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인생이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맞다. 졸지에 팔자에 없는 집사가 되게 생겼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집사의 아빠 혹은 집사의 남편이 되겠지만 그건 큰 의미가 없다. 고양이가 우리 집에 들어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소생은 개나 고양이나 말이나 소나 뭐든 짐승을 키워본 적도 없고 키울 생각도 없다. 물론 정말 귀엽고 예쁜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제 한 몸 간수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다른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두렵다는 그런 이야기다.

 

그제 딸아이가 학원에 갔다 오는데 난데없이 커다란 박스에 새끼 고양이를 한 마리 담아서 데리고 왔다. 3-4주 정도 된 것 같다. 아파트 단지내 풀숲에서 어미없이 버려진 고양이를 구제해왔다는 것인데, 나중에 딸아이와 같이 있었던 딸아이 친구의 증언에 의하면 인도 쪽으로 나와있던 새끼 고양이가 다시 풀숲으로 들어가는데 딸아이가 따라가서 도망가는 고양이를 거의 납치해오다시피 잡아왔다는 것이다. 물론 어미는 없었다고 한다.

 

이건 명명백백한 유괴 납치 사건이고 창졸간에 어미를 잃은 새끼는 낑낑거리고, 한편 어둔 거리 어디선가 새끼를 잃은 어미는 또 애타게 새끼를 찾고 있을지도 모르니 당연히 원상으로 복구되어야 했다. 고양이 유괴범으로 경찰에 잡혀갈 수도 있다는 한심한 협박에 딸아이는 콧방귀를 흥흥흥 뀌었지만 고양이를 보내기 싫어서 울었다.

 

저녁을 먹고 사건의 현장으로 가서 고양이를 풀어줬다. 겨우겨우 걸어 작은 풀숲으로 들어가서는 회양목 아래 자리잡고 앉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어미는 보이지 않는다. 날이 너무 추워서 다시 상자에 담아서 데리고 올라왔다아는 집사분에게 고양이 모래하고 고양이 이유식을 조금 얻어서 줘봤는데 먹지는 않고 낑낑거리기만 한다. 딸아이가 손가락에 묻혀서 주니 조금 핥아 먹는다. 여전히 낑낑거린다.

 

다음날 나는 출근했다. 왠지 걱정이 되어 전화하니, 아내가 애견까페에 가서 젖병하고 고양이용 우유를 사와서 먹였는데 안 먹는다고 한다. 오후에 또 전화를 했다. 아내 전화 너머로 딸아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내가 사건 현장에 가보니 어미인듯한 고양이가 얼쩡거리고 있어 새끼를 다시 그곳에 가져다 놓았다는 것이다. 저녁에 퇴근해서 보니 고양이가 다시 돌아와있다. 어미는 안보이고 계속 그대로 있어서 날은 춥고 해서 그냥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이미 사람의 손을 탓다고 어미가 버린건가?

 

어제보다는 조금 활발한 것 같다. 모래위에 쉬도 했다. 귀엽기는 귀엽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접종도 해야하고 중성화 수술도 해야하고 모래에 사료에 캣 타워도 사야하고, 소파고 의자고 다 뜯어먹고 어쩌고저쩌고. 소파야 뜯어먹든 삶아먹든 별 관심은 없지만 역시 소생은 소생의 그 많은 책들과 애지중지하는 피규어와 프라모델과 작은 장난감 등등등등이 몹시 걱정스럽다. 피규어와 프라모델은 어디 치운다고 하더라도 만약 내 책을 물어뜯거나 내 책에 노린내나는 오줌이라도 찍찍찍 뿌린다면 장담할 수 없다. 고양이를 삶아먹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면 딸아이는 아마 나를 삶아 먹으려들 것이다. 아아아아 새끼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단란하고 행복했던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서야 되겠는가 이 말이다. 그런데 예쁘기는 예쁘다. 더 이상 크지말고 요대로만 있어준다면 정말 좋겠지만 뭐 세상만사 모든 일이 그렇듯이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어디 있었던가 이 말이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앉아 있는데 고 놈이 어떡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유나 이유식을 조금 먹었는지... 우리 고양이가 가능하다면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로 커 줬으면 좋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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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11-01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사가 되신 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ㅎㅎㅎ 시간 나면 블로그에 고양이가 성장하는 모습 공개해주세요. ^^

붉은돼지 2018-11-01 13:52   좋아요 0 | URL
이게 축하받아야 할 일은 아닌 듯도 합니다만..... ㅜㅜ
걱정도 많이 되지만 약간은 설렘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하여튼 두고 볼 수 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11-01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귀여운 고양이네요.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따님과 함께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붉은돼지 2018-11-01 13:53   좋아요 1 | URL
지금은 귀엽지만 한 5~6개월만 지나면 성체가 되어서 온갖 호작질을 할 것 같다는.......
뭐 딸아이가 좋아하니 어쩔 수는 없습니다만...

