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그림으로 읽는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스즈키 아키라 지음, 양지영 옮김 / 성안당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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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교재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책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세계사』은 통상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지구촌 안에 존재하는 세계사의 흐름과 다른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한국인의 사관이 아닌 일본의 역사적 사관을 우선하고 있었다. 일본이 4개의 큰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도쿄와 후지산으로 대표하는 나라, 네 개의 섬 중에서,가장 큰 땅덩어리가 남북한을 다 합쳐도 크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사실상 불편할 수 있지만, 그들이 어떻게 세계사를 서술하고 있는지 참고해 볼 수 있으며,실제로 일본 원서는 이 책에 나오는 것보다 더 자세할 거라 짐작할 뿐이다. 저자는 일본의 조몬 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석기 문화'라고 서술하고 있으며,1999년 아오모리현 가니타정에서 발견된 민무늬 토기가 메소포타미아 문명보다 앞서 있으며, 일본 고대 신석기 문화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일본 본토 전역에서, 가메가오카 유적, 하코다테 공항유적, 신나이마루야마 유적 등 조몬 토기의 출토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사라고 하지만, 중국과 한반도의 역사는 간략하게 적혀 있었으며, 곧바로 유럽 역사의 흐름, 고대 로마의 역사로 향하고 있었다. 아시리아 제국은 메디아, 신바빌로니아, 리디아, 이집트로 쪼개졌으며, 아케메데스 왕주, 즉 페르시아 왕조가 세워지고, 중앙집권 체제 확립으로서, 국가의 형태가 거대한 땅덩어리로 이루어진 제국주의로 나아가고 있었다. 다리우스 대왕,그리스와 페르시아가 지중해를 둘러싸고, 3차에 걸친 페르시아군 침입으로,인해 폴리스 형태의 독특한 그리스와 로마 제국으로 유럽이 재편되었으며, 로마 공화제 완성에 대해서 그림과 삽화로 쉽게 서술하고 있었다.





1929년 10월 24일 뉴욕 시장에 주가가 급락하였으며, 세계 경제의 파국,대공황이 시작되었다. 세계경제를 주도하였던 가진 나라 미국, 영국, 프랑스는 달러블록, 스털링 블록, 프랑블록, 뉴데리정책, 금본위제 폐지, 불소 상호 원조 조약을 체결하여, 세계 대공황을 쉽게 극복하고자 하였다.하지만, 자기지 못한 세 나라,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그렇지 못하고, 군국주의로 나아갔으며, 나치스 내각 성립, 파시스트당 내각의 성립, 확장 노선으로 만주국 건설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독일은 재군비 선언으로 이어졌고, 이탈리아는 에디오피아로 침입하였다. 일본이 선택한 것은 1937년 중일전쟁이다. 이러한 시대적인 요소를 확인해 본다면, 제1차 세계대전,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 원인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이 발생한 이유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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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 아일랜드
김유진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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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 음식 사진이 그려진 카드들이 보이시죠?유리병 열개의 냄새를 맡고 어떤 음식의 향인지 파악해서 해당 음식 카드 위에 병을 올려놓으면 되는 거예요.아셨죠? 다섯 개 이상 맞히시면 특별한 솜사탕도 드려요. 그럼, 여기 옆에 놓인 물방울 시계를 뒤집으면 시작합니다. 준비됐나요?" (-21-)



'카페 PLUS'는 이름처럼 음료에 향을 더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그린티 에이드에 자몽향을 ,이랑은 아메리카노에 티라미수 향을 골라서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날렵하고 정교한 기계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음료를 제조했다. 조리 공간 뒤 편에는 거대한 은빛 통들이 일렬로 놓여 있었는데, 제조를 마친 로봇은 마지막으로 은빛 통에 연결된 호스로 음료에 뭔가를 주입했다. (-37-)



김윤기 회장을 주축으로 최이창, 한주혜,정윤경, 송철원은 각각 센트 오리지널, 센트 스페이스, 센트 뷰티, 센트 푸드를 설립했다. 이곳 센트 스페이스의 창립자인 한주혜는 센트 그룹을 떠났지만 , 그녀의 마지막 업적인 툴레 향(미공개 향수) 은 이곳에 남아 기념의 방을 채우고 있다. (-116-)



