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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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저는 이 마을의 이장 겸 목사인 박성호라고 합니다.이번에 한사람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오셨다고요?"

"네 최이준이라고 합니다. 근무는 다음주부터지만 집도 알아볼 겸 미리 와봤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성호, 그러니까 이장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러고 있으니 선생님 앞에 선 꼬마아이가 된 것 같았다. (-27-)



"신이 실존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서요.제물이니 뭐니 하는 것도 궁금하고요."

"그걸 다 얘기하려면 긴데요." (-98-)



할머니를 따라 도착한 곳은 이 교회였습니다. 강단 위에는 어른들이 모여 있었죠.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사뭇 심각해 보여 아무 말도 할수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고기를 한 덩이 건넸습니다. 피가 뚝뚝 떨어지더군요.

'맨 손으로 잡거라.'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대로 할수 밖에 없었죠. (-156-)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는 동안 나와 혜진은 응급처치를 받기 위해 다른 대원에게 말을 걸려 할 때 누군가 먼저 우리에게 다가왔다.

"고생하셨습니다. 최이준 선생님."

이장이었다. 지금까지 그는 어디에 있었을까. 그도 일렬로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고 있었을까. (-195-)



"평소에는 너도 배워야 하니까 너한테 시켰지만 ,이번에는 실수하면 안 되니까 내가 해야겠다."

이장은 아버지를 도와 아이를 제단 위에 올려두었다.(-262-)



미정은 활기찬 모습을 되찾은 대신 멍을 때리는 일이 잦아졌다. 다가오는 금요일을 기다리다 보니 긴장되는 바람에 저절로 의식을 놓는 것 같았다. 상훈이 이준 선생한테 옮은 거 아니냐며 짓궂게 놀릴 때마가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손사랫짓했다. (-343-)



소설 『비나이다 비나이다』은 오컬트 호러 소설이다. 오컬트 하면 떠오르는 신비주의와 미신으로 가득찬 ,기괴한 모습, 추가적으로 천사와 악마로 구분되는 인간과 과학 너머의 새로운 세계를 그린 이야기 로 볼 수 있다. 호러라는 말이 자극적으로 느껴진 것은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릴 수 있는 독특한 문학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서다.



소설 『비나이다 비나이다』는 한국적인 정서와 한국인만이 느낄 수 있는 생각과 이치, 문화와 지리적인 요소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교회는 도시와 시골에서 큰 차이가 존재하고 있으며,시골에서 교회는 지역민의 숟가락 하나하나 알고 있는 상징적인 건물 중 하나다. 이 작은 시골에 최이준 선생님이 부임하였다. 최이준 선생님은 시골이 좋아서, 한사람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 이유다.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경계하고, 자신의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믿음과 신뢰,의심이 공중하고 있어서다. 특히 이장과 교회 목사를 신뢰하고 있어서, 최이준 선생님에게 관심을 드러내지만 마음을 잘 노출하지 않는다.



오컬트와 호러가 더해지는 이야기 『비나이다 비나이다』 안에는 폐쇄적인 시골의 정서를 느낄 수 있으며,어떤 일이 일어나도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조용한 시골 마을이 하루 아침에 큰 이슈가 나타나는 이유도 이런 폐쇄성을 가지고 있어서다. 특히 이 소설에서, 신의 존재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마을 분위기, 마을 안에서, 이장 겸 목사인 박성호 목사가 추구하는 믿음의 본질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을 뛰어넘고 있었다. 소설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독특한 장치들 하나하나가 어떤 사건을 예고하고 있었다.비밀이 어느 순간 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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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태양의 저주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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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갔다. 복도를 지나 거실로 들어선 순간,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통유리창으로 들어온 햇살에 새하얀 바닥 타일이 반짝였다. 현기증이 일었다. 잠시 후, 슬며시 눈을 떠보니 텅빈 거실이 쥐죽은 듯 조용했다. (-11-)



"국내에선 합성 마약 오남용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물론 없다고는 할수 없짐나, 이처럼 광범위하게 퍼지진 않았을 겁니다."(-35-)



