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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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기에서 당신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옆에서 얻을 수는 없는 것이었나요?* - 빛나는 신들은 신을 명상한다. 메마른 강이 흐르는 그늘의 그물을 쓰고 사내는 대답하지 못했다. (중략) 모든 것을 버려본 적이 있는 정처 없는 자의 운명은 그렇게 상처입은 끝없는 길들을 오래도록 노래하며 가야한다. 비밀한 길들은 발자국을 간직하지 않는다. 사내의 발바닥에도 몇천분의 일 지도 같은 미세한 길들이 사방으로 팔방으로 나 있었다. 필시, 객사의 운명이려니 (하략)’ 함성호의 시 <카필라바스투의 동문> 중 일부다. 부다는 세상의 권세와 아름다운 부인을 버리고 오직 자기 가슴 속의 욕망만을 간직한 채 이 카필라바스투의 동문으로 출가한다.


* 함성호 시집 <타즈마할>의 주() ‘이윽고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 카필라 성에 다시 돌아왔을 때 그의 부인 아유다라가 부다에게 던진 질문. 경전은 아무 대답이 없는 부다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질문은 내 옆에서의 깨달음. 출세간보다는 세속에서의 깨달음을 일깨우고 있다. 아마도 부다는 이 질문을 통하고서야 비로소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었을 터(함성호 <타즈마할> p127)


아름다운 아내를 버리고 사랑하는 자식도 버리고 세상의 권세도 버리고 부귀와 영화도 버리고, 남들은 가지지 못해 안달인 것들, 남들 모두가 절절히 욕망하는 그 욕망들은 모두 선뜻 버렸으되, 남들은 아무도 가지길 원하지 않는 욕망,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욕망, 득도하고자 하는 그 한 욕망은 너무나 크고 간절해서 버리기는커녕 오히려 여기에 죽자살자 메달려 용맹정진 돌진약진 했으니.... 그렇다고 한다면 결국 부처는 욕망의 화신이 아닌가? 그가 버린 욕망들은 그가 품은 욕망에 비하면 한낮 티끌 같은 것들일 뿐이라, 어떤 이는 중을 만나면 중을 죽이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고 했으며, 또 다른 이는 사람들이 해아래서 하는 모든 수고가 무엇이 유익한고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며 헛되도다라고 했느니, 아아!!! 어쩔것이냐, ~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이 소절이 자동반사적으로 따라나오면 연식 반백년 이상 ㅋㅋㅋㅋ)

 

******* 여기서 잠깐!!! 불교리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어떤 한 인간이 어느날 문득 집을 나와서(작은 욕망들을 버림) 머리깍고 중이 되어 자기 자지를 자르고(나름 큰 욕망 중 하나를 버림) 지랄용천을 하며 용맹정진하는 이유는 바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인데(맞제?) 그 깨달음을 얻겠다는 것은 결국 부처가 되겠다는 이야기이고(맞나?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누가? 몰러!) 그리고 부처는 결국 신()이 아닌가? 이 말씀인데, 그렇다면 결론적으로다가 삼단논법상으로 한 인간이 깨달음을 얻겠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신이 되겠다는 이야기. 자잘한 것들은 모두 버려뿔고 엄청나게 큰 거 한 방 터뜨리겠다는 이야긴데 그 욕심이 실로 어마무시하다.

 

