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잠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읽고 있는 책은 하루키의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이다. 아래는 41쪽의 챈들러 방식이라는 제목의 에세이 중 일부분이다.

 

“...우선은 책상 하나를 딱 정하라고 챈들러는 말한다. 글을 쓰기에 적합한 책상 하나를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원고지며(미국에는 원고지가 없지만, 그에 준하는) 만년필, 자료 등을 갖춰놓는다. 반듯하게 정리할 필요까진 없지만 언제든 일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매일 일정 시간 예를 들어 두 시간이면 두 시간 그 책상 앞에 앉아서 보내는 것이다......설령 한 줄도 못 쓴다 해도 아무튼 책상 앞에 앉아 있으라고 챈들러는 말한다......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멍하니 있어도 된다. 대신 딴청을 피워서는 안된다. 책을 읽거나 잡지를 뒤적거리거나......그러고 있다 보면 당장은 한 줄도 쓸 수 없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글이 써지는 사이클이 돌아온다. ..이것이 챈들러 방식이다.”

 

“...개인 취향 문제이지만 어니스트 헤밍웨이처럼 전쟁이 터질 때마다 외국으로 뛰쳐나가거나 아프리카의 산에 오르거나 카리브 해에서 청새치를 낚고는 그 일화를 소설의 소재로 삼는 방식을 나는 기꺼워하지 않는다.....”

 

1.

위의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우선, 일본에는 원고지가 있는데, 미국에는 원고지라는 것이 없구나하는 생각. 그리고 챈들러나 이런 사람들은 타자기로 원고를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 다 쓸데없는 생각이고...많은 소설가들이 중언부언했듯이 글은 결국 엉덩이로 쓴다는 바로 그이야기.

 

2.

요즘 짐바브웨의 국민사자 세실의 참혹한 죽음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다. 헤밍웨이 이야기를 읽으니 문득 생각나는데, 뭐 짐작이지만 우리의 존경하옵는 헤밍웨이 선생도 그 미국인 의사선생 못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디선가 보니 쿠바에 있는 헤밍웨이의 자택에는 온갖 동물들의 대가리 박제로 가득한 으스스한 분위기라고 한다. 아시다시피 선생은 투우경기도 몹시 사랑했다. !!! 먹으려고 잡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재미로 동물을 고문하여 죽이는 것은 정말 비열한 짓이다. sijifs님이 올려놓으신 투우 페이퍼를 보라. 불쌍해서 차마 볼 수가 없다. 소생이 무슨 동정심 출렁 파도넘치는 박애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시지프스님 페이퍼 http://blog.aladin.co.kr/NayunofPhoto/7695541  (죄송해요~ 시지프스님 허락도 없이 그냥 복사해 왔어요..^^)    

 

3.

글 쓰는 방식과 관련해서 생각나는 이야기 하나 더. 요즘 표절 논란이 있는 박민규 작가 이야기다. 2010년도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인 '아침의 문'문학적 자서전코너에서 박민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휠체어에 앉아 글을 쓴다. 앉고 보조용 테이블을 끼우고 노트북을 얹으면 끝이 난다. 그리고 쓴다. 이유는 한가지다. 이 의자가 지닌 거부할 수 없는 위력 때문이다....이 의자는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인간이라는 장애를 - 인간은 언제나 장애로 가득찬 존재임을 휠체어는 말없이, 자신의 전부를 통해 나에게 전달해 준다.” 요즘도 박민규는 휠체어에 앉아 글을 쓰는 지 궁금하다. 뭔가 튀기위한 멘트 같다는 느낌이다. 소생의 개인적 생각이다. 박민규에게 무슨 나쁜 감정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소생은 삼미슈퍼스타즈를 정말 눈물나게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이다.

 

그리고 박민규는 '지구영웅전설' 뒤에 나오는 제8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소감에서 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한 것은 마이크 타이슨이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던 세계 헤비급 타이틀 메치를 지켜보면서였다. 문득 세계의 귀라도 물어뜯고 싶은 그런 기분이었다. 몇 년 후 정말이지 나는 소설이란 걸 쓰고 있었다. 그리고 치과에 다니고 있었다.”