"회의 때도 말씀드렸지만, 수도와 전력 사용량이 없어 빈집으로 추정되는 세대 목록에 3206호가 있었습니다. 해당 세대들이 현관문 출입 기록도 확인했는데, 3206호는 출입 기록이 있엇고요. 그나저나 그 동료가 집안을 돌아다니진 않은 모양입니다." (-71-)



"저기,32층 양반, 그렇게 말하면 안 될 것 같소. 아이 엄마에게 63013호가 비어있으니,그곳에 가서 지내라고 하는 게 좋겠소. 먹을 것도 남겨뒀다고 말이오.비밀번호는 9876543 이오." (-131-)



보안요원이 창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나도 따라 내려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바람이 선선하다 못해 서늘했다. 종일 걸어 다닐 수 잇을 정도였다. 머릿속으로 날씨를 떠올렸다, 현재 기온은 18도였다. 불과 두 시간 만에 기온이 10도나 내려갔다. 올해도 어김없이 날씨가 변덕을 부렸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처럼 지분거렸다. (-174-)



"요즘 사람들은 현실에서의 나와 네트워크 안에서의 나가 분리되고, 점점 더 네트워크 속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일종의 가상현실 속에서 말이죠. 만약 이 칩이 사용화되면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지구 반대편에 사는 누군가와 연결될 거고, 사람들의 정신은 24시간 가상 현실 속에 머물며 전 세계에 있는 친구와 연결될 겁니다." (-231-)



주위엔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나는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켰다. 불은 켜지지 않았다. 스위치 옆에 달린 냉난방 조절기도 마찬가지였다. 깊은 밤이 되면 기온은 더 내려갈테데 , 이대로 잤다간 영원히 자게 될지도 모른다. 밖으로 나가 추위를 막을 만한 게 있나 찾아봐야겠다. (-305-)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질 것이다. 지구의 뜨거움을 열대야, 사막, 폭염, 건조기후로 표현하고 있으며,기업에게 정부가 요구하는 RE100 또한 지구 평균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하지만, 지구는 지금보다 더 뜨거워질 가능성이 크다.에너지 자원으로 여전히 전기를 쓰고 있으며, 원자력,석탄,석유, 태양열 발전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AI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으로 전세계가 네트워크 된다면, 더 전기를 사용할 것이며,원자력 발전소는 더 늘어난다 . 소설 『붉은 태양의 저주』은 2056년 , 50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를 경험하는 호모사피엔스의 지옥같은 삶을 엿볼 수 있다.



인공지능 Ai전문가 박기범의 뇌에, AI칩이 들어갔으며, 한달 동안 가수면상태에서, 깨어나게 된다. 자신의 삶이 하루 아침에 바뀌게 되었으며, 미국과 대한민국에서 박기범 박사를 찾고 있었다. 기후위기와 자연환경 파괴로 이해 ,지구 멸말, 6번째 지구대멸종은 호모사피엔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기후 변화 때문일 것이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전염병이 창궐하고, 똑똑한 좀비가 나타나고 있다. 이 예기치 않은 일들에 대해서, 대한민국 질병관리청은 속수무책이었고,국가 위기대응 관리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박기범은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AI 전문가였으며, 전염병 창궐을 없애며,

우리가 처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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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레터 - 성공한 슈퍼 CEO와 프로 일잘러의 30가지 성공 노하우
이상덕 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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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사실 없어질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거짓말에 상처받고 좌절하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거짓말은 우리 주변 도처에 있습니다. 문제는 때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간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45-)



"정말 우연히 이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대통령께서 어떤 정책에 대해 조언을 드렸는데, 보기에는 마뜩잖게 생각하시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하지만 며칠 후 ,저녁 테이블에서 제 제안을 마치 생각처럼 꺼내시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소크라테스는 특유의 문답법을 사용했습니다. (-59-)



