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김형경의 심리여행에세이 <사람풍경>을 구입했다. 처음엔 구입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책장을 뒤적거리다가 첫페이지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는 구입을 결심했다. 부부로 보이는 젊은 남녀의 상반신 그림이다. 무척 예쁘고 정성들여 그린 그림이다

 

남자는 왼팔로 여자의 어깨를 감싸고 있고 오른손에는 꽃을 한송이 들고 있다. 여자는 기도하듯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다. 두 사람 다 얇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행복한 표정이다. 그림 밑에는 내 아내에게라는 문구와 함께 날짜가 기록되어 있다. 2012.04.25. 아마도 남편이 아내에게 선물로 준 책인 것 같은데, 이렇게 정성스럽고 예쁜 그림이 그려져있는 책이 왜 중고서점이 나와 있는지 모르겠다두 사람 지금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오갱끼데스까?

 

한때는 여류들의 소설을 즐겨 읽었다. 요즘은 여류라는 말은 다 어디로 갔는지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시대가 변했다. 어쨌든 한때 즐겨 보았던 여류의 면면은 이렇다. 신일숙, 김형경, 은희경. 읽었던 소설로는 김형경의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세월>, 은희경 <새의 선물>, 신경숙의 <깊은 슬픔>, <외딴방> 등이 기억난다.

 

김형경의 <세월>은 자전적 소설로 가슴아픈 한 세월을 버텨낸 이야기인데,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하재봉이라고 하여 화제가 되었었다. 일방의 관점에서 소설화한 자전적 소설이 당연히 모두 사실일리는 없겠지만 김형경과 하재봉이 경희대 국문과 선후배로 파란곡절의 사연많은 관계였던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아시다시피 하재봉은 시, 소설, 연극, 영화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로 예전에 텔레비전에도 자주 나왔다. 요즘은 탱고에 심취하여 아트탱고라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왜 탱고인지 궁금하다.

 

남녀사이의 일은 당자 둘 밖에 모른다는 말로 누군가의 악행을 덮을 수는 없겠지만 역시 남녀사이에는 당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오묘한 그 무엇이 있긴 있는 것이다. 어쩌면 남녀관계만이 아니라 인간관계라는 것이 다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족집게로 흰터럭을 뽑아내듯이 선악을 딱딱 꼬집어 낼 수 없는 그런 복잡미묘하고 이상야릇한 그 무엇이 있는 것이다. 신윤복의 월하정인도(月下情人圖)의 화제에도 나와 있다. “달빛이 침침한 한밤중에,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안다.(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

 

얼마전에 서영은이 자전적 소설 <꽃들은 어디로 갔나>를 발간했다. 서영은은 그야말로 꽃다운 20대에 50대의 김동리를 만나 숨겨진 여인으로 30년을 살았고(말하자면 불륜관계로) 김동리의 두 번째 부인이 죽고나서 44세에 74세의 김동리와 결혼했다. 공식적인 부부생활은 8년 정도. 그 대부분도 김동리의 병수발. 김동리 사후에는 전처 아들들과의 재산 소송. 서영은은 김동리에게 주먹으로 얻어 맞아 코피가 터진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꽃들은...> 출간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몸이 잘 맞았어요라고 말하고 있다. 70대 여류 소설가의 솔직한 이야기에 조금 놀랐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해본다. 소설가들은 자신이 살아온 삶의 한과 상처에 대해서 글로 써서 어떻게 한풀이라고 할까 정리라고 할까 치유라고 할까 뭐 그런 비슷한 것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이해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전적 소설에 엮인 다른 일방은 무엇으로 자기를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세세하고 구구절절한 사정은 당자들만이 알수 있고 그 당자들의 주장도 서로 다를 것이 분명하니 역시 소설은 소설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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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4-01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오겡끼데쓰까!
금슬도 좋아보이는데 왜 이 책을 팔 생각을 했을까요?
혹시 이후 헤어지게 되서 판 건 아닐까요?
아무튼 붉은돼지님으로선 득템이네요.
저도 봤더라면 샀을 것 같아요. 부럽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김형경 씨 유명한 건 아는데 정작 읽은 책이 없어요.
절판된 책도 꽤 된 것 같은데 언제 또 새로 복간 됐네요.
읽고 싶네요.^^

붉은돼지 2015-04-02 07:58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이 왜 중고서점에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형경씨 소설은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나지만..ㅜㅜ

AgalmA 2015-04-01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류라는 표현은 일본식이기도 하고, 성차별 발언이라 문단에서 쓰지 않기로 한 지 꽤 되었죠. 한국 여성작가들이 대거 나오면서 소설쪽은 오히려 주류가 여성 작가라 파워가 세진 여파도 있죠.
생각해 보면 남류 화가, 남류 작가라고 하지 않잖습니까. 아직도 무심히 이런 단어 쓰는 사람들이 많죠.

그림 정말 정성스럽고 예쁜데, 우리 염려와 달리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랍니다.

붉은돼지 2015-04-02 08:0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그래도 왠지 여류라고 하면 좀 더 멋있어보이는 그런 느낌이 있긴합니다. 제 혼자 느낌인가?ㅎㅎㅎ

저도 그림 속의 두분 행복하게 잘살고 있기를 바랍니다.^^

cyrus 2015-04-01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헌책방, 알라딘 중고서점을 자주 드나들면서 다양한 낙서와 편지가 적힌 책을 많이 봤지만, 이런 멋진 그림은 처음 봤어요. 사랑하는 사람이랑 헤어져서 행복했던 추억을 잊으려고 책을 팔 수도 있고, 아니면 애틋한 감정을 나누던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의 흔적을 잊어버리고 책을 팔아버렸을 거예요.

