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 에메랄드 2 - 바다 요정을 만나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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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에메랄드 2 : 바다 요정을 만나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4) [원제 : Emerald and The Sea Sprites (2023)]

[My Review MMCLXIV / 을파소 22번째 리뷰] 아무리 내가 실력 좋은 독서논술쌤이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책이 하나 있다. 바로 '소녀 감성'이 물씬 나는 그런 어린이 동화책이다. 물론 나도 어릴 적에 '문학의 밤'에 흠뻑 취하기도 하고, '순정소설' 좀 섭렵하던 '문학소년'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자는 남자다. 이런 나를 당혹스럽게 한 어린이책이 바로 <이사도라 문>이었다. 도무지 '갈등'이라고는 없고, 매번 사건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등장하긴 했지만, 어린 소녀가 겪는 갈등이라고는 친한 친구하고 '사소한 말다툼'을 한 것이 전부이고, 어린 소녀가 저지른 말썽이라고는 '예쁜 물건'을 다루다 실수로 망가뜨린 것이 고작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렇게 잔잔하게(!)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이 책에서 무슨 '주제'를 고를 수 있고, 무엇으로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을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그렇게 아무런 소득도 없이 '또 한 권의 책'을 읽었구나 싶을 때, 이 책을 읽고 있는 어린 소녀 독자들의 표정을 보고서야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얼굴에 행복한 표정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아무런 갈등도 없고, 사건사고도 없고, 그저 하염없이 사랑스럽기만 한 주인공과 등장인물들 간에 펼쳐지는 꽁냥꽁냥한 이야기가 소녀들의 감성을 활활 불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남자인 내 가슴에는 그런 '불꽃 감성'이 타오르지 않는다. 그저 밋밋한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소녀 독자들에겐 '아름다운 감성' 한 스푼이 보충된 듯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재밌다고 재잘거린다. 그래서 문득 '그래, 그거면 충분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무슨 큰 영광을 누리겠다고 '보물찾기'하듯 주제를 찾아 눈을 부라릴 것이냔 말이다. 하릴없는 일이다.

이 책 <프린세스 에메랄드 2>에는 에메랄드와 델피나 공주가 '가리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호초 숲'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산호초에 '신비롭고 귀여운 바다 요정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책에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명의 공주들은 '바다 요정'을 찾아 저멀리 모험을 결심한 것이다. 아빠와 엄마도 모르게 말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아름답고 신비한 모험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지만, 사실 '두 페이지' 분량이 지나기도 전에 모험은 끝나고 '바다 요정'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모험은 끝이 난다. 아까부터 밋밋하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던가. 모험을 떠나는 도중에 '깊은 바다'를 지나야 했기 때문에 햇빛이 잘 들어서 늘 환한 '가리비 도시'와는 달리 햇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바다를 지나야 한다는 이야기 한 줄로 모험이 끝나버린 것이다. 그리고 '산호초 숲'에서 발견한 바다 요정과 만나서 재미나고 신 나게 놀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서 서둘러 귀가를 하려 한다. 이때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에메랄드와 델피나와 어울려 놀던 바다 요정 세 마리가 졸졸 뒤따라왔던 것이다. 깊은 바다를 지날 때에는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고, 그래서 바다 요정이 쫄쫄쫄 따라오는 것도 몰랐다가 환한 바다에 도착했을 때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소녀 독자들의 머릿속에는 동네 약수터에 올라갔다가 우연히 만난 '야생 동물'이 너무 귀여워서 신 나게 놀다가 그 야생 동물이 소녀들을 쫄래쫄래 뒤따라 온 것을 상상하고 있었을 테다. 그런데 델피나는 '바다 요정'을 자신들의 왕국에 초대하자고 말한다. 얼마나 소녀 독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을까? 귀여운 '야생 동물'을 만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신 났었는데, '바다 요정'을 자신이 살고 있는 집으로 초대하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맞게 에메랄드는 아주 커다랗고 아름다운 '인형의 집'을 갖고 있었다. 그곳을 '바다 요정'이 머물 곳으로 정하고, 두 공주님은 '바다 요정'을 정성껏 손님 대접을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소녀 독자들은 '길고양이'를 우연히 만났는데, 자꾸 뒤를 쫓아오길래 아예 지신의 방으로 초대를 해서 재밌고 낭만적으로 놀이를 하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처음엔 에메랄드의 '인형의 집'에서 재미나고 신 나게 놀던 '바다 요정'이 점점 생기를 잃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다 요정은 아주 작은 생물이기 때문에 짧은 모험이었는데도 아주 '긴 여정'이었고, 그 덕분에 바다 요정은 기진맥진한 상태다. 그래서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거니 했지만, '바다 요정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하긴 '야생 동물'도 무리하게 집에서 길들이려 하다간 '소중한 생명' 하나를 무고하게 죽게 만드는 나쁜 일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야생 동물'이 우연히 집으로 들어와서 함께 살아가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하지만 곧바로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만약 그 '야생 동물'이 알고 보니 '천연기념물'일 경우에는 고액의 벌금과 실형까지 살 수 있게 된다. 더구나 야생 동물은 사람이 쉽게 길들일 수 없다. 그리고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 접중'도 단기간에 여러 차례 맞춰야 하는데, 동물병원에서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엄청난 비용이 들 수도 있다. 그러니 '길고양이'나 '야생 새' 등과 같은 동물이 살갑게 굴더라도 절대 집에서 기르겠다는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 야생의 꽃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원래 있던 자리'에 살아 숨쉬며 향기를 뿜어내고 자태를 뽐낼 때 그렇다. 야생 동물도 그렇다. 암튼 생기를 잃어가는 '바다 요정'을 살리려면 서둘러서 바다 요정이 원래 살던 '산호초 숲'으로 되돌려 보내는 수밖에 없다. 에메랄드와 델피나 공주가 바다 요정을 살릴 수 있게 될까?

