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funshop.co.kr/vs/detail.aspx?categoryno=1286&itemno=11116

  
‘장기도 겨우 두는 주제에 체스가 가당키나 한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 물건을 보는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 몹시 놀랐다. 이 놈은 내가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원하고 있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선생이 설계한 미드웨이 가든(시카고에 있다고 한다)을 모티브로 제작했다는 것이 그렇고 그 앤틱한 분위기하며,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기어나온 듯한 이미지하며 나를 몹시도 흥분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항상 결론은 버킹검. 돈이 문제다. 299,000원. 거금은 거금이지만 이백만원도 아니고 이천만원도 아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살 수도 있는 금액이다.   

일단 찜해놓고 언젠가 눈 먼 돈이 생기면 사야겠다고 혼자 다짐 또 다짐해본다. 그러나 돈이 아무리 눈이 멀어 봉사가 되어도 내 앞에 ‘옛다 이거 니 먹어라’ 하고 떨어질리도 없고 또 생각해보면 이런 물건을 눈 먼 돈으로 사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이다. 이런 물건은 땡빚을 내거나 아니면 아부지가 여동생 시집보낼려고 소팔아 꿍쳐놓은 돈을 몰래 쌔비든가, 어쨌든 금쪽 같은 돈으로 사야하는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이 놈을 보는 순간 버선발로 뛰쳐나가 부둥켜 안고 눈물을 철철 흘려야 하건만 내가 지금 돈 299,000원에 망설이는 이유는 역시 모두에 언급했듯이 장기도 겨우 두는 놈이 체스가 왠말인가 이말이다. 만약 내가 체스 애호가라면 한치의 망설임도 흔들림도 없이 바로 구매 클릭 했을 것이 틀림없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도 더욱 재미있게 봤을 테고 말이다. 

이번 달에는 한한대사전 제2권(100,000원)도 구입했고 이런 저런 넘들을 중고샵에서 또 7~8만원 가량 구입해서 여유가 별로 없다. 언젠가 사게되면 사진 찍어 올리겠다. 당분간 애 좀 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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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서브 로사 4>
1~3권까지는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4권쯤 되니 조금 지루해졌다. 야리꾸리한 이야기도 너무 자주 나오는 것 같고 남색도 이젠 심드렁하다. 4~5일째 읽고 있지만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신선도가 많이 떨어진 느낌이다. 1권에는 키케로가 등장하고 2권에는 크라수스가, 3권에는 카틸리나가 등장한다. 이름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는 인물들이다. 4권의 디오는 금시초문의 인사다. 실존인물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독특한 성적 취향으로 봐서는 실존인물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은 것도 같다. 어쨋거나 잘 모르는 사람이 등장해서 그런가 싶다가도 내가 키케로를 알면 얼마나 알고, 크라수스를 알면 또 얼마나 알며 수수께끼의 인물 카틸리나야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또 그런 것 때문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사색기행> 

이런 책을 읽어온 다치바나씨가 이런 여행을 해왔다고 하니 궁금하기도 하고 책만 많이 읽은 것이 아니라 세계 이곳 저곳 구석구석 여행도 많이 다녔다고 하니 무척 부럽기도 하다. 세계인식은 여행에서 시작된다는 서론은 조금 지루하다. 소생은 눈이 즐겁고 마음이 한가롭기 위해 여행을 한다. 물론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세계 인식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냥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이 먼저지 세계를 인식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을 가지고 여행하지는 않는다. 다치바나씨의 여행이 대부분 업무의 연장이었고 투철한 목적의식하의 여행이라 그런지 딱딱한 느낌이다.