붉은돼지 2015-04-02 08:05   좋아요 1 | URL
저도 옛날에 책 표지 안쪽에 메모를 남기곤 했지만,,,그러고 메모가 적힌 책들도 많이 봤지만
저런 예쁜그림은 처음인거 같아요....님 말씀처럼 아마 깜빡 잊어버리고 처분한 걸 겁니다. 그리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야클 2015-04-0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이 왜 헌책방에 나왔을까, 생각하다 보니 무려 소설을 하나 구상하게 되네요. ㅎㅎ

붉은돼지 2015-04-02 08:02   좋아요 0 | URL
기대하고 있겠습니다....그 소설 ㅎㅎㅎㅎㅎㅎ

icaru 2015-04-02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헌책방 다니면서, 책 구매했다가 만난 것들 중에, 어느 여고생의 편지(선생님께 쓴 반성문)그리고 책 맨 앞에 본문 붙기 전 나오는 색지에다가 아이를 잘 기르겠다는 다짐을 한바닥 정성들여 쓴 일기(육아서였거든요)를 본 적은 있지만, 저렇게 멋진 그림은 만난 적이 없네요... 와우..
붉은돼지 님이 말씀하신 여성작가들의 그당시 작품 저도 다 읽었던 것들이라 반가워요. 1990년대초중반은 한국문학에서 가히 폭발적인 부흥기를 형성했던 듯 싶어요.. 통틀어 한국 문학 특히 소설을 그때 만큼 많이 읽은 적이 없어요..
김형경의 세월 3권도 참 재밌게 읽었던 듯,,, 시인 이문재가 여주인공의 첫사랑 회색바바리라고 하고요~ ㅎㅎㅎ
세월 때문에 귀뚫은 하재봉이 표지로 쓰인 그의 에세이... ***블루스도 사 읽은 거 같아요...
하... 추억 여행이네요~
서영은의 남미여행기 에세이를 읽다 만 적이 최근 일인데, 그녀의 글은 항상 신경의 말단을 보여주는 듯,,, ㅎㅎ
근데,, 살짝살짝 표지에 실린 여행사진을 보며, 짧은 컷트머리와 체구가 얼핏 보면 남성 같은 이미지랄까요?

붉은돼지 2015-04-02 12:2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때(90년대 초중반인지 후반인지 가물가물)는 우리나라 소설을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거의 안 읽어요... 1년에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권(이것도 나중에는 대상 수상작만 ㅋㅋ) 정도....
좀 분발 해야겠어요. ^^ 뭐...마음먹은대로 잘 되지는 않지만...ㅋㅋㅋ.

라로 2015-04-02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사람 풍경을 다른 분의 선물로 읽게 되었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이었어요. 붉은돼지님 서재에서 보니 반갑네요!! 저도 저렇게 멋진 그림이 그려진 책은 아직 발견을 못했는데 분명 다른 사연을 상상해 봅니다. 어쩐지 좋은 상상으로 이끌 고 싶어요. 하이! 소오데스~~~. 로요~~~^^;;;

붉은돼지 2015-04-03 11:36   좋아요 1 | URL
<사람풍경>이 많은 도움이 되셨다니 기대됩니다. ㅎㅎ
저도 그림 속의 부부는 그림처럼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실걸로 생각합니다.^^

후애(厚愛) 2015-04-03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도 바로 구입했을거에요!!^^
그림이 정말 좋습니다.
사인본 컬렉션하는 저로서는 무척 부럽습니다. ㅎㅎ
편안한 저녁되세요.^^

붉은돼지 2015-04-05 14:10   좋아요 0 | URL
사인본을 컬렉션하시는 군요..많이 모으셨나요? ㅎㅎ
 

국립문화재연구소에 근무하는 고등학교 때 친구가 책을 보내왔다. <역주 장릉지(譯註 章陵誌)>라는 책이다. 비매품이다. 고딩 때야 물론 친했지만 고딩 졸업하고는 두세 번밖에 만난 적이 없는데 문득 책을 보내와서 조금 놀랬다. 고마울 따름이다. 친구는 고딩 때부터 한국사에 관심이 많아 대학도 국사학과인지 역사학과인지 진학했고 지금은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다. 이 친구 옛날에 독도박물관에도 근무해서 어느날 갑자기 텔레비전에 출연해서 아무생각없이 보던 소생 깜짝 놀랜 적도 있었다.

 

 

장릉(章陵)은 조선왕조 제16대 인조의 사친(私親 : 생부) 추존왕 원종과 원종의 비 인헌왕후 구씨의 능침이다. 원종은 선조13년(1580) 6월 22일 경복궁에서 태어났다. 선조 20년에 정원군에 봉해졌고 선조25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주까지 선조를 호종하였다. 광해군 11년(1619년) 12월 한성남부 호현방에서 40세로 훙서하여 광해군 12년 2월 양주군 군장리에 장사지냈다. 인조 즉위후 대원군으로 추존되었고 인조4년 묘호를 흥경원으로 정하였다.

 

원종비 인헌왕후는 능성구씨로 선조11년(1578) 4월 17일 탄생했다. 선조23년 23세의 나이로 원종과 가례를 올리고 연주군부인으로 봉해졌다. 인조4년(1626) 정월 14일에 경덕궁 회상전에서 49세로 졸서하였다. 5월 18일 김포현 고현내방의 북성산 아래 자죄 언덕에 장사지냈다. 묘호를 육경원이라 하였다.

 

이후 인조4년 9월 양주군의 흥경원을 김포현의 육경원 왼편으로 천장(무덤을 옮김)하기 위한 예장도감이 설치되었다. 인조5년(1627) 8월 22일 흥경원을 계묘(무덤을 연다는 뜻)하고 8월 27일 육경원 봉분 왼편에 천장하였다. 인조6년 윤득열과 유충걸이 두 원의 참봉으로 임명되었다. 인조10년(1632) 3월 11일 대원군과 대원군부인을 각각 왕와 왕후로 추숭함에 따라 흥경원과 육경원은 장릉으로 승격하였다.