여기까지만 보면 '야생 동물'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는 것이 이번 책의 주제인 듯 싶다. 하지만 <이사도라 문>도 그렇고, <프린세스 에메랄드>에서도 온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엔딩'을 마무리하고 있다. 솔직히 이 부분은 나조차 '감동스럽긴' 마찬가지다. 나 어릴 적 부모님은 하루가 멀다하고 '부부싸움'을 하셨기 때문에 온 가족이 다 함께 모여서 '화목하고 다정하게' 저녁 식사를 해본 적이 없다. 살림이 넉넉치 못해서 '맞벌이'를 하셨는데, 어렵사리 시간을 내서 다 같이 모인 식사시간에도 '부부싸움'을 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였다. 그래서 동화책 속에서나마 이런 '화목한 장면'이 연출되면 몹시 부러워했었다. 그래서 이 대목을 읽을 때는 나도 살짝 '감동'을 느끼곤 했다.

그러다 문득 '재혼가정'도 이렇게 아름답고 화목하게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떠올리자 생각이 많아졌다. 기존의 '서양 동화책'에서는 재혼을 한 엄마 아빠 때문에 남겨진 자녀가 모진 고생을 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 책은 완전 달라서 온통 '긍정적 이야기'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아주 큰 차이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또 '재혼가정'인데도 '긍정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고 마냥 좋다고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이 또한 이 책을 흐믓하게 읽고 있는 소녀 독자들의 미소를 보면서 의심을 지우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이 책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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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에메랄드 1 - 어느 날 공주가 되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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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에메랄드 1 : 어느 날 공주가 되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4) [원제 : Emerald and The Ocean Parade (2023)]

[My Review MMCLXII / 을파소 21번째 리뷰] '뱀파이어요정 이사도라 문'에서 등장한 인물을 새로 주인공으로 내세운 '파생상품(?)'이 나왔다. 벌써 2명이나 배출했던 모양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마녀요정 미라벨'과 '프린세스 에메랄드'다. 일단 이 세 시리즈가 함께 '이사도라 문 시리즈'로 진행될 모양이다. 그럼 이것이 전부일까? 배경을 살짝 지구밖 '우주'로 넓혀본다면 이사도라 문이 '별똥별'로 착각했던 '빛의 요정 노바'가 있었다. 해리엇 작가라면 얼마든지 그러고도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암튼 이제 읽기 시작한 <프린세스 에메랄드>에 대한 리뷰를 시작해본다.

에메랄드는 '인어'로 등장한다. 바닷속에 살고 있는 '반인반어'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인어가 부르는 노래에는 묘한 마력이 담겨 있어서 뱃사람들을 유혹해서 잡아먹는 괴물로도 옛이야기에서는 등장한다. 우리는 흔히 인어(Mermaid)이라 표현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는 '세이렌(Siren)'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희곡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방해하는 괴물로 등장해서 유명하다. 하지만 다른 원전에서는 '세이렌'의 모습이 인간의 모습에 새의 날개를 달고 있는 괴물로 묘사되기도 하며, 같은 모습을 가진 '하피(Harpie)'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해리엇 먼캐스터가 그린 '인어의 세계'에서는 이런 설정이 모두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그리 깊지 않아 햇살이 환하게 비치는 '가리비 왕국'이라 불리는 산호초 숲에 살고 있고,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의 풍경과 정경이 펼쳐지는 다분히 '인간적인 모습'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니 <프린세스 에메랄드>를 읽으면서 기존의 설정 같은 것을 전혀 참고할 필요는 없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인어공주>와도 완전 다르다.

