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부교 사건과 영국개 소동>에 이어서 코끼리의 경우입니다.

 

태종 11(1411) 2 일본 국왕이 우리 나라에 없는 코끼리를 바치니 사복시(궁중의 말과 가마를 관리하던 곳)에서 기르게 했다.

 

태종 12(1412) 12 공조전서 이우가 기이한 짐승이라 하여 가보고 그 꼴이 추함을 비웃고 침을 뱉었는데 코끼리가 노하여 밟아 죽였다.

 

태종 13(1413) 11 병조판서 유정현이 진언하였다. “일본에서 바친 길들인 코끼리는 이미 성상의 완호하는 물건도 아니요. 또한 나라에 이익도 없습니다. 만약 법으로 논한다면 죽이는 것이 마땅합니다. 또 일 년에 먹이는 꼴은 콩이 거의 수백석에 이르니 청컨대, 주공이 코뿔소와 코끼리를 몰아낸 고사를 본받아 전라도의 해도에 두소서.” 임금이 웃으면서 그대로 따랐다.

 

태종 14(1414) 5 전라도 관찰사가 보고하기를 길들인 코끼리를 순천부 장도에 방목하는데, 수초를 먹지 않아 날로 수척하여지고 사람을 보면 눈물을 흘립니다.”하니 임금이 불쌍하게 여겨 육지에 보내어 처음과 같이 기르게 하였다.

 

세종 2(1420) 12 전라도 관찰사가 계하기를 코끼리란 것이 쓸 데에 유익되는 점이 없거늘, 도내 네 곳의 변방 지방관에게 명하여 돌려 가면서 먹여 기르라 하였으니, 폐해가 적지 않고, 도내 백성들만 괴로움을 받게 되니, 청컨대, 충청, 경상도까지 아울러 명하여 돌아가면서 기르도록 하게 하소서.” 하니 상왕이 그대로 따랐다.

 

세종 3(1421) 3 충청도 관찰사가 계하기를 공주에 코끼리를 기르는 종이 코끼리에 채여서 죽었습니다. 그것이 나라에 유익한 것이 없고, 먹이는 꼴과 콩이 다른 짐승보다 열 갑절이나 됩니다. 화를 내면 사람을 해치고, 이익을 없을 뿐 도리어 해가 되니 바다 섬 가운데 있는 목장에 내놓으소서.” 하였다. 임금이 선지하기를 물과 풀이 좋은 곳으로 가려서 이를 내어놓고 병들어 죽지 말게 하라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이야기다.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일본에서 물설고 낯선 조선땅으로 실려와서 멸시와 조롱을 당하자 사람을 밟아 죽이고 절해고도로 귀양을 갔다가, 귀양이 풀려서는 충청, 전라, 경상도를 떠돌다가 또 사육하는 종을 채여 죽이고 다시 섬 가운데에 있는 목장으로 가서 살게되니 짐승이지만 그 팔자가 실로 기구하다.

 

태종은 그 손에 골육을 포함하여 수많은 인사들의 피를 묻히고 보위에 올랐으나 짐승에게는 관대했던 모양이다. 사람 죽인 짐승을 살려주는 것은 요즘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말 못하는 짐승을 불쌍히 여긴 어진 임금이 물과 풀이 좋은 곳으로 보내 병들어 죽지 말게 하라고 하였으나, 실록에더 이상의 기록이 없어 그 짐승의 끝을 알 수 없고 다만 조선 땅 어디에 코끼리가 살기에 좋은 곳이 있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소생이 코끼리 이야기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해도 못생겼다고 비웃고 무시하면 큰일 난다는 것이다. 하물며 만물의 수괴인 인간은 말해 무었하겠는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진저 

 

