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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세트 - 전3권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2월 종영했던 드라마 '장사의 신 - 객주 2015' 가 생각납니다.
김주영 작가의 '객주' 를 원작소설로 한, 19세기 보부상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조선후기의
시대 모습을 세밀하게 담아낸 이 소설은 정의감, 의협심이 강한 보부상 천봉삼을 주인공으로 한 보부상들의 유랑을 따라가고 있지요. 육의전 대행수
자리에 오른 선돌이 해동상회라는 새로운 점포로 옛 신가대객주를 탈바꿈 시키는 장면이나 또한, 최근 방영하기 시작한 드라마 '옥중화' 에서는
대행수 공재명의 눈에 들게 된 윤태원이 세곡미를 빼돌리는 등 과감한 행보에 나서 공재명과 갈등을 빚는 장면도 생각이
났습니다.
김홍정 작가님의 장편 역사소설 '금강'
을 보니 머릿속에 사극이 펼쳐집니다.
중종반정과 왜란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주인공인 여인들의 삶이 허구로 재구성되어 긴 호흡으로
(무려 3권이나 되는) 읽혔습니다. 충암 동계의 대행수가 된 1권의 주인공 연향, 그녀의 죽음 뒤 그 빈자리를 채운 여인 미금이 2권의
주인공으로, 그리고 연향의 딸 부용이 3권의 주인공입니다. 경행상단의 부행수와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세종의 아들이었던 남원(가공인물)의
복직을 위해 자금을 모았던 미금은 연향과 부용 사이에서 등장하여 돕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스승 충암 김정이 제주에 유배되어 죽었지만 그의 뜻을
받들어 남원을 돕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역모로 몰려 고초를 당하고 죽은 연향을 대신해 미금은 대행수로서 그녀의 죽음과 관련된 공신들을 보복하기
위하여 결의합니다.
부용은 연향의 딸이었지만 미금의 손에서
자랐지요. 그녀가 등장하는 3권은 명종이 등극하고 문정왕후의 섭정이 이어지자 여러 사화와 양재역벽서사건 등 실제 역사적 사실이 그려집니다.
가공된 사건과 실제 사건이 잘 배합된 이 대하소설은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좀 더 감성적이고 섬세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대의를 생각하는 여성상을 그림으로써 주체적인 모습 또한 놓치지
않았습니다.
정조 때 제주에 살던 평민 출신 대상인을 그린 '거상 김만덕' 이나 순조 때 경제인 거상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상도' 처럼 상단을 이끈 주인공인 '금강'의 여인들이 조선 중기의 권력의 휘용돌이 속에서 사림과 그들을 따르는
동계, 이상인 여민동락을 실현코자 사용한 장치는 참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 장치에 머무르지 않고 소설이 이야기하는 것은 문학평론가 정홍수님의
해설처럼 " 현실 역사에서 철저하게 좌절과 참화를 겪은 듯 보이는 사림파의 숨은 향로와 그것이 민심의 자생적 흐름과 만났을 가능성의 탐색"
입니다. 사림이 실현하고자 했던 왕도정치의 이상은 2016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꼭 드라마로 재탄생하여 연향과 미금,
부용을 비롯한 등장인물의 모습을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