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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제국
이인화 지음 / 세계사 / 199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저에게는 영화 '장미의 이름'보다는 소설 '장미의 이름'이 훨씬 재미있었듯이, 영화 '영원한 제국'보다는 소설 '영원한 제국'이 훨씬 더 재미있었는데요..... 2000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시인의 별' 중 '나의 문학적 자서전'에서 쓰여진대로 이인화는 본명이 류철균이요, 본관은 전주요, 안동 무실(水谷)사람입니다. 안동에서 무실이라고 하면 다들 알지요...작가의 집안은 영남남인중에서도 이른바 골남(골수남인)으로, 숙종조의 장희빈시절에 잠시 득세한 이래 권력의 핵심에서 쭈욱 소외되어 오다가 정조조에 이르러 그럭저럭 중앙정권에 한꼽사리 끼게 되었던 것입죠
주인공의 이름이 작가의 필명과 끝자 하나 틀린점, 작가의 감정 생각이 주인공에게 이입되었단 말이겠고, 또 틀린 글자가 하필 꿈 몽(夢)자라는 점......인생 일장춘몽, 남가일몽이라....어차피 인생이라는 것이 한바탕 꿈같은 것이려니...뭐 그런 이야기가 되나? 각설하고, 작가의 가계내력을 조금 더 들추어보자면......이인몽의 사제(師弟)로 등장하는 정재(定齋) 류치명(柳致明, 1777∼1861)선생은 퇴계의 학통을 이은 영남유림에서는 방귀 꽤나 뀌는 큰 선비로 양명하신 분이니 바로 작가의 증조나 고조할배쯤 되겠습니다. 그려...
가만 곰곰 생각해보자면 '영원한 제국'이 쓸쓸하고 애절한 음조를 띠는 까닭은 바로 이 소설이 권력투쟁에서 패배하여 몰락한 영남 남인들에 대한 애닯은 연가에 다름아니기 때문일것인데요....(정조에 대한 향수는 나중에 박정희에 대한 우상화로 나타나게 된다...정조의 홍재유신은 실패했지만 박정희의 10월 유신은 성공했나?) 이문열에게 있어 아픈 가족사의 과거로의 연장이 해방전후사 주변까지라고 한다면, 이인화에게 있어 슬픈 가계사의 확장은 정조시대로까지 소급하는 것이라고나 할까요......뭐 그런 황당한 생각도 들더만요......
이문열과 이인화(류철균)을 비교해보는 것도 그런대로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문열이 영양 석보의 재령 이씨, 이인화가 안동 무실의 전주 류씨로 과거 정치적 학문적 입장이 같았던 영남남인 집안 출신이고, 한때 평론을 했던 이인화의 유일한 평론집이 '이문열 연구'이고, '영원한 제국'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이문열은 조선일보 칼럼에서 '오랜만에 만난 여름밤을 꼬박세워 읽은 소설.....', '후생가외'운운하며 극찬했던 것인데....(제 기억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지만..)....어쨋든 요즘 말로 하자면 양인은 호상간에 코드가 맞는, 밀어주고 땡겨주는 뭐 그런 관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편으로는 두사람 모두 보수반동이라고 수많은 똥침 떵칼을 당하고는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두 사람 공히 대단한 대중적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이인화가 이상문학상 수상시비와 관련하여 한동안 욕을 봤고, 이문열은 동인문학상과 관련하여 한차례 곤욕을 치룬점 등등 ..
추신 : 이문열의 극찬이 결단코 허사는 아님. 한 번 잡으면 놓기 어려운 책!! 관심있는 분들은 일독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