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하일기> 삼독 계획

 

요즘 무슨 숙제 비슷한 것이 있어서 열하일기를 읽고 있다. 집에도 열하일기 책이 있는데 (돌베개판 세권짜리) 동서문화사판을 주길래, 소생이야 뭐 주는 책을 절대 거절하지 못하는 습성이어서 냉큼 받아와서 지금은 이 책으로 읽고 있다. (동서문화사판이 아쉬운 점은 도판이 없다는 것이다.) 일단 동서문화사판을 다 읽은 다음,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시공간'(이게 집구석 어디 있는 줄 알고 찾아봤더니 없다. 옛날에 방출된 모양이다.)을 읽고, 다시 도판이 풍부한 돌베개판 열하일기를 한번 더 읽는 것으로 독서계획을 세웠다. 뭐 계획이다.  

 

지금은 동서문화사판 열하일기 300쪽 정도를 읽고 있다. 읽어보니 예상외로 재미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박지원을 실학자로 분류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미 옛날에 죽어 없어진 성현들의 말씀만 복창하는 그런 맹꽁이 선비가 아니라. 벽돌이니 구들장이니 수레니 뭐니 하는  인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부분에 대해서도 정말 아는 것이 많아서 소생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던 것이다. 이용후생이란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아래에 인용한 대목은 뭐 그런 부류는 아니지만, 그 애통함이 가슴에 와닿아 옮겨본다. 연전에 본 영화 남한산성과 소설 남한산성이 생각난다. 

 

, 슬프다. 소현세자께서 심양에 계실 무렵, 당시의 신하들이 머물고 떠날 때나 사신들이 오고갈 때에 그 심회가 어떠하였으랴? 임금이 모욕당하면 신하는 마땅히 죽어야 할 것이건만 오히려 순순히 따랐으니, 어떻게 머무르고 어떻게 떠나갔으며, 어떻게 참고 어떻게 보냈을까? 이것이 우리나라가 가장 통곡할 때였다.

 

, 슬프다. 내 하잘것없는 미미한 신하이지만, 백 년이 지나간 지금 생각해 보아도 넋이 연기처럼 사그라지고 뼈가 저리다 못해 부스러질 것만 같은데 그 당시 자리에서 일어나 절하고 하직할 때는 어떠했겠는가? 또한 당시 굴욕적인 협박 아래 감시의 눈초리가 날카로운 처지에서 눈물을 참고 울음을 삼키며 얼굴에 슬픔을 감추었을 때는 어떠했겠는가? 하물며 당시 그냥 머물러 있으면서 떠나가는 이를 아득히 바라볼 때에, 요동의 들판은 망망하여 끝이 없고 심양의 짙은 숲은 까마득한데, 가는 사람은 콩알같이 아물아물해 보이고 말은 겨자씨같이 작아지다가 마침내 보이지 않고, 땅과 물이 하늘에 닿아 흔적조차 없어지면 해가 저물어서야 여관으로 돌아오는 그 이별의 슬픔이란 과연 어떠했을까?   (동서문화사판 열하일기 p301)

 

 

2. <장미의 이름> 재독 계획

 

요즘 북플에 <장미의 이름>이 간간히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또 어디서 읽자니 누구는 이 책을 삼독했다고도 한다. 소생이 이 책을 읽은 지 10여년도 넘은 것 같다. 무슨 내용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도 이상하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안그래도 다시 한번 읽어볼까 말까 어쩔까 저쩔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hnine님의 글을 보다가 문득 결심하고 말았다. 또 집구석을 구석구석 뒤져봤는데 역시 책이 없다. 옛날에 처분한 모양이다. 고미숙의 책을 주문하면서 같이 주문했다. hnine님께 땡스투했어요 호호호. 아 더불어 <장미의 이름 작가노트>도 같이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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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6-12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 중고서점에 돌베개판 열하일기가 나왔을
적에 바로 가서 업어 왔어야 했는데 그만 망했습니다...

<장미의 이름>은 정말 다시 읽어 보고 싶어지는군요.

그래서 위키피디아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일단 다시 스
토리를 짚어 봤네요.

버뜨... 지금 당장 읽어야 하는 책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바람에 아유 정말.