 

이글을 읽고 어떤 분들은 문득 생각했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을 처음 쓰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의 이야기 말이다. 대충 이런 이야기다. 어느 햇볕 쨍한 날 진구구장 외야석 잔디밭에 앉아 야구를 보다가 외국인 용병선수가 딱! 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2루타를 치는 그 순간 하루키는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키는 이 이야기를 여러 번 여러 곳에서 세세한 정황까지 설명하며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꾸 읽다보니 어느듯 나도 그말을 믿게 되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리고 본인이 그렇다고 몇 번이나 말하는데, 소생이 뭐라고 그래도 그건 아니죠.어쩌고저쩌고...” 하며 우기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박민규의 이야기는 작가 본인에게는 약간 미안하고 실례되는 이야기지만 조금은 하루키 흉내를 내는 것 같기도 하고, 좀 말이 안되는 소리 같기도 하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은유적인 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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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8-0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챈들러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일정시간 같은 공간에 있는 건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렇게 해서 하루키 같은 글을 쓸 수 있다면야 그렇게 할 테지만요.....ㅎㅎㅎ

붉은돼지 2015-08-17 16:11   좋아요 0 | URL
대부분의 작가들이 챈들러 방식에 동의할 줄 생각합니다. 역시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ㅎㅎㅎㅎ
하지만 글이 쓰여지지도 않는데 책상앞에 무작정 앉아 있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CREBBP 2015-08-0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일의 시작이 스포츠 장면을 보고 결심하는 것처럼 간단한 것이라면 문학이 어쩐지 가볍게 느껴지고, 더불어 소설가까지도 쿨 해 보이죠. 하루키처럼 말야요. 가만히 있어도 여자가 주렁주렁 따라다니며 섹스를 하자고 덤비는 것 같은 그런 존재로서 성공한 소설가.. 삼미스타는 못읽었고 무슨 황녀 어쩌구 하는 소설은 읽었는데 명성에 비해 그냥 그저 그랬다는.

붉은돼지 2015-08-17 16:14   좋아요 0 | URL
저는 한 인간이 무엇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 어느 순간에 딱!! 하고 떠오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안그런 사람도 있겠지요...하루키나 박민규 처럼 말이죠 .....


transient-guest 2015-08-08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의 마초성향: 이걸 밖으로 자꾸 나타내는 사람의 내면은 그 반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한없이 약한 내면을 강한 외향으로 감추었을지도... 아니면 극한의 마초 그 자체? 이런 저런 해석이 있는 듯 합니다.

박민규: 저는 삼미슈퍼...는 제목과 추억 때문에 읽었는데, 사실 필력이 높다거나 하는 생각은 많이 못했구요. 좀 심하게 말하면 남자판 귀여니 느낌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좀 횡설수설하는 것도 없지 않았구요. 표절논란이 있는줄은 몰랐네요.

붉은돼지 2015-08-17 16:1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는 한 시절을 같이 겪었다는 그 추억때문에 더욱 친밀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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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붉은 돼지가 어젯밤에 꾼 꿈이야기다. 꿈이라서 앞 뒤 맥락이 없다. 나는 그녀와 어딘가에 서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은 장소였고 길게 줄을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여자였지만 손을 잡아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손을 뺄 듯 약간 꼼지락 거렸지만 이내 가만히 있었다. 나는 가슴이 설레었고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또 둘이 어디론가 걸어가다가 잠에서 깻다. 그녀는 아내는 아니었다.

 

잠에서 깨어나서 늘 하듯이 소생이 몸 운동은 거의 안하지만 장 운동은 활발한지 매일 아침 용무를 잘 보고 있다. - 화장실에 앉아 으라차차차 밀어내기 한판을 할려고 하는데, 손 끝이 아리싸리한 것이 손 끝에 그녀의 감촉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가슴 한 구석에도 그 약간은 설레이고 고양된 느낌이 아리싸리하게 남아 있었다. 꿈을 꿀 때는 그녀가 누군지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꿈에서 깨고 나니 누군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슴 속에 그리고 손 끝에 남아있는 그 아리싸리한 느낌이 좋아서 밀어내기 한판은 잠시 중단하고 변기통 위에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덕분에 사무실에 10분 지각했다.

 

이건 뭐 불륜도 아니고 외도도 아니지만, 아내가 이 글을 읽으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쿨하게 이럴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짓도 참... 여러 가지 가지가지 하고 있네...흥흥흥  또 누군가가 그건 돼지 니 놈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던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한다면 백보 양보해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일찌기 예수도 설파하지 않았던가. “누구든지 마음으로 간음하지 않은 자가 있다면 이 여인을 돌로 쳐라.” 그 여인을 돌로 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유일한 자였던, 마음으로도 간음하지 않았던 유일한 자 예수도 그녀를 돌로 치지 않았다. 그녀는 용서받았다.

