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힘들고 지칠 때 심리학을 권합니다
박경은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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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들고 지칠 때 심리학을 권합니다

 

2020년이 다 흘러간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으로부터 누구 하나 자유로울 수 없는 한해였다. 모두들 크고 작게 코로나블루를 경험하고 있고 지리한 삶은 우리의 아픔을 더욱 쑤신다. 하지만 아프고 힘들어야 삶의 중심인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아프다는 것이 모두 불행도 아니다. 저자는 은밀하면서도 치명적인 삶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자고 외친다.

 

살아가는 동안 누구에게나 있는 상처와 상실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관계를 깨는 건 쉽지만 자신을 깨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자기와의 싸움이 필요하고 그것은 자기성찰이 된다. 스스로 몰랐던 자신에 대해 그리고 길을 잃거나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해 책이 무엇을 말하는지 들어보자.

 

우린 인간관계가 어렵다고들 하소연한다. 관계가 깨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요약하자면 나만 옳다고 주장할 때,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을 때, 서로의 기질과 성향이 달라 표현방식이 다를 때 등이 있다.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은 대인기피증, 사람에 대한 노이로제와 같은 현상을 겪는다. 인정받지 못하거나 오해를 받거나 자기 욕구가 좌절되는 등 자기소외를 경험하면 인간관계의 불편함을 가져온다. 하지만 우리 안에는 치유할 수 있는 능력, 수용과 자기 용서 등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린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자기 마음의 소리를 인정할 수 있다.

 

유독 과하게 친절한 사람이 있다. 과잉배려는 어떤 면에선 교만이다. 교만은 가장된아름다움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어설프게 좋은 사람은 자기를 속이는 경우가 많다. 교만을 가장한 겸손은 우리가 살면서 버려야 할 요소이기도 하다. 저자는 사람을 대하면서 순수성이 있어야 좋은 사람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순수하지 않거나 양심 없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에 교만함을 숨기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다.

 

읽을수록 자기와 대화하고 자기를 끊임없이 돌아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자가치유라는 면역력도 있지 않은가. 마음을 여는 문고리는 내 안에 있다는 저자의 말에 깊은 공감이 되었다.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자신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자. 그리고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거리는 필수라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자신의 힘듦을 감수하면서까지 유지해야 할 어쩔 수 없는 관계는 없다. 그것이 자신을 아프게 하거나 감정을 참아야 하는 관계라면 더욱. 우린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하고 자신을 아껴야 한다. 그 순간부터 몸과 마음의 병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을 꼽는다면 간혹 문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가독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각 챕터들이 큰 틀에선 비슷하여 나오는 결론이 대부분 어느 페이지에서 읽어도 다 해당되는 것들이라 차별성이 없었다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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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상처가 되지 않도록 - 후회 없이 말하고 뒤끝 없이 듣는 감정 조절 대화법
노은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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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상처가 되지 않도록

 

말은 소통의 도구이지만 갈등을 표출하기도 한다. 대화법에 대한 수많은 말 스킬도서가 난무하지만 보다 근원을 알기 위해선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똑같은 말에도 반응하는 종류는 다양하다. 어떤 이에겐 아무런 타격이 없지만 어떤 이에겐 치명적인 상처가 되어 회복하는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 말인 즉슨 개개인의 마음밭에 따라 말의 영향력이 달라짐을 뜻한다. 마음밭은 우리 삶의 역사를 담고 있는 내적 지도이며 이것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이는 바로 우리의 부모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심리상담 과정도 어린 시절의 자아를 마주하는 것 같다.

 

책은 언어치료학과 상담심리학을 공부한 저자의 감정조절 대화법을 이야기한다. 관계를 해치는 말버릇을 고치기 위해 단호하고 분명하게 자신의 감정을 전하며, 말과 감정 사이에 안전거리를 두고 과거의 상처가 만든 불안에서 해방되는 방법을 말한다. 우린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도 상대방은 자신의 속얘기를 안하는데 자신만 너무 정보를 노출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과도한 자아 노출은 수치심을 부르기도 한다. 적절한 자신의 오픈은 친밀감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관계보다 우선은 말을 하는 자신의 감정이다. 고민이 있어 하소연을 할 상황엔 스스로 자기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한 상황에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관계 구축을 위한 초석이다.