붉은돼지 2018-06-14 09:42   좋아요 0 | URL
열하일기가 예상외로 재미가 있습니다. 아마 제가 옛날에 고문도 좀 배우고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말씀드린대로 동서문화사판인데 도판이 하나도 없어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돌베개판은 사진이 많아서 읽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 5~6권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만 ...열하일기에 집중하느라 다른 책들은 조금 밀쳐놓은 상태입니다..그럼에도 ... 장미의 이름을 곧 시작할 생각입니다. 저녁에 집에서는 주로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는데 침대 옆 협탁은 읽다가만 여러 책으로 어지럽습니다. ㅎㅎㅎㅎ

cyrus 2018-06-12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장미의 이름>을 삼독했어요. 지난달 독서모임 선정도서가 <장미의 이름>이였어요. 중세철학, 중세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난 뒤에 <장미의 이름>을 다시 읽으니까 재미있었어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장들이 보였어요. ^^

붉은돼지 2018-06-14 09:44   좋아요 0 | URL
역시 cyrus님 대단하십니다. 제가 아는 어떤분은 <칼의 노래>를 여덟번인가 아홉번인가 읽었다고 하더군요..제가 중세철학은 몰라도 중세역사는 그동안에 이런저런 책들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십년 전보다는 이해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hnine 2018-06-12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독, 삼독이라니. 전 이제 시작이군요.
장미의 이름은 개정이 여러번 되었더라고요. 다시 읽는다면 결말을 알고 읽으니 더 집중해서, 더 매의 눈이 되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thanks to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하일기도 물론 저는 아직 안읽었지만 (^^) 세권이나 되는지 몰랐네요. 붉은 돼지님 열하일기 숙제 계획을 보고 각성합니다 ㅠㅠ 이렇게 철저하게 열하일기 정복 계획을 세우시다니, 아무리 숙제라지만 말예요.

붉은돼지 2018-06-14 09:51   좋아요 0 | URL
제가 계획 세우는 거는 잘하는 편입니다. 옛날에는 우주 대정복의 장엄한 계획도 쉽게 세우곤 했습지요...
뭐 일전에도 을유문화사판 세계문학전집 완독 2개년 계획인가 뭔가를 거창하게 세워서 서재에도 올리고 했습니다만...세권인가 네권인가 읽고는 포기했더랬습니다... 이번 계획은 그런대로 실행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열심히 읽어볼께요. 호호호

가넷 2018-06-12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하일기는 개정신판이 나와 얼마전에 구입했어요. 이전 판도 가지고 있었으나 게으름으로 안 읽다가 굿윌스토어에 기증하고 샤로 구입 하게 되었네요 이번에는 꼭 완독해야지 다짐으로요. 저도 장미의 이름 읽은지 14년이 지났는데 부모님댁에 가서 읽어야 겠네요. 그때는 조금 힘들게 읽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ㅎㅎ

붉은돼지 2018-06-14 09:58   좋아요 0 | URL
열하일기 한번 읽어보세요....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햐! 이런 일도 있었군..‘ 하는 신기하고 깜짝 깜짝 놀랄만한 대목도 많습니다. 제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열하일기와는 딴 판입니다.......연암은 이런 것들을 다 어떻게 그렇게 세밀하게 기록을 했는지,,,,,또 어떻게 그렇게나 아는 것이 많은지.... 하여튼 일독을 권하는 바이옵니다.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 우리가 독서에 대하여 생각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
탕누어 지음, 김태성.김영화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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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자빈의 말이라는 이 구절은 분명히 어디선가 읽고 참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도대체 어디서 읽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책에 대한 누군가의 서평에서 읽은 것인지도 모른다. 부르스 자빈이 누구인지 검색을 해봐도 나오지 않는다. 브루스 윌리스와 브루스 웨인이 나오고 자빈은 안나온다. 