인간이 살고 있는 소도시..아니 '작은 왕국'을 너무도 빼닮은 가리비 왕국에 오스터 왕이 있다. 그런데 인어의 왕이 새로 결혼을 한 모양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는 '배경묘사'나 '등장인물 소개'가 전혀 없고, 그저 '새아빠', '친아빠' 등과 같은 이름만 나와 있기 때문에 전혀 알 수 없다. 그저 짐작할 뿐인데, 에피소드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소개하는 대목이 나올 것이라 확신(?)할 뿐이다. 암튼, 에메랄드는 새 아빠가 '인어 왕국을 다스리는 왕'이기 때문에 에메랄드의 친엄마 코랄은 자연스럽게 '왕비'가 되었으며, 코랄의 딸인 에메랄드는 당연하게도 '공주'가 되었다. 그럼 에메랄드는 공주가 되었으니 왕국에서만 살고 있는 걸까? 그건 아니란다. 일 년 중 절반에 해당하는 6달은 친아빠 데이스가 살고 있는 집에서 머문다고 한다. 이렇게 에메랄드는 새아빠와 친아빠로 '두 명의 아빠'가 있다.

한국에서는 이혼 가정의 아이들이 '아빠쪽'이나 '엄마쪽' 가운데 한 쪽의 집에서만 살게 되며, 대체로 다른 쪽의 집에는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서양에서는 '양육권'을 소유한 쪽에서 자녀를 기르기는 하지만, '친권'을 가지고 있는 다른 쪽에서도 자녀를 만날 수 있는 권리를 폭넓게 인정해서 자녀가 양쪽의 집을 왔다갔다하는 일이 자유스러운 모양이다. 그래서 '두 명의 아빠'를 모두 사랑하는 에메랄드의 모습이 살짝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그래도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혼사유'에는 다툼이 원인이 되기도 해서 이혼한 뒤에는 두 번 다시 볼 일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서 더욱 그렇다. 암튼 '이혼가정'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더 자세히 하도록 하고...

이 책 <프린세스 에메랄드 1>의 내용은 새로 공주로 등극한 '에메랄드'를 왕국의 시민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마차 퍼레이드'가 거행된다는 일정이 잡혔던 것이다. 물론 왕국의 '로열 패밀리'를 새로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에 왕실 가족이라면 누구라도 '불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에메랄드는 이 퍼레이드에 참석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왜냐면 낯설고 쑥스럽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은 '애초에 공주도 아님'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주'로 인정받는 것,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에메랄드는 퍼레이드에 빠지고 싶어한다.

하지만 오스터 왕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왕족이면서 퍼레이드에 불참을 한다니 있을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한마디 할 것으로 짐작할 것이다. 그런데 오스터 왕은 달랐다. "퍼레이드에 불참하겠다고, 잘 알았다. 하지만 퍼레이드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고 참석여부를 알려 주렴. 정말 가고 싶지 않다면 가지 않아도 좋으니까" 이렇게나 자상한 아빠라니, 더구나 새아빠인데 말이다. 너무 젠틀하다.

자, 여기서 이 책의 주제가 나왔다. 마음이 불편한 자리에 억지로 참석하지 않아도 좋다는 메시지 말이다. 우리 어린이들은 그런 경험이 정말 많다. 어른들의 경조사에 어린이들은 '억지로' 참석하여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경험을 정말 많았을 것이다. 나도 어릴 적에 그랬으니까 말이다. 더구나 결혼식에 참석하거나 장례식 등 '격식'이 필요한 장소에서 아이들은 정말 어색할 따름이다. 배려 많은 어른들이라면 그런 격식을 갖춘 행사에 '아이들의 몫'이라도 남겨두어서 '할 것'이라도 마련해주면 덜 심심하겠지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경건한 자리인 만큼' 얌전히 앉아만 있길 바랄뿐이다. 그런 불편한 자리에 불편한 마음으로 참석할 바에야 차라리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아이들도 꽤 많을 것이다. 여기 에메랄드 공주도 딱 그런 심정이다.

