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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습격 - 모두, 홀로 남겨질 것이다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3년 12월
평점 :
외로움의 습격
이슈가 되는 사건 사고들의 판결선고를 기사로 접하면서 수많은 댓글들이 판사부터 AI로 교체하라고 아우성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분명 형이 적다는 것에 대한 불만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인공지능이 재판을 대신할 때 예상되는 문제는 과연 없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놀라운 일이지만 데이터도 편견을 갖고 있다. 우리 삶 곳곳에 편견이 스며들어 있다면 우리가 만드는 데이터에도 그것이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아무리 그 편견을 제거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해도 삶은 지속되고 새 경험이 쌓이며 새로운 편견은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의견이다.
오늘 읽은 책 <외로움의 습격>은 디지털 기술과 능력주의, 가난 등이 만드는 외로움의 시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는 경향은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는데 젊을수록, 1인 가구일수록, 일정한 소득 이하일수록 외.롭.단.다.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지만 특히 청년 세대가 적정한 소득없이 혼자살면 더욱 외로울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게다가 디지털 기술인 네트워크 효과로 분배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택시에선 우버가, 숙박에선 에어비앤비가 지구적 차원의 독과점 지위를 누리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임을 감안하면 이 소수의 플랫폼을 소융하고 있는 ‘소수’ 에게 부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능력주의는 성공한 사람에게도 해로운 면이 있는데, 마코비츠는 ‘능력을 상속받은 세대들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 고 주장하기도 했다. 치열한 경쟁상태에서 늘 지치고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능력주의의 핵심은 죽을 때까지 자신이 누리는 것들을 가지고 있을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하므로 평생 경쟁해야 한다. 얼마 전 유명한 수학강사 정승제님이 중3에게 “이 나이엔 놀아도 돼.” 라고 한마디 했다가 학생을 울게 만든 에피소드를 이야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당황한 그가 학생에게 왜 우냐고 물으니 놀아도 된다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며 운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공부와 입시라는 경쟁 속 부담감에 아이들이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에 미안했다고. 능력주의 체제에선 사다리 윗부분에서도 밀려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사회에서 밀려난 존재들이 단순히 사다리 아래쪽에 있는 이들일 거라는 생각은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좌절감은 오히려 성공의 문턱에서 밀려난 이들이 더 클지도 모른다. 이렇듯 능력주의 사회는 우리를 더욱 외롭게 만든다.
이 외로운 시대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는 강박적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저자는 말했다. 디지털 시대의 외로움 문제는 사회적 가치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하다. 책에서 어떤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신뢰할만한 자료와 대화체 문장이 가독력을 높여준다. 유익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