고 죽는 일」「마음의 안정」「타성의 늪」「삶의 향기」 등 20개의 글, 2부는 「침묵의 세계」「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침묵을 사랑하라」「침묵의 눈」「자연의소리」「침묵의 배경」「적게 말할수록 깊어진다」「말과 침묵」「침묵은 인간이 자기 자신이 되는 길」「소리 없는 소리」「듣지 않으면 만남도 없다」「침묵의 의미」「소음의 시대」「침묵 속에서 전하는 우주 생명의 신비」 등 20개의 글이 등장한다. 특히 2부에는 제목에서 사용되는 단어나 문구가 거의 모두 '소리'와 '침묵'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표제어에 사용된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가 똑같은 제목의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의 글에서 쓰인 제목이 그대로 표제어로 사용되었다. 3부에는 「좋은 책이란」「번뇌와 속박에서 떠나라」「생명의 근원」「좋은 친구」「진정한 종교」「지혜의 세계」「사람이 건강하려면」「물건이 흔한 세상」「꽃이 서로를 느끼는 방법」 등의 글 20개가 법정 스님의 수행 생활의 사유에서 비롯된 글들임을 알 수 있다. 이밖에 4부에는 「살아 있는 것은 늘 새롭다」「죽음에 대해서」「윤회의 사슬」「인간다운 삶」「빈 마음」「사람의 욕망」「생명의 신비」「무소유」 등 20개의 글들이 실려 있다. 물론 법정 스님의 책의 문장 중 주제에 가까운 글과 문장을 발췌해 책의 발간에 알맞게 사용했다. 

    이 책에 사용된 그림은 신부 화가 김인중의 미공개 작품 30점이 수록돼 사유의 세계를 더욱 깊게 만드는 추상화이다. 화가 김인중은 1940년 충남 부여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스위스 프리부르(Fribourg)대학교와 파리 가톨릭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62년 국전에서 특선을, 1965년 제1회 민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파리 장 푸르니에(Jean Fournier) 화랑의 개인전 이후 전 세계에서 200여 회의 전시회를 개최해왔다. 1974년 도미니크 수도회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고, 줄곧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하다가 2022년 한국에 돌아와 현재 카이스트(KAIST) 초빙석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인중의 업적은 프랑스 미술사학자인 드니 쿠타뉴가 “세잔, 피카소를 잇는 빛의 예술가”라고 극찬할 정도이다.


    이 책의 마지막 글 「무소유」는 법정 스님의 저서 『무소유』에서 발췌한 것으로 독자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법정 스님의 가르침에 머무르게 해주는 좋은 문장들로 삶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뜬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고 많은 물량일지라도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다."(p.251)


    저자 : 법정(法頂)


    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한 후 인간의 선의지를 고뇌하다가 대학 3학년 1학기 때 중퇴하고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섰다. 1956년 당대 고승인 효봉선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같은 해 7월 사미계를 받은 뒤, 1959년 3월 통도사에서 승려 자운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이어 1959년 4월 해인사 전문강원에서 승려 명봉을 강주로 대교과를 졸업했다. 지리산 쌍계사, 가야산 해인사, 조계산 송광사 등 여러 선원에서 수선안거했고, [불교신문] 편집국장과 역경국장, 송광사 수련원장 및 보조사상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1975년 10월에는 송광사 뒷산에 직접 작은 암자인 불일암을 짓고 청빈한 삶을 실천하면서 홀로 살았다. 1994년부터는 시민운동 단체인 ‘맑고 향기롭게’를 만들어 이끄는 한편, 1995년에는 서울 도심의 대원각을 시주받아 길상사로 고치고 회주로 있다가, 2003년 12월 회주직에서 물러났다. 강원도 산골의 화전민이 살던 주인 없는 오두막에서 직접 땔감을 구하고 밭을 일구면서 무소유의 삶을 살았으며, 2010년 3월 11일(음력 1월 26일) 입적했다.

    수필 창작에도 힘써 수십 권의 수필집을 출간하였는데, 담담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정갈하고 맑은 글쓰기로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셀러 작가로도 문명이 높다. 대표적인 수필집으로는 『무소유』, 『오두막 편지』,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버리고 떠나기』, 『물소리 바람 소리』, 『산방한담』, 『텅 빈 충만』, 『스승을 찾아서』, 『서 있는 사람들』, 『인도기행』, 『홀로 사는 즐거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등이 있다. 그 밖에 『깨달음의 거울』, 『숫타니파타』, 『불타 석가모니』, 『진리의 말씀』, 『인연 이야기』, 『신역 화엄경』 등의 역서를 출간했다.

    저서로는 수필집 『산에는 꽃이 피네』, 『인연 이야기』, 『오두막 편지』, 『물소리 바람소리』, 『무소유』, 『홀로 사는 즐거움』,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등이 있고, 역서로 『깨달음의 거울(禪家龜鑑)』, 『진리의 말씀(法句經)』, 『불타 석가모니』, 『숫타니파타』, 『因緣이야기』, 『신역 화엄경』, 등이 있다.


    그림 : 김인중


    1940년 충남 부여 출생. 서울대 미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스위스 프리부르(Fribourg)대와 파리 가톨릭대에서 수학했다. 1974년 도미니코 수도회 입회 후 최근까지 종교와 예술의 길을 동시에 걷는 사제 화가로서 전 세계를 돌며 200여 차례 전시회를 가졌고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을 비롯,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벨기에 등 38개국, 45곳에 그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며 ‘빛의 화가’로 유럽 화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프랑스 가톨릭’ 회원(2016)으로 추대되었다. 프랑스 정부가 주는 문화예술훈장인 ‘오피시에’(2010)를 받았고 최근엔 카이스트 초빙석학교수로 젊은 과학도들에게 ‘빛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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