 

"모든 토템의 시조가 온 나라를 주유할 때 길을 따라 가면서 말과 음표들을 뿌려 '꿈의 여정'을 직조해놓았다. 그가 이 노래의 길을 따라 간다면 반드시 그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p124)

 

 

어쩔수 없이 호사가인 소생은 책을 읽다가 이런 대목이 나오면 귀가 솔깃한 것이다. 오호!! 조치훈이 그랬단 말인가. 이런 이야기들 중에는 사실관계가 확인 안되는 이야기도 많아서 뭐 곧이 곧대로 믿는다기 보다는 아 이런 이야기도 있네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역시 재미는 있는 것이다.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의 바둑 고수 조치훈은 인격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바둑 실력은 대단히 탁월했다. 평생 그에게 필적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의 명사였다. 한번은 그가 열심히 서예를 연습하고 있는데 동료 기사 한 명이 농담으로 사인을 해 달라고 했다. 조치훈이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서예를 연마하는 건 정신을 통일하기 위해서지 남들에게 사인을 해주기 위해서는 아닐세""(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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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1. 21:18분경의 소생 서재의 모습이다. 전혀 연출이나 정리가 되지 않은 생방 현장되겠다. 소생은 앞으로는 '춘추필법'의 엄정한 필치로 소생의 서재에 대한 기록을 청사에 길이 남기기로 하였다. (이게 무슨 말이나 되는 개소린지 소소린지 모르겠다. 어쨋든간에) 2016.8월 서재에 비교해서 변한 점은 당연한 이야기로 책이 더 많아졌다. PC도 바뀌었다. 방구석 작은 책상이 있는 공간에 예전에는 모니터가 하나 있었는데 지금은 그곳에도 책들이 무슨 돌탑처럼 쌓여있다. 그리고 찰리 브라운과 그의 여자친구(이름은 모르겟다)는 없어졌다. 대신 드래곤 볼의 근두운을 탄 손오공과 두 주먹 불끈 쥐고 있는 손오공을 영입했고, 난쟁이 똥자루 저스티스리그 군단이 결연한 표정으로 서재를 수호하고 있다. 거의 40만 대군이다. 

 

방구석에 있는 작은 책상 옆의 기둥에 혜림씨 돌사진을 걸어놓았다. 혜림씨는 벌써 11살이 되었다. 가끔 돌사진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저런 것이 어디서 나왔나 정말 신기방기한 생각이 들면서 또 세월이란 정말 쏘아놓은 화살과 같구나, 흐르는 물과 같구나, 바람과 같구나...이런 한심하고 멍청한 생각을 혼자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서가를 한번 죽 둘러보면서 또 생각하는 것이었다. 참말로 물색없이 꾸역꾸역 사모았구나, 돼지야! 돼지야! 욕심많은 돼지야 어쩌자는 것이냐... 저 덩굴 무늬 붙박이 장을 열면 옷걸이에 걸린 옷 아래로 또 책들이 수북하게 탑을 쌓고, DVD와 지금은 플레이어가 없어 어찌 해볼수도 없는 비디오 테잎들이 또 차곡차곡 쌓여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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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8-06-02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울 따름이네요^^.

붉은돼지 2018-06-07 12:03   좋아요 1 | URL
20년 넘은 덕질의 결과라고나 할까요...
뭐 중간에 두어 차례 방출사건이 있었습니다만...역시 미니멀라이프는 저와는 거리가 멀고...
그냥 꾸역꾸역 사모으기로...

가넷 2018-06-07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저도 언젠가는 번듯한 서재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납니다. ㅎㅎ

붉은돼지 2018-06-07 12:04   좋아요 0 | URL
가넷님의 미모로 봐서는 언젠가는 번듯한 정도가 아니라 몹시 아름다운 서재를 만드실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1. <위대한 바다-지중해 2만년의 문명사>, 2.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3. <지중해-펠리페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 2-1>, 4. <오스만제국은 왜 몰락했는가>. 자고로 읽고있는 역사서류 되겠다. 현재 스코어는 1은 477쪽,  2는 363쪽, 3은 89쪽, 4는 373쪽(1.27일자 페이퍼를 보면 247쪽을 읽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넉달동안에 126쪽을 읽었으니 하루 한쪽을 읽은 셈이다. 참.....세월없이 질기게 읽고있다...내 독서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독서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어디서 많이 듣던...)을 읽고 있다. 빛나는 면면을 보자면 무슨 박사학위 논문이라도 쓰고 있는 줄로 알겠지만 당연한 이야기로 그런건 아니고 그냥 소소한 호기심과 과도한 지적 허영이 힘겨운 독서를 견인하고 있다. 모두가 진지한 내용이어서 읽기가 쉽지 않은데, 특히 3번은 엄청나게 지루해서 글자를 따라가는 눈길이 마치 무거운 짐지고 언덕을 오르는 노새의 걸음걸이와 마찬가지다. 잠시잠깐 노역의 쉬는 틈을 이용해서 시오노나나미의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을 읽고 있다. 역시 이게 제일 잘 읽히고 재미도 있고 글자도 눈에 쏙쏙 들어온다.  