 

생각해 보면 어젯밤 꿈은 달달했고 짧고 허무했다. 아쉬웠지만(무엇이???? 몰라...) 진짜로 그냥 손만 잡았을 뿐이다. 이렇게 말하니 무슨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대사 같다. 꿈이란 그런 것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것도 한가지인지 모른다. 헛되고 헛되니 우리가 해아래에서 하는 이 모든 수고가 과연 누구에게 이롭단 말인가.

 

옛날에 누구는 낮술을 마시고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자신이 일국의 부마가 되고 재상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외적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아내인 공주도 죽게되자 상심하여 낙향하게 되느데, 이때에 이르러 문득 깨어나니 어느 나무 남쪽가지 아래였다. 나무의 뿌리 부분을 가만히 살펴보니 거대한 개미집이 있었다. 결국 그 개미집이 꿈속의 그 나라였다는 말이다소생이 즐겨 읊조리는 정비석의 산정무한의 한 구절 " 천년사직이 남가일몽 이었고 태자 가신지 또 다시 천년이 흘렀으니 유구한 영겁으로 보면 천년도 수유던가" 에 나오는 그 '남가일몽'이다. 

    

옛날 옛적 어느 절에 조신이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불공을 드리러 온 태수의 딸과 사랑에 빠져(이런 땡중이 있나!!!)  두 사람은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고 수십년을 함께 살았다. 하지만 살림이 어려워져 자식이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어쩔 수 없이 명을 부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생이별을 하게되는데...문득 깨어보니 꿈이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조신의 꿈이다. 이광수가 이를 각색해 소설 <>을 썼고 배창호는 영화 <>을 만들었다. 안성기가 조신으로 황신혜가 태수의 딸로 등장했다. 일전에 배창호가 지하철 선로로 뛰어들었다가 구조되었는데 자살하려고 한 것이다. 아니다 실족이다. 말이 많았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지세이가 생각난다. “몸이여 이슬로 와서 이슬로 가나니 오사카의 영화여 꿈속의 꿈이로다.” 토요토미 쯤이나 되는 사람에게도 인생이 꿈이라고 한다면 소생같은 필부에게 이르면 인생이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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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5-08-04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 님의 뭔가 약간은 아리송한 `꿈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고전 읽기 경시대회`에 등떠밀려(?) 출전하느라 무지 고생하면서 억지로 여러번 읽었던 책 가운데 하나가 <삼국유사>였는데, 그 책 속에서 읽었던 `두 처녀가 꿈을 사고 판 얘기`도 새삼 생각나네요. 서양 철학자들이 `꿈`에 대해 풀어놓은 인상적인 얘기들을 (생각난 김에) 덧붙여 봅니다.

* * *

우리는 잠자며 잠 깨어 있고, 잠 깨어서 잠자고 있다.

우리 인생을 꿈에 견주어 본 자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옳게 본 것이리라. 우리가 꿈을 꿀 때의 심령은 잠이 깨어 있을 때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살며 행동하며 모든 소질들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좀 무르고 흐리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차이가 분명히 밤과 환한 대낮 사이 만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 밤에서 그늘까지의 차이는 있다. 저 편에서는 심령은 잠자고 있다. 이 편에서는 다소간 졸고 있다. 그것은 언제나 암흑이다. 킴메리아 인의 암흑이다.

우리는 잠자며 잠 깨어 있고, 잠 깨어서 잠자고 있다. 나는 잠을 자면서 똑똑히 보지 못한다. 그러나 잠이 깨어 있을 때에도 언제나 흐리지 않게 충분히 또렷하게 보이는 적이 없다. 하기는 잠이 깊이 들 때에는 꿈을 잠재우는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잠이 깨어 있음은 결코 깨끗이 꿈을 씻어 흩을 만큼 깨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꿈은 깬 자들의 꿈이며, 꿈보다 더 나쁜 꿈이다.

