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숲에서 나온 계간지 <인문의 향연> 2호와 3호를 구입했다. 1호도 구하고 싶어서 출판사에 연락했더니 재고가 없다고 한다. 도리 없다. <인문의 향연> 제2호의 제언이 “일리아스를 읽자”이다. 제언을 읽어보니 역시 <일리아스>가 읽고 싶어진다. 영화나 여러 판본의 그리스 로마 신화나 이런저런 다이제스트판으로 읽어서 대충 내용은 알고 있지만 원본을 읽은 적은 없다. 책은 사놓고 있다. 호메로스 뿐만아니라 희랍 3대 비극작가의 작품까지. 소생 서재의 책장을 볼 때마다 압박을 받고 있지만 오늘의 압박은 강도가 다르다.

 

서양 문학의 원류가 되는 일리아드의 내용인 트로이 전쟁의 시작은 이렇다. 바다의 신 테티스가 인간 펠레우스와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테티스와 펠레우스 사이에서 훗날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가 태어난다. 테티스의 결혼식에 올림포스의 모든 신들이 초대되었는데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은 초대를 받지 못했다. 테티스로서는 당연하겠지만 에리스로서는 화가 나는 일이다. 불청객으로 결혼식에 나타난 에리스는 황금으로 된 사과 하나를 던지고 사라진다. 이 사과를 ‘파리스의 사과’라고 명명한다면, 이 사과는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 잡스의 사과와 더불어 인류 문명사에 크나큰 반향을 일으키는 엄청나게 유명한 사과가 된다.

 

에리스가 무심하게 던진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본의 아니게 심사위원도 없는 가운데 ‘미스 올림포스 선발 대회’가 열렸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지혜의 여신 아테나, 결혼의 여신 헤라가 서로 자기가 사과의 주인이라고 우기다가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결론이 날 리가 없다. 그래서 최고신인 제우스에게 결정을 내려달라고 청하게 되는데 제우스인들 용빼는 재주가 있을 리 없다. 후보 중에 자기 마누라도 있는 판에 이런 골머리 아픈 일에 연루되기는 싫었을 것이다. 헤르메스에게 떠 넘긴다. 이걸 결정할 인간을 물색해보라고 한다. 헤르메스가 찾아낸 인간이 이다산에서 양을 치고 있던 양치기 소년 파리스다.

 

파리스는 그냥 양치기 소년이 아니다. 원래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인데 어릴 때 버려졌다. 파리스가 어머니 헤카베의 뱃속에 있을 때 파리스의 누이인 카산드라가 아이가 태아나면 트로이는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을 했다. 카산드라는 태양의 신 아폴론의 사랑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하여 불행을 자초했다. 앞 일을 예언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지만 아무도 그 예언을 믿어주지 않는 저주를 동시에 받은 여인이다.

 

그건 그렇고 파리스 앞에 나타난 세 여신은 각자가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주장한다. 파리스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미스 올림포스’의 왕관이 탐난 세 여신은 급기야 대가를 제시한다. 헤라는 부와 명예를, 아테네는 지혜와 용기를,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게 해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파리스의 심판이 공정할 리 없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낙점했다. 아! 어리석은 파리스여~ 부와 명예나 혹은 지혜와 용기로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할 수 있건만. 뭐 이건 소생이 한탄한 일은 아니다.

 

당시 희랍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은 여인은 헬레네였다. 기준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간에 헬레네가 최고의 미녀였는데 문제는 유부녀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부인이었다. 메넬라오스는 후일 트로이를 공격하는 그리스 연합군의 사령관이 되는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의 동생이다. 헬레네의 족보도 복잡하다. 공식적으로는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오스와 왕비 레다의 딸이다. 하지만 사실은 신의 핏줄이니 레다에게 반한 제우스는 백조로 변해 레다와 교접하였고 레다가 낳은 백조알에서 나온 여러 아이들 중에 하나가 헬레네다.

 

헬레네가 결혼 적령기가 되자 구혼자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45명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그 중에는 아킬레우스, 오딧세우스 같은 이들도 있었다. 신랑뽑기 오디션이 과열되자 틴다로오스는 혹시 탈락한 구혼자들이 흥분하여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난동이라도 부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되었다. 이 때 오딧세우스가 “남편감이 정해지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승복하고 끝까지 그의 명예를 지켜준다.”는 맹세를 모든 구혼자들에게 받으라는 조언을 해준다.