목나무 2018-11-01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느므느므 귀여워요. 고양이~~ ^^
고향집에서 저런 길냥이가 집에 들어온 걸 키웠는데 정말 무럭무럭 크더라구요! 그래도 정이 들면 커도 이뻐 보일 듯해요. ^^
한동안의 고양이로 가족들이 대동단결 할 것 같은데요. ㅎㅎ

붉은돼지 2018-11-01 17:35   좋아요 0 | URL
귀엽기는 귀엽죠...ㅎㅎㅎ
너무 빨리 자랄까 걱정입니다. 조금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어요..
어제도 온 가족이 (해봐야 3명이지만) 고양이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한참을 놀았어요.
그냥 보고있기만 해도 신기하더라구요...꼬물꼬물하는 것이...ㅎㅎㅎㅎ

원더북 2018-11-01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집사님 되신 것을 감축드리옵니다! 고양이들이 대체로 책 사이에 가름끈이 튀어나와 있으면 질근질근 물고 싶어하더라고요 ㅎㅎ 그것만 책 안쪽으로 넣어주시면 책에 해코지(?)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붉은돼지 2018-11-01 17:37   좋아요 0 | URL
어머머! 너무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그렇지만 피규어나 프라모델, 스노우볼 등등은 나중에라도 어디 치워야할 듯합니다...

잠자냥 2018-11-01 2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 귀엽네요. 근데 아마 한 번 사람 손을 탄 고양이라 어미가 데려가지 않은 것 같네요. 책은... ㅎㅎ 고양이마다 다른 것 같은데 확실히 저희집 첫째 고양이는 책을 스크레쳐 삼으려는 본능이 강해서 ㅠㅠ 저하고 몇 번이나 실랑이했습니다. 윗분 말씀처럼 책 가름끈도 잘 물어뜯습니다. 초기에 못하게 잘 관리하셔야... ㅎㅎ 피규어는 의외로 만지지 않아요(베어브릭, 큐브릭, 레고 등등). 스노우볼은 호기심 가득해서 만질 듯한데요? ㅎㅎ

붉은돼지 2018-11-01 22:21   좋아요 0 | URL
일단 제 서재방에는 못 들어오도록 할 생각입니다만 그게 어디 제 맘대로 되는 일도 아닐테고....
말씀대로 초기에 교육을 잘 한번 시켜봐야겠습니다. ㅎㅎ

오후즈음 2018-11-02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사 된지 1년됐습니다. 고양이들은 책에 관심없으니 ㅋㅋ 안심하세요. 하지만 책을 갉아먹어도 탈이날까봐 걱정하지 망가진 책은 걱정안하게 되는 시간이 오기도 하더라구요. 너무 예쁜 삼색이네요. 삼색이는 복을 가져온데요.
장만해줘야 할 것들이 있어 초기비용이 들지만 그만큼 행복합니다. 아깽이때가 가장 힘들더라구요. 아무쪼록 나도 있어,고양이의 생활이 행복하시길 !

붉은돼지 2018-11-02 09:26   좋아요 0 | URL
집사라고 하면 역시 스티븐슨쯤은 되어야....ㅎㅎㅎ
사실 집사는 뭐 제가 아니라 아내가 되었죠...아내는 털때문에 싫다 어쩐다 하지만 내심 좋아하는 것 같구요...요며칠 온 식구(라고 해봐야 세 명이지만ㅜㅜ) 고양이 주위로 둘러 앉아 서로 만져본다..어쩐다...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려보면 그래도 맹수흉내 낸다고 발톱세운 앞발로 헛발질 하는 것 보다보면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르겠더라구요.ㅎㅎㅎㅎㅎ
딸아이도 고양이 들어오고는 말도 잘듣고....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어쨋든 다들 만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붉은돼지 2018-11-02 09:29   좋아요 0 | URL
하루 이틀은 사료도 고양이 우유도 거의 안먹고, 손가락으로 찍어줘야 조금 핥아먹고 말더니만
어제부터는 적응이 되었는지 사료를 우유에 으깨어 이유식으로 만들어줬더니 작은 그릇에 담아줬는데 엄청 잘 먹더군요...

