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에 결혼식에 갔다가(요즘은 토요일 저녁에도 가끔 결혼식이 있다) 시간이 남아서 오랜만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다. 도서정가제 시행이후 우리 같은 도서 수집가에게는 중고서점의 활용이 더욱 중요해졌다. 도서정가제 이전에는 가끔씩 반값 할인이니 특별이벤트니 뭐니 해서 싸게 사기도 했는데 이제는 도리없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걱정은 없어졌다. 큰 맘 먹고 정가에 산 책이 반값으로 나와서 땅을 치며 통탄하던 그런 일 말이다.

 

일반적으로 책의 가격이 그렇게 비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자가 오랜기간 자신의 피와 땀을 쥐어짜서 만들어낸 노작을 단돈 1~2만에 구입해서 그 액기스만 빨아 먹을 수 있다는 건 그렇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것 같다. 간혹 가다가 그 액기스가 똥구정물로 밝혀져 꾸엑꾸엑 토악질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결국 본인의 안목을 탓할 수 밖에 없는 문제다. 원효같은 대덕은 해골바가지 속 구정물에서도 깨달음을 이끌어내었으니 참고해야한다.

 

단국대에서 나온 한한대사전이 있다. 색인 포함 총 16권인데 2008년도에 완간되었다. 사업이 78년부터 시작되었으니 자그만치 30년이다. 한 세대가 가고 한 세대가 올 그런 세월이다. 권당 가격은 10만원이다. 색인도 한권인데 5만원이다. 본 사전은 3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연인원 20만명의 전문가가 동원되어 면수가 총 21,580쪽, 한자 55,000자, 25만 단어가 수록된 세계 최대의 한한사전이다. 300억원 상당의 보물을 단돈 16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300억원이 아니라 삼천억원이라도 활용도가 없다면 굳이 구입할 필요는 없다. 사전 완간이후 작금에 이르기까지 소생은 색인 포함해서 4권을 구입했다. 활용도는 제로다. 관상용이다. 그렇지만 무던히도 완비하고 싶다. 짐작이나 할는지. 컬렉터의 심정이란 이런 것이거니,

 

각설하고, 중고서점에 갔다가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를 발견하고 바로 구입했다. 며칠전에 북플에서 꼼쥐님의 서평을 읽고 관심이 갔던 책인데 눈에 띈 것이다. 시공디스커버리 총서3권(본인의 시리즈 수집물 중 하나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2권, 험프리 보거트 등장하는 디비디 <카사블랑카>. 아~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를! 그리고 <몰타의 매>. 가격은 정가의 45% 정도. 상태는 거의 새책 수준.

 

걸어서 쏘다니면 발바닥도 아프고 하니까 말등에 올라앉아 편하게 나다니고 싶고, 말을 타게 되면 또 처음에는 ‘와’ 하던 것이 조금만 지나면 견마 잡히고 싶어 진다. 사람 마음이 다 그런 것이다. 책 좀 보고 책 좀 모은 사람은 궁극에서는 자기 책을 한번 써보고 싶은 것이다.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온갖 글쓰기 책과 갖은 책쓰기 책이 나와있다. 소생도 관련 도서 여러 권을 읽은 기억이 난다. 글쓰기와 관련해서는 이태준의 <문장강화>. 읽은 지 한 오백년은 된 것 같다. 당연히 내용은 하나도 기억 안난다. 안타깝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역시 내용은 기억이 안난다. 스티븐 킹!이니까 왕은 뭘 써 갈겨도 신민들은 어명을 거역할 수 없다. 우리같은 사람이야 양말에 빤스만 입고 봉이 다 구부러지게 신들린 봉춤을 춘다고 한들 누구하나 거들떠 보지 않는다. 혹 모른다. 마누라가 한 마디 거들지. ‘쓸데없는 짓도 되우 하네...흥’

 

또 누군가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유명한 책도 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뼛다귀에다 글을 쓰라는 이야기인지 역시 기억이 안난다. 각골이면 난망이라 했는데, 안타깝다. 읽은 활자들이 눈으로 들어와 콧구멍으로 샜는지 귀구멍으로 빠져나갔는지 어데로 날았는지 알 수가 없다. 뼈에 새겨야 하는 것을. 가장 최근에 읽은 <작가수업>이라는 책도 있다. 표지에 헤밍웨이 사진이 커다랗게 나와있다. 역시 어니 아저씨는 멋져. 멀리서 보면 숀 코네리를 좀 닮은 것 같다. 내용은? 묻지마라.