 

 

릉(陵)은 임금의 무덤을 말한다. 원(園)은 왕족이나 귀족의 무덤을 이르는 듯하다. 원종의 죽음은 훙서(薨逝)라고 하고 원종비의 죽음은 졸서(卒逝)라고 하였는데, 다음 국어사전에는 훙서(薨逝)는 임금이나 왕족 등 신분이 높은 사람의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이고 졸서(卒逝)는 죽어서 멀리감 이라고 나와있다. 원종은 남자이고 원종비는 여자여서 구분하여 쓴 것 같지만, 영원히 가다(죽다)는 의미의 ‘서(逝)’라는 글자 자체가 ‘서거(逝去)’라는 말이 있듯이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죽음을 의미하는 글자이다. 예기(禮記)에는 “天子死曰崩 諸侯曰薨” 라고 했다.(천자가 죽었을 때는 붕(崩)이라 하고 제후가 죽었을 때는 훙(薨)이라 한다)

 

한자는 수천년 전에 만들어진 뜻 글자여서 글자 하나하나에 오묘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공부해 보면 재미있을 듯도 하고 골머리가 아플 듯도 하다. 소생도 관심이 없지 않아서 소싯적에는 논어니 맹자니 고문진보니 뭐 이런 책들을 막 보고 그랬는데 지금은 손 놓은지 오래되었다. 서양사를 좀 알려고 하면 먼저 그리스.로마 고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동양사를 어느정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고전에 대한 공부가 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뭐 하나 해 먹기 쉬운 것이 없다. 인생은 짧고 공부에는 끝이 없다.

 

추신 : 장릉지에는 인조6년(1628년)부터 1948년 7월까지 임명되었던 238명의 역대 능관들의 정보가 담겨있는 <장릉선생안>이 포함되어 있다. 왕조가 이미 망해버린 일제 강점기에도 능관들의 숙배(肅拜 : 삼가 공손히 절함)가 계속되었다는 것은 조금 놀라운 사실이다. 능관의 품계는 종9품 참봉이다. 그래서 흔히 능참봉이라고 한다. 종9품이면 최말단 관직이다. 고관대작 아니고 미관말직. 요즘으로 치자면 9급 공무원. 하지만 진사나 생원와는 또 다르다. 진사나 생원은 말하자면 고시 1차 합격생으로 국가로부터 정식 관품을 하사받은 것은 아니지만 참봉은 어엿한 벼슬아치다. 능참봉 중에 제일 유명한 사람은 아마도 한명회일 것이다. 한명회가 수양대군에게 발탁될 당시 벼슬이 능참봉이었다. 칠삭둥이에.

 

검색해 보니 왕릉에 대한 책이 여러권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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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29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화재 관련 도서는 서점에서 구하기 찾기 힘든 건데 좋은 친구분 덕분에 특별한 책 선물을 받으셨군요. ^^

붉은돼지 2015-03-29 22:11   좋아요 0 | URL
귀한 책 보내준 친구에게 저는 어떤 책을 보낼까 숙고중입니다 ~~

낭만인생 2015-03-29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하나 해 먹기 쉬운 것이 없다. 인생은 짧고 공부에는 끝이 없다.
백배 공감합니다.

붉은돼지 2015-03-29 22:1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건강하게 한 오백년 정도 살았으면 좋겠어요 ㅋㅋ

moonnight 2015-03-30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어렵습니다. ;;;; 역사와 한문에 특히 취약ㅠㅠ;;;; 맞아요. 공부에는 끝이 없어서 100세 수명시대에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죽을 때까지 갖고 있는 책 다 못 읽을 거 같아서(벌써-_-;) 조급해하고 그럽니다.;;

붉은돼지 2015-03-31 11:57   좋아요 0 | URL
맞죠...한문은 역시 어려워요...그래도 역사는 가만 읽어보면 재미있어요
저도 책장에 잔뜩 어지럽게 꽂혀있는 책들을 보면 흐믓하기도 하지만 조급한 마음도 들고 그렇습니다요. ^^

transient-guest 2015-04-02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자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게 지금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어릴적에 천자문도 많이 써보고 했는데, 워낙 강압적으로 가르치시니 머릿속에 전혀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한자를 다시 배워보고 싶은데 시간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쉽지가 않아요.ㅎ

붉은돼지 2015-04-02 12:38   좋아요 0 | URL
저도 중학교 때까지는 아버지 강권으로 방학 때마다 새벽에 향교에 다니면서 한문 공부를 좀 했는데요.....그 뒤로는 계속 학업에 용맹정진하지 못해서....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계속해서 공부 좀 해둘껄 그런 생각이 듭니다. 뭐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 그거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서도요....ㅎㅎㅎㅎㅎ

포와로 2018-03-1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명회가 능참봉을 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네요.. 경덕궁직이라는 말직을 하다가 발탁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한명회가 능참봉을 했다는 출처가 어딘지 혹시 알수 있을까요?

붉은돼지 2018-05-29 14:22   좋아요 0 | URL
어머! 포와로 님 답글이 너무 늦어서 죄송해요
저도 한번 찾아봤는데요....한면회가 능참봉을 했다는 출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 제가 뭐 잘못 주워듣고 적은 것 같습니다.
 

다른 알라디너님들의 서재를 보면 위쪽 혹은 아래쪽 혹은 좌우 옆쪽에 멋진 책장 혹은 선반이 떡!하니 마련되어 있어 이런 저런 흥미로운 책들을 전시하고 있다. 보기에도 멋지고 '햐~~ 이 분은 이런 책을 애호하시는 구나! 이 책은 처음 보는데, 어떤 내용일까? 뭐 요런 생각도 든다. 불초한 소생 그걸 보면서 저런 책장은 어떻게 해야 장만할 수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나도 저런 걸 하나 장만해야 하는데, 하는데, 하는데 하는 생각을 늘 가슴 속 깊이 품고 있던 그러던 차에...