골육도 가차없이 죽인 인정사정없는 비정한 태종이 사람 죽인 짐승을 불쌍하게 여겼다는 것이 조금 가소롭기도 하지만 비정한 놈들의 마음 속에도 측은지심이란 것이 있는 법이다. 측은지심이라고 하니 맹자에 나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하도 오래전에 배워서 기억이 가물하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를 보고 제후가 물었다. (당시는 춘추전국시대로 전쟁과 살육으로 날이 새고 지던 시대였으니 사람 목숨도 뭐 그리 귀한 시절은 아니었다.) “어디에 쓰려고 소를 잡는가?”“흔종에 쓰기위해서 입니다. ” “불쌍해서 차마 못보겠다. 놓아주라.”“그러면, 흔종은 폐할까요?”“아니다. 소를 양으로 바꾸라.”했다는 이야기다.

 

흔종(釁鍾)이란 새로 종을 만들 때 희생을 잡아 그 피로 종에 바르고 제사를 지내는 것이라고 네이버 사전에는 나와있는데, 소생이 예전에 배울 때는 주조한 종이 오래되어 갈라지고 틈이 생길 때 소의 피를 발라 고쳐 쓰는 것을 흔종이라고 배운 것 같다. 어쨌든 소를 양으로 바꾸나마나 어차피 죽는 것은 한가진데 무슨 의미가 있냐고 당시에도 아마 누군가 물었다. 소는 보았고 양은 보지 못했으니 차마 보지 못하는 그 마음이 바로 인()의 시초라는 것이다. 이 마음을 잘 키우면 어진 사람(仁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자무적(仁者無敵)!!!

 

 

이런 이야기도 있었던 것 같다. 어느 겨울날 한 늙은이가 개울을 앞에 두고 건너가지 못해 달달 떨고 있는 것을 그 고을 수령이 보고 직접 업어서 건네줬다고 하여 그 수령이 어질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맹자가 듣고 이는 소인의 인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개울 앞에서 달달 떨고 있는 영감이 백 명이면 그 수령이 혼자서 영감 백 명을 모두 업어 나를 것인가? 라고 물으면서, 수령이면 사람을 부려 그 개울에 다리를 놓는 것이 군자의 인이라고 했다는 뭐 그런 이야기도 생각난다.

 

맹자의 말씀대로라면, 소생도 뭐 어진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불쌍해서 차마 보지 못하고, 불쌍해서 차마 하지 못하는 그런 경우는 간혹 가다가 있다. 그런 마음을 잘 키운다면 소생도 소인의 인이든 군자의 인이든 하여튼 인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무적이 된다. 이거 너무 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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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7-27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무지 재미있네요..... 이 사연을 바탕으로 역사소설을 써도 될 것 같습니다. 호호, 진짜 재미있는데용..

붉은돼지 2015-07-27 15:00   좋아요 0 | URL
곰발님~ 이 이야기 전에 텔레비젼에도 나왔던 것 같아요.. 얼핏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인터넷에도 많이 올라와 있구요... 참 코끼리 팔자가 기구하고 박복하죠...생각하면 측은지심이 막 생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7 15:27   좋아요 0 | URL
진짜 재미있어서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이야, 처음 본 코끼리는 있는데 이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굉장히 상징적이잖아요. 우리가 흔히 낯선 타자를 괴물로 바라보려는 어떤 폭력성...
이 글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이 프랭켄슈타인입니다. 프랭켄슈타인의 괴물과 조선 코끼리는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조선실록 부분 좀 긁어가도 되겠습니까 ?

붉은돼지 2015-07-27 15:57   좋아요 0 | URL
실록 부분은 저도 인터넷에서 가져온 것이어서 저한테 뭐 말씀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 ˝귀양 간 코끼리˝ 등으로 검색해 보시면 비슷비슷한 내용들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도 있구요....
저도 제가 참고한 내용을 다시 찾아봤는데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네요 쩝....

