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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라퓨타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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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퓨타가 도착했다. 몇 백년 만에 다시 보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일본만화영화 애호가로 아무 생각 없이 재미로 봤고 지금은 태교라는 대의명분아래 정신 가다듬고 똥 터래기 세우고 아내랑 같이 봤다.

 

 

투철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봐서 그런지 만화가 생각보다 폭력적이고 슬프다. 흔히 길이 인생에 비유되듯이 비행(飛行) 혹은 비상(飛翔)은 꿈이나 이상, 희망, 동경 같은 것들, 이루기 어려운 것들과 닿아 있다. 미야자키씨의 애니가 매력있는 까닭이다.

 

 

그림은 <하울>이나 <센과 치히로>에서는 약간 거리가 있고 <코난>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다. <하울>이나 <센>이 세련되었다면 라퓨타는 소박하다. 파즈는 코난, 시타는 라나...그리고 파즈가 대장이라고 부르는 사람의 아들은 어린 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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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웨이 - 할인행사
알렉산더 페인 감독, 폴 지아마티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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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주년 기념일 개봉할려고 금지옥엽 애지중지하던 샤또 슈발 블랑 1961(와인나라에는  2000년 빈티지가 270만원에 나와있다)을......아내와 이혼하고 친구 결혼식날 허름한 패스트 푸드점 같은 곳에 혼자 앉아 도너츠 안주로, 그것도 주인 몰래 일회용 콜라컵에 따라 마시게 될 줄을 빛나리 아저씨 마일스가 어찌 알았겠는가 이말이다, 내 말이.... 흔히 말하듯이 인생이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법이고, 와인이 오래 숙성하게 되면 오묘한 맛을 내듯이 어쩌면 인생이라는 것도 오래 살다보면 그 예측하기 어려움에 묘미가 있다는 것을 불현듯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한병의 포도주를 인생에 비유하는 것은 인생의 측면에서 본다면 인생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것도 같지만 포도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포도주에게도 인생 못지않은 오묘한 그 무엇이 있기는 있는 것이다.

두 남자의 일주일간의 여행 이야기이다. 토요일 결혼을 앞둔 잭은 친구 마일스와 총각파티겸 기분풀이로 켈리포니아 와이너리 여행을 떠난다. 와인 애호가인 마일스는 2년전 이혼했고, 현재는 영어교사로 소설을 쓰고 있지만 출판사로부터는 항상 거절을 당하고 있다. 잭은 지금은 한물 간 배우지만 그 자신의 본능은 결코 한물 가지 않았다.(부언하자면 본능은 성욕을 말한다) 여행내내 마일스는 와인에 집착하고 잭은 여자에 집착한다. 이혼한 아내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해 마야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마일스. 결혼을 앞두고 있음에도 주체할 수 없는 성욕으로 인해 코가 깨지고, 알몸으로 줄행랑을 놓아야 하는 잭. 우여곡절파란 끝에 잭은 무사히 결혼식을 치른다. 잭의 결혼식에서 이혼한 아내를 만난 마일스는 피로연에 참석하지 않고 햄버거 가게에서 홀로 샤토 슈발블랑 1961을 마시며 궁상을 떤다. 하지만 마일스도 국으로 죽으란 법은 없다. 마야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마야를 만나러 떠나는 마일스. 마야의 집 대문을 뚜디리는 순간... 영화는 끝~

이 영화 뻔한 헤피엔딩이 아니어서 우선 마음에 들었다. 간간히 웃기는 장면도 꽤 나오고 코끝이 시큰한 대목도 한 두군데 있다. 무엇보다도 와인에 관심이 있다면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만약 보게 된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성을 부여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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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네프의 연인들 CE - [할인행사], 완전 무삭제판
레오 까낙스 감독, 줄리엣 비노쉬 외 출연 / 이지컴퍼니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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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대가리 마냥 머리에는 털이라는 털은 한 터레기도 남아있지 않는 넘이 불 뿜는 용도 아닌 것이 입으로는 불을 토해내며 그 불로 자기 팔을 지지고하는 그런 위험천만의 곡예를 하는 녀석하고, 눈알이 빠져 없어져 버릴 그러한 절체절명의 치명적인 위기에 처한 자포자기의 막가는 처녀 화가하고. 둘이 발광 용을 쓰는, 말하자면 별 거지같은 사랑이야기인데, 줄리에트 비노쉬가 막가파가 확실하다는 것은, 그 우둘뚜둘한 벽에다 주먹을 갖다대고 긁어 버리는 피가 질질 유혈이 낭자했던 그 오금저린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났으니, 본인은 심사가 처절해져 차마 두 눈 뜨고는 볼 수가 없어서 한 눈은 찌부려 감고 나머지 한 눈을 겨우 떠서 간신히 보았던 것이다.