말을 잘하려면 누군가의 말에 경청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말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바로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입니다."라는 미국 토크쇼의 전설로 불리는 래리킹의 교훈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91-)



출구를 열어놓는 것도 방법입니다.사람들은 출구가 있을 때보다 솔직해집니다. 직장 상사가 "지금부터 하는 답변은 다 책임이 없어요. 생각도 바꿀 수 있고, 하고 싶은 말을 하세요!"라고 한다면 팀원들은 솔직해집니다. 더욱이 팀원들은 자신이 한 답변을 번복하지도않습니다. CEO가 주도하는 경직된 임원회의보다는, 책임이 덜한 실무진 간 브레인스토밍 회의에서 창조적 답변이 많은 이유입니다. (-120-)



기업은 가족이 아닙니다.이제는 조직을 프로 스포츠 구단으로 봐야 합니다. 프로선수는 어떤 팀에 영원히 있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더 좋은 기회가 있으면 다른 곳으로 가고 그 사람이 우리 조직에 맞지 않으면 헤어져야죠. 다만 우리나라는 해고가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더 억울하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186-)



저는 저를 안 믿어요. 저 같은 인지심리학자들의 연구를 축양하다면 한마디로 저희들은 '인간을 안 믿는 사람들'이죠. 내일 출근할 때 꼭 가져가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걸 신발장 옆에 두는 것이 인지심리학자들이에요.지금처럼 매주 글을 써야 하는 상황에 몰아넣으면 사람은 쓰게 되죠. 또,개인차를 활용해요. (-213-)



책 『미라클레터』을 읽으면, 성장 그리고 잠재력, 기적을 만드는 방법을 꼽씹게 된다. 미라클, 혹은 기적이라 부르며, 우리는 항상 현실 속의 기적을  기대하고 경험하며 살아간다.책에서,기적은 패턴, 반복의 힘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루 하루 성장하면서,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는 사람이 기적을 얻어내고, 남들이 도달하지 못하는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 특히 이 책에서, 마인드 풀니스, 성장 만큼 주요하게 다루어야 할 마음챙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편한관계,불편한 관계가 냉탕 ,온탕을 왔다갔다 한다. 여느 동물들이 좁은 공간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상처받을 일도 거의 없고, 다칠 일도 그닥 나타나지 않는다.인간은 생각이 확장하고,공간과 시간이 확장되면서, 수많은 리스트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특히 사람과의 깊은 관계 속에 흔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처들은 인간에 대한 회외감마저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일곱가지 키워드, 마인드, 업무노하우, 소통, 리더십, 팀ㄴ워크, 재테크, 재충전을 살펴 보면, CEO가 매일 매일 어덯게 생존하고,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지 엿볼 수 있다.인간을 잘 다루는 사람이 CEO 로서 성공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며, 서로에게 이로운 존재가 될 필요가 있다. 나도 모르는 나의 잠재력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고, 예기치 않은 누군가가 기적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우리 앞에 놓여진 수많은 갈증과 문제들, 조직을 살라고, 팀을 살리고, 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하나 하나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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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묘탐정
정루이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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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안 받으셔서 문자 남깁니다. 영심, 스코티 시폴드. 4세 . 여아.유괴된지 하루 되었습니다. 되도록 빨리 연락 주세요. 보이스피싱으로 오해했던 사람이 남긴 것이었다. 피싱이 아닌 건 알겠는데 그래도 이상했다. 보통의 집사들은 추적을 의뢰히면서 유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고양이가 '없어졌다' 라거나 '가출했다' 고 표현한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23-)



드드는 천천히 캣워크와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다리르 절고 있었지만 보기 불편하다거나 애처롭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드드는 매우 위풍당당했다. 꼬리를 직각으로 치켜세우고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이 용모 반듯하고 잘 자란 반장 같았다. 나는 거대 고양이에 홀린 듯 눈을 뗄 수 없었다. (-69-)