오후즈음 2018-11-02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가 두달이 안된것 같아요. 이유식 시기라서 이유식으로 만들어 주시면 잘 먹을것 같아요. 그리고 화장실이 중요해요. 전 그걸 모르고 관리를 잘 못해줘서 이불. 카펫. 매트에 다 오줌 쌌어요. ㅜㅜ 화장실 큰걸로 만들어주시구. 보통 화장실 갯수는 개체 1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만들어 주고 아침 저녁으로 치워주니 한번도 다른곳에 실수한적 없어요. 고양이는 털만 빼면 가장 완벽한 동물입니다라는 명언을 생각하며~~. ^^ 다음 포스팅을 기다립니다

붉은돼지 2018-11-02 10:55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당일 바로 모래 화장실을 만들어 줬는데요....다음날 신기하게도 모래 깔아놓은 곳에다가 소변을 보더군요. 아직 대변은 한번도 안봐서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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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포카는 지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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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10-23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크만 누르기는 아까워서요. ㅎㅎ 페북처럼 wow 버튼 같은 게 있으면 그거 누르고 싶네요. 참 근데 포카를 내가 고를 수 있나요? 무작위로 들어 있는게 아니고?

붉은돼지 2018-10-23 08:51   좋아요 0 | URL
지난주에는 아내랑 이마트 갔다가 방탄 콜라가 있어서 잔뜩 샀어요. 저야 뭐 콜라 좋아하니 병도 예쁘고 ㅎㅎ
포카는 물론 랜덤이죠 다들 누구달라고 쓰길래 아내가 지민이 왔으면 해서 ㅎㅎㅎ

psyche 2018-10-23 09:04   좋아요 0 | URL
이제 방탄 콜라가 잔뜩 풀렸군요. 제가 집으로 돌아오기 며칠 전에 막 방탄 콜라가 나와서 둘째아이가 마트를 뒤져 겨우 한개 건져서 콜라는 마시고 빈병을 미국으로 가져왔다죠 ㅎㅎ
 

제목이 재탕인 것 같아 지난 페이퍼를 후루룩 쩝쩝쩝 훑어보니 아니나다를까 2016.4.23.에도 굿즈의 귀환이라는 제하의 포스팅이 있다.(그래서 다시를 붙였다. 다음에는 또 다시’를 붙여야 하나? 또다시 하니 문득 떠오른다. 옛 유행가. 또다시 말해주오~ 아아아 너무 애절하고 간절하고 절절한 노래. 아시는 분은 아시리라. 그건 그렇고...) 이때는 왜 이런 제목을 사용했는지 모르겠다. 페이퍼를 읽어봐도 그 이유는 나와있지 않다. 아마 뭔가 꼴리는 것이 있기는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알 수 없다. 돼지의 글 쓰는 꼴이 이 모양이다. 쯔쯔쯔

 

여하튼간에 다시 굿즈의 귀환이다. 귀환인 이유를 말하자면 소생이 지난 수십년간(물론 수십년은 아니다. 나름으로는 몹시 긴 세월이었다는 일종의 강조용법으로 이해하시기 바람.) 오로지 마일리지 축적의 일념하에 일체의 굿즈를 거부하고 눈길조차 차단한 채, 엄혹한 질곡의 세월을 보냈다는 것을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것이다. 뭐 모른다고 해도 어쩔수 없다. 그리하여 오랜세월 무슨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그렇게 띠끌모아 태산으로 손톱발톱이 다 닳아없어지고 넋이라도 있고 없게 박박 긁어 모은 마일리지가 물경 10만원을 넘었던 것인데, 그 태산인 줄 알았던 것이 참으로 놀랍고 허무하게도 오만구매 단 두방에 완전히 무너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으니, 뭐랄까 손이 발이 되고 발이 손이되게 박박 글어 모아 이룬 것이 태산은 커녕 앞산도 뒷산도 아니고 동산도 언덕도 뭣도 아닌 그저 한웅큼의 모래였던 것이다. 인생 역시 그런 것이려니...

