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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 읽기만 해도 어휘력이 늘고 말과 글에 깊이가 더해지는 책
장인용 지음 / 그래도봄 / 2025년 3월
평점 :

가령 '러시아'는 아라사 '로 표기했는데, 이는 러시아가 몽골 너머의 나라였기에 '러시아'의 몽골어 표기인 '오로스'라는 단어 앞에 모음이 추가된 것이다. 구한 말 고종이 러시아 공관으로 거처를 긴급히 옮긴 사건인'아관파천'에서 '아(俄)' 는 러시아를 가리킨다. (-61-)
영어의 '컴퍼니'를 번역한 '상회'라는 말도 생겼다.여기서 '상'은 은나라'를 가리킨다. '은'은 상나라 도읍지 이름이고, 이 나라 사람들이 장사를 잘한다고 해서'상(商)' 이 '물건의 매매'를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상회'는 '회사'에 밀려 점차 '상점'이란 뜻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 의미가 축소되었다. (-65-)
'숙맥'이란 한자를 보면 그저 '콩과 보리'라는 뜻이다. 그러니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왜 이 말이 '사리분별 못하고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을 뜻하는지 잘 모른다. (-69-)
'꿩의 다리'라는 식물도 있다. 이름의 유래는 꿩의 다리처럼 줄기가 가늘다 해서 그리 불렀다고 한다. 이 유래를 듣고 꿩의 다리가 정말 가는가 하고 생각해봤다. 아마도 몸체가 다른 새에 비해 뚱뚱해서 다리가 상대적으로 가늘다고 느끼지 않았나 싶다. '꿩의 다리란 식물 이름 앞에 '참','좀','금','은' 이란 접두사가 붙기도 한다. (-106-)
평택에는 행정 지명으로는 없어도 저수지, 생태공원, 초등학교와 중학교, 도서관 이름에 '배다리'가 붙는다. 평택 이야말로 예전에는 바닷물도 드나들며 호수와 습지가 많던 곳이라 배다리가 유용했을 것이다. (-113-)
또 고도리 새끼를 '고도리'라 하듯이 명태 새끼는 '노가리'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주로 먹던 노가리는 주로 말린 것이어서 껍질도 까고 가시도 추려내며 주로 술안주로 먹었다. 그것까지는 이상하지 않지만 속어로 '노가리르 까다'라는 말은'그럴듯한 잡소리나 거짓말을 하다'라는 뜻이다. (-126-)
'포도'란 한자어는 중앙아시아에서 포도나무를 들여올 때 그곳의 발음을 옮긴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포도가 들어오기 전 머루가 자생하고 있었으며'멀위'라 부르기도 했다.지금도 우리나라에서 포도와 머루는 확실하게 구분하고 차이를 확실하게 인식한다. (-143-)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사이다'나 탄산수나 낯선것은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색깔 없는 달콤한 탄산수를 '사이다'라 부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이 음료에 사과향을 쓰지 않지만 이렇게 본래 이름을 기망하는 '사이다'란 명칭은 100년 넘게 '사이더'의 자리를 빼앗아 차지했다. (-156-)
이'가좌'는 우리말'가재'를 바꾼 것이다. 에전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 많았으며 냇가의 돌덩이를 들추면 일급수에서만 산다는 가재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곳에 별다른 특징이 없으면'가재골'이란 지명으로 불렀다. 관청의 일본인들은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으니 행정 지명으로 그저 비슷한 발음의 한자를 끌어다 붙인 것이다. 이로써'가재골'은 사라지고 '가좌'만 남았다. (-164-)
이느 '도모지'란 형벌에서 왓는데 한자 뜻으로 보면 종이를 죄수 얼굴에 겹겹이 바라 숨이 막혀 죽게 하는 형벌이라 한다. 이를 행하려면 손발과 몸통을 묶고 했을 터이니 당하는 사람으로서는 '도무지 어찌할 도리 없이'서서히 숨 못 쉬는 고통을 겪으며 죽어갔을 것이다. (-181-)
'도무송'은 이런 특수 기계를 만드는 회사인'톰슨 프레스'의 상호를 일본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서류를 철심으로 묶는 도구인 스테이플러가 일찍이 그 기계를 생산한 회사의 이름인 '호치키스'로 불린 것처럼 말이다. (-211-)
우리 민족을 순수한 혈통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우리말에 들어온 몽골어,만주어, 거란어 등을 보면 그렇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순수 혈통주의는 위정자들이나 선동가들이 외치는 구호일 뿐이고, 세상은 이웃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교류하며 지내는 것이다. (-221-)
상거래에서 주고받는 '어음'이란 낱말도 흔히 한자어로 오인하곤 한다. 어음의 옛말은 '어험'으로 '어'는 '자르다'라는 뜻이고'음'은 접사로 여기서는 '종이'를 뜻한다. 곧 어음은 얼마를 지불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동이 하나에 쓰고, 그것을 잘라 보관하다가 특정 장소에서 맞추어보고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238-)
학창 시절 배웠던 공부들이나 언어,말의 유래에 대해서,깊이 생각하거나,그 말이 어디에서 파생되었는지, 유래가 되었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대중적으로 널리 쓰여지는 단어는 익히고 외우고 몸으로 받아들였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서, 생기고, 사라진다. 때로는 권력자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환할 때가 있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 널리 쓰여졌던 언어들이 특히 사라지는 언어중 1순위로 손꼽히고 있다. 스포츠 경기 중 야구에서, 일본어 용어가 많이 사라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의 언어는 순수한 언어, 순혈주의는 아니다. 만주어, 거란어,여진족어, 몽골어 뿐만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서구의 언어까지 수용하였고, 널리 쓰여졌다. 물류가 서로 교류되고, 사람과 사람의 이동이 자연스러워지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다. 일제 강점기 , 서구의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본에 의해 언어가 새롭게 만들어졌으며, 한국은 그 언어,단어를 자연스럽게 수용했다. 배다리 나무, 섭다리가 바로 그런 단어였으며, 하루 벌어서,하루 쓰는 건설업은 여전히 일본에서 쓰여지는 단어가 아직 쓰이고 있다,
언어는 그 시대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곤여만국전도가 바로 그런 예이다.지구가 둥글지 않고, 네모라고 생각했던 그 시대에 사람들의 생각이 지도 이름에 반영되었다. 때로는 언어가 어떻게 유래되었는지 모호할 때가 있고, 언어가 다른 뜻으로 쓰여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국민학교가 이제 사라지고, 초등하교로 이름이 바뀌고 있다. 언어는 필요에 따라서, 새롭게 개정되고, 다른 언어로 대체될 때가 있다. 전세계 각국의 나라 이름에 한자어가 널리 쓰여졌다.이제는 그 나라 이름 그대로 쓰이고 있으며, 한자어는 구시대의 언어로 바뀌는 추세다.불란서, . 아라사, 월남이라는 단어가 이제 자취를 감춤지 오래다. 가좌동에 얽힌 단어의 의미는 '가재가 노닐던 곳'을 의미하며, 물이 맑은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도시의 형태는 시시각각 바뀌었고, 물과 공기도 예전에 비해 달라졌지만, 지명은 여전히 똑같은 지명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그 언어의 과거와 현재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