 

어제 저녁에 어떻게 쭈물쭈물 쪼물쪼물 하다보니 그것이 ‘TTB2’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종의 광고라고 하는데 자신이 열렬히 애호하거나꼭 좀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책을 선전도 하고, 다른 분들이 그걸 클릭하거나 하면 서재 주인장에게 일말의 혹은 추호의 수익도 생긴다는 것이다. 2015년도 소생의 땡스투 수익금을 확인해 보니 3건에 290원이다. ㅋㅋ 어찌된 심판인지 모르지만 TTB2 광고 설정을 하지도 않았는데 TTB2 구매자수익이란 것이 또 4건에 1060원이다. 다른 분이 광고한 도서를 구매하면 땡스투처럼 구매자에게도 수익금이 지급되는 모양이다. 티끌모아 태산. 뭐 사실인즉슨 태산명동에 서일필일테지만 한푼 두푼 모이면 도움이 되긴 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어쨌든 어젯밤에 계속 서재를 쪼물쪼물 뚝딱뚝닥거려서 소생도 드디어 책장을 하나 마련했다. 소생의 오랜 관심사 중의 하나인 이스탄불(혹은 콘스탄티노플)과 관련된 책들을 책장에 올려놓았다.(내 맘대로 내 멋대로 정한 죽기 전에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도시 2위가 이스탄불이다.) 보기에 좋다. 언제 한 번 가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혹시나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몰라서 말씀드리는데, 가보고 싶은 도시 1위는 베니스다. 굽이굽이 거미줄처럼 얽힌 운하에 누런 똥물이 출렁출렁~ 넘실넘실~ 거려도, 간이식당에서 바가지 요금을 덮어써도, 좁은 골목골목 곳곳이 관광객으로 미어 터져도, 한해 수십차례 바닷물이 범람하고 따라서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고 해도, 해도, 해도... 역시, 역시, 역시 아름다운 도시다. 베네치아는.

 

각설하고, 지난 토요일부터 <외딴집>을 읽고 있다. 거의 다 읽어 간다. 답답하고 재미있다. 결말이 궁금하다. 오늘 저녁에는 결판이 날 것 같다 <로마제국쇠망사>는 아직 4권을 읽고 있다. 큰 마음먹고 작년부터 시작한 원대한 사업이다. 10쪽이라도 매일 읽는다는 결심이었는데 미야베 월드에도 놀러가야 하고 이런 저런 사소하지만 지나칠 수 없는 사정들이 있어(변명이다.) 못 본지 4~5일은 넘은 것 같다. 지금은 4520쪽 정도까지 진도가 나가 있다. 읽을수록 느끼지만 기번의 쇠망사를 잘 읽기위해서는 희랍 고전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기번은 독자들이 기본적으로 이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독자는 기본적인 소양이 없으니 이게 무슨 소린가? 이럴 때가 많다. 기번이 수다스럽게 달아놓은 주석에는 더더욱 모를 소리들이 많다. 이게 뭐 올림픽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이리 생각했다. <로마제국쇠망사>를 읽었다!!! 는데 의의가 있고 의미를 둔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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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궐 2015-03-25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은 저도 그게 궁금했더랬습니다. 리스트로 하는 건가 싶어서 이리저리 해보려다가 안되길래 아 이건 서재의 달인들만 할 수 있나보다 하곤 잊고 있었네요.^^;;
알라딘 서재의 세계는 참 심오한 거 같습니다. ㅎ

붉은돼지 2015-03-25 13:45   좋아요 0 | URL
맞죠 ㅋㅋㅋ 심오합니다...
저도 어제 왠지 심심하고 해서 쭈물럭거리다가 보니 장만하게 되었어요.. 서제관리>TTB2 광고설정에서 어떻게 저떻게 하면 됩니다. 설명이 상세하지 못해서 죄송해요..저도 여차저차하다보니 되었습니다...시간 나실 때 한 번 해보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5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서재 멋있습니다. 저도 광고설정 무지 고생하다가 만들었습니다.

붉은돼지 2015-03-25 13:4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ㅋㅋㅋ
어제 밤새 뚝딱거린 결과물입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집에 진짜로 큰 책장 하나 들인 것 같습니다. ㅋㅋㅋ

sslmo 2015-03-25 14: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요번 달 ttb2가 세자리였다는...ㅋ~.
도서정가제 이후 땡스투는 완전 저조하구 말이죠.
저 책장 만드는거 궁금하신 분들 저한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조곤조곤 논리적으로 설명은 못하고 말이져, 주먹구구식으루다가~, 무대뽀로~, 제 눈높이에서 설명 드릴 수 있습니다여~^^

붉은돼지 2015-03-25 15:35   좋아요 1 | URL
세자리 ㅋㅋㅋ
저런 걸 만들어 놓으면 먼지 안 앉도록 쓸고 닦고 관리를 잘 해 줘야 하는데 잘 할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icaru 2015-03-25 15: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하... 다른분들 책장처럼 있는 게 뭔가 했더니, 그런 거였군요.. 서재관리 들어가니 설정이 있긴 하네요.
나중에 제 서재에도 책장 들여놨으면,,, 붉은돼지 님 따라서 어떻게저떻게 했나보다 하심 ㅋㅋ

비오는 날 하의실종한 분들 다리 건너는 달력 사진 표지가 외딴 집이었군요... 흑백이 아니고,, 저도 외딴집 상권 읽다가 치워둔지가 6년되나봐요... 담담하고 의로운 여자아이 주인공만 생각나네요. ㅋ


붉은돼지 2015-03-25 15:45   좋아요 1 | URL
책장 들여 놓으셨군요 ㅋㅋㅋ 축하드립니다.
저도 <작가란 무엇인가> 2~3권은 구입해야한다. 한다. 한다 하면서 아직 못하고 있어요~~

AgalmA 2015-03-25 16: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집 서재 얘긴가 구경왔는데, 알라딘서재 TTB... 이슬람의 분위가 물씬이네요.
저는 거실액자식으로 색깔별 깔맞춤에 애를 씁니다. 내 서잰데 내가 우선 좋고 봐야지! 하면서... 헌데 이거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책 성격들까지 맞추자니.
TTB 수익보다는 도움되는 리뷰로 책구매자에게 thanks to를 받으시거나 운이 좋으면 이 달의 리뷰, 페이퍼 적립금을 받는 것이 더 유용한 걸로 아뢰옵니다

붉은돼지 2015-03-25 16:38   좋아요 2 | URL
이슬람 + 비잔틴 분위기를 낼려고 노력했어요 ㅎㅎㅎ
저도...뭐....ttb나 땡스투나 수익에는 별 기대를 안해요 ㅜㅜ 아니 영 기대를 안하는 건 아니구요 ㅋㅋ
한푼 두푼 모이는 것도 나름 도움이 된 것 같구요.. 옛날에 아주 옛날에 이 달의 리뷰 당첨금이 5만원, 3만원 할 때 한 두번 받고는 그 후론 무소식이에요....