소설의 제목이 <싯다르타>여서 당연히 석가모니 부처님 이야기인줄로 알았는데 읽어보니 싯다르타가 그 싯다르타가 아니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부처님 고타마 싯다르타는 기원전 563년경 인도 북부의 작은 왕국 카필라(가비라)에서 왕세자로 태어났다. 훌륭한 아들은 낳은 어머니 마야부인은 출산 후 7일만에 죽었다. 고타마는 16세에 사촌과 혼인하여 아들 라울라를 낳았고 이른바 사문유관을 통해 인생의 생로병사에 대해 깊이 고민하다가 29세에 사랑하는 가족과 부귀영화를 버리고 출가한다. 금욕수행과 참선정진 끝에 보리수 아래서 도를 깨닫는다. 아마도 35세 전후인 듯. 그후 45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교화하다가 80세에 쿠시나가라 숲에서 죽었다. 제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제행무상(諸行無常)하니 그대들은 중단없이 정진하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소설 속 싯다르타의 인정 여정은 조금 다르다. 싯다르타는 인도 최상위층인 브라만 계급의 아들로 태어났다.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그 자신 빛나고 아름다운 청년이었으나 어느날 문득 친구 고타마와 함게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한다. 깨달은 자 고타마를 만나서 설법을 듣지만 결국 자신의 길을 가기로 하여 속세로 돌아오게 된다. 사색하는 것, 기다리는 것, 단식하는 것 이 3가지 기술 밖에 없었던 던 그는 고급창부 카말라를 만나 육체의 욕망 방중술을 익히고 상인 카와스와미에게 장사의 기술도 배우게 된다. 오랜 속세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강으로 가서 자살하려다가 문득 각성하고 그 강가에서 뱃사공의 조수가 되어 뱃사공으로 살아간다. 싯다르타는 결국 강으로부터 깨달음을 얻고 뱃사공을 찾아온 옛 친구 고빈다는 싯다르타에게서 부처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에게 큰 절을 올리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소설은 인간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초월에 대한 의지를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유려하고 서정시 같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슬먹고 실똥싸는 바람타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같기도 하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집구석을 뛰쳐나와 숲 속에서, 산 속에서, 토굴 속에서 수행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속세에서 처자식 곁에서 생활에 부대끼면서 지지고 볶는 그 삶의 경험을 통해서 깨달음에 다가갈 수 있다는 이야기 같다. 바로 위의 함성호의 시 주석에 나오는 속세간의 깨달음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 이건 참고로,

헤세는 청소년기 자살 시도과 정신병원 입원, 그후 우울증 등으로 그 자신이 극심한 정신적 방황을 겪었고 그래서인지 특히 인간의 영적인 성장에 관심이 많았다. 인도에서 선교사 생활을 했으며 인도와 중국 철학에 몰두했던 아버지, 역시 선교사이며 인도학자였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인도의 종교와 정신세계를 배웠던 헤세는 평소 인도를 자신의 정신적 고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911년에 헤세는 생명의 원천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인도 여행길에 오른다. 하지만 여행은 말레이 반도, 수마트라 정도만 겨우 돌아보고 인도는 구경도 하지 못한 채 끝난다. 그럼에도 <인도여행>이라고 제목으로 출판된 책에서 헤세는 난 그들을 일종의 동물같다고 여기지요, 우스꽝스런 염소나 예쁜 사슴 같다구요. 절대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인도인들은 모두 거지들이고 악마같은 존재‘, ’음란한 천민등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옥순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p114,115,123,124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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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11-25 0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처음 읽을때 싯다르타가 석가모니인줄 알고 ‘그럴리가?‘ 하면서 읽기 시작했어요.
붉은돼지님 이 리뷰 보고 생각나서 책꽂이에서 이 책을 다시 들춰보니 밑줄을 여러 군데 쳐놓았더군요.
저도 불교 잘 모르긴 하지만 불교에서의 부처는 초월적인 신적 존재라기보다는 깨달음을 얻은 인간을 의미한다고 알고 있어요. 다른 종교의 신들은 대개 세계를 창조하거나 초월적 힘을 가지고 인간의 삶에 직접 개입하는 존재로 여겨지지만 부처는 개인이 스스로 수행과 깨달음을 통해 해탈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존재라고요.

붉은돼지 2024-11-25 18:0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도 예전에 그렇게 배운거 같습니다. 불교는 유일신교와는 달리 창조주, 신이 중심이 아니고 인간이 그 중심인, 인간 개개인의 깨달음이 목적인 무신론적 종교라고 배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꾸만 불교가 일종의 다신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비로자나불, 약사여래불 어쩌고 하는 부처도 많고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지장보살 어쩌고 하는 보살들도 많고,,, 이 존재들이 모두 저마다가 중생을 구제하는 능력, 뭐 전지전능은 아니지만...거의 신적인 능력들을 가지고 있고, 영생불사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어쨋든 이게 또 기복신앙과도 잘 연결되어 있어서 다신교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생전의 석가모니는 물론 인간이었지만 지금의 석가모니 부처는 그냥 깨달음을 얻은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멀리 가 있는 거 같고...뭐 거의 신에 버금가는, 어쩌면 신에 다름아닌 그런 존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락방 2024-12-06 0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붉은돼지 님. 혹시 오늘(12/6) 오전 06:50 쯤 인천공항 2터미널 스타벅스에서 음료 구매히지 않으셨나요? 직원분이 닉네임 붉은돼지 님을 부르며 음료 주시던데 혹시, 맞나요? ㅎㅎ 그렇다면 제가 바로 옆에 있었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말 걸어볼까 하다가 참았어요 ㅎㅎ