 

소생의 십만양병 마일리지가 마치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에 허무하게 스러진 모래성처럼 없어져버린 후에 소생은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굿즈를 면밀히 살펴보게 되었으니, 역시나 솔깃한 놈도 많고 예쁜 놈도 많고 귀여운 놈도 많고 많은 그중에도 특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스노볼과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일명 스마트 오프너가 마음에 쏙 들어 주문을 바로 넣어버렸다. 때때로 그렇듯이 굿즈가 오니 도서가 따라왔다.

 

많고 많은 굿즈 중에 왜 이 두가지를 골랐느냐 그 이유인 즉슨, 소생이 워낙에 잡스런 종자라 잡스런 것을 좋아하다 보니 취미로 혹 책을 읽고 또 혹은 책을 사기도 하지만, 딱히 쓸데도 없고 별 소용도 없는, 이용후생에 전혀 보탬이 안되는, 있어도 그만이고 없으면 더 좋은(물론 이건 아내의 관점이고 소생이 볼 때는 꼭 그렇지는 않다.) 그런 잡스런 물건들을 꾸역꾸역 모으는 것이 취미인 바, 스노볼은 물론 그 궁극의 수집 목록에 올라가 있으며, 오프너를 수집하지는 않지만 오프너가 없으면 안되는 물건,  바로 맥주 병뚜껑을 수집하고 있다는 말씀.(물론 맥주 라벨도 당연히 수집하고 있다. 소생에게 작은 꿈이 하나 있다면, 소생이 수집한 맥주 라벨과 병뚜껑으로 '붉은돼지의 세계 맥주 라벨 및 병뚜껑 전'이라는 전시회를 성황리에 한번 열어보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왜 이런 짓거리가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서두에 말했듯이 불초한 소생은 아마도 잡스런 종자라 그런 것이려니 생각하고 있다.) 이 스마트 오프너로 맥주병 뚜껑을 개방할 시에는 뚜껑이 구부러지지 않고 원형 그대로 오픈되는 관계로 맥주 병뚜껑 수집에 이 오프너는 필수품이 되겠다. 소생이 하나 가지고 있지만, 특별히 <마스터스 오브 로마>와 관련하여 나왔으니 구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소생의 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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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8-07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맥주와 관련한 책이 이렇게 많은 줄은 붉은돼지님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

붉은돼지 2018-08-07 20:18   좋아요 1 | URL
아 겨울호랑이님~ 이렇게 불러보니 더위가 조금 가시는 듯 ㅎㅎ
요즘 술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18-08-07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old beer 완완쉐이 ~

붉은돼지 2018-08-07 20:19   좋아요 0 | URL
요즘같은 시절엔 역시 시원한 생맥 한잔 캬~

무해한모리군 2018-08-08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맥주라벨과 뚜껑전을 하시면 옆에서 안주와 맥주파는 간이매대하나 해보싶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런데 수집품은 어떻게 보관하시나요? 어디 넣어두시나요? 전시해두시나요? 궁금궁금.

붉은돼지 2018-08-08 14:26   좋아요 0 | URL
아아아 정말 훌륭하신 생각입니다. 10년 후가 될지 100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전시회 하게되면 연락드릴께요 ㅋㅋㅋㅋㅋ
수지품이랄께 뭐 별로 많지가 않아 그냥 서재방에 대충대충 처넣어두고 있습니다 ~~

라로 2018-08-08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기적처럼 그 병따개를 받을 것 같아요!!!! 받게되면 글을 올리겠다고 다른 사람이 아닌 붉은돼지 님께 약속합니다!!! ㅎㅎㅎㅎ 제가 얼마나 배가 아팠는지 아시는지??? ㅎㅎㅎㅎ

붉은돼지 2018-08-08 15:17   좋아요 0 | URL
어머머 축하드려요 호호호 병따개에 축하까지 ㅋㅋㅋ 이제 라로님도 슬슬 병뚜껑 수집 한번 해보시죠 병뚜껑도 예쁜거 많아요~~

AgalmA 2018-08-11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책은 참아도 굿즈는 못 참는 소인배 저에게 참 흐뭇한 포스트군욧ㅋ

붉은돼지 2018-08-11 18:21   좋아요 0 | URL
잠시 소원했던 관계를 개선하고 이제부터는 다시 굿즈에 집중할까 합니다 ㅋㅋ

psyche 2018-09-02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병뚜껑 수집이라... 저도 워낙 맥주 좋아해서 아는 맥주가 있나 들여다봤어요.ㅎㅎ 제가 사는 도시에 나름 유명한 브루어리가 몇군데 있는데 저도 이제 맥주 병뚜껑 수집을 해볼까요? ㅎㅎ