 

이 맹세는 결국 그들을 옭아매어 대 트로이 전쟁을 위한 그리스 연합군을 결성하는 결정적인 동력이 되었다. 오딧세우스는 그 조언의 댓가로 훗날 틴다로오스의 조카인 페넬로페와 결혼하게 된다. 꾀 많은 오딧세우스는 헬레네를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차선을 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헬레네는 파리스의 유혹에 넘어가 불륜을 저지르지만 페네로페는 밤마다 낮에 짠 베를 풀어가며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남편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파리스는 황금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준 댓가로 헬레네와 배꼽을 맞추었고 또 같이 트로이로 도망치게 된다. 오쟁이 진 메넬라오스가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다. 옛 구혼자들의 맹세로 그리스 연합군을 결성하고 메넬라오스의 형 아가멤논이 총사령관으로 추대된다. 아울리스 항에 모인 그리스 연합함대가 여신 아르테미스의 방해로 출항을 못하게 되자 아가멤논은 자신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산 제물로 바치고 출전한다. 어찌 피눈물나는 속사정이 없었겠나만은, 아! 비정한 아비여~ 훗날 아내의 불륜으로 비명횡사하더라도 억울하다고는 말 못하리라. 이리하여 향후 10년간 이어지는 트로이 전쟁의 서막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는 트로이 전쟁의 이야기이고 , <오딧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후 귀환하는 오딧세우스가 겪는 모험담이다. 호메로스의 유장한 대서사시들은 기원전 8세기 경에 쓰여졌다고 짐작되는데 그로부터 3~4세기 뒤에 등장하는 그리스 3대 비극시인은 이와 관련된 수많은 뛰어난 작품들을 썼고 그 중 일부는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에우리피데스는 특히 이와 관련된 비극을 많이 남겼다. 파리스를 따라 트로이로 간 것은 헬레네가 아니라 헬레네의 환영이라는 전설을 근거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헬레네>.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가 아울리스 항에서 그리스군의 출정을 위해 산 제물로 바쳐지는 내용을 다룬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어머니와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죽인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와 누이인 엘렉트라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린 <오레스테스>

 

트로이 함락후 그리스 연합군의 전리품이 된 트로이의 왕비 헤카베가 막내아들의 복수를 하는 이야기 <헤카베>. 프로아모스의 막내아들 폴뤼도로스는 아버지 프리아모스가 잘 지켜달라고 보물과 함께 트라케 왕에게 맡겨두었는데 트로이가 패망하자 보물이 탐난 트라케 왕은 폴뤼도로스를 죽여 시신을 강에 버렸다.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의 아내인 안드로마케가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옵톨레모스의 첩이 되어 텟살리아에서 살던 이야기 <안드로마케>. 트로이 함락후 전리품이 된 트로이 여인들의 이야기 <트로이아 여인들>. 왕비 헤카베는 오뒷세우스, 딸 카산드라는 아가멤논에게 배정되었고 또 다른 딸 폴뤽세네는 아킬레우스의 무덤에 제물로 바쳐졌다. 헥토로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네옵톨레모스의 몫이 되었다.

 

아이스퀼로스도 여러 편을 남겼다.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10년만에 고국으로 귀향하던 날, 그의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와 정부 아이기스토스에 의해 살해당하는 이야기 <아가멤논>. 아가멤논의 아내 클뤼카이메스트라는 헬레네의 언니다. 아가멤논이 살해될 때 구사일생으로 피한 그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청년이 되어 돌아와 그의 어머니와 정부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이야기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모친 살해자가 된 오레스테스가 자신의 죄에 대하여 올림포스 신들과 아테나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의 심판을 받는 이야기. 무죄일까? 유죄일까? <자비로운 여신들>. 이른바 <오레스테이아>3부작이다.

 

<오이디푸스 왕>으로 유명한 소포클레스도 자신을 낳은 어머니와 그 정부를 죽여 아버지 아가멤논의 원수를 갚는 엘렉트라, 오레스테스 남매의 이야기를 다룬 <엘렉트라>를 남겼다.

 

희랍 3대 비극시인보다 수백년 후대의 로마 시인인 베르길리우스는 그 유명한 <아이네이스> 썼다. 트로이 왕족으로 헥토르의 사촌인 아이네아스는 트로이 보다 더 위대한 제2의 트로이를 건설하게 되리라는 신탁을 받는다. 베누스(그리스신화의 아프로디테)의 아들인 아이네아스는 추종자들을 이끌고 불타는 트로이성을 탈출하여 천신만고 파란곡절 끝에 이탈리아에 도착하여 새로운 나라를 건설한다. 로마의 시초다. 예수의 족보가 다윗에 닿아 있듯이 카이사르의 족보는 아이네아스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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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2015-04-19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들 다샀지요. ㅋ 저는 비극에 더 빠져서 `아트앤스터디`에서 `김헌`선생님 강의 들으며 대표 비극들을 읽었어요. 개인적으로 `일리아스`랑 `소포클레스`의 비극들을 좋아합니다. 한 때 그리스 문학과 역사에 푸욱 빠졌었는데. 그때의 열정적인 독서가 그립네요.

붉은돼지 2015-04-19 20:5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여름님..
사실 뭐 주절주절 써놓았지만 저는 아직 제대로 읽어 본게 없습니다. 더구나 강의 같은 건 들은적도 없구요ㅜㅜ
희랍고전은 옛날부터 관심은 있었으니 이제 찬찬히 함 읽어볼까 생각중입니다 ㅎㅎ 책도 사놓았는데 말이죠 ^^
 

오늘 간만에 아내와 혜림씨와 나들이를 다녀왔다.

우방랜드. 아아아 요즘은 이월드로 바뀌었다.

소생이 거주하고 있는 광역시가 자랑하는

지역 최대최고의 놀이동산이다.

랜드가 월드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월드에 도착해 보니 튤립축제 중이다.