cyrus 2015-07-27 18:16   좋아요 1 | URL
곰발님 // 낮선 대상을 두려움의 존재로 오인하는 사례는 뒤러의 코뿔소 그림도 있습니다. 뒤러는 코뿔소를 철갑을 두른 동물로 그렸어요. 이 뒤러의 코뿔소 그림은 꽤 오랫동안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책읽는나무 2015-07-2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영국개와 코끼리 이야기 흥미롭게 읽고 갑니다!!
그시절의 낯선 것은 죄다 공포였겠죠?
귀양 간 코끼리의 표지그림이 좀 짠하게 보이네요

붉은돼지 2015-07-27 19:54   좋아요 0 | URL
박복한 코끼리님 ㅜㅜ

cyrus 2015-07-27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끼리 이야기를 아주 오래전에 <스펀지>에서 봤어요.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문제가 이랬던 것 같습니다. “조선 시대에 처음으로 귀양을 간 동물 OOO가 있다”

붉은돼지 2015-07-27 19:55   좋아요 0 | URL
EBS에도 나왔던 것 같아요^^

무스탕 2015-07-28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끼리가 우리나라에 들어온게 무척 오래전이군요.
일본은 그때부터 우리나라를 괴롭힌 듯... ㅎㅎㅎ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붉은돼지 2015-07-28 21:50   좋아요 0 | URL
일부러 우릴 괴롭히려고 그런건 아니겠죠^^ 코끼리만 불쌍해요ㅜㅜ

transient-guest 2015-07-30 0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네요. 커다란 생각도 좋지만, 무엇이든 작은 한 걸음부터라고 생각하면 군자의 인과 소인의 인을 따질 수 없다고 봅니다.ㅎ

붉은돼지 2015-07-30 10:09   좋아요 0 | URL
지당하신 말씀이에요~ 무엇이든지 그 실마리를, 단초를 잘 간직해서 키워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영국 신문을 읽는데 광고란에 개가 목을 매달고 있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읽어보니, 그건 애견가협회에서 보내는 메시지로 한국에서는 개를 먹는 습관이 있는데 이건 야만적 행위이니 저지합시다.’ 란 내용이었다. (중략) 내 기억에 의하면 백 년 전쯤에도 한국과 영국 사이에 개소동이 한 번 있었다. 그때 빅토리아 여왕(이었던 것 같다)이 우호의 뜻으로 조선의 왕에게 선물로 보낸 개를 조정에서 완전히 잘못 받아들여 요리해 먹어버리는 바람에, 당시 상당한 정치적 문제가 되었다. 재밌다고 하면 안 되겠지만 재밌다. (하략)” (p230-231, 편식에 대하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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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침대에 누워 위에 적힌 부분을 읽다가 아차차 생각났다. 작년엔가 읽었을 때에 역시 상기한 부분을 보다가 의문이 생겨 알아볼려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어쩌다 보니 그냥 넘어갔다. 영국 여왕이 선물로 보낸 개를 조선 조정에서 잡아 먹어버렸다는 이 황당한 사건이 역사적 사실이 맞는지 모르겠다. 저 정도 이야기면 제법 인구에 회자되었을 터인데 소생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 물론 소생 견문이 일천한 탓이겠지만 인터넷을 뒤져봐도 비슷한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근현대사 매니아분 계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외교적 선물로 짐승을 보낸 역사는 유구하다. 가축 자체가 재화였으니 뭐 당연한 이야기다. 과거에는 주로 소, , 낙타, 양 등 이동수단, 먹거리 등의 쓰임이 있는 짐승이 주가 되었고, 점차 근현대로 오면서는 완상용 동물이 대세인 느낌이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정주영은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었다. 어쨌든 중국은 오래전부터 이른바 팬더외교를 펼치고 있으며, 지난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풍산개 두 마리를 선물로 보냈고 김대중 대통령은 답례로 진돗개를 두 마리 보낸 사실도 있다.