붉은돼지 2018-09-02 10:05   좋아요 0 | URL
내용물은 마시고 뚜껑은 수집하고 일석이조죠 ㅎㅎㅎ
 

 

최근에 나온 책 중에 소생의 관심을 끄는 책은 <돼지에게 살해된 왕>이라는 책이다. 뭐 천출의 근본이 돼지여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소생은 워낙에 이런 역사서류를 좋아하는 것이다. 놀라운 영웅들과 별 거지같은 인간들이 뒤엉키고 설키고 꼬인 채 부대끼며 낑낑대며,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증오하고 또 죽고 죽이는 가운데, 의리와 충성,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고 안타까운 인간들의 눈부신 비상과 비참한 몰락, 그 덧없는 영고성쇠가 거듭 반복되며, 흥건한 눈물과 콧물, 낭자한 유혈 속에서도 유유하고 굳세게 굴러가는 역사라는 거대한 수레바퀴의 자국을 멀리서 가만히 따라가본다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다.

 

 

소생은 역사서를 읽으면서 때로는 벅찬 감동에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고 때로는 깊이 탄식하며 가슴을 친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드물게는 정의롭고 선한 인간들이 승리하는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파렴치하고 비열하고 비루한 것들이 득세하는 세상이었다. 정의롭지만 실패한 사람들은 매운 얼을 간직한 사관이 기록한 청사에서 길이 빛날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역사서가 결국은 승자의 기록이라고 본다면 이들은 과연 어디에서 위안을 얻어야 하는가. 소생이 역사소설을 즐겨 읽는 까닭이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미셸 파스투로의 <돼지에게 살해된 왕>에는 정말 돼지에게 죽은 왕이 나온다. 물론 소생이 죽인 것은 아니다. 1131년 루이6세의 맏아들인 필리프가 파리근교에서 낙마사고로 죽는다. 갑자기 왠 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서 그가 타고있던 말에게 달려들자 놀란 말이 넘어지면서 말에서 떨어진 필리프가 돌에 머리를 부딪혀서 죽게 된 것이다. 야생의 멧돼지도 아니고 집 돼지때문에 왕이 죽은 사고는 불명예스러운 사건으로 인식되었고 백성들은 신이 벌을 내리 것이라고도 했으며 그 돼지를 악마의 돼지라고 불렀다. 이런 불명예를 흔적을 지우기 위해 백합과 파란색을 왕가의 문장으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뭐 그런 이야기다. 이분은 동물의 위계로 본 서양문화사라는 부제가 붙은 <, 몰락한 왕의 역사>라는 책도 썼는데 역시 구미가 당기는 책이다.

 

 

눈 밝고 귀 밝은 이들은 돼지에게 살해된 왕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왕좌의 게임> 되겠다. 소설 초반부에 등장하는 칠왕국의 왕 로버트 바라테온이 사냥을 나갔다가 거대한 멧돼지의 날카로운 뿔에 받쳐 창자가 다 비어져나오고 거의 몸이 두동강나는 엄청난 상처를 입고 며칠을 버티다가 끝내 죽게된다. 마틴 옹께옵서 유럽의 역사에서 힌트를 얻었을 수도 있다. 나무위키의 설명을 보니 GRRM<얼음과 불의 노래>를 쓰면서 프랑스 작가 모리스 드뤼옹의 대하역사소설 <저주받은 왕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저주받은 왕들>을 총 7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1권만 번역되어 있다. 그것도 절판이다.(발빠른 소생은 어제 예스에서 중고로 구입했다.) 몹시 안타깝다. 나머지 6권도 빨리 출간되었으면 하는 돼지의 간절한 염원이다. 알라딘의 소개는 이렇다. ‘중세 말 유럽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미남왕 또는 무쇠왕이라 불린 필립 4세를 중심으로 성전 기사단 소송과 백년 전쟁의 빌미가 된 사건을 둘러싸고 실존인물들과 허구의 인물들이 벌이는 암투와 치정, 계급 갈등의 드라마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필립은 돼지에게 죽은 그 필립은 아니다. 어쨋든 말만 들어도 침이 줄줄 흐른다.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에도 자세하게 나와있듯이, 필리프 4세는 성전기사단을 이단으로 몰아 처참하게 죽인 그 왕이다. 대단한 미남이었다고 한다. 필리프가 왜 기사단을 박해했는지 정화학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귀족 세력을 누르고 교황까지 손에 쥔(이른바 교황의 아비뇽 유수되겠다) 왕에게 오직 하나 성전기사단이 눈엣 가시였는지 모르겠다. 당시 성전기사단은 유럽 전역에서 너무 세력이 비대해져 있었고 또 엄청난 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재정난에 허덕이던 필리프 4세로서는 기사단의 막대한 재산이 탐났을 것이다