노란튤립, 하얀튤립, 빨간튤립 튤립이 만발했다.

 

월드의 아름다운 튤립을 보자

작년에 읽은 뒤마의 <검은 튤립>이 떠오른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검은 튤립을 만들어 내는 자에게 막대한 상금이 걸리고

검은 튤립을 둘러싸고 음모와 배신 그리고 사랑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흥미가 진진한 이야기인데,

자세한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음......음....

 

30분 줄서서 기다렸다가 혜림씨 놀이기구 5분 타고,

이렇게 서너차례 반복하다 보니 문득 저녁 때가 되었다.

혜림씨 쫓아다니느라 허기가 졌는지

월드 안에 있는 프랜차이즈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굶주린 돼지처럼 꾸역꾸역 배터지게 먹어버렸다.

 

식당에서 나오니 비가 내린다.

부풀어 오른 배를 끌어안고 집에 와서는 바로 소파에 누웠다.

뭐라도 읽으려고 며칠 전에 구입한 <인문의 향연>을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아아아....향연이라....안 그래도 배불러 터질려고 하는데....

이건 아니지. 오늘은 그냥 TV나 봐야겠다.

어화둥둥 혜림씨는 어느새 골아 떨어졌고

비내리는 토요일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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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04-19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랜드가 월드로 업그레이드^^; 혜림씨가 무척 좋아했겠아요. 부러운, 멋진 주말풍경입니다.^^

붉은돼지 2015-04-19 11:42   좋아요 0 | URL
역시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쳐서 따라다니기가 힘들어요 ㅜㅜ
오랜만에 이월드에 갔더니 예쁜 꽃도 보고 좋았어요.. 혜림씨도 즐거워하고....
연인들끼리 가족들끼리 많이 왔더군요^^

해피북 2015-04-1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월드가 되었군요 ㅎ 저두 작년인가 제작년에 한번 다녀왔어요 예쁜 튤립을 보니 다시 다녀오고 싶네요^~^

붉은돼지 2015-04-19 11:45   좋아요 0 | URL
계절이 지금 다니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대구에 사시나 봐요~~ 시간 나실 때 한 번 다녀오세요.^^
그냥 산책삼아 다니기에도 좋은 것 같아요..물론 사람들이 조금 적으면 더 좋겠지만...^^

stella.K 2015-04-1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글이 푸근하고 후덕하십니다.
인문학의 향연은 잡지군요. 그런 잡지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검은 튤립이라. 그런 책도 있었군요.ㅠ
서울은 아까 오전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붉은돼지 2015-04-19 12:15   좋아요 0 | URL
요즘은 왠 바람인지 자꾸 잡지를 구입하고 있습니다. <인문의 향연>도 괜찮은 잡지 같아요
대구는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컴앞에 앉아 커피 마시며 서재질을 ㅎㅎㅎㅎㅎ

cyrus 2015-04-19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군대 갔다오고 나서 이곳 근처를 버스를 타면서 지나가는 일이 있었는데 그때 우방타워랜드가 이월드로 바꾼 사실을 알았어요. ^^

붉은돼지 2015-04-19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우방타워랜드 ...
사실 저도 애기 없으면 여기 갈일이 별로 없을 것 같아요
한 세월 열심히 다녀야할 것 같어요~~

여운 2015-04-19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신청 감사합니다 대구분이시군요 ㅎ 더 반갑습니다 저도 대구토박이입니다 ^^

붉은돼지 2015-04-20 12:52   좋아요 0 | URL
네~ 대구토박이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베르메르를 좋아하시는 모양입니다. 아니면 슈발리에를 ~^^

후애(厚愛) 2015-04-21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친구신청 감사합니다.^^
너무 늦게 인사드려서 죄송합니다.^^;;;
튤립이 너무 예쁩니다!!!!!
편안한 오후되세요.^^

붉은돼지 2015-04-22 08:28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요..후애님~ 자주 뵈어요^^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본 페이퍼는 <가계부 쓰지 마라>의 책 내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본 도서에 대한 어떤 유익한 정보라도 얻기 위해서 소생의 서재를 방문하신 알라디너님들께옵서는 이 페이퍼는 그냥 페스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또 가만히 곰곰히 생각해보면 완전히, 100%, 전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도 할 수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책 제목과는 터럭만큼 혹은 추호만큼의 관계가 있다고 감히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소생의 그런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무슨 소린지...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가계부(家計簿) 아니 서계부(書計簿)를 한번 써 봤다.

작년 3월 대비 금년 3월의 도서구입 및 독서 내역이다.

북플을 사용하고 나서 확실히 도서구입비 지출이 늘었다.

구입한 책 대비 읽은 책이 너무 적어서 부끄럽다.

그래도 많이 구입하니 조금 더 읽긴 읽는 모양이다.

모두 컬렉션 때문이다. 팔자라고 생각한다.

지갑만 불룩불룩하다면 더더더 사고 싶다.

언젠가는 읽을 때가 있겠지 그런 한심한 생각도 해본다.

못 읽는다 해도 도리없다.

북풍한설 속에서도 아치고절의 매화가 피어나듯이

어쨌든 저쨋든 컬렉션은 계속되어야 한다.