 

이번에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읽으면서 그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소생이 로마인이야기를 다 읽었는지는 잘모르겠다. 아마 완독은 못했을 것이다. 일련의 르네상스 저작들을 포함해서 나나미의 책은 한 20~30권 정도 소장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책에선가 읽으니(서문에 나왔던 것 같다.)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는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한다고 한다.(이건 여러 책에서 여러번 언급햇던 것으로 안다. 개인적 소신의 표현같지만 어찌보면 주류 역사학계의 비판을 의식한 변명성 발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른바 춘추필법(春秋筆法)’에 깊은 감화를 받고 있는 소생으로서는 깜짝 놀랄만한 발언이었다. 역사란 모름지기,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니 불알이 그만 똑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마땅히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여 비판적인 시각으로 대의명분을 밝혀 엄중하게 기록해야 할 것이관데, 할매는 정녕 옛 사관(史官)들의 드높은 의기와 매운 얼에 대해서 듣도보도 못했단 말인가! 역사가 오락이라니 참으로 기가 막힌 노릇이기는 한 것 같기는 하나...연이나..

 

소생의 기억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로마인 이야기>가 먼저 나왔지만 사실 나나미는 <로마인이야기> 이전에 일련의 르네상스 관련 저작들을 그야말로 쏟아내었던 것인데, 이런 것들에 또 소소한 에세이집 등을 포함해서 국내에 소개된 시오노의 저작은 거의 60-70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꽃다운 20대 후반에 만리 이국 이탈리아로 건너가서 완전 할매가 될 때까지 이탈리아 역사에 천착하며 역사의 현장 곳곳을 두루두루 돌아다니며 취재하고 또 먼지묻은 원사료들을 뒤적이면서 엄청난 양을 글을 써댔으니 정말 대단한 열정이고 실로 놀라운 필력이라 할만하다.  

 

<로마인이야기>가 역사서류로서는 드물게 우리나라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이에 대한 문제점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오노의 책으로 로마사를 처음 접한 학생들이 그녀의 저작을 무슨 정사(正史)나 금과옥조로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초등학교 시험에서 침대는 가구가 아니고 과학이라고 답한 학생이 나온 정도는 아니지만 학생 및 일반 시민들의 로마사 역사 인식에 폐단이 나타났던 것이다.

 