 

감정에 충실하다는 건 이기적인 것이 아니었다. 나를 속이지 않는 진짜 감정으로 내면의 행복감을 맛본다면 그것이 타인을 더 지속적으로 행복하게 만든다. ‘나만 참으면 돼라는 가짜 감정으로 타인을 일시적으로 기쁘게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안의 진짜 목소리를 찾는다면 그동안 인정받거나 수용 받지 못해 내면에 쌓이고 억압된 감정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타인의 말과 표정 또는 상황이 자극이라면 따라오는 감정을 표출하거나 넘기거나 받아치는 것은 반응이다. 그 반응을 선택할 주도권은 에게 있다. 상대의 공격적인 언어나 비언어적 행동엔 누구나마음이 상하지만 그것을 분노로 폭발시키는 행동은 누구나하지 않는다. 욱하는 순간이 바로 나의 인격을 증명할 타이밍이다. 욱할 때 화내는 건 당연하다’, 또는 나는 원래 욱하는 성격이다라고 생각하면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이 감정을 해소하는 당연한 방식이라고 여기게 된다. 마치 자극 받은 즉시 터뜨리도록 프로그램밍 된 로봇과도 같다. 이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있는 공간을 묵살하는 것이다. 우린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에 머물며 감정을 자각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으로 글쓰기가 있었다. 이 행위는 내면에 꽉 찬 감정의 덩어리를 제거하는 꽤 좋은 방법이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글쓰기만큼 안전하고 치유적인 도구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감정을 오롯이 표출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며 자기 표현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감정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게 만든다. 마치 아우토반을 달리듯 빠르게, 검열하지 않고 기록해보자. 글쓰기로 내면을 훈련하면 감정의 주도권을 쥘 힘을 키울 수 있고 마음이 치유되며 건강한 대화를 시도할 수 있다.

 

관계가 쉬워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말하기의 태도를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길. 분명 말이 상처가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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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살아도 우린 행복할 거야 문예단행본 도마뱀 1
박은정 외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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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살아도 우린 행복할 거야

 

돈가스 테이크아웃 가게가 생겨서인지 바로 옆 정육점 아저씨는 돈가스를 찾는 손님을 무척 반가워했다. 돈가스 덩이를 비닐에 담으며 내 돈가스는 구식이야.” 라고 하는 그. “?” “아니, 아니. 내 돈가스는 수제 돈가스야.” 라며 말을 이어가는 모습에 작가는 세상엔 귀여운 사람이 어쩜 이리 많은지 생각한다. 대부분의 날들은 피곤했는데 이런 식으로 좀처럼 기운이 나지 않을 때 힘을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돈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뀐 계절의 옷을 32만원 어치 사고 허기를 채우듯 책을 여섯 권, 열권씩 순식간에 사재낀다. 탕진잼. 피부를 쉬게 해주는 마스크 팩, 홈쇼핑에서 파격 세일하는 냉동 만두. 만질 수 있는 단단한 행복들이다. 구매 가능한 행복은 불안을 잘게 찧는다. 소설과 에세이를 쓰는 김나리 작가는 불안을 잘게 찧자, 달콤한 나의 탕진잼이란 제목으로 문예 단행본 도마뱀의 한 곳을 장식했다. 단행본인데 계절별로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라는 문예단행본 도마뱀. 제목과 같이 주제는 탕진잼이다. 재물 따위를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를 말하는 신조어를 통해 각계각층 문화예술인의 다채로운 목소리를 한데 모았다. 잘 아는 이병률 작가도 보이고 음악평론가인 김봉현 작가도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백영옥 작가도 보인다. 난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했지만 백영옥 작가처럼 책에 관해선 맥시멀리스트에 가까웠다. 책뿐 안 아니라 모든 물건에 대해선, 무언가를 산다면 뭔가를 버려야 집안은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엔트로피의 법칙 같은 걸까? 지난 주말 옷장 속에 있는 옷을 한가득 버렸다. 예쁘지만 살쪄서 못입는거, 유행 지난걸 모두모두 버... 그리곤 또 의류쇼핑몰을 들락거리며 옷을 사려는 날 발견한다. 있는 것만 잘 매치해 입자고 버린 건데 이 죄책감을 동반한 탕진의 세계는 쉽게 멈추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미니멀리스트가 간절히 되고 싶은 맥시멀리스트인가?