AgalmA 2015-03-25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열정적으로 리뷰를 쓰고 싶은 책이 있긴 하죠. 적립금을 받기 위한 리뷰쓰기는 재미없죠. 지치기도 하고.
저는 요즘 어떻게 하면 더 재밌고 자유로운 리뷰쓰기가 될 수 있을까 고심중입니다ㅎ
서재 그토록 오래 계셨으면서 서재책장을 이제 생각하셨다니 붉은 돼지님도 참ㅎ..

붉은돼지 2015-03-25 17:00   좋아요 2 | URL
한동안 뭘 했는지.. 먹고 사느라 ㅎㅎ 바빠서 ㅎㅎ 서재질을 못했어요....옛날에는 책을 읽으면 될 수 있는 한 리뷰를, 그러니까 독후감상문을 쓸려고 했는데....요즘은 페이퍼가 재미있는 것 같아요....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생각나는대로 쓰는....

AgalmA 2015-03-25 17:06   좋아요 1 | URL
저도 페이퍼가 재밌더군요. 한가지 책만 체크되는 리뷰 틀 속에서만 얘기하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

[그장소] 2015-03-26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저도 어찌 주물럭 거리다 포기했는데
...뭐 갖다붙이는건 잘 못하고 딴길로 새는 통에..ㅎㅎㅎ
호, 의 얘기죠..
한 섬같은 마을에
유폐되어오는 무섭다고 소문이 무성한 누군가의 이야기.
알고보니 그는 그리 무섭지 않고요..
아이에게 글자를 가르쳐 주기도 하죠.
슬픈 얘기였어요.
호.에게..
좋은 이름이라고..해주는..

붉은돼지 2015-03-26 12:54   좋아요 1 | URL
맞아요...호. 바보 호의 이야기..
어제 저녁에 결판을 낼려고 했는데....아직 결판을 못 냈어요

그장소님도 책장 한번 만들어 보셔요,
이 책장을 북플에서는 볼 수 없는게 아쉬워요..

마녀고양이 2015-03-26 1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장을 예전에 삼면으로 깔았다가 어느 순간 없애버렸어요.
그런데 다시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시네요. ^^

외딴집은 제가 미미 여사의 에도 시대 이야기 중에서 제일 아끼는 작품이예요.
다른 작품에 비해서 처연한 구석이 마음을 저미더라구요, 그러면서도 따스한 온기가.
즐거운 독서 되셔요~ ^^

붉은돼지 2015-03-26 13:02   좋아요 1 | URL
책장에 먼지 앉지 않게 관리를 잘 해줘야 하는데 수시로 책도 갈아주고...(무슨 어항에 물 갈듯이 ㅎㅎㅎ) 자신이 없어요~
모두들 외딴집이 에도시리즈중 최고라고 하더군요..물론 재미도 있지만 답답하기도 했어요....

[그장소] 2015-03-2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게 제일이다..할 수가 없어요.
아직까지는 계속되는 스토리라고 여겨져 그런지 외딴집..바다에 물결이 일면 토끼가 난다고..표현하는 게 신기해..좋았어요.전체적으로 깔린 베이스가 너무 슬퍼서..애잔해..그러네요.

저도 서재꾸미고는 싶은데..능력이..모자라욤..ㅠㅠ

붉은돼지 2015-03-26 16:39   좋아요 1 | URL
맞아요~ 토끼가 난다는 표현은....막 상상이 되면서....재미있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서재는 시간 나실 때, 심심할 때 한 번 천천히 꾸며 보셔요 ~

yamoo 2015-03-27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의 <왼딴집>을 읽고 계시군요. 근데 <외딴방>과는 다른 작품인가요? 엔날에 읽을 땐 하드커버 문고본 모양으로 2권짜리로 된 책이었는데 말이죠. 한국소설들을 가열차게 읽을 때 신경숙은 제게 이런 작가로 각인됐습니다.
`지루하게 자기 얘기를 하는 작가`
비슷한 작가로 서하진도 있습니다..ㅎㅎ 신경숙의 작품들을 한 10권 쯤 모았을 무렵, 하루키 작품들과 함께 전부 처분한 기억이 있습니다.

지루함 속에서도 재미를 발견하셨다니, 그럼 <바이올렛>을 일독하시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와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는 넘 길어서 잡을 수가 없습니다. 둘 다 짧게 편집된 책도 두깨가 장난이 아니라 저도 찔끔찔금 읽는 방법을 택해야 할 듯합니다. 흠...생각해 보니 아주 좋은 방법인듯합니다. 중요한 건 읽은 게 중요하니깐요...ㅎㅎㅎ

붉은돼지 2015-03-27 13:58   좋아요 0 | URL
신경숙의 <외딴 방>이 아니구요 미야베 미유키의 <외딴 집>이에요..ㅋㅋㅋㅋㅋ
사실 저도 신경숙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초기작인지 데뷔작인지 <풍금이 있던 자리에서>에서는 무척 신선하고 심금을 울리는 뭔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차츰 차츰 차츰 신파로 흐르는 느낌....