나는 너처럼 어려서부터 후각이 뛰어나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아니고 연구원을 꿈꾼 것도 아니야. 한번 말했던 것처럼 여기 온 것도 우연히 오게 된 건데, 그 우연이 너처럼 꿈이 있는 친구를 만나게 해 줬어. 그래서 어쩌면 나도 연구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꾸게 된 것 같아. (-219-)



분명 파란색이었던 물은 어느새 보랏빛 낙조를 머금고 분홍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거대한 버블 전에서는 딸기 향이 섞인 비눗방울이 쏟아졌다. 수영장은 상큼하게 물들어 갔다. 우리 셋은 이제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수영장에 왔지만 발 한번 담그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오기석이 한 일이라는 것이 밝혀져서 일말의 뿌듯함은 있었다. 뿌렿게 수증기 낀 거울을 쓱싹쓱싹 닦아 낸 기분이었다. (-275-)



그말을 마치고 농사꾼 K는 양손을 흔들었다. 그의 머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황금빛 분수 위로 보랏빛 폭죽이 터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피날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손을 흔들어 농사꾼 K에게 화답해 주었다. (-311-)



소설 『센트 아일랜드』 은 향기 산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향기 산업의 집합체 이면서, 복합연구 단지 센트 아일랜드(센트 오리지널, 센트 스페이스, 센트 뷰티, 센트 푸드) 를 장소로 하고 있으며, 묘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이다린은 남들보다 특별한 후각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센트 아일랜드 인턴을 꿈꾼다.다린은 7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엄격한 심사 끝에 40명이 결정되었고, 본선에 나와 인턴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였다.



센트 스페이스의 창립자 김윤기 회장, 센트 스페이스에 들어가고 싶었던 이다린은 센트 아일랜드 인턴으로, 40명 중 한명이었다. 1차 시험으로 10명이 탈락하고, 30명이 남았다.2차 시험으로 또다시 10명이 탈락된다..최종적으로 5명의 인턴을 뽑는 남다른 후각과 향기의 전문가를 찾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턴이이며,다인은 와 룸메이트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매우 까다롭다. 오직 후각에 의존하여야 하며,향기를 맞으면서, 어떤 향이 섞였는지 찾아내는 시험이다. 다인은 매 시험마다 무난하게 시험에 통과하였으며, 센트 아일랜드 인턴 응모 과정에서 <떨어진 일랑은 다인과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소설은 최고의 향기전문가,향기 연구원를 뽑는 시험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이 숨어 있었다.우연히 다인은 자신이 센트 아일랜드와 엮일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을 직접 찾았다.그리고 같이 함께 하는 룸메이트 한 명 또한 다인과 비슷한 처지였다. 특권과 편법이 있었고,그것을 쉬쉬 하면서, 감추려 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공정한 것 같은 센트 아일랜드 안에서도, 무임승차가 존재하고,그것을 그 누구도 알면 안되는 이유를 역추적해 나간다. 평이한 소설이면서,후각과 향기를 주제로 하는 소설 속에서,인간의 다섯가지 감각 중 후각이 차지하는 비중을 상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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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두런두런
신평 지음 / 새빛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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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은 그렇게 굴곡이 많고 항상 심하게 울렁거렸습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채 토막난 인생이었습니다. 한없이 저 밑바닥까지 추락하여 보아서는 안 될, 고 박완서 선생이 말한 '세상의 똥구멍'까지 보아버렸습니다. (-9-)



다시 일어서기


지나가는 새 지적귀는 소리

썩 마음에 들지 않아도

유달리 알이 굵었던 배

간밤에 분 세찬 바람에 떨어져도

연목의 큰 물고기

황새가 와서 날름 잡아먹어도

머리에 넣어두지 않으련다.

나의 영역 밖에서 일어나는 일

그들에게 맡겨두라.

나는 단지 나로 서 있는 것이다.

내 존재를 무너뜨리는 힘

한 번씩 움직일 때 샛노란 하늘 밑에서 비틀거리는 몸으로

오직 바싹 엎드려 귀를 세운다.