서계부 같은 거 다시는 쓰지 않을 작정이다.

 

20143: 지출액 168,990원 구입 23, 읽은 책 6

20153: 지출액 275,570원 구입 35, 읽은 책 8

 

<20143월 구입도서 목록>

1.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무라카미 하루키)

2. 생명연습(김승옥)

3.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조르주 베르나로스)

4. 작가란 무엇인가 1(파리리뷰)

5.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글로리아 네일러)

6.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앨리스 워커)

7. 더 이상 평안은 없다(치누아 아체베)

8-9. 파우스트 1, 2(괴테)

10.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

11-12. 테스 1, 2(토머스 하디)

13. 하루키 일상의 여백(무라카미 하루키)

14. 건축의 르네상스(시공디스커버리총서)

15. 머리카락(시공디스커버리총서)

16. 바로크의 꿈(시공디스커버리총서)

17. 바흐(시공디스커버리총서)

18. 크노소스(시공디스커버리총서)

19. 패션(시공디스커버리총서)

20. 헤밍웨이(시공디스커버리총서)

21. 북호텔(외젠 다비)

22.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오에 겐자부로)

23. 채소의 기분, 바다 표범의 키스(무라카미 하루키)

읽은 책은 1, 2, 4, 10, 13, 23, 6권이다.

 

<20153월 구입도서 목록>

1. 끌림(이병률)

2. 바이킹(시공디스커버리총서)

3. 브래드쇼 가족변주곡(레이첼 커스크)

4. 사람풍경(김형경)

5. 성당(시공디스커버리총서)

6. 아이슈타인(시공디스커버리총서)

7. 인체(시공디스커러비총서)

8. 괴이(미야베미유키)

9. 이스탄불을 듣는다(오르한 웰리 카늑)

10. 파운데이션과 지구(아이작 아시모프)

11. 파운데이션의 끝(아이작 아시모프)

12. 그것도 괜찮겠네(이사카 고타로)

13. 사이렌의 노래(시공디스커버리총서)

14. 언어의 다양한 풍경(시공디스커버리총서)

15. 인류문명의 박물관 이스탄불 기행(진순신)

16. 말하는 검(미야베미유키)

17-18. 외딴 집 상,(미야베미유키)

19. 기이한 이야기(미야베미유키)

20. 경관의 피(사사키 조)

21 고골 단편집(니콜라이 고골)

22. 십이국기 3(오노후유미)

23. 인간의 대지(생텍떽쥐페리)

24. 제비뽑기(셜리 잭슨)

25. 그렌델(존 가드너)

26. 모차르트(시공디스커버리총서)

27. 블론드1(조이스케롤오츠)

28. 소공녀(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29. 정복자들(앙드레 말로)

30. 타임머신(허버트 조지 웰즈)

31. 폼페이(시공디스커버리총서)

32. 호텔 뒤락(애니타 브루크너)

33. 죽이는 책(존 코넬리외)

34. Chaeg 4

35. 흔들리는 바위(미야베미유키)

읽은 책은 1, 4, 12, 15, 17-18, 34, 35번 총8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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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4-1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계부..라.
이것도 좋네요.
컬랙션때문에 책값지출이 는다는것에 지극한 동감을 표하며..
읽은것외에 제겐 없는 책이 많아 신세계..^^ 특히 시공 편..과 하루키가..그렇군요.하루키 중 에세이를 주로 보시는 듯 하다..고.

붉은돼지 2015-04-17 09:06   좋아요 1 | URL
3~4월에 특히 책값 지출이 많아서 5월은 좀 참아볼려고 합니다. 가정의 달이니 책보다는 가족과 함께..ㅎㅎ
시공디스커버리총서는 순전히 컬렉션을 위해서 사모으고요...ㅜㅜ, 작년에는 특히 하루키 에세이를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소설도 재미있지만 저는 하루키 짧은 글들이 더 마음에 듭니다^^

[그장소] 2015-04-17 09:25   좋아요 0 | URL
도저 멈출 수 없죠..한번 시작 하면..컬랙션이란것...매혹적입니다..시공디스커버리...ㅎㅎㅎ
하루키 가 낯설다면 에세이를 먼저보라 권해준 이웃이 생각납니다. 가장 최고의 에세이로
꼽으시는게 있다면..?

5월이 아직 이주가량 남아서...
그안에 더 발생하는 지출없도록
정신줄 놓지말고 우리 꼭 이겨보아요~♥

붉은돼지 2015-04-17 09:36   좋아요 1 | URL
하루키 에세이는 역시 무라카미라디오 3부작이 최고라고....물론 제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ㅎㅎ
여행기로는 <먼 북소리>가 으뜸. 이것도 제 개인적인 소견이고요....북소리는 분량이 좀 되니 짧은 거로는 <위스키 성지여행>도 좋았던 것 같아요..^^

[그장소] 2015-04-17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 북소리는 그나마 읽은..책내용보다 역자와 표지가아직까지 생생..역자이름이 친구이름과 같아서 기억하기 쉬운.위스키성지여행은 언제고 닿겠네요.
오늘의 인터뷰를 마칩니다.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보내십시오~~^^

라로 2015-04-17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국에 있을 때 모습을 보는 듯한 데자뷰!!!ㅎㅎㅎ

붉은돼지 2015-04-18 22:40   좋아요 1 | URL
혹시 미국에서도 계속 여전히 같은 모습은 아니시겠지요 ㅎㅎㅎㅎ

cyrus 2015-04-17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계부, 용어가 아주 참신해요. 앞으로도 붉은돼지님만 자주 쓰도록 하세요. 저는 북플 이용 후에는 도서지출을 줄이려고 읽고 싶은 책, 사고 싶은 책은 따로 목록을 만들어요. 웬만하면 도서관에 빌려서 읽으려고 합니다.

