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 - 예민하고 소심해서 세상이 벅찬 인간 개복치의 생존 에세이
이정섭 지음, 최진영 그림 / 허밍버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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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

 

  ‘한국 사회에 태어난 미약한 인간이 코리안 스탠더드에 가까워지고자 아등바등 하며 사는 이야기라고 소개한 이 책 <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는 개복치라는 필명을 쓰는 저자가 쓴 솔직한 에세이다. 제목이 뭔가 심오해보여 위기의식(?)을 느끼며 읽었다. ‘왠지, 나 인간 사회에 안 맞는거 같아’, ‘득이 되기도 합니다, 소심함은요’, ‘그렇고 그런 교훈은 없습니다만으로 이루어진 3장의 목차는 내 눈을 잡아끌었다. 저자의 필명이 왜 개복치인지 궁금했다. 1980년생 남자로서 이제 마흔. 가능성의 시절을 지나 인생의 디테일이 하나씩 결정되는 시기를 맞은 자신을 볼 때 개복치마냥 멸종위기종이라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복치처럼! 천진난만하게 세상과 어울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는 그. 그의 글을 읽으며 마찬가지로 소심한 내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웃프기도 하고 자꾸 읽어도 재밌는 이 에세이를 함께 들여다보자.

 

  내가 전생에 코알라였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런! 내 닉네임이 코알라코인데. 뭔가 알싸하게 코가 매워온다. 온종일 침대에서 보내고 싶다거나 매일 뭘 먹을지 고르기 귀찮거나 적게 누리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살고 싶은 당신. 나잖아? 3개 이상 포함되면 전생에 코알라였을지도 모른다는데. 돌쟁이 아기를 육아중인 나는 코알라처럼 스무 시간을 자는 삶을 살아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온몸을 다해 부러워하는 중이다. 나의 내면은 이렇게 잠을 좋아했는데. 하루 20시간씩 자며 에너지를 아끼며 근근이 사는 코알라는 얼핏 불쌍해 보이지만 그의 라이프스타일은 요즘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한 형태일지도 모르겠다. 소확행이랄까? 워라밸이랄까?

 

  소제목이 하나같이 내 마음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적절한 수준의 후안무치편을 보면 이것은 애써 유지해야할 균형추와 같은 것이라고 명명했다. 방심하다간 나쁜 의미의 아재, 아줌마가 될지도 모른다며. 30대가 훌쩍 지나 진상 아재가 되어야 할 시기에 소심이들은 보기 좋게 평범한 수준이 된다. 중반이 넘어가면 상태는 더 좋아져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서기도 하고 친구도 늘어난다. 부끄러움을 동반한 소심함이 이렇게 갈수록 삶에 도움이 되다니 대단히 긍정적인 미래다.

 

  남들보다 소심한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들은 저자 개복치 씨의 서바이벌 에세이를 유심히 들여다보시라. 같이 웃고 울며 분명히 받을 수 있는 위로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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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사장 수업 - 교과서도, 정답도 없는 사장의 길을 가는 당신에게
김영휴 지음 / 다른상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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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기 일을 해내고자 사투하는 여성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집필한 씨크릿우먼 대표 김영휴씨의 저서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들을 던지고 거기에 대한 김영휴의 한마디를 통해 조언을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이미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여성 CEO들을 위한 솔루션도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더 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말이다. 창업을 하는 여성뿐만 아니라 일터에 있는 모든 여성들을 위한 고민과 해결책도 저자의 경험을 비추어 일러주었다. 산업 현장에 뛰어들어 선의의 경쟁 속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김영휴씨의 생생한 목소리를 지금 들어보자.

 

  이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최선의 답은 될 수 있기에 아낌없이 대답해준 그녀는 육아에 지친 전업주부였다. 과감히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고 맨몸으로 부딪치며 생존경험을 터득했고 체득했다. 헤어웨어라는 이색 아이템으로 기업을 경영하기까지 18년여의 여성 벤처 CEO생활이 녹록치는 않았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렇기에 비슷하거나 다양한 문제를 마주하는 독자들에게 어떤 장애와 문제도 거뜬히 해결해줄 조언을 건낼것이라 기대했다.

 

  총 4파트로 이루어진 목차에는 내가 특히 기억나는 질문과 그녀의 답변을 옮겨적어보겠다.