저 멀리 들리는 신의 말씀

점점 뚜렷해지고

그것에 담긴 자비와 평화

엎어진 내 몸 구석구석 스며들어

다시 나를 세우리니. (-19-)



생의 길목에서


오일장 열리는 시장바닥

왁자지껄한 소리에 말려 들어간다.

고단한 생기침들

아득히 빈 곳을 울린다.

어떤 소망도 다 비운 채

무표정으로 앞을 바라보며

오직 오늘을 받아들일 뿐

주위에 둘러선 헛헛한 나무들

나 역시 그런 나무 한 그루 되어

생의 마지막 길목

천천히 돌아간다. (-28-)



지혜의 길


연두, 완벽한 생명의 색깔

시간의 이전과 함께

칙칙한 녹색으로 바뀐다.

벌레가 갉아먹고, 벼의 흔적은

상처의 표식으로 남는다.

나이가 들어가면 누구의 얼굴에건 상처의 그늘 생기고

텅 빈 아쉬움이 들어찬다

수시로 남의 상처 가리키며

손가락질 하는 사람

자기 얼굴에 파인 공동 空洞

더 깊게 할 뿐

지혜의 길은 언제나 좁고 호젓하나

나무도, 사람도, 바람도,

함께 걷는다. (-40-)



꽃 피고 꽃지고


꽃피는 기쁨은 잠깐이고

꽃 진 후 허무의 그림자

한 해 내내 남으니

꽃이 피면 꽃지는 슬픔

차마 감당키 어려워

고개 돌리는데

꽃피고 꽃지는 새

세월은 저 혼자 흘러가니

부질없는 집착이

오히려 민망하여라. (-54-)



판사 출신 변호사 , 법학자 신평 변호사는 1956년 2018년 아내의 고향 경주로 삶을 옮겼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헌법학회장, 한국교육법학회장, 앰네스티 법률가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였으며,현재 공익사단법인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이다신평 변호사는 이재명, 조국,민주당에 대한 정치적인 비판 발언으로 자산의 존재감을 자주 드러내고 있으며,그가 경주로 옮긴지 6년이 흘러왔다.



책 『시골살이 두런두런』은 신평 변호사의 시와 산문으로 엮인 책이다.경주에서, 아내와 함께 하면서, 500평 남짓 밭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적적한 사골살이, 자연과 벗하면서, 자연을 수확하고 있었다. 감자를 캐고, 고구마를 수확하고,고추를 얻는 자급자족적인 삶 속에서,자신의 상처 입은 과거를 돌아보고 있다.



신평 변호사는 이제 일흔이 되었다. 자신의 성정과 다른 삶을 살아가면서,,아내가 원하는 모나지 않은 삶이 지혜로운 삶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지 않게 세상과 갈등과 번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스스로 내면 속의 욕망, 명예욕에 대한 집착 으로 인해 발생한 것들이었다. 신평 변호사의 인생 덧없음, 허전함, 슬픔이 느껴지는 진솔한 산문집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삶과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덩치가 크던 덩치가 작던, 힘이 세든, 힘이 세지 않던 모든 것은 생겨나고, 사라진다. 생멸을 반복하며 ,자신의 삶에서,채워야 할 것과 비워야 할 것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찾아왔다. 일흔,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죽음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지혜로운 삶의 방정식을 얻을 수 있다. 죽을 때를 기다린다는 것, 죽음을 마주하면서, 남아있는 자녀들이 당황할 수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자신의 장지를 스스로 선택하였다. 헛헛함과 헛됨, 이런 요소들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자연의 순리에 따라서 살아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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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안전 사전 - 아이들은 잘 모르고 어른들은 안심하는
서바이벌 방재 연구소 지음, 모리노 쿠지라 그림, 이소담 옮김, 구니자키 노부에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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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김영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어려서 부모님, 어른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낯선 사람이 길을 물어보거나, 직접 돈을 준다던지, 먹을 것을 주면,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분명 어떤 목적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접근하고, 아이들을 이용하여,자신의 목적을 얻을 수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기차역에서, 아이들을 이용하여, 앵벌이를 할 수 있었다.지금은 디지털 관련 문제, 아이들의 안전과 관련하여, 낯선 사람과 함께 따라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안전은 일상 속에서 많은 일들과 엮이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는 안전 불감증이 나타나는 곳이다. 세월호, 삼풍백화점,대구 지화철 사고 등등이 나타나고 있다. 아이들이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은 피를 볼 때다. 칼을 들다가 잘못 사용하여, 피를 볼 수 있고, 길을 가다가 갑자기 넘어져서 다친다. 다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피가 나오는 다친 부위를 심장 위로 올려서 지혈하는 것이 급선무다. 추가적으로 119를 불러서, 빠른 시간 안에 응급조치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책에는 지혈 방법, 응급조치 방법응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어서, 유익하다.