붉은돼지 2015-04-18 22:42   좋아요 0 | URL
저는 이상하게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게 잘 안되더라구요...
집 바로 앞에 도서관도 있는데 말이죠. 앞으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습관을 조금씩 들여야 할듯합니다. ^^

yamoo 2015-04-17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컬렉션은 계속되어야 합니다...넵~ 쮹~~~~~ㅎㅎ
저보다 읽은 책이 훨씬 많으신데욤~^^
전 3-4월 100권이 넘었는데, 읽은 책은 10권에서 몇 권 넘습니다...ㅠㅠ

석계부...참신한 용어입니다!!!

붉은돼지 2015-04-18 22:45   좋아요 0 | URL
네에~ 컬렉션은 계속되어야 합니다....반드시
독서도 더 분발해야겠습니다.....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ICE-9 2015-04-18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지름은 늘 응원하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컬렉션이 멋지네요. 저랑 겹치는 것이 많아 무조건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는^^ (특히 그렌델은 제가 알라딘에서 처음으로 리뷰썼던 책이라서 읽는 순간 살짝 옛 생각도 나고 그랬습니다.^^)

붉은돼지 2015-04-18 23:05   좋아요 1 | URL
˝책지름은 늘 응원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은 참 바람직한 가르침이라는 생각입니다. 반도의 출판시장 활성화 및 조국의 독서문화 창달을 위해서도 말입니다. ㅎㅎㅎ

저는 민음사, 펭귄, 문학동네, 열린책들의 세계문학전집을 모으고 있습니다. 중복되는 책들이 많습니다.
참 쓸데없는 짓 같기도 하고요..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AgalmA 2015-04-19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 돼지님과 저는 책 관심사가 제법 다르네요. 남의 서재 목록보는 건 언제나 재밌는 듯ㅎ 매달 이렇게 정리하시는 거 저도 추천합니다b 아예 서계부 카테고리를 만드심이 ㅎㅎ

붉은돼지 2015-04-19 11:41   좋아요 1 | URL
관심사에 따라 읽기위해 구입하기도 하지만 주로 장서 목적으로 구입하다 보니 두서없이 맥락없이 막 구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맞아요 역시 다른 사람의 서재나 구입도서 목록을 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있어요..^^

kalliope 2015-04-2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구입도서 목록ᆢ

저도 한동안 읽으면서 관련되는 책들을 쉴새없이 구입하던 때가이 있었거든요.

일을 쉬고 있는데 어찌 더 줄어든 독서량에 구입도 독서목록 매월 작성하고 있는 것두 빈약하다보니 이 구입 도서목록 인상적으로 보고갑니다.


붉은돼지 2015-04-20 14:54   좋아요 0 | URL
맥락도 없고 중구난방의 두서없는 목록입니다. ㅜㅜ
원래는 목록같은 거 작성 안하고 막 구입하는데 북플 사용하고 전년대비 도서구입비 지출이 많이 는 것 같아요 한번 작성해 봤습니다. ^^
 

금일 우리 공장에서 주관하는 연수에 다녀왔다. 교육 프로그램중 하나가 이동순 교수의 <노래로 배우는 한국현대사>다. “황성옛터”, “비내리는 고모령”, “굿세어라 금순아” 등 옛 가요의 역사와 노래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을 한국 현대사와 더불어 살펴보는 내용이다. 여기서는 지면관계상 황성옛터 하나만 소개한다. <황성옛터>는 한국 사람이 작사와 작곡을 한 최초의 대중가요다. 가요사적 의미가 실로 중차대하다.

 

1920년대 말 순회극단의 바이올린 연주자인 전수린이 어느 달밝은 밤, 개성에서 고려의 옛 궁궐터 만월대를 둘러보다 역사와 인생의 무상함을 느껴 즉흥적으로 곡을 만들었다. 이 곡조를 듣고 같은 극단의 배우이자 극작가였던 왕평이 가사를 붙인 것이 바로 “황성옛터”이다. 음반 출판당시의 제목은 <황성(荒城)의 적(跡)>이다. 돌보지 않아 거칠고 낡은 성의 자취라는 뜻이다.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나

아 외로운 저 나그네 홀로 잠 못 이뤄

구슬픈 벌레소리에 말없이 눈물져요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

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노나

아 가엾다 이 내 몸은 그 무엇 찾으러

덧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어 있노라

 

같은 극단의 배우였던 당시 18세의 이애리수가 연극무대 막간에 이 노래를 불렀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황성의 적>이 크게 유행하면서 1932년 빅타레코드사에서 정식 음반으로 취입하게 된다. 전국의 가요팬들이 이 음반을 구입하기 위해 레코드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섰고 이 음반은 5만장이 판매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가요시장이란 것이 개념조치 없었던 당시로서는 엄청난 성공이었다. 노래에는 나라 잃은 백성들의 설움이 감정이입 되어 있었다.  