 

책쓰기와 관련해서는 역시 옛날옛적 한옛날에 읽은 명로진의 <인디라이터>가 있다. 여기서 산 좋아하고 와인 좋아하는 심산을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덕분에 이른바 산악문학에 대해서도 조금 주워 들었다. 나름의 소득이다. 송숙희의 <당신의 책을 가져라>는 책도 있었다. 이 책은 저자 특강도 들었다. 한 10년은 된 것 같다. 뭐 소생이 열일 제쳐 놓고 찾아가서 들은 것은 아니고 우리공장에서 주관하는 저자특강으로 직원들 다 와서 들어라고 해서 그냥 들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의 고무되었던 그 느낌은 남아있다. ‘그렇다면, 음...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지 몰라’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의 저자인 임승수는 초면 아니 초문이다. 금시에. 물론 소생의 견문이 일천한 까닭이다. 토요일 저녁에 구입해서 일요일날 우리 금지옥엽 혜림씨와 놀아주는 틈틈이 다 읽었다. 매우 유익했다. 기존의 글쓰기 책쓰기 책과 차별성이 있다. 일단, 저자의 솔직함이 돋 보인다. 이단, 중간 중간 나오는 책쓰기 선배들의 인터뷰가 많은 도움이 된다. 삼단, 글에 유머가 있다. 그래서 재미있다. 이 삼단 정도면 추천의 변으로 충분하지 않나. 관심있는 강호제현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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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19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예술편 위주로 많이 모으고, 그 다음에 관심 있는 주제의 책을 고릅니다. 중고서점에 가면 디스커버리 총서가 꽂힌 서가를 항상 둘러봅니다. ^^

글쓰기 책이 너무 많아서 몇 권 읽어보고 싶어도 잘 안 읽게 됩니다. 읽어봤자 고작 한 두 권 정도입니다. 사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한 두 권도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겁니다. 요즘은허핑턴포스트, 인사이트 같은 곳에 글쓰기 책을 요약해서 정리한 글이 심심찮게 나옵니다. 그 정리된 내용을 참고합니다.

붉은돼지 2015-01-20 13:13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에는 시공디스커버리중에서 화가들만 샀었는데 요즘은 무조건 다 삽니다...수집 ㅎㅎ 책은 작고 예쁜데 내용은 좀 거시기 산만한 것 같더라고요..

고양이라디오 2015-01-28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었던 좋은 책 많네요ㅎ

yureka01 2015-04-13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개 감사합니다..땡기는 책이 많아요.ㄷㄷㄷ
 

   

권혁웅의 시집 <마징가 계보학>을 읽다가 옮겨본다. 김종해시인의 공구가 어쩌고 저쩌고 하던 시 <항해일지>가 생각난다. 얼마전에 덕수리오형제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나는 혹시 권혁웅의 이 시가 원작인가 싶어 찾아보니 그건 아니다. 윤상현, 송새벽이 출연하는 코메디 영화인데 관객을 끌지 못한 것 같다. 별이 3개 평점이 6.2다. 옛날에 장정일의 시 <301, 302>도 영화화가 된 적이 있었는데 황신혜가 나오고 음식으로 어쩌고 하는 영화인데 역시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도 옛날에는 시 좀 읽었는데(물론 쓴 것은 아니고) 요즘은 통 손이 가질 않는다. 그 시절에는 창비와 문지 시인선을 모두 사 모으는 것이 꿈이었다. 스러진 꿈을 다시 일으켜 세워볼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또 생각해보면 돈은 없고 사 모을 책은 많고 집구석은 좁고...