더구나 '평범한 소녀'였던 에메랄드가 느닷없이 '공주'라는 고귀한 신분이 되었다. 한창 친구들과 신 나게 놀 궁리만 할 법한 나이 어린 소녀인데, 이것저것 격식을 따지고 예절을 따지는 '왕국 생활'이 쉬울 까닭이 없다. 그래도 에메랄드는 '공주답게' 행동하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었다. 나에게 딱 맞는 옷을 입어야 '옷맵시'도 살아나고 '자신감'도 뿜뿜하는 법인데, 에메랄드는 공주에 딱 맞는 행동이나 말을 할 자신이 없어서 탈이다. 그저 털털하게 온 왕국 산호초를 천방지축으로 헤엄치며 뛰놀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는 '마차 퍼레이드'를 하며 온 왕국에 에메랄드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을 알려야 할 판이다. 정말이지 너무 부담스런 자리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하기 싫은 일을 억지스럽게 해서 잘 된 적이 많겠는가? 아님 그 반대로, 잘 못 된 수준을 넘어 폭망할 적이 더 많겠는가?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그럼 억지스러운 일을 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격식이니, 예절이니, 전통이니 떠들면서 완전히 강요를 하게 된다면...발버둥을 쳐서라도 '거부의사'를 확고히 표현하고 불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럴 경우에는 인어 왕국의 왕인 '새아빠'의 처지가 참 곤란해질 것이다. 분명 왕국의 시민들은 새로이 '공주'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텐데 얼굴조차 비추지 않는 일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에메랄드의 최종선택은 무엇일까? 새아빠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 가장 아름다운 표정으로 차창밖을 향해 손을 흔들어줄 것인가? 아니면, 퍼레이드와 에메랄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그럴 시간에 친구를 만나서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 훨씬 더 큰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고 불참할 것인가? 자, 이제 최종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두구두구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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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에메랄드 3 - 소중한 보물을 찾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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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에메랄드 3 : 소중한 보물을 찾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5) [원제 : Emerald and The Lost Treasure(2024)]

[My Review MMCLII / 을파소 20번째 리뷰] '이사도라 문' 시리즈에서 또 하나의 작품이 나왔다. <마녀 요정 미라벨>에 이어 <프린세스 에메랄드>로 이야기를 확장시킨 것이다. 왜 확장이란 표현을 썼냐면 '이사도라 문'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요정에 관한 이야기'인 탓에 숲이 울창한 깊은 산속이거나 너른 들판을 배경으로 한 '육지'였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인어'가 주인공인 덕분에 아주아주 깊고 넓은 바닷속을 배경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의 배경이 '바다'이기 때문에 확장이란 표현이 어울릴 것 같았다.

우리의 주인공은 '에메랄드 공주'다. 하지만 애초의 주인공이었던 '이사도라 문'과 친구였던 인어는 다름 아닌 '마리나'여서 직접적인 연결점이 없었다. 하지만 해리엇 먼캐스터 작가가 <프린세스 에메랄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시점에 등장했던 <이사도라 문, 인어와 헤엄치다> 편에서 에메랄드가 등장하면서 이사도라 문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 바통을 이어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사도라 문' 이야기가 종결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공간적 배경이 되는 무대를 '바닷속'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 새 캐릭터를 만든 것으로 짐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바다'를 소재로 해서 이야기할 것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앞선 이야기에서 언급했던 '해양 쓰레기'나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점점 심해지고 있으며, 이런 속도로 바다환경을 오염시켜 버린다면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지구생명체들의 절멸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금 전세계 정치, 경제, 종교, 민족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갈등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지금 당장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위기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이 바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생태계가 아주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양쓰레기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일본 핵발전소 오염수는 지금도 멈추지 않고 '방류중'에 있다. 하나 뿐인 지구를 이렇게 오염시켜 나간다면 과연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위협을 받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심각성을 매일 '경고'하고 기분 나쁘고 암울한 소식만을 계속 이야기하면 이런 문제가 진정 해결될 수 있을까? 물론, 위기 경고도 중요하고, 듣기에 기분 나쁘지만 '있는 사실, 그대로'를 숨김 없이 '보여주기'하는 것도 꼭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그런 '팩트'만으로 해결되진 않는다. 사람들은 '비극'보다 '희극'을 보며 소망을 빌고, 꿈과 낭만을 보여주어야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를 테면, 쓰레기 무단 투기로 더러워진 골목길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 CCTV를 설치하고 법적 처벌을 하겠다는 '경고'보다는 골목길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고 담장에 꽃과 같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넣는 것으로 '쓰레기 무단투기'를 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프린세스 에메랄드 3>에서는 에메랄드와 학급의 친구들이 바닷속 쓰레기를 주우면서 깨끗하게 청소도 하고, '재활용품'을 구분할 수 있는 수업을 하다가 해초 사이에 엉켜있는 귀여운 곰인형 버티를 주웠다. 에메랄드는 곰 인형이 너무 귀여워서 갖고 싶었다. 하지만 그 곰인형에게는 이미 '주인'이 있었다. 육지에서 살고 있는 '잭'이라는 이름의 소년이었다. 그리고 그 소년이 적은 듯한 메시지도 함께 적혀 있었다. '이 곰 인형을 주운 사람은 꼭 돌려주세요'라고 말이다. 에메랄드도 소중히 여기는 '불가사리 인형'이 있었기 때문에 인형을 잃어버린 잭의 마음을 너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어가 '육지'에 올라갈 수는 없었다. 왜냐면 물밖에서 숨을 쉬는 것까진 할 수 있어도 '다리'가 없어서 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어의 피부는 물밖에서 오래 견딜 수가 없었다. 너무 건조해지면 비늘이 벗겨지고 심하면 갈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지에 사는 잭에게 인형을 돌려줄 방법도 없었다.

