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게 쓴 메일함 - 아버지와 아들의 말로 못한 진짜 이야기들
김기우 지음 / 창해 / 2024년 12월
평점 :
일주일 동안 신경 촉진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의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저는 사흘 만에 퇴원했습니다. 직장인과는 달리 하루를 까먹으면 그만큼 하루 생활을 꾸릴 수 없는, 알품팔이 원고노동을 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무리하지 않고 일하다 보이 입이 차츰 원상태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19-)
할머니의 주머니는 창고였습니다. 라이터, 안경테, 시계, 귀걸이,비녀, 연필 등 할머니의 주머니에서 나온 물건으로 방이 가득 찼습니다. 손때 먹어 반질반질한 ,비닐봉지에 담겨 있는 그 물건들을 할머니께서는 식구들에게 일일이 나누어주셨습니다.
모두 나눠주었지만, 아내 것만 없었습니다. (-79-)
설거지하면서 남편의 꾸지람을 떠올린다.
시어머니 제삿날이 언제인지 몰랐던 이유
동그라미 쳐놓았던 달력을 떼어낸 게 화근이었다.
잊는 것은 날짜 뿐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부탁했던 학교 준비물, 운동 시간, 지갑, 휴대폰, 현관키 번호.
그녀는 잊지 않으려 옛날을 생각한다. (-159-)
지영 엄마는 고추장 단지를 베란다에 내려놓으며 새로 이사 온 집을 둘러보았어. 멀리서 바라보면 새롭게 칠한 연두색이 금방이라도 푸른 하늘로 스며드는 듯 싶었어. 그런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렇게 허술할 수가 없었어. 대부분 연립주택이 그렇겠지만 이 연립은 관리에 더 무심했어. (-215-)
할머니는 닦고,조이고, 기름치는 일에 신명 난 모양입니다. 전자제품을 고치고 나더니 방안을 휘, 둘러보고는 이번에는 가구들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거실에 있는 소파를 베란다로 치우고, 옛날 돗자리에 문갑을 앉혔습니다. 지난번 분리수거장에서 가져다 방에 숨겨놓은 물건이었습니다. 엄마가 알면 당장 버리라고 할 옛날 가구들이 할머니 방에 숨어 있었거든요. (-242-)
스무 살, 캡틴 큐, 은하수 담배, 24시 주점, 각혈의 시 창작 수업 지천명을 훌쩍 넘어선 봄날, 남산을 올라 보오.
옛 안기부 자리를 누르며 예장동을 디디오.
리라 초등학교 담장에 핀 개나리, 허리 굽힐싸 이마를 찔러. (-313-)
대상을 비유하기보다 대상에 대해 잠재된 생각이 튀어나와 부딪치는 말을 늘어놓은 기법이라고 합니다. 어찌 보면 무의미 시론과도 비슷합니다.하지만 개인의 내면 더 깊이, 그리고 즉흥성에 치중했다고 볼 수 잇습니다.
아버지쎄서 아시다시피 제가 남해에서 군 생활하지 않았습니까. (-382-)
술 냄새가 집안에 진동햇습니다.외박은 결혼한 뒤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그녀는 남편에게 소리를 높이며 달려들었습니다.곤드레만드레, 남편은 그녀가 귀찮다는 듯 밀쳐냈습니다. 말다툼이 몸싸움으로까지 번진 일도 처음입니다.그 와중에 남편의 손에 들려 있던 봉투가 푸드득 터졌습니다. (-430-)
소설 『네게 쓴 메일함』은 시와 음악이 있는 소설이며,서정적이며, 부모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 들었다. 소설은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메일을 주고 받는 것 같은 기분이 었으며고,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소통에 대해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 김기우는 서로 소통하지 않았던, 서로 소식이 끊어진 아버지와 아들이,어떤 계기로 다시 만남으로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두 사람의 생각의 흐름을 읽을 수가 있다.
안면마비가 된 아들,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아버지, 두 사람이 처한 현실은 서로 다른 사고관,인생관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그 시간의 편차를 이 소설에 드러내고 있으며, 푸른숲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추억에 대해서,각자 살아가는 선택지를 보는 듯하다.
아파트 경비원,우리 일상 속에 있는, 우리가 필요해서 만든 직업이다.대단위 아파트에 사람이 모여 살아가면서,그 안에서, 아파트 주변 환경을 관리하고 있으며,공동체의 수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아파트 세대 각각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고 있는 유일한 이가 경비원이다.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소소한 아파트 속 서민들의 일상,직업에 대해서,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가족관계, 직업,24시간을 훔쳐 보는 느낌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때로는 서로 오해하고,때대로 각자 왜곡하며 살아간다. 삶 속에 서 행복을 갈망하며 살아가며, 이별과 만남이 지속되고 있다.그 이별이라는 형태가 이사가 될 수 있고, 삶과 죽음이 될 수 있고, 과거이며, 사물이며, 추억이 될 수 있다.,그것을 응시하며, 지켜보면서,관찰하는 이가 어딘가에 있었다.바로 아파트의 경비원이다.경비원의 이야기를 듣는이가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