 

 

 

독수리 오형제 - 권 혁 웅

 

0. 기지(基地)

  정복이네는 우리집 보다 해발 30미터가 더 높은 곳에 살았다 조그만 둥지에서 4남 1녀가 엄마와 눈 없는 곰들과 살았다 곰들에게 눈알을 붙여주면서 바글바글 살았다 가끔 수금하러 아버지가 다녀갔다

    

1. 독수리

   큰 형이 눈 뜬 곰들을 다 잡아 먹었다 혼자 대학을 나온 형은 졸업하자마자 둥지를 떠나 고시원에 들어갔다 형은 작은 집을 나와서 더 작은 집에 들어갔다 그렇게 10년을 보냈다 새끼 곰들이 다 클 만한 세월이었다

 

2. 콘돌

   둘째 형은 이름난 싸움꾼이었다 십대 일로 싸워 이겼다는 무용담이 어깨위에서 별처럼 반짝이곤 했다 형은 곰들이 눈을 뜨건 말건 상관하지 않았다 둘째형이 큰집에 살러 가느라 집을 비우면 작은집에서 살던 아버지가 찾아왔다

 

3. 백조

   누나는 자주 엄마에게 대들었다 엄마는 왜 그렇게 곰같이 살아! 나는 그렇게 안 살아! 눈알을 박아넣는 엄마 손이 가늘게 떨렸다 누나 손은 미싱을 돌리기에는 너무 우아했다 누나는 술잔을 집었다

 

4. 제비

   정복이는 꼬마 웨이터였다 누나와 이름 모르는 아저씨들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소식을 주워 날랐다 봄날은 오지 않고 박꽃도 피지 않았으며 곰들도 겨울잠에서 깨어날 줄 몰랐다 정복이만 바빴다

 

5. 올빼미

   하루는 아버지가 작은집에서 뚱뚱한 아이를 데려왔다 인사해라 네 셋째 형이다 새로 생긴 형은 말도 하지 않았고 학교에 가지도 않았다 그저 밤중에 앉아서 눈 뜬 곰들과 노는 게 전부였다 연탄가스를 마셨다고 했다

 

6. 불새

   우리는 정복이네 보다 해발 30미터 낮은 곳에 살았다 길이 점점 좁아졌으므로 그 집에 불이 났을 때 소방차는 우리집 앞에서 멈추었다 그들은 불타는 곰발바닥들을 버려두고, 그렇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 사실 독수리오형제는 독수리들도 아니고 오형제도 아니다. 다섯 조류가 모인 의남매다. 다섯이 모이면 불새로 변해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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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17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시집에 늦바람이 나서 시집을 모으고 싶어요. 도서정가제 실행 이후로 책 사기가 부담스러워서 웬만하면 시집을 사서 시와 좀 더 친숙해지고 싶어요.

붉은돼지 2015-01-17 23:33   좋아요 0 | URL
요즘은 시집도 7~8천원은 하는 것 같아요
중고서점을 좀 더 자주 이용해야할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간에 생각나면 일단 지르고 보는 거죠 뭐

yamoo 2015-01-18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징가 계보학이라는 책도 있군요.ㅋㅋㅋ 저도 한 번 들춰봐야 겠습니다. 신선한 책 소개 감사합니다~^^

붉은돼지 2015-01-18 10:33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에서 우연히 발견했는데 괜찮은 것 같아요
 
소설과 소설가 -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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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한림원이 2006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터키의 오르한 파묵을 선정하면서 밝힌 선정 이유는 이러하다. “고향 이스탄불의 우울한 영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문화간 충돌과 얽힘에 대한 새로운 상징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파묵의 소설은 세편 정도 읽은 것 같다. <하얀성>, <검은책>, <내이름은 빨강> 우선 <하얀성>. 읽은 지 2~3년은 된 것 같다.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안타깝다.

 

다음은 <검은 책>. 이건 작년에 읽어서 내용은 대충 기억이 난다. 어느날 갑자기 없어진 마누라를 찾아다니는 어떤 변호사의 이야기다. 집나간 마누라의 이복오빠도 역시 어느날 갑자기 실종되었는데 그는 유력한 일간지의 유명한 칼럼작가다. 마누라의 행적을 추적하는 변호사는 나중에는 자신이 실종 칼럼작가를 대신해 신문에 칼럼을 기고한다. 칼럼 중에 이슬람 신비주의 시인 루미에 대한 칼럼이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일부 남아있다. 칼럼은 루미와 그의 영적 스승이자 동지인 샴스 타브리즈와의 관계를 동성애로 해석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읽는 내내 몹시 복잡한 미로 속을 헤매고 다니는 듯한 기분이었다. 어두운 동굴속에서 더듬더듬 길을 찾는 느낌. 뭐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다. 결국 집나간 마누라를 찾았는지 못 찾았는지는 모르겠다. 실종 마누라를 찾느냐 못찾느냐가 문제가 아닌 그런 소설이다. '고향 이스탄불의 우울한 영혼을 더듬더듬 탐색하는' 소설인 것이다.