1.무기력하고 뒤처지는 직원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p.39

-자기 자신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주는 계기를 만들어주세요. 부정적인 상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긍정적인 상상 시나리오를 키워주는 역할인 것 같습니다. p.39-40

 

2.내 회사의 비전은 무엇일까? p.157

-저도 창업을 하고 5~7년쯤 되었을 때 여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습니다. 비전이 없으니 여러 문제들이 드러났습니다. 열심히는 하는데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개인의 꿈과 내 기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유사할수록 더 효과적입니다. 비전을 만들 때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권유합니다. 저희 기업의 비전은 인간의 새로운 의생활 헤어웨어 패션을 창조하는 기업이고 미션은 헤어웨어로 꿈이 커지는 꿈터입니다. p.157-158

 

3.자금이 바닥났을 때, 그래도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까? p.224

-기업이 망하는 이유는 대부분 견디지 못해서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업과 조직의 생존 경쟁력에서는 힘듦과 어려움을 견디는 능력이 돈을 버는 능력보다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의 경우 힘들 때 더욱 조직원들과 협력하고 협조를 구하는 대신 외부 자금에 의존도를 낮추며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번 것의 범위 안에서만 지출한다. 이런 법칙들 말이죠. p.224-225

 

4.회식을 강요하는 직장 문화에 눈치가 보인다면? p.269

-잦은 회식을 강요한다고 느끼는 것은 상사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는 아닌지 한번 점검해보세요. ‘회사에서 내게 강요한다는 생각에는 상황을 진솔하게 털어놓고 협의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적극성까지는 없어 보입니다. 당신은 상대방이 불합리하며 당신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애정을 쏟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 삶에서 일어나는 합리적이지 않은 모든 원인은 결국 자신이 유발하는 것이라고 가정해보면 좀 더 쉽게 해결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p.269-270

 

  <교과서도, 정답도 없는 사장의 길을 가는 당신에게 바치는 여자를 위한 사장 수업’ > 은 자기 사업으로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단순히 사업을 잘 이끌어나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의 생각과 그 시나리오를 근본적으로 삶의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디딤돌과 같은 책이라고 느꼈다. 인생을 배우고 싶다면 그녀의 어록을 같이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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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아기씨 보랏빛소 그림동화 9
박세연 지음, 이헌익 사진 / 보랏빛소어린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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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아기씨

 

  보랏빛소 출판사의 9번째 그림동화책이 출간되었다. 저자인 박세연님은 10년 넘게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하다가 취미로 만들던 도자기로 첫 그림책을 쓰게 되었다. 이헌익 사진작가님은 프레임 속 어린이의 시선을 따뜻하게 담아내는 노하우로 민들레 아기씨의 여정을 그림책에 담아내었다. 돌을 앞둔 아기를 둔 난 요즘 돌사진을 예쁘게 찍을 스튜디오를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이 그림책에서 표현하는 아기씨처럼 우리 아가도 예쁘게 찍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봄날, 꽃대만 남은 엄마 민들레는 아기 홀씨들에게 바람을 타고 날아가라고 일러주었다. 살랑이는 봄바람에 몸을 맡긴 홀씨들은 파란 하늘 위로 날기 시작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기씨는 가장 마지막에 엄마 곁을 떠나 둥실둥실 날아올랐다. “엄마, 안녕! 꼭 엄마처럼 예쁜 꽃을 피울게요.” 라는 인사와 함께.

 

  하늘을 날던 아기씨는 거미줄에 걸리기도 하고, 누런 황소 아저씨 머리 위에 앉아 꽃을 피워도 되는지 물어보다가 퇴짜를 맞았다. 다시 날아올라 햇볕이 내리쬐는 양철 지붕위에 내려앉았는데 너무 뜨거워서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참새가 뿌리를 내릴만한 흙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아기씨의 날개는 흠뻑 젖어버렸다. 엉엉 울고 있는 아기씨는 골목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는데 어느덧 빗방울이 멈추고 지렁이 한 마리가 아기씨 곁으로 다가왔다. “안녕? 너는 민들레 홀씨구나. 민들레는 어떤 꽃보다도 강하단다.” 라며 아기씨를 응원해주었다. 돌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있는 힘을 다해 뿌리를 내린 아기씨는 며칠 후 깜짝 놀랐다. 아기씨의 머리 위로 자그마한 새싹이 솟아오른 것이다. 새싹이 된 아기씨는 멋진 황금 왕관을 머리에 얹은 아름다운 민들레꽃이 되는 꿈을 꾸었다.