우리네 관습이란 거지들은 주로 다리아래에 서식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야네들은 다리위에서 주로 죽때리고 있더라나. 그넘의 다리가 요상하게 예술적으로 생겨 먹은 것이 여관방 객실처럼 차 나다니는 길에서 하나씩 똑똑 동그랗게 떨어져 나가앉아 있는 공간이 있어서, 집구석에서 쫓겨났든 지발로 기어나왔든 어쨌든간에 집없는 아새이들 한 밤새기에 안성마춤일러라. 비오거나 일기 악천후시에는 애로가 과중할 것이나 어차피 집나오면 고생이고, 이 막가파 처녀화가가 루브르박물관 문지기 할배에게 육보시를 하고, 그 대가로 천국의 열쇠를 얻어내어 모두 자빠져 자고 있는 깊은 밤, 어두운 밤, 촛불하나 외로이 밝혀 들고 박물관으로 잠입하여 울며 쓰다듬으며 황홀하게 바라본 그 그림이 램브란트의 자화상이라는데, 영화를 볼때는 그것이 램브란트 자화상이었는지 뭐였는지 무식한 본인은 몰랐다. 나중에 듣기로 그렇다고 하니 그런줄로 알았다.


여기서 의문 하나, 박물관의 문지기 영감은 왜 뒈져버렸나? 늙어빠진 육신이 가졌던 덧없고 허망한 욕망의 값이 죽음이라!! 하기사 죄의 값은 사망이라 했던가, 허나 내 생각에 영감 너무 오바한 것 같아. 강가에 신발 두 켤레만 달랑 남겨두고 말이지. 막가파 처녀화가는 결국 실명하여 영감탱이가 빠져 죽은 그 강물에 몸을 날려 수장되고, 문어대가리는 제 입에서 나온 불로 제 몸을 불살라 등신불이 되어 화장되어야 할 것인데....화려한 불꽃놀이에 모타보트, 사랑의 유람선으로 이 영화를 끝낸다는 건 아무래도 조금 아쉽다. 연이나 년넘둘이 회오리바람처럼....팽팽... 팽이같이 미쳐 돌아가는 포스터는 일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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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06-02-20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를 정리하면서 페이퍼에 있던 것을 리뷰로 옮겨왔다.
 
친절한 금자씨(2disc) : 디지팩
박찬욱 감독, 이영애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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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이 유행인지는 모르겠지만 혹 가다가 쓰는 사람도 꽤 있는 거 같다. 대체로 난감하다. 그렇다. 이 영화를 보고 감상이란 걸 쓸려고 하니 대체로 난감하다. 이건 여담인데, 그러니까 초등학교 시절인데, 5학년 때 학급 부회장이라는 걸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그때도 무슨 평등 내지는 평준화 바람이 불었는지 보다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미에서 학급 회장 부회장을 한달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했다. 그러니까 방학 두 달정도 빼고 10달 곱하기 3명(회장 1명, 부회장2명)이면 30명, 왠만하면 회장,부회장을 한번은 해먹을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였다. 그때 선생님이 본인에게 하루동안 많이 떠들고 소란을 피운 사람 이름을 칠판에 적으라고 하셨는데,,,소심한 본인은 대단히 고심했던 기억이 난다. 함부로 적었다가 욕먹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그래서 ‘대체로 조용했음’이라고 적을려고 하니 ‘체’자가 안“체”인지 바깥“채”인지 대단히 헷갈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 대단히 고심을 하다가 어슴프레하게 안‘체’인지 바깥‘체’인지 잘 알아보지 못하게 어물쩍 흐릿하게 적어놓고 뒤통수를 긁으며 자리로 돌아왔던 일이 기억난다. 대체로 난감하다는 말을 하자 대체로에 대한 추억이 문득 떠올라 몇 자 끄적여 봤다.

본인은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을 보지 못했다. <친절한 금자씨>가 처음이다. 그 유명하다는 <올도보이>도 본다 본다 하면서 미루고 있다. 마누래가 잔혹한 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안볼려고 해서 못보고 있는 것도 한 이유가 되겠다. <친절한 금자씨>는 디비디는 일주일전에 샀는데 보기는 어제 새벽에 봤다. (사실 디비디는 예**4에서 샀다.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재에 셋방 사는 주제에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는 것 같아 찜찜한 마음도 있다. 본인도 예전엔 플레티넘 회원이기도 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좀더 싼 싸이트로 옮기게 되었다. 알라딘에서 주관하는 서평단 모집에 몇 번 당첨되어 공짜로 책도 받고 하니 더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내가 이 디비디를 산 이유를 말하자면 내용 보다 표지에 끌려서 이다. 이영애가 아름다운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본인은 이영애를 그다지 흠모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이 디비디 표지의 이영애 눈을 보자 사지 않고는 베길수가 없었던 것이다. 안사주면 나에게 무언가 친절하게 복수를 할 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말았다 오락가락 했다.