우리의 이성과 심령은 잠자는 동안에 나오는 공상과 개념을 받아들이며, 심령이 낮의 행동에 대해서 인정하는 바와 같은 권위를 꿈속의 행동에도 주고 있는데, `어째서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다른 방식의 꿈꾸는 일이며, 깨어 있는 것이 어떤 종류의 잠이 아닌가` 하고 의문에 붙이지 않는가?
-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

* * * * *

실생활과 꿈과의 친근성

흔히 있는 일이지만, 꿈이 현재와의 인과 관계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아무리 해도 알아낼 수 없는 경우, 어떤 사건이 꿈이었는지 혹은 실제로 일어난 것인지 하는 것은 영원히 구별되지 않은 채 놓아둘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 있어서 실생활과 꿈과의 친근성이 실제로 우리에게 대단히 실감나게 다가온다. 게다가 이 친근성은 예로부터 많은 위대한 사람들에게 인정되었고 또 언급되었기 때문에, 우리도 그것을 떳떳하게 보증할 수 있는 것이다. 《베다》나 《푸라나》는 마야의 직물이라 불리는 현실계에 대한 모든 인식을 꿈과 유사한 것 이상으로는 인식하지 않고 있으며, 이런 표현이 자주 나온다. 플라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평범한 사람은 꿈속에서 살고 있는 것에 불과하지만, 철학자는 깨어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자주 말했다. ······ 마지막으로 칼데론은 이와 같은 견해에 완전히 매혹되어 형이상학적인 희곡 《인생은 꿈》에서 이것을 표현해 보려 했다.
-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붉은돼지 2015-08-05 10:27   좋아요 0 | URL
삼국유사의 꿈을 판 이야기는 김유신 동생들 이야기로군요...저도 얼마전에 제 딸이 돼지꿈을 꾸었다고 해서 1000원을 주고 그 꿈을 샀습니다. 딸은 엄청 좋아하더군요...다음에 또 꿀테니 사라고도하고..ㅎㅎㅎㅎ 저는 로또를 샀습니다. 딸은 아직 어려서 로또를 살 수없고 ..결과는 뭐, 꽝이죠....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딸에게 더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었는데 그 꿈을 제가 단돈 1000원에 사버리다니 제가 좀 잘 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뭐 꿈을 믿고 그러는 건 아니지만...


CREBBP 2015-08-04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 이런 꿈 얘기가 나오니, 저도 오래전 꾼 `달달한` 꿈이 생각나네요. 그냥 아는 남자였는데 참 내 로맨스 비슷한 감정적 교환이 이루어졌다는 거 아니겠어요. 전 한 번도 그 아는 남자를 남자로 생각한 적도 없고, 만날 때는 주로 부부동반이었는데 말이죠. 그 이후로 뭔가 민망해져서 얼굴 보기가 꺼려지더라구요. 민망한 것의 문제는 스토리가 아니라 그 느낌 때문에 그래요. 너무 생생해서 꼭 진짜로 있었던 일 같은 망측한 감정 때문이죠. 그러고 보면 꿈은 연구할 가치가... 프로이트가 반할만 했던 주제에요.

붉은돼지 2015-08-05 10:30   좋아요 1 | URL
그런 경우는 간혹 있는 것 같아요....꼭 남녀사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꿈 속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평소에 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꿈에 떡!! 나타나면 이건 무슨 의미인가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뭐..생각해본들 별 뾰족한 해답도 없지만요^^

cyrus 2015-08-04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속의 여인과 단 둘이서 노는 장면이 나와야하는데 하필 꿈이 거기서 끊기고 말았군요. ㅎㅎㅎ

붉은돼지 2015-08-05 10:31   좋아요 0 | URL
저도 조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한편으로는 그 정도에서 꿈이 깨어진 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요 ㅎㅎㅎ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15-08-04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전혀 걱정 혹은 기대 안 하셔도 될 듯합니다. 꿈속의 그녀는 바로 붉은돼지님의 무의식에 있는 본인 다른 모습이라고 사료됩니다. ^^ 융 할아버지 말씀이세요. ㅎ

붉은돼지 2015-08-05 10:34   좋아요 0 | URL
자기가 자기의 손을 잡고,,아리싸리한 기분을.......무슨 변태같아요 ㅎㅎㅎㅎㅎ

후애(厚愛) 2015-08-0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도 꿈을 자주 꾸는데 일어나면 생각이 안 나요..
예전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잘 생각 나더니만... ㅎㅎ

저도 꿈 이야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붉은돼지 2015-08-06 10:41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거의 꿈을 꾸지 않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전쟁하는 꿈, 쫓기는 꿈, 귀신나오는 꿈, 줄거리도 설명하기 어려운 황당한 꿈 등등등
꿈을 많이 꿨던 것 같은데,,,요즘은 기억을 못하는지 어쨋든 꿈이 거의 없어요...
댓글저장
 

 

혼자서 저녁 먹기 3탄이다. 이골 난다. 아내는 오늘 혜림씨와 1박2일로 경주로 떠났다. 아내는 아내의 불알친구와....이렇게 써놓고 보니 많이 이상하다. 아내는 불알이 부재하지만 소생이 말하고자 하는 바 의미를 제현께옵서는 충분히 알아들으셨을 것이다. 그럼 죽마고우라고 해볼까? 하니 이게 또 약간은 고개가 갸우뚱하는 그런 느낌이다. 어쨌든 아내의 오래 묵은 친구란 말이다. 그렇다고 천년 만년 묵은 거는 아니다. 아!! 농담도 아니고 다 쓸데없는 한심한 소리다. 쩝...