 

우리나라에 외교 선물로 보내진 동물 중 이야기 거리가 있어 제법 알려진 놈으로는 낙타와 코끼리가 있다. 먼저 낙타의 경우를 살펴보면(코끼리 이야기는 나중에~), 서기 942년에 거란은 고려에 사신을 보내면서 낙타 50필을 선물로 바쳤는데, 거란을 금수의 나라로 여기는 고려에서는 사신들을 유배하고 낙타는 만부교 다리 아래에서 굶겨 죽였다. 이로써 고려와 거란의 외교관계는 단절되었다. 이른바 만부교 사건이다. 고등학교 국사시간에 배웠다. 총명하신 분들은 기억날 것이다. 그때에 억울하게 굶어 죽은 낙타들의 원혼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메르스 사태에 어떠한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만부교 사건은 고려조정의 정식 외교정책의 일환이었지만 구한말의 개소동은 얼토당토않은 오해로 인한 말하자면 일종의 소동인데, 그래도 일국의 왕 그것도 대영제국의 여왕이 선물로 보냈을 때는 나름 혈통있는 우수한 견종이었을 테고 잘 기르라고 보낸 것을 두들겨 패서(짐작하기에 만약 잡아 먹었다면 죽이기 전에 아마 두들겨 팼을 것이다.) 잡아먹었다는 것은 충분히 외교적 문제가 될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그게 사실이었다면 말이지만.......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말 그런 일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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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7-27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 왕실견이라면 웰시코기일텐데 그 작은 개를 먹었을 것 같진 않은데요.. 코끼리 얘기는 알아요! 너무 많이 먹어서 감당도 안 되고 사건사고로 유배가지 않았었나요??

붉은돼지 2015-07-27 14:42   좋아요 0 | URL
인터넷에 보니 그 숏다리 개군요,,다리는 짧지만 똘똘하게 생긴...ㅎㅎㅎ
맞아요 사고쳐 귀양간 코끼리 이야기는 텔레비젼에도 나왔던 것 같아요

만병통치약 2015-07-27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는데 긴가민가하고 있습니다. 강준만의 근대사에 나오지 않는 것을 봐서는 그냥 야사 혹은 뜬 소문인듯합니다. 강준만씨가 모르는 사건은 없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ㅋㅋ (영국인 : 조선인들은 개를 먹는다면서? 여왕이 하사한 개도 먹을걸? 이렇게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100년 전이면 개먹는 동양인이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다문화를 겪고있던 영국입장에서는 말이죠. 유럽도 기근에 말고기와 개고기 고양이 고기를 먹었던 일이 그리 얼마되지 않은 시기였을 테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7 12:31   좋아요 0 | URL
그러면 강준만 님이 만병통치약인 셈이군요... ㅎㅎㅎㅎ

붉은돼지 2015-07-27 14:43   좋아요 0 | URL
저 정도 이야기면 인터넷에도 나오고 할텐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라구요
아마도 만병통치약님 말씀대로 하루키가 뭔가 잘 못 알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윗듀 2015-07-27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낙타의 원혼과 메르스이야기...처음엔 빵터졌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그럴듯해요!!!

붉은돼지 2015-07-27 20:06   좋아요 0 | URL
낙타가 무슨 죄가 있겠어요? ㅜㅜ

스윗듀 2015-07-28 10:36   좋아요 0 | URL
동물은 항상 죄가 없지요...ㅜㅜ
 

 

로마의 원로원과 인민을 보호하기 위해 난쟁이 똥자루 간담 2기를 배치한 후 원로원 의원 몇 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 분은 데나리우스 은화를 보내왔다.(대리석 문진 위로 달처럼 솟아오른 것이 은화다.) 로마의 재화도 똥자루 간담리우스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또 몇 분의 의원은 똥자루 간담리우스 2기로는 원로원과 인민과 로마의 재화를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썩인 의견을 피력했다. 하여 소생은 똥자루 간담리우스 1기를 추가로 배치하고 마징가와 그레이트 마징가로 군단을 보강했다. 만약에 필요하다면 다스 베이다 경을 비롯한 빛나는 제다이 기사들도 언제든지 호출될 것이다. 우리 레기온은 공화국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피와 눈물을 흘릴 것이다. 공화국 만세!!!

