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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5 : 안녕 기차역 ㅣ 특서 청소년문학 41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1월
평점 :
문자로 기차표가 도착했다.
12월 28일 오후 4시에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기차표였다.(-10-)
기차표에 '66'이라는 숫자가 떴지만 아무리 둘려봐도 66번 홈은 보이지 않았다. 1번부터 14번까지가 끝이었다.
빨간색 털목도리를 휘감은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15-)
"나는 증호라고 하지, 나 역시 구미호야.구미호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구미호. 곧 죽음을 앞두고 있지. 죽음을 앞두고 있는 내가 사기 칠 게 뭐가 있겠어?나는 당신들에게 바라는 것도 없어. 달호는 대가를 원했지.뭘 원했나?" (-20-)
우리 앞집으로 이사 올 일은 없다는 사실에 안심도 되었다. 하지만 이온이가 우리 집 동호수까지 알고 있었다. 누군가를 찜하고 그 사람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는 건 범죄 사건에 등장하는 그림이었다.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정글 깊이 끌려들어가는 듯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49-)
빵집으로 들어간 이온이는 내가 아이스크림 하나를 다 먹기도 전에 밖으로 뛰쳐나왔다.이온이 뒤로 이온이 엄마가 따라나왓다. 이온이 엄마는 이온이를 잡으려고 했고, 이온이는 자기 엄마를 뿌리쳤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바라봤다. (-132-)
"아빠는 찾았어? 그러 논리라면 아빠도 울어야지,.울기라도 해야지. 아빠는 왜 울지도 않고 엄마만 못 잡아먹어서 난리야? 아빠는 엄마가 만만해?이래도 흥, 저래도 흥, 사람이 착하니까 바보 멍청이로 보여?" (-171-)
"야야,나는 알바잖아.알바하고는 연락이 잘 되어야지.유재가 그래도 전교회장인데 결석하는 동안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당연히 궁금하지.그걸 누구한테 물어보겠어? 알바인 내가 가장 안전하지." (-210-)
인간은 선택과 결과에 대해서, 후회하고,자책하는 삶을 반복한다. 그리고 언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살아간다. 삶 속에서 언어에 갇혀서, 자신만의 억지 논리와 막연한 인과관계,맥락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인간의 모순은 인생의 정답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문제는 인생의 정답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후회하지 않은 방법,성공하는 방법을 끝없이 찾아다닌다. 어떤 최악의 결과가 나타났을 때,그 결과에 대해서, 되물어 보고, 후회하여, 아파한다. 나의 선택과 실수로 인해 누군가가 죽었거나, 소중한 것을 잃어버렷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어느 것으로도 대체하기 힘들 수 있다. 소설 『구미호 식당 5: 안녕 기차역』은 구미호 달호와 증호가 나오며, 세 사람 강시연, 연수,그리고 아저씨가 나오고 있다.
세사람은 구미호의 제안에 따라서, 기차에 올라탔다. 후회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다. 666기차를 탄 대머리 아저씨, 999기차를 탄 시연과 연수,이 두가지 기차에 탄 이들에게 어떤 상황이 나타날까에 대해서,소설가 박현숙은 인간의 고통은 필연적으로 회피하기 힘들다는 걸 말해 주고 있다.
결구 우리가 죽음을 응시하며서,아파하고, 죽음에 대해서, 슬픔에서 벗어나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내가 어떤 선택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내 가족이 어떤 사고로 떠나게 되었을 때,그 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어떤 선택이 그 사고를 유발했다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는 착각이 후회와 고통의 근원이다.
인과관계에 따라서, 나 자신의 운명도 바뀌지만, 타인의 운명도 얼마든지 바뀔수 있다는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그것이 자책과 절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차에 올라탄다는 것은 화해의 길,용서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기차역은 인생의 플랫폼이다.그 플랫폼에서, 어떤 선택과 어떤 결과에 대해서, 깊이 빠져들지 않으며,주어진 결과에 대해서, 수용하며 살아가는 밥을 연습해야 아픔에서 벗어나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며 살아갈 수 있다. 이 소설은 구미호 달호와 증호를 통해서,인간의 어리석음과 모순을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