 

 

아내는 혜림씨를 데리고 아내의 오랜 친구와 그녀의 딸들과 함께 1박 2일 피서를 떠났다. 그래서 나는 또 혼자 저녁을 먹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혼자 저녁먹는 게 뭐 별로 서글플 것도, 어색할 것도, 자랑스러울 것도 없다. 누구나 먹고 살아야하니 때가 되면 먹는 것이고, 인간이란 원래가 고독한 존재니 혼자가 이상할 것도 없다. 한번씩 생각해본다. 소통, 이해, 사랑이라고 하는 것들이 충만하여 넘쳐나도 내가 네가 될 수 없고 너는 내가 될 수 없다. 너와 나 사이의 어디쯤엔가는 항상 불통과 오해와 배신의 늪이 도사리고 있다.

 

 

혼자 있으니 생각이 자꾸 허리상학적으로 간다. 이렇게 혼자 저녁 먹기 계속하다가는 아예 쌀 포데기 짊어지고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 어데 아늑한 곳에 굴을 파고 들어앉아 면벽수도 용맹정진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도로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산중으로 들어갈 때 들어가더라도 일단 예약해 놓은 뱅기는 차질없이 타야할 것이다. 고럼... 최근에 본 이스탄불 여행안내서 중 <이스탄불 홀리데이>가 최고인 것 같다. 이번 성지순례길에는 이놈을 지팡이 삼기로 결정했다. 날이 더워서 걱정이다. 

 

추신 : 오늘 저녁 식단은 미소야의 알밥메밀정식이다. 8000원이다. 맛이 없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오늘 기분이 약간 맬랑꼬리해진 것이 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내 경험상으로 볼 때 뱃속에 뭔가 달달하고 맛난 것이 들어갈 때는 저런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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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8-0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올해 들은 최고의 표현입니다. `허리상학`... 어쩜 이리 형이상학적인 표현을...ㅎㅎ 하여튼 여행으로 안 계신 동안 붉은돼지님 글 많이 그리워질 듯... 넘 오래 계시지 마시고 빨랑 다녀 오세요. ㅎㅎ

붉은돼지 2015-08-03 23:52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허리상학`이니 `허리하학`이니 말들을 흔히 했던 것 같은데요??? 아주 옛날인가??ㅎㅎㅎ
그건 그렇고....저야 뭐 이스탄불에 좀 더 있고 싶지만, 제가 더 있고 싶다고 더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서둘러 돌아올 수 밖에는 딴 도리가 없는 것 같아요 ㅎㅎㅎ

2015-08-03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3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5-08-04 0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울 신랑은 `야호 신난다` 하며 술친구 불러내는데 참 바람직하신 붉은돼지님^^

붉은돼지 2015-08-04 09:44   좋아요 0 | URL
어멋!! 세실님~ 살아계셨군요 ㅎㅎㅎㅎ 농담입니다...
소식 들으셨죠 짐바브웨의 세실 말입니다. ㅜㅜ

아내가 부재중인 날은 뭐 솔직히 제 나이쯤 되면 `해방의 날` 이기도 하죠...
그간의 압제와 폭정에 시달리던 민중들기 발기하여 피흘려 자유를 획득한....뭐 그런거랑 비슷...ㅎㅎㅎㅎㅎ 이라고 하면 안되겠죠 호호호

저는 약간 히키코모리 스타일이기도 하고 술을 그닥 즐기지 않기도 해서....그래도 예전에 꽤 먹었어요 뭐 지금도 먹으면 좀 먹죠 그래도 튀어나온 배가 있는데..그냥 혼자 조용하게 책 보며 밥 먹는게 좋아요


세실 2015-08-04 10:07   좋아요 0 | URL
사자 세실의 죽음은 안타까워요.
그 의사도 확 그냥.....

닉네임 세실은 성당 세례명 세실리아의 준말입니다^^
제 세례명이죠. 나름 카톨릭신자랍니다.