<책사냥꾼>
본인 독서가에서 장서가 내지 수집가로 변신햇다고 언젠가 말했다. 이 책을 읽어 보니 수집가로서 조금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고서나 희귀본 혹은 적어도 초판본만 수집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동서미스터리문고라든지 민음세계문학전집이라든지 문고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모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든다. 옛날에 장정일은 초판본만 읽었다나 샀다나 뭐 그런 이야기도 있고 해서, 본인도 서재의 책을 이것 저것 들추어 보았는데 이상문학상상작품집 같은 것은 알라딘에서 사전예약으로 구입했는데도 뒤에 족보를 보면 초판 3쇄니 5쇄니 그렇다. 초판본 구하는 것도 쉬운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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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 세계 카지노 문화 기행
아사다 지로 지음, 구보 요시테루 사진, 이선희 옮김 / 이레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철도원>이나 <러브레터>, 혹은 <칼에 지다> 같은 책을 쓴 아사다씨가 유명한 노름꾼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책을 보니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고, 말하자면 본업이 도박이고 부업으로 생계를 위해 소설을 쓴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건 사족인데 본인은 철도원, 러브레터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고 영화도 보지 못했다. 그런 주제에 ‘~~ 같은 책을 쓴 어쩌고 저쩌고’하며 마치 읽어본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말을 하는 것은 좀 거시기 하다는 생각도 얼핏 든다. 그래도 <칼에 지다>는 무척 감동깊게 읽었다.   

 

허영만의 <타짜> 같은 만화를 보면 별별 해괴하고 신기한 기술을 습득한 노름의 달인들이 등장하고 도박에 미쳐 말그대로 패가망신한 인사들의 이야기가 무시로 등장하는데, 손가락이 짤리고 손목이 짤리고 그래도 다른 손으로 화투를 치고..으이이 노름이란 왠지 잘못 발을 들여놓으면 헤어나오기가 죽기보다 어려운 몹시 깊고 위험한 수렁같다는 생각이다. 타잔영화를 보면 그 용맹하다는 사자도 호랑이도 허우적거리며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은 허망하게 빠져 죽고야 마는 그 무시무시한 늪말이다.  

  

심심하지 않게 연예인들의 해외 원정 도박, 인터넷 도박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얼마전에도 해외 원정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모 연예인은 정말 웃기지도 않은 구라를 치며 링겔꼽고 병원에 들눕어 있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무엇을 하며 사는지 혹 패가망신에 근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그 연예인의 경우는 물론 도박도 문제지만 상황에 대처하는 진지하고 솔직하지 못한 자세가 더 문제가 된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 선생도 그렇게 도박을 즐기셨다고 하는데 소생은 일전에 들은 것 같기도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처음 듣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어쨌든 역시 놀랍다. 도선생 같은  대문호께옵서 노름이라니....선생의 소설 <노름꾼>이 노름빚에 몰려 쓴 책이라고 하니 미처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리얼리티야 말해 무엇하리오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다. 아사다씨는 나름 절제하면서 도박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언제 수렁으로 빠져들지 알 수 없으니 항상 조심하면서 또 한번씩 뒤도 돌아보면서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아사다씨 본인이 더 잘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술에 비유하자면 한번 마셨다하면 두주불사 그리하여 인사불성 고주망태가 되도록 퍼마시는 것이 아니라 빈티지 와인이나 질 좋은 위스키를 혀끝으로 맛을 음미하고 코를 킁킁 향을 맡아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홀짝 홀짝마시는 그런 주법을 권하고 싶다. 조금 쫀쫀한 것도 같지만 그래야 그 좋은 카지노도 오래 즐기면서 패가망신도 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살 것이 아닌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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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쓸쓸하다. 벌써 제목에서부터 뿡뿡 풍기는 냄새가 그러할진대 그 쓸쓸함 속에는 약간의 따스함이랄까 나른함이랄까 뭐 그런게 또 있다. 삶이란 게 본시 쓸쓸하고 스산하여 말하자면 바람부는 벌판에 홀로 서있는 형상일 것인데, 여기서 문득 생각난다. 왕국의 깃발은 찢어져 날리고 고색창연한 궁궐 앞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긴 머리카락를 날리며, 하얀 치마를 펄럭이며 홀로 서 있는 로한의 왕녀 에오윈. 몹시도 쓸쓸해 보였었다. 이게 무슨 개가 풀 뜯어먹는 소린지. 쓸데없는 소리는 각설하고, 어쨌든 그러할진댄 어느 누구에게도 삶이란 결코 헛되고 또 헛된 것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래서 스티븐슨은 열심히 구구절절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앞길이 구만리 장천을 날으는 젊은이들은 남아있는 날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천년만년백만년 생이 영원할 것만 같다. 남아있는 날들을 걱정하는 사람은 늙은이뿐이다. 우리의 스티븐슨도 인생의 황혼기 인생의 저녁이 되어서야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남아있는 나날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영화에서 - 하도 오래전에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띄엄 띄엄 본 것이라 기억이 정확하다고는 할수 없다 - 스티븐스가 회상하는 지난날에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회환이 상당 당당 부분, 아니 대부분이었던 것 같았는데, 오늘 읽어본 소설에서는 그런 느낌은 조금 약하고 다분히 비유적으로 또 스쳐 지나가듯 언급하고 있는 것 같다.   