붉은돼지 2024-12-06 23:41   좋아요 0 | URL
어머! 다락방님 반가워요 ㅎㅎ 어디 여행 다녀오시는 아니면 나가시는가 봅니다. 외유가 잦으신 듯.ㅎㅎㅎㅎ.....소생은 공항 구경 못한 지 거의 수십년은 된 것 같습니다. ㅜㅜ 가끔씩 외국에서 특히 유럽에서 우연히 알라딘 서재 친구분들 만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베니스나 피렌체 같은 곳에서요. ㅎㅎㅎ 다락방님은 왠지 척 보면 알아 볼 수 있을 듯 ㅎㅎㅎㅎ 아아아!! 실로 엄혹한 시절입니다. 건승건필하시길 기원합니다.
 
상나라 정벌 - 은주 혁명과 역경의 비밀
리숴 지음, 홍상훈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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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순우탕(堯舜禹湯) 문무주공(文武周公). 이게 무슨 말인고?

뭐 글 좀 읽으신, 방귀 좀 뀌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요임금, 순임금, ()나라 우임금, () 또는 은()나라 탕임금, 주의 문왕, 무왕, 주공 7인을 일겉는 말이다. 개략적으로 요순우탕은 전설이자 선사요, 문무주공은 역사라고 하지만 그 유명한 은허 발굴로 성탕의 상()나라도 역시 역사로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되었다. 우까지는 이른바 아름다운 선양으로 대를 이었고, 대우부터 세습 왕조시대가 개창되었다. 우임금이 세운 하나라는 탕임금이 세운 상나라에게 망하고 상은 주나라 문무주공에게 망하게 되는데, 이 책은 바로 은허를 포함한 수많은 유적, 무덤 발굴과 갑골복사의 대량 출토로 드러난, 정말 눈알 튀어나오게 놀랍고, 진짜 입 딱 벌어지게 무서운 상나라의 제사 풍습과 그 멸망과정을 다룬 책이다.

 

소생이 소싯적에 향교에 다니면서 사서와 고문진보를 읽을 적에는(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햐아!! 이 인간이 정말로 공부를 좀 했나??? 오해를 할 수도 있겠다. 사실인즉슨 소생 중학교 여름방학 때 아버지의 강권으로 마지못해 향교에 몇 달을 다녔었는데,,,그때 배운 것을 무슨 사골곰탕 마냥 근 40여년을 우려먹고 있으니 말하자면 가성비 갑!!) 이 요순우탕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었다.

 

요임금이 순에게 자신의 두 딸을 시집보내 분란없이 말썽없이 잘 사는지 시험했다는 이야기. 뭐 이런 시험이라면 나도...하면서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이거 쉽지 않다....정말...(오해를 할 수 있겠다. 뭐 소생이 해보았다는 것이 아니고 미루어 짐작해봤다는 이야기다.) 순은 효심이 막심했는데 계모가 못살게 괴롭혀도(여러번 죽이려고 했다.) 하늘을 우러러 눈물을 줄줄 흘리며 통곡할뿐 오히려 그 효심을 잃지 않았다는 이야기, 우의 아버지는 커다란 물고기 곤()이었는데 치수의 중책을 맡아 9년간 애썼지만 실패하여 결국 순임금이 처형했다는 이야기. 순이 곤의 아들 우를 등용하여 치수를 맡기니 우가 십 수 년동안 치수사업에 바삐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집 앞을 세 번이나 지나쳤는데 한 번도 들르지 않았다는 이야기. 등등등. 이 전설상의 태평성세 황금시대에 요임금은 변변찮은 제 아들을 제쳐두고 순에게, 순임금 역시 어줍잖은 제 아들은 제쳐두고 우에게 제위를 물려주었다는 것인데, 이른바 아름다운 선위 혹은 선양이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순이 쿠데타를 일으켜 요를 감금하고 그의 신하들을 숙청한 후 제위를 찬탈했으며 우임금 역시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상나라는 BC 1600년경에서 세워져서 BC 1046년경 마지막 주()왕 때 주()나라에게 멸망당했다. 600여년을 존속한 중국 최초의 세습왕조로 중국역사서 <사기>, <여씨춘추>, <회남자> 등에 등장하지만 대체로 가상의, 전설의 나라로 치부되어왔는데, 은허에서 갑골복사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면서 그 역사적 실체가 드러나게 되었다. 사마천의 사기 <은본기>에는 나오는 상나라 역대 임금 30명의 이름과 순서가 거의 대부분 갑골복사의 내용과 일치하여 사기의 신뢰성이 다시한번 주목받기도 했다. 상나라가 발명한 이 갑골복사는 한자의 기원으로 중국 고대사 및 고고학 연구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은 뭐 주지의 사실이고...