 

조수진 작가는 입사 후 세 번째 봄을 맞을 무렵 여유가 생기자 통장에 잔액이 남아있는 걸 못 견디는(?), 입금되는 족족 소비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월급날은 백화점에서 명품 화장품을 사고 미용실에 들러 고급 클리닉 서비스를 받았다고. 과소비에 대한 죄책감도 잠시. 스트레스를 푸는 취미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고. 삶이 계속되고 불면증은 심해졌으며 결국 정신과를 찾았고 그 과정을 통해 정답이 아닌, 나를 궁금하게 되었다고 했다. 나를 알아가면 나 자신에게 마음이 간다.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하고. 나도 단답형으로 떨어지지 않는 나 자신에 대해 질문하며 나를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플러그에 작동되도록 자신을 내버려두며 자신이 탕진했던 것은 계좌 잔고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자신이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과 자유를 탕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퇴사를 결정하고 남들이 배부른 고민이라 치부한 자신의 불행(?)에도 고교 동창 2명은 자신을 단단히 붙잡아줬으며 지지해줬다고 말했다. 17년간의 서울 생활을 뒤로 하고 홀로 제주에 와 직장을 세 차례 옮기며 경력 탕진잼을 만끽하고 있단다. 월급은 반으로 줄었으나 잔고는 오히려 (아주 약간) 늘었다고. 쇼핑으로 욕망을 채워 넣을 필요가 없어졌기에 가능하다. 작가는 말했다. 내가 나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고 안전하다고. 그러기 위해 내게 질문을 던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이다.

 

책은 따로 또 같이, 때로 겹치고 어긋나는 말들의 어울림을 담았다. 시인, 소설가, 음악인, 사진작가, 편집자 등 다양한 이들이 함께 하며 탕진잼에 관한 여러 느낌을 이야기했다. 문예단행본 도마뱀 시리즈는 시의적절한 주제를 고민하며 다채로운 목소리를 모으는 데 목적이 있으니 다음 주제와 작가들의 생각도 기대해본다. 말광량이 삐삐를 연상시키는 자유로운 표정의 표지 인물에 다시 한 번 눈길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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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인생 수업 - 보름달이 건너가도록 밤은 깊었다
김정한 지음 / 미래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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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인생 수업

 

오늘따라 커피가 입안을 텁텁하게 하는 것 같아 이내 물을 들이켰다. 두근두근, 심장이 뛰는 건 카페인 때문인가? 요즘 들어 잠이 안 오는 불면증을 커피 탓으로 돌리기엔 내 안에 고민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머릿 속을 휘젓는 생각들은 고상하게 사색으로 변모한다. 멍 때리는 것 또한 필요한 것이라 여겨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지만 주로 난 상상과 공상을 오간다. 날씨 또한 나의 그것을 촉진시킨다. 늦가을이다. 겨울의 문턱에 성큼 다가섰다. 오늘 읽은 책 <길 위의 인생 수업>은 시인 김정한님의 산문집이다. 시인과 에세이스트의 경계를 넘나들며 온전한 작가로 살고 있다는 책날개의 소개가 반갑다. 난 이런 류의 글을 좋아한다. 마주앉거나 혹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걸으면서 이야기하는 기분이다. <11, 낮아지면서 서서히 사라져가는> 이란 제목의 글이 눈에 띄었다. 지금이 11월의 막바지다. 서리는 11월의 꽃이다. 나무들은 잎을 떨어뜨리고 털어내고 비우기 시작한다. 봄을 위해, 겨울을 견디기 위해 다 털어내고 점점 더 가벼워진다. 반면 사람은 외투를 꺼내 입고 단단히 무장한다. 비장하다. 책에 소개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대로 싱그러운 잎사귀들이 자신의 무덤으로 가는 모습은 거룩하다. 단풍이 나부끼며 흩어지는 모습을 항거하다 벌겋게 익은 고민피 묻은 집착이라고 한 표현도 마음에 든다!

 

시인의 언어는 일상의 소재에서도 그것을 선명하게 관찰해내며 개성 있게 표현한다. 추락하기 직전의 선명한 빛깔인 낙엽이 찬란한 것도 시인이 그렇게 명명하기 때문이리라. 길지 않은 하나의 글에서도 작가의 목소리가 느껴지면서 필사를 하고 싶을 만큼 아름답게 다가왔다. 사랑은 아름다운 손님이란 생각도 무릎을 탁 쳤다. 손님은 머무르다 가는 존재다. 언제 찾아와 언제 떠날지 모르는. 그래서 자로 재듯 정확한 날짜에 찾아오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곁에 있을 때 살포시 내 마음에 내려앉아 자유롭게 있다 가는 아름다운 손님. 그것이 사랑이라니 나도 동의한다. 사랑은 소유할 수 없는 것이기에 손님같다.