나는 할머니를 껴안았다. 할머니가 내 엉덩이를 두드렸다. 할머니와 꼬동이 방으로 들어가자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와 책장에서 위스키를 꺼내 한잔 따랐다. 몽몽이 침대로 뛰어올라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냐옹, 하면서 어서 제 옆에 누우라 채촉했지만 나는 책상에 앉았다. (-87-)



드드가 눈동자에서 강렬한 광채를 내뿜으며 서 있었다. 그 옆에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었다. 새하얀 털을 가진 샘고양이였다.영심이 아니었다. 나는 긴장되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몽몽이 드드 쪽으로 다가가려 발걸음을 옮겼지만 뭔가에 부딪힌 듯 튕겨 나왔다. 몽몽이 엎발을 들어 조심스럽게 허공을 어루만졌다. (-125-)



'영심'이를 '드드'가 유괴했다. 마치 사람을 유괴한 것 같은 기분, '영심' 그리고 '드드'는 사람이 아닌 사랑스러운 캣, 생명줄이 길다하는 고양이 이름이다. 김말숙 여사는 '영심'을 키우고 있었고, 유괴라는 단어를 써서 꼭 찾아달라고 고양이 탐정에게 찾아오고 있었으며,그것이 묘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고양이를 사랑스럽게 가족처럼 애지중지 키운 사람이라면, 소설 『묘묘 탐정』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개와 고양이와 함께 살아간다. 잃어버렸다는 표현 대신 유괴되었다는 표현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다. 특히 묘묘 탐정이 되려면, 고양이의 습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도시 곳곳에 있는 CCTV를 확인하여,공야일르 추적하고,주인에게 찾아준다.



 어떤 사람에게 잘 다르고, 무엇을 좋아하고, 고양이가 왜 집을 나가서, 낯선 사람에게 찾아가는지 등등, 책 『묘묘탐정』에서 영심이와 김말숙 여사의 이야기 속에서, 캣맘, 캣파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생명체는 없다. 애지중지 키워온 고양이가 갑자기 사라지면, 그 누구도 느껴보지 못하는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내 것이 아닌, 나의 가족,나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이들에겐 반려 고양이가 나의 전부나 다름 없었다. '염심'이 집사 김말숙, 오지라퍼이며,'드드'의 집사 노륷을 자처하고 있는 이수언, 두 사람이 만나서,엮어나가는 독특한 컨셉, 고양이 사랑,메쏘드를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 책이 바로 『묘묘 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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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감각 - 21세기 지성인들을 위한 영어 글쓰기의 정석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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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뒤집어 놓는다. 심리학 교과서에 실린 유명한 그림, 이렇게 보면 술잔이지만 저렇게 보면 마주 본 두 사람의 얼굴 윤곽인 그림처럼 말이다.도킨스는 여섯 문장만으로 우리가 죽음을 보는 방식을 뒤집었고, 합립주의자의 관점으로도 삶을 얼마든지 찬미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게다가 그 언어가 어찌나 마음을 뒤흔드는지, 내가 아는 많은 휴머니스트가 자기 장례식에서 이 글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33-)



고전적 글쓰기 스타일은 하나의 핵심적인 비유로 요약되는데, 그것은 바로 세상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쓰라는 것이다. 작가는 독자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볼 줄 아는 사람이다.그래서 독자도 그것을 볼 수 있도록 독자의 시선을 적절히 이끌어 준다. 이때 글쓰기의 목적은 보여 주기이고,글쓰기의 동기는 객관적인 진실을 보여 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66-)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방법은 앞 이야기의 연장선에서 나온다. 바로 원고를 자기 자신에게 보여 주는 것이다. 단 이상적인 경우라면 스스로에게도 그 글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다시 보여 주는 것이다. 만일 여러분이 나와 같다면, 자신이 쓴 글을 다시 보았을 때 아마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내가 이 말을 왜 썻더라?' '어째서 이렇게 이어지지?' 이보다 더 자주 드는 생각도 있다.'대체 이 쓰레기 같은 글을 누가 쓴 거야?' (-154-)