겨울이 되어서, 눈이 오면 길이 미끄럽다. 횡단보도 하얀 선 위, 주차장 입구, 높은 빌딩의 응달, 버스정류장과 택시승강장, 언덕길,맨홀 두껑이 눈이 오면 미끄러워지기 쉬운 곳으로 손꼽힌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자전거 바뀌가 미끄러져서, 크게 다치는 일이 많았다. 여성은 하이힐 대신, 미끄럼 방지 운동화를 신어야 하며, 슬러퍼와 같은 신발은 언덕에서 크게 다칠 수 있다.



안전 문제는 언제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다. 강에서, 모자, 구멍쪼끼, 미끄러지지 않는 샌들을 준비해야 한다. 산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발을 헛디뎌서 다치는 경우가 자주 말생하고, 강은 물에 빠지는 익사 사고도 종종 발생할 수 있다. 책에는 지진 안전을 소개하고 있다. 포항 지진이 대한민국에서 있으며, 지진이 발생할 때,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답을 소개하고 있으며,불과 관련한 안전 문제는 놓칠 수 없다. 우리는 지하철, 기차역 앞에서, 기찻길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예기치 앟은 일이 생기면, 당황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대처한다면, 다치지 않고, 신속하게- 안전한 상황으로 신속하게 빠져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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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 내일의 고전
김갑용 지음 / 소전서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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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모든 순간이 잊힌다는 걸 어릴 적에는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야간 운행을 하던 아버지가 안방에 자는 낮 동안 나머지 네 식구가 숨죽여 생활해야 했던 좁은 방에 홀로 남겨지면 어김없이 시도하던 게 있었다. 오후의 창에서 스며드는 빛의 조도와 낡은 장롱이 드리우던 그림자의 기울기, 철 지난 이불의 구겨진 모양새, 거울을 마주보고 선 나의 어색하고 굳은 표정, 그 순간 주워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애쓰며 되뇌었다. (-10-)



죽음! 절대적인 죽음! 결단코! 죽음!

울분에 찬 외침이 입밖으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삼키면서 출근을 준비한다. 더는 못하겠다. 싶은 순간에는 머리통을 주먹으로 서너번 세게 내리쳐 가며, 사람들에게 거지 같은 행색으로 비치지 않게 옷을 갈아입고 누구도 감염시킬 의지가 없는 사람으로 보이도록 마스크를 쓴다. 그녀의 약통에서 더듬더듬 종류별로 한 알씩 꺼내 입에 털어 넣고 현관문 밖으로 나선다. (-47-)



돈을 돌려받으려면 나도 지하로 내려가 노인을 잡아내야 할 판이었다. 지불하는 데는 아무 거리낌 없으면서 돌려받는데는 어찌나 큰 용기와 당위가 필요한지. 이내, 지하로 내려가 사기꾼과 드잡이해야 할 이유를 찾아냈다. 셋방을 빼면서 반환받은 보증금의 반은 그녀 것이었다. 언젠가 돌려줘야 하는 돈이었다.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녀의 돈은 죽는 순간까지 맡아야 했다. 젖은 장작같이 무거운 다리를 겨우겨우 움직여 이미 사라진 고양이를 따라 층계로 내려갔다. (-95-)



이미 그의 출입증은 상사에게 지급되었다. 상사는 주민등록 등본과 백신 접종 증명서를 지참해 왔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미 본사에서 제출했다고 거짓말했다. 상사는 당황한 기색으로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다 물었다. 일은 단순하고 반복적이고 정적이어서 지루할 텐데 적용할수 있겠느냐고.