그러다 떠올린 좋은 방법이 있었다. 바로 마리나의 친구인 '뱀파이어요정 이사도라 문' 말이다. 그 친구에게 부탁을 하면 곰 인형을 잭에게 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서둘러 편지를 써서 갈매기 편에 보내 이사도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해서 이사도라 가족은 다시 한 번 바닷가로 찾아와 '마리나와 에메랄드'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 때 이사도라 문만 온 게 아니었다. 이사도라의 사촌언니인 '마녀요정 미라벨'도 함께 온 것이다. 그리고 에메랄드의 사정을 듣고 난 뒤에 '함께' 잭을 찾아보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왜냐면 미라벨은 마녀이기 때문에 요정보다 더 강력한 마법을 부릴 줄 알기 때문이다. 비록 미라벨이 부리는 마법이 서툴기도 하고 실패를 하는 경우도 많아서 '불안정'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 때문에 미라벨에게는 늘 '말썽꾸러기'라는 수사가 따라 붙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성공한 마법으로 인해 '인어들은 새로운 모험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다. 과연 어떤 마법을 부렸던 것일까?

이사도라 문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총 출동한 이번 이야기는 '스케일'도 컸지만, 던지는 '메시지'도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형'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보물로써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아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누구나 '애착 인형'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 인형을 정말 소중히 여기는 어린이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캐릭터 곁에 항상 '존재'하는 동물이나 인형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사실도 잘 아실 것이다. 이건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기본 공식'처럼 지켜지고 있는 규칙인 셈이다. 이건 어린이들에게 '깜찍하고 귀여운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거듭 확인시켜 주는 셈이다. 그런 소중한 존재를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엄청날 것이다. 이럴 때 어른들은 '새 인형'을 사주는 것으로 대신하려 들지만, 그 방법이 잘 먹혀 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예로 들기에도 끔찍한 일이지만, 부모에게 소중한 자녀를 잃어버렸다고해서 '또 다른 자녀'로 대체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 상실과 아픔을 위로 받기도 전에 '새로운 대체품(?)'으로 무마시키려는 방법은 정말 끔찍한 일이니 함부로 그러지 말았으면 싶다. 그 슬픔과 고통이 가라앉을 때까지 한없이 달래주는 것이 먼저란 얘기다. 어린이들에겐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일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소중한 보물을 원래 주인에게 되찾아주는 여정은 아주 큰 감동을 선사한다. 현실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정말 낭만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버려진 물건은 먼저 주운 사람이 임자다'라는 건은 전세계적인 불문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불상사로 '잃어버린 물건'과 함부로 '버린 물건'을 같은 취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임자 없는 물건'일지라도 함부로 가지거나 하기 전에 '원래 주인에게 되돌려 주려는 노력'을 꼭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노력이 귀찮고 힘들다면 차라리 '있던 그 자리'에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원래 주인도 '버린 물건'이 아니라면 '찾으려는 노력'을 분명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려는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로 잘 하고 있다. 이런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일상'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얘기다. 임자 없는 물건을 탐내지 않고, 잃어버린 사람에게 되돌려 주는 배려 깊은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것에 전세계인이 감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낭만적이고 이름다운 이야기가 일상이 되는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우리 모두가 꼭 만들어야 할 미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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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눈꽃 축제에 반하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18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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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눈꽃 축제에 반하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5) [원제 : Isadora Moon And The Frost Festival(2023)]