 

또 하나 상나라 문화의 아조 중요한 특징은 역사에는 잘 나타나지 않고(희미한 흔적만 보이는), 발굴을 통해서만 겨우 그 실상이 드러나는 저 잔혹하기 그지없는 인신공양제사다. 신이나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나 건물을 새로 지을 때는 반드시 인간 희생물을 바쳤던 것이다. 상족(商族)들은 상제(上帝)라는 신과 조상신(역대왕)을 신봉했고 이 상제가 인간사와 국가통치와 모든 면에서 깊이 관여하면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자주 점을 치게 되었는데, 제수품의 물량이 많을수록, 그리고 손발 잘린 희생들이 더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칠수록 귀신들은 더욱 만족하여 흠향한다고 믿었다.

 

제사가 어떤 절차로 진행되었는지 문자기록이 없어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수많은 제사갱 발굴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인간희생의 처리 행태는 인간 희생들의 목을 치고 손발을 자르고 피분수가 솟구치고 심장을 뽑아내고 뼈와 살을 발라 육장을 담구고 이를 나누어 먹기도 하는(음복?) 등 일종의 제수음식 준비과정으로 이것이 퍼포먼스적인 성격도 좀 있어서 공연을 실제로 지휘하고 참여하는 자들이나 이를 관람하는 자들에게 어떤 만족과 즐거움을 주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고대 로마인들이 잔혹한 검투사 경기를 즐겼듯이, 물론 그 만족과 즐거움의 이면 어두운 그늘에는 공포와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이 인신공양제사에 쓰일 희생물은 주로 변방의 야만족이나 이민족들을 포로로 잡아 충당했는데 상나라 왕실에서 직접 일일이 관여할 수 없으니, 이 인간희생 조달 용역사업을 수주한 것이 바로 주족(周族)의 족장 고공단보였다. 당시 주족은 궁벽한 변방에 살았는데 이 피 비린내나는 용역사업을 맡으면서 중원으로 이주하게 되고 주변의 이민족이나 아니면 동족까지 잡아다 바치면서 자기 부족을 부양했던 것인데, 그러던 중에 고공단보의 손자 주발(주문왕)에 이르러서는 어느정도 상나라의 신임을 얻어 은허의 조정에 불려가 칭찬을 받기도 했으나 어느 순간에 주()왕의 미움을 받아 유리의 토굴에 갇히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언제 제사상에 올려질지 모르는 신세가 된 이때 문왕이 유리의 토굴에서 인육을 먹으며 반역을 꿈꾸며 연구 편찬한 점술서가 바로 <역경>이라고 한다.


나중에 문왕의 장자이자 주공의 형인 백읍고는 상나라 주()왕의 마차를 모는 요직에 등용되었으나 어느 순간 인신공양제사의 희생 제물로 바쳐지고 그 살을 발라 담근 육장을 아비인 문왕과 동생인 주공이 먹어야했던 것인데....!!!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다 하다가도 돌이켜보면 성군이라는 문무주공 모두가 사실은 인간사냥꾼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인과응보라고 하면 너무 비정한가?

 