그가 대답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169-)



또한 모두가 퇴근하고 서고에 아무도 없어야 할 시각에 안에서 뛰쳐나왔다가 도로 되돌아온 글를 보안요원이 아무런 추궁이나 제지 없이 단지 체온만 재고 들여보냈다는 사실도 몹시 수상쩍었다. 만약 모든 직원이 한통속이고 이곳 도서관이 허술하면서도 웅숭 깊은 하나의 덫이라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직원들에게 지시 내렸을 누군가가 뭘 노리는지 그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이곳 도서관은 단순한 덫이 아니었다. 사냥감을 속여야 하는 덫이라는 구조물에 이리도 뚜렷한 자의식과 손길이 묻어 나올 수는 없으므로,직원 누구든 그를 딱히 사냥감으로 여기지도 않앗다. 그들은 그에게 융숭한 동시에 태평했다, (-197-)



첫번째로 만난 사람은 그를 그녀에게로 이끌었던 선생님으로,더는 이곳 도서관에서 형체로 존재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타자 소리와 마찬가지로 천장에서 말했는데 보다 더 선명하고 가까웠다. 선생님은 이제야 자신이 삶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곳 도서관 밖 삶으로 돌아가 먼거리에서 목소리로나마 이야기를 전할 수 밖에 없었는지, 아니면 이곳 도서관와 하나 됨으로써 자신의 진정한 삶을 찾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239-)



그는 배게에서 풀려났다. 그녀는 한결 온화해졌다. 다시 머그잔에 술을 가득 채워왔다.그는 순순히 약 한 주먹을 여러 차례에 나눠 술과 함께 찬찬히 삼켰다. 그녀는 항구 토제가 있는지 물엇고, 그가 색깔을 가르쳐 주었다. 그녀가 모은 약들을 받아들고 그는 술의 도움 없이도 능숙하게 삼켰다. 그러고는 술에 젖어 축축한 자리에 누웠다. (-289-)



소설 『냉담』은 작가 김갑용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그는 이 소설에서 동정심, 죄의식, 감정의 표현이 쇠약해진 한 남자를 언급하고 있으며, 길거리에서, 불명의 여자를 만나면서 생겨나는 변화를 담고 있었다. 그는 단편소설 『토성의 겨울』(2022) 을 써낸 바 있다.인간의 본성 너머에 숨겨진 생각과 의식의 흐름에 대해서, 도서관이라느 공간,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물어보고 있었으며,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냉담'이라는 단어는 차가운 의미를 품고 있다.그 반대의 의미는' 돌봄 이다. 작가는 우리의 삶과 죽음 너머에 냉담과 일치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음을 놓치지 않는다. '함께' '공동체'를 좋아하고,인간 관계를 우선하는 사회의 분위기,우리가 추구하는 미덕과 상반되고 있다. 걸국 우리 스스로  관심에서 벗어난 무존재감 속에서 살아가며, 어떤 위기에 봉착하게 될 때는, 혼자서 ,각자 살아가는 존재였음을 놓치지 않았다.작가는 이 소설을 도서관이라는 특정한 공간에 한정하고 있다. 지루하면서도 조용한 공간 도서관에 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상황들을 관찰하고, 소설에 이미지화하면서,작가느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의 만남을 상징과 은유로 더하고 있었다.



2020년부터 3년간 이어진 코로나 시국에서, 격리는 당연한 처사였다. 이 과정에서,역학 조사원이 나오고, 서로 말과 행동을 조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인간의 삶이 한순간에 멈추면서, 보이지 않았던 작은 생명체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인간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법으로 통제할 수 있지만, 동물들을 통제하는데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상황 속에서, 이세상 살아가는 모든 것에 대해 관찰 하였고,그것을 소설 『냉담』 으로 형성화 했다. 지금 현재에서, 가까운 미래를 엮어내면서,우리가 처한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내고자 한다. 소설 『냉담』 속에는 어떤 이름도 존재하지 않았고, 어떤 상황과 주인공의 생각과 의식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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