아무개 2015-08-04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소야도 지점 마다 맛이 조금씩 다른것 같더라구요.
저는 미소야에서는 주로 `돈카츠동`만 먹어요.
짭쪼름 달달하니 맛나더라구요.

아...그리고 여자들은 `배꼽친구`라고 하는거 같기도 하던데요^^

붉은돼지 2015-08-04 09:47   좋아요 0 | URL
어쩌다 미소야에 가면 저는 초밥 3개 달랑나오는 알밥 정식을 즐겨먹는데요
어제는 여름특선인가 얼음 둥둥둥 떠다니는 메밀알밥정식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시켜봤는데 별로 였어요

사실 미소야 음식은 비주얼적으로는 깔끔하니 보기 좋은데..일본 음식이 댕충 그렇잖아요..
맛은 없어요...우리 집 근처 미소야만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서두요

배꼽친구..어릴 때 같이 배꼽 내놓고 놀던 친구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8-04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 양은 충분합니까?알밥도 사이즈 작고, 메밀도 적고 돈까스도 쪼꼬맣고...다 먹어도 배도 안부를 것 같아요...(시무룩)

붉은돼지 2015-08-04 09:51   좋아요 0 | URL
당연히 양이 적죠 ㅜㅜ
저기 가기전에 저는 빠리바게트에서 산 모카팡 큰거 하나 콜라 1, 빠리바게트에서 파는 하드 1개를 미리 먹어서 그런지 저 정도로도 충분하더라구요...

원래 배가 부른데다가 간식을 먹어서 배가 좀더 불러져있는데,, 별로 맛없는 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영 좋지가 않더라구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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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eg 8호의 ‘세계의 도서관을 가다’ 코너에 백남준 라이브러리가 소개되었다. 2003년 백남준 아트센터 설계 국제 공모전에 430여명의 건축가들이 참여했는데 독일의 30대 여성 건축가인 크리스텐 쉐멜이 대상을 차지했다. 작품명은 매트릭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백남준 아트센터는 5600스퀘어미터 규모의 지상3층과 지하2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트센터에는 두 개의 큰 전시실과 교육실, 세미나실, 라이브러리, 카페와 아트숍이 마련되어 있다. 아트센터는 2008년도에 개관했다.

 

 

백남준 라이브러리는 아트센터 1층에 있다. 라이브러리는 “입구에 들어서면 하나의 살아있는 듯한 커다란 기계 장치와 마주친다....유리로 둘러싼 작은 방에 규브로 된 독특한 구조물이 있고, 백남준의 비디오 작품과 인터뷰 영상이 흘러나오는 모니터가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다. 라이브러리는 크게 둘로 나눠져 있다. 백남준의 예술사상, 인문학과 철학적 배경을 아루르는 책들과 일반 대중 독자를 겨냥한 인문교양서들이다. 또 백남준과 관련된 오디오 비주얼 자료와 다큐멘터리 영상자료들이 비치되어 있다.”

 

 

역시 소생이 백남준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서 그런지 이런 아트센터가 있는지도 몰랐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다. 알라딘에 검색해보니 백남준에 대한 책도 무지 많다. 어린이용 도서도 상당하다. 김용옥이 백남준과 대담한 책도 보인다. 사실 소생은 뭐 백남준의 예술세계에 대해서 시시콜콜 알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왠지 아트센터에는 한번 가보고 싶다. 혹시 가서 보게 되면 관심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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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5-08-01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백남준과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선 모르니 뭐라고 코멘트 하기 어렵지만 그의 아트센터도 부럽다기 보다는 위압감을 느낄정도이지만 라이브러리가 있다는건 부러운 일이네요.
대한출판협회에서 출판활성화와 독서권장의 일환으로 장서가의 서재를 모집하고 있던데, 그 기준이 2천권인가 그렇더라구요. 관심있으면 함 도전해 보세요~^^

붉은돼지 2015-08-02 10:20   좋아요 0 | URL
어머! 그런게 있었군요^^
갖고 있는 책을 세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한 이천권은
넘지 싶은데....서재 꼴이 말이 아니고 ㅜㅜ 목록도 없고 ㅜㅜ

그리고 선정인원이 다섯명 뿐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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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말이 되면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 새로운 지식인이 등장한다. 뭐 눈알 둘러 빠지게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매번 월말이 되면 찾아보고 있다. 지식인의 개인 서재도 구경할 수 있고 책과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소생이 새로운 지식인의 등장을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지식인이 추천하는 <내 인생의 책> 때문이다. 금회 새로이 등장하신 분은 정여울 작가다. 작가가 추천한 내 인생의 책은 다섯 권인데, 역시나 깜시나 소생이 읽은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아아아아!!! 부끄럽다.