 

책은 사랑에 대한 열병과 생의 절박함을 약간은 고독하게 꼼꼼히 직조한 간절한 외침이라고 말했다. 김정한 작가의 글들을 읽고 있으니 이러한 외침과 흐느낌이 느껴져 아련하다. 부제 보름달이 건너가도록 밤은 깊었다의 글에선 자신이 빛의 화려함과 색의 유희에 끌리며 세상의 모든 소리와 색을 흉내냈었다고 고백한다. 살면서 너무 많은 소리를 내려고 애썼다면서. 나를 울리는 소리를 내자고 다짐했다. 가볍고 단순하고 선명한, 행간을 두드리는 온전한 소리. 나도 나답게 살고 싶다. 종로 경찰서 앞 우체통에 대해 쓰면서 붉은 색깔이 보여주는 그리움의 간절함을, 나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볼 요량이다. 오늘의 행선지는 안국역 앞에 있는 종로 경찰서 앞 우체통. 간 김에 근방 감고당길에서 가을의 끝자락을 느끼고 돌아올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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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 신을 향한 여행자의 29가지 은밀한 시선
이기행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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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여행자의 이름은 이기행이었다. 이보다 더 찰떡인 이름이 있을까? 본명이 아닌 필명일지도 모르겠다. 그 어느 것이든 신을 찾아가는 아주 특별한 여행기를 보여준 저자의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인도와 태국, 라오스 등 낯선 이국땅인 여러 신의 나라에서 저자는 신에 대한 견문과 사색을 즐겼다. 저자는 군 복무 시절 서로 다른 부대에 소속된 불교 군종병이었던 율과 함께 무작정 신을 찾아 떠났다. 부처님이 계셨던 성지로 여행을 시작했다. 껄끄러운 군대 고참이었고 근 일 년 넘게 연락도 없었던 율에게서 연락이 왔고 그와 인도 여행을 하다니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무작정 떠났지만 여정을 통해 스치듯 지나간 인연들과 신에 관한 서로 다른 생각을 교류하는 귀한 시간을 보냈다.

 

타지에서 그는 줄곧 일본인이란 오해를 받았다. 첫 인사말로 일본어를 자주 들었다. 여행객으로써 동양인은 일본인이 제일 인지도가 높은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인도 북서부 파키스탄 국경 가까이 펼쳐져 있는 타르사막에 도달했을 때 그는 단 한 분의 절대적인 유일신을 믿는 모래밖에 없는 사막에서 생겨난 종교를 떠올린다. ‘회개하라! 곧 멸망의 때가 왔도다!’ 하나님의 메시지를 받은 예언자는 광야에서 홀로 외친 세례 요한이었다. 그 망망한 사막에 누가 있어 그 소리를 듣고 회개한단 말인가? 이 뜨거운 태양 아래 소리치는 이를 미친 사람이라 취급하진 않았을까? 라고 저자는 생각했다. 황량한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는, 그렇지만 광장의 설교보다 더 강렬했다. 그는 또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는 다신주의를, 모래밖에 없는 사막에서 생겨난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종교는 자연스럽게 유일신을 믿는 게 아닐까 하고. 그곳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오직 오아시스밖에 없으니까.

 

지상의 에덴동산이라 불리는 고아 안주나 비치에선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소와 개들이 먼저 바닷물 속에 물을 담그는 모습을 목격한다. 우리나가 같으면 지깽이를 맞겠지만, 누구나 그 짐승들의 휴식을 간섭하지 않았다. 모든 뭍짐승은 바다에서 왔기에 그 앞에서 숙연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 평화로운 모습을 보며 모든 피조물들이 일을 멈추고 휴식하는, 안식일을 지키는 유대인들을 떠올렸다. 그 고대 사회에서부터 이런 사상은 생각해보면 굉장히 진보적인 것이라 여겨졌다. 안식일을 강제하여 일주일 중 하루쯤은 노예나 짐승도 눈치 볼 것 없이 쉴 수 있었으니까.

 

저자는 낯선 여행자로서 신을 찾아가는 여행을 통해 일본의 신교, 조로아스터교, 힌두교, 유대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여러 종교를 언급한다. 나아가 마르크스의 무신론도 말했다. 신을 대하는 신앙인들의 태도, 이념을 엿볼 수 있었다. 저자와 종교가 다른 난, 저자의 생각을 통해 내가 믿고 있는 신을 이렇게 다르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시각도 발견했다.

 

그는 카오산 로드에서 여행자들과 각자 서로의 여행 소감을 말하는 시간에 두리뭉실하게 불교의 해탈이란 무엇인지 알기 위해 긴 여행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참된 평화를 얻었냐는 질문엔 세상의 어느 것도 내 것이 아님을 거듭 알게 되어 씁쓸한 여행이었다.” 고 소회했다. 방콕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왓 마하탓 절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는 부처님상을 바라보며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문구를 인용했다. 거기서 말한 초인이 부처님이 아니었을까 하고.

 

저자의 여행을 통해 다양한 종교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부디 저자 또한 당신이 믿는 신을 향한 순례자의 길을 이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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