 

  엄마를 떠나 두려웠던 첫 비행에서 민들레 아기씨는 자기 몫을 무사히 해내고야 말았다. 땅에 뿌리를 내리는 모습에서 성경구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마가복음에 옥토 밭에 떨어진 씨앗은 뿌리를 깊게 내리고 결국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이 책은 도자기로 빚은 아기씨를 생동감 있게 사진으로 포착해낸 것이 특징이다. 아기씨 머리 위에 깃털처럼 보송보송한 홀씨들을 표현했는데 너무 앙증맞고 귀여웠다. 주변에 민들레꽃을 보면 이 아기씨가 생각날 것 같다.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낸 아기씨를 보며 우리 인생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참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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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싫어하는 말 - 얼굴 안 붉히고 중국과 대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정숙영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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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싫어하는 말

 

  한국뉴스를 중국어로 전달하는 일을 14년간 해온 저자는 터프한중국 언론 환경을 상대로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그들의 정치, 사회 금기 이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영리하게 소통하기 위해서 이 책을 참고한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총 6개의 목차로 이루어진 <중국이 싫어하는 말>은 재미난 소제목으로 눈길을 잡았다. <김수현과 전지현은 억울하다>, <굿즈는 되고 하소연은 안 된다>, <종교 탄압 스캔들, 파룬궁> 등 들어보았으나 자세한 내막은 모르는 소재들로 나의 궁금증을 자극시켰다.

 

  한국사에서 꽤 의미심장하게 다루는 백두산정계비에 대해 들어보았는가? 18세기 조선 숙종 때 백두산에 세운 비석이다. 조선과 청나라의 국경선이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석차이로 논란이 되어 왔다. 갑자기 왜 백두산 이야기를 꺼냈냐면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인 김수현과 전지현이 중국 생수 브랜드 모델로 나섰다가 국내의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생수병에는 창바이산으로 표기된 것이 문제였다. 여기에 전제된 우리생각은 백두산은 우리 것이다.’ 라는 것이다. 백두산 천지는 북한과 중국이 각각 55%,45%씩 지분을 나누어 갖고 있다. 영토 경계상 백두산이 100% 우리 땅이라는 사실은 일단 틀렸다. 백두산이 중국에선 창바이산이고 우리만의 산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것처럼 이것은 공동의 자연 유산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으로 봐야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했다. 배타적인 소유권을 주장하여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서울 시내에서도 차이나타운으로 불릴 정도로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다. 지하철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면 섬뜩한 사진과 함께 파룬궁 수련생 장기 적출 만행같은 문구가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도대체 파룬궁이 뭐기에? 이 책에 소개되어 있었다. 1992년에 창시된 기공 수련법이라고. 하지만 창시자에 대한 신격화 조짐이 보이고 미신적인 색채가 강해진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은 이 수련을 봉건 미신단체로 규정해버렸다. 게다가 수련자를 상대로 사상 개조를 하거나 고문, 강간 같은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고 폭로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수련자들이 늘어나자 중국 정부가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8천만 명의 공산당원에 육박하는 7천만 명(추산)의 파룬궁 수련자는 공산당 체제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파룬궁의 주장처럼 정치적인 불순한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을 믿기 힘들다는 게 또 하나의 이유다. 99년의 대규모 파룬궁 집회가 톈안먼 사태 10주년에 맞춰 이뤄진 것을 보면 정부 압박 의도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런 사실을 알리는 사진과 문구를 보는 것은 너무 힘들고 무섭다. 누구 말이 옳은 건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최근 11주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가 이슈다. 지난 주말도 170만 명의 시민이 폭우 속에서 비폭력 시위를 이어나갔다. 이 책 <2019,소년 홍콩> 이라는 제목에서도 이번 사건을 다뤘다. 범죄인 인도 조례법안때문이었다. 홍콩 범죄인이 중국 본토로 송환되어 중국 사법체계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이 조례를 홍콩 시민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간섭이 결국 고도의 자치를 약속한 일국양제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다원화된 환경에서 살아온 홍콩인들의 반발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들에게 국가 정체성을 묻는다면 과연. 본토인과 홍콩인이 각각 어떤 이야기를 할까?