 

<로마제국쇠망사>와 <로마의 일인자>를 배경으로 대리석 문진을 전면에 배치하고 똥자루 간담이 좌우에 시립하는 구도를 만들어 보니 재미가 있어,,, 좀 더 쭈물럭 거려봤다. ~ 내일모레면 오십줄에 접어드는 초로의 서생이 이렇게 놀고 있다. 한심한 생각도 든다. 아내의 혀차는 소리가 들린다. "쯔쯔쯔,,,, 할 일도 되우 없네... 당신 혼자만 놀지 말고 애하고도 좀 놀아주세요...쯔쯔쯔..." 지당하신 말씀이다. 하지만 소생 마음 한구석에도 아직 채 자라지 못한 한 소년이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어디선가 김형경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머,,,,얘,,,나이 마흔이 넘었는데도 마음이 이럴 줄은 몰랐어..."  그렇다. 온몸의 털이 육십년이 되어 허옇게 파뿌리가 되고, 또 온몸의 살가죽이 칠십년이 지나 쭈구렁 망태기가 되어도 마음 속 깊은 곳 한 구석에는 그 옛날의 어린 소녀, 소년이 자라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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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7-25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멋져요 멋집니다
금방 딸이 건너와서 같이 사진 보다가 우와~~~!! 탄성을 지르더이다^^
로마는 이제 진짜 끄떡없겠는데요?
이제 아이들에게 눈을 돌려도 되겠어요^^

붉은돼지 2015-07-25 18:45   좋아요 0 | URL
사진이 더 멋지게 나온거 같아요^^
로마는 이제 저들에게 맡기고 저는 이제 딸내미와 좀 놀아야겠어요~~

알케 2015-07-25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덕후가 여기 계셨군요. ㅎ 요즘 나무위키의 건덕후파벌론을 들여다보니 저는 원리주의자에 가깝더군요. 즐건!

붉은돼지 2015-07-25 23:50   좋아요 0 | URL
저는 뭐 조립식 프라모델 만드는 거 좋아해서
간담 몇 개 만들어본 것일 뿐 덕후는 아니에요^^
인터넷 찾아보니 정말 엄청난 파벌이 있더군요 ㅎㅎㅎ

AgalmA 2015-07-26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제다이와 스타워즈 피규어를 앞세워 다음은 우주과학 진열을 보여주십셩! ㅎㅎ

붉은돼지 2015-07-26 09:53   좋아요 2 | URL
사실 스타워즈 피규어는 가진게 없어요ㅜㅜ
다만 다스 베이다 피규어 마음에 쏙 드는게 8월에 판매예정이라
고민하고 있어요....
나중에 베이다 경 모시게되면 연락드릴께요^^

소금창고 2015-07-2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십니다
소년소녀는 성장해야해요
40이건 50이건간에요
장마끝나서 딸래미 봉제인형들 세탁기돌리는데 곰돌이 멍뭉이 토깽이들 이 예뻐서 저두 대화를 시도했네요
˝얘들아 목욕하자˝

붉은돼지 2015-07-26 12:05   좋아요 0 | URL
마음 속에는 어린 나와 나이든 나...여러 나가 있는 것 같아요.. 다중인격 ㅋㅋㅋ
봉제인형들과의 놀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소금창고 2015-07-26 12:09   좋아요 0 | URL
널면서 ˝개운하지?˝ 라고 할려구요 ㅎㅎ

moonnight 2015-07-26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건담이 로마를 지키고 있었군요. 늘 마음에 품고 있는 뭔가가 있다는 건 참 소중해요.♥

붉은돼지 2015-07-26 20:00   좋아요 0 | URL
간담은 로마를 지키고 저는 딸내미로부터 간담을 지키고 ㅎㅎㅎ

후애(厚愛) 2015-07-2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집십니다!!!^^
더위조심하세요~

붉은돼지 2015-07-26 20:01   좋아요 0 | URL
오늘도 여전히 후덥지근하군요~~^^
 

로마의 원로원과 인민을 수호하는 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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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5-07-25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덕후셨군요!