주공과 관련된 유명한 전고로 주공토포(周公吐哺)’라는 말이 천고에 전해지고 있다. 주공이 한 끼 밥을 먹다가 세 번 토해냈다는 일반삼토포(一飯三吐哺)에서 나온 고사성어로 말인즉슨 주공은 천하의 훌륭한 인재들이 찾아오면 식사중일지라도 먹고 있던 음식을 뱉어 내고는 뛰어나가 인재를 맞이했다는 의미로 전해지고는 있으나, 형 백읍고가 제물로 바쳐지는 과정을 목도하고 그 살을 먹어야만 했던 충격으로 주공이 심각한 정신적 타격을 받아서 일종의 거식증 증세를 보인 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하고 있다. 나름 일리있다는 생각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 트라우마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들의 살을 먹은 아버지 문왕 역시 악몽에 시달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비록 그 자신이 인간사냥꾼이었지만, 살기위해 골육의 생살을 먹어야 했던 주공은 인신공양제사 풍습에 몸서리를 치게되고....결국 상나라 정벌이후 상나라 역대 왕들의 무덤을 깡그리 파헤쳐 흔적을 지우고 번성했던 수도 은허를 완전히 초토화시켜 자취를 없애고, 인신공양제사를 통해 상제(上帝)’와 소통하던 종교 풍습을 철저히 소멸시키려고 전심 분투하였다. 인신공양제사가 퇴장한 그 종교적인 공백에 이른바 이니 천명이니 하는 조금 애매모호한 유교적 종교개념과 예악을 대입시키게 되면서 상나라 500여년을 이어왔던 잔혹한 인신공양제사는 주나라의 상나라 정벌이후 완전히 깨끗하게 역사에서 사라져 오늘날 어느 사서에도 그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되지 않게 되었으니, 이게 다 주공의 공이요, 오늘날의 아름다운 중국의 화화문명은 모두 주공의 덕분이라는 것이다. 주공을 지극히 흠모한 주공으로부터 500년 뒤의 공자는 <역경>이 무시무시한 인신공양과 관련된 문왕 개인의 경험담과 상나라에 대한 역모계획서 임을 알아보았으나 주공의 의견을 쫓아 <역경>에 대한 주석을 함으로서 주공이 계획한 선의의 역사조작에 기꺼이 가담했다는 저자의 주장은 조금 비약이 심한 듯도 하지만 뭐 나름 흥미있는 진술입니다.

 

9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내용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이 바로 상나라의 제사구덩이와 무덤에 대한 발굴 보고서인데, 두꺼운 책의 페이지를 뒤적일 때마다 뼈다귀가 달가락거리는 소리와 질펀한 유혈 속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인간 희생들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어떤 날은 자기 전에 읽으면 잠자리가 어지럽고 뒤숭숭하기도 했더라. 저자의 말로 횡설수설한 독후 감상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어쩌면 인간은 깊은 연못은 응시하지 말아야 할 듯하다. 설령 깊은 연못이 거기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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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5-10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이게 얼마만의 붉은돼지님 글!!!!!

붉은돼지 2024-05-11 10:07   좋아요 0 | URL
어머! 은바오님 ㅋ 오랜만이에요!

moonnight 2024-05-10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두껍고도 어려워보이는 책을@_@;; 존경하는 붉은돼지님@_@;;;

붉은돼지 2024-05-11 10:09   좋아요 0 | URL
두껍기는 두껍습니다요 ㅎㅎ 읽는데 근 한 달은 걸린 거 같아요
약간 제 취향이라서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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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에 나오는 전집 넘버링이 뒤죽박죽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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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23-12-2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고단새 다 수정하셨네요...이른바 전광석화

루피닷 2024-01-01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전출처 : 붉은돼지 > 엉덩이가 씰룩씰룩

아아아아아 !!!!!! 휴가철 다가오네 ㅜㅜ
뱅기 타본 적이 언제던가? 궁뎅이 들썩거려본들
책 사느라 살림 거덜나서 어디 갈 돈도 없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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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7-05 0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붉은돼지님, 책속으로 여행을 떠나시지요!!

붉은돼지 2023-07-06 10:11   좋아요 1 | URL
그럼.... 올 여름은 책 속으로 떠나는 걸로...ㅜㅜ 눈물을 머금고..ㅜㅜ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요즘 눈물이 좀 많아진 듯.....ㅜㅜ

은오 2023-07-06 22:1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ㅌ아 너무 웃겨요ㅜ
 
창조적 시선 - 인류 최초의 창조 학교 바우하우스 이야기
김정운 지음, 윤광준 사진, 이진일 감수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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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주문


햐~ 갈등 생기네.....벽돌책애호증후군 중증 환자이자 나름 비싼 책 막 싸지르는 돼지인데.....더구나 남조선 3대 한량(이건 뭐 소생이 지맘대로 주어다 붙인 호칭입니다.) 중 2인이 참여한 책인데.....보고 싶긴 한데..........97,200원은 좀 비싼 것 같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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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7-02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김정운 교수님 신작이라 소개 읽긴 했는데 가격과 페이지등 예상보다 많이 높네요. 붉은돼지님 좋은주말 보내세요.^^

붉은돼지 2023-07-03 12:38   좋아요 2 | URL
내용은 상당히 끌리는데.....아무래도 책 값이 고민이 깊습니다. ㅋㅋㅋ

은오 2023-07-03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결국 붉은돼지님은 구매 버튼을 누르시겠지.......

붉은돼지 2023-07-03 12:41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은오님....그간의 무분별하고 충동적인 도서구매로 인해 요즘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