[My Review MMCLI / 을파소 19번째 리뷰] 아름답고 낭만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화려한 축제'를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30세 이후로 가본 적이 없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봄이면 '유채꽃 축제', 가을이면 '코스모스 축제'를 개최하고 마지막날 밤이면 어김없이 불꽃놀이로 하늘을 수놓고 있지만, 참가한 적은 한두 번이 고작이다. 20대까지는 '남자친구'하고 밤새 술을 마시며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서른 살이 넘어가니 남자들끼리 화려한 축제를 찾아다니며 낭만을 즐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참가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젊은 연인들'이고, '부부동반'이거나 '자녀들의 손을 잡고' 나선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속에서 '중년 남성'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모습은 정말이지 꼴불견 가운데 베스트라는 것을 자각하고 난 뒤에는 축제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저 먼 발치에서 '저곳은 아름답겠구나'하는 정도로 달래고 있을 뿐이다. 올 겨울도 '여우목도리' 장만하지 못했고, '토끼같은 자녀'랑 손잡고..쿨럭쿨럭..난 글렀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가 어느 사이에 '확장'이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녀 요정 미라벨>(2020)과 <프린세스 에메랄드>(2023)가 '이사도라 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빠른 시일 내에 읽고 리뷰를 쓰긴 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장담'은 못한다. 물론 '빠른 시일'이라는 것에만 해당하고, '리뷰'는 꼭 쓴다. 실제로 몇 년 뒤가 될지라도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데, 먼저 '내 주머니'가 그리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바로바로 사서 읽을 처지는 못 된다. 그나마 몇 년 전까진 '리뷰어 선정'을 하는 책에 무진장 공을 들여서 엄청나게 많은 책을 빠르게 리뷰할 기회라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하지 않고서는 신간 리뷰어가 될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왜 인스타그램이 중요하냐고? 내가 '페이스북(메타)'에는 글을 올리지만 '인스타그램'에는 글을 올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지 않다보니, '신청할 기회'마저 거의 박탈(?) 당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예전처럼 다시 '도서관 대출'을 통해서 책을 빌려보는 통에 '신간 리뷰'를 거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사도라 문>시리즈도 도서관에 비치된 책이거나 '대출 가능'해야 겨우 리뷰를 올리고 있는데, 어린이 인기도서이다보니 대출순서에서 밀리고, 도서관이기에 '최신간'이 비치되기까지는 적어도 반 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렇다면 '대형서점'이라도 발품을 팔았는데, 나이가 드니 그것도 힘에 부치는 요즘이다. 정말 한창때는 '반디앤루스'나 '종로서적', '영품문고' 등지에서 바닥에 기대 앉아서 신간을 읽는 낭만을 즐겼는데...그것도 이제는 옛 추억이 되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 리뷰'를 고대하시는 분들도 없는 마당이니 '리뷰한다'는 약속조차 나 혼자만의 다짐일 뿐이다. 매년 300편의 리뷰를 다짐하지만, 늘 그 언저리에서 그치고 마는 것도 크게 실망할 것이 없다. 그저 '나와의 약속'을 어겼다는 자책을 할 뿐이고, 내년에 기필코 300편의 리뷰를 완성하리라는 새로운 다짐을 하며 '자기합리화'를 할 뿐이다. 내 주변에는 '내 리뷰'를 읽어주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가족도 읽지 않고, 친구들도 '그래, 썼구나'라는 정도라서 그저 나 혼자만 책 읽고 리뷰 쓰는 '별종 취급'을 받을 뿐이다. 그나마 '블로그 지인분들'께서 간간히 읽어주시고 좋아요와 댓글을 달아주실 뿐이다. 정말이지 그분들마저 없었다면 '리뷰'는 쓰지도 않고 '독서'만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폭발적(?)인 인기는 없다. 그건 내 리뷰가 그리 큰 가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종종 남기는 리뷰도 '혼잣말같은 리뷰'를 쓰곤 한다. 책의 줄거리도 무시하고, 나 혼자만의 '사고의 흐름'에 따라,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위주로 끄적거릴 뿐이다. 그 정도로도 내 기억속엔 '책의 내용'이 다 기억나기 때문이다. 그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즈음에 다시 읽고 했던 습관이 어릴 적부터 있었는데, 그 습관을 대신해서 '리뷰'를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2회차, 3회차 리뷰의 경우에 앞서 쓴 리뷰와 완전 다른 리뷰를 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같은책'으로 10번의 리뷰를 쓰라고 하면 완전 다른 10편의 리뷰를 쓰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런...또 샛길로 빠져버렸다. 이 책 <이사도라 문, 눈꽃 축제에 반하다>는 겨울 축제를 맞아 엄마의 자매인 '겨울요정'의 마을축제에 초대를 받아 참석하게 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사도라의 아빠는 뱀파이어고, 엄마는 요정인데, 더 정확하게는 '여름 요정'이라서 꽃을 피우게 할 수 있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 하지만 엄마의 자매는 '겨울 요정'이기에 꽃이 아니라 '눈꽃'을 만들 수 있는 요정이다. 그래서 이사도라네 가족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겨울풍경'을 배경으로 화려한 눈꽃 축제에 초대를 받아서 한껏 들뜬 상태다.

먼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참석하게 된 '눈꽃 축제'는 정말 경이로웠다. 온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린 눈으로 이루어진 풍경에 아름다운 감탄사를 늘어 놓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꽃 축제장은 정말이지 넓고 또 넓었다. 이사도라네 가족이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모든 놀이기구를 탈 수 없고, 모든 매장을 다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축제에 참석한 요정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이렇게나 많은 이들로 분비는 '혼잡한 장소'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은 무엇일까? 한 가지 힌트를 더 첨가하자면, 가족이 함께 참석한 축제 현장이다. 맞다. 길을 잃어버린 '미아 사건'이다.