 

 

 

 

 

 

 

 

 

 

 

 

성전기사단 이단 재판은 장장 7년을 끌었는데, 남색, 집단난교, 십자가를 짓밟는 등 악마 숭배 의식을 거행했다는 등의 죄목으로 기사단을 기소하고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지는 잔혹한 고문 속에 많은 기사들이 고문을 견디지 못해 죽기도 하고 거짓으로 자백을 하기도 했다.(에코의 <푸코의 진자>에는 그 기소 내용과 심문과정의 문답들, 잔혹한 고문과 기사들의 자백 등등 온갖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온다.) 성전기사단의 제23대 총장인 기사단장 자크 드 몰레는 1307년에 체포되어 이단판정을 받고 13143월에 화형주에 묶인 채 불에 타 죽었다. 몰레는 화형주에서 죽으면서 머지않아 프랑스 왕과 교황 모두 나와 신 앞에서 죄를 빌게 될 것이다. 너와 너의 자손들은 13대에 걸쳐 저주 받으리라!!" 는 저주를 하면서 죽었다고 한다. 역사에 기록된 사실은 아니고 소설, 영화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당연한 이야기로 <저주받은 왕들>에도 이 대목이 나온다<저주받은 왕들>은 바로 이 몰레의 저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저주가 주효했는지 몰레가 불에 타죽고 한달 후에 교황이 죽고, 필리프4세는 그해 11월에 가벼운 뇌졸중으로 쓰러졌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그의 아들 3명이 연이어 프랑스 왕이 되었지만 모두 단명했다.

 

 

필리프의 장남 장남 루이 10세는 즉위 2년 만에 20대의 나이로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손자 장 1세는 루이 10세가 죽은 이후 유복자로 태어났으나, 5일 만에 죽었다. 조카 장1세를 이어 왕위에 오른 차남 필리프 5세 역시 상속자 없이 즉위 6년 만에 20대의 나이로 죽었다. 그 뒤를 이어받은 삼남 샤를 4세 역시 상속자 없이 즉위 6년 만에 30대 초반의 나이로 죽어서 결국 카페 왕조의 직계는 끊어지게 되었다. 필리프의 딸 이사벨라는 잉글랜드의 에드워드2세와 결혼하여 에드워드3세를 낳았는데, 이 에드워드3세가 자기 어머니가 카페왕조 출신임을 내세워 프랑스 왕위 계승권을 요구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 기나긴 백년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일설에는 카페 왕조의 방계인 브루봉 왕가의 루이16세가 단두대에서 목이 떨어지자 누군가 홀연히 나타나 루이16세의 떨어진 목을 주워 들고서는 이제 몰레의 저주는 완성되었다고 외쳤다고 한다.

 

<검의 폭풍>을 읽고 있다. 현재 다른 여러 가지 책들을 읽고 있기도 하지만 4<까마귀의 향연>이 나오려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한번에 훅 읽어버리기가 너무 아까워서 하루에 한 편씩만 야금야금 조금조금 읽고 있다. 어제는 다보스 편을 읽었고, 그제는 티리온 편을 읽었고 오늘은 산사 편을 읽을 것이다. 인물 한명 한명의 개성이 얼마나 뚜렷하고 사실적인지 다보스편을 읽으면 내가 다보스가 된 것 같고 티리온 편을 읽으면 내가 마치 난장이가 되어 뒤뚱뒤뚱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모두들 자신의 욕망을 쫓아 악전고투하는 그 모습이 왠지 쓸쓸하고 슬프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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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검의 폭풍 세트 - 전2권 얼음과 불의 노래 3
조지 R. R. 마틴 지음, 이수현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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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주문하시고, 올 여름휴가는 검의 폭풍 속으로.... 음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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