 

그리고 그 유명한 <내 이름은 빨강>. 이 세편 중 제일 재미있다. 오랜 전통과 관습을 고수하려는 이슬람 세밀화가들이 베네치아에서 건너온 이교적이고 충격적인 새로운 화풍에 반응하고 갈등하는 말하자면 문화간의 충돌과 얽힘에 대한 이야기다. 인상적인 장면은 전설로 남아 인구에 회자될 세밀화의 대가가 되기를 욕망하는 화원장 오스만이 스스로 장님이 되기 위해 황금 바늘로 제 눈을 찌르는 장면. 으으으...

 

파묵의 노벨상 수상에도 이런 저런 말들이 있다. 어느 해인들 없었겠나. 동네 미인대회를 해도 뒷말이 무성하게 우거지는데, 하물며 노벨상임에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파묵의 수상에 그의 정치적 언행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슬람 세계에서 살만 루시디에게 내려진 처형명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작가일뿐만 아니라 터키에서는 금기시되고 있는 쿠르드족 및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비난한 최초의 작가이기도 하다. 노벨상 수상 한해 전인 200510월 파묵은 스위스의 한 잡지와의 회견에서 우리는 아르메니아인 100만명과 쿠르드인 3만명을 학살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터키의 조야가 분노의 도가니로 들끓고 보수주의자들은 파묵을 매국노 혹은 배신자로 규탄했다. 하지만 파묵은 다음해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파묵은 터키정부로부터 국가모독죄로 기소되었지만 국제적 여론 때문에 기소는 중지되었다.

 

<소설과 소설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이다. 찰스 엘리엇 노튼 강연이라고 파묵 이전에는 보르헤스, 칼비노, 에코 등이 강단에 섰다고 한다. 노벨문학상 + 하버드대 = 관심 폭발. 이런 공식이 성립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하버드대학교에서 강의한 강연록이라고 하니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용은 별 것 없다. 소설을 읽는 사람들의 독서 방식 ,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소설 쓰기의 관계, 소설의 캐릭터, 플롯 등에 대하여 그냥 쉽게 쓰여져 있다. 소설의 형식이나 작법에 대한 전문적인 글은 아니다. 책 뒷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 ‘문화의 변방 터키에서 고전을 통해 독학으로 소설을 써온 노벨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이 들려주는 소설 창작의 비밀’ “어쩌면 지금 나는 직업상의 비밀을 너무 많이 털어놓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작가협회에서 제명당 할 지도 모르겠군요아시겠지만 문구 중 앞에 나오는 소설창작의 비밀 운운은 과장과대 광고이고, 뒤에 나오는 직업상의 비밀 운운은 파묵의 농담이다.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벨상 수상작가의 하버드대 강연인데 어찌 소출이 없겠나. 파묵이 어린 시절부터 무척 많은 책을 읽었다는 것을 알았고, 작가가 된 이후로 수십년 동안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성실하게 고독한 작업에 매진하는 그 모습이 바로 작가 지망생들이 파묵으로부터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요것이 바로 파묵이 들려주는 소설 창작의 비밀인 것이다누군가 말했듯이 역시 글은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라 궁뎅이로 쓴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그렇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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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5-01-16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파묵의 눈을 읽었는데, 엄청 진보적인 작가라 놀랐어요. 터키가 굉장히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국가라 파묵도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눈은 터키가 정치적으로 이슬람으로 확고하게 다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인데, 파묵을 다시 생각하고 터키를 한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작가였어요. 전 종교적인 나라인 터키나 인도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터키는 파묵때문이라도 가 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어요.

