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는 책 -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들려주는 현대인을 위한 마음 처방전
김민경 지음 / SISO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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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는 책

 

  정신상담이 더 이상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 요즘이다. 내담자들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 표류하는 심정으로 상담을 요청할 것이다. 감정을 드러내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것이다. 자신의 말을 꺼내고 누군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깊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어지는 느낌을 경험할 것이다. 우린 누군가에게 쉽고도 간편하게, 물론 순수한 선의로 힘내.” 라는 말을 내뱉곤 한다. 하지만 우울하고 상심이 큰 사람들에게 서둘러 격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격려나 충고보단 차라리 그 사람의 말들 들어주는 것이 낫다. 이 책은 그런 힘든 이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제목과 같이 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볼 수 있는 책이다.

 

  살다 보면 내 맘같지 않을 때가 많다. 선택의 연속인 순간순간들에 책임을 져야하고, 우리의 의사결정엔 판단 외에 운도 따라야 하므로 늘 좋은 결과만 나오진 않는다. 이럴 때 우린 어떻게 좋은 결정을 내려야할까? 스스로, 그리고 타인을 잘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했다. 다른 사람들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타인을 관찰함으로써 무료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실수의 경험은 꽤 비싼 수업료를 내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나의 실수를 기꺼이 인정하는 자세와 타인의 실력을 잘 인정하는 자세를 갖추면 현명한 결정들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의 고민 중 팔 할은 대인관계라 해도 과하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매우 방대하다. 특히 타인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은 자신이 바뀌는 것보다 더 힘들다. 대인관계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그냥 받아들이고 지켜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에게서 좀 떨어져서 자신을 살펴보아야 한다. 올라오는 화가 진정되며 감정이 차분해짐을 느낄 수 있고 상대에게도 부드럽게 접근할 수 있다.

 

  대개 평범한 일상이 지속되다가도 예기치 않게 일어나는 일들이 있다. 이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데, 교통사고, 폭행, 자연재해 등 원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스트레스 자체의 심한 정도보다 개인이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더 중요하다. 외상에 대한 기억이 굉장히 공포스럽게 다가와 자꾸 반복되는 이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선 규칙적인 일상을 유지하고 휴식보단 평소의 활동을 지속하며 현실에 집중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한다.

 

  이 밖에도 조울증, 번아웃, 중독, 화병 등 다양한 일상의 문제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어 현대인의 마음을 처방하는 데 유익한 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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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질 권리 - 나약한 삶에서 단단한 삶으로
김민후 지음 / 프롬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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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나의 상처를 위로만 받고 싶어 하진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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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질 권리 - 나약한 삶에서 단단한 삶으로
김민후 지음 / 프롬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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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질 권리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나의 상처를 위로만 받고 싶어 하진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노력 없이 타인의 위로와 공감에만 집중하진 않았는지. 무책임하게 타인에게 의존적으로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대로 괜찮다는 위안은 독이 될 뿐이다!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싶지만 한편으론 지금의 내 모습이 100%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다. 분명 나의 부정적이고 모자라는 면이 있는데도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건 자기기만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의 부정적인 면을 경계하며 살아가려면 결국 지속적이고 고통스러운 정신적 단련이 필요하다. 대중심리상품같은 자존감이라는 인공적 심리용어를 현실에선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갖가지 오해와 부작용을 방지하는데 더 좋을 것이라 말하는 저자. 세상은 그럴듯한 헛소리가 너무 많다고 이야기하며 화를 참고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그것을 표출하는 것보다 거의 모든 경우에 자신에게 유익하다고 했다. 기분 내키는 대로 살다 보면 그동안 책임감있게 감당하며 살아온 인간적 자부심이 무너져버린다. 억지로 화를 참고 살지 말라는 심리적 조언도 삶의 무거움을 묵묵히 견뎌낸 경험이 없는 미성숙한 사람에겐 독이 된다. 부정적인 감정을 내면에서 조용히 삭여내는 강인하고 성숙한 정신력의 가치를 함부로 폄하하게 되기 때문이다. 감정을 억제하고 사는 게 결코 해로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스왈드 챔버스의 <주님은 나의 최고봉>에선 이런 묵상 제목이 나온다. ‘기분에 굴복하지 마십시오’. 원래 변덕 그 자체가 본질인 기분에 집착하여 정신력을 나약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종종 감정일기를 써보라는 등의 조언으로 우리의 기분을 보살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삶의 목표가 아니다. 기분 자체는 오히려 덜 중요하며 기분이 안 좋을 때도 해야 할 일을 포기하지 않고 제대로 하게 되었을 때가 호전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한다. 외적인 요소에 의해 계속 변화하는 기분 그 자체에 에너지를 쏟아부을 필요가 없어졌다.