붉은돼지 2015-07-25 12:56   좋아요 0 | URL
뭐 로마덕후는 아니구요...^^

만병통치약 2015-07-25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담덕후셨군요!

붉은돼지 2015-07-25 12:56   좋아요 0 | URL
간담덕후도 아니에요...^^

여름 2015-07-25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만 해도 뭔가 든든한.

붉은돼지 2015-07-25 14:15   좋아요 0 | URL
그렇죠...로마는 이제 걱정마세요 ^^

sslmo 2015-07-25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리만족, 왕 뿌듯인걸요~^^

붉은돼지 2015-07-25 17:43   좋아요 0 | URL
대리라도 만족하셨다니....제가 다 만족스럽니다.....

클라우디우스 2015-07-25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담과로마! 생각도못해본 조합입니다

붉은돼지 2015-07-25 17:44   좋아요 0 | URL
뭐 그런대로 어울리는 것도 같습니다만....^^

cyrus 2015-07-25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병사들에게 건담리우스라는 칭호를 붙여줘야겠습니다. ^^

붉은돼지 2015-07-25 17:44   좋아요 0 | URL
좋은 생각이십니다. 로마전사 간담리우스 ㅎ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15-07-25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기분좋은 사진!
부러운 사진!
그래도 뿌듯한 사진이에요^^

붉은돼지 2015-07-25 17:45   좋아요 0 | URL
나무님~
봐주십시오.. 병력을 더 보강했습니다.^^
 

 

 

 

 

 

 

 

 

 

 

 

요즘의 잠자리용 도서는 하루키의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 무슨 하루키 다시 읽기 프로젝트라도 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놈의 무라키미 지겹지도 않으세요?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뭐 어째겠어요. 제 입맛에 딱인 것을. 이 무말랭이는 무라카미라디오 3부작에 비해서는 쫀득쫀득하고 뽀득뽀득 씹히는 맛이 조금 떨어진다. 물론 소생 입맛에 그렇다는 것이다. 씹히는 맛이 떨어지는지, 올라가는지, 짠지, 매운지, 도저히 두눈 질끈 감고도 먹을 수 없는지는 역시 자신의 입으로 직접 먹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고.......어쨋든 어젯밤 실로 야심만만한 시간에 침대에 누워 무말랭이를 먹다가....아니 읽다가 무슨 슬픈 운명처럼 아래와 같은 대목을 만난 것이었다. 소생은 그만 벌떡 일어나 편의점으로 달려갈 뻔 했다. 돈까스를 사러...(물론 가지는 않았어요

 

비엔나 슈니첼이란 비엔나식 송아지 커틀릿을 말한다. 이것은 맥주병으로 두들겨 얄팍하게 편 송아지 고기에 옷을 입힌 후 찰랑찰랑한 샐러드 오일에 한 면씩 튀기는 요리다. 돈가스처럼 기름에 푹 담가서 튀기면 맛이 없다. 비엔나 슈니첼에는 이 밖에도 꼭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다. 튀긴 쇠고기 위에 동그랗게 썬 레몬을 얹고, 한가운데 안초비로 만 올리브를 올려놓는다. 그러고 나서 케이퍼를 뿌린다. 뜨거운 버터도 끼 얹는다. 곁들여 내놓는 음식은 흰색 누들. 이것이 규칙이다. 이것들이 다 갖추어져야 비로소 , 비엔나 슈니첼!’이라고 할 수 있다.” (P119-120) 왜 맥주병으로 두들겨야 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병이 깨어지면....