 

이애리수가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을 무렵 한 청년을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배동필. 부자집 외아들이자 연희전문에 다니는 잘생긴 엘리트 대학생으로 두사람은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배동필은 양반가 출신이고 이애리수는 말하자면 천한 딴따라였으니 배동필의 집안에서 이를 허락할리 없다. 더구나 배동필은 이미 부모가 맺어준 아내도 있었다. 두사람은 죽어서라도 사랑을 이루겠다는 비장한 의지로 정사(情死)를 계획하게 되고 실제로 동맥을 끊고 극약을 먹고 동반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당시 신문기사의 제목 부분이다.

 

死後天國(사후천국)의 佳緣期約(가연기약)코

悲戀靑春(비련청춘)의 情死騷動(정사소동)

- 歌姬 李愛利秀(가희 이애리수), 學生 裵東必(학생 배동필) 동맥을 끈코서 “칼모친”까지 마시었다.

- 鮮血(선혈)로 물드린 사랑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부모 허락을 받아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된다. 단 조건이 있었다. 첫째는 결혼식은 올리지 않는다. 둘째는 가수 출신임을 절대로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후 이애리수는 가요계를 완전히 떠나 모습을 감추었다. 이애리수가 대중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은 근 80년만인 2008년 신문 지면을 통해서이다.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형 요양원에서 자녀과 손자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생존해 있다는 보도였다. 2009년에 돌아가셨다. 향년 99세.

 

영남대 교수인 이동순 시인이 한국가요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지 몰랐다. 옛가요사랑모임인 <유정천리> 전국회장이다. 1천여장의 가요 SP음반을 소장하고 있다. 1932년 나온 황성옛터는 가격이 1천만원선이라고 한다. 가요관련 책도 여러 권 출간했다. 대구MBC에서 “이동순의 재미있는 가요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오늘 강의에서는 이동순 시인의 수준급 아코디언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시인이 직접 아코디언을 연주하면서 들려주는 우리 옛 가요 이야기는 예상외로 무척 재미있고 또 그 가요에 얽힌 사연들을 알게되니 노래가 더욱 새롭고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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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5-04-16 0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런 책도 있군요. 바로 담아갑니다. 저는 큰 회사생활을 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단체로 연수가거나 놀이가는게 부럽네요. 물론 여러 사람들이 섞이는만큼 문제도 많고 피곤하기도 하겠지만요.ㅎ

붉은돼지 2015-04-16 11:13   좋아요 0 | URL
우리 옛가요에 얽힌 이야기들도 재미있더라구요...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이가 부산 국제시장에 있다가 나중에 대구의 양키시장(지금의 교동시장)에 와서 장사를 했는데 당시 대구 송죽극장 위에 있던 오리엔트 레코드사 관계자가 금순이의 파란많은 이야기를 듣고 깊이 공감하여 <굳세어라 금순아> 곡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굳세어라 금순아>의 노래 배경은 부산이지만 만들어지기는 대구에서 만들어졌다는 등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아요~~

문단야사도 재미있지만 가요계 야사도 재미가 솔솔....

여운 2015-04-1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순 교수님과 사석에서 커피 한 잔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멋진 교수님이시죠 ^^

붉은돼지 2015-04-20 14:48   좋아요 0 | URL
연세가 환갑을 훨 넘으셨는데도 청바지에 중절모에 은발에 아코디언까지 멋지시던데요^^

여운 2015-04-2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가요사 책 저도 구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
 

그러니까 그게 거의 30여년 전의 일이다. 당시 소생은 꿈없고 철없는 고등학생이었다. 아침 등교시간이 아마 8시까지였나 그랬다. 학생부장 선생님과 선도가 무슨 통행세 뜯어내는 강도마냥 교문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8시가 넘으면 아예 바로 학교 인근 만화방으로 출근했다. 요즘 교육청에서 한창 떠들고 있는 아침독서운동을 소생은 이미 그때부터 선도적으로 생활화하고 있었다. 만화방에는 이런 선도적 학생들이 항상 소복하게 앉아 있었다. 어쨌든 만화방에서 30~40분쯤 독서를 하고 학교 뒤편 담장을 월장하여 아침 조례전에 교실로 들어가면 선생님이나 선도한테 걸릴 일도 거의 없이 깜쪽같았다.

 

 

당시 즐겨보던 만화로는 물론 이현세, 허영만은 말할 것도 없고, 무협만화로는 이재학, 하승남이 단연 독보적이었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무협만화가 쏟아져 나왔다. 기업만화로는 박봉성이 기억난다. 박봉성의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라는 만화는 대단한 인기였다. 코믹만화로는 꺼벙한 눈의 구영탄이 등장하는 고행석의 불청객 시리즈가 재미있었다.

