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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 세계 카지노 문화 기행
아사다 지로 지음, 구보 요시테루 사진, 이선희 옮김 / 이레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철도원>이나 <러브레터>, 혹은 <칼에 지다> 같은 책을 쓴 아사다씨가 유명한 노름꾼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책을 보니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고, 말하자면 본업이 도박이고 부업으로 생계를 위해 소설을 쓴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건 사족인데 본인은 철도원, 러브레터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고 영화도 보지 못했다. 그런 주제에 ‘~~ 같은 책을 쓴 어쩌고 저쩌고’하며 마치 읽어본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말을 하는 것은 좀 거시기 하다는 생각도 얼핏 든다. 그래도 <칼에 지다>는 무척 감동깊게 읽었다.
허영만의 <타짜> 같은 만화를 보면 별별 해괴하고 신기한 기술을 습득한 노름의 달인들이 등장하고 도박에 미쳐 말그대로 패가망신한 인사들의 이야기가 무시로 등장하는데, 손가락이 짤리고 손목이 짤리고 그래도 다른 손으로 화투를 치고..으이이 노름이란 왠지 잘못 발을 들여놓으면 헤어나오기가 죽기보다 어려운 몹시 깊고 위험한 수렁같다는 생각이다. 타잔영화를 보면 그 용맹하다는 사자도 호랑이도 허우적거리며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은 허망하게 빠져 죽고야 마는 그 무시무시한 늪말이다.
심심하지 않게 연예인들의 해외 원정 도박, 인터넷 도박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얼마전에도 해외 원정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모 연예인은 정말 웃기지도 않은 구라를 치며 링겔꼽고 병원에 들눕어 있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무엇을 하며 사는지 혹 패가망신에 근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그 연예인의 경우는 물론 도박도 문제지만 상황에 대처하는 진지하고 솔직하지 못한 자세가 더 문제가 된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 선생도 그렇게 도박을 즐기셨다고 하는데 소생은 일전에 들은 것 같기도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처음 듣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어쨌든 역시 놀랍다. 도선생 같은 대문호께옵서 노름이라니....선생의 소설 <노름꾼>이 노름빚에 몰려 쓴 책이라고 하니 미처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리얼리티야 말해 무엇하리오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다. 아사다씨는 나름 절제하면서 도박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언제 수렁으로 빠져들지 알 수 없으니 항상 조심하면서 또 한번씩 뒤도 돌아보면서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아사다씨 본인이 더 잘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술에 비유하자면 한번 마셨다하면 두주불사 그리하여 인사불성 고주망태가 되도록 퍼마시는 것이 아니라 빈티지 와인이나 질 좋은 위스키를 혀끝으로 맛을 음미하고 코를 킁킁 향을 맡아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홀짝 홀짝마시는 그런 주법을 권하고 싶다. 조금 쫀쫀한 것도 같지만 그래야 그 좋은 카지노도 오래 즐기면서 패가망신도 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살 것이 아닌가.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