 

예전에 아내와 오스트리아에 갔을 때 베르펜에 있는 호엔베르펜 성이라는 중세의 고성을 둘러보고, (이 성에서는 중세의 매사냥을 시연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시간이 늦어 매사냥은 못보고, 새장에 갇힌 매만 여러마리 구경하다 왔다.) 성의 더 위쪽에 있는 무슨 세계 최대의 얼음동굴이라는 곳에 기어들어갔다가 한참을 뺑뺑이 돌고 나왔는데, 그 동굴에서 내려오는 길목에 식당이 하나 있었다. 우리는 이 곳에서 슈니첼(메뉴판에는 비너 슈니첼이라고 되어있었다.)을 처음으로 먹었다.

 

용모는 돈까스 비슷한데 돈까스보다 두께는 훨 얇고, 크기는 돈가스의 3~4배 정도로 컸다. 레몬과 감자샐러드, 감자튀김이 같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흰색 누들은 없었다. 그래도 무척 맜있게 먹었다. 그 뒤로 빈에 가서도 슈니첼을 먹고 오스트리아에 있는 동안 몇 번 슈니첼을 먹었지만 그 얼음동굴 아래 식당에서 먹은 슈니첼만큼 맛있는 슈니철은 없었다. 그리고 슈니철을 먹은 어느 곳에서도 흰색 누들은 나오지 않았다. 소생이 먹은 비너 슈니첼은 모두 짝퉁이었단 말인가....어쨋든....배 출출한 야밤에 저런 글을 읽고나니.. 갑자기, 이니 당연히.....아아아아!!! 먹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돈가스라도 말이다.....ㅠㅠ

 

이건 또 영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긴데, 박민규가 말했던가?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고...그건 그렇고, 중세 고성에서의 매사냥이라고 하니 문득 생각났어요. '레이디 호크'라는 영화를 기억하실는지? 배경은 중세!! 마법사와 기사와 레이디가 등장하는....흉악한 마법사의 무시무시한 저주로 멋진 기사는 밤에는 늑대, 낮에는 인간으로 살아야하고, 또 한 아름다운 숙녀는 낮에는 매, 밤에는 인간으로 살아할 운명이다. 그러니까 낮에는 기사가 어깨에 매를 얹혀서 다니고 밤에는 숙녀가 늑대를 한 마리 데불고 다니는 뭐 그런 모습이 된다.

 

짐작하셨겠지만 이야기는 로맨스로 흐르는데, 두 남녀는 인간의 모습으로는 서로 만날 수 없으니...둘이 인간의 형상으로 만날 수 있는 때는 낮과 밤이 교차하는 그 찰나의 순간.....아아아아!!!! 그 애절함이란... 그 애닯픔이란....쯔쯔쯔,,, 절로 혀가 차지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 애절한 둘 사이에 기사의 시종인 잘생긴 청년이 끼어들고, 이 청년이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듯 하다가, 이야기는 삼각관계 비슷하게 흐르면서 위기를 맞게 되는데 ....과연 결말은 어떻게 될까아아요? 소생도 기억이 가물치 마루치 아라치. 마법에 빠진 멋진 기사와 아름다운 레이디...아 재미있어요...급 땡기쥬?~~ 흐흐흐....한 번 보시길

 

이 영화에서 기사로 등장하는 배우는 바로 룻거 하우어이다. 룻거하우어 하면 역시 SF 불후의 명작,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이야기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하우어 씨는 반란 리플린컨트의 리더 로이로 등장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엔딩 장면. 내리는 빗 속에서 비둘기들이 날아오르기 전, 밧데리 방전으로 갑자기 멈춰선 시계바늘처럼 숙여진 룻거하우어의 머리, 그 은빛 머리카락을 타고 흐르던 빗물...

 

죽기 전 룻거하우어의 마지막 대사 "나는 당신네 인간은 믿지 못할 것들을 보아왔지. 오리온좌의 옆에서 불에 타던 전함. 탠하우저 게이트 근처 어둠속에서 번쩍이던 C-빔의 불빛도 보았어. 그 모든 순간들은 시간 속에 사라지겠지. 마치 빗속의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ldn't believe. Attack ships on fire off the shoulder of Orion. I watched C-beams glitter in the dark near the Tannhouser gates.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Time to die."