익히 알려진대로 그녀는 일본 우익 인사로 영웅주의 사관(그녀의 카이사르 사랑은 유별나다. 카이사르 덕후라고 할만하다.),  제국주의사관, 위안부 망언 등으로 비판받아왔다. 주경철의 <테이레시아스의 역사>에는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 인식이라는 제목으로 그녀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는 두편의 글이 실려있다. 주경철이 지적하는 나나미의 역사인식의 문제점은 1. 로마의 이민족 지배가 너그럽고 관용적이었다는 것은 환상이다. 세상에 너그러운 이민족 지배자는 없다는 것이고, 2. 주인과 노예간의 강한 유대와 신뢰 등으로 표현되는 로마의 노예제에 대한 환상, 3. 영웅숭배, 4. 재미있는 서술을 위해 가짜 사료까지 동원하는 '역사는 오락'이라는 시오노의 지론  5. 결국 나나미의 로마제국에 대한 사랑은 실패한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향수는 아닌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모두가 공감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역사는 오락이라는 시오노의 말대로라면 이것들은 어느정도 양해되는 것이기도 하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에 죽자고 덤벼드는 뭐 그런 형국은 아니겠지만 어쩌면 나는 역사적인 사실과 작가적 상상력이 뒤엉킨 흥미진진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썼는데 왜 혼자 진지하고 엄숙하게 학문으로 받아들이느냐는 뭐 그런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시오노나나미의 일부 글에서 보이는 제국주의적 식민사관은 그것이 오락이든 진지한 학문이든 뭐든 마땅히 경계해야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소생이 베네치아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도서를 찾았을 때 당시에는 베네치아에 관한 역사서라고는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 밖에 없었다. 지금은 로저 크롤리의 <부의 도시, 베네치아>도 있지만 통사가 아니고 역시 비전공자의 저작이라, 통사로서는 아직도 나나미의 저작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콘스탄티노플 함락에 관한 자료를 찾을 때는 학계의 권위 런치만경의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을 제외하고는 역시 나나미의 책이 유일했다. <로도스섬 공방전>, <레판토 해전> 역시 해당 사건에 대한 단행본으로 국내에 출간된 유일한 저작들이다. 르네상스가 궁금해서 찾아보면 이게 또 전부 시오노 나나미의 저서이거나 외국의 유명한 사학자들의 저작들 뿐이었다

 

아국의 사학계는 그동안 인재 교육, 후학 양성에만 매진용진 했는지 어쨌는지 아국 역사학자의 저술 중에 서양사와 관련하여 <로마인이야기> 수준의 읽을 만한 책이 과연 몇 권이 있는지 의문이다. 주경철 교수는 대한민국 최고 대학의 서양사학과 교수이자 주류학계의 양명한 역사학자로서 전공 학문에 얼마나 천착하여 얼마만한 성과물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광역시의 변두리 누항에 거주하는 아둔한 축생 따위가 감히 의문을 가질 사항이 아닌줄 알지만, 소생같은 천학이 강호제현께 묻는데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주경철 교수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지중해-펠리페2세 시대의 지중해>등 브로델의 대작들을 번역하였고 대중역사서인 <유럽인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긴 하였으나 이 책은 좀 더 큰 흐름의 유럽인 이야기를 생각했던 소생으로서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고 더 나아가서는 결국 <로마인 이야기>의 아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주경철의 시오노 나나미 비판에 있어 소생이 다소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그녀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그만한 열정과 노작을 선보이지 못한 우리 사학계에 대한 반성도 조금은 심도있게 다루었으면 하는 점이다. 물론 주경철의 시오노 나나미 비판에 그런 반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딱 한 줄 나온다. "우리의 역사가, 작가들 가운데 이런 정도의 대작을 내는 사람이 흔치 않다는 점도 우리가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하지만 <테이레시아스의 역사>라는 책이 나오고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뭐 딱히 변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반성만 하다가 한 세월이 흘러간 것인지 그때 그 순간에만 반성하고 그 후로는 반성을 안 한 것인지 한심한 소생은 알 길이 없다. 우리의 역사학계에서도 재조든 재야든, 아마추어든 프로든, 오락이든 학문이든, 뭐든간에 일반 독자들이 믿고 읽을 만한 훌륭한 저작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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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8-05-30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마인 이야기‘는 말 그대로 역사를 차용한 이야기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와서 보면 특히 시오노 나나미의 사관이상 그녀가 생각하는 로마와 로마인이 그대로 반영된 이야기죠. 잘 쓴 책이고 사실 이 책 외에 다른 로마역사책을 보면 훨씬 dry하고 살짝 지겹기까지 합니다.ㅎㅎㅎ 그런 의미에서 전 최근에 6부까지 모두 완독한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가 기억에 남습니다. 말씀처럼 유독 국영수에 집착한 교육의 결과인지 한국에서는 비판이나 비평은 많이 나와도 실제로 책을 제대로 쓰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네요.