 

1. 마르탱 게르의 귀향(나탈리 제먼 데이비스)

코큰 남자 제라르 드 빠르디유가 출연하는 <마틴 기어의 귀향>이라는 영화도 있었다. (여기서 퀴즈 하나....:이 세상에서 제일 큰 코는? : 멕시코!!! 크크크... 썰렁하죠? 납량특집으로 이해해 주세요--;;;) 역시 보지 못했다. 영화로 읽는 서양 중세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로마제국 사리지고 마르탱 게르 귀향하다> 라는 책도 오래 전에 보관함에 담아놓았지만 마찬가지로 아직 읽지 못하고 있다

 

 

 

 

 

 

 

 

 

 

 

 

 

 

2. 마음사전(김소연)

김소연 시인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이에요. 말씀도 정말 재미있게 잘 하시고, 시는 더욱 아름답지요.” 얼마 전에 읽은 알라딘 16주년 기념 책자 <대단한 저자>에서 가수 요조가 몹시 흠모하는 시인도 김소연이었다. 한심한 소생은 김소연 시인을 모른다. 요조라는 가수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대단한 돼지로군...” 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질 모르지만,  “저는 뭐 그리 대단한 돼지는 아닙니다요. 물론 먹는 거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지만서두요..호호홍”  그래도 역시 부끄럽다...

    

 

 

 

 

 

 

 

 

 

 

 

 

 

 

 

3. 야만인을 기다리며(존 맥스웰 쿠체 저, 왕은철 역)

“...일단 번역에 감동받았어요...불가능한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통찰, 비극적인 통찰, 이런 것들이 영롱하게 담겨 있는 책이었어요.” 고도를 기다리며는 들어 봤어도 야만인을 기다리며는 처음 듣는다. 알라딘에는 품절로 뜬다. 지식인의 서재에는 저자가 존 맥스웰 쿠체라고 되어 있는데 책에는 존 쿳시라고 되어있다. 필명인가?

   

 

    

 

 

 

 

 

 

 

 

 

 

 

4.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저에게 기념비적 작품이에요.....‘, 웃긴 책도, 웃긴 이야기도 이렇게 감동적일 수 있구나하는 걸 처음 느낀 것 같아요....굉장히 감동적인 작품이지요.”

 

 

 

 

 

 

 

 

 

 

 

 

 

 

5. 기억 서사(오카 마리)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타인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시점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철학적인 책이에요. 이 책을 다섯 번은 읽은 것 같아요. 정말 좋아서요.” 이 책도 절판이다.

    

 

 

 

 

 

 

 

 

 

 

 

 

 

다섯 권을 다 읽기는 그렇고 <마르탱 게르의 귀향><마음 사전> 정도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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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5-07-3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두 권은 저도 읽어봤는데 그럭저럭 재미있더라구요. 고대에 쓰여진 희극이기 때문에 작가의 재주를 온전히 다 감상하기에는 여러모로 벅차지만 말이지요.(고대에나 통하던 `그때 그 웃음`을 현대인이 온전히 이해한다는 자체가 어느 정도는 한계가 있지 싶거든요)

붉은돼지 2015-07-31 15:18   좋아요 0 | URL
희랍고전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비극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뭐 읽어본 것은 아니고요 그냥 생각에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원전으로 읽는 순수 고전의 세계 책은 여러 권 사놓기만 했습니다. --;;;
언젠가는 읽을 날이 있을테죠..

oren 2015-07-31 16:33   좋아요 0 | URL
고대 그리스 비극들은 정말 하나같이 주옥같은 작품들이지요. 저는 운 좋게도 현존하는 33편의 고대 그리스 비극 작품들을 전두 다 완독했고, 그 덕분에 그 작품들을 입술이 닳도록 극찬한 수많은 사람들의 말들을 어렴풋하게나마 공감할 수도 있게 되더군요.