 

 

이런 만화를 주로 보던 소생의 만화 경력에 어느날 갑자기 운명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 대포석(교실 맨 뒷자리에 앉은 5~6명의 인사는 스스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그들이 앉은 좌석을 대포석이라 명명하였다.) 멤버 중의 누군가가 순정만화를 빌려온 것이다. 아마도 황미나였지 싶으다. 순정만화라고 하면 눈알이 곧 굴러 떨어지기라도 할듯이 비정상적으로 크고 내용도 얼토당토 않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전부인 저급한 만화로 치부하고 있던(사실 무협만화도 얼토당토 않기는 매일반 이지만....) 우리들은 “허..참 이게 뭐야... 내 오래 살다보니 별 꼴을 다보네, 흥흥흥” 모두 콧방귀를 뀌며 미친놈이라고 만화를 빌려온 친구를 놀렸다.

 

 

하지만 자도 자도 끝이 없는 그 기나긴 야간자습시간을 버틸려면 역시 뭐라도 해야한다. <수학의 정석>이나 <성문종합영어>보다는 그래도 이게 낫지 하며 몇장을 읽었는데 아아아!!! 이건 그냥 만화가 아니고 예술인 것이었다. 우리는 완전 매혹되어 만화를 보면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몇몇 친구는 눈물을 주루룩 흘리기도 했다. 우리는 개안했고 놀라운 신천지가 안전에 도래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대포석 인사들은 이재학이나 하승남의 얼토당토않은 무협만화는 저급한 만화로 치부하고 순정만화를 보기 시작했고 최종적으로 황미나, 김혜린, 신일숙을 순정만화 3대가로 지정하고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우리는 길 잃은 작은새를 보았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 <북해의 별>, <비천무>, <불의 검>, <아르미안의 네 딸들> 등등 그야 말로 편편이 주옥같은 작품들을 보았다. 그런데 순정만화는 다 좋은데 다음 편이 너무 늦게 나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기다리다 눈알이 빠진 친구가 몇 있었고 또 몇은 목이 늘어나서 고생을 좀 했다. 아르미안의 경우에는 소생이 고딩 때부터 봐서 대학가서도 보다가 군대가기 전까지 종결이 안되어서 휴가나와서도 봤던 기억이 난다. 아 유장한 역사여~

 

 

어제 북플을 보다가 황미나의 <불새의 늪> 이 재발간된 사실을 알았다. 찾아보니 <굿바이 미스터 블랙>도 이미 재발간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황미나의 작품 중에 베르히만의 <제7의 봉인>과 제목이 비슷한 <일곱 번째 봉인> 인가 하는 작품은 SF 판타지물로 어딘가에 연재했던 작품인데 정말 눈알빠지게 기다려가며 봤던 기억이 난다. 이것도 꼭 좀 재발간 되었으면 하는 간절하고 애절한 바램이다.

 

 

 

<추신>

 

만화이야기를 하면 역시 고우영을 빼 놓을 수 없다. 고우영은 우리나라 성인만화의 신기원을 이루었다. 특히 삼국지는 놀랍고도 놀랍다. 경이로운 작품이다. 보시면 안다. 사건에 대한 독특한 해석과 촌철살인의 위트가 곳곳에서 번쩍번쩍한다. 고우영 삼국지를 두 번 정도 보고(아무래도 한번은 아쉽다.) 이문열이나 장정일이나 황석영 삼국지를 읽으면 머릿속에 영화가 상영된다. 글이 눈에 쏙쏙 들어오면서 머릿속에서 바로 영상으로 재생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것이다.

 

 

소생은 <삼국지>와 더불어 <일지매>를 적극 추천한다. <삼국지>는 중국 고전을 만화화한 것이지만 <일지매>는 고우영 개인의 창작물이다. 탐관오리들을 벌하고 불쌍한 서민들을 도와주는 로빈후드 같은 일지매의 활약은 흥미진진하고 일지매와 월희와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는 너무 애절하다. 이건 만화가 아니라 소설이다. 이런 작품이 왜 영화화가 안되었는지 모르겠다. 진심으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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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4-12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악 여기에서 이 나이에 황미나를 마주할 줄이야! 저는 강경옥 언니 팬이었어요, 다시 읽고싶은 명작들_

붉은돼지 2015-04-12 21:16   좋아요 0 | URL
저는 황미나 팬이었습니다. 황미나 작품은 빠짐없이 다 봤다고 생각합니다. 강경옥은 당시에도 유명하긴 했었는데 왠지 저하고는 인연이 닿지 않았어요...

cyan 2015-04-1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3 일요일 오후 만화방에서 친구와 영접했던 명작들이 떠올라요. 신일숙 작가, 강경옥 작가, 황미나 작가... 조만간 그 분(책지름신)이 오실거 같네요 ㅎㅎㅎ

붉은돼지 2015-04-12 21:18   좋아요 0 | URL
저도 고민입니다. 그 분이 오셔서요 ㅋㅋㅋ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곧 사야할 것 같구요.. <불새의 늪>은 완간되면 사야할 것 같습니다. 북플 생기고 도서구입비 지출이 더 늘어난 것 같아요...ㅎㅎㅎㅎ

