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이 평범한 일상으로 완전히 바뀔 때쯤
내가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했노라고,
그러나 지키지 못해 아팠노라고,
눈물을 흘리지 않은 채 쓰게 될 것이다.
아프지 않은 이별이란 없겠지만,
건강한 이별은 있다.(-20-)
각 경주마마다 주인이 있고, 그들을 ‘마주’라 칭한다.
마주가 경주마를 나(조교사) 같은 사람에게 위탁하면, 나는 그 말들을 훈련시키고 경주에 출전시켜 좋은 성적으로 마주에게 상금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
경주마는 나의 경제적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주인공이자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26-)
가장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던 2006년 10월 29일, 일요일.
헤럴드경제배 대상 경주였다.
큰 대상 경주에 출전한다는 설렘과 동시에 긴장감을 안은 채, 발주 신호와 함께 출발대를 나왔다.(-77-)
불안, 우울 같은 감정은 내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를 좋아하는 것 같다.
가만히 핸드폰을 보고 있거나 멍때리기를 할 때, 그들은 스멀스멀 나를 공격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이제는 나도 요령이 생겨서 마구잡이로 글을 써대거나 책을 들고 읽거나, 밖으로 나가 조금 걷는다.(-127-)
그녀는 내가 어디에 글을 쓰는지 알고 싶어 했지만, 나는 알려주지 않았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글을 쓰는 건 진심 어린 공감과 응원을 받고 싶어서예요.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천사들이 해주는 한 마디가 때로는 더 큰 힘이 되거든요. 요즘은 글쓰기가 살아가는 힘이에요.”(-176-)
특히 나는 내 일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혹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겪을 때 ‘나는 왜 이렇게 억압받고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도 “너 무조건 그 일 해야만 해. 그렇게 살아!”라고 말하지 않는데도, 나는 답답함을 느낀다. (-199-)
저자 이신우는 한국 최초 여성 기수, 아시아 최초 여성 조교사라는 두 가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1999년, 대학 입학을 접고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일찍이 사회생활을 하기로 했다.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처음 가본 경마장.기수가 되기 위해서는 10kg의 살을 빼야 했고, 48kg 이하가 되어야 비로소 여성 기수의 첫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500kg에 달하는 말과 함께 달린다는 것은 항상 매력적이진 않다.
큰 자동차 위에 맨몸으로 올라타는 것이기 때문이다.말 위에 올라탔고, 2006년 말에는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큰 사고와 큰 부상과 함께 수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설레면서도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기수가 아닌 여성 조련사로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한 가지 길이 아니더라도 다른 길이 있다. 기수가 타는 말을 조련하며, 좋은 말을 찾기 위해 제주도를 밥 먹듯이 다녀왔다.삶이란 어느 순간에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불안과 우울감, 이 두 가지는 우리 삶에 항상 단골손님처럼 찾아온다.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순간들, 아픔과 지우고 싶은 기억들. 층층히 쌓여서 내 삶에 비극이 될 수 있고, 두려움이 되기도 한다.그리고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는 상상을 할 수 있다.그래서 글을 쓰기로 하였고,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대로 쓰기 시작한 글들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힘이 되었다. 책을 쓰고, 에세이를 쓰게 된 것은 나를 위한 선택이며,스스로 위로받고 싶어서, 보이지 않는 천사들을 통해 느끼는 행복 때문이다. 행복한 삶, 평온한 삶은 일상 속에서 하나하나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