 

  이 외에도 중국의 속사정을 알기에 충분한 소재들로 (이를테면 달라이라마, 중화 모욕 등) 이 책은 중국과 영리하게 대화하는 법을 알려준다. 바로 옆 나라인 우리도 이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얼굴 안 붉히고 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은 필요할 것이다. 이 책으로 중국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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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유배지에서 꿈을 쓰다 - 정약용과 정약전의 실학 이야기 토토 역사 속의 만남
우현옥 지음, 김세현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감수 / 토토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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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유배지에서 꿈을 쓰다

 

 이 책은 오랫동안 어린이책 기획자로 일하신 동화작가 우현옥님의 글과, 우리 조상들의 삶과 정신을 그림 속에 담아 전하고 싶은 동양화가 김세현님의 그림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유명한 실학자인 정약용의 일대기는 그의 저서를 통해 어느 정도 알았지만 그분의 형 정약전에 대한 내용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학창 시절 자산어보의 저자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정약용의 학문적인 깊이와 방대한 저서는 늘 둘째형이었던 정약전의 조언과 연구가 함께 있었습니다. 늘 동생의 뒤에 한 발짝 물러나 있던 정약전의 인간적인 모습이 더 알려지길 바랐다는 작가님의 의도가 형제 이야기를 통해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물가에서 다리가 잘린 게를 본 약용은 그 게를 들고 형 약전에게로 달려가 보여주었습니다. 형은 전에 보니까 어떤 게들은 다리가 잘려도 새로 나더라.” 며 물웅덩이를 함께 파고 그 게를 넣어주었지요.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던 게를 보고 죽었나?” 하며 의아해하는 약용에게 나뭇가지에 새순 올라오듯 새살이 올라올 거야.”며 안심시켜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약전은 틈만 나면 손으로 뚝딱뚝딱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두 살씩 터울지는 형제들이 모여 앉은 모습은 징검다리같이 다정했습니다. 형제의 시간은 갈수록 깊어지며 애틋해졌습니다.

약용이 천주교신자인건 알고 있었지만 종교로 먼저 받아들인 건 약전이었습니다. 그는 천주교의 평등사상이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다는데 큰 감동을 받았죠. 천주실의나 기하학원론을 읽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형을 보고 약용 또한 공부에 뒤질 리 없었습니다. 형제와 함께 천주교를 공부했던 김범우가 유배를 간 지 1년 만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당시 서학을 엄히 다스리고 배척하는 시대였기에 약전 형제와 각별히 지내던 윤지충 마저 참수형을 당하자 충격을 받은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공연히 천주학을 소개해 아버님마저 돌아가시자 약전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누구보다 형제를 아끼던 정조임금마저 세상을 떠난 1801, 18년간의 형제의 유배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약전에 임금에게 사직을 고한 다음날 대사간에서 서학을 문제 삼아 약전의 이름을 포함하여 상소를 올렸지요. 사학을 하는 무리들을 모두 죽여 없애라는 대비의 명에 따라 형제들에게 국청이 시작되었고, 유배를 보내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약전은 신지도로, 약용은 장기현으로 귀양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험한 매질을 견뎌냈을 약용을 보며 형 약전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약전과 약용이 이번에는 귀양 온지 열 달 만에 한양에 압송되었습니다. 황사영 백서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약현의 사위 황사영이 잡혀가자 그 배후에 형제가 있다고 의심받아 또 다시 국청이 시작되었지요. 황사영은 능지처참을, 어머니와 부인은 노비로, 약전은 흑산도로, 약용은 강진으로 귀양을 보냈습니다. 특히 흑산도는 누구라도 귀양을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두려운 섬이었습니다. 남인에 대한 대비 김씨의 앙갚음이었죠. 18년간 단 한번도 만나지 못한 채 서로를 그리워한 두 형제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고통스러운 유배생활에도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힘이 되었고 약용은 학문에 힘써 수백 권이 넘는 책을 썼습니다.

 

  정씨 일가의 고단한 삶이 지금까지도 읽혀지는 저서로 재탄생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성들을 위한 실학을 집대성하고 우리나라 해양생물연구의 새로운 장을 연 저서들을 집필한 형제의 도전과 교감이 부럽습니다. 이 내용이 아득하고도 신비스러운 동양화와 어우러져 더욱 깊이 있게 묘사되었습니다. 초등생이 읽으면 정말 좋을 교훈적인 책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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