* * *

평범한 시인들의 소동

사람도 신도 서점의 기둥도
시인이 평범하게 되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 호라티우스, 《시론》

이 평범한 시인들의 소동이 자기들과 타인의 시간과 종이를 얼마나 망쳐 놓으며, 또 그 영향이 얼마나 해로운가 하는 것은 신중히 고려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대중은 한편으로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붙잡으려 하고, 또 한편으로는 자기들과 동질인 불합리한 것과 범속한 것에 기울어지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평범한 작가들의 작품은 대중을 참다운 걸작에서 멀어지게 하고, 그러한 작품들로 대중의 교양을 억제한다. 따라서 천재의 좋은 영향을 정면으로 방해하고,좋은 취미를 점점 해쳐서 시대의 진로에 역행한다. 그러므로 비평이나 풍자를 할 때는 용서나 동정을 하지 말고, 평범한 시인들에게 혹평을 가해서, 그들이 졸작을 쓰기보다는 좋은 작품을 읽는 데에 여가를 이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천재적인 재능이 없는 시인들의 졸렬한 작품은 온화한 시신인 아폴론까지도 마르시아스의 껍질을 벗기게 할 정도로 격노하게 한다. 나는 평범한 시가 관용을 요구하는 것이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알 수 없다.

-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시에 대하여> 中에서


비극은 시문학의 최고봉

그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성취가 어렵다는 점에서 비극은 시문학의 최고봉이라고 보아야 하며, 또 그렇게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최고의 시적인 작업의 목적이 인생의 어두운 면을 묘사하는 데 있다는 것과, 형언할 수 없는 인류의 고통과 비애, 악의의 승리, 우연의 횡포, 정당한 자나 죄 없는 자의 절망적인 파멸 등이 우리 눈앞에 전개된다는 것은 우리의 고찰에 아주 뜻깊은 것이고 또 충분히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세계와 생존의 성질에 관한 중요한 암시가 있기 때문이다. 의지의 객관화 가운데 최고 단계에 있어서, 의지와 의지의 충돌은 가장 완전하게 전개되고 무서울 정도로 나타난다. 이 충돌은 인간의 고뇌로 나타나는데, 이 고뇌는 일부는 우연과 오류에 의해서 초래되고, 또 일부는 인간에게서 생긴다. 우연과 오류는 세계의 지배자로서 등장하고, 고의라고 보여질 정도의 간계로 말미암아 운명으로 인격화되어 등장한다. 인간에게 생기는 충돌은 여러 개인의 의지적인 노력이 서로 교착하게 됨으로써 많은 사람의 악의나 부조리를 통해 나타난다.

-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시에 대하여> 中에서

붉은돼지 2015-08-01 11:42   좋아요 0 | URL
33편의 고대 그리스비극 작품을 모두 완독 하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현존하는 작품이 33편인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저도 뭐 도서출판 숲에서 나온 고전 시리즈 몇 권은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읽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동로마, 이슬람 쪽을 보고 있어서 제 생각에 내년이나 후년 쯤에는 희랍 고전에 집중해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생각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생각이라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시 생각하고 있습니다.ㅎㅎㅎㅎ
일전에는 사은품에 혹해서 이기도 하지만 리라이팅 클래식 일리아스도 구입했습니다. 물론 천병희 역의 `일리아스`도 가지고는 있습니다. 희랍고전은 아마도 일리아스부터 시작해보려구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중학교 도덕시간에 아마 책 제목만 배웠던 거 같은데요..저런 이야기도 나오는 군요... 이제까지 저런 책은 과연 누가 읽나 했습니다. 엄청 지루하고 어려울 것 같게 느껴저서 감히 읽을 엄두를 내지도 못했습니다. 당연히 도서관 같은 데서 책을 찾아보지도 않았습니다만, 오늘 오렌님의 글을 보니 한번 도전해 봐도 괜찮을 듯도 합니다... ^^

cyrus 2015-07-31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식인의 서재`에 소개되는 책들을 참고합니다. 그런데 어떤 책들은 절판된 거라서 저는 그게 아쉬워요.

붉은돼지 2015-08-01 11:43   좋아요 0 | URL
이번 정여울 작가가 소개한 책 5권 중에 2권은 품절이더군요..ㅜㅜ

moonnight 2015-08-0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 올해 꼭 읽어야할 책같은 리스트 올라올 때도 저는 부끄러워요ㅜㅜ 하나도 못 읽어봤네요-_-; 저도 존 쿳시로 알고 있어요. <추락>의 남아공작가요.

붉은돼지 2015-08-02 11:0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무슨 죽기 전에 꼭 읽어야할 100권 뭐 이런 리스트 나오면 항상 제 독서내역을 대입해보죠...
보통 결과는 뭐 한심한 수준이죠. 그럼 또 갑자기 불끈해서 한두권 도전해보다 포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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