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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 이강은 이강이다
김호석 지음 / 선 / 2023년 4월
평점 :

김호석 작가는 80년대 '수묵운동'에 참여하면서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표현해온 현실참여형 작가다. 현장에서 숨 헐떡거리며 살아온 이 시대 민중의 얼굴을 그린 그의 인물화는 한국 미술계에서 매우 주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그가 담아낸 이강 선생의 수묵화는 광주의 5월의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큰 울림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다.광주의 5월을 잘 모르는 어린 대들즐에게도 말보다 더 진한 가르침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12-)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한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1980.5.20 존남매일신문기자 일동 (-24-)
박정희 유신체제에 대한 최초의 저항이 광주에서 터져 나왔다. 민주화 함성이 터지기 전 「함성」 이라는 유인물이 배포되었는데,위 비상 사태가 선포되고 두 달이 채 못된 12월 9일 즈음이었다.우리가 알고 있는 시인 김남주와 그의 해남중학교 동창 이강 두 사람의 작품이었다. 김남주는 당시 해남에 내려가 있다가 라디오로 비상사태 선포를 듣고는 타오르는 분을 참지 못하고 광주 이강의 자취방으로 달려갔다. 바로 그날 두 사람은 정읍 동학혁명 전적지를 찾았고 그 자리에서 이 나라를 위해 유신독재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을 같이 하였다. 그리고 「함성」이라는 유인물을 제작하기로 하였다. (-106-)
이와 반대로 <내가 너다> 는 이강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아마도 크게 두 부류로 나뉘지 않을까 싶다. 그에게 고마워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를 기피하거나 빨갱이로 보는 사람들, 두 편 모두에게 이강은 한쪽 눈 실명한 사람, 자기라곤 챙길 줄 모르는 바보가 아닐까. (-116-)
어느 소설가는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묽들면 신화가 된다."고 하였다. 나는 여기에 이 한마디를 보태고 싶다. 글;하여 "역사는 대중의 표면 의식에 기록되고 신화는 인류의 심층의식에 새겨진다."고. (-137-)
'영혼'은 예로부터 삶과 죽음 속에서 거론되었으며
그 단어는 지금에 와서는 여러 많은 의미로 혼용되고 있어
일상의 생활 속에서 그 의미망은 매우 넓어졌고 혼란스럽다.
그리고 영혼의 문제는 과학에서도 무어라 확신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그것은 인류의 역사가 기록되면서부터 꾸준히 말해졌던 것이며
여러 종교의 창시자와 함께 그 중심에 있는 것이며
어느 시대에나 그것을 깨친 현자들과 구도자들이 잇었고
예술 속에서도 어떤 의미나 수준에서든 꾸준히 거론되어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161-)
그들이 모르는 것은 오늘도 인간 정신의 증거물로서 이강처럼 지상에 알알이 박힌 위대한 영혼들의 부력이 세상을 가라앉지 않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위대한 영혼들의 발자국이 지워지고 , 댓잎 몇 개가 진다고 해서 대지가 모두 시드는 건 아니다. 계절이 바뀌고 '청송'과 '녹죽'이 다시 무성해지는 건 순식간이다. 그래서 나는 또 생각해 본다.이건 괴테가 했던 말 같은데, "모든 것은 회색이요 살아 있는 건 오직 푸른 생명의 나무이다." (-202-)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투옥되었고, 고문으로 인생이 망가진 대표적인 이가., 2011년 12월 30일 세상을 떠난 정치인 김근태 (金槿泰) 와 1994년 2월 13일 세상을 떠난 시인 김남주 (金南柱) 가 있었다. 해남에서 태어난 김남주에게 광주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던 친구 이강이 있었다, 두 사람은 해남 출신으로서, 유신 반대 운동이자 전국 최초의 유신 저항운동 '함성지 사건' 으로 인해 투옥되었고, 고문에 시달리게 된다.이후 1974년 4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을 중심으로 180명이 구속·기소된 사건 , 민청학련 사건으로 재차 구속되고 말았다.
이강이 투옥되었던 당시 시인 김남주는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시인이 되었다. 반공법으로 투옥되었음에도, 그 교도소 안에서, 편의를 봐 준 덕분에, 글을 꺽지 않았고, 시인 김남주는 시를 쓸 수 있었다. 반면 '함성지 사건' 으로 인해 이강의 가족사는 풍비박산이 되고 말았고, 이강 가족의 삶에 대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건,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후 국립5·18민주 묘지에서 유일하게 5·18유공자 이연(1962∼2019)씨를 참배한 직후였다. 장남 이강의 가족 6남 2녀 중 여섯 째 이연, 일곱째 막내 이윤이 있었다. 지금 이강(74)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상임고문 은 5/18 민주화 운동의 투신하였으며, 5.18 고문 휴유증으로 그의 동생 ,이황과 이연은 사망하였다.
전북 정읍 출신 김호석 화백은 『모든 벽은 문이다』,,『김호석 수묵화집 神』등 더수의 화집을 출간하였으며, 5.18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존재, 이장의 삶 속에서,그의 정신을 『이강은 이강이다』 에 녹여 내고자 하였다. 민주화 운동 속에서, 수많은 광주인이 죽어야 했던 현실을 , 디테일한 것 하나하나 이강의 수묵화전에 놓치지 않았다.
지금과 너무나 다른 세상, 1980년, 인쇄물 하나가, 체제 전복유인물로 왜곡되었으며, 이강과 이강의 가족 중 이황, 그리고 이정은 함성지 사건에 개입되었다는 이유 하나로 구속되고 말았다. 여덟 가족이 각기 뿔뿔히 흩어졌으며, 이강의 삶은 1975년 민청학련 사건 으로 15년 형, 1979년 남민전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았으며,그의 고문의 흔적이 이강의 온몸에 켜켜히 묻어나 있다. 이강의 삶 속에 오월 십팔 일 , 광주 민주화 정신의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겠다는 의지 뿐만 아니라,광주 시민 스스로 5.18 시대정신에 부응하여 , 민주화 운동은 시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사실 뿐만 아니라, 평등의 자유, 공정의 자유를 당위라 말하고 있다.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에 '이강 선생상'과 '김남주 선생상'을 제작한 이유다. 또한 오월 광주 정신은 인간이 가져야 하는 보편적인 것, 누려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며, 김호석 화백은 이강의 삶과 영혼을 수묵화 그림에 담아서, 이강 수묵 전시회를 개최하였으며, 책 『이강은 이강이다』을 출간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