붉은돼지 2015-01-17 08:48   좋아요 0 | URL
지금은 순수박물관을 보고 있습니다. 눈도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저도 터키에 한번 가보고 싶은데 특히 이스탄불은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현재 스코어로 328권까지 나와 있다. 영광의 넘버원이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1>로 1998년 8월에 초판이 나왔다. 근 15년 동안에 300권 정도가 출간되었다. 이러한 추세로 나간다면 2050년이면 1000권을 넘을 전망이다. 설레인다. 마음이. 그런데 2050년이면 내 나이가 80을 넘는다. 나 자신의 생존 여부는 물론이거니와 민음사라는 기업의 존폐여부도 가늠하기 어렵다. 우울하다. 하지만 희망을 버리진 않는다.

 

영광의 넘버원으로부터 넘버 250인 이광수의 <무정>까지 단 한권도 빠뜨리지 않고 다 사 모았다. 완비라고 해야하나 구비라고 해야하나. 1권~250권까지는 완비되었고 251~328권까지 중에서도 여러 권을 소장하고 있다. 훗날 300권이 완비되면 또 한편의 페이퍼를 올리겠다. 인증샷도 더불어.

 

소생은 그 옛날 한때는 독서가였지만 지금은 수집가 내지는 장서가로 변모했다. 장서가로서의 내 꿈을 밝히자면(부끄럽지만) 민음사, 열린책들, 문학동네, 펭귄클래식 이 4개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을 모두 완비하는 것이다. (세계문학전집은 창비도 있고, 을유도 있고, 대산도 있고 또 뭐가 있더라 어쨌든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소생은 소생 나름의 기준으로 상기 4개 출판사를 세계문학 4대천왕으로 선정했다. 내꿈이 물론 이게 다는 아니다. 인간의 욕망에는 한계가 없다. 알랙산드리아 도서관을 다시 짓는다고 해도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내가 죽어 없어져야 끝나는 것이다.)

 

서재에 각 출판사 별로 세계문학전집을 쭐루레기 꽂아 놓고 안락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며 느긋하게 바라볼 수만 있다면 곧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조문도(朝聞道)면 석사가의(夕死可矣)라. 맞는 비유는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소생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충은 짐작했으리라 짐작해본다.

 

내 아름답고 원대한 꿈에 대해 아내는 “쓸데없는 짓도 되우 하네, 흥흥흥...” 콧방귀를 뀌며 몹시 한심스럽게 생각한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내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으로 아내에게 잘해야겠다. 알랑방귀라도 뿡뿡뀌고 강아지 마냥 꼬리를 살살 흔들며 낑낑거려 봐야겠다. 체질상 알랑적 방귀는 잘 못뀌지만 생리적 방귀는 나름 한 방귀한다. 내가 밥을 먹다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큰 소리로 한 방귀해주면 우리 어린딸 혜림씨는 몹시 좋아한다. ‘아빠! 최고!“ 이건 다 쓸데없는 이야기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희생이 따르는 법. 무릇 뛰어난 장수란 힘든 전쟁을 이기기 위해서 자기 손목 하나 정도는 내어 줄줄도 알아야 한다. 역시 비유가 안맞는 것 같다. 알아서 짐작하시길.

 

세계문학 사대천왕 완비의 꿈을 꾸면서 또 한편으로 생각해 봤다. 책을 꽂아만 놓아서는 역시 무엇인가 허전하다. 그 완비된 세계문학전집을 영광의 제1권부터 차례로 한권씩 읽고 서평 아니, 짧은 감상이라도 몇줄 끄적여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1권부터 시작해서 차례대로 연속해서 빠뜨리지 않고 읽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에 읽은 책이 있어도 또 읽는다. 그래야만 한다. 이건 꿈은 아니다. 그냥 한 번 생각해 본 것일 뿐이다. 안해도 그만. 물론 하면 좋고말고.

 

 

여담인데, 북플에 내 마니아 순위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70번째 마니아로 나와있다. 세계문학 사대천왕 완비가 일생의 꿈인 소생으로서는 깊이 반성하고 또 더욱 분발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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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5-01-16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하십니다..

붉은돼지 2015-01-16 16:57   좋아요 0 | URL
아직 갈 길이 멉니다. ㅎㅎ

[그장소] 2015-01-2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번에 구입하신줄 알고 가격 여쭤보려한..! ㅎㅎ

붉은돼지 2015-01-28 10:31   좋아요 0 | URL
한 십개년 계획 정도 됩니다.~~

[그장소] 2015-01-27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각 출판사가 다..보여요.무너지지않게 튼실한 책장인 것이 세계문학전집용 이구나..싶으며..감축..드려요..완전..충격..계속 진화하는 세계문학전집..고전의 의미는..분명한거죠? 반열에 오를것? 인가요? ㅎㅎ 부러워요..