 

스티븐스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고 또 사랑을 얻어 결혼했다면 최고의 집사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 또 다른 인생의 황혼기에 스티븐스는 문득 품위를 지닌 최고의 집사가 되지 못한 회한에 가슴 아파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미 살아온 날들은 항상 최선이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남아있는 나날들도 의미가 있고 희망이 있다. 

 

스티븐스가 수도없이 강조하는 ‘품위’란 말을 생각하다 문득 떠오른 단어. 신독. 이른바 선비정신의 정수이기도 하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 홀로 있을 때조차 스스로를 삼간다는 말이다. 혼자 있으면 누구나 풀어지기 마련이고 남들 앞에서는 부끄러워서 감히 하지 못하는 별별 해괴하고 괴상망측한 짓을 혼자 있을 때는 몰래 하기도 하는데, 낮 퇴계와 밤 퇴계가 다르다는 이야기도 말하자면 퇴계같은 선비에게도 신독은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혼자있을 때 벌거벗고 깨춤을 추든 방구석에 쭈구리고 앉아 냄비에 똥을 싸든 자기가 즐겁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뭐가 어떻단 말인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야 품위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작가가 일본인인 것을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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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소생이 열심 복무하고 있는 공장의 직원 아들 혼사가 있어 원주에 갔었다. 대구에서 원주까지 3시간 가량. 그냥 결혼식만 보고 무심하게 갔다 오는 것이 뭐시기해서 간 김에 용평리조트에 들러 하루 쉬다 먹다 놀다 왔다. 운동은 원체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즐기지 않는 편이라 그간 용평리조트에 갈 일도 없어 내 생전 처음의 용평리조트 방문되겠다. 콘도 28평형이 14만원인가 하는데 조식도 나오고 물놀이장 이용료도 공짜다. 콘도는 비록 낡아 페인트가 다떨어지고 외관은 좀 거시기 하지만 내부는 또 그런대로 쓸만하고 무엇보다 가격대비로 생각해볼라 치면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본다. 여기서 뭐 소생의 용평 리조트 방문에 대한 개인사적 의의를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소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평창휴게소에서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테이크 아웃 클래식” 4권을 2만원에 구입했다는 말이다. 권당 5000원. 알라딘 중고샵에 들어가 보니 비슷한 가격에 나와있긴 하더라만은 배송비도 내야하고 또 책을 직접 보고 골랐다는 데 일단 만족한다. 전에도 한 번 이야기 했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간혹가다 좋은 책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 아무라도 참고하시기 바란다. 싼값에 충동적으로다가 구입하기는 했는데 언제 읽을 지는 역시 기약없다. 천학 소생은 읽기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책장에 진열해 놓고 감상하기 위해 책을 구입한다. 한 달 도서 구입비가 거의 20만원선에 육박하고 있고 책장은 용량초과로 몸살을 하고 있다. 만화방 같은 곳에 있는 밑에 발통이 달려서 드르륵 드르릭 밀고 열고 하는 2중 책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역시 기약없지만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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