붉은돼지 2018-05-31 11:12   좋아요 1 | URL
오오!!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다 읽으셨군요....저는 ‘풀잎관‘까지인가 쯤 읽고는 중도포기했습니다.
요즘은 너무 건조한 책들을 읽다보니 시오노 나나미가 땡기는가 봅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체사레 보르자와 마키아벨리 어록을 읽어볼까 합니다. 옛날에 읽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책도 서재에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ㅎㅎㅎ

stella.K 2018-05-31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뭐든지 첫인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로마인 이야기 읽어보려고 2권까지 샀던가?
그책이 좀 호불호가 있었죠.
저는 애석하게도 불호여서 읽다 포기했습니다.
제가 역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더라구요.ㅋ

우리나라가 역사를 보는 게 정사가 아니면 안 본다는
그런 곤조가 있잖아요.
그런데 정사도 진짜 정산지 알길이 없어요.
세월 지나고 나면 또 딴소리 하기도 하니까.
시오노는 역사가라기 보단 역사 소설가란 인식이 있잖아요.
그렇다면 정사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는 건데. 작가 자신의 주관을 펼쳐도...
그런데 나중에 열거하신 그 이유로 갑자기 안 팔리는 책으로
돌아섰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엔 그녀가 일본인이라는 것과
일본적 사관으로 로마사를 본게 우리로선 심기가 불편했던 거죠.
역사 소설을 다양하게 즐길 필요가 있고 그것에 시오노가 많은 시사를 주는 셈이죠.

붉은돼지 2018-06-01 11:28   좋아요 1 | URL
요즘 너무 딱딱한 역사서만 읽다가 읽어서 그런지 저는 시오노나나미 책들이 나름 재미가 있더라구요...
뭐랄까 약간의 덕후스럽고 마초적인 스타일은 나름 재미가 있기도 하고 약간 그슬리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무엇보다도 오랜세월동안 한 우물을 판 그 자세를 높게 사고 싶습니다.~

장영배 2020-06-30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국이란 말이 ‘우리나라’를 그렇게 쓰신건가요? 좀 쉬운 단어를 써우시면 좋겠습니다.

붉은돼지 2020-06-30 14:43   좋아요 0 | URL
천학이 잘난 체를 하느라 뜻도 잘 모르면서 한문투의 글을 조금 쓰고 있습니다.
제 아내에게도 지적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르네상스 미술가평전 1,2>를 구입했다. 가격이 거의 9만원을 호가하고 소생 경제가 이미 북풍한설 몰아치는 황량한 겨울 벌판과도 같이 된지가 오래지만 소생이 비록 끼니를 거르고 옷을 헐벗게 입는다 하더라도 이 서책을 구하지 못한다면 어찌 모범장서가라고 하겠는가 이말이다. 뭔 말인지.... 하여간에 출간되자마자 구입했다. 이제 실물을 끌어안고 쓸고 닦고 어루만지며 어여뻐하니 먹지 않아도 배고픔을 모르겠고 옷을 벗고 있어도 추운줄을 알지 못하겠다. 뭐 이미 식후이고 또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소생의 심사가 몹시도 흐뭇하다는 말씀이다.

 

원제는 <뛰어난 건축가, 화가, 그리고 조각가들의 삶>이다.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평전으로 미켈란젤로의 제자이자 16세기 미술사가인 조르조 바사리의 작품이다. 바사리 자신 역시 화가이자 건축가였다. 하지만 바사리는 그의 미술 작품보다는 이 책으로 더 유명한 것 같다. 또 하나 바사리하면 생각나는 것이 바로 피렌체에 있는 바사리 통로. 베키오 궁전에서 우피치 미술관을 거쳐 아름다운 베키오 다리를 지나 피티 궁전에 이르는 800미터 가량의 비밀 주랑이다. 메디치 가문의 주문에 따라 바사리가 설계한 이 주랑은 백성들의 폭동을 대비한 메디치가의 도피 통로였다. 비밀통로는 비밀통로여서 통로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지만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다. 메디치 사람들은 이 비밀통로의 창문을 통해서 피렌체 사람들을 감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위대한메디치가의 몰락은 아마도 이 비밀 통로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그건 그런데 베키오 다리 위 2층의 바사리 통로의 작은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아르노 강의 풍경은 역시 일품인 것이다.