역시 기번의 쇠망사 쯤 되면 무슨무슨 몇개년 계획 비슷한 것을 세워야 합니다. ㅋㅋㅋ

yamoo 2015-03-27 15:25   좋아요 0 | URL
헐~ 이런..
ㅋㅋㅋ 미야베 미유키이군요...ㅎㅎ 미유키의 <외딴 집>ㅎㅎ
 

소생이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라고는 <모방범> 밖에 없다. 부끄럽다. ‘미야베 월드 2이라는 에도시대 미스터리 시리즈는 당연 처음이다.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라는 부제가 붙은 <흔들리는 바위>를 다 읽고 난 지금 소생의 돌머리가 갑자기 흔들흔들 흔들리면서 환청같은 것이 들려온다. 웰컴 투 미야베 월드

 

소설의 처음에 등장하는 시비토스키(사람의 시체의 나쁜 영이 깃드는 것) 소동과 두 번째 장에 나오는 어린 소녀와 소년의 죽음, 그리고 밤마다 흔들리며 우는 바위의 등장. 이것들이 호상간에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나 했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백여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그 유명한 아코사건을 배경으로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밝혀진다. 원인없는 결과는 없고 모든 물은 결국 바다로 흘러들기 마련이다.

 

그 유명한 아코사건이란 바로 <주신구라>를 이야기하는데, 아코사건이란 역사적 사실이고 <주신구라>는 그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고전문학이다. 아코사건의 알려진 전말은 대충 이러하다. 1701년 에도 막부는 조정에서 파견된 칙사의 접대를 아코번의 젊은 영주 아사노에게 맡기고 그 의례 지도는 또다른 영주인 기라에게 맡긴다. 칙사를 대접하러 가던 아사노가 돌연 기라에게 칼을 휘둘러 부상을 입힌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아사노가 기라에게 어떤 원한이 있었다는 정도다. 어쨋거나 쇼군이 계시는 에도성에서 어떠한 이유로든 칼을 뽑았다는 것은 엄청난 일임에 틀림없다. 

 

막부는 아사노에게는 할복을 명하고 아사노의 성과 영지를 몰수하였지만 기라에게는 어떠한 처분도 내리지 않았다. 그 다음해에 이제는 멸문되어 떠돌이 낭인이 된 아코번의 무사 47인이 기라저택을 습격하여 기라를 베어 죽이고 주군의 원수를 갚는다. 그후 47인은 순순히 막부에 체포되어 할복의 명을 받고 모두 배를 째고 죽는다. 이 아코사건은 그후 각색되어 <가네다혼 주신구라>라는 일본의 국민문학이 되는데 연극으로 영화로 드라마로 엄청나게 많이 상영되었다.

 

미미여사는 이 주신구라에 대하여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사실 아사노는 신경증이 있어 아무 이유없이 기라에게 칼질을 했는데 막부가 아사노의 신경증을 인정하지 않고 원한이 있어 칼질을 했다고 판결하여 할복을 명하고 영지를 몰수했다는 것이다. 사실대로 밝혀 칙사의 접대역이 정신병자라고 해서는 막부의 쇼군이 천황에게 면목이 없게 된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아코의 무사들은 사무라이로서 당연히 원한을 품고 할복한 주군의 복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아코의 무사들이나 기라저택의 사람들이나 결국은 모두 시대의 부조리한 권력에 희생된 사람들이라는 논리다아코의 무사들이 그런 부조리를 알면서도 피를 흘리고 희생을 치르며 할복을 함으로써 부조리한 권력에 저항을 했다는 것이 미유키여사의 새로운 해석이다.

 

쓸데없는 이야기만 잔뜩 했는데 요지는 이 소설 재미있다는 것이다. 일단 미야베 월드에 한발 성큼 들어선 이상 다시 뒤돌아서서 꽁무니를 뺄 수는 없을 듯하다. 다음에는 또 무엇을 읽어야 할까 즐거운 고민을 해본다.

 

이건 사족인데, 에도막부의 성립과 일본 무사도와 관련해서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도쿠가와 이에야스(32)>의 일독을 권한다. 정말 눈물나게 재미있는 소설이다. 읽어보고 재미없으면 환불해 줍니다. 이건 농담입니다. 옛날에 책 좀 있다는 집구석에는  <대망(大望)>이란 제목의 (아 깨알같은 글씨의 2단 세로쓰기) 양장본 1질이 구비되어 있었다. 이게 바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그 옆이나 아래에 20권짜리 <왕비열전> 양장본 1질까지 구비되어 있으면 금상첨화다. 사실 요 상황은 옛날 우리집 모습이다.   

 

각설하고, 소생이 감히 만방에 고하고자 하는 바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삼국지><동주 열국지>와 같은 반열에 놓기를 추호도 망설이지 않겠다는 것이올습니다. 2차대전에 패망하고 실의와 절망에 빠져있는 일본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집필했다는 야마오카 소하치의 집필 의도를 굳이 감안하지 않더라도 등장인물과 일본 문화에 대하여 많이 미화된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어쨌든 간에 그 흥미진진함은 손에 땀을 쥐게한다. 소생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두 번 읽었다.

 

이건 사족에 더하여 추신인데,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것을 읽다가 보면 할복이 무수하게 등장하는데, 그야말로 유혈이 낭자한데, 소생 생각에 이 할복은 정말로 특이하고 놀라운 문화인 것 같다. 할복은 무사에게만 허용된 일종의 명예로운 죽음이다. 상것들은 할복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할복이라는 것이 그냥 무대가리로 배때기를 푹 찌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얼마의 깊이로 어디를 찌르고 어느 방향으로 가른다는 식의 법도가 있다. <흔들리는 바위> 에도 제후를 다다미방이 아닌 정원에서 할복하게 해서는 예의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배를 째는 고통을 덜기 위해 당사자의 부탁으로 옆에서 목을 쳐주는 것을 가이샤쿠라고 한다. 가이샤쿠도 그냥 아무렇게나 내리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목뼈와 목뼈 사이의 연골 부분을 내려쳐야 하고 목이 몸통으로부터 완전 분리되어 땅바닥에 떨어져 뒹굴지 않고 목과 몸통이 종이 한 장 정도의 여유를 남기는 것을 최고의 기술로 친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아시다 시피 미시마 유키오가 할복할 때 가이샤쿠를 실행한 사람의 검술이 미숙하여 미시마의 목은 세 차례의 칼질 끝에 겨우 떨어졌다고 하니 으으으 생각만 해도 괴롭다.