감상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대체로 난감했다. 본인이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고,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는 대체로 재미와 감동 때문일 것이다. 재미가 있거나, 아니면 감동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영화를 만든 사람도 먹고 살 수있고 영화를 본 사람도 돈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어 누이좋고 매부좋고 그런 원만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뭐 ‘눈 배맀다. 돈 돌리도!!’ 이런 것은 아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순하다 어린이 유괴 살인의 죄를 뒤집어 쓴 금자가 진짜 살인자인 백선생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죄짓지 말고 살라는 교훈이다. 백선생이야 무지막지한 천인공노할 무도한 놈이지만 금자씨도 결코 친절하고 깨끗한 것 만은 아니다. 그녀도 교도소에서 사람을 죽였고 복수를 위해 개도 한 마리 쏴 죽였다. 화면의 대부분에서 눈발이 날렸고 백선생에게 만행이 저질러졌던 교정은 온통 눈 밭이었다. 눈은 금자가 바라는 ‘깨끗함’의 상징이지만 녹으면 질척해지는 것이고, 그녀가 출소할 때, 더 이상 죄짓지 않기 위한 의식으로 두부 먹기를 거절했으므로 백선생을 처단하고(복수를 하고) 나서 하얀 생크림 케익을 먹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죄를 씻고 깨끗하게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복수’가 아니라 ‘용서’인 것이다. 복수로는 ‘be white’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금자도 그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건 성인들의 몫이었다. 필부필부의 마음은 결국 복수심에 활활 불타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금자는 그 아까운 케익을 먹지 못하고 머리를 처박고 울었다는 말이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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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dts] - [초특가판]
빔 벤더스 감독, 라이 쿠더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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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굵직굵직한 나무등걸 아래 앉아 억만 시름 접어 날리고
결국 끊지 못했던 흡연의 사슬 끝내 떨칠 수 있을 때
그늘 아래 앉은 그것이 그대로 하나의 뿌리가 되어
나는 지층 가장 깊은 곳에 내려앉은 물맛을 보고
수액이 체관 타고 흐르는 그대로 한됫박 녹말이 되어
나뭇가지 흔드는 어깨짓으로 지친 새들의 날개와
부르튼 구름의 발바닥 쉬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사철나무 그늘 아래 또 내가 앉아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내가 나밖에 될 수 없을 때
이제는 홀로 있음이 만물 자유케 하며
스물 두 살 앞에 쌓인 술병 먼 길 돌아서 가고
공장들과 공장들 숱한 대장간과 국경의 거미줄로부터
그대 걸어나와 서로의 팔목 야윈 슬픔 잡아 준다면
좋을 것이다 그제서야 조금씩 시간의 얼레도 풀어져
초록의 대지는 저녁 타는 그림으로 어둑하고
형제들은 출근에 가위 눌리지 않는 단잠의 베개 벨 것인데
한 켠에서 되게 낮잠 자 버린 사람들이 나즈막히 노래불러
유행 지난 시편의 몇 구절을 기억하겠지

바빌론 강가에 앉아
사철나무 그늘을 생각하며 우리는
눈물 흘렸지요

<사철나무 그늘아래 쉴때는> "장정일"

**************************

  <너에게 나를 보낸다>, <거짓말> 등 주로 야리꾸리한 문제의 변태소설들을 많이 써온 장정일 선생도 이십대 초반 전후에는 이런 시도 조금씩 쓰곤 했었는데, 말인즉슨 이미 희미해진 옛 추억의 자락들을 더듬어 찾는 늙은이의 한숨같은, 허파 깊숙한 곳으로부터 내뿜는 허망한 담배연기 같은, 그런 쓸쓸하고 허전한 시도 꽤 쓰곤 했었더라는 말이다. "사철나무 그늘 아래 또 내가 앉아/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내가 나 밖에 될 수 없을 때" 이 구절이 제일로 마음에 든다. 말인즉슨 정곡을 찔렀는지 아니면 정곡 그 비슷한 어디쯤을 건드렸는지 마음이 짠하고 잘하면 눈물도 날 듯 말 듯 하다.

어제 본 "브에나비스타 쇼설클럽"은 왠지 쓸쓸하고 애잔한 느낌이다. 쿠바 음악에 대해서 본인은 당연 문외한으로 잘 모르지만 그런대로 좋은 느낌이었고, 가사는 아주 재미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뚜라 집에 불이 났다나 어쨋다나, 화재의 심각한 상황인데도 어감이 웃겨서 조금 웃었다. 흔히 말하듯이, 촛불은 꺼지기 직전에 한결 더 밝은 빛을 내는 법이다. 빛나고 유쾌했던 지난날들을 재현해 보려는 늙은이들의 노력은 쓸쓸하고 애달프다. 육신은 이미 늙어버렸느니 마음만으로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영화를 보다가 문득 위의 시가 생각났다. 그 옛날 본인도 학교옆 신천 방둑위에 앉아 눈물을 흘리곤 했었다.

뜬금없이 형가의 절명시도 떠오른다. 風蕭蕭兮易水寒, 壯士一去兮不復還 (바람은 쓸쓸한데 역수의 물은 차갑구나/ 장사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 비장한 각오로 떠난 장사도 결국 돌아오지 못했듯이 한번 지나간 우리 젊음도 결단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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