 

이건 뭐 여담인데, 2차대전 당시 피렌체에서 퇴각하던 독일군이 아르노 강의 다른 다리는 모두 파괴했지만 베키오 다리만은 남겨두었다고 한다. 이유는 히틀러의 명령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무슨 결재문서 남아있는 것도 아니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어쨋건 오늘날의 우리가 14세기에 건설된 아름다운 베키오 다리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다 총통각하 덕분인지도 모른다. 다리가 파괴되면 당연하게 다리 위 2층의 바사리 통로도 파괴되었을 것이다. ‘각하 덕분에 이런 좋은 구경을 하게 되었어요총통께 감사의 말씀이라도 올려야할지 모르겠다. 바사리 통로는 예전에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구경할 수가 있다고 한다. 통로의 벽에는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댄 브라운의 소설 <인페르노>에도 이 바사리 통로가 등장한다.

 

오래전에 나온 이근배 역의 <이태리 르네상스의 미술가 평전>은 이미 절판된지 오래고, 얼마전에 올재에서 역시 이근배 역의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 1,2>가 나와서 얼른 구입했는데 아시다시피 올재의 책은 부담없는 가격의 보급판이어서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역시 미술가들의 평전임에도 도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고, 또 내용을 조금 읽어보니 이 책은 바사리 작품을 완역한 형태가 아니라 평전의 방대한 분량을 감안하여 그 일부분을 선택하여 수록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건 뭐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조르조 바사리로 표기하는 것을 올재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르조 바자리로 표기해 놓아서 이게 또 얼토당토 않게시리 그러면 본문의 번역상에도 약간의 이상한 해석도 있지 않을까하는 되도않는 걱정을 조금쯤 하게 만들었다는 말이다.

 

평소에도 걱정이 많으신 나귀님께서 우려하신 바, 한길사의 본 도서는 이미 오래전에 나왔던 이근배 번역본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서 이에 미술전문가의 해설을 붙여 재출간하는 것이다.(물론 수많은 작품의 도판들이 추가되었다) 소생도 나귀님의 말씀대로 전문번역가가 번역하고 미술전공자가 감수하는 형식으로 새롭게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검색해보니 이근배는 생화학자다. 1914년생으로 평양의전을 나와 일본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해방 후에는 서울대학교 등에서 교수를 역임하였고, 40세가 넘어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하바드의대 등에서 유학했다. 르네상스 고전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959년 귀국해서 20여년에 걸쳐 원고지 18,000매 분량의 바사리 작품을 완역했다. 1978년에 번역을 마쳤으나 한동안은 선뜻 맡아줄 출판사가 나서지 않아 묵혀두었다가 1986년에야 탐구당의 호의로 500부 한정으로 출판하게 되었다고 한다. 2007년 세상을 떠났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전문번역가의 번역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선생의 위업을 폄하하거나 감히 얕잡아 보는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 60년대 당시 생경한 미술고전 번역이라는 분야에서 선구에 홀로 서서 용기와 끈기로 이루어낸 노작에는 열렬한 감사와 깊은 존경을 표할 따름이다. 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바사리의 이 작품은 전세계적으로 영미독 3개국에서만 번역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건 그런고 이건 또 좀 다른 이야기인데, 이 책이 한 권에 사만오천냥이나 하고 총 6권으로 나온다고 하니 계산해보면 27만원이다. 끼니를 거르는 것도 하루이틀이고 맨날천날 벗고 살수도 없으니 바사리의 평전을 완비하는 데는 애로가 적지 않을 것 같다. 어찌 눈물콧물 없이 그냥 공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 있겠는가. 종국에 이르러서는 책장을 뜯어 풀죽을 쑤어 먹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소생이 요즘은 부르크하트의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문화>를 읽고 있는데(읽기 시작한지 한달이 넘었는데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면서 그래도 지금은 354쪽을 읽고 있다. 역시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르네상스나 유럽미술사, 서양중근세사 등등 뭐 이런데 관심이 있는 분이시라면, 뭐 이러쿵 저러쿵 쿵쿵짝짝 박차에 맞춰 혼자 깨춤을 춰본들 이런 물건이 나왔으니 좋든 싫든 구입하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 소생이 무슨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호사가의 취미로 책을 읽고 장서가의 욕심으로 책을 구입하고 있는 그런저런 형편으로 아직 책을 꼼꼼하게 읽어보지도 않았지만(사실 언제 읽을지 알수도 없고, 어쩌면 이 책은 완독보다는 사전 형식으로 사용이 유용할 것이다.) 어쨌든 실물을 받아보니 도판이 풍부하고 판형이나 조판도 깔끔하니 무척 마음에 든다. 쓸고닦고 물고빨고(... 이건 아니고) 쓰다듬고 어루만지고 하였다. 소생이 오랜만에 글과 사진을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참!! 나귀님게 땡스투 했어요 호호호