 

더하여 또 하나, 할복하기 전에는 지세이라는 것을 남겨야 했다. 이건 하이쿠 비슷한 것으로 일종의 유언인데 자신이 살아온 삶을 한 두줄의 간단한 문장으로 집약해야 하는 것이니 죽기도 바쁜 사람이 이런 시까지 지어야 한다니 할복이란 정말 아무나 할 일이 아니다. 소생 같은 불초한 것들은 할복도 어렵지만 지세이 짓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참고로 히데요시는 죽을 때 오사카의 영광이여 꿈속의 꿈이로다라는 유명한 지세이를 남겼다. 물론 히데요시가 할복한 것은 아니다. 일세를 풍미한 영웅은 또 행운아이기도 해서 종신와석했다. 연이나 병아리같이 어리고 약한 새끼를 늙고 음흉한 너구리 옆에 두고 떠날 때는 두 눈이 쉬이 감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할복관련해서는 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에 자세하게 나와있다. 이것 또 무지하게 재미있는 소설이다. 언젠가 리뷰 비슷한 걸 쓰기도 했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 온데 간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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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3-17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복과 가이샤쿠....눈앞에 막 그려지는거 같아요 OTL 도쿠가와 이에야스 재밌다셔서 읽어볼까 했는데 전 아무래도 ㅠㅜ ㅎㅎ

붉은돼지 2015-03-17 21:45   좋아요 0 | URL
삼국지, 열국지, 초한지 이런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이고요
이게 또 일본역사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cyan 2015-03-17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미미여사의 에도시리즈를 현대물 보다 훨씬 좋아합니다. 북스피어 대표님 홈페이지를 가시면 에도시리즈를 읽는 추천 순서가 있어요. 기왕이면 참고하시기를~~

붉은돼지 2015-03-17 21:48   좋아요 0 | URL
미미여사 시대물은 처음이지만 제 취향에 맞는 거 같아요. 저는 마포 김사장님이 누구신가 했는데 그분이시더군요ㅋㅋ

cyrus 2015-03-17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베 월드 완주 성공을 기원합니다. 저도 미야베의 소설을 읽을 기회가 생기면 따라가겠습니다. ^^

붉은돼지 2015-03-17 21:54   좋아요 0 | URL
이제 미야베 월드에 처음 입성했으니 이리저리 천천히 둘러보고 구경 좀 해야겠어요^^

yamoo 2015-03-18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생은 아직 미야베 저서 구경도 못해봤습죠~
삼국지, 열국지, 초한지는 안좋아 합니다만...영웅문, 동방불패, 녹정기는 매우 열광했습니다..ㅎ
몇 년 전에 일본 소설 묶음을 다 처분해서뤼, 앞으로 읽을 계획이 없습니다..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요시모토 바나나, 애쿠니 가오리, 하루키 등 거의 전집 수준의 책들을 처분했거든요~

그래도 붉은돼지 님의 미야베 월드 입성을 열열히 환영해 드립니다~^^ 저도 완주를 기원드립니다~ㅎ

붉은돼지 2015-03-19 11:25   좋아요 0 | URL
저도 사조영웅전은 읽어 봤는데 별 재미를 못 본 것 같습니다. 옛날에 만화방의 무협지는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저는 역시 취향이 열국지, 삼국지 이런 쪽인 것 같아요 ㅋㅋㅋ

완주는 감히 엄두를 못내겠고.....다음에는 에도시대물 중 최고라고 하는 외딴방을 한 번 읽어볼까 생각중입니다.

icaru 2015-03-20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왠지 저도 `소생은~` 하면서 말머리를 시작해얄 것 같은 ^^;;;
미미여사가 처음 직업은 일종의 법원 재판의 속기사 일이었다고 하던데여 그게 계기가 되어 사회파 소설을..
저는 그의 시대물은 이노우에의 달력 그림같은 표지의 `흑백`을 읽다가 만게 전부네요..
양의 압박이 상당해요~ 모방범도 그렇고 그 뭐더라.. 중학생의 자살을 사건 중심으로 하는 세권짜리...
도쿠가와 히야.. 읽어보진 않았으나... 헌책방가면 많이 있어 익숙한..

붉은돼지 2015-03-23 12:39   좋아요 0 | URL
미미여사 전력은 처음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만 뒀겠죠..ㅋㅋ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팬들이 많은데...저는 지난주말 외딴방을 보면서 보냈는데 역시 재미있더군요.. 하권 100여쪽까지 봤는데...빨리 퇴근해서 보고 싶어요 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3-21 0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망으로 모인 소설들 1-2-3부를 다 읽었지요. 도쿠가와 이에야쓰를 보면서 계속 이름이 바뀌는 것 때문에 꽤 헷갈려하던게 생각납니다. 어떤 법칙도 없고, 태어난 이름, 결심에 따라, 공을 세워서, 나이가 들어서, 주군이 명해서, 등등 계속 이름이 바뀌고, 이미 죽은 사람의 이름을 계승하기도해서 일반 무장급들은 참 어려웠지요. 일본소설을 보면서 접하는 일본문화는 확실이 큰 흥미를 느끼게 합니다. 우리랑 많이 다른 점도 그렇고, 단순히 욕하고 비하할 수 없는 그 무엇도 그렇고요.

붉은돼지 2015-03-23 12:52   좋아요 0 | URL
저도 도쿠가와 이에야스 처음 읽을 때는 사람 이름과 지명 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역시 미화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재미는 짱이었습니다....

언젠가 가토 기요마사(임진왜란시 일본 장수 가등청정)의 구마모토 성에 갔을 땐 감회가 남달랐어요...히데요시의 오사카 성에도 가봤어야 했는데...아직.....

마녀고양이 2015-03-2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붉은돼지님 웰컴 투 미야베 월드. ^^
저는 그 늪에 빠져서 허우적댄지 한참 되었고, 책도 꼬박꼬박 사는데다 예약 구매까지 한답니다.
그런 매니아로서 붉은돼지님의 함께 덕후가 되어가는 느낌의 페이퍼가 너무 반갑네요. ㅋㅋ

에도 시리즈는 두군데 출판사에서 나오고 있어서, 가끔 헛갈리기는 합니다만.