 

서재를 뒤져보니 2004년도에 블레이드 러너 관련하여 페이퍼를 쓴 것이 있다

http://blog.aladin.co.kr/733305113/231372

 

 

 

 

 

 

 

 

 

 

 

 

 

 

<추신>

로마의 일인자 대리석 문진은 그제 도착했는데, 가짜 데나리우스 은화가 또 안와서...

소생 바로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더니 어제 보냈다고 한다....

좀전에 택배아저씨로부터 "부재중이셔서 경비실에 맡겼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사실 모형 은화는 뭐 별로 필요도 없는데,,,

혼자 생각에,,,,내가 뭐 사은품을 못 받아서 그런건 아니고...

준다고 했으면 줘야지.. 약속을 지켜야지...하는 마음에(이 마음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대뜸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던 것이다.

좀 진득하니 기다리지 못하고... 경망스러운 짓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왜 한세트인 사은품을 하나씩 따로 따로 보내주는지...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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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15-07-2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짤쯔부르크에 가서 슈니첼을 먹었고. 스위스에서는 돈까스가 먹고싶을때마다 취리히 구시가지에 아는 사람만 안다는 허름한 식당에서 곧잘 슈니첼을 먹었어요. 거기가 그래도 부담없는 (스위스의 물가에 비하면) 가격이라 자주 갔어요 한국의 돈까스의 대체제로 딱인데,저는 접시 옆의 흰밥과 배추김치가 생각나고 ㅠ
레몬즙 뿌릴때마다. 한국의 달짝찌끈한 소스가 넘 그리웠어요 ㅠㅠ

붉은돼지 2015-07-23 11:21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 오스트리아 여행 때는 곧잘 슈니첼만 먹었던 것 같아요..
다른 것도 먹었을 텐데...슈니첼만 기억이 나네요...
지금 기억으로는 김치 없이도 입맛에 맞았던 것 같아요^^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그런 식당에 가서 먹어보지 못한게 아쉬워요 ^^

에이바 2015-07-23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인트가 많은 페이퍼네요.. 슈니첼! 블레이드러너! 룻거 하우어! 저도 슈니첼 먹고싶어요.. 하루키는 정말 묘사가 신급이에요ㅠㅠ

붉은돼지 2015-07-23 13:18   좋아요 0 | URL
룻거 하우어도 이제는 완전 할아버지가 되었더라구요 ㅜㅜ

물고기자리 2015-07-23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는 지겹지 않아요^^

붉은돼지 2015-07-23 13:19   좋아요 0 | URL
하루키는 보면 볼수록 새로운 것 같아요^^

sslmo 2015-07-23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가 때때로 경망스럽다 싶지만,
전 안달루시아라는 표현을 사용하죠.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그렇게 그렇게 넘어가는 일, 종종 있습니다~!

붉은돼지 2015-07-24 08:45   좋아요 0 | URL
난리치면 안 되는 것도 되게 해주고
그냥 죽은 듯이 있으면 정말 죽은 줄 알고 해줄것도 안해주고....
그러면 안되죠,ㅎㅎㅎㅎ

moonnight 2015-07-26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경망스럽게 느껴지지 않아요. 한세트인데 함께 보내주어야지요-_- 어쨌든 잘 받으셔서 천만다행입니다. 가만 계셨으면 못 받으셨을 수도ㅠㅠ 룻거 하우어 저도 레이디 호크보고 홀딱 반했던 배우였죠. 그땐 여러번보는 것도 가능해서 두세번 봤던거 같아요. 미셸 파이퍼도 너무 예쁘고@_@;

붉은돼지 2015-07-26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레이디호크의 여주인공이 미셀 페이퍼였군요....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