붉은돼지 2015-01-28 10:33   좋아요 0 | URL
4대 출판사 세계문학전집 완비하는 것이 제 필생의 꿈(?)입니다.
다 읽는 것은 글쎄.....

차니 2015-02-25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양장본인지요? 양장본 아니더라도 오래 갈련지?
한번씩 중간에 갈라지는 책들이 있어 엄청 짜증나더군요.
책 만들때 신경 좀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도 민음사와 문학 동네 보고 있습니다.

옛날엔 마당이 좋았는데....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소생이야 과문해서 금시에 초문이지만 꽤 유명한 문구인 것 같다.
박경철의 자기혁명 처음에 이 문구가 나온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책도 재미있게 혹은 감동깊게 읽었고,
우연한 기회에 특강을 듣게 되어 개인사적인 이야기도 들었고,
소생이 졸업한 중학교 바로 옆에 있던 같은 교명의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따라서 동향이란 말이고, 이런 저런 여러 가지 사유로 호감을 가지고 있던 차에
요즘 안풍이니 뭐니 해서 박경철이 덩달아 둥실 뜨고 있는 상황에서
마침 때맞추어 자기혁명이라는 책이 나온 걸 알았고
소생 원래 자기개발서 종류는 썩 선호하지 않는 편임에도
위에서 언급한 이런저런 사유로 이 책을 사서 보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로 바쁜 의사양반은 첫 페이지에 괴테의 이 문구를 인용하고 있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한편 “하트의 전쟁”이 무지막지하게 재미있다고 해서 구입하기는 이미 수십년전에 구입해 놓았는데, 안 읽고 있다가 얼마전에 갑자기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읽기 시작햇는데 정말 재미있기는 재미있더라나 뭐라나. 책 보는 거 때문에 마누라에게 질책받기는 소생같은 애독가에게도 여러해 만의 일이라. 삼시새끼 설거지며, 청소며, 밥하고 빨래하고 빨래 개고(이 빨래 개는 작업도 무시못할 작업이라. 개는 게 끝이 아니고 마누라 빤스며, 내 양말, 아새끼 옷가지, 수건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귀찮은 일인데, 마누라 빤스 난닝구와 내 양말 등을 두손에 억지로 들고 가서 농안 서랍에 넣고 오면 아새끼가 차곡차곡 개어 놓은 수건하고 지 옷가지를 흐트려 놓기 일쑤라...), 애 목욕시키는 거 하며, 젖주는 거(물론 나는 젖이 없거니와 말하자면 영양을 공급하는 그런 작업) 이런거 소홀히 하고 책만 보고 있다고 이 책 읽는 동안 몇 번 지적을 받았던 것이다.  

각설하고, 이 재미있는 소설을 읽다가 우리의 하바드 법대 공부벌레 출신의 토미가 깜둥이도 백인과 똑같이 고상하고 지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흑인 조종사 스콧에서 고전을 암기하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와중 이 문구가 문득 나왔던 것이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깜짝 놀랬다. 햐~ 며칠 전에 읽은 글인데...유명한 문구구나. 내가 무식하긴 무식하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내가 이 문구를 가지고 철학적 사색을 거듭한 것은 아니다.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럴 여유도 없었을뿐더러 총명석하신 괴테선생께서 그렇다고 하면 그런줄 알면 되는 것이다. 소생은 단지 이제 소생도 이 문구의 출처와 곁가지를 어느정도 알고 있는 약간은 고상한 사람이 되었다는 그런 보람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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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10-19 0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몰랐어요. 괴테의 말이었구나. @.@

붉은돼지 2011-10-20 10:24   좋아요 1 | URL
파우스트에 나오는 말이랍니다. 파우스트 함 읽어볼려고 꺼내보니 희곡이라..희곡인줄 또 처음 알았습니다.....

조선인 2011-10-21 0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전 파우스트를 읽었는데도 몰랐는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