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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1139년 10월의 어느 월요일 오후,수도원 문지기실을 나선 캐드펠 수사는 자신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 전에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사실 그런 생각을 할 이유는 없었다. 불과 한 시간 정도 자리를 비울 예정이고, 슈루즈베리 수도원에서 고작 800미터 거리, 성문 길 맨 끝에 위치한 세인트자일스 병원에 가는 길이었으니 말이다. 캐드펠은 극소 병원 약장에 기름과 유약과 연고 같은 것들을 채워놓고 곧장 돌아올 생각이었다. (-11-)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어린아이가 고아가 되면서 큰 재산을 상속 받게 될 경우 흔히 일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심지어 그게 어린아이가 아니라 소년이거나, 심지어 청년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캐드펠은 생각했다. 누군가와 협정을 맺기 위해 , 아니면 많은 후견인들이 아이들에게 혼레를 강요했고, 이 모든 일들이 어린아이라면 그저 따를 수박에 없을 정도로 교묘하고 꼼짝할 수 없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곤 했다. (-63-)
경비병들의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선두의 말이 멈춰 서며 자갈길밭에 미끄러지는 소리가 드려왔다. 담장 옆에 앉아 있는 노인을 발견한 것이리라. 해가 뜨기 직전이라 주위는 이미 밝아져 있었고, 막 모서리를 돌아선 그들 앞의 쭉 뻗은 길 위에는 그 외에 다른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한 사람이 말에서 내려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118-)
"주인님을 살해한 자는 아직 붙잡히지 않은 겁니까?" 틀림없이 이 젊은이는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는 소식에 반가워하며 어서 그를 감옥에 안전하게 가두기를, 마침내 모든 조사가 다 끝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188--)
나무하러 갔던 사람들이 숲에서 한 짐씩 지고 돌아온 덕분에 땔감 창고엔 나무가 가득 차 있었고, 그 중에서 장난감을 만들 수 있을 만큼 결이 고운 작은 통나무도 하나 구할 수 있을 터였다. 아이가 두 사람을 잡아끌었지만 노인은 슬그머니 아이의 손을 놓은 뒤 그를 뒤편으로 떨어졌다., 그의 눈은 여전히 아래쪽 숲을 훑고 있었다. (-247-)
"악의였겠지!
"캐드펠 수사가 말했다."이보게 ,자넨 그에게 어만어마한 재산을 빨리 상속받을 기회 뿐 아니라 이 아가씨의 몸과 땅까지 덧붙일 기회까지 주었네. 그를 위한 완벽한 희생양이었던 셈이지. 자넨 그에게 매번 분노와 원한을 쏟아내기 않았나? 매복해 있다가 휴먼 드 돔빌을 살해한 순간 그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 그리고 유일하게 떠오른 사람이 바로 자네였을 거야. 그래서 일단 자네를 숨겨주었다가 일이 끝난 후에 수색대에 귀띔해서 자네를 잡도록 계획했던 것이네. (-300-)
소설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에는 웨일스인이자, 트레브리우에서 태어난 캐드펠 수사가 주인공이며, 휴언 드 돔빌 경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돔빌 경 앞에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고 마는데, 피카르 경의 여동생이 이베타르 낳다가 사망하고, 이베타가 10살되던 해, 아버지 마저 사망함으로서, 천애 고아가 되고 만다. 이 과정에서, 먼 친척이 이베타의 후견인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 후견인으로 제 멱할을 다하지 못하고, 이베타의 결혼은 사랑이 아닌, 후견인을 자처한 이가 이익을 얻기 위해 움직일 뿐이었다.
휴언 드 돔빌 경의 죽음 그리고 이베타가 사랑하는 조슬린 루시가 있었다. 조슬린은 하루 아침에 거짓말쟁이로 몰리고, 돔빌 경의 죽인 살인자가 되어 도망다니게 된다. 사람이라는 건 실제 진실과 무관하게, 보고 싶은데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돔빌 경과 이베타가 결혼한 이유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의심하였고, 돈을 노리고, 조슬린 루시가 가장 유력한 범인라고 생가하는데, 캐드펠 수사는 다른 관점에서,이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고, 그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는데 올인한다.
소설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는 나에게 매우 불편한 소설이다.나환자 하면 소록도를 떠올렸고, 최근 발생한, 봉화 농약 사건을 소환하고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구 사회 곳곳에 중세시대에 행해졌던 악법, 마녀 사냥은 진행중이다. 12세기 피부가 썩어들어가는 나환자에 대해 ,불결한 질병이자, 혐오와 차별, 배척의 기준이 되고 있었다. 오죽 하면 사람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어가더라도, 화형으로서,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을까, 아직 봉화 농약 사건의 실제 범인은 확인되고 잇지 않지만, 미디어는 죽은 80대 할머니를 범인으로 확정해 놓은 상태다. 그 할머니를 보면서, 거짓말쟁이, 살인자, 피후견인이자 이베타가 살항한 조슬린 루시의 심정이 어떤지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