나 어릴 적인 70~80년대만해도 어린이 미아 건수가 상당히 많았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탓도 있어서 '어린이의 수'가 많은 반면에 그 많은 어린이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그리 많지 않았던 탓에 해마다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축제가 많은 날에는 '미아보호소'에 어린이들이 넘쳐났고, 길을 잃은 어린이를 보호하고 있거나, 그런 어린이를 찾는다는 '방송'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곤 했다. 그리고 정말 불행한 일이지만 그런 '미아 사건'이 어린이 유괴 사건이나 사망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어릴 적의 기억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엄마아빠의 손에 이끌려 이리저리 끌려다니기 바빴던 것만 기억이 날 정도다. 놀이동산, 동물원, 남산 타워, 전국 각지의 국립공원 등등 정말 많은 장소가 떠오르긴 하는데, 뭘 제대로 보거나 재밌게 즐겼던 기억보다 정말 사람이 많아서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거나 겨우 찾아낸 '나무 그늘 아래'서 김밥 서너 개 먹은 것만 기억날 뿐이다. 하도 엄청난 인파에 휩쓸리다보니 집에 갈즈음에는 파김치가 되어서 귀가하는 차편에서 잠이 들었다가 깨고 나면 아침이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을 뿐이다. 낭만을 좋아하는 내게 이런 기억은 정말이지 낭만적이지 않은 기억일 뿐이었다.

그런 탓에 이사도라도 '눈꽃 축제' 현장에서 그만 부모님께 떨어져서 길을 잃고 만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이사도라가 나쁜 행동을 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겨울 요정에게 반해서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그 겨울 요정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점등식 행사'에 쓰일 별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 잃어버린 별을 찾아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록 '선행'일지라도 축제와 같이 혼잡한 장소에서 부모님과 떨어질 경우에는 반드시 '행선지'를 알리거나 '동행자'가 누구인지 먼저 알려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님이 이사도라가 길을 잃어버린 것으로 착각을 하고 걱정이 앞서서 다른 일을 다 제쳐두고 이사도라를 찾아나설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사도라의 엄마아빠도 이사도라를 만나지 못해 찾아나선 길이었다. 하지만 너무도 혼잡한 축제 현장이었기에 찾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 같이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었고, '길찾기 앱'이나 '위치추적'이 가능한 앱이 스마트폰에 깔려 있기 때문에 아무리 혼잡한 곳일지라도 예전처럼 길을 잃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정말 급박한 상황이라면 '전화통화'를 시도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어린이들은 사람이 많이 붐비는 혼잡한 장소에 갈 때는 반드시 '부모님과 동행'하고,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특히 볼거리가 많은 축제에서는 잠시라도 한 눈을 팔거나 넋이 나갈 정도로 흠뻑 빠진 상태에서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끔찍한 사고라도 발생할 수 있으니 절대로 '흩어지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더구나 외국 여행중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더욱더 큰 일이다. 대한민국처럼 치안이 잘 된 나라가 몇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국이나 이국적인 장소에서는 절대로 '흩어지는 일'을 방치하면 안 될 것이다.

이런 '안전 교육'을 어린이책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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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전학생과 다투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17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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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전학생과 다투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4) [원제 : Isadora Moon and The New Girl(2023)]

[My Review MMCXLVI / 을파소 18번째 리뷰] 어린이들 가운데 유독 '낯선 환경', '낯선 사람'에 대해 낯을 가리는 경우가 있다. 나도 어릴 적에 꽤 심한 편에 속했는데 어른이 되어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도 낯을 심하게 가린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와 친해진 뒤에 깜짝 놀라곤 한다. 첫 인상은 과묵한 편이고 때론 무서운 사람처럼 보이는데 말문이 트이고 나면 그렇게 '수다쟁이'일 수가 없다면서 말이다. 심지어 유머러스하고 애교도 많...쿨럭쿨럭