 

  주변에 나를 비롯한 나약한 사람들은 강해질 권리가 있다. 그것은 의무가 아니라 당당히 취해야 할 권리다. 특히 정신과에 내원한 환자는 상담을 진행할 때 약물치료만 정답이라 여겨선 안 된다. 생활패턴을 바람직한 쪽으로 변화시켜 두뇌 컨디션을 회복하는 생물학적 치료부터 과거 이야기를 통해 환자의 병적인 심리구조를 파악하는 프로이트 방식의 내면아이 치료, 또한 논리적 설득과 대안적 사고의 제시를 규격화한 인지행동 치료, 감정적 고통은 인생에 필연적이라는 수용전념치료 등 다양하다. 그리하여 지금 그대로의 나보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나가 되어 단단한 성장을 추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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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의 온기 - 출근길이 유일한 산책로인 당신에게 작가의 숨
윤고은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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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의 온기

 

  우연히 라디오 주파수를 돌리다가 EBS<윤고은의 EBS 북카페> 라는 프로그램을 듣게 되었다. 차분하고도 귓가에 착 감기는 목소리, 그리고 꽤 좋은 선곡들이 버무려져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무엇보다 북카페답게 산책하듯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았다. 귀로 듣는 독서는 실로 달콤한 것이었다. DJ 윤고은님에 대해선 잘 몰랐다. EBS의 프로듀서일까? 정도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소설가였다. 서평을 신청하면서 아는 이름이 나와 반가웠는데, <빈틈의 온기>라는 책을 통해 여행자라는 소개를 덧붙여 더욱 호감이 생겼다.

 

  요즘은 더워서 걷기를 덜 하니 따지고 보면 내 유일한 출퇴근길은 지하철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7호선을 타고 다니는데, 사실 내가 좋아하는 호선은 따로 있다. 지하 깊숙하게 뚫린 7호선보다는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지상 전철이 좋다. 갑자기 지하철 노선도를 검색해본다. 이 모든 곳을 다 다녀보진 못했지만 내가 창밖을 놓치지 않고 보는 곳은 당산에서 합정으로 가는 2호선, 이촌에서 서빙고, 한남을 잇는 경의중앙선이다. 주로 한강 근처라는 특징이 있다. 작가는 책을 통해 지하철 출발역과 도착역 사이 빈틈의 온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다양하고 소소한 소재로 독자의 추억까지 이끌어내는, 그야말로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해방촌 박소아과>라는 에피소드에선 나도 나의 생물학적 고향을 떠올렸다. 난 원금순산부인과에서 태어났는데, 그곳은 강남 한복판 역삼역에 있었다. 그렇다. 난 강남 출신이다. 하하하. 그곳에서 오래 살진 않았지만. 어쨌든 2호선 역삼역을 지나 코엑스를 갈 때마다 나의 신생아시절을 떠올려본다. 물론 기억이 나진 않는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노약자석에 자리를 양보받았다. 그렇다. 지금 난 임산부다. 임산부석까지 만석인 아침 출근길엔 앉아서 가는걸 꿈도 꾸지 못했는데 오늘따라 좋은 분이 날 발견하곤 자리를 양보해주었다. 눈물나게 고마웠다. 지하철이 무대라면 내게 자리를 양보해준 사람은 천사라고 명명한 등장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저자는 누군가 떨어뜨린 종이 뭉치를 페이지 순서에 따라 줍고 있는,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줍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나라도 일단 가방 안으로 모든 것을 쓸어 담았을 텐데. ‘어떤 이들은 빠른 복구보다 정밀한 복구를 하는구나.’라고 큰 깨달음을 얻는 아침이었다고 한다. 수많은 이들이 관객이자 주인공으로 지하철이라는 무대를 오고간다. 그래서 관찰하는 것이 더욱 재미있는 것 같다.