 

    

 

 

 

 

 

 

 

 

 

 

 

 

 

 

 

 

 

 

 

 

 

 

 

 

 

 

술탄 메흐메트2세의 초상화를 그린 젠틸레 벨리니 편의 내용이다.

한길사 판과 올재 판 해석을 비교해 보시라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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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5-26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생화학자시면서 이런 쪽에 관심이 많으시다니,
과연 능력자시군요. 저는 부러워 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근데 올재판이 좀 싸지 않나요?
암튼 축하드립니다!^^

붉은돼지 2018-05-27 17:39   좋아요 0 | URL
올재는 한번에 보통 4-5권씩 나오는데 가격은 대충 13000원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한권에 삼천원 정도이죠....
싼 값에 일단 나오면 무조건 사모으고는 있는데 이게 또 세월 지나니 양이 좀 됩니다.~

oren 2018-05-26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책이 있는 줄도 새까맣게 몰랐는데, 아무튼 ‘모범장서가‘ 분들께는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소식인 듯하군요.^^ 그런데, 붉은돼지 님께서 요즘 야콥 부르크하르트의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문화>를 읽고 계시다니 괜히 반갑습니다.^^ 저는 니체가 쓴 책 속에 부르크하르트가 소개된 걸 보고 일부러 그 책을 찾아 읽었는데,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들이 어찌나 매력적으로 소개되어 있던지, 그 책을 읽는 동안 그런 도시들(로마, 폼페이, 나폴리, 피렌체, 베네치아 등등)을 다시 가고픈 열망이 치솟아 올라 괴로워 죽는 줄 알았답니다.^^

붉은돼지 2018-05-27 17:48   좋아요 0 | URL
저는 부르크하르트의 책을 브로델의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를 읽다가 소개를 받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브로델의 책은 정말 무지막지하게 지루하더군요. 그래도 무슨 운동하는 자세로 꾸준히 읽고는 있습니다. 저도 부르크하르트의 책을 읽다가 프란체스코의 고향인 아시시 이야기가 조금 자세하게 나와서 예전에 아시시의 아테나 신전인가 조그만 그리스식 신전 옆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아내와 딸래미와 저녁먹던 기억이 나고....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들과 또 골목의 은은한 가로등 불빛 등등도 생각이 나서...아! 언제 또 가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transient-guest 2018-05-30 0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헉 이런 지름신유발이라니요..ㅎ 저도 나귀님서재에서 걱정하시는 글을 본 것 같습니다만, 그나저나 이거 또 군침이 흐르네요..ㅎㅎ

붉은돼지 2018-05-30 20:24   좋아요 1 | URL
책이 간지가 납니다. 저는 뭐 예전부터 구하고 싶던 책이라 구입했습니다만....나중에 6권 완비하면 완성체 사진을 또 한번 올려보겠사옵니다.

bella40 2018-05-30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같은 고수 독자가 계시니 참으로 안심되고 위안 받습니다. 저는 이 책 해설 쓴 고종희입니다. 35년간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연구했는데 바사리없이는 불가능했죠. 한국에서 도판, 해설 갖춘 바사리 저서가 출판되었다는 것 자체로 문화적 자부심 가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와 역자 이근배 선생 가족 관심 없이는 나올 수 없었답니다.

붉은돼지 2018-05-30 20:34   좋아요 0 | URL
아이쿠! 교수님께서 직접 이렇게 댓글을 남겨주시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교수님의 저서 <이탈리아 오래된 도시로 미술여행을 떠나다>도 제가 가지고는 있습니다만 읽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음...
이번에 이런 책이 나와서 저로서는 몹시 반가웠습니다. 후속 편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건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