작가는 왜 이따위 비비 꼬인 문장을 쓸까?자기 머릿속에서 떠오른 구절들을 그 순서 그대로 종이에 옮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작가의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떠오른 순서와 독자가 그 생각들을 쉽게 복구할 수 있는 순서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것을 지식의 저주의 구문 편이라고 해도 좋다. 작가야 당연히 자신이 품은 지식의 그물망에서 개념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훤히 보이고 ,그렇다 보니 자신이 두서없이 늘어놓은 단어들로부터 연결 관계를 해독해 내려면 독자가 우선 질서 있는 분지도를 머릿속에 그려 내야 한다는 사실을 깜박 잊는 것이다. (-225-)



일관성은 주제를 주어 위치에 계속 두거나 적절한 연결어를 고르는 것 같은 기계적 선택에만 달린 문제가 아니다.일관성은 독자가 여러 단락을 읽는 과정에서 마음속에 형성된 인상에도 달린 문제이고, 그 인상은 작가가 텍스트 전체를 망라해 장악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329-)



신문 칼럼에는 이런 구조를 지적하도록 훈련받은 옴부즈맨이나 편집장이 가려낸 '실수'를 사과하는 말이 늘 실린다. 현수 수식어는 무척 흔하다. 마감에 쫓기는 기자들의 글 뿐 아니라 유명한 작가들의 글에도 흔하다. 이런 구조가 편집된 글에 종종 나타나고 신중한 작가들마저 쉽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가지 결론이 가능하다. 현수 수식어가 유난히 음흉한 문법 실수이므로 작가들이 민감한 레이더를 발달시켜야 한다는 결론, 그리고 이것이 아예 실수가 아니라는 결론이다. (-401-)



스티브 핑거는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의 존스턴 패밀리 교수다. 인간의 마음과 언어,본성, 심리에 대해서 꿰뚫고 있는 인지과학자로 손꼽히고 있었다. 『빈서판』, 『생각거리』,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등 다수의 책이 번역되어 있다.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들은 나름 글쓰기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무라카미하루키, 박완서, 박경리, 히라노 게이치로, 스티븐 킹 등의 작가들의 글쓰기 패턴을 보면, 그들이 왜 위대한 작가이자, 독자들이 사랑하는 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 비결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출간됭 신작 『글쓰기의 감각』은 영어 글쓰기 뿐만 아니라, 한글로 글쓰기를 위한 모든 이들을 향하고 있다.



글쓰기의 기본은 구문과 문장이 독자를 향하고 있어야 한다.그건 자신이 쓴 글이 오직 자기 중심적인 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기본 룰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 같은 단어의 중의적인 표현,개념이 명확한 글, 시대에 뒤떨어진 단어와 어휘 선택, 추가적으로 문장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고, 산만한 글이 잇다. 검증되지 않은 작가들이 쓴 글이 독자를 외면하고 있으며,자신의 글을 낯설게 보아야 하는 이유다.



책에는 지식인의 저주가 나온다. 논픽션을 쓸 때,특히 조심해야 한다. 사실에 근거한 글쓰기가 우선이며, 독자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과 가치를 얻을 것인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제 뿐만 아니라 독자의 수준도 고려해야 하며, 대중적인 책을 쓸 것인지, 전문적인 학술서를 쓸 것인지 스스로 인지하고 글쓰기를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추가적으로 글쓰기는 상시적으로 이어진다. 좋은 글쓰기는 능동태를 쓰며, 연결어를 최소화한다. 글의 짜임새 균형이 잘 잡혀 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더 나아가, 글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기준을 확인해 본다면,글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매력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능동태로 글쓰기 만큼중요한 것은 2인칭 글쓰기다.글을 쓸 때, 1인칭과 3인칭의 차이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면,2인칭 글쓰기로 패턴을 전환하여,명확하고,간결한 글쓰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 누구나 글을 쓰고,독서를 하며, 그 안에서,독자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그를 쓴다면, 글쓰기가 돈이 되고, 글쓰기 재료가 모여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독자들이 사랑하는 글쓰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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