이번 에피소드는 이사도라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새로운 '전학생'이 온 것이다. 이사도라는 특히 반가웠다. 자신도 '뱀파이어 학교'와 '요정 학교'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인간 학교'에 와서 새 친구들과 어렵사리 친해졌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 온 전학생은 그런 어려움 없이 어서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에 다가갔는데, 전학생은 가르릉거리며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냥냥펀치로 공격하는 고양이처럼 다가오는 모든 친구들을 향해 날선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반친구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비난하고 비아냥거리면서 삐딱선을 타는 모양새가 너무 꼴보기 싫을 정도였다. 그렇게 전학생과 데면데면 굴고 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그 전학생과 '같은 모듬'으로 짜서 함께 과제를 해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그런데 전학생은 그 모둠에서마저 이사도라와 다른 친구에게 '싫은 소리'만 하면서 결국 과제는 '따로따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이사도라를 비롯해서 다른 친구들이 '좋아하는 인형'과 이야기를 나누며 반친구들에게도 자랑을 하는 자리에서 그 전학생은 차마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고 말았다. "넌 어린애도 아닌데 아직도 인형을 갖고 다녀?"라고 말이다. 이사도라를 비롯해서 다른 친구들 모두 '인형'을 좋아했고, 무척 애착을 갖고 스스럼없이 학교에서도 함께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전학생에 의해서 졸지에 모두 인형이나 갖고 노는 철없는 어린애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사도라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분홍 토끼 인형의 슬픔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래서 이사도라는 분홍 토끼 인형을 위로하기 위해서 '인형 파티'를 열기로 했다. 파티의 주인공이 '분홍 토끼'인 셈이다. 그리고 파티를 연다는 사실을 반친구들에게 알려주니 모두들 기뻐하며 자신의 인형을 데리고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로 전학 온 '에이미'라는 전학생에게도 파티에 초대를 하려고 했는데, 에이미는 그 사이에도 친구들에게 미운 소리만 하면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사도라는 생각을 했다. '인형 파티'에 에이미를 초대하면 분명 파티 분위기를 망치게 만들고 말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초대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에게는 모두 이야기를 했는데 에이미에게만 초대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초대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에이미에게도 '기회'를 줘야 하고, 파티에 초대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음에 또 만난 에이미는 못된 말만 골라하면서 다른 친구들의 기분 따윈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굴었다. 한마디로 밉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인형 파티의 초대장을 결국 건내 주지 않고 말았다. 그런데 우연히 에이미가 자신만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눈치 챘는지 무척 서운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늘상 주머니에 깊숙이 두 손을 찔러 넣고 있었는데, 그날 따라 더 깊숙이 찔러 넣은 듯이 보였다. 도대체 에이미는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누구에게나 말 못할 비밀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그 비밀이 '전학을 오게 된 것'과 연관이 있다면 더욱더 그럴 수밖에 없다. 물론 '비밀'은 아무도 모르는 게 좋다. 굳이 밝혀져서 부끄럽거나 비난을 받을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면 굳이 '비밀'을 밝힐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에이미는 너무 못되게 굴고 있다. 에이미에게 예쁘다거나 신고 있는 신발이 세련되었다는 칭찬을 하는데도 툴툴거리며 내뱉는 말이 정말 싸가지 없게 느껴질 정도였다. 더구나 친구가 하는 말을 무턱대고 믿지 못한다고 말하고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성격이 나쁜 아이처럼 오해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이전에 학교에서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 반친구들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는 비난을 해대는 것은 너무 무례한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과연 에이미에게는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는 것일까?

우리는 '받은 대로 되돌려 주는 것'을 공정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오래되었다는 함무라비 법전에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간단한 법을 정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무사함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나도 똑같이 '상처'를 내야 속이 시원하다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물론 당장에 '복수'해줬다는 생각에 기분이 풀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아픈 만큼 상대로 아파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면 아파하고 있는 상대가 언제 또 다시 나에게 복수를 해올지 알 수 없어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 진정한 해결을 위해선 오직 용서뿐이다'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일단 용서를 하게 되면 상대가 복수할 거라는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다. 그리고 용서를 한 나는 상대적으로 '선한 행동'을 한 셈이라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혹시라도 상대에게 용서를 했는데도 또다시 복수를 감행한다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히고 말 것이다. 그리고 사회구성원들은 모두 의견을 모아 '나쁜 사람'을 응징하려 들고, 힘을 모아서 더는 '나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섣불리 '복수'를 하기보다는 통 크게 '용서'를 하는 행동이 훨씬 더 이득이 되는 셈이다. 물론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다. 만약 힘의 불균형이 현저한 상황이라면 '강자'에게 당한 '약자'가 용서를 하는 행위는 아무런 효용이 없게 된다. 왜냐면 약자가 감히 강자에게 복수를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에이미의 '나쁜 행동'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자. 에이미는 왜 밑도 끝도 없이 반친구들의 호의를 무시하고 못된 말과 행동으로 반친구들에게 상처를 주는가 말이다. 혹시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몹쓸짓'을 당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상처'를 이미 많이 받고 있는 불안한 상태였고, 새로 온 학교에서 모든 게 '낯선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채 툭하고 튀어나온 말과 행동이 '못되게 나온 것'은 아닐까? 자신이 받은 상처로 인해 아픈 상황인데, 그 아픔을 혼자서 감내하지 못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친구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한 것은 아닐까? 그런 자신에게 실망하고 새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갖고 있지만, 이전에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새 친구들에 대한 믿음이 굳지 못해서 '무차별 공격'을 거두지 못하고 계속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하지만 이런 '추론'을 하기엔 초등학생 수준으로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그저 직감적으로 눈치를 챘을 예리한 친구들이 있을지는 몰라도, 속마음을 얘기하지 않는 친구의 속사정까지 빠삭하게 알아챌 도리는 없는 셈이니까 말이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허심탄회한 대화'다. 자신의 허물까지 속시원히 말 할 수 있는 대화의 장으로 초대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말을 물가까지 끌고 올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에이미가 굳게 다문 입을 열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지혜는 '강한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에 사르르 녹여내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 필요가 있다. 과연 굳게 닫아 건 전학생 에이미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할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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