붉은돼지 2015-03-26 16:41   좋아요 0 | URL
제가 끈기가 없어서....과연 덕후가 될 수 있을지..ㅋㅋ
에도 시리즈가 두군데 출판사에서 나온다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시리얼 vol.1.> 표지의 솔방울이 생각나서 소생이 다니는 공장 마당에 떨어져 나뒹구는 솔방울을 몇 개 주워 폰으로 찍어봤다. 솔방울 솔방울 솔방울 하니 둥실 둥실 둥실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드시고 모래알로 쌀을 만드시고 가랑잎을 타고 강을 건너시고 어쩌고 저쩌고하던 영험하신 수령님의 전설같은 이야기. 옛날에는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그리 바쁜 사정도 특별히 할 일도 없던 인구에 더러 회자되기도 했던 것인데 요즘은 이런 이야기는 시답잖다는 것인지 별로 없는 듯하다.

 

정녕 신화와 전설의 시대가 거했다는 뜻인가...음...근자에는 솔방울로 천연 가습기를 만든다고 한다. 이른바 과학의 시대요 평화의 시대다. 맞나? 과학이 발달하니 레몬 수류탄도 나왔다. 수령님보다 뒤에 태어난 리모노프는 수령님 못지않은 파란만장한 삶을 산 풍운아였으니 레몬으로 슈류탄을 만들만 하다. 독자 제현이시여! 기대하시라. 언젠가는 수박 대포알이 나올지도 모른다. 과학의 힘은 무궁하고 평화는 요원하다. 무슨 소린지..참... 

 

수령님 운운하니 저 아득한 유년의 기억으로부터 한 구절 그리운 노랫가락이 또 둥실 떠오른다. 천지를 분간하지 못한 채 까불대고 촐싹거리던 초딩 때인가 중딩 때인가 부르고 다니고 또 많이 듣기도 한 노래다. “수령님의 건강은 축복된 내일, 인민들의 지혜로운 영양간식, 강냉이~” 이름하여 ‘강냉이송’ 이거이 아마 전국적으로 유행해서 사회문제가 되어 텔레비전 뉴스에도 나오고 교육청에서 공문같은 게 왔는지 선생님들이 못부르게 했던 기억이 난다. 다 옛날일이다. 오늘 날씨가 따뜻하다. 날이 풀리니 정신줄도 느슨해 지는지 뜬금없는 옛 생각이 자꾸 납니다. 그려

 

사진으로 보니 시리얼의 솔방울이 인물 좋은 놈인 줄 알겠다. 역시 모델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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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3-12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붉은 돼지님 찍으신 솔방울이 더 정감가고 좋습니다만? 동글동글 귀여워서...시리얼 솔방울 느낌이 뭐랄까, 베케트 스럽군요. 예민하고 글 잘 쓰게 생겼어요.

붉은돼지 2015-03-13 09:03   좋아요 0 | URL
떨어진 송방울들을 여러개 주워 봤는데 시리얼의 그 바게스스러운 ㅋㅋ(저는 베케트를 바게스라고 부르죠..양동이 말이에요...베케트 발음이 조금 어려워서요...이게 경상도 사투린지 일본어인지는 잘모르겠어요) 솔방울은 잘 없더라구요...아마 외국 솔방울이라서 그런가보다 생각해봤습니다. ㅎㅎㅎ

하이드 2015-03-12 1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릇에 물을 가득 담고 솔방울을 넣어둬보세요. 반나절쯤? 지나 꺼내두면 솔방울이 오므라 들었다가 펴지면서 모양이 좀 변할꺼에요. 그 과정에서 수분이 나와 요즘은 자연가습기.로도 쓰이죠.

붉은돼지 2015-03-13 09:0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솔방울 가습기를 사무실에나 집구석에 한번 설치해 봐야겠어요.^^

stella.K 2015-03-1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생긴 솔방울이로군요.
그걸 수류탄으로 보시다니. 상상력이 남다르신데요?^^
요즘에 소나무가 점점 병들어 간다는데
괜히 짠한 느낌도 드네요.
멀쩡해 보이기는 한데...ㅋ

붉은돼지 2015-03-13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심의 소나무나 솔방울들은 약간 시원찮아 보이긴 해요...
소나무 이야기를 하니 언젠가 갔던 은해사 소나무숲이 생각납니다.~

nama 2015-03-13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류탄...예전에 체력검사 연습할 때 모조수류탄을 사용했는데 그 수류탄을 머리에 맞고 쓰러진 적이 있었지요. 오늘은 이 얘기를 몇번이나 하게 되었는데 수류탄 얘기를 또 듣는군요. 반가운 마음에^^

붉은돼지 2015-03-14 09:22   좋아요 1 | URL
맞아요. 옛날 체력장인가 교련시간엔가 가짜 고무수류탄을 던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몹시 단단해서 맞으면 거의 사망ㅋㅋ 일텐데....다행입니다 ^^

yamoo 2015-03-13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제대로 생긴 솔방울 이군요!^^ 저걸 수류탄으로 상상하시는 붉은 돼지님은 크으~~ 남다르십니다!!! 흠, 수류탄처럼 보이기도 하는 군요~^^

붉은돼지 2015-03-14 09:25   좋아요 1 | URL
제가 어릴 땐 솔방울을 수류탄처럼 던지고 놀기도 했습니다 저게 모양도 수류탄 비슷하고 맞아도 별로 아프지도 았고 나름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5-03-14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북플을 스치며
솔방울 사진이 너무 이쁘다 했는데
오늘 다시 봐도 너무 이쁘네요

붉은돼지님, 아이디가 미야자키 하야오와 상관있으신 건가요? 계속 궁금해서 오늘 여쭤보네요~^^

붉은돼지 2015-03-14 22:12   좋아요 1 | URL
맞아요 하야오의 붉은돼지에 나오는 붉은돼지 포르코입니다.뮈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거는 아니고요 제가 하야오의 에니를 좋아하는데 아마 알라딘 서재처음 만들때 그 즈음에 이 에니를 봤던 거 같아요..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