AgalmA 2015-04-12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경옥을 빼다니! 했더니 야나님이 언급해주셔서 고자누룩...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케다 리요코 <올훼스의 창>이 만화방에서의 제 인생의 폭풍이었죠. 방학마다 그 만화책을 빌려다 베껴 그린 게 노트 한 가득;

붉은돼지 2015-04-12 21:40   좋아요 0 | URL
당시에는 이상하게 강경옥은 손이 안가더라구요..옛날에는 순정만화는 정말 황미나 김혜린 신일숙 세 사람 만화만 봤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강경옥의 <별 빛 속에>는 재미있어 보이더군요... 지금이라도 한 번 봐야겠어요. 이케다 리요코는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기억납니다.

무스탕 2015-04-12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북별을 정확히 김혜린님을 사랑해주시는 남성분 그다지 많이 않은데 이렇게 만나뵙게되니 무지 반갑습니다.
제 닉네임 `무스탕`이 김혜린님의 작품 <아라크노아>에 등장하는 오토바이 이름이에요 ^^;;
제 경우는 김혜린님 작품 모두 소장하기(비천무의 경우 세가지, 불의검은 두가지, 북해의 별도 두가지, 테르미도르도 세가지 종류를 전 권 세트로 가지고 있지요;;), 팬클럽 가입부터 혜린님 모시고 정모하기, 단체 티셔츠, 점퍼 맞추기 등등.. 거의 이성을 잃고 지내죠.
아.. 김혜린님 이야기 시작하면 저 밤 새는데.. ㅎㅎ
하여간 반갑다는 말씀입니다~~

붉은돼지 2015-04-12 21:4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무스탕님~ 공자님 앞에서 불초한 것이 문자를 쓴 격이 되었네요 ㅎㅎ <아라크노아>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요. 검색해보니 역시 절판이군요.. <북해의 별>은 정말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지금보면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정말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제목도 너무 멋지잖아요 ㅋㅋㅋ 빨리 재재출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보물선 2015-04-12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운 제목들이예요!

붉은돼지 2015-04-12 21:35   좋아요 1 | URL
그립다 말을 하니 더 그리워지는 것 같아요~~

stella.K 2015-04-12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럼 님의 연배가...ㅋ

붉은돼지 2015-04-12 21:39   좋아요 0 | URL
언제나 마음은 태양.....이 아니고...마음은 언제나 청춘이죠 ㅋㅋ
저도 한번씩 깜짝깜짝 놀래요...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었나. 믿기지도 않고요. 마음속에는 어릴 적 제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하고 그대로 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ㅎㅎㅎㅎ

돌궐 2015-04-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일숙의 <1999년생>은 3권짜리 SF만화인데, 여동생이 재밌다고 해서 시큰둥하면서 봤어요.
읽다가 보니 핡, 처음부터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었고, 스토리의 탄탄함이나 긴장감, 막판 반전이 어우.. 이건 뭐 제가 본 거의 모든 만화들을 발라버리는 수준이더군요.

붉은돼지 2015-04-15 12:57   좋아요 0 | URL
신일숙은 특히 sf 판타지에 더 뛰어난 것 같아요..<1999년생>도 옛날에 본 것 같은데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요 ㅜㅜ 아마도 소장본을 사야할 것 같아요..돈 좀 생기면 ㅋㅋㅋ

transient-guest 2015-04-16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재학 프로의 작품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의 대본소 무협만화와는 그 내용이나 구성의 깊이가 다르죠. 그러면서도 적절히 대본소용이라능..ㅎㅎ 황미나를 비롯한 순정만화는 누님덕분에 좀 봤는데, 여자만화잡지 몇 권이 창간되던게 90-92년 사이거든요. 그때 참신한 작품들이 꽤 있었죠.ㅎㅎ 나이가 들어서 좋은것들 중 한 가지가 만화나 게임같은거 눈치안보고 살 수 있게된거라고 하면 이상할까요?ㅎㅎㅎㅎ

붉은돼지 2015-04-1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어른이 되어 직접 돈을 벌고 하니 만화책이나 프라모델이나 이런 것들도 마음대로 살 수 있어 좋긴합니다. 어릴때 처럼 뭐 하나 살려면 징징울고 때를 쓰거나 몇날 몇달을 모아서 겨우 하나 장만하거나... 참 용을 써야 했는데 말입니다.
뭐, 물론 요즘도 마누라 눈치는 보기는 봅니다만...ㅎㅎㅎㅎㅎ

나와같다면 2015-04-2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는 길 잃은 작은새를 보았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 제목 읽는 순간 저도 모르게 헉! 소리가...
순식간에 저를 중학교 시절로 데리고 가네요...

붉은돼지 2015-04-22 08:31   좋아요 0 | URL
저도 <우리는 길 잃은....> 인줄 알았는데 <나는 길 잃은...>이더군요.
황미나 만화 보면서 그 옛날로 그 시절로 한 번 돌아가 보아요 ㅎㅎㅎ

나와같다면 2015-04-22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 미스터 블랙. 아뉴스데이 주문했어요 설렘 설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