 

  <열차가 아니라 필름>이란 에피소드에선 기다란 열차가 마치 필름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출근길이 아니라 여행길처럼, 선로 위가 아니라 필름 위를 흐르는 것처럼.’ 이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하염없이 늘어진 지하철 노선도를 보며 몸을 싣고 가는 이것 안에 필름 속 사진처럼 박제되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킬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러닝타임이 마냥 지루하진 않아 보인다.

 

  윤고은 작가님의, 소설이 아닌 에세이집을 읽으며 세밀한 풍경화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는 누군가의 추천서처럼 나도 흑백의 일상을 이렇게 알록달록 색색깔로 물들이며 빈틈의 온기를 발견하고 싶어졌다. 그것 또한 제법 따뜻할 것이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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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오토가 사는 세상 - 세상에 없던 상상력 그림책
톰 스함프 지음, 최진영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어린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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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오토가 사는 세상

 

  이렇게 상상력을 풍부하게 자극하는 그림책은 본 적이 없을 정도다. 커다란 판형도 마음에 들었는데, 화면 가득 고양이 오토의 가족과 이웃들을 만나는 여행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오토네 집에 가기 전 구경한 동네는 여행 온 친구들이 머무는 니노 호텔을 비롯해, 애벌레 침대가 있는 401호와 돌잔치를 기념하고 있는 102호가 있는 아파트, 5층 건물 가득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이는, 어떻게 집에 들어갔는지 궁금해지는 얼룩말 아저씨의 모습까지 신기한 것 투성이였다. 고양이 오토네 식사시간을 들여다보니 고추와 애호박, 버섯과 가지로 사람의 얼굴 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톰과 제리에 나오는 제리처럼 장난꾸러기 생쥐가 오토의 식탁 밑에서 장난감을 타고 놀러오기도 한다.

 

  봄소풍을 나온 오토네 가족을 보니 푸른 잔디밭에 앉아있는 이들은 오토뿐만이 아니었다. 아기를 돌보고 있는 황새, 겨우내 못한 일을 시작하고 있는 비버 삼촌과 나무 위 둥지를 튼 알들까지. 모두들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공원에 놀러 온 새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어릴 적 읽었던, 떡갈나무를 소재로 만든 <떡갈나무 호텔>이란 그림책이 있었는데 공원의 새들도 나무 위에 저마다 자리를 틀고 앉아 알록달록 다양한 색을 더했다. 비둘기, 독수리, , 앵무새, 토코투칸 등 예쁜 새들 사이에 오토가 나도 하늘을 날고 싶어요!” 라고 말하며 가지 위에 서 있자 기린이 오토, 내 목을 타고 내려오렴.” 이라고 친절히 고개를 내어주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온통 파란 바닷 속 세상은 여럿이 뭉쳐 다니는 물고기 떼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고, 거꾸로 가는 운동화 배랑 양말을 파는 문어 등 기발한 물 속 친구들과 기구들이 많았다. 눈에 예쁜 물고기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깜깜한 밤을 무서워하는 우리 아이에게 오토가 사는 도시의 밤을 함께 보여주었다. 온통 깜깜한 허공에서 반딧불처럼 반짝거리는 밤의 도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박 카누, 바나나 배를 형상화하며 이곳이 바닷속이라고 상상하기도 하고, 청바지로 만든 구름바지랑 익은 사과랑 덜 익은 사과 등등 재밌는 그림도 너무 많아 눈을 뗼 수 없었다.

 

  이 밖에도 음악 공연장, 미술학원, 백화점 등 오토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사는 세상 못지않게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해 재미를 주었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오토는 깊은 밤 환상적인 꿈나라에 가서 여러 코끼리를 만나며, 독자에게 이 책 구석구석 등장한 코끼리를 다시금 찾아보는 숨은 그림찾기 게임까지 할 수 있게 했다. 우리가 사는 모습보다 더 흥미로워 상상력을 200% 자극하는 환상적인 그림책이었다. 두고두고 소장하며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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